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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그 많던 촛불은 다 어디 갔을까?/이창구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그 많던 촛불은 다 어디 갔을까?/이창구 사회부장

    촛불 집회가 한창일 때 중국에서 근무했다. 주말마다 들불처럼 타오르던 광장의 촛불을 인터넷으로 보며 가슴이 벅찼다. 역사의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억누르지 못한 한인 학생들은 서울로 날아가기도 했다. 집회의 자유가 없는 중국에서 교민들은 한인 식당에 모여 촛불을 켜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는 방식으로 촛불 혁명에 동참했다.연인원 1700만명이 모인 광장의 촛불을 보며 한편으로는 야속하기도 했다. 필자는 이명박 정권 말기와 박근혜 정권 초기 전국언론노조 서울신문 지부장을 하면서 많은 농성장을 찾았다. 한진중공업, 쌍용차, 언론사 등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광장을 헤매던 때였다. “우리가 그토록 열심히 촛불을 들 때는 별로 모이지도 않더니만…” 하는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촛불 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을 때에도 한국에 있지 않은 게 못내 아쉬웠다. 참모들과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환하게 웃는 대통령의 모습, 남편을 쫓아 나와 옷매무시를 고쳐 주고 돌아가는 영부인의 쾌활한 모습은 중국에까지 청량제로 다가왔다. 사드 보복 여파로 여전히 눈치를 보며 중국 생활을 해야 했기에 새 세상을 누리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촛불이 열어젖힌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돌아온 지 3개월이 지났다. 이제 촛불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의식도 다르고 이해관계도 다른 다중(多衆)이 ‘박근혜 탄핵’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뭉쳤다가 목표를 달성한 뒤 흩어진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흩어지는 양상이 위태롭다. 최근 1~2년 새 운 좋게 서울에 아파트를 장만한 촛불 시민들은 억대 이상 오른 집값에 먹지 않아도 배부르겠지만, 촛불 정부가 집값을 잡아 줄 것이라고 믿었던 전·월세 촛불들은 좌절감에 빠졌다. 정부가 지난 13일 종부세 강화와 대출 규제책을 내놓았지만, 배신당한 촛불들은 집값 하락을 기대하기는커녕 전·월세 가격이 더 오르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집값을 잡아야 하는 장관들과 국회의원 상당수가 집값 폭등의 수혜자라는 모순된 현실 앞에서 집 없는 서민들은 헛웃음만 지을 뿐이다. 자녀를 강남 학군이나 특목고·자사고에 보내는 데 성공한 촛불들은 “이제 스카이(SKY) 가즈아~”라며 파이팅을 외치겠지만, 입시 지옥이 개선되리라 믿었던 촛불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상대평가로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는 암기식 수능의 위력은 오히려 더 세졌다. 사라질 운명이었던 외고·자사고의 인기는 더 치솟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입시 지옥에 숨구멍을 뚫었던 혁신학교가 촛불 정부에서 고사 위기에 몰리리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약속은 재벌·보수언론의 총공세 속에 저임금 노동자 촛불과 자영업자 촛불, 알바 촛불을 분열시키는 기제가 됐다. 자영업자들은 촛불 정부와 최전선에서 맞서는 투사가 됐고,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촛불 정부를 이전 정부와 다를 바 없는 ‘자본의 편에 선 정부’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촛불 혁명의 원동력이었던 청년들은 최악의 실업률에 난민 보호와 같은 보편적인 가치에도 반발할 정도로 각박해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권력을 쥔 촛불은 “강남에 살아 봐서 아는데, 모두 강남에 살 필요 없다”며 그나마 남았던 촛불들을 돌려세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분명 촛불들이 세운 정부다. 하지만 촛불들이 무조건 지켜야 할 정부는 아니다. 촛불들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이들은 이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어느 촛불을 바라보며 어디까지 가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촛불들이 촛불 정부를 향해 다시 촛불을 드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window2@seoul.co.kr
  • 법인 신설 이견 한국GM 또 노사 갈등

    사측 “생산·연구개발 2개 법인으로 분할” 노측 “구조조정 발판… 한국 철수 포석” 산은 ‘협약 위배’ 회사에 주총금지 가처분 법정관리 위기에서 가까스로 회생한 한국지엠(GM)이 또다시 노사 갈등을 겪으며 정상화에 차질을 빚고 있다. 글로벌 제품 연구개발(R&D) 업무를 집중적으로 전담할 신설 법인 설립을 놓고서다. 사측은 글로벌 기지 확대 차원이라고 주장하지만, 노조 측은 국내 철수를 위한 포석으로 보기 때문이다.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지금의 단일 법인을 생산공장과 연구개발 법인 2개로 인적 분할하고 연구개발 부문에 신규 인력을 채용해 글로벌 연구개발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연구개발 법인에는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 파워트레인 등 관련 부서가 포함된다. 한국GM은디자인센터의 지위를 격상시켜 GM 본사의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인 중형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제품의 차세대 디자인 및 차량개발 업무를 가져오려고 한다. 이를 위해선 법인 분리가 필수라는 게 사측의 주장이다. 반면 노조는 법인 신설 계획이 구조조정의 발판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인을 쪼갠 뒤 한국GM을 GM의 생산하청 기지로 전락시켜 신설 법인만 남겨 놓고 공장은 장기적으로 폐쇄하거나 매각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산업은행 투자를 확약받고 10년 단위의 정상화 계획을 세워 놓은 상태에서 철수할 이유가 없다”며 과도한 우려라고 일축한다. 하지만 노조 반발이 거세자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일방적인 법인 설립이 기본 협약에 위배된다며 주총 개최 금지를 목적으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 사측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1831명 정리해고 뒤 2015년부터 찔끔 복직…119명 남아

    총파업때 한상균 등 조합원 64명 구속 조사위“경찰이 당시 강경 진압” 발표 쌍용자동차 파업 농성 사태는 9년 전인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월 9일 쌍용차의 대주주였던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어 사측은 4월 8일 쌍용차 총인원의 36%인 2646명을 정리해고하기로 결정했다. 조합원들은 사상 초유의 정리해고에 반발하며 5월 21일 평택 공장을 점거하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사는 대화와 협상을 거듭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경찰은 공권력을 투입해 강제 해산 작전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민주노총 쌍용차지부장이었던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 64명이 구속되고 30여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관 100여명도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노조원들이 경찰 헬기와 장비를 파손하고 경찰관을 다치게 했다며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16억 9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서울고등법원은 2015년 이 가운데 11억 5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쌍용차는 정리해고 등으로 실제 직장을 잃은 1831명 가운데 무급휴직에 들어간 직원 454명을 2013년 회사 경영이 회복된 이후 전원 복직시켰다. 남은 인원은 2015년 신규 인력 채용 수요가 있을 때마다 단계적으로 복직시키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이에 2016년 40명, 지난해 62명, 올해 16명의 희망퇴직자 및 해고자에 대한 복직 절차가 진행됐다. 하지만 아직 119명이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쌍용차 파업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에 돌입했다. 조사 결과 당시 경찰의 강경 진압을 승인한 당사자가 바로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였고,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은 강희락 경찰청장의 반대를 무시하고 작전을 승인받아 집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의 공식 사과와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한 국가의 손배소 및 가압류를 취하할 것을 권고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스페인, 성매매 노조 승인 번복… ‘매춘 합법화’ 논란 재점화

    스페인, 성매매 노조 승인 번복… ‘매춘 합법화’ 논란 재점화

    노동부 오락가락 입장… 소송전 불가피 산체스 총리 “성매매 폐지 지지” 쐐기 스페인 정부가 성매매 종사자 노조 설립을 승인한 뒤 한 달 만에 이를 취소하기로 하자 매춘 합법화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지난 6월 여성 인권 향상을 주요 과제로 내걸고 집권한 사회노동당 정부는 뒤늦게 성매매에 반대한다며 노조 설립을 취소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정부 내부에서조차 성매매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정립하지 못해 혼선을 빚은 것이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다. 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노동부는 지난달 4일 관보를 통해 성매매종사자노동조합(OTRAS) 설립을 승인했다고 고시했다. 이에 따라 사회노동당 정부가 그동안 음지에 있었던 성매매를 양지로 끌어올려 합법화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스페인에는 현재 성매매를 규율하는 법률이 없으며, 공공장소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거나 인신매매 등 범죄와 관련이 없는 한 당국이 매춘 행위를 단속하지 않고 묵인해왔다. 하지만 여성인 막달레나 발레리오 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성매매 노조 설립 신고에 기술적 문제는 없지만 노동부가 이 같은 노조를 승인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나는 장관으로서 이 같은 승인을 내린 적이 없으며 (관료들에게) 속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성매매는 여성과 남성이 경제적 궁핍 등 문제로 타인에게 자신의 신체를 제공하면서 기본권을 어기는 불법행위”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노동부의 이같이 오락가락한 입장을 두고 정부가 성매매 노조 승인 결정을 성급하게 내렸다가 여성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철회한 뒤 혼선의 책임을 일부 관료들에게 전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 내각은 ‘페미니스트 내각’이며 불법 조직은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성매매 폐지를 지지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지난 6월 산체스 총리는 정부를 구성하면서 각료 18명 가운데 11명을 여성으로 채우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었다. 스페인 정부는 이에 따라 이미 승인한 성매매종사자노조 설립 취소를 우선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이미 정부가 설립을 승인했기 때문에 노조 측과 소송전이 불가피하다. 콘차 보렐 성매매노조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 “성매매 종사자들도 다른 국민들처럼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면서 “성매매를 철폐한다는 발상은 페미니즘의 장막 뒤에 숨어 궁핍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 국가 가운데 네덜란드와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서는 성매매가 합법화돼 있다. 여성운동가 마리사 솔레토는 이에 대해 “매춘은 직업이 아니며 여성을 노예화하고 남녀를 불평등한 상황에 고착시키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정직원 돼도 근로 환경은 악화…SK브로드밴드 쇼했나”

    “정직원 돼도 근로 환경은 악화…SK브로드밴드 쇼했나”

    인터넷 설치·수리기사 건당 수당 지급 “불합리한 포인트제로 최저임금 받아” 사측 “업무 특성상 포인트제 필요해”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SK브로드밴드가 야심 차게 추진한 ‘민간부문 정규직화 1호’ 프로젝트가 노동자들의 반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비정규직이었던 초고속인터넷 설치·수리 기사들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해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정작 해당 노동자들은 “기업 이미지 홍보에만 활용됐을 뿐 노동 환경은 오히려 악화됐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31일 SK브로드밴드의 자회사인 홈앤서비스 노동자 1400여명은 서울 중구 SK남산빌딩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가짜 정규직화를 멈추라”고 외쳤다. 이들은 “최저임금 수준인 고정급을 인상하고 ‘포인트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서·양천센터에서 근무하는 성기일(37)씨는 “주말도 반납하고 밤낮없이 근무해 110포인트를 넘기지 못하면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만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주52시간 제도까지 시행돼 센터에 있는 90명 중에 20~30명 정도만 110포인트를 넘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지부에 따르면 인터넷 등 설치·수리 노동자들 대부분은 기본급 158만원에 포인트제가 연동된 임금을 받는다. 보통 인터넷을 설치하면 1포인트, 텔레비전은 0.7포인트, 전화는 0.3포인트를 얻는다. 110포인트를 넘겨야 포인트당 1만 2500원 정도의 실적급을 받는다. 건당 수수료 제도로 알려진 포인트제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임금체계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계절에 따라 성수기와 비수기로 양분되기 때문에 포인트제에 기반을 둔 임금체계가 설치·수리 노동자들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은 “노동자들이 1포인트를 올리기 위해 서두르다가 안전을 돌보지 못하고 추락사하거나 과로사로 숨지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삼성전자서비스 설치·수리 기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회사는 센터별로 운영되는 포인트제를 통일시켜 이 임금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 사측 관계자는 “서비스업이라는 직무 특성상 포인트제는 필요하다”면서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바로 포인트제를 폐지하는 것은 무리다”고 밝혔다. 노조가 실시한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530명 중 448명(84.5%)이 “(자신을) 여전히 비정규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금 및 복지가 향상됐다”는 조합원은 23명(4.3%)뿐이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자회사를 통한 민간부문 정규직 전환이 지속 가능하고 처우 개선이 가능한 모델이라는 것을 보여 주려면 민간기업에서 고민을 더 해야 한다”면서 “기본급과 인센티브를 조정해 타협할 여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전교조 소송 개입’ 압수수색 영장 또 기각…檢 “근거없는 추측과 예단”

    ‘전교조 소송 개입’ 압수수색 영장 또 기각…檢 “근거없는 추측과 예단”

    법원이 ‘전교조 소송 개입’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고영한 전 대법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또 기각했다. 검찰은 즉시 영장기각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전교조 법외노조화 관련 소송에 법원행정처와 청와대, 고용노동부가 개입한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고 전 대법관을 비롯한 판사들, 전직 청와대 비서관, 그리고 고용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전날인 30일 전산등록자료 등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기각됐다고 31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24일에도 관련 영장을 청구했으나, 비슷한 사유로 기각됐다. 우선 법원은 고용노동부에 대해선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무소에 대한 압수수색은 임의제출이 선행돼야 하며, 고용부가 임의제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형사소송법은 사실조회의 근거일 뿐, 임의제출 요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없다”면서 “청와대, 외교부, 공정위원회, 기획재정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임의제출 요구 없이 발부됐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미 고용부와 청와대 관계자들의 진술, 재항고 이유서 파일 등 고용부와 청와대, 법원행정처의 불법적으로 협의한 단서가 충분히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떠한 이유로든 전·현직 법원 핵심 관계자 등에 대한 강제수사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전직 청와대 비서관 등에 대해서 법원은 “법원행정처와 청와대가 고용부의 재항고 이유서를 주고받았다면 이메일을 이용했을 개연성이 크므로 장소 압수수색이 필요없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주거지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러나 청와대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서로 이메일로 자료를 보냈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음에도 “근거 없는 주관적 추측과 예단”만으로 기각했다고 검찰은 반발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실에 대해서도 법원은 “재판연구관실에서 문건과 정보가 인멸될 가능성은 없다”고 단정하면서 “(검찰이) 임의제출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이미 수사 과정에서 재판연구관이 내부 보고서를 임 전 차장에게 유철한 정황까지 확인했는데, 무슨 근거로 재판연구관실 문건과 정보가 인멸될 가능성이 없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특정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에 대해 이미 법원에 임의제출 요구를 했으나 거부당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고용부가 2014년 10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지 결정에 대한 재항고 이유서를 청와대로부터 전달받아 대법원에 제출한 정황을 수사하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이 주심이었던 대법원 1부는 2015년 6월 2일 고용부의 재항고를 받아들였고, 전교조의 법외노조화가 확정됐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재항고 이유서를 대신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고, 청와대의 검토를 거쳐 고용부에 전달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하드디스크에서 확보한 ‘(141007)재항고 이유서(전교조-final)’ 문건과 대법원에 제출된 이유서가 완전히 동일하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관련자 조사를 통해서도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공공기관 보수체계 직무급제 추진…민간 임금체계 개편으로 이어지나

    작년 직무급 활용 사업장 22.7% 뿐 공공운수노조 “公기관 모든 노동자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실현돼야” 정부가 현재 호봉제인 공공기관 보수 체계를 직무급제로 개편하는 작업에 본격 나서면서 공공 부문은 물론 민간 부문까지 임금체계 개편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인다. 직무급제는 직무별 전문성과 난이도, 업무 성격 등에 따라 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정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공공기관 혁신 방향’에 따르면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연봉이 오르는 호봉제는 폐지되고 일하는 만큼 월급을 받는 직무급제로 임금 체계가 바뀐다. 같은 공공기관 안에서도 업무량이 많거나 중요한 일을 맡은 직원에게는 연봉을 더 주고, 상대적으로 쉬운 업무를 하는 직원에게는 월급을 덜 주는 방식이다. 정부가 직무급제 도입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직무급 중심으로 보수 체계를 개편하고 분야별 기능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관리 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기재부는 ‘공공기관 보수 체계 운용방향’ 마련을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했고, 보수 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해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연공서열이 지나치게 강한 현재의 임금 체계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당장 공공기관 직원들을 비롯한 노동계의 반발이 만만찮다. 노동자 사이에 분열과 차별을 야기하고, 저임금 고착화와 임금상승 억제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직무등급에 따른 표준임금제’를 적용한 것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정윤희 공공연맹 정책실장은 “현장에서는 정규직,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자 등 모두 3개의 임금 체계가 혼재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직무에 대한 사회·경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장기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는 30일 성명을 통해 “단순히 호봉제, 직무급제의 선택이 아니라 임금제도 전반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토론이 필요하다. 전체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에 대해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이 실현돼야 한다”며 공공기관의 임금 표준을 만드는 노정협의를 제안했다. 공공부문에서 직무급제가 도입되면 민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노동자 1인 이상 사업장 중 기본급 운영체계가 있는 곳의 40.8%는 호봉제를 도입하고 있었다. 반면 직무급을 활용하는 곳은 전체의 22.7%에 그쳤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부문의 직무급제 도입으로 민간부문에서도 좀더 엄격한 직무 분석과 가치 평가를 독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사설] 4개월 만의 노사정 대화 재개를 환영한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에 따른 노동계의 반발로 중단됐던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가 4개월 만에 재개됐다. 노사정 대표 6인은 어제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만찬 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노사정 대화 일정과 최근 노동 현안 등을 논의했다. 노사정 대표자회의는 지난 4월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발족하기로 합의했다. 경사노위는 양대 노총·청년여성·비정규직 등 노동자 대표 5명, 경총·대한상의·중소중견기업·소상공인 등 사용자 대표 5명, 기획재정부 장관·고용부 장관 등 정부 대표 2명, 사회적 대화 기구 대표 2명, 공익위원 4명을 더해 모두 18명이 참여하는 범사회적 대화 기구다. 하지만 지난 5월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에 반발한 민주노총이 회의 불참을 선언하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대화의 장에 다시 나서는 민주노총은 대기업 노조의 이익만 대변하지 말고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정부와의 불필요한 갈등을 자제하고 노사정이 대타협을 이루도록 조정자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어제 국무회의에서 노사정 합의에 대해 “의미 있는 사회적 합의”라고 평가하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 정부 들어 노사정 최초로 이뤄 낸 사회적 합의라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면서 “노사정 대표자 회의와 경사노위의 사회적 합의에 실질적 구속력과 실천력을 부여해 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사노위가 다룰 의제들은 각 주체들이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발휘하지 않으면 합의에 이를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업종별 고용 대책, 비정규직 철폐, 노동관계법 개혁, 국민연금 개편, 제조업 위기 극복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고, 해법에 대한 입장 차이도 첨예하다. 상대적으로 합의가 쉬운 의제부터 성과를 내면서 합의 수준을 높여 대타협에 이르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모처럼 닻을 올린 노사정 대화가 큰 결실을 거둘 수 있기를 바란다.
  • 법원의 잇단 영장 기각···검찰 기각 사유 조목조목 공개하며 반발

    법원의 잇단 영장 기각···검찰 기각 사유 조목조목 공개하며 반발

    고영한 전 대법관 등 전현직 판사 압수영장 또 무더기 기각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 전·현직 판사들의 압수수색 영장이 또 무더기 기각되자 검찰이 기각 사유를 조목조목 공개하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26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해 고 전 처장과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으로 근무한 전·현직 판사 수 명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이날 모두 기각됐다. 검찰은 고 전 처장이 사건 주심을 맡았던 전국교직원노조 법외노조 상고심에서 의심되는 정황과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관심을 보인 대법원 계류 사건의 재판연구관 보고서 유출 등에 고 전 처장 등이 관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은 법원의 기각 사유를 상세하게 공개하며 반발했다. “고 전 대법관이 직접 문건을 작성하거나 보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해당 재판보고서를 작성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낸 사실을 다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압수수색으로 취득하고자 하는 자료를 생성하거나 보관하고 있을 개연성이 부족하다”, “재판연구관실 압수수색은 재판의 본질적인 부분 침해가 우려된다”, “현재 대법원에 본안 사건이 진행 중이므로, 재판의 본질적인 부분 침해가 우려된다”, “법원행정처의 검토·보고문건이 재판의 형성과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압수수색에 앞서 먼저 소환조사나 임의제출을 요구하라” 등 검찰이 공개한 영장 기각 사유다. 검찰 관계자는 “판사의 심정적 추측을 아무 근거 없이 압수수색 영장 기각 사유로 든 것은 처음 본다”며 “수사 대상자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조사도 하기 전에 어떻게 알 수 있나. 재판의 본질을 침해한 범죄 혐의 수사를 하고 있는데 수사를 하면 재판의 본질을 침해한다며 영장을 기각한 것도 수사를 막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상의도 않고 미국 경기 발표” 라리가 선수노조 “보이콧 불사”

    “상의도 않고 미국 경기 발표” 라리가 선수노조 “보이콧 불사”

    스페인 프로축구 선수들이 프리메라리가 사무국이 정규리그 경기 일부를 미국에서 치르는 방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 반발해 집단 행동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레알 마드리드의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와 바르셀로나의 부주장 세르히오 부스케스를 비롯한 라리가 선수들은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마드리드에서 열린 선수노조(AFE) 모임에 참석해 다비드 아간조 AFE 위원장과 대책을 숙의했다. 이들은 사무국이 자신들과 어떤 논의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미국 경기 개최를 발표한 데 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리가 사무국은 지난 17일 미국의 미디어 기업 렐리벤트(Relevent)와 15년 계약을 통해 정규리그 경기를 미국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참석자 중에는 나초(레알), 세르지 로베르토(바르셀로나), 레오 밥티스타오(에스파뇰), 브루노(비야레알), 코케와 후앙프란(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모든 라리가 팀 선수들이 망라됐다. 아간조 위원장은 “문제는 상식이 결여된 데 있다. 축구란 상품을 수출해 얻는 이득만 계산했지, 누구도 팬들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며 “우리는 우두머리들과 이 문제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주장들이 매우 분개했다. 그리고 반대한다고 했다. 이름을 밝힐 수는 없고”라고 회담 결과를 말했다. 이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선수들과 상의하지도 않고 15년 계약이 유효한지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집단 행동 가능성에 대해선 “그런 극단적인 방법에 내몰리기 싫지만 필요하면 끝까지 가보려 한다”며 다음달 다시 만날 예정이라고 답했다. 미국에서의 경기가 언제 열리는지, 정규리그 경기에 포함되는지를 문의하자 라리가 사무국은 “팀도, 경기도, 날짜나 시즌 포함 여부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고 BBC 스포츠는 전했다. AFE는 선수들이 “일방적인 결정을 이해할 수 없어” 한다며 “라리가는 선수들과 팬들을 떨어뜨리고, 축구란 경기의 쇼와 정수를 해치는 짓만 골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담이 끝난 뒤 라리가 사무국은 성명을 내 “라리가는 스페인 밖에서 경기를 하는 계획에 대해 AFE와 적절한 논의의 장을 만들어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단독] 노조 교섭위원 해외·지방 발령…BHC, 기회 빙자한 ‘인사 갑질’

    [단독] 노조 교섭위원 해외·지방 발령…BHC, 기회 빙자한 ‘인사 갑질’

    치킨 가맹점 업계 빅3 중 하나인 ‘BHC’가 노동조합 교섭위원을 해외·지방으로 발령내는 ‘인사 갑질’로 노조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BHC 노동조합은 지난해 11월 23일 치킨 가맹점 업계 중 처음으로 설립됐다. 19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등에 따르면, BHC 사측은 노조 교섭위원인 조해기(47) 교육국장을 지난달 30일 해외 지사장으로 인사 발령을 냈다. 인사 발령을 거부할 수 없는 조 교육국장은 이번 주에 해외로 떠나게 돼 사실상 교섭위원으로서의 활동이 중단된다. 조 교육국장은 “아직도 제가 왜 해외 근무 적임자인지 알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BHC 사측은 교섭위원 4명 중 위원장을 제외한 3명에 대해 전직, 승진, 징계라는 인사 조치를 내려 노조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교섭위원인 김창수(46) 사무국장은 지난 1월 19일 서울 본사에서 강원 원주로 전직됐다. 같은 날 BHC노조 설립 멤버이자 교섭위원 오모(49)씨는 팀장에서 이사로 승진됐다. 이사는 조합원 자격이 없어서 교섭위원 활동을 할 수 없다. 조 교육국장은 지난 3월 카톡방에서 노조 홍보 등을 하다가 3개월 감봉 처분을 받았다. 지난달 18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화해 권고를 노사가 받아들였지만,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다시 해외 발령 등의 인사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화해절차로 강원도에서 본사로 복귀한 김 사무국장은 지난달 30일 팀장에서 팀원으로 강등됐고, 3개월 감봉에서 경고로 징계수위가 낮아진 조 교육국장은 같은 날 해외로 인사 발령났다. BHC 관계자는 “능력이 있으니까 해외 지사장으로 발령을 낸 것”이라면서 “인사 이동은 어느 회사에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 활동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조윤희 노무사는 “능력자를 해외에 보낸다지만 이전 감봉 사유 중 하나는 능력 부족이었다”면서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우연만 이렇게 겹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현대重 이어 삼성重 무급휴직 도입 검토

    사측 “감원 없는 고정비 절감 대책” 제시 노협, 2년 전엔 반대… 합의 쉽지 않을 듯 현대중공업에 이어 삼성중공업도 무급휴직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무급휴직 카드를 꺼내든 현대중공업은 노조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조선업계 여름휴가가 마무리된 가운데 앞으로 이어질 임단협 교섭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최근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노조 격인 노동자협의회(노협)에 무급 순환휴직을 포함한 회사안을 제시했다. 사측과 노협은 앞서 유보한 2016년과 2017년 임단협을 포함해 올해까지 3년치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사측은 무급 순환휴직 시행을 포함해 ▲기본급 동결 ▲복지 포인트 중단 ▲학자금 지원 조정(중학교 폐지) 등을 제시한 반면 노협은 ▲기본급 5.1%(10만 286원) 인상 ▲고용보장 ▲희망퇴직 위로금 인상 ▲혹한기 휴게 시간 신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가 제안한 무급 순환휴직이 실행되면 1974년 창사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무급 순환휴직 기간과 대상 인원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삼성중공업은 수주 절벽의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적자 전환한 데 이어 상반기에 1483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액 82억 달러 중 최근까지 35% 수준인 29억 달러를 수주한 상태로, 수주 잔고는 최근 200억 달러 이하로 줄었다. 2016년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에 따르면 올해도 1000명 이상을 감축해야 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그동안 임직원 임금 반납과 희망퇴직, 유급 순환휴직 등을 해 왔다”면서 “인위적인 인력 감축을 피하고 고정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으로 무급 순환휴직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6년에도 무급 순환휴직을 검토했다가 노협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어 이번에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20일부터 가동을 중단하는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의 유휴 인력에 대해 무급 순환휴직을 검토하고 있지만 노조의 반발에 부딪혔다.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공장은 2014년 10월 나스르 플랜트를 수주한 이후 45개월째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부문 임원을 30% 감축하고 직원 2000여명에 대한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방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이에 노조는 유휴 인력에 대한 전환배치 등을 요구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사측이 임금 10% 반납을 제시한 반면 노조는 4.11%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달 파업을 결의한 상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경찰, 삼성노조원 염호석 시신 탈취 진상 조사

    경찰 피의자 사건, 소속 아닌 署에서 수사 경찰이 2014년 5월 회사의 노조 탄압에 반발해 파업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염호석씨 ‘시신 탈취 사건’을 조사한다. 염씨의 아버지가 삼성 측으로부터 뒷돈을 받고 시신을 장례식장에서 빼돌리는 과정에서 경찰의 공권력 남용이 있었는지가 조사의 핵심이다. 경찰청은 다음달부터 염씨 시신 탈취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인다고 9일 밝혔다. 지난달 3일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고 염호석 노조원의 장례식 관련 경찰의 공권력 남용 등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조사를 권고한 것을 경찰청이 수용한 것이다. 진상조사위는 당시 “장례식장, 화장장 등에 경찰력을 투입한 경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권고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2014년 5월 18일부터 20일까지 염씨의 장례 절차에 경찰력이 투입돼 노조원, 조문객들을 체포·진압하고 시신 탈취에도 경찰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지난 5월 진상조사위에 “당시 경찰이 시신 탈취에 개입했는지를 확인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로써 경찰의 진상조사 대상 사건은 염씨 사건을 포함해 모두 7건이 됐다. 이 가운데 용산 화재 참사, 백남기 농민 사망, 평택 쌍용차 파업 사건 등 1기 사건은 이달 말 조사가 끝난다. 밀양 송전탑 건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KBS 정연주 사장 해임 반대 시위 사건 등 나머지 2기 사건은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다뤄진다. 한편 경찰청은 경찰관이 범죄 피의자인 사건은 해당 경찰관이 속하지 않은 다른 관서에서 수사하라는 진상조사위의 권고도 수용하기로 했다. 진상조사위는 2015년 8월 25일 발생한 서울 은평구 구파발검문소 총기 사건에 대해 현장 검증, 총기 관리 등 문제점을 분석해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을 지난달 3일 경찰청에 권고했다. 당시 구파발검문소 생활실에서 박모 수경이 박모 경위가 발사한 38구경 권총 총탄에 왼쪽 가슴을 맞아 숨진 사건이다. 1차 수사는 박 경위가 소속된 서울 은평경찰서에서 맡았다.진상조사위는 경찰관이 피의자인 모든 사건은 원칙적으로 소속 관서가 아닌 인접 관서나 지방경찰청 등 상급 관서에서 수사하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2016년 11월 박 경위에게 살인 의도는 없었다고 보고 중과실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6년을 확정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공직자 명찰 패용‘에 경기도민 78% 찬성…공무원은 78% 반대

    ‘공직자 명찰 패용‘에 경기도민 78% 찬성…공무원은 78% 반대

    최근 논란이 된 경기도청 공무원의 명찰 패용에 대해 도민 대다수는 ‘찬성’ 입장을 밝힌 반면, 공무원들은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9일 경기도가 자체 ‘온라인 여론조사’를 통해 실시한 ‘명찰 디자인 및 패용방식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패널의 78%는 도 공직자의 명찰 패용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 중 ‘매우 찬성한다’는 42%를 차지했으며 ‘반대’는 22%로 낮게 나타났다. 특히 명찰패용 찬성한 1778명은 그 이유로 ‘행정 업무에 대한 책임감 향상’을 가장 높게(37%) 꼽았다. ‘가장 쉽게 공직자 신상과 업무를 알릴 수 있기 때문’이란 의견도 27%로 높게 나타났다. 또 대다수의 응답자(79%)가 공직자의 명찰패용이 도민과 공직자간 행정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도청 공무원 7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명찰 패용에 찬성하는 비율이 22%, 반대 비율이 78%로 도민 여론조사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반대하는 이유는 ‘기존 공무원증 외 신규 명찰 제작으로 예산 소요(37%)’,‘민원업무 많은 시·군과 달리 도는 정책업무 주로 수행(35%)’ 등을 꼽았고 ‘명찰 패용에 대한 도청 내부 소통부족(8%)’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앞서 도 자치행정국 총무과는 이재명 도지사 취임이후 내부행정망 공람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전 직원이 근무시간에 명찰을 패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각 과에 요구했다. 이 지사도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사소해 보이는 명찰 문제도 공직자의 시각이 아니라 주권자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 자기가 누군지 투명하게 드러나면 조심하고 겸손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나온다”며 명찰패용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에 도청공무원노동조합은 기존 공무원증과 중복돼 예산 낭비라며 이 지사의 일방통행적 리더십을 문제 삼는 등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노조에 대한 도민들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노조 홈페이지가 운영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이에 따라 양측은 도민설문조사 등을 통해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번에 도민과 공무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도 관계자는 “경기도는 도민과 공직자가 명찰패용 방식 및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것으로 조사됨에 따라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해법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 7월 26일부터 8월 8일까지 도민과 도 공직자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만 14세 이상 패널 2288명과 도 공직자 700명이 참여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관피아’ 여전하지만…요즘 금융권엔 낙하산 안 펴진다

    ‘관피아’ 여전하지만…요즘 금융권엔 낙하산 안 펴진다

    지방선거 전후로 한동안 멈춰 섰던 공공기관장 인선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고 있다. 현재 한국공항공사, 예금보험공사 등 39개 기관이 새 수장을 기다리고 있다.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끊이지 않는 것이 바로 ‘낙하산 논란’이다. ‘대선 공신’ 등 여당 쪽 인사가 뜬금없이 내정되거나 상급 주무부처 출신이 당연한 듯 내려오기도 한다. 역대 정권과 마찬가지로 지금 정부에서도 이런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다만 금융 등 갈수록 전문성이 부각되는 기관에서는 ‘자리 챙겨주기’가 아닌 실제로 ‘일할 사람을 앉히는’ 인사가 중시되면서 변화가 감지되기도 한다.서울신문이 2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서 338개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날까지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임기 만료된 공공기관은 총 39곳(11.5%)으로 나타났다. 공기업이 5곳, 준정부기관이 16곳, 기타공공기관이 18곳이었다. 3개월 안에 임기가 끝나는 공공기관도 부산항만공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 총 6곳으로 집계됐다. 총 35개 공기업 중 현재 수장 자리가 비어 있는 곳은 5곳이다. 그중에서도 대한석탄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3곳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다. 준정부기관 중에서도 산업부 산하인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에너지공단 등이 새 기관장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이뤄진 해외 에너지 개발사업에 대한 적폐 청산이 이뤄지면서 기관장 선임이 영향을 받고 있다. 기관장 공석 상태가 지속되면 업무 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장기간 기관장이 부재중인 경우에는 ‘제 식구 챙겨주기’ 차원에서 자리를 비워두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제기되곤 한다. 수개월째 신임 기관장 인선 절차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몇 개월째 수장이 오지 않으니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어렵고 직원들도 지친 분위기”라면서 “계속해서 인사가 늦어지니 ‘우리 기관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가 보다’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코바코 등 인선 늦어져 업무공백 커 공기업 중에서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의 기관장 공백이 길다. 곽성문 전 사장이 지난해 12월 사의를 표명한 이후 8개월째 기관장이 비어있다. 곽 전 사장은 지난해 9월 임기가 끝났으니 사실상 1년 가까이 후임 사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보증기금도 K 전 이사장이 불륜 의혹으로 지난 4월 사의를 표명한 이후 4개월째 수장 공백 상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K 전 이사장을 해임했지만 아직 새 이사장 선임 절차를 시작도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장은 보통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의결을 통해 선출되거나 소속 정부부처 장관이 임명한다. 절차만 따지면 수개월씩 걸릴 일이 없지만 사실상 윗선에서의 ‘시그널’(신호)이 없으면 새 기관장 선임에 돌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신임 기관장 선출 절차에 들어간 곳들은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사장 선임 절차에 돌입한 예보의 차기 사장에는 기재부 출신 인사들이 유력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예보 사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권에서는 위성백(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전 기재부 국고국장과 진승호 전 기재부 대외경제국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예보는 이달 안에 사장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기가 끝났을 때 바로 절차가 시작되지 않은 것은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이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많았고 이제는 ‘시그널’이 내려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도 차기 사장에 전직 국토교통부 인사가 유력하다는 설이 돌면서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공항공사 노조는 “지난 3월 국토부 출신인 김명운 부사장을 임명한 데 이어 사장까지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일환 전 공항공사 사장은 지난 3월 임기를 1년 앞두고 돌연 사퇴해 정부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는 사장 선임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절차를 진행 중이며 아직 확정된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기관장 4명 중 1명 상급 주무부처 출신 퇴임한 관료들이 공공기관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건 어느 정권에서나 마찬가지다. 지난 2월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집계한 결과 공공기관장 4명 중 1명은 상급 주무부처 출신이었다. 당시 공석인 곳을 제외한 286개 공공기관장 중 26.9%에 해당하는 77명이 상급 주무부처 출신이었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장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 논란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퇴직 공무원들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것이고 상급 부처와 소통하기에 좋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관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평가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낙하산 논란이 계속되는 것”이라면서 “규모, 성격에 따라 기관을 나눠 수장에게 요구되는 역량과 자격요건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융기관 수장 선임에 있어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코드 인사’ 논란이 심했다. 특정 ‘라인’을 등에 업고 잘나가다가 정권이 바뀌면 초라하게 퇴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에는 이른바 ‘4대 천왕’이 득세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강만수 전 KDB금융그룹 회장은 당시 이 전 대통령과 가까운 ‘고려대·소망교회 라인’으로 평가받았다. 박근혜 정부로 넘어가서는 4대 천왕이 물러가고 ‘서금회’가 주목받았다. 박 전 대통령이 나온 서강대 출신 금융인의 모임이다. 홍기택 전 KDB금융그룹 회장,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홍성국 전 대우증권 사장 등이 대표 인사다. 이렇듯 금융권 수장 자리를 ‘나눠 먹기’ 용도로 취급하다 보니 금융 산업이 계속해서 후퇴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금융기관은 국내외 경제 정책과 연계된 업무가 복잡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온 낙하산 기관장이 이를 파악하는 데에만 임기 대부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코드 인사 논란은 여전하지만 어느 한 세력이 주도하는 ‘싹쓸이’ 현상은 없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또한 최소한의 전문성과 여론 동향을 고려해 인사가 이뤄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동걸 현 산업은행 회장이다. 지난해 9월 임명 당시 일부에서는 “역시 현 정권과 가까운 코드 인사”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한국GM, 금호타이어, STX조선해양 등 굵직한 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지뢰처리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산은 수장은 전관예우 차원에서 맡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금융이 선진화되면서 전문성이 부각돼 ‘함부로 앉지 못하는 자리’가 된 것이다. 공공기관장은 아니지만 시중은행장이나 각종 금융협회장 인사에서도 주목할 만한 코드 인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관측이 많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 정부 들어서 은행장 등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낙하산 논란은 줄어든 편”이라면서 “정치적 입김이 적었고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공기관장이 정부의 철학과 방향을 공유해야 할 필요는 분명 있다”면서도 “전문성이 강조되는 금융기관은 특히 능력 있는 수장을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색다른 인터뷰] 두 명의 대통령과 전면전…난 나왔고 그들은 갇혔습니다

    [색다른 인터뷰] 두 명의 대통령과 전면전…난 나왔고 그들은 갇혔습니다

    ‘한상균의 복귀전.’ 지난달 11일 일산 사법연수원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에 벌어졌던 사법 농단을 규탄하는 시위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등장했을 때 한 보수신문이 단 제목이다. 이처럼 한상균은 누구에겐 불편하고, 누구에겐 두렵고, 또 다른 누구에겐 희망이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인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2646명에 이르는 대규모 정리해고에 맞서 77일간 ‘옥쇄 파업’을 주도한 죄로 3년을 복역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2년 6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당시 재판부는 그의 형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2012년 이후 그가 관여한 집회·농성 13건을 병합해 유죄 처분했다.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조차도 그를 사면하지 못했다. 한상균의 이미지는 헬리콥터가 동원된 전쟁터 같았던 진압 현장과 조계사 대치 등과 오버랩돼 ‘과격’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5월 21일 가석방 이후 서울신문과 첫 인터뷰를 한 한상균은 과격한 사람이라기보다는 마음이 단단한 사람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명박 정부 시절과 박근혜 정부 시절의 감옥 생활은 어떻게 달랐습니까. -두 번 다 독방에서 보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저를 가뒀을 때는 매달 동지들의 부음을 전해 들었습니다. 참담한 시간의 연속이었죠. 박근혜 정부 시절 감옥에서는 촛불이 불의한 정권을 무너뜨리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요. 두 전직 대통령과 전면적으로 맞붙었는데, 결국 나는 나왔고 그들은 갇혔습니다. →촛불집회가 진행될수록 노동의제가 점점 약화된 측면도 있습니다. -노동의제가 묻힌 것은 아쉽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옥중 편지를 통해 “한상균 석방 구호를 멈춰 달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투쟁하다 구속되는 것은 숙명입니다. 제 문제가 부각되면 수많은 민중의 요구가 다른 시각으로 비칠 수도 있어요. →두 번씩이나 구속을 감수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많은 조합원들이 그래서 인간 한상균에게 부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쌍용차 노조 지부장으로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한 것은 ‘상식’적인 일입니다. 정리해고를 막아 달라는 조합원들의 분명한 요구가 있었고, 저는 그 요구에 상식적으로 화답했을 뿐입니다. 제가 만일 투항했다면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의제가 한국 사회에 자리잡지 못했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박근혜 정권이 밀어붙이던 ‘쉬운 해고, 더 많은 비정규직 체제’를 막아야 했던 것도 상식입니다. 상식적인 일을 했을 뿐입니다. →77일간의 옥쇄 파업은 노동운동사에서도 유례가 드문 일입니다. 파업을 이끈 힘은 무엇입니까. -인간에 대한 사랑, 동지에 대한 믿음이 전부였어요. 외환위기 이후 권력과 자본의 힘은 점점 강해졌지만, 노조의 응집력은 약해졌어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노조 간부들의 정신이 중요한데, 그 바탕은 사랑과 믿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77일 동안 한상균을 옆에서 지켜본 한 노동자는 “그가 흔들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특공대의 마지막 옥상 진압을 지켜본 심정은 어땠나요. -헬기에 매달린 컨테이너에서 쏟아져 나온 특공대가 고무탄을 쏘며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제가 있던 위치에서 불과 15m 떨어진 곳에서 벌어졌어요. 국가가 국민을 이렇게 짓밟을 수도 있구나…(담담하게 대화를 이어 가던 그의 눈에는 핏발이 섰고, 핏발 위로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옥상에서 마지막까지 저항한 분들이 특별히 전투적이었다고 볼 수 있나요. -평범한 노동자들이었습니다. 노조 활동과 거리가 먼 이들도 많았고요. 이런 분들이 정권의 탄압에 하루이틀 분노를 쌓아 갔습니다. 이들이 나중에는 제가 투항하는지 감시할 정도로 철저한 투사가 됐어요. →최근 목숨을 끊은 김주중씨도 옥상에 계셨죠. -주중이는 아주 헌신적인 친구였어요. 그래서 상처가 더 컸을 겁니다. 파업 이후 바로 구속돼서 치유받을 시간도 없었어요. 감옥에서 나와 생계가 막막해졌고 가정은 이미 망가졌어요. 막노동을 하면서도 복직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견뎠는데, 결국 희망의 끈을 놓아 버렸어요. 기가 찰 노릇입니다(2015년 12월 30일 쌍용차 노사는 해고자 복직에 합의했지만, 현재 복직자는 45명에 불과하다. 김주중씨는 ‘남아 있는’ 해고자 120명 중 한 명이었다). →여전히 위태로운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보는 시선이 여전히 차가워요. 사회가 고립시키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게 자신이 자신을 고립시키는 겁니다. 해고자 낙인 때문에 취업도 안 돼요. 인간관계가 다 깨졌을 때의 고립감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희망이 보인다’는 소식이 들리면 하나 둘 연락을 하다가 그게 사라지면 다시 연락이 끊겨요. ‘희망 고문’이죠. 31번째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만 기도할 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쌍용차 소유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에게 해고자 복직 문제를 부탁했는데요. -문 대통령은 과거 수차례 쌍용차 문제 해결을 약속했어요. 대통령의 진정성을 아직 믿어요. 외교석상에서 깊은 고민 끝에 나온 발언이라 기대가 큽니다. 또 다른 ‘희망 고문’이 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라요. 쌍용차 문제는 단순한 노사 분규가 아닙니다. 무자비한 진압은 국가의 폭력이었고, 대법원이 쌍용차 해고자 판결을 박근혜 청와대와 거래했다는 사실도 확인된 만큼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재판 거래 의혹 문건에는 2014년 11월 서울고법이 내린 쌍용차 정리해고 무효판결을 불과 9개월 만에 대법원이 “해고는 정당하다”며 파기환송한 것을 국정 협조 사례로 제시했다. 대법 판결 직후 해고자 5명이 목숨을 끊었다). →정부가 진정성을 보이려면 쌍용차 노조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부터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경찰은 우리가 새총으로 헬기를 파손했다며 거액의 손해배상을 제기했어요. 사용자 측의 손배·가압류가 노동자의 단결권과 파업권을 옥죄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된 지 오래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선 오히려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손배·가압류를 남발했는데, 이는 노조를 정부의 적으로 규정했기 때문이죠. 노동조합은 적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심장’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손배를 포기하면 절차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적폐 청산 차원에서 결단해야 할 문제입니다. 주중이도 국가 손배 문제로 마지막까지 괴로워했어요(파업 진압 이후 쌍용차 사측과 정부는 해고자들에게 각각 150억원, 24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아직 재판 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우클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촛불혁명이 새 정부를 세웠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과도기입니다. 재벌과 기득권 중심 사회를 재편하느냐 아니면 다시 그 길로 회귀하느냐의 갈림길에 있어요.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가진 자의 편에 설 것이냐, 빈자의 편에 설 것이냐를 선택해야 합니다. 노동자·민중이 바라는 노선에서 이 정부마저 탈선한다면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어요. 지지율 정치는 한계가 드러납니다. 지금 탈선 여부를 점검해야 해요. →노동계에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시급 8350원)이 미흡하다고 하고, 소상공인들은 과하다고 반발합니다. -재앙과도 같은 양극화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정부가 인식하고 그 첫 번째 경로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보수언론과 자본가들은 이 문제를 소상공인과 노동자 간 ‘을들의 싸움’으로 몰아가고 싶겠죠. 그러나 소상공인과 노동자가 싸워야 할 대상은 대기업의 갑질과 분배되지 않는 부의 체계, 조물주 위에 있다는 건물주입니다. 일본의 편의점 업주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와 대항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커요. 최저임금은 죄가 없어요. 여기서 더 후퇴한다면 노동자들은 이 정부한테서도 기대할 게 없다고 여길 겁니다. →최근 기아차 정규직 노조가 여성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해 논란이 됐습니다.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 문제를 어떻게 보나요. -뼈아픈 지적입니다. 예전에는 자기 사업장 노조원만 잘 지켜도 민주노조라고 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더 어려운 노동자를 배척하는 노조는 더이상 민주노조가 아닙니다. 민주노총은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는 약자들이 기댈 언덕이 돼야 합니다. 시대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선 치부를 숨기거나 변명하지 말아야 합니다. →2014년 첫 민주노총 직선 위원장에 당선된 이후 민주노총 내 정파성이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정파적 갈등이 노동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걸림돌이 되면 이젠 현장에서 인정하지 않아요. 예전에는 절차와 과정이 싹둑 잘리고 상부 몇몇이 마치 현장의 목소리를 다 반영한다는 듯이 말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이젠 안 통해요.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노동자의 정치 세력화는 실현될 수 있을까요. -조직된 노동자의 힘을 지렛대 삼아 제도권 정치에 진입하는 시도는 한계에 봉착했어요. 이것을 뛰어넘는 꿈이 있어야 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동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번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하는 법 개정에 반대한 국회의원이 24명뿐이었습니다. 이들을 제외하면 다 재벌 기득권 편에 선 거죠. 현장 노동자들은 일상에서 누가 내 편에 서는가를 묻기 시작했어요. 정권의 입맛에 따라 ‘사용되는’ 노동이 아니라 사회를 변혁하는 ‘노동 정치’를 갈망하고 있어요. →쌍용차 지부장과 민주노총 위원장을 하리라고 예상을 했습니까. -1985년 입사 이후 파업 전까지 24년 동안 컨베이어(자동차 생산 라인)를 탔어요. 해고를 막아 달라는 동료들의 요구를 담담하게 받아들였을 뿐입니다. 변방의 쌍용차 지부장이 민주노총 위원장이 되리라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이 길을 가면 어떻게 될지 뻔히 알았지만 숙명이라고 생각했어요. →만약에 정리해고가 없었다면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좋은 아빠는 못 됐어도 꼭 있어야 할 때 있어 주는 아빠는 됐을 겁니다. 아이들 입학식과 졸업식 사진에 제가 없어요. 그때마다 감옥에 있었으니까요. →옥중 편지를 보면 시적 표현이 많이 나옵니다. 문학 공부를 하셨나요. -공고 졸업해서 줄곧 노동자로 살아왔는데 무슨 문학 공부를 해요. 아프고 슬프면 다 시인이 됩니다. 10년간 투쟁한 쌍용차 동지들의 가슴속에는 시집이 몇 권씩 있을 겁니다. →고공 철탑 농성, 단식, 투옥을 거치면서 건강은 어떻게 지켰나요. -감옥에서도 새벽 4시에 일어나서 1시간 정도 명상과 단전호흡을 했어요.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지니 육체적으로도 강해지는 것 같아요. 비우는 게 가장 어렵더라고요. →노동자가 비울 게 뭐가 있습니까. -누구든 살다 보면 욕망의 찌꺼기가 쌓여요. 많이 가진 사람이 나누는 것은 나누는 게 아닙니다. 먹고살기 빠듯한 사람이 더 어려운 사람과 빵 한 조각 나누는 게 진짜 나눔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한상균과 함께 덕수궁 대한문에 차려진 김주중씨 분향소에 갔다. 해고 노동자들은 그를 친형 대하듯 했다. 김주중씨의 절친이었다는 한 해고자는 “형님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고 했다.)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2@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한상균은 누구인가 -1962년 전남 나주 출생 -1978년 전남기계공업고등학교 입학 -1980년 고3 때 광주 5·18 경험 -1985년 부산 소재 지프차 생산회사 거화 입사 -1986년 쌍용그룹이 거화 인수 1987년 쌍용차노조 설립 추진위원장 -2009년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 -2009년 정리해고 반대 옥쇄파업 77일 단행 및 구속(3년) -2012~2013년 해고자 복직 요구 송전탑 고공농성(171일) -2014년 12월 26일 민주노총 첫 직선 위원장 당선 -2015년 11월 11일 법원 구속영장 발부(세월호 희생자 추모집회 등 주동 혐의) -2015년 11월 1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1차 민중총궐기 집회 후 조계사 피신 -2015년 12월 10일 경찰에 자진출두 -2016년 1월 5일 검찰,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13개 집회 혐의 모두 병합) -2016년 7월 4일 서울중앙지법, 징역 5년 벌금 500만원 선고 -2017년 5월 31일 대법원, 징역 3년 벌금 50만원 확정 -2018년 5월 21일 가석방
  • ‘섭씨 41도’…폭염 속 건강 악화된 굴뚝 농성 노동자들

    ‘섭씨 41도’…폭염 속 건강 악화된 굴뚝 농성 노동자들

    “온도계 눈금이 섭씨 41도를 가리킵니다. 더는 버틸 수 없는 극한의 상황입니다.” 폭염이 계속된 22일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높이의 굴뚝에서 253일째 농성 중인 파인텍지회 노동자를 찾은 의료진 3명은 이렇게 전했다.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홍종원 의사, 길벗 한의사회 오춘상 원장, 심리치유공간 와락의 하효열 치유단장 등 3명은 이날 농성 중인 파인텍지회 소속 홍기탁 전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의료진은 뜨겁게 달궈진 철제 난간을 붙잡고 굴뚝 주변 계단과 사다리를 30여분 동안 올랐다. 기온은 섭씨 32도였지만 체감 기온은 이보다 훨씬 높게 느껴졌다. 의료진을 마주한 농성 노동자 2명의 건강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굴뚝 위 좁은 공간에서 활동하다 보니 허리디스크와 목디스크 등의 질환이 생겼다. 게다가 최근 폭염이 잇따르면서 온열 질환 증세도 일부 보이고 있다. 의료진들은 채혈과 혈압 체크를 한 뒤 침술 시술을 병행했다. 의료진은 “농성자들이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목이나 허리 등 근골격계 통증이 심하고 근력이 약화하고 있다”면서 “식사도 제한적이고 건강을 유지하기가 쉬운 상태가 아니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의료진의 굴뚝 농성장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1월 14일과 4월 15일에 방문했다. 이번에는 스트레스 치료를 위해 처음으로 심리치료사까지 동행했다. 신체적 질환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이 무너지면 몸도 함께 무너지기 때문에 심리적인 상태를 체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두 농성 노동자는 파인텍 공장 모기업인 스타플렉스가 노조와 약속한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이행 등을 촉구하며 지난해 11월 12일부터 굴뚝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다. 모회사의 공장 가동 중단과 정리해고에 반발해 2014년 5월 27일부터 2015년 7월 8일까지 408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차광호 지회장에 이은 두 번째 농성이다. 농성자들에겐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5시 두 차례 간단한 식사와 물이 담긴 도시락 가방이 줄에 매달려 제공된다.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찬물을 마시고 배탈이 날까 봐 얼음물은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408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바 있는 차 지회장은 “파인텍 노동자들은 2006년부터 13년간 정리해고, 위장 폐업 등에 맞서 거리에서 싸웠지만, 회사는 2015년 공장 정상화, 단체협약 체결을 약속한 뒤 또 약속을 어겼다”면서 “김세권 사장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차 지회장은 이어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을 내걸고 탄생한 정부인 만큼 정부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사회안전망 강화와 제조업 부활… 벼랑 끝 한국경제의 살 길”

    “사회안전망 강화와 제조업 부활… 벼랑 끝 한국경제의 살 길”

    장하준(55)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한국경제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사회안전망 강화와 산업정책”이라면서 “경제관료들이 서비스업만 강조하고 규제완화만 외치는 건 한국경제를 망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쾌도난마 한국경제’ 등을 쓴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장 교수는 19일 서울신문 편집국에서 단독 인터뷰를 갖고 한국경제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터놓았다. 장 교수는 “국민연금이 기업경영이 잘되도록 목소리를 높이는 건 하나도 문제 될 게 없다”면서도 “기업지배구조가 아니라 얼마나 한국경제에 이바지하도록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대기업정책을 재구성할 것을 주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이 거세다. -생계형 자영업자에게 최저임금은 일종의 운전면허증이다. 운전할 능력이 안 되는데도 운전하고 다니다가 운전면허증 자격조건을 강화한다고 하니까 반발하는 형국이다. 스스로도 착취하고 있다. 최저임금만큼 월급 줄 능력이 안 되면 구조조정해야 한다. 생계형 자영업자 비중을 줄이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구조 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니까 저임금 노동자와 생계형 자영업자가 다투는 ‘을들의 전쟁’이 벌어졌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이 25.5%(2016년 기준)다. 독일은 10.4%, 미국은 6.4%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한 산업정책, 그리고 해고나 명예퇴직 뒤 생계형 자영업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복지정책이 같이 가야 한다. 지금보다 훨씬 더 복지예산을 늘려 사회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천명했지만 최저임금 말고는 눈에 띄는 정책이 없다. -소득주도성장은 장기적으로는 산업정책이나 복지정책 등 근본 구조를 바꾸는 정책과 결합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큰 퍼즐의 하나일 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2016년 1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꼴찌다. OECD 평균(21.0%)의 절반도 안 된다. 복지 관련 일자리가 많다. 복지에 과감하게 투자할 생각을 안 하고 ‘삼성 아니면 편의점’ 식으로 가니까 일자리가 부족한 것 아닌가. 복지가 잘돼 있는 덴마크 같은 나라에서는 부모와 자녀 세대의 소득 상관관계가 20% 정도밖에 안 되는데 미국이나 영국은 80%다. 부모가 ‘금수저’면 십중팔구 자녀도 ‘금수저’인 셈이다. 한국도 그런 사회로 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사회에선 혁신도 없고 발전도 없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그 중심은 제조업이 돼야 한다. 제조업이 약한 나라치고 경제가 발전한 나라가 없다. 미국만 해도 제조업 비중이 GDP 대비 10% 부근이지만, 여전히 연구개발의 60~70%를 제조업에서 한다. 한국은 외환위기 전 14~16%였던 GDP 대비 설비투자가 이후 7~8% 수준으로 반 토막 났다. 1990년대 이후 새로 키운 산업이 없다. 반도체만 해도 중국이 반도체를 국책사업으로 키우고 한국 기술자들을 영입하고 있다. 사실 중국의 추격은 오래전부터 나왔던 얘기다. 정부가 신경을 안 쓰다가 여기까지 왔다. 많은 경제관료들이 서비스업만 강조하는데 이해를 못 하겠다. 서비스업 강국인 미국이나 영국이 그냥 자리를 내주겠나. 서비스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 등에선 여전히 의료산업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의료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산업이다. 세계에서 의료로 무역흑자를 제일 많이 내는 체코조차 의료 부문 국제수지 흑자가 GDP 대비 0.15%가 안 된다. 한국은 0.003%가량이다. 우리나라가 반도체와 자동차에서 거두는 무역흑자가 약 5%다. 의료 분야를 지금보다 1000배 이상 키워도 반도체와 자동차 수준이 안 된다.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소재산업 등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가령 반도체 만드는 기계는 독일과 일본에서 수입하는데 그걸 국산화할 노력을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재벌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바람직한 기업지배구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재벌 정책 우선순위를 확실히 해야 한다. 일자리 늘리고 노조 인정하고 ‘갑질’ 그만하고 경제성장에 이바지하는 걸 최우선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그걸 위해 모든 가능한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기업지배구조는 수단일 뿐이다. 한국은 미국에서 경영학 공부하고 온 교수들이 많아서 그런지 다각화는 나쁘고 사외이사제는 좋다는 이분법이 횡행한다. 하지만 구글이나 페이스북조차도 차등의결권을 운영한다. 포드는 가족경영회사다. 폭스바겐은 창업자 가족이 대주주이지만 독일 니더작센 주정부 역시 20% 지분을 갖고 있고 법을 통해 공장 폐쇄나 인수합병을 규제한다. 거기다 감독이사회에 노동조합 추천 이사가 절반이다. 폭스바겐의 장기적 이익을 중시하는 이해관계자들이 권한을 갖지 않으면 기업이 주주들의 현금인출기가 돼 버리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복지국가라는 스웨덴에서 발렌베리 같은 재벌 가문을 용인하는 이유가 뭐겠는가. 지금이라도 정부가 차등의결권, 장기 주주 가중의결권, 노동이사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을 계기로 주주자본주의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주주자본주의는 자본주의를 망치는 자본주의의 적이다. 주주들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장기적 발전에 관심이 없다. 그러니까 단기 이윤과 배당만 신경 쓴다. 주주자본주의 극단인 미국을 보자. 미국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이윤유보율이 45~55%였는데 지금은 기업 이윤의 90~95%를 배당하고도 자사주 매입을 한다. 우리나라도 은행자유화와 외국인주주 확대 등으로 장기투자를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나. 그게 중소기업 투자 악화와 연관된다. →최근 규제 완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규제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을 조화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기업인들에게 독일과 알바니아 중 어디에 투자할지 물어보면 십중팔구 독일이라고 답할 거다. 독일은 기업 관련 규제가 매우 강력하다. 규제가 모든 걸 결정하는 게 아니다. 규제를 절대적으로 좋다 나쁘다 말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때론 규제가 새로운 산업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북유럽은 강력한 환경규제를 실시한 덕분에 대체에너지 산업이 발달했다. →한국은 오랫동안 긴축과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재정정책을 펴 왔다.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더 적극적으로 재정정책을 해야 한다.한국처럼 재정 여력이 많은 나라가 없다. 재정적자를 죄악시할 필요가 없다. 집안 살림에서도 빚을 내는 게 미래를 위해 좋을 때가 있고 나쁠 때가 있다. 가령 병이 났는데 돈 없다고 병을 키우는 것보다는 돈을 빌려서라도 빨리 치료받고 일하는 게 더 좋을 수 있다. 재정전략만 확실하다면 몇 년 정도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돈을 풀어서 생산성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긴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국채 상환을 못 하는 것도 아니고 국채를 사면 자산이 되고 자식들에게 상속도 할 수 있다. 그런 논리라면 대출받아서 집 사는 사람들은 모두 자식들에게 못할 짓 하는 것인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지 않겠나. -세금을 바라보는 담론 자체를 바꿔야 한다. 세금은 공동구매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국가가 서비스를 공동구매하는 것이다. 세금이 있기에 고속도로도 있고 철도도 있고 학교도 있고 국방도 있다. 북유럽은 소득세도 많이 내지만 부가가치세도 20~25%를 낸다. 모두가 세금을 더 많이 내고 국민 모두를 위한 복지와 안전, 환경을 추구하는 것이다. 대담 전경하 경제부장 lark3@seoul.co.kr 정리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최종구 “의무수납제 폐지 검토해야”… 신용카드 제도 개편 의지 재확인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의무수납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부분도 검토할 할 때가 됐다”면서 소상공인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제도 개편에 나설 뜻을 밝혔다. 최 위원장은 취임 1년을 맞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저임금 인상 후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범정부적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면서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에 대해서는 금융위가 추가 지원할 부분이 없는 지 적극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미 금융위는 신용카드 수수료 체제 개편을 위한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를 꾸려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수수료 인하를 두고서는 카드사들의 반발이 큰 상태다. 특히 이날 최 위원장은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편익을 누리는 일반 소비자와 정부가 수수료 부담을 나눠가져야 한다는 뜻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최 위원장은 “신용카드 사용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것은 사용자이고, 정부도 세원이 투명하게 노출되니 세수확보에 이점이 있다”면서 “사용자와 가맹점, 카드사, 정부 등 모든 수익자가 부담을 같이 나눌 수 있는 방안을 관계부처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최 위원장은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최 위원장은 “몇몇 재벌기업은 총수일가가 출자한 자금이 아니라 예금자나 보험 가입자의 돈을 가지고 계열사 지배권을 유지해왔다는 비판이 있다”면서 삼성생명과 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문제를 재차 거론했다. 다만 “제도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다른 부작용은 감안하지 않고 조치를 위하는 것은 금융위원장이 취하기는 어려운 접근방식”이라면서 삼성 측의 자체적인 지분 매각과 보험법업 개정 과정을 우선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한편 최 위원장은 파업 수순에 돌입한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을 두고서는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조치는 노조뿐 아니라 채권단, 주주 등이 고통을 분담해 결정된 것”이라면서 “마치 노조만 고통을 겪은 것처럼 쟁의행위를 하는 것은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노력을 무산시키는 행위”라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단독인터뷰]장하준 교수 “최저임금은 운전면허증…사회안전망 강화해야”

    [단독인터뷰]장하준 교수 “최저임금은 운전면허증…사회안전망 강화해야”

    “구조개혁 지지부진한데 최저임금 올리니 반발 살 수밖에”“경제관료들이 규제완화만 외치는 건 한국경제를 망치는 길”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한국경제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사회안전망 강화와 산업정책”이라면서 “경제관료들이 서비스업만 강조하고 규제완화만 외치는 건 한국경제를 망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을 쓴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장 교수는 19일 서울신문 편집국에서 단독인터뷰를 갖고 한국경제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터놓았다. 장 교수는 “국민연금이 기업경영이 잘 되도록 목소리를 높이는건 하나도 문제될 게 없다”면서도 “기업지배구조가 아니라 얼마나 한국경제에 이바지하도록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대기업정책을 재구성할 것을 주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이 거세다. -최저임금은 일종의 운전면허증이다. 최저임금만큼 월급 줄 능력 안되면 구조조정해야 한다. 운전할 능력이 안되는데도 운전하고 다니다가 운전면허증 자격조건 강화한다고 하니까 반발하는 형국이다. 생계형 자영업자 비중을 줄이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구조적인 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니까 저임금 노동자와 생계형 자영업자가 다투는 이른바 ‘을들의 전쟁’이 벌어졌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이 25.5%(2016년 기준)다. 독일은 10.4%, 미국은 6.4%밖에 안된다. 생계형 자영업자가 지나치게 많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한 산업정책, 그리고 굳이 해고나 명예퇴직 뒤 굳이 생계형 자영업자가 되지 않아도 되는 복지정책이 같이 가야 한다. 지금보다 훨씬 더 복지예산을 늘려서 사회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천명했지만 최저임금 말고는 눈에 띄는 정책이 없다. -소득주도성장은 장기적으로는 산업정책이나 복지정책 등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는 정책과 결합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큰 퍼즐의 하나일 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2016년에 10.4%로 멕시코 다음으로 꼴찌였다. OECD 평균(21.0%)의 절반도 안된다. 정부에서 일자리 문제로 고민이 많다고 하지만 늘릴 수 있는 복지 관련 일자리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복지에 과감하게 투자할 생각을 안하고 ‘삼성 아니면 편의점’ 식으로 가니까 일자리가 부족한 것 아닌가. 복지가 잘되어 있는 덴마크 같은 나라에서는 부모와 자녀세대의 소득 상관관계가 20%정도 밖에 안되는데, 미국이나 영국은 그것이 80%나 된다. 부모가 금수저면 십중팔구 자녀도 금수저인 셈이다. 한국도 그런 사회로 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사회에선 혁신도 없고 발전도 없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그 중심은 제조업이 되어야 한다. 제조업이 약한 나라치고 경제가 발전한 나라가 없다. 미국만 해도 제조업 비중이 GDP 대비 10% 부근이지만, 여전히 연구개발의 6-70%를 제조업에서 한다. 한국은외환위기 전 14~16%에 달하던 GDP 대비 설비 투자가 이후 7~8% 수준으로 반 토막 났다. 1990년대 이후 새로 키운 산업이 없다. 반도체만 해도 중국이 반도체 국책사업으로 키우고 한국 기술자들 영입하고 있다. 사실 중국 추격은 오래 전부터 나왔던 얘기였다. 정부가 신경 안쓰다가 여기까지 왔다. 많은 경제관료들이 서비스업만 강조하는데 이해를 못하겠다. 중국이 쫓아오니까 서비스업 한다? 서비스업 강국인 미국이나 영국이 그냥 자리 내주겠나. 서비스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왜 중국 쫓아오는 것만 생각하고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 쫓아갈 건 생각 안하나.⇒기획재정부 등에선 여전히 의료산업에 관심이 많은 듯 하다. -의료산업은 전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중요하지 않은 산업이다. 세계에서 의료로 무역흑자를 제일 많이 내는게 체코조차 의료 부문 국제수지 흑자가 GDP 대비 0.15%가 안된다. 한국은 0.003% 가량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반도체와 자동차에서 거두는 무역흑자가 약 5%다. 의료분야를 지금보다 1000배 이상 키워도 반도체와 자동차 수준이 안된다.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소재산업 등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가령 반도체 만드는 기계는 독일과 일본에서 수입하는데 그걸 국산화할 노력을 해야지 성형관광 얘기나 하고 있으면 억장이 무너진다. 차라리 우리나라 의사 숫자가 OECD 꼴찌인 인구 1000명당 2.2명(2015년 기준)이니까 의료접근권 강화에 더 신경쓰길 바란다. ⇒최근 규제완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규제란 기본적으로 기업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을 조화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기업인들에게 독일에 투자할지 알바니아에 공장 세울지 물어보면 십중팔구 독일이라고 답할 것이다. 독일은 기업관련 규제가 매우 강력한데 왜 그럴까. 규제가 모든 걸 결정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규제를 절대적으로 좋다 나쁘다 말하는건 말이 안된다. 때로는 규제가 새로운 산업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북유럽은 강력한 환경규제를 실시한 덕분에 대체에너지 산업이 발달했다.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을 계기로 주주자본주의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주주자본주의는 자본주의를 망치는 자본주의의 적이다. 주주들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에 관심이 없다. 그러니까 단기 이윤과 배당만 신경쓴다. 주주자본주의 극단인 미국을 보자. 미국은 70년대까지만 해도 이윤유보율이 45~55%였는데 지금은 기업 이윤의 90~95%를 배당하고 자사주매입으로 갖다 바친다. 우리나라도 은행자유화와 외국인주주 확대 등으로 장기투자를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느냐. 그게 중소기업 투자 악화와 연관된다 . ⇒문재인 정부 재벌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바람직한 기업지배구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재벌정책 우선순위를 확실히 해야 한다. 일자리 늘리고 노조 인정하고 갑질 그만하고 경제성장에 이바지하도록 하는 걸 최우선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그걸 위해 모든 가능한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기업지배구조에 무슨 정답이 있느냐. 지배구조는 수단일 뿐이다. 자동차 경주에 비유한다면 중요한건 자동차 경주를 잘하는 것이지 자동차 모양이 아니다. 한국은 미국에서 경영학 공부하고 온 교수들이 많아서 그런지 다각화는 나쁘고 사외이사제는 좋다는 이분법이 횡행한다. 하지만 구글이나 페이스북조차도 차등의결권을 운영한다. 포드는 가족경영회사다. 폭스바겐을 보자. 폭스바겐은 창업자 가족이 대주주이지만 주정부 역시 20% 지분을 갖고 있고 법을 통해 공장폐쇄나 인수합병을 규제한다. 거기다 감독이사회에 노동조합 추천 이사가 절반이다. 폭스바겐의 장기적인 이익을 중시하는 이해관계자들이 권한을 갖지 않으면 기업이 주주들의 현금인출기가 돼 버리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라는 스웨덴에서 발렌베리같은 재벌 가문을 용인하는 이유가 뭐겠느냐. 지금이라도 정부가 차등의결권, 장기 주주 가중의결권, 노동이사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최근 국민연금을 두고 연금사회주의 혹은 관치금융 비판이 나오는데. -노동자들이 낸 돈으로 모은 기금으로 정부가 자본주의 방식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자본가가 주주권을 행사하면 자본주의고 노동자가 주주권을 행사하면 사회주의다? 이중잣대일 뿐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비싼 식당 오면 부자가 왜 그리 사치스럽게 사느냐고 타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한국은 오랫동안 긴축과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재정정책을 펴왔다.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더 적극적으로 재정정책을 해야 한다.한국처럼 재정 여력이 많은 나라가 없다. 재정적자를 죄악시할 필요가 없다. 재정준칙도 금과옥조가 아니다. 집안살림에서도 빚을 내는게 미래를 위해 좋을 때가 있고 나쁠 때가 있다. 가령 병이 났는데 돈 없다고 병을 키우는 것보다는 돈을 빌려서라도 빨리 치료받고 일을 하는게 더 좋을 수 있다. 재정전략만 확실하다면 몇 년 정도 재정적자 감수하고 돈을 풀어서 생산성 높이고 일자리 늘려야 한다.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긴다는 주장이 있는데 그것도 말이 안된다. 국채 상환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국채를 구입하면 그건 자산이 되고 자식들에게 상속도 할 수 있다. 그런 논리라면 대출 받아서 집사는 사람들은 모두 자식들에게 못할 짓 하는 것인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지 않겠나. -세금을 바라보는 담론 자체를 바꿔야 한다. 세금은 공동구매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국가가 서비스를 공동구매해주는 것이다. 세금이 있기에 고속도로도 있고 철도도 있고 학교도 있고 국방도 있다. 북유럽은 소득세도 많이 내지만 부가가치세도 20~25%까지 낸다. 모두가 세금을 더 많이 내고 국민 모두를 위한 복지와 안전, 환경을 추구하는 것이다. 대담 전경하 경제부장 lark3@seoul.co.kr정리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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