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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장관 후보자 부적격 의혹, 청문회서 철저 검증하길

    ‘12·4 개각’에서 선임된 일부 장관 후보자들과 관련된 의혹이 속출하고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재직 시절의 부적절한 발언 등이 도마에 올랐고,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과 함께 코로나19 자가격리 의무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인사청문회가 요식행위로 전락했다고 해도 장관의 기본적 자질과 품성은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의혹들에 대한 명쾌한 해명 없이 그대로 임명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와 서민을 매우 하찮게 여기는 듯한 변 후보자의 과거 발언은 충격적이다. 우리 산업 현장의 ‘위험의 외주화’ 현실과 열악한 비정규직 작업환경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당시 SH 내부회의에서 변 후보자는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희생자)가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고 발언했다. 열아홉 살 비정규직 청년을 죽음으로 내몬 구조적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개인의 실수로 판단한 것이다. 그의 이런 매몰찬 인식과 현실 몰각(沒却)은 그가 장관이 됐을 때 건설 현장의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사과’로 그냥 넘길 일은 아니다. 그는 또 “못사는 사람들은 밥을 집에서 해 먹지 미쳤다고 사 먹느냐”라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서민에 대한 편견이 엿보인다. 그가 아무리 획기적인 공공주택 보급 정책을 입안한다고 한들 ‘못사는 사람들이 살 만한 집’을 내놓는 것이 아닐지 걱정될 수밖에 없다. 권 후보자는 강남 아파트 매매를 통해 15억원의 차익을 얻고, 공무원특별공급으로 취득한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 매매를 통해서도 차익을 챙기는 등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권 후보자는 또 지난 10월 업무차 중동을 다녀온 뒤 자가격리 의무기간 마지막 날 버젓이 몇 시간 동안 공공 행사에 참석했다. 일반 국민의 경우 자가격리 위반에 대해 철저하게 형사책임까지 묻는 것에 비춰 보면 보건 당국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게다가 그는 방역을 책임지는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아닌가. 자가격리 대상 국민이 “장관 후보자도 안 지키는데 뭘”이라고 한다면 뭐라고 할 텐가. 임기말로 갈수록 인사 검증은 더욱 철저해야만 한다. 구설에 휩싸인 두 장관 후보자의 경우, 최근 택시기사 폭행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이용구 법무부 차관 사례와 함께 이완된 인사검증 시스템을 보여 주고 있어 매우 걱정스럽다.
  • ‘구의역 참사’가 피해자 탓이라는 변창흠…노동계 “즉각 사퇴하라”

    ‘구의역 참사’가 피해자 탓이라는 변창흠…노동계 “즉각 사퇴하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재직 시절인 2016년 ‘구의역 참사’로 숨진 김모군에 대해 “걔(피해자 김군)만 조금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동계에서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PSD지회와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등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변 후보자는 김군을 모욕하고 김군의 죽음을 김군의 잘못인 양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면서 “이런 인물이 서울교통공사의 감독기관인 국토부 장관이 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변 후보자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책임지고 자진 사퇴하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당시 19살이었던 김군이 스크린도어(승강장 안전문)를 홀로 수리하다가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김군은 서울 지하철 1~4호선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를 맡았던 하청업체 은성PSD 소속 노동자였다. 그런데 당시 SH공사 사장이었던 변 후보자가 2016년 6월 회의에서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이라며 “걔만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된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드러나 ‘막말’ 논란을 초래했다.노조는 “김군의 사망사고는 구조적 문제였다. 비용 절감이라는 미명 아래 ‘2인 1조’ 근무도 지킬 수 없었던 과도한 업무량, 그 전에 이미 두 건의 사망사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던 구조, 이런 일들을 가능하게 한 ‘위험의 외주화’(사용자가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안전관리 책임을 하청업체로 떠넘기는 일)를 추진한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었다”라며 “변 후보자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책임지고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이어 “우리는 변 후보자를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일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반노동 민낯을 똑똑히 봤다”면서 “하루에도 7명의 노동자가 퇴근하지 못하고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는 현실에서 김군의 죽음을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아무 것도 아닌 일’이란 인식을 가진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하려는 모습이 스스로 반노동 정권임을 실토하고 있는 행위임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군의 죽음으로 인한 유가족과 동료들의 고통을 눈곱만큼이라도 헤아린다면 문재인 정부는 막말 당사자인 변 후보자의 임명을 철회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에 힘을 쏟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전통시장, 노인 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 된다

    전통시장, 노인 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 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서울시에는 총 351개소의 크고 작은 전통시장이 있다. 고령자의 왕래가 잦은 전통시장이 이르면 2021년부터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될 전망이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는 지난 17일 제298회 정례회 도시교통실 소관 안건처리를 통해 성중기 의원(강남1, 국민의힘)이 대표발의한 「서울특별시 노인·장애인 보호구역 지정 및 관리에 관한 조례안」을 원안 가결했다. 「서울특별시 노인·장애인 보호구역 지정 및 관리에 관한 조례안」은 노인보호구역에 전통시장을 포함하고, 노인·장애인의 보행이 잦은 지역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교통안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서울시는 그 동안 자치구가 요청하는 경우 필요에 따라 노인보호구역을 지정해 왔다. 전통시장의 경우 현행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노인보호구역 지정대상에서 빠져있어 정책적 근거와 기준에 대한 논란이 있어 왔다. 노인보호구역이 되면 시속 30km로 차량 속도가 제한되고 구역 내 주정차도 전면 금지된다. 보행신호 음성안내 보조장치를 비롯하여 CCTV, 교통안전표지판 등이 보강되고 경우에 따라 안전통행을 위한 지원 인력의 배치도 가능해 진다. 성 의원은 “도시의 고령화로 어르신들의 안전하고 편리한 보행환경 구축은 절대 지나칠 수 없는 사회적 과제가 되었다” 고 진단하고 “경로당이나 노인복지시설 외에도 전통시장과 같이 어르신들이 자주 찾는 곳들까지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보행안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조례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덧붙여 해당 조례의 제정으로 “법정 지정시설의 제한을 서울시가 선제적으로 확대하고, 교통안전시설물 확충과 재정지원의 근거를 마련했다”고 조례 제정의 취지와 의의를 설명했다. 해당 조례는 22일로 예정되어 있는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본회의를 통과하고 공포되면, 대표적 보행약자인 노인들의 교통사고 예방과 보행편의 증진을 위한 사업들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지난 10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7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고령자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노인보호구역 내 교통안전시설을 강화하고, 고령자가 많이 이용하는 전통시장 주변 등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은 ‘고령자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자영업자는 하루하루 버티기 숨찬데… 공무원 1년 유급휴가 ‘공로연수’ 뒷말

    자영업자는 하루하루 버티기 숨찬데… 공무원 1년 유급휴가 ‘공로연수’ 뒷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지방 관가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위배되는 ‘공로연수제’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13일 충남도와 전북도 등에 따르면 정년을 앞둔 지방 공무원에게 최대 1년간 유급휴가를 주는 공로연수제 폐지·수정에 대한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1993년부터 전국 광역·기초 지자체는 정년을 6개월~1년 앞둔 경력직 공무원에 대해 공로연수제를 실시하고 있다. 공로연수는 국가에 헌신한 공무원에게 사회 적응 기간을 제공하고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실시되고 있지만, 최근 놀면서 월급(현업수당 제외)만 챙기는 제도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일부 지자체와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특혜나 다름 없는 공로연수제도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끊임없이 일고 있다. 공로연수제 폐지는 충남도가 전국에서 가장 먼저 들고나왔다. 충남도 인사위원회는 지난 6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2022년 1월부터 공로연수 의무제도를 전면 폐지하기로 의결했다. 충남도는 공무원 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자 2023년까지 공로연수 폐지를 잠정 보류했다. 충남 홍성군도 내년부터 희망자만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경남도는 2019년 전국 최초로 공로연수제도를 지역사회공헌제로 전환해 도내 지역발전사업, 자원봉사 및 시민운동, 멘토 및 강의 활동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서윤근 전주시의회 의원은 “공직사회도 시대의 흐름과 사회 변화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면서 “특별한 일을 하지 않으면서 적지 않은 급여를 챙기는 공로연수에 찬성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시민들 역시 코로나19로 경제가 파탄 지경인데 ‘일도 안 하는’ 공무원에게 ‘혈세’를 퍼주는 것에 비판적이다. 전주시 효자동의 H 식당 주인 김모씨(45)는 “코로나19 사태로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있는데 정년까지 철밥통인 데다 급여도 현실화된 공직자들이 일도 하지 않고 매월 수백만원씩 받는 것은 혈세 낭비”라고 말했다. 반면 공무원노조 등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한 공무원에게 보상 차원에서 사회에 적응할 기간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형국 전북도 노조위원장은 “공로연수제도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위반된다는 지적에 동의하지만, 틀에 갇혀 생활해 온 공직자들에게 일정 기간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기회가 주어야 한다”고 했다. 올해 전국 17개 시도에서 공로연수에 들어간 지방직 공무원은 1261명이다. 기초단체까지 합하면 그 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이에 소요되는 예산은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5급 공무원은 공로연수 기간 중 매월 470만원, 4급은 570만원가량의 급여를 받지만, 1년 공로연수 기간에 60시간 이상 교육훈련기관의 합동연수와 20시간 이상 사회공헌 활동을 빼고는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은 없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3단계 코앞인데… 윤미향 의원 ‘노마스크 모임’ 사진 올렸다 삭제

    3단계 코앞인데… 윤미향 의원 ‘노마스크 모임’ 사진 올렸다 삭제

    윤미향(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길원옥 할머니의 생일을 축하하며 ‘노 마스크’로 지인들과 와인을 마시는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가 논란이 되자 삭제한 뒤 사과했다. 윤 의원은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길 할머니에게 기부·증여를 하게 한 혐의(준사기) 등으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3단계 코앞인데… 윤미향 의원 ‘노마스크 모임’ 사진 올렸다 삭제

    3단계 코앞인데… 윤미향 의원 ‘노마스크 모임’ 사진 올렸다 삭제

    윤미향(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길원옥 할머니의 생일을 축하하며 ‘노 마스크’로 지인들과 와인을 마시는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가 논란이 되자 삭제한 뒤 사과했다. 윤 의원은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길 할머니에게 기부·증여를 하게 한 혐의(준사기) 등으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盧·金 회의록 폐기 유죄”…대법, 1·2심 판결 뒤집어

    “盧·金 회의록 폐기 유죄”…대법, 1·2심 판결 뒤집어

    백종천·조명균 유죄 취지 파기환송“盧 결재 거쳐 대통령 기록물이 맞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폐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참여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1·2심 판결이 잘못됐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2심과 달리 문서관리카드가 대통령 기록물이 맞다고 인정하면서 판결이 뒤집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0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로 기소된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비서관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회의록 파일이 첨부된 문서관리 카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결재를 거쳐 대통령 기록물로 생산됐다”며 “문서관리 카드에 수록된 정보들은 후속 업무처리의 근거가 되는 등 공무소에서 사용되는 전자기록에도 해당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원심은 회의록 파일이 첨부된 문서관리 카드에 대해 결재가 이뤄지지 않아 대통령 기록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은 “결재권자의 결재가 있었는지는 서명했는지뿐만 아니라 결재권자의 지시, 결재 대상 문서의 종류와 특성, 관련 법령의 규정과 업무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회의록에 관한 결재 의사는 내용을 열람하고 확인하는 의사로 봐야 한다”며 “노 전 대통령은 회의록 내용을 열람하고 확인했다는 취지로 ‘문서처리’와 ‘열람’ 명령을 선택해 전자문자 서명과 처리 일자가 생성되게 했다”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 파일이 첨부된 문서관리 카드에 최종 결재를 하지 않았지만, 회의록을 열람하고 확인한 만큼 결재가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논란은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2년 10월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당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새누리당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고의로 폐기·은닉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참여정부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감추려고 백 전 실장 등에게 회의록을 이관하지 말라고 지시해 이들이 회의록 초본을 삭제했다고 보고 2013년 11월 불구속 기소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낙태죄 논란 김남국 “정의당은 ‘남성 혐오’를 정치에 이용”

    낙태죄 논란 김남국 “정의당은 ‘남성 혐오’를 정치에 이용”

    낙태죄를 놓고 정의당과 마찰을 빚은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남성은 낙태죄에 대해서 여성과 함께 고민하고, 책임을 질 수 없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고 노회찬 의원의 명연설 ‘6411번 버스’를 언급하며 “6411번 버스에는 여성도 타고 있었고, 남성도 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고 노 의원은 2012년 진보정의당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매일 새벽 ‘6411번 버스’를 타고 강남 빌딩으로 출근하는, 한 달에 85만원을 받는 ‘투명인간’과 같은 아주머니들을 이야기하며 진보정당의 목표를 설파한 바 있다. 김 의원은 “남성도 얼마든지 낙태죄 폐지에 찬성할 수 있다”면서 “남성은 낙태죄에 대해서 질문이나 의견도 가질 수도 없다는 식의 정의당의 논평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정의당이 다음날 논평에서 ‘30대 어린 여성 대변인’을 강조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어쩌면 정의당과 대변인의 그 무서운 논리라면 ‘남성’인 자신은 불편함을 느껴서는 안 되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정의당이 문제의 본질과 전혀 상관없는데도 모든 문제를 남녀 갈등의 시각에서 남자와 여자를 분열시키고, ‘남성 혐오’를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의당이 대화의 상대가 ‘여성의 어린 대변인’이라는 이런 이야기는 도대체 왜 하는 것인가”라며 이것은 정의당이 말하는 ‘정의’가 아니라 명백히 또 다른 유형의 ‘폭력’이라고 지적했다.김 의원은 “정의당에서는 30대 정치인을 어린 사람 취급하나요? 여성한테는 항의 전화 못 합니까? 여성한테는 잘못을 못 따지고, 시시비비를 가리면 안되는 것인가요?”라고 항변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김 의원이 우리당 조혜민 대변인에게 법제사법위원회 낙태죄 공청회 관련 브리핑 내용에 대해 항의 전화를 했다”며 “브리핑 내용에 항의하는 방식이 매우 부적절했을 뿐 아니라 9분간 이어진 통화 내용은 집권 여당 국회의원이 맞는지 의심케 할 정도였다”고 공격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자신의 의도는 정의당의 대변인이 잘 모르고 잘못된 논평을 했다고 생각해서 오해를 풀고, 잘못된 논평에 대해서 사과받고, 바로잡으려 전화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낙태죄 공청회에서 자신의 질문은 ‘남성도 낙태에 공동의 책임이 있다. 낙태죄를 함께 고민해야 된다’는 취지라며 ‘여성의 삶을 짓밟은 막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남성도 공포감을 느낀다”면서 “정의당의 논평이야 말로 타인에게 공포감을 주는 협박이고 갑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신속 처리·벼락치기에 누더기 개혁…“정부안도 후퇴시킨 민주당”

    신속 처리·벼락치기에 누더기 개혁…“정부안도 후퇴시킨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9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입법 과제를 벼락치기로 처리하느라 개혁의 핵심 내용이 후퇴한 누더기 법안들이 나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새벽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관련 3법(노조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을 처리했다. 그동안 고용노동소위에 계류됐던 법안을 본회의 직전에야 15시간짜리 벼락치기로 마무리했다. 노조법 개정안은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업별 노조의 경우 임원·대의원은 사업에 종사하는 조합원 중에서 선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수근로종사자(특고)에게 고용·산재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특고 3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징수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정작 노동계는 ‘노동 개악’이 벌어졌다고 반발했다. 노조법은 실업자와 해고자까지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확대하기로 했지만, 노사 합의를 거쳐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할 수 있도록 경영계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근로기준법 역시 노동계가 요구했던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 내용은 빠졌다. 대신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재계는 재계대로 불만을 터뜨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해고자나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한 노조법 개정안이 도입되면 노조의 강경 투쟁이 늘어나고 힘의 균형이 노조로 쏠릴 것”이라며 “경영계가 전달한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무력감과 좌절감을 느낀다”고 재심의를 요구했다. 공정경제 3법에 대한 반응도 다르지 않다. 특히 상법 개정안의 ‘3%룰’에 대해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합산 3%에서 개별 3%로 바뀌어도 대상 기업만 일부 줄어든 것이지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어려워질 거란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이쪽저쪽 눈치를 보며 신속 처리에만 매달리다 본질을 놓쳤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시대전환의 조정훈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 반대 토론자로 나서 “어떻게 정부안이 소위 진보정당에서 더 퇴색될 수가 있느냐. 민주당이 법안을 후퇴시켰다”고 따져 물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를 찾아가 공정거래법 처리 과정의 ‘기만행위’에 대해 항의했다. 민주당은 전날 정의당 배진교 의원의 전속고발권 유지에 반대하자 정무위 안건조정위에서는 폐지를 의결했지만, 이후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바꿔 처리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코로나 폭증인데 주한미군 기지서 ‘노 마스크’ 댄스파티

    코로나 폭증인데 주한미군 기지서 ‘노 마스크’ 댄스파티

    코로나 확산 중에 ‘노마스크’ 파티 물의주한미군 수십명 마스크 안 쓰고 춤춰치외법권 지역, 방역수칙 강제 못해외교부, 주한미군에 방역지침 준수 요청주한미군 측 행사장소 폐쇄·방역 조치 주한미군 추가 확진 17명…누적 408명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신규 확진자가 이틀연속 600명을 기록하는 등 감염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가운데 지난 4일 주한미군 기지에서 참가자 대다수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로 댄스 파티를 열어 방역 수칙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주한미군에서는 최근 17명이 추가 확진되면서 누적 확진자가 408명으로 늘어났다. 8일 주한미군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의 영내 식당 ‘플라이트라인 탭룸’에서 험프리스 살사 동호회 댄스 파티가 열렸다. 참가자 일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진과 동영상에는 수십 명의 참가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춤을 추는 모습이 담겼다. 참가자들의 이러한 모습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하고 있는 정부의 방역 지침에 위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들은 주한미군 자체의 방역 수칙에도 위배돼 물의를 빚고 있다. 외교부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채널을 통해 주한미군 측에 방역 지침을 준수해 줄 것을 요청했다. 미군기지는 치외법권 지역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방역 수칙을 강제할 수는 없다. 이에 주한미군 측은 행사 장소 폐쇄를 비롯해 방역 조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주한미군 확진자 17명 추가 확진누적 408명으로 늘어 주한미군 사령부는 전날 최근 입국한 주한미군 장병 16명과 군무원 1명 등 17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추가 확진자들은 지난달 20일에서 지난 4일 사이 인천국제공항 또는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한국에 도착했다. 군무원 1명을 포함한 8명은 입국 직후 양성 판정을 받았고, 장병 5명은 의무 격리 중 2차 검사에서, 나머지 4명은 격리 해제 전 의무 검사에서 각각 확진됐다. 이들은 모두 확진 직후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나 오산 공군기지에 있는 격리 치료 시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로써 주한미군 관련 누적 확진자는 408명으로 늘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美 코로나 겨울에 ‘야외 천막 식당’은 괜찮을까

    美 코로나 겨울에 ‘야외 천막 식당’은 괜찮을까

    추운날씨에 식당들 주차장 천막 설치4면 막혀 실내처럼 코로나 확산 지적 주별로 천막 금지령에 상인들 반발“직원과 먹고 살아야” 벌금에도 강행디트로이트는 3개 면 연 천막만 허용노스캐롤라이나주 3면 50% 열어야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두번째 겨울, 미국에서 ‘야외 천막 식당’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식당 운영자들은 야외 천막으로 겨울에도 식당영업을 하겠다는 것이지만, 방역전문가들은 대부분이 막힌 천막은 실내 식당과 매한가지로 바이러스 확산 위험이 크다는 입장이다. CNN은 6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자 일부 지역에서 실내 식당 뿐아니라 실외 천막 영업도 정지시켰고, 식당 주인들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릴랜드주 라플란타의 한 식당 주인 역시 기온이 내려가면서 식당 주차장에 천막을 쳤지만 허가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NBC방송이 전했다. 이 식당은 매일 100달러(약 11만원)의 벌금을 내게 되지만 식당 주인은 “직원 6명의 생계도 달렸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볼티모어 보건당국은 4개 면이 막힌 텐트는 실내 식당으로 간주하고 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식당을 하는 한 주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동영상을 올려 문을 닫은 자신의 식당 앞에 영화사의 천막 식당이 들어섰다고 비난했다. LA는 11월 25일부터 3주간 술집·미용실·카지노 등을 닫도록 하면서 식당의 야외 식사도 금지했는데, 영화산업에는 이런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생긴 일이다. 미시간주도 확진자 급증으로 식당 영업을 금지했고, 이에 업체 주인들은 플라스틱 이글루, 천막 등을 치고 겨울 영업에 나서고 있다고 디트로이트메트로타임스가 전했다. 이에 디트로이트는 천막의 3면이 열려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노스캐롤라이나 보건 당국도 천막의 3개 면이 적어도 50% 열려있어야 하고, 아니라면 공기를 순환하도록 만드는 팬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지난달 23일 내놓았다. 이에 대해 식당 주인들은 규정대로 하면 추운 야외와 매한가지라고 답답해한다고 더뉴스앤옵저버가 보도했다. 모건 카츠 존스홉킨스의대 조교수는 볼티모어선에 “대부분이 막힌 천막은 야외에서 바람을 쐬는 것과 다르다”며 최소한 천막의 양면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4개면이 닫힌 천막이라면 환기 및 공기여과시스템이 있는 실내보다 환기가 더 안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외 천막 안에 열을 많이 내는 전구나 가스 난로 등을 갖춘 곳들도 많아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靑 “김정숙, 文 비서실장 인사 관여? 우윤근 부인 만난 적 없다”

    靑 “김정숙, 文 비서실장 인사 관여? 우윤근 부인 만난 적 없다”

    일부 언론 ‘김정숙 여사, 우윤근 부인 만나 비서실장 맡아 달라 설득했다’ 보도“노영민 비서실장 아내도 동석” 언론 보도우윤근, 한때 文과 당대표-원내대표로 호흡우, 이달 중 러시아에 특사자격 방문 예정靑, 문자 메시지로 “근거 없는 보도 유감”청와대가 7일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호남 3선 의원 출신 우윤근 전 주러시아연방대사관 특명전권 대사의 아내를 만나 ‘우 전 대사가 비서실장을 맡아 달라’는 취지로 설득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우 전 대사는 문 대통령이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로 재임하던 시절 당 원내대표로 지근거리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었다. 우 전 대사는 이달 중순쯤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한러 수교 30주년’을 맞아 러시아를 방문해 코로나19로 연기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내년 방한 추진을 위해 러시아 정부 고위급과 접촉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靑 “김정숙, 일절 인사 관여 안 해”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김 여사가 우 전 대사 부인을 만나 비서실장을 맡아 달라’는 취지로 설득에 나섰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 수석은 “만남 자체도 없었다. 인사와 관련해서 김 여사는 일절 관여한 적 없다”면서 “근거 없는 보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이날 아시아경제는 우 전 대사가 차기 대통령 비서실장에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면서, 우 전 대사가 가족의 반대를 이유로 정치활동을 하지 않겠다며 비서실장직을 고사하자 김 여사가 직접 우 전 대사의 아내를 만나 설득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출신의 우 전 대사는 지난 4월 총선 당시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정치권과 다소 거리를 둬왔다. 매체는 “김 여사와 우 전 대사 아내를 만난 자리에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내도 함께했다”며 여권 관계자의 전언을 전했다. 부동산 등 각종 논란 속에서도 문 대통령의 곁을 지킨 노 비서실장은 내년 1월 8일이면 재임기간 만 2년을 채워 최장기 비서실장이 된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이게 정말 수능 문제냐, 너무하네!” 한국사 3점 너무 쉬워 논란

    “이게 정말 수능 문제냐, 너무하네!” 한국사 3점 너무 쉬워 논란

    배점 높은데 ‘너무 쉽게 출제’ 변별력 없어 노태우 전 대통령 연설 지문 제시 후당시 정부가 추진한 정책 고르기 문제정답 5번 빼곤 노비안검범, 당백전 등현대사와 전혀 관련 없는 보기 제출온라인 커뮤니터서 난도 조절 실패 지적 비등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한국사 영역 3점 문제가 지나치게 난도가 낮게 출제돼 수험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수험생들은 “이게 정말 수능 한국사 문제냐, 공부 안 해도 맞히겠다”며 난도 조절 실패를 지적했다. 배점에 비해 변별력이 전혀 없는 문제였다는 비판으로 해석된다. “공부 안 해도 맞추겠다” 수험생들 부글“그냥 ‘공짜점수’ 준다고 해라” 조소 4일 교육계에 따르면 3일 치러진 수능 한국사 마지막 20번 문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연설 일부를 제시한 뒤 연설이 행해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을 고르도록 했다. 정답은 5번 ‘남북 기본 합의서를 채택했다’였다.그러나 정답을 제외한 나머지 보기가 ‘당백전을 발행했다’, ‘도병마사를 설치했다’, ‘노비안검법을 시행했다’, ‘대마도(쓰시마섬)를 정벌했다’ 등 현대사와 전혀 관련이 없어서 논란이 됐다. 사실상 ‘점수 주기’를 위한 문제였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 문제에는 대부분의 문제와 달리 3점으로 더 높은 배점이 매겨졌다.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는 ‘공부 안 해도 맞힐 수 있는 수준이다’, ‘출제 검토진이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등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단상을 나눠달라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도 ‘이게 정말 수능 한국사 문제냐’, ‘차라리 그냥 공짜 점수예요라고 밝히는 것이 낫다’며 출제당국을 비난하는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문소영 칼럼] 우리는 공동체, 서로 적이 아니다

    [문소영 칼럼] 우리는 공동체, 서로 적이 아니다

    윤휴는 17세기 선비이다. 인조는 1637년 1월, 남한산성에서 내려와 청 태종에게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삼배고두례를 했다. 소셜미디어도 신문도 없던 시절이니 병자호란으로 겪게 된 ‘조선의 치욕’을 윤휴는 그의 나이 20세 때, 충북 보은으로 몸을 피한 당시 30세인 송시열을 만난 뒤에야 알게 된다. 윤휴가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북벌을 목표로 정한 계기다. 국사에서 북벌정책을 높이 평가하지만, 조선후기 북벌의 실체는 없었다. 효종과 숙종 등 지배층은 북벌론으로 사분오열한 양반들을 통합하고, 왕과 사대부가 사실은 별 볼 일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백성을 결집하는 수단으로만 활용했다. 그 때문에 윤휴가 관직에 나가 ‘진짜로 북벌’을 실행하려고 하자 ‘말로만 북벌’을 주장하던 당대 노론 의 세도가 송시열과 갈등하게 된다. 윤휴의 북벌은 비현실적·모험적이라는 비판이 당대에 쏟아졌고, 현재 평가해도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당시 백성이 지지한 북벌을 실행하고자 조직을 만들고 재원 마련을 위해 ‘호포제’ 도입을 추진하는 등 이리저리 뛴 자는 윤휴뿐이고, 왕을 포함한 다른 북벌론자들은 현실적인 한계를 주장하며 내부통치술로만 활용했다는 점은 평가해야 한다. 당시 송시열은 눈엣가시인 윤휴를 두고 “풀을 제거하려면 반드시 뿌리를 제거해야 한다”고 했고 사약이 내려지게 했다. 그 사약을 받아 든 윤휴는 “선비가 생각이 서로 다를 수 있는 것인데, 죽이기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했단다. 1680년 윤휴를 제거한 송시열도 상복 입는 문제(2차 예송논쟁)를 둘러싸고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9년 뒤 사약을 받는다. 오늘, 윤휴를 돌아보는 이유는 21세기 한국의 검찰개혁이 자칫 17세기 조선의 북벌처럼 말로만 떠들고 지지자들의 내부결속용으로 활용됐다고 역사에서 평가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 때문이다. 검찰개혁은 지난 수십년을 담금질해온 이슈다. 무소불위한 검찰의 제자리를 찾아 주자는 검찰개혁은 여론의 공감대 덕분에 큰 추진력을 얻었고, 논란이 컸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범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최근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폭발로 검찰개혁의 대의명분이 훼손되고 여론의 지지도 약해지고 있다. 물론 정부여당의 환호 속에 2019년 7월 취임한 윤 총장이 곤욕을 치르는 배경에는 자업자득인 측면이 없지 않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국회에서 합의한 다음날 전격적으로 22곳이나 압수수색을 하면서 정치적 영역에 개입한 것이 검찰이었다. 이는 선출직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했다는 점에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어긋나는 행위였다. 진보정부의 역사를 더듬어 보면 노무현 정부는 대선에서 김대중 정부보다 더 많은 유권자의 표를 얻었지만, 정치세력으로서는 더 취약했다. 노 전 대통령 스스로 새로운 시대의 ‘무녀리’가 되고 싶어 했기 때문에 시대를 앞서갔고, 그러다 보니 친위세력을 제외하고 정치·사회적 세력을 확장하기 어려웠다. 개혁을 선점했으나 힘이 부족했던 것이다. 힘없는 정의는 실현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고초를 겪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비교도 안될 만큼, 보수정부와 비교해도 힘이 세다. 의회권력, 지방권력을 모두 잡고 있는 덕분이다. 그러니 이제 현 정부 지지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을 끌어안고 ‘여기서 주저앉으면 퇴임 후 정치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멈추지 않고 절차적 하자에도 ‘윤석열 찍어 내기’를 강행한다면 한국 역대 대통령의 비극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최초로 검찰총장 직무배제를 시도했더라도, 윤 총장의 2년 임기를 보장해 새 시대를 여는 새 관행을 만들면 어떤가. 법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 조 바이든은 승리 확정 후 “미국에서 (반대 진영을) 악마화하는 참담한 시기를 끝내기 시작하자”고 연설했다. 이어 바이든은 자신이 지향하는 포용의 정치, 다양성의 정치를 내각 구성을 통해 보여 주기 시작했다. ‘나와 우리’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너와 당신’도 달라지지 않는다. 진영이 다르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격한 발언을 쏟아내고 싶다면, 1초만 참고 그가 적인지, 공동체의 일원인지 생각하라. 우리의 토론과 갈등, 분쟁, 심지어 전쟁까지도 더 좋은 사회, 더 좋은 공동체, 더 좋은 미래를 향한 노력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 “10곳 중 9곳 시행 가능”vs“준비 덜 돼”… 中企,저녁 있는 삶 올까

    “10곳 중 9곳 시행 가능”vs“준비 덜 돼”… 中企,저녁 있는 삶 올까

    정부가 30일 ‘더이상 계도기간은 없다’며 내년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50~299인 사업장으로 확대하기로 하자 경영계는 ‘준비가 덜 됐다’며 반발했다. 탄력근무제 등 보완 입법도 지지부진해 계획대로 주 52시간제가 연착륙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단 정부는 올해 1년간의 계도기간을 통해 중소기업들이 주 52시간제를 도입할 준비를 어느 정도 마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1년간 정부의 각종 정책적 지원과 함께 현장의 노사가 적극 협력한 결과 현재 시점에서는 주 52시간제 준비 상황이 이전보다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에 종료되는 주 52시간제 계도기간을 더는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는 지난 9월 전문 조사업체에 의뢰해 50∼299인 사업장 2만 40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를 들었다. 이미 주 52시간제를 준수 중이라는 응답이 81.1%였고 내년에 준수 가능하다는 응답은 91.1%나 됐다는 것이다. 준수 불가능하다는 응답은 8.9%에 불과했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는 상반된 결과를 제시했다. 지난 10~11월 중소기업 500개사를 설문조사한 결과 39%가 주 52시간제 도입 준비를 못 했으며,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업체들은 83.9%가 준비 미흡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은 노동집약 업체가 많고 비수기·성수기 때 업무량에 큰 차이가 있는 데다 하청 업체가 많은 탓에 업무를 스스로 조절하기 어렵고, 올해 코로나19가 겹쳐 경영난까지 겪고 있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이날 논평에서 “정부가 주 52시간 계도기간 종료를 발표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 극복, 고용 유지에 여념이 없는 중소기업들에 큰 혼란을 주고 불안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중소기업계는 국회에서 탄력·선택근로제 등 유연근로제의 입법 보완과 만성적 인력난 해소를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기다려 왔으나 대안이 마련되지 못했다”며 보완 입법 문제를 거론했다. 탄력근로제는 업무량에 따라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현재는 노사가 합의하면 탄력근로제를 3개월까지 운영할 수 있다. 이를 6개월로 확대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장관 역시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법안이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노동자 입장에서 주 52시간제 도입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사안이다. 2018년 3월 개정된 근로기준법대로라면 50~299인 사업장은 올해 1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시행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말 경영계 요구를 받아들여 계도기간 1년을 부여하는 바람에 대기업 노동자들이 ‘저녁 있는 삶’을 사는 동안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52시간 초과근무를 해 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與 “윤석열, 한 줌도 안 되는 정치검사…의도적 갈등으로 檢개혁 막아”(종합)

    與 “윤석열, 한 줌도 안 되는 정치검사…의도적 갈등으로 檢개혁 막아”(종합)

    양향자 “윤석열, 의도적 눈돌리기 꼼수”“尹, 조직 지키려 ‘고집’ 배수진”이낙연 “尹징계, 신속 엄정 진행해야”노웅래 “명백한 검찰판 사법농단, 尹 나가라” 김남국·김용민·최강욱 등 “사찰 빙산 일각”“공수처 신속 설치해 尹사건 수사해야”더불어민주당이 2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직무 정지와 징계 처분 조치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의도적으로 정부의 갈등을 유발시켜 검찰개혁을 막으려고 꼼수를 부린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전날 추 장관을 상대로 직무집행 정지 취소 소송을 제기한 윤 총장에 대해 일제히 맹공을 퍼부었다. “추-윤 갈등 언론 도배…검찰개혁 관심 사라져”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직무배제 명령을 받은 윤 총장에 대해 “의도적인 눈 돌리기로 검찰 개혁을 막으려는 꼼수”라고 맹비난했다. 양 최고위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페이스북에 “윤 총장은 시종일관 법무부를 비롯한 정부와 갈등만을 의도적으로 증폭시켰다”면서 “그 결과 검찰 개혁은 관심에서 사라졌고 총장과 장관의 갈등만이 언론을 도배했다”고도 했다. 이어 “윤 총장의 행위가 검찰개혁을 위한 것인지 조직방어에 매몰된 것인지는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면서 “지금의 배수진이 조직을 지키려는 고집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양 최고위원은 “(법무부와 검찰의) 충돌 지점은 개혁 내용이어야만 한다”면서 “개혁 자체를 막으면 안 된다. 개혁을 막겠다고 하면 협력은 불가능하고 강행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이낙연 “판사 사찰, 법치주의 도전”“尹, 징계 절차 신속 엄정 진행돼야”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일제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판부 사찰 징계 사유를 거론하며 윤 총장에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이낙연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판사 사찰은 사법부 독립과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사안”이라며 “책임자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 절차가 신속하고 엄정하게 이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윤 총장 측이 사찰 문건을 공개했는데, 인권 무감각증도 정말 놀랍다”면서 “검찰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총장의 직무배제에 지검·고검 등 검사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을 두고 “어느 부처 공무원이 이렇게 집단행동을 겁 없이 감행하겠나. 이것이야말로 특권의식”이라고 꼬집었다. 노웅래 최고위원은 “명백한 검찰판 사법농단이다. 윤 총장은 더 늦기 전에 명예롭게 내려놓으라”며 사퇴를 촉구했다.전재수 “한 줌도 안 되는 정치검사,검찰 전체 뒤흔드는 형국” 전재수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한 줌도 안 되는 정치검사가 검찰 전체를 뒤흔드는 형국”이라며 “혁명보다 개혁이 더 어렵다”고 언급했다. 신동근 최고위원은 “검찰의 초법적 멘탈과 인권의식 부재가 놀랍다. 어떤 저항이 있어도 검찰개혁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특히 야당이 이낙연 대표의 국정조사 제안에 추 장관을 포함시키며 역공한 데 대해 정쟁으로 규정하고 맹비난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전날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묻고 더블로 가자”면서 추 장관을 포함한 국정조사에 나서겠다고 한 것을 향해 “정치적 득실을 베팅하지 말고 사찰문제 대책 마련에 협조하라”고 받아쳤다. 민주당 김남국 김용민 이탄희 황운하 의원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 등은 회견에서 “판사사찰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면서 “신속히 공수처를 출범시켜 논란이 된 사건들을 철저히 수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한푼 안 쓰고 조원태 지분 47%로?… ‘항공 빅딜 운명’ 새달 1일 결판난다

    한푼 안 쓰고 조원태 지분 47%로?… ‘항공 빅딜 운명’ 새달 1일 결판난다

    산은이 갖게 될 지분 10%, 趙 우호 가능성“혈세 투입해 경영권 방어” 비판 못 피해조종사協 “구조조정 없는 합병 못 믿어”노조도 “구체 계획 못 밝히면 인수 저지”3자 배정 유상증자 가처분 결과에 갈릴 듯정부가 추진하는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의 ‘항공 빅딜’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특혜 시비로 번지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산은이 주도한 항공 빅딜에 ‘밀실야합’ 의혹이 제기되자 “재벌 특혜가 아니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항공수송업에 대한 특혜”라고 직접 해명까지 하고 나섰지만 오히려 비판 여론은 커지는 분위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내세우는 ‘구조조정 없는 합병’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조종사협회는 산은 이 회장의 기자회견 다음날인 지난 20일 입장문을 내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지금도 항공인력 절반 이상이 휴직을 병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조정 없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는 발표는 누구도 현실성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병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스타항공 사태를 거론하면서는 “정부를 더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도 했다. 협회에는 아시아나, 대한항공 등 12개 항공사 4700명의 조종사들이 가입해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도 “정부가 구조조정 없이 인수합병을 이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전 국민과 항공업계 노동자들에게 충분히 이해시켜야 한다”면서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다면 모든 법적, 물리적 대응으로 인수합병을 저지할 것”이라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무엇보다 산은이 대한항공 대신 한진칼에 출자하는 것은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재벌 총수인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나선 것이란 점에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데 국책은행인 산은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5000억원과 전환사채(CB) 3000억원 발행을 통해 10.6%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며, 이 지분은 현재 경영권 분쟁에 놓인 조 회장 측에 우호 지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유상증자 이후 산은을 포함한 조 회장 측 지분은 47~48%로 올라서는 반면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3자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지분율은 40%대로 낮아진다. 조 회장은 사재를 한 푼도 들이지 않고 경영권 방어는 물론 경쟁사인 아시아나까지 지배하게 되고, 산은은 구조조정을 조 회장 손에 넘겼다는 얘기가 나온다. 항공 빅딜은 1차로 다음달 1일쯤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신주발행금지가처분신청 결과에 따라 갈린다. 앞서 KCGI 측은 경영권 분쟁 중인 회사에서 특정인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불법이라는 논리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3자연합은 소송과 함께 ‘실탄’ 확보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 KCGI 종속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최근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1300억원을 확보했고 조 전 부사장도 보유 주식을 담보로 현금을 대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확보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약 42.9%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결합이 타당한지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두 회사의 합병에 대해 “원칙과 법에 따라 경쟁 제한성이 있는지,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이 있는지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이것은 스윙인가, 몸에 맞는 공인가... KS 3차전 오심 논란

    이것은 스윙인가, 몸에 맞는 공인가... KS 3차전 오심 논란

    지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시즌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3차전 8회말 NC 다이노스 투수 원종현이 두산 베어스 타자 정수빈을 상대할 때 오심이 나왔다. 경기 승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똑같은 상황이 승패를 좌우하는 국면에서 재발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비디오 판독 제도를 지금보다 더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이 해법이다. 이날 8회말 1사 3루 상황에서 마운드에는 NC 투수 원종현이 있었고, 타석에는 두산 베어스의 2번 타자 정수빈이 들어선 채 원 스트라이크 노 볼 상황이었다. 2구째 공이 번트 자세를 취하고 있던 정수빈의 방망이를 맞지 않았고, 정수빈의 발을 맞고 NC 포수 양의지 뒤를 빠져나갔다. 심판은 최초에 이 공이 방망이에 맞고 굴절된 뒤 몸에 맞았다고 봐서 ‘파울’로 판정했다. 오심이었다. 하지만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이 곧바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고, 2분 간의 비디오 판독 끝에 ‘몸에 맞는 공(死球, Hit by pitched ball)’으로 판정이 번복됐다. 오심 뒤에 오심이 이어진 순간이었다. 심판의 스윙 여부 판단에 따라 몸에 맞는 공으로도 볼 수 있지만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동욱 NC 감독은 곧바로 더그아웃에게 뛰쳐나와 심판에게 타자 스윙 여부에 대한 항의를 했다. 비디오 판독에 대한 항의는 곧바로 퇴장을 주는게 맞지만 심판은 비디오 판독이 아닌 스윙 여부에 대한 항의였기 때문에 이동욱 감독을 퇴장시키지 않았다. 여기서 비디오 판독의 맹점이 지적된다. 심판은 ‘타자가 공을 친 게(스윙 행위) 먼저냐, 타자의 몸에 공이 맞은 게 먼저냐’를 먼저 판단해야했다. 만약, 공이 먼저 몸에 맞았다면 이후 타자 스윙 여부와 관계 없이 비디오판독센터의 판정대로 몸에 맞는 공에 해당한다. 반면 이동욱 감독의 주장대로 이 타구가 스윙으로 판정됐다면 스트라이크로 선언됐어야 한다. 왜냐하면 KBO가 발간한 ‘2020공식야구규칙’ 180페이지에는 스트라이크의 첫번째 정의로 “타자가 쳤으나(번트 포함) 투구에 배트가 닿지 않은 것”이라고 나오기 때문이다. 또 ‘KBO 공식야구규칙’ 48페이지에는 타자가 아웃인 다섯 번째 사례로 “2스트라이크 뒤 타자가 쳤으나(번트도 포함) 투구가 배트에 닿지 않고 타자의 신체에 닿았을 경우”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KBO 공식야구규칙은 번트일 경우에도 심판이 타자가 친 것(스윙을 한 것)으로 간주했다면, 스트라이크로 봐야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수빈이 ‘방망이를 휘두르지(Swing) 않는 타법’인 번트 자세를 취하고 있던 특수한 상황이었다. 야구 규칙에는 타자가 치는 행위(스윙 행위)에는 번트도 포함된다고 되어 있으므로 이 경우 타자가 번트 자세로 공을 쳤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방망이를 언제 뺐냐로 했어야 한다. 타자가 공을 치려했다면 방망이 근처를 공이 지나간 다음에도 번트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느린 그림을 다시 보면, 정수빈은 공이 자신의 발에 닿을 때까지 방망이를 끝까지 대고 있었고, 공이 방망이 근처를 통과한 뒤에 방망이를 빼는 동작이 명확히 나온다. 번트를 대겠다는 의지가 명확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심판은 정수빈의 스윙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해 스트라이크로 판정하고 몸에 맞은 공의 상황은 볼 데드로 선언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KBO비디오판독센터는 몸에 맞는 공으로 선언했다. KBO비디오판독센터는 현행 규칙 상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한 사항에 대해서만 비디오 판독을 실행할 수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요청을 한 건 몸에 맞는 공 여부에 대한 비디오 판독이었다. 비디오판독센터는 스윙 의사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그저 방망이에 공이 맞지 않았고, 공이 몸에 맞았기 때문에 몸에 맞는 공으로 본 것이다. KBO는 “번트 체크 스윙 여부에 대한 판정은 심판 고유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타자가 공을 치려는 의사가 끝까지 있었는가를 판단하기 위해선 배트가 돌아갔느냐 여부, 몸이 돌아갔느냐 여부, 타자 개인의 평소의 타격 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스트라이크 존 판정과 마찬가지로 스윙 여부는 ‘불문법(不文法) 영역’이므로 오심이냐 정심이냐를 가르는 기준이 아닌, 심판 재량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동욱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뛰쳐나와 번트 스윙 여부에 대한 항의를 했다. KBO의 2020년 비디오 판독 규정에 따르면, 하나의 상황에서 두 가지 이상의 플레이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였을 경우 양 구단 감독 모두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다. 또 심판 팀장의 최초 판정 번복에 의해 불리하게 영향을 받은 구단의 감독은 심판팀장에게 같은 플레이 안에서 비디오 판독이 가능한 다른 판정을 비디오 판독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동욱 감독은 비디오 판독을 신청하지 못했다. 최초에는 파울로 판정한 원심이 유지되길 바랐던 이동욱 감독 입장에서는 굳이 비디오 판독을 신청할 실익이 없는 상태였다. 이후 심판이 비디오판독 뒤 몸에 맞는 공으로 판정을 번복했고, 몸에 맞는 공에 대한 비디오 판독 규정인 3-5항을 적용해 스윙 여부에 대한 판정 신청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KBO 리그 규정 ‘28조 비디오판독’ 3-5항에는 “타자가 공에 맞았을 때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는지, 스윙을 했는지, 피하려는 시도를 했는지는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님”이라고 나온다. 이 단서 조항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스윙을 했는지는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니다. 다만, 바로 아래에 있는 3-6항에는 “타자의 파울/헛스윙(타구가 타석에서 타자의 몸 또는 타자가 착용한 경기용구나 배트에 맞는 경우 포함)”은 비디오 판독 대상으로 규정해뒀다. KBO는 3-6항이 배트에 맞았는지 여부만을 판단하기 위해 만든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오심에 대한 오심이 나왔는데, 비디오 판독을 통해 교정할 수 없는 너무나도 답답한 상황이 나온 것이다. 타자 스윙 여부, 특히, 번트 스윙 여부에 대한 판정은 불과 3년 전에도 논란이 된 적 있다. 이로 인해 도입된 규정이 3-6항 규정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3-5항에 단서 규정을 달아 놓지 않았더라면 3-6항을 충분히 적용해볼 수 있었다. 과거와 달리 수많은 화면을 교차해 비교할 수 있어 스윙 여부 판단에 대한 기술적인 어려움은 거의 없어졌다. 심판도 오심을 할 수 있다. KBO가 유연함을 발휘해야 한다. 공정한 판정이야말로 KBO 비디오 판독센터가 존재하는 이유이므로.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이 기사는 KBO가 “타자 스윙 여부는 비디오 판독의 대상이 아니며 스윙 여부에 대한 판정은 오심, 정심으로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스윙 여부에 대한 판정은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판정처럼 심판 고유의 권한이자 합의 판정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라고 한 설명을 추가하며 수정되었습니다.
  • 알테어, 노 마스크 결국 사과… “이제 쓰겠습니다”

    알테어, 노 마스크 결국 사과… “이제 쓰겠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호흡이 힘들다는 이유로 한국시리즈(KS) 1차전 최우수선수(MVP) 시상식과 인터뷰에 불참해 논란을 일으킨 NC 다이노스의 애런 알테어(29)가 결국 사과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방역수칙을 고의로 어겼다는 지적에 논란이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NC 관계자는 18일 “알테어가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했다”며 “본인의 어려움으로 인해 이러한 상황이 일어난 것에 미안함을 표했다”고 전했다. 이어 “알테어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방역수칙을 존중하며 앞으로 방역지침을 따르겠다고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알테어는 지난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KS 1차전에서 3점포를 터뜨리며 팀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MVP로 뽑힌 알테어는 마스크 착용이 불편하다며 시상식과 인터뷰에 불참했다. 논란 이후 알테어가 사과는 했지만 진정성이 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MVP 시상식의 경우 사진 촬영만 하면 되는데 이를 거부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알테어가 KS 사전 행사와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도 마스크를 미착용했고, 이전부터 꾸준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실까지 추가로 알려졌다. 이동욱 NC 감독은 2차전 사전 인터뷰에서 “호흡하는 데 힘들다고 하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평소에 컨트롤이 어려운 선수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확한 상태를 알려 달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침묵을 지켰다. KBO는 이날 “마스크 착용 의무 규정을 위반한 NC 알테어 등 선수 4명에게 규정에 의거해 벌금 20만원을 각각 부과했다”고 밝혔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오너 갑질 땐 경영진 교체… 산은, 한진칼에 ‘7대 의무’ 제시

    오너 갑질 땐 경영진 교체… 산은, 한진칼에 ‘7대 의무’ 제시

    정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을 공식화한 지 하루 만에 인수 작업이 본격화했다.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은 특혜 논란을 의식한 듯 대한항공 측에 엄격한 ‘7대 의무’ 조항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초대형 빅딜’ 성사에 따른 후폭풍은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대한항공의 지주사 한진칼은 17일 산은과 신주인수계약(5000억원)과 교환사채 인수계약(3000억원)을 통해 총 8000억원의 자금을 조달받는 내용의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서에는 한진칼이 지켜야 할 7대 의무조항이 명시됐다. 산은이 한진칼의 경영을 견제·감시하기 위해서다. 특히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일가에 갑질 논란이 발생하면 윤리경영위원회를 통해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주요 조항은 산은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인과 감사위원회 위원을 선임할 것, 주요 경영사항을 사전 협의할 것,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할 것, 경영평가위원회의 대한항공 경영 평가에 협조할 것, 인수 후 통합전략 계획을 수립·이행할 것, 투자합의서 위반 시 5000억원의 위약금 등 손해배상할 것, 대한항공 주식에 대한 담보 제공과 처분 제한 등이다. 이에 한진칼 측은 조현민 한진칼 전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 갑질 논란을 일으켰던 가족 구성원은 항공 관련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산은은 한진칼에 8000억원을 지원하면서 한진칼 지분 10.66%를 확보한다. 모든 인수 절차는 내년 6월쯤 마무리된다. 지배구조는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된다. 대한항공은 우선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운영한 뒤 1~2년 이내 완전 흡수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두 항공사 직원들은 합병 소식에 고용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향후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한 관계자는 “지금 코로나19로 70%가 휴직 중인 상황에서 합병 이후 총 3만명에 달하는 두 회사 직원이 유지될 거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4일 6개월간 90% 이상 고용을 유지한다는 조건 아래 산은으로부터 2400억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았다. 고용 유지 시한이 끝나는 내년 4월 말 이후 대규모 인력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노조는 합병 찬반을 놓고 둘로 갈라졌다. 조종사를 제외한 1만 2000여명의 직원이 속한 대한항공 노조는 이날 “항공업 노동자의 고용 유지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반겼다. 지난 16일 “양사 노동자의 의견이 배제된 일방적인 인수합병에 반대한다”며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요구한 양사 조종사노조 등과는 정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조 회장 측과 경영권 다툼 중인 KCGI 등 3자 연합은 이날 “조 회장 이외 모두가 피해자”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KCGI는 “3자 배정 유상증자와 교환사채 인수라는 왜곡된 구조를 동원하는 것은 조 회장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3자 연합은 신주 발행을 막기 위한 가처분 신청 및 이사회 결의 무효확인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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