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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33)여자라는 이름의 논개(下)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33)여자라는 이름의 논개(下)

    논개가 왜장을 죽이고 자신도 투신함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됐다.그런데 왜장 기다 마코베의 죽음이 있은 뒤 진주성에 주둔하던 왜적들이 스스로 진주를 떠나자 진주사람들은 이를 예사롭게 보지 않았다.논개의 혼이 왜적들을 물리친 것이라고 여기게 된 것이다.그리하여 남강 기슭 맨바닥에 조촐하게 제상을 차리고 고맙다는 인사를 올렸다. 진주 사람들이 보기로는 진주는 물론 조선 모두를 돌아보아도 민중들의 가슴에 응어리져 있는 국가와 유생 관리들에 대한 미움과 원한을 씻어내고 위로해 주는 사람으로 논개만 한 이가 없었다.민중들이 비록 무지하고 빈곤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어야 할 인정과 의리,사람과 하늘 사이에 있어야 할 생명존중과 함께 사는 이치를 알고 실천하는 것으로 치자면 양반관료들보다 훨씬 나았다.양반관료들은 자기 이익과 편리를 지키기 위해 민중들이 글 배우는 것을 막고,토지를 소유하지 못하게 했으며,끝없는 의무와 복종만을 강요하는 법과 제도를 휘둘러 왔었다. 더욱이 임진왜란이 터진 뒤로 보여 준 양반관료들의 비겁함과 무능은 극치를 이루었고,그런 자들을 믿고 의지하면서 그날까지 살아 온 것을 후회했다.공자 맹자며 유학이며 성리학,향교 서당이며,정승 판서 따위가 그토록 치사하고 졸렬한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왜적이 쳐들어오자 양반관료들은 우마차에다 금은보배와 첩실까지 챙겨 싣고는 깊은 산중으로 도망쳤다.오도 가도 못하고 남은 민중들은 고스란히 왜적들에게 유린당했다.그때 논개라는 기생이 왜장을 죽이고,놀란 왜적들이 황망히 진주성을 버리고 도망가자 진주는 금방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났다.그 공적은 단연코 논개에게 돌아가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그래서 남강 기슭에다 제상을 차려 놓고 울면서 절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민중의 마음이었다.솔직하고 진솔한 예절이었다.이런 광경을 서울에서 내려 온 암행어사가 보았다.진주성 전투가 남긴 가장 감동적인 사건이자 양반관료들에 대한 묵시적 항거이기도 한 이 사건은 곧 정부에 전해졌지만 정부에서는 묵살해버렸다.부끄러웠기 때문이리라. ●도망치기 바빴던 양반들 버젓이 공신에… 그 후 진주성 전투에 대한 논공행상이 있었다.그런데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진주성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온갖 핑계로 다른 곳에 있던 양반관료들과 도망가서 숨어 있다가 전쟁이 끝난 뒤에 돌아온 양반들이 공신으로 오른 반면,전라도에서 의병으로 와 죽은 이들의 이름은 아예 들먹이지도 않은 것이다.몇 몇 대표급 전라도 의병장들은 전쟁공훈자로 이름이 올랐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모두 제외되었다.게다가 하나같이 남자들뿐이었다. 화려한 직함과 함께 사당에 위패가 모셔지고,봄 가을로 나라에서 장만한 제물을 차려 놓고 제사를 올렸다.어떤 때에는 왕이 손수 지은 축문이 내려지기도 했다.진주사람들이 보기로는 당연히 논개의 이름도 공훈자 반열에 올라야 하고,사당을 짓고 제수도 내려주는 것이 온당한 처사라고 여겼지만 유생들이 장악하고 있는 조정에서는 어느 누구도 논개의 이름을 거론하는 자 없었다.험한 말로 개나 소도 훈장을 받는데 어찌하여 논개를 이렇게 홀대할 수 있느냐는 분노가 일기 시작했다.민중들의 서운함 안에는 그동안 국가로부터 천시당하고 억압받았으며 수탈과 능멸로 고통받아온 자신들의 불만도 들어 있었다. 그때부터 논개가 죽은 날만 되면 진주사람들이 남강가에 모여서 성대한 제사를 올리기 시작했다.그 잘난 남자들은 위패 위에 올라서 사당의 향내를 맡으며 국가가 내린 제물을 받았다.논개는 민중 개개인들이 장만한,소박하지만 진실이 어린 조촐한 제물들을 받았다.제상이 없을 때도 있었다.강가 모래 위에다 거적을 깔고 그 위에다 제물을 진설했다.유교 예절에 따른 제상 배열이 아니라 민중들이 마음대로 차린 제상이었다.향로 대신 모래를 모아서 향을 피웠다.제사에는 수백 명의 제관들이 참여했다.그들 어느 누구도 논개의 형제나 친인척이 되는 이는 없었다.논개를 안다거나 만나본 사람도 없었다.다만 소문으로만 들었을 뿐이다.그런데도 제 부모 형제의 제사보다 훨씬 더 진지하고 엄숙했다.누가 참석하라고 지시한 것도 아니었다.논개의 죽음에 감동한 민중들 스스로가 제관이 된 것이다. ●진주 민중 146년간 탄원… 영조때 사액내려 제사가 끝난 뒤엔 논개의 죽음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토론이 벌어졌다.대표자가 뽑히고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도 만들어졌다.대표자 중에는 정식(1683∼1746) 같은 선비도 있었다.그를 중심으로 한 비대위에서는 먼저 진주목사와 경상우병사에게 탄원서를 제출했다.이렇게 시작된 탄원서는 그 뒤로 대를 이으면서 계속되었다. 진주목사나 경상우병사로 부임하는 사람은 누구든 이 탄원서로 골머리를 앓았다.참으로 집요하게 계속되는 탄원서 중에는 가끔 비변사나 왕에게까지 전달된 적도 있었다.그러나 묵살로 일관했다.진주사람들도 오기가 있었다.끝까지 가보자며 탄원서를 쉬임없이 올렸고,그때마다 새롭고 놀라운 사실들을 추가시켰다.그러기를 146년 동안이나 계속했다. 결국 조선 정부에서도 더는 논개의 공적을 묵살할 수 없었다.그리하여 1740년(영조16) 정부에서는 ‘의기논개지문(義妓論介之門)’이란 사액(賜額)을 내려 논개의 공적을 공식화했다.죽은 지 146년 만에 사당이 지어지고,위패가 모셔져 눈비 맞으며 강가에서 민중들이 모시던 제사가 소원을 이룬 것이다. 그 후 진주목사 정현석은 논개의 삶이 지닌 역사적 큰 뜻을 기려서 ‘의암별제(義岩別祭)’라는 매우 소중한 제례의식을 창안하여 논개의 삶을 기림과 동시에 진주사람들의 끈질기고 뜨거운 논개 사랑을 예술로 승화시킨 행사를 만들었다. 의암별제는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단순한 제사의식이 아니라 조선의 넋과 멋을 모두 담고 있는 악(樂),가(歌),무(舞)를 근간으로 3일 밤낮 계속되는 화려하고 장엄한 대제전으로서 민족예술을 지향했다는 점이다.또한 논개의 죽음이 지닌 자유정신과 혁명성을 담아내기 위해 제사가 끝난 뒤 사흘 밤낮으로 뒤풀이가 벌어지는데,사방에서 몰려든 인파가 남강가에서 축제를 벌였다.이리하여 의암별제는 진주 특유의 풍류가 되었고 문화잔치였으며 전국 최초의 예술행사의 전형이 되기도 했다. ●성계옥 선생 82년 만에 ‘의암별제’ 재현 이렇듯 품격과 재미를 균형있게 구비한 의암별제를 통하여 논개 정신의 불멸성을 민중 속에 심어오던 이 예술행사는 한일병합 이후 총독부로부터 조선민족주의 선전 행사로 지목되어 탄압받다가 끝내 금지되었다.의암별제를 주도했던 진주기생들은 일본 경찰의 감시를 피해 촉석루에 숨어들어 제사를 모시기도 했다.발각당한 기생들은 고문을 받아 의암별제 명맥이 끊어졌다.그 뒤 나이 든 기생들은 해마다 제사 때가 되면 촉석루 대신 의암에 올라 주먹으로 바위를 치면서 절규하기도 했다. 의암별제는 단절된 지 82년 만인 1992년에 성계옥 선생에 의하여 재현되어 다시 볼 수 있게 된,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형식의 제사의식을 겸한 예술의 한 형식이다. 이렇듯 논개는 진주사람이나 전북 장수인들만의 논개가 아니라 한국인의 가슴 속에서 자라나고 있는 조선의 마음이다.논개의 근대성은 오늘날 한국 여성들의 진취성과 도전정신의 원류이자 성차별의 시대상을 온 몸으로 극복해 낸 한국여성의 전설이다.혼자서 꾸는 꿈은 꿈으로 끝나지만 여럿이서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눈 앞의 이익을 좇는 삶은 이웃의 삶까지 더럽힌다는 역사적 교훈을 오늘에 다시 되새기게 한다.‘여성을 바로 보지 못하면 인간의 미래는 어둡다.’는 명제를 우리에게 안겨 준 논개. 올 봄 진주에는 논개를 새롭게 이해하기 위한 축제가 열린다.사랑하는 사람들이여,논개를 만나거든 물어보시라.누가 논개를 죽었다고 하는지.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33)여자라는 이름의 논개(下)

    논개가 왜장을 죽이고 자신도 투신함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됐다.그런데 왜장 기다 마코베의 죽음이 있은 뒤 진주성에 주둔하던 왜적들이 스스로 진주를 떠나자 진주사람들은 이를 예사롭게 보지 않았다.논개의 혼이 왜적들을 물리친 것이라고 여기게 된 것이다.그리하여 남강 기슭 맨바닥에 조촐하게 제상을 차리고 고맙다는 인사를 올렸다. 진주 사람들이 보기로는 진주는 물론 조선 모두를 돌아보아도 민중들의 가슴에 응어리져 있는 국가와 유생 관리들에 대한 미움과 원한을 씻어내고 위로해 주는 사람으로 논개만 한 이가 없었다.민중들이 비록 무지하고 빈곤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어야 할 인정과 의리,사람과 하늘 사이에 있어야 할 생명존중과 함께 사는 이치를 알고 실천하는 것으로 치자면 양반관료들보다 훨씬 나았다.양반관료들은 자기 이익과 편리를 지키기 위해 민중들이 글 배우는 것을 막고,토지를 소유하지 못하게 했으며,끝없는 의무와 복종만을 강요하는 법과 제도를 휘둘러 왔었다. 더욱이 임진왜란이 터진 뒤로 보여 준 양반관료들의 비겁함과 무능은 극치를 이루었고,그런 자들을 믿고 의지하면서 그날까지 살아 온 것을 후회했다.공자 맹자며 유학이며 성리학,향교 서당이며,정승 판서 따위가 그토록 치사하고 졸렬한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왜적이 쳐들어오자 양반관료들은 우마차에다 금은보배와 첩실까지 챙겨 싣고는 깊은 산중으로 도망쳤다.오도 가도 못하고 남은 민중들은 고스란히 왜적들에게 유린당했다.그때 논개라는 기생이 왜장을 죽이고,놀란 왜적들이 황망히 진주성을 버리고 도망가자 진주는 금방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났다.그 공적은 단연코 논개에게 돌아가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그래서 남강 기슭에다 제상을 차려 놓고 울면서 절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민중의 마음이었다.솔직하고 진솔한 예절이었다.이런 광경을 서울에서 내려 온 암행어사가 보았다.진주성 전투가 남긴 가장 감동적인 사건이자 양반관료들에 대한 묵시적 항거이기도 한 이 사건은 곧 정부에 전해졌지만 정부에서는 묵살해버렸다.부끄러웠기 때문이리라. ●도망치기 바빴던 양반들 버젓이 공신에… 그 후 진주성 전투에 대한 논공행상이 있었다.그런데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진주성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온갖 핑계로 다른 곳에 있던 양반관료들과 도망가서 숨어 있다가 전쟁이 끝난 뒤에 돌아온 양반들이 공신으로 오른 반면,전라도에서 의병으로 와 죽은 이들의 이름은 아예 들먹이지도 않은 것이다.몇 몇 대표급 전라도 의병장들은 전쟁공훈자로 이름이 올랐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모두 제외되었다.게다가 하나같이 남자들뿐이었다. 화려한 직함과 함께 사당에 위패가 모셔지고,봄 가을로 나라에서 장만한 제물을 차려 놓고 제사를 올렸다.어떤 때에는 왕이 손수 지은 축문이 내려지기도 했다.진주사람들이 보기로는 당연히 논개의 이름도 공훈자 반열에 올라야 하고,사당을 짓고 제수도 내려주는 것이 온당한 처사라고 여겼지만 유생들이 장악하고 있는 조정에서는 어느 누구도 논개의 이름을 거론하는 자 없었다.험한 말로 개나 소도 훈장을 받는데 어찌하여 논개를 이렇게 홀대할 수 있느냐는 분노가 일기 시작했다.민중들의 서운함 안에는 그동안 국가로부터 천시당하고 억압받았으며 수탈과 능멸로 고통받아온 자신들의 불만도 들어 있었다. 그때부터 논개가 죽은 날만 되면 진주사람들이 남강가에 모여서 성대한 제사를 올리기 시작했다.그 잘난 남자들은 위패 위에 올라서 사당의 향내를 맡으며 국가가 내린 제물을 받았다.논개는 민중 개개인들이 장만한,소박하지만 진실이 어린 조촐한 제물들을 받았다.제상이 없을 때도 있었다.강가 모래 위에다 거적을 깔고 그 위에다 제물을 진설했다.유교 예절에 따른 제상 배열이 아니라 민중들이 마음대로 차린 제상이었다.향로 대신 모래를 모아서 향을 피웠다.제사에는 수백 명의 제관들이 참여했다.그들 어느 누구도 논개의 형제나 친인척이 되는 이는 없었다.논개를 안다거나 만나본 사람도 없었다.다만 소문으로만 들었을 뿐이다.그런데도 제 부모 형제의 제사보다 훨씬 더 진지하고 엄숙했다.누가 참석하라고 지시한 것도 아니었다.논개의 죽음에 감동한 민중들 스스로가 제관이 된 것이다. ●진주 민중 146년간 탄원… 영조때 사액내려 제사가 끝난 뒤엔 논개의 죽음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토론이 벌어졌다.대표자가 뽑히고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도 만들어졌다.대표자 중에는 정식(1683∼1746) 같은 선비도 있었다.그를 중심으로 한 비대위에서는 먼저 진주목사와 경상우병사에게 탄원서를 제출했다.이렇게 시작된 탄원서는 그 뒤로 대를 이으면서 계속되었다. 진주목사나 경상우병사로 부임하는 사람은 누구든 이 탄원서로 골머리를 앓았다.참으로 집요하게 계속되는 탄원서 중에는 가끔 비변사나 왕에게까지 전달된 적도 있었다.그러나 묵살로 일관했다.진주사람들도 오기가 있었다.끝까지 가보자며 탄원서를 쉬임없이 올렸고,그때마다 새롭고 놀라운 사실들을 추가시켰다.그러기를 146년 동안이나 계속했다. 결국 조선 정부에서도 더는 논개의 공적을 묵살할 수 없었다.그리하여 1740년(영조16) 정부에서는 ‘의기논개지문(義妓論介之門)’이란 사액(賜額)을 내려 논개의 공적을 공식화했다.죽은 지 146년 만에 사당이 지어지고,위패가 모셔져 눈비 맞으며 강가에서 민중들이 모시던 제사가 소원을 이룬 것이다. 그 후 진주목사 정현석은 논개의 삶이 지닌 역사적 큰 뜻을 기려서 ‘의암별제(義岩別祭)’라는 매우 소중한 제례의식을 창안하여 논개의 삶을 기림과 동시에 진주사람들의 끈질기고 뜨거운 논개 사랑을 예술로 승화시킨 행사를 만들었다. 의암별제는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단순한 제사의식이 아니라 조선의 넋과 멋을 모두 담고 있는 악(樂),가(歌),무(舞)를 근간으로 3일 밤낮 계속되는 화려하고 장엄한 대제전으로서 민족예술을 지향했다는 점이다.또한 논개의 죽음이 지닌 자유정신과 혁명성을 담아내기 위해 제사가 끝난 뒤 사흘 밤낮으로 뒤풀이가 벌어지는데,사방에서 몰려든 인파가 남강가에서 축제를 벌였다.이리하여 의암별제는 진주 특유의 풍류가 되었고 문화잔치였으며 전국 최초의 예술행사의 전형이 되기도 했다. ●성계옥 선생 82년 만에 ‘의암별제’ 재현 이렇듯 품격과 재미를 균형있게 구비한 의암별제를 통하여 논개 정신의 불멸성을 민중 속에 심어오던 이 예술행사는 한일병합 이후 총독부로부터 조선민족주의 선전 행사로 지목되어 탄압받다가 끝내 금지되었다.의암별제를 주도했던 진주기생들은 일본 경찰의 감시를 피해 촉석루에 숨어들어 제사를 모시기도 했다.발각당한 기생들은 고문을 받아 의암별제 명맥이 끊어졌다.그 뒤 나이 든 기생들은 해마다 제사 때가 되면 촉석루 대신 의암에 올라 주먹으로 바위를 치면서 절규하기도 했다. 의암별제는 단절된 지 82년 만인 1992년에 성계옥 선생에 의하여 재현되어 다시 볼 수 있게 된,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형식의 제사의식을 겸한 예술의 한 형식이다. 이렇듯 논개는 진주사람이나 전북 장수인들만의 논개가 아니라 한국인의 가슴 속에서 자라나고 있는 조선의 마음이다.논개의 근대성은 오늘날 한국 여성들의 진취성과 도전정신의 원류이자 성차별의 시대상을 온 몸으로 극복해 낸 한국여성의 전설이다.혼자서 꾸는 꿈은 꿈으로 끝나지만 여럿이서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눈 앞의 이익을 좇는 삶은 이웃의 삶까지 더럽힌다는 역사적 교훈을 오늘에 다시 되새기게 한다.‘여성을 바로 보지 못하면 인간의 미래는 어둡다.’는 명제를 우리에게 안겨 준 논개. 올 봄 진주에는 논개를 새롭게 이해하기 위한 축제가 열린다.사랑하는 사람들이여,논개를 만나거든 물어보시라.누가 논개를 죽었다고 하는지.˝
  • 기계는 침수되고… 지원은 생색내기/ 中企 “울고 싶어라”

    “억장이 무너지고 심장이 멎는 기분입니다.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워온 회사가 하루 사이 흙더미에 묻혔는데 눈에 보이는 게 있겠습니까.”15일 대구 달성논공산업단지의 SK텍스 정현분 사장은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공장에서 울분을 토로했다.정 사장은 “2∼3명의 인력 지원으로 생색을 내고 있는 관계 당국이 과연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지체 높은 양반들의 방문보다 한 사람의 일손이 아쉽다.”고 하소연했다. 부산·대구·경남의 주요 산업단지내 수출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이와 비슷하다.주요 설비가 물에 잠겨 교체가 불가피하며 원자재도 폐기 처분해야 할 판이다.특히 770개 업체가 입주한 녹산국가산업단지는 지역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나 되지만 해안가의 160여개 업체가 모조리 공장건물 파손이나 기계·원자재 침수로 1주일에서 보름이상 가동을 못할 처지다. ●재해지역 지정돼도 지원은 고작 200만원 김해 진례면 동남인젝션은 강풍으로 공장 창고와 제품들이 모두 파괴되는 막대한 피해를 봤다.김종석 사장은 “창고를 세우고 기계를 돌리려면 자금이 있어야 하는데 1∼2개월 걸리는 금융 대출 전까지 버틸 재간이 없다.”면서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되더라도 경영안전자금이 업체당 200만원선밖에 지원되지 않는다고 하니 기가 막힐 뿐”이라고 말했다.이어 “정부가 특별재해지역 지원 대상에서 상가와 공장을 제외해 놓고서는 재해보험에 가입하라고 종용하지만 비용 과다 지출을 우려한 보험사들이 난색을 표명하는 바람에 이마저도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 사장은 이왕 특별 재해지구로 지정할 계획이면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는 “관계 당국 어디를 가도 중앙 정부의 특별 재해지구 선포가 있어야 나설 수 있다는 말만 하고 있다.”며 “정부가 계속 미적댈 경우 태풍으로 쓰러진 중소기업들을 두번 죽이는 꼴”이라고 말했다. ●“인력 및 원자재 확보 지원을” 창원공단의 가전업체인 성철사는 원자재 부족으로 공장 가동이 늦어지고 있다.여기에 공장 복구에 필요한 자재들도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또다른 피해를 볼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관계자는 “공장 지붕이 강풍으로 날아가 임시 패널이 필요하지만 구할 곳이 없다.”면서 “이번주에도 비 소식이 많아 가까스로 수리한 기계들이 또 비에 젖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인력 지원도 제때 이뤄지지 않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공장 복구 및 도로 보수,전기·전화 개설 등은 대규모 인원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구색 갖추기에 그쳐 일부 중소기업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납기일 못맞춰 수출차질 대구 달성단지의 가구부품업체인 현대정밀은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이 30%(연간 30억원) 수준.그러나 주요 생산 설비가 물에 잠겨 수출 납기일을 맞추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관계자는 “바이어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있지만 모두 연기해 줄지는 의문”이라며 “부산항 하역작업마저 차질을 빚고 있어 원자재 수입도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마산 수출자유무역의 가전기기 부품업체인 한국중천은 사무실과 공장 등이 완전히 물에 잠겨 현재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관계자는 “사무실 2층만 피해를 면했을 뿐 이 곳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라며 “당분간 수출과 내수에 신경쓸 여력이 없고 물빼기에도 바쁘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시설 복구가 최우선 과제”라며 “눈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이같은 참혹한 상황을 다들 믿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두기자 golders@
  • [오늘의 눈] ‘민주화’ 관련자 생계지원 마땅

    참여정부가 외교·경제 문제 등으로 매서운 비판을 받지만,‘인사시스템’만큼은 평가받는 편이다.한때 ‘호남역차별론’ 등으로 구설에도 올랐으나,청와대 자체평가에서도 인사 분야는 ‘우(優)’정도로 자리매김되고 있다.정부 고위직 인사에 대한 추천·검증 절차의 분리와,청와대 내에 5인의 인사위원회를 두고 이른바 ‘실세’의 독단적 입김을 구조적으로 배제한 덕분일 것이다. ‘깐깐한 인사’의 중심에는 정찬용 인사보좌관이 있다.그가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60,70년대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 이력서 320여개를 별도로 간직하고 있다.”면서 “감옥에 서너번 갔다와 취직도 못한 채 30여년을 어렵게 살아온 분들도 있다.보훈적 차원에서 산하단체가 운영하는 부대시설의 ‘일부’ 운영권을 넘겨주는 등의 배려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이 언급이 공기업 낙하산인사 시비와 맞물리고,민주화운동보상법에 이은 ‘이중특혜’ 논란까지 야기했다. 논란 확산의 바탕에는 사실관계의 왜곡이 깔려 있다.정 보좌관은 “책임과 권한이 있는 자리는 어렵다.”고 못박았었다.공기업 임원으로 채용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또 320여명 중 대부분은 ‘민주화운동 유공자’들도 아니어서 이중특혜 시비의 대상이 아니다.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도 끼어있어 ‘논공행상’의 성격도 별로 없다. 운영권 확보 과정에서 인사보좌관의 직분을 이용해 ‘청탁’을 한다거나,가산점 등 특혜를 준다는 얘기는 없었다.정 보좌관은 “산하단체의 부대시설 중 계약기간이 만료된 곳에 공개적으로 입찰에 들어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하단체의 부대시설 운영권은 짭짤한 수익이 보장되는 터라,과거정부에서는 산하단체장의 친·인척들에게 돌아가곤 했다.정 보좌관은 9일 “논란이 있더라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생각대로 진행하겠다.”고 뚝심을 보여줬다. 문소영 정치부 기자symun@
  • [씨줄날줄] 功臣시효

    한 TV 사극에서 고려 19대 명종을 즉위시킨 무신 쿠데타의 주역 정중부와 이의방에게 벽상공신이란 훈공이 내려진다.이들의 초상화는 궁궐 공신각에 개국공신들과 함께 내걸리고 집과 토지·노비·금 등이 하사된다.예부터 국가·왕실을 위해 공을 세운 사람에게 주는 칭호가 공신이다.중국으로부터 도입돼 신라 이래 고려,조선조에서 수많은 예를 찾을 수 있다.고려의 개국공신·중흥공신과 정변이 많았던 조선은 개국공신·정사공신·정난공신·분무공신에 이르기까지 28종에 이른다. 오늘날 정권교체 때마다 대선에 기여한 공로에 따라 공신들의 논공행상이 이뤄지는 건 마찬가지다.그러면 창업·대선공신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될까.노무현 대통령이 6개월이란 답을 내렸다.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직원조회에서 “지난 인사 중에 과거의 공로가 고려된 인사가 있었겠지만 그 유효기간은 6개월,어떤 경우는 1년이 될 수밖에 없다.”며 “공로에 대한 보답은 기회를 주는 것이지 보장을 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내가 창업공신’이라는 말을 다 버려 달라.”고도 당부했다.오는 8월말쯤 당·정·청와대의 일부 창업공신은 버리고 정권을 지켜갈 수성공신을 기용하겠다는 뜻이다. 정치권에서 창업,수성공신을 구별해 대통령이 용인술을 구사해야 한다는 얘기는 노태우정부 시절 회자됐다.노정부 태동에 기여한 월계수회 중심의 창업공신들을 쓰고난 뒤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성공신들로 국정을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여기서 ‘태양론’과 ‘한신론’이 등장했다.우주에 하나뿐인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면 타죽고 멀리 떨어지면 춥듯이,절대권력자인 대통령을 모시는 공신의 역할과 한계를 함의한 말이다.한신은 한고조 유방을 도와 항우를 물리치고 개국 일등공신에 올랐으나 논공행상이 있던 날 역적수괴로 몰려 죽임을 당한다.너무 용맹한데다 한때 제왕을 칭한 괘씸죄에 걸려 토사구팽된 사람으로,낙향해 살아남은 책사 장량의 처신과 곧잘 비교된다. 대통령의 공신론 언급은 적절한 것 같다.과거 정부가 절반의 성공에 그친 요인의 하나가 창업,수성공신을 구분하지 못한 용인술과 공신들이 시효를 무시하고 욕심을부린 때문은 아니었는지 되새겨볼 일이다.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드는 수성공신을 보고 싶다. 박선화 논설위원
  • ‘중앙’ 뺨치는 지방공기업 ‘낙하산인사’

    지방 공기업의 낙하산식 인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중앙정부 산하 공기업 못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는 자치단체가 인사적체 해소의 출구로 공기업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정년을 1∼2년 남긴 고위공무원을 조기 퇴직시켜 산하 공기업으로 밀어내는 것이 관행이 되고 있다. 게다가 민선단체장이 측근 등 정치권 주변 인사를 논공행상식으로 임용하는 것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모제 형식을 띠고 있으나 전문성이나 경영능력과 무관한 인사의 공기업행에 대한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경북관광개발공사는 대선 당시 민주당 대구시 총괄단장 등을 지낸 김진태(50)씨를 최근 사장으로 선임했다. 김 사장의 선임은 사장공모제를 처음 도입,관광 전문가를 뽑겠다는 취지와는 전혀 다른 결과라는 지적이다. 공사측은 당초 ▲관광관련 정부투자기관 또는 재투자기관에서 상임이사로 재직한 경력이 있거나 현직에 있는 자 ▲관광관련 업계에서 임원급 이상의 경력 3년 이상인 자 등 관광관련 전문성을 사장 자격으로 꼽았다. 그러나 공사측은 예정된공모기간을 슬그머니 넘긴 뒤 공모요건도 ▲국가공무원법 미결격자 ▲경북지역 관광개발·진흥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개혁성 있는 인사 등으로 확대한 뒤 김씨를 선임했다.‘무늬만 공모’란 지적이다. 대구시도 공모형식을 취했지만 대형참사를 빚은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에 퇴직 공무원을 임용했다. 특히 대구시 도시개발공사와 시설관리공단 등의 공기업 임원들이 오는 7월말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데다 시 공무원들이 잇따라 명예퇴직을 신청해 낙하산 인사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부산시도 시설관리공단과 환경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 퇴직 공무원을 앉혔다.부산시 산하 공기업과 출자 및 출연기관에 입성한 시 간부 출신 임원만 9명에 이른다. 울산시는 올해초 울산 중소기업지원센터에 경제관련 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시장 측근 인사를 기용했다.경북도 역시 산하 공기업인 경북개발공사 사장직을 3대째 퇴직공무원이 이어받고 있다. 서울시도 최근 농수산물도매시장관리공사 사장에 국회사무처 차장 출신인 노석갑씨를 임용했다.노씨에 대해서는 전문성과는 별개로 시장과의 학연이 구설수에 올랐다. 대구시 산하 5개 공기업 노조로 구성된 ‘대구시투자기관노동조합협의회’는 “미리 사람을 내정해 놓고 겉으로는 공모형식을 빌리는 낙하산식 인사가 판을 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진전문대 김진복 교수는 “낙하산식 인사는 내부 경영개혁보다는 임용권자만 쳐다보는 눈치보기식 경영이 우려되는게 가장 큰 문제”라며 “공모과정과 심사,추천 등 모든 절차를 공개하고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 등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지는 투명한 인사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
  • ‘무보수 특보’ 우려 목소리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오랜 측근 중 상당수를 무보수 명예직 성격의 ‘대통령 특별보좌관’으로 임명할 것으로 알려지자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권력남용’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25일 기자들에게 “대통령을 돕는 역할인데 직책이 없을 경우 비선이라고 하는 풍토가 있어 대통령이 자리를 주고 싶어했다.”면서 “이강철 전 대선후보 특보는 정무특보,김영대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은 노동특보,이기명 전 후원회장은 문화특보가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 김영일 사무총장은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는 것처럼 선전하면서 고위 공무원들을 계속 늘리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사기극”이라며 “일선 소방대원이나 구조대원 등 정말 필요한 공무원들의 숫자와 권능을 보강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비판했다.그는 “현 정권은 청와대 요직을 논공행상을 위한 전리품으로 착각하지 말라.”고 강조했다.다른 당직자도 “가뜩이나 대통령 측근들에게 로비가 집중되고 있는데,실세를 공개적으로 양산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김성순 지방자치위원장도 기자에게 “공직이라는 것은 보수가 있건 없건 간에 국민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인데,무질서하게 자리를 만드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청와대측의 ‘비선 양성화’ 논리에 대해서도 “안그래도 청와대 비서실이 비대한 편인데 그런 식이라면,특보 자리를 수십개 수백개씩 만들어도 된다는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다른 관계자도 “특보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내각은 물론 청와대 비서실의 공식라인과 영역이 겹쳐 업무 혼선과 월권 시비가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연 박정경기자 carlos@
  • “이창동 장관의 언행·행보 완장 찬 남로당간부 비슷”한나라 임인배의원 맹공

    한나라당은 20일 새 정부의 몰아치기식 인사정책에 대대적인 ‘공습’을 퍼부었다.부처의 1급 일괄사표 확산과 관련,김영일 사무총장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내각이 비판세력에 전쟁을 준비하고 지휘하는 종합사령실로 착각하는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조해진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1급은 할 만큼 한 사람들’이란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의 발언으로 미뤄 정권 차원의 물갈이 작업이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특히 군수뇌부의 기수파괴와 대폭 물갈이가 안보불안을 부채질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황우여 정책위 부의장은 “북핵문제와 이라크전 발발로 안보위기가 고조되는 시점에 군이 인사문제로 술렁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장관실 정책보좌관제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졌다.박희태 대표권한대행이 “차관이나 차관보가 있는데 왜 ‘큰 정부’를 만들려 하는지….”라고 하자 김 총장은 “일자리 창출”이라고 비꼬았다. 임인배 수석부총무는 “말만 정책보좌관이지 내 사람 심기 아니냐.”면서 “대선 논공행상을 위한 위인설관 인사”라고 성토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부대변인단이 총출동해 각료들의 언행을 꼬집었다. 임 부총무는 “조용한 사람도 완장을 차면 설치고 돌아다니던 남로당 간부들의 행동과 비슷하다.”며 이창동 문화부 장관이 “공격을 받으니 장관직이 재밌어지고 전의가 생긴다.”고 한 발언에 직격탄을 날렸다. 김해수 부대변인은 윤영관 외교장관의 교수직 유지와 관련,“‘반칙과 특권’을 유지하려는 처신”이라고 지적했고 박순자 부대변인은 “김진표 경제부총리의 영변폭격설 실언을 엄중 문책하라.”고 촉구했다. 박정경기자 olive@
  • 긴급점검,장관 정책보좌관 신설...공직사회 술렁

    참여정부가 2∼4급 장관 정책보좌관 신설을 위한 구체적인 수순 작업에 들어가자 공직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행정자치부는 장관보좌관 설치·운영 규정을 만들어 13일 차관회의에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18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면 늦어도 이달 중에는 실시될 전망이다.하지만 정책보좌관 신설을 바라보는 관료사회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많다.학계에서도 순수한 정책보좌에 그쳐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고 있다. ●관료사회 장악 위해 불가피 개혁 장관 혼자서는 공직사회 개혁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개혁의 성공적인 추진을 돕는 정책보좌관이 필요하다는 게 취지다.청와대 관계자는 “외부에서 들어온 장관이 관료들에게 휘둘리는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는 장관 정책보좌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무리 유능한 외부인사가 장관으로 발탁돼도 관료사회에 포위되면 쉽게 기존 체제에 동화돼 왔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국민의 정부에서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3년 동안 지냈던 김광웅 서울대 교수도 “관료사회를 바꾸려면 한 세대가 걸린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며 개혁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정책보좌관의 역할은 장관을 도와 관료조직을 효율적으로 통솔하고 정치권과의 대응력을 높이는 쪽으로 모아진다.바꿔 말하면 장관의 조직장악력을 도와준다는 것이다. 행자부는 보좌관의 신분은 별정직 또는 계약직으로 해 장관 재량에 따라 내부 공무원을 발탁하거나 외부전문가를 데려올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원칙적으로 장관과 임기를 같이 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혼선과 부작용이 우려된다 정책보좌관이 장관의 정책결정과 수행을 돕는 차원이 아니라 ‘위인설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대선기간 동안 활동했던 참모들을 위한 자리 만들기가 아니냐는 것이다.벌써부터 각 부처에서는 민주당 전문위원 등 당 출신인사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일했던 인물들의 이름이 정책보좌관으로 거명되고 있다. 중앙부처 한 간부는 “정책보좌관에게 힘이 쏠리면서 인사 등에서 이들에게 줄을 대려는 현상이 빚어질 수밖에 없어 관료조직의 안정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관료조직의 동반자가 아닌 감시자의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조직 내의 반목도 우려된다. 장관이 개인적으로 고용하던 인물들을 보좌관에 임명하면서 정부 조직을 사유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정부 관계자는 “2∼3급 간부가 되려면 부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행정고시에 합격하고도 20여년을 근무해야 하는데 정치권에 몸담았던 30∼40대 인물이 간부로 온다면 허탈감이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전문가들이 이미 정책 보조기능을 맡고 있는 일부 부처에서는 정책 혼선도 우려된다.재정경제부의 경우 한국금융연구원의 박사를 장관보좌관으로 두고 복잡한 금융문제의 조언을 듣거나 영문 연설문 작성 등의 업무를 맡기고 있다.금융을 잘 모르는 경제기획원 출신 장관이 있을 때는 장관보좌관의 정책보좌가 특히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연구소 인재를 활용하라 정책보좌관의 순기능과 역기능이 혼재돼 있는 상황에서는 정치권 인사보다는 연구소 박사 등으로 충원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국방송통신대 강성남 교수는 “정책의 수립과 추진은 부처내 여러 국·과가 유기적으로 활동하는 가운데 이뤄지기 때문에 보좌관 2∼3명이 돕는다고 장관의 정책수립 기능을 한꺼번에 높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그는 “대통령 직속의 위원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해 장관을 돕도록 하거나 부처 산하의 연구소 인재들을 활용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김판석 교수는 “장관이 정책보좌관들을 결재라인 조직이 아닌 순수 보좌조직으로 활용하면 외부 수혈을 도모한다는 원래 취지에 부합할 수 있다.”며 “모든 부처에 보좌관제를 두지 말고 부처의 규모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해 논공행상의 논란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
  • 참여연대 ‘새 대통령에 보내는 고언’ “국민참여, 철저한 개혁 통해 가능”

    참여연대가 25일 ‘1825일의 마라톤을 시작하는 대통령에게 보내는 고언’을 냈다.부제는 ‘5년은 개혁하기엔 너무 짧고,부패의 유혹을 이겨내기엔 한없이 긴 시간’이다.‘고언’은 김대중(DJ) 정부의 실책을 짚은 뒤 그 전철을 되밟지 말 것을 충고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먼저 참여정부의 조건을 언급했다.“국민 참여의 조건은 철저한 자기개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면서 “국민을 관객화시키고 실제 참여를 거북스러워하는 역설을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충고했다.김대중 정부에 대해서는 “국민의 정부를 내세웠으나 가신·친인척·계보정치 등에 대한 내부개혁과 자기개혁에 인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혁 반발’에 대한 정면 대응을 주문했다.“DJ정부는 초기 사법개혁,재벌개혁 등에서 중대한 계기를 맞았으나,정면 대응을 회피해 기득권의 저항을 용인하고 개혁의 주체를 소외시켰다.”고 주장했다.노 정권에 대해서도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등 권력형 부패방지의 공약들이 ‘청와대 사정팀의 구성’ 등 벌써 편의적 방식으로 윤색되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명했다. 국정수행에 대해서는 “원칙과 기준,개혁방향과 이를 구현할 절차·방법이 투명하고 명료하게 제시될 때만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면서 “비밀주의·일방주의·관료적 엄숙주의를 지양하라.”고 주문했다. 인사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참여연대는 “DJ 정부는 논공행상식,정파안배식,친관료적 인사에 의해 서서히 침몰해갔다.”고 규정하고 “노 정권의 행정부가 ‘관료적 안정성’에 치중,DJ정부처럼 용두사미식 개혁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지운기자 jj@
  • 고속도로 공사장 인부4명 추락사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작업중이던 인부 5명이 지상 20m의 리프트 위에서 추락,4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6일 오후 3시쯤 경북 영천시 청통면 우천리 대구∼포항 고속도로 목성교 공사현장에서 작업중이던 한효준(26·대구시 북구 침산동)씨 등 인부 5명이 20m 아래 길 위로 떨어져 한씨와 변정구(26·대구시 달성군 논공읍),이재훈(29·포항시 남구 지곡동),배한철(35·대구시 달서구 감삼동)씨 등 4명이 숨졌다. 영천 김상화기자 shkim@
  • 대구 비슬산 개발 놓고 달성군·환경단체 마찰

    대구 비슬산 개발을 놓고 달성군과 환경단체가 논란을 벌이고 있다. 달성군이 비슬산 관통도로 건설과 자연휴양림 추가 조성을 추진하자 환경단체가 환경 파괴가 우려된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30일 군에 따르면 비슬산 정대리∼용연사 구간에 길이 6.5㎞,너비 8m의 왕복 2차선 도로 개설을 위해 올해 2억 5000만원을 들여 기본설계와 환경영향평가 등을 실시키로 했다.또 화원읍 본리리 260㏊에 자연휴양림과 비슬산 입구인 용연사 지구와 유가사 지구 등 2곳에 집단시설지구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같은 계획이 알려지자 대구환경운동연합과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등 지역 환경단체들이 관통도로 개설사업 취소를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환경단체들은 비슬산 관통도로는 6∼7부 능선을 따라 건설되는 데다 길이 1㎞의 터널도 개설,비슬산 환경파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자연휴양림도 기존 휴양림이 비슬산 훼손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또 다른 휴양림이 들어서면 생태계 파괴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달성군 관계자는 “앞으로 군청사가 논공으로 이전되면 가창지역 주민들의 교통편의 등을 위해 도로 개설은 필요하다.”면서 “주민 여론 수렴과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신중하게 사업실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
  • [오늘의 눈] 민주당의 ‘로맨스와 불륜’

    지난 1994년 3월31일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당보를 통해 김영삼(金泳三·YS) 대통령의 문민정부 낙하산 인사를 비판했다.민주당보는 “역대 군사정권이 자행하던 논공행상식 낙하산 인사의 폐해가 YS정부 들어 오히려 심화됐다.”고 주장했다.공기업에 특채된 사람은 YS의 사조직인 민주산악회와 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 출신인사,YS의 개인측근,민자당 당료 및 해직당직자로 크게 나눌 수 있으며 이사급 이상의 간부만도 210명이 넘는다는 게 민주당보의 내용이었다. 공기업 낙하산 인사가 문제가 된 것은 이처럼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최근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민주당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이 “당내 인사 250∼300명을 선발해 공기업에 진출시키기로 했다.”고 발언한 이후 낙하산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민주당은 불만이 많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22일 집무실에서 정대철 최고위원,정균환(鄭均桓) 총무,문희상(文喜相)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낙하산 인사라고 하는 것은 정당정치를 잘 모르고 하는 말들”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소식을 전하는 ‘인수위 브리핑’은 “개혁참여와 낙하산 인사는 구분해야 한다.”고 언론의 보도를 비판했다. 적지않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이나 적당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는 국민들도 많다.이런 점에서 전문성을 갖춘 정치권 인사를 공기업에 보내 개혁을 하겠다는 민주당의 방침에도 일리가 있다.하지만 과거 정권이 하던 것은 완전한 낙하산이었고,내가 하려는 것은 ‘숭고한’ 개혁이라는 주장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공감할까.민주당의 시각은 ‘내가 외도하면 로맨스고,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자기합리화는 아닐까.‘혹시나’ 하는 기대가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tiger@kdaily.com 곽 태 헌 정치팀 차장
  • [사설]공기업 인사 민주당 잔치 안된다

    이번에도 공기업이 ‘낙하산 부대’의 집합소가 되려는가.민주당이 당내 인사를 무더기로 공기업 및 산하단체의 임원으로 보내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정대철 최고위원은 그제 당출신 인사 250∼300명을 선발해 공기업에 진출시키기로 최고위원 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은 즉각 당선자 뜻과 다르다며 진화에 나섰다.이 과정을 지켜보며 새시대에도 낙하산 인사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답답함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우리는 이 논란이 공기업의 임원 자리를 전리품으로 착각한 구시대적 논공행상식 발상에서 비롯됐다고 단정한다.노 당선자는 공기업의 인사 원칙으로 효율성,공익성,개혁성을 꼽았다.새정부가 정권 인수로 공기업 등에 임명할 수 있는 자리는 200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이 가운데 250∼300개 자리에 개혁성을 명분으로 당 인사를 보낸다는 것이다.개혁성과 능력을 검증받은 엄선된 소수의 사람만 공기업 등에 진출해 개혁에 매진해야 한다.하지만 300명 정도가 ‘점령군’처럼 진출하는 것은 ‘정치코미디’와 다름없다.당내 ‘인사위원회’에서 천거해 투명성을 보장받았다 하더라도 설득력이 없다. 정당 개혁 차원에서 중앙당을 슬림화해야 하고,이에 따라 당 인물의 방출이 불가피하다는 일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는 하나,신선한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처사임에 틀림없다.민주당은 과거 정권에서 패거리·나눠먹기식 인사가 어떤 폐해를 가져왔는지 직시해야 한다.더욱이 노 당선자는 내각도 5단계의 엄격한 추천·검증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합리적 인사제도 구축을 추진 중이다.공기업의 인사가 노 당선자의 인사개혁을 뿌리째 흔들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 [열린세상]대통령의 용인술

    “下君盡己之能 中君用人之力 上君盡人之智” 연전에 업무관계로 방문했던 대만의 한 고위직 인사의 집무실에서 본 글이다.“못난 지도자는 자신이 능력을 다해 일을 하고,평범한 지도자는 사람들의 힘을 빌려서 일하며,훌륭한 지도자는 사람들이 지혜를 다해 일을 하도록 만든다.” 지도자의 능력은 용인술,다시 말해 인사정책을 통해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 그 방 주인의 설명이었다. 한때 우리가 뽑았던 대통령 한 분은 자신의 머리에 대한 세간의 여론을 의식했던 탓인지 당선되기 이전부터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고 공언했다.그는 대통령이 된 후 나라의 크고 작은 일들을 장관이나 비서들에게 맡기고 오로지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달리는 일에만 몰두했다.그러다 보니 ‘깜짝 인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고,일부에서는 아들이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 국정이 난맥상을 이루었고,경제는 악화일로를 치달았으며,결국 IMF 경제위기가 도래하여 국민들은 커다란 고통을 겪었다.그의 실패를 보면서 국민들은 아랫사람에게 국정의 방향만이라도 올바르게 제시해 주면서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머리가 있는 대통령을 소망했다. 스스로를 ‘준비된 대통령’으로 불렀던 사람이 다음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은 바로 그러한 국민들의 기대 때문이었을 것이다.그러나 자신의 머리에 대한 확신 때문이었는지,그는 중요한 자리에 가신과 측근,그리고 고향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수첩 속의 인물들을 차례로 기용했다.그의 인사는 ‘향우회 인사’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그는 때로 군사정권 시절의 대통령들처럼 고위인사들이 줄줄이 자신의 말씀을 받아 쓰는 모습을 즐기기도 했다. ‘준비된 대통령’으로서 자신이 국정 전반을 지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국민들은 이 나라에 대통령보다 똑똑한 사람은 없는가 하는 불안감에 젖었다.오랜 세월에 걸쳐 ‘준비’했고 ‘남북관계’ 등에서 큰 업적을 남겼지만 그에게 높은 점수를 주기가 힘든 이유는 능력 있는 인재들이 적재적소에서 지혜와 능력을 다해 일할 수 있는 인사를 못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은 두 전·현 대통령의 인사는 대부분 ‘만사’가 아닌 ‘망사’가 되고 말았으며,이것이 그들로 하여금 ‘성공하지 못한’ 지도자로 평가 받게 하는 주요인이 되었다. 얼마 있지 않아 우리 손으로 뽑은 세 번째 지도자를 맞이하게 된다.젊음과 소신,서민적 풍모 등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그는 우리 사회의 이른바 ‘메인스트림’이라는 계층으로부터 커다란 저항을 받았다.그의 이념이나 경륜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였지만,내심 그의 학력에 대한 경시와,그가 어찌 우수한 인재를 등용하여 나라를 이끌어 갈 수 있겠는가 하는 냉소주의가 주요한 원인이었을 게다. 선거 이전에 어떤 인사는 “이젠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까지 그를 비하했다.그가 이러한 소위 ‘주류’들의 오만을 통쾌하게 꺾어 버리고 훌륭한 지도자로 기록될 수 있기 위한 첫걸음은 인사에 있어서 이전의 지도자들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일이다. 무엇보다 그는 혈연,지연,학연,그리고논공행상으로부터 독립하여 주요한 자리에 객관적으로 능력을 인정 받을 수 있는 인재들을 제대로 뽑아서 써야 한다.널리 인재를 구하며 삼고초려하는 수고 또한 아끼지 말아야 한다.또 ‘대통령은 전지전능,무소불위’의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자기보다 더 똑똑한 참모들과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며 지혜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고시출신이나 특정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대받는 우리 공직풍토에서 그의 학력은 차라리 강점일 수 있다. 아무쪼록 새 대통령이 공직자들로 하여금 나라와 국민과 임명권자를 위해 지혜를 다하여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그래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지도자가 되기를 소망한다. 조 용 경
  • 심층진단 ‘임기제 공직’ 실태와 문제접

    정부가 법으로 임기를 보장한 ‘임기제’ 공무원과 정부부처 기관장의 자리는 23개 중앙행정기관 고위직 공무원과 정부산하기관·투자기관 기관장 200여개를 비롯해 각 정부부처 공단과 공사 등 수백여개에 이른다.그러나 2∼4년의 임기를 모두 채우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정책결정의 독립성 확보를 보장한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정치적 압력이나 입김에 의해 임기전에 교체되거나 일부는 고위직 공무원들의 인사적체 해소 창구로 전락해 잠시 들러가는 자리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정부부처와 주요 위원회 현재 정부가 법으로 임기를 정해 놓은 1급이상 임기직 공무원의 직위는 23개 중앙행정기관 80여개에 달한다.대부분이 각종 정부위원회 위원장과 상임위원들로 감사원장과 검찰총장을 포함해 장관급 기관장만도 11명이다. 장관급 기관장의 경우 지난해 11월 2년 임기로 임명된 김각영(金珏泳) 검찰총장의 임기가 1년10개월가량 남아있으며,한상범(韓相範) 의문사진상규명위원장,김창국(金昌國) 국가인권위원장,강철규(姜哲圭) 부패방지위원장,조창현(趙昌鉉) 중앙인사위원장 등은 임기가 1년이상 남았다.이종남(李種南) 감사원장과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이남기(李南基) 공정거래위원장,강대인(姜大仁) 방송위원장,임종률(林鍾律) 중앙노동위원장,천성순(千性淳)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 등 6명은 올해안에 임기가 만료된다. 차관급으로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과 감사원 감사위원 6명 등이 있으며,1급에는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과 행자부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국가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 위원 등이 있다. 1급의 경우 대부분은 고위직 공무원이 잠시 쉬어가는 자리로 인식돼 지난 2년동안 임기를 채운 경우는 10여명에 불과하다. ●정부 산하단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부 산하기관·단체의 단체장과 감사 등 30개 기관에 모두 60명이다. 주요 직위는 한국은행 총재,예금보험공사 사장,서울대학병원장,한국국제협력단 단장,한국방송공사 사장,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등이다.임기는 한국은행 총재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4년이며,나머지는 대부분 3년이다. 정부투자기관이나 산하 단체장은 대체로 임기직이어서 새 정부가 출범한다고 해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지만 새 대통령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 통상적으로 자리를 내놓았고,실제 대부분 교체됐다.특정 지역출신의 독식과 ‘낙하산 인사’ 시비가 일고 있는 자리기도 하다. ●정부투자기관·출자기관 13개 정부투자기관의 기관장과 감사 등 26명과 6개 정부출자기관 기관장 등도 3년의 임기가 보장돼 있다. 주요 기관은 한국조폐공사와 한국관광공사,농업기반공사,한국도로공사 등 공기업이 있으며,정부 출자기관에는 한국가스공사와 한국감정원,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이 있다. 정부투자기관은 임기만료나 사임,전보 등으로 자리가 생길 경우 사장추천위원회가 각 부처 장관에게 복수추천을 하면 각 부처 장관이 이를 대통령에게 제청,대통령이 임명한다.출자기관은 사장추천위원회의 추천을 주주총회를 거쳐 주무부처 장관이 승인하는 형태로 임명된다. ●기타 기관 각 행정부처에 소속돼 장관의 제청으로 기관장이 임명되는 기관은 각 정부 부처 산하의 공단과 공사,연구소 등 수백여개에 이른다.교육부 산하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과 서울대 병원 등 11개 국립대학 병원 감사 등이며,산업자원부 산하의 에너지경제연구원·생산기술연구원 원장과 한국수출보험공사 등 28개 공사와 공단이 있다. 또 농림부 산하 마사회 회장과 농업기반공사,농수산물유통공사를 비롯해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전산원 원장,소프트웨어공제조합 전무,환경부 산하의 환경관리공단과 한국자원재생공사,국립공원관리공단 사장 등이 임기직 기관장이다. 조현석기자·부처 hyun68@kdaily.com ★개선방향 지난 2000년 12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텍사스 출신의 조지 W 부시가 수도 워싱턴에 ‘입성’한 것은 17일 밤이었다.그리고 바로 다음날 아침 그는 첫 공식일정으로 임기가 2년 남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만나 협조를 부탁했다.이처럼 ‘임기 보장’ 수준을 넘어 임명권자가 전(前) 정권의 인사에게 극진히 대하는 광경은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다. 부시 당선자는 이뿐 아니라 조지 테닛 CIA국장과 루이스 프리 FBI국장 등 핵심 권력기관장들까지 유임시켰다.모두 반대파인 민주당 정권에서 임명한 인물들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정권이 바뀌면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으레 뒤따랐다.‘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논리였다.법으로 보장된 ‘임기직’에는 “일단 사의를 표명한 뒤 임명권자의 신임을 묻는 게 도리”라는 ‘유교적 덕목’이 동원된다. 현행 법에는 분명 한국은행 총재나 검찰총장,부패방지위원장,인권위원장 등의 ‘독립성’을 위해 대통령의 교체와 관계없이 자리를 유지토록 규정돼 있지만,법은 유명무실했다.정부투자기관이나 산하단체장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임명직의 대부분은 전리품처럼 ‘배분’됐다.능력과는 무관하게 정치적 이해관계나 연고에 따라 자리가 돌아가기 일쑤였다.자연히 ‘낙하산인사’나 ‘부적격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노무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새삼 이런 관행이 고쳐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노 당선자의 인사개혁 의지가 유난히 강하기 때문이다.지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인사청탁하면 패가망신”이라는 노 당선자의 말을 지침삼아 시스템에 의한 인사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실제 임기 보장에 대한 노 당선자의 자세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전향적이다.지난 8일 김각영 검찰총장의 교체여부가 논란이 되자 “야당에서 문제 삼지 않는 한 임기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11일에는 공기업 임원 등의 인사와 관련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는 하지 않겠다.”며 시스템에 의한 단계적 인사 방침을 천명했다.인수위원들을 포함한 노 당선자 측근들은 “노 당선자의 시스템 인사는 임기가 끝나는 순서대로 차례로 적용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이에 대한 여론은 상충된다.“능력과는 무관하게 임명된 사람의 임기까지 보장할 필요가 있느냐.임기보장은 다음부터 하자.”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자꾸 그런 식으로 예외를 두면 임기보장 관행은 정착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상연기자 carlos@kdaily.com ★YS.DJ정부선 어떻게 과거 임기제 공직은 한마디로 ‘전리품’의 성격이 강했다.노태우 정부에서 YS 문민정부로 교체될 때,그리고 DJ정권 초기 대부분 임기직 기관장에 대한 물갈이가 단행됐다. 임기제 공직에 대한 물갈이는 공직사회의 쇄신을 통해 새 출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동시에 측근 인사 등을 주요 보직에 앉힘으로써 중요한 국가현안을 좀더 수월하게 풀어나가기 위해 단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정부 투자기관과 출자기관,부처 산하기관의 기관장과 임원 등의 자리는 주로 논공행상의 대상이다. 임기직 고위직의 일괄 교체는 노태우 정권에서 YS정부로 넘어가던 시기 특히 두드러졌다.종전까지는 군 출신이 대통령을 맡아왔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정권교체는 아니었던 탓이다. 당시 YS정부는 사실상의 ‘정권교체’임을 강조하며 주요 보직을 물갈이했다.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임기 4년의 감사위원을 비롯해 검찰총장,경찰청장,육·해·공 3군 참모총장 등 특수직도 모두 교체됐다. 특수직 임기제는 신분을 보장,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상태에서 임무를 완수토록 한다는 명분에서 도입됐지만,YS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일괄교체해 임기 내내 정권의 ‘시녀’로 전락시켰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이를 의식한 듯 DJ정부는 감사위원 등 일부 주요 보직과 특수직에 대해서는 남은 임기를 보장해 주었다.군 수뇌부의 인사에서도 해군과 공군총장 임기를 보장해주는 특전을 베풀었다.그러나 한국전력,한국석유공사,한국도로공사,한국주택공사,한국수자원공사,한국관광공사 등 주요 공기업 기관장은 거의 물갈이했다.임기가 만료되거나 공석이 된 산하기관장 자리도 잇따라 정치권 출신으로 채웠다.특히 2000년의 4·13 총선을 전후해 민주당의 낙천 및 낙선 인사들이 대거 산하기관장에 진출했다.마사회의 경우 오경의 전 회장에서 윤영호 현 회장에 이르기까지 5명이 낙하산 인사였다. 5공과 노태우 정권시절 군 출신 인사들의 공기업 기관장 진출로 기승을 부렸던 ‘낙하산 인사’는 YS정부에서 주춤했다가 DJ정부들어 급증 추세를 보였다. 함혜리기자 lotus@
  • [사설]인사개혁 엄격한 검증 거쳐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새 정부의 인사제도를 마련하고 있다.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원칙 인사’와 ‘시스템 인사’를 공약했다.임채정 인수위원장도 “인사는 무리하지 않고 순리대로,원칙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노 당선자의 뜻”이라고 뒷받침하고 있다.이런 기준에 따라 첫 인수위 실무진은 다면평가를 통해 뽑아 정실주의와 논공행상식 인선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인사의 원칙과 틀은 새 정부의 공직인사에서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인수위측은 최근 ‘장·차관 등 고위정무직 인사에서 인터넷 등을 통한 추천을 받아 반영하겠다.’,‘산하단체장 및 공기업 임원의 남은 임기는 보장하겠다.’는 등 인사개혁 방향을 밝히고 있다.‘인사가 만사’라는 사실은 지난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김영삼 정부 시절의 밀실 인사와 깜짝 이벤트식 인사는 말할 것도 없고 현 김대중 정부의 지역편중 인사 등 그 폐해는 국정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노 당선자의 새 정부가 나눠먹기식·낙하산식·지역편중 인사를 뿌리뽑고 원칙과시스템 인사를 도입키로 한 선택은 명분이나 시대적 요구로 볼 때 적절하다. 하지만 너무 원칙과 시스템에 얽매이거나 인기영합으로 흘러서는 인사의 융통성이 발휘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인사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되고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 마땅하다.그렇지만 적어도 정부의 인사라면 통치철학을 반영하고,숨은 인재를 발굴하며,인기보다는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악역을 발탁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는 인수위가 이런 점들을 고려해 공정하고 경쟁력있는 인사제도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또 장·차관의 인터넷 추천이라든지, 공기업 임원의 임기를 보장한다든지 하는 안들을 충분한 검토없이 서둘러 내놓지 말기를 바란다.인터넷 추천 등 새 제도에 대한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또 낙하산이나 불공정 인사가 있다면 임기보장보다는 새 인물로 교체하는 것이 오히려 공정하다고 본다.
  • [사설]민주당 쇄신·제도개혁 함께 가야

    민주당 초·재선을 중심으로 한 개혁성향의 의원들이 ‘당의 발전적 해체’를 주장하면서 촉발된 민주당내 인적청산 요구가 일단 내년초 전당대회를 통한 지도체제 개편으로 정리됐다고 한다.당내 개혁특위 구성 등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현 지도부를 개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다.누가 지도부가 되건 변혁의 폭과 강도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이번 대선승리를 ‘낡은 정치 청산 요구’로 읽고있는 개혁성향의 의원들이나 후보단일화 등을 승인으로 내세우고 있는 구주류의원들도 마찬가지로 개혁이 대세이고,이미 시동이 걸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 흐름과 국민적 요구를 감안하면 개혁성향 의원들이 제기한 ‘정권재창출이 아니다.’는 인식이 옳다고 본다.호남지역이 노무현 당선자에게 몰표를 던진 것은 민주당을 재신임한 것이라기보다는 정치개혁을 희망한 민의의 표출로 풀이하는 것이 타당한 분석이라고 하겠다.따라서 현 지도부의 교체 및영향력을 축소시키는 당내 정비를 개혁작업의 시작으로 삼은 것은 적절한 수순이라고 볼수 있다.다만 개혁의원들의 인적청산 요구가 자칫 논공행상식편가르기와 권력투쟁으로 비춰질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 노 당선자는 당선된 뒤 후보 단일화 과정을 소개하면서 ‘후보가 못되면 누가 민주당의 정체성과 이념 등을 계승할지가 가장 걱정스러웠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당내 개혁도 이러한 원칙과 철학의 바탕 위에서 이뤄져야 할것이다.집권하면 모두 부수고 새로 여당을 만드는 낡은 정치풍토를 근본적으로 바꿀 제도 정비도 함께 해나가야 한다.국민경선 및 상향식 공천제도 도입·중앙당 축소 등 제도개혁으로 당이 환골탈태하는 모습도 같이 보여줘야 할 것이다.아울러 대선패배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나라당 역시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
  • [씨줄날줄]개국 공신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삶아 잡아먹힌다(토사구팽·兎死狗烹).’ 100만 대군을 수족처럼 부렸던 한나라 명장 한신(韓信)이 천하 통일 후 여후(呂后)의 계략에 빠져 처형된 사례를 일컫는 고사다.한신은 처형 직전 ‘공은 세우기는 어려우나 무너지기는 쉬운 법’이라며 천하를 3등분해 하나를 차지하도록 권유했던 세객(說客) 괴통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뒤늦게 후회했다고 한다. 반면 장량(張良)은 ‘세치의 혀로 제왕의 군사(軍師)가 되어 열후의 반열에 올랐으니 더이상 무엇을 바라겠느냐.선계(仙界)에서 여생을 보낼까 한다.’며 논공행상을 마다하고 관직을 사임했다.월왕 구천(句踐)을 섬긴 범여(范^^)는 위업을 성취한 후 권력에서 멀어짐으로써 천수를 누렸지만 자리에 집착했던 문종(文種)은 결국 반역의 누명을 쓰고 목숨을 잃었던 일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직후 재산공개 파문에 휩싸여 오명을 쓴 채 정치권을 떠나야 했던 한 원로 정치인도 뒤늦게 한신과 장량의 고사를 떠올리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때 중국의 제도를 모방해 공신에게 녹공을 지급했다는 기록이 있으나 제도적으로 갖춰진 것은 고려 태조 왕건 때다.개국에 공을세운 정도에 따라 3등급으로 분류돼 상이 하사됐다.공신당의 벽에 화상이 보관된 1등,2등 공신은 훈전(勳田)이 세습됐을 뿐 아니라 자자손손 관직에 등용됐다.조선조에서는 태조 이성계를 도와 개국에 공을 세운 개국공신을 비롯해 영조에 이르기까지 모두 28종의 공신이 배출됐다.하지만 광해조에 책봉된 4차례의 공신이 인조 반정 이후 삭제되는 등 권력투쟁의 결과에 따라 첨삭도 적지 않았다. 개국공신들의 명암은 몇해전 방영된 TV사극물 ‘용의 눈물’이나 지금 방영 중인 ‘제국의 아침’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왕권과 신권의 다툼에서 신권의 편에 섰던 공신들은 훗날 역신으로 몰려 참화를 면치 못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과 함께 자천,타천으로 ‘노당’에 속하는 인물들이 급부상하고 있다.조선조의 기준에 따르면 정국(靖國)공신쯤 된다고 하겠다.‘토사구팽’까지는 아니더라도 ‘권력은칼 끝에 묻은 꿀을 빠는 것과 같다.’고 했던 옛 성현의 말씀을 한번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
  • 盧당선자의 새정치 구상 - 실세·비선라인 요직 배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는 23일 민주당 선대위 전체회의에 참석,‘새정치 구상’의 일단을 내비쳤다.새청치 구상의 핵심은 당의 환골탈태와 안정형 조각(組閣),그리고 실무형의 정권인수위 구성과 중·대선거구제 도입 검토 등 정치 개혁이다.노 당선자는 특히 실무형 인사관리 의지를 거듭 천명,소위 ‘실세’들이나 ‘비선’라인이 힘쓸 공간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1.黨개혁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는 23일 대선과정서 정치권과 국민들 사이에일기 시작한 정치 및 정당 개혁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다만 당·정분리라는 시대적 조류와 당규정을 들어 ‘자율적 당개혁’을 촉구했다. 노 당선자는 당개혁이 선거과정서 제시한 대국민 공약임을 들면서 “당은개혁을 추진하되,개혁은 당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특히 전날 일부 개혁파의원들이 발전적인 민주당 해체와 함께 “노무현 후보의 승리는 정권재창출이 아니다.”고 주장해 분란이 인 것을 의식한 듯,“변화 과정이 물흐르듯 편안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고주문,특정인사 배제 우선이 아닌 화합을 통한 개혁 쪽에 일단 손을 들어 주었다. 따라서 민주당 개혁작업은 이날 구성키로 한 당개혁특위에서 정파들간 협의를 통해 진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합의에 의한 개혁이 어려울 땐 당선자 측근그룹중 급진개혁파들이 초강수를 구사,내분이 다시 증폭될 수도 있다. 노 당선자는 또 민주당은 현재 소수당으로서 확실한 집권당은 아니라면서 2004년 총선에서 승리,명실상부한 다수집권당이 되기 위해 당개혁이 절박한상황임을 강조하며 “도저히 그냥 못넘어갈 정도로 개혁이 좌절되거나 당이심각한 혼란에 빠지기 전엔 관여하지 않겠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이춘규기자 taein@ 2.안정형 내각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는 23일 ‘개혁적 대통령-안정형 총리와 내각’ 구도를 새정부의 조각(組閣) 기준이라고 제시했다. 노 당선자가 안정형 조각을 하기로 한 것은 자신이 주도할 변화와 개혁작업에 우려하는 상당수 국민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즉 청와대비서실은 개혁작업을 기획하고,내각은 안정적으로 집행해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하려는 배려로 풀이된다. 노 당선자가 정부조직 개편이 없을 것을 예고한 뒤 이날은 안정형 내각구성을 강조한 것은 불안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공직사회의 동요를 최소화하려는 의지도 작용한 것 같다. 아울러 노 당선자의 앞으로 국정운영기조가 급진적 개혁 일변도가 아닌 ‘안정속의 균형 개혁’으로 점진적이고 차분하게 추진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국민대통합이라는 자신의 국정운영 대원칙을 지키고,여소야대라는 국회 현실도 충분히 고려한 포석인 셈이다. 그는 또 김영삼(金泳三)·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 논공행상식 인사로 인한 폐해가 적지 않았던 점을 의식,앞으로 내각에서는 대통령 선거에 공을 세운 당출신 인사들의 논공행상식 기용이 많지 않을 것임도 시사했다. 따라서 새정부는 국민통합을 위한 능력 우선의 탕평인사,원로와 신진의 조화를 추구하는 인사가 예상된다. 이춘규기자 3.실무형 인수위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23일 민주당 선대위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성격을 “정책 중심의 실무형”이라고 규정했다. 노 당선자가 예비 내각적 성격을 띠었던 5년전 김대중 정부 인수위와 달리실무형으로 못박은 것은 “이번엔 정권 인수가 아니라 정부 이양”이라는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의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다시 말해 국민의 정부법통을 어느정도 계승·발전시키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노 당선자는 또 “욕심 같아선 당의 훌륭한 인재를 많이 참여시키는 게 좋겠지만 당에서 풀어야 할 일이 많으니 유능한 분들 일부는 당 정비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25명의 장관·의원급 인수위원에는 현직 의원 일부만 참여하고 나머지는 학계 전문가 등이 위촉될 전망이다. 위원장직은 노무현 정부의 개혁적 상징성을 보이기 위해 유인태(柳寅泰·종로지구당위원장) 전 의원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의원은 민청학련 사건의 주역으로 14대 때부터 노 당선자와 막역한 사이였다.인수위는 신년 연휴를 지낸 뒤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경운기자 4.중대선거구제 여야간에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정치개혁 방안의 하나로 2004년 17대 총선부터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어 현실화 여부가 주목된다. 특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는 23일 개혁프로그램의 중요한 인자(因子)로서 이를 강력히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현재의 지역편중 정당구도 해체와 정치세력 연합 등을 통한 정치질서 재편수단으로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제안한 것이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선출하는 제도로 도입되면 지금의 첨예한 지역대결 구도를 대폭 완화할 수 있다. 민주당에선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과 정균환(鄭均桓) 총무가 찬성론자다. 한나라당도 이날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최병렬(崔秉烈) 의원이 중대선거구제 검토 필요성을 언급했다.최병국(崔炳國)·안영근(安泳根) 의원도 원칙적인 찬성입장을 밝혔다. 새 정부들어 이 문제가 정치권 현안으로 급부상하리란 예상을 가능케 한다. 무엇보다 노 당선자의 의지가 남다르기 때문이다.하지만 민주당의 호남출신과 한나라당의 영남출신 의원 다수가 여전히 기존의 소선거구제를 선호하고있어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과제다. 또 중대선거구제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많은 선거비용이 들어가게 된다는 점에서 지구당과 선거사무소 폐지등 사전에 제도적 장치를 완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경운기자 kkwoon@ ◆프랑스식 동거정부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2004년 17대 총선 이후 대야(對野) 관계설정과 관련,프랑스식 동거 정부를 언급함에 따라 이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다. 프랑스 말로 ‘코아비타시옹(cohabitation)’이라고 하는 ‘동거(同居) 정부’는 좌·우익이 대통령과 총리를 나눠 맡는 것으로 프랑스에서는 86년부터 세번이나 이런 체제가 유지됐다. 앞서 두번은 사회당의 미테랑 대통령 밑에 시라크 총리(현 대통령)와 발라뒤르 총리가 이끄는 동거정부였고,다음은 시라크 대통령과 좌파의 조스팽 총리가 함께 정치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지난 5월 치러진 대선에서 시라크가 재선에 성공한 뒤 6월 치러진총선에서도 압승,행정부와 의회를 모두 장악하는 데 성공해 현재는 동거정부에서 벗어난 상태이다. 프랑스는 행정부의 권한을 대통령과 총리가 공유하는 이른바 ‘이원집정부제’를 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나 교통,교육,주택 등 행정부의 내치 전반은 총리가 맡고,대통령은 하원 해산권을 비롯해 긴급조치권,외교,국방 등 고유한 분야에 대한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학계 일각에서는 ‘동거 정부’가 대화와 타협의 기류를 익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여야관계가 대부분 대척점에 있는 우리 현실에선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제기한다. 조승진기자 redt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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