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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거제 망산 산길 가이드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거제 망산 산길 가이드

    거제도 지도를 보면 가장 남쪽으로 거대한 혹처럼 붙은 땅덩어리가 보인다. 저구리만과 다대만의 쪽빛 바다가 깊이 파고든 까닭이다. 병목처럼 좁아 들었다가 다시 옹골찬 땅이 펼쳐지는데, 그곳에 망산(望山·375m)이 버티고 있다. 거제 망산은 노자산이나 해금강의 명성에 가려져 있었으나, 최근 거제지맥을 타는 산꾼들의 입을 통해 그 아름다움이 알려지게 되었다. ●혁파수도의 중심 망산 남해안 일대에는 망산이란 이름을 가진 산이 많다. 말 그대로 바다 조망이 좋은 산이기에 예로부터 봉수대가 자리 잡기도 했다. 망산 중에서도 거제 망산은 ‘천하일경’이란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최상급 조망과 아기자기한 능선을 타는 재미가 좋은 산이다. 거제도 사람들은 거제 남단의 절경을 ‘붉을 혁’자를 써 ‘혁파(赫波)수도’ 혹은 ‘적파(赤波)수도’라 부른다. 노을이 질 때 멋진 풍광을 강조한 것인데, 한산도 인근에서 전남 여수시 앞바다에 이르는 한려수도만큼 거제 남단이 아름답다는 뜻이다. 망산 산행 들머리는 명사 마을 입구가 많이 이용되지만, 좀더 길이 수월한 홍포(紅浦) 무지개 마을로 잡았다. 여기서 망산을 오른 후에 능선을 따라 내봉산(359m)을 넘어 저구고개로 내려오는 코스다. 홍포 무지개 마을은 거제에서 떠나는 버스의 종점이자, 최근 드라이브 코스로 주목받는 여차~홍포 해안도로의 종착점이다. 버스에서 내리면 그저 평범한 해안 마을이라 좀 실망스럽다. 하지만 무지개같이 아름다운 해안은 망산에 올라야 제대로 보인다. 도로를 따라 무지개 편의점을 지나면 산으로 오르는 이정표가 보인다. 망산을 알리는 비석 옆으로 산길이 시작된다. 10분쯤 오르면 후박나무와 동백나무 숲을 지나며 길이 가팔라진다. 뒤늦게 피었다 뚝뚝 떨어진 동백을 감상하며 좀더 오르면 능선 안부인 해미장골등에 올라붙는다. 시원한 바람이 지나는 길목으로, 망산 정상과 315봉 사이의 안부다. 안부에서 왼쪽으로 15분쯤 오르니 시야가 툭 터지면서 망산 정상에 올라선다. ●널찍한 암반 펼쳐진 망산 정상 망산은 남쪽이 깎아지른 절벽인 암봉으로 정상부가 널찍한 암반이라 사방으로 조망이 빼어나다. 우선 남쪽으로 홍포 무지개 해안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를 향해 길게 튀어나온 167m봉 왼쪽부터 길게 반원을 그리며 무지개 마을까지 이어진 해안은 이름처럼 동화적이다. 풍광은 167m봉 오른쪽 해안이 한 수 위다. 아담한 근포 마을 뒤로 길쭉한 장사도, 비진도, 욕지도 등 한려수도의 무수한 섬들이 저마다 자태를 뽐내고 있다. 고개를 북쪽으로 돌리면 에메랄드빛 저구리만 뒤로 가라산, 노자산 등이 첩첩이 산줄기를 이룬다. 과연 정상 조망은 비석에 새겨진 ‘천하일경’이란 말이 아깝지 않다. 정상에서 내려오면 이제부터는 능선을 타며 변화무쌍하게 펼쳐진 해안 풍경을 만끽하게 된다. 다시 해미장골등으로 내려와 315m봉을 넘으면 짙은 숲 그늘 길이다. 바다 풍경은 끝인가 싶지만, 중간중간 어김없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큰 소나무 앞에서는 저절로 발길이 멈춰진다. 그늘이 좋고 그 뒤로 소병대도, 대병대도, 매물도 등의 절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소나무를 떠나 20분쯤 걸으면 내봉산 밑의 절벽지대에 다다른다. 딛거나 잡기 좋은 턱이 많아 침착하기만 하면 별로 어렵지않게 오를 수 있다. ●내봉산에서 본 여차 몽돌해안과 해금강 내봉산의 조망 또한 망산의 빼어남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북동쪽 여차 몽돌해안과 삿갓모양의 천장산(275.8m), 거기에 부딪히는 흰 파도가 어울린 풍치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천장산 뒤로 보이는 해금강은 햇빛을 받아 온통 은빛으로 넘실거린다. 내봉산에서 내려와 완만한 능선을 따르다 만나는 여차등은 숲이 짙어 쉬었다 가기 좋은 곳이다. 여기서 여차 마을까지 불과 500m 거리다. 저구고개 방향으로 완만한 오르막은 온통 단풍나무 숲이다. 이곳 단풍나무는 다른 산보다 유난히 희고 몸통은 울퉁불퉁하다. 언덕에 올라서면 이번에는 저구리만과 그 너머 웅장한 가라산이 드러난다. 이제는 저구고개가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길은 오른쪽 다대만 조망을 펼쳐 놓는다. 호수처럼 잔잔한 쪽빛 다대만은 그 뒤 해금강과 어울려 더욱 아름답다. 다대만 조망을 끝으로 저구고개로 닿으면서 산행은 끝이 난다. 망산처럼 눈이 호강하고 속이 시원한 산행도 드물다. 글 사진 여행전문작가 mtswamp@naver.com ■가는 길과 맛집 서울남부터미널에서 거제 고현행 버스가 06:20~24:00 약 40분 간격으로 있다. 고현에서 홍포까지 버스는 하루 3회 07:45, 13:55, 17:35 운행한다. 세일교통 055-635-5100. 홍포에서 명사 마을을 거쳐 고현 나오는 버스는 12:55, 16:00, 19:35. 거제 포로수용소 근처 멍게비빔밥집(055-638-3300)과 맥반석집(055-637-6660)은 물메기탕을 곁들인 멍게비빔밥이 유명하다. ■산길 가이드 망산 들머리는 명사 마을과 무지개 마을이 대표적이다. 어디를 들머리로 하든 망산과 내봉산을 거쳐 저구고개까지 약 6㎞, 넉넉하게 3시간30분쯤 걸린다. 내봉산으로 오르는 절벽이 약간 위험하므로 고소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우회로를 따르는 게 안전하다. 산행이 끝나는 저구고개에서 왼쪽으로 15분쯤 가면 버스가 다니는 명사 마을 입구다.
  • 중국 7개도시 읽었더니 사람이 보이네

    ‘베이징 사람의 체면은 지위에 있고, 상하이 사람의 체면은 바지(패션)에 있고, 광저우 사람은 돈에, 샤먼 사람은 집에 있다.’ 중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작가군 중 한 명이자 공자, 노자, 삼국지, 초한지 등을 쉽게 풀어내는 강의로 ‘고전 대중화의 전도사’를 자임하는 이중톈(易中天) 샤먼대 인문대학원 교수가 쓴 새로운 책 ‘독성기(讀城記)’(심규호·유소영 옮김, 에버리치홀딩스 펴냄)가 번역돼 나왔다. 그는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청두(成都), 샤먼(廈門), 우한(武漢), 선전(深?) 중국의 도시 7곳에 대해 역사, 문학, 예술 등 여러 도구를 갖고 문화인류학적으로 꼼꼼히 접근한다. 말 그대로 벽으로 둘러쳐진 성(城)으로서 각 도시를 들여다보고, 그 도시별 맛을 읽어낸(讀) 책이다. 13억 중국인들이 다같은 중국 사람이 아니라, 베이징 사람이거나 상하이 사람, 또는 광저우 사람 등 지역마다 풍토와 지리, 역사 등에 따라 나름의 특수성과 개성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또한 똑같은 도시라는 형식적 구분이 아니라, 지리 역사적인 특징에 따라 새롭게 구분해낸다. 베이징은 명실상부한 성(城)이고, 상하이는 물가에 있으니 탄(灘·물가)이며, 광저우는 교역이 주로 이뤄지는 시장과 같은 곳이므로 시(市)라고 부르고, 샤먼은 섬으로 존재하며 하나의 도시를 이뤘기에 도(島), 청두는 관아를 가졌던 평범한 도시이므로 부(府), 우한은 역사 속에서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로 쓰였기 때문에 진(鎭), 선전은 가장 먼저 경제특구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특구(特區)다. 중국의 도시는 2900개가 넘는다. 이중톈 교수는 이중에서 동서남북 지역별로 대표 도시를 뽑았다. 7곳 어디를 논하면서도 지역의 우위를 따지기보다는 각각의 특장점을 찾아내 애정을 담뿍 담았다. 그에 따르면 베이징성(城)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과학기술 등 모든 기능을 집결한 만능도시다. 한 나라의 핵심인 수도이므로 그곳에서 국가 대사를 논하는 사람들의 자부심도 높다. 그러나 실리와 정성이 없다. . 반면 상하이는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시장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 베이징 사람들 못지 않게 자긍심이 강하다. 그러나 외지 사람들 눈에 상하이 사람들은 타산적이고 허영이 심하게 비치곤 한다. 이 교수로부터는 실리주의에 바탕을 둔 진정한 시민사회라는 상찬을 받는다. 우한은 한커우(漢口), 한양(漢陽), 우창(武昌) 세 도시가 있어 우한삼진(武漢三鎭)으로 통한다. 이런 모호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강인하고 의리 있다. 욕도 잘하고 울기도 잘 운다. 화통하고 꾸밈이 없다. 선전은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 선부론(先富論)의 최초, 최고 수혜 도시다. 400만 인구 중 외지에서 온 사람이 300만명이 될 정도로 중국 경제 변화와 개혁의 상징으로 역할해왔다. 곳곳의 외지인들이 모인 덕분에 선전은 중국 대륙 남쪽에 있음에도 사투리가 없이 보통어(표준어)만 쓰는 도시가 됐다. 이 교수는 “도시를 읽는 것은 사람을 읽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누군가를 알려고 한다면 그를 자신과 같은 사람으로 대하며 그와 친구가 되어야 한다. 한 도시를 이해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라며 도시의 이해가 곧 사람에 대한 이해임을 강조한다. 2만 65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오묘한 ‘생황’ 선율속으로

    오묘한 ‘생황’ 선율속으로

    클래식 음악계에서 현대음악은 찬밥 신세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온통 바로크 및 고전·낭만파 음악 일색이다. 현대음악 발전이 멈춘 것 같아 아쉽다는 볼멘 소리도 들린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상임작곡가 진은숙(49)이 시선을 끄는 것은 그래서다. 그는 현대음악 경향을 꾸준히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작곡가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그라베마이어상 수상자인 진은숙은 서울시향 상임작곡가를 맡은 2006년부터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를 선보여왔다. 아르스 노바는 새로운 음악이란 뜻이다. 현대음악을 알리기 위한 취지다. 진은숙은 시사평론가 진중권의 누나로도 유명하다. 올해 아르스 노바는 14일 오후 7시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주제는 ‘동과 서’. 고(故) 윤이상의 ‘예악’ 등 현대 클래식 음악에 큰 영향을 미친 아시아 작곡가들의 관현악곡이 소개된다. ‘예악’은 조선시대 궁중에서 행하던 의식 음악에 기반한 곡이다. 윤이상을 세계적 작곡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으로 꼽힌다. 노자 사상을 음악으로 구현한 중국 작곡가 천치강의 ‘오행’과 독일 작곡가 요하네스 쇨호른의 ‘6-1/물’도 연주된다. ‘6-1/물’은 13세기 중국 송나라 화가 마유한이 물을 주제로 그린 풍경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진은숙이 작곡한 생황 협주곡 ‘슈’도 공연된다. 생황은 관악기 가운데 유일하게 동시에 두 음을 내는 쌍성(雙聲) 주법이 가능한 악기다.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난해 미국 LA필하모니 음악감독 취임 콘서트 때 세계 초연한 작품이다. 한국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5~6월 서울시향의 유럽 공연 때도 연주될 예정이다. 한국 초연에서는 중국 생황 연주자 우 웨이가 협연한다. 우 웨이는 현대음악, 즉흥음악, 재즈 등 세계 음악현장에서 중국 전통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연주자다. 1만~5만원. (02)3700-6300.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62) 통영 미륵산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62) 통영 미륵산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경남 통영은 시인 백석의 시구처럼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에 가고 싶은’ 곳이다. 시장 골목 사이로, 좌판을 벌인 상인들 뒤로 바다가 정겨운 이웃처럼 앉아 있다. 통영에서 흔한 것이 바다 풍경이지만, 한려해상의 진수를 보여 주는 곳이 미륵산이다. 미륵산은 아름다운 통영의 명성을 드높이고, 이 고장 출신 예술가들에게 눈부신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통영 150여개 섬 중의 보물섬 미륵도 통영 남쪽으로 거대한 섬이 버티고 있는데, 그것이 미륵도다. 육지와 섬이 워낙 가까워 섬 같지도 않지만, 다리를 건너야 들어설 수 있다. 이 미륵도야말로 하늘이 통영에 준 선물이다. 거센 파도와 바람을 막아 주기 때문에 통영항은 사시사철 호수처럼 잔잔하다. 461m 높이의 미륵산 정상 일대는 사방으로 시야가 넓게 터져 한려해상의 최고 전망대란 찬사가 아깝지 않다. 우여곡절 끝에 작년 미륵산 케이블카가 완공되어 십여분이면 정상까지 갈 수 있지만, 호젓하게 걸어가는 것이 제맛이다. 산길은 용화사를 들머리로 정상에 올랐다가 관음사를 거쳐 내려오는 원점회귀 코스가 좋다. 거리는 약 4㎞, 2시간30분쯤 걸린다. 산행 들머리는 용화사 광장. 널찍한 광장 뒤로 미륵산 정상이 올려다보인다. 제법 우람한 정상의 산불감시초소가 성냥갑만 하게 보인다. 미륵산과 눈을 맞췄으면 광장을 중심으로 왼쪽 용화사 방향을 따른다. 오른쪽은 관음사 방향으로 하산할 때 내려오는 길이다. 급경사 시멘트 도로를 오르면 널찍한 저수지를 지난다. 계곡물을 모은 곳으로 예전에는 통영시에 식수를 공급했다고 한다. 용화사에서 약수 한 바가지 들이켜고 서둘러 길을 나선다. 용화사 일대는 임도와 절 중창 등 공사로 다소 번잡하다.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한 굽이 돌면 화장실과 공원이 보이고, 그 뒤 오른쪽으로 산길이 이어진다. 이정표가 없어 길 찾기에 주의해야 한다. 길섶의 동백꽃 향기를 좇아 15분쯤 오르면 편백나무 사이를 지나 띠밭등에 닿는다. 미륵산 산길은 띠밭등에서 정상까지 500m가 고비다. 이곳만 지나면 힘든 곳이 없다. 20분쯤 천천히 돌계단을 오르면 나무 데크가 길게 놓인 정상 능선에 올라붙는다. 여기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당포해전 전망대. 훤히 내려다보이는 미륵도 삼덕리가 옛 당포다. 이순신 장군이 거느리는 조선 수군이 겁도 없이 당포에 정박해 분탕질하던 왜선 21척을 단박에 박살 냈다고 한다. 전망대 옆에는 박경리 선생 묘소 전망 쉼터가 있다. 현대문학 100년 역사상 가장 훌륭한 소설로 꼽히는 ‘토지’의 저자인 박경리 선생의 기념관과 묘소가 아스라이 보인다. 통영은 유독 걸출한 예술가를 많이 배출했다. 시인 유치환, 김상옥, 김춘수, 극작가 유치진, 음악가 윤이상, 화가 김형로, 전혁림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고향이 통영이다. 아마도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경치가 그들의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었고, 그것이 글과 음악, 그림으로 태어난 것으로 보인다. 다른 고장의 예술가 역시 통영을 방문해 그 아름다움에 홀딱 반했다. 대표적인 사람이 시인 백석과 정지용이다. 당포해전 전망대에서 왼쪽 케이블카 정류장 쪽으로 100m쯤 가면 신선대 전망대가 나오는데, 여기에 정지용 시비가 놓여 있다. 이곳 전망대는 미륵산을 통틀어 가장 조망이 좋은 자리로 북쪽 통영항, 동쪽 한산도와 거제도 일대, 남쪽 소매물도 등 한려해상의 아름다움이 멋지게 드러나는 명당이다. 이곳을 선선히 정지용에게 내준 통영 사람들의 예술적 안목과 인심도 넉넉하다. “통영과 한산도 일대 풍경 자연미를 나는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우리가 미륵도 미륵산 상봉에 올라 한려수도 일대를 부감할 때 특별히 통영포구와 한산도 일폭의 천연미는 다시 있을 수 없을 것이라 단언할 뿐이다.…” (정지용 산문 ‘통영5’ 중) 정지용의 고백처럼 통영항과 한산도 일대의 풍경은 특별하다. 정지용은 담담하고 겸손하게 글을 썼지만, 내심 통영을 고향으로 둔 문인들이 무척 부러웠을 것이다. ●“미륵산서 본 통영 시내 야경 좋아요” 신선대에서 암봉이 우뚝한 봉수대를 지나면 곧 정상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조망 안내판을 참고해 보석처럼 뿌려진 섬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으로 유명한 한산도가 손에 잡힐 듯하고, 그 뒤로 웅장한 산세를 이루는 것이 거제도의 노자산~가라산 능선이다. 그 오른쪽으로 추봉도, 매물도와 소매물도, 비진도, 소지도 등이 차례대로 펼쳐진다. 배 터지게 섬 구경을 했으면 하산이다. 정상에서 내려올 때는 산불감시 초소가 있는 서쪽으로 계속 능선을 타야 한다. 그동안 시야가 가렸던 서쪽 바다를 바라보며 완만한 능선을 내려오면 여우치(미륵치)다. 여우치에서 길이 여러 갈래로 퍼져 헷갈리는데, 관음사를 거쳐 내려오려면 용화사 방향을 따라야 한다. 길은 산비탈을 부드럽게 타고 돌면서 도솔암과 관음사를 술술 내놓는다. 여우치에서 만나 동행한 아저씨는 놀랍게도 퇴근하는 길이었다. 그는 미륵산 건너편 산양중학교의 교장선생님이었다. 아침저녁으로 시내 미륵산을 넘어 출퇴근한다고. “미륵산은 일출도 좋지만, 통영 야경이 참 멋있어요. 언제 다시 오셔서 꼭 보세요.” 글 여행전문작가 mtswamp@naver.com ■가는 길 &맛집 (지역번호 055)자가용은 대전통영고속도로 북통영 나들목으로 나와 시내로 들어간다. 서울고속터미널과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통영 가는 버스가 수시로 있다. 통영터미널에서 용화사 가는 버스는 05:10~23:00까지 수시로 다닌다. 통영은 미식가와 술꾼에게 축복의 도시다. 술을 시키면 안주가 따라나오는 ‘통영사랑 다찌집’(644-7548)이 유명하다. 서호시장의 다복식당(645-8202)과 수정식당(644-0396)은 해장으로 좋은 졸복국을 잘한다.
  • “더러운 것 속에 숨어있는 숭고한 영역 찾아다니죠”

    “더러운 것 속에 숨어있는 숭고한 영역 찾아다니죠”

    “나는 늘 남들이 더럽다고 생각하는 것만 좇아다니네요. 하지만 더러운 것 속에 숨어 있는 숭고하고 심오한 영역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난 이것을 ‘흰 그늘’이라고 불러요.” 고희(古稀·70)를 맞은 김지하 시인이 새로운 시집 ‘시 삼백(詩 三百)1~3’(자음과모음 펴냄)을 내놓았다. 지난해 썼던 시 305편을 모았다. ●공자의 ‘시경’에 대한 오마주 그는 19일 서울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 시집이 담고 있는 것들, 2년 전 촛불을 둘러싼 인류사적 사유의 필요성 등에 대해 특유의 격정적인 말투로 풀어냈다. ‘시 삼백’은 공자가 엮었던 시경(詩經)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다. 시경도 305편이고, 시경을 엮던 시기의 공자도 꼬박 70세였다. 공자는 논어 위정(爲政)편에서 ‘시 삼백편을 정리한 이유는…사람들 생각에 사악함을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詩三白…思無邪)라고 말한 바 있다. 시인이자 사상가인 김씨도 비슷한 생각이었을까. 그는 “하나의 양식, 하나의 주제가 아닌, 여러 양식과 여러 주제를 갖고 쓴 시를 모아 천 개의 얼굴과 만 개의 목소리를 담도록 한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305편 중 200여 편은 이야기(賦), 노래(興), 교훈적인 것(比), 풍자(諷), 명상(神) 등 다섯 가지 양식으로 나눴다. 그리고 나머지 100여 편은 다시 ‘땡’, ‘똥’, ‘뚱’ 등의 이름을 붙여 재구성했다. 1970~1980년대 김지하는 저항의 상징이었다. ‘황토길’, ‘금관의 예수’, ‘타는 목마름으로’ 등은 억압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줄기 빛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1991년 초입 숱한 젊음들이 자신의 몸에 불을 댕기는, 이른바 ‘분신정국’ 한복판에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는 글을 써서 옛 동지와 적들로부터의 엇갈리는 비판과 찬사를 한꺼번에 받았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 입장에서 편리하게 취해졌던 비판과 찬사와는 별개로 그가 오랫동안 품고 있던 ‘생명 사상’의 맹아를 대외적으로 처음 확인시킨 사건이었다. ●“촛불집회는 후천개벽 알린 사건” 김씨는 2년 전 ‘촛불’에 대해서도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광대무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그는 “촛불집회는 단순한 데모가 아니었다. 때려 잡을 것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사회 새로운 주체(여성, 학생, 비조직 시민 등)의 부상과 함께 인류 문명 단계의 새 세상, 즉 후천개벽을 알리는 사건이었다.”면서 “우리가 촛불로부터 배울 것은 대의민주주의 형태 안에 어떻게 직접 민주주의의 순수한 열정을 반영한 새 구도를 짜야할지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대에 적합한 정치체계는 노자의 무위(無爲)정치이고, 이는 촛불처럼 민중이 스스로 정치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좌우 안팎에서 자신이 외면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시 삼백’을 통해 자신의 사유가 젊은 세대와 통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세간에서 ‘지가 뭔데 지를 공자에 빗대냐.’고 수군대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 것 같네요. 그래도 ‘시 삼백’을 읽고 나면 김지하가 괜히 너스레 떠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많이 아팠구나 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에요. 뒤쪽을 읽으면 눈물도 나지 않을까 싶네요.”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신라호텔 일식당, 가이세키 요리 ‘갈라디너’

    신라호텔 일식당, 가이세키 요리 ‘갈라디너’

    서울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는 ‘와케토쿠야마’ 레스토랑의 가이세키 요리를 주제로 한 갈라디너를 연다.서울신라호텔은 오는 4월 1일과 2일 양일간 “독자적인 가이세키 조리법으로 유명한 와케도쿠야마의 총주방장 노자키 히로미츠를 초청해 고객에게 색다른 미식을 선사하고 아리아께의 가이세키 조리 기술력을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고 알렸다.또한 관계자는 “와케도쿠야마에서 직접 공수한 ‘다사이 준마이다이긴죠 원심분리 도정 2할3분’ 사케를 2인당 1도쿠리 제공한다.”며 “노자키 히로미츠 총주방장의 친필사인이 담긴 요리책 1권을 증정한다.”고 전했다.이번 갈라디너에서는 벚꽃 고니두부, 완두 스리나가시, 벚꽃 모양 사시미, 전복 이소베야끼, 성게 돌솥밥 등 봄철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다.서울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 갈라디너는 양일 저녁 40명만 초대되며 가격은 28만원이다. (세금, 봉사료 별도)한편 노자키 히로미츠 총주방장은 일본 내 스타 셰프로 TV 및 잡지 등 수많은 매스컴에 자주 소개되며 30권이 넘는 조리책을 출간한 인물이다.문의 및 예약 : 02-2230-3356사진=서울신라호텔서울신문NTN 이규하 기자 judi@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61) 거제 노자산~가라산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61) 거제 노자산~가라산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 거제는 60여개의 새끼 섬과 900리 해안 절경을 품고 있다. 거제 하면 쪽빛 바다와 해금강이 유명하지만, 좋은 산이 많은 땅이다. 내륙으로 500m가 넘는 산들이 웅장한 산세를 이루고, 그 기운은 해안까지 뻗어나간다. 봄맞이 산행으로 빠지지 않는 곳이 노자산(子山·565m))이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기화요초 향기 맡으며 해안 절경을 굽어보면 산 이름처럼 누구나 신선이 된다. ●한려해상 밟고 오는 봄의 발걸음 봄철 인기 있는 섬 산행 코스 중에서 거제 노자산은 독보적이다. 대개 섬 산은 오르면 내려와야 하는 홑산이 대부분이지만, 노자산은 거제 최고봉 가라산(585m)까지 제법 긴 능선을 밟을 수 있다. 여러 봉우리를 타고 넘으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한려해상의 풍광을 바라보는 맛은 아주 특별하다. 노자산 산길은 거제자연휴양림을 들머리로 가라산까지 시원하게 종주하고, 저구고개로 내려오는 코스가 좋다. 거리는 약 8㎞, 5시간쯤 걸린다. 거제자연휴양림 입구에 내리니 훅~ 맑고 서늘한 공기가 밀려온다. 매표소 앞에 서자 노자산 능선이 활짝 품을 벌리고 맞는다. 능선 가운데 봉긋 솟은 마늘바위 아래로 잔뜩 물오른 고로쇠나무들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톡! 건드리면 겨울산의 한가운데를 뚫고 봄기운이 콸콸 뿜어져 나올 태세다. 휴양림에서 산길은 두 가지. 제1등산로는 마늘바위 옆의 전망대, 제2등산로는 노자산 정상으로 이어진다. ●봄기운 담뿍 머금은 고로쇠나무 제2등산로를 따르면 길 양편으로 소사나무와 단풍나무들이 두 팔을 벌리고 맞아준다. 40분쯤 오르면 노자산 정상이다. 서둘렀지만 동쪽 외도 방향에서 이미 해가 둥실 떠올랐다. 북쪽 내륙으로 북병산, 계룡산 등으로 이어지는 산세가 제법 웅장하다. 거제도를 흐르는 산줄기를 거제지맥이라 하는데, 능선이 순하고 조망이 좋아 인기가 있다. 서쪽 암반 뒤로는 율포만과 거제만, 그리고 그 사이를 가득 메운 한산도, 추봉도, 비진도 등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저 섬들을 징검다리처럼 밟고 건너편 통영으로 건너가면 좋겠다. 본격적으로 능선을 타고 안부로 내려갔다가 올라서면 2층으로 지은 노자산 전망대. 이어 마늘바위를 옆으로 우회하면 길이 순해지고, 길섶에는 얼레지 잎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간혹 꽃봉오리를 단 녀석들도 보인다. 3월 말쯤 만개하면 능선은 꽃길이 된다. 노자산~가라산 일대는 봄철 야생화 군락지로 유명해 식물 애호가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진마이재의 원추리 군락 뫼바위 입구는 삼거리다. 여기서 조밭골을 따라 내려서면 학동해안에 닿는다. 제법 가파른 언덕에 올라서면 뫼바위다. 뫼바위는 거대한 암봉이라 사방 전망이 좋다. 동쪽으로 반원을 그린 학동해안에 눈길이 쏠린다. 이곳에 팔색조가 산다고 알려진, 천연기념물 제233호인 동백림 야생군락지가 있다. 뫼바위를 내려오면 만나는 진마이재는 원추리 군락지다. 연초록색 원추리 새순들이 파릇파릇 돋아났다. 새순을 살짝 데쳐 곁들이는 소주 한 잔 생각이 굴뚝같다. 쩝~ 입맛 다시며 20분쯤 오르면 드넓은 공터인 가라산 정상. 가라산은 거제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고려시대 산성과 봉수대 터가 남아 있다. 북쪽으로 그동안 걸어온 능선과 마늘바위가 아득하게 펼쳐진다. 대밭에서 쭈그리고 봄볕을 해바라기하다 다시 능선을 따르면 전망대가 선 망등이 등장한다. 전망대 앞에서 거제도의 최남단인 망산 일대가 다대해안과 저구리만과 함께 장쾌하게 펼쳐진다. 여기서 길 찾기에 주의해야 한다. 전망대 뒤로는 길이 없고, 전망대 직전 다대마을 이정표 방향을 따라야 저구고개로 내려올 수 있다. 급경사를 내려오면 갈림길을 만난다. 이정표가 없는 왼쪽 방향이 다대마을, ‘저구고개’ 이정표를 따르면 곧 다대산성이다. 신라시대 쌓은 것으로 추정하는 다대산성은 태뫼식으로 돌을 쌓았고, 둘레가 약 400m에 이른다. 성 안으로 들어서자 난대림이 울창하다. 특히 아름드리 참식나무들과 상록 덩굴식물이 많아 울창한 숲에 들어선 느낌이다. 성 밖으로는 원형 해안을 품은 다대마을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고, 그 뒤로 해금강이 아련하다. 산성에서 마지막으로 조망과 봄기운을 만끽하고 두어 개 봉우리를 더 넘으면 산행 종착지 저구고개다. 고개에 내려서자 도로 너머 에메랄드빛 저구해안이 바투 다가온다. 글 사진 여행전문작가 mtswamp@naver.com ■ 가는 길&맛집 서울남부터미널에서 거제 고현행 버스가 06:20~24:00까지 약 40분 간격으로 있다. 고현에서 거제자연휴양림(055-63 9-8115)으로 가는 학동행 버스는 05:55, 07:55, 08:20, 10:15, 13:15, 16:15, 18:15, 일곱 차례 있다. 세일교통 055-635-5100. 산행이 끝나는 저구고개에서 15분쯤 가면 명사 버스정류장이다. 여기서 고현 가는 버스는 12:55, 16:00, 19:35에 있다. 거제시청 근처 맥반석(055-637-6660)의 멍게비빔밥이 별미다. 멍게젓갈에 김과 참기름을 곁들여 비벼 먹는 맛이 독특하고 국으로 나오는 물메기탕도 시원하다.
  • “예수·석가·공자 진리의 실체는 똑같아”

    “예수·석가·공자 진리의 실체는 똑같아”

    1971년 8월12일, 당시 81세의 노()철학자 다석(多夕) 류영모(1890~1981)는 한국 기독교 최초의 자생적 금욕 수도 공동체로 평가받는 광주광역시 동광원(東光園)에서 수사, 수녀들을 상대로 일주일간 강연을 열었다. 동광원은 ‘속죄 신앙’(예수가 흘린 보혈로 속죄받는다는 신앙)을 믿는 정통 기독교인들이 생활하는 곳. 반면 다석은 예수를 신앙의 대상이 아닌 ‘스승’으로 여겨야 한다고 믿는, 이질적인 신앙인이었다. 그러나 다석은 생애 마지막 강연을 통해 동광원 수도자들을 명쾌한 진리의 세계로 인도하며 다석 사상의 정수를 보여준다. 동광원의 수사 김용래가 이 강연을 녹음한 사실이 2000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알려졌고, 다석의 제자 박영호가 최근 이를 풀어 책으로 출간했다. ‘다석 마지막 강의’(교양인 펴냄)다. ●종교간 구분은 미혹에 불과 16세에 기독교 세례를 받은 다석의 종교관은 일원다교(一元多敎), 즉 ‘가르침은 여럿이지만 진리는 하나’라는 말로 압축된다. 다석은 평생 예수를 스승으로 섬겼으나 성경만 금과옥조로 여기는 사고방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석가, 노자, 장자, 공자, 맹자, 소크라테스 등 인류 역사 속의 ‘깨달은 이’는 시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스승으로 삼았다. 다석 사상의 관점에서 종교 간 구분과 갈등은 전체를 보지 못하는 이들의 미혹(迷惑)에 불과했다. 다석은 책 제1장 ‘사서삼경 모르면 성경도 모른다’를 통해 “하느님은 온통(全體)이시다. 하느님의 자리에 서면 남(他, 敵)이 없다. 모두가 하나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온통에 이르지 못하고 부분(部分)에 갇혀 있다. 이것을 미혹이라고 한다. 가족, 혈연, 지역, 민족, 종교만 하나라고 주장하는 것은 미혹에 빠진 것”이라고 일갈한다. 하느님의 생명인 얼(성령)을 공자는 덕(德)이라 하고, 석가는 법(法)이라 하고 노자는 도(道)라 하고, 예수는 얼(靈)이라고 하는 등 진리를 일컫는 이름만 다를 뿐 실체는 똑같다는 것이다. ●평생 금욕·절제 실천한 철학자 사상가 함석헌(1901~1989)의 스승으로 알려진 다석은 은둔 생활 때문에 세상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인물. 일일일식(一日一食)과 좌선 명상을 통해 동서양 고금의 경전을 관통한 한국의 대표적 철학자로 평가받는다. 저녁 석(夕)자만 세 개 모여 이뤄진 호(多夕)는 저녁에 한 끼만 먹는다는 그의 금욕적 삶을 그대로 담고 있다. ●‘다석일지’ 외 저서 안남겨 독특한 종교 철학을 세운 당대의 석학이었지만, 다석은 매일 기록한 ‘다석일지’ 외 다른 저서를 남기지 않았다. 지금 나와 있는 다석과 관련된 책들도 제자들의 기록이거나 다석 사상 해설서가 전부다. 그나마 1956~1957년 서울 YMCA 강의 속기록 전문을 다듬어 출간한 ‘다석강의’가 그의 철학을 비교적 생생하게 기록했다는 점에서 중요 자료로 인정받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가공되기 전 원석과 같은 다석 사상의 요체를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은 다석 강의 녹음 테이프 가운데 음질 상태가 좋은 5개를 골라 CD로 만들어 첨부했다. 2만 2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술익는 마을서 들려준 17종 名酒이야기

    중국은 우리나라와의 무역 규모에서 1~2위를 오르내리는 나라이자 수천년 동안 우여곡절의 관계를 맺어온 이웃이다. 최근엔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을 위협할 나라로 지목될 만큼 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광활한 영토를 자랑하는 나라인 만큼 중국을 이해하는 키워드 역시 다양할 터. 그중 하나가 수수로 만든 증류주, 배갈이다. 배갈은 중국의 역대 왕후장상(王侯將相)부터 장삼이사(張三李四)에 이르기까지 가장 널리 사랑받는 술이다. 종류와 연원도 다양하다. 증류주로 개발되기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각 지방 배갈의 역사는 짧게는 300~400년, 길게는 3000년이다. 유비와 조조 같은 영웅호걸과 이백, 두보 등 시인묵객, 공자와 노자 등 제자백가들도 즐겨 마셨다. 따라서 배갈의 고장과 배갈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중국과 중국인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배갈의 연원과 문화적 배경을 두루 살핀 ‘배갈을 알아야 중국이 보인다’(최학 지음, 새로운 사람들 펴냄)가 출간됐다. 저자는 난징(南京)을 출발해 안후이성(安徽省), 허난성(河南省), 구이저우성(貴州省) 등의 ‘술익는 마을’을 돌면서 만난 17종의 명주를 바탕으로 각 지방 배갈의 특성을 소개한다. ‘물은 술의 피’라는 말처럼 배갈은 본래 출생지를 벗어난 적이 거의 없었다. 각각의 배갈은 제 땅의 자연에서 제 땅 사람들의 지혜가 보태져 만들어졌다. 허난성의 명주 송하량액(宋河糧液)에는 공자와 노자의 만남이 깃들어 있고, 산시성(陝西省) 서봉주(西鳳酒)에는 두보의 환희와 절망이 서려 있다. 안후이성의 소문난 술 고정공주(古井貢酒)에는 조조의 꿈이 1000년 전설과 함께 전해 내려 온다. 저자는 “이렇게 술이 자연과 문명, 역사를 포괄하면서 스스로 문화가 되는 자리에 배갈이 있다.”며 “배갈을 알면 중국을 안다는 말이 크게 과장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아울러 똑같은 마오타이인데도 디자인이 다르다고 가격이 10배 이상 차이나는 이유, 농향(濃香)과 청향(淸香)의 구별법 등도 상세히 설명한다.1만 5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익숙한 이 구절… 알고보니

    익숙한 이 구절… 알고보니

    ●천장지구(天長地久) “천지는 장구하게 지속되나니, 천지가 오래갈 수 있는 것은 자기만 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장생할 수 있다.” →유덕화, 오천련 주연의 영화 ‘천장지구’를 기억하는지. ‘변치 않는 영원한 사랑’이 있다고 거의 믿어버릴 만큼 눈물을 쏙 빼놓던 추억의 영화. 하지만 사랑이 어디 영원하던가. 쉼 없이 변화하는 것만이 장생한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나니,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해주면서도 다투지 않으며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머문다.” →물은 미세한 틈 사이로 스며들어 만물을 키우고, 어떤 고정관념도 없이 흐르고 또 흐른다. 물처럼 흐르는 사유는 선악도, 좌우도, 어떤 이분법도 알지 못한다.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정치인뿐 아니라 개개인의 좌우명이 자신의 삶과 부합하는 가는 별개다. ●대기만성(大器晩成) “큰 모는 모서리가 없고,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지고, 큰 소리는 들리지 않으며, 큰 형상은 드러나지 않으니, 도는 이름 없이 숨어 있으나 오직 도만이 잘 베풀어주고 잘 이룬다.” →노자 말씀하시길, 세상 사람들이 일을 다 이루었다가 실패하는 것은 시작할 때와 끝마칠 때가 여일(如一)하지 않기 때문이다. 큰 그릇이 되기 위해서는 매순간 자신의 열정을 올인해야 하는 것! ●대교약졸(大巧若拙) “아주 곧은 것은 굽은 듯하고, 뛰어난 솜씨는 서툰 듯하며, 잘하는 말은 눌한 듯하다.” →최상의 지혜가 화려한 수사를 필요로 하지 않듯이, 위대한 작품은 현란한 기교와 무관하다. 가장 명징하고 단순한 말과 형상만으로도 모든 걸 표현할 수 있는 법. 위대한 지혜는 알기 쉽고 행하기 쉽다. 세상이 알지 못하고 행하지 못할 뿐 아니겠나. ●천지불인(天地不人) “천지는 불인하니 만물을 지푸라기로 보고, 성인은 불인하니 백성을 풀이나 개로 삼는다.” →천지의 운행을 주관하는 어떤 존재가 있다면 가난한 땅에 축복을, 불행한 자에게 행복을 내려주면 좋으련만, 천지는 만물의 행·불행과 빈부에 무심하다. 그저 변화하는 흐름만이, 낳고 자라고 죽는 무한한 차이의 반복만이 있을 뿐.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노자 가르침의 진수 ‘노자’

    [고전 톡톡 다시 읽기] 노자 가르침의 진수 ‘노자’

    사마천의 ‘사기’ 중 ‘노자, 한비 열전’ 편에 실린 노자의 생애는 간략하다. 초나라 사람이었고, 이름은 이이(李耳), 호는 담(聃)이요, 주나라의 장서를 관리하는 사관이었다는 것. 공자가 그를 ‘용과 같은 존재’로 묘사했으며, 함곡관에서 관령(關令)의 부탁으로 도(道)와 덕(德)의 의미를 5000자에 담은 ‘도덕경’을 지었다는 것 정도다. 사마천은 노자, 장자, 신불해, 한비 등을 소개한 뒤 “이들의 학설은 모두 도덕에 그 근원을 두고 있지만, 그 가운데 노자의 학설이 가장 깊다.”고 평했다. 그가 쓴 ‘노자’는 자연 예찬론도, 도덕적인 잠언집도 아니다. ‘노자’는 도(道), 즉 삶의 길에 대한 현자의 깨달음을 담은 텍스트다. ●루쉰에게 무참히 패러디 당하다 중국의 대문호 루쉰은 ‘고사신편(故事新編)’에 실린 한 단편에서 노자라는 인물과 그의 사상을 무참하게 패러디한다. 여기서 노자는 “시든 나무”로 표현된다. 이도 다 빠지고 가진 거라고는 ‘연한 혀’뿐인 ‘늙은 선생’ 노자(子)가 관소(關所)에서 사람들에게 강의 한 자락을 펼친다. “도를 도라고 할 수 있으면 상도(常道)가 아니고…” 그러나 웬걸. 강의를 듣던 수강생들이 정신없이 조는가 하면, 여기에 한술 더 떠서, 노자의 방언과 새는 발음 때문에 강의를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며 투덜거리는 게 아닌가. 5000자로 된 강의안을 써주고 쓸쓸히 관소를 떠나는 노자. 그가 떠나자 수강생들의 본격적인 ‘뒷담화’가 시작된다. 혹자는 구역질이 났다고 하고, 혹자는 연애담이나 들으러 갔다가 곤욕만 치렀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함도 없고 하지 않음도 없다.’는 사람이 사랑 같은 걸 해봤을 리가 있냐며 비아냥거린다. 1935년 중국 땅에서 노자의 사상은 이토록 무기력하게, ‘시든 나무’처럼 비틀거리며 사라져 간다. 하지만 루쉰이 노자의 사유 자체를 전면 부정했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그 사유의 현실적 무능력과 오작동을 개탄했을 터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는 ‘노자’가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삶 속의 빛나는 지혜로 ‘전습(傳習)’할 수 있을까. ●도라고 할 수 있는 도는 도가 아니다 ‘노자’는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즉 ‘도라고 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다.’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도는 보려 해도 볼 수 없고, 들으려 해도 들을 수 없으며,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다. 도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고정된 것으로 실체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자’에서 ‘도’는 여러 이미지들로 암시될 뿐이다. “도는 비어 있어서 아무리 써도 막히지 않고, 깊숙해서 만물의 근원인 것 같다.”라든지, “혼돈 속에 생성된 것이 있어 천지보다 먼저 생겨났으니, 고요하고 텅 빈 채 홀로 우뚝 서서 변하지 않으며, 두루 행하지만 위태롭지 않으므로 천하의 어미가 될 수 있다.” 같은 구절에서처럼, 도는 만물이 생성되는 일종의 모태(母胎)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의 절대적 기원이나 창조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도는 “골짜기의 냇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것과 같이” 쉼 없이 운행(運行)하며, 그 과정에서 매번 무언가가 생겨나고 길러지고 스러진다. 도는 ‘어미’요 ‘근원’이지만, 자신이 낳은 것에 집착하지 않는 어미요, 매번 새롭게 솟아나는 근원(泉)이다. 이 ‘도(道)’에 최대한 합치되게 살라는 것, 즉 집착하지 말고, 멈추지 말고, 걷고 또 걸으라는 것. 그것이 노자의 가르침이다. 우리가 ‘도’라는 단어 앞에서 멈칫하는 건, 그것을 초월적 진리나 절대적인 법칙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자’의 도는 가장 평범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 “단순성과 친근성으로 인하여 숨겨져 있는 것들”(비트겐슈타인)이다. 감이 있으면 옴이 있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으며, 꽃 피는 시절이 있으면 꽃이 지는 시절도 있다. 여름은 지나간 봄을 아쉬워하지 않으며, 다가올 겨울을 꿈꾸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이 내딛는 지금의 ‘한 걸음’에 온 무게를 실을 뿐이다. 그러나 이 모든 운행은 지극히 ‘자연스러워서’ 누구도 그걸 의식하지 못한다. 붓다, 예수, 공자 같은 성인들의 삶을 보라. 그들이 ‘도’를 펼치는 것은 ‘길(道)’ 위에서다. 아니, 그들이 걷는 ‘길’이 바로 그들의 ‘도’다. 나무를 베고, 물을 긷고,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는 일상들. 이 일상이 펼쳐지는 길, 그게 바로 도다. 무수한 만남과 장애물, 희로애락이 펼쳐지는 일상을 방기하고서는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어려운 일은 쉬운 데서 도모하고, 큰 일은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하나니, 세상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데서 일어나고, 천하의 큰 일은 반드시 작은 곳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끝내 큰 것을 꾀하지 않으므로 큰 것을 이룰 수 있다.” ●작위성과 잉여성 배제… ‘소국과민’ 꿈꿔 ‘무위’는 ‘노자’의 핵심 개념 중 하나다. 무위란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아니라 ‘작위(作爲)하지 않음’, 즉 무언가를 억지로 꾸며서 하지 않음이다. 달리 말하면, 이는 ‘잉여를 남기지 않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자연은 특별히 무언가를 하려고 함이 없지만 하지 않는 것이 없다. 모든 것을 하지만 잉여를 남기지 않는다. 반면 인간은 종종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을 욕망한다.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말과 행위들, 이것이 잉여다. 정치인들의 경우에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들은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무수한 말을 쏟아내지만, 사실 ‘누구를 대신한다.’거나 ‘누구를 위한다.’는 말만큼 오만하고 작위적인 것도 없다. 노자가 말했다시피, ‘나라를 잘 다스려보겠다.’는 의도가 오히려 백성을 속이고, 그들을 전쟁터로 내모는 법. 문제는, ‘악의’가 아니라 지나친 ‘선의’가, 주먹구구식의 앎이 아니라 합리적 지식이 더욱 폭력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데 있다. 노자는 이러한 작위성과 잉여성이 철저히 배제된 ‘무위의 정치’를 꿈꾼다. 하지만 그가 꿈꾼 유토피아는 대단히 비관적이다. “나라는 작고 백성은 적으며, 편리한 기계가 있어도 사용하지 않고, 백성들은 죽음을 중히 여겨 멀리 옮겨다니지 않는다. 배와 수레가 있지만 탈 일이 없고, 무기가 있지만 쓸 일이 없다.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새끼를 엮어 쓰게 하고 먹던 음식을 달게 여기고 입던 옷을 좋게 여기며, 살던 곳을 편안히 여기고 각자의 풍속을 즐거워하게 하니, 이웃 나라가 서로 바라보이고 닭 울고 개 짖는 소리가 들려도 백성들은 늙어 죽을 때까지 왕래하지 않는다.” 이 유토피아 아닌 유토피아를 흔히 ‘소국과민(小國寡民)’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이건 불가능한 공동체다. 노자가 그걸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자는 소망했을 것이다. 개체의 삶을 온전히 지켜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지고 지워지는 무수한 길(道)들이 펼쳐진 세계를. 노자는 세상의 ‘산’이 아니라 ‘계곡’이 될 것을, 가득 채우기보다는 비울 것을, 단단하고 강한 것보다는 부드럽고 연약한 것을, ‘대의(大義)’보다는 일상의 성실함을, 유용한 지식보다는 무용한 배움을 강조한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보다 더 유용하고 혁명적인 지혜가 있을까.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진리도, 영웅도, 대의도 아니다. 말없는 가르침을 행하는 것, 자신의 한 걸음에 존재의 무게를 싣는 것, 그리하여 매순간 자신이 걷는 길과 합치되는 것. 그것이 삶의 도요, 그것이 삶의 길이다. 채운 수유+너머 강원 연구원
  • 현대기아차 쏘나타·쏘렌토R 선진국 공략

    현대기아차 쏘나타·쏘렌토R 선진국 공략

    현대기아차가 올해 상대적으로 ‘문’이 넓어진 선진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일본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 사태’와 더불어 연산 30만대 규모의 기아차 미국 조지아공장 가동 등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이 괜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0 남아공월드컵’ 마케팅을 통해 깐깐한 유럽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그동안 중국과 인도 등 신흥 자동차시장에 견줘 약세를 면치 못했던 선진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선전한다면 올해 글로벌 시장점유율 목표치 8.4% 돌파는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다. 출발은 나쁘지 않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월 유럽시장 점유율에서 4.4%를 기록해 일본 도요타(5.4%)를 바짝 추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 A)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유럽시장 판매 실적에서 2만 8028대, 기아차는 1만 9057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1.6%, 37.3% 증가한 것이다. 이는 프랑스 르노자동차(60.0%)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성장률이다. 현대기아차의 1월 시장점유율(4.4%)은 지난해 연간 시장점유율(4.1%)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축구 열기가 높은 유럽에서 월드컵 마케팅이 제대로 성공한다면 올해 시장점유율 5% 돌파도 가능해 보인다. 미국 시장을 겨냥한 현대기아차의 행보는 더 공격적이다.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 광고로 브랜드 인지도를 더욱 끌어올린 현대기아차는 올해 미국 시장에서 ‘메이드 인 USA’로 승부를 걸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가동한 기아차 조지아공장에서 생산되는 쏘렌토R와 하반기에 출시될 차세대 전략 차종이 ‘필살기’로 나선다. 기아차는 올해 미국시장에서 전년 대비 15.6% 증가한 34만 7000대(시장점유율 3.2%)를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차도 올해 미국시장에서 50만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4.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도요타 리콜사태의 영향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도요타 캠리와 라브4의 경쟁 차종인 현대차 쏘나타와 투싼이 직접적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미국인 시선으로 본 ‘도덕경’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은 중국에 나와 있는 주석서만 따져도 몇 수레 분량이 될 정도로 다양하게 해석된다. 세계 여러 언어를 통해 수천권의 번역본을 갖고 있기도 해 성경과 함께 세계적 베스트셀러 1, 2위를 다투고 있다. 노자의 정체 역시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고대 주나라의 왕궁 서고 관리였다는 설 등이 있다. ‘사기’를 쓴 사마천은 노자를 ‘은군자(隱君子)’라고 불렀다. 자연에 묻혀 사는 한 은사(隱士) 사상가일 가능성만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을 뿐이다. 한 푸른 눈의 서양인이 도덕경 해석 행렬에 가세했다. 자기계발 분야의 저술, 강연 활동을 벌이는 미국인 웨인 다이어가 ‘서양이 동양에게 삶을 묻다-노자 읽기’(신종윤 옮김, 구본형 해제, 나무생각 펴냄)를 펴내며 도덕경의 81가지 가르침을 자신의 시각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서구문명, 현대문명을 살아가는 이들의 유효한 지침으로 삼기를 권한다. 흔히 알려진 대로 노자 사상의 핵심은 ‘무위(無爲)’, 즉 ‘굳이 애써서 하려고 하지 말라’이다. 그런데 웨인 다이어는 노자의 사상을 적극적인 자기 계발 노력의 방법으로 실생활에 적용하고 있으니 노자를 통해 노자를 거스른 셈이 됐다. ‘노자의 배반’인지, ‘21세기적 노자의 탄생’인지 알 수 없다. 어쨌든 저자는 “도덕경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가운데 하나는 우리 정신을 확장해 준다는 점”이라며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할 때 노자는 겸허함이야말로 진정한 가치라고 말하며, 행함(爲)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행하지 않음(無爲)을 권한다.”고 강조했다. 2만 5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길섶에서]처음 그대로/함혜리 논설위원

    21세기의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면서 여느 때와는 다른 각오를 다졌건만 아직도 획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어영부영 세월을 보내느니 생활 속에서라도 작은 변화들을 꾀하기로 다짐했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법. 30분 일찍 일어나기, 아침에 기지개 활짝 켜고 5분 이상 스트레칭 하기, 세수한 뒤 거울 보고 활짝 웃기,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운동하기, 주말에 약수터 가기, 한 번 이상 붓글씨 쓰기, 가족들에게 자주 안부전화하기, 전화 친절하게 받기, 약속시간보다 5분 일찍 가기,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기, 내가 먼저 정답게 말걸기…. 노자의 도덕경에 신종여시(愼終如始) 즉무패사(則無敗事)란 말이 나온다. ‘마지막에도 시작할 때처럼 신중하면 실패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란 뜻이다. 무슨 일이든 처음의 마음가짐을 갖고 끝까지 주의를 기울이고 정성을 다하면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그러질 못하니 뜨끔하다. ‘처음 그대로의 마음을 끝까지 잃지 않기’도 변화 목록에 추가해야겠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佛 푸조, 日 미쓰비시차 인수

    佛 푸조, 日 미쓰비시차 인수

    │도쿄 박홍기특파원│프랑스의 자동차 대기업인 푸조시트로엥(PSA)이 일본 미쓰비시자동차를 인수하기로 했다. 푸조는 2000억∼3000억엔(약 2조 6000억∼3조 9000억원)에 미쓰비시의 지분 30∼50%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될 전망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과 NHK 등이 3일 보도했다. 교섭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미쓰비시 측은 내년 6월 주주총회에서 푸조에 경영권을 인계하는 안을 최종 승인할 계획이다. 현재 세계 8위인 푸조와 15위인 미쓰비시가 합쳐지면 판매대수는 연간 445만대로 한국의 현대자동차 420만대를 제치고 6위로 뛰어오른다. 또 두 회사의 자본제휴는 자동차 메이커의 합종연횡을 촉진, 세계 자동차업계의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푸조는 출자를 통해 미쓰비시 지분의 30∼50%를 취득, 최대주주가 된다는 목표 아래 막바지 협상에 들어간 상태다. 당초 협상은 미쓰비시 측이 먼저 제안, 긴밀하게 이뤄졌다. 푸조는 50% 이상의 지분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의 지향점은 확실하다. 푸조는 미쓰비시가 가진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차의 기술과 신흥국의 사업기반을 확보하는 한편 미쓰비시는 자본수혈을 받아 경영재건에 나설 태세다. 미쓰비시 측은 제3자 배정 증자 방식으로 푸조에 경영권을 넘길 방침이다. 일본 자동차회사가 외국 기업으로부터 대규모 자본을 끌어들인 것은 지난 1999년 프랑스의 르노자동차가 닛산자동차에 자본 참여한 이후 처음이다. 1970년 미쓰비시중공업에서 자동차부문이 분리 독립한 미쓰비시자동차는 지난해 매출 1조 9735억엔에 순손익 548억엔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세계적인 자동차 불황 속에 경영난을 겪고 있다. 내년 3월의 결산에서는 300억엔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종업원은 3만 1905명이다. 현재 최대주주인 미쓰비시도쿄UFJ은행, 미쓰비시상사, 미쓰비시중공업, 미쓰비시UFJ신탁은행 등 미쓰비시그룹 4개사도 미쓰비시자동차에 자금을 투입하는데 한계에 부딪혔다. 푸조의 지난해 매출은 7조 1133억엔, 순손익은 449억엔 적자, 종업원은 20만 1700명이다. hkpark@seoul.co.kr
  • [비즈&피플] 3세경영 신호탄…참신한 시도로 새바람

    [비즈&피플] 3세경영 신호탄…참신한 시도로 새바람

    경영에 첫발을 내딛는 재계 3세 경영인 가운데 새롭게 주목받는 이들이 있다. 주인공은 SKC 최신원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28) 과장과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26) 팀장. 이들은 경영 수업을 받으면서 기업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최 과장은 지난해 SKC에 입사해 SK그룹 오너가(家) 3세 중 가장 빨리 경영 수업에 들어갔다. 3세 경영의 신호탄인 셈이다. 올해 과장으로 승진해 기획 파트에서 근무하고 있다. 최 과장은 부친인 최 회장으로부터 강도높은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최 과장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 중국 복단대학을 마치자, 바로 해병대에 자원 입대시켰다. 부자(父子) 모두가 해병대를 나왔다. 한진그룹의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실(IMC)을 맡고 있는 조 팀장은 2005년 9월 LG애드에 입사해 광고, 홍보 업무를 하다가 2007년 3월부터 한진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대한항공, 진에어 등의 광고, 홍보업무는 모두 조 팀장의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전파를 타고 있는 대한항공의 ‘중국, 중원에서 답을 얻다’ 광고가 조 팀장의 작품. 이 광고는 기존의 여행 광고와 달리 노자, 한비자 등 중국 현인들의 명언과 현지 풍경만 보여줘,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낸 광고다. 재계 관계자는 “무슨 광고인지 궁금하게 만든 다음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도록 유도하려고 했던 게 조 팀장의 아이디어였다.”면서 “항공사 광고에는 늘 비행기 한 대가 하늘을 날아가는 장면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고정 관념을 깼다.”고 말했다. 미국비자 면제 프로그램 시행 이후 한동안 방송됐던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광고도 조 팀장의 손을 거쳤다. 특히 대한항공이 100% 출자한 저가 항공사 진에어에 대한 애정도 짙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에어는 ‘세이브 디 에어’라는 친환경 캠페인을 펼치면서 다수의 젊은 연예인을 등장시켜 신생 항공사답게 신선한 마케팅 전략을 쓴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보수적인 회사 분위기를 젊고 진취적인 이미지로 바꾸는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해서 내부에서도 평가가 좋다.”면서 “광고나 마케팅 분야의 전문지식이 있고 영어에도 능통해 국제 업무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김경두 윤설영기자 golders@seoul.co.kr
  • 총리의 10대 자녀 얼굴 노출됐다고 이 난리?

    총리의 10대 자녀 얼굴 노출됐다고 이 난리?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으로 각국 외교관들을 초청해 리셉션을 베풀었다.부부는 각국 외교관들과 놀라울 정도로 한결같이 미소를 지은 채 150장 이상의 사진을 찍었고 나중에 국무부의 사진 공유 사이트 ‘플리커’에 사진들이 올라갔다.  그런데 스페인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와 부인 손솔레스 에스피노자,그리고 두 딸 로라(16)와 알바(13)가 오바마 부부와 어울려 찍은 사진(오른쪽 사진)이 소동의 원인이었다고 야후! 닷컴의 뉴스 블로그 ‘야후! 뉴스룸’이 28일(현지시간) 전했다.  스페인 법률은 총리의 10대 자녀 사진을 언론이 보도하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국내에서 사파테로 총리의 두 딸 얼굴은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다.국무부는 스페인 정부의 항의를 받고 재빨리 ‘플리커’에서 사진을 삭제했다.하지만 온라인에는 이들의 얼굴을 흐릿하게 처리한 사진들이 여전히 돌아다니고 있다.  이번 소동은 각국 정상들의 자녀 프라이버시 보호를 둘러싼 우려들을 쏟아내게 만들었다.  지난번 미국 대통령선거의 공화당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딸 메건(왼쪽 사진)은 일간 ‘데일리 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들 자매에 대한 동정심을 표시했다.하지만 메건 역시 스페인 정부의 과민반응에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나는 우선 총리의 딸은 말할 것도 없고 공인(公人)의 자녀를 보호하는 나라가 존재한다는 것을 믿기 힘들었다는 말부터 하고 싶다.정치인이나 외교관의 어린 자녀들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곳이 있다고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오바마네’와 찍은 가족사진 때문에 미디어와의 싸움을 벌이는 것을 두 소녀가 견뎌내야 한다는 것 또한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는 국영 통신사 EFE로 하여금 이 사진을 배포하지 말도록 압력을 넣어 관철시켰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기간에도 딸 첼시에 대한 경호가 너무 삼엄해 시사주간 ‘타임’은 입 험하기로 소문난 보수주의 논객 러시 림바우의 ‘대통령 자녀의 가르보’ 발언을 인용해 큰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1998년 공화당의 기금모금 파티에서 “첼시가 못 생겼다.”는 농담도 나왔는데 이 파티는 다름아닌 메건의 부친,매케인 상원의원이 주최한 것이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쌍둥이 자매 제나와 바버라도 친구들과 어울린 파티 때문에 조롱 당하거나 파파라치 사진을 찍혔다.  사파테로의 자녀들에 대한 스페인 정부의 정책은 미국 언론과 대통령 자녀의 긴장된 관계와 뚜렷이 대조된다.오바마 대통령의 두 딸 말리아(10)와 사샤(8)는 언론으로부터 철저히 보호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얼굴이 비치지 않는 건 아니다.  지난 6월 아버지의 날 주말에 오바마 대통령이 딸들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걸어가는 사진은 보도됐지만 얼마 뒤에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발코니에 나온 사샤를 향해 손을 흔드는 사진은 보도하지 말도록 백악관에서 언론에 요청했다.반면 백악관의 플리커 페이지에는 두 딸의 일상생활 사진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올라와 있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대통령과 퍼스트 레이디의 공식행사”와 관련된 경우에만 대통령 자녀들에게 접근할 수 있으며 “가족 전체의 프라이버시는 광범위하게 존중되어야 한다.”고 못박았다.백악관의 플리커 페이지에 오바마 자녀들 사진을 올려놓는 것은 파파라치 시장에의 접근을 막으려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돈·학벌 중심… 12일의 한국 남성상 계보찾기

    돈·학벌 중심… 12일의 한국 남성상 계보찾기

    책 제목이 ‘씩씩한 남자 만들기’이다. 언뜻 제목만 보면 건강하고 튼튼한 아이 기르기를 알려주는 아동교육서나 이상적인 남성상을 찾도록 도와주는 자기계발서가 떠오르기도 한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의 ‘씩씩한 남자 만들기’(푸른역사 펴냄)는 학문적으로 접근한 한국의 남자 이야기이다. ●구한말 급격한 변화 겪으며 ‘몸의 훈련’ 중시 책은 ‘한국에서 남자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저자는 오늘날 각광받는 ‘한국의 남성상’으로, 자본주의의 보편적 원리인 ‘경제력’과 함께 ‘학교’ 간판을 가진 학력 자본의 소유자를 꼽는다.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정기적으로 체력을 단련하는 남성일수록 자본주의적 생산 능력이 좋다는 것이 근대 세계의 통념이다. 구미 남성이 마치 중산계층의 표시처럼 조깅을 하고 몸을 만드는 것도 이런 까닭일 수 있다. 동유럽이나 중남미에서도 ‘근육이 없는 남성’은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명문대 졸업생’과 ‘엘리트 대기업 사원’이라면 그 정도의 (체력적으로 떨어지는)결함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심지어 근육질형 남성보다는 밤을 새면서 잔업을 하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남성이 ‘철인’ 소리를 듣는다. 저자는 ‘경제력’이 최우선인 한국 남성상 속에 서로 무관해보이는 ‘훈련주의’가 묘하게 녹아 있다는 데에 흥미를 느끼며 한국 남성상의 계보를 캐낸다. 학창시절에서 군복무, 직장생활에 이르는 기간동안 거듭되는 훈련으로 한국 남성들에게 ‘훈련주의’는 일상이다. 군대에 다시 끌려가는 것을 ‘악몽’이라고 하면서도, 남자라면 군대에 갔다와야 한다거나 군대 경험담을 늘어놓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해병대 캠프에서 극기훈련을 받기도 한다. 이런 ‘이중적 모습’이 어떻게 익숙해진 것일까. 저자는 이 원인을 1890∼1900년대에 진행된 급격한 변화에서 찾는다. 퇴계, 율곡 등으로 대표되는 유교적 전통사회의 남성상은 보통 ‘부드럽고 온화한’ 모습이었지만, 19세기 말 나라가 위태로워지면서 ‘몸의 훈련’이 사회 전반에 중요한 기본으로 인식됐다는 것이다. 전통사회에서 사대부를 비롯한 선비들은 비상한 학습 능력으로 어른들을 놀라게 하고, 고상한 몸가짐을 갖춘 이들을 대장부라 불렀다. 세상의 부조리에 화를 내는 비분강개의 정신을 갖췄지만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폭력 행사라는 것은 ‘상것’들이나 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나라의 존립이 위협받으면서 선비들도 행동을 요구받게 됐다. ●미래 남성상은 ‘배려’와 ‘돌봄’ 1904년 러·일전쟁 발발 후 일본의 한반도 점령이 가시화되자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일간지들이 새로운 남성상을 강조하면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켰다. ‘제국신문’은 부국강병, 식산흥업(殖産興業) 등의 담론을 전개했고, 학회지 ‘서우’는 강장(强壯) 활발한 남성을 국가 융성의 기본으로 보며 고정란의 상당부분을 ‘체육 장려’에 할애했다. 급진적 민족지 ‘대한매일신보’의 편집자 박은식은 잡지 기고에서 “문사를 익히고 무예를 배우는…방법이 실로 활동적이요…감히 동작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니 이렇게 하고서야 어떻게 몸을 기를 수 있단 말인가.”라며 새로운 남성적 국민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민적 체력을 독립과 근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은, 소위 ‘신체적 민족주의’는 운동장에서 더욱 공고해진다. 운동회, 체조, 군사 훈련 등을 애국적이고 심신건전한 국민이 되는 핵심 과정이라 여기면서, 운동장에서 몸을 지속적으로 훈련하고 정해진 규율을 정확히 수행하는 이상적 남성상이 길러졌다. 이 분위기는 유럽 열강에서 들어온 스포츠 문화와 만나 더욱 확산된다. 1890~1900년대 남성상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던 저자는 ‘한국의 남성상의 지향점은 어디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박정희 시대의 ‘체력 단련을 위해 노력하는 국민’, 재벌 시대의 ‘수출 전사’, 2000년대 ‘웰빙족’까지 당대의 남성상을 언급한 저자는 이를 대신할 미래의 남성상으로 ‘배려’와 ‘돌봄’을 할 줄 아는 남성을 제안한다. 가족 안에서는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고, 사회에서는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과감히 자신을 던지면서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 애쓰는, 폭넓은 의미의 ‘배려’와 ‘돌봄’이다. 1만 29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홀로 배타고 세계일주’ 성공한 17세 소년

    홀로 배를 타고 세계 일주에 성공한 최연소 소년이 세계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영국에 사는 17세 소년인 마이크 퍼햄은 2008년 11월 포츠머스를 출발해 지난 27일 남서부의 콘월항구로 돌아왔다. 9개월간 퍼햄이 여행한 거리는 총 4만 5000㎞에 달한다. 그는 지난 7월 홀로 세계 일주에 성공해 화제를 모은 미국의 자크 선더랜드와 동갑이지만, 선더랜드보다 늦게 태어난 덕분에 ‘최연소 홀로 세계일주 성공’의 타이틀을 가지게 됐다. 비슷한 시기에 항해를 나선 두 사람은 퍼햄이 보트 정비를 하려고 남아프리카에 잠시 머물던 때에 조우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업의 후원을 받아 약 15m 길이의 레이싱 요트를 타고 세계를 여행한 그는 9개월간의 일정을 빠짐없이 블로그에 담았다. 그의 블로그에는 여행 내내 냉동음식만 먹어서 ‘뜻하지 않은 다이어트’를 하게 된 것과, 예상하지 못했던 각종 에피소드들이 빼곡하게 담겨져 있다. 그는 “더 오랫동안, 더 많은 모험을 하고 싶었지만 가족이 보고 싶은 마음은 참기가 어려웠다.”면서 “또 다른 새로운 여행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네스협회 기록관인 아마릴리스 에스피노자는 퍼햄의 여행 과정을 빠짐없이 살핀 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홀로 세계일주 항해에 성공한 가장 어린 사람이 확실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문화마당] 개성있는 호(號)를 지어보자/양세욱 한양대 중문과 교수

    [문화마당] 개성있는 호(號)를 지어보자/양세욱 한양대 중문과 교수

    우리는 일생 동안 여러 이름을 가질 수 있었다. 태어나서는 아명(兒名)을, 성인식(남자의 경우 관을 쓰는 관례, 여자의 경우 비녀를 꽂는 계례)을 치르고 나서는 자(字)를 지어 불렀다.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이라면 사후에 생전의 행적을 참작하여 나라에서 시호(諡號)를 내려주었다. 물론 이런 이름들은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 출생 전 태아를 부르는 이름인 태명(胎名)처럼 예전에는 좀처럼 쓰이지 않던 이름이 유행하는 일도 있다. 이런 이름들 외에 누구나 허물없이 부를 수 있는 이름이 호(號)다. 한호, 이황, 이이 등은 석봉(石峯), 퇴계(退溪), 율곡(栗谷)이라는 호가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다산(茶山) 정약용, 연암(燕巖) 박지원, 춘원(春園) 이광수처럼 호와 성명이 병칭되는 일도 흔하다. 금호(錦湖) 박인천, 아산(峨山) 정주영, 호암(湖巖) 이병철, 연강(蓮崗) 박두병, 성곡(省谷) 김성곤처럼 창업주의 호가 그룹명이나 그룹 산하 재단의 이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넓게 보면 수계식이나 세례식 때 받는 법명이나 세례명, 연예인이나 문예계 인사들이 즐겨 쓰는 예명이나 필명도 호의 한 갈래다. 인터넷 문화의 산물인 ID까지 호의 변화된 형태라 할 수 있다. 호를 짓고 부르는 문화는 이만큼이나 보편적이다. 지난주에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은 전남 신안군 하의면 후광(後廣)리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 고향마을 이름은 그대로 김 전 대통령의 호가 되었다. 사실 출생하였거나 인연이 있는 곳의 지명을 호로 삼는 것은 호를 짓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전북 고창군 부안면 인촌(仁村)이 고향인 김성수의 호는 인촌, 서울 도동 우수현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이승만의 호는 ‘우수현 남쪽’이라는 뜻의 우남(雩南)이다.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 등도 인연이 있는 곳의 지명을 호로 삼았다. 호는 때로 지어 부르는 이의 인생관과 지향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노자’의 한 대목을 딴 여유당(與猶堂)이라는 호에는 숱한 고초를 겪고 난 뒤 인생을 경계하며 살겠다는 정약용의 결심이 엿보이고, 백정의 백(白)과 범인의 범(凡)을 딴 백범은 김구 자신의 말처럼 “가장 미천한 사람까지 모두 나와 함께 애국심을 가져야겠다는 것이 나의 소원임을 표시한 것”이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공약 이행의 차원에서 부동산 등 재산 330여억원을 출연해 장학과 복지사업을 위한 ‘청계재단’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계(淸溪)는 바로 이 대통령의 호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일송(一松)이던 호를 청계로 바꾸었다. 1970년대 현대건설 사장의 신분으로 세워 올렸던 청계고가를 한 세대가 지난 뒤 서울시장의 신분으로 걷어낸 인연이 각별한 때문이다. ‘한 그루 소나무’라는 뜻의 일송이 지조와 소신을 상징하기는 하나 너무 외롭다는 주변의 권고가 주효했다는 후문이다. 호는 스스로 지을 수도 있고 은사나 벗이 지어줄 수도 있다. 한 가지 호를 쓰기보다는 처소에 따라 처지에 따라 다양한 호를 바꾸어 쓰는 일이 흔하다. 완당(阮堂), 추사(秋史), 예당(禮堂), 시암(詩庵) 등 200여개의 호를 사용했던 김정희가 대표적일 것이다. 한자만 사용해야 되는 것도 아니다. 한힌샘 주시경, 가람 이병기, 외솔 최현배, 늘봄 전영택, 한뫼 안호상, 쇠귀 신영복처럼 멋진 한글 호를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 생각해 보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주어지는 다른 이름들과 달리 호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자신의 개성과 지향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호칭이다. 직업 작명가들이 사주·음양·오행·원리에 따라 지어준 이름을 평생 써야 하는 일이 드물지 않은 사정임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호를 복고 취향을 가진 인사들의 한가한 취미나 정재계나 문예계 등 특수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의 전유물로 여겨둘 수 없는 까닭이다. 양세욱 한양대 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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