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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영의 DVD레서피] 氷~氷~ 갈아보는 재미

    요즘 열대야가 기승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고 맨바닥에 누워도 당최 시원하질 않다. 관자놀이가 저릿할 정도로 차가운 팥빙수 생각이 절로 난다. 한 입만 먹어도 순식간에 시원한 얼음이 명치끝까지 닿고 우유와 팥이 어우러진 부드러운 맛은 얼얼한 혀를 달래기에 충분하다. 팥의 따뜻한 기운이 냉한 기운을 보한다고 하니 궁합도 그만이고 수박이나 여름 과일들을 썰어 넣으면 아삭하게 씹는 맛도 있다. ‘남극일기’는 눈으로 보는 빙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눈 일색이다. 실제 남극과 비슷해 보이는 뉴질랜드의 설원은 속이 확 트일 정도로 광활한 장관을 연출한다. 여기에 ‘도달불능점’이라는 목적 없는 목표와 인간의 광기가 보여주는 섬뜩함이 공포영화들과는 또 다른 서늘한 매력을 자아낸다. ‘달콤한 인생’은 팥빙수라기보다는 파르페에 가깝다. 그것도 희귀한 열대 생과일과 부드러운 수제 아이스크림을 조화시킨 값비싼 파르페다. 좋은 배우들과 스태프 등 각종 재료들이 근사하고 이병헌이 먹는 초콜릿 케이크만큼이나 달콤한 음악도 있다. 사랑에 무너지는 남자들의 의리와 피비린내 나는 복수극은 유키 구라모토의 ‘로망스’를 비롯한 클래식한 음악들과 어우러져 서늘하면서도 서정적인 울림을 갖는다.●남극일기 한번 보는 것으로 영화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송강호의 살기어린 눈빛과 연극으로 다져진 조연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찬찬히 영화를 다시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2.35:1의 와이드 화면에서 한층 더 빛을 발하는 뉴질랜드 스노팜의 설경과 공포를 배가시키는 크레바스, 눈밭에 내던져진 여섯 배우들의 연기는 다시 봤을 때 더 매력이 있다. 부가영상에 실린 김지운, 류승완, 봉준호, 정윤철 감독의 ‘남극일기를 보는 4가지 시선’은 다른 감독들의 영화에 대한 해석과 애정 어린 평가를 확인할 수 있어 새롭다.●달콤한 인생 감독판 극장 상영 버전에서 50군데가량을 수정한 ‘감독판’이다. 장면의 추가나 가감이 많기보다는 영화의 속도감과 더불어 감각적인 이미지를 강화한 버전이다. 녹색 톤을 기본으로 붉은 색을 조화시킨 색감은 생의 마지막에 몰린 한 남자의 순수함과 분노, 이유 없이 피비린내 나는 혈투를 벌이는 사내들의 액션을 조화롭고 안정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실제 총소리를 녹음해 사용한 총격 장면은 할리우드 못지않게 사실적이다. 부가영상은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다. 코멘터리와 함께 감상하는 삭제 장면들과 출연 배우들의 셀프 카메라,2가지 버전의 코멘터리, 감독과 스태프에게 묻는 ‘왜 그랬어요?’ 등 기획력이 돋보인다.DVD칼럼니스트·mlue@naver.com
  • [안귀옥 가족클리닉 행복 만들기] 남편의 정신학대 무서워 이혼 하려고 하는데…

    ‘그는 나를 때린 적이 없어. 생활비도 꼬박꼬박 챙겨줬지. 늘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그런데 난 왜 행복하지 않을까.’몇달 전 저녁 생각을 정리하느라 메모를 적어 봤습니다.‘맞아, 그는 남자 특유의 권위의식으로 나를 언제나 무시했지. 알긴 뭘 아느냐고, 살림이나 잘 하라고. 나는 그런 말이 너무 공포스러웠어. 그 앞에서 언제나 나는 작아지기만 했고, 대화는 단절됐지.’제가 내린 결론은 남편의 굴레에서 벗어나 이혼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이혼의 정당성을 따지고 그에 대한 입증도 하지 못한 채 무기력해지고 말 것 같습니다. -이정희(38·가명) 가사소송은 민사소송절차에 준하여 처리됩니다. 이는 당사자가 법관에게 서증이나 물증 등의 증거를 확보해 보여주며 입증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밀폐된 집안 내에서 벌어지는 부부간의 문제에 대해 가타부타 따지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법원은 누구에게 이혼의 귀책사유가 있는지를 밝혀내는 데 심리의 상당 부분을 할애합니다. 문제는 앞으로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이혼에 대해 누가 대비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남편과의 말다툼을 녹음한다든지 다툼 끝에 구타를 당했다고 진단서를 받아놓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남편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각서를 받기도 하지만 이혼 법정에서는 자필로 서명하거나 심지어 자신의 피로 쓴 혈서마저 부인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때때로 이혼 당사자들은 조작된 증거자료를 법원에 내기도 합니다. 이혼소송을 당한 남편이 흥신소에 의뢰해 가짜로 아내에 대한 간통죄 증거자료를 만들어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입니다. 또는 속옷이 두 동강 난 사진을 찍어 아내가 손으로 찢었다며 사진을 제출하는 남편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허위증거는 공판 과정에서 신빙성이 없다는 점이 밝혀지게 됩니다. 부부의 결혼생활을 잘 아는 사람의 증언도 증거로 채택이 가능합니다. 법관이 양 당사자의 법정 진술태도를 보고 과연 혼인파탄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헤아려 판단하므로 증거자료 확보에 심하게 치중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체면문화가 중시되는 우리 사회에서 친정 식구들에게조차 자기 남편을 흉보는 것을 꺼리는 여성이 많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주변 사람의 증언을 확보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정희씨처럼 대부분의 여성들은 남편과의 갈등을 묻어두고 참고 살다가 한계를 느꼈을 때 변호사를 찾아와 의논하곤 합니다. 남편의 귀책사유를 입증할 증거가 있을 리가 없죠. 증거가 없을 때는 정황증거를 요긴한 자료로 쓰기도 합니다. 만일 이정희씨가 남편으로부터의 정신적 학대를 못이겨 진료를 받은 자료가 있다면 법관이 당시 상황에 대한 심증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남편의 외도에 대해 직접적인 증거가 없을 때도 남편이 집에 들어오지 않은 날을 달력 등에 표시해 놓은 것만으로도 상황에 대한 추측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또는 재판 도중에 법원을 통해 남편의 통화내역이나 카드 사용 내역을 조회해 보면 뜻밖의 자료를 얻어내기도 합니다.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법률상 이혼이 가능한지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여지는지를 따지는 가사소송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 같습니다. 가족 갈등에 해소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은 사단법인 한국행복가족상담소 (www.e-happyhome.or.kr/032-8627-119)에서 상담을 통해서 찾으시기 바랍니다.
  • 강남·목동 무선전화 도청

    서울의 강남지역과 목동 등 오피스텔에 반경 300m를 도청할 수 있는 광대역 수신기를 설치해 놓고 사생활의 약점을 잡아 돈을 뜯어온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청계천 세운상가에서 구입한 400만원대의 장비로 가정용 무선전화기를 주로 도청해 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22일 고급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불특정 다수의 통화내용을 도청한 뒤 가정주부 2명의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6500만원을 뜯어낸 권모(41)씨 등 3명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강남구 도곡동과 양천구 목동 인근의 아파트단지 등의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공중파 수신이 가능한 광대역수신기와 안테나, 통화를 녹음한 MP3 파일을 저장하는 컴퓨터, 스피커 등 도청 장치 일체를 설치했다. 데스크톱 컴퓨터 크기인 광대역수신기는 반경 300m 이내의 잡음이 청취된다. 도청 기술자인 권씨가 수신기의 주파수를 맞추는 순간 잡음이 사라지며 통화 내용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수신기를 통해 900㎒ 이상의 가정용 무선전화기는 모두 도청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가정용 무선전화기는 2개의 주파수 대역이 있으며 구형인 46∼49㎒,900㎒ 두개가 있다. 도청과 청취를 담당한 권씨가 통화를 분석했으며 통화자의 인적사항이나 신원을 알 수 있는 정보가 나오면 그때부터 통화자를 집중 도청했다. 이를 통해 통화 내용 중 불륜 등 사생활의 약점이 잡히면 협박을 하고 돈을 뜯어내는 팀을 가동시켰다. 권씨 등은 고급아파트 거주자를 타깃으로 삼았다. 지난해 말 장비를 구입한 이들은 3월부터 양천 지역에서 활동하다 지난 6월 강남 도곡동에 사무실을 차린 뒤 근처의 고급아파트 방향으로 안테나를 설치했다. 이들은 고급 아파트 인근의 오피스텔 입주를 위해 보증금 500만원과 월세 80만원을 투자했다. 이들은 지난 3월부터 도청을 시작, 통화 내용 분석이 끝난 5월부터 주부 김모(42)씨 등 피해자를 협박하기 시작했다.“불륜 사실을 남편에게 알리겠다.”고 협박, 모두 6500만원을 뜯어냈다. 이들은 경찰의 미행을 우려, 접선 장소를 수차례 바꾸며 택배사 직원으로 위장해 피해자와 접촉했으며 노숙자 명의의 대포통장으로도 송금받았다. 도청 기술자인 권씨 등 일당은 모두 대전교도소에서 만난 동기이며, 권씨의 주도로 청취팀과 협박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도청된 통화 내용은 컴퓨터로 저장됐거나 일부 내용을 편집해 CD로 제작하기도 했다. 청취를 맡은 권씨는 수배자 신분으로 식사 및 수면시간을 제외하고는 도청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홍석현 주미대사 다음주 사퇴시사

    홍석현 주미대사 다음주 사퇴시사

    |워싱턴 이도운특파원|홍석현 주미대사가 금명간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홍 대사는 22일(현지시간) 대사관으로 출근, 서울신문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다음주 기자회견을 열어 MBC가 방송한 녹음테이프와 관련한 모든 문제에 대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홍 대사는 기자회견에서 거취문제에 대해서도 밝히느냐는 질문에 “모든 것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해 사퇴 의사를 시사했다. 이어 불법도청을 감행한 안기부(현 국가정보원)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글쎄….”라며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홍 대사는 이날 평소보다 늦은 오전 9시40분쯤 대사관으로 출근했으며 밤새 잠을 설친 듯 매우 피곤한 모습이었다. dawn@seoul.co.kr
  • [안기부 도청 X파일 파문] 홍대사, 불법도청 대응질문에 “글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홍석현 주미대사가 벼랑끝에 몰렸다. 대사직은 물론 언론사 사주로서 쌓아온 명예도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지난 2월 취임 이후 재산과 병역 문제로 곤욕을 치렀고 최근에도 유엔 사무총장 출마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홍 대사는 다음주 기자회견을 열어 MBC가 보도한 지난 97년 불법 대선자금 논의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다음은 22일(현지시간) 오전 출근 직전 서울신문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가진 일문일답 내용이다. ▶MBC보도를 보았는가. -서울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국정원을 상대로 불법 도청에 대한 대응을 검토 중인가. -글쎄…. ▶앞으로의 대응 방향은. -MBC가 방송한 녹음테이프와 관련한 모든 문제에 대해 다음주에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겠다. 홍 대사는 출근 직후 오수동 홍보공사를 사무실로 불러 기자회견 개최 방안을 협의했다. 주미대사관 직원들은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일부 직원들은 홍 대사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후임 대사의 인선에도 촉각을 기울였다. 벌써부터 참여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전 장관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취임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은 홍 대사가 물러날 경우 “미국측이 뭐라고 하겠느냐.”며 우려를 표명하는 의견도 있었다. 홍 대사측은 지난 97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의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을 만나 선거자금 제공 등에 대해 대화한 내용이 특히 현 시점에서 언론에 공개된 배경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사는 전날인 21일 오후 이번 사건의 한 당사자격인 정보기관의 관계자로부터 장시간 보고를 받았다. 평소에 언론을 피하는 적이 거의 없었던 홍 대사는 MBC가 첫 보도를 한 21일에는 대사관으로 찾아온 기자들을 만나주지 않았다. 대신 점심 식사를 하러 갈 때와 퇴근할 때 등 두 차례 잠깐 기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보도된 내용은 맞나. -너무 오래전 일이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여러분은 8,9년 전의 일이 기억나나. ▶이학수씨와는 자주 만나나. -그때야 가끔 볼 수 있는 사이였지.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은 왜 했나. -이상한 테이프가 있다는데, 그것을 틀겠다니까…. 삼성에서 그렇게 판단해서 했다. 나는 대리인을 통해 한 것이고. ▶권익 침해 소지 때문인가. -테이프의 내용이 어떻든 사적인 자리의 대화가 공개되는 것을 즐겁게 받아들일 사람이 어디 있나. ▶이 사건이 처음 보도된 것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나. -여러분 같으면 어땠겠나. ▶이 사건을 처음 취재한 MBC 이상호 기자가 찾아온 적이 있나. -일면식도 없다. 이름만 알게 됐다. ▶MBC측에서 반론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는데. -그 편지를 받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어떻게 반론을 하나. ▶왜 이런 사건이 불거졌다고 보나. -나도 짐작하는 바는 있지만 얘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얘기한 것이 맞지 않으면 그쪽에서 불편해할 수도 있으니까. ▶앞으로의 대응은.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하는 거지…. 하늘의 뜻으로 생각한다. 내 인생에 있어서 어떤 것이 좋은 건지 알 수 없지 않은가. dawn@seoul.co.kr
  • [안기부 도청 X파일 파문] MBC ‘X파일 추가보도’ 안팎

    MBC가 마침내 22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X파일’과 관련, 취재한 나름의 모든 것을 쏟아냈다. 그러나 그렇다 한들 ‘후폭풍’이 모두 가라앉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보도할 바에야 왜 이제껏 실정법 위반이니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든지 하는 말을 해왔는지 모르는 수준으로까지 보도 내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쟁점은 이날 보도 내용처럼 충실히 취재해 놓고도 보도 못한 이유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물론 ‘뒤늦은 용기’라 해도 경쟁사인 KBS가 녹음테이프 다음 단계인 녹취록을 근거로 했음에도 최대한 보도를 했다는 점은 녹취록의 원본인 녹음테이프까지 확보하고도 보도를 망설인 MBC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초기 시청률의 고전에 대해서도 변명의 여지가 없어졌다.TNS코리아에 따르면 21일 첫 보도가 나간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8∼9%대로 같은 시간 KBS의 20%대에 비해 한참 처졌다. 이는 MBC 뉴스데스크의 최근 10일간 시청률 가운데서도 꼴찌에서 두 번째다. 꼴찌가 토요일(7월16일)이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21일 뉴스는 꼴찌나 다름없다. 한마디로 ‘정론도 못 내세우고 흥행에도 성공하지 못한’ 상황을 맞은 것이다. 또 22일자 주요 일간지들이 ‘삼성의 법적 대응’을 의식해서인지,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인지 추가보도보다 KBS와 MBC를 인용, 보도한 점도 뼈아프다. 일단 ‘질러놓은 뒤’ 편안하게 방송보도만 받아 쓴 격이기 때문이다. 온갖 쟁점은 MBC가 뒤집어쓰고, 제대로 보도한 것은 다른 신문·방송인 격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22일 MBC의 보도 수위가 높아진 것은 이런 상황을 일정 정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MBC의 한 기자는 “보도국 전체 분위기는 ‘완전히 당했다.’는 것”이라고 내부사정을 전했다. 일부에서는 개혁적이라고 여겨지던 ‘최문순 사장-신용진 보도국장’ 라인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기도 했다.MBC 정도의 언론사라면 이번 사안 같은 경우 얼마간의 손해배상금을 물더라도 판례를 남기겠다는 각오로 처음부터 맞붙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MBC노조 역시 22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태를 “사실관계에 대한 입증이라는 기자적 양심이 아닌 법 위반에 따른 불이익이 두려웠다는 자기고백”이라고 규정한 뒤 “보도국장이 어떻게 책임질지 답변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이에 대해 MBC는 첫 보도의 경우 가처분에 대한 법원 결정이 21일 밤 8시에 나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밝혔다.22일 9시 뉴스데스크를 통해 관련 사항에 대해 충분히 보도한 것이 그 증거라는 것. 결국 관건은 기존 취재 이상의 보도를 어느 수준까지 내놓느냐가 됐다.22일 보도까지는 어쨌든 용감하다고 평할 수 있지만 앞으로 그 이상의 보도는 결국 기자들의 역량과 회사 차원의 과감한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언론만 알고 국민만 모른다.”는 참여연대 식의 주장에 대해 MBC는 어느 정도 책임질 의무까지 지게 된 셈이다. 한편,X파일과 관련해 보도 태도를 주목받았던 중앙일보도 22일자에 관련 기사를 실었다.1면 스트레이트 기사에 이어 1∼2개면 분량의 기사를 게재한 다른 신문과 달리 2면 왼쪽에 두개의 기사만 냈다. 박스 기사 제목은 ‘불법도청 내용 방송 말라’였다. 조태성 홍지민기자 cho1904@seoul.co.kr
  • [안기부 도청 X파일 파문] MBC “삼성 昌지원액 100억대 추정”

    MBC가 22일 밤 9시 뉴스에서 ‘X파일’에 대해 보도한 요지는 다음과 같다. 녹음 테이프 1개와 안기부 문건 3개에 들어 있는 내용들이다.●이회창 후보 지원액 100억 넘어 문건에는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과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이 여당 대선 후보인 이회창씨를 지원하기 위해 자금전달 계획을 논의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계획대로 실행이 됐다면 100억원이 넘는 규모다. 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홍 사장과 이 부회장은 이회창 후보 지원 방안을 논의한다. 홍 사장은 이 후보가 안을 짜가지고 올 테니 기다려 보겠지만 15개 정도가 아닐까라고 예상한다. 문건은 15개가 15억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경선이 끝난 뒤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 홍 사장은 이 후보의 한 측근을 통해 30억원을 줬는데 다 써버렸다, 또 다른 측근을 통해서는 18개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홍 사장이 이어 이 대표의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으로 대충 11억원이 소요되는 것 같다고 하자 이학수 부회장은 그 자리에서 승낙한다. 한달 후 이 부회장은 홍 사장에게 회장님의 방침이라며 추가 지원 지시를 전달한다. 이회창씨에게 30개를 주라는 내용이 포함된다.30억원으로 추정되는 돈이다. 홍 사장과 이 부회장의 계획대로 돈이 모두 전달됐다면 이 후보측에 넘겨진 불법자금은 모두 100억원을 넘게 된다.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아 이 후보 캠프로 전달하는 역할은 이 후보의 고교후배인 서상목 의원과 중앙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고홍길 의원이 맡은 것으로 문건에 나타났다. 홍 사장은 이 부회장에게 우리가 주는 것이 얼마인지 서가 알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서씨는 이회창 후보의 고교 후배인 서상목 의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 문건은 해석했다. 서 의원도 자신의 역할을 인정했다. 홍 사장은 이 부회장에게 고흥길을 통해 모두 18개나 줬는데 그걸 다 바친 모양이라면서 이번에 좀더 생각해 줘야겠다고 건의한다. 문건은 18개가 18억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홍 사장과 이 부회장은 서씨, 고씨와 이회창 후보와의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대화도 나눴다.●이회성씨로 창구 단일화 서씨와 고씨가 맡던 삼성과 이 후보간의 정치자금 창구는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이 후보의 친동생인 이회성씨로 일원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97년 9월 초, 홍 사장은 이학수 부회장에게 이 후보를 만난 결과를 보고한다. 관심사 중 하나는 자금지원 창구였다. 앞으로 돈문제에 대해 누구를 창구로 했으면 좋겠느냐고 논의한 끝에 이회성으로 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홍 사장이 전했다. 이회성씨는 새 자금창구로 선정된 다음날 전화를 걸어 오리발을 요청했다고 홍 사장은 말한다. 오리발은 정치권에서 안 받았다고 오리발을 내밀어도 되는 현금을 뜻하는 은어다. 이에 홍 사장은 이회성씨를 집으로 오라고 해 2개를 차에 실어 보냈다고 밝혔다.2개가 얼마를 뜻하는지는 문건에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한 달 뒤 홍 사장은 이 부회장을 다시 만났다. 홍 사장은 2명이서 15개를 운반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데 30개는 무겁더라면서 삼성 비서실 임원과 자신, 이회성씨 세 명이서 백화점 주차장에서 만나겠다고 말한다. 이 돈이 두 명이서 운반할 수 없을 정도의 거액임을 나타낸다. 홍 사장은 서상목씨가 당과는 따로 비밀리에 이 대표의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을 하는 데 11억원이 소요된다, 삼성이 도와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이학수 부회장은 ‘그러지요.’라고 즉각 승낙했다. 이 후보 홍보비용 11억원을 삼성이 내준다는 내용이다.●DJ에게도 지원 ‘양다리 걸치기’ 삼성그룹은 야당 후보였던 김대중(DJ) 대통령에게도 접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홍 사장은 97년 9월 초 야당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간 사실을 이학수 부회장에게 보고한다. 홍 사장은 DJ가 회장께 편지를 보내왔다며 곧 보내겠다고 말한다. 김 대통령과 홍 사장 사이에는 당시 해당 언론사 부국장이었던 모씨가 중개역할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홍 사장은 모 국장이 DJ쪽의 모든 분위기를 보고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DJ가 어떻게 될지 몰라 괄시를 못하고 더블플레이를 한다고 말했다. 홍 사장은 여야 대선후보들을 번갈아 만나며 선거전략까지 조언했다고 말했다. 한 대선 후보에게 노조와 호남한테 아부해 봐야 안 되니 확실하게 보수편에 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선 2달 전에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측근이 중앙일보 고위 간부를 찾아와 이회창 후보를 교체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자 이 간부가 반대했다고 홍 사장은 말했다.홍 사장은 또 여와 야에 양다리걸치기를 해야 한다며 중앙일보의 또 다른 간부가 야당 후보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사장은 당시 다른 언론사가 야당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강도높은 취재에 들어갔다는 언론계의 내밀한 정보까지 삼성측에 제공했다.정리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KBS ‘안기부 X파일’ 보도…”모 대선후보 30억 요구”

    KBS ‘안기부 X파일’ 보도…”모 대선후보 30억 요구”

    안기부가 김영삼 정부 시절 비밀도청했다는 테이프에는 1997년 대선 자금과 관련된 민감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져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구여권 인사들에게 파장이 미칠지 주목된다. ●일간지 인사 “내 돈만 탈탈 터는 모양” ‘미림’팀이 도청했다는 내용 중 하나인 이른바 이상호 기자의 ‘X파일’은 21일 저녁 MBC 뉴스데스크와 KBS 9시 뉴스를 통해 일부 정황이 공개됐다.‘모 재벌기업 고위 관계자와 중앙 일간지 고위층 간의 대선자금 논의’를 담았다는 이 녹음 테이프는 이 기자가 미국을 네 차례 방문해 입수했다고 한다. MBC에 따르면 문제의 테이프는 두 사람이 1997년 9월 S호텔의 한 식당에서 대선자금 지원책을 놓고 1시간30분가량 나눈 대화가 녹음됐으며,DJ 정권 출범 후 퇴직해 미국에 체류 중인 전직 안기부 직원 김모씨가 제공했다. 테이프에는 ‘모 후보측에서 30억원을 요구하고 또 다른 모 후보는 10억원을 요구했다.’는 등의 민감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이날 KBS가 보도했다. 또 ‘두 사람은 15억원을 운반할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30억원은 무겁다며 후보의 동생에게 건네는 장소로 백화점 지하주차장을 정했다. 중앙일간지 고위인사는 보안을 강조하며 모 후보는 보안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불평했다.’고 KBS가 보도했다. KBS에 따르면 이 일간지 인사는 “돈을 주는데 왜 돈이 없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내 돈만 탈탈 터는 모양이다. 노조가 XX에게 아부해 봤자 소용없다. 확실히 보수편에 서야 한다는 충고도 모 후보에게 했다. 당의 경선 과정에서 몇몇 후보들에게 돈을 줬으며 이는 선거구에 대한 관리 차원이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또 “A자동차를 해당 기업이 인수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한 뒤 정치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기업 인사에게 제시했다. 대기업 인사가 “모 의원도 돈을 좀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중앙일간지 인사는 “조금 하시는 게 좋을 것”이라며 5000만원만 보내 주라고 했다고 한다. 이상호 기자는 전날 한 강좌에서 이 재벌기업이 “삼성”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홍석현 대사는 “오래된 일이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 안기부 파견검사,“미림팀 있었다” 검사 시절 안기부에서 파견 근무를 한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미림팀은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유명했다.”고 확인했다. 그는 “(단순히) 전화 도청이 아니라 주요 요인들이 자주 만나는 장소를 파악하고 미리 테이블 등에 도청기를 설치한다.”면서 “유명한 룸살롱은 가지 말라는 얘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미림’이란 미림은 안기부 서기관급 팀장 1명과 사무관 1명,6급 2명으로 구성돼 속칭 ‘망원’(일반인 협조자)을 유력 인사들이 잘 찾는 술집, 밥집 등에 심어 예약 정보를 입수한 뒤 미리 도청기를 설치하고 옆방에서 엿듣는 방식으로 도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청된 테이프는 8000개가 넘었으며 안기부장과 국내정보담당 1차장 등 핵심 수뇌부에게만 보고됐다는 전문이다. 박정경기자 carlos@seoul.co.kr
  • YS정부때 안기부 불법도청 국정원 조사착수

    YS정부때 안기부 불법도청 국정원 조사착수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 1993년부터 1998년 2월까지 5년간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전신)가 비밀도청팀을 가동해 정·재·언론계 핵심 인사들의 식사 자리에서 오간 얘기를 불법 도청했다는 의혹과 관련, 국정원이 21일 조사에 착수했다.‘미림’이라고 알려진 비밀도청팀의 활동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앞으로 검찰 수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선일보가 이날 미림팀의 작품이라고 보도한 ‘모 재벌기업 고위 인사와 중앙 일간지 고위층 간의 97년 대선자금 지원 논의’가 담긴 녹음 테이프 내용, 이른바 이상호 기자의 ‘X파일’도 소속사인 MBC가 9시 뉴스데스크를 통해 일부 정황을 공개했다. 이와 별도로 KBS도 저녁 뉴스를 통해 녹음테이프 내용을 인용,“97년 대선 당시 유력한 대선후보가 모 기업에 30억원을 요구했고, 다른 후보는 10억원을 요구했으나 이 기업은 유력후보에게 먼저 대선자금을 줄 것을 논의했고 30억원을 후보 동생에게 건넬 장소로 백화점 지하주차장을 택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 일간지 인사는 다른 모 후보측에는 18억원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그룹 이학수 부회장과 97년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었던 홍석현 주미대사는 서울남부지법에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방송을 통한 명예훼손이 있으면 건당 3억원씩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고 MBC는 보도했다.MBC는 이날 저녁 법원의 가처분신청 부분인용을 받아들여 테이프 주인공의 육성과 실명을 제외한 일부 불법 도청 의혹만을 방송했다.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잘못된 과거를 씻어 버린다는 자세로 불법 도청 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 한 점의 의혹도 없이 국민들에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불법도청 해외도피땐 처벌가능” 시각도

    재벌기업 고위인사와 중앙일간지 고위층이 1997년 당시 나눈 대선자금 관련 대화를 안기부 도청팀이 도청한 것과 이를 보도한 것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될까. 언론기관의 도청 내용 보도와 국민의 알 권리 가운데 어느 것이 앞서는지에 대해 논란도 일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는 21일 홍석현 주미대사와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이 MBC를 상대로 낸 안기부 도청 내용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조건부로 허용했다. 사실상 기각으로 볼 수 있다. 재판부는 “방송 자체를 금지하기는 곤란하지만 테이프의 불법성이 있으므로 테이프의 원음을 직접 방송하거나 대화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실명을 직접 거론해서는 안 된다.”면서 “나머지 세부사항은 방송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결정했다. 이철원 판사는 “내용 자체를 방송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고 담긴 내용의 큰 취지는 밝힐 수 있되 세세한 내용을 밝히지 말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MBC의 보도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언론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녹음 내용은 전혀 공개하지 않고 전반적인 내용을 언급한 것만으로는 통신비밀보호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서울남부지법도 ”MBC가 결정문을 충실히 지킨 것으로 판단되며 법원이 요구한 사항도 충족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 일부에서는 “과거사 규명 차원의 국민의 알 권리도 존중돼야 한다.”면서 “불법 도청 내용을 공개하더라도 면책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CIA 요원의 신분을 보도한 미국의 경우를 들며 “공적인 알 권리를 위해서는 녹음 내용을 보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불법 도청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 16조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문제가 된 안기부의 도청팀 ‘미림’은 1993∼1998년 2월에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이미 불법감청 행위의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당사자들이 범행 직후 증거은닉을 위해 해외로 도피했을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중지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혀 상황에 따라서는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안동환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조선일보 일거양득?

    21일 MBC 보도는 어떤 의미에서든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듯하다. 그러나 언론계 내부 사정으로 눈을 돌리면 개운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MBC가 우스운 꼴이 됐다. 결정적 물증인 녹음테이프를 먼저 입수하고도 조선일보에 선수를 빼앗긴 데다 보도내용도 한껏 후퇴했다. 조선일보는 21일자 1면 기사를 통해 녹음테이프가 YS정권 때 안기부내 비밀도청 조직 ‘미림팀’에서 만들어졌다고 보도했다.MBC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완전히 등 떼밀려 어쩔 수 없이 보도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그런가 하면 조선일보의 ‘적극적인 태도’를 두고도 말이 많다. 일관되게 ‘과거사는 과거사일 뿐’이라는 태도를 유지하던 신문사가,‘미디어오늘’이 ‘조선일보가 한겨레신문보다 더 적극적’이라고 보도할 만큼 집중 취재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 여기에는 이른바 ‘신문업계 1위’ 자리가 위험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강한 견제심리가 발동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중앙일보는 월간지, 주간지, 케이블채널 등 지상파방송을 제외한 거의 모든 종류의 매체에 관련된 40여개의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여기에다 ABC부수공사를 둘러싼 논란도 있다. 조선일보는 ‘1등신문’이니 ‘ABC부수공사를 받는 신문’이니 자랑스럽게 내세워 왔지만 부수공사기법이 중앙일보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서자 올해 초 비판기사를 내는 등 반발해 왔다. 이런 맥락 때문에 최근 조선일보가 삼성에 대해 비판적인 칼럼(5월18일자 양상훈 정치부장 ‘삼성의 나라’)과 사설(6월29일자 ‘삼성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정부’)을 선보이고, 홍석현 주미대사의 유엔사무총장 출마 선언에 대해 ‘그런 식으로 하면 될 일도 안 된다.’는 취지의 기사(7월18일자)를 낸 것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그 해석이 바로 ‘중앙일보 잡으려면 삼성을 때려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것. 더구나 이번 건은 중앙일보뿐 아니라 삼성까지 관련이 있다. 조선일보로서는 특종까지 챙겼으니 ‘임도 보고 뽕도 따는’격인 셈이다.21일자 조선일보 보도를 두고 자타가 공인하는 ‘안기부 전문가’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라이벌 신문과 관련 있어 그런 선정적 보도를 한 것 같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어? 쇠젓가락이 휴대전화 안테나로… ”

    내 휴대전화에 이런 기능이…. 한 달이 멀다 하고 새로운 기능이 탑재되는 휴대전화는 편리함만큼이나 활용을 못하는 기능도 많다.SK텔레텍의 ‘스카이’ 멤버십 사이트인 아이스카이(isky) 회원들이 공개한 휴대전화 100% 활용법을 소개한다.●회의 중에는 ‘속삭임’ 활용 ‘스카이’ 단말기는 수신 후 에티켓 버튼을 길게 누르면 ‘속삭임’ 단어가 뜬다. 작게 말해도 상대방에게는 크게 들린다. 회의장, 강의실에서 유용. 통화가 잘 안 되는 곳에서 단말기 안테나가 망가졌을 때 핀셋, 쇠젓가락을 사용해도 수신 감도는 안테나와 비슷하다. 길이 7.6㎝일 때 통화가 잘된다.●배터리 오래 쓰려면 구입 후 3∼4회 완전충전, 완전방전을 반복하면 오래 쓸 수 있다. 배터리를 랩에 싸 냉장고에 보관하면 오래 간다는 속설은 잘못된 정보. 편의점 등에 설치된 급속충전기는 배터리에 전기적 손상을 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긴급시 단축키를 활용하라 ‘스카이’폰은 0번을 길게 누르면 ‘녹음기능’으로 바뀌고,9번을 길게 누르면 위급할 때 지정한 최대 4명에게 자신의 위치가 전달된다.‘#’를 길게 누르면 단말기는 라디오가 된다.●카메라폰도 사용하기 나름 카메라폰은 피사체와 90㎝쯤 떨어져 촬영해야 선명하다. 빨리 지나가는 차량을 ‘야간촬영’ 모드에 놓고 촬영하면 차량은 보이지 않고 불빛만 길게 늘어진 야경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타이」라곤 생후 두 번 맨 명함없는 햇병아리

    「타이」라곤 생후 두 번 맨 명함없는 햇병아리

    제1회 한국문화대상 연예부문 대상을 탄 조영남(趙英男)씨 별명이「타잔」. 납작한 얼굴에 납작한 코, 짤막한 키에 멋대로 자란 더벅머리, 아무리 귀엽게 봐주려 해도 결코 미남은 아니다. 서울신문사 제정 제1회 한국문화대상의 연예부문 대상 수상자 조영남.「데뷔」1년 6개월이 채 못 되는 그가 권위를 다짐하는, 그리고 부상 45만원의 푸짐한 상금이 달린 대상을 차지하기까지는? 별명「타잔」, 더벅머리 총각 - 본격적 활동은 겨우 여섯 달 「데뷔」한지 1년 반이라고는 하지만 조영남이 본격적인 가수활동을 한 것은 6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작년 4월 모 방송국의「오늘도 명랑하게」라는 아침「프로」에서 어느 외국가수의「컨트리·송」을 흉내낸 게 최초의 방송무대이고 그로부터 1년 가까이는 8군 무대가 주무대였다. 그리고 지금도 서울대 음대 3년에 재학중인 성악도(聲樂徒). 독집을 십여개씩 가지고 있고「레코드」사, 방송국,「쇼」무대를「서커스」처럼 뛰어다니고 가요상이라면 단골로 차지하는 관록파 가수들에 비하면 조영남은 아직 햇병아리이다.「레코드」가 가수의 명함이라면 조영남은 아직 명함도 없다(현재 그의「레코드」는 3개가 거의 동시에 출반단계에 있지만). 시상식 무대 위에서의 그는 남달리 상기돼 있었다. 7명의 심사위원이 대상후보자 선출을 위해 이례적으로 무대 위에서 투표용지를 함 속에 집어넣을 때까지, 그는 그가 차지한「남자가수상」이란 영예만으로도 충분히 흥분상태였다. 그러나 개표결과는 6대 1이라는 압도적인 수로 그의 이름이 호명됐다. 심사위원회는 당초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안나올 경우 2차 투표로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그럴 필요도 없이 부상 45만원의 큼직한 상금이 달린 최고의 영예인 대상이 그의 손에 굴러들어간 것이다.「인기보다는 재능을, 관록보다는 장래성」을 주장한 심사위원들이 그에게「몰표」를 던져준 셈이다. 「극장엔 낮잠자러 간다」, 맥주 30병 마신 끝에 이틀 앓아 『처음으로 가수가 됐다는 기분입니다』 시상식 뒤 조영남은 생후 두 번째 매어봤다는「보·타이」를 어루만지며 히죽 웃었다.「넥타이」를 처음 매어본 것이 지난 9월「드라마·센터」에서「조영남 리사이틀」을 가졌을 때.「안매는 게 아니라 못맨다」고 주장한다.『신사복은「리사이틀」때 이모가 사준 검정색 한 벌 뿐이고 목욕은 잘해야 1년에 몇 번, 이발소와는 담을 쌓을 정도이고 영화관엔 낮잠자러 간다』약간 엉뚱한 얘기다. 사실상 그의 차림새나 얘기에서「히피」적인 체취가 없는 것도 아니다. 술은 즐기지 않으나 마신다면 소주를 맥주「컵」으로 마시고 때론 술로 밤샘을 한단다. 『새벽 3시까지 한 30병 마시고 나서 이틀을 앓아 누웠습니다.「컨디션」이 나빴던 것 같습니다』 무대에서도 그는「무대화장」이란 걸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차라리 더 우스꽝스럽게 보이려는 듯(?) 그「퍼니·페이스」를 마음껏 찌푸린다. 노래는『애써 배우는게 아니고 저절로 배우게 된다』집에는 TV, 전축은 물론 가수의 필수품격인 녹음기,「라디오」하나 없단다. 다방이든 극장이든 흘러 들어오는 노래가 곧 교과서이고『한번 들으면 대개는 외게 된다』는 것. 따라서 다른 가수들처럼「레슨」이니 연습이니 하는 과정을 밟지 않았다고 자랑한다. 「연애사건」으로 H대 중퇴, 지금은 서울음대 3년 재학중 조영남의 이 천재적(?) 재능은 이미 고2(강문고)때부터 실증됐다. 한양대 주최 전국 고교「콩쿠르」에서 수석을 차지한 그는 장학금으로 고등학교를 마쳤다. 그리고「해외유학」까지 보장되는 조건의 장학생으로 한양대 음대에 들어갔다. 2학년에서 중퇴한 그는 다음해에 현재의 서울음대에 다시 1학년으로 입학했다. 한양대를 퇴학한 이유는「연애사건」때문이란 것.『퍽 심각한 연애였다』면서 상대방 여학생이 자퇴하자 자신도『더 다닐 마음이 안생겨 중퇴해 버렸다』는 얘기다. 당시 19세였던 그가 어느 정도의「심각한 연애사건」을 벌였는지에 관해서는 애써 입을 다문다. 또 한 곳 그에게 장학금을 대준 곳은 그가 고등학생 때 성가대로 있던 D교회. 한 달에 2천원씩 학비보조를 해줬는데…. 『너무 조건을 내세우고 치사하게 굴어서』1년 만에 교회를 뛰어나왔다. 협조를 이유로 자유를 구속하는 건 견딜 수 없는 일이란 주장. 그의「비틀즈」에 대한 견해는『자유분방해서 좋고』「히피」쪽에 대한 견해는『개성이 있고 사회에 생명감을 넣어주는 것 같아서』할 수 있으면 자신도『「히피」적인 생활을 해보고 싶다』한다. 홀어머니 김씨(54) 슬하 7남매의 넷째, 가정형편은 퍽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게 산다. 8군 무대에 선 것은 대학 2학년 때, 장학금을 차버린 뒤 학비를 벌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의 승한 재능이 이때부터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세미·클래식」에서부터「컨트리·웨스턴」「포크·송」「칸소네」유행「팝·송」등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가창과 특이한 무대「매너」는 날과 함께 그의 주가를 높였고 파격적인「개런티」상승이 뒤따랐다. 이런 현상은 그의 TV무대 진출에서도 곧 재현되었다. 그가 부른『딜라일러』는 지금 선풍처럼 가요계를 휩쓸고 TV극『목격자』의 주제가『이 생명 다하여』정훈희(鄭薰姬)의 「히트·송」인『안개』도「스타일」이 바뀐 채 못지않게「히트」하고 있다.『딜라일러』는 영국가수「톰·존스」가 금년 초에 불러 英·美를 비롯하여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세계적인 가수로 군림케 된「컨트리·뮤직」이다. 조영남의 등장은 바로 이「딜라일러」의 한국상륙과 때를 같이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 있다. 그를 둘러싼 작곡가,「레코드」사들이 거의 동시에 세 곳에서 나타나 취입쟁탈전을 벌였고 조군은 번역곡을 3개의「디스크」에 취입, 곧 출반될 단계이다. 음대에서 기초교육을 착실히 쌓은 그가 몇 개의 대중가요에서 가능성을 보이자 가요계의 기대는 거의 절대성을 띠고 있다. 이봉조(李鳳祚), 홍현걸(洪鉉杰), 손석우(孫夕友), 서영은(徐永恩) 등 많은 작곡가들이 저마다 자작곡의 취입을 위해 집중공격을 펴고 있고 몇 개의「레코드」사들이 그를 끌어들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에게 한국문화대상의 연예대상을 주는데 서슴지 않은 심사위원들은『종래 가수들의 창법에서 완전히 탈피한 가수』『풍부한 기초실력, 풍부한 성량, 놀라운 소화력』을 내세우며 극찬을 펴고 있다. [ 선데이서울 68년 12/1 제1권 제11호 ]
  • [18일 TV 하이라이트]

    ●생방송 60분-부모(EBS 오전 10시) 우리 아이가 규칙을 잘 지키지 않아 또래나 이웃에게 손가락질을 받거나, 때로는 부모나 어른들에게 나쁜 말버릇으로 반항한다면 여간 속이 상하는 노릇이 아니다. 버릇없는 아이의 유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버릇없는 아이들의 적절한 양육법과 환경에는 어떤 것인지 알아본다.   ●사이언스+(YTN 오후 1시25분) 영화 속에서 최첨단 장비로 무장해 눈길을 모았던 자동차들이 온다. 자동차 속 컴퓨터가 알아서 위치를 파악해주고, 목표물을 찾아주는 최첨단 인공지능 자동차. 이런 자동차가 도로를 질주할 날도 멀지 않았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최첨단 장비들로 무장한 튜닝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들(MBC 오후 9시55분) 정호는 석기에게 전화를 걸어 얘기를 좀 더 해야하지 않느냐고 물으며 그의 목소리를 녹음한다. 집에 간 정호는 혜수에게 석기 목소리를 들려주며 혜수의 증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혜수는 낯선 전화를 받은 기억 때문에 떨리지만 단호히 기억이 안난다고 말한다. 이령과 기순은 여배우 신지나를 만나고….   ●야심만만 만명에게 물었습니다(SBS 오후 11시5분) 컬투 정선희 이혜영 신혜성 이지혜가 말하는 ‘나 정말 못됐네. 내 안에 악마가 있다.’고 느낀 적은? 친구의 애인을 빼앗고 싶을 때, 공동 회비 등을 계산하고 남는 돈을 말없이 챙길 때, 노래방에서 친구가 노래 부르는 중에 재미없다며 정지버튼을 누를 때 등 이들의 솔직한 고백을 엿본다.   ●TV문화지대(KBS1 오후 11시35분) 만화는 메시지라고 말하는 만화가 박태성은 흥미위주의 플래시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사회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을 제작해 화제를 낳고 있다. 한 컷의 만화인 카툰으로 이 사회에 강한 메시지를 던지는 박태성, 그가 이번에는 또 어떤 작품으로, 어떤 메시지를 보낼지 들어본다.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KBS2 밤 1시) 2003년 10월 간경화 부작용으로 생긴 식도정맥류 때문에 쓰러져 드라마를 중도하차하는 아픔을 겪었던 양택조가 최근 친아들에게 간이식 수술을 받아 건강을 회복했다. 고종황제 역까지 맡아 연극무대에 서는 등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중견 탤런트 양택조의 인생이야기를 들어본다.
  • [씨줄날줄] 산업스파이/육철수 논설위원

    인류역사상 오래된 전문직업을 굳이 꼽자면 아마 매춘부가 1위, 스파이가 2위쯤 될 것이라고 한다. 초기의 인류에겐 남녀관계나 적정(敵情)을 살피는 일이 그만큼 중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스파이는 군사적 의미에 머물다가 19세기 산업화 이후 산업스파이로 본격 확대된다. 역사상 첫 공식적인 산업스파이 행위는 1500년 전 비단의 전래다.552년 중국에 갔던 수도사들은 뽕나무 씨와 누에를 지팡이에 숨겨가 동로마제국 황제에게 바쳤다.751년에는 아랍인들이 당나라의 명장 고선지와 싸워 이겨 중국 제지공들을 데려가 제지술을 서구에 전파했다. 고려말 문익점이 원나라에서 붓뚜껍에 목화씨를 숨겨와 의류혁명을 일으킨 것도 일종의 산업스파이로 볼 수 있겠다.18세기 영국은 중국과의 차(茶)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차 재배법을 훔쳐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미국 최초의 산업스파이는 1811년 영국의 방직기 기술을 훔친 캐벗 로웰로 기록돼 있다. 산업기술을 훔쳐내는 수법도 다양하다. 문서빼내기, 미인계로 핵심 기술자 꾀기, 납치 등은 고리타분한 수법에 불과하다. 지금은 경영컨설팅이나 기술자문, 합병전 경영실사 등 감쪽 같은 고난도 수법이 주로 활용된다. 정보를 빼돌리는 수단도 녹음기, 초소형 사진기, 컴퓨터 하드디스크, 인터넷 해킹 등 최첨단 기기와 기술이 총동원된다. 산업스파이가 제법 흔했던 19세기 유럽에서는 머리 좋은 산업스파이를 체계적으로 양성해 문서를 통째로 외워 오게 했다는데,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국내에서 또 6000억원대 반도체기술이 중국으로 새어나갈 뻔했다. 유출직전 막았기에 망정이지 이게 성공했더라면 12조원대의 손실이 난다고 한다. 그러잖아도 우리나라는 최근 7∼8년간 60건 이상 산업스파이 사건이 발생해 60조원의 피해를 입었다. 세계적으로도 1000대 기업의 56%가 산업스파이 때문에 골치를 앓는다. 경제대국 미국은 1980년대 산업스파이 피해액이 공식집계로 1조 2000억달러에 이르고, 지금도 한해에 450억∼2500억달러나 된다고 한다. 기술은 개발도 힘들지만 지키기는 더 어려운 법이다. 특히 이웃 중국은 유럽과 미국에 산업스파이를 대거 심어놓았고, 일본은 이미 소문난 산업스파이국이다. 세계적 산업스파이국들로 둘러싸인 우리로서는 철저한 문단속만이 살 길인 것 같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달라진 문화지도] 영화 강남·그림 삼청동으로

    [달라진 문화지도] 영화 강남·그림 삼청동으로

    “충무로에는 영화가 없고, 인사동에는 그림이 없다.” 서울의 문화 지도가 바뀌고 있다.‘충무로=영화’‘인사동=그림’‘여의도=방송’으로 통하던 오랜 등식이 깨졌다.1990년대 후반부터 충무로의 영화 제작사들은 투자사들의 돈줄을 따라 하나둘 강남으로 거점을 옮기기 시작했다. 현재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 영화 관련 제작·투자·배급·수입회사등 영화 관련사 500여군데가 강남에 둥지를 틀고 맹활약 중이다. 한국 미술계의 주 활동무대이던 인사동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와 주변 입지 여건이 쾌적한 종로구 사간동, 삼청동 쪽으로 ‘한국미술의 메카’ 지위를 넘기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기무사터의 이전 문제가 공식화되면서 부쩍 이곳 일대가 화랑가로 재도약, 크고 작은 화랑들이 터 잡기에 분주하다. 흔히 ‘방송가’하면 떠올리게 되던 여의도도 이곳에 몰려있던 지상파 방송사들이 점차 각지로 흩어지거나 옮길 움직임이어서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문화 장소성의 변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시대적 요구에 맞춰 ‘판’을 옮길 줄 아는 문화는,‘생물’이다! ●‘충무로’는 서울 강남에 있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싶겠으나 사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영화 산실의 상징이었던 충무로에는 지금 ‘영화’가 없다. 지난 4∼5년새 영화 관련 업체들이 무더기로 빠져나갔다. 가까스로 충무로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는 제작사가 시네마서비스, 씨네2000, 씨네월드, 시네라인2 등 4∼5개사 정도. 강우석 감독이 이끄는 시네마서비스도 2003년 플레너스와 합병한 뒤 강남으로 옮겼다가 다시 분리되는 통에 지난해 충무로로 ‘복귀’했다.“최대 토종 제작사의 극적(?) 귀환으로 그나마 충무로가 덜 허전하다.”며 충무로 사람들이 씁쓸한 입맛을 다실 만도 하다. 제작·투자·배급사 등 충무로를 떠난 영화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새 둥지를 튼 곳은 서울 강남 일대. 도산대로를 중심축으로 군데군데 굴딱지처럼 붙어있다. 이처럼 강남에 포진한 크고 작은 영화 관계사들은 줄잡아 500여개. 영화사들이 너도나도 ‘강남행’을 감행한 결정적인 배경은 그곳에 ‘돈줄’이 쏠려 있기 때문. 최근 강남에 사무실을 연 한 신생 제작사 대표는 “투자사의 대부분이 몰려 있는데다 배우들의 ‘노는 물’이 이쪽인데 충무로를 고수하고 있을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녹음 편집 등 후반작업을 맡길 회사들과 접촉하기 수월한 점도 ‘강남 영화벨트’의 주요배경으로 꼽힌다. 옛 영화(榮華)를 추억하며 한국 영화사의 뒤안으로 조용히 물러앉은 충무로. 그러나 더 늦기 전에 충무로의 문화사적 가치를 찾아 역사 현장으로서의 의미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드높다. 충무로의 문화·역사적 의의를 주목하는 다수의 영화인들은 서울 중구청의 지원 아래 지난해 11월 ‘충무로 영화의 거리 추진협의회’를 결성, 충무로 부활을 위한 구체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다시 활기띠는 경복궁 일대 화랑가의 핵심 축은 최근 인사동에서 경복궁 주변 사간동과 삼청동 일대로 급격히 재이동하고 있다. 경복궁 앞 기무사의 이전 문제가 이슈화 되면서 이곳으로 화랑터를 옮기는 화랑이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정부는 수도권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기무사의 이전과 함께 이곳을 광화문 일대의 역사문화 공간으로 연계해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무사터 개발 계획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개발 방침이 보다 구체화되는 분위기이다 보니 자연 이곳으로 화랑이 물려 들어 이곳은 과거보다 땅값이 많이 올랐다. 이 일대 평당 가격이 2000만∼3000만원으로 ‘부르는 게 값’일 정도라고 한다. 더구나 한국 미술의 메카 역할을 하던 인사동이 비싼 임대료와 주차공간 부족, 상업화된 거리 등으로 인해 화랑가의 장점을 잃은 것도 이곳에 화랑이 몰리는 이유다. 조용하면서도 시내 중심가에서 가까워 접근성이 좋고, 최근 공예품점 등 개성있는 가게들이 몰려드는 것도 화랑가의 입지 여건상 장점으로 부각됐다. 인사동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종로구 사간동에는 이미 인사동 시대를 마감하고 일찍이 터를 잡은 갤러리 현대, 국제 갤러리, 학고재, 금산갤러리, 예맥화랑, 금호미술관 등이 있다. 특히 갤러리 현대는 화랑 뒤편에 전통 한옥 모양으로 지은 레스토랑인 ‘두가헌’을, 국제 갤러리는 화랑 위층에 ‘더’레스토랑을 운영한다. 이곳은 음식 맛이 좋아 유명 인사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삼청동 총리공관 주변에는 하루가 다르게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들어서고 있다.fifteen 갤러리, 스밈 갤러리, 쿡스 하임 갤러리, 가진 갤러리, 이오스 갤러리 등 이름부터 개성이 물씬 풍기는 갤러리들이 떼지어 자리를 잡았다. 이들 갤러리 중 일부는 기존 한옥을 리모델링해서 화랑으로 활용,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랑들이 이전하면서 고미술품 가게들도 함께 이동하고 있다. 경복궁앞 기무사터 앞에는 고미술품 가게 예나르가 인사동에서 이곳으로 이주해 왔다. 총리공관 앞에 있는 고미술품 가게 미감예감과 덕인제도 지난 2월 장안평에서 이곳으로 옮겨 왔다. 이들 두곳은 형제들이 운영하는 곳. 미감예감 김익준 사장은 “이곳이 문화예술 거리로 활기를 띠면서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서 가게를 옮겼다.”고 말했다. ●여의도 방송가는 옛말 과거 지상파 3사가 몰려있었기 때문에 ‘방송가’하면 떠올리는 곳은 일반적으로 여의도. 하지만 이제 그러한 통념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다. 지난해 3월 SBS가 지상파 3사 가운데 처음으로 양천구 목동에 새사옥을 지어 이전했다. MBC도 오는 2007년까지 일산에 제작센터를 만들고,2009년에는 본사를 마포구 상암동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지상파 3사가 모두 흩어질 날이 멀지 않았다. 반면 이미 SBS 제작센터가 자리잡고 있고,MBC 제작센터도 옮겨올 예정인 일산은 각종 관련 업체들이 몰려들어 새로운 거점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최광숙 황수정 홍지민기자 sjh@seoul.co.kr
  • ‘아줌마들의 오빠’가 돌아왔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말은 이들에겐 공감할 수 없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80년대 한국 가요계에 한 획을 그은 록 밴드 ‘벗님들’의 이치현과 ‘들국화’의 주찬권이 오뚝이처럼 다시 팬들 앞에 섰다. 불혹을 넘기고 지천명이 돼 나타난 이들이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과거와 다를 바 없다. 특히 7080은 물론 신세대까지 ‘리메이크 붐’에 빠져 있는 세태를 비웃듯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신곡을 선보여 더 반갑다. ■ ‘벗님들’ 이치현 새 앨범 ‘운 빠소’ “ 과거에 집착하며 옛 추억만 팔고 사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에 하루빨리 신곡을 발표하고 싶었어요. 전 은퇴한게 아니라 여전히 현재 진행형 가수인 걸요.” ‘사랑의 슬픔’‘집시여인’등 히트곡으로 유명한 ‘벗님들’의 이치현(50)이 8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27년간 꿋꿋히 밴드 음악을 고수한 그답게 그것도 8인조 밴드를 이끌고. 그동안 방송활동을 접고 라이브 무대에 주력했던 그는 11집 정규 새 앨범 ‘운 빠소’(Un Paso:스페인어로 ‘한걸음 더’라는 뜻)를 내놨다.12곡이 든 신보와 지난 88년 라이브공연 실황을 담은 ‘Live In 88’ 등 2개 CD로 구성된 새 앨범은 국내에서는 드물게 라틴록이란 장르를 앞세웠다. “그동안 무얼하고 지냈냐?”고 먼저 묻자 너털 웃음부터 짓는다.“궁여지책이었죠.92년 솔로로 나온 뒤 새 앨범 내려 했는데…서태지 등 ‘댄스 가수’들이 득세하면서, 설자리가 없더라고요.” 결국 그가 찾은 곳은 미사리 라이브 카페촌.“그저 노래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좋았고, 먹고 살기 위한 현실적인 도움이 된다는 이유도 컸다.”고 회고했다. 그는 96년 미사리에 ‘산타나’라는 라이브 카페를 여는 등 ‘미사리 문화’를 이끌어낸 가수다. 가요계가 불황인 이 시점에, 그것도 리메이크가 아닌 신곡으로 앨범을 내는 ‘모험’을 할 필요가 있을까. “‘새 음반 안 내냐?’‘방송활동 안하냐?’는 팬들의 기대와 요구에 힘을 얻었죠. 이젠 과거의 순수함을 잃어버린 미사리 문화의 변질도 견디기 힘들었어요.” 뒤늦게 앨범 소개를 부탁했더니,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음악적 스승인 산타나의 음악과 가요를 접목시켰어요. 타이틀곡은 ‘한 걸음 더’인데, 경쾌한 라틴 리듬에 산타나풍의 기타 연주, 핸드 퍼커션 등 타악기 연주가 잘 어루러진 곡이에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는데 3년이상 심혈을 기울였단다. 작곡 등 준비기간만 2년이 걸렸고, 녹음 작업만 1년 넘게 했다.“지난해 말 ‘비잉’(Being)이란 제목의 앨범을 다 만들어놓고도 다시 작업했어요. 재킷 사진도 맘에 안들고…. 성에 차지 않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그는 늦었지만 곧 25주년 기념음반을 낼 계획이다.“앨범 주제는 ‘로맨틱’이에요. 어쿠스틱 기타의 참맛을 느끼게 해드릴 게요. 물론 리메이크가 아닌 신곡들로요.”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들국화’ 주찬권 새 앨범 ‘Low’“나이 먹었다고 ‘가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돌아가려고 생각도 해봤지만, 제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죠. 전 영원한 록 뮤지션입니다.” 그룹 ‘들국화’의 전 멤버(드러머)로 작사·작곡은 물론 노래에 악기 연주까지 ‘원맨밴드’로서의 다재다능한 음악적 재능을 선보여 온 주찬권(50)이 5년 만에 5집 새 앨범 ‘Low’를 발표했다.‘Rock이 필요해’를 타이틀 곡으로 한 이번 앨범에는 32년 음악 인생의 굴곡을 담은 intro곡 ‘Low’를 시작으로 몽환적인 느낌의 ‘새 한마리’, 록의 면모를 십분 느낄 수 있는 ‘말썽꾸러기’‘길 떠나며’ 등 14곡을 담았다. “마음을 비운 채 ‘낮은 곳’에서 생각하고 ‘낮은 소리’로 말하자는 취지로 앨범 제목을 ‘Low’라고 정했어요.”음악과 함께한 지난 세월을 빗대어 표현했다며 미소짓는다. 지난 73년 미8군 활동을 시작으로 74년 ‘뉴스 보이스’,78년 ‘믿은 소망 사랑’,83년 ‘신중현과 세나그네’,85년 ‘들국화’에 이르기까지 그의 음악적 삶은 철저히 록과 함께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 87년 들국화가 해체됐고,96년에는 14년간 이어오던 결혼생활을 끝냈다.97년에는 동료 허성욱을 교통사고로 잃었다.“이듬해 ‘들국화’를 재결성하고 새 앨범도 발표하려 했지만, 전인권 형이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면서 물거품이 됐죠.”이후 솔로 앨범과 한장의 프로젝트 앨범을 내놨지만, 모두 빛을 보지 못하는 등 내리막을 경험했다. “돈이, 배고프다는 것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지 못하게 하더라고요. 솔로 2·3집은 기획사의 입김에 굴복해 원치 않는 곡들을 담았죠.” 이후 자신의 비겁함에 화가 난 그는 혼자서 앨범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이번 앨범도 집 팔고 전세 놓으며 마련한 2000여 만원으로 만들었어요. 제가 만족하고 팬들이 좋아하면 되지 돈이 중요한게 아니잖아요?(웃음)” 그는 들국화의 부활을 조용히 준비하고 있었다.98년부터 준비해 왔단다.“남은 멤버 셋이서 ‘들국화 3집’에 쓸 ‘검은 눈동자’(가제) 등 5∼6곡을 이미 작곡해 놓은 상태예요. 옛 들국화의 명성에 먹칠하지 않도록 시간이 걸려도 성에 차게 만들려고요.” 그는 대학생인 큰딸(자연)이 손수 그려준 앨범 자켓을 자랑하며 인터뷰를 맺었다.“지금의 저를 있게 한 8할은 두 딸과, 제 음악을 사랑해 주시는 팬 여러분이에요.”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7번국도-바다가는 실크로드

    7번국도-바다가는 실크로드

    여름휴가라면 역시 바다가 최고다. 동해바다의 짙푸름이 더위를 식혀준다.7번 국도는 아름다운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코스다. 최북단 강원도 고성에서 부산까지 이르는 7번 국도(총연장 513㎞). 어디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그중에서도 구태여 뽑으라면 삼척에서 강구까지가 백미.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과 눈부신 해수욕장을 품고 있어 마니아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7번 국도에 바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는 신선도 쉬었다 갈 만한 산과 계곡, 동굴, 해수욕장들이 즐비하다. 국도변을 달리다 어디든 차를 세우고 쉴 만한 곳을 원한다면 7번 국도에 주목하자. 7번 국도 주변의 휴가지는 강릉을 기점으로 위쪽으로는 속초, 양양과 설악산 등 대표적인 여름휴가지가 즐비하다. 또 강릉에서부터 동해, 삼척, 울진, 영덕 등 남쪽으로 내려가면 작은 포구에 아담한 해수욕장과 계곡들이 많다. 강릉을 지나 툭 터진 동해고속도로를 30여분 달리면 먼저 우리를 반기는 곳이 동해시 망상해수욕장. 멋진 노인의 턱수염처럼 고만고만한 해송이 하얀 모래사장을 감싸고 있어 눈이 시원스럽다. 끝없이 펼쳐진 깨끗한 백사장과 따사로운 여름햇살 눈부신 얕은 바다는 온통 쪽빛으로 파란 잉크를 풀어놓은 것 같다. 해수욕장 입구의 ‘동해고래화석박물관’(033-534-8660)은 아이들과 함께라면 들러볼 만한 곳. 야외에는 공룡 조형물, 규화목 화석 군락지 등이 있으며 실내엔 국내 유일의 원형을 보유한 고래 화석과 총 152종 1500여점의 화석이 전시돼 있다.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월요일 휴관. 망상해수욕장에서 동해바다를 바로 옆으로 끼고 달리는 길은 어달리까지 이어진다. 어달리해안길에는 손바닥만한 포구에서부터 횟집, 까막바위, 팔만당, 십만당이라는 조그마한 어촌까지 이것저것 흥미롭다. 해안을 따라 추암해수욕장 방면으로 15분여 가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도심 한가운데 있는 천곡동굴. 국내 최장의 천정 용식구, 커튼형 종유석, 석회화단구, 종유폭포 등과 희귀석들이 한데 어우러진 자연의 경이로움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동굴이다. 어른 1500원, 어린이 500원. 동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무릉계곡. 정말 신선이 살았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계곡이 깊고 아름답다. 호암소를 시작으로 상류 용추폭포가 있는 곳까지로 넓은 마당바위와 바위 사이를 흘러서 모인 용소들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특히 삼화사, 학소대, 옥류동, 선녀탕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름다운 계곡미 때문에 예로부터 ‘무릉도원’이라 불렸다. 일출의 명소로 손꼽히는 추암해수욕장은 각종 TV드라마와 CF 등 자주 등장하는 곳. 그중에서도 촛대바위와 어우러진 일출은 매년 수십만여 명에 이르는 해맞이 관광객을 불러모을 만큼 빼어나다. 또 촛대바위에 부딪치는 파도소리도 한국의 100대 명소리로 선정될 만큼 일품이다. 어달리에 있는 선창횟집(531-5861)은 싱싱한 회와 깔끔한 밑반찬으로 토박이들이 찾는 집이며 대밭골가든(531-8194)은 조용한 숲속의 전원식당으로 연못에 배까지 띄워져 있다. 장어구이 전문점으로 맛이 담백하고 푸짐하다. 쪽빛 바다와 거대한 소나무 숲 등이 어우러지고, 끊어질듯 이어지는 해안선 사이에 똬리를 틀고 있는 덕산, 부남, 궁촌, 용화, 장호, 임원, 원덕 등 포구와 해변이 아름다운 곳이 삼척이다.7번 국도의 보물이라 할 정도다. 맹방해수욕장은 삼척에서 가장 큰 해변을 자랑한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와 은수처럼 모래사장에 앉아 눈을 감고 잠시 자연의 교향악을 감상하자. 이곳에서 파도소리를 녹음했을 정도로 맹방의 파도소리는 세상시름을 잊게 한다. 남쪽 해변 끄트머리에 서면 초당동굴로부터 흘러나온 마읍천이 바다와 합쳐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그곳엔 산에서 내려온 물을 반기듯 기암괴석들의 웃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포구는 어머니의 가슴처럼 포근하다. 어부들의 바쁜 손놀림과 몸동작으로 분주하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무엇인가 낯설지 않고 편안함을 주는 곳이 작고 아담한 포구다. 덕산항이 바로 그런 곳이다. 삼척토박이들만 간다는 부남해수욕장은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바다를 느낄 수 있는 곳. 삼척군 근덕면 부남 2리에서 언덕을 내려가면 바다가 펼쳐진다. 크고 작은 바위 수 십개가 아기자기하게 달라 붙어있는 정감가는 해변이다. 길이는 약 200m 정도로 작지만 모래가 곱디곱다. 아침에 일찍 가면 백사장에는 갈매기 발자국이 선명할 정도로 인적이 드문 곳이다. 부남 해수욕장은 여름 한철만 개방한다. 민박집도 식당도 없고 부남 2리 부녀회에서 천막을 치고 먹거리를 판다. 동해치고는 수심도 어른 허리 정도 여서 아이들과 안성맞춤이다. 초곡마을은 마라톤선수 황영조의 고향. 마을 입구 솔숲 길에 들어서면 기분이 좋아진다. 차를 한쪽에 세워놓고 걸어본다. 기분이 상쾌해지며 자신이 CF의 모델이 된 양 두 손을 하늘 높이 올리고 걸어본다. 상쾌한 바닷바람과 향기로운 나무내음이 폐부 깊숙이 스며든다. 소나무 숲길을 지나면 차 한대 간신히 들어갈 만한 터널이 나온다. 벽면에는 마라톤 선수가 달리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 조그만 터널을 벗어나면 바로 황영조 기념관이다. 황영조가 자랐던 집도 멀리서 구경할 수 있고 마라톤 풀코스인 42.195km를 1천분의 1로 축소한 몬주익 언덕도 나온다. 삼척 용화해수욕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수욕장중의 하나이다. 바닥이 드러나는 맑은 물과 부드러운 곡선의 해안, 부드러운 모래도 좋다.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는 북쪽 절벽은 용화해수욕장을 내려다보기에 좋은 포이트. 한국의 나폴리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장호항은 고래바위가 볼거리. 해안선을 따라 만들어진 맨발 산책로는 즐거움은 물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남근을 주제로 해 국내외 유명 작가들이 제작한 예술품이 전시되어 있는 해산당 성민속공원, 해신당 사당, 삼척어촌전시장 등도 볼만하다. 회를 저렴하게 먹고 싶다면 임원항 회센터를 추천한다. 광어, 우럭 등 3만원이면 한 가족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바다횟집(033-574-3543)은곰치국이 유명한 집이다. 신김치와 흐물흐물한 생선인 곰치를 넣고 끓여 시원하다.6000원. 오신다식당(574-4521)의 해물탕도 추천한다. 게, 명태알, 새우, 소라, 오징어 등 싱싱한 해물을 듬뿍 넣었다. 여름에는 아귀찜도 인기메뉴.2인기준 1만5000원.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산·계곡·온천의 울진 파란 하늘과 머리를 맞대고 있는 아득한 지평선, 하얀 물거품을 머금고 있는 해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은 대나무가 서로 뽐내듯 선 곳이 울진이다. 산과 계곡에 온천까지 그야말로 휴(休)의 삼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다. 울진에서 아름답기로 이름난 죽변 대가실 바닷가. 죽변항에서 죽변등대길을 찾아 가면된다. 죽변항에서 등대를 찾아가는 길은 죽변항이란 이름 그대로 주변에 대나무가 지천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스스슥’ 울어대는 대나무와 파도소리가 멋진 교향곡처럼 들린다. 하얀 죽변등대 앞에 차를 세우고 대가실 해변으로 가는 길을 따라 걸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로 빨간 지붕 위에 하얀 십자가가 솟아난 성당이 보이고, 그 아래를 바라보면 바닷가 언덕 위에 집이 한 채 있다. 그림 같은 집이 드라마 ‘폭풍 속으로’의 촬영장 세트다. 울진 최북단은 고포마을.1968년 무장공비들이 상륙 지점으로 삼았을 정도로 호젓한 바닷가 마을로 돌미역이 유명하다. 고포미역은 부산의 기장미역과 함께 조선시대 왕실에 진상됐던 명품이다. 왕피천이 동해로 빠져드는 하구 언덕에 있는 망양정은 울진의 또 다른 자랑. 예로부터 망양정은 관동팔경에서도 으뜸으로 쳤으며 조선 숙종은 팔경 중 망양정이 가장 멋지다 하여 ‘관동제일루’라는 현판을 정자에 걸도록 했다. 아쉽게도 지금 망양정은 옛 풍류객들이 드나들던 그 곳이 아니다. 망양정은 현재 위치에서 남쪽으로 10여 ㎞ 떨어진 기성면 망양동 해안에 있었다. 이밖에도 월송정, 후포항, 불영천도 들러보면 좋다. 또한 물 좋기로 소문난 덕구온천(054-782-0677)은 휴가의 피로함을 풀어주기에 충분하다. 가 가장 값싸고 맛있는 집으로는 선창횟집(054-788-3301)을 강추. 주인이 직접 잡은 자연산만을 파는 곳으로 유명. 울진에는 육고기도 유명하다. 또 돼지고기 두루치기가 유명한 대호식당(782-0220)도 가볼만하다. ■ 명사이십리 영덕 ‘영덕’하면 떠오르는 것이 대게. 하지만 바다가 아름답고 깊은 계곡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드물다.7번 국도의 마지막 백미인 영덕에는 아름다운 해안도로, 해맞이 공원, 크고 작은 7개 해수욕장 등이 있다. 고래불해수욕장은 영덕 최고. 이곳은 끝이 보이지 않는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그래서 애칭이 ‘명사이십리(明沙二十里)’로 함남 원산의 명사십리보다 두 배쯤 길다는 뜻이다. 오는 30,31일에는 해변축제가 열려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장사해수욕장에선 제트스키 등 다양한 해양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특히 플라이피시(모터보트에 연결된 고무기구를 타며 즐기는 수상스포츠)는 바다 위를 4∼5m 떠서 날기 때문에 스릴이 넘친다. 플라이피시·제트스키 각 2만원, 바나나보트 1만원. 장사해수용장 인근에는 경보화석박물관(054-732-8655)이 있다. 미생물, 동·식물 등 다양한 화석들을 볼 수 있어 어린이들 교육에 좋다. 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 7번 국도를 따라 오포에서 청송 방향으로 달리면 20여분 만에 옥계계곡에 닿는다. 청송의 주왕산과 포항의 동대산이 맞닿은 곳에 자리 잡은 옥계계곡은 이름처럼 물이 맑고 기암괴석들도 아름답다. 입장료는 어른 1500원, 어린이 1000원. 곰탕과 밥식해가 유명한 강구항의 청송식당(054-733-4675), 모둠물회가 유명한 축산항의 울릉도식당(732-4321), 해물탕으로 이름난 영해의 산해식당(732-2401) 등이 있다. ■ 포항·경주 그리고 고성 이밖에도 고성에는 통일전망대와 화진포라는 유명한 해수욕장이 있다. 깨끗한 백사장과 수면이 얕기로 유명하고 주위의 경치가 아름답다. 울창한 송림과 포구의 기암괴석, 이승만·김일성 별장, 고인돌, 동해에 한가로이 떠 있는 금구도의 대나무 숲과 갈매기가 나는 모습은 천하절경이다. 한일식당(033-682-2260)은 반냉면으로 유명하다. 비빔냉면에 물냉면 육수를 부어먹는 냉면으로 맛이 특이하다. 포항에 일출의 명소로 명성을 날리는 호미곶. 호랑이의 꼬리라하여 한반도의 정기가 서려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해맞이광장 앞 바다에 우뚝 서있는 상생의 손은 볼만하다. 또한 등대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와 해양안전에 기여하는 역할과 해양사상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국내유일의 등대전문박물관 국립등대박물관(054-284-4857)구경도 놓치면 아쉽다. 경주는 불국사, 첨성대를 비롯한 많은 신라의 유물과 유적들을 간직하고 있는 도시로 유명하지만 감포쪽으로 가면 조그만 항구와 재래시장, 해수욕장 등도 구경할 수 있다.
  • [클릭 이슈] 검찰 영상녹화물 증거제출 ‘딜레마’

    [클릭 이슈] 검찰 영상녹화물 증거제출 ‘딜레마’

    “지금부터 조사과정을 촬영하겠습니다. 영상녹화물은 법정에서 증거로 제시될 수 있습니다. 동의하십니까.” 2007년부터 검찰 조사에서 보게 될 광경이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지난 11일 차관급 실무회의에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오는 18일 사개추위 장관급 본회의가 남았지만 별 수정없이 통과가 예상된다. 하지만 본인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영상녹화를 놓고 법조 3륜의 찬반논쟁이 뜨겁다. ●영상녹화물, 조서보다 더 문제 사개추위는 당초 검찰의 조서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장주영 사무총장은 이런 점을 들어 법정에서 이뤄지는 공판을 근거로 유무죄를 가리는 공판중심주의를 확립하겠다는 사개추위의 의지가 후퇴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 총장은 “영상물이 주는 느낌은 조서보다 강렬해 영상녹화물을 증거로 인정하면 더욱 강력한 조서중심주의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법정에서 검찰조서를 부인할 경우 이를 대체하기 위해 영상녹화물을 제시할 수 있어 잘못된 수사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이 더욱 줄어든다는 얘기다. 아울러 국민참여재판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재판에 참여하는 일반 국민들이 영상물에 몰입된 채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시됐다. 법원 관계자는 “비전문가인 국민들이 선입견을 갖게 되면 법관이 도와주고 참여할 수 있는 길이 그만큼 좁아지는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이런 폐해를 설명하고 영상녹화를 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조사 이전에 회유와 협박을 하고 조사과정만 촬영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불신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권침해 방지와 투명한 수사실현, 왜 안 찍나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판례변경에 따라 피의자가 부인한 조서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됐을 때도 검찰은 영상녹화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사개추위가 검찰의 조서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겠다며 형소법 개정에 나서자 검찰의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검찰과 법무부 수뇌부는 평검사회 이후 서울남부지검에 마련된 녹음·녹화시설을 단체로 방문했다. 이어 지난 5월 공청회와 6월 세계 수사기관 관계자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여는 등 영상녹화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검찰은 영상녹화제가 1980년대 이후 영국·미국·호주 등에서 도입하고 있는 보편적인 수사방식이라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폭행이나 인권침해를 막고 투명한 수사를 실현할 수 있다.”며 영상녹화제를 옹호했다. 검찰은 종이조서와 달리 피의자의 표정과 진술을 생생하게 담을 수 있고, 진술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착오 등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자고는 했지만…” 속앓이 사개추위가 애초의 목표와 달리, 검찰조서와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게 된 것은 검찰의 반발과 재판업무의 과도한 부담에 대한 법원, 양쪽의 불만을 절충해 수용했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이 일선 판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는 조서의 증거능력을 완전히 없애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법원으로서는 사법개혁을 후퇴시키는 데 동의했다는 시민단체 등의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법원은 또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영상녹화물이 가질 수 있는 영향력을 차단해야 한다는 부담도 안게 됐다. 사개추위의 개정안에 대해 검찰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영상녹화제를 통해 수사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보인다. 하지만 검찰에서도 비록 일부이지만 영상녹화물에 대한 거부감은 있다.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 특수수사 담당 검사들은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다양한 설득과 협상과정을 거치는데 이를 모두 녹화하면 법원에서 회유, 협박이란 이유로 증거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전국 검찰청에 서울남부지검 수준의 영상녹화장비를 설치하려면 약 150억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촬영을 거부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그만큼 예산만 낭비한다는 것이다. 사개추위는 검찰로 하여금 수사기록제와 진술거부권 고지절차를 시행하고, 변호인 수사과정의 참여를 확대하도록 했다. 하지만 변호인이나 법원, 검찰간에 끊임없이 제기될 영상의 조작 가능성 등 영상녹화물을 둘러싼 증거능력 공방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남북합작 ‘왕후심청’ 광복절 北개봉

    남북한이 공동제작한 애니메이션 ‘왕후심청’(감독 넬슨 신)의 북한 개봉이 성사됐다.‘왕후심청’의 홍보를 맡은 영화인은 12일 “‘왕후심청’이 광복절인 다음달 15일 북한에서 개봉한다.”며 “지난 8일 북한측 공동제작사인 ‘조선 4·26 아동영화촬영소(SEK)’로부터 북한개봉 허가를 내용으로 한 e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다음달 12일 개봉한다. SEK측은 e메일을 통해 “장편만화영화 ‘왕후심청’을 광복절 8·15를 계기로 영화관에서 상영하게 된다는 것을 알려드린다.”며 “대사녹음에도 가장 유명한 배우들이 동원된다.”고 설명했다. ‘왕후심청’은 북한의 대표적인 극장인 국제영화관과 최신식 극장으로 알려진 개선문극장 등 평양에 위치한 6개 극장에서 상영된다. 이 애니메이션은 프리 프로덕션과 후반작업을 제외한 원ㆍ동화를 북한에서 제작하는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방식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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