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선 뚫고 ‘기습 전야제’
전국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14일 밤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서울 신촌 연세대에 진입해 전야제를 치렀다. 이들은 경찰 투입이 예상되자 이날 밤 10시35분쯤 연세대를 빠져 나와 숙소로 이동하는 등 조별로 움직였다. 이에 따라 경찰과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총파업을 선언한 전공노 소속 노조원은 오후 6시쯤 한때 흩어졌다가 오후 7시20분쯤 연세대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전공노는 집결장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20∼30명 단위로 인솔자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전공노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전교조와 민노당 깃발을 든 채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지도부와 조합원들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신속하게 연락을 취했다.
조합원 30여명을 인솔하고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한 여성 노조간부는 시청역에서 신대방역, 신대방역에서 신촌역으로 움직이며 ‘오뚝이’라는 암호를 정해 “오뚝이 내립니다(탑니다).”라며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내렸다.
●전공노 지도부와 조합원 1000여명은 당초 서울대에 집결하려다 경찰이 정문과 낙성대쪽 후문의 출입을 봉쇄하자 민주노총·민주노동당 등과 수시로 연락을 취하며 상대적으로 진입이 수월한 연세대로 방향을 틀었다.
노조원들은 종각역 부근에서 집회를 마친 뒤 1호선을 타고 신도림역까지 이동한 뒤 다시 2호선으로 갈아타고 서울대입구까지 이동했으나 경찰이 서울대 출입을 봉쇄하자 선봉대가 전철역 안에서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 틈을 타 본대는 전철을 거꾸로 갈아타고 신촌역으로 이동해 연세대로 들어갔다. 연세대 정문앞에선 한총련,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등 정당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노조원의 안전한 진입을 도왔다.
정부가 전공노에 대한 강경 방침을 밝히자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산하 조합원 1500여명과 한총련 소속 대학생 500여명 등 2000여명은 “전공노 노조원을 보호해야 한다.”며 함께 이동했다.
●전공노 조합원들은 집결지가 연세대로 확정되자 오후 7시20분부터 지하철 2호선 신촌역으로 속속 모여 들기 시작해 50분 남짓 동안 신촌역에서 연세대 정문쪽으로 1개 차선과 연세대 정문 주변 왕복 8차선을 가로질러 정문을 통해 진입했다. 처음 신촌역에 도착한 700여명은 “뛰어”라는 구호와 함께 연세대 정문까지 달려간 뒤, 정문 담을 넘어 들어갔다.
전공노가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파업 전야제를 갖는 동안 한총련 소속 대학생 300여명은 경찰의 투입에 대비, 정문 안쪽에서 보도블록을 깨 투석전을 준비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됐다.
전공노·민주노총·한총련 등 모두 3000여명이 연세대로 진입하는 동안 주변 교통이 완전히 막혔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승용차 운전자들이 10여분씩 두 차례에 걸쳐 경적을 울려대며 항의하기도 했다.
●경찰의 수배를 받아온 전공노 김영길 위원장은 경찰의 삼엄한 경비망을 뚫고 전국노동자대회까지 참석해 총파업을 선언, 경찰의 정보망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오후 5시10분쯤 전국노동자대회가 끝날 무렵 무대에 오른 김 위원장은 “15일 오전 9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이 땅의 모든 공무원 노동자들이 노동자, 국민과 함께하고자 하니 노무현 정부는 이성을 잃고 유신독재보다 더한 행태로 탄압을 가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곁으로, 노동자의 곁으로 가기 위해 공무원 노동자들은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전공노 파업을 하루 앞둔 이날 오후 정부중앙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관계부처 장관 기자회견에선 장관들이 전공노를 강한 톤으로 비난, 서로의 ‘갈길’을 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허성관 행자부장관은 “일부에선 전공노와 대화를 이야기하지만 전공노는 대화상대가 아니다.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라고 강경입장을 밝혔다.
조덕현 이재훈 박지윤기자 hyou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