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녹음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콜라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연인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사저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결빙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9,749
  • 쌉싸름한 산의 맛을 쓱쓱싹싹… 한 그릇에 비빈 속리산

    쌉싸름한 산의 맛을 쓱쓱싹싹… 한 그릇에 비빈 속리산

    속리산 입구에 식당 60여곳 성업고사리 등 10가지 나물 웰빙 밥상 섬유소·각종 효소 등 영양분 풍부충북 보은군에 있는 속리산 국립공원은 입구부터 흥미롭다. 장관급에 해당하는 벼슬을 하사받은 정이품송이 손님을 맞이해서다. 1464년 세조 행차 때 늘어진 나뭇가지에 가마가 걸리자 스스로 나뭇가지를 들어 올렸다는 전설을 간직한 소나무다. 속리산 품으로 조금 들어오면 법주사가 다양한 볼거리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높이 33m의 금동미륵대불과 국보 55호 팔상전 등 구경할 게 한둘이 아니다. 법주사를 병풍처럼 둘러싼 속리산 산세는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녹음이 우거진 푸른 옷을 입고 하늘을 뚫을 것처럼 힘차게 솟아오른 봉우리들을 마주하면 자연의 위대함에 절로 겸손해진다. 혹자는 ‘속리산에 드는 사람은 자연과 역사가 선사하는 호사를 원 없이 누릴 수 있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인 법. 금강산 할아버지가 와도 배가 고프면 흥이 나지 않는다. 이왕이면 향토색 짙은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게 좋다. 그게 산채비빔밥이다. 속리산을 낀 보은은 청정한 공기와 물, 비옥한 토양으로 ‘산나물의 보고’로 불린다. 이 때문에 속리산 입구에는 산채비빔밥 식당들이 즐비하다. 산채비빔밥 거리의 시작은 197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두세 집에서 1980년대 후반에 10여 개로, 현재는 60여 곳으로 늘어났다. 산채비빔밥에 들어가는 것은 식당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취나물, 고사리, 도라지, 방풍나물, 버섯, 명이나물 등 대략 7~10여 가지다. 맛과 향, 색깔까지 다른 산나물 위에 보름달을 품은 것 같은 계란프라이가 얹힌 모습은 눈까지 즐겁게 한다. 여기에 고추장을 넣고 썩썩 비비면 자연이 그대로 담긴 산채비빔밥이 완성된다.●도토리묵·파전 등 푸짐한 한 상 8000원 산나물의 제맛을 느끼고 싶다면 고추장을 넣지 않고 먹으면 된다. 산나물에 간이 돼 있어 먹을 만하다. 도토리묵, 파전, 깍두기, 장조림, 장아찌 등 반찬도 푸짐해 수라상이 부럽지 않다. 산채비빔밥 한 그릇 가격은 8000원. 웰빙 밥상치고는 가격도 착하다. 속리산 입구에서 특별한 산채비빔밥을 즐기고 싶다면 보은향토음식연구회 배영숙(63) 회장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배영숙 산야초밥상’을 가보면 좋다. 속리산이 자랑하는 산나물과 보은 특산물인 대추가 만난 대추약고추장 비빔밥을 맛볼 수 있다. 대추약고추장은 고추장에 대추, 꿀, 한우 등이 들어갔다. 입에 넣으면 건더기 같은 게 씹힌다. 건더기의 90%는 대추고, 10%는 고기다. 좋은 재료가 고추장 곳곳에 숨어 있다 보니 달콤하고 맛있다. 밥은 대추가 들어간 영양돌솥밥이다. 1994년부터 식당을 운영 중인 배 회장은 “전주비빔밥은 호박, 오이, 당근, 콩나물 등 채소가 들어가지만 우리 산채비빔밥은 산나물이 주재료”라며 “산채비빔밥보다 건강에 좋은 비빔밥은 없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산채비빔밥은 삶거나 데친 산나물과 잘 지어진 밥만 있으면 된다. 간단하고 소박한 일종의 한국식 패스트푸드다. 하지만 햄버거 같은 서양식 패스트푸드와 급이 다르다. 산나물 때문이다. 보은군이 2018년 진행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땅과 물, 공기와 햇빛, 바람의 정기를 머금은 산나물은 오염되지 않은 산에서 자란 무공해 자연식품이다. 예로부터 봄에는 춘곤증을 예방하고 부족한 식량을 대체하는 역할도 해왔다. 싱싱한 채소가 없는 계절에는 저장해 둔 산나물로 부족한 비타민을 보충하기도 했다. 섬유소, 무기염류, 엽록소, 각종 효소 등 다양한 영양성분도 들어 있다. 산나물 추출물은 항산화 작용과 면역력을 증진시켜 항암효과도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동의보감에는 ‘나물은 몸속 수액이 배설되는 통로를 잘 뚫어 주고 간, 폐, 심장, 비장, 신장을 이롭게 한다’고 적혀 있다. 조선후기 세시풍속집인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매년 입춘이 되면 눈 아래에서 햇나물을 캐서 임금에게 진상하고 궁궐에서는 다섯 가지 햇나물 무침인 오신반을 수라상에 올렸다고 한다. 당시 서민들 사이에선 입춘에 다섯 가지 나물을 먹으면 다섯 가지 덕을 갖추고 신체 기관이 조화를 이루게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또한 산나물은 각각 다른 맛과 식감, 향을 갖고 있어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는 식품이다. 담백한 맛으로 입 안을 개운하게 하거나 쌉싸래한 맛으로 식욕을 돋우기도 한다. 향긋한 냄새로 후각을 자극해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고기와 같은 식감을 가진 산나물도 있다.●1058m 천왕봉 맞춰 1058인분 비빔밥 보은군은 산채비빔밥을 테마로 다양한 도전을 펼친다. 해마다 속리축전 기간에는 1058명이 먹을 수 있는 초대형 산채비빔밥을 만든다. 지름 3.3m, 높이 1.2m의 대형 그릇을 이용하며 쌀 150㎏, 1t 트럭 분량의 산나물과 버섯 등이 들어간다. 완성된 비빔밥은 관광객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비빔밥의 양은 속리산 천왕봉 높이(해발 1058m)와 같은 숫자다. 10월에 열리던 속리축전은 2019년부터 5월로 앞당겨졌다. 2007년 6월에는 속리산관광협의회와 속리산음식업협회 회원들이 서울 가락시장에서 6900인분 비빔밥을 만들어 화제가 됐다. 당시 쌀 640㎏, 취나물과 건취나물, 도라지, 고사리, 표고버섯, 싸리버섯, 밤버섯 등 12가지 산채나물 3500㎏이 들어갔다. 2016년에는 김밥처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컵 비빔밥도 선보였다. 비빔밥은 햅쌀로 지은 밥에다가 고사리·취나물·도라지·시금치 등 산나물과 버섯, 다진 돼지고기를 넣고 고추장으로 맛을 냈다. 야구공만 한 크기로 뭉친 뒤 빵가루·계란 반죽을 입히고 기름에 튀겨 내 바삭거리는 식감을 곁들였다. 하지만 만들기가 만만치 않아 대중화에는 실패했다.보은에 오면 산채한정식도 즐길 수 있다. 속리산면의 경희식당이 유명하다. 상호는 충북도 향토음식 기능 보유자인 남경희 할머니의 성함을 땄다. 남 할머니는 1950년 대전에서 한정식집을 개업해 유성 군인 휴양소로 옮겼다가 1974년에 속리산으로 들어왔다. 남 할머니는 2002년 고인이 돼 지금은 손자가 운영한다. 다양한 나물 등의 반찬이 상다리 휘어질 정도로 나온다. 반찬 수가 무려 40가지로 1인분에 3만원이다. 박유순 군 농업기술센터 생활자원팀장은 “지역에서 많이 나는 산나물 13가지를 테마로 한 다양한 음식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며 “치유관광객들을 위해 산나물 음식체험과 수확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산나물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보은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아빠가 성폭행” 극단선택한 딸…“망상 때문” 혐의 부인한 친부

    “아빠가 성폭행” 극단선택한 딸…“망상 때문” 혐의 부인한 친부

    친딸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딸, 피해망상 있었다” 첫 재판서 부인“다정한 부녀 사이…통화 녹취돼 있다” 친딸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윤경아)는 14일 성폭력처벌법상 친족 관계에 의한 준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50)씨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김씨는 2019년 6월, 2021년 3월 자신의 주거지에서 술에 취한 친딸 A씨가 잠이 들자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김씨는 자신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김씨의 변호인은 “공소장에 기재된 일시와 장소에서 A씨와 술을 마신 사실은 있으나 잠든 A씨에 대해 간음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씨와 A씨는 다정한 부녀 사이였고 김씨 휴대전화에 통화 내역이 모두 녹취돼 있다”며 “경찰에 제출한 약 75개의 통화녹음 중 일부를 검증해서 법정에서 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A씨가 피해망상이 있어 피고인으로부터 강간을 당했다는 글을 남기거나 말한 게 아닌지 의심되는 정황이 많아 피해자의 정신과 진료기록 제출 명령 신청서를 내겠다”고 밝혔다. 김씨 측은 피해자의 국립과학수사원 DNA 감정 결과에 대한 사실 조회도 신청했다. 김씨의 변호인은 “A씨가 강간 피해 이후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고 진술했는데 가슴에서 DNA 양성반응이 나온 건 공용수건으로 샤워 후 물기를 닦았기 때문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 국과수 의견을 회신받고 싶다”고 요청했다. 김씨가 유일한 가족이었던 A씨는 수사기관에 이를 알리지 못하다가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남자친구의 설득 끝에 지난 3월 5일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경찰이 마련한 임시거처에서 지내던 A씨는 정신적 괴로움을 호소하다 같은달 8일 숨진 채 발견했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씨는 피해자가 진술조서를 작성하지 못한 채 사망하자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남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을 비롯해 혐의를 입증할만한 정황과 증거를 확보해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지난달 김씨를 구속기소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산다라박, YG와 계약 종료…투애니원 모두 떠나

    산다라박, YG와 계약 종료…투애니원 모두 떠나

    그룹 투애니원 출신 산다라 박이 17년 동안 함께한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난다. YG는 “산다라 박과 전속계약이 만료됐다”며 “그동안 함께 해준 그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14일 밝혔다. 이어 “언제나 산다라 박의 도전을 응원할 것이며, 새 출발을 위한 준비를 마칠 때까지 지속해서 도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투애니원 멤버들은 모두 YG를 떠나게 됐다. 2016년 팀 해체 후 박봄, 공민지가 새로운 소속사와 계약했고 씨엘도 2019년 YG를 나와 홀로서기를 했다. 투애니원은 최근 박봄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멤버들과 녹음을 마쳤다고 말해 재결합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유년 시절 필리핀에 살던 산다라 박은 2004년 현지 연예인 선발 프로그램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데뷔했다. 필리핀에서 큰 인기를 누리며 활동하다 한국으로 건너와 YG와 계약을 맺고 5년 뒤인 2009년 투애니원 멤버로 데뷔했다. 팀 해체 후에는 뮤지컬과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약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사이언스 브런치] 더운 여름, 이젠 찜통차 없다…에너지 없이 금속 냉각기술 개발

    [사이언스 브런치] 더운 여름, 이젠 찜통차 없다…에너지 없이 금속 냉각기술 개발

    이번 주 금요일은 식물들이 자라고 녹음을 더하는 등 여름이라는 계절 속으로 들어가는 ‘소만’이다. 여름 한 낮에 외부에 잠깐만 주차하더라도 자동차 속은 찜통을 방불케 할 정도로 뜨겁다. 외부 온도가 30도라면 차 안은 80도를 넘는 때도 많아 종종 차 안에 놔둔 탄산음료가 터지거나 라이터가 폭발해 불이 났다는 소식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이처럼 여름 한 낮 자동차 내부 온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것은 금속은 태양광을 흡수한 다음 공기 중으로 다시 열을 방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차 안 온도를 높이지 않기 위해 소형 환풍기를 사용하거나 햇빛을 반사할 수 있는 플라스틱이나 천으로 만들어진 방열판을 사용하기도 한다. 국내 연구진이 외부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금속도 스스로 열을 방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경희대 응용물리학과 연구팀은 에너지 공급 없이 재료의 나노구조를 바꿔 금속표면의 열복사를 유도할 수 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나노 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에 실렸다. 금속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 쓰는 두꺼운 방열판은 열의 흡수를 줄이는 방식인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열복사를 돕는 나노구조를 돕는 얇은 금속판으로 금속 자체가 냉각되도록 했다는데 차이가 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널리 사용되는 금속인 구리판에 500나노미터(㎚) 두께의 황화아연을 코팅하고 그 위에 정사각형 모양의 구리타일을 붙이는 방식의 틈새 플라스몬 구조를 제작했다. 틈새 플라스몬은 금속판 위에 얇은 유전체를 코팅한 뒤 정사각형의 금속타일을 얹으면 틈새의 유전체 영역에 빛이 강하게 모이는 현상으로 금속이 열을 방출하는 ‘흑체’(black body)처럼 행동하도록 해 금속 표면에서 강한 열복사를 일으켜 스스로 냉각시키도록 하는 것이다.연구팀은 이번 기술을 이용해 평균대기온도 0도인 겨울철 야외 태양광 노출실험에서 나노구조가 적용되지 않은 구리판에 비해 4도 이상 냉각효과를 확인했으며 평균대기온도 25도인 여름철을 가정해 시뮬레이션했을 때 10도 이상 냉각효과가 예측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외부 온도가 뜨거울수록 열복사 에너지도 커지기 때문에 여름철 냉각효과가 더 커진다. 더군다나 기존 전도나 대류를 이용하는 냉각방식과는 달리 소형화할 수 있고 추가적인 외부에너지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김선경 경희대 교수는 “복사냉각은 기존의 열전달 방식과 독립적으로 작용하고 외부의 전력공급이 필요없으며 초소형, 초경량 방열 시스템형태로 제작 가능하다”라며 “이번에 개발한 나노구조 복사냉각기술은 구리, 알루미늄, 은, 백금 등 산업체에서 쓰는 모든 금속에 적용이 가능하고 얇고 신축성이 있어 다양한 모양의 금속 발열체에 부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농촌 뒤덮은 ‘자본의 논리’ 인간다운 삶의 길을 묻다

    농촌 뒤덮은 ‘자본의 논리’ 인간다운 삶의 길을 묻다

    장손 무위도식… ‘사기꾼’ 사촌은 고향 개발카페·모텔 난립 등 부동산 열풍도 담아내거침없는 필력으로 해학의 즐거움 선사작가 “일확천금 풍조·상호 불신 사회 고발”고즈넉한 마을은 예로부터 뻐꾸기 울음소리로 유명했다. 하지만 다리를 새로 지은 이후 마을에 방문객들이 몰려들면서 뻐꾸기 소리는 뚝 끊어졌다. 방문객들이 뻐꾸기가 어디 갔느냐고 항의하자, 보름쯤 뒤엔 난데없이 숲속에서 뻐꾸기가 다시 힘차게 울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도 녹음기에서 나오는 소리라는 것은 알아채지 못했다. 서울신문에 연재된 대하소설 ‘객주’로 낙양의 지가를 올린 김주영(82) 작가가 4년 만에 내놓은 장편 ‘광덕산 딱새 죽이기’는 이처럼 전통을 지키며 살던 마을에 자본의 논리가 엄습하며 벌어진 갈등과 허위의식으로 점철된 세태를 다뤘다. 이를 통해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13일 전화로 만난 작가는 “부동산 등으로 일확천금을 바라는 풍조와 상호 불신이 만연한 농촌 사회의 현실을 풍자적으로 고발하고 싶었다”며 “뻐꾸기 울음소리는 우리 사회에 대한 경고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제목을 ‘딱새 죽이기’라 정한 것도 뻐꾸기가 딱새 둥지에 알을 낳고 딱새 어미는 뻐꾸기 알을 품지만,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는 새끼 딱새들을 몰아내는 역설적 상황에서 따온 것이라 했다. 소설은 전통을 지키며 자연과 함께 삶을 일궈 나가는 광덕산 옷갓마을에서 양반 행세를 해온 관씨 집안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관씨 문중의 장손 관대규는 번영회 회장이지만 세상 물정 모르고 선대의 재산으로 무위도식하는 인물이다. 반면 그의 사촌 동생 관복길은 젊은 시절 서울로 나가 산전수전을 겪은 사기꾼이다. 대규는 예기치 못한 일로 복길에게 약점을 잡혀 자신이 가진 토지의 권리를 복길에게 넘기고, 실세가 된 복길의 뜻대로 마을에 개발 광풍이 몰아친다. 작가는 전통과 현대로 대비되는 두 사람의 삶을 통해 자본의 논리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세태를 생생하게 그려 낸다. 도시와 시골 마을을 오가며 벌어지는 이야기에는 농촌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 풍광 좋은 곳에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카페, 모텔 건설 열기 등 부동산 열풍도 담아 냈다.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를 받아들이며 갈등하는 두 사람은 우리 모두의 초상일 수 있다. 순박해 보이는 대규도 결국은 허세와 거짓 삶을 추구하기는 마찬가지다. 광덕산에서 태조대왕 영정을 모신 영당을 지키며 양반 행세를 하지만, 영정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를 감추려 한다.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 전체가 허위에 현혹돼 살고 있지는 않을까요.” 작가가 반문했다. “내 머릿속은 몇 날 며칠을 씻고 닦아도 지워지지 않을 더럽고 추잡한 기억들로 가득 차 있어요.”(101쪽) 희망에 대한 질문에 답한 윤락녀의 절규는 자본의 논리에 내몰려 막연한 희망도 찾을 수 없는 이들의 삶을 대변한다. “돈이 하는 일이 뭔 줄 알아? 사람 간의 정의를 망치고 구기는 일밖에 못 해”(200쪽)라는 노인의 일갈에선 개발이 안겨 준 일확천금의 꿈으로 갈가리 분열된 사회가 엿보인다.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매력은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필력에 있다. 방언과 입말이 살아 있는 재치 넘치는 대사들은 해학의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은 작가의 내공이 경이롭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오늘도 30도 넘는 ‘땡볕 더위’… 주말 전국에 비

    오늘도 30도 넘는 ‘땡볕 더위’… 주말 전국에 비

    식물들이 녹음을 더하고 여름이 시작된다는 절기 ‘소만’을 일주일 앞둔 14일 금요일은 서울 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등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위가 찾아오겠다. 기상청은 “14일은 동해상에서 동진하는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대체로 맑은 가운데 햇볕에 의해 낮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오르면서 평년(15~27도)보다 4~7도 높을 것”이라고 13일 예보했다. 특히 서울과 경기를 비롯한 중부내륙과 전라권 내륙, 경북 서부내륙에서는 낮 기온이 30도 이상까지 올라 더운 곳이 많겠다. 반면 동해안과 남해안, 제주도는 25도 이하로 전망됐다. 14일 전국의 예상 아침최저기온은 13~18도, 낮 최고기온은 18~31도 분포를 보이겠다. 이른 무더위는 15일 토요일부터 전국에 내리는 비로 한풀 꺾이겠다. 15일은 서해상에서 동진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새벽에 제주도, 전라권, 경남권부터 비가 시작돼 낮에는 전국으로 확대되겠다. 밤 사이에 비는 잠시 소강 상태를 보였다가 월요일인 17일 오전까지 이어지겠다. 특히 비를 뿌리는 저기압과 가까운 제주도, 남부지방, 충청권은 천둥, 번개, 돌풍과 함께 다소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싸가지, × 까는 소리” 노래주점서 피살 직전 112 신고…출동은 없었다 [이슈픽]

    “싸가지, × 까는 소리” 노래주점서 피살 직전 112 신고…출동은 없었다 [이슈픽]

    피해자 112 신고 후 경찰이 먼저 전화 끊어욕설 녹음됐지만 경찰 “싸움도 없고 톤도 차분” 경찰 “‘알아서 하겠다’ 해서…먼저 끊은 건 잘못”업주, 신고 격분해 주먹·발로 피해자 때려 죽여 업주 “112에 방역위반 신고한다 해 화나 죽여”경찰 “출동 지령·현장 확인 못해 아쉬워…송구”인천 한 노래주점에서 업주에게 살해된 40대 손님이 피살 직전 112에 직접 신고했지만 현장 출동 지령은 없었고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도 출동하지 않은 데 대해 안타깝고 송구하다며 자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업주 A(34)씨는 경찰 조사에서 “손님 B씨가 술값을 추가로 더 내지 않고 방역지침을 어겨 영업한 사실을 고발하겠다고 112에 신고해 화가 나 죽였다”고 진술했다. 피해자 피살 직전 112에 “술값 못내”코로나 영업금지 위반 통보도 안 해 인천 중부경찰서는 13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체포한 노래주점 업주 A씨가 40대 손님 B씨를 살해한 시점은 지난달 22일 오전 2시 6분~24분 사이라고 밝혔다. 이때는 B씨가 A씨와 술값 문제로 실랑이를 하다가 112에 신고를 한 직후다. B씨는 경찰과 5분간 통화를 했다. B씨는 살해 직전인 오전 2시 5분쯤 “술값을 못 냈다”고 112에 신고했지만 인천경찰청 112 치안 종합상황실 근무자는 관할 인천 중부서에 출동 지령을 내리지 않았다. 당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노래주점의 영업이 금지된 새벽시간대였지만 신고를 받은 상황실 근무자는 행정명령 위반 사항을 구청에 통보하지 않았고 신고자의 위치도 조회하지 않았다.경찰 “욕설 외 ‘살려주세요’ 요청 없었다”“싸움도 없어 ‘위험성 없다’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를 접수한 (상황실) 경찰관이 긴급하거나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B씨가 통화가 끝날 때쯤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말해 당시 신고 접수를 받은 경찰관이 신고 취소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먼저 전화를 끊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먼저 (신고 접수를 받은 경찰관이) 전화를 끊은 것은 잘못한 부분”이라면서도 “주변 사람과 대화가 반복되는 상황이었고 신고인의 정확한 위치도 파악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욕설 섞인 말 외에 ‘살려주세요’ 등 구조 요청을 하는 언급이 없었고 목소리 톤도 차분했으면 싸움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소리로만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술값을 못 낸다는 단순 신고로 인지됐고, 긴급이나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해 출동 지령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까는 소리 마, 싸가지 없다” 욕설 녹음가해자 “112 신고해 B씨 때려 살해했다” 그러나 당시 상황실에는 B씨가 신고 전화를 하던 중 A씨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 까는 소리하지 마라. 너는 싸가지가 없어”라고 하는 욕설도 녹음됐다. 이런 욕설이 들리는 상황을 토대로 경찰이 빨리 출동했다면 업주의 범행을 막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 관계자도 “출동 지령을 내리고 현장을 확인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이 같은 불행한 결과가 발생해 안타깝고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체 정밀 조사를 통해 신고 접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미흡했는지를 파악하겠다”면서 “미흡한 점이 확인되면 조치하고 직무 윤리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당시 A씨와 B씨가 처음 실랑이를 벌일 때는 술값이 문제였으나 직접적인 살해 동기도 112 신고와 관련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112에 신고를 해 주먹과 발로 B씨를 여려 차례 때려 살해했다”고 진술했다.경찰서간 업무 이첩 과정서피해자 위치 파악 등 수사 지체 B씨의 아버지가 실종 닷새 만에 “외출한 아들이 귀가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한 이후 B씨의 최종 위치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사실도 파악됐다. 인천 중부서에서 서부서로 사건이 넘어갔다가 되돌아오는 과정을 거치면서 강력 사건으로 전환하기까지 지체됐다. 경찰 관계자는 “B씨의 마지막 행적이 서구 원창동으로 확인돼 서부서로 사건이 넘어갔다가 중구 노래주점으로 최종 위치가 파악되면서 이달 2일 중부서로 다시 이첩됐다”면서 “그 사이 서부서와 계속 공조는 했지만, 이달 3일부터 강력사건으로 전환해 수사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달 22일 새벽 인천시 중구 신포동 한 노래주점에서 손님 B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부평구 철마산 중턱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장 정밀감식 결과 노래주점 내부에서 B씨의 혈흔과 미세 인체조직이 발견됐다. A씨는 범행 후 노래주점 인근 고깃집에 들러 폐쇄회로(CC)TV가 작동하는지를 확인했고 인근 마트에서는 14ℓ짜리 락스 한 통, 75ℓ짜리 쓰레기봉투 10장, 테이프 2개를 산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A씨를 용의자로 특정한 뒤 전날 오전 인천 자택에서 검거했다.업주 “술값 실랑이 하다 피해자 나갔다”거짓말 들통…심하게 시신 훼손 유기 폭행이나 상해 등 여러 전과가 있는 그는 노래주점에서 B씨를 살해한 뒤 주점 내부 빈방에 시신을 숨겨뒀다가 이틀 뒤부터는 차량에 옮겨 싣고서 인천 곳곳을 돌아다녔고, 며칠 뒤 부평구 철마산에 버렸다. A씨는 초기 경찰 조사에서 “B씨가 당일 새벽 2시 조금 넘어서 술값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나갔고 (나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B씨가 A씨를 살해한 뒤 주점 외부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에 시신을 실어 옮긴 것으로 추정했다. A씨는 추가 조사에서 살인 등 혐의를 인정한 뒤 시신을 버린 장소를 경찰에 실토했다. A씨는 “B씨와 술값 때문에 시비가 붙어 몸싸움을 하다가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경찰 관계자는 “계속해서 증거를 내밀고 추궁하자 혐의를 부인하던 B씨가 심경에 변화를 일으키고 자백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의 진술을 토대로 전날 오후 7시 30분쯤 철마산 중턱 풀숲에서 심하게 훼손된 채 널브러져 있는 B씨의 시신을 찾았다. 경찰은 이날 오후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체포한 A씨의 구속 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며 이르면 14일 인천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릴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범행 후 시신을 유기할 때까지) 상당히 주도면밀하게 움직였다”면서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추가로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2시쯤 나갔다”더니 손님 살해·유기…노래주점 업주 “술값 때문에”

    “2시쯤 나갔다”더니 손님 살해·유기…노래주점 업주 “술값 때문에”

    경찰, 노래주점 업주 오늘 구속영장 신청“술값 때문에 몸싸움 하다 그랬다” 자백실종 20일 만에 전날 손님 시신 발견당시 피해자 112 신고에도 경찰 출동 안해 지난달 인천 한 노래주점에서 실종된 40대 손님이 주점 업주에게 살해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30대 업주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체포한 인천 한 노래주점 업주인 30대 남성 A씨에 대해 13일 오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2일 새벽 자신이 운영하던 인천시 중구 신포동 노래주점에서 손님인 40대 남성 B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하루 전인 지난달 21일 오후 7시 30분쯤 지인과 함께 A씨의 노래주점에 갔다가 실종됐다. A씨는 전날 체포된 뒤 “B씨는 당일 새벽 2시 조금 넘어서 술값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나갔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다가 경찰의 계속된 추궁에 범행을 자백했다. 결국 그는 “B씨와 술값 때문에 시비가 붙어 몸싸움을 하다가 그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의 자백에 따라 전날 오후 7시 30분쯤 인천시 부평구 철마산 중턱에서 B씨의 시신을 찾았다. 사건 발생 20일 만이었다. 발견 당시 B씨의 시신은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으며 풀숲에 흩어져 있었다. 현장 정밀감식 결과 노래주점 내부에서는 B씨의 혈흔과 미세 인체조직이 발견됐다.A씨는 사건 발생 당일 오후 노래주점 인근 고깃집에 들러 폐쇄회로(CC)TV가 작동하는지를 확인했고, 인근 마트에서 14ℓ짜리 세제, 75ℓ짜리 쓰레기봉투 10장, 테이프 2개를 산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그가 큰 가방과 쇼핑백을 들고나오는 장면이 노래주점 출입구 CCTV에 담겼다. 경찰은 A씨가 B씨를 살해한 뒤 훼손한 시신을 자신의 차량에 실어 옮긴 것으로 추정하고 구체적인 범행 방식과 시점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구체적인 범행 날짜나 시점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 하고 있으며 범행 직후 시신을 유기하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피해자가 살해되기 전 112에 신고했으나 긴급 상황으로 판단하지 않은 경찰이 출동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B씨는 지난달 22일 오전 2시 5분쯤 노래주점에서 A씨와 실랑이를 하다가 “술값을 못 냈다”며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인천경찰청 112 치안 종합상황실 근무자는 위치를 물었는데도 B씨가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관할 인천 중부서에 출동 지령을 내리지 않고 묵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상황실에는 B씨가 신고 전화를 하던 중 A씨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X 까는 소리 하지 마라. 너는 싸가지가 없어”라고 말하는 소리도 녹음됐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금요일 서울 낮 기온 30도 ‘한여름’…주말에는 전국에 많은 비

    금요일 서울 낮 기온 30도 ‘한여름’…주말에는 전국에 많은 비

    식물들이 녹음을 더하고 여름이 시작된다는 절기 ‘소만’을 일주일 앞둔 14일 금요일은 서울의 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등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위가 있겠다. 기상청은 “14일 금요일은 동해상에서 동진하는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대체로 맑은 가운데 햇볕에 의해 기온이 오르면서 낮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평년(15~27도)보다 4~7도 높을 것”이라고 13일 예보했다. 서울과 경기를 비롯한 중부내륙과 전라권 내륙, 경북 서부내륙에서는 낮 기온이 30도 이상까지 올라 더운 곳이 많겠다. 반면 동해안과 남해안, 제주도는 25도 이하로 전망됐다. 14일 전국의 예상 아침최저기온은 13~18도, 낮 최고기온은 18~31도 분포를 보이겠다. 이처럼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위는 토요일 전국에 내리는 비로 한풀 꺾일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15일은 서해상에서 동진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새벽에 제주도, 전라권, 경남권부터 비가 시작돼 낮에는 전국으로 확대되겠다. 밤 사이에 비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다가 월요일인 17일 오전까지 이어지겠다. 특히 비를 뿌리는 저기압과 가까운 제주도, 남부지방, 충청권은 천둥, 번개, 돌풍과 함께 다소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손님 실종’ 노래주점 업주의 수상한 행동과 마트서 구입한 물건들

    ‘손님 실종’ 노래주점 업주의 수상한 행동과 마트서 구입한 물건들

    인천의 한 노래주점에서 살해된 40대 손님이 사망 전 업주와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112에 직접 신고를 했으나 경찰이 출동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당시 신고 내용에 대해 긴급한 상황으로 판단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으나 만약 출동을 했다면 업주의 범행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노래주점 업주는 손님 실종 당일 마트에서 락스와 쓰레기봉투 등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술값 시비로 112 신고…경찰 “긴급상황으로 판단 못해”12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새벽시간대 인천시 중구 신포동에 있는 한 노래주점에서 30대 업주인 A씨와 40대 손님 B씨가 술값 문제로 실랑이를 벌였다. 실랑이를 벌이던 중 손님 B씨는 당일 오전 2시 5분쯤 112에 전화를 걸어 “술값을 못 냈다”고 말했다. 신고를 접수한 인천경찰청 112 치안 종합상황실 근무자가 위치를 물었지만, B씨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당시 상황실에는 B씨가 신고전화 도중 A씨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까는 소리 하지 마라. 너는 싸가지가 없어”라고 말하는 소리도 녹음됐다. 그러나 인천경찰청 112 상황실은 B씨의 신고를 접수하고도 관할 경찰서인 인천 중부서에 출동 지령을 내리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B씨의 신고를 접수한 근무자가 당시 긴급하거나 생명에 위험이 있는 상황으로 판단하지 못했다”며 “아는 사람과 술값 문제로 이야기하는 정도로 알고 출동 지령을 관할 지구대에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긴급하다고 판단하면 휴대전화 위치추적도 할 수 있지만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도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고 해명했다. 업주, 맞은편 고깃집 CCTV 작동 여부 물어B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7시 30분쯤 지인 C씨와 함께 해당 노래주점을 찾은 뒤 실종됐다. C씨는 당일 2시간 20여분이 지난 오후 10시 50분쯤 이 노래주점에서 혼자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경찰에 “B씨가 주점에서 더 놀겠다고 해 먼저 나왔다”고 진술했다. 5일 뒤인 지난달 26일 B씨의 아버지가 “외출한 아들이 귀가하지 않고 있다”며 경찰에 실종신고를 내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업주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가 새벽 2시 조금 넘어서 술값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 나갔다”면서 B씨의 행방을 모른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인천 중부경찰서는 이날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업주 A씨를 체포했다. A씨는 지난달 22일 오전 2시쯤 자신이 운영하는 인천시 중구 신포동 한 노래주점에서 40대 남성 B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수사전담반을 꾸려 조사하는 과정에서 현장 감식 결과와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A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현장 정밀감식 결과 노래주점 내부에서는 B씨의 혈흔과 인체 미세조직이 발견됐다. 다만 아직도 B씨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A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범행 추정 시각 이후 A씨가 한 수상한 행동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사건 발생 후 10시간이 지나 처음 주점 밖으로 나온 A씨가 처음 향한 곳은 다름아닌 노래주점 앞 고깃집이었다. 그는 고깃집 사장을 찾아가 사장에게 가게 밖에 설치된 CCTV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물었다. 고깃집 사장은 “그날 A씨가 찾아와 우리 쪽 CCTV가 어느 곳을 비추는지 물어보길래 주차장 쪽은 아니고 가게 앞 정도만 찍는다고 말해줬다”고 기억했다. 인근 마트서 락스, 쓰레기봉투, 청테이프 등 구매A씨는 같은 날 오후 6시 24분에는 노래주점 인근 마트에 들러 14ℓ짜리 락스 한 통, 75ℓ짜리 쓰레기봉투 10장, 청테이프 1개, 스카치테이프 1개를 샀다. 그는 한 손에 락스통을 들고 상의 주머니에 테이프 2개를 넣은 채 노래주점으로 되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구매한 락스와 테이프 등이 시신을 훼손하거나 유기하는 과정에서 사용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범행 후 노래주점 내에 남은 혈흔을 지우기 위해 락스를, 시신을 차량으로 옮길 때 테이프를 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홍준표 “윤석열, ‘날치기’ 공부…더 공부 하시고 나왔으면”

    홍준표 “윤석열, ‘날치기’ 공부…더 공부 하시고 나왔으면”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10일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검찰수사나 평생하신 분이 각 분야의 ‘날치기 공부’를 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또 여권의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서는 “자기가 저지른 양아치짓은 더 이상 하지말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홍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자신의 복당 관련 기자회견을 연 뒤 대권 후보들의 행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그는 사회 각 분야의 공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윤 전 총장을 향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이 전부 총체적으로 대통령의 직무인데, 검찰 수사나 평생하신 분이 지금 각 분야의 날치기 공부를 하시고 계신다”며 “좀 더 공부를 하시고 국민 앞에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지사를 향해서는 “자기가 저지른 그런 양아치짓은 더 이상하지 말아야 된다”고 비난했다. 그는 “아무리 대한민국 국민들이 좀 그렇다하지만 그 ‘녹음기’를 틀어버리면 찍어줄 사람이 있겠느냐”라며 “그런 것부터 다 정리하고 대국민 사죄를 하고 그렇게 출발하는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힘 주자로서 대권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들어가서 말씀드릴 것”이라고 답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왜 안 죽지” 칫솔에 락스 뿌린 아내...몰카로 찍은 남편

    “왜 안 죽지” 칫솔에 락스 뿌린 아내...몰카로 찍은 남편

    대구지법 형사12부(이규철 부장판사)는 아내의 소셜미디어(SNS) 내용을 몰래 본 혐의로 기소된 A(47)씨에게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를 적용 벌금 100만원 선고를 유예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범행이 우발적으로 이뤄졌고, 경위에 참작할 점이 있는 점, 범행 이후 5년 넘게 아내가 문제 삼지 않고 부부 관계를 유지한 점 등을 종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집 안에 녹음기 등을 설치해 아내의 통화나 대화를 녹음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내 B씨 범행이 은밀한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A씨가 자신의 신체를 침해하는 범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것으로 동기나 목적이 정당하고, 자기 신체에 대한 위해 방지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찾기 어려웠던 것이 인정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밝혔다. A씨의 혐의는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4년 9월 A씨는 아내 B(46)씨의 외도를 의심해 아내가 잠든 사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입력한 다음 카카오톡 내용을 본 혐의로 기소됐다. 2008년부터 아내와 갈등으로 각방을 써 온 A씨는 범행 당일 B씨가 술에 취해 늦게 귀가하자 불륜을 의심해 휴대폰을 열어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19년 B씨가 통화하는 것을 듣고 외도를 추궁하다가 이혼을 요구받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19년 11월 위장 통증을 느꼈고 건강검진에서 위염과 식도염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칫솔에서 소독제 냄새가 나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자신만 알 수 있도록 칫솔 방향을 맞춰놓고 출근했다가 퇴근한 뒤 확인하는 등 불신이 깊어졌다. 안방 서랍장에 설치한 녹음기에는 “왜 안 죽지”, “오늘 죽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아내 말소리와 무언가를 뿌리는 소리가 녹음돼 있기도 했다. 또 드레스룸에 설치한 녹음 기능이 있는 카메라에는 B씨가 A씨 칫솔 등에 소독제를 뿌리는 모습이 찍혔다. A씨는 녹음과 촬영 등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아내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확신하게 되자 지난해 4월 대구가정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했고, 아내가 자신의 100m 이내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임시보호명령을 받아냈다. 이후 A씨는 아내 B씨를 살인미수로 고소했다. B씨는 녹음된 내용이 집 안 청소하는 과정에서 나온 소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B씨를 특수상해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B씨는 재판을 받고 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가정교육 못 받았냐”… 부모까지 엮어 폭언하는 ‘패륜 상사’

    “가정교육 못 받았냐”… 부모까지 엮어 폭언하는 ‘패륜 상사’

    직장인 A씨는 지난해 7월 새벽 몸이 너무 아파 급하게 응급실로 향했다. 정당하게 오전 반차를 사용했지만 오후에 출근하니 부사장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평소에 그렇게 싸돌아다니느라 아프지.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길래 그 따위로 행동하냐. 너네 집에 가서 그렇게 행동해라. 너는 기본이 안 되어 있는 애다.” A씨는 반차를 사용했다고 자신뿐만 아니라 부모까지 비난하는 부사장의 모습에 모욕감이 들었고, 결국 사직서를 제출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9일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직원에게 부모를 욕하는 ‘패륜’ 상사 사례를 공개했다. 자신을 향한 ‘갑질’도 힘든데 아무 잘못도 없는 부모를 거론하며 직원을 비난하는 상사들 탓에 갑질 피해 직원들은 두 번 상처를 입고 있다. 단체가 공개한 사례를 살펴보면 A씨처럼 “가정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 인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난을 들은 사례가 많았다. 직장갑질119는 “부모를 욕하는 행위는 형법상 모욕 및 명예훼손, 직장 내 괴롭힘에 모두 해당한다”면서 “피해를 당했을 경우 기록, 녹음 등을 통해 빠르게 증거를 모아 회사나 고용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거나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첼리스트 임희영, 재즈 명곡+영화음악 담아 첫 크로스오버 도전

    첼리스트 임희영, 재즈 명곡+영화음악 담아 첫 크로스오버 도전

    첼리스트 임희영이 첫 크로스오버 앨범에 도전했다. 임희영은 7일 소니 클래시컬을 통해 국내 네 번째 정규 음반 ‘As Time Goes By‘를 발매했다. 특히 처음으로 크로스오버에 도전해 오랜 시간 대중에게 사랑받은 스탠다드 재즈와 영화음악을 첼로의 깊은 음색과 화려한 애드리브로 재해석했다. 지난해 11월 두 차례에 걸쳐 녹음한 이번 음반에는 재즈 명곡인 가너의 ‘미스티(Misty)’를 비롯해 ‘문라이트 세레나데(Moonlight Serenade)’,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 ‘더 걸 프롬 이파네마(The girl from Ipanema)’ 등과 영화 ‘티파니에서의 아침을’ 속 ‘문 리버(Moon River)’, ‘카사블랑카’ OST 중 ‘애즈 타임 고스 바이(As time goes by)’ 등 다채로운 곡들이 담겼다.섬세하고도 카리스마 있는 선율을 선보이는 임희영은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동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첼로 수석을 맡고 지금은 베이징 중앙음악원에서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연주자다. 지난 2018년 11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녹음한 데뷔 음반 ‘프랑스 첼로 협주곡’과 지난해 6월 발매한 ‘러시안 첼로 소나타’, 11월 두 대의 첼로로 이뤄진 ‘DUO’ 등 꾸준히 음반도 발매했다. 임희영은 “코로나19로 여러 나라를 오가며 연주를 들려드릴 수 없는 상황에서 제 연주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께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영화 속 음악과 재즈곡들을 들려드리고 싶었다”면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톡톡 쿵쿵 곰곰 슥슥 어른들 모르는 박공형 정거장

    톡톡 쿵쿵 곰곰 슥슥 어른들 모르는 박공형 정거장

    건축가들은 사용자의 생활을 관찰하고 요구를 파악한 뒤 자연과 역사, 도시적 맥락을 고려해 공간을 디자인한다. 때로 사용자들을 적극적으로 디자인 기획에 끌어들이기도 한다. 전주시립도서관 3층에 조성된 국내 최초의 트윈세대 전용 공간 ‘우주로 1216’의 경우다. ‘트윈’(tween)은 10대(teenager)와 사이(between)의 합성어로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의 연령대를 가리킨다. 공간 구축을 맡았던 이유에스플러스건축의 공동대표 서민우·지정우 건축가를 만나 참여설계를 기반으로 한 우주로 1216의 설계 과정을 들어 봤다.우주로 1216은 도서관 건물에 자리잡았지만 조용하게 앉아서 책을 읽는 도서관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맘껏 떠들고 쿵쿵거리며 친구들과 뛰어다녀도 된다. 친구들과 몸을 던져 놀기도 하고 다락방 같은 곳에서는 책을 읽다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인다. 혼자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아이, 소파에서 독서 중인 아이도 있다. 한 테이블에서는 초등학교 고학년생 둘이 3D 펜슬로 자동차도 만들고, 어떤 아이들은 블록 쌓기를 한다. 어떤 아이는 책 보다가 철봉을 넘기도 한다. 녹음실에서는 친구들과 목청을 높여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선생님에게 뜨개질 수업을 받는 아이들도 있다. 형님뻘 되어 보이는 아이들은 그물망 위의 아지트에서, 언니뻘 되는 아이들은 창가에 마련된 바테이블에서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중이다. 다양한 디자인의 가구와 설치물을 이용해 자유롭게 놀고, 만들고, 얘기하고, 그러다 지치면 책을 본다. 아무튼 다들 즐겁다. 트윈세대는 나이로 치면 12세에서 16세, 초등학교 5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의 아이들이다. 어느 정도 자기 의견이 서고 취향이 생기는 중요한 시기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거의 없다. 중요도에 비해 그들을 위한 공간 자원은 마련돼 있지 않다. 지정우 건축가는 “트윈세대는 어린이의 세계에서 청소년의 세계로 건너가는 전환점에 선 나이”라고 정의했다. 다양한 영역에 호기심이 생기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지만, 집과 학교 공간은 그 요구를 채워 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는 “학교는 천편일률적이고 집도 아파트나 빌라여서 구조가 단순하고, 도서관은 너무 딱딱하다. 키즈카페와 입시학원 사이에서 안전한 탐험공간과도 같은 곳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트윈세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주자는 제안은 도서관의 새로운 모델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책읽는사회문화재단, 도서문화재단씨앗에서 비롯됐다. 첫 사업으로 전주시립도서관 1개 층 전체를 트윈세대의 전용공간으로 구축하기로 하고 벤처 1세대의 기금으로 운영되는 C프로그램이 프로젝트 기획과 진행을 맡아 ‘스페이스 T’ 프로젝트가 2019년 1월 출범했다. 콘텐츠 기획은 진저티프로젝트가 맡았고 어린이박물관과 학교 등의 디자인 경험이 축적된 이유에스플러스 건축은 물리적 공간의 구축을 맡게 됐다.두 건축가의 접근 방법은 시작부터 달랐다. 아이들에게 ‘주말에 가는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가 있나요?’, ‘그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학교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와 같은 질문들이 담긴 ‘트윈 공간노트’를 나눠 주고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했다. “원하는 것을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것뿐 아니라 아이들의 잠재력을 일깨우고 아이디어를 단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전주시라는 도시적 맥락에서 트윈세대의 일상이 어떤지, 아이들이 주로 가는 곳, 생각하는 이상적인 공간 등은 어떤 곳인지 알기 위해 글을 써 보도록 했습니다.” 서민우 건축가의 말이다. 트윈세대 공간은 국내에서 처음 만들어지는 것인 데다 공간을 새로 짓는 것도 아니어서 처음부터 어떤 구상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았다. “층고는 똑같고 옆으로 기다란 평면적인 공간을 어떻게 입체적으로 구상할지 처음엔 막막하기도 했다”는 지 건축가는 “아이들과 디자인워크숍으로 만나면서 이들의 생각을 알아가는 것이 디자인 과정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낀 세대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과의 우정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데 집과 학교 외에 가장 마음 편하게, 자주 가는 곳이 고작 편의점이었다. 돈이 좀 있다면 모아서 친구들이 함께 노래방에 가서 발산하는 정도였다.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제한적이었지만 원하는 공간은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었다. ‘무언가를 꼭 해야 하는 의무감이 없는 공간, 친구네 집같이 편안하면서도 자유로운 공간, 공부 말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 아이들은 자신들만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에 참여한다는 자부심을 가져서인지 생각을 촘촘하게 얘기해 주었다. 이 공간에서 갖게 될 감성과 느낌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워크숍에서 얻은 아이디어에 “트윈공간노트를 해부하면서 전주라는 지역 특성을 살린 ‘길’을 디자인 콘셉트로 도출할 수 있었고 다른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공간개념을 구체화시켜”(지 건축가) 설계를 완성했다. 우주로 1216은 박공형 구조물이 설치된 길 ‘트윈가로’를 중심으로 네 개의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다. 구역은 구획을 짓기 위한 것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트윈세대 아이들의 다양한 에너지 레벨과 생각, 감성과 의지를 수용하기 위해 만들었다. 각 구역은 조금씩 다른 재료와 분위기를 갖는다. 아이들이 각기 다양한 관심사와 삶의 방식, 그날의 감정에 따라 공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를 넓고 깊게 확장시켜 나가도록 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안내 데스크를 거쳐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소통을 위한 ‘톡톡존’이고, 그 다음은 ‘쿵쿵존’이다. 공연을 하거나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무대가 설치돼 있고 바닥에는 우주선이 안착한 것 같은 고무재질의 구조물이 놓여 있다. 사내아이들은 여기에 몸을 던지며 논다. 천장에는 각이 진 철봉이 나란히 박혀 있다. 아이들은 뛰고 뒹굴고 매달리면서 에너지를 발산한다. ‘슥슥존’은 무엇이든 만들어 보며 창의력을 발휘하는 공간이다. 종이, 물감, 실 등 창작을 위한 모든 재료는 무료로 제공된다. 편안한 의자가 군데군데 놓여 있는 곳은 사색의 공간 ‘곰곰존’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독서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구석진 곳에는 조용히 공부할 수 있는 책상도 마련돼 있다. 벽장 뒤에는 비밀 공간도 있다. 서 건축가는 “학교든, 놀이터든 디자인을 할 때 자칫 범하기 쉬운 오류가 있는데 그건 어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라면서 “이건 너무 위험하지 않나, 이렇게 하면 아이들에게 더 좋지 않을까 하면서 디자인을 한다”고 했다. “어른들의 기준으로 정해 주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잘 알아서 이용한다”면서 이용자인 아이들 기준으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를 덧붙였다.우주로 1216에서 아이들은 유별난 ‘우주인’이 된다. ‘우주’는 우리가 주인이라는 중의적인 표현이다. 트윈세대들에게 길잡이가 되는 우주정거장 같은 역할을 하는 안내 데스크는 ‘지구인 출몰지역’이라고 이름 지었다. 전주시립도서관 사서들은 이곳에서 ‘지구인’의 역할을 맡아 우주인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에만 등장한다. 코넬대 선후배 사이인 지정우·서민우 건축가는 비슷한 또래의 트윈세대 아이들을 두었다. 집에서 아이들과 소통할 때의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됐다는 그들은 건축가인 동시에 아빠의 마음으로 아이들의 속내를 들여다봤다고 했다. “건축 설계의 완성은 사람이 한다고 하는데 이 공간 역시 아이들이 완성해 주고 있어요. 아이들은 누가 무얼 하라고 지시하거나 참견하지 않아도 이곳에 와서 그날의 기분에 맞게 좋아하는 공간을 찾아가서 원하는 것을 합니다. 이처럼 자발적으로 공간을 이용해 본 아이들이 점점 많아졌을 때 우리 사회도 바뀌어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서 건축가) “우주로 1216이 트윈세대에게 인생이라는 너른 우주로의 창의적인 탐험을 위한 정거장의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이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아이들은 자연스레 크리에이터가 됩니다. 이곳을 경험한 아이들이 자라서 20·30대가 됐을 때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지 건축가) 우주로 1216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상(대통령상)과 국토교통부 주최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최우수상(국토교통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이곳을 찾은 날 전주에는 봄비가 제법 내렸다. 나무들이 봄비 속에 싱싱하게 자라는 것처럼 이곳에서 뛰어노는 트윈세대 아이들이 푸른 꿈을 쑥쑥 키워 나갈 거란 기대감이 커진다.함혜리 칼럼니스트
  • [아하! 우주] 화성 헬기 인저뉴어티 4차비행 성공…더 높이 더 빨리 날았다

    [아하! 우주] 화성 헬기 인저뉴어티 4차비행 성공…더 높이 더 빨리 날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소형 화성 헬리콥터 `인저뉴어티’가 네 번째 비행에 성공했다. 인저뉴어티는 한국시각으로 1일 0시 49분 화성 예제로 충돌구 바닥에서 5m 상공으로 날아올라, 남쪽으로 133m를 시속 13㎞로 비행했다가 다시 귀환해 총 266m 비행 기록을 세웠다. 비행 시간은 117초였다.인저뉴어티는 원래 하루 전 비행할 예정이었지만 비행 모드로 전환하는 데 실패해 이날 재도전에 나섰다. 마지막 5번째 비행 시험은 편도 비행으로 멀리 비행한 뒤 이륙지와 다른 곳에 착륙할 예정이다. 지난 2월 18일 화성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에 실려 화성에 도착한 인저뉴어티는 지난 4월 19일 화성에서 지구 밖 행성에서는 사상 최초로 40초 동안 3m까지 상승했다가 착륙,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지난달 2일 2차 비행에서는 52초 동안 5m 높이까지 올라가 잠시 제자리 비행한 뒤, 동체를 5도 각도로 기울여 2m 옆으로 움직였다. 또 지난달 25일 3차 비행 시험에서는 로버로부터 85m 떨어진 위치에서 5m 상공으로 올라간 다음 수평으로 100m 이동했다. 비행 시간은 80초였다.인저뉴어티가 실행한 3번 시험비행에서 기록한 최고점은 측면 거리 100m, 최대 속도 시속 7.2㎞, 비행 시간 80초였다. 또한 도달한 최대 고도는 5m인데, 최근 세 차례 비행에서 이 고도는 동일하게 유지되었다. 특히 퍼서비어런스는 탑재한 두 개의 온보드 마이크를 사용해 이번 비행에서 처음으로 인저뉴어티의 비행 소리 녹음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의 실행 여부를 확인하려면 더 많은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NASA측은 인저뉴어티로 총 5번의 시험 비행만 하기로 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둠에 따라 계획을 바꿔 시범 탐사 임무로 확장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NASA는 30일 “이제 인저뉴어티 실험은 장차 화성이나 다른 행성 탐사에 도움을 줄 공중 정찰을 진행하는 시범 임무 단계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NASA가 당초 헬기 시험비행을 한 달만 진행하기로 한 것은 퍼서비어런스의 본래 임무인 화성 표본 수집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퍼서비어런스는 인저뉴어티의 기지가 되어 통신 중계와 촬영 임무를 맡았다. 로버가 본격 활동을 시작하면 헬기는 단독으로 비행할 수 없지만, NASA는 로버와 헬기의 일정을 조정하면 둘 다 임무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범 임무는 2주 안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서울문화재단 신규 오픈공간 방문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서울문화재단 신규 오픈공간 방문

    서울특별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황규복 위원장, 구로3, 더불어민주당)는 지난 28일 작년에 개관한 서울문화재단 공간인 용산 서울예술교육센터와 청년예술청을 방문하여 새롭게 조성된 문화예술공간 운영 실태를 살펴봤다. 용산 서울예술교육센터(2020년 11월 개관)는 서서울예술교육센터에 이어 예술교육과 생활예술의 통합거점 공간으로서 특히 청소년 중심 예술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조성됐다. 청년예술청(2020년 6월 개관)은 청년 예술인 주도 거버넌스 및 새로운 예술지원 종합 플랫폼으로서 구심점 역할을 위한 공간으로서 청년예술인이 당사자가 되어 예술인에게 필요한 사업을 제공하기 위해 조성됐다. 용산 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는 감정기반 예술교육 경험을 제공하는 감정서가와 영상편집실, 음향녹음실, VR작업실 등 미디어 기반 융합예술교육을 하는 공간을 모두 꼼꼼히 돌아보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청년예술청 방문을 통해서는 카페형 공유오피스 및 밴드음악, 실험음악 관련 합주 등을 할 수 있는 연습실과 공연, 전시(미디어 영상 중심), 포럼, 워크숍을 할 수 있는 다목적홀 운영을 통해 전 장르 진입단계 청년예술인을 대상으로 창작활동 및 네트워킹 지원하고 있으며 진입단계 청년예술인이 경력, 장르 구분 없이 예술활동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플랫폼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잘해줄 것을 당부했다. 황규복 위원장은 “용산 서울예술교육센터와 같은 거점형 예술교육센터를 서울시 자치구별로 점차 확대하여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보편적 예술교육과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의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청년예술청에서는 진입단계 청년예술인의 다양한 예술활동을 지원하여 문화다양성을 높이는 한편 청년 예술가들에 대한 적극적 밀착지원을 위한 입체적 예술지원 생태계를 구축하고 청년 예술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는 서울형 예술정책의 협치모델로서 기능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학대하고 싶다, 진짜” 또 막말…어린이집이 불안합니다 [이슈픽]

    “학대하고 싶다, 진짜” 또 막말…어린이집이 불안합니다 [이슈픽]

    어린이집 교사가 원생에 폭언한 정황아이 옷 속에 녹음기 숨겨 막말 드러나지속되는 아동학대 논란에 부모들 ‘불안’ “아동학대가 왜 일어나는 줄 알아? 너 같은 애들이 있어서 그런 거야.” “눈 감으라고! 하, 진짜 또 지X이다.” 최근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으면서 부모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일부 보육교사들이 막말을 일삼거나 폭행을 해 논란이 된 가운데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어야 할 보육기관이 오히려 폭력을 우려해야 할 공간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아이를 오랜 시간 맡길 수밖에 없는 맞벌이 부모들은 “불안하다”고 입을 모은다.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충남의 한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보육교사가 원생에게 막말을 하는 등 학대했다”며 교사와 원장을 고소했다. 해당 어린이집 일부 교사들은 낮잠 시간에 자려 하지 않는 아이를 향해 “너 자꾸 사람 열 받게 하지 마”, “아동학대 나게 한다, 진짜” 등의 막말을 했다. 경찰이 확보한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에는 교사가 원생을 신체적으로 학대하는 장면까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의 부모가 녹음 기능을 켠 장비를 아이 옷 속에 숨겨 등원시키면서 드러나게 됐다. 아동학대 피해를 주장하는 학부모는 10여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교사들은 사직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만 2세에 ‘한남XX’…보육교사 왜이러나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막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에는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신이 돌보는 아이들을 향해 혐오 표현을 쓰면서 논란이 됐다. 해당 보육교사는 “TV 보면 아동학대가 밥 먹을 때 일어나잖아. 이해 가더라. 오늘 진짜 손 올라가는 거 참았다. 개패고 싶음 진심”이라고 썼다. 또 “만 2세 한남XX”, “우리반 애들 왜케 정떨어지지”라고도 적었다. ‘한남’은 온라인상에서 한국 남성들을 비하하는 데 쓰이는 대표적 혐오 표현이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보육교사는 결국 일을 그만뒀다. 그는 기간제 교사로 어린이집에 채용돼 업무에 투입된 지 3주가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런 글을 SNS에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재단은 CCTV까지 확인했으나 해당 보육교사가 아동을 학대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 어린이집은 보육교사에 대한 법적 고발도 검토했지만, 학대 정황이 없는 상황에서 SNS에 쓴 글만으로는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 한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집단 학대 사건도 전 국민적 공분을 샀다. CCTV에는 교사들이 아이를 사물함에 가두거나 쿠션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고, 학대 건수는 2개월간 200여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해서 학대를 당한 원생 10명 중 5명은 장애아동이었다. 보육교사들은 어린이집에서 서로의 학대 행위를 보며 배웠고, 아이들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손찌검으로 푼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 한 어린이집에서는 생후 21개월 된 아이를 재우려고 몸으로 압박하다 결국 숨지게 한 원장이 구속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27일 대전지법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한 어린이집 원장에게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대전 중구 어린이집에서 피해 아동을 이불에 엎드리게 한 뒤 자신의 다리와 팔 등을 몸 위에 올려 수 분간 압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아동학대 빨리 알 수 있는 팁 알려달라” 이처럼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논란이 되자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건수는 더 늘어나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2015년 432건에서 2019년 1371건으로 3배 증가했다. 한 학부모는 ‘맘카페’에 “아기 몸에 멍이 들도록 티나게 학대하면 금방 알아차리겠지만 교묘하게 손을 낚아채거나 소리를 지른다거나 장시간 방치할까 봐 걱정”이라고 썼다. 다른 학부모는 교사들의 학대 의심 정황을 빨리 파악할 수 있는 팁을 알려달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기사를 접할 때마다 불안하지만 맞벌이라 아이를 안 보낼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집과 당국이 학부모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린이집은 CCTV를 공개하는 등 투명한 운영을 하는 것과 동시에 학부모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정부는 보육교사들에 대한 아동학대 예방 교육 등을 지속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치매 백인 할머니 수갑 채워 체포한 뒤 낄낄대는 미국 경관들

    치매 백인 할머니 수갑 채워 체포한 뒤 낄낄대는 미국 경관들

    미국 경찰관들이 73세 치매 할머니를 체포하는 과정에 팔목과 어깨를 탈골시킬 정도로 완력을 행사한 모습이 보디캠에 그대로 찍혔다. 꽃을 꺾으며 길을 가던 할머니는 한사코 “집에 가고 싶어” 외치는데도 경찰은 완력을 행사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경관들은 할머니의 팔목을 비틀어 돌리고 두 팔을 모아 수갑을 채웠다. 순찰차 보넷에 얼굴을 대게 했다가 땅바닥에 얼굴을 박을 듯 넘어뜨리는 등 불필요한 완력을 행사했다. 행인이 너무 과도한 폭력을 쓰는 것 아니냐고 참견하자 “그냥 상관 말고 갈 길이나 가시라”고 빈정댔다. 할머니가 피를 흘리자 자기들끼리 “그거 피냐”고 묻기도 한다. 남성 둘과 여성 한 명인 경관들은 경찰서에 돌아와 할머니를 유치장에 넣은 뒤 체포 당시 모습이 찍힌 동영상을 돌려보며 서로 주먹을 맞부딪치며 웃어댄다. 음성이 녹음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어떻게 놀려대는지 확인할 수가 없다. 가족들은 전문가를 고용해 이들이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려 하고 있다. 한 경관은 유치장 벤치에 신음하며 앉아 있는 할머니를 6시간 동안 의료 처치를 받지 않게 했다. 그 앞에서 동영상을 천연덕스럽게 보면서 “이제 (할머니 어깨에서) 우지직 소리가 날거야. 그 소리 들었어?”라고 다른 경관에게 묻는다. 여성 경관이 “싫다”고 말하자 앞의 그 경관은 연거푸 “난 좋은데”라고 이죽거린다. 난데 없는 봉변을 당한 할머니의 이름은 카렌 가너로 지난해 6월 26일(이하 현지시간)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북쪽으로 80㎞ 떨어진 러브랜드란 마을의 월마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길가에서 일어난 일이다. 미국에서 흑인이나 아시아계를 상대로 백인 경찰이 과도한 폭력을 행사하는 일은 흔히 벌어지지만 가너 할머니는 백인인데도 제 정신이 아니란 이유로 이렇게 함부로 체포하고 구금한 것이어서 가족들이 비분강개해 보디캠 영상을 26일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경관들이 가너 할머니를 거칠게 체포한 것은 음료수와 세탁용제 등 13달러 어치의 물품을 훔쳤다는 이유로 월마트 직원이 신고했기 때문이었다. 할머니의 변호인은 러브랜드 경찰서를 제소했고, 경찰은 곧바로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문제의 경관 한 명은 휴가를 냈고, 다른 둘은 내근직으로 전직됐다. 며느리 섀넌 스튜어드는 일간 덴버 포스트에 이 일을 당한 뒤 시어머니의 치매 증상이 더 심해졌다고 털어놓았다. “예전으로 영 돌아오지 않고 있다. 너무했다. 전국적으로 경찰의 무자비한 완력이 문제되는 와중에 동영상이 배포됐다. 대부분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당했는데 우리 어머니는 백인인데도 이렇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30여년 경력’ 경찰, 지인 돈 받고 사건무마 시도했다가 징역 5년

    ‘30여년 경력’ 경찰, 지인 돈 받고 사건무마 시도했다가 징역 5년

    남편 불륜증거 잡으려다 경찰 수사받은 지인6000만원 수표 받고 후배 경찰에 “잘 봐달라” 남편의 불륜 증거를 잡으려 불법행위를 하다 수사를 받게 된 지인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사건 무마를 시도한 현직 경찰관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양철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A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추징금 각 6000만원을 선고했다. 돈을 건넨 혐의로 함께 기소된 지인 B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남편의 외도로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던 B씨는 소송에 제출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남편 사무실과 차량에 녹음기와 위치추적기를 설치했다가 발각돼 2019년 A씨가 근무하던 경찰서에서 수사를 받게 됐다. 지인 소개로 B씨와 알고 지낸 A씨는 사건을 맡은 후배 경찰관들에게 B씨 사건을 잘 처리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B씨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후 A씨는 수사 편의를 봐준 대가로 B씨로부터 1000만원짜리 수표 6장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 A씨는 ‘B씨의 부탁으로 수표를 현금으로 바꾼 뒤 모두 반환했으며, 수표를 받은 시점에는 수사가 종결돼 대가성도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는 사건 해결을 위해 A씨가 담당 경찰을 알선해 줄 것을 기대하며 준 것이고, 돈을 돌려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면서 A씨가 받은 수표를 모두 뇌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같은 경찰서에서 수사 업무를 담당하는 후배 경찰관들에게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였다”면서 “수사기관 내부에서만 알 수 있는 정보를 피고인이 물어보고 취득한 것은 편의 제공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엄벌이 필요하다면서도 “알선 행위가 수사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 30년 이상 경찰로 근무하며 별다른 비위 사실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