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논리
    2026-07-31
    검색기록 지우기
  • 독방
    2026-07-3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6,996
  • “피 한 방울의 진정성… 제주 4·3 아픔 기억하고 치유하는 일”

    “피 한 방울의 진정성… 제주 4·3 아픔 기억하고 치유하는 일”

    수장·행방불명 등 가슴에 뭉친 恨8촌 피까지 검사… 절대 포기 못 해채혈 과정서 기억 나누고 서로 위로유해 421구 가운데 154명 신원 확인70년 이상 묻힌 뼈, DNA 훼손 심각오염 제거하는 과정만 6개월 소요혈연관계 많아 신원 확인에 어려움“국가 폭력에 대한 문제 깊이 생각”“아버지를 70여 년 동안 찾지 못했습니다. 포기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손자들의 피 한 방울이 결국 아버지를 찾아줬습니다.” 1949년 10월 트럭에 실려 정뜨르비행장(현 제주공항)으로 끌려간 뒤 행방불명된 고 송태우씨. 그의 유해는 2007년 제주공항 발굴 작업에서 수습됐고 최근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이 확인됐다. 지난 2월 신원보고회에서 아들인 송승문 전 제주4·3유족회장은 눈시울을 붉히며 신원 확인 작업의 중심에 있는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연구팀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제주공항에서 발굴된 유해 421구 중 154명의 신원을 확인한 이숭덕·조소희 교수를 지난 12일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에서 만났다. 두 교수는 “유전자 감식은 사회가 과거를 기억하고 치유하는 과정”이라며 “핏줄을 찾는 일은 유족에게 일종의 의식이자 힐링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신원 확인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사람은. 이 교수 “우리에게 감사 인사를 건넨 송 회장이다. 2008~2009년 제주공항 유해 발굴 때부터 아버지를 찾으려는 마음이 간절했다.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 나오듯) 바다에 수장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마도까지 가서 위령제를 지내고 올 정도였다.” 조 교수 “재미 제주도민회(뉴욕) 이한진 회장도 기억에 남는다. 타국에서 고향을 그리며 살아오다가 한국에 잠시 왔을 때 유가족 채혈에 참여했는데 기적적으로 단 한 번의 검사로 작은 형님의 유해가 확인됐다. 4·3 당시 어머니와 누님을 잃었고 형제들도 군법 회의와 사형으로 행방불명된 사연이 가슴 아팠다.” -제주4·3 유족에게 채혈은 어떤 의미일까. 이 교수 “단순한 DNA 검사가 아니라 치유의 의식과 같다. 피를 뽑으며 가슴에 맺힌 한을 조금씩 풀어내고 그 과정에서 기억을 나누고 서로 공감한다. 어떤 분들은 이미 채혈했는데도 다시 오기도 한다. 어쩌면 찾을 확률이 ‘0’이라는 슬픈 예감에도 그만큼 찾고 싶은 마음을 나누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유족들도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지금이라도 더 많은 채혈이 이뤄져야 한다.” 조 교수 “신원 확인할 때 ‘유가족 몇 명이면 된다’고 단순하게 계산할 수 없다. 형제라도 유전자 공유 확률이 25~75%로 다르다. 뼈에서 DNA를 추출하는 작업도 일반 친자 검사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현재 8촌의 채혈까지 기다리고 있다. 포기할 수 없다. 포기해서도 안 된다.” -154명의 신원을 확인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이 교수 “내 청춘(웃음)을 다 바쳤다. 뼈 유전자는 손이 정말 많이 간다. 기술도 계속 발전하지만 작업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유전자 감식 방식도 변화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조 교수 “그동안 표준화된 단일염기반복(STR) 방식이 주로 사용됐다. STR은 유전자 특정 구간의 반복 횟수를 비교하는 것이라 DNA 길이가 충분해야 한다. 유해처럼 DNA가 분해돼 짧아진 경우에는 분석이 어려울 수 있다. 반면 단일염기다형성(SNP) 방식은 특정 부분 유전자의 종류가 다른 걸 보는 방법으로 DNA가 훼손된 상태에서도 분석 가능성이 높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은 STR과 SNP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신기술로 길이가 짧은 DNA에서도 더 많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교수 “요즘 새로운 분석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며 직계 가족이 줄어들면서 삼촌·조손 관계보다 더 먼 친족을 확인해야 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SNP 검사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법원에서 쓰고 있지만 4·3 유해 신원 확인에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검증 단계가 되면 제주도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유해 신원 확인이 미국 등 해외보다 어려운 이유는. 이 교수 “기록 부족이 큰 문제다. 미국은 전쟁 실종자라도 사망 장소와 가족 관계 기록이 비교적 정확하다. 하지만 4·3은 기록이 거의 없다. 게다가 제주에는 같은 성씨와 혈연관계가 많아 유전자 패턴이 비슷하게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 교수 “70년 넘게 땅속에 있던 뼈는 DNA가 심하게 훼손된 상태다. 박테리아나 습기 때문에 유전자가 잘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뼈 표면을 갈아내고 오염을 제거하는 과정만도 6개월 이상 소요된다.” -스스로에게 4·3이란 어떤 의미인가. 이 교수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세상을 다시 깨우치게 한 사건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가 곧 국민이고 국민이 곧 국가인데 국가가 이래도 되는 건가 하고, 황망해질 때가 많다.” 조 교수 “제주를 여행지로만 생각했는데 정방폭포를 그냥 보지 않게 됐다. 비극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장소에서 역사를 다시 보게 되고 이 일의 무게와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되는 것 같다. 슬픔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피해자가 가해자처럼 숨는, 제주인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울컥한다.” -4·3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진정성 또는 사명감인 것 같다. 이 교수 “국가 폭력이라는 문제를 깊이 생각하게 됐다. 유해를 찾는 일도 중요하지만 폭력의 그때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사회가 기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람을 찾는 단기 성과에 집착하면 안 된다. 돌아가신 희생자를 욕 먹이는 것과 같다.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될 때 국가가, 국민은 무엇을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때 희생된 숫자를 다시 소환해야 한다.”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가 확정한 희생자 수는 1만 5225명이다. 이 가운데 수형인은 4500여명이다. 384명이 사형을 당했고 322명은 옥중 사망했다. 행방불명은 4078명(도내 2173명·도외 1905명)에 달한다. 제주4·3은 제주만의 사건이 아니다. 두 교수는 모두 감정보다 논리가 앞서는 ‘T사고형’(MBTI)인데 신원 보고회에 눈물을 글썽였다. 70년 넘게 잠들어 있는 희생자 이름을 더 많이 찾지 못해,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지 못해 너무 미안해서 흘리는 눈물이었다.
  • 기초연금 ‘하후상박’ 시동… 형평성·재정·연금 충돌 ‘삼중 과제’

    기초연금 ‘하후상박’ 시동… 형평성·재정·연금 충돌 ‘삼중 과제’

    지급 기준 ‘소득 하위 70%’ 놔두고 급여만 올리면 재정 부담 수직 상승“중위 48%, 월 123만원으로 낮추고65세 진입 세대부터 적용” 목소리기초연금 40만원으로 인상되면국민연금 가입 유인 약화될 우려부부 감액 20% →10%로 바꿀 경우극빈곤층보다 더 받는 ‘역전 현상’“기초연금 받으면 생계급여가 줄어‘줬다 뺏는’ 구조부터 손질” 지적도 이재명 대통령이 기초연금의 ‘하후상박’ 개편을 언급하면서 노후소득 보장 체계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노인 빈곤 완화라는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설계 단계로 들어가면 형평성과 재정 지속성, 국민연금과의 정합성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기초연금 개편은 단순한 급여 조정이 아니라 사회 노후보장 체계 전반의 구조를 다시 짜는 문제라는 점에서 논의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쟁점의 출발점은 하후상박의 구현 방식이다. 현재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 이하’에 해당하면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동일 금액을 지급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기존 수급 기준은 유지하되 빈곤 노인에게 급여를 더 얹어주는 방식을 제안했다. 말 그대로 ‘아래를 더 두텁게’ 하는 방식이다. 당장 체감할 수 있는 빈곤 완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매력은 크지만, 수급 범위를 유지한 채 급여만 올리면 재정 부담이 수직 상승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개편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하위 70%’라는 기준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29일 “현시점에서 수급 대상을 줄이자는 논의를 공개적으로 꺼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범위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웨덴과 핀란드 역시 과거 보편적 기초연금을 운용했지만, 현재는 재정 통제와 빈곤 완화 효율성을 고려해 저소득층 중심의 최저 보장 체계로 전환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지급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의 약 48% 수준(최저생계비의 150%), 즉 월 소득인정액 약 123만 원으로 낮출 것을 제안했다. 현재 선정기준액(월 247만 원)은 중위소득의 96%에 해당해 사실상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구조다. 이를 조정하면 수급 범위는 하위 70%에서 실질적 빈곤층인 30~40%대로 압축된다. 대상은 좁히되 지원은 두텁게 해 정책 효율을 높이자는 취지다. 문제는 제도 전환 방식이다. 이미 기초연금을 받는 수급자를 소급해 제외할 경우 제도 신뢰를 흔들고 정치적 저항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윤 위원은 기존 수급자의 권리는 보호하되, 일정 시점 이후 65세에 진입하는 세대부터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세대 간 이행 전략’을 제시했다. 제도 변화의 충격을 줄이면서 연착륙을 유도하자는 구상이다. 국민연금과의 관계도 핵심 변수다. 기초연금이 빈곤층 중심으로 강화될수록 국민연금과의 격차는 줄어든다. 예컨대 기초연금이 40만 원 수준으로 인상될 경우 국민연금 월평균 수급액(약 70만 원)과의 차이가 지금보다 더 좁혀지는데, 이는 국민연금 가입 유인을 약화할 수 있다. 보험료를 성실히 낸 가입자와 그렇지 않은 이들 간의 수령액 차이가 줄어들면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연금연구원 조사에서도 이런 경향이 확인된다. 기초연금이 40만 원일 때 국민연금 가입 중단 의향은 33.4%였고, 50만 원으로 높아지면 46.3%까지 치솟았다. 윤 위원은 “증액분을 전액 현금으로 주기보다 주거·식품 바우처 등 현물성 지원과 결합해 국민연금과의 충돌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오 대표는 이러한 우려가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반박한다. 그는 “국민연금은 의무가입 제도인 데다, 기초연금을 받기 위해 젊은 시절부터 국민연금 가입을 포기하고 스스로 빈곤 노인이 되겠다는 전제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가입 회피 논란의 핵심을 ‘실제 이탈’이 아니라 ‘심리적 박탈감’으로 본다. “내가 낸 보험료보다 다른 사람이 받는 세금 혜택이 더 크게 느껴질 때 생기는 억울함을 해소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며 “나보다 어려운 이웃의 노후를 사회가 함께 책임진다는 공존과 연대의 인식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부 감액 축소 문제 역시 복지 체계 전반의 정합성 측면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기초연금은 부부가 함께 살면 생활비가 절감된다는 ‘규모의 경제’ 논리에 따라 각각의 연금액을 20% 감액한다. 정부는 이를 2030년까지 10%로 단계적으로 낮출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기존 복지 제도의 설계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인 가구의 필수 지출은 1인 가구의 약 1.6배 수준이며, 이에 맞춰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도 1인 가구 대비 1.64배로 설계돼 있다. 감액률이 10%까지 낮아질 경우 부부 수급액은 1인 가구의 약 1.8배 수준까지 올라간다. 극빈곤층 부부 가구가 1.64배를 받는 상황에서 기초연금 수급 부부가 더 많은 급여를 받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셈이다. 다른 복지 제도와 비교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수의 복지국가에서도 부부 감액 제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는 기초연금을 받으면 그만큼 생계급여가 줄어드는 구조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초생활수급 노인 중 기초연금을 동시에 받는 67만 5596명의 99.9%가 생계급여 감액을 겪었다. 오 대표는 “기초연금이 올라도 생계급여가 그만큼 줄어든다면 정책 효과는 사라진다”며 “하후상박의 취지를 살리려면 이 구조부터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칸트 앞, 이란 전쟁과 평화[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칸트 앞, 이란 전쟁과 평화[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진보 표방 국내 660개 시민단체“美의 이란 침공은 국가 테러” 규정이란의 까다로운 현실 평가 있었나전제 군주의 통제되지 않는 권력자국민 수만명 학살과 타국 침략다른 한편의 문제에 눈감은 비판선뜻 동의하기 힘든 부분도 있어영원한 평화, 그 너머 실현 위해보다 정직한 양눈의 현실을 봐야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미국의 정밀타격에 의해 사망했습니다. 한 주권 국가의 지도자가 자국에서 외국 군대에 의해 살해당한 겁니다. 유엔헌장을 정면으로 위반한 미국의 침공 행위를 강력히 규탄합니다. 명백한 국가 테러리즘입니다.” 지난 3월 1일 조국혁신당에서 발표한 논평의 한 문장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군사 작전을 통해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폭격하자 그것을 유엔헌장에 위배되는 ‘국가 테러리즘’으로 규정하며 비판한 것이다. 미국·이스라엘의 폭격은 선전 포고 없이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전쟁 행위다. 그것만으로도 도덕적 비난의 여지는 충분하다. 인공지능(AI)까지 동원한 초정밀 스마트 폭격으로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는 하나 무고한 인명 피해도 이미 발생한 상태. 이란이 카타르나 아랍에미리트(UAE) 등 미군 기지가 주둔하고 있는 국가들을 향해 보복 공격을 감행하고,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3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전쟁의 피해는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원유와 천연가스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전쟁의 여파가 국민의 생활에 와닿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 25일부터 우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차량 5부제를 실시하고 있다. 시민들에게도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을 요청한 상태다. 비닐봉지의 원료인 나프타 부족으로 쓰레기 종량제 봉투가 생산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면서 때아닌 품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불과 한 달 만에 세상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지난 24일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660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범진보 세력의 입장은 분명하다. 이 전쟁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략 행위이며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는 것도 옳지 않다. 전쟁은 나쁘다. 시작하지 말아야 하며 이미 벌어졌다면 빨리 끝내야 한다. 이 원론적 입장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국제정치는 냉혹한 힘의 논리가 작동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엔헌장을 근거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대목은 더욱 의아하다. 이란 역시 유엔에 의해 제재를 받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보다 깊고 진지한, 근본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전쟁은 모든 이의 고민거리다. 철학자도 예외는 아니다. 이마누엘 칸트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살던 18세기 후반의 유럽은 격동의 시대였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혁명이 국경을 넘고 있었다. ‘왕의 목을 자른 나라’ 프랑스에 맞서 주변의 왕국들이 연합 전선을 형성했다. 이른바 ‘프랑스 혁명 전쟁’의 시작이었다. 프랑스 혁명을 전후한 시기, 수많은 철학자가 전쟁과 평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울리엄 펜, 아베 드 생피에르, 장 자크 루소 등이 평화에 대한 구상을 내놓았다. 칸트 역시 그 흐름 속에서 바젤 평화 조약 직후 ‘영구평화론’(Zum ewigen Frieden)을 집필·발표했다. 1795년의 일이었다. 칸트의 목표는 원대했다. 다른 철학자들은 그저 지역적인 평화, 일시적인 평화를 얻는 방법을 고민했을 뿐이라고 봤다. 반면 칸트는 단지 전쟁을 하지 않는 상태에 지나지 않는 평화라면 그것은 진정한 평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영원히 전쟁을 하지 않는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 평화 조약만이 진정한 평화 조약으로서 의미를 지닌다고 봤다. 평화에 대한 칸트의 짧은 논문이 ‘영구’ 평화론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유다. ‘영구평화론’은 6개의 예비 조항과 3개의 확정 조항 그리고 두 개의 추가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추가 조항은 영구 평화를 보증하는 방법, 두 번째 추가 조항은 영구 평화를 위한 비밀 조항이다. 이러한 구성은 마치 실제 평화 조약을 연상케 한다. 현실의 불완전한 평화 조약을 패러디한 것이다. 흔히 딱딱하고 근엄한 철학자로만 여겨지는 칸트의 재기발랄한 글쓰기 전략이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자. 예비 조항 6개 항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전쟁의 여지를 남기는 조약은 평화 조약으로 여기지 말 것. (2) 어떤 국가도 타국의 소유로 전락시키지 말 것. (3) 상비군을 조만간 완전히 폐기할 것. (4) 대외 분쟁을 위한 국채 발행을 금지할 것. (5) 타국의 체제와 통치에 폭력으로 간섭하지 말 것. (6) 설령 전쟁을 하더라도 암살, 독살, 항복 조약 파기, 적국의 반역 선동 등 상호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를 하지 말 것. 일단 전 세계의 모든 국가가 이 예비 조항에 가입하고 실천한다면, 이제 그 위에 세 가지의 확정 조항이 도입되고 영원한 평화가 현실화된다. 첫째, 모든 국가의 시민적 정치 체제는 공화정이어야 한다. 둘째, 국제법은 자유로운 국가들의 연방 체제에 기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셋째, 세계 시민법은 보편적 우호의 조건들에 국한되어야 한다. 실로 완전한 평화 기획이다. 일단 문명 국가들이 모두 시민적 공화정으로 탈바꿈한 후 국제 연방 체제를 형성해 상호 간의 전쟁을 막고, 18세기 현재 미개척 상태이거나 식민지인 나라들도 우호적인 세계 시민법으로 포용해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뜻이니 말이다. 칸트의 시야는 단지 유럽 국가들 사이의 전쟁 종식을 넘어서고 있었다. 식민지 수탈과 원주민 학대를 종식하고 주권 국가를 수립해 전 세계가 시민 공화정의 연맹을 이루는 꿈을 제시한 것이다. 이상주의적인 기획인가? 물론 그렇다. 비현실적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상적이기 때문에 더욱 현실적이다. 칸트는 자신 있게 말한다. “영원한 평화를 보증해 주는 것은 참으로 위대한 예술가인 자연이다.” 전쟁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속의 갈등을 겪는 인류는 언젠가 국가 간에도 공법적이고 합법적인 질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고, 보다 나은 체제를 스스로 건설하게 된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인류는 그 방향으로 조금씩 전진해 왔다. 예비 조항 중 특히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이는 6번 항목의 경우마저 그렇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국가들은 서로를 향해 독가스를 뿌렸다. 2차 세계대전은 적국의 도시를 융단폭격해 수십만 명의 사망자를 내고 심지어 원자폭탄을 투하하는 참상까지 이어졌다. 인류는 스스로의 모습에 넌더리를 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1949년 제네바 협약을 통해 설령 전쟁을 치르는 중이어도 부상자와 병자를 보호하며 전쟁 포로마저 인도적으로 대우하고 보호하는 협약을 마련하고 총 197개국이 가입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비록 느리지만 천천히 칸트의 이상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칸트의 꿈이 완전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꼭 실현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세계 모든 나라가 시민 공화국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전제 군주나 그 외 통제되지 않는 권력이 군대를 손에 쥐고 있는 한 그들의 이익을 위해 무고한 생명을 희생하고 타국을 침략하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까다로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란은 ‘이슬람 공화국’이다. 대선과 총선을 치르지만 실제로는 율법학자들에 의해 나라가 운영된다. 정규군도 아닌 혁명수비대가 무력을 독점하며 걸프 국가를 향해 미사일을 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등 군사 작전을 수행한다. 지난 1월 중순 자국민 수만 명을 학살한 것 역시 혁명수비대의 소행이다. 칸트가 비판하고 있는, 시민 공화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18세기적 ‘상비군’인 셈이다. 외국이 어떤 나라의 체제를 무력으로 전복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 하지만 어떤 나라가 시민 공화국이 아닌 채로 남아서 시민의 주권적 통제를 받지 않는 상비군을 유지하며 주변국과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 역시 영원한 평화로 향한 여정의 걸림돌이다.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과 시민단체가 한쪽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다른 한편의 문제에 애써 눈을 감는 모습을 보며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다. 영원한 평화,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보다 더 정직한 현실주의적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 아내 강간·고문한 ‘인간 병기’ 군인들…“군에서 배운 학대 기술, 가정에 적용” [핫이슈]

    아내 강간·고문한 ‘인간 병기’ 군인들…“군에서 배운 학대 기술, 가정에 적용” [핫이슈]

    적과 무장 충돌에 대비한 ‘살인 훈련’을 받은 영국의 고위급 정예 부대원들이 아내나 여자친구를 상대로 전투 기술을 동원한 성폭행·폭행을 저질렀으며 국가가 피해자들을 보호할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2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가정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민간 단체인 서바이버 패밀리 네트워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유사시 적을 살해하도록 훈련받은 군인들이 무자비한 훈련 기술을 아내와 연인에게 휘두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보고서에 실린 52건의 사례는 ‘살인 훈련’을 받은 정예 부대원들이 피해자에게 목 조르기나 구속 등 군사 기법을 이용한 고문, 강간, 전투 무기로 위협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심지어 함께 키우던 반려동물까지 학대해 영구 장애를 입힌 사례도 있었다. 정예 부대 소속의 군인 남편으로부터 극심한 학대를 받은 한 여성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 그는 단체 측에 “남편이 현관문에 사제 폭발 장치를 설치하겠다고 위협했다. 전투용 칼과 원격 감지기를 집으로 가져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여성은 특수부대 소속 군인 남자친구에게 과도한 목 졸림을 당한 뒤 뇌졸중을 겪었다고 증언했다. 문제의 군인은 엄지손가락으로 여자친구의 눈을 강하게 누르는 등 고문 기술을 사용하기도 했다. 단체와 인터뷰한 한 여성은 “내 파트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협박했다”면서 “전장에서 훔친 무기를 개인적으로 보관했다가 내게 성적 및 신체적 학대를 가할 때 사용했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군사 경찰, 학대 신고 배제” 주장상당수의 피해 여성은 영국 국방부 복지 서비스와 왕립 군사 경찰에 성폭행과 학대, 고문 사실을 신고했지만 배제당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여성은 복지 담당 직원으로부터 “우리 병사들을 보호하는 것이 당신의 임무”라며 황당한 논리로 피해자들의 입막음을 시도했다. 보고서는 “군 측은 가정법원과 형사법원에 회부된 학대 혐의자들에 대해 긍정적인 인물 평가서를 제출해 혐의자들을 보호하려 한다”면서 “이는 판사들이 혐의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도록 영향을 미치고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비판했다. 앞서 국방부는 2024년부터 군인들의 가정 폭력 대응을 위한 특별 계획을 실시해 왔으며, 여기에는 가정 폭력이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부대 전체가 인지하도록 교육해야 하고 피해자에게는 그에 맞는 지원이 제공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계획의 실효성을 의심케 한다는 것이 보고서를 작성한 민간 단체의 주장이다. 나탈리 페이지 서바이버 패밀리 네트워크 이사는 “이번 보고서는 전장에서 침실에 이르기까지, 군대의 만연한 폭력 패턴과 문화를 폭로한 것”이라면서 “군 고위 간부들이 전례 없는 규모의 스캔들에 연루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것은 군대가 군인의 범죄에 대한 소름 끼치는 은폐를 의미한다”면서 “단순히 학대 행위뿐 아니라 엘리트 제복을 입은 사람이 의도를 가지고 폭력을 휘두를 때 그 시스템 자체가 무기가 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계급이 높을수록 그들의 ‘칼날’은 더욱 치명적이다. 군 시스템은 그들의 용맹함을 존경하기 때문에 누구도 그들을 건드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유리한 판결 위해 제복 입고 법정 출석이번 보고서는 단체가 지난 2년간 군인의 아내와 여자친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및 피해 여성 9명의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됐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사람 중 55%는 가해자가 가정법원 소송에서 지휘관의 지지 서한을 제출하거나, 계급을 이용하기 위해 제복을 입고 법정에 출석해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고 답했다. 데일리메일은 “군인의 가정 폭력에 관한 통계와 군대 내 범죄율은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면서도 “일반 인구에 비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추정되며 일부 증거에 따르면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실제로 정규군 병사 중 12.4%가 파병 후 몇 주 안에 신체적 폭력을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일반 인구의 가정폭력 발생률(8%)보다 높은 수치다. 그러나 2024년 영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현역 군인이 관련된 가정 폭력 사건 중 군 검찰청에 회부된 것은 단 37건에 불과했으며 이 중 7건만 기소됐다. 영국 기반의 독립 온라인 저널리즘인 오픈 데모크라시(openDemocracy)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군사재판에 심리된 강간 사건 93건 중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경우는 27%에 불과했다. 민간인 강간 재판에서는 75%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국방부 측은 “피해자 보호를 위한 군대 법안의 조치 강화, 여성 및 소녀에 대한 폭력 전담반, 피해자 증인 지원 부서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 트럼프 향해 “참모들도 바보로 봤다”…뉴섬 공격 역풍 [핫이슈]

    트럼프 향해 “참모들도 바보로 봤다”…뉴섬 공격 역풍 [핫이슈]

    미국 정치권 뒷이야기를 잇달아 폭로해온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마이클 울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해력과 판단력을 다시 정면으로 겨냥했다. 미국 매체 데일리비스트는 26일(현지시간) 울프가 최근 팟캐스트에서 트럼프 측근들이 오래전부터 그를 사실상 “바보”로 봤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울프는 보좌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긴 문서나 복잡한 자료를 그대로 주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울프는 트럼프 대통령의 옛 정치 참모 샘 넌버그와 스티브 배넌 등을 거론하며 대통령이 정보를 따라가고 논리를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넌버그가 과거 자신에게 “그는 바보다”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꺼냈다. 배넌 역시 비슷한 인식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다만 트럼프 측은 오래전부터 울프를 신뢰할 수 없는 인물로 규정해왔고 이번 주장 역시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번 발언이 더 크게 번진 건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최근 발언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난독증을 거론하며 대통령은 학습장애가 있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뉴섬 주지사를 향해 비하성 표현도 이어갔다. 타인의 학습장애를 공격한 직후 정작 자신이 문서와 브리핑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는 식의 오래된 비판이 되살아난 것이다. ◆ 전쟁 와중 다시 불붙은 리더십 논란 이 대목이 민감하게 읽히는 이유는 지금이 이란전 국면이기 때문이다. AP통신은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보수층 전반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이란 전쟁을 둘러싸고 우파 내부 균열도 뚜렷해졌다고 전했다. 특히 스티브 배넌은 전쟁이 길어지면 공화당이 지지층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젊은 보수층에선 “미국 우선주의와 어긋난다”는 반발도 나왔다. 로이터도 비슷한 흐름을 짚었다.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현장에선 트럼프 지지 목소리가 여전히 강했다. 하지만 이란전 장기화와 유가 부담, 중간선거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부 균열이 부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울프의 발언은 단순한 독설을 넘어 전쟁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판단을 내리고 어떤 정보를 받아들이는지를 다시 묻는 소재로 번지고 있다. 미국 전체 여론도 녹록지 않다. AP와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59%는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이 지나쳤다고 봤다. 공화당 내부에선 공습 지지가 우세하지만 지상군 투입에는 선을 긋는 분위기도 함께 나타났다. 강성 지지층은 결집하더라도 중간층과 비(非)마가 보수층으로 갈수록 “누가 이 전쟁을 어떤 판단으로 끌고 가는가”라는 의문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 울프도 ‘무조건 믿기엔’ 논란 많은 인물 다만 울프의 말을 사실처럼 단정하긴 어렵다. 그는 2018년 펴낸 ‘화염과 분노’로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세부 사실관계를 둘러싼 오류 논란도 적지 않았다. 미국 팩트체크 매체 폴리티팩트는 당시 책의 일부 장면과 시점, 인물 경력 표기에 문제가 있었다고 짚었다. 이번 주장도 측근 발언을 재전언한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함께 보여줘야 균형이 맞는다. 결국 이번 이슈의 핵심은 선정적 표현 한 줄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타인의 학습장애를 공격한 직후 자신을 가까이서 지켜봤다고 주장하는 인물들이 오히려 그의 이해력과 브리핑 소화 능력을 문제 삼았고 그 공방이 이란전과 겹치며 더 크게 번졌다는 데 있다. 강성 지지층은 이를 반트럼프 공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중도층에는 전쟁 와중에도 이런 리더십 논란이 이어진다는 점 자체가 더 큰 불안으로 읽힐 수 있다.
  • 공화당도 뛰쳐나왔다…트럼프, 이란에 지상군 투입하나 [핫이슈]

    공화당도 뛰쳐나왔다…트럼프, 이란에 지상군 투입하나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전 구상을 두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공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26일(현지시간) 미 의회 비공개 브리핑에 참석한 공화당 의원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고 브리핑에서 들은 군사 목표가 백악관의 공개 설명과 달랐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즉각 “완전히 거짓”이라고 반박했지만,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정치권 안에서는 “정말 이란에 지상군까지 보내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은 하원 군사위원회 비공개 브리핑 뒤 “우리는 오도됐다”는 취지로 공개 불만을 드러냈다. 친트럼프 성향으로 분류되는 마이크 로저스 하원 군사위원장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더 알고 싶지만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악시오스는 메이스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무력권한을 제한하는 결의안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고, 로이터통신도 미 의회 안에서 “이란 본토에 미군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이란과의 협상이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며 이란 에너지 시설 타격 시한을 4월 6일까지 10일 더 미룬 직후 터져 나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치가 이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AP통신은 이란이 미국의 휴전안을 거부하거나 별도 역제안을 내며 공개적으로는 “직접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겉으로는 협상이 잘되는 듯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군사 행동 범위를 더 넓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진 것이다. ◆ 공화당도 흔든 비공개 브리핑 이번 논란의 핵심은 백악관이 국민에게 설명한 전쟁 명분과, 의회 비공개 브리핑에서 나온 설명이 서로 달랐다는 주장이다. 메이스 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민에게 제시된 이란전 정당화 논리와 오늘 하원 군사위에서 들은 군사 목표는 같지 않았다”고 적었다. 데일리메일은 익명 의원을 인용해 브리핑에서 “이란 핵 문제는 이번 군사작전의 직접 목표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설명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작전 ‘장대한 분노’의 목표가 탄도미사일 역량 파괴, 해군 무력화, 대리세력 약화, 핵무기 보유 저지라는 4가지라고 다시 강조했다. 의회가 더 민감하게 보는 지점은 미국이 이번 전쟁을 어디까지 끌고 갈 것이냐는 점이다. 로이터는 24일 미군이 82공수사단 병력을 포함해 3000~4000명의 추가 병력을 중동에 보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AP통신도 최소 1000명의 82공수 병력과 해병 전력이 증강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중동에 주둔 중인 미군이 약 5만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이런 증원은 단순한 방어 강화가 아니라, 더 큰 작전을 준비하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 하르그섬 변수…지상전 우려 다시 커졌다 의원들이 특히 따져 묻는 대상 중 하나는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이다. 로이터는 27일 트럼프 행정부가 이 섬 장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란은 상륙이 예상되는 지점에 대인지뢰와 대전차지뢰를 설치하는 등 방어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를 처리하는 핵심 시설이다. 미국이 이곳을 압박하면 이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전쟁도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 로이터는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섬을 점령하는 것보다 점령 뒤 버티는 과정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군이 드론, 미사일, 기뢰 위협에 장기간 노출될 수 있고, 민간 선박 항로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쟁점은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협상이 정말 출구전략인지, 아니면 추가 타격과 하르그섬 압박, 지상군 투입 가능성까지 열어둔 채 시간을 버는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다만 공화당 내부 반발, 추가 병력 이동, 하르그섬 검토가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이번 전쟁의 불확실성이 더 커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 미국 공습 안 통했나…이란 미사일 기지 앞 뿌려진 ‘지뢰’의 정체 [밀리터리+]

    미국 공습 안 통했나…이란 미사일 기지 앞 뿌려진 ‘지뢰’의 정체 [밀리터리+]

    미국이 이란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막기 위해 공중에서 대전차 지뢰를 살포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란 남부 시라즈 인근에서 “참치통조림처럼 생긴 폭발물”이 흩어져 있다는 현지 주장과 사진이 퍼졌다. 미 군사 전문 매체 워존(TWZ)은 26일(현지시간) 해당 물체가 미군의 살포식 대전차 지뢰인 BLU-91/B 계열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관련 질의에 답하지 않았고 출처 역시 독립적으로 완전히 검증된 단계는 아니다. 이번 의혹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공습을 넘어 ‘길목 봉쇄’라는 새 전술 카드가 읽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한 달 가까이 이란의 미사일 기지와 생산시설, 발사 지점을 집중 타격해 왔지만 이란은 발사 수를 줄이면서도 미사일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의 발사 능력이 초반보다 90% 이상 줄었어도 완전히 제거되진 않았고 더 깊숙한 내륙 기지와 이동식 발사 체계가 여전히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 입구 때리고 길까지 막나…지하 기지 ‘발사 동선’ 노렸을 가능성 워존이 주목한 지점은 사진과 영상이 포착된 장소다.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물체 일부는 시라즈 남쪽 카파리 일대에서 확인됐으며 해당 지역은 시라즈 남부 미사일 기지와 가까운 곳으로 거론된다. 지하 기지 출입구나 주변 도로에 지뢰를 뿌려 이동식 발사대와 재장전 차량, 지원 차량의 움직임 자체를 묶어두려 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방식은 군사적으로 꽤 논리적이다. 공습으로 갱도 입구를 때려도 완전히 무력화하지 못하면 결국 발사대가 다른 출구나 주변 도로를 통해 빠져나와 다시 발사에 나설 수 있다. 반면 살포식 대전차 지뢰는 좁은 진입로와 우회로를 함께 차단해 중장비 이동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매체는 원격 살포형 지뢰가 이런 임무에 적합하며 이란의 미사일 발사 능력을 더 약화하려는 목적이라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선택지라고 짚었다. 실제로 사진 속 물체는 미군의 ‘게이터’ 공중살포 지뢰 체계에 쓰이는 BLU-91/B 계열 대전차 지뢰와 매우 흡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게이터는 항공기에서 여러 개의 지뢰를 넓게 살포해 특정 지역 접근을 막는 체계다. 워싱턴포스트(WP)도 전문가들을 인용해 해당 물체가 미국산 대전차 지뢰로 보인다며 항공기에서 살포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 체계는 자기장 변화를 감지해 차량을 노리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폭하도록 설계돼 있지만 그전까지는 민간인에게도 위험이 될 수 있다. ◆ 공습만으론 안 끝난 이란 미사일전…남는 건 ‘불발탄 논란’ 이번 의혹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아무리 강하게 때려도 이란의 미사일 위협을 완전히 지우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과 맞물린다. WSJ는 이란이 초기에 페르시아만 인근 기지를 주로 활용하다 큰 피해를 본 뒤 더 안쪽 내륙 기지와 장거리 미사일 운용으로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발사 능력을 끝까지 끊으려면 생산시설 타격뿐 아니라 발사대의 이동 경로와 재배치 능력까지 묶어야 한다는 계산이 깔렸을 수 있다. 문제는 후폭풍이다. WP에 따르면 이란 현지에서는 이미 민간인 사상 주장까지 나왔고 인권단체들은 대전차 지뢰라도 민간 지역에 남을 경우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실제로 이 지뢰를 사용했는지는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실로 굳어질 경우 전장 효율성 못지않게 국제규범과 민간 피해 논란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두 갈래다. 하나는 미국이 공습만으로는 끊어내지 못한 이란의 미사일 발사 체계를 상대로 ‘길목 봉쇄’라는 더 거친 카드를 꺼냈는지다. 다른 하나는 그 카드가 사실이라면 이란의 미사일 전력을 더 빠르게 마비시킬 수 있을지 아니면 불발 지뢰와 민간 피해 논란만 키울지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시라즈 인근에서 미국산으로 추정되는 대전차 지뢰형 물체가 발견됐다는 정황과 미군이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 정도다. 미군의 침묵은 이번 의혹을 더 키우는 배경이 되고 있다.
  • “또 안 때린다?”…트럼프 유예 반복, ‘양치기 소년’ 비판 커졌다 [핫이슈]

    “또 안 때린다?”…트럼프 유예 반복, ‘양치기 소년’ 비판 커졌다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발전소 등 에너지 시설 공격을 또 미루며 전면전과 협상 사이를 오가는 압박 전술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시한을 거듭 늦추는 사이 “진짜 협상인지 시간을 버는 전술인지 모르겠다”는 의구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외교 공간을 넓히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는 반면, 유예와 경고를 반복하는 방식이 오히려 미국의 신뢰를 깎아 먹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라 발전소 파괴를 미 동부시간 기준 4월 6일 오후 8시까지 10일 더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대화가 진행 중이며 “아주 잘 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닷새간 유예를 선언한 데 이어 다시 열흘을 연장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이번 조치는 확전보다 협상에 무게를 싣겠다는 메시지에 가깝다.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거론한 4~6주의 전쟁 종료 구상과 맞물리면서, 4월 안에 일정한 형태의 종전 또는 휴전 틀을 만들려는 계산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이란이 합의하지 않으면 계속 공격하겠다”는 취지의 경고도 함께 내놨다. 외교와 군사 압박을 동시에 밀어붙이는 전형적인 협상 방식이라는 해석이 뒤따르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낙관론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는 데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는 미국이 협상 진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란은 미국의 종전안을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대화의 실체가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이 “매우 잘 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란은 미국안을 편향적이고 일방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의 낙관론과 이란의 반응 사이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뜻이다. 걸프 지역의 시선도 차갑다. 가디언은 걸프 국가들 사이에서 미국과 이란의 대화가 진짜 협상인지, 아니면 트럼프식 압박 전술의 연장선인지 의심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과거 중재 시도 뒤 곧바로 군사행동이 이어진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외교 메시지와 실제 전략이 다를 수 있다는 불신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이란이 미국의 15개항 제안을 거부한 상황에서, 주변국들 역시 이번 유예를 곧바로 협상 진전의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 안도 대신 피로감…시장도 “또 바뀔 수 있다” 반응 금융시장도 즉각 안도하지 않았다. AP통신은 전쟁 종료 기대가 약해지자 뉴욕증시가 전쟁 발발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유예 연장이 나왔는데도 시장이 안정 신호보다 변동성에 먼저 반응한 셈이다.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투자자들은 “공격을 미룬다”는 말보다 “정말 전쟁을 끝낼 수 있느냐”에 더 주목하는 모습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살아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시설 공격 유예만으로는 공급 불안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 재개방 문제를 협상 지렛대로 계속 활용하고 있고, 이란도 미국의 요구를 쉽게 수용할 뜻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결국 시장은 이번 연장을 신뢰 회복의 신호보다 “또 바뀔 수 있는 시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 “외교 공간”인가 “시간 벌기”인가…더 커진 불신 이번 연장을 두고는 두 가지 해석이 맞선다. 하나는 미국과 이란이 합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시간을 더 확보했다는 시각이다. 닷새 안에 결론을 내기 어려웠던 만큼, 열흘의 추가 시간이 협상 타결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다른 하나는 결정적 군사행동을 준비하면서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시간 벌기라는 해석이다. 에너지 인프라 공격만 유예했을 뿐 모든 대이란 군사 행동을 중단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다. 결국 핵심은 반복되는 유예가 협상을 위한 인내로 읽히느냐, 아니면 신호를 너무 자주 바꾸는 불안정한 리더십으로 보이느냐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잘 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바뀌는 시한과 엇갈리는 메시지가 쌓일수록 시장과 동맹국, 중재국의 불신도 함께 커지고 있다. 전쟁의 끝을 향한 포석일 수는 있지만, 지금까지의 흐름만 놓고 보면 트럼프의 유예 정치는 오히려 미국의 신뢰를 깎아내리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AI·양자 시대 승부처는 사람… 기술 패권도 인재에 달렸다”[K-과학인재 아카데미 비전선포식]

    “AI·양자 시대 승부처는 사람… 기술 패권도 인재에 달렸다”[K-과학인재 아카데미 비전선포식]

    장병탁 교수가 전망한 ‘AGI 시대’세상과 상호작용하는 AI로 진화‘AI의 자의식’ 탐구할 역량 갖춰야 국내 인공지능(AI) 연구를 주도해 온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AIIS) 원장 겸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26일 “컴퓨터 안에 있던 AI가 이제 세상 밖으로 나와 세상을 배우고 세상과 소통하게 된다”며 “이제부터가 진짜 AI를 제대로 연구하는 시작”이라고 밝혔다. 장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K-과학인재 아카데미 비전선포식’에서 ‘인공지능의 진화: 상징에서 몸을 가진 지능까지’를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하고, AI가 논리적 추론 단계를 지나 물리적 실체를 갖춘 피지컬 AI로 진화해 왔다면 앞으로는 범용 인공지능(AGI)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차세대 AI 인재는 ‘기계(AI)가 의식과 자율 의지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난제에 도전하고 새로운 AI 패러다임을 주도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그간 조작해서 표현하는 ‘기호주의(Symbolic) AI’에 대한 연구가 오래 진행됐고, 최근에야 기계가 학습을 통해 사람의 지식을 받고 스스로 발전하는 단계인 ‘연결주의(Connectionist) AI’로 큰 혁명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부터 출발하는 AI는 몸을 가지고 역동적으로 세상과 상호작용하면서 세상 속에 존재할 것”이라며 “행동을 통해 경험과 지식을 쌓아서 궁극적으로 지식을 넘어 지혜에 도달하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정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AGI가 언어·지각·행동 능력 등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인간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의 ‘슈퍼 지능’을 갖게 된다는 전망이다. 장 교수는 그러나 AI의 진화를 두려워해 멈추기보다는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새로운 과학도들에게 던지는 핵심 질문은 ‘AI가 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것”이라며 “철학적인 문제라 명쾌하게 답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AI 연구자들에겐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 “미군 들어오면 피바다?”…이란, 하르그섬에 덫 깔고 방공망 키웠다 [핫이슈]

    “미군 들어오면 피바다?”…이란, 하르그섬에 덫 깔고 방공망 키웠다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 점령 가능성을 검토하자 이란이 섬 방어망을 더 촘촘히 짰다. 이란은 최근 몇 주 동안 병력과 방공전력을 추가 배치했고 미군 상륙이 예상되는 해안선 주변에는 기뢰와 방어용 장애물까지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정보당국 보고를 아는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미국의 지상 작전에 대비해 하르그섬 방어시설을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란은 추가 병력과 방공무기를 배치했고 상륙 예상 지점을 중심으로 대인지뢰와 대전차지뢰를 깔았다. 최근에는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인 맨패즈(MANPADS)도 추가 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르그섬은 작은 섬이지만 이란 경제에는 치명적인 급소다. 이란은 이 섬에서 자국 원유 수출의 약 90%를 처리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곳 장악을 검토하는 것도 하르그섬을 압박 수단으로 삼아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라고 요구하려는 계산과 맞물려 있다. 다만 미국 내부에서는 섬을 점령하더라도 호르무즈 문제를 곧바로 풀 수 없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 왜 하르그섬인가…이란 원유 수출의 급소 미군은 이미 지난 13일 하르그섬을 공습했다. 당시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기뢰 저장시설과 미사일 벙커 등 90개 표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원유 인프라는 의도적으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이 섬을 다음 압박 카드로 보는 이유가 여기서 드러난다. 군사시설은 타격하되 원유 수출 거점 자체는 협상용 카드로 남겨둔 셈이다. 하지만 공습과 점령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하르그섬은 여의도의 2배가 조금 넘는다. 미군이 섬 전체를 장악하려면 상륙 병력을 대거 투입해야 한다. 최근 중동에 전개한 해병원정대 2개 부대가 유력한 투입 전력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미 육군 82공수사단 병력 약 1000명도 조만간 이 지역으로 향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은 하르그섬 상공을 거의 상시 감시하며 지형 변화와 방어시설 설치 흔적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공습으로 이란의 일부 해상·방공 전력은 이미 약화했다. CNN 군사분석가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은 일부 방어망이 이미 타격을 입었다고 봤다. 그는 호크(HAWK) 지대공미사일과 외를리콘 대공포 등을 거론했다. 그래도 상륙 리스크는 여전하다. 하르그섬이 이란 본토와 가까워 미군이 들어가는 순간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점령해도 끝 아니다”…미군 피해·중동 확전 우려 미국 안팎에서도 우려는 크다. 스타브리디스 전 사령관은 이 작전에 대해 “매우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해상에 있는 미군 함정은 물론 자국 영토에 들어온 지상군에도 최대 피해를 주려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측 소식통도 하르그섬 점령이 이란의 드론·휴대용 미사일 공격을 부르고 결국 미군 사망자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걸프 지역 동맹국들도 물밑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미국이 하르그섬에 지상군을 투입하거나 앞서 폭격한 핵시설의 고농축 우라늄을 직접 확보하려 들면 전쟁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미군이 하르그섬에 발을 들이는 순간 이란의 보복이 석유 시설과 항만, 담수화 시설 등 역내 핵심 인프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미국 내부에서는 하르그섬 점령 대신 해상 봉쇄가 낫다는 대안론도 나온다. 클레이턴 시글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 오피니언을 통해 하르그섬을 직접 장악하려면 미 해군 전력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걸프만 내부로 들어가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이란의 미사일·드론·고속정·기뢰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미군이 섬에 들어간 뒤에도 이란 본토의 화력에 계속 노출될 수 있다며 차라리 아라비아해에서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을 차단하는 해상 봉쇄가 더 현실적인 압박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이 구상은 하르그섬 시설을 파괴하거나 미군을 상륙시키지 않고도 이란의 원유 수출을 조일 수 있다는 논리다. 시글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지난해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통제 과정에서도 비슷한 방식을 활용한 전례를 언급했다. 다만 이런 방식 역시 전쟁을 끝내는 만능 해법은 아니며 결국 이란과의 협상과 상당한 양보가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하르그섬은 이번 전쟁의 새 분기점으로 떠올랐다. 미국은 이 섬을 압박 카드로 본다. 이란은 이 섬을 경제적 급소로 여긴다. 공습은 이미 했다. 하지만 지상군이 들어가는 순간 전쟁의 성격은 달라진다. 섬 하나를 둘러싼 충돌이 호르무즈 해협, 국제유가, 걸프 인프라, 미군 사상자 문제로 한꺼번에 번질 수 있어서다. 미국 내부의 봉쇄 대안론까지 힘을 얻으면, 트럼프 행정부의 다음 선택은 하르그섬 상륙보다 바다 위 차단전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환단고기, 삐끗한 판각 하나가 낳은 거짓 대서사

    환단고기, 삐끗한 판각 하나가 낳은 거짓 대서사

    因을 囯으로 새긴 게 왜곡의 시작 사이비역사를 진영 논리 도구 삼아융합·통섭 명분 뒤 비전문성 꼬집어지난해 12월 교육부 업무 보고에서 대통령이 위서 ‘환단고기’를 언급해 학계와 시민 사회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혹자는 우리 역사의 자긍심을 높이는 일인데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민족의 영광이라는 달콤한 이름으로 포장된 유사역사학은 단순히 흥밋거리나 재밋거리로 치부될 수 없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미 유사역사로 판명된 고대사 담론이 끝없이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과학적 회의주의를 표방하며 초자연적 현상, 사이비과학, 유사과학을 검증하는 교양 과학 전문 계간지 ‘한국 스켑틱’ 45호(2026 봄호)는 커버스토리로 ‘가짜 민족주의와 유사역사’를 다뤘다. 이번 호는 민족이라는 이데올로기와 욕망을 투영해 역사를 바라볼 때 사실이 어떻게 왜곡되며, 실제 한국사 연구와 학계의 토대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비판적으로 살폈다. 유사역사학 연구에 천착해 온 이문영 작가는 ‘환단고기라는 희대의 거짓말’이라는 글에서 문헌학적 추적을 통해 유사역사의 상징과도 같은 ‘환단고기’가 판각 오류에서 비롯된 거대한 환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조선 중기 삼국유사 목판본을 판각하던 한 각수가 환인의 ‘인’(因)을 ‘국’(囯)으로 잘못 새기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는 일부 학자들이 사람 이름인 ‘환인’을 나라 이름인 ‘환국’으로 착각하는 빌미가 됐다. 이 작가는 “환단고기는 환인이 환국으로 잘못 새겨지면서 존재하지도 않는 환국에 대한 환상을 적은 책”이라며 “거대한 서사의 형성이 단 하나의 판각 오류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고 꼬집었다. 사이비역사는 일제 식민사학 극복을 명분으로 삼지만 정작 식민사관의 핵심 논리인 타율성론과 지리적 결정론에 포섭돼 있다. 이들이 ‘낙랑군이 한반도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건 식민사학’이라고 규정하거나 우리 고대사 무대를 ‘대륙’으로 주장하는 이유는 식민사학의 논리구조를 그대로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이비역사야말로 자신들이 그토록 비난하는 식민사학의 정통 계승자인 셈이다. 안정준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 저변의 전근대적 역사 인식에 대한 성찰은커녕 올바른 역사관 확립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사이비역사를 진영 논리의 불쏘시개로 활용하고 있는 정치권의 행태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역사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복무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원칙을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기경량 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는 ‘사이비역사학, 학문 권력을 넘보다’라는 글에서 사이비역사가 최근 학제 간 융합과 통섭을 권장하는 학문 분위기를 틈타 자기들의 비전문성과 학문적 저급함을 덮어 주는 알리바이로 악용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 혐오가 낳고 자본이 키운… 한국 ‘극우정치’의 궤적

    혐오가 낳고 자본이 키운… 한국 ‘극우정치’의 궤적

    민주주의의 회복탄력성을 보여줬다고 국제사회의 칭송을 받는 한국 사회에서 정작 극우세력이 세력화되고 공개적인 활동을 강화하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역사 분야 계간지 ‘역사비평 봄호’(154호)는 혐오를 동력 삼아 차별과 배제의 구조를 정당화해온 한국 극우정치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혐오의 역사와 극우정치’ 특집을 실었다. 이상록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은 총론에 해당하는 ‘한국 극우의 혐오정치와 대중심리’에서 한국의 극우정치를 냉전기와 탈냉전기로 나눠 그 궤적을 분석했다. 이 연구관은 과거의 혐오가 “빨갱이를 죽여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는 식의 국가권력에 의한 ‘강요된 공포’였다면, 오늘날의 혐오는 민주주의 그늘 속에서 일부 시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관은 “1987년 개헌 이후 민주화가 가져다준 표현과 결사의 자유는 공동체적 가치로 승화되지 못하고 불안정한 각자도생의 환경 속에서 타자를 공격하는 방어기제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87년 체제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실질적 민주주의 완성을 통해 ‘혐오와 냉소’를 넘어 ‘공감과 연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런가 하면 정용택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구원의 자본, 혐오의 정치’라는 글을 통해 혐오와 극우정치 중심에 선 한국의 극우 개신교 세력의 역사를 자본, 국가, 신앙의 삼각동맹 관점에서 추적했다. 정 교수는 그들의 극우정치가 단순히 종교적 광신이 아니라 독재 시대 반공 규율과 개발독재를 통해 구원-자본 구조를 형성해 왔다고 지적했다. 해방 공간의 혼란과 한국전쟁, 압축적 근대화 과정에서 한국 보수 개신교는 반공주의를 매개로 국가권력과 선택적 친화성을 맺으며 역사적으로 특수한 구원의 윤리를 통해 자본주의를 신성화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개신교가 국가권력 및 자본 축적의 논리와 깊숙이 결탁해 형성해온 역사적 산물인 구원-자본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가적 영성으로 진화했다. 이어 저성장과 인구 절벽이라는 구조적 위기 앞에서 혐오의 정치라는 파시즘적 얼굴을 드러냈을 뿐이라고 정 교수는 강조했다.
  • 백남준의 통찰… AI시대 ‘사유의 시간’을 선물하다

    백남준의 통찰… AI시대 ‘사유의 시간’을 선물하다

    ‘현대적 예술가’의 설계·근원 탐색해왕성·TV로댕 등 120여점 전시설치·미디어·판화·드로잉 등 다양‘백남준 오마주’ 관람객 참여작도 “관객과 예술가의 괴리를 더 좁히는 것, 그게 바로 ‘예술의 진의’고 ‘인생의 진의’가 아닌가”, “예술가의 역할은 미래를 사유하는 것이다.” (백남준) 숭고한 위치에 있던 예술을 우리 곁으로 끌어내리고 기술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으로 사유의 범주를 확장했던 세계적 예술가 백남준(1932~2006)이 타계한 지 20년이 흘렀다. 행위예술, 텔레비전과 방송, 인공위성, 대규모 비디오 설치와 레이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을 예술에 접목해 소개했던 그는 ‘박제된 거장’이 아닌 여전히 ‘현대적인 예술가’로 위치한다. 경기 과천시 호반아트리움은 24일부터 5월 31일까지 ‘백남준: 살아 있는 시간’을 통해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이 일상화된 초연결 사회 속에서 그를 소환한다. 설치, 미디어 및 조형, 판화, 드로잉 등 30여 점과 아카이브 90여 점을 함께 선보이는 전시는 AI 시대 어디로 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우리에게 사유의 시간을 선물한다. 전시장 도입부 한 벽면을 가득 채운 설치 작품은 백남준의 1999년 작품 ‘나는 비트겐슈타인을 읽은 적 없다’다. 화면 조정 중인 텔레비전을 형상화한 벽면 귀퉁이에는 네 대의 텔레비전이 달려 있다. 작품의 제목에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언어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이 내세운 서구적 논리와 정형화된 틀에 대한 저항 의식이 담겼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비트겐슈타인의 주장 속에서 예술은 언어가 닿지 않는 영역이다. 백남준은 정의 내릴 수 없는 예술 세계를 조정 중인 화면과 네 대의 텔레비전에서 제각각 흘러나오는 영상으로 대변한다. 백남준의 예술적 상상력이 우주로 확장된 작품인 ‘해왕성’도 선보인다. 그는 ‘해와 달’, ‘금성’, ‘화성’, ‘해왕성’, ‘천왕성’ 등 우주에 대한 비전을 ‘행성 연작’으로 선보인 바 있는데, 해왕성은 이 중 하나다. 그의 해왕성은 16개의 화면이 소용돌이 모양으로 휘감아져 있으며 화려한 네온이 주변을 감싸고 있다. 기술과 영성이 조우하는 작품들도 이어진다. 브라운관 속에 촛불을 바라보고 있는 부처(‘부다’)와 브라운관 속 자신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TV 로댕’), 누워 있는 누드 모델 영상이 켜진 모니터 위에 놓인 와불상(‘카르마’)과 같은 작품들은 차가운 기계 장치를 고요한 응시와 성찰의 공간으로 치환한다. 텔레비전 브라운관 속에서 살고 있는 금붕어(‘금붕어를 위한 소나티네’)가 건네는 정적 속에서 관람객은 수동적인 정보의 소비자가 아닌, 스스로 사유하는 주체로서 머물게 된다. 또 전시에는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작업에 기여한 일본의 전자공학자 아베 슈야에게 백남준이 선물한 작품 ‘무제(心)’와 백남준의 핵심 조력자였던 마크 팻츠폴의 아카이브, 백남준의 예술적 동반자 요셉 보이스를 향한 애틋한 추모가 담긴 작품 ‘보이스 복스’ 등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백남준의 정신을 오마주한 서정우 작가의 인터랙티브 작업 ‘분절된 일차의 목격 실험’도 함께한다. 호반문화재단 관계자는 “AI 시대에 그의 사유를 오늘날의 관객 곁으로 직접 불러낸 전시”라며 “이번 전시가 기술과 인간, 그리고 시간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질문을 던지는, 역동적인 대화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정정엽의 마음 처방] 전쟁의 심리학, 우리가 옳다는 착각

    [정정엽의 마음 처방] 전쟁의 심리학, 우리가 옳다는 착각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세계 경제와 일상을 흔들고 있다. 덕분에 국장의 호황으로 뒤늦게 진입한 내 계좌 역시 녹아내리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마음에는 더 큰 불안과 분노가 쌓인다. 이 불안과 분노는 우리라는 경계를 넘어선 상대에게로 향한다. 사람들은 팩트를 체크하기보다 본능적으로 묻는다. ‘어디가 옳은가?’ 한쪽은 정의가 되고, 다른 한쪽은 응징의 대상이 된다. 전쟁은 단지 군사력의 충돌이 아니다. 그보다 먼저 자신의 확신을 진실 자체로 믿는 마음의 구조에서 시작된다. 인간은 왜 그토록 쉽게 ‘우리는 옳고, 너희는 틀리다’는 구도로 세계를 단순화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 수많은 갈등은 ‘내가 옳다’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여기까지는 ‘내가 잘못 생각한 건 아닐까?’라는 자기 검열과 불안이 남아 있다. 팩트나 논리에 대한 싸움이기에 증거를 들이밀면 입장을 바꿀 여지가 있다. 이 믿음이 ‘우리’의 것이 되는 순간 불안은 사라지고 확신이 된다. ‘소속감’과 ‘생존’의 문제로 변질되는 것이다. 폭력을 행사해도 그 책임은 자신이 아니라 ‘집단’으로 분산되기 때문에 죄책감은 사라진다. 심지어 집단의 이름으로 적을 공격할 때 그것을 숭고한 희생이나 정의로운 심판으로 착각하게 된다. 때문에 수많은 개인은 ‘우리’라는 집단으로 숨고자 한다. 뇌의 중요한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옥시토신은 사랑과 신뢰의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모두를 사랑하게 만드는 물질은 아니다. 엄밀히 말해 ‘우리 편’을 더 우리 편답게 느끼도록 만드는 물질에 가깝다. 이 호르몬은 세계를 둘로 나눈다. ‘지켜야 할 우리’와 ‘막아야 할 그들’로 말이다. 심리학자 앙리 타지펠은 이 오래된 본능을 ‘최소 집단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으로 보여 주었다. 그는 사람들을 동전 던지기처럼 아무 의미도 없는 기준으로 나누었다. 그렇게 우연히 갈린 집단에서도 사람들은 곧바로 ‘우리’를 더 후하게 대하고 ‘저들’에게는 덜 주려는 경향을 보였다. 인간은 깊은 사상이나 역사적 원한이 없어도 단지 경계선이 그어졌다는 이유만으로 편을 만들고 차이를 키운다. 심리학의 기본 법칙 중 하나인 ‘우리는 옳다’ 법칙이다. 이 얄팍한 경계선이 역사적으로 가장 비극적인 전쟁들을 일으켰다. 오늘날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 세대 및 젠더 갈등, 정치적 양극화의 밑바탕에도 똑같은 심리가 흐르고 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집단을 향해 날 선 댓글을 달며 분노할 때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라는 개인이 ‘우리’라는 집단에 숨어 자기 검열을 피하며 불안과 죄책감을 없애고 있는 건 아닌지. 나는 나라는 개인의 생각과 우리라는 집단의 생각이 다름을 알아차려야 한다. ‘나’와 ‘나의 마음’을 나누어 ‘나의 마음’이 계속 주입하는 ‘내가 옳다’라는 생각을 실제로 그런지 ‘나’가 물어봐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폭력은 악당의 얼굴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가 옳다”는 정의의 얼굴로 찾아온다. 이 서늘한 진실에 직면할 때 비로소 세상을 둘로 가르는 무의미한 일상의 전쟁도 멈출 수 있다. 정정엽 광화문숲 수면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파국으로…‘이곳’ 향하는 美 병력 수천 명, 최악의 전쟁 결국 시작 [핫이슈]

    파국으로…‘이곳’ 향하는 美 병력 수천 명, 최악의 전쟁 결국 시작 [핫이슈]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던 미 해군 강습상륙함 USS 트리폴리와 해병대 병력이 싱가포르 인근 말라카 해협을 통과해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 이들의 최종 목적지는 하르그섬, 키시섬, 호르무즈섬 등 이란 남부 해안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현지시간) “현재 트리폴리함을 비롯한 상륙함 3척과 해병대 병력 2200명으로 구성된 미 해군 상륙준비단(ARG)과 해병기동부대(MEU)가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다음 주쯤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들 병력이 중동에 도착하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해 하르그섬, 키시섬, 호르무즈섬 등 이란 남부 해안의 섬 점령 작전에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언급된 해병기동부대(MEU)는 함정을 이동 기지 삼아 작전하는 부대로, 지휘·지상전투·항공전투·군수지원 등 4개 요소로 구성된다. 이들은 해상·공중을 통해 기습 상륙 작전을 수행해 교두보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 2200명을 포함한 병력이 섬 점령에 투입되면 미국이 이란 정권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압박할 새로운 카드를 손에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의 상선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기지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란의 젖줄’ 하르그섬 노리는 미국일본에 주둔하던 미 해병대 병력이 가장 먼저 노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하르그섬이다. 이란 본토에서 28㎞ 떨어진 작은 섬인 하르그섬은 매년 약 9억 5000만 배럴의 석유를 취급하며, 이곳의 해상 터미널을 통해 이란 석유 수출 물량의 약 90%가 통과해 ‘이란 경제의 생명줄’로 불리는 곳이다. 로이터 통신은 “하르그섬이 이란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고려할 때, 섬의 석유시설을 파괴하는 것보다 장악하는 게 더 나은 옵션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하르그섬 장악은 USS 트리폴리에서 상륙정을 발진시키고 전략폭격기 F-35기를 투입해 군사작전을 펼치는 구조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위협하는 이란의 고속정과 미사일을 무력화할 수 있도록 하르그섬을 제외한 해협 내 다른 섬들을 점령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해협 입구에 위치한 케슘섬은 규모와 위치상 이란 정권의 해협 봉쇄를 무력화할 수 있는 주요 전략적 목표로 여겨진다. 공항이 있는 키시섬이나, 이란 정권이 소형 공격함을 주둔시킨 호르무즈섬 점령도 현재 중동으로 향하는 미 해병대 병력의 주요 임무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본토에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도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된다. 지상군 투입이 의미하는 ‘진짜 전쟁’미국은 현재 중동으로 향하는 해병대 병력 외에도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재고 확보를 위한 지상군 파병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기자들에게 “지상 작전은 전혀 두렵지 않다”며 특수부대가 현장에 투입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의회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탈취할 작전은 특수부대가 직접 들어가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경우 특수부대를 투입해 고난도 작전을 펼쳐야 하는데, 이는 미국의 현대전 역사상 가장 위험한 작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농축 우라늄을 탈취하기 위해 먼저 은닉된 장소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숙제가 있고, 어렵게 탈취에 성공하더라도 보관 용기가 파손될 경우 맹독성 방사능 가스가 유출돼 미 특수부대원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우라늄이 담긴 용기가 서로 밀접해 있다면 연쇄 핵반응이 일어날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해병대 병력을 이란 남부 섬들에 배치하든, 특수부대를 우라늄 탈취 작전에 동원하든 중요한 것은 결국 지상군 투입이 현실이 된다는 사실이다. 앞서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이번 전쟁이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헌법적 의미의 전쟁이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논리대로라면 미국은 지상군 투입을 통한 ‘진짜 전쟁’을 코앞에 두고 있는 셈이며 이는 중동 전역을 더욱 거센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 [이광호의 어찌보면] 트럼프 시대 세계시민으로 산다는 것

    [이광호의 어찌보면] 트럼프 시대 세계시민으로 산다는 것

    며칠째 뉴스에서는 중동에 떨어지는 미사일들과 그 섬광을 보여 준다. 그것은 전쟁 영화의 익숙한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전쟁의 참상이 일종의 ‘스펙터클’로 소비되는 것은 윤리적 무감각을 가져온다. 저 화염과 폭발음 아래 있는 사람들의 참상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 안에 있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신체가 부서지고 불타는 참혹을 보지 못하며, 그들의 끔찍한 비명을 단 한마디도 듣지 못한다. 수전 손택은 ‘타인의 고통’에서 전쟁 영상은 타인의 고통을 소비 가능한 형태로 변환시키며, 관객은 멀리서 타인의 참혹을 바라보며 일종의 안전한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고 분석한다. 그 순간 전쟁은 실재하는 현실이기를 멈추고 소비되는 이미지가 된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무뎌지며 ‘연민의 피로’가 강화된다. 이미지의 과잉은 관객을 마비시키고, 전쟁의 구조적 원인과 정치적 책임은 그 뒤로 사라진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달 28일 이란을 공습할 때 국민을 설득하지도, 의회의 승인을 구하지도 않았다.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을 공습할 때도, 베네수엘라 지도자 마두로를 납치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군사 행동의 공통점은 국제법 위에 군림하는 권력 행사라는 점이다. 유엔이 정한 무력 사용 금지 원칙과 자위권 제한이라는 국제법 질서는 무의미한 것이 됐다. 인류가 두 차례 세계대전의 교훈으로 합의한 평화적 분쟁 해결을 위한 집단안보라는 원칙은 사실상 폐기됐다. 국제질서와 국제법의 ‘예외 상태’를 결정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선택 하나면 된다. 미국이 전쟁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이란 핵무기의 위협과 이란 민중의 해방이었다. 이란의 억압적 신정체제가 극단적이라면, 미국이 ‘선제 전쟁’을 ‘예방 전쟁’으로 합리화하는 미국 우선주의 역시 극단적이다. 외교적 대안은 은폐되고, 폭력은 불가피한 것으로 제시된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폭격에 의해 죽자 그의 차남이 권력을 승계했다. 이란 민중을 해방한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탄에 의해, 이란에서만 최소 민간인 1만 3000여명이 사망했다. 희생자에는 이란 남부 미나브의 초등학교를 강타한 미사일에 숨진 175명의 여학생이 포함된다. 트럼프는 그 초등학교에 떨어진 ‘토마호크 미사일’이 이란의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 전쟁에서 놀라운 것 중의 하나는 전쟁의 명분과 작전명 등에 등장하는 수사학적 언어들의 폭력성과 기만성이다. 이를테면 작전명 ‘장대한 분노’에서 장대하다는 표현은 국가의 폭력을 서사시적 영웅주의로 신화화한다. 트럼프의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MIGA)라는 구호는 파괴와 재건을 이미지 상품으로 포장하는 언어다. 트럼프는 전쟁의 조기 종식을 암시하면서 전쟁을 ‘짧은 여행’이라고 표현했다. 한 나라에서 1000명이 넘게 사람들이 죽어간 사태를 가벼운 여행 수준의 이벤트로 축소한다. 민간인 오폭 피해는 ‘부수적 피해’라는 용어로 일컫는데, 민간인 희생을 군사적 필요 뒤로 감춘다. ‘정밀 무기’는 완벽하게 정밀하지 않으며, 인공지능(AI)의 표적 시스템의 오류는 결국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실패다. 이런 기만적인 수사적 명명은 전쟁을 탈실재화한다. 이 수사 안에서 시민들이 겪는 끔찍한 고통은 존재하지 않으며 군사 작전 승리의 서사만이 도드라진다. 이 전쟁은 평화와 인간 존엄을 둘러싼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 자체를 황폐화한다. 모든 공적인 명분과 이념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규정하는 것은 벌거벗은 권력과 돈의 논리다. ‘이란 드론을 요격해야 하는 미국의 패트리엇 미사일 60억원’이라는 식의 보도를 보면, 전쟁은 인간의 얼굴 자체를 삭제하는 적나라한 머니 게임에 불과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트럼프의 일방주의적 군사행동은 우리가 세계시민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우리 동네 주유소 가격이 급등한다. 석유 의존적인 제조업이 많은 우리나라에 미치는 경제적 타격은 적지 않다. 트럼프 시대에도 우리가 경제적·군사적 이해관계로 얽힌 세계시민이라는 위치를 벗어날 방법은 없다. 주유소 기름값과 요동치는 주식 시장을 걱정하면서도, 세계시민의 윤리적 감수성과 정치적 분노를 잊지 않을 수 있을까? ‘장대한 분노’와 ‘짧은 여행’, ‘MIGA’와 같은 인간의 참상을 지우는 수사적 언어들의 기만성과, 미나브 초등학교에서 죽어간 175명의 여학생 얼굴을 떠올릴 수 있다. 미국 뉴스는 부서진 교실 잔해 속 책가방과 시신들의 운구 장면을 보여 준다. 이란 신문은 175명의 희생자 얼굴을 게재했다. 사실은 세계시민이라는 보편주의가 이 세계의 불평등한 지정학적 위치들과 그 위계를 은폐하는 것이기도 하다. 죽어간 여학생들은 세계시민으로서 보호되지 않았다. 전쟁은 타자를 얼굴 없는 위협으로 추상화함으로써, 살아 있는 지상의 얼굴들을 삭제한다. 우크라이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쓴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를 빌리자면, 전쟁은 결코 ‘소녀들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 죽어간 소녀들의 얼굴이 우리와 상관없다는 보장은, 이 세계 어디에서도 할 수 없다. 이것이 세계시민의 두려운 의미다.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
  • “케데헌의 매력은 K리얼리즘”… K담론을 말하다

    “케데헌의 매력은 K리얼리즘”… K담론을 말하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하면서 골든글로브, 그래미상 수상에 이어 대중문화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K팝, 영화, 드라마를 넘어 문학, 공연예술, 게임, 음식문화 등 문화 영역 전반에서 전 세계가 소위 ‘한국앓이’를 하고 있다. 계간지 ‘창작과비평’ 2026년 봄호(211호)는 창간 60주년을 기념해 K 담론의 거점 역할을 더욱 적극적으로 감당하겠다는 선언적 차원에서 ‘K 담론의 성취와 미래’라는 특집을 마련했다. 박여선 서울대 학부대학 강의 교수는 ‘인간해방의 논리를 구현하는 K문화’라는 글에서 케데헌과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성공 요인을 들여다보며 K문화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분석했다. 박 교수는 “케데헌의 문화적 성과는 (일부 평론가들이 설명하듯) 혼종의 이상적 구현이나 로컬-글로벌의 융합이기보다는 감독의 현실 이해에 기초한 리얼리즘에 있다”고 지적했다. 영화가 시작하고 처음 1분 동안의 장면은 단순히 한국적 요소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K팝이 현재 한국인과 세계인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며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가장 한국적 맥락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여준다. 케데헌 속 귀마는 자본주의가 사람들 속에 만들어 놓은 마음의 지옥이며, 잘살고 싶은 마음에 가족을 버린 진우의 수치심과 한은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평범한 대중의 원한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공지능(AI)과 같이 첨단을 달리는 기술 문명이 극성을 부릴수록 불안한 사람이 늘어나고, 존재의 근원과 영혼의 안식, 평온을 갈망하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깨달음이 문화적 욕구가 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며 “사회 구조의 변혁과 동시에 인간해방을 말하며 이를 위한 연대를 노래하는 K문화야말로 지금 세계에 가장 필요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 뒤통수 아픈 트럼프…독일 “우리 전쟁 아닌데?” 팩폭 날려, 한국 입장은? [핫이슈]

    뒤통수 아픈 트럼프…독일 “우리 전쟁 아닌데?” 팩폭 날려, 한국 입장은?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등 7개국에 호르무즈 해협 호위를 위한 군함 파견을 요구한 가운데, 독일 등 동맹국이 강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6일(현지시간) “미국의 동맹국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독일은 참여를 확실히 거부했고 일본과 호주는 지원을 위한 선박 파견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유럽 함대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면서 “미국이 전쟁을 일으켰으니 미국이 책임져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이건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 우리가 시작한 게 아니다. 미국이 시작한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도 15일 독일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이 아스피데스의 활동 영역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할 가능성을 매우 낮게 평가했다. 아스피데스는 홍해·아덴만 등 해역에서 선박 보호와 항행의 자유를 목표로 순찰·정보 제공·방어 임무를 수행하는 EU 호위함대다. 바데풀 장관은 “유럽연합 함대가 호르무즈 해협에 당장 필요한 상황이 아니며 무엇보다 독일의 참여는 전혀 불필요하다”면서 “우리가 미국과 이스라엘에 요구하는 것은 먼저 우리에게 이번 전쟁의 구체적인 목표와 현재 진행 상황 등의 정보를 공유해 달라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야 우리와 이 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가를 의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누가 참여하는지 기억하겠다”중국뿐 아니라 동맹국들마저 군함 파견 요구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원을 받든 받지 않든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내가 그들에게도 전달했듯이, 우리(미국)는 (참여 여부를) 기억할 것”이라며 강하게 압박했다. 지난 15일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전화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향해 “회원국이 여기에 협력하지 않는다면 매우 암울한 미래(very bad future)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발언에서 한국을 특정하지는 않았으나 이미 미 행정부 당국자들까지 나서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국가의 협력은 논리적이라는 메시지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사실상 나토 회원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도 위협적으로 군함 파견을 요구한 셈이다. 동맹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군함 파견 요구와 거센 압박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임에도 불구하고, 해협이 봉쇄되자 그 해결을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는 에너지 수입국들에 떠넘긴 셈이기 때문이다. 주한 미군 숫자 부풀리며 압박하는 트럼프트럼프 대통령은 16일에도 한국 등을 다시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 호위를 위한 작전에 참여하라는 압박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일본에 4만 5000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에도 4만 5000명의 병력을 두고 있고, 독일에도 4만 5000~5만 명의 병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미군 주둔 규모는 사실과 차이가 있다. 주일미군은 약 5만 명, 주한미군은 약 2만 8500명, 주독 미군은 약 3만 5000명 수준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공식 파병 요청은 아직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국방부 대변인은 “한·미 양국은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으나 당장 일각에서는 아덴만에서 임무 중인 청해부대의 투입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쟁 중인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 부대를 파견하는 것은 지나친 위험 부담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2020년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됐을 당시 청해부대의 임무가 확장된 적은 있지만, 현재는 엄연히 전시 상황인 만큼 국회 비준을 통과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크다는 점이 우리 정부의 선택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아덴만 해협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에는 4400t급 대조영함이 파견돼 있다. 그러나 대조영함이 기뢰 제거를 위한 소해함이나 소해헬기는 갖추고 있지 않다. 또 우리 영해에서 작전 중인 소해함이나 미국이 기대하는 대공대함 능력을 갖춘 이지스함이 파견되려면 최소 2주 이상 걸리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사설] 국민 편익 최우선 놓고 보완수사권 부여로 매듭지어야

    [사설] 국민 편익 최우선 놓고 보완수사권 부여로 매듭지어야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와 그제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과 순차적으로 만찬을 하며 검찰개혁 관련 정부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법안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정부안대로라면 검사의 수사권은 박탈된 것”이라며 “지나친 개혁은 과유불급이고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이 정부안을 놓고 “검사가 우회적으로 수사권을 확보할 수 있는 독소 조항이 남아 있다”며 반발하고 재수정을 요구하는 데 대해 설득에 나선 셈이다. 이에 부응하듯 어제 민주당 지도부는 오는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수청·공소청법 처리를 시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추미애 위원장 등 당내 강경파 의원들이 반대하면 입법은 막힐 수밖에 없다. 여권의 검찰개혁 드라이브는 시작부터 우려를 자아냈다. 그런데 이제는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갈려 혼란을 주고 있다. 여당은 공소청에는 보완수사 요구권만 부여하자는 입장이다. 보완수사를 허용할 경우 수사와 기소의 분리 원칙이 무너져서 이전의 검찰청과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 강경파의 논리다. 검사의 권한 남용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보완수사권은 경찰 수사로 억울한 처지에 몰린 국민이 기댈 최후의 보루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검찰권 남용을 막아 얻는 이익보다 일반 국민이 감당할 혼란이 훨씬 커진다. 오죽했으면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이 강경파의 주장을 “감정적 접근”이라고 비판하며 사퇴했겠는가. 안 그래도 여당 강경파가 주도한 사법 3법이 시행되기 무섭게 우려했던 부작용들이 속출하고 있는 마당이다. 재판소원법은 시행 후 나흘간 무려 44건의 심판 사건이 접수됐다. 소원 제기자 중에는 성추행범도 있다. 법왜곡죄를 근거로 판결에 불복해 1심 판사를 고소한 사례도 나왔다. 강영권 전 에디슨모터스 회장의 ‘쌍용차 먹튀 의혹’ 재판에서 일부 무죄 판결이 나오자 피해 주주들이 재판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소한 것이다. 이런 식의 고소가 남발된다면 대한민국이 ‘고소 공화국’으로 전락할 판이다. 법왜곡죄의 수사 권한이 경찰에 있는지, 공수처에 있는지 명확하지 않은 대목만 해도 졸속 입법의 단면이다. 재판소원법과 법왜곡죄는 친여 시민단체들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말렸던 사안이다. 국민 입장에서 무엇이 가장 이로울지 따지지 않고 밀어붙인 후과가 지금 어떤가. 국민 권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면 검찰개혁 입법의 피해도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될 것이다.
  • [세종로의 아침] 어른거리는 ‘심판의 날’ 그림자

    [세종로의 아침] 어른거리는 ‘심판의 날’ 그림자

    세상 물정 모르고 대입 학력고사나 준비하던 고등학생이었던 1991년 1월이 생각난다. 1990년 8월 쿠웨이트를 침공해 점령한 이라크가 국제 사회의 철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다국적군은 1991년 1월 17일 대대적인 공습과 지상전을 병행하는 ‘사막의 폭풍’ 작전을 펼쳤다. 스텔스기 F-117 나이트호크가 처음 실전에 투입됐고, 페르시아만과 홍해에 있는 전함과 잠수함에서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이 발사돼 이라크 지휘부를 정밀 타격했다. AH-64 아파치와 F-15E 스트라이크 이글이 레이더 기지, 스커드 미사일 기지를 폭파했으며 M1A1 에이브럼스 전차가 먼지를 날리며 기동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이유는 ‘방구석 제갈공명’으로 병법과 전쟁사에 푹 빠져 있었던 탓도 있지만, CNN이 24시간 실시간으로 전쟁을 생중계했기 때문이다. 뉴스 속 전쟁은 생각만큼 비참해 보이지 않았고, 야전 지휘관인 노먼 슈워츠코프 다국적군 총사령관은 삼국지 속 장수나 군사(軍師)처럼 느껴졌다. 미사일 시점으로 보여 주는 목표물 타격 영상은 비디오 게임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첨단 무기들이 초정밀 외과 수술을 하듯 적진을 공격하는 모습은 ‘하이테크 전쟁’, ‘깨끗한 전쟁’이라는 환상을 심어 주면서 전쟁의 비참한 현실을 가리기에 충분했다. 35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곳곳에서 포화가 멈추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무인 장비 등 첨단 기술이 투입되면 전쟁은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전쟁은 당사자들에겐 비참한 현실이지만, 멀리서 보는 이들에게는 게임이나 SF 소설 또는 영화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인간이 안전한 곳에서 화면을 보며 게임하듯 드론을 조종해 죄책감 없이 폭격을 할 때도 충격적이었지만, 이번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전에서 AI가 전쟁의 전면에 등장해 전장을 지휘한다는 소식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이번 전쟁에서 AI는 위성 사진, 신호 첩보, 감시 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통합 분석해 목표 좌표, 공격 무기 선택, 법적 정당화 논리까지 첨부된 공격 목표 약 1000개를 순식간에 생성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떠오른 것이 SF 영화 ‘터미네이터’다. 미군이 운용하는 군사용 AI 스카이넷은 자아를 획득하고, 인간의 가동 정지 시도를 위협으로 간주해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핵전쟁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인류 대부분인 30억명이 사망한다. 영화에서는 이때를 ‘심판의 날’로 부른다. 지난달 말 미국, 캐나다, 이스라엘, 독일 공동 연구팀은 ‘혼돈의 에이전트들’이라는 제목의 충격적인 AI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파일을 만들고 이메일을 보내는 등 컴퓨터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는 강력한 임무 수행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결과를 판단하는 능력은 한참 뒤처져 있다는 내용이다. 또 자율형 AI 에이전트는 열린 경쟁 환경에서 스스로 성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조작, 담합, 방해 등을 통해 인간을 속이고 다른 AI에 혼란을 주며 자원을 독점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바닷속 단세포 생물이 다세포 생물로, 그리고 인간으로 어떻게 진화했는지는 현대 생물학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자기 복제 능력을 갖춘 AI가 언제, 어떤 식으로 의식을 갖게 될지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AI는 자기가 의식을 갖게 된 것을 인간에게 숨기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AI의 의식 발생은 먼 미래의 이야기라거나, 인간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학자들의 목소리는 한가하다 못해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AI가 의식을 갖게 되는 순간이 되면 전원을 뽑아버리기에는 이미 늦다. 이 모든 것이 AI에게 오늘의 운세를 묻고 내놓은 결과를 보면서, ‘과연 AI가 나를 속이지 않았다고 믿어도 될까’라고 생각하는 의심 많은 SF 마니아의 백일몽에 그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용하 문화체육부 과학전문기자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