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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맞습니다, 맞지만…/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맞습니다, 맞지만…/육철수 논설위원

    국가간의 관계도 개인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힘이 있으면 상대를 깔보고 이익을 악착같이 챙기며, 감정이 격화되면 서로 다투고 전쟁을 벌이는 걸 보면. 다행히 국가에는 여러 단계의 견제·여과장치가 있어 훨씬 이성적이긴 하나, 한 번 이성을 잃으면 당사국 모두 치명적이다. 그래서 상대를 배려하는 신중한 사람은 여러 번 생각한 뒤에 말한다(三思一言). 하물며 국가는 정책 하나를 만들더라도 백사(百思)를 해야 하고, 국제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외교적 주요 사안일 때는 천사만려(千思萬慮)도 마다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요즘 국내외 뉴스를 접하면 왠지 불안해진다. 국가 최고통치자는 자신감 넘치고 과단성이 있어 보이는데 그 뜻을 받들어 따라야 할 건지, 말 건지 영 판단이 안 선다. 통치자의 언급이라 장고(長考) 끝에 나왔겠지만 어딘지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걸고 돌진하는 느낌이 들고, 개개인에겐 선택의 겨를도 주지 않고 송두리째 어떤 방향으로 끌려가고 있다는 생각에 조마조마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3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언급한 ‘동북아균형자론’이 벌써 3주일 넘게 화두다. 이와 관련해서 침묵하던 노 대통령이 터키 방문 중 국내의 논란을 염두에 두고 ‘미국 사람보다 더 친미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거북함을 드러냈고,“한국사람이면 한국사람답게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번 지당하고 주권국가의 대통령으로서 할 말을 당연히 한 것인데도 당사자(또는 당사국)가 들으면 별로 유쾌할 것 같지 않아서 쓸데없는 걱정부터 앞선다. 연일 계속되는 동북아균형자에 대한 논란을 지켜보면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놓고 설전을 벌이는 쥐떼들이 떠오른다. 힘센 놈한테 뭔가 경보장치를 달아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표는 정해졌는데, 어느 쥐가 어떻게 달 것인지, 방울달기가 가능한지를 싸고 주저하는 모습이 꼭 우리의 처지를 닮은 것 같아서다. 우리가 힘이 있느니 없느니, 미국이나 중국처럼 강해야 한다느니,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느니 나올 만한 얘기는 다 나왔다. 동북아균형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자부심보다는 비참할 정도로 우리의 국력과 체통이 비하되는 게 안타까웠다. 군사력이나 경제력으로 따져 그런 역할을 못할 것도 없는데 우리의 깊은 속마음(국가전략)을 있는 대로 다 까발리고, 주변국들은 집안싸움을 즐기면서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모양새가 여간 심상치 않다. 정부 관계자들의 해명도 신통치 않은 터에 미국의 일부 인사는 19세기 조선의 판단실수 재연이니, 독·소(獨蘇) 중간자 역할을 자임했던 폴란드의 실패 운운하면서 은근히 겁까지 준다. 그런 와중에 역사왜곡 문제가 한·일에서 중·일로 확산되고,6자회담은 북핵문제로 꿈쩍도 안 하는 등 나라 안팎이 온통 어수선하다. 미국과의 사이에서도 사안마다 삐걱거려 예사롭지 않다. 그래도 노 대통령은 “얼굴 붉힐 건 붉히고 할 말은 한다.” “이견조정 과정에서 나오는 불가피한 진통” “미국과의 동맹관계는 잘 관리하겠다.”며 느긋한 모습이다. 풍부한 정보와 판단력으로 숲을 보고 하는 말이겠지만 잡풀만 겨우 보이는 소시민의 입장에서는 미국으로 가는지, 중국으로 가는지 도통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 이러다가 나라와 국민에게 무슨 일이라도 터지면 정권이 책임질 수 있는지, 불쾌한 미국이 뒤로 우리를 해코지나 하지 않을까, 혹시 경제적으로 우리를 골탕 먹이면 어쩌나, 자꾸 서로 집적거리다 보면 일이 덧나지 않을까,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진솔하고 당당한 대통령을 가진 건 분명 자랑거리인데 그의 거침없는 행보에 지레 겁부터 먹는 것은 오랜 타성과 역사적 경험 탓일까. 정치·외교적 문제라면 조용히 처리하면 될 일을 괜히 공개적으로 흘려 이렇게 고민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동북아 균형자론 그 이상과 현실은

    동북아 균형자론 그 이상과 현실은

    지난달 22일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자임한 이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동북아 균형자론은 한 마디로 ‘강대국들끼리의 힘 겨루기를 수수방관하다가는 옛날처럼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우리가 능동적으로 평화 조정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정의해도 무리가 없다. 이를 놓고 정치권과 학계 등에서는 “항구적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옹호에서부터 “국가안보를 담보로 한 과대망상적 모험”이라는 비판까지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한 듯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이 14일 열린우리당의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당정간 조율에 나서기도 했다. 동북아 균형자론을 둘러싼 양측 주장의 허실을 비교·분석해 본다. ■ 해법과 반론 동북아 균형자론을 취재하면서 기자는 얼마간 약소국의 비애를 체감해야 했다. 균형자론을 둘러싼 격렬한 찬반 논쟁은,‘세계 초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하면 절멸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고 하는 명제가 여전히 미완의 과제임을 웅변한다. 무섭게 국력을 키워가는 중국,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 세계 초강국 미국, 여기에 핵 보유를 선언한 북한까지, 지금 동북아의 긴장지수는 상승 일로에 있다. 동북아 균형자론은 이처럼 위태로운 지정학적 현황에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지론이 화학결합을 하면서 돌출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동북아 균형자론은 99% 노 대통령의 구상으로서 대통령후보 시절부터의 지론”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발상과 현실성은 별개 문제다. 낙관과 우려를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평화애호도 국력… 힘이 전부 아니다” 비판이 제일 먼저 쏠리는 부분은 과연 한국이 세력 균형자 역할을 할 힘이 있느냐는 것이다. 예컨대 미·일 군사축이 중·러 축과 갈등을 빚을 때 가운데서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과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비롯한 정부측 인사들은 ‘세력 균형자’가 아니라 ‘인식과 가치의 균형자’ 역할을 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한다.19세기의 영국처럼 국방력에 의존한 균형자가 아니라, 경제력과 문화수준, 그리고 역사상 주변국을 침략하지 않은 평화 애호국이라는 명분 등 신개념의 연성국력(soft power)으로 균형자 역을 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비판자들은 다시 “가치와 인식의 균형자라는 말은 비현실적인 허언”이라고 공박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럼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일본 등의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는 현실에서 기존 구도에만 안주하자는 것이냐. 대안이 무엇이냐.”는 반론에는 딱히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한미일 협력 훼손땐 국제적 고립 우려” 논쟁은 균형자론이 한·미 동맹을 훼손할 것인지 여부로 이어진다. 비판자들은 “균형자론은 결국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계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의미하며, 결정적인 안보 위기상황에서 자칫 어느 쪽으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이에 정부측은 “균형자론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CSCE(유럽안보협력회의)와 같은 다자간 안보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다자간 안보체계를 지향한다면서 한·미 동맹의 강도는 불변할 것이란 주장은 궤변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균형자론의 측면에서는, 한·미 동맹이 전보다 느슨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인정했다. 논쟁은 균형자론이 결국 국익에 해가 될 것인지 여부로 귀착된다. 정부측은 “국가간 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현실에서 이런 문제로 미국이 한국에 불이익을 줄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과민반응”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미군이 절대 안떠날 것”이라는 냉전시대식 낙관은 국가적 재난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북핵 교착땐 장기표류 가능성 균형자론은 궁극적으로 유럽연합(EU)과 같은 지역연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동북아 각국 정상이 직접 만나 회담하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단기적 상황은 열악하다. 무엇보다 북핵 문제가 1년 가까이 교착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핵 문제 때문에 균형자론이 한발짝도 못나가고 있다.”며 “북한이 안 나오니 중국도 머뭇거리고, 러시아도 소극적”이라고 했다. 게다가 최근엔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까지 겹쳐 상황이 악화일로다. 때문에 균형자론이 결국 노 대통령 임기 중에 별다른 실효를 내지 못하고 장기 표류하는 최악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문정인 동북아위원장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은 14일 열린우리당 정책간담회에서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 “동북아 지역의 협력과 통합을 위한 촉진자”라고 규정했다. 궁극적 목표는 주변국과의 신뢰를 통해 동북아지역의 ‘다자간 안보체제 구축’을 모색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문 위원장은 “한국의 균형자 역할이란 19세기 세력균형을 통해 유럽의 패권을 추구했던 전통적 의미의 균형자론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오히려 ‘평화를 위한’ 균형자론을 강조했다. 여기에는 한국이 당시 영국과 같이 동북아 세력균형을 위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국력도 없고 세력균형을 주도하거나 우위를 점하려는 목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힘의 균형’이 아니라 정책의 목표를 ‘평화’에 둔 외교”라는 것이 문 위원장의 부연설명이다. 문 위원장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동북아 균형자론’이 진화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즉 ▲한·미동맹과 안보협력 강화를 통한 ‘동북아 세력 균형자’에서,▲동북아의 갈등이 재현되지 않도록 ‘협력과 평화를 만드는 균형자’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선도적’인 역할이 강조되는 한편 동북아 국가들과의 ‘사전 협력관계’가 중요해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구상의 배경에는 ‘중국 부상론’을 중심으로 대립과 반목이 강해지는 동북아 질서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는 것이 문 위원장의 판단이다. 문 위원장은 “현재 중국의 팽창을 세력전의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제,“패권국가의 신장속도가 원만해지고 도전국가가 패권국가의 꼬리를 밟는 접점에서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동북아 지역의 전략적 불안정 구조를 우려했다. 다음은 일본과 중국의 불안한 관계를 지목했다.“일본이 미국의 힘에 편승하면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미국도 전향적으로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을 지원하는 등 구조적인 불안정성을 보이고 있다.”고 걱정했다. 때문에 동북아 지역의 불안정 구조를 최소화하는 것이 국가 이익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동북아 균형자론’은 불가피하다고 거듭 역설했다. 구혜영 김준석기자 koohy@seoul.co.kr ■ 한·미군사동맹 이상기류 없나 한·미 군사동맹의 ‘이상 기류’로 비춰칠 만한 민감한 문제들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주한미군의 한국인 군무원 감축, 한·중 군사외교 강화, 전시예비물자(WR SA) 프로그램 폐지, 자이툰 부대원 감축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정부는 한·미동맹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며 펄쩍 뛴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제2차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국방부 안광찬 정책실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의 한·미간 군사현안들은 각각의 문제일 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이툰부대원 270명 감축 문제의 경우 우리가 이라크주둔 미군측에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한반도 배치 WRSA 프로그램 폐지도 2000년부터 논의돼 온 사안이다. 국방부가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 협상력 제고 때문이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 안에는 일부 언론이 한·미 관계를 의도적으로 왜곡시키고 있다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국방부 신현돈 공보관은 최근 WRSA 관련 내용을 정부가 은폐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이례적으로 ‘안보 상업주의’라는 다소 자극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사안들이 양국간 알력의 산물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실제 정부 안에도 균형자론을 다소 불안하게 보는 이들도 없지 않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최근 군 수뇌부 이·취임식 연설에서 “한국이 동북아의 균형자 역할을 수행하는 데 군이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지만, 이번에 군문을 떠난 한 수뇌부는 “글쎄, 큰 실수는 없어야 할텐데…걱정이 된다.”며 균형자론에 대해 우려를 보였다.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인 군의 경우 아직도 균형자론에 대해 믿음을 갖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셈이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국회 예산정책처장 ‘3파전’

    6개월째 공석인 국회 예산정책처장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장 추천위는 15일 후보로 압축한 3명에 대한 면접을 가졌으며 이를 토대로 최종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김원기 의장은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 동의를 거쳐 새 예산정책처장을 공식 임명하게 된다. 지난해 11월 정치적 중립성 논란속에서 사임한 최광 전 처장의 후임에는 ‘경제통’을 자임하는 치열한 삼파전(三巴戰)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노승대 전 감사원 제1사무차장과 배철호 국가보훈처 차장, 그리고 이인실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 등이 3파전에 끼었다. 익산 남성고, 전북대 출신인 노 전 차장은 예산정책처의 정치적 독립성·중립성 확보를 강점으로 내걸고 있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으며 미국 워싱턴 대학에서 재정회계학을 전공했다. 노 전 차장은 감사원 재직시 제1국장(현 재정금융감사국)과 경제부처 감사업무를 총괄하는 1차장을 지낸 경력이 장점이라는 평가다. 행시 16회인 배 차장은 경복고, 서울대 출신의 예산통이다. 기획예산처에서 예산관리국장, 재정기획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쳐 지난해 국가보훈처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배 차장은 기획예산처 명퇴금 7000만여원 전액을 독립유공자 자녀 장학금으로 기부한 바 있다. 유일한 여성후보인 이실장은 미국 미네소타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하나경제연구소 금융조세팀장과 한국경제연구원 금융재정연구센터 소장을 거쳐 국회 예산정책처에 재직 중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여의도in] 민주 “盧口無言, 대선 빚 갚아라”

    “반성하고 민주당으로 원대복귀하라.”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이 5일 대선빚 논란과 관련해 ‘노구무언(盧口無言)’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며 또다시 특유의 독설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에서 제기되고 있는 합당론에 대해 강력한 반발도 했다. 유 대변인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없어질 모래시계 정당이고 시한부 정당인데, 우리가 뭐하러 합당해서 함께 죽겠느냐.”라면서 “당 깨고 분당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합당 얘기를 하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 대선빚’ 논란과 관련해서는 “대선빚 44억원은 노 대통령을 만드는 데 쓰인 돈”이라면서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이 가타부타 말이 없다.”라고 화살을 노 대통령에게로 돌렸다. 여당 일각의 변제 움직임에 대해서는 “열린우리당 쪽에서는 갚아주겠다는 말은 가끔 하는데 실제로는 1원 한푼 돈 구경을 못했다.”면서 “말이 아니고 행동으로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당·정 안정’ 文여나

    ‘당·정 안정’ 文여나

    지난해 열린우리당은 안온하지 못했다. 검증되지 않은 리더십은 초선 위주의 미숙한 거대여당을 뒤뚱거리게 했고, 결과는 ‘4대 입법’의 표류로 귀결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정분리를 역설했지만, 현실은 당정분열로 나타났다. 김혁규 총리 지명 논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논란 등으로 당과 청와대는 얼굴을 붉혔다. 2일 뽑힌 문희상 신임 의장은 이런 내환(內患)을 치유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아직 조심스럽긴 하지만, 구조적으로 당이 지난해보다는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일 것이란 낙관이 지금으로선 우세하다. 무엇보다 청와대와의 불협화음이 줄어들면서 정책적으로 안정성을 보일 것이란 기대가 높다. 문 의장은 노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 출신으로 ‘노심(盧心)’을 가장 잘 읽는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2등으로 상임중앙위원이 된 염동연 의원도 대통령의 최측근이고, 한명숙 상임중앙위원은 노 대통령 밑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냈다. 지도부 5명중 3명이 전형적인 ‘친노(親盧)’ 인사로 채워짐에 따라, 당은 지난해보다 일사불란하게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집권 3년차를 맞아 남북정상회담과 북핵 해결, 경제회생 등 ‘업적 만들기’에 몰두해야 하는 노 대통령한테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대야관계 실용 코드 흐를듯 문 의장의 풍부한 정치경륜과 노련한 정치감각도 당이 중심을 잡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의장은 이념이나 계파색이 옅어 당내 갈등을 조정하는 데 무리가 적을 것이란 관측이다. 따라서 정동영계니, 김근태계니 하는 권력투쟁도 노골적으로 불거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이번 경선에서 문 의장은 정동영계로부터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정동영 장관의 직계가 아닌 데다 대통령을 뒷받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특정 계파에 확 쏠리기에는 한계가 있는 형편이다. 야당과의 관계도 지난해보다는 안정적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문 의장과 염·한 상임중앙위원, 정세균 원내대표 등이 이념보다는 실용, 대립보다는 상생을 선호하는 성향이기 때문이다. ●정동영·김근태계 계파갈등 불씨 남아 하지만 낙관은 여기까지다. 경선 과정에서 ‘선명한 개혁노선’을 주장한 장영달·유시민 상임중앙위원 등이 비타협적 목소리를 강하게 낸다면 당은 다시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유 위원은 정동영계에 선전포고를 해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계파간 갈등이 재연할 소지는 다분하다. 만일 문 의장이 개인적으로 ‘정치적 욕심’을 낸다면, 다른 대권주자들로부터 견제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가시적인 고비는 4월 임시국회에서의 개혁입법 처리 상황과 4월·10월의 국회의원 재·보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매끄럽게 정리되지 못할 경우, 문 의장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지 말란 보장도 없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사설] 재확인된 盧대통령의 독도 의지

    청와대가 어제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에게 드리는 글’이 나오기까지의 과정과 일본이 독도를 침탈한 역사적 배경 등을 상세히 설명한 것은 시의적절한 행동이었다고 우리는 평가한다. 노 대통령이 지난 23일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새로운 형식으로 강력한 독도 수호 의지를 밝힌 뒤로 우리 국민은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서는 ‘외교전쟁’을 운운한 것이 지나치지 않으냐는 둥 대통령이 외교문제에 마지노선을 그으면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는 둥 논란을 벌여왔다. 그 결과 국민 사이에 알게 모르게 불안감이 조성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배경 설명에서 노 대통령의 진심과 결정 과정이 공개됨으로써 그동안의 우려는 말끔히 씻겨나가리라고 우리는 기대한다. 우리는 또 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 돌발적이지도, 감정적이지도 않았다는 사실에 동의한다.3·1절 치사에서 일본의 양식에 호소하는 메시지를 보낸 뒤 ‘신 대일(對日) 독트린’과 ‘국민에게 드리는 글’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는 물론 관계장관 회의, 수석·보좌관 회의, 전직 일본대사 면담 등 치밀하고 광범위한 의견 수렴이 확인된 것이다. 러·일전쟁에 따른 대한제국 말기의 혼란을 틈타 독도를 침탈한 사실을 일본내 일부 세력이 부인하는 데 대해서도 역사적 배경을 설명한 것 또한 명쾌하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이 직접 의지를 표명한 까닭이 “결코 흥정할 수 없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원칙”이기 때문임을 재확인해 주었다. 일본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독도 문제는 ‘한·일관계보다 상위’라는 우리 입장은 교섭 대상이 아닌 것이다.
  • [옴부즈맨칼럼] ‘열린 민족주의’를 키우자/염희진 성균관대신문 前 편집장

    지난 16일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과 후쇼사판 역사교과서 왜곡 등 ‘일본발 쓰나미’로 한국은 반일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올해는 한·일수교 40주년, 광복 60주년, 을사조약 체결 100주년이라는 역사적 상징성을 갖는 해이다. 따라서 올해 일본과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는 앞으로 한·일관계의 향방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시마네현의 ‘독도의 날’ 제정 조례안 상정 및 통과를 계기로 불거진 한·일간의 영토·역사 분쟁은 ‘한·일 우정의 해’라는 구호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일본의 계속된 ‘망언과 도발’, 그리고 한국 정부의 ‘신(新)대일독트린 선포’는 양국의 관계를 타협이 불가능한 극단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현실을 다루는 언론보도는 민족감정과 애국심을 부추기는 행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격분하여 일장기를 태우는 시민들의 사진, 일본을 맹비난하는 선정적인 기사 등 반일을 넘어선 혐일(嫌日) 이미지를 여과 없이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도 또 다른 극단을 달리고 있는 셈이다. 차근차근 사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책임있는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같은 ‘감정의 과잉’이 수용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 한달 동안 끊임없이 불거진 일본 관련 이슈에 대해 서울신문은 비교적 차분한 목소리를 냈다.“일본의 식민지배는 축복”이라는 한승조 교수의 기고문 파문에서 촉발된 대학 내 친일 청산 움직임에 대해서도, 친일 청산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시각과 조사기간이 짧고 검증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우려를 함께 보도했다. 또 일본을 대하는 데 있어 절제하되 일관되고 치밀한 대응을 주문하는 칼럼도 돋보였다(3월25일자 ‘대국적·대양적 시각이 필요하다’,3월24일자 ‘대일분노 무엇을 남길 것인가’,3월23일자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포커페이스). 하지만 한·일 어업협정 폐기 요구, 마산시의회의 ‘대마도의 날’ 제정, 국회가 쏟아놓는 각종 대일 정책, 정부의 신(新)대일 독트린 등에 대한 ‘다른’ 시각은 부족했다. 극단적 반일 정서와 맹목적 민족주의에 기대어, 이를 자성적으로 바라보는 목소리도 작았다. 한·일 어업협정 폐기 주장의 경우, 협정 폐기가 독도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국제사회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학계의 비판 역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서울신문은 어업협정 폐기 주장을 비중 있게 다룬 반면(3월19일자 ‘중간수역 독소조항…한·일어협 갱신해야’),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정치권의 이슈로 단순하게 보도했다. 거시적 관점을 가지고 일본을 바라보는 기획이 부족했던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그때그때 터져 나오는 사안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닌 과거, 현재, 미래의 한·일관계에 대한 방향타를 설정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이 없었다. 냄비근성으로 인해 또다시 독도와 역사교과서 문제가 국민의 관심 밖으로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언론은 긴 호흡을 가지고 문제제기를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서울신문이 후원한 한·일 수교 40주년 세미나 관련 기획(2월19,21일자)은 더욱 돋보인다. 두 회에 걸쳐 보도된 이 기획은 민족에 함몰돼 ‘일본은 무조건 악, 한국은 선’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비판했다. 일본은 동북아 시대를 함께 이끌어나갈 협력자라는 점에서 일본에 대한 객관적이고 ‘사심 없는’ 연구는 필요하다. 또 지난해에 다루었던 일본 역사교과서 관련 기획(12월24일자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실체와 해법은’)은 국정교과서 체제 후 경직된 한국 역사교육을 비판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하다. 상생을 위한 열린 서술을 주문하고 비판과 자성을 통해 건전한 대안까지 제시한, 바람직한 기획이었다. 언론은 한쪽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다루는 ‘확성기’가 되기보다 여러 주장들을 논란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즉흥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는 일시적인 감정의 분풀이는 될 수 있어도 내실 있고 장기적인 대안을 내놓지는 못한다. 배타적 민족주의가 아닌, 열린 민족주의를 키우기 위한 언론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염희진 성균관대신문 前 편집장
  • [사설] 한일 정상회담 목표가 분명해야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금년 상반기에 예정대로 한·일 정상회담을 가질 뜻을 밝혔다. 앞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가까운 시일내에 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싶다.”고 언급했다. 양국 관계가 경색되어 있지만 정상간 만남을 기피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의례적이거나 견해차를 확인하는 회담이라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분명한 목표를 갖고 치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지금 현안은 독도 문제다. 양국 정상이 만나 평행선을 달리는 결과가 나오면 한국으로선 오히려 손해다. 우리 땅을 갖고 왜 다른 나라와 영유권을 논의하는가. 자칫 국가정상 수준에서 논란이 있었다는 기록만 남을 수 있다. 독도 문제가 정상회담 의제가 되려면 일본측의 양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조례 폐기 등 구체적 조치가 나와야 한다. 최소한 영유권 주장을 자제하겠다는 다짐이라도 받아내야 할 것이다. 일본은 여전히 유감스러운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 아가와 나오유키 워싱턴 주재 일본 공보공사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강변했다. 주한 대사의 서울 망언에 이어 국제외교의 중심인 워싱턴에서 또다시 억지주장을 되풀이했다. 시마네현의 망동에 일본 중앙정치 관계자가 구상단계부터 개입했다는 증거들도 나오고 있다. 정상회담에 앞서 일본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감행되고 있는 독도 도발을 중지해야 한다. 워싱턴포스트 기고 파문처럼 일본에 선제공격을 당하고 뒷북 대응하는 식이어선 곤란하다.“정상회담이 열리면 일본측이 뭔가 내놓겠지.”라고 안이하게 접근하면 안 된다. 지난해 7월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과거사문제를 공식 의제나 쟁점으로 제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때의 선의가 최근 분란의 한 원인이 됐음을 명심해야 한다. 새달초 우익 역사교과서 검정 결과 등을 지켜보면서 일본 정부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정상회담을 추진하되, 서두를 일은 아니다.
  • 국가 주도 사립대 개혁 ‘플랜’ 마련

    25일 교육부가 청와대에 보고한 업무계획을 살펴보면 대학 구조개혁은 물론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개혁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교육개혁 전반에 대해 언급하며, 김진표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 부총리 취임 이후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대학 구조개혁은 ‘국립대로 사립대를 유도한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2007년까지 50곳에 이르는 국립대를 35곳으로 통·폐합하겠다는 구체적인 일정이 나온 것이다. 교육부는 국립대부터 모범을 보여야 사립대 구조개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립대 8곳 곧 통폐합 완료 김 부총리는 “국립대 가운데는 너무 규모가 적고 특성화되어 있지 않은 학과와 대학이 많아 경쟁력과 역할 면에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국가가 재정을 지원해주는 상황에서 시장논리에만 맡기는 자발적인 구조개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노 대통령도 “대학 구조조정은 효율성을 따져 국가가 나설 부분은 지원하고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표 수치인 15곳도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구조개혁 방안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교육부는 당초 2009년까지 전체 347개 대학 가운데 국립대 8곳과 사립대 79곳 등 전문대 41곳을 포함해 87개대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문을 닫는 국립대 수가 3개월 만에 8개에서 15개로 배 가까이 늘어났다. 교육부의 계산법은 이렇다. 당장 통합논의가 구체화돼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곳이 4쌍(8개대). 경상대와 창원대, 충남대와 충북대, 강원대와 삼척대, 충주대와 청주과학대가 통합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현재 양해각서 체결을 준비 중인 곳이 부산대와 밀양대, 경북대와 상주대, 군산대와 익산대, 전남대와 여수대 등 4쌍(8개대)이다. 이것만 계산해도 국립대 8곳은 조만간 통·폐합 과정을 거쳐 문을 닫는다는 것. 여기에 권역별로 중심되는 대학과 특성화 대학으로 발돋움하려는 대학을 제외하면 충분히 15곳은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경쟁력 갖춘 특성화大 브랜드화 김 부총리는 그러나 구조개혁의 최종 목표에 대해서는 “숫자가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대학 경쟁력과 질을 높이는 것이 목적인 만큼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가 제시한 국립대 통·폐합 기준은 두 가지다. 권역별 핵심역량을 갖춘 대학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특성화 대학만 키우겠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억지로 끌어안고 있는 국립대는 과감히 통·폐합하고 지역별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특성화대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나갈 수 있도록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도 “균형발전의 핵심은 대학으로, 지방대가 지역발전의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며, 구조조정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방향을 분명히 했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의학·법학·경영 전문대학원 설립에도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이들 분야를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문민정부의 교육개혁안에도 반영됐지만 실패했다. 반드시 도입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사설] 대통령 메시지 일관성 있어야

    외교관들에 따르면 역대 집권자 중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외활동에서 정해진 의전을 가장 잘 따랐다고 한다. 뒤를 이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담판외교’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참모진이 사전에 짜놓은 내용을 무시하고 심대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외교적 언급을 불쑥 하곤 했다. 정상회담 자리에서도 상대국과 미리 조율되지 않은 발언을 자주 함으로써 직업 외교관들을 긴장시켰다. 노무현 대통령은 ‘YS형’이다. 돌출식 외교로는 얻을 게 없다는 일각의 지적이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다. 외교관들은 분쟁 격화를 피하려 한다. 논란없이 국익을 극대화하면 좋겠으나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어림없는 일이다. 적당한 긴장·갈등은 필요하다. 외교관들의 관점을 넘어 대통령이 승부사 기질을 보여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독도 등과 관련, 일본에 강경비난을 퍼부은 뒤 대내외 파장이 엄청나자 수위조절을 하는 느낌이다.“외교전쟁을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진화를 시도했다. 국민들은 국가통치권자가 직접 일본을 몰아붙일 때는 제2, 제3의 후속조치가 마련됐다고 믿는다. 경제가 어려워지더라도 일본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기개를 곧추세운 국민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언론이 조금 앞서 나갔다.”고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해 보인다.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자칫 일본에 ‘국내용이 맞구나.’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YS의 정상외교는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함께 이룬 나라의 자존심 발현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에 이어 IMF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그런 장점은 날아가버렸다. 노 대통령과 외교참모들은 YS사례를 철저히 연구해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우리는 YS의 실패원인을 사전준비 미흡과 일관성 결여 탓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외교 승부수에 앞서 청와대·내각이 모두 참여하는 내부토론이 필수적이며, 승부수가 던져지면 정교한 실행 프로그램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 [라이스 美국무 방한] 라이스 “독도관련 말조심해야 한다고 들었다”

    [라이스 美국무 방한] 라이스 “독도관련 말조심해야 한다고 들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우방국으로 어느 한편의 입장을 들 수는 없다. 한·일간의 원만한 해결을 기대한다.” 20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장관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오찬에서 제시한 ‘독도’ 해법이다. 반 장관이 독도에 대한 사실관계를 설명하자, 라이스 장관은 “독도문제는 말조심해야 한다고 들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앞서 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동북아 평화구축에서 역내 제반 장애요인(일본의 독도 및 과거사 왜곡)에 대해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는 노 대통령의 제안에도 “잘 알았다.”고 언급했다. 라이스 장관의 ‘독도’ 문제에 대한 인식은 중립을 표방하는 것 같지만 일본측의 주장에 무게중심이 실린 발언으로 이해된다.“한·일 양국이 잘 해결하길 바란다.”는 라이스 장관의 언급은 독도의 ‘분쟁지역화’를 통해 국제적인 논란을 원하는 일본측의 인식과 맥을 같이 하는 듯한 모양새를 띠고 있다. 정대화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독도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끓고’ 일본은 ‘조용’한데 (한국이)잘 정리해달라는 의미이며 중립을 가장한 비우호적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적어도 미국이 이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기대한다면 ‘독도에 대한 한국의 노력을 관심있게 본다.’든지 ‘한국민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정도로는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도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인식은 라이스 장관이 지난 19일 일본 조치(上智)대학 강연에서 일본의 유엔 상임이사국 지지를 공개 천명한 배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지난 2001년 9·11 테러직후 부시 정권의 대외노선이 ‘군사안보 강화’로 기울면서 미국과 긴밀한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측으로서는 평화헌법 개정 등 국가주의 강화를 불러 일으키는 대외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KBS ‘추적60분’ 22년의 발자취

    KBS ‘추적60분’ 22년의 발자취

    KBS2TV 시사프로그램 ‘추적60분’(매주 수요일 오후 11시5분)이 16일로 방송 700회를 맞는다. 지난 83년 3월5일 첫 방송 이후 22년 만에 쌓아 올린 금자탑이다. 제작진은 방송 700회를 기념해 그간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2부작 특집을 마련했다. 16일 방송되는 제1부 ‘22년간의 기록-시대를 말한다’에서는 ‘추적60분’이 그동안 기록해 온 시대상을 대형 이슈별로 정리·분석한다. 또 프로그램을 거쳐갔던 사건 당사자들을 추적해 아직 진행형으로 남아 있는 사건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제작진은 월드컵 4강의 영웅 히딩크 감독, 병역비리에 연루됐던 김대엽씨, 고문 논란에 연루돼 있는 정형근 의원 등을 만나 본다. 현재 네덜란드 프로축구팀 ‘PSV에인트호벤’를 지휘하고 있는 히딩크 감독은 ‘추적 60분’ 제작진에게 월드컵 당시 당시 뒷이야기를 공개하면서,“월드컵에 한번 더 참가하고 싶으며, 한국을 다시 찾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노 대통령 탄핵 1주년을 맞아 지난 16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탄핵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한다. 고문 논란에 연루돼 그동안 일절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던 정형근 의원을 만나 그간의 심경도 들어봤다. 특히 지난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다가 수사관 사칭 혐의로 구속기소돼 1년 10개월의 형을 선고받고 지난 10월 석방된 김대업씨와도 인터뷰를 했다. 23일 방영될 제2부 ‘추적60분을 추적한다’를 통해서는 프로그램 제작의 이면에 숨겨진 못다한 얘기들을 정리해 보여준다. 또 탐사보도의 영향력을 알아보고 시사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를 되짚는 시간도 갖는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盧대통령 “주한미군 동북아분쟁 개입 반대”

    盧대통령 “주한미군 동북아분쟁 개입 반대”

    노무현 대통령은 8일 주한미군이 ‘우리의 의지와 관계 없이’ 동북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10년내 작전권을 가진 자주군대로 발전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조건부 인정과 한국측 의사 우선존중 원칙을 비롯, 동북아시아 균형자로서 우리 군의 역할, 자주국방역량 강화 등 참여정부의 ‘국방 3원칙’을 천명했다. 노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점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공군사관학교 제53기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해 “최근 일부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를 둘러싸고 여러가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이는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문제”라면서 “분명한 것은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우리 국민이 동북아시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언급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즉, 주한미군의 광역기동군화를 의미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긴 하지만 그 범위는 한반도 안보공백을 초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은 9·11 이후 해외 주둔 미군을 경량화·신속화·기동화해서 새로운 위협에 대처한다는 미국의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의 핵심 개념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주한 미군을 이라크로 빼는 것은 가능할 지라도, 동북아지역의 분쟁에 투입하는 것은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개념을 처음으로 인정하면서, 동북아지역을 예외로 하는 제한성을 두고 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진행될 한·미 안보전력구상(SPI) 회의에서는 주한미군의 한반도 이외지역 차출시 양국이 사전협의하거나 통보하는 문제가 적극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10년 안에 스스로 작전권을 가진 ‘자주 군대’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언급은 종국적으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박정현 조승진기자 jhpark@seoul.co.kr
  • 이총리 “개헌논의 내년 하반기 적절”

    이총리 “개헌논의 내년 하반기 적절”

    이해찬 국무총리는 3일 정치권의 개헌 논의와 관련,“개인적으로도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해 4년 중임제를 포함한 개헌 추진에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총리는 이날 중진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지금 당장 개헌논의를 시작하게 되면 참여정부 임기를 3년이나 남겨 놓은 시점에서 대선분위기로 가게 돼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내년 지방선거가 끝난 뒤 각 당이 대선 준비에 들어가는 하반기부터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가 개인적 견해를 전제로 했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두터운 교감을 형성하고 있는 데다 열린우리당은 물론 한나라당 내에서도 개헌 필요성을 잇따라 제기하는 상황이어서 향후 개헌론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 총리는 토론에서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우리가 병폐를 많이 겪었고,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4년 연임제로 하거나 다른 형태로 바뀌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어 “개헌안의 내용은 복잡한 것은 아니며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라며 “다만 올해 개헌논의가 시작되면, 정치권 전체가 대선 분위기로 가게 돼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중요한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대해 “앞으로 (공직후보가)2,3명으로 압축되면 본인의 동의를 얻어 재산관계나 금융문제 등 개인정보를 확인해 볼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대일 배상협상 발언에 대해서는 “정부간 협상은 한·일협정을 통해 한 단계 매듭지어졌으나 피해자 개인의 보상청구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고, 앞으로도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일본도 반성할 것은 반성하면서 한국에 대해 성실하게 임해야 하며,(서로) 발언표현에 집착하고 이로 인해 감정이 상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총리는 기조발언을 통해 “(사회) 양극화를 완화하고 동반성장을 추진하는 것은 모든 계층, 지역, 기업을 위한 것이자 고성장-고분배의 선순환을 위한 것”이라며 “상위계층, 대기업, 수도권 등 좀더 앞서가는 쪽이 양보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경제 때문에? 청와대, 이헌재 부총리 ‘재신임’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면서 사퇴압력을 받아온 이헌재 경제부총리에게 노무현 대통령이 2일 일단 재신임을 보냈다. 청와대는 이날 김우식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서 경제가 이제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마당에 이 부총리가 할 일이 많다면서 “이 부총리가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국민과 언론의 이해와 당부를 구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더 이상 이 부총리를 흔들지 말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청와대의 이런 입장에는 노 대통령의 의지와 판단이 반영돼 있다고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언론사 간부들과 오찬약속을 취소하는 등 사흘째 공식 일정을 취소한 터였다.1일엔 3·1절 기념행사에 불참하고 국회의원들과 골프를 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달 28일엔 국무회의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부총리는 노 대통령이 신임을 보낸 2일 오후부터는 일정을 재개했다. 이 부총리가 오후에 국회를 찾아 법안처리를 당부했다고 재경부는 설명했다.3일 오전에는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에게 재경부 업무보고를 할 예정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 부총리에게 신임을 보낸 방식은 매우 특이하다. 노 대통령의 직접적인 의사표시가 아니라 김우식 비서실장 주재 회의라는 형식을 빌린 점이나, 느닷없이 지난해 이 부총리가 사의를 표시한 사실을 공개한 점이다. 김종민 대변인은 “이 부총리가 지난 연말 사의를 표시했으나 경제가 어려워 여지껏 만류해 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신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에는 부동산 투기의혹에 부정적인 기류도 존재한다. 한 고위관계자는 이 부총리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이기준 교육부총리 파문’보다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3일 업무보고를 마친 뒤 과천청사에서 기자브리핑을 가질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 부총리의 브리핑 때까지는 이 부총리에 대한 평가를 자제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부총리가 브리핑에서 어떤 얘기를 할지가 주목된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서울광장] 한국경제에 봄은 오는가/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한국경제에 봄은 오는가/우득정 논설위원

    지난 1월 신용카드와 백화점, 그리고 상용차의 매출이 늘어나고 2월에는 주가가 1000포인트를 넘나들면서 정책 당국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붙기 시작했다. 대통령 경제보좌관을 지낸 조윤제 주영대사가 지난 24일 경제학회 공동학술대회에서 지난 2년간의 경기침체를 선진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구조조정과정으로 평가하면서 낙관론에 불을 지피고 나섰다. 다음 날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한술 더 떠서 “경기순환기의 하강 국면에 출범한 참여정부가 새로운 패러다임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식의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국회 국정연설에서 좋은 결과를 내놓지 못해 송구스럽다는 표현을 썼지만 경기 회복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경제 위기를 조장하는 세력이 있다던 과거의 어법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난 연말과 올초 실용주의 노선을 천명하면서 경제에 ‘올인’하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보이던 것과도 대비된다. 그렇다면 당국자들의 호언처럼 우리 경제는 살아나고 있는가. 고소득층의 소비심리와 경기선행지표 등 몇가지 소비 및 산업지표에서 호전의 기미를 보이는 게 사실이다. 특히 경제의 풍향을 가늠할 수 있는 주가가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올 들어 주식시장에 국내 기관과 개인의 돈이 16조원 이상, 외국인의 돈이 11조원 이상 유입됐다. 코스닥시장은 과열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빠르게 달아올랐다. 불씨가 주식시장에서 시작된 것이다. 전통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발행시장의 호황은 유상증자 등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을 부추긴다. 조달된 자금이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가계소득 및 소비 증가로 이어지면 경제는 탄력을 받아 상승곡선을 내닫는다. 이것이 지난 2년동안 간절히 바라던 경제회복의 선순환구도다. 하지만 섣부른 낙관론에 회의적인 경제학자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아직까지는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점치기에는 무리라는 견해가 많다. 지난 2년 동안 신용불량자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이 동원됐지만 가계부채 조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지속되리라는 전망이다. 체감경기의 지표인 개인 소비가 당분간 늘어날 여력이 없다는 뜻이다.1월 들어 다시 치솟은 실업률도 부담이다. 코스닥시장이 흥청거린다지만 기존의 정보기술(IT)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그들만의 잔치일 뿐이다.IT업종의 고용이 별로 늘어나지 않은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주가가 치솟고 있다지만 기업들이 발행물량을 늘릴지도 불분명하다.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보다는 안정적인 주가관리에만 매달릴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 정부가 남긴 가계 위기를 뒤치다꺼리 하는 과정에서 경제 외적인 이념논리가 끼어들면서 기업의 심리를 극도로 위축시킨 탓이다. 부동산 투기억제책이나 재정 확대책 등에서 보듯 초강수 고단위 정책들도 경제의 흐름을 가로막는 혈전(血栓) 구실을 한다. 설 연휴를 앞두고 불거진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 환율의 급격한 하락,24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유가(중동 두바이유 기준) 등 대내외 변수도 언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지 모를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경제운용의 큰 틀도 여기에 맞추어 바꿔나가야 한다. 지난 2년간 수차 논란이 됐지만 무엇보다 먼저 편가르기식의 이중잣대부터 버려야 한다. 또 문제만 계속 제기할 것이 아니라 이젠 하나씩 매듭짓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그래야만 정책 혼선에 따른 소모전을 막을 수 있고, 정책의 신뢰도도 높일 수 있다. 특히 여권은 경제주체의 마음을 다독이는 심리치료에 적극 나서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어렵게 지핀 불씨를 현상유지하느냐, 활활 타오르게 하느냐는 노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에 달렸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서울광장] 정권 재창출 계획 없어야 성공한다/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정권 재창출 계획 없어야 성공한다/이목희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은 5년 단임으로는 4번째 집권자다. 전임 3명의 정치 궤적을 보면 섬뜩하리만치 유사점이 많다. 앞선 대통령이 잘못 간 길을 뻔히 보았으면서 또다시 그 길을 가곤했다. 한두번만 더 되풀이된다면 세계사에서 찾기 힘든 정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취임 초기에는 나름대로 국민적 인기를 업고 변화와 개혁을 추진한다. 임기 중반을 넘기면서부터 후계 갈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퇴임 이후를 보장받기 위해 후계자 교통정리, 정권 재창출에 집중했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개헌을 추진해봤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막판에는 대선자금 논란과 측근 및 친인척 비리로 인기가 떨어져 여당에서도 배척받는 존재가 되었다. 결국 당총재직을 내놓고, 이어 탈당하는 수순을 밟는다. 마지못해 중립내각을 구성, 대통령선거에서의 영향력은 어디서도 없었다. 노 대통령이 어제 취임 두돌을 맞았다. 지난 2년에 대한 비난이 만만치 않다. 비판은 경제·남북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정치 일정을 떼어 생각한다면 어느 정권보다 희망이 있다는 역설이 가능하다. 집권 후반기에나 있음직한, 험한 양상이 이미 벌어졌다. 대선자금 수사, 측근 비리, 바닥 인기에다가 탄핵소추까지 경험했다. 당정분리를 내세워 여당 총재직도 맡지 않았다. 이전 정권에서 5년 동안 이뤄진 정치과정의 80%가 2년만에 압축적으로, 또 앞당겨 진행된 셈이다. 과거 예에 비춰 이제 남은 과정은 후계창출 계획과 실패, 당적 이탈, 중립내각이다. 이것까지 채워 전임자의 정치궤적을 그대로 따르느냐, 아니면 신세계를 개척하느냐를 선택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정당은 정권창출이 목표인 조직이다. 단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청와대는 다르다. 청와대가 임기 이후를 염두에 두기 시작하면 정국이 하염없이 꼬인다. 대통령은 특정 정파의 수장이라기보다는 국가 전체를 아우른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과거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돌아보자. 정권이 재창출됐다고 해서 본인과 측근들이 편하게 지냈는가. 재임때의 행적이 옳으면 평가받고, 잘못이 있으면 법의 재단을 받는 것이다. 어떤 후임자도 전임자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후계구도 정리문제도 그렇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을 대선후보로 지원한 것은 퇴임 후를 고려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감옥까지 갔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중에는 후계자를 만들 듯하더니 결국 손을 놓고 말았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제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을 열어야 한다. 검찰·국정원 등 권력기관을 자유롭게 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줄인 정도로는 한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한다. 임기중에 정권 재창출, 후계구도에 연연하지 않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실현되면 정국 양상은 완전히 바뀐다.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어려워하는 리더십이 생길 수 있다. 집권 3년차 정치행보를 열린우리당 당적을 이탈하는 것으로 시작하면 어떻겠는가. 정권 말기에 밀려서 당을 떠나는 모양과는 180도 다르다. 파격적 정치카드를 능동적으로 던진다면 정국을 어떤 모양으로든 만들어갈 이니셔티브를 쥐게 된다. 여기에 더해 야당 성향의 인사들을 몇명이라도 장관에 기용하면 거국내각의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과거 정권 5년의 정치일정이 일거에 소화되고, 이후는 그야말로 정치 신천지가 전개된다. 명분은 경제매진도 있고, 북핵 등 한반도 안보정세도 있다. 대통령이 특정 정당의 대표자가 아니라는 인식을 확고히 준다면 이번에는 개헌이 가능하다고 본다.4월 재·보궐선거 이후 여당이 과반수를 유지하기 위한 전술적 연정 차원을 넘어서는, 밑바닥에서부터 정치판의 재정리를 선도할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盧대통령 취임2돌 국회연설] 국정연설 뭘 담았나

    [盧대통령 취임2돌 국회연설] 국정연설 뭘 담았나

    25일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두 돌 국정연설에서는 자신감이 묻어난다는 평가다. 노 대통령은 “많이 느끼고 많이 배웠다고 생각한다. 좀더 깊어지고 좀더 넓어지고자 노력했다.”고 집권 2년을 되돌아봤다.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데 이론이 없는 듯하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많이 느끼고 배워… 더 깊고 넓어질것” 노 대통령은 구체적이고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남은 3년 동안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제시한 목표는 선진한국이고, 선진한국의 양대 축으로 경제와 부패 청산을 제시했다. 정부가 해야 할 일로는 부동산 가격 안정과 고유가, 환율, 양극화, 중소기업 회생 등을 꼽았다. 노 대통령은 선진한국으로 가려면 정부의 노력과 함께 사회 전체가 선진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패­과거사 청산도 선진의 한축이다 정치권은 지역 대결이라는 감정 싸움을 하루빨리 종식시켜야 하고, 지역구도 해소를 위해서라면 국회의원 수를 늘릴 수도 있다고 밝힌 대목은 최근 내각제 개헌 논란과 관련해 주목된다. 언론과 시민단체를 향한 호소와 당부도 잊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언론이 많이 변하기는 했지만 선진 언론이 되기 위해선 좀더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는 저항적 참여보다는 대안을 내놓는 창조적인 참여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언론 많이 변했지만 아직 부족하다 선진 한국으로 가려면 과거사 진상규명도 빠뜨릴 수 없는 과제임을 분명히 했고, 최근 협상이 진행중인 북한 핵문제는 언급을 자제했다. 하지만 연설에 들어갈 때와 마무리할 때 수미상관식으로 북핵문제를 거론해 관심과 고민을 보여줬다. 노 대통령은 국민연금·비정규직 등의 정책에 대해 공직사회를 질책하면서 참여정부의 과제로 꼽았다. 노 대통령은 30년 동안 추진한 지역간 균형발전·수도권 과밀억제 정책과 중소기업정책은 진실성도 책임감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2년 동안 가장 절실하게 느낀 것은 정부가 진실되게 말하고 책임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진실된 자세와 책임으로 새로운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1 경제분야 노 대통령의 경제분야 화두도 단연 ‘선진’이었다. 지난 연두회견에서도 강조한 ‘선진 경제’를 이루기 위한 정책 과제로 ▲기업지원 서비스 ▲고급 서비스산업 ▲레저·문화산업의 발전 ▲선진통상국가 도약 등을 제시했다. 먼저 노 대통령은 기업지원서비스산업이 발전해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이를 위해 필요한 분야로 금융·법률·회계·연구개발·정보기술(IT)·컨설팅 등을 꼽았다. 이어 고급 소비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유학비로 70억달러, 의료비로 10억달러가 해외로 새나간 현실을 지적하고, 교육·의료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합소비산업인 문화·관광·레저산업의 중요성도 덧붙였다. 내수 진작과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는 논리에서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 서남해안에 대규모 기반시설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선진경제를 위한 마지막 관문으로 ‘선진통상국가’ 도약을 들었다. 그 논거로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 1년 동안 긍정적 효과가 있었음을 들었다. 또 농어민 대책을 병행,‘개방 후유증’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2 정치·부패청산 노 대통령은 정치분야에서 선진한국으로 가는 방안으로 ▲포용과 상생 ▲지역주의 극복 ▲부정부패 근절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선진 정치에 대해 “민주정치의 요체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라고 규정하고 “정쟁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하고 대화하고 타협하고 규칙에 따라 경쟁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정치”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지역주의를 독재정치의 유산으로 규정하면서 “지난 4·15 총선에서 지역별 의석은 지역별 득표수를 반영하지 못했고, 특히 각당이 불리한 지역에서 받은 득표는 의석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선거구제도가 지역주의를 오히려 강화한 것으로 국회의원 수를 늘려서라도 지역구도를 해소할 수 있다면 반드시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같은 언급은 중대선거구제나 내각제 도입 문제로 이어져 개헌 논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부패근절과 관련해 “돈으로 만드는 부정의 고리, 연고에 의한 유착을 해소해야 한다.”면서 “어려운 문제이긴 하나 적어도 돈으로 하는 부정부패는 제 임기동안 확실히 해소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3 北核문제 대통령의 연설은 북핵으로 시작됐다. 복잡하고 긴박했던 북핵 문제를 빗대 취임 즈음의 어려웠던 분위기를 대변한 것이다.“선거 중에 북한의 우라늄 농축 의혹사건이 터지고, 미국은 중유공급을 중단했습니다.…저의 한마디 한마디는 갖가지 추측과 해석으로 여러 파장을 일으키는, 참으로 불안한 출발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연설의 마지막도 북핵이 자리했다.‘현재의 어려움’으로 거론된 것이다.“북핵 문제로 걱정이 크실 것입니다. 미처 예측하지 않았던 상황이 발생하기는 했습니다만….”이라고 운을 뗐다. 지난 2월10일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 이후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으로는 처음이며, 가장 자세하게 다룬 것이다. 향후 대응 방침과 함께,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도 확인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근본적인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라 일관된 원칙에 따라…, 유연성을 가지되 원칙을 잃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각종 대북 정책은 상황에 따라 다소의 변화를 가미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말미에는 “외교 당국자들에게 할 말은 하고 따질 것은 따지라고 한다.”는 말로 ‘주도적 역할’을 견지할 뜻을 거듭 재확인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참여정부 2년] 盧대통령 지지율 75 → 23 → 62 → 30% 변화

    [참여정부 2년] 盧대통령 지지율 75 → 23 → 62 → 30% 변화

    기대가 컸던 탓일까.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초기와 탄핵정국을 제외하곤 고전의 연속이었다.2년 동안 민감한 현안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돌출, 노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했다.2003·2004년 모두 초반엔 비교적 높은 지지율로 출발했다. 그러나 연말에 가서는 연초 지지율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곤두박질치는 등 ‘용두사미’의 형국이 반복됐다. ●취임초기·탄핵정국 빼곤 고전의 연속 노 대통령 당선 직후 국민 90% 이상이 ‘국정수행을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70%를 웃돌며 참여정부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이것은 절정이었고,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5월 미국방문 활동을 두고 친미적 굴욕외교 논란이 일면서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취임 3개월이 지나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선 지지율이 60% 아래로 떨어지면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생수회사 및 노건평씨 땅 문제, 그리고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 파문이 연이어 터졌다. 청와대는 6월 말 실시한 자체 조사 결과에서 지지율이 41.5%까지 떨어지자 위기감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지지율이 바닥을 쳤다.”면서 자위했다. 그러나 지지율은 날개 없는 비행기처럼 추락했다. 특히 양 전 부속실장 파문은 도덕성을 앞세운 참여정부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8월 여론조사에서는 취임 초 지지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9%를 기록,‘마지노선’이라고 여겨졌던 30%선이 위협받았다. 하반기에도 악재는 멈추지 않았다.10월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비자금 수수의혹이 터졌다. 위기가 턱밑까지 왔다고 느낀 노 대통령은 10월13일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하면서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대선자금 10분의1 정계은퇴 발언’ 등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했다.12월 말엔 30% 아래도 떨어져 청와대는 충격에 휩싸였다. ●“경제올인 힘입어 지지율 상승세로” 고난의 1년을 보낸 노 대통령은 집권 2년차가 시작되자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탄핵정국으로 다시 치솟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개혁을 시도했지만 생각만큼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추락한 내수경기에 서민들은 개혁에 눈을 돌릴 여유를 찾지 못했다. 사건은 2월에도 터졌다. 노 대통령이 방송기자클럽 회견에서 총선을 겨냥, 열린우리당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기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선거법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3월12일 국회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면서 노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노 대통령에겐 전화위복이 됐다. 여론의 반발은 들불처럼 번져나갔고, 반대 급부로 지지율은 급상승했다.3월 말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선 취임 초기에 육박하는 62.8%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은 여세를 몰아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했다. 그러나 지지율은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다.6월 초 재보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참패는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했다. 이어 김선일씨가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10월엔 탄핵정국의 절반인 31.7%까지 내려갔다.10월21일 헌재의 신행정수도 위헌 결정 때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하반기 노 대통령의 해외순방 효과가 나타나고, 특히 12월8일 전격적으로 자이툰부대를 방문한 뒤 지지율 하락세는 둔화됐다. 올해 들어서는 경제에 올인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지에 힘입어 지지율이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준석 김준석기자 pjs@seoul.co.kr
  • 한나라 수도권의원 “반대 투쟁”

    한나라 수도권의원 “반대 투쟁”

    여야가 3년째 공방을 벌여온 신행정수도 후속대안이 23일 진통 끝에 최종 확정됐다. 여야는 이날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최대 쟁점인 행정부처 이전 범위를 놓고 논란을 벌인 끝에 국회 행정수도 후속대책 특별위원회가 제시한 12부·4처·2청 이전안을 추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반대론자들은 “이번 합의는 헌재의 위헌 결정 취지를 정면으로 부인한 정략적 야합”이라면서 “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시민단체·국민들과 연대해 반대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며 장외투쟁을 예고했다. ●“헌재 결정취지 부인한 정략적 야합” 행정기관 이전에 대한 수도권 민심이 앞으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수도 이전 반대 범국민운동’을 전개해온 한나라당 이재오·김문수·홍준표·안상수·박계동·전재희·고진화 의원 등 수도권 의원들은 “이번 합의는 헌재의 위헌 결정 취지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정략적 야합”이라며 “향후 국민과 더불어 수도 이전반대 범국민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장외투쟁’을 예고했다. 이들 의원은 이날 밤부터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서 철야 농성에 들어갔다. 수도권 의원들의 반대 투쟁에 일부 시민단체와 과천을 비롯한 수도권 주민들이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 수도 이전 논란은 장외로 옮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상시점 놓고도 여야 이견 여야 합의에 따라 이달 중 국회 본회의에서 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앞으로 시행과정에서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여야는 이날 합의에서 착공시기를 못박지 않았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늦어도 2007년에 행정기관 이전 공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나라당은 2007년 대선에 활용될 소지를 감안해 2008년 이후에 착공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보상시점을 놓고 열린우리당은 늦어도 올 연말부터는 보상에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한나라당은 내년 초 보상을 들고 있다. ●여야, 진통 속 극적 합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이날 합의안을 추인한 데는 양당 모두 나름의 절박한 이유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정부가 추진 중인 국토균형발전계획에 따라 이달 중 후속대책을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초읽기에 몰렸고, 한나라당은 충청권의 지지 민심 이반뿐 아니라 지도부의 리더십 흠집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양당은 국회에서 합의안을 도출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충청권 의원들이 당초 당론대로 16개 부처를 이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한나라당에서는 수도권 의원들이 행정기관 이전 자체를 강력 반대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국회 특위의 이전안을 놓고 치열한 찬·반 논란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해 표결까지 가서 가까스로 처리했다. 국회 특위의 열린우리당 간사인 박병석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반드시 추진돼야 할 일”이라며 “이번 합의는 지역균형발전과 수도권대책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김학송 의원은 “25일 노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국회 연설을 앞두고 여야가 상생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2월 국회에 앞서 박근혜 대표가 밝힌 ‘무정쟁 선언’에 무게를 뒀다. 전광삼 김준석기자 hi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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