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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때 직접 녹음한 ‘행복을 주는 사람’에 맞춰 행진

    대선 때 직접 녹음한 ‘행복을 주는 사람’에 맞춰 행진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은 국민이 참여하고 공감하며 즐기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국민대통합’ 축제의 한마당으로 치러졌다. 7만여명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마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시작된 취임식은 국민을 중심에 둔, ‘국민 행복, 희망의 새 시대’라는 박 대통령의 국정 비전에 맞춰 진행됐다. 이날 취임식엔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와 김영삼·전두환 전 대통령,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참석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건강 상태가 크게 좋지 않아 불참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도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야권의 경우 민주통합당에서는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박기춘 원내대표 등 지도부 대부분이 참석했다. 문재인 전 대선 후보는 불참했다. 문 전 후보는 초청장은 받았지만 부산에 있어서 참석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정의당에서는 노회찬·조준호 공동대표와 강동원 원내대표, 이정미 대변인이, 통합진보당에서는 오병윤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했다. 하지만 이정희 대표는 불참했다. 가족석에는 박 대통령의 동생 내외인 박지만 EG회장, 변호사 서향희씨와 5촌 조카인 방송인 은지원씨 등이 앉았다. 취임식에는 다양한 사연을 지닌 국민들이 참석해 박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했다. 평안남도 출신인 김석진(75)씨는 1951년 ‘1·4후퇴’ 때 경기 용인으로 내려왔다. 김씨는 “전쟁 중에 가족을 모두 잃었다”면서 “박 대통령 임기 중에 어서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임식에 초청받았다가 참석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지체 1급 장애인인 서보민(23·여)씨는 첫 여성 대통령 취임식을 보려고 인터넷으로 일반 국민 참여 신청을 해서 취임식에 초대됐다. 아침 일찍부터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어렵사리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갔지만, 취임식이 끝날 때까지 행사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취임식장 밖에서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서씨는 “오전 9시쯤 왔지만, 식전 공연 리허설을 한다고 기다리게 하더니 시간이 더 흐르니까 이젠 남은 좌석이 없다며 못 들어가게 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서씨는 “새 정부는 장애인도 차별 없는 국민대통합의 세상을 만들어 줄 거라는 기대에 부풀었는데 취임식 첫날부터 그런 기대가 무너졌다”고 아쉬워했다. 취임식이 아니라 연예인의 식전 행사를 보러 온 ‘잿밥에만 관심을 보인’ 유형도 있었다. 인터넷으로 신청해 초대받은 여고생인 김예지(16)양 등은 그룹 JYJ를 보러 취임식장을 찾았다. 김양은 “저 말고도 팬클럽 회원 상당수가 취임식장을 찾았다”면서 JYJ의 공연이 끝나자 함께 온 친구와 식장을 빠져나갔다. 취임식장 입구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행사 진행요원들이 참석자들에게 기념품으로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이라고 적힌 무릎 담요와 손난로를 나눠 줬다. 중앙무대 뒤편에 설치된 반원형의 대형 그림은 신흥우 화백의 ‘희망아리랑’.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다양한 악기로 아리랑을 연주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그림 속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첫 여성 대통령인 박 대통령을 상징하는 여성이다. 취임식 한쪽에 마련된 ‘희망꽂이’도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국민 여러분의 희망의 메시지를 받습니다’라고 적혀 있는 희망꽂이에는 취임 축하 메시지와 박 대통령에게 바라는 희망을 적은 분홍, 초록, 연두색 등의 색종이가 가득 찼다. 식전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가수 싸이가 등장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강남스타일을 부르자 7만여명의 참석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말춤을 따라 하며 취임식장 분위기를 달궜다. 싸이는 강남스타일을 부르기 전 “이 노래처럼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원한다”고 말했다. 취임식이 끝나고 박 대통령이 국회 앞마당을 걸어갈 때 대선 기간 박 대통령이 직접 부른 노래 ‘행복을 주는 사람’이 흘러나왔다.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녹음실에서 헤드폰을 쓰고 녹음을 하는 장면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나오자 참석자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엠보코2 “매주 음원 1곡만 엄선 출시” 이유는?

    엠보코2 “매주 음원 1곡만 엄선 출시” 이유는?

    출연진들의 상향 평준화된 실력과 함께 지난 22일 첫 방송부터 ‘오디션의 끝판왕’ 명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 ‘엠넷 보이스코리아 시즌2’(이하 엠보코2)가 매주 화제의 음원을 1곡만 엄선해 출시하기로 결정해 눈길을 끈다. CJ E&M 측은 “방송 직후 라이브 음원을 내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음원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권리를 배려한다면 최고의 퀄리티를 제공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면서 “ 경쟁을 기반으로 한 오디션 자체의 공정성, 원곡의 가치를 심도 있게 전달해야 하는 음악 프로그램의 사명감을 고려해 엠보코2 기준에 합당한 1곡에 한해 음원을 출시하기로 했다.”고 의도를 전했다. 포털 검색어 순위 및 출연진 각각의 클립으로 나눠진 엠보코 2 영상 클릭수, 원곡 음원 차트 진입 등을 집계한 수치와 음악 감독, 전문가가 평가한 편곡의 수준, 그리고 원곡의 가치를 새롭게 재조명한 음악성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돼 음원 출시가 결정된다. 엄선된 음원은 방송 직후 편곡부터 세션-아티스트 녹음, 믹스&마스터링까지 전 과정을 새로이 한 뒤 매주 수요일 정오에 만날 수 있다. 한편 이번 엠보코2는 시종일관 코치진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실력파 참가자들은 물론 대중들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듣는 순간 집중하게 만드는 명곡들이 대거 소개되어 보고 듣는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첫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참가자들의 실력은 대한민국 오디션의 최고라 확신한다. 더불어 흔하지 않은 음악들을 발견하게 되어 더욱 의미있는 프로그램”이라 호평을 쏟아냈다. ‘엠보코2’ 첫 음원 출시는 오는 27일 수요일 정오 엠넷닷컴을 비롯한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최강 보컬리스트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돌아온 ‘엠보코2’는 지난 22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밤 11시 방송된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특수통’… 파크뷰 의혹수사 16명 구속 주도

    ‘특수통’… 파크뷰 의혹수사 16명 구속 주도

    1989년부터 2009년까지 20년간 검사로 재직했다. 청구그룹 비리사건, 인천 세도(稅盜)사건, 경기도 용인 난개발 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을 해결한 대표적인 특수 수사통으로 손꼽힌다. 리더십이 뛰어나고 카리스마가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자기 주장이 강한 탓에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린다. 1989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근무 당시 ‘범죄와의 전쟁’ 선포와 함께 조직폭력배, 민생치안사범 등 강력 사범들을 잇따라 사법처리하며 이름을 알렸다. 수원지검 특수부장 시절에는 경기 성남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임창열 전 경기지사 부인과 건설교통부 국장 등 정·관계 인사 16명을 구속하는 성과를 올렸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시절에는 검찰 최초로 전화진술 녹음제를 시행했고 형사사건 무죄율 0%로 대통령 훈장을 받기도 했다. 2009년 서울고검 검사를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나 개인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대구 출신인 곽 내정자는 2010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법·정치 분야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이번 대통령직인수위에서는 정무분과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육군 법무관으로 병역을 마쳤다. 가족은 부인과 1남 1녀.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부고] ‘비틀스 음악적 스승’ 英 록가수 토니 셰리던

    영국의 전설적인 그룹 비틀스의 음악적 동료이자 스승 역할을 한 영국의 록가수 토니 셰리던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별세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72세. 가수 겸 기타리스트인 셰리던은 1960년대 초 독일에서 존 레넌,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그리고 비틀스의 초창기 드럼연주자인 피트 베스트 등 4명을 만나 비틀스 초기 음반들의 녹음 작업을 함께했다. 당시 함부르크 클럽에서 유명 인사였던 셰리던은 비틀스 멤버들과 함께 ‘토니 셰리던과 비트 브라더스’라는 이름으로 ‘마이 보니’, ‘더 세인츠’, ‘에인트 쉬 스위트’ 등의 노래를 녹음했다. 매카트니는 셰리던이 비틀스 밴드에 준 영향력에 감화돼 그를 ‘스승님’이라고 불렀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NEAT’ 2014학년도 34개大 입시 반영… 주요 특징·고득점 전략

    ‘NEAT’ 2014학년도 34개大 입시 반영… 주요 특징·고득점 전략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영어영역을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National English Ability Test)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건의하면서 NEAT 공부법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정부 계획대로 된다면 현재 중학교 2학년인 학생들부터 수능 영어 대신 NEAT가 대입의 필수 요소가 된다. 이보다 앞서 대입에 NEAT를 활용하는 대학도 점차 늘고 있다. 2014학년도 대입에서는 4년제 일반 대학 25곳과 전문대 9곳 등 모두 34개 대학교에서 NEAT 점수를 대입에 반영할 계획이다. NEAT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최근 펴낸 ‘NEAT 이렇게 준비하세요’를 토대로 공부 방법과 전략을 알아보자. NEAT에 본격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수능 영어와 다른 점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4개 영역에 모두 대비하기 위해서는 수능 영어영역 고득점을 목표로 준비해 왔던 그동안과는 공부 방법을 달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수험생들 간의 상대평가를 통해 표준점수를 제공해 왔던 수능과 달리 NEAT는 학생들의 절대적인 성취 수준에 따라 성적을 부여하는 절대평가다. 성적도 수능은 표준점수와 9개의 등급으로 나눠 표시되지만 NEAT는 영역별로 A~D 4개 등급으로 성적을 부여한다. 응시 횟수도 달라진다. 수능은 1년에 1차례만 볼 수 있지만 NEAT는 2차례의 응시 기회가 있고 학생들은 그중에 더 높은 점수를 입시에 활용할 수 있다. 학생들을 위해 개발된 NEAT 2·3급은 각각 기초 학업 영어 능력과 일상생활에 쓰이는 실용영어를 평가한다. 2급은 학술적 주제의 영어가 필요한 수준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기초 학술문이나 일상 소재를 중심으로 문제가 나온다. 영역별로 기초 학술적인 소재의 자료 약 40~70%와 실용적인 소재 자료 30~60%가 포함된다. 학술 소재를 다룬다고 해서 크게 어려워할 필요는 없다. NEAT 2급에 사용되는 학술 소재는 주로 인문, 사회, 정치, 과학기술, 예술, 문학, 공중도덕 등에 관한 내용이다. 따라서 기존 수능 영어영역에 제시됐던 지문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3급은 실용영어가 필요한 예체능 계열 등에 요구되는 수준의 영어를 평가하기 위해 교통, 쇼핑, 식당, 병원에서 쓰이는 생활영어 또는 수업, 교우관계, 생일파티, 도서관 등 가정·학교에 관한 내용으로 이뤄진다. NEAT 시험이 수능 영어를 대체하게 되면 서울 및 수도권에 위치한 대부분의 주요 대학은 현재 수능시험과 비슷한 난이도의 NEAT 2급 점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2급 시험은 듣기 32문항, 읽기 32문항을 중심으로 말하기 4문항, 쓰기 2문항 등을 모두 135분 안에 풀어야 한다. 듣기 영역은 헤드셋으로 미리 녹음된 자료를 듣고 컴퓨터에 답을 체크하면 되고 말하기 영역은 헤드셋에 부착된 마이크에 직접 영어로 말하도록 돼 있다. 기존 수능에 없었던 말하기와 쓰기영역이 추가되는 만큼 학생들의 부담감도 커질 수밖에 없지만 문제의 난이도 자체는 교육과정을 넘어서지 않기 때문에 새 유형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큰 부담은 없다는 게 평가원 측 얘기다. 평가원 측은 “NEAT는 교과서에 제시된 연습문제와 유사한 유형과 수준으로 출제된다”면서 “성취 기준을 달성했는지에 따라 등급이 제공되는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교과서를 중심으로 일정 수준에만 도달하면 모든 학생이 A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영역별로 듣기와 읽기영역은 기존 수능과 비슷한 유형이 많으므로 이전과 다른 특별한 공부법이 필요하지는 않다. 다만 듣기의 경우 수능시험 듣기보다 지문이 다소 긴 편이며 말의 속도도 수능시험보다 약간 빠르기 때문에 평소 듣기 연습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수능은 1분당 140~160단어가 나오는 반면 NEAT 듣기는 분당 150~170단어의 속도로 나온다. 읽기영역 역시 수능보다 긴 지문이 여럿 포함되고 질문과 선택지가 모두 영어로 돼 있어 문항당 평균 읽기의 양이 많아지는 만큼 가급적 빨리 읽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 말하기영역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매일 꾸준히 영어를 듣고 소리 내서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교과서의 짧은 대화문을 1~2개 정해 이를 반복해 들으면서 받아쓰기를 하거나 발음과 억양을 자연스레 따라 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너무 빨리 말하거나 말끝을 흐리고 얼버무리는 습관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틀리거나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충분히 크고 명확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헤드셋을 끼고 녹음을 하지만 다른 수험생들의 목소리나 주변 소음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가능하면 주변 소음을 무시하면서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평소에 TV나 라디오를 틀어놓은 상태에서 영어 말하기 연습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환경에서 스스로 말하는 연습을 많이 해보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염두에 둬야 할 것은 ‘0점’ 처리 되는 경우다. ▲수험자가 아무런 답변도 녹음하지 않았을 때 ▲영어로 응답하지 않았을 때 ▲답변 중에 한국어를 사용했을 때 ▲비속어나 욕설을 사용했을 때 등은 채점 불가로 즉시 0점 처리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쓰기영역은 시간 관리를 잘하고 주어진 단어 수에 맞춰 답안을 작성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NEAT는 컴퓨터를 이용해 치르는 IBT 방식이므로 답안 작성 때 ‘자르기 및 붙여넣기’ ‘실행 취소 및 재실행’ 기능이 제공된다. 시험 상황에서 답안 작성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으므로 평상시 이런 기능을 활용해 컴퓨터로 글쓰기 연습을 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영어 말하기와 쓰기를 스스로 연습하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NEAT 포털사이트와 EBS 방송을 통해 시험에 대비할 수 있다. 국가영어능력평가 시험 포털사이트(www.neat.re.kr)에서는 연습 문항 세트 및 학생용, 교사용 시험 안내서를 제공하고 NEAT 시험을 가상 체험할 수 있는 영상을 제공할 계획이다. EBS 교육방송에서는 초중고교생을 위한 말하기 쓰기 연습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NEAT 2·3급의 영역별 해설 방송 및 연습 프로그램을 방송할 예정이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미세하게 흔들리는 호흡, 강한 사운드의 힘 그것이 록의 매력

    미세하게 흔들리는 호흡, 강한 사운드의 힘 그것이 록의 매력

    국내 가요계에서 아이돌 가수가 록을 한다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다. 록 마니아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 JYJ의 멤버 김재중(27)은 자신의 첫 솔로 앨범 ‘아이’(I)에서 과감하게 록에 도전했다. 최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 쉽지 않은 선택을 한 이유부터 물었다. “어렸을 때부터 록을 부르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룹 넥스트나 플라워의 곡을 좋아했고 특히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 ‘교실 이데아’, ‘하여가’ 등을 노래방에서 메들리로 부를 정도로 팬이었죠. 이번 앨범을 녹음할 때 뛰면서 노래를 했는데 미세하게 흔들리는 호흡이나 강한 사운드의 힘이 저를 흥분시켰어요. 그것이 록의 매력인 것 같아요.” 아이돌 가수가 록을 하는 데 대한 거부감을 잘 알고 있다는 그는 록 음악계에서 인정받는 선배 뮤지션들과 협업을 시도했다. 시나위의 김바다와 칵스의 숀과 타이틀곡 ‘마인’을 공동 작곡했고 피아의 기타리스트 헐랭과 시나위의 베이시스트 김정욱 등이 연주에 참여했다. “편견을 깨기 위해 록을 좋아하는 분들이 들어도 좋은 사운드의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시나위를 비롯해 다른 밴드 연주자들도 연주에 합세해 주셨는데 저만 잘하면 되는 상황이었죠. 선배들이 록의 저변이 확대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격려를 해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그는 기술적인 면에서 김바다의 도움을 받아가며 기존의 창법에 변화를 줬다. 김재중은 “김바다 선배가 록은 감성이고 메시지가 중요하다. 노래를 부르다가 숨을 못 쉬고 리듬을 놓쳐도 신경 쓰지 말고 감정에 충실하라는 말을 해줬다”면서 “특히 가사는 본인의 이야기를 쓰라고 조언해 줬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가 작사한 ‘마인’(Mine)에는 동방신기에서 나와 JYJ로 활동하면서 느꼈던 심경이 담긴 것처럼 보였다. “누구나 자기만의 공간과 영역이 있잖아요. 내가 아주 작은 영역에 있지만, 이곳에서도 자유롭고 행복한데 여기마저 침범하지 말라는 뜻이죠. 물론 열심히 살아도 부딪힐 수밖에 없는 악조건이 있지만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까 이제 적응이 됐고 별로 힘들지 않다. 난 이대로 질주할 것이다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하지만 지난해 전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 계약 분쟁이 합의로 마무리됐고, 일본 음반사를 상대로 한 에이벡스와의 소송에서도 승소하면서 이제는 JYJ가 활동하는 데 있어 장애물이 사라진 상황이다. “기분이 남달랐죠. SM과의 분쟁이 마무리됐을 때 가슴이 뭉클한 느낌이었고 일본 쪽 소송에서 승소 판결이 났을 때는 웃었어요. 거의 4년 동안 계속된 소송으로 긴 시간 힘들었으니까요. (방송을) 하고 싶은데 못하는 것과 할 수 있는데 자제하는 것은 다르잖아요. 앞으로 한정된 공간이 아니라 보다 많은 곳에서 저희 음악을 선보이고 싶어요.” 지난해 영화 ‘자칼이 온다’와 MBC 드라마 ‘닥터 진’ 등으로 연기자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그는 올해 많은 목표를 세웠다. “영화는 첫 도전이라 흥행을 기대하지는 않았어요. 앞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보여드려야죠. 올해는 좋은 결과도 나왔으니까 답답한 상황에서 탈출해서 열심히 활동할 계획입니다. JYJ로서 앨범을 내고 투어도 다시 돌고 싶고요. 요리 프로그램에도 한번 출연해 보고 싶네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비욘세, 오바마 취임식서 ‘립싱크’ 논란

    비욘세, 오바마 취임식서 ‘립싱크’ 논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국가를 부른 팝가수 비욘세가 립싱크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취임식 공연에서 반주를 담당한 미 해병대 밴드의 대변인 크리스틴 뒤부아 상사는 22일 ABC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워싱턴 행사장에 있던 수많은 인파와 텔레비전을 시청한 사람들이 들은 것은 비욘세의 녹음된 목소리였다”고 밝혔다. 뒤부아 상사는 해병드 밴드 역시 비욘세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라이브 연주를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비욘세 공연을 제외하고 ‘나의 조국’을 부른 켈리 클락슨의 공연을 포함한 나머지 공연은 모두 라이브로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비욘세 측은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립싱크 논란이 일자 미 해병대 밴드의 켄드라 모츠 언론담당 장교는 성명을 내고 “취임식 공연을 하기 전 비욘세와 밴드가 함께 리허설을 할 기회가 없었다”면서 “중요한 행사에서 라이브로 진행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날씨가 춥거나 장비에 문제가 생기면 취임식 공연에서 사전에 녹음된 음악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최고의 야간 화질 풀 HD ‘루카스 블랙박스’ 탄생

    최고의 야간 화질 풀 HD ‘루카스 블랙박스’ 탄생

    자동차에 블랙박스를 장착하면 보험료를 할인해 줄 만큼 블랙박스가 대세인 요즘 국내 차량용 블랙박스 전문업체인 큐알온텍은 2013년을 맞이하여 FuLL HD 블랙박스인 ‘루카스 블랙박스 LK-7900 ACE’를 출시한다. 1920×1080P 고해상도의 Full HD 화질을 자랑하는 ‘루카스 블랙박스 LK-7900 ACE’는 현장감 넘치는 16:9의 와이드 화면과 1초에 최대 30프레임을 지원하여 자연스러운 영상과 최적의 영상품질을 제공한다. 왜곡을 최소화한 135도의 시야각은 차량의 측면부나 차측의 동체에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증거자료를 수집하는데 큰 힘을 발휘한다. 또한 2.0 메가 픽셀(Full HD 전용센서)의 소니 이미지센서를 채택하여 뛰어난 고감도/저노이즈 성능을 갖춤으로써 어떤 상황에서도 최고의 화질로 영상을 촬영할 수 있고, AE(Auto Exposure/자동노출조절) 기능을 갖춤으로써 저조도 환경에서도 노이즈 없는 고감도의 선명한 영상이 가능하다. ‘루카스 블랙박스 LK-7900 ACE’는 국내최초로 최대 용량인 128G를 지원하여 긴 시간 동안 안정적인 녹화가 가능하며 주차녹화 중 가벼운 충격에 녹화가 되지 않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모션감지 기능을 적용함으로써 물체의 작은 움직임이 포착되는 순간, 움직임 발생 전, 후 총 30초의 영상을 저장하여 SD카드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SD카드를 제품에서 바로 포맷할 수 있는 기능과 블랙박스 상태를 음성으로 전달하는 음성안내기능을 지원하여 사용자의 편리성을 중시했으며 사고 현장을 생생하게 녹음할 수 있도록 고성능 마이크로폰과 주차시 차량에 블랙박스가 장착되어 감시하고 있음을 알려주어 미연에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시큐리티 LED가 내장되어 있다. 그리고 고감도 GPS를 내장하고 있어 정확한 위치확인이 가능하고 차량의 위치 및 속도 정보기록, 주행정보 10만건을 저장할 수 있으며 2.68W라는 동급기준 최소 소비전력 소모를 겸비하고 있어 차량 배터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여 타사의 블랙박스보다 더 오랜시간 안정적인 영상녹화가 가능하다. ‘루카스 블랙박스 LK-7900 ACE’는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Super Cap을 내장하고 있어 어떤 위기상황에도 안전하게 영상을 저장할 수 있다. 인터넷 뉴스팀
  • ‘Occupy 시위’ 노래가 없어 망했다?

    ‘Occupy 시위’ 노래가 없어 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점령하라’(Occupy)는 시위가 전 세계적으로 들불처럼 번져 나갔을 때, 그러니까 좌파들이 이 빌어먹을 신자유주의가 드디어 결단 날는지 모른다고 환호하기 시작했을 때, 그래서 집단 지성이니 뭐니 폼 나고 멋들어진 말들이 떠돌아다닐 때, 68혁명을 경험했던 좌파들은 이미 그때 이 ‘점령 시위’가 별 볼 일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시위 양상을 관찰해 보니 68혁명 때와 달리 시위대가 함께 부르는 노래가 없었다는 것. ‘세시봉 열풍’이니 ‘건축학개론 돌풍’이니 하는 것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노래가 가진 문화적 힘이란 그런 것이다.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팝송 1001’(로버트 다이머리 책임편집, 이문희 옮김, 마로니에북스 펴냄)은 팝송이 가진 문화적 힘을 총망라해 뒀다. 말 그대로 총망라다. 1916년 엔리코 카루소의 ‘오 솔레미오’에서 2010년 고릴라즈의 ‘스틸로’에 이르기까지 장르 불문 모든 대표 팝송을 다 모아둔 데다, 선정된 노래와 영향을 주고받았다거나 리스트에서 빠졌지만 놓치기 아까운 곡도 함께 표시해 뒀기 때문에 책 전체적으로 언급한 곡은 모두 1만곡에 이른다. 팝 업계에 종사하는 49명의 글쟁이들이 쓴 책이다 보니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일단 재기 넘치는 글솜씨가 좋다. 거기다 ‘아 그거!’ 할 만한 히트곡은 물론, 음악적 방향이나 사회적 영향력에서 의미 있는 노래들도 다수 선정됐다. 음악에 얽힌 뒷얘기도 재밌게 읽힌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흑인에 대한 백인들의 잔혹한 폭력행위를 다룬 빌리 홀리데이의 ‘스트레인지 프루트’(Strange Fruit)가 발표 당시 겪었던 어려움, 또 천둥소리를 내는 드러머로 유명한 레드 제플린의 존 보넘이 ‘웬 더 리비 브레이크스’(When the Levee Breaks) 녹음 때 드럼 소리를 더 묵직하게 내기 위해 어떤 꼼수를 썼는지 등 아주 세부적이다. 4만 3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정수장학회 대화록 보도’ 한겨레 기자 불구속기소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고흥)는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을 보도한 한겨레신문 최모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18일 불구속 기소했다. 최 기자는 지난해 10월 8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등이 나눈 대화를 자신의 휴대전화로 듣고 녹음해 보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 기자의 행위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듣고 녹음한 것이기 때문에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최 기자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던 최 이사장은 이 본부장 등 MBC 관계자들이 찾아오자 최 기자와의 통화를 마치고 휴대전화를 탁자 위에 올려뒀다. 그러나 최 이사장의 휴대전화 조작 미숙으로 통화가 종료되지 않은 상태였다. 최 기자는 이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휴대전화 녹음 기능을 이용해 1시간가량 대화 내용을 녹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장학회 소유의 MBC와 부산일보 지분을 매각해 부산·경남 지역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준다고 발표하자’는 등 대화록을 같은 달 13일과 15일 보도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돼지엄마의 ‘콜’이 중요해… 팀 수업 받으면 SKY 문제 없거든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돼지엄마의 ‘콜’이 중요해… 팀 수업 받으면 SKY 문제 없거든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대치사거리의 커피숍 한쪽에 7명의 ‘엄마’들이 모였다. 사이좋게 수다를 떠는 듯하더니 이내 다이어리를 꺼내 볼펜으로 무언가를 받아적는다. 스마트폰 녹음 기능을 틀어놓는 엄마도 있다. 손이 바쁜 6명 엄마들의 시선은 가운데 앉은 한 엄마의 입에 쏠려 있다. 단호한 말투와 확신에 찬 눈빛. 이 엄마가 오늘의 주인공 ‘돼지엄마’다. 돼지엄마는 대치동 학원가의 최신 정보를 꿰뚫고 있다. 스타강사가 최근 옮겨간 학원의 정보, 외고 아이들이 선호한다는 강사의 명단, 올 겨울방학 꼭 들어야 할 특강 정보까지. 새학기 고3 수험생이 되는 자녀를 둔 엄마들의 귀가 솔깃하다. 돼지엄마라는 우스꽝스러운 별명은 뚱뚱해서 붙여진 것이 아니다. 자녀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해서, 혹은 여러명의 엄마들을 새끼 데리고 다니듯 이끌고 다닌다고 해서 나온 강남 학원가의 은어다. 돼지엄마는 주로 10명 남짓한 학생들의 엄마들로 팀을 이뤄 유명 학원강사에게 팀 단위로 수업을 맡기거나 입시설명회를 듣는 모임을 주도한다. 정보가 많다고 해서 다 돼지엄마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돼지엄마의 제1의 조건은 자녀의 성적이다. 최소한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아야 하며 ‘스카이’(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무난히 진학할 수 있는 성적을 유지하는 자녀만이 엄마를 돼지엄마로 만들 수 있다. 돼지엄마는 자녀에 대한 자부심이 세기로 유명한 대치동 엄마들 사이에서도 선망의 대상이다. 자녀가 방학을 하면 돼지엄마는 더 바빠진다. 방학 동안 자녀의 공부 스케줄을 짜야 하고 팀 수업을 구성해 스타강사를 초빙하는 일을 책임져야 한다. 팀 수업이란 성적대가 비슷한 학생 10명 안팎을 모아 강사를 불러 수업을 듣는 형식이다. 팀원 선발권은 전적으로 돼지엄마에게 있다. 돼지엄마가 팀 수업을 제안하기 위해 다른 학부모에게 전화를 거는 것을 강남에서는 ‘콜’이라고 한다. 방학이 시작되면 돼지엄마에게 콜을 받았는지 여부가 엄마들의 희비를 가른다. 대치동에 사는 학부모 윤모(47·여)씨는 “강남에서 공부 잘한다고 소문난 학교에서는 대개 반마다 대표엄마(돼지엄마)가 있게 마련인데 이들에게 전화 한통 못 받으면 우리 애 공부가 처지나보다 싶어 초조해진다”고 말했다. 팀 수업은 대개 섭외한 학원강사가 부르는 값을 팀원이 똑같이 분담해 이뤄진다. 한명이 빠지면 나머지 학부모들의 수업료 부담이 커져 한번 팀에 들어오면 쉽게 빠질 수도 없다. 팀 수업 강의료는 보통 4회에 300만원 정도다. 학교별, 수준별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고 비슷한 실력의 학생들끼리 소수로 수업을 받는다는 점에서 엄마들의 선호도가 높다. 팀 수업의 강사를 섭외하고 강의시간 등을 조율하는 것이 돼지엄마의 주된 역할 중 하나다. 학원가에서 이들이 갖는 파워는 상상을 초월한다. 강사를 마음대로 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학원의 커리큘럼에도 영향을 미친다. 학원이나 입시강사들은 ‘최상급 고객’인 돼지엄마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다. 돼지엄마들의 자녀가 명문대에 입학하는 것이 곧바로 학원의 인지도 상승과 이어지기 때문이다. 방학 중 팀 수업은 주로 특수목적고, 자율형 사립고, 국제고, 일반고의 상위권 학생들 중심으로 이뤄진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로 묶인 팀일수록, 아니면 입김이 센 돼지엄마가 이끄는 팀일수록 좋은 강사, 좋은 시간대를 선점할 수 있다. 대치동의 유명 입시 컨설턴트인 이미애 샤론코칭 앤 멘토링 대표는 “대원외고가 수요일에 학교를 일찍 마치기 때문에 대치동 유명 학원의 수·토요일 팀 수업은 이 학교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면서 “학원 전단지에 ‘수요일 마감’이라는 문구가 유독 많은 건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돼지엄마들은 사교육 열풍과 학벌 세습, 양극화 조장의 중심에 서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은 “자식의 미래를 위해 엄마가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변한다. 지난해 자녀를 서울대에 입학시킨 강남의 한 학부모는 “대표엄마의 정보력과 경제력, 그리고 높은 교육열이 사실상 자녀의 명문대 입학을 책임지는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돼지엄마의 영향력은 해마다 입시 결과로 증명되고 있다. 2012학년도 서울대 합격생 3100여명 가운데 서울 지역의 일반계 고등학교 졸업생 706명을 조사한 결과 68.3%(482명)가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양천구, 노원구 등 ‘사교육 특구’ 출신이었다. 이 수치는 2010학년도 53.8%, 2011학년 57% 등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다양한 전형의 수시모집과 입학사정관제 확대로 입시가 곧 정보전이 되면서 사교육과 대입 컨설팅,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 돼지엄마들의 주무대인 강남 등이 더욱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돼가고 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500㎞ 걸음걸음마다… “농성 노동자의 눈물 봐달라”

    500㎞ 걸음걸음마다… “농성 노동자의 눈물 봐달라”

    “이번 정부 들어 쌍용차 해직노동자 등 수십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끊는 걸 보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평범한 교수가 시작한 고난의 행군에 대한민국이 응답해 주면 좋겠습니다.” 한 대학교수가 ‘힐링도보·국토순례’라는 이름을 내걸고 엄동설한 속 서울~부산 국토순례에 나섰다. 조승현(49)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친기업 중심인 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바뀌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달 31일 서울 대한문 앞 쌍용차 농성장 앞에서 첫걸음을 뗐다. 그가 정한 목적지는 대선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진중공업 직원 최강서씨의 빈소가 마련 된 부산 영도구다. 거리는 500㎞에 달한다. 9일 현재 그는 경북 김천에 다다랐다. 조 교수는 “노동자가 힘이 나야 기업은 물론 국가경제도 살아나는데 항상 일방통행이고 대화하는 법을 모르는 것 같다”면서 “송전탑 위로 올라간 노동자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께 그들의 어려움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굳은 의지를 갖고 출발했지만 하루 8~9시간씩 30㎞를 걷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첫날부터 다리 근육이 신호를 보내왔다. 발톱은 모두 검게 멍들었다. 물집을 터뜨리고 잠자리에 드는 게 일상이 됐다. 그렇게 걷기를 열흘. 결국 고관절에 문제가 생겨 목발을 짚고 걷는 상태다. 조 교수는 “처음엔 다음 학기 수업 준비를 하려고 MP3 플레이어에 헌법조항 등을 녹음해 듣고는 했는데 이젠 그것조차 힘들다”면서 “찜질방에서 눈치 보며 속옷 등 옷가지 빨래를 하는 것도 곤욕”이라고 말했다. 고난의 행군 속에 힘을 얻기도 한다. 자연스레 만난 사람들로부터다. 조 교수는 “세종시에서 고서점을 운영하는 분이 자신의 고등학교 1학년 아들과 뜻에 동참해 함께 걸었다”면서 “같이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힘이 됐다”고 했다. 대전에서 만난 한 한의사는 무료로 조 교수에게 침을 놔주기도 했다. 후원 계좌로 기부를 해오는 이웃들도 많다. 그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 심리치유센터 ‘와락’을 방문했을 때 만난 아이들이 계속 눈에 밟힌다”면서 “큰 액수는 아니지만 아이들의 장학금으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법파견 문제로 농성 중인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을 거쳐 오는 17일 부산에 도착한다. 그는 “현재 1년 이상 농성 중인 사업장이 전국에 37곳 정도인데 고용불안정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새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소통을 통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를 부탁한다”고 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왜곡된 성문화 그만~ 性, 솔·까·말 해봅시다

    왜곡된 성문화 그만~ 性, 솔·까·말 해봅시다

    “본 방송은 19세 이하 청소년에게 어쩌면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톡 까놓고 얘기하는 성인토크쇼, 원나잇스탠드” 지난달 29일 서울 방배동 팟캐스트(인터넷 라디오) ‘원나잇스탠드’(이하 원나스) 녹음현장. 성인코미디를 지향하는 원나스는 익살스러운 경고로 시작한다. 진행자 MC제이를 비롯해 패널로 출연한 H양과 코난 커플, 후크선장, 헝그리보더, 뚜리(여)가 좁은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솔직한 이야기를 위해 서로는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묻지 않았다. 마이크가 꺼져도 별명으로 부를 정도다. ‘하룻밤의 외도(정사)’를 뜻하는 도발적인 방송제목 때문인지 반응은 폭발적이다. 한때 정치코미디 ‘나는 꼼수다’에 이어 팟캐스트 2위를 찍었고 한 회 다운로드가 10만건을 넘기도 했다. 방송은 적나라하다. 첫 경험에 대한 고백부터 성욕·성적환상·피임·테크닉은 물론 배우자의 외도나 공창제(公娼制)에 대한 논란까지 성에 관한 것이라면 닥치는 대로 다룬다. 남자의 사이즈가 정말로 중요한지, 여자는 왜 오르가슴을 연기하는지 등 음담패설도 쉼 없이 이어진다. 정답은 없다. 그저 성에 관해서 재밌게 수다를 떨 뿐이다. 때론 듣기 불편할 정도로 노골적이다. ‘섹스’라는 단어는 당연하고 ‘○친다’, ‘은근히 ○린다’ 같은 외설적 표현도 튀어나온다. 역설적이지만 익명이기에 더 솔직하다. 오후 2시부터 낯 뜨거운 얘기를 하는데 퇴폐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패널에게 출연료를 주는 것도 아니지만, 참가신청이 줄을 잇는다. 황금 같은 주말 시간을 쪼개 녹음하지만 벌써 30~40명이 손님으로 다녀갔다. 대기 중인 사람도 20명을 웃돈다. 출연자들은 이름이나 나이 등을 밝히지 않는 이유에 대해 “떳떳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내 가치관을 강요하거나 굳이 충격을 느끼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송을 기획한 MC제이는 “친구들끼리, 직장에서도 밥 먹듯이 음담패설을 하는데 양지에서는 못하는 게 싫었다. 숨어서 소곤대던 성 얘기를 까놓고 말하자는 게 방송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거창한 취지보다는 그저 솔직히 말해 웃음을 줄 수 있는 소재로 성을 택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왜곡된 성문화에 대해선 쓴소리를 했다. “앞에선 고상한 척하면서 뒤에선 다들 호박씨를 깐다”면서 “돈으로 여자를 사는 건 루저들이나 하는 짓인데 한국에서는 굉장히 고급문화로 둔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뷰에 ‘저질포르노 방송은 그만두라’는 글도 있지만, 우린 사람들을 타락시키는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을 적나라하게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10개월간 외출·휴가 71일… 일반 병사의 3.4배

    10개월간 외출·휴가 71일… 일반 병사의 3.4배

    군 복무 중인 가수 비(31·본명 정지훈)와 유명 여배우 김태희(33)의 연애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역 육군 병사인 정지훈 상병의 근무 태도와 잦은 외출·외박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정 상병의 열애 장면을 포착한 사진 속에서 그가 군복을 입은 상태에서 모자를 벗고 다니는 등 군기 문란 논란도 겹쳐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2011년 10월 입대한 정 상병은 지난해 3월부터 국방홍보지원대에서 연예병사로 근무하고 있다. 연예병사는 군 홍보와 군인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공연활동을 한다. 2일 국방부에 따르면 정 상병은 연예병사 활동 중 다섯 차례의 포상휴가로 17일, 개인 성과제 외박 10일, 공무상 출장(외박) 명목으로 44일 등 총 71일을 영외에서 보냈다. 정기 휴가는 쓰지 않고 남겨 뒀다. 출장 44일은 스튜디오 녹음과 안무연습을 위해 25일, 국군방송 위문열차 출연을 위해 19일을 사용했다. 이는 일반 병사가 복무기간 21개월 동안 받는 평균 휴가 일수 43일(10개월 기준으로 21일)보다 많아 특혜 논란을 촉발했다. 현재 일반 병사에게는 4박 5일의 신병 위로휴가 1회, 복무기간 중 정기 휴가 3회(9박 10일 1회, 8박 9일 2회), 외출은 한 달에 1회, 외박은 1년에 4회를 준다. 정 상병은 지난해 3월 연예병사로 편입되기 이전에 일반 병사로 근무할 때 병가(봉와직염) 7일, 위로·포상휴가 9일, 특급전사 포상휴가 7일 등 23일을 받아 연예병사와 일반 병사 근무 때의 휴가와 외박 일수를 합하면 94일에 이른다. 군 관계자는 “국방홍보원 연습장이 변변치 않아 영외의 연예기획사 연습장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공연 준비를 위해 외부의 백댄서와도 호흡을 맞춰야 한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외출을 나가 공식 일정을 소화하지 않고 사적 용무를 봤는지와 군모를 착용하지 않고 부대를 나갔는지를 조사하고 있으며 사실을 확인한 뒤 규정에 의거해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상병 측은 “휴가 일수와 관련해 특혜는 없었다”면서도 “복장 위반에 대해선 국방부의 조치에 따를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방부는 현재 군 복무 중인 나머지 15명의 연예병사에 대해서도 휴가와 외출·외박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연예병사의 과도한 특혜 논란은 국회 국정감사 때마다 제기됐다. 지난해 9월 전역한 가수 박효신의 경우도 특혜 시비가 있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2013 신춘문예-동화 당선작] 하트/김보름

    [2013 신춘문예-동화 당선작] 하트/김보름

    “그럼 내일 감정 실기시험 잘 보세요.” 거실 벽 스크린 속에서 감정 과외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나도 선생님을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내 왼쪽 가슴에 달린 ‘하트’ 배지엔 초록색 불이 들어와 있다. ‘적정 감정 수준’ 차분하고 안정된 감정 상태에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20년에 나온 감정 조절기 ‘하트’는 이제 초등학생들에겐 제2의 심장이나 다름없다. 중학생이 되기 전에 감정을 통제하는 법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내 하트는 계속 초록빛이다. 후훗, 나도 이제 감정 조절의 대가가 된 건가. 1학년 때부터 5년째 하트를 사용한 보람이 나타나는가 보다. 앗, 괜히 기분이 좋아 하트를 만지작대다 뒷면의 단추를 눌러 버렸다. 음성 녹음된 하트 사용 설명서가 흘러나온다. 하트는 가슴에서 나오는 감정의 파장을 실시간 감지해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 중 하나로 나타냅니다. 빨강은 가장 흥분된 감정, 보라색은 가장 침체된 감정입니다. 초록은 기준이 되는 색으로서 편안하고 쾌적한 기분을 나타냅니다. 화가 나거나 마음이 들뜨면 그 정도에 따라 노랑, 주황, 빨강 순으로 색깔이 올라갑니다. 반대로 기분이 가라앉으면 파랑, 남색, 보라색 순으로 내려갑니다. 가장 위험한 상태인 빨강 단계에 이르면 경보음과 함께…. 나는 다시 단추를 눌러 음성 설명을 껐다. 엄마가 거실로 나왔다. “은찬아, 내일 하트 정기 점검하는 날인 거 알지? 이번엔 꼭 점검 받아. 벌써 두 달이나 미뤘잖니.” “알았어요, 엄마.” 나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정기 점검은 딱 질색이다. 가슴에 달린 하트에 푸른 광선을 쬐는 것인데, 아무리 정신 건강에 좋은 알파파가 나온대도 난 속이 메스껍다. “은찬이 너 대답만 하지 말고…. 하트가 개발된 시대에 사는 걸 복인 줄 알아. 엄마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하트 같은 건 상상도 못했어. 애들이 욱하는 성질을 못 참아서 얼마나 폭력적이었는지 알아? 만날 학교 폭력이 일어나고, 전쟁 게임을 실제로 따라 하기도 하고, 심지어 초등학생들이 노인을 폭행하기도 했어. 정말 무서운 시절이었지. 하트가 나오고 나서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엄마의 잔소리는 언제나 하트 예찬으로 시작된다. 엄마는 얼마 전 하트사랑학부모위원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요즘 애들은 얼마나 침착하고 세련됐니? 그게 다 하트 덕이야. 마음이 차분한 아이들이 학업 성취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잖아. 이번에 전교 1등한 규빈이는 벌써 명상전문가 자격증도 땄다더라. 마음공부가 자기 계발의 기본이 된 이 시대엔, 감정 통제력이 성공의 밑바탕이라는 거 항상 명심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다. 엄마는 벽에 설치된 가훈 액정 화면을 눈으로 가리켰다. 거기엔 엄마가 존경하는 세계적인 리더, 수잔나 윌파워의 명언이 적혀 있다. 세상을 다스리려면 먼저 자신을 다스려라. 자신을 다스리려면 먼저 감정을 다스려라. 엄마는 자동명상소파에 앉아 스크린을 텔레비전 모드로 바꿨다. 뉴스가 나왔다. 허름한 옷을 입은 할아버지가 경찰서에 들어가고 있었다. “오늘 오후 서울 ○○동에 사는 일흔두 살 한모씨가 소주를 마시고 시위를 하다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한씨는 인근 초등학교를 돌며 하트를 부수라고 고함을 질러….” “어머, 우리 동네잖아!” 엄마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세상에, 정말 정신없는 양반이네. 소주까지 마셨다니….” 알코올 도수가 1도 이상인 술은 금지돼 있다. 1도가 어느 정도인지 난 알 수 없지만 말이다. 허가를 받아야 구할 수 있는 소주라는 술은 알코올이 20도나 된다고 한다. 엄마는 소주를 마시면 미치광이가 된다고 했다. “은찬아, 너 저 할아버지 보면 얼른 피해. 저런 사람은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이야.” “네, 엄마.” 하지만 나는 그 할아버지가 나쁜 사람 같지 않았다. 얼마 전에 길에서 만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해 주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어렸을 땐, 재미있는 놀이 기구가 많았어. 너희들은 그네, 시소, 미끄럼틀을 책에서만 봤지? 할아버지는 그런 것들을 다 타 봤단다. 가장 재미있는 건 퐁퐁이었어.” “퐁퐁이요? 그게 뭐예요?” “넓고 쿨렁쿨렁한 매트에 올라가 퐁퐁 뛰는 거야. 정식 이름은 트램펄린인데, 한때는 올림픽 경기 종목이기도 했지. 퐁퐁이 불법이 되기 전까지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퐁퐁을 태워 주는 일을 했단다.” “와, 그런 직업도 있었어요?” “그럼. 퐁퐁은 마법의 기구란다. 퐁퐁을 타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져 하늘로 날아오를 듯 행복해지지.” 할아버지는 퐁퐁을 타던 옛날 어린이들 얘기를 해 주었고,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나는 ‘사라진 놀이 기구들’이라는 책에서 그 기구를 본 적이 있다. 거기서 트램펄린은 위험한 놀이 기구로 소개되어 있었다. 마음을 걷잡을 수 없이 흥분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할아버지 말을 듣고 보니 퐁퐁이 그렇게 나쁜 기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차, 뉴스를 보다 딴 생각에 빠졌구나.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내일 보는 감정 실기시험을 준비해야 하는데. 나는 방에 들어가 매직북을 켜고 ‘감정의 스펙트럼’을 클릭했다.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단계로 배열된 감정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 실기시험에선 ‘빨강’에 해당하는 감정들을 평가한다고 했다. 선생님이 어떤 상황을 이야기해 주면, 그때 일어나는 기분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연기해 보이는 것이다. 나는 빨강에 속하는 감정들을 읽어 보았다. “도취, 광란, 분개, 분노, 북받침, 극도의 흥분, 가슴이 터질 듯함….” 가슴이 터질 듯함? 이건 못 보던 거다. 이번에 업데이트된 감정인가 보다. 그런데 가슴이 터질 듯한 게 뭐지? 심장병이라도 일으키는 기분인가? 다음 날, 나는 가슴이 터질 듯한 감정이 어떤 건지 짝 미루에게 물어보았다. “나도 몰라서 엄마한테 물어봤는데, 그건 아주 많이 기쁘고 행복한 기분이래.” 미루가 말했다. 나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쁘고 행복한 기분이 왜 빨강이야? 빨강에 속한 건 위험한 감정들이잖아. 조절이 어려울 정도로.” “나도 그게 이상해서 엄마한테 다시 물어봤더니,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큰 기쁨은 좋지 않대. 그렇게 마음이 들뜨면 평소에 안 하던 행동도 하게 된다고.” “그렇구나. 기쁨도 나쁜 감정이 될 수 있구나….” 나는 조금 의아했지만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감정의 스펙트럼’을 열어 보았다. 다른 행복한 감정들은 초록이나 노란색에 들어 있었다. 만족감, 뿌듯함, 유쾌함, 즐거움, 쾌적함, 편안함, 흐뭇함…. 그런데 빨강에 속한, 가슴이 터질 듯한 기분은 얼마큼 큰 기쁨일까? 이것들을 전부 합친 것보다 강렬한 걸까? “야, 우리 감정 실기 연습해 보자.” 생각에 잠겨 있던 나를 미루가 툭 쳤다. “그래. 네가 먼저 상황을 말해.” “음, 오늘은 너의 결혼식 날이야. 네가 예복을 잘 차려입고 집을 나섰는데, 갑자기 위층에서 물 폭탄이 떨어졌어. 너는 쫄딱 젖어 버렸지. 그럼 기분이 어떨까?” “화가 욱 치밀겠지. 하지만 그 순간 하트가 찌릿찌릿 신호를 보내주니까,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뭐야, 이건 네가 어른이 됐을 때 얘기잖아. 넌 결혼할 때까지 하트 달고 다닐래?” “아차! 그렇지, 참.” 나는 멋쩍어서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때 휘성이가 실실 웃으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얘들아, 나 어제 재밌는 일 있었다.” “무슨 일?” “내가 얼마 전에 최신형 하트로 바꿨잖아. 근데 그걸 달고 나서 어제 처음으로 빨간불이 들어왔거든.” “왜? 어쩌다가?” “우리 형이랑 해적판 만화영화를 보는데 너무 웃겨서 배를 쥐고 웃다가.” “어, 정말? 너무 웃어도 빨간불이 돼?” 나는 조금 놀랐다. 지금껏 웃다가 빨간불이 들어온 일이 내 기억엔 없다. “그것도 몰랐어? 넌 실컷 웃어 본 적도 없냐, 이 감정 샌님아!” 휘성이가 약을 올렸다. “하트는 감정의 파장만 읽어 내니까, 웃는 것도 심하면 빨간불이 되지. 그건 아마 ‘극도의 흥분’에 포함될걸.” 앞자리에 있던 솔비가 돌아앉으며 말했다.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 갑자기 머릿속이 뒤죽박죽된 기분이었다. 심하게 웃어도 빨간불이라니? 웃는 것도 잘못인가? “야야, 내 얘기 아직 안 끝났어.” 휘성이가 말을 이었다. “하트가 빨갛게 삐삐거리는데, 내가 웃느라고 하트를 끄지도 못하고 한참 데굴데굴 굴렀더니….” “어떻게 됐어?” “병원에 가라고, 이 똑똑한 신형 하트가 정신과 전화번호를 불러주는 거야.” “하하하하.” 아이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하트들이 줄줄이 노랑, 주황으로 물들었다. 그런데 나는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야, 강은찬! 넌 왜 그래? 재미없어?” 내 굳은 얼굴을 본 휘성이가 물었다. “아, 아냐. 재밌어.” 나는 억지로 웃어 보였다. 하지만 하트를 속일 수는 없었다. 나는 파랗게 질린 내 왼쪽 가슴을 손으로 감싸고 복도로 나왔다. 하트를 점검 받을 때처럼 속이 메슥거렸다. 뭔가가 잘못된 것 같았다. 며칠 뒤였다. 수업이 끝나고 미루, 솔비, 휘성이와 함께 우주 체험관에 가는 길이었다. 저만치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퐁퐁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나는 얼른 인사를 드렸다. 할아버지 얼굴이 전보다 많이 수척해 있었다. “은찬아, 너 저 할아버지 알아?” “우리 엄마가 저 할아버지한테 가까이 가지 말랬는데….” 미루와 솔비가 속닥거리며 물러섰다. 휘성이도 놀란 눈치였다.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어서 가라고 손짓을 했다. 나는 다시 꾸벅 절하고 돌아섰다. 그런데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마음이 자꾸 할아버지 쪽으로 향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걸어가는 할아버지의 야윈 등이 눈에 들어왔다. “할아버지!” 나는 몸을 홱 돌려 할아버지한테 뛰어갔다. 뒤에서 아이들이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오냐. 무슨 일이냐?” 할아버지가 푸근하게 웃으며 물었다. “할아버지, 아직도 퐁퐁 가지고 계세요?” “으응? 아, 아니….” 할아버지는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퐁퐁 있는 거 맞죠? 저 퐁퐁 한 번만 태워 주세요.” 나는 할아버지 팔을 붙잡고 매달렸다. “할아버지, 제발요. 정말 꼭 타 보고 싶어요.” “흠….”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할아버지는 말없이 앞장서 걸어갔다. 할아버지의 왜소한 등이 장군처럼 당당해 보였다. 나는 할아버지를 뒤따랐다. 아이들도 멀찍이서 주춤주춤 따라왔다. 할아버지의 집은 낡은 주택이었다. 대문을 열고 뒷마당으로 들어갔다. 거기에 크고 둥근 퐁퐁이 있었다. 가슴이 콩콩거렸다. “얼마 전에 수리하고 용수철도 다 고쳤다. 허름해 보이지만 타 보면 괜찮을 게야.” 나는 신발을 벗고 조심스레 매트에 발을 디뎠다. 올라서자마자 몸이 저절로 출렁거렸다. 퐁퐁이 마술을 부리는 것 같았다. “너희도 올라와!” 나는 아이들에게 손짓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던 미루, 솔비, 휘성이도 머뭇머뭇 퐁퐁에 올라왔다. 우리는 힘차게 발을 굴렸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방방 뛰기만 했다. 몸은 점점 더 높이 튀어 올랐다. “와우!” “와하!” 우리는 신이 나서 맘껏 소리쳤다. 말할 수 없이 커다란 기쁨이 온몸을 감쌌다. 하늘까지 날아오를 듯 짜릿한 기분이었다. “삐삐삐삐….” 빨갛게 흥분한 네 개의 하트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그러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우리는 가슴에서 하트를 떼어 던져 버렸다. 검게 죽은 하트들이 땅바닥에 뒹굴었다. 맨가슴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가슴이 터질 듯했다. ■당선소감 세상에 따뜻한 빛 전하고 싶어 우리의 얼어붙은 마음을 치유하고 인간을 내면의 고향으로 안내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한낱 ‘동화’에 불과한 것만은 아니라고 믿는다. 마법과 환상이 자재로이 활개 치고 영혼이 굴레 없는 자유를 누리는 이상향은 우리가 잊거나 잃어버린, 그러나 결코 쇠하거나 사라지지 않는 무엇이어서, 인간은 삶과 노동을 통해 자기 안의 낙토를 조금씩 넓혀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짧지 않은 시간을 홀로 방황하였다. 그리고 그 길에서 동화를 만났다. 동화는 어둠 속의 불빛이었다. 어둠은 크고 짙었지만 끝내 작은 빛을 이기지는 못하였다. 어둠은 빛에 의해 흐려졌고 빛은 어둠에 아랑곳없었다. 그렇게 우주의 밤하늘에 촛불 한 자루 세우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그러나 처음에는 문학이 아니었다. 고민과 잡념을 내리 쓴 일기였다. 내부에서 들끓는 무언가를 꺼내 놓지 않을 수 없어 하릴없이 적어 온 일기들이 창작의 밑거름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동화를 습작하면서, 흔히 비현실적이라고 여기는 완전하고 이상적인 진리들이, 어떤 면에서는 눈에 보이는 현실보다 더 생생한 리얼리티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맑고 밝은 기운이 나 자신과 이 세계를 조용히 감싸고 있음을 느끼면서, 주변을 좀 더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비전이 담긴 아름다운 작품으로 세상에 따뜻한 빛을 전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더 많이 사랑하고 부딪치고 끌어안아야 할 것이다. 졸고를 너그러이 거두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서울신문사, 그리고 힘이 되어 주신 분들께 가슴 깊이 감사드린다. 부단한 정진으로 모든 분들의 후의에 보답하고 싶다. ●약력 ▲1981년 경기 부천 출생 ▲한양대 철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심사평 시의성 띠고 상상력 출중해 요즘 같은 팍팍한 시기에 과연 좋은 동화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신춘문예에 응모한 수많은 동화작가 지망생은 물론이고, 당선작을 고르는 심사위원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232편의 응모작 모두가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들이다. 아직도 그렇게 많은 동화를 이 땅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가 썼다는 사실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공모이기에 몇 가지 기준을 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고의 회장’과 ‘춤추는 수건’은 둘 다 휴대전화와 수건이라는 사물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끌어간 공통점을 가진 수작이었다. 하지만 전자는 동화에 담기에는 부적절한 몇몇 표현 때문에 탈락했다. 후자는 마지막까지 손에서 놓기 힘들게 감동적이고 뛰어났다. 결정적으로 어린이들이 읽고 자신의 이야기로 느낄 수 있는 동일화의 덕목을 놓쳐 어른들의 동화가 되어버린 것이 치명적 결함이었다. 결국 우리는 다른 작품 ‘하트’를 골랐다. 후반부에 급박하게 대화 위주로 사건을 전개해 서술이나 묘사가 좀 부족하다는 흠은 있었다. 하지만 시의성을 잘 띠고 있으며, 동화적 상상력이 출중하고, 동일화의 덕목도 지켜냈다. 재치 있는 이야기 구사 능력에서 보여주는 대성할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며 축하해마지 않는다. 사족으로 ‘속담왕’ ‘엄마의 별’ ‘짜잔 정훈이’ ‘꿀벌이 되면’ ‘길잃은 아이’ ‘까마귀와 배시시’ ‘자귀나무 이야기’ 등도 아까운 작품들이었음을 밝히고 싶다. 더욱 분발하여 ‘낭중지추’(囊中之錐)의 미덕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 [2013 신춘문예-평론 당선작]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 :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들/유인혁

    [2013 신춘문예-평론 당선작]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 :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들/유인혁

    1 이야기의 끝, 혹은 끝없는 이야기 이집트의 영조(靈鳥) 피닉스는 수명이 다하면 헬리오폴리스에 있는 태양의 신전으로 날아가 스스로 불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타오르는 화염 속에서 피닉스는, 이윽고 새로운 생명을 얻어 다시 태어났다. 그래서 이 영조는 불사조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보르헤스는 불 속에서 파괴되며 재생하는 이 영원한 순환을 묘사한 적이 있다. ‘원형의 폐허들’의 주인공은 ‘불의 신전’에서 한 소년을 만들었다. 그는 꿈속에서 소년의 폐동맥과 심장, 뼈대, 눈꺼풀, 셀 수 없이 많은 머리카락 등을 눈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생생하게 떠올렸다. 정교한 상상 속에서, 소년은 마침내 실체가 되어 현신했다. 그런데 이 창조자는 소년이 언젠가 자신이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챌 것이라 걱정했다. 불의 신전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비밀을 누설하는 것은 결국 불이 될 것이다. 환영은 불에 탈 리가 없으므로, 언젠가 소년은 불에 닿았을 때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고민으로 천일 하고도 하루 동안 노심초사하다가 불타는 신전으로 뛰어들었다. 이 기나긴 고민을 끝내줄 죽음을 기다리면서. 그러나 불타는 폐허 안에서, 그는 자신이 불에 타지 않음을, 그러니까 자신도 누군가의 환영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소년 또한 먼 훗날 환영을 만들 것이다. 이 과정은 영원히 반복 되리라…. 피닉스와 보르헤스의 환영은 모두 반복을 통해 영원을 성취한다. 그것은 끝없이 뻗어나가는 직선이 아니라, 영구히 되돌아오는 원환이다. 그러니까 끝이 무한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시작이 펼쳐진다는 뜻이 아니다. 이 이야기의 진정한 메시지는 바로 반복이다. 끝에 도달했을 때, 모든 것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끝과 무한(無限). 최근 소설쓰기 자체를 주제로 삼은 일련의 메타픽션 속에서 발견되는 문제는 참으로 이렇다. 한유주는 “내가 쓰고 싶었던 문장들은 모두, 오래전부터, 당신들에 의해 쓰였다. 나는 읽어본 적이 없는 문장들을 베끼고 또 베낀다”(한유주, ‘농담’,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30쪽)고 말한다. 이때 새로운 글쓰기는 불가능한 것으로 제시된다. 대홍수가 인간의 문명을 송두리째 박살낸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의 세계에서, 창작의 가능성은 이 세상과 함께 종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한유주는 끈질기게 자신이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를 베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때 한유주는 자기 글쓰기의 한 조건으로 ‘이야기의 끝’을 상정하고 있다. 이미 “이야기는 오래전에 모두 매진되” (한유주, ‘죽음의 푸가’, “달로”, 문학과지성사, 2006, 48쪽)어서 그 어떤 처녀작도 새로 쓰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최제훈은 끝없는 이야기의 모델을 보여준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모두, 오래전부터, 당신들에 의해 쓰였다”는 사실은 오히려 충만한 자유를 제공한다. ‘괴물을 위한 변명’에서 “프랑켄슈타인”을, ‘퀴르발 남작의 성’에서는 흡혈귀 전설을, ‘셜록 홈스의 숨겨진 사건’에서는 셜록 홈스의 이야기를 솜씨 있게 패러디했던 그는 “일곱 개의 고양이 눈”에서 애거사 크리스티, 에도가와 란포, 오스카 와일드, 스티븐 킹, 로베르트 비네 등을 종횡무진 누빈다. 기성의 작품이 많으면 많을수록, 최제훈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한유주에게 제약이었던 것이 그에게는 기회요, 즐거움이 되는 것이다. 최제훈은 바로 이러한 조건 아래서 “완성되는 순간 사라지고, 사라지는 순간 다시 시작되는 영원한 이야기” (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282쪽)를 상상했다. 2 플롯 없는 소설들 왜 차라리 ‘소설의 끝’이 아니라 ‘이야기의 끝’인가.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에서 진실로 끝나버린 것은 바로 플롯이다. 바꿔 말해 시작과 끝을 유기적으로 형성하는 서사가 부재하고 있다. 한유주의 소설에서 내용이 짐작 가능한 이야기는 드물게 출현한다. 한유주의 소설은 대부분 그녀의 의식을 (불)투명하게 묘사하는 데 진력할 뿐이다. 무엇인가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 그 진위는 참으로 모호하다. ‘흑백사진사’에서 ‘아이’는 유괴당한 지 일주일 만에 목이 졸려 살해됐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 소설의 화자는 납치된 지 나흘 째 되는 날 풀려났고 중학생이 되어 사건을 회상하고 있다. 이 의도적인 교란은 화자의 모든 진술을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이때 이야기는 진술들의 나열일 뿐이지 통일되고 연속적인 흐름을 형성하지 못한다. 심지어 한유주의 소설에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단위로서의 사건(event)도 없다. 그녀의 소설에서는 사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한유주는 어떤 행위를 묘사하거나 진술한 다음, 곧바로 그것을 부정한다. 누군가 담배를 피웠는데 “연기는 나지” 않고 “재는 떨어지지”(한유주, ‘재의 수요일’, “얼음의 책”, 문학과지성사, 2009, 208쪽) 않는다는 식이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소설 속의 내용이 사실 허구(虛構)라는 점을 계속해서 인식시킨다. 이것은 부정문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를테면 ‘허구0’에서 한유주 본인으로 짐작되는 화자는 현재진행형 시제의 문장을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 행동, 계획들을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허구0’이라는 제목은 이 모든 진술들이, 그러니까 가장 투명하게 작가의 머릿속을 베껴낸 이 문장들이 모두 거짓이라고 암시한다. ‘불가능한 동화’ 역시 같은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부정문, 혹은 명명(命名)을 통해 이루어졌던 일들이 이제 소설의 형식 자체를 통해 실천된다. 이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우선 앞에서는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소녀의 테러리즘을 다룬다. 이 소녀는 반 급우들의 일기에 “나도 죽여보고 싶다”, “바늘 끝은 뾰족하다”, “불은 뜨겁다” 따위의 문장들을 몰래 적어 넣었다. 선생님은 이 테러의 진의를 알 수 없다. 그는 아이들에게 성을 내지만, 이것이 왜 나쁜 행동인지는 좀처럼 설명할 수 없다. 이 교실에는 “없어진 것도, 사라진 것도 없”으므로. 그저 “의미도 불분명하고 출처도 없는 문장들이 있을 뿐”이므로(한유주, ‘불가능한 동화’, “문학과 사회” 2011년 겨울호, 165쪽) 이것은 타인의 문장에 가해진 목적이 불분명한 테러인 것이다. ‘불가능한 동화’는 이렇듯 모호한 폭력을 가한 소녀를 중심으로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발아시킨다. 이름이 주어지지 않으므로 소녀의 정체는 미스터리이다. 그녀가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도 알 수 없다. 한편 소녀는 미아라는 급우가 자신의 범행을 알고 있을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그래서 소녀는 미아를 살해하고 도망친다. 이제 우리는 미스터리의 해결(소녀는 누구인가)과 서스펜스의 지속(소녀는 잡힐 것인가)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한유주는 어느 대학의 문예창작학과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는 한 여성을 조명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수업 도중 강의실 뒤편에서 한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크게 놀란다. 그 아이는 바로 ‘소녀’. 자기 소설의 주인공이었다. 아이는 마치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괴물처럼 자신의 창조주를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왜 자신을 끔찍한 모습으로 창조했는지 따져 묻는다. 이제 한유주는 앞선 이야기가 모두 허구였음을 고백하고, 허구란 대체 무엇인지 설명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한유주 소설의 시그니처와 같은 부정문은 형식의 차원으로 확장된다. 그녀는 말한 다음, 바로 부정한다.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제시한 다음 그것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노라고 고백한다. 이것은 마치 만다라와 같은 작업이다. 형형색색의 모래를 뿌려 만들어지는 이 신성한 그림은, 완성과 동시에 물에 씻겨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유주가 가지고 있는 언어에 대한 회의 때문에 생겨났다. 그녀는 언어가 현실을 재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좀처럼 갖지 못한다. 이는 사전에 대한 불신 속에서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K에게’에서 사전은 “모두 다섯 권이었지만, 첫 번째 사전부터 마지막 사전까지 합친 두께가 손바닥 한 뼘을 넘지 않”는 “무성의한 생일 선물”에 불과하다. 그것은 “조야한 방식으로 선별된 하나의 작은 세계”를 펼쳐 놓고, “수수께끼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드러낼 뿐 아무런 해답도 내어놓지 않는”다. 그래서 한유주는 “백과사전이라는 이름은 틀린 것”이라고 진술한다(한유주, ‘K에게’, “얼음의 책”, 문학과 지성사, 2009, 72~73쪽). 사전이 결코 세계를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언어는 현실을 투명하게 재현할 수 없다. 플라톤이 말한 바와 같이 문학은 세계를 열등하게 모사한 것에 불과하므로, 우리는 문학에서 삶과 현실을 찾아서는 안 된다. 그래서 한유주는 자신의 글이 “아무것에도 봉사하지 않을 것이”(한유주, ‘허구0’, “얼음의 책”, 문학과 지성사, 2009, 19쪽)라고 선언한다. 언어는 그런 것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어는, 소설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한유주의 해답은 바로 메타픽션이다. 글쓰기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다. 언어는 결코 현실을 적절히 재현할 수 없으므로 차라리 언어 자체를 재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유주에게 ‘이야기의 끝’이란 단순히 모든 이야기가 이미 쓰였다는 인식으로 요약되지 않는다. 그것은 이야기가 현실을 재현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던 시대가 이미 오래전에 끝났음을 의미한다. 이때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도대체 이야기를 쓸 수 있는지 의심하는 행위가 된다. 이러한 한유주 소설의 특징은 좀처럼 요약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는 ‘오이디푸스왕’을 오이디푸스에게 일어난 몇몇 사건들을 중심으로 요약할 수 있다. 라이오스왕의 죽음, 이오카스테와의 결혼, 모호하면서도 분명한 신탁…. 하지만 한유주의 소설을 같은 방식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수고롭게 그러한 작업을 한다고 해도 그녀 소설의 특징은 하나도 전해지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를 요약할 수 없다는 것은, 최제훈 소설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최제훈이 한유주처럼 사건을 부정하기 때문이 아니다. 반대로 최제훈의 소설에서 사건은 너무 많이 일어난다. 다만 그것들은 좀처럼 결말을 향해 회수되지 않는다. 최제훈의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장편소설’로 소개되고 있지만, 실은 ‘여섯번째 꿈’, ‘복수의 공식’, ‘π’, ‘일곱 개의 고양이 눈’ 네 편의 소설이 느슨하게 연결된 연작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여섯번째 꿈’에 나오는 민규, 현숙, 세나, 연우, 영수, 태식 등의 인물들은 뒤의 세 작품 안에서 조금씩 설정과 역할을 달리하여 변주된다. 예를 들어 ‘여섯번째 꿈’의 연우와 ‘π’의 M은 동일인물로 보인다. 연우와 M은 모두 번역가인데, 자기가 번역을 맡은 소설에서 등장인물의 운명을 바꾼 일이 있다. 비중이 거의 없는 인물을 슬그머니 죽은 것으로 오역했던 것이다. 하지만 연우가 스페인어 번역가인 데 반하여 M은 일본어 소설을 번역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죽음을 맞는다. 연우가 눈이 오는 산장에 고립되어 수수께끼의 살인마에게 살해당했다면, M은 소설을 쓰다가 탈진해 쓰러졌다.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려는 탐욕스러운 셰헤라자드에게 “안에서부터 파먹”혀 “거죽만 남”은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258쪽). 한 편의 장편소설에서 인물이 복수(複數)의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사실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소설은 인간의 삶을 재현한 것이고 어떠한 인간도 두 번 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죽음은 삶의 의미를 확정하는 사건이다. 발터 벤야민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는데, “소설에 나타나는 인물들의 삶의 의미는 오로지 그들의 죽음에 의해서만 비로소 해명될 수 있다.”(발터 벤야민, 반성완 편역, ‘얘기꾼과 소설가’,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 민음사, 1983, 185쪽). 많은 소설들이 등장인물의 죽음으로 끝난다는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적과 흑”은 줄리앙 소렐의 죽음으로 끝나며, “레미제라블”은 장 발장의 죽음으로 끝나고, “보바리 부인”은 엠마 보바리의 죽음으로 끝난다. 그들의 죽음이 삶과 소설의 의미를 확정짓는 것이다. 하지만 최제훈의 소설에서 인물들은 여러 겹의 삶을 살아가고, 복수의 죽음을 맞이한다. 그것은 삶이 아니라 차라리 연극이다. 예컨대 햄릿의 죽음은 연출가의 각색에 따라 매번 달라지지 않는가. 이러한 최제훈 소설의 특징은 그가 중심적으로 사용하는 기법에 의해 촉발되었다. 바로 패스티시다. 한유주 소설이 부정문의 특징을 형식적 차원에까지 확장한 결과라면, 최제훈은 패스티시의 가능성을 극단까지 활용하여 “일곱개의 고양이 눈”을 쓴다. 예를 들어 ‘여섯번째 꿈’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쥐덫’, 그리고 에도가와 란포의 ‘붉은 방‘을 인용하고 있다. ‘여섯번째 꿈’에서 민규, 현숙, 세나, 연우, 영수, 태식 등은 연쇄 살인범의 세계를 탐구하는 ‘실버 해머’라는 인터넷 동호회의 회원들이다. 이들은 어느 겨울 ‘악마’라는 별명을 가진 회장의 초대장을 받고 산장에 모였다. 그런데 정작 ‘악마’는 나타나지 않고, 회원들은 폭설로 고립된 산장에서 하나씩 하나씩 살해당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 안에 ‘악마’가 숨어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는 판사, 사업가, 의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열 명의 사람이 외딴섬에 모인다. 그들은 어느 사업가에게 초대 받았다. 그런데 ‘여섯번째 꿈’과 마찬가지로 초대장의 주인은 섬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열 개의 인디언 인형’의 노랫말에 맞추어 한 명씩 살해당하기 시작한다. 한편 ‘쥐덫’에서도 사람들은 밀실에 갇혀 있다. 이들은 ‘여섯번째 꿈’과 마찬가지로 폭설이 내리는 산장에 고립된 것이다. 그리고 에도가와 란포의 ‘붉은 방’에서 ‘붉은 방 클럽’은 ‘실버 해머’처럼 극단적이고 파격적인 취미에 빠진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때 ‘여섯번째 꿈’은 애거사 크리스티와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을 인용하고, 수정하는 가운데 쓰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여섯번째 꿈’은, 그리고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인간의 삶이 아니라 다른 소설을 재현하는 글쓰기이다. 소설의 인물이 두 개의 죽음을 경험하는 이유는, 그들이 각각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제훈의 소설에는 이야기만 있을 뿐 그 이야기가 재현하는 인간의 삶이 없다. 그런 것은 도무지 중요하지가 않다. 이야기가 인간을 설명하기 위해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인물들이 선택되는 것이다. 이때 소설에서 인간적 삶의 내용은 사라지고 주인공은 그저 한 기능으로 퇴락한다. 그러니까 “돈키호테”에서 이 우스꽝스러운 기사는 다만 “무관한 일화와 에피소드의 모음으로 떨어져 버릴지도 모르는 것에 통일을 주기 위해”(프레드릭 제임슨, 윤지관 옮김, “언어의 감옥”, 까치, 1977, 61쪽) 고안되었다는 식이 된다. 소설은 한 인간의 삶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야기 재료들의 짜깁기가 되는 것이다. 3 전문가로서의 작가 그래서 패스티시의 소설은 반인간적이다. 소설 속의 인간에게 고유한 삶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패스티시는 소설 바깥의 인간에게서도 존엄성을 빼앗는다. 그러니까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에게서 창조주의 권위를 앗아간다. ‘π’에서 M은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직업은 소설가가 아니라 번역가이다. 즉, 그는 타인의 언어를 거쳐야 비로소 무엇인가를 쓸 수 있는 존재이다. 이는 M이 결코 글쓰기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을 암시한다. M은 어느 날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밤마다 M에게 으스스한 이야기를 속삭인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M이 쓰고 있는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이 된다. 그러니까 그녀는 M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셰헤라자드이자, M의 영감의 원천이 되는 뮤즈이기도 하다. 그런데 셰헤라자드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소설이 되기 위해서, M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 이는 맵시벌의 다큐멘터리에서 우의적인 방식으로 설명된다. 맵시벌은 거미의 몸에 알을 깐다. 세월이 흘러 다 자란 “유충은 쓸모없어진 거미의 몸을 뚫고 밖으로” 나간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 숙주의 목숨이 희생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M은 “맵시벌 다큐멘터리를 전에도 본 것 같았다”(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244쪽). 채널을 돌려도 화면에는 계속 맵시벌만 나타났다. 여기서 M은 사실 환상적인 방식으로 자신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다. 그의 배역은 다름 아닌 거미인데, 이야기가 완성되자 “안에서부터 파먹”혀 “거죽만 남”은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M의 운명은 롤랑 바르트가 ‘저자의 죽음’이라고 지칭했던 현상에 대한 알레고리이다. 바르트가 주장한 바, 근대적 글쓰기는 “수많은 문화의 온상에서 온 인용들의 짜임”(롤랑 바르트, ‘저자의 죽음’, “텍스트의 즐거움”, 동문선, 1997, 32쪽)이다. 이때 작가는 작품의 유일하고도 온전한 ‘아버지’가 아니다. 그는 마치 신이 인간을 창조하듯이 소설을 쓰지 않는다. 그는 다만 다른 소설을 베끼는 필경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저자의 죽음은 단지 M의 운명을 통해 우의적으로 표현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문학론은 실제 ‘π’의, 그리고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의 작법(作法)을 통해 실현된다. ‘π’는 그 자체로 “인용들의 짜임”이다. 우선 우리는 “천일야화‘의 이야기꾼인 셰헤라자드의 흔적을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독일 표현주의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의 영향을 감지하게 된다. ‘π’의 액자 속 주인공 하루는 어느 터널에 49일이나 갇혀 있었고, 결국 미쳐버렸다. 그는 이제 정신병원에 있다. 그리고 정신병원의 의사, 간호사, 동료 환자들을 상상 속에서 변형시키며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에 로베르토 비네가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에서 한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프란시스는 박람회에서 칼리가리 박사의 상자를 보게 된다. 그 상자에는 체사레라는 몽유병 환자가 누워 있다. 체사레는 프란시스의 약혼녀인 제인의 죽음을 예언하는데, 칼리가리 박사는 이 예언을 실현시키기 위해 제인을 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이상의 이야기는 매우 기이하다. 비현실적이며 악몽을 닮아 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정신병원에 수감된 프란시스가 들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칼리가리 박사는 정신병원의 원장이며, 체사레는 병원의 직원이다. 제인은 프란시스와 마찬가지로 정신병을 앓는 환자였다. 프란시스는 자신의 망상 속에서 이들 인물을 변주하여 이야기를 자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이러한 아이디어는 이미 대중문화 안에서 여러 번 변주된 바 있다. 최근에는 리들리 스콧의 ‘토탈 리콜’(1990)이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오픈 유어 아이즈’(1997), 데이비드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마틴 스코세이지의 ‘셔터 아일랜드’(2010)에서 활용되었다. 요컨대 이미 널리 알려진 수법이라는 뜻이다. 그런 만큼 최제훈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독창적이지 않다는 것을 넌지시 인정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데 있어서 작가의 역할은 사실 보잘 것 없는 것이다. 작가는 이제 독창적인 트릭을 고안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의 트릭에 의존한다. 다만 그 트릭을 끊임없이 변주한다.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붉은 방’을…. 이때 최제훈은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의 창조자라 할 수는 없다. 그는 저자가 아니다. 자기 작품의 “유일하고 동일한 목소리”(롤랑 바르트, ‘저자의 죽음’, “텍스트의 즐거움”, 동문선, 1997, 28쪽)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타인의 언어와 아이디어를 활용하고 있으므로 자기 작품에 대해 독점적인 권리를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마치 돈키호테가 서로 다른 우스꽝스러운 사건에 통일을 부여하는 기능인 것처럼 그는 서로 다른 이야기의 묶음에 통일을 부여하는 기능이다. 이제 소설의 인물과 작가는 모두 하나의 기능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면 최제훈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마 창조는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의 피조물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노동일까? 그는 문화산업의 많은 ‘크리에이터’(creator)들이 하고 있는 그런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니까 ‘불가사리’(1962)가 ‘고질라’(1956)를 참조하고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이 ‘지상 최후의 사나이’(1964)를 차용하는 것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다만 진귀한 구경거리(spectacle)를 생산하고 있는 것인가? 반쯤은 옳다. 그는 창조하기보다 생산한다. 그것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부품을 조립하여 완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비유할만한 것이다. 아마 “안에서부터 파먹”혀 “거죽만 남”아버린 M의 모습은 초과노동에 시달리는 어느 현대 노동자의 비유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는 좀처럼 잠을 자지 못하지 않는가. 하지만 최제훈은 뒤샹이 예술가인 만큼은 예술가이다. 레디메이드를 활용하더라도 그것을 조합하는 방식은 자유에 맡겨진다. 아무리 풍부한 재료가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아무나 그것에 형식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뉴욕의 어느 배관공이 ‘샘’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정말이지 없다. 뒤샹 스스로 인정했듯이, “당신의 가능성은 나의 가능성과 같지 않은 것이다”(“Your chance is not the same as my chance.” (Calvin Tomkins, The Bride and the Bachelors: Five Masters of the Avant-Garde, Penguin, 1968, p.33)). 여기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은 전문가(specialist)로서의 작가이다. 무엇인가 짜깁기를 하기 위해서는, 그 재료를 많이 구비해 두어야 한다. 그러니까 이야기의 재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짜깁기의 예술은 풍성해질 수 있다. 이것은 규칙을 잘 알고 있는 사람만이 참가할 수 있는 게임이다. 그래서 최제훈은 자신의 생산물로부터 완전히 소외된 노동자로 볼 수 없다. 자기가 조작하는 이야기의 관습을 썩 훌륭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유주는 이러한 점을 좀처럼 편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 같다. 한유주는 ‘저자의 죽음’을 자신에게 주어진 문학적 조건으로 뼈아프게 인식하고 있다. 이미 “문장들은 모두, 오래전부터, 당신들에 의해 쓰였”기 때문에 심지어 미리 “읽어본 적이 없는 문장”들을 적을 때도 그것은 베끼기에 지나지 않는다. 한유주는 “모든 사물들은, 혹은 모든 사물화 된 문장들은, 일종의 자연사 박물관에 귀속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인식에 따르면 도서관의 어느 서가에 진열된 책들은 모두 일종의 “전시된 죽음들”이며, “검은 플라스틱판에, 흰 글씨로 이름을” 새겨 넣은 명패가 달린 박제이다(한유주, ‘자연사 박물관’,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87쪽). 한유주는 이러한 조건을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녀가 누구를 참조하고 있는지, 도대체 누구를 ‘베끼고’ 있는지 알아채기 어렵다. 물론 불가능하지는 않다. 예컨대 ‘허구0’이라는 제목은 “픽션들”이라고 하는 보르헤스의 단편집 표제를, 그리고 “얼음의 책”이라고 하는 표제는 ‘모래의 책’이라고 하는 보르헤스 단편의 제목을 떠올리게 만든다. 허구의 영점(零點)과 허구의 복수형은 분명한 대비를 형성한다. 거기에 만들어지자마자 모두 녹아 사라지는 얼음의 책과, 영원히 모래처럼 변화하며 두 번 다시 같은 페이지를 펼칠 수 없는 모래의 책은 모두 의미가 고정되지 않거나, 아예 사라지는 책을 상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 추측에 지나지 않으며, 그녀는 주의 깊게도 단서를 남겨놓지 않았다. 이것은 한유주 스스로 어떤 작품을 베끼고 있다고 주장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한유주는 ‘자연사 박물관’,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인력이거나, 척력이거나’ 세 편의 작품을 통해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를 베끼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상의 작품들에서 발견되는 것은 오히려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와 달라지려 하는 한유주의 부단한 노력이다.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는 연극에 대해 논문을 쓰려는 한 사내가 어느 광인을 만난다는 이야기이다. 이 광인은 자신이 22년 전에 살해한 여성의 옷과 구두를 몸에 걸치고 있다. 한유주는 ‘자연사 박물관’에서 이 짤막한 이야기의 틈을 헤집고 억지로 자신의 언어를 밀어 넣는다. 한유주는 이 사내와 광인을 각각 트리스탄과 햄릿이라 명명하고, 그들의 조우에 복잡한 운명을 부여한다. 그런데 아마 한유주가 토마스 베른하르트라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면,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의 흔적을 알아챘을 것이다. 이 두 소설의 공통점이란 시간을 물어보는 행위, 다리 위에서의 대화 등 몇몇 지점에서 눈치채기 어려운 방식으로만 나타난다. 아무리 주의 깊은 독자라도 이 정도의 단서로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그림자를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흔적을 알아채는 것은 훨씬 어려워진다. 주인공 하령은 대재앙이 닥쳐 대륙의 절반이 물에 잠기고, 인구의 절반이 죽어버린 세계에서 소설을 쓰고 있다. 그녀는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를 베껴서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를 쓰려 한다. 하지만 그녀가 베끼려고 하는 소설은 책장에 없거나, 아니면 물에 젖어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다. 무엇인가 베끼는 것이 도무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한유주,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189쪽). 하령은 무엇인가 참조할 때마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결말과는 다른” 페이지들을 마주하게 된다(한유주,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203쪽). 그래서 하령의 베끼기는 계속해서 원작과 달라진다. 이것은 굉장히 수고로운 작업이다. 그녀는 끊임없이 이야기와 언어의 관습들을 익혀야 한다. 이미 모든 이야기들은 다른 사람에 의해 기록되었으므로, 잠깐의 방심은 ‘베끼기’로 이어질 것이다. 이것은 표절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모든 멜로디를 검토하는 작곡가나, 신기술을 개발하기 전에 기존의 특허를 검토하는 기술자의 태도에 비견할 만한 것이다. 하지만 한유주는 이러한 자신의 노력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한유주는 담담하게 토로하고 있는데, “언어는 진화하지 않고, 문학은 진보하지 않”는다. 그저 베끼는 와중에 조금씩 변화할 뿐이다. 그것은 진화의 개념이 사라진 돌연변이와 같다. 대재앙 이후의 세계에서 호랑이는 아가미를 발달시켰다. 물에 잠긴 세계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것이 “진화인가 퇴화인가” 말할 수 없다(한유주,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201쪽). 한유주의 소설 역시 ‘자연사 박물관’에 박제된 모습과는 다른 형태로 제시된다. 그녀의 ‘베끼기’가 박제를 변형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이 문학을 ‘진보’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노력이 다만 돌연변이 하나를 만들어 내는 것에서 그친다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끝’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의 세계에서 새로운 글쓰기의 가능성은 인류와 함께 절멸했다. 이 ‘끝’에서 문학은, 그리고 글쓰기는 과거의 박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찾아 헤맨다. 하지만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창조의 엿새는 오래전에 지나가 버렸으므로. 4 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 ‘이야기의 끝’이거나 ‘끝없는 이야기’이거나, 우리가 궁극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새로움’의 쇠퇴이다. 이제 작가는 매우 제한적인 방식으로 무엇인가를 만든다. 그는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없으며, 다만 기왕의 설계도를 다소 변형시키는 선에서 만족해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한유주와 최제훈의 작품이 새롭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자신이 타자의 언어를 베끼고 있음을 드러내지만, 그들의 작품은 전에 없이 독특하다. 우리는 아무렇게나 펼친 페이지에서도 한유주의 문체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부정문을 사용하는 방식은 참으로 고유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제훈은 기성의 관습들을 짜깁기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마치 괴물처럼 낯설다. 이것은 개인의 창조성을 부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예술가들이 역설적인 방식으로 창조적이라는 아이러니와 무관하지 않다. 존 케이지는 문자 그대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음으로써 ‘4분33초’를 만들었으며, 앤디 워홀은 대중문화 속의 이미지를 조합해 자신의 작품을 만들었다. 여기서 예술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새로운 것은 하나도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작업은 파천황의 것이며 예술의 경계를 도전적으로 확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움은 공허한 것이다. 마치 ‘4분33초’처럼 덧없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예술의 경계를 허문다. 하지만 그 다음은? ‘4분33초’는 결코 녹음되거나 재연(再演)될 수 없다.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의미라 부를 수 있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앤디 워홀의 작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워홀의 유명한 병뚜껑, 혹은 메릴린 먼로의 이미지를 바라보며 이것이 어째서 예술인지 질문하고, 대체 예술이란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바깥으로는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갈 수 없다. 이 새로움은 우리에게 아무런 말도 걸지 않는다. 프레드릭 제임슨은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의 공허함을 다음과 같이 간파했다. “앤디 워홀의 ‘다이아몬드 가루 신발’은 반 고흐의 신발이 가진 직접성을 전적으로 결여한 채 우리에게 말을 건다. 정말이지 나는 그것이 우리에게 실제로 어떤 말도 걸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프레드릭 제임슨, 강내희 옮김, ‘포스트모더니즘 ― 후기자본주의 문화논리’, 정정호·강내희 편, “포스트모더니즘론”, 문화과학사, 1989, 150쪽)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은 분명 새롭다. 그들은 우리에게 소설이란 무엇인지, 소설쓰기란 무엇인지 질문한다. 하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소설은 “아무것에도 봉사하지 않”으며 어디에도 “사용되지 않”(한유주, ‘허구0’, “얼음의 책”, 문학과지성사, 2009, 19쪽)기 때문이다. 이때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은 모든 책무로부터 자유롭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용한 형식이 된다. 즉, 자족적인 동시에 자기폐쇄적인 형식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유주와 최제훈 소설의 공간들이 감옥을 닮았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자연사 박물관은 모든 생명들이 박제되어 진열된 공간이며,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에서 사람들은 온통 물에 잠겨버린 건물에서 고립되어 살아간다. ‘불가능한 동화’에서 선생님은 마치 취조실의 형사처럼 아이들을 겁주고 추궁한다. 최제훈을 살펴보면, M은 맵시벌의 둥지에 갇혔고, 하루는 동굴 속에 갇혔으며, 영수는 산장 안에 갇혔다. ‘일곱 개의 고양이 눈’에서 액자 속의 미미는 스토커에게 납치당해 갇혔고, 액자 바깥의 ‘나’는 망막박리에 걸려 눈이 먼 채 병실에 갇혔다. 모두가 갇혀 있다.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은 메타픽션이며, 이들은 모두 알레고리 속의 인물이다. 이들을 가두고 있는 감옥은 사실 상징적인 방식으로 글쓰기 자체를 가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이것은 바로 언어의 감옥이다. 한유주와 최제훈의 글쓰기가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들이 단지 타인의 언어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마치 모든 발화가 랑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소설 역시 글쓰기의 관습이나 전통 바깥으로 벗어날 수 없다. 모든 사람은 타인을 흉내 내며 말을 배운다. 소설이 그러지 않으리란 법이 어디에 있는가.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은, 소설이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폐쇄적인 형식이 된다는 뜻이다. 이때 언어는 자기를 가리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영원한 동어반복과 다름없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목적을 위해 말을 사용하는 것이며, 작가란 발언을 하는 사람(parleur)이다. 우리는 무엇인가 요구하기 위해, 혹은 불만을 토로하기 위해, 심지어 선전포고를 하기 위해 글을 쓴다(장 폴 사르트르, 정명환 옮김,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민음사, 1998, 27쪽). 그러니까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세계를 향해 말하는 행위인 것이다. 그러나 소설의 책무가 다만 다른 소설에 관하여 말하는 것이 되었을 때, 글쓰기는 베끼기가 된다. 이때 독서란 소설 안에 존재하는 다른 소설의 흔적을 찾는 놀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이라는 것을 그렇게 높이 평가할 수 없다!”(요한 볼프강 폰 괴테, 김수용 옮김, “파우스트” 1부, 책세상, 2006, 78쪽). 오직 언어로 이루어진 곳을 헤매는 것이 독서라면, 그것은 언어로 이루어진 테마파크를 유람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그렇다면 언어의 감옥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 얼마나 지나야 그곳이 감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까. 그러니까 “폐쇄된 미로에 갇힌 사람은, 얼마나 헤매야 그 미로가 폐쇄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될까?”(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179쪽). 그리고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파우스트는 평생에 걸쳐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게다가 신학까지 열성을 다하여 연구”한 끝에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탄식했다. 그가 마술의 세계에 몸을 맡기기로 결심했던 것은, 정통한 지식들이 세계에 대해 조금도 알려주지 않는 “부질없는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요한 볼프강 폰 괴테, 김수용 옮김, “파우스트” 1부, 책세상, 2006, 31~33쪽). 그가 악마와 계약하여 처녀를 희롱하고, 신화 속의 전쟁에 뛰어들고, 바다를 메우는 개간사업을 시작했던 것은 ‘태초에 말이 있었다’는 세계관을 거부하고 ‘태초에 행동이 있었다’고 선언한 후였다. 가장 열심히 말의 세계를 믿었던 자가, 행동의 세계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아마 파우스트와 같은 모험이 필요할 것이다. 파우스트가 자신의 서재를 벗어나 시공을 뒤집는 모험에 나섰던 것처럼, 한유주와 최제훈도 이야기의 끝, 혹은 끝없는 이야기라는 감옥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때 소설 역시 감옥에서 벗어나 자신의 존엄을 되찾을 것이다. ■당선소감 책은 끝없는 미로… 내 모든 단어 빚지고 있어 아직 더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은데 덜컥 당선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더듬더듬 잘 모르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 문득 어지럽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 길은 앞이 명확했던 적이 없었다. 책을 한 권 읽으면, 세상은 그만큼 분명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두 권의 책을 숙제로 남겼다. 그러니까 이 길은 목적지가 분명한 대로가 아니라,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미로이다. 이 미로를 열심히 헤매고 싶다. 고마운 사람이 너무 많다. 사실 나는 그들이 전해준 것을 비로소 적었을 뿐이다. 나는 모든 단어들을 빚지고 있다. 그래서 당선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는 말은 단순히 수사가 아니다. 우선 나는 박광현 선생님에게 글쓰기의 모든 것을 배웠다. 내가 지키고 있는 규칙들은 전부 선생님에게 받은 것이다. 황종연 선생님은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보여주셨다. 한만수 선생님은 어떻게 학문이 정의로워질 수 있는지 알려주셨다. 그리고 김춘식 선생님께는 글쓰기의 즐거움을 배웠다. 더불어 오랫동안 함께 공부한 ‘책읽기의 즐거움’의 멤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허병식 선생님, 복도훈 선생님, 서희원 선생님, 조형래 선배, 김민선, 박진솔, 임세화, 전호성, 한정현, 홍덕구 등 모두들 내게 큰 도움을 주었다. 나는 이들에게 동의하거나, 혹은 반박하면서 비로소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또한 내 글을 가장 먼저, 그리고 아마도 가장 즐겁게 읽어준 경연에게 감사한다. 너에게는 늘 고마운 마음뿐이다. 고집 센 아들의 선택을 지금까지 지지해주신 부모님께는 가장 큰 감사를 올린다. 마지막으로 많이 부족한 글에서 가능성을 보아주신 두 심사위원 선생님께 고개 숙여 인사드리고 싶다. ●약력 ▲1983년생 ▲ 2002년 동국대 국문과 입학 ▲동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심사평 균형적 함의 도출 … 평론가로서의 앞날 기대 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부문에 응모한 작품은 모두 17편이었다. 심사위원 두 사람은 이들 작품을 통독하고 그 가운데 최종 논의 대상으로 4편을 선정하였다. 그리고 다시 이를 정독한 후 장시간의 논의를 거쳐 당선작을 확정하였다. 심사기준으로는 응모 평론이 기본적으로 작품의 가치를 잘 부각시키고 이를 논리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가에 두었으며, 글의 전체적인 통일성과 비평적 견식을 담보할 수 있는 문장력도 면밀히 살펴보았다. 대체로 올해의 평론 응모작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었으며, 그 성향에 있어서도 여전히 세부적 탐색과 분석에 치중하고 동시대 사회 속에서 해당 작품이 가진 의미를 구명하는 데는 소홀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평론이 단순하게 한 작품의 성과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을 배태하고 산출한 환경과 문학사적 친연성 등을 두루 고찰하고 있을 때 객관적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할 터이다. 마지막까지 논의의 대상이 된 4편의 평론 가운데 이은이의 ‘희미해져가는 인간다움에 대하여’는 유연한 상상력과 감각적인 문장이 뛰어났다. 하지만 보다 정치한 시각과 정론적 방식으로 대상 작품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정영의 ‘비린내, 혼종의 정체성에 저항하는 존재성’은 후각적 관점을 중심으로 작품을 규정하는 독창성이 참신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독창적 사유가 총괄적 해석력을 확보하는 데 미흡했고 비린내와 혼종성의 상관관계도, 좀 더 명료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만영의 ‘유령의 서사, 열림의 정치’는 시종일관 무난하고 균형성 있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분석 대상이 된 두 작품의 저변을 보다 치열하게 드러내고 그 상관성에 대해서도 입체적 조명이 있었으면 하는 후감이 있었다. 당선작이 된 ‘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는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이 가진 문학적 함의를 비교적 정확하고 균형성 있게 도출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적 근거에 있어서도 폭넓은 공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는 또한 평론가로서의 앞날에 대한 기대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그리고 간발의 차이로 낙선한 분들께는 따뜻한 위로와 함께 다음 기회의 분발을 바라마지 않는다.
  • [새음반]

    [새음반]

    ●레미제라블(Les Misersables) 지난 19일 개봉한 뒤 9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 오리지널사운드트랙이 나왔다. 지금껏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는 배우들이 스튜디오에서 미리 노래를 녹음하고서 촬영현장에선 립싱크했다. 하지만 ‘레미제라블’의 톰 후퍼 감독은 현장에서 배우들이 무선 이어폰으로 피아노 반주를 들으면서 노래와 연기를 하도록 했다. 토니상 뮤지컬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은 휴 잭맨(장발장 역)을 비롯한 노래도 되고 연기도 되는 배우들을 캐스팅했기에 가능했다. 뮤지컬에는 없지만, 원 작곡가 클로드 미셸 쉰버그가 잭맨을 위해 만든 ‘서든리’(Suddenly)는 2013년 제70회 골든글러브 시상식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에서 장발장이 코제트를 데리고 파리로 탈출하는 마차 속에서 부른다. 앤 해서웨이(판틴 역)가 부른 ‘아이 드림드 어 드림’(I Dreamed a Dream), 아만다 사이프리드(코제트 역)가 부른 ‘인 마이 라이프- 어 하트 풀 오브 러브’(In My Life-A Heart Full of Love)도 귓속을 맴돈다. 유니버설뮤직.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거목의 나이테처럼… 심장을 뜨겁게 하는 손짓

    거목의 나이테처럼… 심장을 뜨겁게 하는 손짓

    생물학적 나이의 족쇄를 벗어나기 어려운 연주자·성악가와 달리 지휘자의 생명은 유연하다. 21세이던 1929년 ‘피가로의 결혼’으로 데뷔한 뒤 타계하기 석 달 전인 1989년 4월 빈 필하모닉 정기연주회까지 지휘봉을 놓지 않았던 20세기 클래식 음악계의 슈퍼스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이 대표적이다. 작품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악보의 행간을 읽는 능력, 작곡가의 사상·철학을 읽어내는 통찰력, 오케스트라의 100여개 파트를 꿰뚫는 시야와 리더십은 연륜과 비례하지는 않겠지만, 경험이 필요조건임이 틀림없다. 2013년 한국을 찾는 10여곳의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 중 고희를 훌쩍 넘긴 마에스트로들을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다 첫 테이프는 인도 출신의 주빈 메타(76)가 끊는다. 50년 동안 호흡을 맞춘 이스라엘 필하모닉과 1월 5~6일 신년 갈라콘서트를 연다. 베토벤의 서곡 ‘레오노레’ 제3번과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스페인기상곡’, 요한 스트라우스의 왈츠와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을 들려준다. 그는 본래 의사를 꿈꿨다. 피(아버지 메리 메타는 뭄바이 심포니 오케스트라 설립자)는 못 속이는 걸까. 18세에 빈 음악아카데미에 입학해 진로를 틀었다. 게오르그 솔티 후임으로 1962년부터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음악 감독을 맡았다. 1978~91년 뉴욕필의 최장수 음악 감독을 역임했다. 이스라엘 필과의 인연은 1969년 음악 고문을 맡으면서 시작됐고, 1977년부터 음악 감독을 맡았다. 이탈리아 거장 리카르도 무티(71)는 2월 6~7일 시카고 심포니와 함께 한다. 2004년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와 내한한 이후 9년 만이다. 화려한 금관악기군을 뽐내는 시카고 심포니의 내한은 이번이 처음. 2008년 영국 음악전문지 그라모폰이 선정한 오케스트라 랭킹에서 미국 악단 중 가장 높은 5위에 올랐던 시카고 심포니와 무티의 궁합은 최상이다. 2010~11시즌 시카고의 10번째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뒤 베르디의 ‘레퀴엠’ 앨범으로 그래미상 2개 부문을 휩쓸었다. 런던필(1972~82년)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1980~92년), 라 스칼라(1986~2005년) 음악 감독을 비롯, 주요 교향악단을 섭렵한 무티의 지난해 연봉은 220만 달러(약 24억원)에 이른다. 시카고 심포니도 재정적 어려움은 마찬가지이지만, 무티가 취임한 이후 기부금과 공연 입장권 수익 모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번에는 브람스 교향곡 2번,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등을 들려준다. 지긋한 클래식 팬이라면 네덜란드 거장 베르나르트 하이팅크(83)와의 재회가 감개무량할 터. 1977년 로열 콘세르트(RCO)와 내한했던 하이팅크가 36년 만에 돌아온다. 오랜 인연을 맺은 런던심포니와 함께 한다.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17번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2번(협연 마리아 주앙 피르스), 베토벤 교향곡 7번과 명반으로 꼽히는 브루크너 교향곡 9번까지 들려준다. 하이팅크는 RCO가 세계 빅3 오케스트라로 성장하는 주춧돌을 놓았다. 1963년 35세의 나이로 4대 수석지휘자로 취임했고, 714개 레퍼토리로 1000여 차례 녹음할 만큼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런던 필과는 1967~79년 수석 지휘자 겸 예술 고문을 겸했던 인연이 있다. 열두 살 때 뉴욕 필을 지휘했던 신동 지휘자도 여든을 훌쩍 넘겼다. 프랑스 태생의 미국인 로린 마젤(82)은 4월 21일 뮌헨 필하모닉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곡과 교향곡 4, 7번, 피아노협주곡 4번(협연 조성진),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들려준다. 마젤만큼 한국을 자주 찾은 거장도 드물다. 1978년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첫 방문한 뒤로 애제자 장한나의 지휘를 돕거나 찬조 출연한 것을 제외하고도 10 차례 공연을 했다. 뉴욕 필과 2008년 역사적인 평양 공연으로도 유명하다. 2009년 뉴욕을 떠나기 전 연봉은 2800만 달러(30억원). 세계에서 가장 몸값 비싼 지휘자였다. 2011년부터 세르주 첼리비다케(1912~96)의 잔향이 짙은 100여년 역사의 뮌헨 필을 맡았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권익위 민원 전화상담 새해부터 녹음하기로

    새해부터 국민권익위원회의 민원 상담 전화 통화 내용이 녹음된다. 권익위는 다음달 1일부터 민원인이 전화 상담을 신청하면 통화 내용이 녹취된다는 음성 메시지를 먼저 알린 뒤 녹음할 것이라고 26일 밝혔다. 권익위는 “민원 담당 조사관들이 전화 상담 도중 민원인들에게서 듣는 욕설, 폭언 등으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신경정신 상담까지 받는 사례가 잇따르는 등 직무 수행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이들 민원인 때문에 선의의 다수 민원인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기회를 잃고 있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권익위에는 각 행정 기관에서 처리된 민원 처리 결과에 불만을 품고 다시 민원을 제기하는 이른바 ‘2차 민원’이 1년에 3만여건이 접수되고 있으며, 이 민원 상담을 120명 자체 조사관들이 담당하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일부 민원인들의 상습적인 전화 폭언 등을 근절하기 위해 기관 차원에서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공무 집행 및 업무 방해 등을 적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정 기자 sjh@seoul.co.kr
  • 휴대전화 녹음 일상화의 명암

    휴대전화 녹음 일상화의 명암

    주부 박모(34)씨는 최근 라식 수술 전 의사와 상담하면서 스마트폰 녹음 버튼을 몰래 눌렀다. ‘각막이 얇아 수술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설명을 의사로부터 듣지 못한 채 수술대에 올랐다가 시력 감퇴 등 부작용에 시달린 지인의 사연을 들었기 때문이다. 지인은 소송까지 하려 했으나 의사가 “설명을 충분히 했다.”며 발뺌해 어려움을 겪었다. 박씨는 “훗날 말바꾸기를 막으려고 건강검진 뒤 상담할 때나 건강보조식품을 구입할 때, 펀드 등 수익성 높다는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스마트폰으로 녹음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3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수시로 녹음하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버튼 한번 누르면 대화나 전화 통화 내용을 언제든 녹음해 말바꾸기·공갈 등을 입증할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반면 무차별적 녹음 탓에 사생활 침해 문제도 대두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특히 가정법원에서 녹취 자료를 간통 등의 증거로 활용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혼 문제 전문인 이명숙 변호사는 “배우자와 통화하던 중 우연히 불륜 증거를 녹음해 오는 의뢰인이 많다. 스마트폰 보급 전에는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아내와 통화한 뒤 종료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않고 내연녀와 성관계를 갖다가 음성이 고스란히 아내의 수화기로 전달돼 녹음된 일까지 있었다. 이 변호사는 “민사 사건은 형사 사건에 비해 증거 채택 요건이 덜 엄격해 우연히 녹음한 내용도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의 몰래 녹음이 공익 고발의 증거로 활용되는 사례도 눈에 띈다. 올해 검란(檢亂)의 단초 중 하나였던 ‘성추문 검사 사건’은 피해 여성이 피의자인 전모(30) 검사와의 대화 내용을 스마트폰 등으로 녹음해 증거를 잡았다. 공무원 9명이 사법처리됐던 지난 4월 광주 총인처리시설(하수오염 저감 시설) 입찰비리는 공무원과 입찰업자 간 대화가 비밀 녹음돼 수사가 진행됐고 광주시 관가는 한동안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몰래녹음 공포에 떨었다. 상대방 허락 없이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다. 통신비밀보호법 3조, 14조에 따르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다. 독일, 미국 일부 주 등 외국에서도 동의 없는 대화 녹음을 처벌한다. 이 때문에 아이폰 등 외국 스마트폰의 경우, 삼성 등 국내기업 제품과 달리 ‘통화중 녹음’ 기능이 없다. 하지만 자신이 대화 주체로 참여해 상대방 몰래 녹음한 경우 처벌할 근거 조항이 없다. 임규철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비공식적으로 허심탄회하게 한 발언까지 녹음된다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 있다.”면서 “법은 상식을 따라야 하는 만큼 당사자 동의없이 녹음하면 처벌하는 등 현행법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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