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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마에 오른 ‘박노자’/하원호 교수 “근대역사 서술 깊이 아쉽다”

    러시아 출신의 귀화 한국인 박노자 (사진·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한국학부)교수가 국내 학계로부터 정면비판을 받았다.진보 학술단체인 역사문제연구소가 계간 ‘역사비평’ 가을호에서 박 교수의 역사인식과 글쓰기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한 것으로 향후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글은 하원호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한국사)가 박 교수 의 ‘당신들의 대한민국’‘나를 배반한 역사’ 등 에세이를 서평형식으로 지적한 ‘역사는 배반하지 않는다-박노자의 한국 근대인식 비판’. 하 교수는 박 교수의 글쓰기에 대해 일단 “본받을 만하고 역사학의 입장에서도 흠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치켜세운뒤 “그러나 그의 역사학이 진일보할 수 있도록 근대역사 서술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 교수는 한말 계몽주의자들의 ‘국민’이라는 담론이 군사주의 배타주의 팽창주의를 갖고 있었고 이것이 박정희주의 담론의 토대가 되었다는 박 교수의 주장에 대해 “사유형태의 유사성은 인정하지만 박정희의 ‘국민’,그보다 앞서 이승만의 국민을 앞세운 사회통제정책은 한말의 계몽사상과는 무관한 일제말 파시즘의 유산이었다.”고 반박한뒤 박 교수의 이같은 오류는 바로 텍스트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특히 “박 교수가 정통 마르크시즘이나 최근 학문조류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을 학문적 무기로 갖고 있지만 그의 근대사에 대한 글은 100년 전의 사실을 현재 우리와 그대로 연결시켜서 본다.”며 방법론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 교수는 “박 교수의 글은 충격과 파닥이는 상상력은 있을지라도 어둡고 긴 터널의 끝과 끝을 연결시켰을 뿐 터널 안을 뒤집고 다니는 역사학의 어렵고 힘든 고행의 길과는 거리가 멀다.”며 “한국사회의 소외된 자에 대한 넘쳐나는 애정에도 불구하고 농민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을 들어 박 교수의 역사인식이 다수의 피지배계급중에서도 소수에 편향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역사문제연구소의 이번 비평은 그동안 한국사회의 다양한 모습에 칼날을 들이대 온박 교수의 주장에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던 국내 역사학계에서 나온 첫 비판이어서 박 교수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김성호기자 kimus@
  • 닛산 사장 日 ‘가장 이상적 경영자’

    |도쿄 연합|일본의 닛산자동차를 적자경영에서 흑자로 돌려놓은 카를로스 곤(사진) 사장이 일본에서 가장 이상적인 경영자로 뽑혔다고 일본능률협회가 4일 발표했다. 협회는 상장기업 신임 중역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가장 많은 16.8%가 곤 사장을 이상적인 경영자로 꼽았다고 밝혔다. 외국인 경영자가 1위에 오르기는 처음이다. 프랑스 르노자동차에서 파견된 곤 사장은 분명한 목표 제시로 단기간에 실적을 회복시킨 점이 높이 평가됐다. 2위는 마쓰시타전기산업의 고(故) 마쓰시타 고노스케(8.8%),3위는 캐논의 미타라이 후지오(8.0%),4위는 도요타자동차의 오쿠다 히로시 회장과 혼다의 고(故) 혼다 소이치로(6.4%)이다. 일본인과 외국인 경영자간 비교에서 외국인이 우수한 분야는 ‘경력’(81.4%),‘개혁·혁신성’(58.6%) 등 10개 항목이었고,일본인은 ‘현장경험’(75.5%),‘관리능력’(53.8%) 등 4개 항목에서 뛰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 국제경제 플러스 / 佛, 증시회복 틈타 민영화 박차

    |파리 AFP 연합|프랑스 정부가 르노자동차 주식매각에 고무돼 최근 되살아나고 있는 증시 상황을 활용해 광범위한 민영화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여름 휴가철이 끝나고 1∼2개월 지나면 에어프랑스 지분 10∼15% 처분을 시작으로 다시 지분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나텍시 방크 포플레어의 이코노미스트 마르크 투아티는 전망했다.전체 평가액 268억 4000만유로에 달하는 프랑스 텔레컴 정부지분 58.8%도 궁극적으로는 다른 정부지분과 마찬가지로 매각될 예정이며,군수 전자업체 탈레,가전업체 톰슨,프랑스전기(EDF) 등도 매각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 ‘8월의 문화인물’서계 박세당

    조선 후기의 실학자 서계 박세당(西溪 朴世堂·1629∼1703) 선생이 ‘8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됐다. 서계는 송시열을 낮추었다 하여 노론으로부터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지탄받는 등 당시의 주도적 이념이었던 주자학에 비판적이었다.대신 도가사상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 노자와 장자에 심취하는 자유로운 면모를 보였다. 홍문관 수찬으로 있을 때는 양반 지배세력의 당쟁과 무위도식을 고발하고 정치사회 제도 개혁과 민생안정을 위한 요역·병역의 균등화를 주장했다. 명나라를 따르고 청나라를 배척(崇明排淸)하는 의식이 지배했던 사회에서 그는 민족의 현실적 생존과 안위를 위해 명분을 버리고 민족자존의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소신을 펼쳤다. 소론의 거두였던 윤증과 교유했고,우참찬 이덕수,함경감사 이탄,좌의정 조태억 등의 제자를 키웠다.경기도 양주 석천동에 기거하며 학문연구에 몰두하다 75세로 세상을 떠났다. 문화관광부는 서계가 ‘이달의 문화인물’로 선정된 것을 기념하여 새달 21일에는 학술대회,21일부터 25일까지는 그의 유품 전시회를 의정부 예술의전당에서 각각 연다. 서동철기자 dcsuh@
  • 책 / 네덜란드 튤립의 땅…

    주경철 지음 / 산처럼 펴냄 “신이 세상을 만들었다.그러나 네덜란드인들은 네덜란드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그 말마따나 네덜란드인들은 국토의 20%를 스스로 만들어냈다.그들은 라인강과 마스강 하구의 델타 유역을 거대한 댐들로 봉쇄,홍수를 조절하는 델타플랜을 1978년 완수했다.4,5월이면 꽃봉오리 벌어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할 만큼 꽃들이 많이 피는 화훼산업의 대국,고흐와 렘브란트 그리고 스피노자의 나라.서울대 주경철 (서양사학과)교수가 지은 ‘네덜란드 튤립의 땅,모든 자유가 당당한 나라’(산처럼 펴냄)는 네덜란드야말로 우리가 진지하게 벤치마킹해 볼 만한 나라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왜 한반도 전체 면적의 5분의1,남한 면적의 반도 안되는 이 작은 나라에 주목해야 할까.네덜란드는 이미 ‘히딩크 현상’이나 정부가 상생의 노사관계로 꼽은 네덜란드식 노사정 모델로 관심을 모았다.저자는 무조건 ‘세계 중심국가’가 되겠다고 아등바등 살기보다는 진정으로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사는 ‘네덜란드식’의 조화로운 사회를 목표로 삼을것을 권한다.언성을 높이는 일 없이 지루하리만치 담담하게 연설문을 읽어내려가는 국회의 모습이라든가,국체(國體)가 공화정에서 왕정으로 거꾸로 간 역사적 사연,매춘과 마약이 합법화돼 있어 프리섹스의 나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론 보수적 성향이 강한 사회,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허용한 순응주의의 나라….역설적인 측면이 있긴 하지만 그런 ‘파격성’에서 어떤 교훈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올해는 1653년 동인도 회사의 선원 헨드릭 하멜이 나가사키를 향해 항해중 태풍을 만나 제주도에 표류한 지 350년이 되는 해.때마침 출간된 이 책은 작지만 단단한 국가모델을 갖춘 나라로 주목받는 네덜란드의 역사와 문화,사회를 이해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준다.1만 3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데스크 시각] 법과 원칙이 무너진 세상

    최근 작은 사업을 하는 한 지인을 만났다.그는 사업이 아주 어렵다고 했다.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원칙을 무시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했기 때문일 거라고 진단하고 있었다.불경기 탓으로 돌릴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직원 채용에서부터 인사,관리,세무,자금운용 등에서 대증요법식 편법으로만 하다 보니 이제 원칙을 세운다고 해도 지키고 따라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굿모닝게이트 수사’ ‘대선자금 문제’ ‘새만금 간척사업 집행정지 판결’ 등의 파장으로 요사이 신문 지면이 번잡하다.사안 자체도 번잡하지만 등장 인물들의 언행도 번잡하기는 마찬가지다.하지만 이들 사건에 국민들의 관심은 물론 대통령,장관,정당 대표,국회의원,판·검사 등 국정의 최고위층이 등장하고 있어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다룰 수 없다.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없다.하지만 지금까지 관련 인사들의 언행을 보면 결론이 어떻게 날지 불안하기도 하다. 굿모닝시티 로비의혹 수사를 보자.검찰의 소환요구를 받은 민주당 정대철 대표측은 정당대표에 대한 ‘예우’에 소홀하다고 불만이다.이 과정에서 ‘물귀신 작전’인지는 몰라도 대선자금 문제까지 불거져 나왔다.검찰측은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일반 형사사건의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맞서고 있다.예우니 일반사건에 준해서 처리한다느니 하는 말은 어쩐지 생소하다.법과 원칙이 준수되어야 하는 법치주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대선자금 문제도 마찬가지.굿모닝게이트가 대선자금에까지 미치자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대선자금을 공개하자.’고 제의했다.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고 또 의혹을 씻고 가자는 차원에서 좋은 일이다.그러나 먼저 공개하면 될 것이지 상대를 끌고 들어가는 것이나,특별법을 두어 면책규정도 둘 수 있다는 설명은 앞의 제안을 무색케 한다.정치자금법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인 비리라면 어찌할 것인가.당사자들이 특별법을 만든다는 것도 좀 우습다. 새만금과 관련한 행정법원의 결정을 보자.법원이 본안사건의 판결 전에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한 것은 절차상 정당했다.그러나 판사가 판결로 말하면 됐지 굳이 삼권분립 운운하며 독립성을 강변한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 나아가 새만금사업의 주무부처인 농림부 김영진 장관은 법원의 결정에 불만을 표시하며 즉각 사표를 내고 잠적했다.법원의 결정이 부당하다면 사표를 낼 것이 아니라 본안소송 준비 등 행정의 책임성을 보여야 할 것이 아닌가.사표는 그 다음이다.정치적 의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더라도 장관더러 떠나지 말라고 여직원들이 울먹이는 모습은 우리 관가 풍토에서는 너무 생소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사건들은 서로 연관이 없는 것 같지만 원칙이 무시되고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하고 있다.법과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당사자들은 새삼 ‘법과 원칙’을 강조한다.뒤집어 얘기하면 그동안 법과 원칙을 따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노자(老子)는 일찍이 ‘정치가 정도를 걸으면 백성들이 순박해지고,정치가 번잡하면 백성들이 실망하게 된다.’고 했다.또 백성들을 영악하게 만들지 말라고 했다.어리석어도 피해 없이 살아갈 수 있게 원칙을 지키라는 얘기일 것이다.지금까지만 해도 충분히 번잡한 ‘게이트’성사건들을 이제 번잡하게 몰고 가지 말아야 할 것이다.안 그래도 영악한 시민들을 더이상 영악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김 경 홍 사회교육부장 honk@
  • 맹상군은 고대중국의 ‘헤드헌터’?

    지전(智典) 렁청진 편저 /장연 역 김영사 펴냄 수백·수천년 해묵은 역사 속으로 새삼 눈길을 돌려 당대를 풍미한 인물들을 들여다보는 의미.그것은 시행착오 속에서 진리를 건져올린 실존인물들의 삶을 통해 섬광같은 혜안을 뜨게 된다는 것이 아닐까? 중국인민대학 중문학과 교수이자 중국 전통문화연구가인 렁청진(冷成金·41)이 엮은 ‘지전’(智典·장연 역,김영사 펴냄)은 그런 즐거움을 주는 난세의 지혜의 보고(寶庫)다.책의 텍스트는 ‘사기’‘춘추’‘한비자’‘손자병법’‘논어’‘장자’‘회남자’ 등 동양의 고전들.이들 고전에서 난세영웅들의 빛나는 지혜와 지모(智謀)를 추려낸 이야기가 줄잡아 100여편.그가운데는 ‘합종연횡’의 고사성어를 낳은 전국시대의 책사 장의와 소진처럼 익히 알려진 인물이 있는가 하면,고전의 어느 귀퉁이에서 덜어냈다 싶게 낯선 이야기도 많다. 책이 초점을 맞춘 시간적 공간은 춘추전국시대다.노자·공자·장자·묵자·맹자 등의 이름난 사상가들이 백가쟁명(百家爭鳴)의 국면을 이룬 그 시대야말로 곧 ‘도(道)’와 ‘술(術)’을 근간으로 한 지혜의 틀이 만들어진 시기라는 게 책에서 부여된 의미다. 사상의 출발과 귀결점을 모두 정치에 둘 정도로 정치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던 시대.책은 ‘인덕’과 ‘정치’의 관계부터 더듬는다.정치적 야욕을 위해 어머니와 동생을 사지에 몰아넣은 춘추시대 정장공(鄭莊公)의 일화를 들추며,그를 허위와 술수로 성공한 중국역사 최초의 인물이라고 꼽는다.단순히 지은이의 견해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해설 중간중간에 공자의 ‘춘추’가 인용되기도 하는 식이다. 고전의 지혜를 음미하는 과정에서는 마치 옛이야기를 듣는 듯한 서사의 즐거움도 덤으로 챙길 수가 있다.예컨대 현명한 치자(治者)의 덕목을 소개한 ‘제나라 추기의 깨달음’편.제나라 재상 추기가 자신의 외모를 과대평가하는 아내와 첩,손님의 얄팍한 심리를 읽어내고 제위왕에게 나아가 신민(臣民)의 진실한 직언에 귀기울이라고 충언한 일화 등은 한줄기 교훈에 앞서 부담없이 유쾌한 글읽기의 재미를 안겨준다.최초로 나라를 망친 여인으로 중국역사에 기록된 상나라의 소달기,인재등용의 전범으로 꼽히는 맹상군,소자본으로 왕조를 사들인 대상인(大商人) 여불위 이야기 등도 만날 수 있다. 중국의 문화를 ‘책략형’이라고 정의한 지은이는 주로 치인(治人)의 도(道)를 웅변하는 내용으로 책을 메웠다.단단히 마음먹지 않고서는 도전하기 어려울 방대한 고전들에서 핵심대목만 추려낸 친절함만 해도 성미급한 독자들에겐 미덕이 될 것이다.744쪽.2만 4900원. 황수정기자 sjh@
  • [나의 건강보감]김명곤 국립극장장

    “극장장으로 발령받은 뒤 선배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십디다.하루 한번씩이라도 ‘멍’해지라고요.이제야 그 말의 참 뜻을 알것 같아요.요샌 바쁜 와중에도 가끔 창밖 남산 발치를 올려보며 혼자 ‘머엉’해 하곤 합니다.그러면서 마음속에 담을 건 담고 버릴 건 버리지요.” 립극장장 김명곤(51).영화 서편제에서 “소리를 지대로 할라믄 몸 속에 한을 쌓아야 쓰는 것”이라며 딸의 눈까지 멀게 하는 소리꾼 ‘유봉’역을 열연했던 바로 그 사람이다.그는 천상 배우였다.연극판이든,영화판이든 신명을 사를 곳은 ‘무대’라고 여긴다.그래서 지금 하는 일,국립극장에다 잊혀져가는 세상의 온갖 공연예술을 다 모아 놓고는,어르고 간지르며,사그라드는 혼을 일깨우는 일에 그렇게 공을 들이는지도 모른다. ●지나치지 않게 사는법 터득 마른 장마가 사나흘이나 이어지는 7월에 그를 만났다.어거지로 가꾸거나 꾸미지 않아 담백한 때깔에 바탕이 훤히 드러나고,그래서 더 웅숭깊어 보이는 그였다.그의 건강이 궁금했다. “딱히 좋달 수도,그렇다고 아니달 수도 없습니다.내세울 정도는 아니지만 내 일을 내 욕심만큼 할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 사람의 삶에 있어 건강이 주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결핵을 오래 앓았어요.대학 시절에 발병해 십년 넘게 투병했지요.먹고 살기 바빠 약도 제대로 못먹고,연극에 미쳐 몸 살필 겨를이 없었지요.” 옛일을 돌이키는 그의 얼굴에 언뜻 비감이 스친다.그만큼 그에게는 처절한 시기였던 까닭일까.당시 그는 서울대 독어교육학과 학생이었다.“몸이 계속 시들어갑디다.어느 정도냐면,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지요.고작 스물 한두살 무렵이었는데,‘아,내 삶이 여기서 끝나는구나.’싶은 절망감을 못이기겠더라고요.결국 휴학하고 지리산으로 들어갔지요.” 지리산은 그에게 위안과 안식을 준 ‘어머니의 품’같은 곳으로 기억된다.참담한 죽음의 순간에 찾은 산,그곳에서 그는 단전호흡으로 건강을 추슬렀으며,암자의 불목하니로부터는 소리를 배웠다.그 ‘소리’는 훗날 명창 박초월 선생의 10년 사사로 이어지며 영화서편제의 씨알이 됐다.힘겨운 투병 끝에 ‘천형’인 결핵은 떨쳐냈지만 독한 약 때문에 위장과 간이 많이 상했다.“그때보다 건강은 훨씬 좋다.”는 지금도 무리하거나 흥분하면 곧 몸에 표가 난다.그렇다고 결핵이 그의 몸과 영혼을 마냥 갉아댄 것만은 아니었다.결핵 덕분에 ‘지나치지 않게 사는 법’을 터득했다. ●격정적이던 성격도 조용하게 변해 뒤풀이 술판이 예사인 연기자로 일하면서도 결코 무리하지 않는다.분명하게 절제의 선을 긋는 것은 물론 치받는 화도 숨고르기로 이내 삭인다.그가 온몸으로 깨우친 건강의 지혜다.그러다보니 격정적이기까지 했던 성격도 조용하고 부드럽게 변했다.성격뿐 아니라 생활도 덩달아 바뀌었다. “당연히 생활이 바뀌지요.축구,농구 등 격렬한 운동은 하지 않습니다.대체로 부드럽고 조용한 생활 패턴이지요.자주 서점에 들러 책을 사는데,마음에 드는 책을 갖는 것이 정신적 자족감이나 양식을 축적한다는 점에서 정말 좋은 일이라고 여겨져요.가족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일상의 번거로움을 잊기도 하고요.” 가끔은친구들과 만나 고래고래 노래도 부르면서 스트레스를 털어낸다.여유 시간에는 주로 독서를 한다.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읽는다.오래 전에 사뒀던 책을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하는 식으로 두고 두고 읽는 즐거움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사실,그의 지난 삶은 ‘과로’와 ‘과중’의 연속이었다.여간한 체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연기 활동을 쉬지않고 해왔는가 하면 소리를 할 때는 화장실에 숨어 울컥,피를 토해내기도 했다.그러면서도 연극이든 영화든 무대라는 마당이 있는 곳이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그는 이를 두고 ‘열정’이라고 했다.노도처럼 밀려드는 스트레스와 긴장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었던 힘이 바로 이 열정에 있었다.“누가 1억을 준다해도 나는 오로지 내 이상을 좇아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라고 했다.그는 운명적으로 가난한 사람인지도 모른다.그렇지 않고서야 요즘같은 인플레 세상에 자신의 이상을 고작 ‘1억원’에 견줄까. 대학 졸업후 배화여고 교사 등으로 일하기도 했으나 타고난 ‘팔자’를 속이지 못해 결국 무대로 돌아왔다.극단 한둘과 연우무대에서 힘을 기른 그는 지난 86년 아리랑극단을 창단,직접 연출과 기획,연기,제작 등을 맡으며 내공을 쌓아갔다.“그 때의 경험이 요즘 국립극장 경영에 거름이 되는 것 같아요.힘들었지만 거저 하는 고생이란 없나 봅니다.” ●건강한 문화예술 출발점은 가정 2000년 민간인으로는 처음으로 국립극장 운영을 책임진 그의 목표는 크게 두가지였다.하나는 극립극장을 국민들의 문화예술 마당으로 되돌려 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견실한 운영의 토대를 닦는 것.그는 “아직 할 일이 많지만 변화도 많았다.”고 했다. 부임 첫해에 전해의 3배까지 수입을 올리는 등 두드러진 경영 실적으로 지금은 선진국의 20%와 맞먹는 18%까지 재정자립도를 끌어올렸다.공익성과 예술성이라는 제약 속에서 이만한 성과를 얻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런 그에게 듣는 문화예술의 건강성은 신선하다.“문화예술의 건강성이 자칫 획일주의나 경직성을 연상시킬까봐 두렵다.”며 “서울만이 아니라 지역의 것도 살고,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것이 공존하면서 창조적이라면 그것이 건강한 문화예술 아니겠느냐.”고 되묻는다.그는 건강한 문화예술의 출발점으로 ‘가정’을 들었다.우선 가족끼리 서로의 문화적 관점과 취향을 이해해야 지역,국가,세계로 확대되는 광역 문화가 다양하고 건강해진다는 시각이다.“이를테면 한 가정에서 ‘황성옛터’와 보아의 ‘컴 투 미’가 함께 불려지는 것이 바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모델이라는 거죠.” ●‘멍'하게 남산 바라보면 스트레스 풀려 끊임없이 운명에 도전하는 시지프스처럼 그는 살아왔다.“한시도 도발과 도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나름대로는 절박하고 처절한 삶이었지만,뭔가를 일구고 창조해야 한다는 열망 때문에 아플 수도,죽을 수도 없었습니다.” 건강은 틈틈이 챙긴다.시간날 때 남산을 걷고 단전호흡을 한다.남산을 ‘멍’하게 쳐다보는 것은 스트레스를 푸는데 도움이 된단다. 심재억 기자 jeshim@ ■단전호흡과 태극권 단전호흡과 태극권은 서로 다른 수련 이념을 가졌으면서도 기(氣)의 원활한 순환을 통해 무병장수를 꾀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계보를 갖고 있다. 김명곤 국립극장 극장장은 병마와 사투를 벌이는 와중에 지리산에 들어가 우연히 만난 은인으로부터 단전호흡을 배운다.1년 가량 수련했는데 다시 ‘환속’해서 그때 익힌 복식호흡법으로 내면의 화를 잠재우고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물론 그가 단전호흡의 호흡법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건 아니다.연극 등 무대에서 몸을 굴리려면 필수적인 조건이 유연성.그는 단전호흡에 태극권을 얹어 언제라도 주어진 역을 소화할 수 있도록 몸을 추스르곤 했다.“연기를 하려면 몸이 꺽꺽하지 않고 유연해야 하는데 그런 운동이 많은 도움이 됐지요.” 우리에게 꽤 익숙한 국선도 단전호흡은 정(精)·기(氣)·신(神)을 3체(삼단전)로 하고 있다.정은 일반적으로 단전이라 부르는 하복부에,기는 머리에,신은 가슴에 뿌리를 두고 온몸에 작용한다고 본다.이 3단전을 단련해 심신을 자유롭게 통제하고 이끌도록 하는 수련이다. 태극권의 내가권법(內家拳法)도 국선도 단전호흡과 흡사하다.태극설(太極說)과 동양의학의 원전격인 황제내경소문,노자사상의 기공법(氣功法)을 조합해 창안한 태극권 역시 정·기·신의 수련을 중추로 해 기력으로 부드러움의 극치에 이른다는 전기치유(專氣致柔)와 부드러움이 굳센 것을 이긴다는 이유극강(以柔克剛) 등을 추구하는 권법이다.특히 국선도와 태극권의 품세가 전신의 경직을 푸는 유연한 몸동작으로 이뤄져 연극이나 영화가 요구하는 다양한 동작을 소화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 김 극장장의 견해다. 최근들어 치병(治病)과 건신(健身)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서양에서도 관심을 끄는 국선도 단전호흡과 태극권이지만 처음부터 잘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전문가들은 “체계적인 수련 과정을 거치면 몸과 마음이 맑아져 힘이 넘치는 것은 물론 심신의 건강까지도 얻을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수련법”이라고 설명한다. ■ 도움말 국선도 임춘성 수사 심재억기자
  • 삶의 기술·통치론으로 본 ‘노자’

    노자 - 김홍경 지음 노자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번역된 책 중의 하나다.우리말로 출간된 ‘노자’는 50종이 넘는다.서양에서도 1788년 라틴어 번역본이 나온 이래 계속 새로운 번역본이 출간돼 영어 번역본만 250여 종을 헤아린다.이렇듯 주석본이 많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노자’를 형이상학적으로 해석하거나 신비주의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그것이 과연 ‘노자’의 본모습일까. 동양철학자 김홍경(44)씨가 펴낸 ‘노자-삶의 기술,늙은이의 노래’(들녘)는 신비주의나 형이상학에 침윤된 ‘도덕경’이 아니라 삶의 기술과 통치론으로서의 ‘노자’를 소개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노자’는 본문이라고 해봐야 고작 5000자에 불과하다.저자는 이 ‘작지만 큰’ 책인 ‘노자’를 880쪽에 이르는 거질(巨帙) 주석서로 바꿔 놓았다.김홍경의 ‘노자’가 기존 주석서에 대해 비교우위로 내세우는 것은 무엇인가.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노자’는 거의 예외없이 후한 때 학자 왕필이 교감하고 주석한 왕필본이다. 그러나 김홍경의 ‘노자’는 지난 73년 중국 후난성 창사시 마왕퇴라는 전한시대 고분에서 출토된 백서본(帛書本)을 저본으로 삼았다.백서본 ‘노자’의 전모가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저자는 ‘노자’ 전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그의 ‘노자’는 체제부터 기존 ‘노자’와 다르다.‘도덕경’이 아니라 ‘덕도경’의 편제를 취한다.하지만 이런 체제만이 옳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도가 덕보다 존재론적으로 상위개념이라고 해서 도만 있고 덕이 없다면 ‘노자’는 죽은 책이며,덕이 중국 특유의 실용정신에 부합한다고 해서 도가 없다면 ‘노자’는 중심을 잃는다.”고 말한다.전체적으로 도와 덕은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노자’를 잡가로 규정하는 한편 그 핵심은 제왕학이자 처세학이라고 주장한다.‘노자’가 텍스트로 정립된 것은 빨라야 기원전 286년을 넘을 수 없으며 그 태생지는 진(秦)이라는 견해도 귀기울일 만하다. 김홍경 ‘노자’체제의 가장 큰 특징은 장마다 꼭지글(exergue)이 달려 있어 보다 큰 주제를 생각하게해준다는 점이다.3만 2000원. 김종면 기자
  • [CEO 칼럼] 無爲의 다스림

    무위(無爲)란 중국 철학에서 ‘작위(作爲)가 없는 자연 그대로’를 말합니다.공자나 맹자 같은 유가들이 당시의 혼란한 세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도덕,윤리 등을 만들어 시행하는 유위(有爲)를 주장한 데 반해 노자와 장자 같은 도가들이 이를 인간의 후천적인 위선이라 하여 이를 부정하는 무위를 제창하였던 것입니다. 흔히 무위라고 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라고 착각하기 쉬운데,노자는 도를 따르고 지키는 것을 덕이라고 하면서 덕은 도처럼 무위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그가 말하는 자연이란 물리세계의 자연이나 서양철학의 자연주의가 아니고 ‘자유자재하면서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는 정신의 독립이며 사물의 실상과 합일로써 얻어지는 정신적 원만성’이라고 합니다.즉 무리해서 무엇을 하려 하지 않고,스스로 그러한 대로 사는 삶이 무위자연이라는 것입니다. 노자는 무위의 엄청난 위력을 이같이 말했습니다.“학문을 하면 날로 보태는 것이고 도를 함은 날로 덜어내는 것이다.덜고 또 덜어서 함이 없음(무위)에 이르면 함이 없으면서도 하지 못하는 것이 없고 무위를 하면 다스려지지 않음이 없다.”고 했습니다. 요즘 국내·외 정세를 보면 국제적으로는 미·소 냉전체제가 종식된 뒤 미국의 패권주의와 이에 반발하는 아랍권,일부 유럽국가들의 냉소주의,자국 이익 최우선정책 등으로 전쟁과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보수와 진보,노와 사,반미와 친미,전교조와 반전교조세력 등 사회가 이분되어 자기가 속한 쪽만 옳다고 주장하며 떼를 써 매사를 해결하려고 해서 어지럽기 짝이 없습니다. 2500년 전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보다 사회가 훨씬 복잡해 졌고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사회가 되었을 뿐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각종 과학기술의 발달로 편리해진 반면 엄청난 사고와 공해를 불러왔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새삼스럽게 도가들의 주장을 펴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그때나 지금이나 국가는 국가대로,큰 조직이나 사회는 그들 나름대로 내부에서 스스로 조절하며 살아가는 자연조정 작용이 있었고 지금도 사회는 복잡다기화되었지만 그런 작용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큰 조직의 장(長)은 조직을 이끌어 가는 방책 중에 무위를 쓰는 것이 유위보다 훨씬 나은 경우가 종종 있음을 늘 생각하고 적절히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때는 일부러 조정할 필요가 없고 섣불리 해서도 안 되겠지만 어렵고 혼란스러운 사태가 발생하면 지도자로서 우선 반성하고 덕목을 발휘하며 한발짝 물러서서 무위를 하면 될 것입니다. 제왕이 ‘무위한다.’는 말은 능력 있고 재주 많은 사람들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일이나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시행토록 하는 것을 말하며 실질적인 일의 기획이나 시행 업무는 담당 관리들이 맡아서 하는 것이며 이를 ‘유위’라고 합니다. 무위하면서 잘 다스리신 분은 중국 고대의 순(舜) 임금일 것입니다.“자기 몸을 공손히 하여 임금의 자리에 앉아 있었을 뿐이다.”라고 한 그의 말이 모든 것을 대변해 주고 있습니다.순임금은 인재를 잘 발탁하여 재상으로 삼아 위대한 정치를 행한 고대 중국의 성왕으로 존중받는 인물 중 한 사람입니다.이렇듯 무위하면서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을 용납하지 않고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따름으로써 온 세상이 평화롭게 다스려지면 그것이 바로 위대한 ‘무위의 위(爲)’가 아니겠습니까. 김 종 욱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 책꽂이

    ●곱게 싼 인연(이홍섭 글·사진,해토 펴냄) 시인인 저자의 첫 산문집.그가 ‘만해 스님 알리기’에 열정을 바쳐온 큰스님이자 시인인 무산 오현을 시봉하면서 배우고 듣고 느낀 이야기를 담았다.스님과의 인연만이 아니라 내설악,불교 경구와의 인연도 들려준다.8500원. ●엘리아 수필집(찰스 램 지음,김기철 옮김,아이필드 펴냄) 19세기 서양 수필문학의 거봉 찰스 램의 작품집.자전적 성격이 강한 글로,비관주의적 세계관 속에서도 유머를 즐겨쓰면서 인류에 대한 애정을 끊임없이 강조한다.76년 문예출판사에서 번역 출간한 적이 있으나 절판됐다.8000원. ●누구나 평행선 너머의 사랑을 꿈꾼다(조갑상 지음,세계사 펴냄) 한 남자의 삶에 아로새겨진 세 여자의 이야기가 중심 축.혼외정사 등을 다루지만 관능의 시선이 아닌,일상과 그곳을 탈출하려는 환상의 긴장으로 접근한다.8500원. ●지구영웅전설(박민규 지음,문학동네 펴냄) 만화영화 ‘지구특공대’의 주인공들을 등장시키는 등 만화적 상상력을 소설에 도입한 작품.도정일 교수는 “판타지,풍자,냉소 등다양한 재능을 한꺼번에 담았다.”고 평한다.제8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7500원. ●누가 스피노자를 죽였을까(이은 지음,문학수첩 펴냄) 여섯명의 독신자가 사는 환상타운에 주인공이 기르던 개 ‘스피노자‘가 살해당한 사건을 추적하는 추리기법의 소설.작가는 “성(性)을 포함한 인간관계의 투명함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설명.8000원. ●새떼들이 가고 있네(송하선 지음,지브가 펴냄) 우석대 인문사회과학대학장으로 재직중인 저자의 6번째 시집.시인·문학평론가 장석주는 “긍정과 상생의 마음에 도달한 시인의 평생 시업을 기리고 정리하는 작품집”이라고 말한다.7000원. ●발아래 비의 눈들이 모여 나를 씻을 수 있다면(이찬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97년 등단한 시인의 작품집.비와 할머니 이미지를 주로 사용하면서 급속한 시대변화 속에 적응하지 못하는 시적 자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6000원. ●밤의 거미원숭이(무라카미 하루키 지음,안자이 미즈마루 그림,문학사상사 펴냄) 일본 대표작가의 짧은 글 모음집.잡지에 실을 광고시리즈용으로 쓴글답게 다양한 주제를 편안하고 쉽게 풀어낸다.7800원. ●보헤미안 랩소디(박선리 지음,시가있는마을 펴냄) 스웨덴에 살면서 동남아시아와 유럽을 여행한 경험을 소설로 옮기는 작가의 장편.한국인 주인공 ‘나’가 인도 여행에서 만난 다양한 인종의 이야기.8000원.
  • 책꽂이

    ●우리의 마음은 남쪽을 향한다(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천미수 옮김,웅진북스 펴냄)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의 여행편지.그의 발자취는 유럽은 물론 대서양 건너 미국에까지 이른다.말년엔 구강암으로 투병하면서도 로마 여행을 잊지 않았다.프로이트는 혼자서 여행을 떠난 적은 없다.주로 동생 알렉산더와 함께 다녔고 처제인 민나와 여행한 경우도 적지않지만 아내 마르타 베르나이스와 함께 한 적은 많지 않다.1만 8000원. ●너츠(케빈 프라이버그 등 지음,이종인 옮김,동아일보사 펴냄)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와 그 회장인 허브 켈러허의 이야기.미국 항공산업계 1위를 달리는 사우스웨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사로 평가받고 있다.성공비결은 유머경영과 파격경영.너츠(nuts)는 미친,열중하는,기발한,파격적인이라는 뜻의 미국 구어로 사우스웨스트 특유의 기내식인 땅콩을 뜻하기도 한다.1만 5000원. ●조선전기사회경제사연구(이종영 지음,혜안 펴냄) 정인보·백남운·홍이섭 등이 개척한 국학의 이념과 방법을 계승·발전시킨 저자의 유고집.국가 및 왕도의 생명선이었던 조운(漕運)의 모순 등을 다뤘다.1만 4000원. ●침묵하는 의사 절규하는 환자(김승열 지음,아이피아이커뮤니케이션즈 펴냄) 응급의학 의사인 저자가 쓴‘의학외의 의학’이야기.‘고통중심 의학을 위하여’‘글리벡과 승마치료’‘남성의 마지막 식민지,여성’등 90여편의 글이 실렸다.9000원. ●도올의 청계천 이야기(김용옥 지음,통나무 펴냄) 청계천 복원사업이 노자철학의 유위(有爲)와 무위(無爲)의 틀 속에서 어떻게 이해되는가를 밝힌다.‘유교적 풍류의 도시철학’이란 글을 통해 ‘천지(天地) 코스몰로지’‘삼간론(三間論)’‘삼초론(三焦論)’의 개념을 소개한다.8500원. ●욕망의 진화(멜린다 데이비스 지음,박윤식 옮김,21세기북스 펴냄) 이전엔 의식주나 섹스 등 육체적 욕구가 ‘원초적 욕망’을 구성했지만 앞으론 마음의 안정이나 정신적 생존,영혼의 기쁨 같은 것이 원초적 욕망을 대신한다는 주장이 담겼다.또한 우리 사회에 보편화된 이런 새로운 욕망이 어떻게 21세기의 소비행동을 이끄는가를 살폈다.1만 3000원.●소로의 오두막(스티븐 슈너 엮음,피터 피오레 그림,김철호 옮김,달리 펴냄) 19세기 미국의 대표적 지성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명저 ‘월든’을 원작으로 한 환경그림책.호수와 숲을 사랑했던 소로의 이야기가 서정짙은 인상주의 그림과 함께 재현됐다.5세 이상.8500원.
  • “林語堂 초기 문학작품엔 진보 정치성향 녹아있죠”/ ‘유머와 인생’ ‘여인의 향기’ 번역 김 영 수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 문필가 륀위탕(林語堂).그러나 그의 작품 가운데 제대로 알려진 것은 ‘생활의 발견’정도.그의 문학입문 초기 상하이(上海)문단에,그것도 중국어로 발표한 글들은 그의 문학과 삶을 알수 있는 바로미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아이필드에서 내놓은 ‘유머와 인생’‘여인의 향기’는 시쳇말로 “니들이 륀위탕 글맛을 알어?”라고 꼬집으며 륀위탕의 초기 문학세계를 복원시키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편역한 김영수(44)씨는 소감을 묻자 “주인 잘못 만나 빛 못본 원고들에 8년만에 햇볕을 쬐어줘 기쁩니다.”라고 말한다.사연은 이렇다.지난 95년 김씨가 1년 꼬박 매달렸던 편역작업이 끝났을 때 번역을 의뢰한 출판사가 부도로 사라진 것.김씨는 의리(?)를 지키느라 원고를 다른 출판사에 넘기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 이번에 냈다. 김씨는 “먹고 살기 어려울 때 다른 출판사에 넘겼어도 도덕적 비난은 받지 않았겠지만 계약기간 5년이란 약속은 지키고 싶었다.”라며 “덕분에 번역에만 급급하던 당시보다 더 나은 작품이 탄생했다.”라고말한다.김씨는 일일이 항저우(杭州),쑤저우(蘇州)를 다니며 륀위탕 관련 책을 구해 사진을 찍었고 역주도 보완했다.부록에는 중국 문학평론가 완핑진(萬平近)의 글 ‘임어당의 문학 생애’를 실어 정보량을 한 차원 높게 업그레이드했다.그래서인지 은근히 자신감을 내비친다. “번역하면서 륀위탕의 작품수준이 들쭉날쭉하는걸 발견했다.‘유머와 인생’의 앞부분처럼 대단한 작품도 있지만 태작(作)도 많은데 국내엔 ‘생활의 발견’ 하나로만 평가되어 있음을 느꼈다.이 사실 하나로도 그의 작품이 계속 번역되어야 할 이유가 되지 않습니까?” ‘유머와 인생’은 공자·노자·장자 등 성인들이 어떻게 유머를 바라보았는가 등을 보여주면서 륀위탕의 유머론을 소개한다.륀위탕은 ‘유머 대사’를 자처할만큼 유머에 무게를 두었다.또 ‘여인의 향기’에는 그의 진보적 여성관이 그대로 드러난다.예컨대 30년 강의한 원고 ‘결혼과 여성의 직업’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자가 들어갈 수 있는 직업은 남자보다 적다.”라는 대목은 요즘에도 뜻깊게 들린다.“륀위탕은 국내에 제한적으로 알려져 있다.그저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정도로.하지만 그가 겪은 정치·사업 등에서의 겪은 역정을 알고나면 배울점이 많다.더구나 이번 산문들처럼 초기작품은 그 자신이 신경을 많이 쓴 데다 진보적 정치 성향이 녹아 있어 새로운 요소가 많다.” “륀위탕 문학세계의 진수를 알려면 숱한 산문과 대표적 소설, 특히 노벨상에 추천된 ‘경화연운’(京華煙雲)이 번역돼야 한다.”면서 계속 그의 작품을 번역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김씨는 고대 한·중관계사 연구로 정신문화연구원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지방대학의 교양학부 교수로 5년 강의하다 “교양과정 수업이 재미없다.”며 그만두고 중국을 제집처럼 드나든 경험을 살려 ‘중국 문화역사 기행’을 기획하고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이런 책 어때요 / 나를 배반한 역사

    박노자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관변 사학자,국정 국사교과서 등을 통해 개화기 선각자로 숭앙돼 온 김옥균,안창호,서재필 등은 여전히 성역의 존재일 수밖에 없는가.박노자(본명 블라디미르 티호노프)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귀화한 저자는 이 개화기 선각자들의 자취를 신랄히 비판한다.그들은 동학운동을 무지몽매한 백성들의 소란으로 매도했고,계몽 엘리트에 의한 권위적인 정국운영을 구상했으며,지역감정의 소유자였다는 것.상대적인 진보성과 함께 그들로부터 시작된 한국 근대화의 왜곡된 성격이 어떻게 광복 이후 박정희 ‘근대화담론’으로 이어졌는가를 밝힌다.1만원.
  • 바그다드는 기구한 운명의 여인…/작품집 ‘발로자를 위하여’ 낸 소설가 송 영

    “바드다드란 도시는 기구한 운명의 여인 같다는 느낌”(227쪽)“우리는 이라크의 상황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232쪽) 종군기자가 미국의 이라크 침략 현장에서 보낸 기사가 아니다.소설가 송영(63)이 펴낸 작품집 ‘발로자를 위하여’(창작과비평사)에 나오는 장면이다.이 소설집은 95년부터 올해까지 문예지 등에 발표한 중단편 9편을 묶은 것으로 외국여행을 소재로 한 ‘모슬 기행’과 표제작이 눈길을 끈다. 특히 94년 본지(당시 서울신문)협찬으로 이제하,서영은,김채원 등의 작가와 함께 중동을 여행한 경험(‘열사의 아랍서 지중해까지’라는 제목으로 연재)이 바탕이 된 ‘모슬 기행’은 미국의 이라크 침략과 맞물려 애틋하게 다가온다.작품은 당시 하트라에서 열린 제3세계 축전에 초대되어 5일 정도 머문 이라크에 대한 기억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비록 10년 전이지만 걸프전 이후 이라크사회를 섬세하게 묘사해 이번 침략 이후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 역할’을 한다.미국의 경제봉쇄령이 이라크 국민을얼마나 피폐하게 만들었는지를 냉혹할 정도로 차분하게 그리고 있다.또 ‘모슬’로 상징되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대한 상찬은 어떤 명분으로도 문명의 유적지가 파괴되어선 안됨을 웅변하고 있다.담담하고 낮은 목소리지만 절제된 시선과 냉철한 묘사는 어떤 반전 구호나 성명서보다 전쟁의 참혹함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작가는 31일 밤 전화통화에서 ‘소설(문학)의 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미국처럼 역사가 없는 나라가 인류 문화의 박물관인 이라크에 엄청난 폭탄을 퍼붓는 현실에 소설이 무얼 할 수 있겠는가.하지만 팔레스타인 작가가 쓴 ‘하이파에 돌아와서’가 준 감동은 잊을 수 없다.신문 등 그 어떤 매체도 그들의 비참함에 그토록 깊이있는 연민을 갖게 한 것은 없었다.이것이 내가 소설에 거는 기대다.” 한편 러시아인 발로자(블리디미르의 애칭)와의 나이와 국가를 초월한 우정을 그린 표제작은 보편적 인류애를 지향하는 작가의 넉넉한 품을 느끼게 한다.작중 인물인 발로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귀화 러시아인 ‘박노자(朴露子)’이다.작가를 암시하는 주인공의 눈에 비친 전환기 러시아의 젊은이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있다.자본주의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가난하고 불안한 삶이지만 자기 문화를 사랑하는 자존심을 가꿔가는 러시아인의 한명인 발로자와의 끈끈한 만남을 그렸다.그 인연은 그의 결혼식때 주례를 설 정도로 끈끈하게 이어졌고 이 과정은 작품의 모태가 되었다. 이밖에 한국전쟁 때 남한으로 피란한 주인공이 고향을 찾아가는 장면을 다룬 ‘태어난 곳’은 절제된 묘사로 단편소설의 묘미를 그대로 담고 있다.또 ‘신뢰받는 인간’‘자비와 동정’ 등도 인간과 사회에 대한 작가의 따스한 시선이 촉촉히 배어 있다.그 시선을 담는 그릇은 작가가 젊은 시절부터 세련된 문체와 절제된 관찰력 등을 재료로 만든 ‘단편 미학’의 안정된 거푸집이다. 이종수기자 vielee@
  • [나의 건강보감] ‘한국 록음악의 대부’ 신중현

    ‘한국 록음악의 대부’ 신중현(65).그의 삶은 간결하다 못해 흑백의 대비처럼 단조롭기까지 하다.자신의 삶을 오로지 음악 한 곳에만 쏟아온 까닭이다.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신중현을 다층적으로 이해하려 하고,그의 음악을 복잡하게 들으려 한다.그래서,한국 록을 온 몸으로 일궈온 그이지만,진정 그를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송파구 문정동 로데오거리의 허름한 지하실에 꾸민 ‘우드스탁(WOODSTOCK)’.바로 신중현의 음악이 잠룡(潛龍)처럼 비상의 힘을 얻는 산실이다.조명과 연주·음향시설이 어지러운 그곳에서 그를 만났다.이순(耳順)을 넘긴 대가답지 않게 연신 머리를 긁적였다.순정(純正)하고 애은,그러면서도 자유에의 열정이 솟구치는 그의 음악이 어쩌면 이처럼 그를 닮았을까. 얼굴에는 건강보다 깊게 대가의 경륜이 배어 있었다.건강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젊을 때 같지는 않지만 좋은 편”이라고 했다.건강하다는 그의 얼굴에서는 켜켜이 주름으로 앉은 지난한 세월의 편린이 고스란히 묻어났다.건강을 단순히 육신의 안위로만 해석한다면 그는 건강하지 않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이 뭐냐는 당돌한 물음에 그는 물끄러미 한 곳을 응시하더니 “사는 거지요.”라고 했다.음악에는 한 시대와,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삶이 담긴다는 뜻으로 들렸다.좀 쉽게 설명해 달라고 청했다. “음악을 하다보면 여러 단계의 변화를 거친다.젊었을 때는 뭔가 보여주겠다는 욕심으로 만든 음악을 최고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은 아니다.어느덧 내가 음악에서 큰 순환을 마치고 다시 원점에 이른게 아닐까.지금은 복잡한 것보다 단순하고 원초적인 소리가 좋다.장자는 ‘오음(五音)만이 진정한 음악’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사실 그에게 건강을 얘기하자는 게 좀 그랬다.평생 밤샘 작업을 밥먹듯 해오면서 술과 담배에 빠져 살았다.담배를 빼물지 않으면 악상이 떠오르지 않았다.술도 ‘엄청나게’ 마셨다.오죽했으면 “술 때문에 친구들 다 잃었다.”고 할까.한번 술을 마시면 시쳇말로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던 그는 지난 74년쯤,의사로부터 “맥이 안잡힌다.얼마 못살겠다.”는 날벼락같은 진단을 받았다.나이 서른.그의 음악이 막 뜨던 시절이었다.그는 독하게 마음을 다잡았다.술,담배를 끊고 절제를 다짐했다.그가 자신의 음악성을 지켜내기 위해 ‘무위의 삶’에 눈뜬 계기이기도 했다.그는 담배가 끊어지더냐고 되묻자 “끊은 게 아니라 멀리하는 것”이라고 했다.담배의 중독성이 그만큼 무섭다는 뜻일까. 이때부터 그는 음악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명상에 몰입했다.“음악에너지는 정신에너지이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구할 수밖에 없다.그런 점에서 나는 좀 특이하다.” 설명은 이어졌다.“음악은 소리다.나는 나를 소리로 파악한다.몸과 정신에 이상이 생기면 우선 소리가 죽는데,나는 이 소리를 살리기 위해 수양을 택했다.도가적 명상을 통해 소리를 복원하거나,제 소리가 날때까지 소리를 연습한다.이를테면 수양이다.” 그는 악상이 떠오르지 않거나 알 수 없는 벽에 부닥치면 조용히 눈을 감는다.먼저 호흡을 가다듬고,고요 속으로 마음을 이끈다.“내가 없는 것이 바로 내가 있는 것”이라며 내면의조급함과 욕심을 하나씩 지워나간다.이렇게 한계의 벽을 넘어뜨려온 그다. 여행도 많이 했다.몸이 가라앉고,정신이 혼탁해지면 그는 말없이 여행길에 나서곤 했다.애당초 행선지는 없다.마음이 닿는 곳에 머물다 떠나곤 하는 식이다.기억에 남는 곳이 어디냐고 물었더니,“안가본 곳이 없지만 풍경을 보러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건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고 했다.한때는 채식도 해봤지만 그만뒀다.필요한 육체적 힘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는 뭐든 가리지 않고 잘먹는다. 그럼 그런 섭생만으로 필요한 힘이 얻어질까.“그렇게 얻는 것은 몸의 힘일 뿐이다.영혼의 힘은 우주의 섭리 속에 있다.”고 한다.“음악이라는 것이 그렇다.기(技)의 단계를 넘어 도(道)의 경지에서 우주와 만나야 한다.우주의 도도한 힘과 질서에 나를 맡기면 음악이 달라진다.그 음악은 쇼냄새에 전 기의 음악이 아니라 가장 단순하고,심오한 도의 음악이다.” 그래설까.요즘 음악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에둘러 답했다.“음악에서 과장과 인위의 냄새가 나면 그건음악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그는 “음악인이라면 누군들 절망을 겪지 않을까만,나처럼 험한 세상을 살았던 사람도 흔치 않다.”고 토로했다.대중의 기대는 그에게 힘이자 짐이었다.여기에다 ‘새로운 음악에 대한 열망’은 수없는 질곡을 그에게 안겼다.70년대 초반에 터진 마리화나 사건도 이런 와중에 빚어진,그로서는 좀 억울한 해프닝이었다. 돈과는 인연이 없어 모은 것도 없다.그런 그에게 “생애를 음악에 투자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그는 예의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음악은 자유자재가 가능하다.또 자기 세계를 스스로 그려낼 수 있다.바로 자유다.그런 점에서 나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사람이다.” 심재억기자 jeshim@ ◆도가병상과 도인체조법 신중현은 얘기중 특히 ‘무위(無爲)’를 강조했다.“좋은 소리란 어거지가 아닌 자연스러운 소리를 말한다.”는 그는 “이제 욕심을 부리기보다 모든 것을 비움으로써 빈 곳을 채우려 한다.”며 조용히 노장(老莊)을 얘기했다. ‘무위(無爲)’야말로 그의 음악 인생이 추구해 온 모든 것의 결집이라는 것이다.아닌게 아니라 음악실 곳곳에는 노자의 경구가 붙어 있었다.“화장실에 가다가도 문득 저 글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는다.”고 했다.그는 무위를 통해 노장(老將)의 외로움과 허탈한 상실감을 되채우고 있었다. ‘무위’란 노자와 장자가 주창한 도가사상의 핵심 덕목으로,유위(有爲)나 인위(人爲)에 반대되는 개념이다.즉,무리해서 뭔가를 하려 하지 않고,스스로 그런 삶을 사는 무위자연의 입장이다. 이 노장사상에서 태동한 건강법이 바로 기를 돋운다는 도인체조.대유연구소 윤상철 원장은 오장육부를 단련하는 도인체조중 폐와 심장을 단련하는 체조를 이렇게 가르친다. 먼저,앉은 상태에서 눈을 감고 오른쪽 발꿈치가 회음혈(항문과 성기 중간)에 닿도록 한다.왼쪽다리는 무릎을 구부린 채 세운 다음 양손을 깍지껴서 손바닥으로 무릎 바로 아래를 감싼다.천천히 숨을 들이쉬면서 왼쪽 무릎을 당겨 허벅지가 가슴에 닿게 한다.이때 왼쪽 발끝은 아래를 향하다가 무릎을 당김에 따라 위로 향한다.숨을 멈췄다가 내쉬면서 왼무릎을 원래 자리로 놓는다.5∼7회 반복한 뒤 발을 바꿔준다.심장과 정력에 좋은 체조다. 신장과 폐를 단련하려면,반듯하게 앉아 주먹쥔 양손을 어깨 넓이로 내려 바닥을 짚는다.이때 손등은 앞을 향하고 몸은 자연스럽게 앞으로 숙인다.몸의 무게중심을 주먹에 두고 서서히 고개를 왼쪽으로 최대한 돌리는 동시에 회음혈을 오므리며 숨을 들이쉰다.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리고 회음혈을 풀면서 숨을 내쉰다.3∼5회 반복한다. 경희대 한방병원 재활의학과 송미연 교수는 “기공(氣功)은 불규칙한 생활로 흐트러진 신체리듬을 회복하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신중현씨와 같은 음악인이 하는 명상과 도인체조는 심신의 음적 에너지를 활성화해 신체와 정신의 균형을 이루는데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심재억기자
  • 이런 책 어때요/석유황제 야마니 외

    ●석유황제 야마니 - 제프리 로빈슨 지음 / 유경찬 옮김 아라크네 펴냄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장관을 25년동안 지낸 아메드 자키 야마니의 일생은 ‘석유의 현대사’ 그 자체다.1939년 사우디 사막에서 석유가 발견된 이후 서방세계의 석유재벌들은 아람코(ARAMCO)란 카르텔을 결성해 석유자원을 지배해나갔다.사우디 최초의 국제변호사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근대 법체계를 정립한 인물로도 유명한 그는 1967년 ‘6일 전쟁’,1973년 1차 석유파동,그리고 1978년 호메이니혁명을 슬기롭게 극복했고 미국에 아랍의 존재를 선명하게 부각시켰다.이 책은 생생한 증언을 통해 세계 석유시장의 이면을 파헤친다.1만 8000원.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 - 리처드 오버리 지음 / 류한수 옮김 지식의 풍경 펴냄 제2차세계대전에서 독소전쟁은 엄청난 인명피해를 초래한 인류 최대·최악의 전쟁이다.소련측 사망자만 줄잡아 2700만명,제2차세계대전 참전 독일군의 80%퍼센트를 앗아간 전쟁.독일군의 봉쇄로 인한 굶주림을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 시체가 얼기 전에 팔다리를 잘라 먹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이 책은 균형잡힌 시각으로 그 비극적 전쟁의 전모를 파헤친다.서구에서 소련의 전쟁수행 노력이 제2차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이 승리하는 데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것은 ‘정설’이다.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냉전시대 설명틀로 독소전쟁을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2만원. ●행복을 그리는 건축가 - 김원 지음 열화당 펴냄 “내가 일을 하면서 가끔 생각하는 말은 노자의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는 말이다.지극한 경지에 이른 솜씨는 지극히 치졸해 보인다는 정도의 뜻일까.…인생에서,예술에서 지극히 높은 경지는 너무도 쉬워 누구든지 알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건축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저자의 글은 그의 소신처럼 미사여구나 화려한 수식 없이 간결하고 담백해 편안한 느낌을 준다.이 책은 저자가 지난 30여년동안 써온 글들을 골라 묶은 산문집이다.김중업·정인국·김수근 등 그가 교감을 나눈 건축가들의 삶도 엿볼 수 있다.2만 5000원. ●공자를 살려야 중국이 산다 - 이익희 등 지음 일빛 펴냄중국에서 공자의 사상이 외면당한 시기는 청나라 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1840년 아편전쟁을 계기로 세계의 중심으로 자부했던 중국이 주변국으로 전락하자 중심으로 복귀하려는 중국인의 열망은 드높았다.그들은 중국이 낙후한 원인을 수천년간 중국을 지배해온 유가사상에서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후 중국은 거국적인 차원에서 전통유학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1990년대 중반 입장을 정리했다.중국과 서구문화의 우수한 부분을 종합해 새롭게 창조하자는 것이다.이 책은 중국이 역사·문화·정치경제적으로 걸어온 길,그리고 걸어나아갈 길을 아울러 살핀다.2만원. ●렘브란트 - 마리에트 베스테르만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길아트 펴냄 렘브란트는 문학평론가 안드리스 펠스가 지적했듯이 한마디로 ‘변칙적 화풍의 창시자’였다.처진 가슴과 불룩한 배의 그로테스크한 여인들,시대를 벗어난 괴상한 옷차림,거칠거칠한 화면처리,경망스러운 소재들….모든 게 고전주의적인 화풍을 선호하던 당시의 성향과는 상충되는 것이었다.하지만 당대나 지금이나 렘브란트를 아끼는 이들에게 그의 이름은 자유와 실험,도전의 비상구로 통한다.이 책은 서양미술계 최초의 이단아로 자리매김하며 잘못 알려진 렘브란트의 삶의 흔적을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췄다.탕아인가 관조자인가.이단아 렘브란트를 복원한다.2만 6000원. ●대륙횡단철도 - 스티븐 암브로스 지음 / 손원재 옮김 청아출판사 펴냄 19세기 미국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노예제도를 철폐한 것이라 할 수 있다.하지만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로 연결되는 최초의 대륙횡단철도를 놓은 일 또한 이에 버금간다.20세기 초 파나마 운하가 완공되기 전까지 이 철도에 견줄 만한 기술적 위업은 없었다.대륙횡단철도는 노동자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아일랜드·중국·독일·영국·중앙아메리카·아프리카 등 출신지야 어떻든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미국인이었으며,열심히 일한다는 것이었다.대륙횡단철도를 건설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겼다.2만 2000원.
  • [공직자 에세이] 한 그루 나무를 심는 마음

    국민의 희망을 안은 새 정부가 힘차게 출범했다.나라 안팎이 많은 어려움에 싸여 있는 이때 참여정부가 안고 있는 과제는 그 어느 때보다 중차대하다. 국내적으로는 대구 지하철 참사,민족적으로는 북핵문제,세계적으로는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여부로 불안해진 우리 미래를 과연 어떠한 희망으로 바꾸어 내야 할까.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평화로운 나라를 이루는 것,희망적인 경제발전을 지속하는 것 모두 쉽지 않지만 우리 스스로 뼈를 깎는 자성과 노력으로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과제들이다. 걱정과 희망이 중첩되는 이때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한 네덜란드 철인(哲人)의 경구가 이 시대에 매우 적합한 메시지가 아닌가 한다. 스피노자의 범신론적(汎神論的) 사고가 함축된 이 말은 세상의 종말이라는 우주적 사건보다 사과나무 한 그루에 구현되어 있는 자연적 생명을 더 가치 있게 여김으로써 자연의 모든 생명을 신적 존재로까지 격상시키는 지극한 생명존중의 마음가짐을 엿보게 한다. 우리가한 포기의 풀도,한 그루의 나무도 이렇게 아끼는 마음이었다면 지하철에 탄 200여명의 고귀한 생명을 사지(死地)에 방치하거나 얼마간의 예산을 아끼기 위해 안전하지 못한 자재를 사용하는 어리석음은 범치 말았어야 하지 않았는가 깊이 반성하게 된다. 둘째,이 말은 주위 여건이 어떻게 심각히 변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행동철학을 끝까지 견지하겠다는 의미로 스피노자의 강한 사상적 일관성을 알 수 있게 한다.실제 스피노자는 그의 범신론적 철학 때문에 생존 당시 종교권력자와 타 철학자들로부터 심한 비판과 파문을 당했음에도 굽히지 않았다. 국가정책과 대외관계에서의 일관성은 개인의 일관성보다 훨씬 중요하다.그것은 궁극적으로 국가적 신뢰를 불러일으켜 우리가 원하는 평화를 정착시키는 가장 중요한 지렛대가 될 것이다.‘세상의 종말’을 두려워하는 가벼운 행동은 결코 우리를 이롭게 하지 않는다. 셋째,그가 일생을 통해 ‘미래에 대한 불변의 희망’을 깨달았다는 뜻이기도 하다.개방된 경제체제에서 우리 경제가 외부의 불확실한 여건으로 요동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모든 국민이 우리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신뢰를 가지고 내실을 기한다면 어떠한 불확실성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얼마 있으면 식목일이다.이미 남부 지역에서는 나무심기가 시작되었다.올 봄에도 ‘내 나무 심기’ 캠페인을 벌여 국민과 함께 총 5400만 그루의 나무를 전국에 심을 계획이다.국민 1인당 1그루가 좀 넘는다. 바라건대 올해 나무심기에서는 우리 모두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과 변하지 않는 자세와 미래의 희망을 믿는 마음으로 한 그루의 나무를 정성껏 심었으면 한다.분명 올해 우리가 심은 나무는 훗날 지금의 많은 어려움을 훌륭히 극복하여 안전하고 평화로우며 아름답고 풍요로운 나라를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었다는 산 증인이 되어 줄 것이다. 최 종 수 산림청장
  • [열린세상]21세기 미술 ‘일상을 잡아라’

    20세기에는 서양의 논리적,개념적,이성적 표현방식이 주를 이루며 미술사를 장식했다.이것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과 금기에 대한 자유의 갈망이 미술의 근원적 표현방법보다 앞섰다는 것을 말한다. 입체파,초현실주의,팝 아트,추상표현주의 등 많은 사조들은 자연주의,직관주의,유물주의,실증주의,실용주의,구조주의,실존주의 등 서구의 철학적 사상을 바탕에 깔고 탄생했다.이 사조들은 사상과 표현의 한계를 분명히 안고 있어 발전이란 이름 아래 새로운 정신을 대두시킨 것이다.20세기 말에 등장한 포스트모더니즘은 이즘들을 종합적으로 뒤섞거나 개별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다. 20세기의 역사는 저물고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미술은 다시 새로운 인식과 표현을 추구한다.그러나 시대를 반영하고 현실을 비판하며 내면의 세계를 추구하는 미술의 역할은 변함이 없다. 지금의 현실은 단편적이고 일차적인 것부터 복잡하고 다양한 것들이 뒤엉켜 있다.더욱이 디지털 혁명으로 수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소유하게 된 지금 개인의 삶은 엄청나게 변화되었고 복잡하다.인류의 특별한 공유의 목적성이 상실된 지금은 일상적이며 순간적인 것,즉 삶의 근원적 충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그리고 일상 자체가 복잡하면서도 다양하여 일상이 미술의 주제로 등장한다. 이런 관점은 일상적 삶에서 도를 추구한 동양사상과도 연결된다.이 ‘일상의 도’는 물질을 과학적이고 이성적이며 논리적으로 접근해 현상을 파악하며 발전시키는 서구사상과는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삶과 현상의 근원에 대한 탐구를 직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이다. 동양사상의 ‘일상의 도’는 지극히 개인적 경험과 직관에 의한 것으로 개념적이거나 이론적이지 않다고 인식되어 왔다.개인의 직관은 증명될 수도 없고 이론적이나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도 없기 때문에 동양사상은 신비주의로 가정되어지기도 한다.그러나 서구식 통계나 확률,보편적 관념보다는 각자가 자기의 경험 안에서 직관적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바를 직접 감지하는 만큼 더욱 세부적이라는 뜻도 내포된다. 서양은 물질로부터 출발한 실재의 사물과 사건을 관찰하고거기에서 무엇을 알아낼 수 있는가를 과학적,합리적,이성적으로 분석하고 추리하며 체계화시킨다.그래서 나온 결과물인 논리를 일반에게 주입한다.대상으로서 외형적인 현상을 과학적으로 밝혀낼 수 있으나 존재의 근원적 내부를 체험적으로 밝혀내는 것은 아니다. 혹자는 서양은 리얼한 것을 보기를 원하고 동양은 리얼한 것이 되기를 원한다고 한다.이것은 자신이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자기 자신이 바로 대상이 되는 관점을 말하는 것이다. 서양의 사유로 어쨌든 인류는 물질의 풍요로움을 얻었으나 정신과 내면의 세계는 더 이상 발전시킬 수 없으며 논리와 합리만으로 현상을 분석할 수 없는 결과까지 얻게 되었다.그리고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논리에 의한 교육적 방법이 인간 본래의 직관과 감성모두를 잃어버리게 했다는 점이다. 지금은 내면적 실천의 도가 필요한 시대다.인간 본질과 내면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직관과 본능을 열어야 하며,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자연현상과 인간근원적 탐구의 음양오행,부다의 자아에 대한 깨달음,공자의 사람의도리에 바탕을 둔 실천적 도,무위자연의 노자 등 동양사상은 인간과 자연과 우주 모두가 하나됨이라는 유기적 조화론을 기본으로 한다. ‘일상의 도’를 실천한 작품들은 눈에 보이는 현상만의 탐구가 아닌 내적 세계의 전 우주와 교류되는 근원적인 하나와 만나는 경험의 장을 가져다 준다.이러한 예술은 우리에게 일상과 순간의 유토피아와 희망을 주며 전 우주적 인간관의 혜안을 가져다 줄 것이다.
  • 서정주시인 詩作노트등 유품 공개

    지난 2000년 12월 타계한 미당(未堂) 서정주(徐廷柱) 시인의 미발표 작품이 수록된 시작(詩作)노트 등 유품 300여점이 공개된다. 동국대는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전(展)을 열고 미당의 유품을 공개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에 공개되는 유품은 유족이 동국대에 기증한 1만2000여점 가운데 일부로 미당이 50년 남짓 간직한 10권의 시창작 노트가 포함돼 있다.노트에 수록된 미발표 시로는 지난 93∼94년에 쓴 ‘곶감 이야기’,‘나의 길’,‘도로아미타불’ 등이 있다. 영문학·프랑스문학 공부 과정이 담긴 노트,출판되지 않은 노자의 ‘도덕경’ 번역 초고,미당이 보내고 받은 편지와 사진 등도 전시된다. 학교측은 전시회와 함께 중앙도서관에 ‘미당문고’를 개설해 유품을 체계적으로 보관,전시할 계획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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