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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틀어진 노정에 기름 부은 靑… 秋鬪 불붙나

    틀어진 노정에 기름 부은 靑… 秋鬪 불붙나

    고용장관 “탄력근로제 개선 우선” 재확인 노동계 “노동기간 단축 뒷걸음질” 비판 양측 현안마다 충돌… 관계 악화 일로 민주노총 “새달 ‘정부 규탄’ 총력투쟁”탄력적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도입,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등 정부가 내세웠던 대표적 노동정책을 두고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이 첨예하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톨게이트 수납원이 없어지는 직업이란 건 눈에 보이지 않느냐”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발언이 이미 틀어진 노동관계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오는 11월 노동조건 악화를 규탄하는 총력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4일 정부세종청사 근처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1월부터 확대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안착을 위한 대책으로 탄력근로제 개선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52시간제가) 내년도 50인 이상 기업으로 확대되는 것에 대해 경제계의 우려가 크다”며 “기업들의 대비를 위해 탄력근로제 등 보완 입법의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기업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단위기간이 늘면 일감이 몰리는 시기엔 노동자들이 더 일하고 적을 땐 업무 시간을 줄여 6개월 평균 노동시간을 최대 주 52시간으로 맞추면 된다. 하지만 기업이 제도를 오남용하면 노동자는 임금 하락과 과로 문제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노동계는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정부의 핵심 노동정책이 뒷걸음질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민주노총은 “(문 대통령이 노동 시간 문제를 두고) 장시간·저임금 노동을 유일한 경쟁력으로 여기는 국내 경제계의 우려만 거론할뿐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고충은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 존중’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도 한국도로공사의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 농성 등으로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전날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발언 내용을 두고 “위장도급 범죄 피해자(톨게이트 수납원)에 대해 위로하기는커녕 없어질 직업이라 악담하고, 감당하지 못하면 회사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후퇴에서 시작해 비정규직 문제, 노동시간 단축 등 핵심적인 노동 현안에 대한 정부 정책이 역행하고 있다”며 “시끄럽지 않게 무마하거나 봉합해 버리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애초에 내세웠던 정책조차 방향성 없이 표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정부 초기에 발표했던 정책 중 제대로 이행된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특히 노동시간 단축은 단계적 시행을 법에 명시해 예측가능성까지 염두에 두면서 추진하다가 이제 와서 계도기간이나 유예를 논의하는 것은 그동안 정책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서초동 4주간의 함성… ‘광장 민주주의’ 힘과 한계 모두 보았다

    서초동 4주간의 함성… ‘광장 민주주의’ 힘과 한계 모두 보았다

    지난달 중순부터 매주 토요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을 밝힌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서초동 집회)가 지난 12일을 끝으로 잠정 중단됐다. 법무부는 물론 검찰도 개혁안을 내놓고 있는 만큼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와 맞물려 폭발력을 키운 서초동 집회는 약 한 달간 광장 민주주의의 힘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13일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에 따르면 이 단체가 주최해 온 서초동 집회는 추후 일정을 잡지 않았다. 시민연대 측은 다만 “검찰이 개혁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면 다음주라도 촛불이 다시 켜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초동 집회는 조 장관 취임 일주일 뒤인 지난달 16일 ‘검찰개혁’ 구호를 내걸고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5차례 주중 집회와 한 차례 주말 집회로 군불을 때다가 지난달 28일 7차 집회 때 참여자 수가 급격히 늘며 폭발했다. 도화선은 23일 이뤄진 검찰의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이었다. 압수수색이 11시간 동안 진행되면서 일각에서 “수사가 과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전문가들은 서초동 집회가 세를 키울 수 있었던 배경을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한다. ▲검찰·언론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강했고 ▲‘조국 국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지도가 휘청하자 지지자들이 뭉쳤으며 ▲검찰 수사 과정에서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트라우마가 그를 지지했던 시민들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초동 집회의 구호가 ‘이제 울지 말자, 이번엔 지키자, 우리의 사명이다’였는데 이는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며 “당시 비극은 검찰발 허위 정보 탓이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생각한 지지자들이 광장으로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서울신문이 서울시의 생활인구 데이터를 토대로 지난 5일 8차 집회 때 서초역 일대에 모인 집회 참여 추정자들의 특징을 분석해 보니 40대가 29.8%, 50대가 26.1%로 가장 많았다. 이에 대해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금 진보의 주류를 구성하고 있는 386세대인 50대와 1990년대 자유주의 세대인 40대가 과거의 기억을 바탕으로 진보 집회에 적극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초동 집회를 둘러싼 논란도 많았다. ‘뒤섞인 구호’를 두고 벌어진 논쟁이 대표적이다. 이 집회의 대표 구호는 검찰·언론개혁뿐 아니라 ‘조국 장관 수호’였다. 이를 두고 참가자 사이에서는 “다수의 공통된 뜻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국이라는 한 개인의 가치나 능력을 좋게 봤다가 부정적인 부분이 조금씩 드러나자 지지자 사이에서 그 진실성에 회의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국 사퇴’를 촉구하며 진행된 광화문 집회와 세 대결을 하면서 참가 인원을 두고 소모적 논쟁까지 벌어진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서초동 집회 주최 측은 7차 집회 때 200만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가 논란이 일자 이후 참가자 수를 발표하지 않았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초동 집회가 마무리된 건 ‘절차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기 바란다’는 대통령 발언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결국엔 검찰개혁이 국회에서 법안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유시민 싸가지 없이 검찰 난도질”…서병수는 누구

    “유시민 싸가지 없이 검찰 난도질”…서병수는 누구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향해 “싸가지 없이 말하는 재주로 검찰을 난도질한다”며 맹비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병수 전 시장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시민 씨.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처하는데 지금은 대놓고 ‘싸가지 없는 소리를 싸가지 없이 말하는 재주’로 검찰을 난도질하며 법원을 욕보이고 언론을 단죄하고 있다”고 썼다. 서 전 시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처했을 때만 하더라도 노 대통령을 두고 ‘윤리적인 잘못이 있다면 그에 따르는 비판을 받아야 하고, 위법행위가 있었다면 합당한 법률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고 말해 그때는 옳은 소리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밖으로는 북한 김정은을 구하기 위해 동맹을 흔들고 우방 관계를 파탄 냈고 안으로는 386 운동권, 참여연대, 민변, 민노총 일자리 만들어주느라 서민 경제를 파탄 냈고 급기야 친문과 좌파가 누려온 특권과 특혜와 위선을 평등과 공정과 정의라고 바득바득 우겨대는 이들이 이제는 무섭다”고 비난을 이어갔다. 서 전 시장은 “그 장단에 또 놀아나는 게 KBS 사장이라는 사람”이라며 “결코 그냥 두어서는 안 되겠다.새삼 각오를 다진다”고 말했다. 서 전 시장은 새누리당 시절 사무총장을 지낸 4선 의원 출신으로 2014년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재임 기간 부산국제영화제 외압 의혹, 위안부 소녀상 도로법 위반 발언 등으로 논란이 있었고 2017년 3월 전국 시도지사 긍정평가 전체 꼴찌를 하며 지역 민심을 잃었다. 2018년 부산시장 재선에 도전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현 시장에게 패해 재선이 좌절됐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악플의 밤’ 박기량 “치어리더 스폰 없이 생활 불가능” 댓글에 분노

    ‘악플의 밤’ 박기량 “치어리더 스폰 없이 생활 불가능” 댓글에 분노

    ‘악플의 밤’ 박기량이 치어리더를 향한 대중의 선입견에 대해 일침한다. 오는 11일 방송되는 JTBC2 ‘악플의 밤’에서는 치어리더 박기량과 방송인 알베르토가 출연해 악플 낭송을 펼친다. 치어리더와 외국인 방송인으로 대한민국 방송계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두 사람답게 악플 낭송에서부터 솔직 담백한 입담으로 속 시원하면서 유쾌한 매력을 드러냈다고 전해져 뜨거운 관심을 모은다. 최근 진행된 녹화에서 박기량이 대한민국 치어리더를 대표해 당당히 악플 낭송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박기량은 “야구는 몰라도 박기량 보러 야구장 간다”, “박기량 앞자리는 예매 오픈과 함께 티켓 매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치어리더계에서 독보적인 인물이다. 그런 가운데 13년차 치어리더 박기량이 한 때 논란이 됐던 스폰설과 함께 치어리더를 향한 대중의 선입견을 거침없이 밝힐 예정이다. 박기량은 “치어리더 일당 10만원 받던데 스폰 없이는 생활 불가능”이라는 악플에 “노 인정”을 외치며 “치어리더는 웬만한 직업 정신 없으면 못 버틴다”고 못을 박았다. 또한 “열정페이 받으며 열정 없이는 할 수 없는 치어리더에게 역대급 악플”이라고 속 시원하게 맞대응을 펼쳐 4MC의 엄지 척을 치켜세우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박기량은 “선수의 부진도 치어리더의 책임이 되더라”며 치어리더이기에 겪은 말 못할 고충과 자신만의 치어리더 기준 등 그간 밝힌 적 없는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꺼냈다는 후문이다. 한편, JTBC2 ‘악플의 밤’은 오는 11일 오후 8시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서울광장] 청와대에 충직한 참모는 없는가/이종락 논설위원

    [서울광장] 청와대에 충직한 참모는 없는가/이종락 논설위원

    중국 당나라 현종 때 재상 한유는 매우 강직해 현종의 면전에서 잘못을 서슴없이 지적했다. 이를 보다 못한 측근이 “왜 한유를 내치지 않느냐”고 묻자 현종은 “한유 때문에 하루도 즐거운 날이 없고, 항상 잠도 편히 자지 못해 이렇게 말랐지만, 그 대신 나라가 살쪄 천하가 편하지 않았는가”라고 답했다. 서슬 퍼렀던 조선 시대 광해군 때 사헌부 지평을 지낸 임숙영은 1611년 과거시험에 ‘나라에서 가장 화급한 사안에 대한 대책을 논하라’는 과제가 출제되자 “정신 못 차리는 임금이 가장 화급한 문제”라고 답했다. 이어 “임금의 실수는 국가의 병입니다. 자만심을 버리고 신중한 마음을 가지십시오”라고 적어 냈다. 한유의 얘기는 무려 1300년 전, 임숙영의 일화는 400년이 지났지만, 오늘날에도 바람직한 리더와 참모와의 관계를 반추하게 한다. 과연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에서 한유와 임숙영 같은 참모가 있을까. 단언컨대 단 한 명도 없는 것 같다. 집권 반환점을 눈앞에 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 국정 지지율이 90%에 육박했지만, 경기 침체와 잇단 인사 논란으로 30%대로 하락했다. 문 정부의 촛불 민심을 지탱해온 중도무당층의 이탈이 확연해지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인데도 청와대 근무 경험을 이력서에 훈장처럼 새긴 뒤 오늘도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위해 여의도 일대를 배회하고 있는 전직 참모들이 무려 30여명에 이른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 때처럼 참모들이 문 대통령에게 충심을 담은 고언을 못하다 보니 모든 이슈들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맞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한 청와대 참모는 조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의견을 내려고 하니까 “(대통령이) 화를 많이 내셨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그제도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와 관련해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의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 민주주의 행위로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해 서초동 집회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론 분열이 아니라는 대통령의 진단과 달리 일반 시민들은 갈등과 분열상에 불안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통령을 보좌할 참모들은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며 거리의 세 대결에 누가 많이 나왔는지 숫자놀음만 해야 하는 것인가. 김영삼 정권 당시 청와대 대변인과 환경부 장관을 지낸 윤여준 정치연구원장은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보혁갈등이 심화되는 등 상황이 어려워지면 대통령의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할 것이다. 참모들은 그럴수록 대통령이 평상심을 잃지 않도록 해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은 “청와대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안심시킬 수 있는 의견을 제시하고 바른 소리를 해야 한다. 듣기 거북한 얘기를 피하는 등 자리 보전에만 매달리면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노 실장은 지난 1월 취임 초기 비서실 기강을 잡고, 페이스북에 우리나라 경제지수가 좋아졌다는 자료를 종종 올리더니 요즘은 아예 이런 활동도 뜸해졌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 한미 동맹 균열, 조국 사태에 이르기까지 최근의 빅이슈에서 노 실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김대중(DJ)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의원은 “대통령은 측근이 원수고, 재벌은 핏줄이 원수다”라면서 “참모는 대통령의 입을 두 손으로 막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청와대에 입성한 지 6개월이 되면 현장감각이 없어진다. 나는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 김 전 대통령이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많이 듣게 하기 위해 김수환 추기경, 강원용 목사, 박권상 KBS 사장을 자주 만나게 해줬다”는 일화를 전했다. 그는 이어 “그분들이 얼마나 올곧던지 내가 대통령과의 만남을 자주 주선한 은인인데도 대통령에게 “‘박지원을 쫓아내라. 저 놈이 간신이다’라고 했을 정도”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분열의 정치시대를 맞은 것은 청와대와 집권 여당의 책임이 더 크다. 정국이 이렇게 갈등 양상으로 가는 데도 책임 있는 집권 세력이 팔짱만 끼고 있어서는 안 된다. 서초동도 민심이고, 광화문도 민심이다. 진영 간에 세 대결이 경쟁적으로 이뤄져서는 국론 분열이다. 찢어진 민심을 대통령이 달랠 수 있도록 참모들이 고언해야 한다. 국민에게 세 대결을 자제해 달라고 대통령이 호소해야 한다. 참모들이 직을 걸고 국민의 뜻을 대통령에게 전해야 한다. jrlee@seoul.co.kr
  • 조국 나왔을 때만 ‘반짝’…환노위 국감, 원론만 되풀이

    조국 나왔을 때만 ‘반짝’…환노위 국감, 원론만 되풀이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정부의 정책과 제도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뜨겁게 달아오른 것은 단 한 번이었는데, ‘조국’이라는 이름이 거론됐을 때였다. ●조국 거론되자 고성으로 이어진 환노위 국감 이번 환노위 고용부 국감은 신선한 내용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지표와 노인일자리 논란, 사고가 끊이지 않는 건설업, 최근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나온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등 이미 많이 거론됐던 내용들이 주가 됐다. 고용노동 현안은 맞지만 의원들의 질의는 새로울 게 없었다. 이미 제기됐던 문제들을 이재갑 고용부 장관에게 확인하는 수준이었고, 이 장관은 준비된 답변을 하면 그만이었다. 환노위 의원들이 예민하게 반응한 것은 조국 장관의 이름이 나왔을 때다. 최근 고용지표가 나아지고 있다는 정부의 해석을 비판한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부가) 조국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신보라 한국당 의원이 고려대 대학원생 임효정 씨를 참고인으로 세운 오후부터 갈등은 본격화됐다. 신 의원이 임씨를 참고인으로 부른 이유는 정부의 청년일자리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서다. 정부의 청년일자리 정책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임씨는 “조국 장관 자녀 사태를 보며 무기력에 빠졌다”면서 “대학원생들은 (조 장관 딸이) 제1 저자로 쓴 논문을 우린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신청하지도 않은 장학금을 받은 것에는 기가 막혔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씨를 강하게 몰아세웠다. 이용득 의원은 “사회에서 가담하고 있는 단체나 직위 같은 게 있는가”라고 물었고, 임씨가 “없다”고 답하자 이 의원은 “청년일자리 정책을 언급한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어서 소속을 물어봤다”고 말했다. 설훈 민주당 의원도 “최근 조 장관 딸이 한 말을 봤느냐. 지금까지 나온 것들과 비교했을 때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조 장관과 그의 가족들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조 장관과 관련된 발언이 이어지면서 생긴 갈등으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기대 모았지만… 기대를 모았던 증인을 앞두고 의미 있는 답변을 끌어내지 못했다. 일본기업 아사히글라스 파인테크노코리아의 홋타 나오히로 대표는 이날 환노위 고용부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기존 회사의 입장만 반복했다. 아사히글라스는 일본 미쓰비시그룹의 계열사로 국내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파견과 부당해고 등을 저지른 기업이다. 지난 6월 사측을 규탄하는 집회에서 공장 앞 아스팔트에 락카칠을 했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5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도 낸 바 있다. 홋타 대표를 증인으로 세운 설 의원은 왜 한국정부의 불법파견 판단에 불복했는지, 별로 큰 문제도 아닌데 거액의 소송을 낸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물었지만 기존 입장을 듣는 데 그쳤을 뿐 의미 있는 성과는 없었다. 설 의원은 저녁식사 이후 한 차례 더 홋타 대표를 증인석에 세웠지만 홋타 대표는 “아까도 반복했지만…”이라는 말로 시작하면서 똑같은 말을 했다. 노동계 출신(한국노총)인 임이자 한국당 의원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질의로 민주노총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임 의원은 이날 이 장관에게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각하고 최근 노사분규 점점 증가하고 있다”면서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면 우리나라에서 기업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논평을 내고 “온갖 노조혐오로 가득 찬 단어의 무의미한 나열”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오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의신청을 한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대한 야당 의원들의 공격도 이어졌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박 시장은 감사 결과가 나오면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이제는 감사원의 이해가 부족하다고 한다”면서 “서울교통공사는 앞으로도 채용비리를 저지르겠다는 것과 같은 얘기”라고 비판했다. 이장우 의원도 “김일성 3부자 세습은 들었어도 공기업에서 고용 세습을 하고 있다는데 젊은이들이 얼마나 불공정하게 느끼겠는가”라면서 “감사원에 반기를 든 서울시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 박원순 시장도 대한민국 불공정 인사의 가장 핵심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장관은 “감사원법에 따라 이의 신청 절차가 있고 그에 따라 다뤄질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세종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文 화냈다던 ‘대통령 개별기록관’, 국조실장 “보필 잘못 사례”

    文 화냈다던 ‘대통령 개별기록관’, 국조실장 “보필 잘못 사례”

    한국 “文, 예산 직접 의결해놓고 납득 안돼”고민정 “文 지시 없었기에 없었다고 한 것”문재인 대통령이 불같이 화를 내고도 예산 승인은 해줬다는 ‘대통령 개별기록관’ 논란과 관련,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이 2일 “결과적으로 보필을 잘못한 사례”라고 밝혔다. 노 실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불같이 화나게 만든 국가기록원장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노 실장은 “정부 예산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은 맞는데 예산안을 보면 사업이 8000여개가 들어가 있어서 소상한 내역을 다 낱낱이 (알고)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결과적으로 미리 보고드리고 논의됐으면 좋았을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 국감에서도 대통령 개별 기록관 추진에 대해 문 대통령의 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2020년 예산안이 의결됐고, 개별 기록관 부지매입 예산도 의결됐는데 대통령이 몰랐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공세가 쏟아졌다.이채익 한국당 의원은 “8월 29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2020년 예산안이 의결됐다”면서 “(개별 기록관) 부지매입 예산도 의결됐는데 청와대가 몰랐고 대통령이 (기록관 추진 사실을 이후에 알고) 불같이 화를 냈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에 짓는 것으로 추진됐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정말 몰랐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진영 행자부 장관은 “위치는 전혀 정해진 것이 없고, 그 부분에 대해선 보고를 받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BH(청와대) 국가기록비서관과 협의하면서 추진했는데 대통령의 의사에 반한다는 말씀이 있어서 지금 당장 추진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면서 “대통령기록관이 점차 차오르고 있어서 개별 기록관으로 만들지, 더 기록관을 지을 것인지 원점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완수 한국당 의원은 “국가기록원장은 지난해 1월부터 2년간 개별 기록관을 만들 준비를 착실히 해왔다”면서 “(국가기록원이) 청와대 국정기록비서관실에 3번 보고를 했다는데 대통령한테 보고가 안 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이에 대해 청와대도 즉각 대응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 개별기록관’ 논란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던 것을 없었다고 하는데, ‘왜 없었냐’며 믿지 못하겠다고 하면 뭐라고 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고 대변인은 지난달 11일 춘추관 브리핑에서도 문 대통령이 뉴스를 본 뒤에야 개별기록관 논란에 대해 알게 되고 ‘당혹스럽다’는 언급을 했다고 전하면서, “문 대통령은 불같이 화를 냈다. 개별 기록관을 원하지 않는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고 설명했었다. 앞서 국가기록원은 문 대통령 개별 기록관 설립을 추진하기로 하고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개별 기록관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이후 사실상 백지화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시론] 노인연령 상향의 조건/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시론] 노인연령 상향의 조건/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노인의 날’이면 항상 되풀이되는 연례행사 중의 하나가 노인연령을 높이는 것에 대한 논란이다. 잊을 만하면 또다시 언론에 기사가 등장하고 방송에서는 토론이 이어지지만 해마다 성과 없이 끝나기를 반복하고 있다. 노인 연령 기준을 높여야 하는 이유는 많다. 우선 노동력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 세계적인 수준의 저출산에 급속한 고령화가 겹쳐 생산연령 인구의 감소가 심각한 수준을 넘어 국가의 경제성장률을 깎아내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향후 10년간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가는 베이비붐 세대의 수가 연간 80만 명에 이르지만, 저출산으로 노동시장에 들어오는 인구는 연간 40만 명 수준에 불과하다.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노인의 연령을 높여 시급히 노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급속한 복지지출의 증가를 관리하기 위해서도 노인연령을 높이는 결단이 필요하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수를 표시하는 노인부양비는 2019년에 20.4명, 2036년에는 50명, 그리고 2050년에는 77.6명으로 급속히 증가할 예정이다. 하지만 노인의 기준을 70세로 높이고 생산연령인구를 64세까지가 아니라 69세까지로 연장하면 노인부양비는 2019년에 13.1명, 2028년에 20.5명, 2050년에 53.5명으로 대폭 줄어든다. 무엇보다 노인들이 매우 젊어졌다. 예전의 노인과 비교해 육체적으로도 건강할 뿐 아니라 업무 능력도 젊은이 못지않고 사회적 활동도 매우 적극적이다. 퇴직한 이후 노인이 되어 국가가 시행하는 소득 보장이 시작되기 전까지 별다른 수입 없이 살아야 하는 시간이 너무 길기 때문에 정년을 연장해 직장에서 좀더 오래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 노인 연령 상향 조정을 가능하게 하는 카드가 정년 연장이다. 약속 대 약속,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이 지켜질 때 노인 연령을 높이고 정년을 연장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2016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57세였던 정년이 60세로 바뀌었지만 새로운 기준을 제대로 지키는 직장이 많지 않다. 정년 연장과 연동해야 노인 연령의 상향 조정이 가능하다. 정부가 어느 날 갑자기 노인의 기준을 70세로 선언한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고, 실질적으로 보편적 복지제도의 확충이 전제돼야 한다. 정년 연장의 효과는 매우 크다. 무엇보다 노인 당사자들이 노인 기준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노인들이 좀더 오래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되면 소득과 소비가 동시에 증가하고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으며, 정부의 조세 수입도 증가한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지급 시기를 늦추고 노인 돌봄 서비스 등 각종 복지 지출의 증가율을 낮출 수 있어 정부의 복지 지출 부담이 줄어든다. 반면 기업들은 노인 연령을 높이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정년을 연장하는 데는 반대한다. 나이가 많아지면 자동으로 임금이 높아지는 현재의 호봉제 임금 구조에서 단순 정년 연장은 인건비의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퇴직 후 합법적으로 노인이 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예비 노인들도 노인 연령만 높여 각종 연금과 사회보장 지급 시기를 늦추는 것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정년을 늘리면서 동시에 노인이 아니어도 받을 수 있는 각종 보편적 복지제도가 중간의 크레바스(빈틈)를 채워 준다는 보장이 있어야 노인 연령 상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다. 실업자에게 생계와 구직활동을 지원하는 실업부조 제도, 중장년 일자리 확충, 사회적 일자리 확대 등이 크레바스를 메워 줄 보편적 복지제도가 될 수 있다.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은 65세이던 정년을 67세로, 일본은 2013년에 60세에서 65세로 올린 후 다시 70세로 늘리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각각 70세와 65세였던 정년을 연령에 따른 고용 차별 방지를 위해 아예 폐기했다. 국민의 공감대가 이뤄지고 사회적 합의가 되고서도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적어도 10년 이상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2033년까지 65세 정년제를 시작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급속한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한 우리에게는 이렇게 소모적인 논쟁을 해마다 되풀이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여성과 청년 노동력의 효과적 활용만으로 경제 성장률의 하락을 막기는 어렵다. 이제 노인 연령 상향 조정에 앞서 정년을 연장하고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 정의가 넘쳐나는 시대… 조선의 풍문정치 ‘기축옥사’ 닮았다

    정의가 넘쳐나는 시대… 조선의 풍문정치 ‘기축옥사’ 닮았다

    거리에 정의가 넘쳐난다. ‘사회정의’를 앞세운 정치인, 대학교수, 대학생, 족벌언론, 법조인들이 거리마다 물결친다. 정의와는 담쌓은 자들이 그러하니 이 나라에 정의가 실현되는 걸까? 하지만 먼저 떠오르는 건 전두환이 방방곡곡 경로당에까지 걸었던 ‘정의사회구현’ 구호다. 각종 ‘사회정의를 바라는…’ 집단이나 모임은 ‘초록이 동색’ 같다. 조선 중기 사림은 3사(홍문관, 사헌부, 사간원)를 장악하고 지금의 국회의원, 교수, 대학생, 법조인 따위의 역할을 했다. 네 차례 사화로 철퇴를 맞기도 했지만, 중기에 이르러 정치와 사회를 주도했다. 그러나 권력을 장악하자 사림은 오로지 고담준론으로 혹세무민했다. 연암 박지원이 ‘양반전’과 ‘호질’에서 비판했던 바로 그 위선 덩어리였다. 선조 즉위년(1567년) 민생은 파탄 나고 국고는 거덜 났다. 중종 대만 해도 삼창(사창·의창·상평창)의 200만 석이 넘던 비축미는 전임 명종을 거치면서 바닥이 났다. 군자곡(군량미)은 연산군 초기만 해도 100만 섬에 이르렀지만, 중종 25년 50만 섬, 명종 6년엔 10만 섬으로 줄었다. 사섬시의 면포는 연산군 초기 20만여 동이었지만, 명종 6년엔 6만 동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세원이 줄고 세수가 줄었기 때문이었다. 세원 감소는 납세자인 양민이 공납 등을 이기지 못해 자경을 포기하고 제 발로 권세가의 머슴이 되었기(투탁) 때문이었다. 세금 내지 않은 권세가의 토지는 크게 늘었고 양민의 경작지는 급감했다. 양민이 권세가에게 투탁하거나 향리에서 도망가면 그 부담은 이웃에게 전가됐으니, 자경 포기자와 함께 세원과 세수는 기하급수로 줄었다. 영의정 이준경은 선조 2년 1월 구폐책을 제안했다. 세원인 공전을 확대하고 납세자인 양민을 늘리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구폐책은 사장됐다. 이른바 ‘개혁’을 입에 달고 다니던 ‘신진 사림’의 반대가 주효했다. 당시 신진 사림을 이끌던 기대승은 선조에게 이렇게 말했다. “변혁하는 것 역시 아름다운 일이나 상의 학문이 높아지고 경력이 오래 쌓인 연후 해야 하는 일들이 견고해질 것”이며 “누적된 폐단이 너무나 많아 지금은 인심을 복종시킬 수 없는데 갑자기 그 폐단을 구제하려고 한다면 다른 병통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준경은 선조 3년 공납의 폐단이라도 줄이려 했다. 조선은 양민들에게 경지 면적에 따라 지방의 토산물과 특산물을 현물로 경지 면적에 따라 내도록 했다. 공납의 수량은 갈수록 늘었다. 게다가 심사관들은 농민들의 공물에 일쑤 퇴짜를 놓았다(방납). 퇴짜 맞은 농민들은 업자들에게 고가로 사서 바쳐야 했고, 이를 위해 양반 대지주들의 고리채를 써야 했다. 철면피라도 방납 혁파의 명분마저 거부할 수는 없었다. 이준경의 제안대로 정공도감을 설치했다. 그러나 문서로만 존재하는 기구로 만들어버렸다. “임금은 전례를 따르기만 하도록 하고, 대신들은 혁신을 싫어해 단지 문서로만 감정하고 늘리고 줄여, 결국 아무 이익도 없었다”(선조수정실록 3년 11월 1일치). 좌의정 권철은 이렇게 딴지를 걸었다. “그와 같은 큰 정책은 명세지재(命世之才)가 아니고는 해낼 수가 없다.”당시 신진 사림은 기대승과 이이가 이끌고 정철, 윤두수 등이 그 뒤를 따랐다. 모두 향촌 출신이었다. 이들은 사화로 철퇴를 맞기도 했지만, 훈신과 척신에 대한 견제의 필요성 때문에 왕실은 이들의 성장을 꾸준히 후원했다. 조광조의 개혁으로 훈척의 향촌에 대한 침탈이 억제되고, 향약의 보급과 사마소의 확대로 지방의 자율성이 높아지면서 이들은 향촌의 기득권세력이 되었다. 이준경의 개혁은 이들의 이해와 충돌했다. 말로는 조광조의 도학과 대의를 내세우며, 뒤로는 잇속만 차리는 이들에 대해 일찍이 남명 조식은 이렇게 비판했다. “당나귀 가죽에 기린 형상을 뒤집어쓴 것 같은 고질이 있다.” 선조에게 이런 상소도 올렸다. “나라의 폐단이 극에 달해 불에 타고 물에 빠진 것 같지만 조정에선 한갓 허명만 일삼고 논란만 하고 있다.” 이준경은 명종 말까지 사림 정치의 기틀을 놓았다. 명종 20년 문정왕후가 사망하자 영의정에 올라, 백성의 등골을 파먹던 왕실 재산 관리기구 내수사를 개혁하고, 당시 최고의 권력자였던 외척 윤원형을 숙청했으며, 선조 즉위년엔 인순왕후의 외척 심통원을 2선으로 물러나게 했다. 공신 책봉을 저지했으며, 소격서를 혁파하고 궁내 불당을 없애는 등 사림의 주도권을 확고히 했다. 그러나 주도권을 잡은 기대승·이이·정철 등 신진 사림은 이준경·노수신·백인걸·김난상·유희춘·김개 등 원로들을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윤원형 시절 고위직에 있던 자들은 모두 윤원형의 앞잡이’라고도 매도했다. 이들은 인순왕후의 외척 청송 심문과도 손을 잡았다. 외척 심의겸은 신진 사림을 적극 후원했고, 아예 사림으로 신분을 세탁했다. 정철은 선조 2년 이이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앉아서 망하기를 기다리느니 차라리 먼저 (원로 대신들을) 쳐버리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이이의 ‘석담일기’) 다음은 선조수정실록 선조 2년 6월 1일치 기사. “신진 선비들이 떼 지어 서로 교유하며, 학문을 강론하면서 그들 스스로 한 무리가 되었고,… 이때부터 당파의 경색이 뚜렷이 갈라졌으므로 여염에서는 노(老)당, 소(少)당으로 지목하여 부르게 되었다.” 결국 청백리로 존경을 받던 김개가 쫓겨나고, 을사사화로 20여 년간 유배를 당했던 대사헌 백인걸, 대사간 김난상도 물러났다. 김난상은 심의겸이 사간원 정원에 앉히려던 박점에 대해 비리를 문제 삼아 거부했다가 오히려 탄핵을 당했다. 조정은 신진 사림의 천하가 되었다. 선조 5년 이준경은 마지막 상소를 올렸다. 네 가지 당부 가운데 마지막이 ‘붕당의 사론을 없애라’는 것이었다. “지금 사람들은 잘못한 바가 없고 법에 어긋난 일이 없더라도 자기와 한마디만 맞지 않으면 서로 배척하여 용납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거나 힘써 공부하지도 않으면서 고담대언으로 당파를 짓는 자를 훌륭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런 폐단을 제거하지 못하면 나라의 근심이 될 것입니다.” 신진 사림의 영수 이이가 발끈했다. “사림의 분열을 언급하여 훈구의 공격에 빌미를 줬다.” “원래 사람은 죽음에 이르면 그 말이 선해지는 법인데 이준경은 그 말이 악하다.” 그를 이렇게 평가하기도 했다. “거만하여 혼자 똑똑하다 하고, 선비들에게 굽히지 않으니, 끝내는 나라를 그르칠 말로 임금을 망쳐놓아 명예를 잃었다.” 서애 유성룡은 ‘운암잡록’에서 이렇게 기록했다. “선조 초에 등용된 사람들은 대개 말과 행동이 서로 맞지 않은 이가 많으며, 공도를 버리고 당파를 위해서 죽는 폐습이 이루어졌다. 상공 이준경이 고치고자 하였는데, 사류라고 이름하는 자들이 떼를 지어 일어나 공격했다. 이때부터 조정은 둘로 나뉘어 당의 화가 비로소 일어나더니 이이, 정철 등이 일어남에 이르러 더욱 분열하게 되었다,” 말년의 이이는 후회했다. “동고(이준경의 호)가 옳았다.” 이렇게 한탄하기도 했다. “들뜬 논의의 위력은 태산보다 무겁고 칼날보다 예리해 그 칼날에 저촉되면 공명도 잃게 되고, 뛰어난 인재들도 그 명성을 잃게 된다. 그런데도 끝내 그 까닭을 알 수가 없으니 이것이야말로 이상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이이는 이준경의 뒤를 따라 공납의 폐단 등을 없애기 위해 대공수미법 실시를 주장했다. 그의 개혁안은 후배 사림에 의해 좌절됐다. 이런 일도 있었다. 사간원 관리들의 탄핵으로 용궁 현감이 처벌당했다. 따져보니 의혹은 거짓이었다. 선조는 무고한 자를 처벌하라고 했다. 좌승지 기대승이 막았다. “풍문을 포악한 방법으로 쓰면 허위가 되고 공정하게 쓰면 정당한 것이 됩니다. … 만약 부실했다 하여 말한 자를 죄 주면 누가 감히 탄핵하겠습니까. 들은 것이 있으면 다 말을 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이후 툭하면 온갖 풍문, 억측을 동원해 무고하고 모함하고, 숙청하는 일이 벌어졌다. 신채호가 ‘조선 5백년 제1사건’이라고 개탄했던 기축옥사(1589년)는 그 절정이었다. 정철 등이 기획하고 조작한 이 옥사는 임진왜란 전야 조선 조정과 지식인 사회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요즘 위선자들의 ‘풍문 정치’가 그와 다르지 않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논설고문 kbc@seoul.co.kr
  • 유시민 “윤석열, 총·칼 안 든 위헌적 쿠데타” 검찰·언론 맹비난

    유시민 “윤석열, 총·칼 안 든 위헌적 쿠데타” 검찰·언론 맹비난

    “윤석열, 법에 맞게 검찰권 행사해야”“조 장관 범죄연루 어려우니 가족인질극”“언론보도 논두렁 시계 때와 같아” 비판논두렁 시계 보도 열흘 뒤 노 前대통령 사망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8일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총·칼은 안 들었으나 위헌적 쿠데타나 마찬가지”라며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경남 창원시 경남도교통문화연수원에서 열린 강연에서 “조 장관을 넘어 대통령과 맞대결하는 양상까지 왔는데 총·칼은 안 들었으나 위헌적 쿠데타나 마찬가지”라며 이렇게 밝혔다. 유 이사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너무 위험한 길을 가고 있는데 지금 상황을 되돌아보고 합리적 판단과 법에 맞게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 장관 사퇴를 압박하려면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구속해야 하는데 아직 ‘확실한 패’가 없어 소환조차 못 하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작금의 사태를 ‘검찰의 난’, ‘윤석열의 난’ 등으로 칭했다. 유 이사장은 “영장을 치려면 돈 문제가 있어야 해 사모펀드를 엄청나게 뒤지고 있는데 수사 한 달 반이 지나도록 아직 당사자 소환을 못 하고 있다”면서 “지금 검찰 수사는 정경심 교수 구속을 통해 대통령에게 조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단계까지 왔으며 이는 ‘검란’”이라고 거듭 비판했다.유 이사장은 “검찰은 범죄자를 잘 처벌해야지 대통령 인사권에 간섭하는 방식으로 ‘구국의 결단’을 하면 안 되는 조직”이라면서 “조 장관에 대한 범죄 연루가 어려우니 부인, 자녀 문제로 도덕적 비난을 받게 하려는데 이는 ‘가족 인질극’”이라고 맹비난했다. 유 이사장은 또 “검찰 조직에 남아있는 ‘우리가 나라를 구해야 한다’, ‘우리가 정의를 수립해야 한다’는 식의 ‘전두환 신군부’와 비슷한 정서가 현재 상황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런 뒤 “제 취재에 따르면 임명 전에 두 경로 이상으로 조 장관에 대한 검찰 보고가 대통령에게 갔는데 임명이 되니 검찰 입장에서 화가 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이날 강연에서 유 이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하기 직전 나왔던 ‘논두렁 시계’ 보도를 언급하며 조 장관 검찰 수사 보도를 연결해 언론 보도 행태도 비판했다. 유 이사장은 “지금 조 장관에 대한 보도 양상은 2009년 ‘논두렁 시계’ 보도와 똑같고 정도는 더 심하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공격당할 때 발언도 잘 안 하고 주춤하다 일이 생겨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국 장관이 어찌 될지 모르나 가만히 있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조국 전쟁’에 참전했다”고 설명했다.2009년 5월 13일 SBS 보도로 시작된 ‘논두렁 시계’ 보도는 노 전 대통령이 회갑 선물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짜리는 명품시계 2개를 받았는데 이를 검찰이 캐묻자 노 전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 여사인 “아내가 논두렁에 버렸다”고 검찰에 진술했다고 보도돼 논란이 됐다. 그러나 대검은 노 전 대통령이 이러한 진술을 한 적이 없다며 악의적 언론 제보자를 색출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은 노 전 대통령에게 시계 행방에 대해 묻자 “노 대통령은 시계 문제가 불거진 뒤 ‘(권씨가) 바깥에 버렸다 한다’고 한 게 전부이며 논두렁이라는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보도 열흘 뒤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유 이사장은 “언론 보도를 볼 때 누가 소스를 제공했나, 사실로 인정할 만한 팩트는 무엇인가, 기사에 쓰인 것처럼 해석될 수밖에 없나 이 3가지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독자 노릇 하기 힘들지만 이걸 꼼꼼히 살펴보지 않으면 바보 된다”고 덧붙였다. 유 이사장은 이어 “지난달 말 검찰의 대규모 압수수색 뒤 언론 정보제공 주체가 야당에서 검찰로, 보도 주체가 정치부에서 법조 출입으로 바뀌었다”고 언급하며 “이게 매우 큰 전환점으로 단독이나 속보를 붙인 기사를 내려면 검사나 수사관, 직원에게 뭘 받아내야 하므로 모든 보도가 검찰 손아귀에 들어간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아무 맥락 없는 팩트와 조 장관, 아내인 정경심 교수가 범죄자라는 인식을 강화하는 제목의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검찰이 이 방면으로 오랫동안 노하우를 쌓아와 기자들도 불가피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열린세상] 경제정의를 살리자/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경제정의를 살리자/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둘러싼 논란이 도덕 영역을 넘어 사법 영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딸이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과정에서 받은 특혜 의혹을 둘러싼 논란은 한국의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노 아베’ 이슈마저 삽시간에 삼켜 버렸다. 실망, 절망, 분노로 뒤엉킨 청년층의 반응은 여론을 양분시켰고 ‘촛불정부’를 향한 일부 대학생들의 ‘촛불시위’로 이어졌다. 하지만 조국 장관의 흠결 자체만 본다면 이미 임명된 장관들의 그것에 비해 지나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대한민국 장관이 되기 위한 자격 요건처럼 돼 버린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병역비리. 탈세, 논문 표절 등에서 청문회 당시까지는 결격 사유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론의 거부가 강한 이유는 조국 교수에게 특히 청년들이 걸었던 기대가 너무 높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교수 시절 ‘강남좌파’로 불렸을 때 그의 언행은 대부분 개혁적인 ‘좌파’에 속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검증 과정에서 그의 ‘강남’ 생활을 보게 된 것이다. 이들을 분노케 만드는 것은 자신들은 변변한 정보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수시가 활용됐을 뿐만 아니라 설혹 알고 있었다고 할지라도 충족시킬 수 없었을 요건이 부모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충족됐다는 사실이다. 이 모든 것이 불법이 아니라는 사실은 그들의 분노를 더욱 부추겼다. 기회균등을 넓히겠다는 수시가 오히려 특혜 통로를 확대해 기회균등을 잠식하는 현장을 목격해야 했다. 취업해서 노력과 능력으로 실적을 올리려는 수많은 예비생산자들에게 현실은 취업 이전에 이미 ‘낙오자’ 낙인을 찍고 있었다. 그래서 수시를 폐지하자는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기회균등의 확대라는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입시제도 개혁이 절실하고 시급하게 됐다. 한국 사회에서 경제정의의 훼손은 기회균등에 국한되지 않는다. 학창 시절을 지나 노동시장에 들어가는 문턱은 물론 시장 안에서도 경제정의의 결손은 매우 심각하다. 채용비리와 다양한 노동조건의 차별이 그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된 인사청탁은 노동시장에서 역량에 기초한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불법행위다. 이에 대한 처벌이나 ‘범죄수익 환수’에 해당하는 채용 취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채용비리의 ‘원조’는 재벌들이다. 총수 자녀에게 주어지는 계열사 특채와 초고속 승진이 관행으로 자리를 잡다 보니 이들 사이에서는 폭력, 마약과 같은 범죄행위에 대해서조차 죄의식을 찾기 어렵다. 시장에서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실적정의는 노동시장에서 무엇보다도 비정규직의 차별로 이미 실종됐다. 그럼에도 ‘노동 존중’을 표방하는 ‘촛불정부’에서도 ‘중규직’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의 기업들에 팽배한 ‘안전 불감증’의 희생자도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이러한 구조화된 차별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권력관계를 낳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재벌 대기업의 ‘횡포’는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한일 경제전쟁의 국면에서 유력한 전투력을 확보한 중소기업의 간절한 소망인 특허 탈취, 전속 거래, 단가 후려치기의 금지가 실현될지 자신할 수 없는 분위기다. 경제활동을 통해 달성한 소득에서 불평등이 심하게 나타나면 재분배 정책으로 분배정의가 구현돼야 한다. 그런데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득불평등도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현실에 정부는 눈을 감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나라에서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하거나 굶어 죽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신자유주의 40년 동안 심화된 불평등은 경제정의에 관한 논의마저 위축시켰고 경제정의의 범위마저 좁히려는 경향으로 이어졌다. 1970년대까지 경제정의 논의의 중심에 있던 분배정의는 어느덧 기회균등, 출발정의에 자리를 내주었다. 기회균등은 최소한의 경제정의다. 이마저 실종된 ‘수저론’이 살아 있는 ‘헬조선’은 시장경제도 아니다. 기회균등을 뛰어넘는 경제정의를 살리지 않으면 ‘포용국가’로 가는 길은 열리지 않고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모두가 ‘정의로운 대한민국에 충성을 다할 것’을 태극기 앞에 자랑스럽게 맹세하는 날이 오려면 경제정의가 반드시 구현돼야 한다.
  • [씨줄날줄] 대통령 기록관/장세훈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통령 기록관/장세훈 논설위원

    조선왕조실록은 1대 태조부터 25대 철종까지 472년간의 역사를 시간 순서에 따라 기록한 역사서다. 현재의 청와대처럼 왕을 보필하는 승정원에서 작성한 승정원일기, 사관들이 관리들의 언행을 보고 들은 대로 직필한 사초 등을 한데 모은 것이다. 대체로 왕이 승하하면 차기 왕 때 임시로 실록청을 만들어 편찬했다고 한다. 진실성과 공정성을 잃지 않기 위한 조치다. 기록은 현세대, 관리와 평가는 후세대의 몫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같은 맥락에서 조선 말기 고종과 순종의 실록도 엄연히 존재하지만 일제에 의해 첨삭된 탓에 조선왕조실록과 동등한 가치로 인정하지 않는다. 국가 기록은 공공기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권위주의 정부 시절 국가 기록에 대한 작성과 관리가 권력자의 입맛에 맞게 휘둘리거나 사유화됐다. 김대중 정부 당시인 1999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유다. 국가 기록은 공적 자산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역사적 변곡점이다. 예를 들어 최근 공개된 노무현 전 대통령 업무 기록에는 보완 지시와 함께 ‘미안합니다’라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정책 결정권자의 의사결정 과정은 물론 당시 심정까지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통령 기록이 정치적 무기로 변질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대통령 기록물 76만 9000여건을 복제해 봉하마을로 가져간 ‘이지원’(e-知園)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당시 청와대는 “대통령 기록물 유출은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가져온 자료는 모두 사본이고 전직 대통령은 재임 중 기록에 대한 열람권이 보장돼 있다”고 해명했지만, 가져간 사본을 반환하며 일단락됐다.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하는 2022년 개관을 목표로 부산 인근에 ‘문재인 대통령 기록관’ 설립을 추진한다고 한다. 내년도 예산안에 부지 매입비로 32억여원을 편성하는 등 총 172억여원의 예산을 쓸 예정이다. 이것이 성사되면 재임 기간에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만드는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대통령의 기록물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공적 자산이다. 현직 대통령은 기록물 작성 의무에만 충실하고, 이를 관리·공개하는 권한까지 행사해선 안 된다. 국가 기록에 대한 통합 관리 원칙에도 어긋난다. 세종에 위치한 통합대통령기록관에서 역대 대통령 기록물을 관리하고 있다. 선진 국가에선 재임 중 대통령 기록관 설립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조국 법무장관 임명으로 독이 오른 야당이 내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놔둘 리도 만무하니, 이 설립 계획이 자칫 ‘긁어 부스럼’이 아닐까 우려된다. shjang@seoul.co.kr
  • 장제원 아들 노엘 음주운전, “아버지 국회의원” 논란에..

    장제원 아들 노엘 음주운전, “아버지 국회의원” 논란에..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아들이자 래퍼로 활동 중인 노엘(본명 장용준)이 과거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에 이어 2년 만에 음주운전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며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 앞서 노엘은 7일 오전 0시 40분쯤 서울 마포구 인근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몰다 오토바이와 부딪치는 교통사고를 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노엘을 상대로 음주측정을 했고,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으로 알려졌다. 2000년생인 노엘은 지난 2017년에 Mnet ‘고등래퍼’에 출연했지만, 미성년자 성매매 시도 의혹에 휩싸였고, 결국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당시 바른정당 소속 의원이던 장제원은 아들의 논란에 거듭 사과하며 대변인과 부산시당 위원장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 이후 노엘은 지난해 3월 스윙스가 수장으로 있는 인디고뮤직과 전속계약하며 지난 6월 음원 ‘SUMMER 19’를 발매하는 등 각종 공연을 통해 활동해왔다. 논란이 커진 후 장제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아버지로서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한 심정입니다. 용준이는 성인으로서, 자신의 잘못에 대한 모든 법적 책임을 달게 받아야 할 것입니다”라고 사과했다. 노엘도 이날 오후 “저의 불미스러운 음주운전 사고에 관해 사과의 말씀을 올리고자 이 글을 씁니다. 정말 죄송하고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피해를 입은 분께도 너무 죄송한 마음입니다.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라며 “경찰의 수사 과정에 성실히 임하고 그에 따른 처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평생 가슴에 죄책감을 가지고 반성하며 살겠습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활동 중단의 뜻도 전했다. 노엘은 “현재 인디고뮤직의 소속 아티스트로서 아티스트 분들과 매니지먼트 분들에게도 다시 한번 사과드리고, 향후 모든 활동을 중단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노엘과 장제원 의원이 직접 사과했지만, 이후 노엘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됐을 당시 상대방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아버지가 국회의원이다, 1천만 원을 줄 테니 합의하자’는 말을 했다는 정황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경찰은 노엘이 금품을 건네려 하는 등 무마를 시도한 의혹을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 서울신문DB 뉴스부 seoulen@seoul.co.kr
  • 장제원 아들 음주운전…운전자 바꿔치기 정황도

    장제원 아들 음주운전…운전자 바꿔치기 정황도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의 아들인 래퍼 장용준(19) 씨가 7일 음주운전 사고를 낸 사실이 적발됐다.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장씨는 이날 오전 2∼3시 사이 마포구에서 음주 상태로 차를 몰다가 오토바이와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음주측정 결과 장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 이상으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로 장씨는 별다른 상처를 입지 않았고, 상대방은 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사고 직후 피해자에게 금품을 주겠다며 현장 합의를 시도하면서 아버지가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운전자를 ‘바꿔치기’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장씨는 처음에는 자신이 아닌 제3자가 운전한 것처럼 경찰관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사고 당일 경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경찰은 운전자 바꿔치기 정황에 대해서도 정확한 사실관계를 조사할 계획이다. 장제원 의원은 이와 관련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아버지로서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한 심정”이라며 “용준이는 성인으로서 자신의 잘못에 대한 모든 법적 책임을 달게 받아야 할 것으로,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썼다. 노엘이라는 이름으로 래퍼 활동 중인 장씨는 2017년 한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관심을 모았으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성매매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을 빚고 하차한 바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한국당, 조국 청문회에 신청한 증인 13명은 누구

    한국당, 조국 청문회에 신청한 증인 13명은 누구

    조국 딸 의혹 관련 대학 관계자 다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오는 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여는 데 합의했지만 증인 채택을 놓고 4일 갈등을 빚었다. 한국당은 조 후보자의 가족을 제외하고 조 후보자 딸의 입시 및 장학금 관련 의혹 당사자인 대학 및 대학원 교수 등 13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조 후보자 인사 청문회를 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실시 안건을 채택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증인 채택 관련 이견이 컸다. 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내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며 “한국당이 (청문회 일정과 증인 안건을) 연계를 시켜놔서 그렇다”고 밝혔다. 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증인을 의혹별로 13명으로 압축해서 민주당에 전달했다”며 “오늘 저녁에 협의가 돼야 하는데 민주당이 명단만 적더니 내일 보자고 하고 갔다”고 말했다.한국당이 신청한 증인은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 ▲노환중 부산의료원장 ▲최성해 동양대 총장 등이다. 조 후보자의 딸 조모(28)씨는 2014년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입학한 뒤 2학기 연속 전액 장학금(802만원)을 받았다. 그는 2학기만에 자퇴한 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윤 교수는 당시 조씨의 지도교수였다. 단국대 장 교수는 조씨가 한영외고에 재학하던 2007년 7~8월 2주간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주고 2009년 3월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조씨를 올린 인물이다. 조씨와 고교 같은 반이던 장 교수의 아들은 2009년 조 후보자가 참여한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이른바 ‘스펙 품앗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강력히 부인했다. 장 교수는 전날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관련 조사를 받았다.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은 부산 의전원에 진학한 조씨의 지도교수로 2016년 1학기부터 2018년 2학기까지 6학기 연속 200만원씩 총 1200만원의 개인 장학금을 지급했다. 조씨의 가정형편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성적은 재학 중 2차례 낙제로 유급될 정도로 나쁜데도 장학금을 준 것에 대해 노 원장은 조씨가 학업을 포기하려 해 면학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노 원장이 조씨에게 장학금을 주려고 관련 학칙도 바꾸는 등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노 원장은 부산대 간호대 동문회장인 조 후보자의 모친이 2015년 9월 양산부산대병원에 그림을 가증하는 행사에서 조 후보자와 만난 다음부터 조씨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또 지난 6월 오거돈 부산시장에 의해 부산의료원장에 임명됐다.검찰은 지난달 27일 부산대 의전원과 노 원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노 원장은 강대환 부산대 의대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의 주치의로 선정되는데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조씨는 부산대 의전원 지원 당시 최성해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받은 사실을 기재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고 받은 표창장이라는 게 조 후보자 측 설명이다. 그러나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씨가 동양대 교수로 재직 중이고 최 총장이 “조씨에게 표창장을 준 적이 없다”는 취지로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전날 동양대 사무실과 정경심 교수 연구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한편 한국당은 조 후보자의 배우자, 딸 등 가족은 증인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간사들은 5일 다시 만나 청문회 실시계획서 의결을 시도하기로 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몽블랑 정상 근처에 조정 장비 두고 내려온 영국인 민폐 논란

    몽블랑 정상 근처에 조정 장비 두고 내려온 영국인 민폐 논란

    자선 모금을 한다며 서유럽 최고봉 몽블랑(4810m) 정상 근처까지 조정 장비를 갖고 올라갔다가 악천후를 이유로 놔두고 내려온 영국인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해병대 출신인 매튜 디즈니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정상에서 노를 젖는 퍼포먼스를 통해 해병대 전역자들을 돕는 기금을 모금한다며 그 무거운 장비를 끌고 올라갔다. 하지만 4418m 지점의 대피소에 도착했을 때 악천후 탓에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는 7~8시간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계는 50m도 되지 않았다. 디즈니는 장비 없이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했다. “다른 이들과 의견을 나눈 뒤 돌아서기로 했다. 내 안전 뿐만아니라 다른 이의 안전을 위해서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장마르크 페이엑스 생 제르베 레 뱅 시장은 정상까지 헬리콥터를 운행해 장비를 회수하는 비용 1800유로(약 239만원) 청구서를 파리 주재 영국 대사관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 영국인이 유럽을 떠나고 싶으면 먼저 빚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디즈니는 최선을 다해 장비를 갖고 내려오려 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이미 13개국 고봉에 조정 장비를 갖고 올라간 적이 있어 스스로 갖고 내려올 수 있었으며 함께 운반할 다른 산악인 팀도 찾았지만 안전을 위해 그러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대피소 공간이 여유가 있어 다른 이들에게 폐를 끼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페이엑스 시장은 일전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산을 잘못 이용하는 이들에게 대처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6월 두 스위스 등반가는 몽블랑 정상 동쪽 사면에 소형 비행기를 착륙시킨 뒤 정상까지 올라 빈축을 샀다. 페이엑스 시장은 마크롱 대통령이 “법을 어기는 이들을 처벌해 몽블랑에 평화를 되가져오는” 법률을 즉각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에 희한한 물건들을 가져간 사례는 적지 않다. 2006년 스코틀랜드 벤 네비스 정상으로부터 200m 지점에서 피아노가 발견됐으며, 2011년에는 웨일스의 스노던 산 정상 근처에서 전후륜 구동 자동차가 발견됐다. 2년 뒤 잉글랜드 최고봉 스카펠 파이크 정상에 문어가 놓인 적이 있다. 매년 2만 5000명 가까이가 몽블랑을 찾는데 올해만 적어도 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방송은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현대차 8년만에 파업없이 임단협 타결

    현대자동차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8년 만에 파업 없이 타결됐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일 전체 조합원 5만 119명을 대상으로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한 결과, 4만 3873명이 투표해 2만 4743명(56.40%)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3일 밝혔다. 노사는 5월 30일 상견례를 시작해 지난달 27일 22차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합의안은 임금(기본급) 4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150%+30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을 담고 있다. 또 임금체계 개선에 따른 ‘미래 임금 경쟁력 및 법적 안정성 확보 격려금’ 명목으로 근속기간별 200만∼600만원+우리사주 15주를 지급한다. 현대차 노사가 무분규 타결한 것은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노조는 일본의 백색 국가(화이트 리스트·수출 우대국) 제외 조치와 우리 정부의 대응 등 한일 경제 갈등 상황에서 여론을 고려해 파업을 유보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한국 자동차 산업 침체 우려 등에도 공감했다. 노사는 공동선언문을 통해 협력업체에 연구개발비 925억원 지원, 1000억원 규모 저리 대출 프로그램 운영 등을 약속했다. 이번 타결로 임금체계를 개선하면서 7년째 끌어오던 통상임금 논란과 이에 따른 최저임금 위반 문제도 마무리된다. 노조는 조합원 근속 기간에 따른 격려금을 받는 대신 2013년 처음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을 취하하는 방식으로 정리한다. 회사는 격월로 지급하던 상여금 일부(기본급의 600%)를 매월 나눠 통상임금에 포함해 지급하면서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노무현 논두렁 시계’ 보도에 이인규 “국정원 기획” 거듭 주장

    ‘노무현 논두렁 시계’ 보도에 이인규 “국정원 기획” 거듭 주장

    MBC 취재진, 최근 미국서 이인규 전 중수부장 인터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논란이 됐던 ‘논두렁 시계’ 보도의 출처가 어딘지를 놓고 아직까지 진실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 입을 열었다. 2일 MBC 취재진은 최근 이인규 전 중수부장을 미국 워싱턴DC 인근에서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2017년 8월 국정원 개혁위원회에서 ‘논두렁 시계’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자 갑자기 미국으로 떠나 아직까지 체류 중이다. MBC 취재진이 찾아가자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제가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아셨어요”라면서 뜻밖이라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논두렁 시계’ 보도가 국정원의 기획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국정원 정보관이라는 2명이 찾아와 명함을 내밀기에 야단을 치고 돌려보낸 뒤 바로 검찰총장에게 보고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국정원의 제안을 거절한 다음 ‘논두렁 시계’ 보도가 나간 것을 보면 국정원이 직접 언론에 흘렸을 것이라는 게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추정이다. 특히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검찰 조사 당시 ‘논두렁’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검찰)가 일부러 정치인을 (공격하기) 위해서 ‘논두렁’으로 만들어요? 갑자기? 검찰이 그렇게 머리가 좋습니까?”라고 취재진에 반문했다. ‘논두렁 시계’ 보도를 했던 SBS가 자체 진상조사 뒤 정보의 출처가 ‘대검 관계자’라고 밝힌 것과 상반된 주장이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지난 설 명절에도 한국에 다녀왔다면서 현재 미국 체류가 도피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 곧 귀국할 것이라는 뜻도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조국 “검찰 수사, 제가 언급해선 안 될 문제”

    조국 “검찰 수사, 제가 언급해선 안 될 문제”

    민주당 ‘검찰 수사 비판’에 말 아껴부산의료원장 의혹에 “사실 아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의혹과 관련한 피의 사실 유출 등을 문제 삼아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을 강하게 비판하는 가운데, 조국 후보자가 “제가 언급해선 안 될 문제”라고 말했다. 조국 후보자는 29일 오전 11시 30분쯤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꾸려진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출근해 “검찰 수사 내용은 제가 언급항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또 변호인 선임 여부에 대한 질문에 “선임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조국 후보자는 부산의료원장 임명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조국 후보자 딸의 지도교수였던 노환중 부산대 교수가 부산의료원장으로 선임된 경위 등과 관련해 오거돈 부산시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조국 후보자 딸에게 6학기 연속 교수 재량 장학금을 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또 노 원장은 강대환 부산대 의과대학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 주치의로 선임되는 과정에 자신이 ‘일역(一役)’을 담당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조국 후보자는 문 대통령이 조국 후보자 일가족이 운영하는 웅동학원의 부채 상황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처음 듣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부산의료원장이 뭐길래... 노환중 원장교수 겸직 논란

    부산의료원장이 뭐길래... 노환중 원장교수 겸직 논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의 딸 특혜장학금 의혹과 관련, 부산의료원장 자리가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조 후보의 딸이 부산의전을 다닐 당시 개인 장학금을 준 교수인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전 양산부산대병원장) 은 지난 6월 26일자로 제 17대 부산의료원장으로 부임했다. 검찰은 지난 27일 오전 부산의료원장실을 전격 압수수색 했다. 이날 노 원장의 컴퓨터에서 오거돈 부산시장과의 면담 질의 내용 등이 담겨 있는 파일과 서류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원장은 양산부산대병원장 재직 당시 조국 후보자 딸에게 장학금 1200만원을 6차례 지급했었다. 검찰은 이같은 행위가 부산의료원장에 임명되는 데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시의 한 관계자는 “노 원장은 양산부산대 병원장을 연임했고, 경력 등을 비춰볼 때 다른 2명의 후보자보다 모든 면에서 앞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 등에 따르면 부산의료원장 급여(연봉)는 1억3100만원이며 수당 648만원이 지급된다.또 업무추진비(공동) 4800만원과 수행비서,차량 (제네시스 2010년식)등이 제공되며 임기는 3년이다.부산시 출자·출연기관 중 높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공공의료체계 구축 등 지역 의료계의 공익성을 대표하는 자리인 부산의료원장이 인기 있는 자리는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지역 의료계 평가다. 부산대학 병원의 한 교수는 “급여 등으로 볼때 중진 의료인이 소위 정권 고위층에 로비까지 하면서 갈만한 자리는 아닌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산의료원의 직원들은 노원장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부산대학병원장을 두차례나 역임해 병원 경영 경험이 풍부한 등 공공의료 실행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부산의료원의 한 간부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격으로 사람중심의 경영을 강조하는 등 직원들의 신망이 두텁다.”라고 전했다. 그가 부임함에 따라 부산의료원의 이비인후과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있지만 노원장은 이비인후과 학계에서 지명도가 높은 명의반열에 속해 질 높은 의료 행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매주 한차례 의료원에 진료를 하고 있다. 하지만, 조 후보자의 딸 장학금 특혜 의혹 때문에 노원장의 겸직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노원장은 원래 교수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 1주일에 한 차례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진료하고 있다. 부산의 19개 출자·출연기관 중 기관장이 겸직하는 곳은 부산의료원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부산의료원장이 재임 기간 휴직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역 의료계에서 나온다. 부산시 관계자는 “정관에 전임 규정을 두지 않았고 2002년부터 부산의료원이 부산대병원과 협진 체계를 구축하면서 부산의료원장이 부산대병원 교수를 겸임 하도록 하고 있어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부산의료원은 1876년(고종13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관립제생의원’으로 개원했다. 올해 143주년을 맞았다. 2001년 연산동에서 거제동 현재의 위치로 이전했다.지하2층, 지상9층의 본관과 노인전문병원, 건강증진센터 등 21개 진료과, 743병상(부산의료원 555, 노인병원188)규모로 부산의 대표적인 종합병원으로 성장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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