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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인문학 프로그램 ‘풍성’] 강서, 분야별 저자들 만날까

    [가을 인문학 프로그램 ‘풍성’] 강서, 분야별 저자들 만날까

    강서구는 주민들의 독서 문화 확산을 위해 21일부터 화곡6동 자치회관에서 ‘저자와 함께하는 인문학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19일 밝혔다. 11월 30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낮 12시 심리학·역사·문학·영화·다도(茶道) 등 다양한 분야의 저자들을 초청한다. 첫 강의는 30년 동안 카피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최병광 작가가 쓴 한 문장 쓰기 방법을 소개한 책 ‘1초에 가슴을 울려라’에 관한 내용으로 꾸몄다. 상징적으로 표현해 감각을 자극하고, 말과 행위에 담겨 있는 특징을 잡아내 기교를 부리는 글 등 한 문장 쓰기에 대한 재미있는 기법을 들려준다. 28일 페이스북 논객으로 잘 알려진 최준영 작가의 ‘책이 저를 살렸습니다’가 자리를 빛낸다. 다음달 5일과 12, 19일에는 상담심리 전문가이자 ‘한밤중에 초콜릿을 먹는 여자들’을 쓴 선안남 작가의 ‘기대의 심리학’, 허경희 작가의 ‘인문학으로 떠나는 인도여행’, 박태식 작가의 ‘영화는 세상의 암호’가 이어진다. 이번 여행 프로그램에는 작가 10명이 참여한다. 구는 주민 50명을 선착순으로 20일까지 화곡6동 자치회관(2600-7646)에서 참가신청을 받는다. 수강료는 1만원이다. 정정숙 화곡6동장은 “자기성찰과 이웃 간 소통, 즐겁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인문학 여행 프로그램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中, 강정 해군기지 건설땐 제주관광 거부해야”

    중국 내 한반도 논객인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 변경연구소의 뤼차오(呂超) 소장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 중국이 전략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며 제주도 관광을 거부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로 제주도가 군사기지로 변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해당 기지의 건설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뤼 소장은 6일자 환구시보에 낸 기고문에서 한국 정부가 건설을 강행하는 제주 해군기지는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 계획에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씨줄날줄] 출판 정치/이도운 논설위원

    내년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달아오르면서 정치인들의 책 출간도 늘어나고 있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등 대형서점을 가보면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 이강래·김동철 의원,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의 저서나 관련 서적들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가장 많은 것은 역시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와 관련된 책들. 박 전 대표가 근래에 직접 쓴 책은 2007년 출간한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뿐이다. 나머지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다양한 저자들이 다양한 이유로 박 전 대표의 삶과 정치에 대해 쓴 책들이다. ‘박근혜 스타일: 자신, 공감, 실천’ ‘박근혜 패러다임: 눈물과 환희의 대합창’ ‘차기, 왜 박근혜인가(Mother)’ ‘박근혜의 포용’ ‘박근혜와 커피 한 잔: 꼭 생각해야 할 대권 변수들’ ‘선덕여왕과 박근혜’ ‘카리스마 박근혜: 한나라당 CEO에서 대한민국 CEO로’ ‘대한민국과 결혼한 박근혜’ ‘박근혜 오딧세이’ ‘박근혜, 부드러움으로 나라를 만드는 여자’ ‘박근혜 신드롬’ ‘나는 독신을 꿈꾸지 않았다’ ‘박근혜를 위한 블루스’ ‘울지마세요 박근혜’… 책 제목만 봐도 박 전 대표를 둘러싼 정치적 논점들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아 희망의 대한민국, 새 영도자 박근혜’처럼 색깔이 확실한 책도 있다. 반면 ‘박근혜의 거울: 왜곡된 반사 또는 부풀려진 신화’ ‘박근혜 현상: 진보논객 대중 속의 박근혜를 해명하다’처럼 진보적 입장에서 박 전 대표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책들도 함께 나와 있다. 종류로 보면 박 전 대표와 관련된 책이 가장 많지만,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자전적 에세이 ‘운명’이다. 지난달까지 15만권이 팔리고 이달 들어서도 베스트 셀러 목록에 포함돼 있다. 책을 가장 잘 활용하는 정치인으로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꼽힌다. 유 대표는 최근 이정희 민노당 대표와 공동으로 ‘미래의 진보’라는 책을 출간하며 공조를 과시했다. 유 대표는 80여만부가 팔린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비롯해 ‘경제학 카페’ ‘청춘의 독서’ 등을 저술했고, 올해 출간한 ‘국가란 무엇인가’도 베스트 셀러 목록에 오른 바 있다. 따라서 인세 수입도 적지 않다. 올해 초 인터뷰 자리에서 “책을 판 돈으로 정치를 하느냐.”고 물었다. 유 대표는 “그럴 정도는 못 되고, 4인 가족 생활비 정도는 된다.”고 답변했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에코붐세대를 말한다] ‘따로 또 같이’ 베이비부머·에코부머 소통하라

    [에코붐세대를 말한다] ‘따로 또 같이’ 베이비부머·에코부머 소통하라

    7월 5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학교 교정, 지루한 장마 가운데 끼인 맑은 날이었다. 등록금 투쟁, 청년실업,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앞둔 정년연장 논쟁 같은 세대 갈등이 그칠 것 같지 않던 날, 베이비붐 세대와 에코(echo·메아리)붐 세대는 소통했다. ‘58년 개띠’ 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와 ‘28세 젊은 논객’ 한윤형씨는 ‘우리와 너희 그리고 함께’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세대는 모두 공동체를 중시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민족주의로, 에코붐 세대는 공부나 취직 등 필요에 의해서다. 장래 선택은 부모의 결정이 중요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 에코붐 세대는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기대야 하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노후가 고민이고 에코붐 세대는 취업과 은퇴하는 어른들을 부양해야 하는 의무가 힘들다. 인구학적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자식이 에코붐 세대다. 그래서 두 세대는 같고도 달랐다. ●서로의 세대에게 -(정과리 교수)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거리응원에서 나타났던 역동성은 굉장하다. 난 에코붐 세대를 카르페디엠(Carpe diem·‘현재를 즐기라’는 의미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와 유명해짐), 즉 현재주의자라고 생각한다. 현재를 즐긴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현재와 과거·미래를 연결하기 싫거나 두려운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가 부족하다고 느껴야 미래가 있는데 현재를 부족하다고 느끼기 싫은 것 같다. 힘은 좋지만 비전이 구체적이지 못하다. 본인이 진짜 좋아하는 것을 하려면 노동과 고통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윤형) 잘 짚어 주셨다. 뭔가 없어도 현재에 만족하는 것이 우울한 현실보다 낫긴 한데 과거와 미래에 대한 고리가 없어진다는 느낌이다. 대중문화에서도 매일 여러 작품이 나오니 3~4년전 걸작조차 관심이 떨어진다. 반면 기성세대는 전반적으로 자기 자식에 대해 말하는 것과 사회 젊은이에 대해 말하는 것이 정반대다. 청년 실업이 70만명이라는 데 대해 좌·우파가 공히 청년들이 도전하지 않고, 좋은 곳으로만 가려 한다고 지적한다. 공무원 시험에 매몰된 학생들을 비판하지만 집에서는 자식에게 반대로 얘기한다. -(정 교수) 사실 우리 세대가 자기모순이 심하긴 하다. 젊은 시절 트로츠키나 마르크스주의자가 자기 자식은 미국에 유학보내면서도 갈등이 없다. 사회적 요구도 강하고 개인적 욕망도 강해 고민하기 힘드니 이 둘을 분리해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다. ●공동체의 향수 -(정 교수) 베이비붐 세대에는 민족주의가 지배했다. 1987년 이전까지 개인은 곧 민족이었다. 지배권력이든 저항세력이든 마찬가지였다. 국민교육헌장에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민족의 에이전트(대리인)였다. 그래서 유학을 가는 것도 꺼림칙했다.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자유로운 개인이 생겨났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공동체의 요구를 떼어내고 자기를 생각하는 세대가 됐다. 2000년대에 절정이었고, 에코붐 세대는 오히려 자신의 요구에 의해 공동체를 형성하는 세대로 보인다. -(한윤형) 학교에 밥터디가 있다. 한때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취업 공부나 학교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밥을 같이 먹는 것이다. 반면 동아리는 황폐화됐고, 취업스터디모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필요에 의해 다시 공동체를 원하는 것이 맞다. ●젊음의 편린 -(정 교수) 장래에 대해 부모님의 요구가 강했고 거부하기 힘들었다. 대학 때는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자신이 원하는 미래와 살아야 하는 미래가 다른 경우가 많았다. 반면 1970년부터 국민총생산(GNP)이 북한을 넘어서고 중동 수출이 활발해지면서 대림건설, 외환은행 등 좋은 직장도 대학만 나오면 취업했다. 석사학위로 충남대학교 교수직에 취업했다. 제5공화국 시절, 독일 유학파인 이규호 교육부 장관이 졸업정원제를 실시하면서 대학수와 입학생이 대거 늘었다. 서강대 공대에서는 졸업이 안 될까 불만을 품은 학생이 교수를 칼로 찌른 사건도 일어났다. 1987년 민주항쟁에 대학생들이 쏟아져 나온 이유도 이때 입학생을 늘렸기 때문이라는 모순이 있다. -(한윤형) 2001학번인데 아직 대학을 다니고 있다. 한때 부모에게서 벗어나 독립하는 것이 널리 퍼졌다면 요즘은 다시 부모님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다. 부모와 자식은 한 팀이다. 부모가 알아서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식이 먼저 요구를 하고 서로 발맞추어 나간다. 어떤 기성세대는 자식들이 ‘엄마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엄마도 해방된다는데 에코붐 세대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물론 부모가 경제적으로 다소 넉넉하고 자식도 공부를 잘하는 경우지만, 그 밖의 대학생은 부모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등록금도 비싸고 취직해 독립하기도 힘들고, 부모가 최후의 도피처 아닌가. ●취업, 은퇴 그리고 재취업 -(정 교수) 최근에 프랑스에서 정년을 연장하려다 고등학생까지 데모하는 것을 봤다. 우리나라도 일각에서 정년 연장 논의가 있는데 후속 세대의 사회 진입을 위해 정년은 지켜야 한다. 단, 퇴직한 이들이 포스트 사회를 이룰 정도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젊은 세대가 주인공이 된 기존 사회와 협력과 갈등을 통해 서로 발전할 수 있길 바란다. 생물학적으로도 같은 종을 모아놓으면 퇴화하지만 다른 종을 붙여놓으면 환경이 진화한다. -(한윤형) 정년 연장 문제가 민감하지만 이로 인해 청년을 덜 뽑을 수 있는 대기업과 공기업 등에 한정된 문제는 아닐까 싶다. 청년 인구가 줄고 있으니 노년층을 부양하는 의무가 많아질수록 청년들도 정년 연장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부모가 좋은 자리에 있다면 내 취업 준비 기간은 늘어난다. 아직 에코붐 세대에게 정년 연장은 이슈화되지 않은 것 같다. ●등록금이라는 업보 -(정 교수) 학교가 현상유지만 하는 게 아니라 세계적인 경쟁시스템에 들어갔다. 발전 강박에 휩싸인 채 진화를 해야 하니 재원이 필요하고 등록금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프랑스 등 유럽식으로 국가에서 등록금을 해결해 주든지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먹고살 수 있도록 해 대학 진학률을 낮춰야 한다. 물론 힘든 문제다. 기여입학제 역시 형평성 논란에 하위권 대학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으니. -(한윤형) 유럽처럼 대학생 수를 줄이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공공주택으로 집값을 다소 통제할 수 있는 것처럼 국립대에서 싼 등록금으로 학생을 빨아들이면 등록금 경쟁의 평형을 깨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정리 이경주기자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kdlrudwn@seoul.co.kr 정과리 1958년생, 서울대 불문학과 졸업. 2008년 한국 사회의 변화에서 ‘청년’이 가진 의미를 분석한 평론집 ‘들어라 청년들아’를 출간했다.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를 지배한 정치 세력이 ‘청년 문화’를 많이 이용했지만 ‘청년’은 한국인이 자신의 이상적 자아를 투사해 온 중요한 상징체라고 지적했다. 또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주눅들 필요가 없으며 젊은 세대는 신인류가 아니라 진화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강조해 왔다. 한윤형 1983년생, 서울대 철학과 재학중. 고 3때 서울대와 조선일보가 공동주최한 논술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거부하면서 유명해졌다.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뉴 라이트 사용 후기’, ‘안티 조선 운동사’, ‘키보드 워리어 전투일지’ 등 사회 서적을 꾸준히 출간해 오고 있다.
  • “할리우드의 문화침략”…中 ‘쿵푸팬더2’ 관람 거부운동

    중국 내 일부 예술인과 지식인들이 최근 전 세계에서 동시 개봉한 미국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영화 ‘쿵푸팬더2’ 관람 거부운동을 벌이고 있다. 할리우드가 중국의 고유문화를 훔쳐가 상업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3년 전 전작 ‘쿵푸팬더’ 상영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판다를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을 발표해 온 전위예술가 자오반디(趙半狄·45)가 총대를 멨다. 자오는 “쿵푸팬더2는 중국에 대한 할리우드의 문화침략”이라고 규정한 뒤 남방도시보 등 일부 신문과 잡지에 ‘나는 쿵푸팬더2를 보지 않겠다’는 광고를 게재했다. 그는 또 대형 영화관 300여 곳에 상영 중단을 요구하는 공개서한도 보냈다. ●영화관 300곳에 상영중단 요구 대표적 보수논객인 베이징대 쿵칭둥(孔慶東) 중문과 교수 등도 자오의 주장에 동조했다. 쿵 교수는 “중국의 신성한 무술인 쿵푸와 ‘중국의 국보’인 판다를 결합해 ‘미국식 쿵푸팬더’를 만들어 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베이징영화학원 쿵리쥔(孔立軍) 애니메이션학과장과 쿵 교수는 연명으로 “어린이날인 6월 1일,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쿵푸팬더2를 보여 주지 말라.”는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틀간 200억원 수입… 흥행몰이 반대운동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순풍에 돛단 듯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개봉 후 첫 주말 이틀간 1억 2000만 위안(약 200억원)의 흥행 수입을 올려 지난해 ‘탕산 대지진’이 세웠던 기록을 깼다. 많은 네티즌들은 “쿵푸팬더2는 한편의 영화일 뿐,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며 반대운동을 일축했다. 일부 언론들도 “우리 영화인들은 왜 이런 영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는지 오히려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전주영화제 ‘오프 스크린’ 현장

    전주영화제 ‘오프 스크린’ 현장

    지난달 29일 밤 10시. 전북 전주시 고사동 전주CGV에 낯선 모습이 연출됐다. 중년의 한 사내가 통기타를 들더니 고(故) 김광석의 ‘일어나’와 ‘먼지가 되어’를 불렀다. 음 이탈이 있었지만 관객도, 본인도 개의치 않았다. ‘88만원 세대’의 저자이자 진보 논객인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였다. 우 교수가 한밤중 ‘되지도 않는’ 노래를 부른 까닭은 관객과의 소통에 고심하던 전주영화제 측이 새로 만든 ‘오프스크린’ 섹션에 초대됐기 때문이다. 연관된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영화의 시사점을 관객과 토론해 보자는 의도에서 신설된 코너다. 우 교수가 ‘꽂힌’ 영화는 올해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장편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찰스 퍼거슨 감독의 ‘인사이드잡’. 왠지 믿음직스러운 맷 데이먼이 해설을 맡았다. 영화는 2008년 9월 15일 미국 리먼 브러더스 파산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실체를 좇는다. 20세기 초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로 내몬 ‘악당’을 찾기 위해 인터뷰를 활용했다.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재무장관을 지낸 헨리 폴슨은 인터뷰를 거부했다. 전직 고위관리나 일부 유명 경제학자들은 인터뷰 중 역정을 내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만 되풀이한다. 우리네 인사청문회의 데자뷔 같다. 퍼거슨 감독은 ‘시한폭탄’ 같은 파생상품을 설계해 뱃속을 채운 월가와 투자은행의 규제를 푸는 데 앞장 선 월가 출신 재무부 관료, 파생상품과 투자은행에 최고 신용등급을 매긴 신용평가사, 월가에서 컨설팅을 수임한 경제학자의 커넥션이 위기의 본질이며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말한다. 우 교수는 “영화를 진짜 재밌게 봤는데 100만명 이상 영화를 본다면 우리 사회가 덜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영화를 알리려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안 되면 물구나무라도 설 것”이라며 입담을 뽐냈다. 이어 “보수학자들은 한국은 파생상품이 발달하지 않아 문제가 없을 거라고 하지만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을 고려하면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 이후에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할리우드의 메이저사인 소니 작품이라는 게 부럽다.”면서 “‘블러드 다이아몬드’ ‘아바타’ 같은 주제의식을 가진 영화들을 충무로의 대형제작사들이 만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도 말했다. 관객의 열기는 뜨거웠다. 금융민주화, 경제학의 위기부터 “미국도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에 이를 수 있느냐.”까지 다양한 질문이 밤 늦도록 이어졌다. ‘오프스크린’이 영화제 흥행상품이 될 가능성을 내비친 셈. 전주에서의 12번째 영화의 봄은 그렇게 깊어 갔다. 전주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슈퍼맨 美 시민권 포기 선언 논란

    슈퍼맨 美 시민권 포기 선언 논란

    만화 속 슈퍼맨이 미국 시민권 포기를 선언해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28일(현지시간) 타임워너 계열 만화 출판사인 DC 코믹스가 발간한 슈퍼맨 액션 만화 900호에서 슈퍼맨은 유엔 본부 앞에서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겠다.”라는 내용의 연설을 발표한다. 슈퍼맨은 “내 행동이 미국 정책을 돕는 수단으로 해석되는 게 지긋지긋하다.”라고 속내를 밝힌 뒤, 이내 “세상이 너무 좁고 지나치게 서로 연결돼 있다.”라면서 이전보다 훨씬 국제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을 암시했다. 비록 가상의 인물이지만 ‘미국의 영웅’ 슈퍼맨의 시민권 포기 논란은 보수 논객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출판사 측은 성명을 통해 “슈퍼맨이 그저 영원히 끝나지 않을 악과의 싸움에서 국제적인 문제를 좀 더 중요하게 다룰 뿐 슈퍼맨에게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진=DC 코믹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月 600만원 일자리 代이어” 노동귀족의 탐욕

    “月 600만원 일자리 代이어” 노동귀족의 탐욕

    “현대차 노조 정규직 세습요? 이건 자본주의도 아니고 그냥 조선시대죠.” 진보논객 진중권씨가 21일 현대차 직원 자녀 정규직 세습 논란과 관련,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장기근속자 자녀에게 입사 때 가산점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나서자 각계각층에서 ‘고용세습’ ‘일자리세습’ ‘현대판 음서제’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0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정년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근속 직원의 자녀를 채용규정상 적합하면 우선 채용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단체협약안을 채택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단협안에 대한 역풍이 거세게 일자 현대차 노조는 “우리뿐 아니라 기아차, 한국지엠, 쌍용차 등도 이 같은 조항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해명이 ‘사회 기득권층에 고용 세습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 인사의 친·인척이나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처럼 ‘힘깨나 쓰는 사람들’의 자녀 특채는 사회적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의 요구와 같은 ‘일자리 세습’이 일부 민간기업이나 공기업에서 단협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D제강은 최근 비공개로 직원 가족이나 친·인척 등을 특채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공개 채용 공고를 하지 않은 채 직원들에게만 채용 계획을 알린 것이다. 이 회사는 대(代)를 이어 공장에 근무하거나 형제나 친척이 10명이 넘게 근무하는 가족도 있다고 한다. 또 한국지엠, 쌍용차, 기아차도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 가족 1인 혹은 정년 퇴직자와 장기 근속자의 자녀에 대해 적합하면 우선 채용’을 단체협약에 명시했다. 에쓰오일, 현대중공업도 ‘동일 조건하에 직원 자녀 우대’를 단협으로 정했다. 하지만 이들 회사는 “1980년대 노조 활동이 왕성할 때 할 수 없이 합의해 준 것”이라면서 “상징적일 뿐 한번도 이 같은 사례로 입사한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노동전문가들은 이러한 ‘고용 세습’을 새로운 권력층으로 부상한 노동 귀족의 횡포로 규정했다. 설용수 중앙노동경제연구원장은 “공장의 파업 등 사용자 못지않은 권력을 가진 노동 귀족들이 자신의 자녀들에게 ‘좋은 직장’을 물려주고 싶은 욕심에서 빚어진 일”이라면서 “사용자들도 노조의 힘에 이끌려 타협하기보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대차 생산직의 한달 평균 임금은 600만원이 넘는다. 이는 동종 업계보다 30%, 금속노조 평균 임금보다는 두 배 가까이 많다. 이뿐 아니라 연말 성과급을 합치면 현대차 생산직 노조원들의 임금은 이 수준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 원장은 “이런 기득권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면서 “하지만 ‘노동조합’이라는 투명한 조직에서 이 같은 사리사욕을 챙기는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블로그 비방글도 모욕죄”

    “블로그 비방글도 모욕죄”

    인터넷 블로그에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글을 올린 경우도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미 비방 댓글도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세운 바 있어, 온라인에서 표현에 대한 규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24일 자신의 블로그에 보수논객 지만원씨에 대한 비판 글을 올린 혐의(모욕죄)로 기소된 임모(41)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탤런트 문근영씨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6년간 8억 5000만원을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2008년 11월 시작됐다. 당시 지씨는 일부 언론 보도 등을 인용해 ‘문근영은 빨치산의 손녀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왜 갑자기 빨치산 가문을 기부천사로 등장시켰을까?’라는 글을 써 ‘색깔 논쟁’을 일으켰고, 이에 임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지만원, 지는 만원이나 냈나?’ ‘지만원씨도 삐라로 기부했다는데’라며 그를 비방했다. 임씨는 이틀 뒤 다시 “지씨의 개그는 남도 자신도 불행하게 만든다. 나이 65세의 노인네가 갓 20세의 어린 여자에게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혹시 문근영에게 마음 있는 것 아닌가.”라는 글을 올렸다. 지씨는 임씨를 친고죄(피해자가 고소해야 처벌하는 범죄)에 해당하는 형법상 모욕죄로 고소했고, 임씨는 법정에 서게 됐다. 1·2심 재판부는 “임씨가 쓴 ‘망언’ ‘헛소리’ ‘양심에 털 난 행동’ ‘진짜 압권 개그맨’ 등의 표현은 지씨를 비하해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모욕적인 언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지씨의 글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면 문근영의 선행 자체를 비판하거나 폄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임씨가 지씨에 대해 비판할 사항이 있다 하더라도 모멸적인 표현으로 인신공격을 가하는 경우에는 정당행위가 성립될 수 없다.”고 유죄를 선고했다. 이 같은 원심을 확정한 대법원의 판결은 2007년 악성 댓글을 쓴 네티즌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판결과 함께 온라인의 표현에 대해 모욕죄를 인정한 주요 판례로 남을 전망이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모욕죄를 온라인까지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다. 헌법재판소가 “허위사실 유포도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전기통신기본법(제47조 1항)에 대해 위헌 결정한 것과 비교해, 대법원이 온라인 표현에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는 비판도 있다. 황희석 변호사는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나라 중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범죄’로 처벌하는 곳은 없다.”면서 “타인을 비방하거나 모욕하는 행위를 무작정 해서는 안 되지만, 형벌로까지 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꺼진 휴대전화도 도청… 베이징 감청인원 10만명”

    “꺼진 휴대전화도 도청… 베이징 감청인원 10만명”

    중국에서 ‘미인계’를 이용한 정보전은 심심치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첩보 당국이 미인계를 적극 활용한다. 지난달 초 타이완을 뒤흔든 ‘장성 간첩’ 사건도 배후에는 중국이 파놓은 미인계가 있었다. 타이완 현역 육군소장이었던 뤄셴저(賢哲·51)는 태국주재 대사관에서 무관으로 근무하던 2002~2005년 호주 여권을 가진 30대 미모의 화교 여성을 만나 밀회를 즐겼고, 복귀 후에도 이 여성과 함께 미국 등을 여행하며 관계를 유지했다. 타이완 정보 당국 조사에 따르면 뤄셴저는 이 여성과 그 후 알게 된 중국 군 장성에게 타이완 군사기밀 등을 넘기며 한 건에 최대 100만 달러까지 받았다. 꼬투리를 잡아 ‘협박’하며 정보를 빼내거나 미운털이 박힌 외교관, 외신기자들을 강제 추방하는 방법도 즐겨 쓴다. 미인계와 더불어 중국 당국이 첩보 수집에 적극 활용하는 수법은 도·감청이다. 지난달 말 외국 공관이 몰려 있는 중국 베이징 산리툰(三里屯) 부근의 일식집에서 만난 아시아 지역 모 국가 외교관은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전화 배터리부터 뺐다. 전원을 꺼도 휴대전화 배터리가 켜져 있으면 가까운 곳에서 도청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는 “중국의 일부 휴대전화는 배터리가 끼워져 있는 한 전원이 완전히 꺼지지 않고, 휴대전화가 일종의 도청기 역할을 하면서 대화를 가까운 곳에서 엿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연히 자리를 함께한 식당 주인도 “일본 등 많은 국가 외교관들이 식당에 들어오면 배터리부터 빼놓는다.”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국가보밀(保密)국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첩보와 관련된 부서는 대부분 은닉돼 있다. 베이징에만 도청 관련 인원이 최소 10만여명에 이른다는 확인하기 힘든 소문도 있다. 중국 말고도 ‘정보전쟁’에서 미인계를 활용하는 일은 세계 곳곳에서 흔히 벌어진다.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국 정보기관도 미녀 스파이를 동원, 고급정보 빼내기에 열을 올린다. ‘첩보대국’인 러시아는 미국 등 경쟁국의 비밀 정보를 끌어모으려고 여성 요원들을 줄곧 이용해 왔다. 대표적인 인물이 지난해 미국에서 추방당한 안나 차프만(29)이다. 그는 러시아 대외첩보부(SVR) 소속의 비밀 정보요원으로 미국 뉴욕 등지를 활동무대 삼아 상류층 남성을 유혹해 고급 정보를 수집하다 지난해 미 당국에 적발됐다. 영국 정계도 러시아 미녀 스파이에 홀려 지난해 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러시아 출신 여성 카티아 자툴리베테르(26)가 하원 국방특별위원회 소속 마이크 핸콕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영국 군사기밀을 빼돌렸던 것. 자툴리베테르는 여성편력이 복잡한 핸콕 의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간첩행위가 발각된 지난해 12월 본국으로 추방당했다. 영국 또한 2001년 러시아 잠수함 기술을 빼내려고 해외정보국(MI6) 소속 여성 정보원을 동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 정보기관에도 미인계는 첩보전에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다. 여성 요원들은 특히 전략지인 중동지역에서 크게 활약했다. 미 정부는 2003년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 미인계를 써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로부터 각종 정보를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에는 보수성향의 논객 로버트 노박이 부시 정부의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정보 조작을 비판한 조지프 윌슨 전 이라크 대리대사를 비난하다가 그의 아내 발레리 플레임(48)이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이라고 폭로했다. 금발의 미인인 플레임은 ‘리크게이트’로 불린 이 사건 이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우리나라도 북한 측 여성 첩보원에 당해 정보를 빼앗겼던 악몽을 겪었다. 조선족을 가장해 국내로 입국했던 여간첩 원정화는 2005~2006년 군 장교들과 사귀며 군사기밀과 탈북자 정보 등을 빼냈다가 적발됐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서울 유대근기자 stinger@seoul.co.kr
  • [최종찬 따뜻한 사회] ‘신뢰’ 인프라를 구축하자

    [최종찬 따뜻한 사회] ‘신뢰’ 인프라를 구축하자

    우리나라는 그 동안 괄목할 만한 경제발전을 이룩하였다. 도로, 철도, 공항 등 인프라(사회간접자본)도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전국의 도로는 모두 포장되었고, 고속철도 건설로 서울~부산이 2시간대로 가까워졌다. 이렇게 물적(物的)인 인프라는 충분히 축적되었으나 보이지 않는 신뢰라는 인프라는 제대로 축적이 안 되고 있다. 미국의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그의 유명한 저서 ‘신뢰’(Trust)를 통해 국가발전에 있어 신뢰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그는 우리나라를 신뢰도가 낮은 국가로 분류하였다. 신뢰라는 인프라는 눈에 보이지 않아 제대로 측정할 길도 없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얼마나 부족한지, 신뢰 부족이 어떤 문제를 초래하는지 잘 인식하지 못한다.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므로 사회적 경각심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신뢰 부족으로부터 초래되는 문제는 생각보다 크다. 정부의 각종 규제와 복잡한 절차 등도 신뢰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연간 수천만통이 발급되는 주민등록등본, 인감증명서는 당사자가 관련 문서에 기입하면 될 일을 거짓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여 기재내용이 확실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모든 국민이 정직하다고 생각하면 주민등록등본, 인감증명서를 떼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주식이 기업 운영과 회계의 투명성 부족으로 과소평가되는 것도 신뢰 부족으로 인한 것이다. 국민들이 거짓말을 안 하면 많은 예산을 절약하거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각종 공공사업의 경우 토지 보상비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토지 보상비 증가는 토지 소유자의 보상가 부풀리기와 관계자의 묵인 등으로 늘어난다. 예컨대 고가의 토지 보상비를 노려 개발예정 산간 오지에 장미꽃과 인삼밭을 만들고 심지어 집까지 짓는다.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자가 필요 이상으로 입원하는 사례도 항상 지적되는 문제이다. 과잉진료가 보험료를 인상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 중 엉터리 수급자가 없지 않다. 자립할 요건이 되어도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빠져나가지 않으니 새로운 사람을 추가하기도 어려워진다. 신뢰 부족은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켜 국가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미국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광우병 소동이 그 예이다. 전문가들이 숱하게 광우병에 관한 내용을 설명하였으나 정부를 불신하여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였다. 2008년 인터넷에 외환위기와 관련하여 유언비어를 퍼뜨린 ‘미네르바’ 사건도 우리사회의 신뢰 부족을 드러낸 예이다. 많은 사람이 정부나 전문가의 이야기보다도 인터넷의 이름 없는 논객의 이야기를 더 믿고 있다.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지연, 혈연, 학연의 연고주의도 자기 고향, 가족, 동창 출신이 아니면 못 믿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이와 같은 연고주의는 능력 위주의 인사를 저해하여 국가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이제부터 신뢰 인프라 구축을 국가적 역점 과제(National Agenda)로 해야 한다. 대책은 자명하다. 거짓말에 대해서 사회적 제재가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허위공시, 허위보고, 허위보도, 위증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어야 한다. 수년 전 미국 금융당국은 일본 다이와은행 미국 지점의 허위보고 등에 대하여 3억 4000만 달러(약 37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우리나라는 최근 나아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허위공시에 대하여 관대한 편이다. 정직은 어려서부터 몸에 배게 가르쳐야 한다. 국립공원 등에서 ‘6세 미만 어린이는 무료’라고 할 때 어린이에게 거짓말하라고 시키는 부모들이 종종 있다. 국회의 엉터리 폭로, 인터넷 유언비어 등 ‘아니면 말고’식의 풍토도 없어져야 한다. 신뢰 제고는 단기간에 개선될 일이 아니다. 정부의 제도 개선 노력과 함께 언론기관이나 시민단체가 협력하여 지속적으로 의식개혁 운동을 해야 할 것이다. 전 건설교통부 장관
  • 장하준, 진보·보수의 ‘공격’에 답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는 한국 경제를 향해 경제논객 장하준이 쓴소리를 던졌다. 금융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키워 나가겠다는 현 정부의 거시정책에 대해 “방향이 틀렸다.”며 딴죽을 걸었다. 복지논쟁으로 연일 드잡이에 여념이 없는 정치권을 향해서는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짐짓 어깨를 두드리기도 했다. 베스트셀러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로 지난해 11월 불쑥 한국 사회에 또 다른 경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를 전화와 이메일로 불러냈다. 신자유주의의 도도한 흐름 앞에서 새삼 ‘국가의 역할’과 ‘보편적 복지’를 외치는 그를 향해 좌·우 진영의 비판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의 발목을 잡는 국수주의자라는 비난과 자유시장경제를 부정하는 3류 경제학자라는 비아냥이 동시에 쏟아진다. 이념의 고정틀을 벗어난 그의 ‘경제상식 파괴’와 이에 맞선 ‘장하준 깨기’의 공방을 짚어 본다.
  • 애리조나 총격 이후… 안정 되찾아가는 美

    애리조나 총격 이후… 안정 되찾아가는 美

    미국 애리조나 주 투손 총기 난사로 중상을 입은 가브리엘 기퍼즈 하원의원이 눈을 뜨고 두 다리를 움직일 정도로 호전되고 있다. 또 최연소 희생자인 크리스티나 그린을 다룬 책 ‘희망의 얼굴’이 불티나게 팔리는 등 총기 난사 희생자들에 대한 추도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의료진 “하품하고 다리 움직여” 기퍼즈 의원을 치료하고 있는 유니버시티 메디컬 센터 병원 의료진은 13일(현지시간) “그녀가 여전히 위중한 상태이긴 하지만, 회복을 위한 좋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담당 신경외과 전문의 마이클 르몰은 “하품을 하고 눈을 뜨는 등 깨어나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를 보이고 있다.”면서 “자신의 상황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의사들의 지시에 따라 두 다리를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총기 난사 당시 총탄이 기퍼즈 의원의 언어와 시각, 오른쪽 몸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뇌 신경을 파고들었기 때문에 다리를 움직인 것은 대단한 변화라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이들은 “매일 기적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녀의 상태가 영구적인 마비로 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아마존닷컴 판매 순위 급상승 전국적인 추도 분위기는 ‘희망의 얼굴’ 책자의 폭발적인 판매로 이어졌다. 크리스티나를 비롯해 2001년 9·11테러 당일 각 주에서 태어난 아기 한 명씩 모두 50명으로 선정된 ‘희망의 얼굴’은 그 이듬해 책으로 출판됐다. 크리스티나는 책에서 “사람들이 빗물 웅덩이에서 첨벙첨벙 뛰는 걸 좋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책은 전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애리조나 주 투손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크리스티나의 죽음을 애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판매가 급증했다. 아마존닷컴 책 판매 순위 8288위였던 ‘희망의 얼굴’은 오바마 대통령의 추모 연설 뒤 순위가 급상승해 154위로 뛰어올랐고, 이날 오전에는 아예 동이 나 버렸다. ●보수 논객, 오바마 칭찬 평소 오바마 대통령에게 독설을 퍼붓던 보수 논객들은 이례적으로 그의 추모 연설을 치켜세웠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 인터넷판에 따르면 대표적인 보수 논객인 폭스뉴스의 글렌 벡은 “그가 했던 연설 중에 아마도 최고일 것”이라고 평했고,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연설을 담당했던 마이클 거슨은 “훌륭한 감정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 관영 이타르타스 통신의 안드레이 시토프 기자와 설전을 벌였다. 시토프 기자가 “총기 난사범의 비정상적인 행동이 자유의 이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며 이번 사건을 미국의 체제와 연관 짓는 질문을 하자 기브스 대변인은 “당시 기퍼즈 의원의 정치 행사가 표현과 모임의 자유 등 미국의 가장 기초적인 자유를 행사하는 자리였다.”고 조용히 답했다. 하지만 같은 취지의 질문이 이어지자 기브스 대변인은 목소리를 높이며 “전혀 동의할 수 없다. 그것은 미국적인 것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경제난·보수화 ‘美독설정치’ 불렀다

    20명의 사상자를 낸 지난 8일 애리조나 투손의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독설정치 문화가 도마에 올랐다. 미국 정치권과 언론, 논객들 사이에서 난무하는 독설과 증오의 수사학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미국 사회가 더욱 보수성향을 띠고 게다가 경제까지 어려워지면서 민심이 더 각박해지고 독설도 더 날을 세워가는 양상이다. 지금의 어려운 상황에 대한 희생양을 찾는 사람들에게 보수 진영, 특히 극우 성향을 띠는 논객들의 거침없는 발언은 대리만족과 함께 확대재생산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동안 여러 전쟁을 치러왔고 지금도 두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으며, 독립 당시부터 자위권 차원에서 총기소유가 합법화돼 있는 상황에서 총기나 전쟁과 관련된 용어와 상대방을 적대시하는 발언들은 나날이 일상화돼 가고 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이후에는 쟁점인 건강보험개혁법 처리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때 독설과 증오 섞인 비방이 난무했다. 보수 성향의 유권자운동인 티파티의 간판 격인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지난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번에 총격을 받은 가브리엘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현역의원 20명을 낙선대상으로 지목하면서 이들을 사격대상으로 삼자고 촉구하듯 미국 지도에 이들의 지역구를 십자과녁으로 표시하고 “후퇴하는 대신 재장전하라.”고 촉구했다. 티파티 후보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해리 리드에 도전장을 냈던 섀론 앵글은 “리드 의원을 낙선시키기 위해서는 수정헌법 2조(무기 휴대권리 합법화)가 최선책”이라는 발언을 했다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플로리다에서 상원의원에 출마했던 한 민주당 후보는 상대후보를 비방하며 “총으로 쏴야 한다.”는 격한 말을 쏟아냈다. 심지어 ‘대통령을 총으로 쏴버려야 한다.’, ‘없애 버려야 한다.’ 등의 말은 유세장뿐 아니라 1990년대 이후 엄청난 인기와 함께 영향력을 갖고 있는 라디오 토크쇼에서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블로그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걸러지지 않은 독설들을 빠르게 확산 시키면서 정치권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이 같은 독설 문화에 무감각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保·革 독설책임공방 오바마 어부지리?

    保·革 독설책임공방 오바마 어부지리?

    애리조나 총격 사건의 책임을 놓고 진보와 보수 진영 간 공방이 뜨겁다. 이번 사건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워싱턴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20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총기 난사 사건의 원인과 배경을 놓고 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보수 우파 인사들의 독설과 선동적인 행동을 거듭 문제 삼고 나섰다. 사건 이후 미국 언론들은 지난해부터 정치권에서 남을 비방하거나 분노와 증오를 여과 없이 표출하는 행태가 극심해진 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하며 쇄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뉴욕의 온라인 뉴스매체 ‘데일리 비스트’와 MSNBC 방송의 진보 성향 뉴스 진행자들은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와 보수 우파 인사들의 독설이 이번 범행을 촉발시켰다고 주장했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 8일 사건 직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글렌 벡과 러시 림보 등 보수 논객들이 ‘증오의 풍토’를 조성해 왔다면서 공화당과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목소리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세에 몰린 보수 논객들은 10일 일제히 반박에 나섰다. 극우 성향의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인 림보는 보수 논객들의 자극적인 언사가 이번 총기 난사를 자극한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일부 진보 성향 인사들에 대해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패한 민주당이 정치적 활로를 찾기 위해 이번 사건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림보는 “총기 난사 범인인 제러드 리 러프너가 페일린의 페이스북을 열어봤다는 증거가 없고, 보수 성향의 폭스TV를 즐겨봤다는 증거도 없다.”면서 “이번 사건은 제정신이 아닌 애송이가 저지른 사건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글렌 벡도 자신과 페일린, 림보 등을 포함한 보수 논객들이 폭력의 위험성을 키웠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되받아쳤다. 그러나 ‘독설 정치’를 둘러싼 두 진영의 책임 공방은 민주당보다 공화당에 정치적 타격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도 이번 사건이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증오와 독설정치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되면 공화당의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정치 공세가 주춤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치학자들은 이 같은 관측의 근거로 지난 1995년 168명의 생명을 앗아간 오클라호마 시 연방 건물 폭탄 테러 사건을 들고 있다.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94년 중간선거에서 참패한 뒤 이 사건으로 정치력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25일로 예정된 의회 국정연설에서 이번 총격 사건을 계기로 워싱턴 대결 정치의 종식을 촉구하며 불리한 정국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극단주의 메카로 떠오른 애리조나주

    이번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극단적인 보수 성향을 보이고 있는 애리조나주의 사회적·정치적 문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미국내에서 가장 총기규제가 느슨한 애리조나주의 총기소유법도 논란이 되고 있다. 미 언론들과 논객들은 9일(현지시간) 현직 연방 하원의원 총격사건이 벌어진 애리조나주 투손을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됐던 텍사스 달라스와 1995년 160여명이 희생된 오클라호마에 비유하고 있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닿은 채 광활한 사막이 펼쳐져 있는 애리조나는 불법이민과 총기소유 문제로 그동안 자주 언론의 초점이 돼 왔다. 국경을 넘어오는 불법이민자들이 늘면서 그렇지 않아도 경기침체로 어려운 주정부 재정이 더욱 심각해지자 불법이민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날로 확산돼 왔다. 그러던 차에 지난해 불법이민자의 총에 목장 주인이 살해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불법이민자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보수 성향의 라디오 토크 프로그램들의 주장과 맞물려 미국 내에서 가장 강력한 불법이민단속법의 제정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건강보험개혁법이 논란 끝에 통과되자 이번에 총격을 당한 가브리엘 기퍼즈 의원의 사무실이 누군가의 공격을 받아 유리창이 깨지고 기퍼즈 의원 등이 협박 전화와 이메일에 시달리는 등 분위기가 매우 험악해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총기 소유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다시 높아가고 있다. 범인인 제러드 리 러프너가 지난해 11월 30일 난동 경력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제지없이 총기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 총기소유 규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뉴욕주의 한 연방 하원의원은 이번 주중 총기소유를 규제하는 법안을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져 미국은 다시 한번 총기소유 규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미국에서 총기에 의한 사망자 수는 매년 2만~3만명에 이른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미네르바’ 기소 근거 전기통신기본법 위헌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32)씨의 처벌 근거가 됐던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또 무제한 감청을 허용한 통신비밀보호법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는 28일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통신을 한 사람은 처벌한다.’고 규정한 전기통신법 제47조 1항은 위헌이라며 미네르바 박씨가 낸 헌법소원 심판사건에 대해 재판관 7(위헌)대2(합헌)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공익의 의미가 모호해 사람마다 가치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표현의 자유에서 요구하는 명확성 원칙에 위배돼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이 조항으로 기소된 천안함·연평도 사건 관련자도 모두 무죄 선고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2008년 7월 다음의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고갈됐다는 글을 올렸다가 지난해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무죄선고를 받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또 공안 당국이 법원에서 감청영장을 발부받아 개인의 이메일이나 전화를 무제한 감청하는 데 활용했던 통신비밀보호법 제6조 7항(수사상의 통신제한조치(감청)의 기간이 2개월을 넘지 않아야 하지만 필요하면 2개월 범위 안에서 연장할 수 있다)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헌법불합치)대2(단순위헌)대3(합헌)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내년 말까지 개정해야 한다. 그때까지 고쳐지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효력을 상실한다. 헌재는 “범죄수사 목적에 비해 개인의 통신비밀 보호법익이 과도하게 침해받는다.”며 “통신제한조치 기간을 연장할 때 법 운용자의 남용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한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강행 처리가 무효라며 민주당 문학진 의원 등이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다만 비준동의안 강행 처리가 국회의원들의 권한을 침해했음을 확인해 달라는 청구는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받아들였다. 김승훈·임주형기자 hunnam@seoul.co.kr
  • [객원칼럼] 절대 은퇴하지 마라/김동률 KDI 연구위원

    [객원칼럼] 절대 은퇴하지 마라/김동률 KDI 연구위원

    한달에 한번씩,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는 사람이 있다면 믿겠는가. 윤종용 삼성전자 고문 휴대전화는 한달에 한번씩 바뀐다. 워낙 찾는 사람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생각해낸 비책이라고 비서가 설명한다. 얼마나 바쁘게 사는지 짐작 가는 대목이다. 옆에서 본 그는 모든 면에서 열공이다. 일도 그렇지만 식사량도 많고 책도 서너권이나 펴냈으며 골프도 싱글 수준이다. 지켜보는 젊은 사람들이 샘 날 정도다. 반장식 전 예산처 차관도 엄청 바쁜 사람이다. 그는 현재 서강대 MOT 원장이다. MOT(Management of Technology)란 우리말로 기술경영대학원, 한마디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삼성의 윤종용 같은 기술을 겸비한 CEO를 키우자는 게 이 학문의 요체다. 테크놀로지와 경영의 조화를 목표로 한, 이른바 차세대 학문으로 불린다. 전문가들은 MBA가 붐을 일으킨 것처럼, 앞으로 MOT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한다. 최근 서강대와 고려대, 한양대가 석사과정을 모집했다. 윤종용은 서울공대를 졸업하고 오늘날 삼성전자를 일궈온 엘리트 기업인이다. 우리 생애에 삼성이 소니를 따라잡으리라고 믿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윤종용의 이름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반장식은 덕수상고를 거쳐 은행원을 하다가 고시에 합격, 인재들이 득실거리는 경제기획원에 이어 예산처 차관을 마지막으로 30년 공직을 끝냈다. 직장생활 틈틈이 주경야독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입지전적 인물인 셈이다. 퇴임 무렵 제의 받은 좋은 자리를 마다하고 제2의 인생을 살겠다며 서강대 MOT 과정을 붙들고 맨땅에 헤딩하고 있다. 대개 한국의 경우 이른바 고위직에서 은퇴하게 되면 적당히 편한 자리를 꿰차고 얼굴마담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속눈썹이 날리도록 바쁜 윤종용과 반장식의 삶은 주목된다. 기실 한국사람은 너무 빨리 조로(早老)하는 경향이 있다. 속도감이 오늘날 한국의 번영을 가져 왔다는 주장도 있기는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그 도가 지나친 점이 있다. 사탕 하나를 입에 넣더라도 끝까지 빨아먹는 한국인은 드물다. 서너번 빨아 보다가 이내 우두둑 부숴 먹어야 성이 차는 민족이다. 학창시절로 돌아가 보자. 큰맘 먹고 산 책도 앞부분에는 손때가 새까맣지만 뒤로 가면 말짱하다. 그 옛날, 헌 서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책이란 으레 앞만 약간의 사용흔적이 있을 뿐 뒤로 갈수록 깨끗한, 새책 같은 헌책이 아니던가. 이렇게 급한 한국인의 성정은 압축성장이라는 긍정적인 결과와 함께 부정적인 면도 남겼다. 노익장이 많지 않고 쉬이 조로(朝露)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괴테는 여든살에 파우스트를 발표했고, 피카소나 카잘스 등등의 인물도 대개 칠순이 넘어 맹렬한 활동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이 땅에서 칠순 넘어 왕성하게 활동하는 인물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능력이 출중한 사람조차 으레 뒷전에서 원로행세나 할 뿐 인생 2모작에 올인하는 경우는 드물다. 연전에 여든 나이로 세상을 뜬 미국의 대표적 보수논객 윌리엄 사파이어란 사람이 있다. 다채로운 경력의 그는 43세에 뒤늦게 뉴욕타임스로 영입돼 1973년부터 2005년까지 32년간 NYT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외모지상주의’란 뜻의 ‘루키즘’(lookism)이라는 말은 그가 만든 신조어다. 미 언론계 최고 권위인 퓰리처상(칼럼부문)도 받았다. 나는 최후의 순간까지 생의 에너지를 불살랐다는 점에 그를 오늘 소개하고 싶다. 그는 NYT에 쓴 마지막 칼럼 제목인 ‘절대 은퇴하지 마라’(Never Retire)란 명제를 스스로 실천한 사람이다. “중년 이후에는 재충전과 호기심 유지, 두 가지를 갖춰야 한다.”며 ‘변신을 통한 건강한 삶’을 주장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청년 같은 중·장년들이 서울거리에 넘치고 있다. “능력이 있건 없건, 9988 오래 살고 싶으면 절대 은퇴하지 마라.” 한해가 끝나는 이 시점에 독자에게 던지는 나의 간곡한 메시지다.
  • 美는 北 편에 서야 한다?

    ‘미국의 동맹국은 남한이 아닌 북한?’ 미국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미국은 북한 동맹(North Korean allies) 편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남한과 북한을 혼동한 탓이다. 페일린은 23일(현지시간) 보수논객 글렌 벡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북한을 도와줘야 한다.”고 잘못 말했다고 MSNBC방송이 보도했다. “백악관이 과연 북한의 행동을 제재할 수 있는 강력한 정책을 펴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 뒤 이처럼 실언한 것이다. 페일린은 사회를 보던 글렌 벡이 “남한(South Korea)”이라고 바로잡아 주자 그때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MSNBC방송은 페인린의 실수에 대해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있는 정치인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단순한 말실수로 넘어갈 수 있는 촌극이었지만 문제는 페일린이 지속적인 ‘무지’ 논란에 휘말려 왔다는 데 있다. 특히 현직 언론인인 존 헤일먼과 마크 핼퍼린은 지난 2008년 대선을 다룬 책 ‘게임 체인지’에서 당시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페일린이 남·북한이 왜 분단됐는지조차 몰랐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진보·보수 대표논객 미래 한국 해법찾기

    진보와 보수는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프레임으로 정치사회적 현실은 물론 우리의 삶까지도 지배하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언론계, 교육계, 시민단체, 노동계, 학계, 예술계까지 진영을 형성하며 대립과 때론 물리적 충돌을 불러오기도 한다. ‘진보와 보수 미래를 논하다’(이창곤 지음, 밈 펴냄)는 진보와 보수의 미래에 대한 논쟁과 논리를 지상 중계한 책이다. 이를 위해 양 진영을 대표하는 최고 논객들이 우리 사회의 미래 비전과 성장 및 분배 전략, 사회 민주화와 정치개혁 등 총 7가지 핵심 의제에 대해 해법을 내놓는다.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두뇌인 이정우 경북대 교수와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이 각각 선진화와 복지국가 사이의 국가 비전을 놓고 격론을 벌인다.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이 교수는 시장 만능주의와 성장 지상주의의 폐단을 없애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빅스웨덴 모델’을 제시하고, 박 장관은 산업화의 업그레이드, 민주화의 성숙 등을 통해 선진 일류 국가가 되기 위한 ‘리틀 아메리카’ 모델을 제시한다. 두 진영의 대표적인 이론가인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진보와 보수가 보는 한국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최 교수는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서민이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하는 점을 꼽은 반면, 박 이사장은 국가발전 능력과 사회통합 능력의 하락이라고 맞섰다. 상대 진영에 바라는 점을 솔직하게 언급한 것도 눈에 띈다. 최 교수는 보수 진영에 도덕적 지도력을 갖추고 행사할 것을 주문했고, 박 이사장은 정체성과 정통성, 국가 경영과 정책, 공동체를 소중히 하는 진보가 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백낙청 창비 편집인은 제대로 된 진보주의자도 보수주의자도 너무 적은 게 문제라고 꼬집었고, 안병직 시대정신 이사장은 보수든 진보든 우리 사회의 특징을 이해하고 몰입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책은 이처럼 진보와 보수의 진면목과 현주소는 물론 한계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현직 언론인인 저자는 “진보와 보수의 논쟁, 나아가 그 대립과 충돌은 미래를 향해 이뤄져야 하며, 양 진영의 미래를 향한 새로운 관계 정립 출발은 응시와 경청”이라고 역설한다. 1만 5000원.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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