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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홈플러스 사태로 드러난 MBK의 민낯

    [기고] 홈플러스 사태로 드러난 MBK의 민낯

    최근 홈플러스 사태는 우리 자본시장에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업 경영을 단순히 지분을 확보한 사람들에게 맡기면 되는 것인지, 아니면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역량과 책임감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기업회생 절차와 점포 폐점 논란 속에 금융감독원은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MBK파트너스에 중징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홈플러스는 사실상 파산 수순에 들어갔고 1만 2000여명의 고용에도 큰 불안이 발생했다. 홈플러스와 고려아연 노동조합이 함께 MBK파트너스를 비판한 것 역시 개별 기업의 이해관계를 넘어 기업의 경영 주체가 갖춰야 할 책임에 대한 사회적 문제 제기로 볼 필요가 있다. 시장경제에서 기업 인수·합병은 당연한 경제 활동이다. 투자자는 자유롭게 투자할 권리가 있으며 경영권도 시장 원리에 따라 이전될 수 있다. 그러나 경영권은 단순한 소유권과는 다르다.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법적 권리를 취득하는 일이지만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기업의 미래를 책임지는 일이다. 따라서 경영권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단순히 얼마나 많은 지분을 확보했는지가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까지 함께 평가받아야 한다. 오늘날 기업 경쟁력은 재무제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기술과 연구개발 역량, 숙련된 인력, 협력업체와의 신뢰, 조직 문화, 글로벌 네트워크와 같은 무형자산이 기업 가치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쟁력은 단기간에 형성되지 않으며 한 번 훼손되면 회복이 쉽지 않다. 결국 경영권이 바뀐다는 것은 이러한 무형자산을 안정적으로 이어 갈 수 있는지도 함께 검증받는 과정이어야 한다. 홈플러스 사례는 기업을 인수하는 것과 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하는 것이 반드시 같은 의미는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 이러한 관점은 국가 기간산업과 전략산업에서 더욱 중요하다. 장기간 축적된 기술력과 공급망, 연구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은 일반적인 투자 논리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경영권 변화는 개별 기업을 넘어 산업 경쟁력과 국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핵심은 어느 쪽이 더 많은 지분을 확보했느냐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경쟁력을 안정적으로 이어 갈 수 있는 경영 능력을 갖췄는지, 그 주체는 어떠한 방향성과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는지 여부다. 기업 가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과 조직, 신뢰와 산업 생태계가 함께 만들어 낸 결과다. 경영권 역시 그러한 가치를 이어 갈 수 있는 주체에게 주어질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우리 자본시장이 경영권을 바라보는 기준도 ‘누가 더 많은 지분을 확보했는가’에서 ‘누가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가’로 발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 “한국에 맡기면 美도 이득입니다”…‘우라늄 농축’ 50년 장벽 흔들리나 [배틀라인]

    “한국에 맡기면 美도 이득입니다”…‘우라늄 농축’ 50년 장벽 흔들리나 [배틀라인]

    김지훈 한미 원자력협력TF 부대표 링크드인 글“美 SMR 핵연료 확보, 韓에 농축권한 주면 해결”정부가 미국과의 우라늄 농축 협상에서 기존 공급망 논리를 한 단계 확장했다. 그동안 러시아·중국 의존을 줄이는 핵연료 공급망 구축을 강조했다면, 이제는 한국의 민수용 농축 역량이 미국의 첨단 원자로와 소형모듈원자로(SMR) 공급망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김지훈 한미 원자력협력 태스크포스(TF) 부대표는 9일 링크드인에 올린 글에서 한미가 핵연료 협력을 강화하면 SMR 도입과 양국의 에너지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 미국은 핵 비확산 원칙에 부합하는 우라늄 농축 역량 확대도 협의하고 있다”며 “민수용 농축 역량 확보에 합의하면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농축우라늄 공급망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심은 고순도저농축우라늄(HALEU)이다. HALEU는 우라늄-235 농축도가 5%를 넘고 20%에는 못 미치는 저농축우라늄이다. 작은 노심으로 더 오래 운전할 수 있어 미국에서 개발 중인 여러 첨단 원자로의 핵심 연료로 꼽힌다. 김 부대표는 “HALEU는 더 작은 노심과 긴 연료 교체 주기를 가능하게 하지만 상업적 공급이 제한돼 SMR 도입의 병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원자력협력 TF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를 위해 미국과 협상하는 조직이다. 원자력 자립에 필수적인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는 1974년 한·미 원자력협정 체결 이후 50년 넘게 허용되지 않고 있다. 2015년 한미 원자력협정이 개정돼 한국도 원칙적으로는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지만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이라는 게 정부와 원자력업계의 시각이다. 재처리는 아예 불가능하다. 美 첨단 원자로용 HALEU 공급 부족2030년까지 40t 필요…생산 1t 안팎러시아 의존 낮추려 서방 공급망 확대미국 에너지부(DOE)와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따르면 미국의 여러 비경수로형 첨단 원자로와 일부 차세대 SMR은 HALEU를 연료로 사용한다. 다만 모든 SMR이 HALEU를 쓰는 것은 아니다. 일부 경수로형 SMR은 5% 이하 일반 저농축우라늄(LEU)을 사용한다. HALEU 부족은 SMR 산업 전체보다 이를 채택한 첨단·비경수로형 원자로의 병목에 가깝다. DOE는 첨단 원자로 도입을 위해 2030년까지 40t이 넘는 HALEU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센트러스에너지가 오하이오주 피케턴 시설에서 생산한 물량은 2025년 중반 기준 누적 1t 안팎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러시아 의존이 있다. 러시아는 세계 우라늄 농축역무의 약 44%를 담당하는 최대 공급국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을 통해 HALEU 공급망에 7억 달러를 투입하고 영국·프랑스·일본·캐나다 등과 농축·변환 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상 농축엔 美 사전 동의 필요제3국 SMR 협력 성과가 농축 협상 신뢰 좌우한국은 원전 설계·건설과 운영, 핵연료 가공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갖췄지만 민수용 우라늄 농축은 여전히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한 영역이다.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 아래에서는 미국산 핵물질·장비·기술과 관련된 농축이나 재처리를 추진하려면 미국의 사전 동의와 국내 절차를 거쳐야 한다. 2015년 협정 개정으로 연구개발 목적의 농축과 파이로프로세싱에 일부 여지가 생겼다. 2025년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는 미국이 자국 법률과 양국 협정에 부합하는 범위에서 한국의 민수용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이어지는 절차를 지지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당장 상업적 농축을 허용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협상의 목표가 공식 문서에 명시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한국 정부는 여기에 미국의 산업적 필요를 결합했다. 한국이 민수용 농축 역량을 확보하면 미국은 첨단 원자로용 연료 공급처를 늘리고, 한국은 원전 수출에서 연료 공급까지 경쟁력을 넓힐 수 있다. “한국에도 허용해 달라”는 요구를 “한국을 공급망에 편입하면 미국에도 도움이 된다”는 제안으로 바꾼 것이다. 지난 7일 체결된 한미일 SMR 협력각서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협력 실적을 쌓는 계기가 될 수 있다. 3국은 제3국 SMR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기업 간 협력과 금융·기술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농축 협상과 직접 연계된 합의는 아니지만 한국이 미국·일본과 제3국 SMR 사업에서 성과를 낼수록 공급망 파트너로서 신뢰를 높일 수 있다. 한국의 민수용 농축 역량이 미국 SMR 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고 인도태평양 원전·SMR 시장을 함께 공략할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 미국이 이를 비확산 부담보다 동맹 공급망의 자산으로 받아들일지가 한미 원자력협상의 다음 쟁점이다.
  • ‘순천 시민들은 대학병원 선호’···시민 65% 찬성

    ‘순천 시민들은 대학병원 선호’···시민 65% 찬성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단일 통합의대 신설 및 동·서부권에 각각 대학병원 설립 입장을 밝힌 가운데 순천시민들은 ‘순천에 대학병원 설립’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는 목포대에 의대, 순천에 500병상 규모 대학병원을 설립하고 추후 목포에도 작은 규모의 대학병원을 세운다는 ‘1개 통합의대, 2개 대학병원’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8일 순천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남권 의대 설립 관련 인식조사’ 결과 순천시민들은 통합 대학·의과대 본부보다 대학병원 유치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천에 대학병원 유치 응답은 64.8%로 통합 대학교와 의과대 본부를 희망한다는 응답 30.1%의 두 배 이상 지지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도 입장문을 내고 “목포에는 의과대학을 설치해 인재 양성 기반을 마련하고, 순천에는 중증환자 치료를 담당할 대학병원을 우선 설립하는 방안은 어느 한쪽의 승리나 패배가 아니다”며 “순천대에 ‘목포 의대·순천 대학병원’ 절충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실질적인 의료서비스 개선을 가져올 대학병원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순천시도 동부권 시민들의 오랜 염원이자 생명권과 직결된 ‘국립의대 및 대학병원 설립’에 대한 기본 원칙을 제시하며 본격적인 추진 의지를 밝혔다. 시민들이 대학병원을 원하는 이유는 응급·중증환자 치료 등 의료서비스 개선과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의료시설 필요성 등 의료 접근성 개선 때문이다. 현재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전남권의 상급종합병원은 총 3개로 지정돼 있으나 이마저도 광주(전남대학교병원, 조선대학교병원)와 전남 화순(화순전남대병원)으로 광주권 중심에만 편중돼 있다. 이는 이웃한 경남권이 총 8개의 상급종합병원(양산부산대병원, 경상국립대병원 등)을 보유하며 촘촘한 의료망을 구축한 모습과는 비교할 수 없는 취약한 수준이다. 특히 생명이 위독한 중환자와 응급환자의 유출 현황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23년 기준 순천권(순천, 광양, 고흥, 구례, 보성)과 여수시의 경우 중환자실 이용의 각각 8.91%·4.76%가, 응급환자의 경우 각각 11.2%·8.93%가 서울을 비롯한 광주, 수도권 등으로 유출되고 있다. 응급환자나 중증질환자의 경우 치료 가능 병원을 찾아 장시간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고, 이는 지역 의료격차의 대표적인 문제로 꼽힌다. 시는 의과대학 교육 역시 결국 대학병원을 기반으로 이뤄진다는 판단 아래 전남광주인수위 입장을 찬성하고 있다. 정부 방침 및 국가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에서도 국립 의과대학은 500병상 이상 규모의 주교육병원으로 설립돼야 한다. 특히 임상교육본부가 설치되면 의과대학 약 4분의 3이 이곳에 상주해 학습과 실습을 병행하는 의료인력 양성의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훈모 순천시장은 “의료는 정치적 논리가 아닌 오직 ‘시민의 생명’을 중심에 두고 해결해야 하는 생존의 문제다”며 “국립의대 신설 정원 100명 확보 노력과 함께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서 제시된 500병상 이상 대학병원 확보 역시 중요한 과제로 보고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 추미애 “검찰개혁, 예외에 예외 인정은 국민 신뢰에 어긋나는 것”

    추미애 “검찰개혁, 예외에 예외 인정은 국민 신뢰에 어긋나는 것”

    “광주 장윤기 사건, 검찰 보완수사권 빌미 안 돼”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검찰의 보완수사권 유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추 지사는 11일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검찰개혁을 완전히 불가역적으로 완성시키지 못하고 떠나 민주시민들께는 진심으로 미안하다”며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검찰개혁 마지막 9부 능선을 앞두고 흔들리면 안 된다”며 “경찰 수사 전담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없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를 민주헌정을 찬탈한 검찰에 대한 개혁을 미룰 핑계로 삼을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검사의 보완수사요구는 경찰을 통한 간접수사”라며 “아무리 예외를 좁힌다고 하더라도 검사의 직접 수사 허용은 수사 기소 분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현행제도에 의하더라도 공소시효 만료 직전 새로운 증거가 나타날 수 있고 이걸 놓치고 공소시효가 그냥 만료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검사가 무능하니 수사권을 타 기관에게 넘겨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마찬가지로 경찰 수사 시 공소시효 직전 갑자기 발견된 증거로 인해 보완 수사요구와 송치 등의 시간 여유가 없으므로 검찰이 직접 수사해야 한다는 것도 논리 비약”이라고 썼다. 또 “보완 수사를 경찰이 하는 것이지 검찰만이 수사해야 한다는 제도는 다른 나라에는 찾을 수 없다”며 “경찰 간부의 아들 살인사건에 대한 증거 인멸도 이해충돌 회피 의무 결함의 문제이지 수사 기소 분리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원칙에 집중하지 않고 예외에 예외의 시도부터 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에 어긋나는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글을 맺었다.
  • 트럼프, 1600조원 준비했는데…中 “한국 조선업계는 이득 없을 것” 지적한 이유는? [밀리터리+]

    트럼프, 1600조원 준비했는데…中 “한국 조선업계는 이득 없을 것” 지적한 이유는? [밀리터리+]

    미국 정부가 한국 조선업계 역량 파악을 위해 국내 조선 3사(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에 공식 타진한 가운데 중국 관영 언론이 한미 조선 협력에 대한 견제 심기를 드러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10일 논평에서 올 상반기 중국의 선박 수주량은 3100만CGT로 전체의 72%를 차지한 반면 한국의 점유율은 약 20% 수준에 그쳤다고 언급하며 “한국과 미국이 고위급 조선 협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조선 경쟁의 근본 논리는 지정학적 의제에 의해 근본적으로 재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미 국방부와 해군은 최근 국내 조선업체들에 전투함과 급유함에 대한 정보 요청(RFI·Requests for Information)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미 연방조달규정(FAR)에 따르면 RFI는 정부가 계획 수립을 목적으로 가격, 인도 조건, 기타 시장 정보 등을 파악하고자 할 때 밟는 공식 절차다. 일반적으로 RFI는 사업 발주 이전 시장조사의 성격을 띠는 만큼 향후 협력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미 행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한미 조선 협력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실무 단계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으로 이어졌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 군함 10척을 신속하게 건조할 수 있느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중국 관영 언론의 이번 지적은 한미 조선업 협력이 미국 조선업 부흥에 기여해 향후 중국 조선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미 조선 협력, 미국 측 목표에만 부합”글로벌타임스는 한미 양국의 1500억 달러 규모의 마스가 프로젝트 추진을 언급하며 “지정학적 지원과 정치적인 지원이 근본적 산업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한미 조선 협력은 본질적으로 미국의 조선 활성화라는 미국 측 목표에 부합하는 전략적 제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협력은 군사 및 전문 조선 분야에서 문호를 개방할 순 있지만 포화한 부두 규모, 심각한 인력 부족, 치솟는 비용, 제한된 생산 확대 등 한국의 만성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선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미국의 우선순위는 한국의 조선 역량을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구조에 편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매체는 한미 조선 협력이 한국 조선업의 실질적 성과 측면에서 회의적이라고 꼬집으며 한국이 오히려 중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중국과의 합리적 경쟁과 협력 기회를 수용하는 것이 더 실용적”이라며 “과거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조선 강국이 된 것은 자체 시장 개척과 기술 혁신 때문이었다. 오늘날 ‘제2의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정학적 지렛대에 의존하기보다 자국의 해결책과 효율성 향상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600조원 걸렸는데…착실하게 마스가 준비해 온 K조선업중국 관영 언론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며 마스가 프로젝트를 견제해 왔다. 그러나 한국 조선업체들은 착실하게 마스가 프로젝트를 위한 기반을 다져왔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뒤 현지에서 전투함 건조를 위한 라이선스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최대 군함 건조업체인 헌팅턴 잉걸스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삼성중공업도 제너럴 다이내믹스 나스코와 협력 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RFI에 회신하면서 현재 각 사가 미국에서 추진 중인 현지 협력 전략을 함께 소개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코트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해군력 강화를 위해 2024년 말 기준 296척의 함정을 2054년까지 381척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앞으로 30년 동안 총 364척, 연평균 12척의 신규 함정이 필요한 수준이다. 보고서는 “미국 해군이 신규 함정 조달을 위해 2054년까지 투입할 예산은 연평균 300억 달러(한화 약 45조원)로 추산된다”며 “총 1조 750억 달러(약 1600조원)를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 해군 MRO 시장서 활약하는 K조선업한국 조선업계는 현재 미 해군 군함에 대한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도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등은 미 해군 함정정비협약(MSRA) 자격을 획득하고 공식 입찰 자격을 확보했다. 국내 조선사는 도크 가동률이 높고 공기 준수 능력이 뛰어나 미국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할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꼽힌다. 실제로 올해 들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미 해군 MRO 사업을 각각 2건씩 수주했다. 한화오션은 2024년 8월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 정비 사업을 수주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미 해군 MRO 시장 진출에 물꼬를 튼 이후부터 부산·경남 지역 정비업체들과 협력해 각각 부산, 진해에서 정비 작업을 진행해 왔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미 해군 7함대 소속의 4만 1000t급 화물보급함 USNS 리처드 E. 버드함의 정기 정비 사업을 따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조선 경쟁에서 우위를 되찾기 위해 미국 조선산업 재건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 내 조선소만으로는 군함과 상선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숙련 인력 부족과 생산시설 노후화, 긴 건조 기간과 더불어 MRO 인프라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미 미 해군 MRO를 수행하며 기술력을 검증받은 한국 조선업체들은 가장 유력한 협력국으로 거론된다. MRO를 중심으로 한 협력이 확대될 경우 협력 범위가 점차 넓어져 마스가 프로젝트와도 맞닿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MRO에서 축적한 신뢰와 실적이 향후 미국과의 조선 협력 확대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길섶에서] 칵테일파티의 주식

    [길섶에서] 칵테일파티의 주식

    대형마트에서 70대로 보이는 어르신의 통화 내용을 우연히 들었다. ‘삼전닉스’는 괜찮다며 거기에 투자하고 있다고. 모임에서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장기 투자한 지인이 있는데 그 사람이 얼마를 벌었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부러움의 탄성이 더해진다. 전설적인 펀드 매니저 피터 린치가 만든 칵테일파티 이론이 있다. 파티에서 아무도 주식에 관심이 없다가(1단계), 경계하다가(2단계), 종목 추천을 부탁하다가(3단계), 누구나 종목을 추천하고 수익을 자랑하면(4단계) 과열이라는 논리다. 과열 이후는 하락이다. 지금 국내 증시는 3단계인 듯하다. “‘국장’(국내 증시) 탈출은 지능순”이라던 1년 전 자조적 유행어가 무색하다. 우리 증시는 개인투자자 비중과 주식 회전율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다. 삼전닉스는 인공지능(AI) 혁명의 총아다. 한국 사회 특유의 ‘쏠림’ 현상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지금 주식시장에서 나오는 숫자들이 낯설다. AI의 미래는 모르겠지만 종목 분석, ‘빚투’(빚 내서 투자) 자제 등 주식 투자의 기본 원칙은 여전히 유효할 것 같다.
  • [지방시대] BTS 부산 공연이 남긴 숙제

    [지방시대] BTS 부산 공연이 남긴 숙제

    지난 6월 12일과 13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은 보랏빛 함성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방탄소년단(BTS)의 데뷔 13주년을 기념한 이번 공연을 11만명이 직접 관람했고, 공연장 주변은 티켓 없이도 분위기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문화 행사를 넘어 부산의 메가 이벤트 개최 역량을 입증하는 기회였다. 부산시와 자치구군은 이번 공연을 관광객 확대의 기회로 삼으려고 도시 전역 축제화 프로젝트를 벌였다. 아미와 시민이 함께 즐기는 음악 행사로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열린 러브송라운지에 10만여명이 방문했고, 부산항 제1부두에서 열린 미식 축제 ‘포트빌리지 부산’과 광안리해수욕장 드론라이팅쇼에는 각 5만여명이 다녀갔다. 몰려든 인파는 지역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주요 명소에 글로벌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부산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됐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렸지만 별다른 사고 없이 행사가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런 성과 이면에 그림자도 짙었다. 일부 숙박업소의 도를 넘은 ‘바가지요금’과 일방적인 예약 취소 사태다. 평소 십여만원인 하루 숙박비가 백만원이 넘는 수준으로 치솟았고 폭리를 취하려 기존 예약을 일방 취소하고 재판매하는 숙소도 있다는 소식이 연일 전해졌다. 그 탓에 소셜미디어(SNS)에 ‘부산에서는 물 한 병도 사지 않겠다’는 반응이 나오는 등 부산이 다년간 공들여 쌓아 온 관광도시로서의 신뢰와 도시 브랜드가 단숨에 깎이는 뼈아픈 결과를 낳았다. 부산시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숙박 요금 안정화를 위해 추진한 ‘공정 숙박 챌린지’에 지역 종교계, 대학, 민간이 참여해 1800여명의 외국인에게 무료 또는 저렴한 요금으로 숙소를 제공했다. 시민들도 홈스테이에 기꺼이 참여해 방을 내줬다. 하지만 이는 땜질 처방이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BTS 공연 같은 수년에 한 번 찾아오는 행사가 아니라도 매년 가을 부산불꽃축제가 열릴 때면 바가지요금 문제가 불거지는 등 숙소 바가지 논란은 매번 반복됐다. 이럴 때마다 기관과 기업, 시민에게 숙소를 내어 달라고 부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바가지 논란이 반복되는 핵심 원인은 일부 업주의 비양심을 통제할 제도적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수요가 폭발할 때 가격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경제 논리라지만 갑자기 요금을 수십 배 올리는 것은 시장 교란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단속에 나서 봐야 미등록 업소거나 미리 게시한 요금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아니라면 제재 권한이 없다. 이런 제도 공백은 바가지를 방치하고, 양심적인 업주들을 허탈하게 만든다. 늦었지만 다행히 정부가 ‘바가지 안심가격제도’ 도입 등 근절 대책 추진에 나섰다. 숙박업소가 시기별 요금을 신고·게시하고 신고한 요금을 초과해 받으면 영업정지 등 제재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여전히 업소가 요금을 미리 부풀려 게시하면 면죄부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바가지 업소가 추후 짧은 영업정지를 받아도 이미 떠난 관광객에 대한 구제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행사가 있거나 성수기가 되면 바가지 논란은 전국 어디에서든 일어난다. 관광 강국이 되려면 찾아온 이들을 합리적으로 맞이하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번 BTS 부산 공연은 당장 뜯어고쳐야 할 낡은 제도의 민낯을 확인시켜 줬다. 이 숙제를 외면한다면 다음 축제에서도 똑같은 부끄러움을 마주해야 한다. 정철욱 전국부 기자
  • ‘의장 불출마’ 하중환 통 큰 양보…대구시의회 갈등 없이 돛 올렸다

    ‘의장 불출마’ 하중환 통 큰 양보…대구시의회 갈등 없이 돛 올렸다

    제10대 대구시의회가 보기 드문 평화적 원 구성을 마치고 의정활동의 돛을 올렸다. 의장단 선출과 상임위원장, 운영위원장 모두 단 한 표의 반대 없이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성으로 이뤄지면서다. 이를 두고 지역 정치권에선 하중환 운영위원장의 대의를 위한 결단과 물밑 조율이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9일 하 위원장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모든 의원들께서 의회의 화합을 위해 뜻을 모아주신 덕분에 원 구성을 원만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의원님들이 소신껏 의정활동을 펼치실 수 있도록 든든히 뒷받침하고, 소통과 화합의 의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의 최측근이자 시의회 내 최대 계파를 이끄는 하 위원장은 당초 의장 출마가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 시장과 시의회 의장이 같은 지역 출신이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자 의회 내부 갈등과 추경호 시정의 안정적 출발을 위해 불출마라는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 이후 의장 후보들 사이에서 교통정리를 주도하며 막후 조율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 6일 열린 의장단 선거에서 임인환 의장이 의원 36명 만장일치로 선출됐고, 이태손·김재용 부의장 역시 이례적으로 만장일치로 당선됐다. 이어 열린 상임위원장단 선출에서도 류종우 기획행정위원장, 이재숙 문화복지위원장, 박종필 경제환경위원장, 김태우 건설교통위원장, 이성오 교육위원장이 각각 만장일치나 압도적인 찬성으로 뽑혔다. 하 위원장 역시 찬성 35표, 무효 1표로 선출됐다. 과거 의장, 상임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다선 의원 간 경쟁이 과열됐던 모습과는 달리 의원들 사이에서 “고맙다. 수고했다”는 덕담이 오가는 등 훈훈한 모습도 연출됐다. 한 시의원은 “하 위원장이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내려놓고 시의회 내 협치라는 대의를 위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의원들 사이에서도 한 발씩 양보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여야가 한마음으로 큰 반대 없이 원만한 합의를 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소속 정당이 다르더라도 대구 발전이라는 큰 뜻 아래서 시의회 첫 출발만큼은 한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대구시의회에서는 우리가 소수인데도, 하 위원장이 직접 원 구성에 대해 설명하며 협력을 요청했다”고 했다. 하 위원장은 운영위원장 연임이라는 새로운 기록도 썼다. 의회 살림을 도맡으며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운영위원장직을 연임하는 건 이례적이다. 그 배경에는 추 시장과 하 위원장의 각별한 인연이 있다. 하 위원장은 추 시장이 정계에 입문한 2016년 처음 인연을 맺은 뒤 10년 동안 호흡을 맞춰 온 최측근이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추 시장의 선대위 수석대변인으로 활동한 뒤 시장직 인수위원회에서도 대변인을 맡아 소통 창구 역할을 맡았다. 이로써 하 위원장은 시의회와 대구시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며 협력과 견제라는 균형 감각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지방의회 곳곳에서 원 구성을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각자 이익을 양보하고 개인과 여야가 합의를 이뤄낸 모범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 “독일 잠수함 골랐더니 고칠 때도 허락?”…캐나다의 새 고민 [밀리터리+]

    “독일 잠수함 골랐더니 고칠 때도 허락?”…캐나다의 새 고민 [밀리터리+]

    캐나다가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를 차세대 잠수함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정작 자국에서 잠수함을 독자적으로 수리하고 개량할 권한을 얼마나 확보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잠수함을 도입한 뒤에도 핵심 기술 자료와 소프트웨어에 접근하지 못하면 고장 수리와 성능 개량 때마다 독일 업체에 의존할 수 있다는 우려다. 캐나다가 본협상에서 ‘기술 주권’을 구체적인 계약 조건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가 새 과제로 떠올랐다. 8일(현지시간) 캐나다 아시아태평양재단(APFC)의 박선령 동북아 선임연구원은 분석 글에서 캐나다의 TKMS 선택을 단순한 무기 구매가 아닌 수십 년간 이어질 전략적 결정으로 평가했다. 캐나다 정부는 한화오션의 KSS-Ⅲ 배치Ⅱ와 TKMS의 212CD급을 최종 후보로 검토한 끝에 독일안을 골랐다. 캐나다는 한화오션이 내세운 빠른 납기와 폭넓은 산업 협력안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상호운용성과 수명 주기 위험 감소를 더 중시한 것으로 분석됐다. TKMS는 독일·노르웨이와 같은 잠수함 플랫폼을 운용하면 훈련과 정비, 부품 조달, 군수 지원 체계를 공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가동 중인 생산 기반을 활용하면 설계와 도입 위험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한화오션은 2035년 이전에 초기 4척을 공급하고 2043년까지 전체 12척을 인도하는 일정을 제시했다. 캐나다산 철강 사용과 현지 유지·보수·정비(MRO), 위성통신, 인공지능(AI), 우주, 광학·적외선 센서 등을 묶은 산업 협력안도 내놨다. 그러나 캐나다는 공급 속도와 경제적 파급 효과보다 나토 중심의 공동 운용 체계를 우선했다. 박 연구원은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직전에 이뤄진 점에도 주목했다. 캐나다가 동맹 통합과 조달 안정성을 앞세워 독일을 택했다는 것이다. 직접 고치려면 기술자료·소프트웨어부터 받아야 문제는 잠수함을 들여온 뒤다. TKMS는 캐나다에 자국 주도의 훈련과 정비, 군수 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실제로 넘길 기술과 권한의 범위는 확정되지 않았다. 박 연구원은 TKMS가 내세운 ‘주권적 유지 체계’의 실질적 내용을 본협상에서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캐나다가 설계·정비 기술 자료와 핵심 소프트웨어, 성능 개량 권한, 예비 부품 공급망에 충분히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지에 정비 시설을 세워도 결함을 진단하고 부품을 교체할 인력과 자료가 부족하면 실제 작업은 제작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탐지 장비와 무장, 통신 체계를 바꾸려 할 때도 제작사가 소프트웨어나 설계 정보를 통제하면 캐나다가 원하는 시기에 독자적으로 개량하기 어렵다. 캐나다와 TKMS는 앞으로 최종 도입 척수와 사업비, 현지 산업 참여, 기술 이전, 장기 군수 지원 조건을 협상한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최종 계약을 뜻하지 않는 만큼 수리와 개량 권한을 얼마나 명문화하느냐가 핵심이다. 납기도 시험대다. 캐나다는 영국에서 중고로 도입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운용하고 있다. 노후 함정의 퇴역 시점이 다가오는 만큼 신형 잠수함 도입이 늦어지면 전력 공백이 생길 수 있다. TKMS는 첫 잠수함을 2033년에 인도하고 독일·노르웨이의 생산 순서를 조정해 2034년까지 초기 4척을 공급할 수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캐나다가 북극 작전용 장비와 별도 사양을 요구하면 시험과 인증 일정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박 연구원은 기존 생산 체계가 캐나다의 ‘2035년 전력 공백 방지’ 목표를 실제로 맞출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봤다. 빅토리아급 퇴역과 212CD급 전력화 사이의 연결 계획도 구체화해야 한다. 한국엔 다음 수주전의 기준표 이번 분석은 한국 방산에도 의미가 있다. 한화오션은 빠른 납기와 대규모 산업 협력안을 내세우고도 나토 동맹망과 공동 군수 체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앞으로 북미·유럽의 대형 방산 사업에서는 성능과 가격뿐 아니라 현지 정비권, 소프트웨어 접근, 장기 부품 공급, 동맹 간 상호운용성까지 묶어 제안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반대로 이번 수주전에서 쌓은 현지 인지도와 산업 파트너십은 사라지지 않았다. 같은 재단의 비나 나지불라 부회장은 앞서 6일 기고문에서 캐나다가 필요한 방산 기반을 대서양 동맹만으로 구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함정 MRO와 해양 감시, 장갑차, 탄약, 드론·대드론 체계, 사이버, AI 방산 기술, 북극 작전 분야에서 한국과 공동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액화천연가스(LNG)와 우라늄, 수소, 배터리 등 에너지·핵심 광물 협력도 확대 대상으로 꼽았다. 한화오션은 TKMS와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캐나다가 접촉할 수 있는 예비 공급업체로 남았다. 다만 당장의 역전 가능성보다 캐나다가 독일 측에서 가격과 납기, 기술 이전 조건을 끌어내는 협상 카드의 의미가 더 크다. 결국 캐나다는 독일 잠수함을 선택했지만 이를 자국의 전력으로 온전히 운용할 권한까지 확보한 것은 아니다. 한국에는 이번 결과가 끝이 아니라 다음 수주전의 기준표가 됐다.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에 더해 현지 기술 주권과 장기 군수 지원까지 설계해야 나토권 시장의 벽을 넘을 수 있다는 교훈이다.
  • 손배찬 파주시장 “대추벌 성매매 근절 원칙 유지”

    손배찬 파주시장 “대추벌 성매매 근절 원칙 유지”

    손배찬 경기 파주시장이 전임 시정에서 추진해 온 성매매집결지 폐쇄 정책을 유지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집결지 해체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 시장은 9일 시정 업무보고에서 “대추벌 성매매 근절이라는 목표는 흔들림 없는 원칙”이라며 “역대 어느 시장보다 엄격하게 법을 적용해 집결지 해체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파주시는 앞으로 성매매집결지를 기존 명칭인 ‘용주골’ 대신 ‘대추벌’로 표기하기로 했다. 특정 지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줄이고 주민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조치라고 시는 설명했다. 시는 집결지 해체 정책을 기존 방침대로 추진하는 한편, 관련 갈등을 줄이기 위해 공론화 절차도 병행하기로 했다. 공론화 기구를 조속히 구성해 연말까지 1차 결과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손 시장은 최근 제기된 성매매집결지 해체 정책 후퇴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며 허위사실 유포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정책 추진에 참여해 온 공무원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는 근거 없는 주장에 흔들리지 말고 업무 점검 기간인 만큼 차분히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그는 과거 집결지 해체 과정에서 개발 논리가 과도하게 부각됐다는 지적과 관련해 “성매매 근절이라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요소가 있다면 바로잡겠다”며 “집결지의 완전한 해체라는 목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손 시장은 “봉사자와 관계자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관련 부서의 공식 일정과 방침에 따라 활동해야 공무원과 봉사자 모두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주시는 지난 6일 반성매매 시민단체와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법적 절차에 따라 성매매집결지 해체 정책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 박홍근 “세금 연동 교부금 손질” 최교진 “공교육 안전망 훼손”

    박홍근 “세금 연동 교부금 손질” 최교진 “공교육 안전망 훼손”

    박 “매년 교부금 안정성 문제 초래”한정된 재원으로 효율적 집행 제안 최 “학생 줄어 예산 감소 논리 우려”현행 법정 교부율 20.8% 유지 강조영유아·평생교육 투자 확대는 공감 초중고교 교육 예산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의 제도 개편을 놓고 교육부와 기획예산처가 8일 한자리에 모여 맞짱토론을 벌였다. 핵심 쟁점인 ‘내국세 20.79% 연동’ 체계에 대해 기획처는 ‘개편’을, 교육부는 ‘유지’를 주장하며 확연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교육부와 기획처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재정의 새 물길을 열다: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교부금 개편’ 대국민 공개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회는 KTV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1시간 30분 동안 생중계됐다. 먼저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재정 집행의 효율성을 이유로 경직된 내국세의 교육교부금 연동 구조를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연도별 교부금이 급등락하면서 교부금 안정성에 문제를 초래한 사례가 많았다”며 “내국세의 20.79%를 교부하는 현 제도가 지속 가능한지, 한정된 재원을 균형 있게 활용할 방안이 없을지 지켜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초선 의원 시절 내국세 연동률을 22%까지 올리는 법안을 발의했다는 점을 언급한 뒤 “멀리 내다보지 못했다”고 자책하며 개편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교육교부금 연동 구조를 ‘자동이체’에 비유하며 박 장관의 주장을 거들었다. 김 위원은 “학생 수가 줄었고 앞으로 더 줄 것인데 세금이 잘 걷힌다는 이유로 큰 금액을 자동이체하는 것이 국가재정 관점에서 올바른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교육계는 교부금을 줄이거나 내국세 연동 구조를 바꾸는 건 공교육의 안전망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맞받았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교육 환경의 변화 속에서 ‘합리적인 재정 개편’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아이가 줄었으니 예산도 줄어야 한다는 식의 일방적인 경제 논리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20.79% 틀을 기본으로 하고 초과 재정은 고등교육, 영유아 교육, 평생교육으로 넓혀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병력이 감소한다고 국방비를 단순히 줄이지 않듯 학령인구 감소를 교육재정 축소의 직접 근거로 삼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재원에서 총교육비 비중은 4.6%로 주요 선진국 69개국 중 36위이며, 초등학교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42위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 미래교육연구본부장은 “다문화 학생 증가, 특수교육 확대, 학생 정신건강 지원, 디지털 기반 교육 전환 등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교육재정 수요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한섭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2016년부터 2025년까지 학생 수는 14.6% 줄었지만 학급 수는 0.2%밖에 줄지 않았다. 학교 수는 오히려 늘었다”며 “학령인구 감소가 교육 수요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날 양측의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은 ‘고등교육, 영유아 교육, 평생교육에 대한 국가 투자 확대’였다. 유재준 서울대 교수는 안정적인 대학 재원 확보를 위해 내국세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에 의무적으로 배정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제안했다.
  • [단독] 정부 “정유사, 손실 없으면 보상 없다”…가격 조정 ‘이중적 행태’ 철퇴 [강 기자의 세종실록]

    [단독] 정부 “정유사, 손실 없으면 보상 없다”…가격 조정 ‘이중적 행태’ 철퇴 [강 기자의 세종실록]

    전쟁 직후 11일 만에 200원 올리고 종전 직후 11일 만에 20원 ‘찔끔’ 하락 10배 차이…‘2~3주 시차’ 변명 무색 “트럼프 만세, 100원 더” 정유사 기소 정부, 보고 체계 허점 노출… 정비 필요 정유사, 상식 동떨어진 대응·신뢰 파괴 손실 호소 전에 반성·국민에 사과부터 검찰이 6일 발표한 국내 정유사들의 담합 행태는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습니다.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는 우리나라가 전쟁으로 자원 공급망 위기에 직면한 시점에, 이들은 대화방에서 “트럼프 만세”를 외치며 가격 인상을 반겼습니다. 수조원대 이익을 노린 담합은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고 주유소마다 긴 줄을 세웠으며 산업 현장 곳곳을 혼란과 마비에 빠뜨렸습니다. 종전 직후 ‘전광석화’처럼 석유 가격을 끌어올렸던 정유사들은 정작 종전이 공식화된 뒤에는 ‘느림보’처럼 가격을 내리는 데는 한없이 더뎠습니다. 그 모습은 국민의 울화통을 다시 한번 자극했습니다. 정유사들이 가격을 올리고 내리는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담합했을 것이라는 의심은 결국 검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전쟁 직후 주유소에 재고 없다더니 정유사 며칠 후 공급가격 대폭 인상1차 최고가 시행 후에도 가격 인상실제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분석 결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쟁 발발 전날인 2월 27일 ℓ당 1692.58원에서 불과 11일 만인 3월 10일 1906.85원으로 200원(214.37원) 이상 급등했습니다. 일부 지역 주유소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400원 이상 치솟은 곳도 속출했습니다. 같은 기간 경유 가격은 1597.24원에서 휘발유보다 더 비싼 1931.62원으로 300원(334.38원) 넘게 뛰었습니다. 검찰 조사와 업계 취재 결과, 당시 정유사들은 전쟁 직후 주유소에 “공급할 재고가 부족하다”고 통보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공급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하겠다고 알렸습니다. 소비자와 직접 마주하는 최전선에 있던 주유소들은 이런 내부 사정을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비난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시장 지배력을 가진 정유사들의 이런 대응이 반복되면서 지방의 영세 주유소들은 소비자 이탈과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문을 닫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폭등하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고, 산업통상부가 정유사들의 주유소 공급가격을 통제하는 ‘1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3월 13일 이후에도 일부 주유소에서는 수백원대 가격 인상이 이어졌습니다. 최고가격제 시행 이전에 정유사로부터 비싼 가격으로 들여온 재고를 소진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국가적 위기를 ‘한몫 잡을 기회’로 삼아 가격 인상 행렬에 편승한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 부담은 결국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았습니다. 국제유가 배럴당 70달러대 하락에도‘찔끔 인하’ 국내유가 1900~2000원대반면 지난달 17일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상황은 정반대였습니다. 종전 11일 뒤인 6월 28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2009.08원에서 1987.57원으로 21.51원 하락하는 데 그쳤습니다. 경유도 같은 기간 2004.08원에서 1978.49원으로 25.59원 내렸습니다. 전쟁 발발 직후에는 불과 11일 만에 200원 넘게 치솟았던 기름값이, 종전 이후에는 같은 기간 겨우 20원 안팎 내리는 데 그친 것입니다. 상승 속도와 하락 속도가 약 10배 가까이 차이를 보인 셈입니다. 국제유가는 종전 합의와 함께 배럴당 70달러대로 빠르게 안정됐지만 국내 주유소 가격은 달랐습니다. 종전 서명 후 열흘이 지난 지난달 27일 정부가 7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할 당시에도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1996.10원, 경유는 1987.13원으로 여전히 1900원 후반대를 유지했습니다. 국제유가는 빠르게 내려왔지만 국내 기름값은 소수점 단위의 ‘찔끔 인하’만 반복하며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의미 있는 가격 하락은 정부가 7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통해 휘발유·경유·등유 등 전 유종의 공급가격을 ℓ당 150원씩 인하한 이후에야 나타났습니다. 시행 열흘 뒤인 7월 7일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1891.96원, 경유는 1879.13원으로 각각 약 104원, 108원 떨어졌습니다. 정부가 공급가격을 강제로 낮춘 뒤에야 100원 넘는 인하가 이뤄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종전이라는 시장 환경 변화만으로는 가격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았고, 정부의 가격 통제가 이뤄진 뒤에야 비로소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준의 인하가 나타났다는 점은 곱씹어 볼 대목입니다. ‘2~3주 시차’ 반영, 유가 오를 땐 안하고내릴 땐 정석대로? 소비자 불만 쇄도김정관 산업부 장관을 비롯한 산업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네 차례 연속 동결하는 동안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에서 70~80달러대로 떨어졌는데도 국내 기름값이 1900~2000원대를 유지한 이유에 대해 일관된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MOPS)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전쟁으로 인한 ‘리스크 프리미엄’도 평시 5달러 안팎에서 20달러 수준까지 확대돼 국제유가가 75달러라고 해도 실제 도입 원가는 95달러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2~3주간의 시차 반영과 1500원이 넘는 환율도 거론됩니다. 정유업계는 “국제 석유제품을 구매해 국내에 들여오기까지 2~3주의 시차가 발생하고, 1500원대를 웃도는 고환율도 가격 인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해 왔습니다. 국제가격 하락이 곧바로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 어렵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도 있습니다. 전쟁 발발 직후에는 공급가격이 하루 만에 큰 폭으로 인상됐지만, 국제유가가 안정된 뒤에는 ‘2~3주의 시차’가 반복해서 강조됐기 때문입니다. 가격을 올릴 때와 내릴 때 적용되는 속도가 왜 이렇게 다른지 의문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은 이유입니다. 결국 ‘올릴 때는 빠르게, 내릴 때는 천천히’라는 정유사의 이중적 행태를 비판이 나오는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검찰 수사 결과 일부 정유사의 가격 결정 과정에서 담합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런 의심은 더욱 커졌습니다. 검찰은 현재 현대오일뱅크와 가격결정부서 직원 2명을 기소한 상태입니다. 검찰 조사, 손실보상 중요 기준될 듯정유사 “석유제품 기준·기회비용 반영”업계 3조 이상 보상 추정에 정부 ‘냉담’ 정부 “원가 기준으로 손실 여부 결정”“허위 보고·조작 시 과태료·행정처분”“단 檢 조사 최고가격제 시행 이전 내용”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정부는 지난 3월 13일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하면서 정유사들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 국민 세금으로 이를 보전해 주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정유사들이 한국석유공사에 제출한 생산·내수·수출 관련 일일 보고 내용과 내부 관리 자료가 서로 달랐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손실 보전 규모가 과장됐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만큼 정산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꼼꼼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산업부는 “손실이 없으면 보상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복수의 산업부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재판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과 상관없이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과 고시가 정한 대로 원가 기준에 따라 손실 여부를 결정할 것이며, 손실이 확인되지 않으면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산업부는 검찰 수사 자료가 넘어오는 대로 사실관계를 면밀히 검증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검찰이 수사 중인 담합 의혹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전에 발생한 사안인 만큼, “최고가격제 도입 이후에는 정유사 공급가격이 동결돼 이번 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는 향후 정유사 손실보상 심사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서 정유사들은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발생한 손실을 보상해 달라며 국제유가뿐 아니라 수출 시장에서 한국산 정제유에 붙는 프리미엄, 관세, 수입부과금까지 모두 원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를 근거로 최소 3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추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산업부는 정유사가 실제 부담한 ‘제조원가’를 기초로 손실을 따져야 하고 실제 발생하지 않은 기회수익까지 국민 세금으로 손실을 보전해 줄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원가에 기반한 원유 도입가, 생산 비용, 최소한의 마진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이죠. 정부는 손실 보상에 대비해 예비비 4조 2000억원을 편성해 둔 상태입니다. 산업부는 검찰이 확보한 정유사 직원들의 대화방 내용만으로 담합 여부를 판단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입니다. 대신 정유사들이 그동안 정부에 제출한 생산·내수·수출 관련 일일 보고 자료와 내부 자료가 일치하는지, 손실보상을 위해 제출하는 회계자료와 원가 산정 근거가 사실에 부합하는지 등을 손실 정산위원회에서 면밀히 검증할 계획입니다. 실제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거나 제출 자료가 사실과 다를 경우에는 국민 세금으로 보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산업부의 판단입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유사들의 보고 체계 전반을 들여다볼 예정이며 허위 보고나 자료 조작 등이 확인될 경우 과태료 부과나 행정처분 등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검찰 “정유사, 손실보상 아닌 토해내야”담합 최소 14조…부당이익 환수 수조원 예상검찰은 오히려 정유사들이 손실을 보상받을 처지가 아니라, 담합으로 얻은 부당이득을 환수해야 할 규모가 수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전쟁 발발 6일 뒤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일방 통보한 공급가격은 평균 40%가량 급등했습니다. 품목별로는 휘발유 12%, 경유 28%, 등유는 무려 80% 인상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가격 정보를 교환하며 공급가격을 대폭 올렸고, 이후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이에 맞춰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당시 정유 4사는 상당한 규모의 원유 재고를 확보하고 있었던 만큼 원가 상승 압박이 크지 않았는데도, 모든 회사가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동시에 공급가격을 끌어올렸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입니다. 정유사들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국제 석유제품 가격 급등의 수혜를 입으며 약 1조 5000억원의 이른바 ‘전쟁 특수’를 누렸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전쟁 발발 약 2주 뒤부터 국제 가격 상승이 국내 공급가격에 반영됐던 반면, 이번에는 가격 인상 시점이 훨씬 빨랐다는 점에서 검찰은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유사 직원이 대화방에서 “오늘 100원 더 올린다. 올해 2조 벌 듯”이라며 적은 것도 괜히 나온 말이 아니라는 게 검찰 판단입니다. 검찰은 정유사들의 담합이 중동 전쟁 이전인 2024년 7월부터 이어졌으며,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직접 담합 규모만 약 14조 2000억원에 달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에 정유 4사의 가격 인상 효과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26조원 규모의 담합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물론 이 규모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기초한 추산으로 향후 재판 과정에서 다퉈질 사안입니다. 다만 검찰 판단이 법원에서도 인정된다면, 정유사들이 정부에 손실 보상을 요구하는 것과 별개로 담합에 따른 막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신뢰 잃은 정유사, 국민 공감 얻는 노력 필수 정부 검증 체계 미흡…책임 미루지 말아야실제 담합 여부와 규모는 앞으로 재판을 통해 최종 가려질 것입니다. 다만 이번 수사로 그동안 정유사들이 정부와 언론, 국민을 상대로 해온 설명의 신뢰는 크게 흔들렸습니다. 국민들이 정유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차가워진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산업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해제 시점과 관련해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시한인 60일 정도까지는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이 보장되고 원유 공급 불안이 해소되면 언제든 최고가격제를 종료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8차 석유 최고가격제는 4주 뒤인 이달 25일쯤 연장 여부가 결정될 전망입니다. 지난주 첫 회의를 연 손실정산위원회도 8월 말 정유사들이 제출한 손실 산정 자료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심사에 착수합니다. 정유업계는 전쟁 종료와 최고가격제 해제 이후인 하반기에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그러나 국민이 먼저 듣고 싶은 말은 손실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아니라, 위기 때마다 반복돼 온 ‘올릴 때는 빠르게, 내릴 때는 천천히’라는 행태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일 것입니다. 신뢰를 잃은 기업은 아무리 억울함을 호소해도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습니다.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번 사태는 석유 수급 보고 체계의 허점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전쟁 당시 정유사들이 한국석유공사에 제출한 생산·내수·수출 관련 일일 보고는 법적 의무가 아니었고, 제출된 자료에 대한 실질적인 검증 체계도 미흡했습니다. 정부와 한국석유공사가 “매일 들어오는 자료를 어떻게 모두 검증하느냐”며 서로 책임을 미룰 일이 아니라, 국가 에너지 안보를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보고 체계와 검증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할 때입니다. 물론 정유업계의 모든 노력을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쟁 기간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체 원유를 확보하고 새로운 수입선을 찾으려 애쓴 노력은 분명 평가받아야 합니다. 기업의 이익을 위한 판단이었든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한 대응이었든, 위기 속에서 공급망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 것은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자산은 신뢰입니다.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신뢰는 한순간의 거짓 보고와 담합 의혹, 그리고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대응으로 무너질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정유업계에는 윤리와 투명성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정부에는 허술한 관리 체계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그래야 전쟁이 다시 찾아오더라도 국민은 정부와 기업을 믿고 위기를 함께 견딜 수 있을 것입니다. ‘강 기자의 세종실록’은 대한민국 행정의 수도 세종시에서 생산되는 정부 정책과 관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생생하게 보도하는 코너입니다. 세종시에 포진한 각 정부부처가 내놓는 모든 정책이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고, 오늘의 행정이 내일의 역사가 된다는 관점으로 ‘세종 현대사(現代史)’를 기록하겠습니다.
  • 성별·학력·경력 제한 없는 ‘노 스펙’…대전 ‘청년 특별보좌관’ 공모

    성별·학력·경력 제한 없는 ‘노 스펙’…대전 ‘청년 특별보좌관’ 공모

    대전시가 5급 상당 ‘청년 특별보좌관’을 채용한다. 8일 시에 따르면 ‘청년특별시 대전’ 실현을 위한 첫걸음으로, 청년의 시각에서 정책을 평가하고 실효성 있는 시정 발굴 등을 위해 청년 특별보좌관(지방별정직)을 공개 모집한다. 청년 특별보좌관은 청년 도시 대전 실현을 위한 정책 기획과 대전 특화 청년지원사업 발굴, 청년 현장 의견 수렴 및 정책 자문, 청년정책 관련 시장 정책 결정 보좌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채용은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성별·학력·경력 제한 없이 지원할 수 있는 ‘노(NO) 스펙’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고일 기준 25세 이상 39세 이하로, 공고일 전일 현재 대전·세종·충남·충북에 주민등록을 둔 청년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원서는 10~14일까지 대전시 인사혁신담당관 채용팀에 방문 또는 우편으로 접수하면 된다. 채용 절차는 1차 서류전형과 2차 면접시험으로 진행한다. 서류심사는 지원자가 제출한 ‘청년특별시 대전’ 비전 중심의 정책 제안서를 바탕으로 정책의 창의성과 실현 가능성, 청년 문제 이해도 등을 평가해 5배수를 선발한다. 면접에서는 정책 제안서를 토대로 5분간 발표(PPT)하고 정책기획 역량과 논리성, 의사소통 능력 등을 평가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할 예정이다. 채용 기간은 임용일로부터 2년이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청년 특별보좌관은 청년의 시각과 아이디어를 시정에 반영하는, 청년과 행정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며 “청년특별시 대전을 함께 만들어 갈 열정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이광호의 어찌보면] 참된 교육이라는 환상

    [이광호의 어찌보면] 참된 교육이라는 환상

    ‘참’이라는 접두어가 들어가는 말은 하나같이 미심쩍다. ‘참’은 진짜를 뜻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참’과 ‘개’라는 가치 위계를 만든다. ‘참’은 우월한 원형을, ‘개’는 가짜와 열등을 표시한다. ‘참깨’와 ‘개살구’를 비교해 보자. ‘참’이라는 말은 이미 ‘본질’에 대한 규범적 가치를 실어 나른다. ‘참’에 ‘삶·사람·사랑·교육’ 등의 추상명사를 붙이는 순간 그 말의 무게는 이념의 차원으로 한 걸음 더 이동한다. ‘참’은 집단의 교의가 되어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참된 삶’이라고 말하는 순간 무엇이 참된 삶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참’을 선점하면 타자를 ‘거짓’으로 규정하는 권력을 갖는다. ‘~다운’의 표현들, 이를테면 ‘나라다운’, ‘문학다운’ 같은 말들이 공허하고 억압적인 것도 이런 이유와 같다. 이것은 질문 없는 신화화의 과정이다. ‘참교육’이라는 말은 이념적 맥락화에 따라 계속 변형되어 왔다. 1989년 출범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입시 위주 교육을 비판하기 위해 이 말을 처음 사용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보수적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참교육’을 주장했다. 급기야 온라인에서 물리적 힘으로 잘못된 행동을 응징하는 것을 ‘참교육’이라고 부르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참’은 행위의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동원된 수사적 기표에 불과하게 되었다. ‘참교육’ 밈들은 ‘참’의 언어가 어떻게 냉소와 폭력의 기표로 소비되고 있는지를 징후적으로 보여 준다. ‘참’이라는 의미는 내용에 대한 질문과 분리되어 변질과 전도의 과정을 거쳐 온 것이다. 웹툰 원작 드라마 ‘참교육’은 교권의 침해자들을 강력하고 초법적인 폭력으로 응징하는 서사를 통해 ‘참’의 변질된 의미를 더욱 대중화한다. 이 드라마는 무너진 교권을 세우기 위해 교육부가 교권보호국을 만들어 무제한의 폭력을 허용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런 비현실적인 발상을 할 수 있는 밑바탕에는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으로 상징되는 공교육 현실의 참담함이 있다. 드라마가 현실을 정확하게 재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응징의 판타지는 참혹한 현실에서 발생한 일종의 증상이다. 이 드라마는 참담한 공교육 현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불편함과 폭력에 대한 폭력의 응징이라는 쾌감을 동시에 준다. 드라마의 성공적인 대중적 화제성과 장르적 쾌감과는 다른 층위에서 그 판타지의 군사주의적 폭력의 논리를 비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폭력의 정글이 되어 버린 교실에 ‘나화진’이라는 초법적 존재를 투입해 진압한다는 것은 ‘법치’ 바깥의 예외 상태를 통해 그 폭력의 구조를 재생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교육 현실에 대한 분노를 폭력의 카타르시스로 바꾸고 윤리적 정당성을 포장하는 과정에서 은폐되는 질문들이다. 한국적 교육 시스템에 대한 불편한 질문에는 교육의 상업화로 교육자를 도구적인 서비스 공급자로 인식하는 태도, 계급의 대물림을 가져오는 능력주의 이데올로기, 저출생 사회에서 한 아이에게 집중된 욕망과 불평등한 사회구조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교육 현장은 한국 사회의 계급구조와 그 재생산의 문제를 가장 예민하게 반영한다. 교육 문제를 사회와 분리시켜 중립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이유일 것이다. 한나 아렌트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권위란 폭력 없이 복종을 끌어내고, 논증으로도 환원되지 않는 정당하게 인정된 위계라고 말한다. 근대 이후 그 권위가 소멸하고 그 자리에 폭력과 강제가 자리잡는다. 교육에서의 권위란 어른 세대가 아이들을 ‘세계’의 일원으로 자리잡게 하는 책임을 떠맡는 행위다. 교사의 권위는 그의 개인적 뛰어남이 아니라 그가 ‘공동의 세계’를 대표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교육의 권위가 가능하려면 한국 사회가 다음 세대에게 보존하고 전수할 만한 축적된 ‘세계’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교육 시스템의 붕괴는 이 사회적 공동 세계에 대한 믿음이 무너졌다는 것을 뜻한다. 피에르 부르디외 식의 사회학적 비판을 개입시킨다면 새로운 세대에게 전수할 것이 학교의 서열과 계급 질서의 완강함뿐일 때, 사회는 교사에게 위임할 권위 자체가 없는 것이다. 이 경우 교육적인 ‘보존’이란 계급 위계의 재생산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사회에서 기성세대는 다만 무능하거나 위선적인 ‘꼰대’일 뿐이다.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아이들에게 전해줄 ‘세계에 대한 책임’을 한국 사회가 만들 수 있는가 혹은 다음 세대의 새로움이 이 세계를 갱신할 희망의 기획이 가능한가라고 할 수 있다. 아렌트의 문장들을 빌리면, 교육은 우리가 세계에 대한 책임을 떠맡을 만큼 세계를 사랑할지, 아이들이 공동 세계를 갱신할 임무를 감당할 수 있도록 준비시킬 만큼 그들을 사랑할지 결정하는 지점이다. 드라마에는 희생된 교사의 무덤을 찾아가는 애도의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작은 나무가 서 있는 산 위에 자리잡은 무덤은 무너진 교육 시스템과 교권을 상징한다. 그 무덤 앞에서 한 교사의 죽음의 의미는 악마와 같은 학생 가해자를 색출해 응징하는 서사의 소비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 교육의 무덤으로부터 ‘다른 사랑의 시작’을 상상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
  • AI 물결에 MS 4800명 감원… “근로자 훈련·사회적 대화 시급”

    AI 물결에 MS 4800명 감원… “근로자 훈련·사회적 대화 시급”

    인공지능(AI)이 글로벌 노동시장을 빠르게 재편하면서 미국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고용 시장의 AI 대체 불안이 커지면서 국내에서도 AI와 일자리의 공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6일(현지시간) 게임 사업부를 중심으로 전 세계 인력의 2.1%인 48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MS 측은 이번 감원이 “AI로 인한 직접적인 인력 대체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대규모 AI 투자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인력 감축을 병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빅테크의 AI 투자는 올해 7000억 달러(약 1069조원)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메타(전체 인력의 10%), 아마존(1만 6000명)도 감원 정책을 발표했다. 국내 고용시장은 아직까지 구조조정보다 신규 채용 축소로 AI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 대체적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7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개최한 ‘AI와 일자리의 공존’ 세미나에서 길은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생성형 AI가 본격 도입된 2023년 3분기 이후 소프트웨어 개발업과 전문 디자인업에서 20대 후반 고용이 뚜렷하게 줄었다”고 말했다. 단기적인 청년 고용 악화를 넘어 국가 인재 공급망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철희 서울대 교수는 “초급 전문직 등 청년층이 주로 진입하는 일자리부터 AI로 대체되면 실무 경험을 쌓아 고급 인력으로 성장하는 ‘숙련 사다리’가 단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향후 인력 부족이 가장 심각할 분야는 돌봄·운송·음식점 등 저숙련·저임금 업종이지만, AI 기술은 수익성과 인건비 절감 논리에 따라 금융·법률 등 고숙련·고임금 직종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기술 개발 유인이 적은 저임금 직종에도 교육·훈련 정책을 집중해 산업군별 AI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거시적인 관점의 AI 활용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잇따랐다. 길 위원은 “AI가 사람을 대체하는지 여부보다, AI를 활용해 생산성과 국가 경쟁력을 높이면 다른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짚었다. 반면 스테인 브루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임경제학자는 “한국은 AI 활용 지침을 갖춘 기업이 대기업조차 30%에 그치고, 근로자와 AI 도입을 협의하는 기업도 5곳 중 1곳뿐”이라며 “노동생산성을 높일 AI 훈련과 사회적 대화 확대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 전남광주 ‘통합교육’ 청사진…“AI·반도체 고교 세운다”

    전남광주 ‘통합교육’ 청사진…“AI·반도체 고교 세운다”

    전남과 광주의 교육 경계를 허무는 ‘통합교육청’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혁신 정책들이 대거 공개됐다. 여수·순천·광양 등 동부권 교육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과 지역 전략 산업을 결합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하며 지역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교육 백년대계’의 밑그림을 그렸다. K-교육특별시 준비위원회와 여수·순천·광양교육지원청은 7일 오후 광양교육지원청에서 ‘전남광주통합교육청 시대,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다’를 주제로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는 의회, 학계, 산업계, 교육 현장을 아우르는 ‘10인의 정예 전문가 그룹’이 참여해 실효성 높은 정책들을 쏟아냈다. 기조발제에 나선 김진남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의원은 우수 청년들의 수도권 유출을 막기 위한 ‘순천형 교육지산지소’ 원스톱 체계를 제안했다. 순천의 애니메이션·우주항공·국가정원 등 차별화된 미래 자원과 글로컬 대학을 연계해, 지역 인재가 지역에 정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다. 이어 이방현 광양민관산학교육협력위원장은 전남·광주 공동 AI·반도체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설립을 강력히 주장했다. 철강, 수소, 이차전지 등 지역의 핵심 전략 산업과 연계된 미래 인재 양성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생태계 교육 현장의 디지털 전환과 격차 해소를 위한 대안도 구체화됐다. 양승재 순천팔마중 교감은 초·중·고 전 과정을 아우르는 ‘단일 계정 맞춤형 진로·학력 이력 관리(Full-Portfolio) 시스템’ 도입을, 박자영 광양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장은 AI로 지역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광양형 AI 융합 ESG 미래학교’ 프로젝트를 각각 제안했다. 특히 임형석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전남의 소규모 학교와 광주의 과밀학급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소프트웨어 중심 초연결 교육 생태계’를 최종 대안으로 내놨다. 가상 캠퍼스에서 두 지역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듣고, AI 맞춤형 학습 프로그램 구독권을 지급해 교육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자는 구상이다. 지역 특성에 맞춘 실용적 교육 복지 모델도 눈길을 끌었다. 이홍태 순천민관산학교육협력위원장은 작은 학교의 유휴 공간을 거점 돌봄센터로 활용하고, 이를 이동형 ‘에코-에듀 통학버스’로 연결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여수산단 및 수산업 수요 맞춤형 특성화고 개편(김철민 여수시의원) △학교·가정·도서관을 잇는 문해력 교육공동체 플랫폼(정정윤 광양학부모회연합회장) △다자녀 교직원 인사 우대 등 출산·양육 친화적 인사제도(김연태 여수도원초 교사) △동부권 학부모회 연합체 결성(황수지 여수학부모회연합회장) 등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정책들이 건의됐다. 김경범 K-교육특별시 준비위원장은 “이번 포럼은 통합교육청 출범에 맞춰 현장에 즉시 적용 가능한 최고 수준의 정책들을 도출한 뜻깊은 자리”라며 “제안된 과제들을 통합특별시의 핵심 교육 정책으로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 ‘국군사관학교’ 우려 속 발표 임박…‘통합군 성공’ 캐나다 장교는 “기우”라는데 [외안대전]

    ‘국군사관학교’ 우려 속 발표 임박…‘통합군 성공’ 캐나다 장교는 “기우”라는데 [외안대전]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이르면 다음주 중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면서 군 안팎에서는 막판 반대 여론이 거세다. 각 군 정체성과 전문성을 흐리고 이로 인해 우수 인력 유입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취지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사관학교 통합 모델로는 캐나다 왕립사관학교(RMC)가 꼽히는 가운데 RMC 출신 장교는 “캐나다 해군이기에 앞서 캐나다를 지키는 군인 자체로서의 정체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해 육·해·공군 사관학교 생도를 통합 선발하는 개혁 방안을 추진 중이다. 1·2학년은 통합 교육을, 3·4학년은 군별 특화 전공교육을 받도록 한다는 이른바 ‘2+2 네트워크’ 방식을 채택하는 절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를 두고 각 군 내부와 예비역 단체들에서는 반발이 거세다. 가장 큰 논리는 군별 고유의 전문성과 정체성이 희석된다는 것이다. 육군의 지상전, 해군의 해상전, 공군의 항공·우주전의 전장 환경과 무기 체계 등이 완전히 다른 만큼 골격이 형성되는 생도 시절부터 이를 체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2학년을 통합교육으로 돌리면 그만큼 각 군의 전문성 교육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다른 논리는 우수 인력 유입 감소다. 현재 각군 사관학교의 입학 성적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각 군별 매력과 정체성에 따른 것인데 통합 선발하게 되면 인기 분야(공군 조종, 해군 함정 등)를 전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보다 불투명해져 지원 동기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육군 중심의 한국 군 체계와 분위기가 통합사관학교를 통해 더욱 고착화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이 같은 ‘육군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해·공군의 우수한 인재 확보가 장기적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 이전에 대한 반발도 크다. 현재 대전 자운대 등이 유력한 통합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자운대는 국방대학교, 간호사관학교 등이 밀집해 인프라 효율성이 높다는 측면이 있지만 서울 노원구에 있는 육군사관학교가 이전할 경우 수도권 선호도가 높은 우수 교수진과 수험생들의 지원율이 급감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군 내부의 반발과 우려가 거센 가운데 통합 사관학교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해외 선행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캐나다는 1968년 세계 최초로 육·해·공군을 하나로 묶는 ‘통합군’ 개혁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기존 사관학교들을 통폐합해 출범한 캐나다 왕립사관학교는 현재 학교 생활과 학술 교육을 100% 통합해 운영 중이다. 생도들은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일반 대학과 유사한 체계의 전공을 이수하며, 학기 중에는 같은 건물에서 동일한 제복을 입고 생활한다. 군별 전문성 교육은 방학을 활용한다. 1학년 때 통합 군사 기초훈련을 마친 뒤, 2학년 여름방학부터 각 군별 기초훈련을 받는 방식이다. 3·4학년 역시 학기 중에는 통합 교육을 받되, 여름방학 기간에는 전투 특기 등 자신이 선택한 군과 병과에 따라 흩어져 야전 실무 교육에 집중한다. 캐나다 사관학교의 입학 성적은 오히려 올라가는 추세다. 캐나다 사관학교 역시 인구 30만의 아주 크지 않은 구도심에 있지만 이와 별개로 입학 성적은 최근 100점 만점 기준 90~95점으로 과거보다 높아졌고, 합격률도 15% 수준이라고 전해진다. RMC 출신 2년차 해군 전투 장교인 김모 소위는 통합 교육의 최고 장점으로 ‘호흡’을 꼽았다. 김 소위는 “합동 작전을 할 때 제가 배를 타고 나가면 헬기에 탄 친구가 나랑 같이 졸업한 친구다. 어떻게 표현하기 어렵지만 사관학교 시절부터 다져진 호흡 때문에 ‘그냥 잘 맞다’는 느낌이 온다”고 말했다. 그는 효율성도 장점으로 들며 “각군이 각자 건물이 필요 없어 적은 투자로 큰 효율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일각의 전문성과 정체성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임관 후 각군에 돌아가 2년 넘게 매우 세분화 된 전문 훈련을 다시 거쳐야만 과정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군인으로서의 정체성은 ‘자신이 해군이다, 육군이다, 공군이다가 아니라 그냥 군인이다. 나는 캐나다를 지키는 사람의 일원이다’라는 정체성이 중요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캐나다 모델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김 소위는 “캐나다는 합동참모총장 뿐 아니라 주요 보직도 육·해·공이 골고루 돌아가면서 맡게되는 등 각군 간 지위가 평등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북한이라는 주적이 있는 특성상 장교 배출 규모가 캐나다와는 다른 점을 들며 “캐나다는 1년에 임관하는 장교가 500명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있다”며 “그대로 적용하기엔 양국 사정이 많이 다르다”고 했다. 한 군 관계자는 “육·해·공군 장교 후보생이 동일한 교육환경에서 생활하고 훈련받는 과정은 초급 장교 단계부터 합동작전 마인드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는 등 긍정적 측면이 있다”면서도 “서로 다른 군종 문화를 하나의 교육·조직문화로 묶는 과정에서 겪은 내부 갈등 등을 고려하면 통합이 반드시 비용 절감이나 조직의 효율성으로 직결되진 않는다”고 제언했다.
  • [사설] 수사 기간·인력 늘리자는 2차 특검, 민생 수사는 손놓나

    [사설] 수사 기간·인력 늘리자는 2차 특검, 민생 수사는 손놓나

    2차 종합특검이 수사 기간을 30일 더 늘리고 검사 등 공무원을 20명 더 파견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공소 유지 변호사’도 도입하자는 이상한 요구도 덧붙였다. 특검법이 정한 수사 기간 최대치(150일)를 거의 다 쓰자 아예 법을 고쳐 달라는 것이다. 2차 특검은 지난 2월 출범할 때부터 무용론이 나왔다. 이미 내란·김건희·순직해병 등 3대 특검이 탈탈 털어 더이상 나올 게 없을 거라는 지적이었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밀어붙였다. 아니나 다를까 2차 특검의 성적은 초라하다. 지난 4개월여 동안 영장을 청구한 11명 중 절반도 안 되는 5명을 구속하는 데 그쳤다. 내란 특검이 무혐의로 판단한 전 합참의장, 전 국정원 1차장, 전 수방사 1경비단장, 국민의힘 의원 4명 등을 입건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2차 특검이 실적을 위해 억지로 죄를 쥐어짜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계엄 당시의 상황을 증언할 예정이었던 전현직 군인들이 2차 특검에서 피의자로 입건되자 “수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증언을 거부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공소유지 변호사 지정 요구는 공소 제기와 유지는 검사가 한다는 형사소송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위헌 소지도 있다. 파견 검사들이 특검 지휘부의 무리한 요구에 따르지 않을까 봐 친여권 성향 변호사를 통해 공소 유지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2차 특검은 파견 검사 정원도 15명에서 25명으로 늘려 달라고 했다. 현재 5개 특검과 각종 합동수사본부에 파견 중인 검사가 80여명인 데다 선관위특검, 조작기소특검 등도 줄줄이 예고돼 있다. 검사들의 무더기 사직으로 검찰 미제 사건이 10만건이 쌓였는데, 정치적 특검으로 검사들을 줄줄이 빼가면 시급한 민생 수사는 누가 하란 말인가. 오는 10월 검찰청을 없애 검사들의 힘을 빼겠다면서 특검을 계속해 검사를 활용하는 것은 대체 무슨 논리인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로 비친다.
  • [이근화의 말하자면] 도덕과 윤리

    [이근화의 말하자면] 도덕과 윤리

    “예란 실천하는 것이요, 의의 실현이다.”(禮者, 履也, 義之實也·‘예기’ 제의편) 초여름인데 아침부터 볕이 강했다. 정류장에 선 사람들은 저마다 손차양을 만들고 한 방향으로 서 있었다. 광역버스 내 입석 금지 이후 줄서기는 더 엄격해졌다. 안내라인을 따라 줄이 이어지고, 가끔 그 질서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 버스를 향해 달려들었다가 주변의 시선에 움찔하며 줄 끝으로 물러나는 모습도 본다. 서로 촘촘히 붙어 선 사람들 사이에는 암묵적 합의가 있다. 질서를 흔드는 사람을 함부로 끼워 주지 않는다. 오늘 아침 그 합의가 시험대에 올랐다. 출근길 정체가 심한지 버스는 좀처럼 오지 않았고 대기 줄은 점점 길어졌다. 할머니 한 분이 앞줄에 선 여학생에게 다가가 버스 번호를 대며 여기가 그 줄이 맞느냐고 물었다. 여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저 끝으로 가서 서야 한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할머니는 물러나지 않고 여학생 옆에 바짝 붙어 섰다. 뒤에 있던 남학생이 다시 한번 뒤로 가서 줄 서시라고 말했지만, 할머니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바로 뒤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결국 할머니에게 내 자리를 양보했다. 대단한 배려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예의범절을 지키려던 생각도 아니었다. 새치기를 둘러싼 팽팽한 긴장 속에서, 내가 가장 약한 고리였을 뿐이다. 할머니는 짐을 들고 있었고, 허리가 구부정했으며, 머리가 허옜다. 나도 내 부모에게 살갑고 친절한 자식은 못 되지만 부모님 생각이 났다. 그분들이 저 할머니처럼 행동한다면, 그리고 누구도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면 그 매몰참이 견디기 힘들 것 같았다. 할머니의 태도는 사실 좀 봐 달라는 말이었는데, 젊은이들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지쳤을 학생들의 그 젊고 정확한 원칙이 나는 불편했다. 누군가 할머니를 끼워 주길 바랐지만, 끝내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나는 자리를 내준 뒤 줄 맨 끝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생각했다. 요즘 들어 가장 잘한 일이라고. 언젠가 내 아이들도 같은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나이가 들면 뇌는 물리적으로 늙고, 감정은 여려지고, 고집은 오히려 세진다. 노인은 종종 아이와 같은 상태가 되어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 맑은 정신으로 반듯하게 늙고 싶다는 바람과 달리, 고생을 많이 한 노인일수록 그렇게 늙기는 어렵다. 인간관계나 세대 격차를 가지런한 논리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젊고 건강한 이들이 조금 져 줬으면 한다. 어른들이 분위기 파악 못하여 어리둥절하고, 다소 막무가내로 규칙을 깨고, 사정을 이해하지 못한 채 엉뚱하게 행동하더라도 말이다. 질서를 지키는 일 그 자체가 도덕적인 것은 아니다. 그날 학생들이 지킨 것은 규칙의 준수였지 윤리적 태도는 아니었다. 윤리의 핵심은 도덕적 규범을 따르는 데 있지 않고, 상황에 맞는 실천과 상대방 처지에 대한 공감에 있기 때문이다.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는 것이 인간의 윤리다. 젊은이들이 더 높은 수준의 사회적 윤리를 생각하기를 바란다. 이근화 시인
  • [기고] 교육은 도시를 선택하는 이유가 된다

    [기고] 교육은 도시를 선택하는 이유가 된다

    요즘 젊은 부모들이 집을 선택할 때 가장 깊이 고민하는 질문이 있다. ‘아이를 키우려면 어느 도시에 살아야 할까?’ 교통과 주거, 생활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마지막에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교육이다. 좋은 교육 환경은 한 아이의 미래를 바꾸고, 한 가족이 머무는 이유가 되며, 도시의 경쟁력까지 높인다. 강동은 지금 새로운 전환점 위에 서 있다. 한강과 고덕천, 일자산과 길동생태공원으로 이어지는 자연은 강동의 일상에 여유를 더한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아이와 산책하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도심 속에서도 숨 쉴 수 있는 생활 환경은 강동이 가진 큰 매력이다. 여기에 재건축·재개발로 주거 환경이 새롭게 정비되고 생활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강동은 머물고 싶은 도시이자 아이를 키우며 정착하고 싶은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젊은 가족 세대의 유입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잘 보여 준다. 이 변화가 일시적인 인구 증가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아이를 믿고 키울 수 있는 교육 기반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강동구가 ‘교육으로 선택받는 도시’를 목표로 삼은 이유다. 교육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일상화한 시대에는 지식을 많이 외우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며,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힘이 필요하다.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능력, 비판적 사고력과 의사소통 능력이 미래 인재의 핵심 역량이 되고 있다. 강동구가 서울시 최초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 교육국제화특구 지정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IB 교육은 토론과 발표, 서술형 평가, 프로젝트형 학습을 통해 학생의 사고력과 탐구 역량을 키우는 국제 공인 교육과정이다. 강동구는 구청장 직속 추진단을 구성하고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특구 지정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관내 초·중학교 48개교의 여건과 수요도 살피며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이미 ‘더 베스트 강동 교육벨트’를 운영하고 있다.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에 대응해 교육청과 대학, 학교가 함께 학교별 특화 교육과정을 강화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7개 대학, 올해 18개 대학과 협력체계를 구축했고 생성형 AI, 스포츠 융합, 정보 기반 로봇 캠프, 심리·교과 융합과정 등 다양한 미래형 교육과정을 학교 현장에 도입했다. 넓어진 배움은 학생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더 베스트 강동 교육벨트가 고등학교의 진로·진학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이라면 IB 교육국제화특구는 초·중등 단계부터 사고력과 탐구 역량을 키우는 정책이다. 두 사업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이어지는 강동형 미래교육 로드맵이다. 강동은 이미 형성된 사교육 인프라를 따라가는 도시가 아니라 공교육 안에서 미래형 교육 모델을 만들어 가는 도시가 되고자 한다. 교육의 성과는 하루아침에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 교실에서 피어난 작은 질문 하나가 아이의 꿈이 되고, 그 꿈이 자라 강동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강동에서 자란 아이들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 당당히 자신의 길을 걷고, 언젠가 “내가 꿈을 키운 곳이 강동이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교육 때문에 강동을 선택하고, 교육 때문에 강동에 머무는 도시를 만들겠다. 이수희 서울 강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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