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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백수1년 갈 곳도 만날 사람도 없어… 죽어라 일한 젊은 날 억울”

    [커버스토리] “백수1년 갈 곳도 만날 사람도 없어… 죽어라 일한 젊은 날 억울”

    “도대체 난 그동안 뭘 한 걸까. 삶에 아무런 낙이 없다.” 박명식(54·가명)씨는 요즘 멍하게 앉아있는 일이 잦다. 무얼 해도, 누구와 있어도 도통 재미가 없다. 때로는 왈칵 눈물이 쏟아지고 때로는 콱 죽어버릴까 싶다. 가족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해본 게 언제인지, 부부관계를 한 게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생수와 떡을 넣은 단출한 배낭을 메고 산에 오를 때면 초라한 기분이 들어 참을 수가 없다. 살아온 세월에 대한 허무와 배신감, 살아갈 세월에 대한 공포와 암담함. 절망이란 게 이런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2년 전 건설회사에서 퇴직한 뒤 야심 차게 치킨 전문점을 창업했지만 쫄딱 망해 퇴직금마저 날린 뒤 이런 증상이 시작됐다. ●봄:청도 촌놈, 개천 출신 용을 꿈꾸다 박씨는 그 유명한 ‘58년 개띠’다. 6·25 전쟁 후 태어난 1955~63년생 ‘베이비붐’ 세대 중에서도 사람 수가 가장 많기로 유명한 1958년생이다. 그는 질곡의 현대사만큼이나 격동의 50년을 살았다. 가난한 농부 집안에서 2남 4녀 중 첫째로 태어난 그의 소원은 오직 쌀밥을 배불리 먹는 것이었다.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는 책임감과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경북 청도 ‘촌놈’은 대구로 유학을 떠나 명문 국립대 기계공학부에 들어갔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통용되던 시절이었다.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었지만 박씨에게 데모(시위)는 사치였다. 과외수업과 막노동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며 근면 성실하게 대학을 졸업했다. ●여름:유능한 사회인, 든든한 가장 일자리는 널려 있었다. 그는 졸업과 동시에 큰 어려움 없이 서울에 있는 큰 건설회사에 들어갔다. 삼시 세끼를 직장에서 해결하며 밤낮 없이 일했다. 27세 되던 1985년 봄엔 중매로 만난 참한 아가씨와 결혼했다. 서울 단칸방에 살면서도 야근 후 나눠 먹는 붕어빵 하나에 부부는 깔깔댔다. 사글세를 내고 남은 월급은 대부분 시골 가족들의 생활비로 보내졌지만 일할 곳이 있고 쌀밥이 있기에 마냥 행복했다. 이듬 해 딸이 태어났고, 자식에겐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힘든 줄 모르고 일했다. 야근은 일상이었고 휴가는 남의 일이었다. 직장에 한 몸 바치는 게 당연한 줄만 알았다. 아들도 얻었다.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이사를 반복했다. ‘내집’만 있다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았다. 그는 마침내 1994년 경기도 성남 분당 신도시에 새로 지어진 31평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가을:52세 직장 퇴출, 좌절의 문턱 인생이 삐걱거리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젊고 똑똑한 부하 직원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직장에서 그의 입지는 차츰 쪼그라들었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바뀌는 흐름과 유행을 좇아가기 버거웠다. 영어는 또 왜들 그렇게 잘하는지, 그는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는 기분이었다. 추진력도 예전 같지 않았고 자신감도 확연히 떨어졌다. ‘꼰대’로 취급받는 걸 느끼며 박씨는 막연히 은퇴를 예감했다. 그래서일까. 2010년 쉰둘의 나이로 회사에서 잘렸을 때 그는 애써 태연한 척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실제로 큰 충격을 못 느꼈으니까. 딱 100일을 동분서주한 끝에 퇴직금 1억원으로 경기 용인 수지에 통닭집을 냈다. 그러나 창업은 쉬운 게 아니었다. 대접만 받아 왔던 그는 서비스업에서는 젬병이었다. 대우받고 살다가 갑자기 몸을 낮추려니 배알이 꼴렸다. 손님들을 살갑게 대하는 것도 어려웠고, 젊은 아르바이트생들을 다루기도 버거웠다. 계산과 서빙에 잔 실수도 많았다. 새벽까지 술 손님을 상대하느라 건강도 축났다. 신메뉴와 세련된 인테리어로 단장한 경쟁업체도 잇달아 들어섰다. 아내와도 자주 싸웠다. 결국 반 년도 안 돼 빈손으로 가게를 접었다. 정말 끝이었다. 50평생을 제대로 놀아 본 기억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렸는데 남은 건 달랑 50평짜리 아파트 하나였다. 박씨는 “팽팽하던 고무줄이 끊어진 느낌이었다.”고 했다. ●겨울:절망… 처자식보다 산이 더 좋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1년간은 ‘백수’로 살았다. 직장이 없어지니까 특별히 만날 사람도, 할 일도 없었다. 격의 없이 술잔을 주고받던 사회 친구들과는 대부분 연락이 끊겼다. 아니, 박씨 스스로 끊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는 “괜한 자격지심 때문에 내가 먼저 피한 적이 많다.”고 했다. 동창 모임에도 몇 번 나가봤지만 아직 일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샘이 나서 움츠러들었고 같은 처지의 친구들은 궁상맞아서 싫었다. 아내와도 영 어색해졌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삼시 세끼 끼니를 챙겨 줘야 하는 남편을 뜻하는 ‘삼식이’라는 말이 등장했을 땐 굴욕적이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대학생이 된 자식들과도 서먹해졌다. 할 말이 없고 어쩌다 대화를 해 보려 해도 관심사나 가치관이 달라 몇 마디 이어지질 않았다. 아내와는 여자친구 얘기며 학교 얘기며 일상을 속속들이 나누는데 아빠만 시쳇말로 ‘왕따’를 시키다니. ‘여태껏 누구 때문에 풍족하게 먹고 자고 입고 다녔는데’라고 생각하니 괘씸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니 아이들과 소소한 일상 얘기를 해 본 기억이 없었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 인간관계에 대한 서운함은 물론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사무치게 밀려든다. ‘내가 이런 대접을 받으면 안 되는데. 젊은 시절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데’ 사춘기가 다시 오는 건가 싶었다. 사는 게 아무런 재미가 없어졌다. 그렇다고 가족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자니 자존심이 상하고 왠지 부끄러웠다. 그렇다고 제대로 놀 줄도 몰랐다. 넘치는 시간이 고역이었다. 가장 우울한 건 통장 잔고가 팍팍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버는 건 없는데 씀씀이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대학생 두 명을 키우다 보니 등록금만 매년 2000만원 가까이 들어갔다. 둘째가 군대에 간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게다가 장남인 박씨는 고향 청도에 혼자 사시는 홀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는 마음의 짐까지 보태졌다. 이젠 ‘100세 시대’라는데 나의 노후만 대비해도 모자랄 판국에 뒷바라지해야 하는 자식과 부모 사이에 끼어 그저 답답할 뿐이다. 그래서 박씨는 오늘도 멍하니 앉아 울음을 삼킨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커버스토리] 50대 남자 소리 없이 울고있다

    [커버스토리] 50대 남자 소리 없이 울고있다

    50대 남자들이 남몰래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들은 남편, 그리고 아버지로서 어떤 상황에서든 의연함을 강요받은 세대다. 그러는 사이에 삶은 피폐해졌고, 마음의 병은 커가기만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우울증 환자 현황’에 따르면 국내 50대 남성 우울증 환자가 매년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2만 6800명이던 50대 남성 우울증 환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0년에 3만명을 넘어서더니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인 3만 2565명을 기록했다. 여성의 갱년기 우울증에 가려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여겨졌던 중년 남성들의 우울증이 이미 ‘마음의 감기’ 수준을 멀찍이 넘어선 것이다. 하규섭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남자들은 감정 표현을 나약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슬픔·피로감·희망 없음·수면 패턴 등을 묻는 전형적인 우울증 질문지로는 증상을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실제 남성 우울증 환자는 발표된 수치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없이 크고 강해 보이기만 한 우리의 아버지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직장 내 고립과 실직에서 오는 사회적 자존감 하락 ▲경제적 궁핍과 노후 고민 ▲성장한 자녀와 소원한 아내 등 가족들의 관심 부족 ▲남성성과 힘의 쇠락에서 느끼는 좌절감 등이 남성 우울증의 주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전태연 우울증임상연구센터 소장은 “우울증의 기본은 상실(loss)이다.”면서 “50대 남성들은 갑자기 잃은 게 많아 특히 그렇다.”고 설명했다. 백종우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50대는 사회적으로 잘나가던 남성들이 퇴직하면서 존재감에 상처를 입는 시기”라면서 “소일할 방법이라고는 등산과 술뿐이라 더 쓸쓸한 세대”라고 분석했다. 변화순 팸라이프가정연구소 소장은 “자신이 누군지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려온 남자들이 50대에 다시 사춘기를 겪는다.”면서 “가족과의 교감·소통·공감을 무시하고 살다가 어느 순간 소외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때가 50대 전후”라고 말했다. 이들은 감정과 분노 조절에 서툴러 우울증이 오면 술·도박·섹스중독 등 자기파괴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50대 남자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며, 자살 사망률도 여자보다 2배나 높다.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수)도 1984년 12.5명에서 지난해 43.3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58년 개띠’로 대표되는 ‘상실의 세대’가 웃음을 되찾으려면 제2의 삶을 살 수 있는 사회적 대책과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장은 “평균 수명이 늘어난 만큼 정년을 늦추고 중·노년 일거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범 계명대 동산의료원 정신건강과 교수는 “사람들은 우울증을 ‘질병’이라기보다 ‘의지’의 문제로 인식해 치료나 상담을 꺼린다.”면서 “약물치료와 상담을 병행하면 충분히 완치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의들은 “이제는 남성들이 ‘대장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주변에 적극적으로 자기감정을 표현하고 살아야 한다.”면서 “세상이 그렇게 바뀌었음을 남성들이 스스로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이범수기자 bulse46@seoul.co.kr
  • 눈두덩이까지 움푹 파이고 굴곡진 노인들 얼굴에 살아 온 세상을 담다

    눈두덩이까지 움푹 파이고 굴곡진 노인들 얼굴에 살아 온 세상을 담다

    바짝 붙어 그림을 뜯어보면 험준한 산악 지형이다. 물감들이 들러붙어 있는 모양새부터 그렇다. 궁둥이가 펑퍼짐해지게 눌러 퍼져 앉아 있다기보다 날을 세운 채 결에 따라 일렬로 쭉쭉 엉겨붙어있다. 멀찌감치서 보면 탁한 느낌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빨강, 노랑처럼 화려한 원색도 아낌없이 쓰여있다. 전체적으로 단단한 덩어리감, 그러면서도 세부적으로는 삐죽빼죽 날선 느낌, 부분적으로 화려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탁한 느낌이 영락없이 화강암 덩어리 분위기다. ●“‘큰 바위 얼굴’ 우리 식으로 그려보고 싶었죠” 그러니까 장비 제대로 안 갖추고 함부로 걸어다니다 도가니가 거덜날 수 있다는, ‘악!’ 소리난다는 우리나라 악산(嶽山) 느낌이 물씬 풍겨온다. 더구나 그림 사이즈는 200호를 넘나드는 대작들. 벽에다 걸어놓지 않고 바닥에 깔아놨다면 산악지대 축소 모형, 요즘으로 치자면 구글어스 캡처 사진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다. 갤러리를 한 바퀴 다 돌고나면 왠지 산을 오르내린 뒤 숨이 가빠지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게 봤다면 잘 본 겁니다. 얼굴을 그리되 우리 식으로 해석한 나다니엘 호손의 ‘큰 바위 얼굴’ 같은 걸 그려보고 싶었어요.” 11월 13일까지 서울 견지동 아라아트 갤러리에서 개인전 ‘넋, 뼈와 살’을 여는 권순철(68) 작가. 작가가 그리는 얼굴의 주인공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아니 약간 부족한 사람들이라 해야 할른지 모르겠다. 편안한 노후 생활을 위해 은퇴 이후 몇년 살 것인가 계획 세워 재테크와 연금저축에 힘쓴 사람들의 얼굴이 아니다. 젊은 시절 열심히 살아서 강남에 집 한 채 있는 게 전부인데 웬 세금 폭탄이냐고 치를 떠는 사람들의 얼굴이 아니다. 실버타운 광고에 나오는 아들, 손주, 며느리에게 존경받는 윤기 나는 노인도 아니다. 조국 근대화의 길에 나서 한 평생 뼈빠지게 일했건만 여전히 돈 필요하면 직접 일해 벌어 쓰라 내몰리는 얼굴들, 그래서 국가 재정을 위태롭게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의심받는 얼굴들,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을 복지라며 생색내면서 쥐어주다가도 그마저도 떼먹는 게 아니냐고 의심받아가며 살아가는 얼굴들이다. ●서울역전·탑골공원·시골장터 찾아 다니며 그려 작가는 왜 이런 얼굴들을 골랐을까. 답은 간단했다. “우리가 살아온 게 그렇잖아요.” 해방, 분단, 전쟁, 냉전, 이념, 개발, 독재 같은 단어들이 줄지어 머릿속을 지나간다. 작가가 저런 얼굴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곳도 그렇다. “서울역전이나, 탑골공원, 시골장터 같은 곳을 많이 찾았지요. 물론 기분 나빠 하실 수 있어서 좀 멀찌감치서 그렸지요.” 작가는 그런 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들에서 “어떤 신성성” 같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추상적인 느낌 강한 ‘넋’ 시리즈도 눈길 그래서 배경은 가끔 회색이나 짙은 푸른색이 비칠 뿐 거의 대부분이 검은색이다. “조금 밝은 색이나 하얀 캔버스 바탕을 고스란히 남겨도 보고 싶었지만 그건 우리가 살아왔던 세상이 아닌 것 같아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한다. 그러고 보니 작가가 그린 얼굴들 가운데 눈을 제대로 뜨고 있는 인물도 없다. 눈두덩이까지 움푹 패어버렸으니 이미 세상과의 끈조차 놓아버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런 얼굴들을 뭐라 불러야 할까. 누군가는 세상 흐름에 운때가 맞아떨어져 불멸의 업적을 이룩하는 사람들을 일러 ‘세계사적 개인’이란 멋드러진 표현을 썼다. 그러나 세계사의 변방에서, 중심부에서 미친 듯 밀려드는 격랑을 온몸으로 다 받아내야 했던 이들 노인들에게 ‘세계사적 개인’이라는 말은 너무도 낭만적인 사치일 뿐이다. 작가가 정치인, 재벌 회장님이 아니라 이 노인들의 얼굴로 한국의 큰 바위 얼굴을 만들고 싶었던 것도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훨씬 추상적인 느낌이 강한 ‘넋’ 시리즈와 오랜 유럽 체류 경험을 살려 그린 ‘홀로코스트’ 작품들도 눈에 띈다. (02)743-1643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열린세상] 국민연금은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열린세상] 국민연금은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복지논쟁이 한창인 지금 국민연금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한때 보험료 내봤자 연금 못 받는다며 기피대상 1호였던 국민연금이 이처럼 주목의 대상이 된 배경은 두둑한 자금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80조원 이상의 적립금을 보유한 국민연금은 어느새 세계 3대 연금으로 성장했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빠른 속도로 기금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 기금을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먼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일하는 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해 국민연금기금으로 양질의 보육시설을 짓자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육아 부담이 줄어들면 아이를 많이 낳아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자도 덩달아 늘어날 터이니 장기적으로 국민연금에 긍정적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논리가 배경이다. 일견 타당해 보이나 국민연금이 낸 것보다 많이 지급하는 구조로 설계된 터라, 추가적인 재정안정화 조치가 없는 한 납부자가 많아질수록 국민연금 재정에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리에 맹점이 있다. 최근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는 노인층의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연금을 활용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저출산과 높은 노인빈곤율 외에도 우리 사회에는 쉽게 해결하기 힘든 여러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과 질 낮은 일자리 양산으로 인한 소득 양극화가 대표적인 예다. 날로 심화되는 소득 양극화가 근로기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노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처럼 모든 연령층에서의 소득 양극화 심화는 정부 개입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사회통합 및 국민들의 높아지는 복지 욕구에 일정부분 부응하기 위한 재정지출 증가 압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거세질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미래 연금급여로 지출될 돈을 앞당겨 쓰자는 주장은 미래세대에 대해 할 도리가 아닌 것 같다. 현재도 재원 조달이 어려워 미래 연금급여로 지출될 돈을 앞당겨 쓰자는 주장이 나오는 마당에, 노인인구가 급증할 미래에는 써야 할 돈이 더욱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국민의 노후를 차입금에 의존하던 국가들의 불행한 사례를 목도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 남유럽 국가들이 방만한 연금재정 운영으로 인해 심한 홍역을 앓고 있다. 여러 유혹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 빚 없는 경영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대목이다. 특히 앞날이 우울한 저성장, 저출산, 고령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국민연금을 앞당겨 쓰자는 논의보다 ‘저부담 고급여’ 및 평균수명 증가로 인해 초래될 연금 재정 불안정 해소 방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시급한 배경이다. 우리 세대 노인 빈곤 문제는 우리 세대의 능력으로 해결해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은 우리 세대를 위한 돈이 아니다. 지금 많은 돈이 쌓여 있다 하여 우리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이 아닌 것이다. 우리보다도 훨씬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우리 미래세대에게 남겨 주어야 할 최소한의 종잣돈일 뿐이다. 후세대를 위해 기금에 손 대지 않는 대신, 적지 않은 분들이 빈곤에 노출된 현재의 노인세대에게는 양해를 구해야 한다. 잘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우리 앞에 닥쳐올 인구고령화라는 거센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가용한 범위 내로 비용 지출을 최대한 억제할 수밖에 없다고. 지금보다 더 튼튼하게 기금을 쌓아 우리보다 훨씬 암울할 세상에서 살아갈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안타깝지만 형편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좀 더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을 더 많이 보살펴 드리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솔직히 말씀드려야 한다. 국민연금은 금 나오라고 두드리면 금이 나오는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 지금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오히려 채무 청구서만 날려 보낼 반갑지 않은 손님이 될 수 있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국민연금이 국민을 어렵게 만드는 궁민연금(窮民年金)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정신을 바싹 차리고 지켜보아야 할 때이다.
  • [사설] 국민연금 올리기 전에 잘못된 것부터 고쳐라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그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고 노후 보장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려면 보험료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지속성과 재정 안정을 위해 5년마다 실시하는 재정추계가 발표되는 내년 3월이면 보험료 인상문제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추계 당시 국민연금 적립금은 2043년 최고점에 도달한 후 2060년 완전 고갈될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8월 인구 오류 추계를 바로잡은 결과 국민연금 재정은 2041년 적자로 돌아선 뒤 2053년 완전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유성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2049년으로 예측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을 감안하면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2~14%까지 단계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는 것 같다. 국민 노후생활의 젖줄 역할을 하는 국민연금 재정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재정 안정 못지않게 국민연금에만 유독 불리하게 적용하고 있는 불합리한 부분부터 고쳐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국민연금은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과는 달리 전업주부로 신분이 바뀌면 다치거나 사망해도 연금을 한푼도 받지 못한다. 부부가 함께 국민연금에 가입했더라도 배우자가 사망하면 유족연금을 20%밖에 받지 못한다. 한 사람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공무원연금은 삭감비율이 50%다. 월소득 상한액이 389만원으로 묶여 있어 더 내고 더 받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반면 공무원연금 상한액은 747만원이다. 게다가 국민연금은 평생 평균소득의 40%(공무원연금은 60%)여서 아무리 많이 받아도 월 120만원 남짓한 수준이다. 생계비에 턱없이 못 미치는 ‘용돈 연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따라서 유족연금이나 장애연금처럼 맞벌이 추세에 역행하는 불합리한 지급 제한규정을 비롯, 현실에 맞지 않은 소득 상한액 등을 모두 바로잡은 뒤 여기에 맞춰 재정 추계를 하고 보험료를 조정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본다.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에 비해 가입자에게 지나치게 인색하게 설계돼 있는 국민연금 지급구조도 ‘노후 보장’에 초점을 맞춰 손질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보험료 인상이 지지를 얻을 수 있다.
  • 전광우 “내년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불가피”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22일 장기적으로 연금 재정 고갈을 막으려면 내년에 연금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전 이사장은 이날 서울 신천동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제세 위원장이 내년 초 국민연금 재정계산 공식 발표에 앞서 국민연금공단의 전망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재정계산은 국민연금법에 따라 국민연금의 제도 지속성과 재정 안정을 위해 5년마다 재정을 추계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연금납부액, 수령시기, 수령액(소득대체율) 등을 조정하는 절차를 말한다. 전 이사장은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 9%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면서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고 노후보장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려면 보험료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10년 부은 연금저축, 은행 정기적금만도 못해

    10년 부은 연금저축, 은행 정기적금만도 못해

    지난 10년간 연금저축 상품의 수익률이 은행 정기적금보다도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낙제점인 수익률 탓에 금융사만 배불린 셈이 됐다. 과다한 수수료와 미숙한 자산 운용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연금저축 수익률에 영향을 주는 수수료와 적립금 담보대출 금리 인하를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는 16일 은행의 연금저축신탁,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자산운용사의 연금저축펀드를 비교한 ‘금융소비자 보고서’ 1호를 발표했다. 회사별로 복잡하게 출시된 연금저축 관련 상품들을 소비자가 좀 더 쉽고 합리적으로 선택하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수익률 성적 운용사>은행>생보>손보 보고서에 따르면 연금저축의 10년 누적 수익률은 채권형을 기준으로 연금저축펀드(42.55%), 연금저축신탁(41.54%), 연금저축보험(생명보험사 39.79%, 손해보험사 32.08%) 순이다. 같은 조건으로 놓고 계산했을 때 10년간 은행 정기적금 금리는 48.38%다. ‘고위험 고수익’ 형태의 자산운용사 주식형 연금저축펀드도 10년 수익률이 122.75%에 불과해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149.6%)을 밑돌았다. 김용우 금감원 소비자보호총괄국장은 “소득공제 혜택을 고려하면 정기적금보다 나을 수 있다.”며 “연금저축은 10년 이상 가입하는 초장기 상품인 만큼 잘 따져보고 골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이나 자산운용사는 초기 수수료율이 낮고 보험사는 장기 수익률이 좋은 만큼 장기 가입자는 보험사, 단기 가입자는 은행이나 자산운용사가 대체적으로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연금저축 상품의 위험 정도를 나타내는 변동성은 수익률과 비례했다. 자산운용사가 0.38%로 가장 높았고, 은행 0.28%, 생보사 0.04%, 손보사가 0.03%였다. 변동성이 크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수수료율은 상품마다 부과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가입 유지 시기 등을 잘 따져야 한다. 수수료율은 첫해 보험(손보 13.97%, 생보 11.12%)이 높고 펀드(0.78%)와 신탁(0.77%)은 낮다. 30년째는 반대로 펀드 1.24%, 신탁 0.81%, 손보 0.10%, 생보 0.07%로 뒤집힌다. 금감원은 연금저축 상품 수수료 체계의 적정성을 검토해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는 내리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연금저축 적립금 담보대출 금리도 일반 예금 담보대출보다 낮아지도록 할 계획이다. ●금융사만 배불린 셈 연금저축 상품에 일단 가입했다면 중도해지는 금물이다.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22%의 높은 세금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목돈이 필요하면 해지하기보다는 납입금을 담보로 대출받는 게 나을 수 있다. 수익률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계약이전수수료(무료~5만원)를 물고 다른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다. 하지만 금융사들이 실적을 의식해 갈아타기 정보 제공에 소극적인 만큼 이르면 이달 말 시행되는 ‘연금저축 비교공시’ 제도를 활용하거나 상품 가입 때 조건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서울신문 10월 16일 자 19면 참조> 노후 대비 성격이 짙은 연금저축은 가족에 관계없이 각자 4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따라서 맞벌이 부부라면 각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위험 분산 차원에서 상품도 다른 성격으로 드는 것이 좋다. 예컨대 남편이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했다면 부인은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하는 식이다. 자영업자도 가입 가능하다. 소득에 비해 결혼자금 등 목돈이 들어갈 곳이 많은 사회 초년생이나 수입이 불규칙한 자영업자라면 매월 일정액을 의무납입하는 방식보다는 자유 납입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부담이 덜하다. 자세한 내용은 금감원 홈페이지(www.fs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영세 中企, 퇴직연금 도입하면 재정지원

    일시불이 아닌 연금 형태로 퇴직자금을 운용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정부가 재정을 지원한다. 저소득층의 국민연금 납입료를 정부가 일정 부분 대신 내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16일 국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으로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새로마지플랜)의 ‘고령사회’ 분야 보완 계획을 확정했다. 정부는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는 영세 중소기업에 퇴직연금 관리 수수료를 지원해 작은 기업들의 가입 확대를 유도하기로 했다. 또 국민연금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차상위계층(기초수급자 대비 소득 120% 이하)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국고에서 지원하는 방안도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2014년에 시행되는 자영업자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을 통해 저소득 자영업자들의 소득 파악률을 높인 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저소득 직장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의 효과가 입증되면 이를 고려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노인들이 정부 매입 임대주택에 쉽게 입주할 수 있도록 공급 순위 산정 때 노인 가구에 가산점을 부여하고 공공장기임대주택의 3% 이상을 ‘주거 약자용’으로 짓기로 했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정년 연장’은 노사정위원회 논의 등 사회적 합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년 연장을 도입하기에 앞서 임금 체계를 직무 성과급으로 개편하고 임금피크제와 근무 시간 단축 청구권을 도입하는 등 제도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일자리와 자원봉사, 교육 등 노후 관련 정보와 정부 정책을 통합해 제공하는 ‘고령자 사회참여 종합지원 시스템’과 ‘베이비부머 종합정보포털’도 운영하기로 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사설] 기관장 공정 공모, 공공기관 혁신 출발점이다

    공모로 뽑는 정부 산하 공공기관장 자리가 ‘낙하산 인사’로 채워지는 일이 관행이자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겉으로만 공모제이고 사실상 임명제인 현실을 정작 임명권자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로잡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하지만 늘 공염불로 끝났다. 기관장이나 최고경영자에 대한 공모제는 벌써 시행 10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퇴직 공무원과 정권의 측근이 이 자리를 독점하다시피 하는 것은 공기관·공기업 혁신을 하지 말자는 말이나 다를 바 없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를 보면 공공기관 286곳 중 82곳(28.6%)의 기관장이 소관부처 공무원 출신이라고 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0개 산하기관 중 8곳, 지식경제부는 60곳 중 14곳, 국토해양부는 32곳 중 14곳, 보건복지부는 16곳 중 7곳에 해당부처 퇴임 공무원을 기관장으로 채웠다. 금융공기업은 더 심하다. 금융공기업 14곳의 역대 최고경영자는 모두 196명인데, 기획재정부(92명)·시중은행(29명)·한국은행(25명) 출신이 대부분이다. 내부 출신 인사는 수십년 동안 기껏 6명(3%)이었다고 한다.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업종별 협회·경제단체 등 유관기관도 공무원 출신과 정치인들이 ‘노후용’이나 ‘보은성’ 자리로 선호하는 곳이다. 지식경제부의 경우 2008년부터 올해 7월까지 퇴직한 4급 이상 공무원 139명 중 74명이 산하 공공기관이나 유관기관에 취직했다. 오죽하면 ‘한 사람이 두세 자리를 돌아가면서 맡을 만큼 노후 일자리가 주변에 널려 있다.’는 소리가 나오겠는가. 기관장 공모제를 도입한 이유는 유능한 전문가와 경영인을 뽑아 기관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전문성이나 능력은 항상 뒷전이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만 찾으니 제도가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이 지경이 된 데는 현행법(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에 기관장 자격요건이 모호하고, 3~5배수의 후보자를 선정해야 하는 등 권력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많은 탓도 있다. 법을 좀 더 명료하게 다듬어 그럴 여지를 봉쇄할 필요가 있다. 다음 대통령부터라도 공공기관 혁신을 제대로 하려면 공정한 공모제를 그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 “타 회사로 갈아타세요” 알려줄까요?

    “타 회사로 갈아타세요” 알려줄까요?

    최근 직장인 김모(29·여)씨는 3년 전 가입한 개인연금신탁 상품을 갈아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분통을 터뜨렸다. 직장에 들어가자마자 노후를 위해 가입한 상품을 1만 5000원의 이전 수수료만 내면 수익률이 더 좋은 상품이나 다른 보험, 펀드로 갈아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러한 사실을 듣지 못했다면 수익률이 낮은 상품에 계속해서 투자하고 있었을 것 아니냐.”면서 “왜 처음부터 설명해 주지 않았는지 화가 난다.”고 말했다. 15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말쯤 ‘연금저축 비교공시’ 제도가 시행된다. 은행, 보험, 증권 등 권역별로 흩어져 있는 상품 정보를 한데 모아 공시함으로써 소비자가 손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되면) 소비자들이 일일이 은행이나 보험 사이트 등을 찾아다니며 수익률을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이 없어진다.”면서 “권역별로 들쭉날쭉한 공시 양식을 통일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선도 있다. 상품 판매를 담당하는 금융사들이 정작 ‘갈아타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고객에게 잘 알려주지 않고 있어서다. 직장인 조모(26)씨도 얼마 전 개인연금신탁에 가입했지만 상담 받은 은행 3곳 중 그 어느 곳에서도 갈아타기가 가능하다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 조씨가 “상품을 갈아탈 수 있느냐.”고 묻자 창구 직원은 머뭇거리며 “갈아탈 수는 있지만 별로 추천할 만하지 않다.”고 둘러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물어보면 알려주겠지만 판매직원이 먼저 갈아타기 정보를 알려주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고객이 다른 회사 상품으로 옮겨가 버리면 실적이 깎이는데 누가 대놓고 말해 주겠느냐는 반문이다. 따라서 비교공시 홈페이지에라도 이 같은 정보를 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금융소비자단체는 지적했다. 노후 대비 수단으로 요즘 인기가 많은 연금저축은 만 18세 이상이면 가입이 가능하다. 10년 이상 납입해 만 55세부터 5년 이상 자신이 필요한 기간을 설정해 받을 수 있다. 소득 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문제는 납입 기간이 길다는 데 있다. 중도 해지하면 기타소득세 22%(지방소득세 포함)를 물어야 한다. 게다가 5년 안에 해지하면 가산세 2.2%가 더 붙는다. 따라서 자신이 가입한 상품의 수익률 등을 따져 중도해지하기보다는 갈아타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개인연금저축 적립금은 2007년 41조 6936억원에서 2011년 68조 1587억원으로 증가했다. 판매사에 따라 신탁(은행), 보험(보험사), 펀드(증권사 등)로 나뉜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50대이상 男 저학력 자영업자’ 가장 불행 느껴

    우리나라에서 나이가 많을수록, 소득과 학력이 낮을수록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현대경제연구원의 ‘성장률 급락과 국민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이 낮고 저학력인 50대 이상 남자 자영업자’가 한국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후준비가 안 된 채 은퇴 대열에 선 베이비부머들의 불안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반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계층은 20대 대졸 여자 공무원이었다. 연구원은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전국의 20세 이상 성인 남녀 709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현재 행복하십니까’라는 물음에 50.9%가 ‘보통이다’라고 답했고 ‘그렇다’는 40.5%, ‘아니다’는 8.6%에 불과했다. 특히 50대 이상 중고령자(38.6%)와 자영업자(44%)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보다 지금이 더 불행하다고 답했다. 이는 금융 위기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고통이 심화된 데다 은퇴로 50대 자영업자가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 행복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경제적 요인이다. 특히 소득(49.1%)과 물가(35.4%)가 행복감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조사됐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전통사회 낭만·목가적 노인상은 ‘신화’일 뿐이다

    늙음과 죽음. 정상적인 삶을 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과정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인간 삶의 끝 부분인 노년을 연구하는 학문은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다고 한다. 가정과 사회에서 권위를 누리고 존경받는 존재였던 노인이 산업화, 도시화 등 근대화를 거치면서 입지가 크게 축소됐다는 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통념. 정말 그럴까. ‘노년의 역사’(팻 테인 엮음, 슐람미스 샤하르 외 6인 지음, 안병직 옮김, 글항아리 펴냄)는 노년의 삶이 아주 다양하고 복합적이었음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노년의 사회사와 문화사를 조망한 책. 7명의 역사가가 고대 그리스, 로마, 중세, 르네상스 등 시대별로 나눠 역사 속 노인의 삶을 들춰낸 시각이 독특하다. 특히 노년의 위상과 존재가 알려진 것과는 달리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들이 다양한 사례를 통해 풀어진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주장은 ‘전통사회의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노인상은 신화일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의 주장대로라면 아주 먼 옛날 노인들이 존경과 배려 속에서 행복한 만년을 보냈을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셰익스피어가 쓴 ‘리어왕’은 그 일례로 등장한다. 노후에 자식에게 재산을 넘긴 뒤 얹혀살았을 때 겪는 굴욕과 냉대가 ‘리어왕’의 모티브다. 연륜과 경험을 전수하며 국사에 적극 관여했을 것이라는 전통적 노인상도 소수의 탁월한 노인들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며 고대나 중세에도 노인 집단이 정치권력을 장악한 경우는 드물다는 게 저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그러면 노년의 삶은 무의미하고 암흑과도 같은 것일까? 서기 1세기 사람 세네카는 이런 말을 남겼다. ‘모든 이에게 노년이 하나의 유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책에서도 그런 교훈은 곳곳에 깔려있다. “노년은 많은 것을 동반한다. 일부는 좋은 것, 일부는 나쁜 것이다.” 7세기 초 세비야의 대주교 이시도루스가 정의한 노년상이 인상적이다. 그에 따르면 노인이 되면 쾌락과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삶의 경험에서 터득한 지혜로 현명한 조언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노년은)그것이 초래하는 신체의 장애,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혐오 측면에서 비참하기 때문에 나쁘다. 책의 말미에 붙인 보통 노인들 인터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책을 번역한 안병직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역사적으로 어느 시대에나 노년의 삶은 빈부와 계급, 성별, 도농 주거지역 등에 따라 큰 차이가 있었으며 노년의 경험도 개별 노인의 경제적 지위, 신체적 건강, 사회적 적응 능력 등에 따라 대단히 상이한 것이었다.” 결국 노년의 삶은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2만 8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서울 주거환경 ‘생활권’ 중심 정비

    서울시가 기존 전면철거, 아파트 건설 위주의 물리적 주거환경 개선계획에서 사회·경제·문화·환경재생 등 생활권 단위의 종합적 계획으로 주거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시는 정비·보전·관리에 조화를 꾀하도록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정비대상지 단위가 아닌 동북권(성북·강북·도봉·노원·동대문·중랑·성동·광진구), 도심권(종로·용산·중구), 서북권(은평·서대문·마포구), 동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구), 서남권(구로·금천·양천·강서·영등포·관악·동작구) 등 5개 생활권역으로 나눠 ‘2020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시는 정비사업의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주거지종합관리계획에 대한 법제화를 추진해 지난 2월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생활권 계획으로 반영했다. 특히 도정법엔 생활권 계획을 수립하는 경우 기본계획상 정비예정구역을 생략할 수 있도록 주거지종합관리계획의 기본 개념이 반영돼 이미 추진 중인 서남권 주거지종합관리계획도 생활권 계획으로 전환한다. 나머지 4개 권역은 ‘동북·도심권 생활권 계획 수립용역’과 ‘서북·동남권 생활권 계획 수립용역’으로 나눠 공모를 통해 용역업체를 선정한다. 입찰참가를 원하는 업체는 도시계획·건축·환경·교통 분야 업체 단독 또는 4개 업체까지 분담이행 방식으로 공동 참여할 수 있다. 다음 달 23일까지 제안서를 제출하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나라장터(www.g2b.go.kr)와 시 홈페이지(www.seoul.go.kr/시정소식/입찰공고)에 게시돼 있다. 아울러 생활권별 주거환경자료를 기본자료로 설정, 호수밀도·노후도 등 물리적 환경요인을 포함해 주거지 정비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나타내는 ‘정비지수’를 도입해 정비구역이 남발되는 것을 막고 생활권단위로 주거지 정비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이건기 주택정책실장은 “주거환경지표를 통해 사람과 장소를 중심으로 한 생활권별 부족 시설을 파악해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30년이상 낡은 아파트 2022년엔 200만가구

    10년 뒤 재정비가 필요한 노후 아파트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9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어진 지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가 10년 뒤인 2022년에 200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1990년대 초 대규모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지어진 아파트가 2020년을 기점으로 노후 아파트로 바뀌기 때문이다. 2010년에는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 수가 12만 3000가구에 불과했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980~1994년 지어진 아파트가 269만 가구이고, 1995~2004년 준공한 아파트는 365만 2000가구에 이른다. 올해를 기준으로 서울 시내 재정비 사업지구의 가구당 평균 추가부담금은 1억 3000만~2억원으로 은퇴 생활자의 8~10년치 최소 생활자금에 육박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10년만 있으면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가 만들어진 지 30년이 된다.”면서 “아파트 재정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처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층 아파트가 많아 재정비 사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노후 아파트 재정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추가 비용 문제”라면서 “재정비 후 보유 면적을 축소하고 남는 지분을 팔거나 임대주택으로 공급해 공사비를 내는 지분총량제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자산 팔고 투자 줄이고 증자도 하고… 빚더미 대형 공기업 자구책

    빚더미에 오른 대형 공기업이 증자, 자산 매각, 투자 축소, 중장기 요금 인상 등을 통해 부채 줄이기에 나선다. 8일 정부가 국회에 낸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상세안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 공공기관 41곳은 기관별로 각자 자구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이 계획은 급증하는 공공기관 부채를 점검하고자 처음 작성됐다. 우선 한국가스공사는 잠재 위험이 있는 국외사업의 지분을 축소하고, 주식시장 상황을 고려해 자사주 매각을 검토하기로 했다. 미수금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투자 재원도 확보한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는 투자자산 매각에 나선다. 광물자원공사는 장기 투자 자산 가운데 일부를 국내 기업에 매각한다. 석유공사도 유망하지 않은 광구나 비핵심 자산을 팔고 본사 사옥과 대한송유관공사 지분을 처분할 계획이다. 한국전력은 보유 부동산을 개발하고 한전기술, 한전KPS, 한전산업, LG유플러스 등 보유 지분을 팔아 수입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부채비율 개선을 위해 신주 309만 5000주 발행을 추진한다. 한국도로공사는 추진 중인 사업의 계획 기간 내 준공에 필요한 연평균 투자금을 계획보다 8000억원 축소한 2조 5000억원으로 줄인다. 노후화 시설 개량 투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7%에서 4% 이내로 억제하기로 했다. 한국무역보험공사와 신용보증기금은 보험료율을 인상할 방침이다. 정부도 이에 맞춰 공공요금을 중장기적으로 총괄 원가가 회수되는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우 임대주택 건설 시 3.3㎡당 재정지원 단가를 올해 600만원에서 내년에 640만원으로 올려준다. 석유공사 4236억원, 가스공사 2500억원, 광물공사 2700억원 등 출자도 진행한다. 또한 신보와 기술보증기금에 총 2000억원, 무역보험기금에 2500억원을 출연할 예정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농지연금 담보인정액 너무 짜다

    농지연금 담보인정액 너무 짜다

    경기 포천에 사는 농민 김대수(69)씨. 평생 농사일을 했지만 모은 돈이 없어 노후 걱정이 컸지만 요즘엔 마음이 한결 가볍다. 다달이 50만 8000원의 연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3596㎡의 농지를 담보로 농지연금에 가입한 덕분이다. 김씨는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아도 돼 좋다.”고 털어놓았다. ‘농촌형 역모기지론’인 농지연금 가입자가 2000명을 넘어섰다. 역모기지(주택연금)가 주택을 담보로 매달 노후 생활자금을 연금으로 지급한다면, 농촌형 역모기지는 논·밭을 담보로 한다는 점만 다르다. 노후대책이 거의 없는 농민들 사이에서 농지연금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추세다. 하지만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는 주택연금과 달리, 농지연금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해 담보가치가 지나치게 싸게 책정되는 점은 개선해야 할 대목으로 지적된다. 홍보 부족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7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출시된 농지연금의 누적 가입자 수가 지난달 말 현재 2030명을 기록했다. 지급액은 163억 7900만원이다. 만 65세 이상이고 영농경력 5년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다. 종신형과 기간형(5, 10, 15년형) 두 가지가 있다. 예컨대 종신형의 경우, 2억원짜리 농지를 담보로 설정하면 65세 이상은 매월 65만원, 70세 이상은 77만원, 75세 이상은 93만원, 80세 이상은 115만원을 받는다. 연금을 받던 사람이 사망하면 배우자가 승계한다. 또 ▲연금을 받으면서 담보농지를 직접 경작 혹은 임대할 수 있고 ▲정부에서 직접 시행하기 때문에 안정적이며 ▲담보농지의 가치가 연금채무보다 높으면 상속이 가능하다는 점 등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아직도 가입자 수는 전체 65세 이상 농민(100만여명)의 0.2%에 불과하다. 가장 큰 이유는 담보 인정이 ‘짜기’ 때문이다. 실거래가의 50~60%에 불과한 개별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농지 가격을 산출하다 보니 농민들이 받는 연금이 적을 수밖에 없다. 입소문이 덜 나는 이유다. 박대식 농촌경제연구원 농촌정책연구부장은 “실거래가로 담보가치 산출 기준을 바꾸고, 영세 농민을 더 우대하는 등의 제도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더 내려간다” vs “바닥 거쳐 곧 반등”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집값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기가 쉽게 살아나지 않아 주택시장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집값이 바닥권에 진입했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7일 금융권은 대체로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침체 전망 근거는 실질소득 감소와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의 건재이다. 각종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이 회복되기는커녕 추가 가격 하락과 신규 아파트 계약률 저조가 이를 증명한다. 한국은행도 최근 집값 조정 폭이 크지 않아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여전히 높은 가격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가격이 더 내려갈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경기 부진과 소득 감소에 따른 실질 구매력 감소와 가계 빚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되레 늘고 있는 것도 주택 구입을 어렵게 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증가 등 인구의 구조적 요인도 주택 수요를 제약하고 있다. 55세를 정년으로 볼 때 1차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주택 구입 주연령층인 35~54세 인구도 2011년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경기 둔화와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인한 심리적 요인도 크다. 김치영 부동산공인중개사는 “주택 구매 수요는 충분한데 대부분의 수요자들이 추가 하락 기대감으로 선뜻 구매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바닥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주택시장 검토 및 전망 연구’에서 주택시장이 바닥권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집중된 내년까지 현 수준에서 5% 내외의 등락을 보인 뒤 2014년 초부터는 상승세로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 고가 주택가격 급락 등 충분한 조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근거로 전세금 상승에 따른 매수 수요 증가, 주택공급 부족, 금리인하 및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한 주택 구매심리 회복을 들었다. 노희순 책임연구원은 “2010년 이후 전세가율(전세금÷매매가)이 빠른 속도로 상승해 전세 수요를 매수 수요로 전환시키고 있다.”며 “아직까지 상승 기미가 없는 서울의 주택가격도 곧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 공급 부족도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보는 근거. 인구 1000명당 주택 수는 363.8채로 400채가 넘는 미국, 영국, 일본보다 낮다. 노 연구원은 “노후 아파트 증가, 멸실주택 증가, 낮은 자가 보유율 등을 고려할 때 가구 수 증가보다 더 많은 수의 주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인 집값 흐름도 바닥론 주장에 힘을 실었다. 노 연구원은 “1986년 이후 25년간 전국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낮아 주택시장에 거품이 형성됐다고 볼 수 없다.”며 “주택시장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변액보험 수익률, 삼성생명 ‘최고’ KB생명 ‘꼴찌’

    최근 1년간 변액보험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KB생명이 꼴찌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립금 대비 펀드 수수료는 대한생명이, 보험료 대비 계약 체결 비용(사업비 중 일부)은 교보생명이 가장 높았다. 7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9월 기준 생명보험사 변액연금의 지난 1년간 펀드 수익률은 KB생명의 ‘KB Star 변액연금보험’과 ‘KB챔피언 변액연금보험Ⅱ’가 1.18%로 가장 낮았다. 알리안츠생명의 ‘알리안츠 파워밸런스 변액연금보험’(1.56%)과 동부생명의 ‘The First 변액연금보험’(2.56%)도 저조한 수익률을 보였다. ●펀드 수수료 대한생명 제일 비싸 삼성생명의 ‘무배당 삼성에이스 변액연금보험 기본형’은 19.31%로 보험업계에서 가장 높았다. 변액연금은 보험료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노후에 연금 방식으로 돌려받는 상품을 말한다. 각 보험사들마다 사업비 내역이 투명하지 않고 실수익률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생보협회는 지난 5일부터 인터넷 홈페이지에 수익률 비교 공시를 올리고 있다. ●계약체결 비용은 교보가 높아 보험료 대비 계약 체결 비용(7년 이내 기준)이 가장 비싼 상품은 교보생명의 ‘무배당 교보우리아이 변액연금보험’으로 6.84%에 이르렀다. KB생명의 ‘KB Star 변액연금보험’과 신한생명의 ‘신한변액연금보험Ⅱ’도 6.82%나 됐다. ING생명의 ‘무배당 ING스마트 변액연금보험 1·2종’은 4.62%로 가장 저렴했다. 적립금 대비 펀드 수수료는 대한생명의 ‘무배당 행복&파워 변액연금보험’과 ‘무배당 행복&V플러스 변액연금보험’이 1.17%로 가장 비쌌다. 미래에셋생명의 ‘순수변액연금보험 1207 미래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는 0.2%로 가장 양호했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노후’ 갈산지역 산뜻하게 확 바뀐다

    ‘노후’ 갈산지역 산뜻하게 확 바뀐다

    영세 공장과 노후 주택이 밀집한 양천구 신정동 갈산지역이 쾌적한 주거지역으로 탈바꿈한다. 오랫동안 개발이 불가능했던 지역이 공영개발 방식을 도입하면서 개발의 물꼬를 튼 사례로 꼽혀 주목받고 있다. 양천구는 최근 갈산지역에 대한 ‘갈산지역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조건부 가결돼 본격적인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구는 총면적 3만 3844㎡의 갈산도시개발구역에 공공임대주택과 공동주택, 문화복합시설 등 공익시설과 주민편의시설을 건립하기로 했다. 이 지역은 전체 토지 중 40.71%인 1만 3777㎡를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자연녹지에서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상향된다. 기부채납된 부지에는 도로, 공원, 문화복합시설, 국민임대주택 등 공익시설과 주민편의시설을 만들고, 나머지 부지 2만 67㎡에는 공동주택을 건립할 계획이다. 구는 이달 중으로 갈산지역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을 결정고시할 예정이며, 2013년에 착공할 계획이다. 사업은 2016년 완료된다. 갈산지역은 1966년 준공업지역으로 지정됐으나 1976년 공해방지를 위해 자연녹지지역으로 변경돼 개발이 제한됐다. 이후 주거 환경개선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요청이 잇따랐지만 자연녹지 지역이어서 개발계획이 번번이 무산됐다. 구는 그동안 주민들의 숙원사업 해결을 위해 지역여건 조사, 관련법규 검토 등 철저한 사전준비를 마친 뒤 서울시에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 설득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씨줄날줄] 경력 단절 여성/임태순 논설위원

    미국의 직업심리학자 도널드 슈퍼는 여성의 진로유형을 7가지로 분류했지만 크게 ‘가정파’와 ‘직업파’로 나눌 수 있다. 학교를 졸업한 뒤 신부수업을 하다 결혼하는 ‘안정적 가정주부형’과 직장을 다니다 결혼과 함께 가정에 들어앉는 ‘전통적 진로형’이 전자에 속한다. 과거에는 이런 유형이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은 많은 여성들이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일을 하는 추세다. 슈퍼는 직업파를 결혼과 관계없이 직장을 갖는 ‘안정적 진로형’, 결혼해서 직장을 갖는 ‘이중진로형’, 자녀를 어느 정도 키운 뒤 취업하는 ‘단절진로형’, 가정과 직장생활을 오락가락하는 ‘불안정한 진로형’, 직장도 가졌다 이혼도 하면서 일관성 없는 횡보를 보이는 ‘충동적 진로형’으로 세분했지만 ‘직장맘’은 안정적인 진로형과 단절진로형이 대부분이다. 전문직을 갖고 있는 슈퍼 우먼도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양육의 부담이 덜어지면 과거의 경력을 이용하거나 경력을 개발해 취업하는 단절진로형이 일반적이다. 여성들이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여성인력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많아진 데다 가전제품의 개발 등으로 가사노동에 대한 부담이 덜어졌기 때문이다. 일에서 얻는 만족감, 성취감도 적지 않다. 자녀가 부모의 손길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면 여성들은 자신의 삶, 정체성을 돌아보게 된다. 여유시간을 사회봉사, 취미활동 등을 통해 지내기도 하지만 일에 대한 몰입, 몰두로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 또 가정살림에 보탬이 되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자녀교육에 들어가는 사교육비를 충당하고 ‘외벌이’로는 부족한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터로 나가는 경우다. 결혼과 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서울지역 여성이 재취업할 때 가장 선호하는 일자리는 강사·전문상담직종이고, 희망월급은 150만~200만원이라고 한다.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이 올 상반기 취·창업 경력개발교육 참여자 13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다. 이들 직종이 선호되는 것은 여성들에게 적합하기도 하지만 업무시간을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력 단절 여성들은 양육에 대한 부담도 크지만 오랜 시간 현장을 떠난 것에서 오는 업무 미숙, 직장 내 언어폭력 등에 따른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업무 미숙은 교육이나 본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폭언과 막말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어머니, 아내가 함께 일하는 시대에는 직장 상사들도 언어의 품격을 지켜야 한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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