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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화 한통하면 아이들이 달라져요… 우리가 뽀느님”

    “전화 한통하면 아이들이 달라져요… 우리가 뽀느님”

    “이른 아침, 에디와 친구들이 뽀로로와 크롱을 찾아 도시를 헤매고 있어요.”(구자형·내레이션) “대체 어디 있는 거야.”(함수정·에디) “저기 과일이 잔뜩 있어!”(김환진·포비) 지난 14일 서울 논현동의 한 녹음실. 30~60대 중년 남녀가 한데 어울려 부르르 떠는 시늉까지 해보이며 쉼 없이 목청을 돋웠다. 때론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때론 진짜로 뛰어다니며 소리를 덧입히는 작업에 열중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녹음실에서 웃음이 터져 나았다. “나미 엄마 어디 있어요?” 잠시 뒤편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여성 성우가 ‘치고 나갈’ 시기를 놓친 채 겸연쩍게 웃어 보였다. 김래경 EBS 프로듀서(PD)가 눈길을 잠시 왼쪽 모니터로 돌리더니 이내 “선배님들, 호흡 끊기는 데부터 다시 갈게요.”라고 외쳤다. 다시 잠잠해진 녹음실 분위기…. ●브랜드가치 4000억원… ‘시즌4’도 인기 성우들은 5분짜리 단편 하나를 녹음하는 데 1시간 넘는 시간을 할애했다. 초겨울 날씨를 무색케할 정도로 녹음실 안은 푹푹 쪘고 성우들은 연거푸 물을 들이켰다. ‘뽀로로’의 제작사인 ㈜아이코닉스 관계자는 “오늘 녹음은 해외에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한 번외편 제작”이라며 “뽀로로는 이미 세계 110여 개국에 수출됐다.”고 설명했다. 2003년 11월 처음 방영한 풀 3D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가 내년 데뷔 10주년을 맞는다. ‘뽀통령’ ‘뽀느님’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이 프로그램은 올 2월, ‘시즌 4’로 옷을 갈아입고 변함없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브랜드 가치만 4000억원, 서너 살 이상 아이를 둔 부모에겐 이미 대통령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뽀로로, 크롱, 에디, 루피, 패티, 포비, 해리…. 온통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사람이란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작은 숲 속 마을을 배경으로 아이들을 사로잡은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KBS와 EBS 등 지상파 방송의 공채 성우 출신인 이들은, 경력 20년 안팎으로 대한민국 대표 목소리를 품고 산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하이디, 아기공룡 둘리의 ‘둘리’ 등 ‘아! 이 목소리’ 하면 딱 알게 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뽀로로’ 속 캐릭터처럼 ‘꽃중년’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 올해 환갑을 맞은 백곰 포비 역의 김환진(60)은 36년차인 극 중 최고참 성우이다. 굵직한 목소리가 돋보여 외화에선 조지 클루니나 짐 캐리의 목소리 단골 대역이다. 그런 그도 포비 목소리가 잘 안 나올 때면, 녹음실을 나와 담배 한 대 맛나게 피우고 돌아오곤 한다. 김환진은 “2003년 EBS에서 수개월간 비밀리에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첫 방영을 앞두고 파일럿 프로그램 녹음까지 마친 ‘뽀로로’ 출연 성우들이 모두 바뀌었다. 앞서 교체된 성우들과의 의리 때문에 출연을 망설이다 수락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우연하게’ 이곳에서 만난 베테랑 성우들은 9년째 한 식구처럼 살갑게 지내고 있다. 그는 “30대 중반의 두 아들이 어서 장가들어 손자 앞에서 포비 목소리로 연기해 보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뽀로로 역의 이선(40)은 스스로 ‘성우테이너’라 부를 만큼 화제의 주인공. 지난해 KBS ‘탑밴드’에서 성우밴드의 보컬로 얼굴을 내밀었고, 연극무대를 오가며 배우로도 활약 중이다. 외화에선 앤절리나 졸리나 캐머런 디아즈의 목소리를 도맡는다. 그는 ‘유기농’ 성우로도 알려져 있다. 1992년 스무 살 나이에 KBS 성우로 출발해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성대 결절을 겪은 뒤 그때부터 아침저녁 소금 가글에 술·담배 안 하고 맵고 짠 음식 안 먹고 탄산음료 안 마시고 한여름에도 미지근한 물만 먹기 때문이란다. 그는 “뽀로로 목소리를 내려면 성대를 최대한 좁혀서 소리가 삐져나오도록 쥐어짜야 한다.”면서 “실제로 뒤뚱뒤뚱 펭귄 발걸음을 옮기며 목소리를 연구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결혼 5년차를 맞은 이선의 집과 차에는 단 한 개의 뽀로로 인형이나 스티커도 없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인형 같은 걸 두고 보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유아 팬들이 선물로 인형을 주는 것도 아니잖아요!”(웃음) 녹음실 안에선 뽀로로로 완벽하게 ‘빙의’되지만 현실에선 펭귄처럼 살 수 없다고도 했다. 반면 여우 에디 역의 함수정(50)은 아예 ‘뽀로로’로 외아들을 키웠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이 지난 9년간 엄마가 출연한 ‘뽀로로’를 일일이 모니터링해 주며 컸다.”면서 “밥 잘 안 먹는 친구 아이들이 전화로 제 에디 목소리를 들으면 밥 먹는 속도부터 달라진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그의 음색은 ‘아기공룡 둘리’의 둘리, ‘구름빵’의 엄마 목소리로도 귀에 익숙하다. 비버 루피 역의 홍소영(41)은 녹음실 안팎의 모습이 그대로다. 루피 얼굴을 보는 순간 너무 행복하고, 대본만 봐도 벌써 손가락을 세 개로 오므려 완벽하게 변신한다는 것이다. 그는 “놀이동산에 가서 루피가 새겨진 큰 풍선 뒤에 숨어 ‘이모가 루피야.’하면 아이들이 자지러진다.”면서 “뽀로로 첫 방영 뒤 6~7개월이 지나 유모차와 놀이공원에 내걸린 뽀로로 인형을 보면서 ‘빵 터졌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벌새인 해리 역의 김서영(35)도 “발성할 때 입모양까지 해리에 맞춰 ‘개굴개굴개구리~’ 노래를 부른다.”면서 “조카들이 자랑스러워할 때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밥 안먹는 아이, 목소리 듣고 달라져 보람” 니콜 키드먼과 샌드라 블럭의 목소리로 알려진 정미숙(50)은 털털한 성격의 펭귄 소녀 패티 역. “5분짜리 한편 녹음하는 데 4시간이 넘게 걸리는 등 초창기에는 반쯤 정신 나간 상태로 살았다.”면서 “주변 아이들이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사건·사고 등으로 동질감에 호소하는 게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맏딸인 이선영(24)도 영화 해리포터의 헤르미온느 목소리 연기로 알려졌다. 아기공룡 크롱과 로봇인 로디의 목소리를 동시에 내는 이미자(54)는 “다른 애니메이션은 보는 사람만 보지만 ‘뽀로로’는 아이부터 부모, 할아버지·할머니까지 가리지 않고 보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내레이션을 맡은 구자형(47)은 “이제 그만~”으로 유명한 텔레토비의 내레이션부터 다양한 다큐멘터리 해설까지 도맡아 온 전문가다. 그는 “군더더기 없이 에피소드에 집중하게 만드는 게 뽀로로의 힘”이라면서도 “뽀로로의 성공신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 애니메이션 관련 산업의 고용창출과 근무여건 등이 그리 좋아진 것 같지 않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일까. “수년 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한 여배우의 다섯 살배기 딸과 한 달간 하루 20분씩 친구가 돼 통화한 적이 있어요. 너무 큰 슬픔에 빠진 아이에게 마치 제가 뽀로로인 양 얘기해 줬는데, 20일쯤 지나자 아이가 물었어요. ‘뽀로로야, 그런데 넌 엄마가 있어?’라고…. 울컥했지만, 마음을 터준 아이에게 너무 고마웠어요.”(이선)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50대 폭행 ‘무서운 10대’ 장물업자 때리고 강도짓도

    훈계하는 50대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가해 의식불명에 빠지게 한 10대들이 스마트폰 장물업자를 상대로 강도 짓을 한 혐의까지 드러나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13일 중고 스마트폰 매입업자를 유인해 폭행한 뒤 금품을 빼앗은 청소년 5명을 검거해 이 중 최모(16)군 등 3명을 강도상해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최군 등은 지난 3일 오후 9시 15분쯤 경기 평택역 주변에서 중고 스마트폰 매입업자 강모(38)씨를 마구 때린 뒤, 현금 150만원을 빼앗는 등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4일까지 5차례에 걸쳐 평택과 충남 아산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590여만원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들 가운데 최군 등 2명은 지난 3일 저녁 아산에서 중학생들을 괴롭히다 이를 말리며 훈계하는 50대 남성을 폭행해 중태에 빠뜨리기도 했다. 훔친 스마트폰을 팔아오던 최군 등은 장물업자는 강도나 폭행을 당해도 자신들의 약점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범행을 결심했다. 최군 등은 “팔고 싶은 물건이 있다.”며 훔친 스마트폰을 사려는 장물업자에게 접근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나중에 협박용으로 쓰기 위해 장물업자들과의 통화내용을 녹음하기도 했다. 1차 거래를 마치면 “다른 스마트폰이 더 있다.”며 한적한 곳으로 피해자를 유인했다. 이때 대기하고 있던 최군 등 4명이 달려들어 각목 등을 휘두르며 피해자를 집단 폭행했다. 이들은 폭행 과정을 목격한 행인들이 다가오면 “이 사람 장물업자다. 우리가 알아서 처리하고 신고하겠다.”고 말하며 대담하게 범행을 이어갔다. 벌어들인 금품은 모두 유흥비 등으로 탕진했다. 아산에서 학교를 다니며 알게 된 이들은 이전에도 특수강도 등 혐의로 여러 차례 입건돼 이 중 4명은 보호관찰 중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매입업자들이 신고를 꺼려하는 데다 거래를 위해 많은 현금을 직접 들고 나오는 점을 노린 범죄”라면서 “성인범죄를 뺨칠 정도로 치밀한 수법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웃기지만 슬픈 ‘아이러니 코미디’ 보여 드릴게요

    웃기지만 슬픈 ‘아이러니 코미디’ 보여 드릴게요

    어라? 이 사람 알고 보니 꽤 진지하다. 그동안 뮤지컬에 출연하면서 늘 웃긴 모습이었다. 최근작 ‘두 도시 이야기’에서는 묘한 웃음을 자아내는 비열한 연기로 3시간짜리 공연이 가라앉을라치면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맛깔난 감초가 됐다. 앞서 ‘전국노래자랑’에선 송해와 사이비 교주를 패러디하며 관객들을 쓰러뜨렸다. 태생도 코미디언이고, 얼굴을 알린 것도 TV시트콤이라, 이 사람의 인생이 코미디이고 생활이 개그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뮤지컬 ‘어쌔신’에서 새뮤얼 비크 역을 맡아 한창 연습 중인 정상훈(34)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불쌍해서 눈물이 나는 사람”이라고 운을 뗐다. “연습을 할수록 ‘관객이 나(비크)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 무대 위로 올라와 날 안아주고 싶을 걸’이라는 생각을 해요. 찌질한 게 우습지만, 알게 되면 정말 슬픈 인물이죠.”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어쌔신’은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기획자 스티븐 손드하임(82)의 명작 중 하나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암살미수범 쥬세피 장가라, 링컨 대통령 암살자 존 윌크스 부스, 레이건 대통령 암살미수범 존 힝클리 등 미국 대통령 암살에 관한 실존인물 9명을 다루었다. 2004년 처음 무대에 오른 뒤 토니상과 드라마데스크 등을 휩쓸었다. 정상훈이 연기하는 비크는 자신이 겪는 가난, 이혼, 조울증 등을 정부 탓으로 보고 리처드 닉슨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다. 이 사람의 인생역정이 어떻길래 그는 이런 연민을 갖게 됐을까. 그는 비크로 돌변하며 설명을 대신했다. 비크가 레너드 번스타인(작곡가)에게 자신의 생각을 녹음해서 보내는 장면이다. “네가 하루만 시간이 돼서, ‘샘 괜찮아? 포기하지 말고 있어. 네게 정말 좋은 기회가 올 거야.’라고 해줬어도. 그게 얼마나 걸렸을까 1분? 30초? 하지만 너는 네 스포츠카에 왁스를 칠하거나, 네 친구들과 파리행 비행기를 탔겠지.” 그는 “비크의 독백은 처절한 외로움의 상징”이라고 했다. “다들 제가 코미디를 잘 한다고 하죠. 그런 말을 들으면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게 있었죠. ‘난 지금 굉장히 해맑게 웃고 있지만 여러분은 따라 웃지 못할 거예요. 얼굴은 웃지만 속으로는 너무 슬퍼서 주체할 수 없지 않나요’ 라는 아이러니를 던지는 거죠. 이 작품에서 그걸 실현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미국 대통령 암살’이라는 소재와 정서적 벽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우스꽝스럽고 미치광이들이 나오는 블랙코미디로 충분히 즐길 수 있다.”면서 “인물들에게 연민을 느낄 수도 있고, 속이 후련해지기도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 확신의 바탕에는 연출을 맡은 배우 황정민에 대한 신뢰도 깔려있다. 그는 ‘황정민 연출’에 대해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 연기를 섬세하게 바라보고 살려낸다. 큰 틀에서 작품을 이해하고 의미를 전달하는 능력도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 칭찬에도 침이 마른다. “황정민과 박성환(귀토 역), 최재림(오스왈드 역), 최성원(장가라 역), 이정은(사라 제인 무어 역) 등 연기를 잘하고 호흡이 척척 맞는 사람들”이라면서 “연기로 보나, 손드하임의 음악으로 보나 대단한 작품으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연기변신을 할 작정인가. 그는 코믹한 이미지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코믹 연기는 의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삶의 행복감을 드러내는 것뿐”이란다. 지난 9월 결혼에 이어 내년 3월 아들 출산을 앞두고 있어 행복하다니 당분간 그의 코미디 연기는 날개를 달 듯하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뮤지컬 ‘어쌔신’ 20일부터 내년 2월 3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4만~8만원. (02)744-4033.
  • 김종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 부르면서 언제 봐도 반가운 사람 되고 싶어”

    김종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 부르면서 언제 봐도 반가운 사람 되고 싶어”

    “너무 행복해요. 그동안 이 좋은 노래를 왜 안 했나 모르겠어요.” 3년 만에 예능인이 아닌 가수로 무대에 다시 선 김종국(36)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SBS ‘런닝맨’에서 상대방의 뒤를 집요하게 쫓는 ‘능력자’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1995년 그룹 ‘터보’로 데뷔해 올해로 가수 18년차. 그동안 가수를 그만둘 위기도 몇 차례 있었지만, 그때마다 운명은 그를 다시 무대로 이끌었다. 오랜 슬럼프를 겪고 나온 이번 앨범 역시 그런 선상에 있는 앨범이다. 지난 7일 서울 상암동에서 김종국을 만났다. 이번 앨범의 제목은 집으로 가는 여행이라는 뜻의 ‘저니 홈’(Journey Home). 그에게는 따뜻한 집과도 같은 음악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의미를 담았다. 지난 3년 동안 노래보다 예능 활동이 더 부각되면서 가수로서 밀려나는 것 같은 위기를 감지했다는 김종국. 늘 가수가 자신의 주업이라고 생각했고 한순간도 머리에서 음악을 잊은 적이 없었기에 점차 예능인으로 굳어지는 이미지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어릴 때부터 늘 음반이 주였고 음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진짜 마음에 드는 초대박이 아니면 아예 내지 말자는 마음이 컸어요. 그런데 방송에서 점차 저를 예능인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왠지 대중에게 가수로서 생소한 느낌을 주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새 음반을 내는 데 부담감이 컸습니다.” 갑자기 부각된 예능인의 이미지와 본업인 가수 사이에서 갈등을 겪었다는 김종국. 2007년 방송 3사 ‘가수왕’을 석권한 가수로서의 자존심은 그를 더욱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앨범을 낸 후 그는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리고 진정한 가수로서의 의미를 되찾았다고 털어놨다. “음악을 음악답게 자연스럽게 해야 할 때가 온 거죠. 경쟁에서 1등이 되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과 장수하려면 좋은 결과물을 계속 내놓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저를 괴롭혔던 것 같아요. 그동안 여러 작곡가에게 곡도 받아 보고 변하는 음반 시장도 분석해 봤지만, 답이 없더라구요. 결론은 가수는 노래하는 사람이고, 경쟁의 결과에 상관없이 그냥 내 귀에 좋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어요. 저는 노래 말고는 잘하는 것이 없고, 조금 부침이 있더라도 노래로 승부를 봐야 하니까요.” 근육질의 몸매에서 나오는 감미로운 미성. 김종국은 분명 한국 가요계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가수다. 그룹 ‘터보’ 활동을 할 때도 ‘검은 고양이 네로’, ‘회상’을 비롯해 숱한 히트곡을 냈다. 2001년 솔로 가수로 전향한 이후에도 ‘한 남자’, ‘사랑스러워’, ‘어제보다 오늘 더’ 등의 히트곡을 꾸준히 발표하면서 성공 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그의 가수 인생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터보’ 때 사기를 당해 1년 동안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됐다. 다시 활동을 재개했지만 방송을 불성실하게 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당하기도 했다. 솔로로 독립한 이후에도 전 소속사와의 문제 때문에 방송 활동을 못 하게 되는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 모든 것을 정리하는 심정으로 낸 솔로 2집 앨범 ‘한 남자’가 대히트를 기록하면서 화려하게 재기했다. “가수는 천운이 따른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한 남자’가 히트한 뒤 때맞춰 ‘X맨’ 등 예능 프로그램이 잘되면서 다시 좋은 시절이 찾아왔죠. 2007년 방송 3사 ‘가수왕’을 휩쓸었지만, 인기를 만끽할 겨를도 없이 군에 입대하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어요. 군대를 다녀와서는 달라진 가요계에 잘 적응도 하지 못하고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죠. 가수로서 음악적인 매너리즘에 빠지고 예능과의 줄타기도 영리하게 하지 못했구요. 그런 마음으로 낸 6집 앨범은 티가 나더라구요. 그래서 ‘런닝맨’에서 악역 캐릭터를 맡아 욕을 먹든 말든 열심히 했더니 프로그램도 인기를 얻고 제 슬럼프도 날려 버릴 수 있었어요.” 남자의 순애보적인 사랑을 노래했던 그는 이번 앨범 타이틀곡 ‘남자가 다 그렇지 뭐’에서 다소 변화된 입장을 보였다. ‘남자가 다 그렇지 뭐/처음엔 다 아껴 줘도/날아가 버리고 마는’이라는 가사는 점차 변해 가는 남자들의 심리를 표현한다. 김종국이 공동 작사에 참여했다. “그동안 너무 이상적이고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많이 해서 이번엔 조금 현실적인 테마에 눈이 갔어요. 나쁜 남자를 변호하는 것은 절대 아니구요. 오히려 연예 초기와 달라진 남자 때문에 괴로워하는 여성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내용입니다.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남자들의 성향에 그런 면이 있으니 너무 상처받지 말라고 토닥거리는 이야기죠.(웃음)” 김종국의 노래가 유독 호소력이 짙게 느껴지는 이유는 완전히 감정을 몰입해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다. 그는 “소리로만 감정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노래할 때만큼은 울기 직전까지의 상황까지 가야 한다. 실제로 녹음할 때 울컥해서 노래를 중단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발라드 가수답지 않게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를 자랑하는 그는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목도 몸의 일부이기 때문에 술·담배를 하지 않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목소리를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사실 운동하고 몸을 만드는 것은 저의 취미이지 제 콘셉트와는 아무 관련이 없어요. 예전에는 근육을 싫어하는 여성분들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시대가 변해 ‘몸짱’이 주목받으면서 그런 모습을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거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늘 고민을 함께 나누던 절친인 하하의 결혼 소식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는 김종국. 그는 “내 일을 잘 이해해 주고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는 여성이라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배우자로 연예인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처음에 예능 프로그램에 거부감을 느꼈다는 그는 그러나 예능이 음악에는 크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새 앨범을 내놓고 예능에 출연하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어요. 그런데 유재석, 강호동 등 어렸을 때부터 저와 친하게 지냈던 분들이 참여하면서 시작하게 됐고 이왕 하기로 한 것이라면 그 방면에서도 선두가 되자는 생각이 들었죠. 예능이 가수로서는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연예인’ 김종국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나이가 50~60이 돼도 언제 봐도 반가운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사설] 재원방안 얼버무린 정책공약 무슨 의미 있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어제 각각 자신의 대선 정책공약을 종합 정리해 발표했다.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할 이유이자,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요구하는 청구서이니만큼 그 보따리에 향후 5년의 희망이 담겨야 하고, 그 포장 또한 장밋빛으로 채색돼야 함은 굳이 타박할 까닭이 없다. 선거의 상례일 것이다. 두 후보의 공약은 이런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여겨진다. 두 후보가 한목소리로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을 말하고, 문 후보가 건강보험 본인부담 연간 100만원 상한제 도입, 안 후보가 최하위 5% 계층 건강보험료 면제 등을 내세우며 복지대통령으로서 앞을 다툰 것 또한 시대의 흐름에 부합한다고 본다. 날로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충족하려면 차기 정부는 주요 과제로 복지정책 강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으며, 두 후보가 이에 힘을 쏟는 것은 마땅한 일인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관심은 단순한 복지 확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실현해 낼 것인지에 있다. 앞으로 5년간 많게는 190조원 가까이 추가돼야 할 것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복지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고 충당할 것인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야 하는 것이다. 한데 두 후보는 명색이 종합정책 발표이지 재원대책에 있어서는 약속이나 한 듯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문 후보 측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후보 단일화 문제가 남아 있는 만큼 지금 당장 재원 규모를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고, 안 후보 측 장하성 교수는 “정책집은 아직도 진화돼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안 후보의 정책 재원을 추계하고 있다.”고 했다. 적지 않은 규모의 증세가 불가피하건만 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 채 “낭비예산, 중복예산을 줄이고…” 식의 상투적인 답변들만을 녹음기 틀듯 되뇌었다. 오늘로 대선은 37일 남았다. 대선주자들은 언제까지 입에 발린 소리만 하며 국민의 귀를 불편하게 하는 진실은 눙칠 셈인가. 지난 17대 대선의 경우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이미 10월에 자신의 복지공약 ‘생애 희망 디딤돌 7대 프로젝트’의 시행 첫해 예산을 10조 8275억원으로 책정해 발표했다. 정동영 민주당 후보 역시 공약별 시행 예산을 제시해 논박을 벌였다. 새 정치를 외치고 있으나 정책 공약에 관한 한 5년 전보다 ‘헌 정치’를 하고 있음을 후보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 ‘생방송 쇼! 3시봉’ 우승자 탄생

    케이블TV 방송사 씨앤앰의 가수 선발 프로그램 ‘생방송 쇼! 3시봉’이 3번째 우승자 황숙희씨를 배출했다. 공중파·케이블 오디션 프로그램이 10~20대 가수 지망생을 위한 무대라면 ‘생방송 쇼! 3시봉’은 가수의 꿈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중장년층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매주 우승자끼리 두 달에 한 번 월장원전을 거친뒤 지난달 31일 서울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결승전을 열었다. 이 무대는 C&M ch1을 통해 9일 오후 3시 방송된다. 황씨에게는 작곡 및 녹음, 앨범 재킷 촬영 등 음반 제작, 가수 등록까지 지원해 준다.
  • [김문이 만난사람] 코미디인생 30년 자전에세이 ‘웃기고 자빠졌네’ 낸 김미화

    [김문이 만난사람] 코미디인생 30년 자전에세이 ‘웃기고 자빠졌네’ 낸 김미화

    한 노랫말을 감상해 본다. ‘바람 속으로 걸어 갔어요 이른 아침에 그 찻집, 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셔요, 아름다운 죄 사랑 때문에 홀로 지샌 긴 밤이여, 뜨거운 이름 가슴에 두면 왜 한숨이 나는걸까,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 한 광대는 그렇게 바람 속으로 걸어갔다. 외로움도 마셨고 한숨도 많았다. 웃고 있어도 눈물로 살아온 세월들이 얼마이던가. 이제 30년을 뒤돌아본다. ●후배들 멍석 깔아주려… 개콘 탄생 숨은 주역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서울 수유리 무허가 비닐하우스 셋방에 살면서 보따리 장사로 두 딸의 생계를 책임졌다. 어려운 형편을 보다 못한 주인집 할머니는 딸 한 명을 입양보내라고 했다. 그래서 미국인 두 명이 집으로 찾아왔다. 입양되기 직전 어머니가 눈물로 반대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이후 입양될 뻔했던 딸은 초등학교 때 오락부장을 맡으며 타고난 광대의 끼를 발휘했다. 커서 반드시 코미디언이 되겠다고 다짐했고 나중에 성인이 되어 꿈이 이루어졌다. 이후 ‘순악질 여사’라는 별명으로 많은 사람들을 웃기고 울렸다. 일자 눈썹을 붙이고 한 손에 몽둥이를 들고 ‘음메 기살어’ 하는 모습을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기억한다. 원래 코미디언으로 출발했지만 근래 10년 동안은 시사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다. 그러면서 ‘KBS 블랙리스트’ ‘민간인 사찰’ 등의 파문에 휩싸이면서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그래도 그는 ‘울고 있어도 웃는 코미디언’이라고 당당하게 사람들과 얘기한다. 요즘 ‘개그콘서트’(개콘)가 잘나간다. 시청률이 꽤나 높고 등장인물들은 CF에 단골로 출연할 만큼 인기가 높다. 코미디언이자 방송 진행자로 유명한 김미화(48)씨. 그는 ‘개콘’을 보면서 새로운 감회에 젖는다. “2000년 당시만 하더라도 각 방송사에서 한 해 20명 정도의 개그맨을 뽑았고 다 합치면 무려 70여명의 신인이 배출되고 있었지요. 어느 날 한 신인으로부터 PD들에게 눈도장이라도 잘 찍어 일주일에 행인 역할을 몇 번이라도 해야 밥먹을 상황이 된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그들에게 멍석을 깔아 주고 싶었습니다.” 고민하던 김씨는 공개방송 형식의 개그 프로그램을 생각했다. ‘이소라의 프로포즈’를 찾았다. ‘오빠 언니 짱!’ ‘소라 언니 사랑해요!’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열광하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가수들은 저렇게 되는데 코미디언들은 왜 안 되지?’란 생각이 자꾸 들었다. 이어 ‘컬트 삼총사’의 연극무대로 갔다. 후배들의 공연은 대단했다. ‘라이브 코미디공연’에 더욱 매달렸다. 늘 의논했던 선배 전유성씨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대학로 술집에서 전씨와 여러 후배들을 만나 기획서를 완성했다. 며칠 뒤 TV예능 담당 본부장을 만났다. ‘연극형식의 새로운 코미디’ ‘세트의 번거로움 없이 조명으로만 하는 코미디’ 등을 강조하면서 설득했다. 그러면서 신인 후배들을 ‘빡세게’ 연습시켜 추석특집으로 해보자고 했다. 가만히 듣던 본부장이 ‘좋아, 해보자’고 했다. 김씨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개콘’은 그렇게 해서 탄생됐다. 김씨는 요즘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어느 때보다 지난날의 그림자를 떠올린다. 어느덧 코미디 인생 30년을 살아왔다. 어린 시절 ‘아버지도 없는 게 까불고 있어.’라는 놀림을 받을 때면 가차없이 그 아이의 따귀를 때리면서 ‘그래 까불고 있어, 어쩔래.’로 맞섰다. 정말 고등학교 때까지 별명이 ‘까불이’였을 정도로 ‘까불며’ 살았다. 세월이 지나 나이 50 언덕을 바라보는 오르막에 선 그가 이제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기 위해 자전적 에세이를 펴냈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웃기고 자빠졌네’. 왜 그렇게 제목을 정했느냐고 하자 “나의 묘비명”이라며 웃는다. 웃기다가 자빠지면 그것처럼 좋은 게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시골의사로 알려진 박경철씨는 이를 두고 “아마 잘 안될 걸. 웃기고 자빠졌네… 어렵데이.”라고 했단다. 이에 김씨는 “누가 맞는지 세월 좀 지나고 나서 얘기해 보자. 난 무대에서 웃기다 자빠질 것”이라고 맞대응을 했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 ‘우물쭈물하다가 그렇게 될 줄 알았다’가 문득 떠오른다. ●내 정체성은 죽으나 사나 코미디언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목동에 위치한 CBS 건물 인근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영구 심형래씨가 KBS 공채 개그맨 1기, 순악질 여사가 2기이니 김씨도 이젠 나름대로 원로인 셈이다. 하지만 얼굴은 여전히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청바지에 검정색 티셔츠, 얇은 목도리 차림이 가을과 그럴듯하게 어울렸다. 먼저 책을 쓰게 된 과정부터 물었다. “지난 4년 동안 겪었던(블랙리스트, 민간인 사찰 등) 것을 털어내기 위해 책을 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제가 벌써 데뷔한 지 30년이 됐더라고요. 그래서 사는 얘기 등 시시콜콜한 것까지 같이 쓰게 됐습니다. 한 1년 정도 집에서 썼는데 정말 글 쓰는 게 힘들더라고요. 기자들은 어떻게 매일 글을 쓰나 몰라(웃음).” 대필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직접 글을 썼고 그림과 사진도 직접 그리고 찍었다.”고 대답했다. 원래 잡생각이 날 때면 개를 끌고 산책을 나가 카메라를 들이대고 스케치를 하는 취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MBC라디오 프로그램 ‘세상은 그리고 우리는’에서 하차할 때 7개월 동안 백수생활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취미생활에도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때 코미디언 30년,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10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처음 KBS에 들어간 뒤 방송국에서는 제가 노력한 만큼 인정해 줬습니다. 그게 고마워 혼신을 다해 연기를 했지요. 그러나 어느 날 KBS는 느닷없는 소송으로 저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그래도 KBS는 친정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블랙리스트 사건을 겪으면서 방송국이라는 곳이 정치적인 기관임을 알게 됐고 크게 실망을 했습니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몰랐으면 좋았을 검은 그림들을 하나하나씩 보게 된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투사가 되고 말았다. 왜 코미디언이 투사란 말을 듣게 됐을까 하는 점에서는 본인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될 정도였다. 시간이 좀 지나면서 ‘말로 먹고사는 사람의 입을 막는다고 말을 못할까’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때 광대는 입만 있으면 어디든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KBS, MBC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뒤 얼마 있다가 CBS로 옮겨 ‘김미화의 여러분’이라는 시사프로그램을 다시 맡았다. 또 대학로 벙커원에서 ‘나는 꼽사리다’(딴지라디오 팟캐스트)를 녹음하고 있다. 또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콜투콜텍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길거리 톡톡 콘서트, 노숙인들과 함께하는 인문학 강의, 제주 강정마을에서 1만명이 함께 걷는 강정평화대콘서트까지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다. “안 그래도 입 크다고 소문난 제 입을 어떻게 막을 수가 있을까요(웃음). 말 안 되는 세상이 있다면 말 되는 세상으로 바꾸고 싶은 소박한 생각에 오늘도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알 것 같아요. 결과보다는 과정 그 자체가 의미이자 인생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 과정을 즐기고 할 말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저의 철학이기도 합니다.” 김씨는 경기도 용인 시골 구석에 산다. 감이 잘 익는 골안쪽 마을이라고 했다. 그는 감을 볼 때마다 ‘저 감처럼 대변하는 것도 자신의 할 일’이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앞으로의 꿈도 감처럼 잘 익은 시사 코미디를 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시사 프로그램을 하다가 다시 코미디로 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지 모르지만 자신의 꿈은 코미디 무대에서 쓰러지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사는 집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우리 집 이름은 후조당(後凋堂)입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눈보라 속 푸른 소나무처럼 변함 없는 모습으로 곁에 있고 싶은 우리 부부의 마음을 한문학자 이명학 선생이 지어주신 이름입니다. 구석진 곳에 있다 보니 손님들이 찾아오기 쉽지 않아서 마지막 골목 입구에 ‘후조당’ 팻말을 세워 놨더니 점집으로 오인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아이들 넷은 전부 기숙사다 어디다 다 나가고 지금은 남편과 둘만 살고 있습니다. 자연을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저의 집 콘셉트입니다.” ●최근까지 여야서 영입 제의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재혼’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재혼은 망설이기 마련이지만 지난 7년 동안 지금의 남편과 살아오면서 한번도 사랑이 식지 않았으니 잘했다고 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것이다. 인연이 없어 지금의 남편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 살아 있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에게 ‘사상적 성향’은 무엇이고 ‘김미화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물었다. “어떤 의지를 가지고 지지를 표명한 적이 없습니다. 코미디언이 ‘좌’가 어디 있고 ‘우’가 어디 있습니까. 저는 많은 NGO 활동단체에 가입돼 있고 80군데가 넘는 곳에서 홍보대사를 맡고 있습니다. 일부에서 저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섭섭합니다. 그저 사회적 약자 옆에 있을 뿐인데 정치적으로 보는 견해가 있는 것을 저도 잘 압니다. 그런데 최근까지 여당과 야당에서 저를 영입하기 위해 연락을 해 왔습니다. 저의 정체성은 죽으나 사나 코미디언이죠.” 그는 남편과 오래전부터 이름지어 놓은 ‘순악질 프로젝트’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네 사람들은 물론이고 동네에 놀러 오는 사람들의 사랑방을 만드는 것이다.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꽃길을 선물하고 싶어서이다. 선임기자 km@seoul.co.kr ●김미화는 1983년 KBS 공채 개그맨 2기 → 순악질여사로 인기 → 10년간 시사프로 진행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우이초등학교에서 오락부장을 하면서 코미디언 자질을 인정받았다.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편모 슬하에서 자랐다. 신경여자실업고등학교를 나와 잠시 경리직원으로 회사를 다녔다. 1983년 KBS 공채 개그맨 2기로 입사했다. 2001년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고 이 대학에서 언론정보대학원 석사 과정을 거쳐 지금 동양철학과 박사과정을 3학기째 다니고 있다. 2000년 당시 지금의 ‘개그콘서트’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후배들을 가르쳤다. 일자 눈썹의 ‘순악질 여사’로 인기를 끌었다. 20여년 몸담았던 정통 코미디 분야를 떠나 8년 동안 MBC 시사프로그램인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을 맡았다. 현재는 CBS 전방위 시사토크프로그램 ‘김미화의 여러분’과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를 진행하고 있다.
  • 두 얼굴의 사법부

    두 얼굴의 사법부

    50대 사업가 A씨는 올 초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일을 겪었다. 공판 때마다 판사가 A씨에게 “소송 사기로 고발당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경고를 했다. 증인신문 때도 증인이 A씨에게 유리한 발언을 하자 “위증이 될 수 있으니 똑바로 말하라.”고 다그쳤다. 참다못한 A씨는 법관 기피 신청을 냈다. 그러나 두 달여 만에 “불공정하다는 증거가 없다.”는 기각 통지서를 받았다. A씨는 “서기가 조서에 판사의 그런 발언을 기재할 리도 없고 법정에서 녹음할 수도 없게 돼 있는데 증거가 없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면서 “아무런 조사도 없이 2~3개월 뒤 기각 통지만 보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지금도 같은 재판부에서 심리를 받고 있다. 법원이 석연치 않은 심리에 항의하는 사람들에 대해 ‘감치’나 ‘과태료’ 등 제재는 엄격히 적용하면서 공정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워 재판관을 바꿔 달라는 ‘법관 기피신청’은 거의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기피신청과 감치 비율의 큰 차이가 국민 위에 군림하는 ‘불통’의 사법부 이미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0일 법원행정처의 전국 지방법원 민·형사 재판 관련 법관 기피 신청 현황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2년 6월까지 6년 반 동안 민사사건의 법관 기피신청은 1749건에 달했지만 단 2건(0.1%)만 받아들여졌다. 형사 사건은 594건이 접수돼 4건(0.7%)만 인용됐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은 이 기간 동안 민·형사 포함해 모두 631건의 기피신청이 있었으나 단 한 건도 인용되지 않았다. 판사 출신 김기홍 변호사는 “소송 당사자의 유일한 항변 수단인 법관 기피신청이 유명무실하다.”면서 “기피신청을 하면 다른 재판부에서 인용 결정을 하게 되는데 동료 판사가 불공정하다는 오명을 쓰지 않게 하기 위해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기간 법원의 감치 건수는 112건에 달했다. 서울중앙지법이 30건으로 가장 많았다. 감치 사유의 대부분은 법정에서 판결이나 신문 내용에 항의하거나 고성을 지른 경우였다. 송기호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감치는 피고인이나 방청객이 재판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예외적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일정한 기준이 없어 법관이 자의적으로 남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기피신청을 받아들이면 상대 측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데다 자신에게 불리한 소송을 지연시키려고 악용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감치의 경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불복 절차가 있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법원 관계자는 “실제로 감치 결정에 불복해 즉시 항고를 하는 경우가 드물고 인용 건수도 극히 미미하다.”고 밝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독립 재판부’ 신설 등을 주문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립 재판부를 설치해 법관 기피신청이나 감치 등 피고인의 권리와 관련된 부분을 공정하게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 원세훈 “盧-金 대화록 존재… 공개 바람직 안 해”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29일 지난 2007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대화록 논란과 관련, “대화록은 존재한다.”면서 “남북관계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원 원장은 오후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밝힌 뒤 “다만 여야가 합의를 한다면 그때 가서 공개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고 정보위 간사인 새누리당 윤상현·민주통합당 정청래 의원이 전했다. 대화록의 성격에 대해 원 원장은 “당시 배석자 없는 비밀 단독회담은 없었으며 그와 관련된 녹취록이나 북한에서 녹음해 전달한 것도 없다.”면서 “지금 국정원에 있는 대화록은 정상회담 당시의 녹음을 풀어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제기했던 노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에 대해서도 원 원장은 “현재로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 원장의 대화록 공개 관련 답변을 두고 윤 의원은 “일단 여야가 합의를 해 오면 판단하겠다고 했다.”고 해석한 반면 정 의원은 “공개를 전제로 열람할 수 없으며 정치문제가 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공개보다 국가안보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고 풀이해 상반된 입장을 드러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에픽하이 “3년 만의 무대에 울컥… 우린 아직 장난꾸러기”

    에픽하이 “3년 만의 무대에 울컥… 우린 아직 장난꾸러기”

    “인터뷰하던 한 기자님이 미쓰라진에겐 도대체 ‘야마’가 없다고 하더군요. 계속 떠들어도 ‘애드립’만 쳐대니 쓸 말이 없다면서….(웃음)”(타블로)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YG빌딩 연습실. 힙합 모자를 눌러쓴 타블로(32)와 머리를 추켜올린 DJ투컷(31)은 여전히 상기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늦가을 햇살이 연습실 가운데를 비추자 멤버 3명의 얼굴에선 제각기 밝은 빛이 감돌았다. 타블로는 “제 별명이 원래 ‘호불호’인데 이번 앨범에서도 역시나 (팬들의) 의견이 갈렸다.”면서 “예전에 앨범을 냈을 때도 전자음이 섞인 음악이라거나 힙합에서 ‘뿅뿅’ 소리가 난다며 정말 말들이 많았는데 1~2년 지나면 다 잊히더라.”고 말했다. 그룹 ‘에픽하이’가 최근 정규 7집 앨범 ‘99’를 들고 3년 만에 돌아왔다. 미쓰라진(29)과 투컷의 군 입대, 타블로의 학력 위조를 둘러싼 법정공방으로 각자 마음속에 생채기가 난 터였다. 그만큼 이번 앨범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내년 데뷔 10주년을 앞둔 ‘전초전’이랄까 혹은 팬들의 기억에서 잠시 망각됐던 존재감을 되살리는 신호탄이랄까. “3년 만의 공연에 울컥했다.”고 했다. ●“데뷔 9년차… 아직은 기분 좋은 애들로 봐주세요” 지난 21일 SBS 인기가요의 컴백무대에서 에픽하이는 ‘쇼핑카트’를 타고 개구쟁이 같은 짓궂은 퍼포먼스를 펼쳤다. 데뷔 9년차로 3명의 멤버 중 2명이 이미 30대 유부남인 에픽하이에게 개구쟁이라니? 미쓰라진은 “우리를 보고 기분 좋은 애들이 무대에서 잘 논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앨범 색깔은 온통 형광색으로 도배됐다. 또 신곡 ‘돈 헤이트 미’에 나오는 “제가 그렇게 미워요? 저를 사랑해줘요.”라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타블로의 아내이자 배우인 강혜정이다. 팬들에겐 깜짝 선물인 셈이다. 타블로는 “앨범 작업을 마치고 셋이 부산 여행을 다녀왔는데 구토가 날 때까지 회도 먹고 술도 마셨다. 정말 먹고 마시기만 했다.”면서 “따로 있으면 나름대로 무거운 사람들이지만 같이 있으면 현실감을 아예 잊는다.”고 말했다. 앨범 작업도 “YG의 양현석 사장님은 선생님, 우린 장난꾸러기 학생처럼 임했다.”고 강조했다. 이례적으로 앨범 발표와 함께 더블 타이틀을 내민 것도, 작곡을 공동으로 마무리한 것도 이런 영향이다. 에픽하이는 최근 대형 기획사인 YG로 둥지를 옮겼다. ●YG로 둥지 옮겨… 1990년대 복고풍으로 회귀 타블로는 “(학력 위조 공방으로) 1년 전에 어려움을 겪을 때 제가 먼저 옮겼고 최근 투컷과 미쓰라진까지 왔다.”면서 “YG의 색깔에 에픽하이의 개성이 묻힐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기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사옥 시설이 좋고 밥도 해준다. 녹음실을 빌려 쓸 필요가 없으니 마음도 편했다.”며 미소지었다. 덕분에 이번 앨범은 밝아졌고 우상인 ‘서태지와 아이들’을 추억하며 1990년대 복고풍으로 회귀했다. 환경보다 내면적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는 에픽하이지만 그동안 겪어 온 어려움을 각각 ‘롤러코스터’ ‘다사다난’ ‘희로애락’에 빗대어 설명했다. 타블로는 “홍대 앞에서 노래 부르던 애들이 어느새 앨범을 내고 지상파 방송 음악 차트 1위를 넘나드는 현실이 그렇다.”면서 “세상 어디선가 반드시 누군가 당신을 응원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힘을 내자.”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문화마당] 세월을 견디는 90년대 음악/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마당] 세월을 견디는 90년대 음악/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첫사랑이 말한다. 훗날, 집을 지어달라고. 그리고 계약금으로 ‘전람회’ 앨범을 한 장 내놓는다. 그녀는 CD플레이어에 꽂힌 이어폰을 첫사랑의 귀에 꽂는다. ‘이젠 버틸 수 없다고 휑한 웃음으로 내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았지만….’ ‘기억의 습작’이 흐른다. 올해 3월 개봉해 411만 관객이 찾은 영화 ‘건축학개론’의 한 장면이다. 1994년 전람회 1집 앨범에 수록된 이 노래는 영화의 중요한 매개체로 존재한다. 최근 케이블채널에서 종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역시 1990년대 사랑받았던 대중가요가 등장한다. 가수들이 주연한 이 드라마에 삽입된 노래 ‘우리 사랑 이대로’(주영훈·이혜진), ‘올포유’(쿨),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김동률)는 당시 추억을 되새김질하면서 음악 사이트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X세대’라 불렸던 30대들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당시 10대들은 이제 30대가 되었고, 갓 입학했던 초등학생은 20대 후반으로 성장했다. 어떤 시대에도 복고의 유행은 불문율처럼 존재했다. 2000년대 초반 7080세대의 복고가 유행하더니, 2012년 들어 1990년대가 음악·영화 각 문화 분야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90년대는 라디오 시대의 듣는 음악에서 비주얼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보는 음악이 고개를 든 시대였다.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의 교차 지점에 접어든 90년대는 그야말로 대중음악 중흥기였다. 양질의 문화 콘텐츠가 대거 생산된 대중문화의 황금기였다. 돌이켜보면 그만큼 재조명하고 재해석될, 할 말이 많은 시대였다. 90년대 가요계엔 100만장의 음반 판매량을 돌파하는 가수가 심심찮게 쏟아졌다. 10만장을 판매한 가수들이 다음 앨범을 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시기였을 만큼 음악 수용자들의 적극적인 호응이 존재했다. 또한, 김동률·이적·유희열·윤상 등 자신의 음악 세계를 탁월하게 만들어 가는 싱어송라이터가 대중의 가슴을 관통하며 주목을 받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현재진행형의 뮤지션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것은 90년대의 음악이 얼마나 큰 감성의 주축이 되었는가를 보여주는 단서다. 더불어 H.O.T, 젝스키스, SES, 핑클 등 아이돌이 서로 경쟁하며 팬클럽 문화가 본격적으로 생겨난 것도 90년대였으니 듣고 볼거리가 많은 시대였다. 그러니 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사람들은 그 이전 세대보다 ‘문화적 추억’이 더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화계 전반에 ‘웰 메이드 상품’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90년대 콘텐츠’가 시간이 흘러도 결코 낡은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 힘을 갖고 있었다는 방증으로 이어진다.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성장기에 영향을 줬던 것들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위안과 스스로의 격려는 세월이 흘러도 잔존하게 마련이다. 당시 돈을 타 쓰며 눈치 보던 세대는 이제 콘서트 티켓, CD를 당당히 구매하는 핵심 문화 소비자가 됐다. 90년대의 음악이 세월을 견디는 까닭이다. 과거를 추억하는 문화 코드인 복고는 옛 감정을 되살리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 같은 역할을 한다. 복고의 힘은 그 당시 사연들을 간직한 전 세대를 아우르며 큰 울림을 준다. 단순한 추억 곱씹기를 넘어 문화 전반에 걸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콘텐츠의 힘이다. 그러나 복고 열풍의 이면에는 새로운 콘텐츠의 고갈이 깔려 있다. 하루에도 수십개씩 쏟아지는 디지털 싱글 음원들은 음악을 곱씹어 볼 겨를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그것이 반복되면서 새로운 뮤지션이 탄생하지 않고 복고가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대중문화 발전이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일이다. 편지는 이메일로 대신하고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선물을 보내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20년 전 생일 선물로 받은 낡은 테이프. 비록 불법이었지만 한 곡 한 곡 정성스럽게 녹음하고 표지에 노래 제목을 곱게 적어 건네 온 선물은 당시 하도 많이 들어서 재생이 불가능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려지지 못하고 책상 앞에 자리하고 이유는 사람의 온기 때문일 것이다.
  • 그의 노래엔 어머니가 있고 술 마시다 지친 ‘돌싱’ 친구가 있고 우리네 삶의 사연들이 담겨 있네

    그의 노래엔 어머니가 있고 술 마시다 지친 ‘돌싱’ 친구가 있고 우리네 삶의 사연들이 담겨 있네

    “아바이 밥 잡쉈어? / 피가 되고 살이 되고 / 노래 되고 시가 되고 / 이야기 되고 안주 되고 / 내가 되고 니가 되고 / 그대 너무 아름다워요~.”(명태·2002년) 기타를 둘러메고 툭툭 내뱉는 가사와 게슴츠레 감긴 두 눈은 영락없이 10여년 전 모습 그대로다. 양옆을 깔끔하게 다듬은 머리카락과 야윈 듯 앙상한 몸매만 다를 뿐…. 국방색 점퍼에 후드티, 파란색 스니커스와 형형색색 수면양말까지, ‘자유인’ 강산에(49)는 여전히 어지러웠다. 지난 17일 밤, 퀴퀴한 냄새만 맴돌던 서울 서교동 지하 연습실에 갑자기 생기가 돌았다. 즉석에서 작은 콘서트가 열렸다. 무딘 함경도 사투리가 랩처럼 리듬을 타는가 싶더니 “영걸이 왔니 강산에는 어찌 아이 왔니~.” 하는 대목에선 목이 메는 듯 목소리가 잠겼다. “지난 밤 과음해서 그렇다.”고 눙쳤지만,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오른 듯했다. 영걸은 ‘영웅호걸’서 따온 강산에의 본명. 청춘의 아이콘이었던 그는 쉰 즈음에 6인조 인디밴드인 ‘밴드 강산에’와 홍대 앞 소무대를 누비고 있다. 밴드 강산에는 10~16년씩 함께 음악을 해온 친구들이다. 강산에는 “2001년 이후 음악적 슬럼프를 겪었는데 이젠 살짝 즐긴다고 해야 할까.”라고 말했다. ●통기타 하나로 작곡… “삐딱이 기질은 여전” 지금도 작곡할 때 그 흔한 ‘콩나물’(음표)을 쓰지 않고, 통기타와 녹음기, 메모장에 의존해 곡을 만든다. 개성 없는 음향기기가 싫어 여지껏 노래방에 단 한번도 가지 않았고, 연예계의 구습에 질려 ‘김C’ 외에는 이렇다할 연예인 친구도 없다. 1997년 한 대학교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장에선 무례한 청춘에 격앙돼 노래하다 38만엔(약 529만원)짜리 마틴 기타를 부숴버리기도 했다. 그의 가정사가 궁금했다. 3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는 한의사였다고 한다. 지금처럼 정식 면허를 가진 한의사는 아니었지만, 한약방을 운영하며 쏠쏠하게 돈을 벌었다. 한 살된 형을 안고 흥남부두에서 피란선을 타고 내려온 24살 연하의 어머니는 그렇게 거제도에서 아버지를 만났고, 손위 누나와 강산에를 낳았다. 말년에 알코올 중독이 심했던 아버지는 누나를 무릎에 앉힌 흑백사진 속 모습으로만 기억에 남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단돈 1만 8000원을 들고 부산으로 간 강산에 가족의 삶은 팍팍했다. 철공소에 다니던 형과 보험 외판원 어머니…. 어머니는 이제 87세의 볼품없는 할머니가 돼 요양원에서 남은 삶을 살고 계시다. 강산에의 눈에 잠시 이슬이 맺혔다. “절절하다. 어떻게 해드리고 싶은데…미치는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가 꼽은 가장 ‘맛있는’ 노래는 다름아닌 데뷔곡 ‘…라구요’(1992년). ‘눈보라 휘날리는 / 바람찬 흥남부두 / 가보지는 못했지만~’으로 시작되는 노래는 어머니를 그리며 쓴 사모곡이다. 대학(경희대 한의학과 82학번)을 그만두고 경기도의 한 카페에서 통기타를 두드리며, 장발에 피어싱까지 해도 모두 감싸주던 어머니다. 1992년 데뷔 전 일본에 머물며 그런 어머니가 들려준 삶에 곡을 붙여 불렀다. ●‘…라구요’는 피란살이 어머니의 삶 담은 곡 그렇게 노래마다 사연이 있고 삶이 담겼다. 밤새 술마시고 실려간 ‘돌싱’ 친구 집에서 대낮까지 널부러져 잠자다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만든 곡이 ‘떡 됐슴다’(2011년)이다. ‘태극기’(1996년)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노태우 대통령 비자금 사건이 터진 뒤 버스를 타고 서울시청 앞을 지나다 마주한 초라한 태극기를 보고 구상했다. 그렇게 나온 가사가 ‘절대로 삼풍(三風)은 또 불지 않았으면…절대로 태우(太雨)는 또 오지 않았으면’이다. “삐딱이 기질을 드러낸 것뿐인데 사회는 거창하게 해석하는 분위기였죠. 국경일마다 태극기 들고 이 노래를 부르는데 저도 놀랐습니다.” 그는 “예전 음주 운전 사고로 신문에 기사가 실렸는데 사람들은 ‘태극기를 부른 강산에가 일제 스포츠카를 타더라’, ‘알고보니 마누라도 일본사람이더라’는 식으로만 얘기하더군요. 노래는 노래고, 개인은 개인일 뿐인데요.”라고 잘라 말했다. 갑자기 두 살 어린 일본인 아내 ‘다카하시 미에코’와의 연애담이 궁금해졌다. 강산에는 “1987년쯤 백수시절 우연히 만났는데, 아내가 먼저 프러포즈했다.”면서 “1991년 혼인신고하고 이듬해 가수로 데뷔했다.”고 말했다. 강산에는 아내에게 ‘나비’라는 한국이름을 선물했고, ‘나비’는 강산에에게 ‘넌 할 수 있어’ ‘연어’ ‘우리는’ ‘더 이상 더는’ 등의 노랫말을 선사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 사는 부부는 아직 아이가 없다. ●공연이 사회 분노 증폭시키는 도구 돼선 안돼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음유시인으로 변신한 강산에는 최근 “공연이 분노를 증폭시키는 도구가 되어선 안 된다.”면서 “정치집회에선 더 이상 노래부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제에서 노래를 부른 뒤 야당 사람들이 몰려와 구호를 외치는데, 고귀한 그분의 뜻을 기리는 게 아니라 분노를 자극하더군요. 일본의 대표적인 언더그라운드 로큰롤 가수인 이마와노 기요시로의 추모공연에서 느꼈던 고요나 평화의 참맛과는 달랐습니다.” 노래하는 음유시인은 오는 12월 5일 파리에서 첫 ‘K록’ 공연을 펼친다. 주프랑스 문화원이 주관하는 이번 공연에서 지인들은 강산에를 한국의 ‘밥 딜런’으로 프랑스에 소개할 예정이다. 공연을 기획한 설치미술가 이서(37)씨는 “한국어로 부르되 주요 곡들은 번안해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라며 “한국에도 강산에와 같은 가수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산에에게 음악은 앞으로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가르켜줄 ‘희망’인 셈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IT플러스]

    19㎏ 대용량 전자동세탁기 삼성전자가 19㎏ 대용량 전자동 세탁기를 출시했다. 겨울철 두꺼운 옷부터 크기가 큰 이불까지 한 번에 세탁할 수 있다. 물의 온도를 세탁물에 따라 40도와 60도로 맞출 수 있는 ‘매직클린’ 기능으로 옷감 손상 없이 세탁할 수 있다. 찌든 때와 기름때가 묻은 세탁물은 60도 고온에서 효과적으로 세탁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특허 기술인 다이아몬드 필터로 옷감에 있는 먼지나 보풀, 실밥 등도 제거된다. 119만원부터. 온풍 기능 추가한 ‘에어워셔’ LG전자는 기존의 공기청정, 제균, 습도조절에 온풍 기능을 더한 온풍 에어워셔(모델명 LAW-A051WB)를 내놓았다. 이 제품은 국내 에어워셔 제품 중 최고 온도인 47∼53도의 바람을 내보낼 수 있다. 또 실내공기를 흡입해 큰 먼지, 녹차 미세먼지, 워터 등 3단계 필터로 정화한다. 45만원. 고성능 휴대용 플레이어 내놔 아이리버가 국내 최초로 스튜디오 녹음 수준의 품질을 재현할 수 있는 휴대용 플레이어 ‘아스텔앤컨’을 공개했다. 영국 울프손사의 WM8740 DAC(디지털 음원을 아날로그로 변환해 주는 장치)와 32기가바이트(GB)의 메모리를 탑재했다. 3분짜리 한 곡당 200메가바이트(MB)에 달하는 MQS 파일 특성상 2개의 마이크로 메모리 슬롯이 있어 최고 96GB까지 용량을 확장할 수 있다. 69만 8000원. 2430만화소 카메라 선보여 소니코리아는 2430만 화소의 풀 프레임 센서를 적용한 카메라 ‘알파 A99’와 사이버샷 ‘RX1’, 핸디캠 ‘NEX-VG900’ 등 신제품 3종을 선보였다. 풀 프레임 센서는 필름 크기(35.8×23.9㎜)의 이미지센서(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주는 장치)를 말한다. 이미지 센서의 경우 센서에 모이는 빛의 집중도를 향상시켜 한층 높은 해상도를 보여 준다, A99 가격은 300만원대.
  • 영화 ‘도둑들’ 현실로

    현직 경찰관이 강도 전문가, 조직 폭력배와 함께 대기업 회장 집을 터는 떼강도 계획을 꾸몄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부장 김욱준)는 강도 범행 모의에 가담한 서울 양천경찰서 류모(54) 경사와 정모(42)씨를 강도예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류 경사는 자동차판매원 김모(45·구속)씨로부터 모 대기업 회장 집을 털겠다는 범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들었다. 투자 실패 등 수억원의 빚을 지고 있던 류 경사는 김씨의 제의를 받아들여 범행에 가담키로 했다. 김씨는 류 경사에게 범행에 쓸 총기를 요구했지만 류 경사는 총기 확보는 어렵다며 대신 대포폰과 대포차량을 구해오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등은 특수부대 출신 중국인 3~4명을 입국시킨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김씨가 다른 떼강도 사건을 총괄 지휘한 사실이 밝혀져 지난 7월 검찰에 구속되면서 이들의 범행은 실행 직전에 무산됐다. 검찰은 김씨의 휴대전화에서 김씨가 다른 강도 범행을 모의하고 공범들에게 역할을 분담하는 내용의 통화녹음 파일을 확보했다. 검찰은 김씨가 지난해 서울과 부산의 유명 재력가 집에서 4차례에 걸쳐 수십억원어치의 금품을 강취한 떼강도 사건을 지휘한 사실도 밝혀냈다. 김씨는 현대그룹 대북송금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영완(59)씨의 집에서 9년 전 100억원대 금품을 강탈한 장모(58·구속)씨에게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류 경사는 지난해 떼강도를 주도한 장씨와 공범인 강모씨 등의 수배 사실을 조회해 알려주는 등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도 받고 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소송과 위자료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소송과 위자료

    대법원의 ‘2012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1년 한해 가정폭력 행위자중 826명을 가정 구성원별로 분류한 결과 배우자 관계에서 폭력을 휘두른 경우가 전체의 74.9%인 619명이었고, 동거인(사실혼 관계)이 가정내에서 폭력을 행사한 경우가 12.6%(104명), 직계존비속관계에서 폭력을 쓴 이가 10.7%(88명)로 그 뒤를 이었다. 또한 가정폭력 행위자를 교육정도별(389명)로 살펴본 결과 고등학교 졸업이 전체의 44.3%(172명)로 가장 많았고, 대학교졸업이 22.6%(88명), 대학원이상 1.5%(6명) 등으로 나타나 전체의 4분의1 가량은 고학력자로 분류됐다. 이같이 최근 가정내 배우자관계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늘면서 가정폭력으로 인한 부부갈등으로 이혼상담을 받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민법은 제840조 제3호에서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를 이혼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여기서 말하는 부당한 대우란 ‘신체, 정신에 대한 학대 또는 명예에 대한 모욕 등’을 의미한다. 다만 이러한 신체, 정신에 대한 학대 또는 명예에 대한 모욕이 이혼원인이 되기 위해서는 이로 인해 부부관계의 계속적 유지를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결혼생활이 사실상 파탄된 경우라야 한다. 그리고 배우자로부터 폭행이나 학대를 당한 경우 이혼과 함께 이혼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인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으며, 위자료 액수는 배우자의 나이, 직업, 재산정도, 혼인생활과정, 혼인계속기간, 파탄경위 등에 따라 1000만원 내지 5000만원의 범위에서 인정된다. 신안법률사무소 신상하 변호사는 “이혼소송중 남편의 폭력이나 협박, 스토킹 등이 우려된다면 법원에 이혼소송이 끝날 때까지 100m 이내 접근금지, 통화제한 등의 조치를 해달라는 접근금지사전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며 “배우자의 폭력을 더이상 견딜 수 없어 이혼을 결심했다면 이혼소송에 필요한 폭력에 대한 증거로 사진, 병원진단서, 병원치료기록, 각서, 녹음파일, 수사기관에 신고한 기록 등을 미리 수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가정내 배우자의 폭력은 더이상 단순한 부부싸움이나 가정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가정폭력이 명백한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고, 최근들어 가정폭력이 사회문제라는 의식이 커지면서 국가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향으로 법이 바뀌고 있다. 현재 가정폭력을 예방하고 가정폭력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가정폭력 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 및 보호처분을 규정하고 있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되고 있다 인터넷뉴스팀
  • “국조 수용하라” vs “색깔 덧칠하기”… 여야 NLL의혹 ‘진흙탕 싸움’

    “국조 수용하라” vs “색깔 덧칠하기”… 여야 NLL의혹 ‘진흙탕 싸움’

    제18대 대선을 60여일 앞두고 또다시 색깔론 공방이 일고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비밀대화’ 의혹을 제기한 새누리당은 진상조사특위 첫 회의를 열고 국정조사를 거듭 요구하며 압박에 나섰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의 주장은 전형적인 ‘색깔 덧칠하기’라고 반발했다. 새누리당은 11일 ‘민주당 정부의 영토 주권 포기 등 대북게이트 진상조사특위’ 첫 회의를 국회에서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새누리당은 대화록의 존재에 대해 김만복 전 국정원장 등 당시 관계자들도 인정한 만큼 국정조사에서 막후 내용에 대해 떳떳이 밝히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특위 위원장인 송광호 의원도 민주당을 향해 “정치공세다, 북풍이다 하는 차원에서 얘기하지 말고 떳떳하다면 특위에 나와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게 민주당 입장에서도 좋은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폭로 당사자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대화록에는 NLL 포기뿐만 아니라 주한 미군을 수도권에서 다 내보내겠다는 발언도 있다.”면서 “12일에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무현재단은 “사실무근이며 완전한 날조”라고 반박했다. 재단은 성명을 내고 “정 의원은 또 거짓말을 반복했다.”면서 “당시 주한미군 문제는 의제도 아니었고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의원은 자신이 주장한 단독회담과 비밀녹취록의 존재가 거짓으로 밝혀지자 말장난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정책회의 겸 점검회의에서 “새누리당이 녹취록을 봤다면 공개하라. 녹취록이 사실로 확인되면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2009년 1월부터 2011년 1월까지 현 이명박 정부에서 통일비서관을 지냈던 정 의원이 8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북방한계선(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비공개 녹취록’이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에 보관돼 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번 논란의 쟁점은 ▲비공개 회담, 합의 여부 및 비공개 녹취록 존재 여부 ▲노 전 대통령의 당시 발언 내용 ▲정 의원의 정보 입수 경위 등이다. 정 의원은 “2007년 10월 3일 백화원초대소에서 오후 2시 40분쯤 시작된 정상회담이 오후 3시쯤에 단독회담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당시 남북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당일 오전, 오후에 회의가 있었는데 오후 회의는 2시 넘어 시작해 쉬는 시간 없이 4시 25분에 끝났다.”면서 “배석자가 없었던 적은 없었고 철도 개·보수 등 남북 협력 사업을 논의했다.”고 반박했다. 녹취록에 대해 정 의원은 당초 “당시 회담 내용은 녹음됐고 북한 통일전선부는 녹취된 대화록이 비밀 합의 사항이라며 우리 측 비선라인과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은 “정상회담의 녹취록은 없고 배석자들의 수기를 기록한 대화록만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이날 진상조사특위에 참석한 정 의원은 “이 전 장관이 대화록이 있다는 말을 했다. 국감에서 밝힌 내용이 바로 그 대화록에 있는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정 의원이 폭로한 내용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 있는 것이라면 실정법 위반 논란으로 이어진다. 이 전 장관은 “정 의원이 그 대화록을 봤다면 위법”이라고 말했다. 정상 간 대화록은 1급 비밀로 분류돼 있다. 또 국가기록원에 있는 비공개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만들어진 지 30년이 지나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어기고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유출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비공개 대통령기록의 내용을 누설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정 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관련 내용을 폭로해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따라 처벌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해커스영어, 무료 웹툰 서비스 ‘해커스 웹툰’ 오픈

    해커스영어, 무료 웹툰 서비스 ‘해커스 웹툰’ 오픈

     해커스영어가 영어를 공부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재미있는 무료 콘텐츠를 선보인다.  영어전문 포털인 해커스영어(www.Hackers.co.kr)는 최근 영어회화, 토익 등을 공부할 때 겪는 에피소드를 웹툰으로 제공하는 콘텐츠인 ‘해커스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터디, 취업 등을 주제로 제작된 해커스 웹툰은 해커스영어 사이트에서 로그인 없이 누구나 무료로 구독이 가능하다. 20대를 주 타깃으로 삼았다.  해커스 웹툰은 지난 6월에 뽑은 해커스 웹툰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해커스영어 사이트를 통해 주 3회(월·화·목요일) 업 데이트 된다. 흔히 알고 있는 ‘콩글리시’나 문화적 차이에서 발생되는 황당한 영어회화 에피소드를 담은 ‘Pardon?’, 영어 초보자가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겪는 내용으로 구성된 ‘서양말과 나’, 그리고 토익 스터디그룹 멤버의 토익 정복기를 담은 ‘카푸치노’ 등 3개의 코너가 운영된다.  사이트의 웹툰을 본 뒤 별점과 댓글 남기기를 통해 학습자간의 의견 교환이 가능하며 다양한 영어학습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웹툰 작가도 상시 모집한다. 영어공부와 웹툰에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며 해커스영어 사이트에서 지원서를 작성한 뒤 연재 형식에 상관없이 최소 4컷 이상의 작품을 이미지 파일 형태로 제출하면 된다. 선발된 작가들은 해커스영어 사이트에서 일정 기간 웹툰 작가로 활동할 수 있다. 활동비가 지급된다.  해커스교육그룹의 심새롬 마케팅팀장은 “문화콘텐츠로서의 영향력이 크고 온라인 접근성이 높은 웹툰을 통해 영어학습자들에게 색다른 형식으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나눔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이 서비스를 오픈했다.”고 말했다.  한편 해커스영어는 토익, 텝스, 토익스피킹, 오픽, 영어회화 등의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는 사이트로, 영어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의 영어학습 정보공유 포털로 자리잡고 있다. 게임으로 토익 단어를 학습하는 ‘해커스 보카게임’, 해커스어학원 토익 강사의 문제를 실전처럼 풀어보고 강의를 듣는 ‘10월 모의 토익과 토익무료예상강의’, 토익스피킹·오픽을 실전처럼 녹음하며 연습하고 해설 강의를 듣는 ‘실전 토스·오픽학습과 실전 토스&오픽 해설강의’ 등 다양한 무료 영어 학습 콘텐츠가 제공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노 전 대통령 NLL 발언 실체 명백히 규명하길

    2007년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 이면 협의의 실체를 놓고 대선 정국이 달아올랐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요지의 발언과 함께 100조원가량의 대북 지원을 구두로 약속했다는 게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지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당시 비공개 단독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NLL 때문에 골치 아프다.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니까,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며 공동어로 활동을 하면 NLL 문제는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당시 회담에 배석했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과 민주당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반발하고 있으나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준비에 착수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NLL(북방한계선)은 6·25 정전 당시 유엔군 측이 그었으나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등에 의해 뒷받침되면서 실질적인 영토선으로 이어져 왔다. 1, 2차 연평해전 등 NLL을 무력화하려는 북측의 숱한 도발을 막아내며 산화한 우리 젊은이들의 얼이 숨쉬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 대통령이 북한 최고지도자에게 NLL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을 했다면 그 자체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일뿐더러 이후로도 남북 간 분쟁의 소지를 키운 것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위중한 사안이다. 노 전 대통령은 실제로 남북정상회담 직후 청와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NLL을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건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도 있다. 노 전 대통령 발언의 진상과 정 의원 발언의 근거가 명명백백히 가려져야 한다고 본다. 정 의원 주장대로 북측이 녹음했다는 정상 간 대화록을 청와대와 국정원 등이 갖고 있다면 즉각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 ‘1급 비밀’ 운운하며 덮고 가자는 식의 논리로 버티는 건 국민적 혼란을 키울 뿐이다. 남북 관계의 추가적 왜곡을 막기 위해서라도 투명한 진상공개가 요구된다. 물론 이를 통해 그 어떤 근거도 없이 정 의원 등이 선거에 활용할 목적으로 꺼내든 흑색선전임이 드러난다면 이 또한 대선 정국의 혼란을 부추기고 남북 관계에 불필요한 마찰을 불러일으키게 한다는 점에서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 [2012 국감] 진선미 “경찰, 安후보 사찰”… 녹취 공개

    [2012 국감] 진선미 “경찰, 安후보 사찰”… 녹취 공개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에 대한 불법 사찰 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이 궁지에 몰렸다.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은 인터넷 통신사 뉴시스 기자와 김성근 경찰교육원장과의 통화녹음 파일을 공개하면서 “경찰이 안 후보를 사찰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뉴시스는 경찰이 지난해 초 안 후보의 여자관계에 대한 첩보를 입수해 안 후보가 자주 드나든 것으로 추정되는 룸살롱 주변을 내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보도 이후 경찰은 이를 적극적으로 부인하며 해당 언론사와 기자를 허위 보도 등의 이유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하지만 이날 국감 현장에서 공개된 통화녹음 파일에서 김 원장은 “거기에 (안 후보의)여자가 있다고 해서 우리가 추적을 해본 적은 있지.”라거나 “작년 초쯤인데…. 지금 가도 그 사람은 없어. 우리가 그때 확인했을 때도 그런 사람은 없었다니까. 확인을 해보려고 했는데 안 되더라.”라고 언급해 안 후보를 사찰했음을 암시했다. 경찰은 안 후보에 대한 불법 사찰 의혹을 전면 부인했었다. 김 원장은 현 정권에서 서울지방경찰청 정보 1과장, 경찰청 정보관리부장, 경찰청 정보국장 등을 역임하며 경찰 조직 내 정보라인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지난 5월에는 정보국장에서 경찰교육원장으로 보직이동했다. 진 의원은 녹음 파일을 근거로 “김 원장이 서울경찰청 정보부장 시절에 안 후보의 사생활을 조사한 것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궁했다. 이에 김 원장은 “이 부분만 들으면 오해할 수 있지만 처음에는 그런 게 없다고 이야기했다. 바쁜 시간에 전화가 와서 빨리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오래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와 관계없다는 취지를 강조하다 보니까 과장되게 말실수를 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진 의원은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김 원장이 ‘추적해 본 적 있다. 알아봤다. 확인했다. 작년 초쯤. 이름 알았는데’ 등의 발언을 한다. 이는 (안 원장에 대한) 정보 수집 여부를 뒷받침해 주는 근거가 명확히 제시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외에도 진 의원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불구속 기소된 조현오 전 청장이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재판장에서 ‘믿을 만한 사람 두 명과 저녁자리에서 관련 내용을 듣고 강연에서 말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김 원장에게 “믿을 만한 두 사람 중 한 명이 김 원장이라는 말이 있다.”고 추궁하자 김 원장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다산콜, 악성민원인 4명 첫 고소

    40대 중반인 A씨는 2010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시 120다산콜센터에 행정과 한참 동떨어진 민원전화를 1651회나 걸어 직원들을 괴롭혔다. 술에 취한 채 여성 상담사에게 댓바람에 막말부터 마구 쏟아냈다. 협박도 했다. 콜센터 직원은 “하도 많아서 무슨 욕을 들었는지 기억할 수조차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A씨가 양적인 면에서 단연 눈길을 끌었다면 30대 후반인 B씨는 질적인 면에서 지나친 사례로 첫손에 꼽혔다. 그는 2년에 걸쳐 전화로 231건을 문의하면서 핵심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놈아’ ‘×새끼야’ 등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 50대 초반 C씨, 40대 후반 D씨(여) 또한 불명예스럽게도 악성 민원인에 끼었다. 서울시는 이들 4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북부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고 4일 밝혔다. 시는 이들에게 계속 경고를 했는데도 개선의 여지를 전혀 보이지 않는 데다 다른 악성 민원인들에게 사회적 경종을 울리려고 처음으로 고소라는 초강수를 뒀다. 다산콜센터는 민원전화의 정도가 심하거나 되풀이되면 6명으로 꾸린 전담팀을 통해 주야간 특별 관리를 한다. 악성 민원인의 전화번호가 뜰 경우 전화음성안내(ARS)로 통화 내용이 녹음되고 있으며 법적 조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고지한다. 계속적인 경고에도 효과가 없는 경우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법무 검토를 거쳐 법적 조치를 내린다. 다산콜센터의 올 상반기 악성 민원은 월평균 2286건에 이른다. 하반기에는 지난 6월 악성 민원 대응 계획을 발표한 터라 월평균 1708건으로 상반기에 견줘 578건(25.3%) 줄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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