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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로 ‘통신’도 안되는 해군-해경...안보 맡길 수 있나

    서로 ‘통신’도 안되는 해군-해경...안보 맡길 수 있나

    지난 16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는 한국해양전략연구소가 주관하고 해군과 해양경비안전본부가 후원한 광복 70주년 기념 ‘해군ㆍ해경 간 협력 증진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정호섭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한 해군 수뇌부와 홍익태 해양경비안전본부장 등 해군과 해경의 수뇌부가 총출동한 이 세미나는 행사명 그대로 해군과 해경의 협력 증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는데, 이날 전문가 발제와 토론을 통해 그동안 해군과 해경의 협력 관계에 상당한 괴리가 있었으며, 해경에게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상당한 고뇌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해군과 해경 사이의 통신 문제 일본이 교과서와 외교청서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도발을 이어가던 지난 5월, 정부는 공군과 해군, 해양경비안전본부 전력을 투입해 독도 일대에서 독도 방어 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에는 해군의 한국형 구축함과 호위함, 초계함 전력과 해경 경비함 10여 척과 항공기가 투입되어 입체적인 작전 능력을 과시했다. 이 훈련에서는 독도 수호 의지를 담아 건조했다는 5,000톤급 경비함 삼봉호를 비롯, 3,800톤이 넘는 구축함과 호위함, 각종 헬기와 초계기 등 입체 전력이 참가해 웅장한 모습이 연출되었는데, 이러한 웅장한 모습과 달리 이 날 투입된 해군과 해경 함정 사이에 제대로 된 통신체계나 지휘체계가 없어 제각각 움직인 것이라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16일 세미나에 참석한 신정호 해군본부 정보작전부장(준장)은 “해군과 해경 간 C4I(CommandㆍControlㆍCommunicationㆍComputer and Intelligence) 체계가 제한되고, 합동통신망 외 비화 통신망이 없으며, 음성 통신망의 도달거리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 부장의 말을 해석하자면 해군과 해경 사이에 실시간 정보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음성으로 이루어지는 통신은 외부에서 손쉽게 감청이 가능하며, 해군 함정과 해경 함정 사이에 일정 이상 거리가 벌어지면 무전이 안 통한다는 뜻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독도에서 일본과 마찰이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보자. 독도 앞바다에 나타난 일본 순시선은 한국 해군-해경의 동태를 감시한 정보를 자위대와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공동으로 대응 전략을 짤 수 있다. 일본 순시선과 호위함이 주고받는 통신 정보는 암호화되어 우리 해경이나 해군이 감청할 수 없다. 반면, 독도 앞바다의 우리 해경 함정은 해군이 레이더나 초계기 등으로부터 수집하는 일본 순시선과 군함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없다. 해경이 해군으로부터 적에 대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음성으로 된 합동통신망 뿐이다. 해경은 해양경찰청 예규 제524호에 의거, 모든 경비함정에 합동작전망(J-101)을, 1,000톤 이상 모든 경비함에 항공기와 통신할 수 있는 항공기유도망(J-201) 무전 설비를 갖추고 있다. 합동작전망 J-101은 VHF 방식이기 때문에 송수신 감도와 음질은 우수하지만, 전파 손실률이 커서 통달거리가 통상 25~30마일(40.2~48.2km)에 불과하다. 즉, 독도 인근의 해경 경비함과 해군 군함 사이에 50km 이상 거리가 이격되면 무전을 주고받는 것이 어렵다는 뜻이다. 이 통신망은 데이터를 암호화하여 주고받는 기능이 없기 때문에 해군과 해경 사이에 주고받는 모든 통신은 해상자위대가 손쉽게 감청할 수 있다. 각자 사용하는 위성 통신망을 통해 해양경비안전본부와 해군작전사령부를 거쳐 통신이 되었다고 해도 문제다. 일본 순시선과 군함이 암호화된 통신을 쓰면서 실시간으로 기민하게 움직일 때, 우리 해군과 해경은 몇 단계를 거쳐 교신을 주고받으며 느릿느릿 대응하고, 이마저도 일본에게 감청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해군은 오랫동안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상당한 수준의 C4I 체계를 구축해 왔지만, 해경은 이러한 통신체계 개선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해군과 실시간으로 상황 정보를 공유하고, 먼 거리에서도 암호화된 통신을 주고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예산 투자가 필요한데, 거기에 쏟아 부을 예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경 장비, 호환성 어려움 없을까? 해양선진국들, 특히 미국과 일본은 국가함대(National Fleet)라는 개념 아래 해군과 해안경비대, 해상자위대와 해상보안청의 협력을 대단히 중시해왔다. 이 때문에 군함과 경비함을 건조할 때에도 가급적 상호 군수지원이 용이하도록 규격을 통일하고 같은 기능의 장비일 경우 가급적 표준화를 도모해 상호 운용성을 강화해 왔다. 그런데 우리나라 해경은 많이 다르다. 해경은 5,000톤급 이상 대형함정부터 소형 보트까지 305척에 달하는 크고 작은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500톤 이상 경비함은 49척에 달하는데, 그 종류가 너무 다양하다. 13척이 건조된 3,000톤급 경비함 태평양급(3001함~3015함)은 각 함정의 크기와 장비, 형태가 상이하다. 헬기 격납고의 유무, 디젤엔진과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추진기관 등 이 같은 차이는 발전하는 기술 추세에 대한 즉응성을 염두에 둔 결과겠지만, 이로 인해 운용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항공 분야도 마찬가지다. 해양경비안전본부는 헬기 16대와 고정익기 4대 등 총 20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20대 밖에 없는 항공기도 그 종류가 7가지에 달한다. 러시아제 Ka-32C 헬기 8대, 이탈리아제 AW-139 1대, 프랑스제 AS565MB 6대, 미국제 Bell 412EP 1대는 제조사와 부품 규격이 모두 달라 호환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여러 종류의 장비들을 갖춰 놓으면 운용에 있어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함종과 기종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각 별도의 교육 과정을 개설해 따로 교육해야 한다. AS-565MB 헬기를 조종하던 조종사가 휴가나 퇴직 등의 사유로 자리를 비우면 다른 헬기 조종사가 그 자리를 메워야 하는데 조종 계통이 다르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 조종사 부족 문제 때문에 작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경 헬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없는 기종 선정이다. 군함 역시 경비함 3001함에서 근무하던 기관장이 같은 3,000톤급 경비함인 3012함으로 발령 받으면 배를 조작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엔진과 추진기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군함과 항공기의 규격을 통일하고 가급적 같은 규격의 장비와 부품을 사용토록 하고 있는 해군과 너무도 대조적이다. 해경 자신들의 함정과 항공기도 서로 호환이 되지 않는데 해군과 호환이 될 리가 만무하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해난사고가 발생해 장기간 구조작전을 벌여야 할 때도 해경 경비함은 해상에서 해군 군수지원함의 보급 지원을 받을 수가 없다. 보급용 와이어와 후크 규격은 물론 연료 주입구와 파이프의 규격이 맞지 않아 해군 함정과 연결 자체가 안 되기 때문이다. 즉, 장기간 사고 해역에 머무를 수 있는 해군 함정과 달리 해경 함정은 수시로 기지로 돌아가 재보급을 받아야 한다. 헬기도 마찬가지다. 사고 해역에서 구조 작전을 함께 벌이더라도 해군 헬기는 해경 경비함 헬기 갑판에 앉아 지원을 받을 수 없고, 반대로 해경 헬기도 해군 군함 갑판에 앉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헬기를 고정시켜 주는 결속장치 규격도 다른데다가, 헬기 기종과 격납고 형태도 다르다. 더욱이 해군 헬기는 JP-5, JP-8 항공유를 사용하는데 비해 해경 헬기는 JET-A1 항공유를 사용해 연료 상호 보급도 어렵다. 이렇게 된 원인은 돈 문제가 가장 컸다. 해경은 새로운 경비함이나 장비를 도입할 때 예산 절감을 위해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대상 장비를 선정한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보니 그때그때 가장 낮은 가격의 장비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이렇다보니 매번 도입하는 장비들이 서로 호환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가동률이 떨어지는 등 애로사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시 합동 작전은 ‘곤란’ 우리나라 해경 조직은 결코 작은 조직이 아니다. 함정 분야에서는 500톤급 이상 경비함을 49척이나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유사시 준군사조직으로써 상당히 활용 가치가 높다. 이 때문에 정부는 통합방위기본법과 그 시행령으로 전시 및 비상사태 발생 시 해경이 해군 함대사령부의 통제를 받는 보조 전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정비해 놓고 있다. 외형상으로 보면 대형 함정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해경은 해군 군함들과 함대를 이뤄 작전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앞서 언급했던 통신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나란히 붙어 항해하더라도 지휘통제에 문제가 있고, 해경함의 무장이 대단히 빈약하기 때문에 투입할 수 있는 작전에 한계가 있다. 해군은 북한이 대량으로 사용하는 자기감응식 기뢰에 대응하기 위해 선체의 자기장 발생을 감소시키는 소자(消磁) 작업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수중 소음 발생을 억제하는 설계가 적용된 군함을 사용한다. 하지만 소음 및 자기 처리에 대한 대응이 어려운 해경 함정은 북한의 어뢰와 기뢰를 끌어들이는 자석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해군 함정들과 함께 기동하면 위험해진다. 이 때문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해경은 해군의 보조전력으로 함께 작전할 수 없어 주로 항만 시설과 해안 경비를 맡는다. 하지만 현재 해경함들은 이러한 임무도 수행하기 어렵다. 미사일과 어뢰에 피격되었을 경우 선체 내부로 바닷물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도록 방수 격벽 설계가 된 해군 군함과 달리 상선 규격이 적용된 해경 함정은 소형 어뢰나 미사일에 맞아도 손쉽게 격침되며, 무장이 대단히 빈약하기 때문에 기관포와 로켓으로 무장한 북한의 소형 간첩선과의 교전에서도 승리는커녕 생존조차 보장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조건을 모두 개선해 경비함을 건조한다면 좋겠지만 예산이 발목을 잡는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이렇게 해경 경비함을 건조할 경우 작전 능력과 생존성은 대폭 향상되겠지만, 선가(船價)가 2~3배 이상으로 폭등하기 때문에 예산이 제한되어 있는 해경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해경의 함정 교체 주기가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같은 4,000톤급 선박이라도 고장력강을 사용해 튼튼한 해군 함정은 30년 이상 사용하지만, FRP나 알루미늄이 많이 들어간 해경 경비함은 15년만 되어도 노후함으로 분류해 교체 대상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선박 획득 및 정비 시 해군과 공조해 비용 절감을 도모하면서 더 튼튼한 함정을 구매한다면 항해일수가 짧은 해경함정을 이렇게 자주 교체할 필요가 없어 장기적으로 예산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당장 해경 예산의 대폭 증액이 불가피하다. 해경도 더 튼튼하고 성능 좋은 경비함을 갖고 싶어 한다. 더 크고 튼튼하고 우수한 성능의 배가 있다면 좀 더 오래 바다 위에서 경비작전을 펼칠 수 있고, 다양한 장비를 실어 더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예산이다. 해경의 함정 건조 예산은 매년 1,100억 원 수준이다. 일본 해상보안청이나 중국 해경국 예산의 30%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1,100억 원이면 3,000톤급 군함에서 레이더와 센서, 통신장비와 무장을 모두 뺀 껍데기만 구입할 수 있는 돈이다. 해경은 이 돈으로 5,000톤급 경비함 1척과 3,000톤급 경비함 2척을 사야 한다. 우수한 성능의 배를 획득할 수 없는 구조다. 해경이 처한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독도ㆍ이어도 등 해상 영유권 분쟁 위험성이 커지고 대형 재해ㆍ재난과 해적, 테러 등 초국가적인 해상 안보 위협까지 커지면서 해경에게는 더 많은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사실 준군사조직으로 출발한 미국 해안경비대나 일본 해상보안청과 달리 우리나라 해경은 경찰 조직으로 시작했고, 해상안전과 치안유지에 특화되어 발전해 왔기 때문에 안보적 측면의 임무까지 소화하기에는 버거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시대적 환경은 더 강하고 더 발 넓은 해경을 요구하고 있다. 미래 해양안보 환경에서 해경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이 해경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질타보다는 응원에 무게를 좀더 실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무전도 안되는 ‘따로 국밥’ 해군-해경...해양 안보는?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무전도 안되는 ‘따로 국밥’ 해군-해경...해양 안보는?

    지난 16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는 한국해양전략연구소가 주관하고 해군과 해양경비안전본부가 후원한 광복 70주년 기념 ‘해군ㆍ해경 간 협력 증진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정호섭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한 해군 수뇌부와 홍익태 해양경비안전본부장 등 해군과 해경의 수뇌부가 총출동한 이 세미나는 행사명 그대로 해군과 해경의 협력 증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는데, 이날 전문가 발제와 토론을 통해 그동안 해군과 해경의 협력 관계에 상당한 괴리가 있었으며, 해경에게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상당한 고뇌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해군과 해경 사이의 통신 문제 일본이 교과서와 외교청서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도발을 이어가던 지난 5월, 정부는 공군과 해군, 해양경비안전본부 전력을 투입해 독도 일대에서 독도 방어 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에는 해군의 한국형 구축함과 호위함, 초계함 전력과 해경 경비함 10여 척과 항공기가 투입되어 입체적인 작전 능력을 과시했다. 이 훈련에서는 독도 수호 의지를 담아 건조했다는 5,000톤급 경비함 삼봉호를 비롯, 3,800톤이 넘는 구축함과 호위함, 각종 헬기와 초계기 등 입체 전력이 참가해 웅장한 모습이 연출되었는데, 이러한 웅장한 모습과 달리 이 날 투입된 해군과 해경 함정 사이에 제대로 된 통신체계나 지휘체계가 없어 제각각 움직인 것이라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16일 세미나에 참석한 신정호 해군본부 정보작전부장(준장)은 “해군과 해경 간 C4I(CommandㆍControlㆍCommunicationㆍComputer and Intelligence) 체계가 제한되고, 합동통신망 외 비화 통신망이 없으며, 음성 통신망의 도달거리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 부장의 말을 해석하자면 해군과 해경 사이에 실시간 정보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음성으로 이루어지는 통신은 외부에서 손쉽게 감청이 가능하며, 해군 함정과 해경 함정 사이에 일정 이상 거리가 벌어지면 무전이 안 통한다는 뜻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독도에서 일본과 마찰이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보자. 독도 앞바다에 나타난 일본 순시선은 한국 해군-해경의 동태를 감시한 정보를 자위대와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공동으로 대응 전략을 짤 수 있다. 일본 순시선과 호위함이 주고받는 통신 정보는 암호화되어 우리 해경이나 해군이 감청할 수 없다. 반면, 독도 앞바다의 우리 해경 함정은 해군이 레이더나 초계기 등으로부터 수집하는 일본 순시선과 군함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없다. 해경이 해군으로부터 적에 대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음성으로 된 합동통신망 뿐이다. 해경은 해양경찰청 예규 제524호에 의거, 모든 경비함정에 합동작전망(J-101)을, 1,000톤 이상 모든 경비함에 항공기와 통신할 수 있는 항공기유도망(J-201) 무전 설비를 갖추고 있다. 합동작전망 J-101은 VHF 방식이기 때문에 송수신 감도와 음질은 우수하지만, 전파 손실률이 커서 통달거리가 통상 25~30마일(40.2~48.2km)에 불과하다. 즉, 독도 인근의 해경 경비함과 해군 군함 사이에 50km 이상 거리가 이격되면 무전을 주고받는 것이 어렵다는 뜻이다. 이 통신망은 데이터를 암호화하여 주고받는 기능이 없기 때문에 해군과 해경 사이에 주고받는 모든 통신은 해상자위대가 손쉽게 감청할 수 있다. 각자 사용하는 위성 통신망을 통해 해양경비안전본부와 해군작전사령부를 거쳐 통신이 되었다고 해도 문제다. 일본 순시선과 군함이 암호화된 통신을 쓰면서 실시간으로 기민하게 움직일 때, 우리 해군과 해경은 몇 단계를 거쳐 교신을 주고받으며 느릿느릿 대응하고, 이마저도 일본에게 감청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해군은 오랫동안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상당한 수준의 C4I 체계를 구축해 왔지만, 해경은 이러한 통신체계 개선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해군과 실시간으로 상황 정보를 공유하고, 먼 거리에서도 암호화된 통신을 주고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예산 투자가 필요한데, 거기에 쏟아 부을 예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경 장비, 호환성 어려움 없을까? 해양선진국들, 특히 미국과 일본은 국가함대(National Fleet)라는 개념 아래 해군과 해안경비대, 해상자위대와 해상보안청의 협력을 대단히 중시해왔다. 이 때문에 군함과 경비함을 건조할 때에도 가급적 상호 군수지원이 용이하도록 규격을 통일하고 같은 기능의 장비일 경우 가급적 표준화를 도모해 상호 운용성을 강화해 왔다. 그런데 우리나라 해경은 많이 다르다. 해경은 5,000톤급 이상 대형함정부터 소형 보트까지 305척에 달하는 크고 작은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500톤 이상 경비함은 49척에 달하는데, 그 종류가 너무 다양하다. 13척이 건조된 3,000톤급 경비함 태평양급(3001함~3015함)은 각 함정의 크기와 장비, 형태가 상이하다. 헬기 격납고의 유무, 디젤엔진과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추진기관 등 이 같은 차이는 발전하는 기술 추세에 대한 즉응성을 염두에 둔 결과겠지만, 이로 인해 운용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항공 분야도 마찬가지다. 해양경비안전본부는 헬기 16대와 고정익기 4대 등 총 20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20대 밖에 없는 항공기도 그 종류가 7가지에 달한다. 러시아제 Ka-32C 헬기 8대, 이탈리아제 AW-139 1대, 프랑스제 AS565MB 6대, 미국제 Bell 412EP 1대는 제조사와 부품 규격이 모두 달라 호환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여러 종류의 장비들을 갖춰 놓으면 운용에 있어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함종과 기종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각 별도의 교육 과정을 개설해 따로 교육해야 한다. AS-565MB 헬기를 조종하던 조종사가 휴가나 퇴직 등의 사유로 자리를 비우면 다른 헬기 조종사가 그 자리를 메워야 하는데 조종 계통이 다르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 조종사 부족 문제 때문에 작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경 헬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없는 기종 선정이다. 군함 역시 경비함 3001함에서 근무하던 기관장이 같은 3,000톤급 경비함인 3012함으로 발령 받으면 배를 조작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엔진과 추진기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군함과 항공기의 규격을 통일하고 가급적 같은 규격의 장비와 부품을 사용토록 하고 있는 해군과 너무도 대조적이다. 해경 자신들의 함정과 항공기도 서로 호환이 되지 않는데 해군과 호환이 될 리가 만무하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해난사고가 발생해 장기간 구조작전을 벌여야 할 때도 해경 경비함은 해상에서 해군 군수지원함의 보급 지원을 받을 수가 없다. 보급용 와이어와 후크 규격은 물론 연료 주입구와 파이프의 규격이 맞지 않아 해군 함정과 연결 자체가 안 되기 때문이다. 즉, 장기간 사고 해역에 머무를 수 있는 해군 함정과 달리 해경 함정은 수시로 기지로 돌아가 재보급을 받아야 한다. 헬기도 마찬가지다. 사고 해역에서 구조 작전을 함께 벌이더라도 해군 헬기는 해경 경비함 헬기 갑판에 앉아 지원을 받을 수 없고, 반대로 해경 헬기도 해군 군함 갑판에 앉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헬기를 고정시켜 주는 결속장치 규격도 다른데다가, 헬기 기종과 격납고 형태도 다르다. 더욱이 해군 헬기는 JP-5, JP-8 항공유를 사용하는데 비해 해경 헬기는 JET-A1 항공유를 사용해 연료 상호 보급도 어렵다. 이렇게 된 원인은 돈 문제가 가장 컸다. 해경은 새로운 경비함이나 장비를 도입할 때 예산 절감을 위해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대상 장비를 선정한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보니 그때그때 가장 낮은 가격의 장비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이렇다보니 매번 도입하는 장비들이 서로 호환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가동률이 떨어지는 등 애로사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시 합동 작전은 ‘곤란’ 우리나라 해경 조직은 결코 작은 조직이 아니다. 함정 분야에서는 500톤급 이상 경비함을 49척이나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유사시 준군사조직으로써 상당히 활용 가치가 높다. 이 때문에 정부는 통합방위기본법과 그 시행령으로 전시 및 비상사태 발생 시 해경이 해군 함대사령부의 통제를 받는 보조 전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정비해 놓고 있다. 외형상으로 보면 대형 함정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해경은 해군 군함들과 함대를 이뤄 작전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앞서 언급했던 통신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나란히 붙어 항해하더라도 지휘통제에 문제가 있고, 해경함의 무장이 대단히 빈약하기 때문에 투입할 수 있는 작전에 한계가 있다. 해군은 북한이 대량으로 사용하는 자기감응식 기뢰에 대응하기 위해 선체의 자기장 발생을 감소시키는 소자(消磁) 작업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수중 소음 발생을 억제하는 설계가 적용된 군함을 사용한다. 하지만 소음 및 자기 처리에 대한 대응이 어려운 해경 함정은 북한의 어뢰와 기뢰를 끌어들이는 자석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해군 함정들과 함께 기동하면 위험해진다. 이 때문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해경은 해군의 보조전력으로 함께 작전할 수 없어 주로 항만 시설과 해안 경비를 맡는다. 하지만 현재 해경함들은 이러한 임무도 수행하기 어렵다. 미사일과 어뢰에 피격되었을 경우 선체 내부로 바닷물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도록 방수 격벽 설계가 된 해군 군함과 달리 상선 규격이 적용된 해경 함정은 소형 어뢰나 미사일에 맞아도 손쉽게 격침되며, 무장이 대단히 빈약하기 때문에 기관포와 로켓으로 무장한 북한의 소형 간첩선과의 교전에서도 승리는커녕 생존조차 보장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조건을 모두 개선해 경비함을 건조한다면 좋겠지만 예산이 발목을 잡는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이렇게 해경 경비함을 건조할 경우 작전 능력과 생존성은 대폭 향상되겠지만, 선가(船價)가 2~3배 이상으로 폭등하기 때문에 예산이 제한되어 있는 해경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해경의 함정 교체 주기가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같은 4,000톤급 선박이라도 고장력강을 사용해 튼튼한 해군 함정은 30년 이상 사용하지만, FRP나 알루미늄이 많이 들어간 해경 경비함은 15년만 되어도 노후함으로 분류해 교체 대상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선박 획득 및 정비 시 해군과 공조해 비용 절감을 도모하면서 더 튼튼한 함정을 구매한다면 항해일수가 짧은 해경함정을 이렇게 자주 교체할 필요가 없어 장기적으로 예산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당장 해경 예산의 대폭 증액이 불가피하다. 해경도 더 튼튼하고 성능 좋은 경비함을 갖고 싶어 한다. 더 크고 튼튼하고 우수한 성능의 배가 있다면 좀 더 오래 바다 위에서 경비작전을 펼칠 수 있고, 다양한 장비를 실어 더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예산이다. 해경의 함정 건조 예산은 매년 1,100억 원 수준이다. 일본 해상보안청이나 중국 해경국 예산의 30%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1,100억 원이면 3,000톤급 군함에서 레이더와 센서, 통신장비와 무장을 모두 뺀 껍데기만 구입할 수 있는 돈이다. 해경은 이 돈으로 5,000톤급 경비함 1척과 3,000톤급 경비함 2척을 사야 한다. 우수한 성능의 배를 획득할 수 없는 구조다. 해경이 처한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독도ㆍ이어도 등 해상 영유권 분쟁 위험성이 커지고 대형 재해ㆍ재난과 해적, 테러 등 초국가적인 해상 안보 위협까지 커지면서 해경에게는 더 많은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사실 준군사조직으로 출발한 미국 해안경비대나 일본 해상보안청과 달리 우리나라 해경은 경찰 조직으로 시작했고, 해상안전과 치안유지에 특화되어 발전해 왔기 때문에 안보적 측면의 임무까지 소화하기에는 버거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시대적 환경은 더 강하고 더 발 넓은 해경을 요구하고 있다. 미래 해양안보 환경에서 해경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이 해경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질타보다는 응원에 무게를 좀더 실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민혜정 PB의 생활 속 재테크] 커피값 5000원 줄이면 노후가 달달해집니다

    2000원짜리 구내식당 밥으로 점심을 때우더라도 후식으론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에 5000원짜리 ‘거금’을 선뜻 지불하는 직장인들이 흔하다. 개개인의 취향과 기호의 문제이지만 재테크 전문가의 입장에선 커피 한 잔도 슬슬 새는 종잣돈으로 보인다. 매일 5000원짜리 아이스 커피를 한 잔씩 사 마신다고 치자. 일주일(주 5일 근무)이면 2만 5000원, 1년이 쌓이면 142만 5000원이 된다. 최근 시중은행의 정기예금(1년 만기) 금리는 연 1.4% 수준이다. 1000만원을 넣어 놔도 1년 뒤 받는 금리가 고작 14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에 세금을 제하고 나면 실수령액은 11만 8440원에 불과하다. 이렇게 놓고 보면 커피 한 잔 값의 가치를 무심히 흘려보낼 수 없다. 이제 막 직장 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병들이 흔히 하는 하소연은 “재테크를 하고 싶어도 종잣돈이 없다”는 것이다. 자녀를 둔 중년 직장인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자녀 양육비, 사교육비에 대출금 상환 부담까지 재테크보다 빚 줄이기에 급급한 처지가 많다. 이들을 위해 가장 먼저 조언하는 것이 바로 ‘커피값 아끼기’다. 매일 커피전문점에서 지출하는 5000원을 20살부터 60살까지 연이율 5% 상품에 투자한다고 치자. 40년 뒤에 이 사람이 노후자금으로 손에 쥐게 되는 돈은 무려 2억 2800만원이나 된다. 이제 막 은퇴한 60살 부부가 앞으로 30년을 산다고 가정해 보자. 최저생활비를 매월 150만원으로 계산하면 노후자금으로 2억 8000만원이 필요하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도 노후 자금의 상당 부분을 커피값으로 충당할 수 있다. 커피값 단 5000원으로 말이다. 비단 커피값뿐만이 아니다. 성공 재테크를 위한 기본은 수익률이 좋은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실력이 좋은 펀드 매니저나 프라이빗뱅커(PB)를 만나는 것도 아니다. 바로 삶의 자세다. 휴대전화나 통신 요금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습관을 길러 보자. 매일 영수증을 챙겨 가계부를 작성하는 습관을 기르자. 의외로 생활비 지출이 어느 정도인지, 세부 항목은 어떻게 되는지 꿰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생활비 감축 목표액을 설정하고 1년간의 지출 및 절약 계획을 세워 보자. 무심결에 줄줄 새는 자금들을 차곡차곡 모아 두면 재테크를 위한 종잣돈이 된다. 재테크는 자산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생활 속 소소한 실천과 절약 습관이 재테크의 첫걸음이다. 우리은행 삼성동지점 투체어스 팀장
  • [내년 예산안 386조] 청년 일자리에 2조 1200억 풀고… SOC 예산은 6% 삭감

    [내년 예산안 386조] 청년 일자리에 2조 1200억 풀고… SOC 예산은 6% 삭감

    정부가 8일 발표한 내년 예산안의 초점은 일자리에 맞춰져 있다. 일자리 예산이 올해보다 12.8% 늘어난다. 주요 분야 중 증가폭이 가장 크다. 나랏빚이 늘면서 예전보다 씀씀이를 줄였지만 ‘청년 고용 절벽’을 해결하는 데는 지갑을 활짝 열었다. 국정 과제인 문화 융성 예산도 올해보다 7.5% 늘려 잡았다. 최근의 포격 도발 등 북한 리스크에 대비해 국방 예산도 4.0% 증액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보다 6.0% 깎았다. 나라살림을 짠 기획재정부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내년 SOC 예산 1조 2500억원어치를 이미 당겨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관리에 나서야 하는 정치권은 “너무 짜다”며 불만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쪽지 예산·카톡 예산 등의 구태가 재연될 공산이 높아 보인다. 야당은 “총선용 예산을 잘라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일자리 예산을 늘린 데는 여야 이견이 별로 없다. 내년 일자리 예산은 15조 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조 8000억원(12.8%) 늘었다. 특히 청년 일자리 예산이 2조 1200억원으로 20.5%나 증액됐다. 현장에서 인턴으로 경험을 쌓게 한 뒤 협력업체나 본사에 취업을 알선해주는 ‘고용 디딤돌’이 대표 사업이다. 바이오, 사물인터넷 등 유망업종 대기업이 청년 1만명을 직접 훈련·교육시킨다. 총 418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최경환 부총리는 “청년 실업률이 10%대를 넘나들고 있고 청년 취업 애로 계층이 100만명을 상회하는 등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면서 “일자리 기회를 확대하고 벤처·창업 활성화 예산을 늘려 경제 혁신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업급여도 오른다. 지금은 실직 전 임금의 절반을 주지만 내년부터는 60%를 준다. 90~240일인 지급 기간도 30일씩 늘린다. 관련 예산이 5조 1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조원 많다. 다만 노사정 대타협이 변수다. 대타협이 10일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자연적인 임금인상분(3618억원)을 뺀 6382억원은 내년 예산에 반영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노동 예산도 122조 9000억원으로 6.2% 늘어난다. 노인들의 기초연금 지원에 7조 9000억원이 배정됐다. 이렇게 되면 지원 대상 노인 수가 464만명에서 480만명으로 늘어난다. 12개월 이하 영아를 둔 저소득층 가정에는 기저귀값과 분유값으로 각각 3만 2000원, 4만 3000원을 준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감염병 예산도 5476억원으로 33% 늘렸다. 문화·관광·체육 예산은 6조 6000억원으로 올해보다 7.5% 늘어난다. 기획→제작→구현→재투자로 이어지는 문화산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문화창조융합벨트를 본격 가동할 작정이다. 국방 예산은 39조원으로 4.0% 늘어난다.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도발에 대비해 접전 지역 전력을 강화하는 데 3조원을 쓴다. 올해보다 40.6%나 많다. 북한 잠수함에 대응하는 전력을 구축하는 데도 1조 6758억원을 투입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무력화할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예산은 1조 5292억원으로 64% 늘어난다. 병사 봉급도 15%, 전방근무 수당은 50% 각각 오른다. SOC 예산은 올해보다 6.0% 적은 23조 3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정부는 추경을 포함하면 실제 내년도 SOC 예산이 24조 5500억원으로 올해와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도로의 경우 그동안 해왔던 사업을 완공하는 데 예산을 쓰고 신규 사업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철도는 노후된 선로를 교체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데 집중한다. 연구·개발(R&D)과 농림·수산·식품 분야 예산은 각각 18조 9363억원(0.2%), 19조 3000억원(0.1%)으로 올해와 비슷하다. 교육 예산도 53조 2000억원으로 증액폭이 0.5%에 그쳤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은 16조 1000억원으로 2.0% 깎였다. 중소기업 지원 예산은 늘었지만 최근 자원개발 공기업 비리와 투자 실패가 계속돼 ‘성공불융자’를 폐지해서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1인 1보험시대에도 국민 절반 ‘깡통 노후’

    1인 1보험시대에도 국민 절반 ‘깡통 노후’

    우리나라 집집마다 하나 이상의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민의 절반은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보험연구원은 올해 전국 만 20세 이상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가구당 보험 가입률이 99.7%라고 7일 밝혔다. 지난해보다 2.2% 포인트 늘었다. 개인 가입률도 96.7%로 지난해보다 2.9% 포인트 올랐다. 국민 대부분이 생명보험이나 손해보험 둘 중 하나에 가입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노후 준비는 매우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2명 가운데 1명(49.1%)이 노후 준비에 대한 평가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조사 때보다 3.9%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긍정적’이라고 답변한 사람은 10명 중 1명(9.3%)이 채 안 됐다. 연령별로는 20대(66.7%)와 30대(52.0%), 직업별로는 노동직(55.5%)의 부정적 응답률이 높았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국민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나 질병에 대비해 암보험이나 상해보험, 종신보험 등엔 많이 가입하고 있지만 연금보험 등 정작 노후 대비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노후 소득을 마련하기 위한 저축 수준은 월평균 20만원 미만이 절반(48.4%)을 차지했다. 노후 준비가 부족한 원인으로는 ‘과도한 교육비와 결혼 비용 등 자녀 양육비’(41.3%)가 가장 많이 꼽혔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생활비 부족(19.0%), 노후 준비에 대한 인식이나 정보 부족(11.2%)도 주요한 이유로 작용했다. 노후에도 근로소득을 창출하려는 욕구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이후 적합한 소득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35.1%가 ‘창업을 포함해 재취업을 통해 얻는 근로소득’이라고 답했다. 정년이 연장된다면 정년까지 근무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전체의 81.4%를 차지했다. 주택연금(역모기지)에 가입하겠다는 응답자는 많지 않았다. ‘가입 의향이 없다’는 의견이 66.7%로 주를 이뤘고 ‘향후 가입할 의향이 있다’는 의견은 32.9%로 나타났다. 주택연금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로는 “주택을 담보로 제값을 받지 못할 것 같다”(31.8%)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자녀들에게 상속하기 위해서”(16.0%)가 그 뒤를 이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심재억기자의 헬스토리-13] 건강검진을 위한 네 개의 팁

    [심재억기자의 헬스토리-13] 건강검진을 위한 네 개의 팁

     우리 국민들의 건강 상태가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나아질 것입니다. 이는 의문의 여지없이 우리 의료 수준의 향상과 궤를 같이 합니다. 특히 국가 정책으로 자리잡은 건강검진의 기여가 크다는 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일반 수검자 입장에서 보면 아쉬움이 없지 않습니다. 국민 건강 수준에 맞춰 검진 내용을 좀 더 충실하게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일반 의료기관의 검진도 마찬가지입니다. 개개인이 일상적으로 체크하는 항목은 필요한 사람만 검사하되, 질병의 발생 추이나 바뀐 생활패턴에 맞춰 필요한 항목을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제언입니다.  우리 국민은 기준 연령이면 누구나 매년 무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생애 주기에 따라 정밀검진도 가능합니다. 건강검진이 부모님께 드리는 선호도 높은 효도선물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막상 건강검진을 받으려고 하면 검사하는 병원이나 검사 비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검사항목이 다양해 헷갈리기만 합니다. 연령과 성별, 신체적 특성, 생활 방식이나 가족력 및 병력 등을 고려해 특정인에게 어떤 검사가 필요한지를 가리는 일이 간단하지 않다는 경험을 하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사실, 가장 바람직한 건강검진이라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일률적 검진보다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검진 설계가 먼저 이뤄져야 하겠지요. 또 일반적인 건강검진 항목에는 들어있지 않지만, 세상의 변화에 맞춰 반드시 짚어야 할 점도 있습니다. 고령화 추이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수명은 빠르게 늘어가는데, 사는 일이 ‘골골 칠십’이라면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노후가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한 검사항목을 네 가지만 짚어보겠습니다. 물론, 이런 제안이 건강검진의 충실도를 더해 건강한 삶의 초석을 다지자는 의도이지 지금까지 받아온 건강검진이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 덧붙입니다.    ●심장을 살리는 ‘NT-proBNP검사’  나이가 들면 당연히 심장 기능에 문제가 생깁니다. 스스로 알던, 모르던 노화 등 다양한 요인으로 심장의 수축력, 즉 펌핑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지요. 이런 문제 중에 심부전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이 있습니다.  온몸을 돌아 심장으로 모이는 피를 다시 뿜어내는 일은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핵심적인 생리활동입니다. 그런데, 심장이 혈액을 제대로 뿜어내지 못한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전신에서 심장에 응급신호를 보내 산소와 영양분의 빠른 보급을 독촉할 것이고, 다급해진 심장은 더 빠르게 박동하게 됩니다. 그렇게 심장의 운동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 심장이 커지는 비대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해 혈액순환 부조에 빠지게 되고, 이 때문에 정체된 체액이 폐조직으로 스며들어 폐부종을 유발합니다. 이런 상태를 심부전이라고 하지요.  심부전의 유병율은 보통 1∼3% 정도이지만, 일단 심부전이 온 상태에서는 관상동맥증 위험율이 70%까지 높아집니다. 만약 협심증 등 심혈관질환을 가진 사람이라면 심부전으로 발전할 확률이 무려 60%나 되지요. 그렇다면, 답은 간단합니다. 심장질환자나, 고혈압·비만 등 위험 요인을 가진 고위험군이라면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어떤 일이 있어도 심부전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관리를 해야 합니다.  의료 용어 중에 바이오마커(biomarker)라는 게 있습니다. 단백질이나 DNA, RNA, 또는 대사물질 등을 이용해 체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인데, 이걸 활용하면 인체의 병리적인 상태를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 암이나 뇌졸증, 치매 등의 진단은 물론 신약 개발에도 두루 활용되고 있지요. 이 방법으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의 건강 상태를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제시되고 있습니다.  특히, 심장질환과 관련해 바이오마커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질검사 목적으로 시행하는 고지혈증검사는 물론 ‘NT-proBNP’라는 검사법을 활용해 심장의 기능을 정확하게 측정,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장의 심실에서 혈관으로 방출되는 물질인 NT-proBNP는 심장이 약해져 기능에 문제가 생길 경우 심장을 보호하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이 방출됩니다. 다시 말해, 심장이 과부화 상태가 되면 혈액 속의 NT-proBNP 양이 늘어나는데, 바로 이 특성을 이용해 심부전을 조기에 찾아내는 것이지요.  따라서, 혈액 속 NT-proBNP의 양을 측정하는 것만으로도 아주 쉽게 심장 기능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중장년 연령대에 심혈관질환이 의심되거든 주저하지 말고 NT-proBNP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합니다. 간단한 혈액검사로 이뤄져 번거롭지 않고, 비용 부담도 크지 않습니다. 이런 간단한 검사로 심부전을 잡아낼 수 있다면 이후의 삶이 달라질테니까요.    ●난소암 조기진단과 표지자 ‘HE4’  2012년 국가 암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사망률 기준 10대 암 중에서 난소암과 자궁경부암은 각각 3.3%를 차지해 8위와 9위에 올라 있습니다. 또 2013년의 여성 10대 암 사망분포를 보면 난소암과 자궁경부암이 각각 3.7%와 3.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발생률과 사망률에서 8∼9위의 뒷자리에 있지만, 어쩌면 그것이 더 치명적인 함정일 수도 있습니다. 앞 순위의 암은 경각심이라도 일으키지만, 뒷쪽 암들은 그런 경계의식마저 피한 채 야금야금 영역을 넓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암은 병기에 따라 1∼4기로 구분했지만, 최근에는 1기보다 더 이른 상태인 0기를 따로 넣어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진단기술의 발전과 ‘조기 발견,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감안한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0기 암이 문제입니다. 암은 암인데, 아직은 전이도 없고, 크기가 워낙 작아 CT나 MRI, PET 등 첨단 영상진단으로도 찾아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의료계에서 0기를 주목하는 것은 비록 조기 상태이지만 틀림없는 암이고, 이를 암으로 특정한 진단 방법을 신뢰하기 때문이지요. 이렇듯 0기 암의 확인을 가능하게 한 진단방법이 바로 혈액학적 진단입니다.  의료인들의 일치된 견해는, 암을 이른 시기에 찾아낼 수 있다면 대부분 어렵지 않게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조기 발견이야말로 암을 이겨내는 가장 중요한 접근법이라는 것입니다. 현재 진단이 가능한 범주에서 보자면, 0기 상태에서 암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어려움이 따릅니다. 난소암의 경우 ‘침묵의 살인자’라고 할만큼 조기 진단이 어렵습니다. 특별한 자각증상 없이 은밀하게 병이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환자의 절반 가량이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3∼4기가 되어서야 병원을 찾습니다. 뒤늦게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을 때는 이미 암이 복막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가 많아 그만큼 치료가 어렵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모든 암은 병기가 늦을수록, 즉 말기로 갈수록 생존률이 크게 낮아집니다. 초기인 1기에 발견됐다면 5년 후 생존할 확률이 76∼93%로 아주 높습니다. 하지만, 2∼3기가 되면 이 확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집니다. 게다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의사들이 평소에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라고 권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은 피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모든 암이 그렇듯 난소암 역시 조기 진단이 최선의 치료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런 난소암을 찾아내기 위해 많은 여성들이 건강검진 때 질 초음파나 혈액 속 종양표지자인 ‘CA125’의 수치를 확인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 CA125 검사로 모든 난소암을 찾아내기는 어렵습니다. 특이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이를 보완할 다른 종양표지자들을 찾아내는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지요.  지금까지의 국내외 연구를 종합하면, 종양표지자인 CA125의 수치 확인 방법에 ‘HE4’ 검사를 병용하는 것이 최선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HE4와 CA125의 조합해 사용했더니 폐경 전후 여성의 골반 종괴(혹)의 악성 여부를 보다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CA125가 가진 검사상의 맹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두개의 표지자를 각각 따로 사용할 때보다 악성 종양을 훨씬 정확하게 감별할 수 있게 되었고, 그만큼 난소암을 찾아낼 가능성을 높였다는 뜻이지요.  권위있는 해외 연구에 따르면, 이들 표지자를 조합해서 난소암을 검사할 경우 95%의 특이도와 86%의 민감도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정도면 악성종양의 진단과 치료에 HE4와 CA125를 병용해야 하는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정확한 당뇨 진단과 당화혈색소  당뇨병은 정말 무섭습니다. 일단 합병증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성난 들소처럼 어디로 튈지 모릅니다. 족부 궤양으로 다리를 절단하는가 하면 누구에게서는 시력을 앗아가고, 또 어디에서는 치아가 우수수 주저앉거나, 혈관병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2012년 국내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를 살펴보니,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이 인구 10만 명당 23명이나 됩니다. 이는 질환 사망원인 중 5위에 해당되는 수치입니다.  잘 알려져 있지만, 당뇨는 췌장의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인슐린 기능이 이상해 혈당이 치솟고, 이 상태를 통제하지 못해 이런 저런 합병증을 만드는 질환이지요. 당뇨병의 중요한 합병증으로 꼽히는 망막 및 신장질환, 심혈관질환의 발생은 평소의 고혈당 상태, 그리고 유병 기간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라면 꼼꼼한 혈당 조절을 통해 심혈관질환은 물론 망막질환으로 인한 실명, 신부전으로 인한 콩팥 기능 상실, 말초동맥 폐색에 의한 족부 절단 등 심각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물론 자신의 몸이 당뇨병 상태로 진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임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런 당뇨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혈당 수치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데 혈당계에 찍히는 혈당치가 항상 정확한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 하면 변화의 폭이 큰 혈당치를 잘못 측정했다가는 자신의 몸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당뇨의 진행을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혈당은 무엇을 먹었는가, 신체 활동은 어떻게 했는가 등에 따라 변화의 진폭이 큽니다. 이 때문에 정확한 당뇨 진단을 위해서는 검사 전 8시간 이상 공복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당에는 많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어느 한 시점의 혈당이 아니라 당뇨 진행 상태를 알아내기 위해 정확한 혈당을 측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중요하고, 또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에 주로 활용하는 당뇨 진답 방법이 바로 당화혈색소(HbA1c) 측정입니다. 당화혈색소란, 체내 적혈구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혈색소에 당이 결합된 형태를 뜻하며, 혈당이 높으면 당화혈색소 수치도 높아지지요. 이 당화혈색소를 검사하면 많은 요인들에 의해 변동이 생길 수 있는 혈당 변화의 추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진단 목적의 당화혈색소 검사에서는 최근 2∼4개월간의 평균 혈당치를 반영하기 때문에 장기간의 혈당 조절 상태를 파악하는데 아주 유용하지요. 다시 말해, 혈당검사는 측정 시기와 상황에 따라 측정치 차이가 있지만, 당화혈색소는 이런 요인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신뢰도 높은 결과를 얻을 수가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당뇨 진단이든, 관리 차원이든 공복 및 식후 혈당치 검사만 믿어서는 곤란합니다. 여기에 당화혈색소 검사 결과를 더한다면 가능한 편차를 보정한 진단이 가능해 훨씬 간편하고 정확하게 당뇨를 관리,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비타민D의 위력 그리고 결핍  이 칼럼을 통해서도 얘기했지만, 적당한 햇볕을 받고 사는 일이야말로 몸과 마음 모두에 탁월한 선택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기를 쓰고 햇볕을 피하곤 합니다. 이런 현상이 물색없이 백인의 흰 피부를 열망하고 동경해서 생겼다면,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냥 더워서라거나, 아니면 햇볕 알레르기 등 납득할만 한 이유도 없이 단 몇 분 정도 햇볕에 드러내는 일까지 꺼린다면 건강을 잃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가끔 공원이나 강변에 나가보면 마치 중세 기사의 투구처럼 얼굴을 감싼 마스크를 하고 운동을 하는 여성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햇볕을 피하기 위해 두껍게 선크림을 바르고, 선글라스에 모자와 긴팔 옷을 입는 등 거의 중무장 수준입니다. 물론, 개인의 선택이고, 나름 이유가 있을테지만, 보편적으로 우리 국민들의 햇볕 기피현상은 유별납니다.  이처럼 햇볕을 피하는 이유는 자외선 때문일 것입니다. 기미를 만들어 미용 부담을 키우고, 피부 노화를 촉진하며, 드물게는 피부암을 유발하는 주범이 자외선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런 이유라면 확실히 지나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피부암은 가장 위험한 요인이 유전이며, 우리나라는 서구와 달리 햇볕 때문에 피부암이 생긴 사례가 흔치 않습니다. 또 설령 피부암이 생겼다고 해도 과다한 햇볕 노출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특정하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유전성에다 환경 요인 등 복합적인 인과성을 가진 병증을 두고 햇볕 때문이라고 단정할 근거가 있을까요?  기미도 그렇습니다. 오랜 세월 멜라닌 색소가 침착돼 기미가 된다는 것은 알지만, 햇볕을 즐기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며, 설령 햇볕에 의해 기미를 얻을지라도, 햇볕에서 얻어야 할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바로 비타민D 때문입니다.  비타민D는 햇볕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이 중에서도 인체 생리작용과 관련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D2, D3의 경우 전구물질, 즉 비타민D로 합성되기 직전의 상태로 체내에서 대기하다가 자외선을 받으면 비로소 D2와 D3로 바뀌어 제 역할을 하기 시작합니다. 다시 말해, 체내에 아무리 전구물질이 많아도 필요한만큼 햇볕을 쪼여주지 않으면 말짱 ‘꽝’인 것이지요.  비타민D는 칼슘 흡수에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하고, 뼈를 구성하는 칼슘과 인의 결합을 촉진하며, 체내 면역력을 높이는 게 핵심적인 기능입니다. 또, 최근 제시된 연구 결과를 보면, 폐암 전립선암 대장암 난소암 췌장암 등 각종 암의 발병을 억제한다고 알려져 새삼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아마 비타민D가 가진 면역력 강화 기능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비타민D는 음식물을 통해 섭취하는 양이 매우 적은 대신 햇볕을 받아야만 체내 합성이 되는 아주 특이한 영양소입니다. 실제로, 인체가 하루에 필요로 하는 비타민D는 4000IU 정도인데, 이 중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양은 이의 10%인 400IU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0%는 햇볕을 받아야만 합성이 됩니다.  앞서 지적했듯이 현대인들의 비타민D 결핍상태는 심각합니다. 특히 골다공증을 가진 폐경기 이후의 여성 중 절반 이상이 비타민D 결핍으로 조사돼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게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의사의 처방을 받아 따로 비타민D 제제를 복용해야 하겠지만, 그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근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햇볕 속으로 나서야 합니다. 어렵게 생각할 일은 아닙니다. 피부의 햇볕 감수성이나 노출 넓이 등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얼굴과 목덜미, 팔목이 드러난 상태에서 30∼40분만 햇볕을 쪼여도 필요량을 합성할 수 있다니 귀담아 들을 대목이지요.  문제는, 최근 들어 비타민D 결핍 문제가 중요한 건강 이슈로 부각되고 있고, 덩달아 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건강검진에서 이를 정확하게 체크하는 병원이나 검진기관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아직 필요가 수요를 창출하지 못한 단계라고 해야 할까요.  따라서 중년을 지나 갱년 단계로 접어드는 연령대라면 건강검진 때 일부러라도 비타민D 수치를 확인해 볼 것을 권합니다. 비타민D 결핍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25-하이드록시 비타민D’의 혈중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측정은 혈액검사로 가능합니다.  노후의 건강이 걱정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나이 들어 찾아오는 병은 병이 아니라 저승사자’라는 말도 있지만, 그렇게 체념하거나 포기할 일은 아니지요. 장수 시대, 살아갈 날이 아직도 많이 남았습니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혈당이나 혈압, 콜레스테롤 체크하듯이 비타민D 혈중 농도도 주기적으로 체크할 일입니다. jeshim@seoul.co.kr
  • 부부 중 한사람 60세 되면 주택연금 자격… 예비신혼부부도 행복주택 청약 가능

    부부 중 한사람 60세 되면 주택연금 자격… 예비신혼부부도 행복주택 청약 가능

    재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주택)인 은퇴 세대들의 노후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주택연금’(역모기지) 가입 조건이 크게 완화된다. 주택연금은 자기 집에 살면서 집을 담보로 맡겨 평생 혹은 일정 기간 연금을 받는 제도다. 주택금융공사법을 개정해 이르면 연내 적용할 방침이다. 내년부터는 예비 신혼부부도 임차료가 싸고 교통이 편리한 곳에 지어지는 ‘행복주택’에 청약할 수 있다. 정부가 26일 내놓은 주택연금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우선 9억원 이하 주택으로 제한됐던 주택연금 가입 조건이 없어진다. 그동안 9억원이 넘는 집에 살면서도 고정소득이 없어 노후가 불안했던 은퇴 세대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정부는 9억원 초과 주택의 소유자가 주택연금에 가입할 경우 주택 담보를 최고 9억원까지만 인정하는 것으로 제한을 뒀다. 예컨대 10억원짜리 집을 가진 사람이 주택연금을 신청하면 연금지급액을 계산할 때 9억원까지만 인정한다는 얘기다. 연금은 집값을 기준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비싼 집일수록 연금이 많이 나온다. 주택법상 주택이 아닌 ‘주거용 오피스텔’(준주택)도 ‘주택’으로 인정된다. 오피스텔에 사는 은퇴 세대(1만 7000가구 추산)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주택연금 가입 연령도 당초 주택소유자 60세 이상에서 부부 중 한 사람만 60세가 넘으면 가입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뀐다. 주택연금에 가입하기 위해 60세 이상인 배우자에게 주택 소유권을 이전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주택소유권 이전에 따른 비용 325만원을 아낄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주택연금 가입 대상이 추가로 32만 가구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일몰되는 주택연금 가입자에 대한 재산세 감면도 2018년까지 3년 더 연장된다. 예비 신혼부부도 행복주택 청약 자격이 주어진다. 국토교통부는 신혼부부들이 행복주택을 첫 신혼집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입주자 모집 공고일(보통 입주 1년 전) 기준으로 결혼 계획이 있는 예비 신혼부부에게도 청약을 허용하기로 했다. 지금은 입주자 모집 공고일 현재 혼인 신고를 마친 신혼부부만 청약이 가능해 최소 결혼 1년차 이상이 돼야 행복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 또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에게는 원룸이 좁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투룸형(전용 36㎡·방1, 거실1) 이상을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오늘부터 쏘나타 50만원 싸진다

    27일부터 2500만원짜리 쏘나타를 사면 차값이 50만원가량 싸진다. 정부가 개별소비세(개소세)를 연말까지 30% 한시 인하해서다. 부부 중 한 사람만 60살이 넘어도 주택연금(역모기지)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주택이 아닌 ‘주거용 오피스텔’로도 주택연금 신청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26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소비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적용 시점은 27일부터다. 우선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승용차에 붙는 개소세를 30%(세율 5%→3.5%) 내린다. 이렇게 되면 쏘나타에 붙는 세금(개소세+교육세+세금분 부가세)이 165만원에서 115만원으로 줄어든다. 50만원가량 싸지는 셈이다. 아반떼는 34만원, 그랜저와 SM7은 각각 58만원, 에쿠스는 200만원 정도 차값이 내려간다. 자동차업계가 정부의 세금 감면에 맞춰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차값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승용차 개소세 인하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4분기에 0.1% 포인트 증가하고 연간 경제성장률은 0.025% 포인트 올라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향수와 녹용, 로열젤리, 대용량 가전제품의 개소세도 30% 인하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아예 폐지된다. 세법 개정으로 ‘내년 폐지’가 일찌감치 예고되다 보니 이 제품들에 대한 구매가 동결되는 현상이 나타나서다. 다만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은 대부분 개소세가 면제되는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제품이어서 이번 조치로 별다른 가격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에너지 소비효율이 낮은 42인치 초과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와 초고화질 울트라HD TV 등은 평균 9만원 정도 싸진다. 당초 내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던 디지털카메라와 시계, 명품백, 모피, 귀금속 등에 대한 과세(20%) 기준 상향(200만원→500만원 초과)도 27일부터 앞당겨 적용된다. 주택연금 가입 요건이 완화돼 노후 부담도 줄어든다. 지금은 반드시 주택 명의자가 60살이 넘어야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부부 중 한 사람만 60살이 넘으면 된다. 9억원 초과 주택과 주거용 오피스텔도 주택연금 신청이 가능한 주택에 포함된다. 10월에는 2주 동안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가 진행된다. 백화점과 슈퍼마켓, 대형마트 등 전국 유통업체가 대규모 합동 세일에 들어간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쏘나타 50만원·TV 9만원 오늘부터 싸진다

    쏘나타 50만원·TV 9만원 오늘부터 싸진다

    27일부터 2500만원짜리 쏘나타를 사면 차값이 50만원가량 싸진다. 정부가 개별소비세(개소세)를 연말까지 30% 한시 인하해서다. 부부 중 한 사람만 60살이 넘어도 주택연금(역모기지)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주택이 아닌 ‘주거용 오피스텔’로도 주택연금 신청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26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소비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적용 시점은 27일부터다. 우선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승용차에 붙는 개소세를 30%(세율 5%→3.5%) 내린다. 이렇게 되면 쏘나타에 붙는 세금(개소세+교육세+세금분 부가세)이 165만원에서 115만원으로 줄어든다. 50만원가량 싸지는 셈이다. 아반떼는 34만원, 그랜저와 SM7은 각각 58만원, 에쿠스는 200만원 정도 차값이 내려간다. 자동차업계가 정부의 세금 감면에 맞춰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차값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승용차 개소세 인하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4분기에 0.1% 포인트 증가하고 연간 경제성장률은 0.025% 포인트 올라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향수와 녹용, 로열젤리, 대용량 가전제품의 개소세도 30% 인하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아예 폐지된다. 세법 개정으로 ‘내년 폐지’가 일찌감치 예고되다 보니 이 제품들에 대한 구매가 동결되는 현상이 나타나서다. 다만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은 대부분 개소세가 면제되는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제품이어서 이번 조치로 별다른 가격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에너지 소비효율이 낮은 42인치 초과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와 초고화질 울트라HD TV 등은 평균 9만원 정도 싸진다. 당초 내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던 디지털카메라와 시계, 명품백, 모피, 귀금속 등에 대한 과세(20%) 기준 상향(200만원→500만원 초과)도 27일부터 앞당겨 적용된다. 주택연금 가입 요건이 완화돼 노후 부담도 줄어든다. 지금은 반드시 주택 명의자가 60살이 넘어야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부부 중 한 사람만 60살이 넘으면 된다. 9억원 초과 주택과 주거용 오피스텔도 주택연금 신청이 가능한 주택에 포함된다. 10월에는 2주 동안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가 진행된다. 백화점과 슈퍼마켓, 대형마트 등 전국 유통업체가 대규모 합동 세일에 들어간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커버스토리] 재취업 오답노트 보고 성공노트 쓰자

    인생 2막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지만 대부분 준비 없이 맞이하는 게 월급쟁이들의 현주소다. 그 와중에 노후를 더욱 힘들게 만드는 세 가지가 있다. 뒤집으면 이 세 가지만 지켜도 필패는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취업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인생 2막 필패 3법칙’을 소개한다. 1. 대기업 부장 출신 내가 경비라니… 과거는 과거일 뿐, 눈높이 낮춰라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5년(올해 3월 말 기준) 동안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28만 7910명의 재취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55.48%가 소기업에 근무하고 있었다. 중기업(19.17%), 중소기업(15.16%)이 뒤를 이었다. 대기업 종사자는 5.85%에 불과했다. 서미영 인크루트 상무는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인력 시장에 나오는 노년층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극히 제한적”이라며 “지금은 대기업 중역이지만 은퇴 후에는 경비, 건물청소, 주차관리 등의 업무에도 근무할 수 있다고 의식을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2. 백수 주제에 동창회 어찌 가나… 정보와 인맥은 재취업의 지름길 ‘클릭’ 횟수만큼 일자리 기회도 늘어난다. 정보지 구인광고, 인터넷 포털 등을 부지런히 검색해보자. 퇴직 후에는 동창회 등 친목모임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야 한다. 열등감 때문에 그동안 쌓아온 네트워크를 상실하면 정보로부터 멀어진다. 정부가 지원하는 재취업 프로그램이나 전문 기관 역시 활용해야 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직장인들 사이에서 재교육 열풍이 일면서 전문 재취업 기관이나, 직장인 재교육기관이 많아졌다”며 “이들 업체의 경우 전문직 자격증 취득과 수료 후 취업기관 알선까지 담당해주고 있어 적극 활용해 볼 만하다”고 전했다. 3. 퇴직금으로 창업 대박 노려봐? 빚은 빛이 될수 없다, 빨리 털어라 퇴직금으로 일단 주택담보대출이나 자녀 학자금 대출 등 빚부터 청산해야 한다. 국민연금 개시 전까지 소득이 불규칙한 경우가 많아 매월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녀 결혼 비용 등 반드시 필요한 목돈이 예고돼 있다면 퇴직 전에 빌리는 게 좋다. 퇴직 후에는 직업이 없어 대출 한도나 금리 등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창업을 결심했다면 창업 전 2~3년 동안 관심 업종에서 근무해보며 노하우를 쌓는 것도 실패 확률을 줄이는 방법이다.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이라면 포트폴리오 재편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이종혁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대부분의 직장인은 달랑 집 한 채 안고 퇴직한다”며 “수억원대의 자산을 깔고 앉아 있는 것보다는 자가 주택을 전세로 돌리고, 여유 자금을 종잣돈으로 활용해 원금 손실이 없는 금융자산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데스크 시각] 정책의 체감도를 높이려면/전경하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정책의 체감도를 높이려면/전경하 경제부 차장

    이달 초 발표된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만능통장’이라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였다. 내년부터 도입될 해외 투자 전용 비과세 펀드가 이 만능통장과 함께 재테크의 필수 아이템이 될 것이다. 이 발표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국민들이 언론 보도만큼, 정부가 원하는 만큼 잘 알까’였다. 이 의구심은 퇴직연금을 둘러싼 질문에서 시작한다. 최근 참석자 대부분이 50대 이상인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다. 퇴직했거나 퇴직이 다가온 만큼 자연히 퇴직에 대해 이야기했고 퇴직연금도 주제였다. 그러나 회사가 퇴직연금에 가입했는지는 물론 퇴직금과 퇴직연금의 차이를 솔직히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고 나름 퇴직연금 기사를 많이 써 왔다고 생각했는데 당혹스러웠다. 올 2월 금융감독원은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 분석 및 시사점’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우리 국민이 물가, 이자, 분산투자 등 핵심적인 금융 개념에 대한 지식은 높은데 재무상황 점검이나 금융정보 수집 노력 등 금융행위에 대한 점수는 낮다는 내용이었다. 금융행위는 물건을 사기 전에 지불 능력을 점검해 봤는지, 은퇴와 노후 대비를 하는지 등이다. 이런 금융행위를 개인의 금융복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행동방식이라고 했다. 지식은 있는데 행동방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니 헛똑똑이인 셈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초중고를 대상으로 ‘1사(社) 1교(敎)’ 금융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의 헛똑똑이를 막는 방법 중 하나일 거다. 근로자들에게는 독립투자자문업(IFA)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올 하반기에 법으로 만들겠다는 IFA는 특정 금융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문, 상품 추천, 체결 대행 등을 해 주는 서비스다. 중요한 노력이긴 한데 금융이해력은 20대와 65세 이상 고령자에서 낮았다. 이들이 초중고에 금융교육을 받으러 갈 일은 없다. 취업이 어려워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가 된 20대나 세계 최고 빈곤율을 기록하는 고령자가 IFA를 찾아 상담을 받겠다는 생각을 할지는 미지수다. 이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사망보험금을 주는 한 생명보험사가 TV 광고를 많이 하는 것은 고령자의 여가 활동에서 TV 시청이 절대적이기 때문일 거다. 20대가 모여 있는 대학은 1사 1교 금융교육에서 왜 빠졌을까. 캠퍼스에 자리잡은 금융사가 알아서 하라는 걸까. ISA나 해외 비과세 펀드는 ‘종잣돈’ 통장을 만들면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즉 금융에 대한 투자다. 그러면 금융교육도 같이 가야 한다.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저서 ‘새로운 금융시대’에서 ‘금융은 돈을 버는 것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다른 목표를 지원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능적 과학’이라고 썼다. 다른 목표의 지원 수단인 금융이 발전할수록 금융 지식 격차가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 발표는 큰 틀만을 제시한다. 다양한 사례와 변하는 상황을 발표에 다 담을 수는 없다. 해서 세부 규정인 시행령, 시행규칙, 규정, 고시 등이 중요하고 관련 기업들은 이 문구에 사활을 건다. 국민의 체감도를 높이는 것도 발표 이후의 눈에 안 띄는 후속 작업에 달려 있다. 발표 이후의 정부 움직임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lark3@seoul.co.kr
  • ‘먹고살기 힘들어’ 나이 고치는 베이비부머

    ‘먹고살기 힘들어’ 나이 고치는 베이비부머

    대구에 사는 김규영(56·가명·은행원)씨는 지난 5월 서울 서초구의 한 법무법인을 찾았다. 1959년 10월 출생인 그는 가족관계등록부(호적)상 생년월일이 1958년 10월로 돼 있었지만 복잡한 절차 때문에 나이를 바꾸는 것을 차일피일 미뤄 왔다. 하지만 정년퇴직을 앞두고 고민이 시작됐다. 결국 그는 법원에 소명 자료를 제출해 지난달 나이를 정정했다. 3개월 만에 1년이 젊어진 셈이다. 김씨와 비슷한 이유로 서울가정법원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특히 정년과 국민연금 수령 등을 앞둔 50대 이상 신청인이 증가하는 추세다. 노후 생활에 대한 불안감 탓에 나이를 줄여 정년퇴직을 늦추려는 사람들과 나이를 늘려 한시라도 빨리 국민연금 등을 수령하려는 사람들이 동시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서울시내 각 지방법원에 접수된 연령 정정 신청 건수는 2013년 939건에서 지난해 989건으로 1년 새 50건(5.3%)이 늘었다. 올 들어서도 상반기 동부지법을 제외한 3개 법원에만 533건의 연령 정정 신청이 들어왔다. 서울 전체로 연말까지 1000건을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북부지법 관계자는 “과거에는 나이를 중시하는 분위기 때문에 동년배들에게 후배 취급을 받는 것이 억울하다며 나이를 고쳐 달라는 등 다양한 사유가 있었지만 요즘엔 주로 국민(노령)연금 수령이나 정년 연장 등의 혜택을 보기 위해 연령 정정을 접수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연령을 바꾸려 하는 신청인들은 50대 중·후반에 쏠려 있다. 남부지법 관계자는 “신청인 연령을 따로 관리하지는 않지만 젊은 층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이 50대 이상”이라고 귀띔했다. 같은 50대 이상이라도 개인의 경제적인 상황에 따라 연령을 낮추거나 높이려 하는 것도 특징이다. 서부지법 관계자는 “공무원이나 전문직 종사자들이 정년 연장 등을 노려 연령을 낮추려 한다면 반대로 저소득층은 국민연금이나 노령연금을 빨리 받기 위해 연령을 높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각 법원에서는 입학, 졸업 증명서 등의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연령 정정 접수 건에 대해 ‘승인’(인용) 또는 ‘거부’(기각) 결정을 내린다. 호적상 연령을 정정할 경우 국민연금 수급 조건(10년 이상 연금보험료 납부)만 충족되면 연금 개시 연령이 앞당겨진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연령이 낮아져서 연금 개시 연령에 미달될 때는 이미 지급된 연금액에 대한 환수 조치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반면 호적상 나이가 달라졌다고 해도 정년 연장은 쉽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관련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내년부터는 300명 이상 사업장에서 60세 정년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고령자고용촉진법이 시행되기 때문에 앞으로 소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테면 동일한 생년월일이라도 음력과 양력 중 어떤 날짜를 호적에 올리느냐에 따라 정년퇴직 시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안 좋은 데다 급속한 고령화로 노후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연령정정 신청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법무법인 위드인의 이금호 변호사는 “국민연금, 정년 등의 이해관계가 얽히다 보니 과거와 달리 정확한 생년월일을 되찾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면서 “요즘 같은 불경기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가장 큰 배경”이라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정년 연장 추세에 따라 정년이 늘면 기대 수익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변호사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연령 정정을 하려는 사람들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길섶에서] 수제 막걸리/최광숙 논설위원

    식탁에 생선이 오르면 비릿하다고, 파전이 오면 너무 기름지다고, 즐거운 일이 있으면 그냥 지나갈 수 없다고,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맨 정신으로는 살 수 없다고…. 이런저런 이유로 ‘술맛’을 다시는 남편을 당해 낼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냉장고에는 늘 막걸리가 있다. 어느 날 택시를 탔는데 기사인 할아버지도 막걸리 예찬론을 폈다. 하루에 한 병씩 반주로 마신단다. 아픈 데 없이 건강한 게 모두 막걸리 덕이라고 했다. 자신의 부인이 잊지 않고 늘 밥상에 막걸리를 챙겨 주는 것도 그래서란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대학교 선배분이다. 은퇴 후에도 노후에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 막걸리 한 잔 사드시라고 거스름돈도 받지 않았지만 막걸리 건강론에는 끝내 동의할 수 없었다. 얼마 전 한 식당에서 서비스로 내 놓은 막걸리를 한 잔 받아먹었다. 식당 주인이 만든 것인데 시금털털하면서도 달짝지근해 오묘한 맛을 냈다. 목 넘김도 좋았다. 내년부터는 동네 식당에서도 막걸리를 빚어 팔 수 있게 된다고 하니 곧 이런 수제 막걸리도 시장에 선보일 것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좋은데 애주가 남편을 생각하면 벌써 걱정이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생활고에… 노령연금 수급자 100명 중 15명 앞당겨 받는다

    노령연금 수급자 100명 가운데 15명이 은퇴 후 당장의 생활고를 해결하고자 손해를 감수하고 조기에 노령연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조기 연금 수령자는 45만 5081명으로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 298만 6000여명의 15.2%에 달했다. 조기 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을 본래 받을 수 있는 나이(2015년 기준 61세)보다 5년 앞당겨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한 해 앞당겨 받을 때마다 연간 6%가 감액돼 5년 일찍 받으면 정상 수급 연령에 받을 수 있는 노령연금의 70%만 받게 된다. 자칫 노후 생활이 위태로울 수 있는데도 조기 연금 수급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09년 조기 연금 수급자는 18만 4608명으로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의 8.59%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44만 1219명(14.9%)으로 급증했다. 이런 추세로 가면 올해 조기 연금 수령자가 5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국민연금공단은 내다봤다. 조기 노령연금 수급자의 특징은 노후생활자금을 국민연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이 2012년에 조기 노령연금 수급자 500명과 비수급자 500명을 비교 조사한 자료를 보면 조기 노령연금 수급자의 절반에 가까운 44.7%가 노후생활비 조달계획에서 국민연금을 최우선시하고 있었다. 생활비가 부족해 연금을 조기수령했다는 의미다. 조기 노령연금을 수급한 남성이 현재 일자리에서 받는 평균 임금은 127만원인 데 비해 조기 노령연금 비수급 남성의 평균 임금은 201만원으로 70만원가량 차이가 났다. 또 조기 노령연금 수급자의 62.4%가 현재 무직인 반면 비수급자는 62.2%가 일자리를 갖고 있었다. 이렇게 낮은 임금을 받거나 일자리가 아예 없는 사람이 노령연금마저 앞당겨 받으면 노후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갈현숙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55세에 퇴직한 후 재취업하지 못하면 퇴직자는 연금 수급 연령이 될 때까지 먹고살 길이 없다”며 “연금 수급 연령을 앞당기지 못한다면 적어도 노동시장에서라도 살아남게끔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노화 직접 겪어봐”…‘노인 체험’ 외골격 슈트 화제

    “노화 직접 겪어봐”…‘노인 체험’ 외골격 슈트 화제

    현재 미국, 독일, 한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외골격(exoskeleton) 슈트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외골격 슈트란 신체 외부에 옷처럼 착용하는 기계장치의 일종으로 군사, 산업, 재활치료 많은 분야에 활용될 전망이다. 용도에 따라 조금씩 그 기능은 다르지만 사용자의 움직임을 보조하는 역할이라는 점에서 궁극적 본질은 동일하다. 그런데 이러한 일반적인 외골격 슈트의 목적과는 정 반대로 오로지 사용자에게 불편을 주기위해 만들어진 독특한 발명품이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12일(현지시간) ‘노화 체험’을 위해 만들어진 외골격 슈트 ‘R70i’를 소개했다. 이 제품은 미국의 보험회사 ‘젠워스’(Genworth)와 기술개발 기업 ‘어플라이드 마인즈’(Applied Minds)가 협력해 개발한 것이다. 젠워스는 노령이 되면서 겪는 불편함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이 같은 슈트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먼저 이 슈트는 노화에 따른 움직임의 제약을 재현할 수 있다. 슈트의 각 관절부분은 원격 조종 프로그램과 연동돼 사용자의 관절 움직임을 제한한다. 때문에 사용자는 일정 각도 이상으로 팔다리를 구부릴 수 없고, 움직이는 속도 또한 크게 줄어든다. 사용자는 이를 통해 관절염이나 근육손실 등에 따른 불편함을 깨닫게 된다. 노령에 따른 또 다른 대표적 불편사항 중 하나는 바로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다. R70i 헬멧에 내장된 헤드셋은 꾸준한 소음을 내 이명에 의한 청력 저하를 재현할 수 있다. 시력 저하 또한 노인들이 일반적으로 겪는 큰 문제 중 하나다. 각종 시력 감퇴 증상을 재현하기 위해 이들은 증강현실 기술을 사용했다. 증강현실 기술이란 카메라가 찍은 화면에 실시간으로 가상의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통해 R70i는 사용자가 보는 화면을 녹내장이나 백내장 등 시력이상 질병에 걸린 사람의 시각처럼 조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R70i는 착용한 사람의 간단한 손놀림마저 크게 방해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때문에 컵을 들거나 펜을 쓰는 등 지극히 단순한 작업조차 매우 힘든 일이 돼버린다. 브란 페런 어플라이드 마인즈 공동창업자는 “인간의 수명은 길어질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길어진 수명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R70i의 개발 취지를 밝혔다. 톰 맥일너니 젠워스 대표에 따르면 R70i의 또 다른 목표는 가족들과 함께 노후 대책에 대해 논의할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미래를 계획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함께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그러나 사람들은 대부분 실제로 나이가 들기 전에는 노후의 불편에 대해서 대화하려 들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며 “R70i를 만들어 이러한 대화의 계기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개발자들은 또한 이 슈트를 미국 전역의 박람회 등에 전시시켜 노령화 추세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진토록 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사진=ⓒ젠워스/어플라이드 마인즈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5년간 200만원 비과세… 서민 종잣돈 만들 수 있나

    5년간 200만원 비과세… 서민 종잣돈 만들 수 있나

    5년간 200만원(연간 40만원)의 금융소득 비과세 혜택으로 서민과 중산층이 종잣돈을 만들 수 있을까. ‘만능통장’으로 떠오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뜯어볼수록 혜택이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가 도입하는 ISA는 비과세 혜택과 규모 면에서 ‘반쪽짜리’라는 것이다. ISA는 금융위원회가 그동안 수차례 밀어붙였던 정책이다. 특정 연령이나 소득에 따른 혜택이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종잣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침체된 금융시장에 활기를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세수 고민이 ‘입김’으로 작용했다. 세수 펑크로 나라살림이 가뜩이나 퍽퍽한데 전 국민을 대상으로 비과세 혜택을 준다면 세수 메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ISA를 먼저 도입한 영국과 일본의 경우 연간 납입한도(영국 1만 5000파운드, 일본 100만엔)에만 제한을 두고 여기서 발생한 모든 수익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을 준다. 또 일정 연령을 넘으면 소득에 상관없이 국민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반면 우리는 5년간 이자·배당 등 투자 손익을 통산해 200만원까지만 세금을 안 매긴다. 순수익이 200만원을 넘으면 세금 9.9%(지방소득세 포함)를 부과한다. 그나마도 국내 주식형 펀드는 지금도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을 물리지 않기 때문에 세제 혜택의 의미가 없다. 근로·소득자가 아닌 주부도 ISA를 개설할 수 없다. 신탁 수수료까지 고려하면 매력이 더 떨어진다. ISA는 신탁 계좌로 운용되기 때문에 이를 판매하는 금융사들은 신탁 규정에 의해 자기 회사의 예·적금 상품은 판매할 수 없다. 결국 가장 많은 창구를 확보하고 있는 은행들이 수수료 장사나 투자자문업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전문가들은 ISA가 모든 계층에 골고루 혜택을 주면서도 실질적으로 활용되기 되기 위해서는 세제 혜택을 ISA로 집중하고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중도인출 제한을 완화하라고 조언한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궁극적으로는 흩어져 있는 각종 세제 혜택 상품들을 차츰 줄여서 ISA로 편입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5년간 200만원으로 제한한 비과세 기준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실장은 “3~5년간 자금이 묶이는 ISA에 여유자금을 투자해 혜택을 볼 수 있는 저소득층은 거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저소득층에 한해 만기 제한을 더 완화해 돈이 묶이는 부담을 덜어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ISA 기본 만기는 5년이지만 저소득층과 청년은 3년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모든 계층에 골고루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를 견지하다 보니 오히려 혜택의 폭이 좁아졌다”면서 “ISA를 재산 형성과 노후 대비를 위한 장기 저축으로 본다면 연금처럼 소득공제 제공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ISA가 종합 자산관리 계좌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보험 편입과 투자자문업의 활성화도 풀어야 할 과제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개인 자산관리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는 보험까지 담아 종합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단순히 상품 소개가 아니라 맞춤형 설계를 해줄 수 있는 개인 투자자문업이 본격적으로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열린세상] 복지제도, 허리를 두텁게 해야 한다/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열린세상] 복지제도, 허리를 두텁게 해야 한다/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지난 총선과 대선은 복지논쟁이 다른 이슈를 집어삼킨 선거였다. 대선 직후 기초연금 도입 방식을 둘러싸고 큰 홍역을 앓았다. 기초연금 문제가 일단락된 후에는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로 1년 가까이 나라가 시끄러웠다. 그러는 사이 다음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복지논쟁 시즌2’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연금제도 도입 역사는 최소 60년이 넘는다. 제도가 오래되다 보니 노인이 가장 부유한 세대다. 고성장 시대의 관대한 연금혜택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OECD 대한민국 정책센터 사회정책본부’가 개최한 국제회의에서 발표된 OECD 최신 보고서는 빈곤 문제가 노인에서 청년으로 옮겨 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청년 빈곤 문제를 푸는 데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전 국민 대상으로 국민연금이 확대된 시점이 1999년 4월이다. 16년에 불과하다 보니 노인 빈곤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모든 노인들이 가난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빈곤한 노인이 많으나 우리 역사상 가장 부유한 노인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우리나라 노인들이 모두 가난한 것처럼 사실이 왜곡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날로 심화되는 소득 양극화, 가장 어려운 집단에 집중된 무상복지 혜택 탓에 중간에 낀 어정쩡한 중하위 소득계층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가 조금만 도와주면 숨통이 트일 집단에 대한 복지 혜택이 많지 않다. 복지 지출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국민의 복지 체감도가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복지 혜택이 돌아가도록 우리 사회의 인프라를 재구축할 때가 된 것 같다. 진짜 생활이 곤궁한 노인이 얼마나 되는지, 소득양극화는 어느 정도 심화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생산해 낼 때다. 소득불평등을 보여 주는 지니계수만 해도 정부 공식 통계와 일부 전문가가 주장하는 통계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조사 대상에 포함되는 부유층과 재산의 범위 때문이다. 현실을 제대로 보여 줄 수 있는 통계 작성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해 발간된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기준으로는 우리나라 소득불평등이 일본보다 낮으나, 재산을 포함하면 일본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높은 노인빈곤율도 부동산 자산을 고려하지 않아서 나타나는 문제다. 연금 등 금융자산이 대부분인 여타 OECD 회원국들과 달리 부동산 자산이 대부분인 우리 현실을 고려하지 않다 보니 실제보다 노인빈곤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쉽게 수긍할 수 있는 통계 자료가 생산돼야 정부 정책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청년 문제를 다룬 드라마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취직이 어렵고 취직해도 계약직이 대부분이다 보니 미래 설계를 할 수 없다. 정부가 많은 대책을 내놓아도 출산율이 올라가지 않는 이유다. 앞날이 불확실한데 어떻게 결혼해 애를 낳고 살 생각을 하겠는가. 노인 빈곤 문제를 소홀히 하자는 말이 아니다. 전체 연령층에서 누가 진짜 빈곤한 집단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노후 소득 보장이 중요하다고 아무리 두터운 사회보장제도를 만들어 봤자 제도를 지탱할 젊은 세대, 즉 허리가 부실해지면 그 사회보장제도의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다가올 ‘복지논쟁 시즌2’에서는 생산적인 논쟁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복지, 특히 사회보장제도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 주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실패해도 국가가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해 준다는 기대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젊은 세대가 하고 싶은 일에 두려움이 없이 도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창의성이 발휘되고 덩달아 국가의 생산성도 높아질 것이다. 그동안 주변 여건이 많이 변했다.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베이비붐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북유럽 소규모 복지국가의 전체 인구보다도 많은 숫자가 복지 수혜자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좋았던 봄날이 빨리 지나가고 있다. 더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은 국가적인 재앙일 뿐이다.
  • 與, 롯데 분쟁 관련 오늘 국민연금 보고받아

    새누리당이 10일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사태와 관련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처음으로 현안보고를 받는다. 재벌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9일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내일(10일) 국민연금으로부터 롯데그룹에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주주권 행사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해외 사례는 어떤지 등을 보고받는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이어 “(주주권을 행사하면) 롯데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 모두를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며 “(주주권 행사로 인한 자율성 침해 부분도)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는 김무성 대표가 지난 7일 롯데그룹 사태와 관련, “국민연금이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지킬 수 있도록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 현재 국민연금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롯데그룹 계열사는 롯데푸드(13.31%·최대 주주), 롯데칠성(12.18%·2대 주주), 롯데하이마트(11.06%·2대 주주), 롯데케미칼(7.38%·4대 주주) 등 4곳이다. 보유 지분이 5%를 넘지 않아 공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롯데쇼핑 등 다른 계열사 지분까지 합칠 경우 국민연금은 총 1조 5000억원 상당의 롯데그룹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할 규정과 전례가 없고 주주권 행사가 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영권 개입으로 비칠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에도 국민연금은 대규모 손실을 봤지만 주주권 행사를 논의하지 않아 형평성 논란도 일 수 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대낮 뉴욕 도심 지하철에 나타난 ‘용감한 스컹크 형제’

    대낮 뉴욕 도심 지하철에 나타난 ‘용감한 스컹크 형제’

    가끔 원인 모를 악취로 유명한 뉴욕의 도심 지하철역, 대체로 100년을 넘긴 오래된 지하철이기에 환풍 시설이 노후해 발생하곤 한다. 그런데 고약한 냄새를 내는 것으로 유명한 스컹크 두 마리가 대낮에 도심 지하철 역사에 등장해 화제를 몰고 있다고 뉴욕포스트가 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뉴욕경찰과 교통당국은 이날 뉴욕 브롱스 지역의 한 지하철 역사에 나타난 두 마리 스컹크 새끼를 안전하게 포획하여 동물 보호 기관으로 인계했다고 전했다. 뉴욕 교통 당국이 이들 두 마리 스컹크가 상자에 담긴 사진을 트위터를 통해 공개하며 대체로 밤에 활동하는 스컹크가 그것도 새끼들이 어떻게 해서 대낮에 지하철 역사까지 왔는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악취를 풍기는 것으로 유명한 스컹크는 외래종이 아니라 뉴욕 태생으로 뉴욕시 외곽지역에서 자주 발견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스컹크는 주로 야밤에 뉴욕시 인근 지역에서 자주 출몰하여 가정집 담장을 부수고 지나가거나 가끔 이를 보고 달려드는 개들을 향해 악취가 심한 방귀를 내뿜기도 한다. 사진=뉴욕 도심 지하철역에서 대낮에 발견된 두 마리 스컹크 새끼 (뉴욕 교통당국 제공)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김무성 “국민연금, 롯데그룹에 주주권 행사해야…신씨들 싸움에 국민이 피해”

    김무성 “국민연금, 롯데그룹에 주주권 행사해야…신씨들 싸움에 국민이 피해”

    김무성 “국민연금, 롯데그룹에 주주권 행사해야…신씨들 싸움에 국민이 피해” ‘김무성 국민연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7일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롯데그룹에 대해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경영 감시를 강화하라는 요구와 관련, “국민연금에서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롯데사태는 집안 재산 싸움인데 신씨들의 싸움 때문에 피해보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 “우리 국민이 노후자금을 위해 납부한 국민연금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그러니까 이럴 때 당연히 국민연금에서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대표는 국민연금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기 어려운 만큼 여당에서 의결권 행사를 지원해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것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국민연금은 롯데푸드(13.31%)의 단일 최대 주주이자,롯데칠성음료(12.18%)와 롯데하이마트(12.33%)의 2대 주주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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