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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세금을 주머닛돈처럼 쓴 장관들

    야당인 한나라당이 지난해 4·4분기 정부 예산 낭비 사례들을 뽑아 엊그제 발표했다. 국민 세금을 마치 주머닛돈처럼 펑펑 쓴 사례를 보면서, 야당의 발표이니 과장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한나라당 발표를 보면 예산 집행을 엄정하게 감독해야 할 장관과 고위공무원들이 오히려 예산 낭비에 앞장선 인상을 준다. 통일부 장관은 3월부터 12월까지 매달 자신 명의의 적십자회비 10만원씩을 예산으로 납부했다. 또 회의 녹음용이라면서 MP3를 구입했으나 한나라당은 장관 개인용으로 구입했다고 주장한다. 통일부는 예산으로 구입한 그 MP3의 행방을 알지 못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중앙인사위 환경부 여성가족부 등이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국고로 지출했는가 하면 국무총리실과 국가안전보장회의는 특정업무경비로 직원들 추석선물을 구입했다. 장·차관들이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데도 개인 친분에 따라 국고로 경조사비를 낸 사례가 적지 않았다. 거의 모든 부처에서, 다양한 명목으로 예산을 사사롭게 빼먹은 것이다. 국가 예산의 집행은 엄정해야 하며 이를 감시하는 것은 국회의 권능이자 의무이다. 마침 임시국회가 열렸고 정기국회도 곧 열리게 된다. 야당의 발표라고 무시할 것이 아니라 여야가 함께 예산 낭비 사례를 낱낱이 밝혀내 책임을 묻고 낭비된 예산을 반납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장관이나 고위공무원들이 국민세금을 함부로 쓰는 시대는 확실하게 지나갔음을 깨닫게 해 주어야 한다.
  • 영화 ‘예의없는 것들’ 살인청부업자 열연 신하균

    영화 ‘예의없는 것들’ 살인청부업자 열연 신하균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내기도 하고(화성으로 간 사나이), 극도로 광기어린 모습을 드러내기도(지구를 지켜라) 했다. 한없이 다정하고 해맑다가도(우리형), 한순간 악랄하게 변신(복수는 나의 것)도 했다. 어찌보면 눈에 띄게 잘 생기지도, 늘씬하게 잘 빠지지도 않은,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지만 그 속에 특별함이 있는 배우. 신하균의 변신이 우리는 그래서 궁금하다. 순수와 광기를 한 몸에 지닌 그가 이번에는 혀가 짧아 슬픈 킬러로 다가왔다.“사회와 소통하지 못한, 소외된 아웃사이더죠. 내가 될 수도, 당신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사람의 눈을 통해 부조리한 사회를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박철희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한 영화 ‘예의없는 것들’(제작 튜브픽쳐스·24일 개봉)에서 그는 ‘ㄹ’을 ‘ㄷ’으로 발음하느니 차라리 영원한 침묵을 선택한 살인청부업자 ‘킬라’다. 칼을 잘 쓴다는 이유로 살인청부업체에 ‘스카우트’된 킬라는 경찰을 피해 수시로 집을 옮겨야 하고, 피 냄새를 없애려 독한 술에 의지하지만 삶이 나쁘지만은 않다. 소위 ‘싸가지가 하한가를 치는’ 예의없는 인간들을 제거하는, 명분이 있는 살인이기에. 하지만 재래시장 재개발건으로 이득을 챙기려는 조직의 보스를 처리하는 작업에서 실수를 저지르게 되고, 일은 점점 꼬여만 간다. 코믹 누아르를 표방한 이 영화를 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담고 있는 메시지가 좋았다.”고 말했다.“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약자의 이야기이지만 표현이 무겁지 않고, 현실적이지 않으면서도 현실적인 듯한 분위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침묵으로 일관하는(심지어 섹스 중에도!) 역할이지만, 그의 대사는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끊임없다고 해야 할 만큼 많다. 대사를 모두 내레이션으로 처리해 말과 행동을 따로 연기해야 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이 무척 컸다고 했다.“촬영을 하기 전에 미리 내레이션 녹음을 해 감정을 익히고, 촬영을 모두 끝낸 뒤에 다시 세밀하게 보충했죠. 감독님이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CD로 구워주기도 했어요. 느낌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역할을 소화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챙긴 박 감독과는 이번 영화로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감독이)구구절절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추상적이든 구체적이든 나 자신의 표현방법만 생각하고, 그것을 현장에서 보여주면 됐다. 그런 점에서 공통점을 찾고, 편하게 킬라를 표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크린 밖에서 그가 생각하는 ‘예의없는 것들’은 어떤 부류일까.“약한 자를 괴롭히는 강자죠. 강자는 사회가 될 수 있고, 인간이 될 수도 있어요. 아주 포괄적이죠?” 이 영화가 ‘배우 신하균’을 새삼 다시 기억하게 만들 또다른 포인트 하나. 왜소하고 초라한 음지의 캐릭터를 즐겨 표현하던 그가 달라졌다. 예의없는 것들을 제거하는 그의 몸매는 무척이나 ‘예의바르다’. 가죽재킷(거의 유일한 극중 의상)을 벗어던지고 상반신을 노출하는 장면들에는 몸짱의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다. 캐릭터의 질감을 살리려 운동으로 2∼3㎏을 줄였다. 진지하고, 과묵하기로 소문난 배우. 그는 스스로를 이렇게 평가한다.“저, 정말 재미없는 사람이거든요.” 그의 달라진 모습에서 쾌감을 충전받게 되는 건 오히려 그래서가 아닐까.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미술] ■ 한·중 작가 4색전 8월20일까지 서울 경운동 부남미술관, 부남미술관 개관 기념으로 중국 현대미술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수묵산수 화가인 주재건 및 바다풍경의 대가 허곤도, 한국 서예가 안종중, 다묵화가 김창배의 작품들을 보여준다.(02)720-0369. ■ 부자와 빈자에 대한 사소한 프로젝트 14일까지 서울 태평로1가 신한갤러리. 백승호 안경진 오수연 김주호 박헌열 등 9인의 작가가 참여한 연극조각 프로젝트. 무대 이미지를 전시배경으로 삼아 사회 양극화 및 회로애락이 복합된 현대인의 실상과 충돌, 이상향을 담아낸 작품들을 선보인다.(02)722-8493. ■ 고요의 숲 27일까지 서울 남현동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녹음이 아름다운 여름을 맞아 생명성 및 자연과의 교감을 미술작품 속에서 찾아보고자 한 전시. 김덕기 김보희 김성희 김윤수 민병헌 석철주 송명진 이명진 이용석 이재삼 최인수 등의 작가들이 참여한다.(02)598-6247. [뮤지컬] ■스노쇼 15~27일 LG아트센터 러시아 출신의 광대 슬라바 폴루닌이 창조한 아름다운 겨울풍경. 흩날리는 눈보라를 배경으로 사랑, 실연, 고독에 관한 에피소드들을 웃음과 눈물로 풀어낸다.3차례의 내한공연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반가운 얼굴이다. 화∼금 8시, 토·일 3시·7시(15일 7시)2만∼6만원.(02)2005-0114. ■ 락 햄릿 10월8일까지 화∼금 8시, 토·일 3시·7시(16·23일 4시·8시)세우아트센터. 셰익스피어의 고뇌하는 인물 햄릿과 정열적인 록음악의 만남. 언플러그드 라이브 음악이 소극장 뮤지컬의 진수를 선사한다. 조광화 작·전훈 연출, 서세권 장덕수 등 출연.1만 5000원.(02)3141-1345. [연극] ■ 그녀의 방 27일까지 아르코미술관, 공연과 전시를 동시에 체험하는 ‘드라마전시’ 개념을 도입한 이색극. 춤,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예술이 한 공간 안에서 충돌·융합한다. 관객이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결말이 달라진다. 이항나 장도영 작·이항나 연출, 장지아 김정현 등 출연. 화∼금8시, 토·일6시·8시 1만 5000∼3만원.(02)3673-5587. ■ 줄넘기 10∼27일 화∼금 8시, 토·일 3시·6시 사다리아트센터 세모극장. 남자는 늑대, 여자는 여우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여자늑대와 남자여우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남녀관계를 분석한 유쾌한 사랑 이야기. 강석호 작·권호성 연출, 김정은 오민석 등 출연.1만 5000∼2만원.(02)744-0300. ■ 하이라이프 11일∼9월17일 화∼금 8시, 토 4시·7시, 일 4시 한양레퍼토리씨어터. 은행강도, 절도범, 살인범, 사기꾼 등으로 밑바닥 인생을 살아온 네 남자의 꿈과 좌절을 그린 블랙코미디. 리 맥두걸 원작, 박광정 민복기 연출. 이남희 유연수 등 출연.2만∼2만 5000원.(02)762-0810. [클래식] ■ 국립오페라단 마이퍼스트 오페라 시리즈1 12일 오후 7시30분 13,15일 오후4시.7시 16일 오후 2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 연주. 전석 3만원, 중·고생 1만원 할인.(02)-586-5282. ■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20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연주.2만∼4만원.(02)-580-1300. [어린이] ■ I´m 발레리나 발레리노 11·12일 2시·4시,13일 4시 정동극장.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의 이원국 발레단이 선사하는 쉽고 재밌는 발레 명장면들.1만 5000∼2만원.(02)751-1500. ■ 강아지똥 15일까지 월∼금 11시·3시, 토·일 2시·4시 국립중앙박물관극장용.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음을 일깨우는 아름다운 동화.‘미달이’로 유명한 아역배우 김성은이 출연한다.1만 5000∼2만원.(02)507-6487.
  • 휴대전화 ‘공짜 유혹’ 조심하세요

    휴대전화 ‘공짜 유혹’ 조심하세요

    휴대전화 가입자의 민원 건수가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 3월부터 단말기 보조금 지급이 합법화되면서 민원이 집중되고 있다. 8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7개월간 접수된 휴대전화 서비스 관련 소비자 상담은 1만 561건이다. 또 소보원이 올 들어 지난 6월 말까지 SK텔레콤·KTF·LG텔레콤에 시정권고를 한 ‘서비스 구제신청’은 74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03건)보다 54%나 증가했다. 서비스 구제신청은 2003년 상반기 311건에서 2004년 273건으로 줄었다가 다시 늘어났다. 소보원 관계자는 “대리점과 그 하부 판매 조직과의 이면(裏面)계약 때문에 소비자 피해가 많이 발생한다.”며 “휴대전화 서비스 업체가 이들을 특별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소비자에게 요금부과 기준을 설명할 때 ‘512바이트’를 ‘1패킷’이니,‘10초’를 ‘1도’니 하는 어려운 말로 현혹하고 있다.”며 “본사가 고객 확보에 혈안이 돼 사실상 팔짱을 끼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에 사는 주부 주모씨는 “지난달 22일 신청하지 않았던 부가서비스(내비게이션)의 요금이 청구됐다.”며 소보원에 상담을 신청했다. 주씨는 지난 6월 휴대전화 번호이동을 했지만 어떤 서비스도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씨는 “휴대전화를 개통한 대리점에서 계약서 사본 1통도 주지 않았다.”며 “계약서 사본은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계약서를 받아 챙겨두지 못한 본인의 과실도 크다.”고 말했다. 또 서울 강남에 사는 직장인 이모씨는 지난 6월 가입한 무료통화권에 대한 불만을 접수했다. 이씨는 “휴대전화 번호이동을 하면서 단말기 요금을 할부로 내는 대신 무료통화권 41만원어치를 받았다.”며 “무료통화권 잔액이 32만원이 남은 상태에서 서비스가 끊어졌다.”고 밝혔다. 이씨는 “무료통화권을 이용하기 위해 접속번호를 누르면 ‘없는 번호입니다.’라는 녹음 음성만 계속 나온다.”고 말했다. SKT 관계자는 “무료통화권은 사용하지 말라는 홍보를 하고 있다.”며 “무료통화권을 내세우며 고객을 유치하는 것은 십중팔구 사기”라고 말했다. 김모씨는 지난달 어머니의 휴대전화 요금 내역서를 우연히 보다 게임 이용요금이 한달에 8900원씩 8개월째 청구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환급 요청도 거부당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당시 1주일 무료체험 기간이라는 말을 듣고 안내에 따라 가입했지만 해지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KTF 관계자는 “예전에는 무료 체험자의 유료 전환에 대한 관리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부터는 무료체험 기간이 끝나면 가입이 바로 해지된다.”고 설명했다. 또 LGT 관계자는 “휴대전화를 쓰는 도중 부가서비스를 추가로 신청하거나 해지할 경우 고객 편의상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소보원 관계자는 “회사는 대리점과 판매점에 대해 주기적으로 교육을 해야 하고, 같은 피해가 반복되는 대리점과 판매점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명문대 교육혁명] 호주 국립대(ANU)

    [명문대 교육혁명] 호주 국립대(ANU)

    |캔버라 윤창수특파원|“호주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관계를 확장하고 강화한다.” 1921년 계획도시로 세워져 한국의 참여정부 공무원들이 행정수도 건설과 관련해 즐겨 찾는 호주의 수도 캔버라.1946년 이곳에 들어선 호주국립대(ANU)는 호주를 벗어나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뻗어나가려는 호주인들의 여망이 담긴 연구 중심 대학으로 처음부터 설계됐다. 이 대학의 아시아 중시는 1973년 영국이 유럽연합(EU)의 전신 유럽공동체(EC)에 가입하면서 호주 원자재에도 관세를 매기자 더욱 강화됐다. 영국을 통해 유럽으로 원자재를 수출하면서 경제적 이득을 누려온 호주로선 새로운 활로를 아시아에서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호주 국민들은 2차 세계대전 때 자국군인들이 연합군 ‘총알받이’ 노릇을 했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어 이것도 아시아로 눈을 돌리는 데 작용했다. 이 대학 일본연구센터의 이덕용 교수는 “설립 초기부터 대학원이 먼저 들어서고 학부가 나중에 생기는 등 연구 중심 대학으로 ANU가 세워졌다.”면서 “아시아·태평양 연구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매우 뜨겁다.”고 소개했다. 아시아·태평양학 대학원생들은 의무적으로 지역 현장 연구를 해야 한다. 외국에서 1년 공부하는 데 대학으로부터 7000∼1만 2000 호주달러(520만∼870만원)를 지급받는다. ●한국학 수업 참관해 보니… 러시아 출신 한국학 전문가 타티아나 가브로센코 박사가 주도하는 ‘현대 한국 사회’ 학부 강의에 들어가 봤다. 마침 이날 강의 주제는 18년간 통치한 박정희 정권의 공과였다. 가브로센코 박사는 “농촌과 공장을 오가며 현장 순시를 하는 박정희 대통령의 모습은 인민복을 입고 현장지도를 하는 김정일 위원장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빔 프로젝터로 각종 사진과 도표 등을 제시하며 박 정권의 특징을 빠른 속도로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중요하게 소개된 인물은 박태준 전 포항제철(현 포스코) 회장이었다. 박 전 회장의 “일이 곧 취미이고 1년 365일 쉬지 않고 일한다.”는 말도 언급됐다. 가브로센코 박사는 박 전 회장처럼 모든 한국인이 열심히 일했기에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현대 한국 사회’는 학부생을 위한 6학점짜리 교양강좌지만 튜토리얼(개인지도) 수업에서 좀더 심도있는 토론 기회를 갖는다. 주 3∼4시간 수업 중 1시간씩 주어지는 튜토리얼은 튜터가 10∼15명의 학생을 모아 토론하고 실습, 실험하는 시간으로 영국 옥스퍼드에서의 오랜 전통이다.2학기에는 ‘북한 사회’란 강좌가 개설된다.‘현대 한국 사회’ 수강생인 사브리나 크랜베리는 “읽을거리가 많긴 하지만 몰랐던 아시아 역사를 알 수 있어 재미있다.”고 말했다. ANU에서 한국 관련 강좌의 인기는 한류의 영향으로 높은 편이다. 한국계 입양아나 혼혈아도 있지만 한국과의 교역에 종사하고자 하는 호주인들도 한국어를 배운다.“아니메(애니메이션) 때문에 일본어를 배웠다면 한국어는 드라마 때문에 배운다.”고 한국어 강의를 맡고 있는 로알드 말리양카이 교수는 설명했다.IMF 전에는 한국어 수강생이 35∼40명이었지만 10명 미만으로 줄었다가 최근 3∼4년새 25명 수준으로 회복 중이다. 이 가운데 70%가 호주인이다.ANU에서 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한 이들은 5번째로 많다. 한국인 유학생은 80여명으로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 이어 10번째다. ●졸업생 절반 이상 대학원 진학 ANU 학생의 절반 이상은 ‘복수 전공’을 택한다. 대학에서는 부전공으로 언어학 학위를 권장한다. 회계학에 한국어, 법학에 아시아 전공을 겸하는 식이다. 호주 정부는 2004년까지 한국,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어를 주요 4대 언어로 정하고 이를 가르치는 대학에 재정 지원을 했다. 졸업생의 54%는 곧바로 석·박사 과정에 진학한다. 이 숫자는 호주 전체 학부 졸업생의 평균 대학원 진학 비율 23.4%보다 훨씬 높다.ANU가 연구 중심 대학임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그것도 졸업생의 85%가 ANU 대학원에서 공부한다. 인문·사회전공 학부 과정은 3년에 끝난다. 교양과정 없이 바로 전공부터 듣기 때문에 학생들의 시간표는 고등학생처럼 빡빡하다. 튜토리얼을 포함해 5∼6시간의 강의를 들어야 하는 과목을 한 학기에 4개씩 듣는다. 교수진 3180명 가운데 44%인 1200여명은 강의를 전혀 하지 않고 연구만 한다. 이들의 숫자는 호주의 다른 대학 교수들의 3배가 넘는다. 호주정부 연구위원회(ARC)가 지원하는 연구비의 3분의1을 ANU 연구교수들이 받고 있을 정도다. 교수들은 매년 학부장과 면담에서 올해는 어떤 연구를 하겠으며, 어떤 성취를 해내겠다는 계획을 문서로 써서 약속한다. 지키지 못할 경우 특별한 제재는 없지만 연구 업적이 없으면 승진이 되지 않고, 연봉도 오르지 않는다.‘논문을 안 쓰는 교수는 창피해야 한다.’는 것이 대학의 불문율로 ANU의 연구 경쟁력을 강화한 토대가 됐다. 면학 분위기를 진작하기 위한 대학 지원도 세심하기 그지없다. 건물의 층마다 문방구가 있어 스테이플러, 공책, 필기도구, 포스트잇 등을 공짜로 가져다 쓸 수 있다. 도서관에서 드는 복사비는 영수증만 가져오면 학과 사무실에서 처리해 준다. 식비를 빼고 학업에 드는 비용은 모두 학교가 부담하는 셈이다. geo@seoul.co.kr ■ 이안 찹 총장 인터뷰 |캔버라 윤창수특파원|“대학이 나를 고용했지, 정부가 나를 고용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관여하지 않는다.” 이안 찹(63) ANU 총장은 자신의 임명권은 대학이 갖고 있지만, 선임 과정에 정부 입김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항상 공적 재산을 관리해야 하므로 대학에 제한을 가하지만, 중요한 것은 균형감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국립대학에선 선거에 의해 총장을 뽑는다고 기자가 소개하자 좋은 제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선거를 통해 임명되면 대학을 경영하기 힘들고, 총장직은 매우 복잡하고 지속적인 일이므로 임명제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물론 그에게 한국의 대학 총장 직선제가 민주화의 산물이란 점을 이해시킬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ANU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호주 정부에 의해 만들어졌다. 영국의 식민지로 출발한 국가의 존립 근거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하게 된 호주는 이웃한 아시아와의 관계 강화에 힘쓰게 된다.ANU는 호주의 국가 이념이 ‘백호주의’에서 ‘다문화주의’로 바뀌면서 그에 따른 문화사상적인 ‘싱크 탱크’로써 역할하게 된 것이라고 찹 총장은 설명했다. 이 때문에 아시아·태평양 연구면에서 ANU는 세계 최고의 학문적 깊이를 자랑하고 있다. 대학 예산의 40%는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된다. 물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지원금이 지급된다. 대학안의 연구회사를 통한 수익, 학생 등록금, 자문비 등으로 나머지 예산이 충당된다. 찹 총장은 현재 ANU와 정부의 호흡은 일할 정도로 잘 맞다고 밝혔다. 독일에선 교수 및 총장 임명에 정부가 직접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호주 정부는 대학에 견딜 만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학이 곤경에 처했을 때 정부나 정치인이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으므로, 총장이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총장의 대학내 자주권은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ANU의 현재 유학생 비율은 22%. 앞으로는 25%까지 유지할 계획이다. 호주 명문 8개 대학 연합체인 ‘G8’의 회장이기도 하다.ANU는 연간 4000억원이 넘는 대학 예산의 69.7%를 연구비로 쓰고 있는데 이는 G8 국가 가운데 최고다. geo@seoul.co.kr ■ 김형아 교수 인터뷰 |캔버라 윤창수특파원|“아시아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하는 데 있어 호주가 갖는 교육 경쟁력은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이제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학자를 길러내야 합니다.” 아시아·태평양학 대학원 정치사회변동학과의 김형아 교수는 현재 ANU의 유일한 한국인 교수다. 한국어를 가르치지 않는 한국인 교수로는 ANU 설립 이후 처음이다. ANU가 아시아 태평양 연구로 유명하다고 하지만 한국학은 중국이나 일본에 대한 연구에 비하면 실적이나 규모에서 한참 처진다. 중국학 교수는 40명이 넘는데 한국학 교수는 고작 4명이다. 호주의 4위 교역 상대국인 한국의 호주 유학생 수는 2만 2000여명으로 중국에는 뒤진다. 중국에서는 대규모 군부대를 보내듯 연간 100∼200명의 박사과정 유학생을 ANU에 보내지만, 한국인은 15명뿐이다. ANU 위상이 세계적으로 높은 것은 아시아·태평양학의 권위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아시아·태평양학 대학원에는 강의를 하지 않고 연구만 하는 교수가 100명 이상이며 대학원생은 430명이다. 김 교수는 “중국연구센터나 일본연구센터처럼 버젓한 한국연구센터를 ANU에 세우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geo@seoul.co.kr ■ 김솔지 교환학생 인터뷰 |캔버라 윤창수특파원|고려대 유전공학과에 재학 중으로 1년간 ANU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는 김솔지(20)씨는 “강의 수준이 고려대보다 뛰어난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시스템이 월등한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우슬라 홀 기숙사에 머무르고 있는 김씨는 유학생들을 위한 세심한 지원과 배려가 넘치는 ANU의 교육 환경에 매우 만족한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마이크를 켠 채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강의가 끝나자마자 녹음된 내용이 인터넷에 그대로 다 오른다. 아직 영어가 부족해 수업을 다 알아듣지 못하지만, 인터넷에 녹음 파일이 올라 충분히 복습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실험기구도 부족해 교수가 실험하는 모습을 쳐다보기만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ANU에서는 모든 학생이 실험에 참여한다. 시험을 중간중간에 보고, 튜토리얼 강의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벼락치기 공부는 하려야 할 수 없다고 김씨는 덧붙였다. geo@seoul.co.kr
  • “카스트로 건강 회복세”

    장출혈 수술 하루 만에 피델 카스트로(80) 쿠바 최고지도자는 쿠바 국영TV를 통해 “내 건강은 양호하고, 기분은 완벽하다.”고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카스트로는 TV화면에 직접 등장하지 않았고, 녹음된 목소리도 방영되지 않았으며 방송 진행자가 성명을 대신 낭독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이 나라에서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며 다시 정권을 맡을지 여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카스트로는 “현재 나는 (수술과 관련해) 긍정적 소식을 거짓으로 만들 수는 없다.”고 말해 위중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자신의 회복세에 대해 의사들이 진단을 내리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AFP통신은 카스트로의 장출혈 수술에 대해 결장암, 탈장류 혹은 혈관 질환 등의 장애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책] 어린이 교양 ‘선물세트’

    제목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어린이책 시리즈가 나왔다. 비룡소가 펴낸 ‘지식 다다익선(多多益善)시리즈’.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교양지식을 두루 압축하되 그림책 방식을 택했다는 대목이 먼저 눈에 띈다.‘그림책 교양서’라는 희소가치가 이 시리즈의 핵심인 셈이다. 시리즈 1차분으로 네 권이 먼저 나왔다.1권 ‘에스키모 아푸치아크의 일생’을 비롯해 ‘아이, 달콤해-사탕, 초콜릿, 껌, 캐러멜의 역사’(2권) ‘티나와 오케스트라’(3권) ‘티나와 피아노’(4권) 등이다. 책의 사이즈나 표지그림이 모두 제각각이어서 한꺼번에 내밀어도 아이들이 반색하지 않을까 싶다. ‘에스키모 아푸치아크의 일생’(폴 에밀 빅토르 글·그림, 장석훈 옮김)을 펼쳐보자. 지은이가 프랑스 극지 탐험의 선구자인 만큼 얼음나라 에스키모인들의 정보가 더없이 정확하고 사실적이다. 이 책은 아기 에스키모인의 탄생과 성장, 죽음까지의 일생을 동화를 읽어주듯 살갑게 들려준다. 그 사이사이로 교양정보들을 촘촘히 끼워놓은 건 물론이다. 여백 많은 지면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삽화도 푸짐하다. 2권 ‘아이, 달콤해’(루스 프리먼 스웨인 글, 존 오브라이언 그림, 고정아 옮김)편은 어린 독자들에게 문화사적 시각을 키워준다는 점에서 1차분 가운데서도 가장 알차보인다.“세상에는 단것이 참 많아요. 입속에서 돌돌 구르는 알사탕, 고소한 아몬드가 가득 들어있는 쫀득쫀득한 초콜릿 바, 진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풍선껌…이 단것들은 모두 어디서 생겨날까요?” 이렇게 의문부호를 찍은 뒤 책은 단맛을 내주는 주인공 설탕의 유래, 사탕의 역사 등을 찾아 멀리멀리 고대 인도로까지 ‘문화사 모험’에 나선다. 사탕수수의 줄기에서 뽑아낸 달콤한 즙으로 설탕을 처음 만든 건 고대 인도인들이었고, 사탕을 만들기 위해 꿀벌을 치는 모습이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로 남아있다는 등의 다양한 지식이 이야기체의 문장을 빌려 술술술 풀려나온다. ‘티나와 오케스트라’와 ‘티나와 피아노’는 주인공 티나가 지휘자 삼촌에게서 클래식 악기의 원리를 배우는 내용이다. 악기 소리가 녹음된 CD가 함께 수록됐다.6세 이상∼초등 저학년. 각권 8500∼1만 1000원.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젊은이들이 국악 꿈 펼칠 장 마련해야”

    “젊은이들이 국악 꿈 펼칠 장 마련해야”

    서울대 국악과 최초 입학, 국내 가야금 전공 최초 석사학위 취득, 국내 최초 가야금 독주회 개최,26세에 서울대 음대 최연소 교수 임용, 서울시립 국악관현악단 최초 여성 악장 역임, 가야금 산조 여섯 유파 최초 완주(完奏). ‘최초’라는 수식어로 빽빽한 서울대 음대 이재숙(65·여) 교수의 프로필이다. 이 교수가 다음달 31일 39년 3개월간 정들었던 강단을 떠난다. ●가야금 산조 여섯 유파 모두 섭렵 이 교수는 가야금 산조 여섯 유파를 각각의 명인들로부터 직접 전수받은 현존 유일의 연주자다.1994년 김죽파류를 시작으로 95년 강태흥류,97년 성금연류,98년 김윤덕류,99년 김병호류에 이어 2000년 최옥산류 산조까지 모두 완주했다. “김죽파류는 여성적이고 섬세한 데 비해 최옥산류는 남성적인 기품과 절제의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김병호류는 심오함, 강태흥류는 발랄함, 성금연류는 화려함이 특징이고 김윤덕류에서는 점잖은 ‘선비가락’이 느껴지지요.” 그는 유파마다 다른 짜임새와 느낌을 비교·분석해 후학들에게 이어주는 것이 ‘가야금 1세대’로서의 소임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30여년 전 명인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채보(採譜·곡조를 듣고 악보로 만드는 것)해 최초로 책을 내기도 했다. 이후 시대에 따라 변하는 산조의 느낌을 연구하는 작업은 온전히 그의 몫이었다.“가야금 산조도 옛 명인들이 원래 짰던 가락에서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럴수록 저같은 사람이 원형을 보존하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봅니다. 원형이 있어야 변화와 발전도 가능하니까요.” ●‘박사 가르치는 석사’ 이 교수는 산조 여섯 유파를 총정리한 ‘한국 가야금 산조 총집’(가칭) 발간을 준비하며 40년간의 교수생활을 정리 중이다. 여기에는 명인들로부터 채보한 내용과 녹음자료 등 국내 가야금 산조의 모든 것이 담긴다. 그가 서울대 교수로 임용될 당시만 해도 가야금에는 박사과정이 없었다. 석사학위 소지자인 이 교수가 최고 학력이었다. 그러다 3년 전 서울대에 박사과정이 개설되면서 그동안 박사 학위 없이 학생들을 가르쳐 왔던 나이 지긋한 교수들이 대거 등록했다. 이 교수는 현재 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교수는 젊은 사람들에게도 인기 있는 퓨전 국악단 ‘가야금 앙상블 사계(四界)’ 팀을 만든 주역이다. 서울대 젊은 선·후배로 구성된 ‘사계’를 만든 데 이유가 있다.“젊은이들이 국악의 꿈을 펼칠 장(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저를 비롯한 원로들이 할 일입니다. 그것이 곧 국악 발전의 원동력이죠.”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하얀 나비’의 가수 김정호와의 마지막 인터뷰(1)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하얀 나비’의 가수 김정호와의 마지막 인터뷰(1)

    본명이 조용호인 가수 김정호는 1952년 3월27일 태어났다. 그리고 85년 11월29일 떠났다.33년 8개월간의 짧은 생애. 마치 ‘33과 3/1’ 속도로 도는 레코드판처럼, 그의 삶의 수치는 그 시점에서 멈췄다. 그와 가졌던 인터뷰, 그 기억이 지금도 새삼스럽다. 74년 5월 ‘작은 새’ ‘이름 모를 소녀’ 등을 발표하며 통기타 가수 대열의 선두에 섰던 그. 당시 ‘김정호 노래의 코드로 기타를 배우지 않은 사람이 없다.’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였다.‘하얀 나비’ ‘사랑의 진실’ ‘잊으리라’ ‘꽃잎’ ‘푸른 하늘 아래로’ ‘보고 싶은 마음’ 등을 발표하며 한국적 포크를 지향했던 김정호. 통기타를 멘 채 지그시 눈을 감고 꿈꾸듯이 노래하는 그의 독특한 모습. 그러나 그는 이미 폐가 몹시 나빠 투병 중이었다.‘폐결핵 가수 김정호’라는 말은 이미 나돌고 있었으나 음악만큼은 누구보다도 건강했으며 또한 아름다웠다. 그는 75년 ‘대마초 파동’과 함께 대중들 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대마초 가수들이 해금되어 하나 둘씩 활동을 재개할 때도 그는 등장하지 않았다.‘행방불명설’ ‘잠적설’이 나돌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로 온갖 추측 보도도 많았다. 그러던 그가 84년 홀연히 나타났다.83년 6월부터 11월까지,5개월이라는 최장 녹음시간을 기록한 4집 앨범으로. 호흡조차 힘들어져 한 곡 녹음하는 데도 수십 번씩 끊어 편집해야 했던 이 앨범, 결국 ‘유작’이 되어버린 이 앨범을 들고. 그러나 이 앨범이 나온 뒤에도 그는 공개석상을 기피했다. 이 앨범 중 ‘고독한 여자의 미소는 슬퍼’가 제법 방송을 타고 있었지만 그는 어느새 ‘얼굴 없는 가수’가 되어 있었다. 이 노래가 같은 요양소에서 보게 된 어느 여 환자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애틋한 얘기만이 화제가 된 채. 필자가 그를 만나 그간의 얘기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이 무렵으로 처음에 그는 완강히 거절했다.‘지금은 어느 누구도 만나지 못하는 입장을 이해해달라.’고도 했고, 또 통과의례처럼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있을 때 가장 먼저 연락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석 달을 매달려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다만 조건은 그냥 만나는 것, 그리고 자기와 나누는 얘기는 절대로 기사화하지 말아달라는 것. 그의 아파트에서였다. 그 핏기 없던 얼굴, 그리고 기침소리 속에 겨우 나누던 얘기들. 정말이지, 이러한 식의 기사는 나도 결코 쓰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송창식의 고집에 관해 얘길 했으며 김수철의 ‘별리’를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에 관해 서로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누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내 얘기에 따라 빙그레 웃기도 하고, 간호원이 주사를 놓으러 왔을 때는 나에게 ‘잠깐이면 되니 기다리라.’고도 했다. 그때부터 나는 몇 번이나 일어서려 했지만 그가 자꾸 괜찮다고 했다. 그러던 그가 자신의 노래 ‘님’을 들어보았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 때까지 그 노래를 들어보지 못했다. 그가 음반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님’. 그 때, 그 느낌이란. 그 노래를 듣는 내내 엄습해오는 불길함을 어쩌지 못했다. 그의 아파트를 나서는 늦은 시간에 그는 마침내 자기가 해줄 수 있는 게 뭐냐고 물었다. 나는 말했다. 시간을 낼 수 있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공기 좋은 야외로 함께 나가보고 싶다고. 의외로 그가 쾌히 승낙했다. 그러면서 말했다.“기왕이면 사진 잘 받는 곳으로 가지. 그리고 오늘 내가 했던 얘기 중 노래에 관한 얘기라면 기사로 써도 좋겠는 걸….”한번도 웃지 않고 옆에 있던 부인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다음다음날 아침, 우리는 ‘뚝섬’엘 갔다. 우리가 서로 약속한 시간은 한 시간 정도였지만 정작 촬영은 오후 다섯시 무렵에나 끝났다. 그가 무리를 하면 안 되기에 사진 찍는 중간중간 쉬어야 했고 그런 중에도 그는, 그때까지 밝히지 못했다던 얘기들을 서슴없이 털어놓기도 했다.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얘기, 탈영해 군 영창에 갇혔던 얘기까지. 띄엄띄엄 노래를 불러 이은 그의 마지막 노래처럼 촬영도 그렇게 되었다. 오히려 나는 이 정도의 사진이면 충분하다고 말렸으나 되레 그가 사진 찍는 일에 더 열중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사진 촬영에 임하던 그의 표정이 매우 긴장되어 있었다. 이따금씩, 그는 함께 동행했던 그의 후배에게 담배를 빼앗다시피 해 때론 냄새만 맡기도 하고, 직접 불을 붙여 입에 물기도 했다. 그러면서 말했다.“의사는 내게 더 이상 노래를 부르면 죽는다고 경고했지, 허나 난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되레 죽을 것 같아.” ‘남은 열정을 모두 국악에 바치겠다.’고 밝히던 김정호, 이 말은 그가 자신 있게 한 말이라서 더 안타깝다. 얼마 뒤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그의 죽음이 ‘병’ 때문이 아니라 ‘한’ 때문이었다고 생각되어졌다. 허나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오히려 그에게 늘 부족했던 ‘산소’를 노래 속에 다 연소시키고 행복하게 간 것이라고.
  • [IT플러스] 코원 MP3 제품 인도서 호평

    코원시스템은 자사의 MP3 플레이어인 ‘iAUDIO U3’와 ‘iAUDIO X5’가 인도의 유력 정보기술(IT) 잡지인 ‘CHIP 매거진’에서 최우수 제품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코원 제품은 다양한 MP3를 비교한 결과 내구성, 편리한 조작, 휴대 편의성, 재생시간, 녹음기능, 음질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 美 대통령들 ‘마이크 앞 말실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G8(선진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에서 녹음되는 줄 모르고 뱉은 말실수를 계기로 뉴욕타임스가 23일(현지시간) 미 정치 역사의 쓰레기통을 다시 뒤졌다. 부시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에서 마이크가 켜진 것을 모르고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욕을 섞은 대화를 나눠 세계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뉴욕타임스는 마이크가 켜진 줄 몰랐던 대통령의 말실수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농담이라고 소개했다. 주례 라디오 연설을 하려던 레이건 대통령은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지금 막 소련을 영원히 불법화하는 법률에 서명한 것을 알리게 돼 기쁩니다.5분 뒤에 폭격을 시작할 것입니다.”라고 말해 버렸다. 그의 실수는 큰 소동을 불러일으켰지만 소련에 대한 혐오와 배우 출신이었던 대통령의 유머감각을 재조명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제시 잭슨 목사가 경쟁자인 톰 하킨 상원의원을 지지했다는 뉴스보도에 대해 분노를 삭이지 못한 채 “더럽고 기만적이며 등 뒤에서 칼을 꽂는 행위”라고 내뱉었다. 비디오가 작동되는 줄 클린턴은 몰랐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녹음되는 줄도 모르고 내뱉은 말은 그의 신사적인 이미지를 무색케 한다. 케네디 대통령은 외무부에 불만을 토로하며 그들은 국방부 사람들과는 달리 “고환(용기라는 뜻도 있음)도 없는 것 같은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국방부 관리들에 대해서도 “머리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신문은 미 대통령들이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솔직한 대화를 꺼려 인간적인 모습을 볼 기회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마이크 앞에서 벌어지는 말실수를 통해 정치적 허울과 과단성 이면에 있는 대통령의 감정과 편견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충무로 “웰컴 투 사투리”

    충무로 “웰컴 투 사투리”

    신세대와 구세대를 가르는 바로미터 하나. 사투리를 신종 이모티콘처럼 즐길 준비가 돼 있으면 신세대, 그게 아니라면 우겨봤자 구세대다. MBC 월요 퀴즈토크쇼 ‘말 달리자’의 몇 장면. 최근 연기수업의 하나로 경상도 사투리를 배운다는 가수 강인이 능청스러운 인사말 한마디로 좌중을 휘어잡는다. “빼(뼈)가 뽀사지도록(부서지도록) 멋진 춤과 노래를 보여드리겠습니더.” 이어지는 강원도 토종 사투리 퀴즈. 난이도가 외국어보다 더 높다. 전라도 사투리로 ‘검시다’, 충청도 사투리로는 ‘심이 짠짠햐’로 통하는 ‘우타 그러 빡쎄요’의 뜻은? “‘힘이 세다’의 뜻”이란 국어연구원 본부장의 해설에 젊은 방청객들이 또 한바탕 폭소를 터뜨린다. 유행에 민감한 TV 오락 프로그램이야 그렇다 치자. 드라마의 선남선녀 주인공이 투박한 사투리 자체를 감상 포인트로 구사하는 사례가 줄을 잇는다. ●조폭물 전용서 멜로·누아르로 확산 사투리 복권의 진원지는 영화판이다.‘사투리=조폭코미디’로 통하던 충무로 등식은 완전히 깨졌다. 코믹액션은 물론이고 사투리는 어느새 누아르, 멜로 등 전방위 영역확장에 성공했다. 푸대접 받던 사투리가 발언권을 얻은 배경은 무엇일까. 왜 새삼 그것이 대중문화판의 감상 코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일까. ●“10~20대에 사투리는 일종의 이모티콘” 젊은 세대의 놀이 감수성에 사투리의 언어적 재미요소가 뒤늦게 딱 걸려 들었다는 해설이 우선 설득력을 얻는다. 대중문화평론가 김봉석씨는 “영화를 통해 사투리의 진가가 재조명되기 시작했으며, 영화의 주 소비층인 10∼20대에게 그것은 마치 이모티콘처럼 재미있는 통신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모티콘만으로도 소통가능할 만큼 표준어에 대한 규범의식이 약한 신세대에게 사투리는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유행어라는 설명이다. ‘사생결단’(부산)‘아이스케키’(여수) 등 잇따라 진한 사투리 영화를 내놓는 MK픽처스의 심재명 대표는 “갈수록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제작 분위기여서 극중 배경인 지역 사투리를 정확히 구사하는 것은 연기의 필수요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마이 무따 아이가”(‘친구’의 장동건) “마이 아파”(‘웰컴 투 동막골’의 강혜정) 이후 ‘대사 유행시키기’는 영화 마케팅의 핵심 아이템이 됐다. ●배우들 사투리과외 지역민들의 박수를 이끌어낼 만큼 완벽한 사투리를 선보여야 하는 배우들의 고충은 극심할밖에. 지역민 발음을 녹음했다가 억양 그대로 흉내내는 ‘특훈’은 기본이다. 신애라가 1960년대 여수 아줌마로 변신하는 ‘아이스케키’(8월24일 개봉) 촬영 현장. 소시민의 생활 사투리를 담아내느라 사투리 과외교사가 나타나지 않으면 감독은 아예 슛사인을 넣지 않는다. 제작사 싸이더스F&H의 정현정 팀장은 “주인공의 발음을 벌교 주민들에게 최종 모니터 받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재소자 면회 ‘교도관 입회’ 없앤다

    다음달부터 형이 확정된 서울지방 교정청 소속 재소자들이 교도관 입회 없이 가족면회를 한다.2008년 하반기부터는 가족들이 자택에서 인터넷이나 화상전화기를 활용, 재소자를 원격으로 접견할 수도 있게 된다. 법무부는 수용자들이 면회를 할 때 곁에서 교도관이 대화 내용을 기록하는 대신 첨단 정보화 장비로 대화를 녹음·저장하는 방식의 ‘무인 접견관리 시스템’을 다음달부터 서울지방교정청 소속 13개 교정기관에서 시범운영한다고 23일 밝혔다. 법무부는 이 시스템을 올 하반기에 천안개방교도소를 제외한 대전지방교정청 소속 10개 교정기관에 추가로 구축하고, 내년 말부터 대구·광주 지방교정청 산하 23개 교정기관에도 확대 운용하기로 했다. 이는 교도관이 동석해 자유로운 접견 분위기를 해치고 재소자 심성 순화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을 감안한 조치다. 녹음된 음성파일은 재판·수사상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활용된다.법무부 승성신 교정국장은 “첨단 장비를 활용해 절약되는 교도 인력을 수형자 상담 프로그램 등에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달부터는 1급 모범수형자들이 차단막이 없는 접견실에서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수형자 가족 접견장소 변경 신청제도’도 시행된다. 내년 하반기부터 70세 이상 고령 수형자와 20세 미만 소년 수형자,2008년 하반기부터는 노인 전담 교도소인 경주교도소 재소자, 장애인 개방시설 수형자, 외부로 통근하거나 출역을 나가는 외국인 수형자에게까지 제도가 확대돼 시행된다. 법무부는 아울러 주중에 접견을 하지 않았던 수용자들만 할 수 있었던 ‘휴무 토요일 접견’을 모든 수용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휴무 토요일 접견제도는 다음달부터 서울지방교정청 산하 3개 교도소 등 15개 교정기관에서,2008년 하반기부터 전국 교정기관에서 전면 실시된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외국어고 전형 학교별 점검 포인트

    외국어고 전형 학교별 점검 포인트

    교육부가 2010학년도부터 외국어고 모집단위를 전국 단위에서 해당 광역자치단체로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오는 10월 서울과 경기 지역 외고들이 2007학년도 신입생 모집 전형을 시작한다. 올해 달라진 점을 중심으로 여름방학 동안 서울과 경기 지역 외고 지원 학생들이 반드시 챙겨야 할 사항들을 학교별로 점검했다. 외고 지역제한제에 따른 향후 전망과 대비책도 살펴봤다. 서울과 경기 지역 외국어고 입학전형 요소 가운데 당락을 가르는 것은 구술면접과 학업적성검사다. 여름방학 동안에는 학교별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과거 기출문제에 난이도를 맞추되, 학교별 출제 방침의 특징에 따라 맞춤식으로 공부해야 한다. ●대원외고 최근 시사 뉴스를 집중 체크해야 한다. 특히 올해 특별전형에 신설되는 글로벌리더 전형의 경우 구술면접과 영어듣기에서 시사 관련 내용이 출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영어 듣기는 평소 틀린 부분을 다시 틀리지 않도록 철저히 재점검해야 한다. 듣기 연습을 할 때는 실제 시험과 동일한 조건을 갖춰 이어폰으로 듣지 말고 녹음기로 연습하는 것이 좋다. 특히 듣기의 대화 속도를 빠르고 늦는 정도에 따라 적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지난해 영어 듣기 커트 라인은 85∼90점이었다.5문항 이상 틀리면 합격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국어는 중학교 전 학년 교과서를 꼼꼼히 복습해야 한다. 구술면접에서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대일외고 올해 입학전형의 기본 방침은 ‘영어를 못하면 들어올 생각 하지 말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모든 전형에서 영어 반영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회장·부회장 전형 또는 학교장 추천전형에서는 영어 질문이 없었지만 올해에는 영어 인터뷰가 포함되므로 대비해야 한다. 영어 어휘의 폭도 넓어지므로 다양한 어휘를 공부하는 것도 필요하다. 선정도서도 반드시 영어로 읽어둬야 한다. 해당 도서에 나오는 어휘의 대부분이 출제되며, 영어 듣기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선정도서는 사일러스 마너, 위대한 유산, 작은 아씨들, 프랭클린 자서전, 맥베스, 읽어버린 자전거 등 6권이다. 글로벌 리더 전형에서는 최근의 국제 시사뉴스의 내용을 영어 지문이나 질문으로 사용할 방침이다. 매년 출제됐던 사자성어는 올해도 출제된다. ●명덕외고 구술면접의 영역별 문항 수나 비중은 지난해와 비슷하게 출제되므로, 기출 문제를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영어 듣기는 지난해와 같은 난이도로 출제된다. 언어 지각력 평가에 대비해 그동안 읽은 문학·비문학 작품을 다시 복습하는 것이 좋다. 사고·창의력 문항에 대비해서는 학교 수업시간에 배운 수학과 과학 원리를 다시 짚어봐야 한다. ●서울외고 구술면접과 영어듣기의 문제 유형은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기출문제를 철저히 분석해 대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올해 영어듣기는 지난해보다 쉬울 전망이다. 대신 구술면접의 변별력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영어 40점, 면접 30점 등 비중을 감안해 영어듣기 대비에만 치중하지만 과거 신입생을 보면 영어듣기 능력만 뛰어나고 언어·수리·사회탐구 영역은 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구술면접의 변별력을 높이겠다는 학교의 방침은 이런 이유에서다. 구술면접은 국어와 영어, 사고·창의력, 사회교과 등이 고른 비중으로 출제될 예정이다. ●이화외고 구술면접에서 언어영역 문항의 변별력을 높일 계획이다. 국어와 영어 문항은 수능 형태로 출제될 예정이다. 영어지문 제시형 구술면접에서는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항이 출제될 전망이다. 영어 지문 독해를 잘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논리적인 영어 지문을 제대로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지에 평가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영어듣기 난이도는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거나 조금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영외고 지난해처럼 서울 지역 외고 가운데 유일하게 영어듣기에 수리적 지식을 요구하는 문항을 출제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수학 문항을 출제하는 것이 아니라 수학적인 사고력을 영어 지문을 통해 묻는 형태다. 영어듣기는 긴 지문의 문항은 배제하고, 어려운 문항을 지난해보다 줄일 계획이다. 지난해 영어듣기 커트라인은 70점 만점에 62점이었지만 올해는 64∼65점으로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한다. 국어는 단순 지식을 묻기보다 논리적 사고력을 평가하는 문항이 출제된다. 평소 글을 읽으면서 문장을 완전히 이해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경기 지역 주요 외고 고양외고는 수리·창의력 학업적성검사의 수준을 지난해보다 올려 어렵게 출제할 방침이다. 지난해에 쉬워 변별력이 없었다는 지적에 따라 수준을 높이되 재작년 수준으로 난이도를 맞출 계획이다. 때문에 지난해 기출문제보다는 재작년 기출문제의 수준에 맞춰 공부해야 한다. 영어독해에서는 어휘와 문법문항을 함께 출제하며, 평소 영자 신문이나 영어로 된 쉬운 소설 등을 읽은 경험이 있는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출제할 계획이다. 특별전형에서는 일반전형에 비해 영어 지문의 내용 및 지시문 등의 난이도가 높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명지외고는 학업적성검사에서 창의·사고력 문항의 비중을 40%에서 60%로 늘리고, 수리 문항은 60%에서 40%로 줄였다. 창의·사고력 문항은 실생활과 관련된 내용이 수식이 없는 문장 형태로 출제되므로, 문장 해석 능력을 갖춰야 한다. 영어는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독해 부분을 지난해보다 어렵게 출제할 계획이다. 지문의 소재도 과학이나 예체능 관련 지문이 추가돼 다양한 어휘력과 주변 지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어 듣기의 난이도는 지난해와 비슷하다. 한국외국어대 부속외고는 올해 글로벌 학업적성검사를 처음 도입했다. 이는 통합언어와 통합탐구 영역 등 통합교과형 문항으로 출제된다. 소재는 전 교과의 내용이 포함된다. 때문에 여름방학 동안 중학교 3학년 1학기 기말고사 문제를 다시 한번 풀어보면서 교과서를 복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듣기는 다양한 소재를 출제하지만 학교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쓰이는 표현을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교내에서 100% 영어만 사용하도록 하는 학교방침이 반영된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인성면접에서는 특정 지식이 아니라 질문자의 질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에 평가의 초점을 둔다. 어떤 말을 묻고 있는지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본다는 것이다. 면접시 용모가 단정하지 못하면 감점되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 도움말 ㈜하늘교육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외고 지역제한제 영향은 교육부의 외국어고 모집단위 지역제한 방침에 따라 서울 지역 외고간 격차가 더욱 커지고, 상위권 외고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수목적고 입시 전문교육기관인 ㈜하늘교육은 최근 외고 진학을 원하는 예비 수험생들을 위한 ‘외고 입시 정책에 따른 점검사항’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교육부의 방침대로 2010학년도부터 외고 모집단위가 해당 광역자치단체로 제한될 경우 그동안 다른 지역의 우수한 지원자를 신입생으로 선발했던 학교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곳은 서울 명덕외고와 이화외고, 경기도 용인의 외대부속외고 등을 꼽을 수 있다. 명덕외고는 합격생 가운데 서울 이외 지역 학생 비율이 48.8%로 지역제한제가 도입되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적지 않은 학생이 경기도 고양이나 부천에서 유입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곳에 진학하기 위해 대거 전학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화외고도 서울 이외 지역에서 진학한 학생 비율이 전체의 35.6%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최근 지원자 수도 줄어드는 추세라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에서는 외대부속외고가 가장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합격자 가운데 경기 이외 지역 학생 비율은 전체의 40.2%에 이른다. 때문에 경쟁률이나 합격선이 모두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서울 지역 외고로 진학하던 학생들이 대부분 이 곳을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대원·대일·서울·한영외고 등 네 곳은 서울 이외 지역 학생들이 적은 편으로 지역제한제에 따른 피해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늘교육은 특히 대원외고의 경우 상위권 학생들의 경쟁이 매우 치열해져 합격선이 오히려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 지역의 인기 외고에 진학하려던 학생들이 지역제한으로 대원외고에 지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늘교육 임성호 실장은 “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08학년도부터는 서울에 공립 국제고도 문을 열기 때문에 외고 지원이 비교적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中 1·2년생 특목고수함 대책 교육부가 2010학년도부터 외국어고 지역제한 방침을 밝히면서 현재 중1·2 학생들은 현 제도 하에서 외국어고 진학의 ‘막차’를 탈 전망이다. 그만큼 지원하려는 학교에 따라 경쟁도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현재 중1·2 학생들은 목표 학교를 되도록 빨리 결정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재 중 1·2 학생들은 외고와 과학고, 자립형사립고 가운데 어느 곳을 진학할지 조기에 결정, 이에 따른 학교 내신조건과 구술면접 시험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목표 결정이 빠른 만큼 대비도 빨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외고에 지원하려는 학생들은 구술면접에 신경을 써야 한다. 구술면접은 대부분 교과서 밖의 내용으로, 국어와 수학 분야에서 깊이 있는 실력을 갖춰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 출제된다. 교과서 문제는 거의 출제되지 않는다. 사고력 문제는 가장 어렵다. 이는 중학교 교과서 수학 문제 형태가 아니라 사고력과 창의력을 요하는 문제로, 교과영역별 형태의 문제를 변형시킨 사고력 문제들이다. 이밖에 영어듣기와 학교 내신성적을 비롯한 학교별 지원자격도 미리 챙겨 대비해야 한다. 토익이나 토플, 내신 등 필요한 자격 점수를 갖춰놓지 않으면 정작 지원할 때는 점수가 부족해 지원조차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경기 지역 외고의 주요 전형요소는 학업적성검사와 영어듣기, 학교 내신성적 등이다. 서울과 달리 학업적성검사는 교과서 수학 문제가 그대로 출제되기도 하지만, 수능 형태의 영어 독해문제와 국어 문제가 출제되기도 한다. 지방 외고의 경우 학교마다 선발방식이 조금씩 다르지만 서울이나 경기 지역 외고에 비해 학교내신의 중요성이 비교적 높으므로 이에 맞춰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외고라는 이름만 보지 말고, 현재 재학생 수준이나 면학 분위기, 진학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외교하기엔 너무 솔직한 부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8(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에서 애매모호한 외교적 수사에 능통하지 못한 직설적 텍산(텍사스 출신)임을 또 한번 드러냈다. 부시 대통령은 17일 폐막오찬 중 “진짜로 필요한 일은 시리아가 헤즈볼라로 하여금 그 엿같은 짓(shit)을 그만두게 압력을 넣어야 한다는 거요.”라고 막말을 뱉어냈다. 그는 롤빵에 버터를 발라 먹으며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에게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문제로 유엔에 대해 짜증이 났던 것을 설명하던 중이었다. 오찬장 주변에 녹음장치가 설치돼 마이크로폰으로 옆자리까지 ‘생중계’된 상황을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이 알아차리지 못했다. 전세계 언론들은 블레어 총리에게 “어이(Yo) 블레어”라고 부르며 음식을 입에 넣고 쩝쩝댄 부시 대통령의 민망스러운 대화록을 앞다퉈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60살 생일을 막 보낸 부시 대통령이 G8 정상들을 칭찬하며 협력적인 지도자로서 새로운 이미지를 심으려 했으나, 세계를 아군과 적군으로 가르는 흑백의 단순한 세계관을 감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부시 대통령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불만을 표시하며 “나는 (레바논에 군대를 파견하는) 그 결과가 별로다. 그의 태도는 기본적으로 전쟁만 끝나면 나머지는 뭐든 일어나도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블레어 총리가 “진짜 어려운 점은 현재의 국제 상황이 동의되지 않으면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문제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이지요.”라고 답했다. 중동 특사로 활동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블레어 총리의 의견을 부시 대통령은 “조금 있다가 콘디(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가 갈 겁니다.”라고 일축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서울신문 102년-종이신문 생존전략] MP3로 듣고 휴대전화로 읽고…

    [’서울신문 102년-종이신문 생존전략] MP3로 듣고 휴대전화로 읽고…

    ■ 미국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에서 종이 신문의 퇴락과 뉴 미디어의 부상은 돌이킬 수 없는 추세가 되고 있다. 미 신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 610개 신문의 발행부수는 전년보다 주중에는 2.5%, 주말에는 3.1%가 줄었다. 신문 부수는 줄고있지만 신문사의 인터넷 사이트를 찾는 독자는 크게 늘었다. 올해 1·4분기에 신문사 웹사이트 방문자는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8%가 증가했다고 신문협회는 밝혔다. 미 신문협회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인 존 킴벌은 “웹사이트 방문자 증가로 올해 신문사의 온라인 광고 수입은 25∼30% 늘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온라인 수입이 신문사 전체의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5%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온라인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앞으로 신문사 경영의 중요한 전략이 될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언론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미래 신문의 모델은 놀랍게도 캔자스주의 로렌스라는 작은 도시에서 발행하는 ‘로렌스 월드 저널’이라는 신문이다. 전문가들이 발행부수가 2만부에 불과한 이 신문에 주목하는 이유는 ‘미디어 컨버전스’를 독자들의 실생활에서 구현했기 때문이다. 로렌스 저널 월드는 신문과 인터넷, 방송(케이블TV 소유) 뿐만 아니라 전화와 MP3플레이어 등 현존하는 모든 기술과 기기를 통해 시민들에게 뉴스와 정보를 제공한다. 매일 아침 로렌스시의 남자들은 신문을 읽고, 주부들은 케이블TV 뉴스를 보며, 학생들은 아침에 로렌스 저널 월드의 신문 기사를 목소리로 서비스하는 포드캐스팅(Pod Casting)을 아이포드에 녹음해 등굣길에 듣는다. 동네 환경에 관심이 많은 주민들은 이 신문의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쓰레기 처리 문제 등을 놓고 다른 주민들과 채팅한다. 스포츠 팬에게는 캔자스대학의 미식축구와 농구 팀의 경기 스코어를 실시간으로 휴대전화로 전송한다. 로렌스 저널 월드의 신문과 방송, 인터넷 직원들은 모두가 하나의 사무실에서 근무한다. 뉴스 보도뿐 아니라 제작 과정도 융합이 이뤄지고 있다. 로렌스 저널 월드의 웹사이트는 한 달에 700만 페이지 뷰(독자들이 웹사이트에서 본 화면의 총수)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 신문의 모회사인 월드는 독자들이 웹사이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시의 30개 지역에 무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핫 스폿’을 설치했다. 이 신문의 발행인인 돌프 시몬스는 “로렌스 저널 월드는 ‘작은 도시의 작은 뉴스’에 집중하는 매체”라면서 “테크놀로지의 적용도 중요하지만 콘텐츠의 질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로렌스 저널 월드의 중요한 성공 요인 가운데 하나는 작은 도시에서 외부의 견제나 위협이 없이 ‘독점적인’ 사업을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경쟁에 노출된 미국 대도시의 거대 신문사들은 속도조절을 하면서 좀더 신중하게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권위지인 뉴욕타임스는 아직까지 수익의 90%는 종이신문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온라인 쪽의 수익이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있다.”고 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상반기에 웹사이트를 개편하면서 일부 콘텐츠를 유료화했다. 개편된 뉴욕타임스의 웹사이트는 종이신문과 달리 동영상과 사진 슬라이드 쇼 등 멀티미디어를 기사보다 돋보이도록 배치했다. 뉴욕타임스 웹사이트의 2004년 매출액은 5310만달러(약 530억원), 순이익은 1730만달러(약 170억원)였다. 최근 몇년간의 연 평균 성장률은 30∼40%나 된다. 욕타임스의 웹사이트 방문자는 하루에 무려 1800만명이나 된다. 뉴욕타임스의 하루 평균 발행부수는 110만부. 그러나 웹사이트를 유료화할 경우 대부분의 독자가 떠날 것으로 뉴욕타임스는 예측하고 있다. 아서 슐츠버거 뉴욕타임스 발행인은 “무료에 익숙한 인터넷 독자들에게 고급 콘텐츠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교육’하는가가 과제”라고 말했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뉴욕타임스가 디지털 시대에도 계속 중심적인 역할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미디어 업계의 관심거리”라면서 “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주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dawn@seoul.co.kr ■ 일본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의 신문 발행부수는 하루평균 5400만부로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 최고인 신문대국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조간만 1007만부다. 아사히신문은 825만부, 마이니치신문이 395만부(일본신문협회 2005년판 통계)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요미우리·아사히신문은 연간 10만부 안팎, 다른 신문들도 수천∼수만부씩 부수가 줄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의 조간신문 1000만부 시대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신문업계 전체가 비상이다. 일본신문협회는 모든 신문의 발행부수를 알리는 가이드북을 발행해왔으나 올해는 절판했다. 신문시장 전체 축소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일본 신문업계 관계자들은 “일본 국민은 아직도 인쇄매체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 인터넷신문은 신뢰도가 떨어져 영향력이 아직 미미하다.”면서도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종이신문 독자가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위기감을 드러낸다. 위기의식에 따라 주요 신문들은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모두 TV 등 계열방송사를 소유하고 있는 도쿄의 주요 신문사들은 인터넷홈페이지의 업데이트 주기를 단축시키고 있으며, 휴대전화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전반적인 신문의 약세기조에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일한 경제지로서 일본의 경기회복을 활용, 일본내·외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 주목된다. 니혼게이자이는 특히 신문과 통신, 방송 등의 미디어 융합에 대비, 모범적인 변신을 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문도 인터넷에 잠식당하지 않고,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평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조간신문 발행부수가 2003년 298만부에서 2004년 300만부로 늘었고,2005년에는 306만부로 늘었다. 지난해 광고도 전년보다 5% 증가했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2% 늘어난 2300억엔(약 1조 8800억원)이었다. 이처럼 니혼게이자이는 지난해 지면 차별화와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약진했다. 지면차별화를 위해서 1면 머리기사는 다른 신문이나 주요 방송과는 다른 사안을 배치한다는 원칙에 충실했다. 종이신문 기사의 독점성을 높이기 위해 인터넷신문에는 전체기사의 30% 이하만 서비스하는 ‘30%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종이신문 기사의 인터넷 게재 수는 물론 개별기사의 크기도 30%로 제한한다. 다른 주요 신문들이 인터넷에 100% 기사를 게재하는 것과 다르다. 포털사이트에는 기사를 포함한 콘텐츠를 절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 독특한 경제비평기사도 차별화 상품이다. 또 종이신문과 인터넷의 융합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윈윈(상생)전략’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종이지면과 인터넷 홈페이지의 세트광고를 하고, 인터넷 구독신청 코너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책임경영체제를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부문을 독립시켜 철저한 독립채산제를 실시, 경영효율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니혼게이자이는 일본내의 신문 중 인터넷대응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인터넷과 유료 정보 데이터베이스 서비스사업을 펴는 니혼게이자이 전파미디어국의 연간 매출액만 260억엔(약 2100억원)이다. 매출액과 순이익이 증가 추세라는 것이 회사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도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고 회사관계자는 토로한다.“유일한 경제지로서 일본경제의 활황에 따른 혜택으로 반짝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taein@seoul.co.kr ■ 유럽 |파리 함혜리특파원|“내가 이 신문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떠납니다.” 프랑스의 대표적 좌파일간지 리베라시옹의 창업자 세르주 쥘리는 지난달 30일 ‘내가 리베라시옹을 떠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독자들에게 남긴 뒤 물러났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와 함께 1973년 창간한 지 33년 만이다. 그는 이 글에서 “프랑스의 종합 일간지는 물론 텔레비전과 라디오도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과 인터넷의 보급으로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며 리베라시옹 자체가 특별히 소비적인 신문이 아님에도 올해 예상되는 손실이 책정된 예산 250만유로(약 30억원)를 훨씬 넘는 700만유로(약 85억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리베라시옹의 추락은 프랑스 진보언론의 암울한 장래, 그리고 인터넷 시대의 활자 미디어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리베라시옹만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다. 한때 최고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던 ‘프랑스 수아르’도 경영난 심화로 주인 바꾸기가 거듭되다 결국은 영국 타블로이드판 대중지 스타일로 바뀌는 운명을 맞았다. 프랑스 일간지 시장은 독자 감소, 이에 따른 신문사들의 재정악화, 무가지와 인터넷 매체 등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등장에 따른 경쟁력 상실이란 세가지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신문사들은 대기업의 자본참여를 통한 위기 극복을 시도하고 있지만 거대자본의 유입으로 신문들은 ‘독립성과 다원성의 침해’라는 또 다른 위기를 맞는다고 프랑스 정부산하 경제사회이사회 보고서는 지적한다. 보고서는 신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종합일간지가 민주주의의 핵심적 위치를 되찾도록 신문기본법을 제정하고 신문 유통의 발전과 현대화를 위해 신문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또 기존의 가두판매를 재조직하고 정기구독 체제를 지원하는 등 정부가 유통조직 재편성을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부차원에서 다양한 신문산업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신문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극적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비주얼 시대에 맞게 편집 스타일을 바꾸고 감각적인 젊은층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주말판을 발간하는 것은 기본. 인터넷 사이트를 보기 쉽게 디자인하면서 오디오와 비디오 뉴스를 동시에 듣고 볼 수 있도록 재정비하고 있다. 일간지 르몽드와 르피가로는 백과사전이나 박물관 화보집과 같은 도서 시리즈, 흘러간 명화 DVD 시리즈, 음악CD 등을 판매하면서 수익원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벨기에의 한 일간지가 세계 최초로 휴대용 디지털 전자신문으로의 전환을 시도할 계획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벨기에 최대 항구도시 앤트워프를 기반으로 한 경제 일간지 ‘데 타이트(De Tijd)’는 지난 4월14일부터 세계 최초로 휴대용 디지털 전자신문 시험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시험 서비스 기간에 독자 200명에게 신문의 인터넷판에 접속해 기사를 내려받을 수 있는 휴대용 전자기기를 무료로 나눠줬다. 독자들은 무선을 통해 인터넷판에 접속만하면 자동으로 업데이트된 기사내용을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종이두께에 타블로이드판 신문 한면 크기(8.1인치)의 스크린이 장착된 휴대용 기기는 전자잉크(E-Ink)를 이용하기 때문에 어디든 들고 다니면서 쉽게 읽을 수 있다. 컴퓨터나 TV 스크린과 달리 한번 텍스트나 그래픽을 입력하면 다시 입력하기 전까지 전원이 없어도 내용이 그대로 보존된다. 독자들은 특수 펜으로 기사에 대한 코멘크를 쓸 수 있으며, 광고면을 터치하면 해당 광고업체의 홈페이지로 직접 연결된다. 전자신문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페테르 브륀셀스는 “시험 서비스 결과를 정밀 분석해 비즈니스 모델을 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 구독비용은 한달 평균 400유로(약 50만원)이나 될 것으로 추산되지만 독자 수가 늘어날 경우 대폭 내려갈 것으로 신문사측은 내다봤다. 프랑스의 경제일간지 레제코(Les Echos)와 독일의 국제미디어기술연구협회(IFRA)도 유사한 시도를 하고 있다. lotus@seoul.co.kr ■ 중국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지난 3월25일 상하이 푸단대학에서 열린 ‘중국 매체 창신(創新)회’. 중국의 거의 모든 주요 언론 관계자들이 모였다. 신문·방송 등 전통 언론 매체 경영자뿐 아니라 유력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최고경영자(CEO)들까지 망라됐다. 중국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참석자들은 신문시장을 비롯한 전통 언론시장의 위기를 논했다. 한때 금융, 건설과 함께 ‘돈 되는’ 3대 업종으로 불리던 신문업종이 본격적인 전성기를 누린 지 불과 10여년만이다. 중국은 고도 경제성장과 13억 인구 등 ‘광고’와 ‘독자’가 모두 뒷받침되는 전통매체로서는 보기 드문 황금시장이었다. 심지어 한때 신문업계는 ‘폭리 업종’으로까지 불렸었다. 위기의 본질은 신문출판총서 스펑(石峰) 부서장의 지적대로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 신흥 매체의 등장과 매체 상호간 경쟁으로 전에 없던 도전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한때 중국에는 이른바 ‘도시신문’간의 지나친 증면 경쟁이 불붙으면서 일간지 면수가 하루에 최대 150∼200면까지 발행되는 신문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2005년 중국의 신문 광고시장은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중국 신문시장으로서는 처음 겪는 일이다. 반면 인터넷 및 디지털 매체의 광고수익은 전년보다 77% 증가한 31억위안(약 3700억원)이나 됐다. 올해는 40억위안(약 48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인터넷, 휴대전화 뉴스서비스, 디지털TV, 블로그, 포드캐스팅(Pod Casting) 등 신매체들로 인해 신문산업의 광고수익 잠식은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매체 창신회에서 뚜렷한 대안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논의의 핵심은 ‘컨버전’과 ‘경영 다각화’였다. 경화시보(京華時報)의 우하이민(吳海民) 사장은 “과도하게 광고에 의존하던 과거의 경영방식으로는 생존해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하이 동방위성TV의 쉬웨이(徐威) 본부장은 “현재 직면한 도전은 TV라도 비켜가지 않는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같은 분위기로 최근 중국 언론 매체간에 진행중인 초거대화, 초집단화 현상이 지속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최근의 현상은 1990년대 중반부터 정부 주도에 의해 미디어 그룹들이 형성될 때와는 달리 생존을 위한 당사자간의 필요에 의해 이뤄진 측면이 상대적으로 많다. 합병을 통한 거대화·집단화 작업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문회신민연합집단(文新民聯合集團)’의 탄생을 꼽을 수 있다.76년의 역사를 가진 신민만보(新民晩報)는 합병이전 이미 석간 신문시장의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66년 전 창간된 문회보(文報)는 지식인 사회에서의 영향력이 지대한 매체였다. 그러나 둘 다 고정 독자들의 ‘노화’와 신규 독자 흡수 부진 등으로 매체 영향력이 떨어져 가는 상황이었다. 문회집단의 후진쥔(胡勁軍)신문담당 사장은 “매체간 융합과 경영 다변화가 절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문회신민집단은 11개의 신문사,6개의 잡지사,1개의 출판사를 보유하며 영향력을 유지해가는 동시에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회사도 설립했으며, 다른 6개 주류 언론사와 합작해 만화 채널을 신설했다. 패왕별희(王別姬), 화목란(花木蘭) 등 영화에도 참여했다. 해외시장 개척에도 눈을 돌려 신민만보는 현재 17개 해외판을 운영하고 있다. 집단 전체는 매년 이익의 3분의 1은 재투자에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진화를 고민하는 ‘신문 천국’ 중국. 방향타는 잡았으나,‘어떻게’가 문제로 남는다. jj@seoul.co.kr
  • SKT 뮤직 포털 ‘멜론’ 새단장

    SK텔레콤은 뮤직 포털 멜론 사이트의 주화면을 새단장하고 웹 노래방 등 신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11일 밝혔다. 신규 노래방 서비스는 애창곡을 따로 관리할 수 있는 데다 직접 부른 노래를 녹음, 내노래 벨소리로 제작할 수 있어 반주만 제공하던 기존 웹노래방과 다르다. 웹노래방 이용료는 반주만 이용시 1시간에 500원, 하루 1000원이다.
  • [주말화제] 인형극에 빠진 은발의 청춘

    [주말화제] 인형극에 빠진 은발의 청춘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화2종합사회복지관 2층 강당.‘까투리 타령’에 맞춰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인형이 장구와 소고를 치며 덩실덩실 춤을 춘다. 이내 도깨비 인형과 혹부리 영감 인형이 불쑥 나오더니, 동요가 흐르자 빨간모자 인형, 늑대 인형까지 나와 ‘얼쑤’ 신명을 보탠다. 작고 앙증맞은 막대 인형들이 저 혼자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들의 손끝이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고 있었다. 인형을 번쩍 머리 위로 들어올려 쳐다봐야 하는 다소 불편한 자세다. 하지만 어린아이 같은 미소는 할머니들의 얼굴에서 좀체 떠날 줄을 모른다. 어르신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따라 인형들도 쓰러지고 일어나고, 울고 웃는다. 어려운 동작을 만들어내야 하는 순간 할머니들은 진지하기 그지없다. ●유치원·장애인 복지시설서 공연 국내 방방곡곡은 물론 해외까지 입소문이 퍼진 실버인형극단이 정기 연습을 하는 날이다. 우연히 인형극을 구경했던 방화동 할머니들이 “우리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2003년 3월 동아리를 만들었다. 인형극과 더불어 젊음을 찾은 지 어느새 3년이 넘었다. 연기 레퍼토리 ‘혹부리 영감’,‘아버지와 아들’,‘빨간 모자’ 등에 등장하는 막대 인형도 손수 만들고, 대사도 직접 녹음하며 펼쳤던 공연이 벌써 100여 차례. 현재 75∼85세 7명(1기)과,62∼67세 8명(2기) 등 15명 할머니들이 가족처럼 오순도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연습 도중 다리가 아파 잠시 쉬고 있던 최종예(79) 할머니에게 “힘드시지 않냐.”고 슬쩍 물었다. 최 할머니는 “공연 나가면 어린이들이나 장애인들, 같은 또래 노인들이 그렇게 좋아해줘 우리도 재미있고 즐겁죠.”라면서 “여기저기서 많이들 부르지만 힘든 줄 몰라요.”라고 미소를 지었다. 실버인형극단은 2003년 8월 열린 춘천 세계인형극제에서 아마추어 연기상을 받았다. 또 지난해 8월엔 일본에서 열린 이시다 인형극 축제에 초청받아 해외 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들의 주 무대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아동복지시설, 장애인 복지시설, 노인정 등이다. 김옥순(81) 할머니는 “집에만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이젠 연습을 하지 않거나 공연을 하지 않으면 되레 허전하고 심심해요.”라면서 “자꾸 연습하고 공연하며 몸과 머리를 쓰니까 건강에도 좋고 더 젊어지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연습 않거나 공연 없으면 허전하고 심심” 이날은 맏언니 김남수(85) 할머니가 쉬는 시간 간식으로 떡을 ‘쐈다’. 강당은 곧 사랑방으로 변했다. 혈압이 높은 정종녀(78) 할머니의 건강 걱정에서부터 지난주 갔다 왔던 장애인 복지시설 공연에 이르기까지 이야기가 송이송이 피어난다. 김 할머니는 “공연을 다니다 보면 안타까운 모습을 많이 보게 돼요.”라면서 “우리야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아 상관없지만 젊고 어린 사람들은 아픈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음료수 한 잔을 건넨다. 실버인형극단 할머니들은 “나이가 많은 게 무슨 상관입니까.”라며 “건강만 허락한다면 계속 즐겁게 사회에 봉사하며 살아가고 싶어요.”라고 입을 모았다.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김숙기 가족클리닉-행복 만들기] 의처증 남편, 어떡하면 좋을까요

    결혼생활을 한 지 12년 된 직장여성으로 8세,3세 자녀를 두고 있어요. 둘째를 낳고 난 이후 의욕이 안 생겨 남편과의 잠자리를 자주 거부하게 되는데 남편은 그때마다 “딴 사람이라도 있느냐.”고 의심하면서 휴대전화와 이메일을 감시해요. 회식이 있어 늦게 들어가면 팬티까지 검사하고 밤새 들들 볶아 견디기가 힘들어요. 제가 잠시 남자문제로 실수한 적이 있어 잘 해결하고 싶지만, 갈수록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의처증도 고쳐질까요.- 박영미(가명·43세) - 남편이 의심할 때마다 여성으로서 자존심 상하고 모멸감이 느껴져서 힘들지요? 그러나 과거 남자문제로 본의 아니게 남편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고 그것이 이유가 되어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경우라면 신뢰를 깬 사람의 노력이 중요하지요. 조금 더 남편에게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남편의 행동을 무조건 ‘의처증’이라고 단정짓지 말고, 먼저 자신의 생활을 모두 공개해 신뢰를 회복하도록 애써야 합니다. 부부에게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덕목은 ‘투명성 확보’인데,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우자가 모르는 비밀이 조금씩 쌓이면 상대의 가슴 속에 상처 또한 크게 남게 마련이지요. 배우자의 상처받은 예민한 부분을 건드리기 싫어서, 또는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 ‘선의의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이러한 행동들이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숨기면 캐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지요. 신뢰에 금이 간 부부끼리는 무엇이든 최대한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성과의 관계가 필요하다면 혼자만의 영역이 아닌 부부 공동의 영역으로 확대시키고 휴대전화나 이메일 등 패스워드로 숨겨진 것은 가능하면 서로가 공유하도록 하세요. 숨겨진 것에는 집요하게 집착하지만 서서히 신뢰가 쌓이면서 공유되어지는 것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게 됩니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치고 힘든 마음을 나누세요. 부부간 친밀감을 높이는 데 대화와 성관계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문제는 아내의 대화욕구와 남편의 성적욕구가 불만족스러울 때인데 한쪽이 원하는 것을 다른 쪽이 의도적으로 피하는 경우, 상대방도 자기방어적인 공격심리가 바로 나타나게 되지요. 서로간의 소통이 보다 원활하다면, 남편의 의심은 줄어들 것입니다. 남편과 더 많이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세요. 만일 회사에서 회식을 하거나 늦게 된다면 좀 더 분명하고 자세하게 그날의 스케줄을 이야기하세요. 예를 들어 “오늘 업무보고 때문에 아마 8시까지는 사무실에 있게 될 거예요. 저녁은 사무실에서 부서사람들하고 미팅하면서 먹고, 한 11시 정도 되어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구체적인 스케줄을 말하고 가급적 오는 전화는 피하지 말고 바로바로 응대해주세요. 남편과의 잠자리 관계도 회복하는 노력을 보이세요. 남편과의 잠자리 관계를 정상적으로 회복하게 되면 문제는 더 쉽게 풀립니다. 만족스러운 부부 성관계는 생활 속의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해주고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생성시켜주기도 합니다. 성적 행위를 통해 자신이 상대방에게 배려와 존중, 그리고 사랑을 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친밀감과 신뢰감을 충족시키세요. 그러나 충분히 납득할 만한 상황 또는 증거가 있고, 구체적이고 자세한 해명과 위와 같은 아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의심으로 일관한다거나 불륜을 저질렀다는 망상을 갖고 이상행동을 하는 경우, 즉 자백 강요를 위한 폭력·협박·녹음행위 및 비디오 촬영과 몸 검사 등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방법들이 동원된다면 단호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때에는 전문가의 직접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의심을 지지해줄 만한 증거를 찾는 데에만 몰두하게 돼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됩니다. <나우미 가족문화연구원장>
  • 라이스, 러 외무에 일장 훈계

    미·일 정상의 ‘닭살’ 데이트와 대조적으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일장 훈계를 늘어놓는 녹음 테이프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공개됐다. 미국 NBC-TV 인터넷판은 라이스 장관이 선진7개국·러시아(G8) 외무장관들의 모스크바 회동에서 라브로프 장관과 입씨름을 벌이는 내용이 담긴 녹음 테이프를 입수했다며 이를 보도했다. 이 테이프에 따르면 라이스 장관은 점심 식사를 하던 도중, 라브로프 장관이 공동성명에 ‘이라크 새 정부가 외교관 보호에 소홀하다.’는 대목을 넣자고 입을 열자 발끈했다. 이 장관들은 오는 15∼17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모였다. 그의 제안은 지난주 자국 외교관 4명이 저항세력에게 살해된 것이 이라크 정부 탓이라는 점을 G8이 분명히 하자는 취지였다. 은근히 미국을 겨냥했다는 오해를 살 법도 하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살인자들을 ‘궤멸’하라는 지시를 내리도록 부추긴 인물이라고 방송은 덧붙였다. 라이스 장관은 “당신도 잘 알고 있듯이 우린 매일 병사들을 잃고 있어요.(이라크 새 정부가)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는 식은 곤란해요. 우리도 노력하고 있어요. 그것도 엄청난 희생을 치르면서 말이에요.” 그녀는 이어 “진짜 문제는 저항세력들이 민간인과 연합군에게 파멸적인 공격을 한다는 점”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외교관들만 더 잘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옳지 않다.”고 따졌다. 그녀는 라브로프 장관이 끼어들려고 하자 목청을 더욱 높여 “민감한 때, 당신네 외교관들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것은 잘 알고 있어요. 그러나 난 이 문제를 별개 사안으로 다뤄야 한다거나, 지금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어요.”라고 딱 잘라 말했다. 방송은 외교관끼리의 솔직한 대화는 감춰주는 관행을 깨고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흘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둘의 성마른 대화는 양국 관계가 이란 핵 등으로 인해 얼마나 틀어졌는가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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