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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 학대의 민낯…가해자 절반이 아들·딸

    노인 학대의 민낯…가해자 절반이 아들·딸

    가해자 아들>배우자>딸 順 ‘정서적 학대’ 40%로 최다효(孝)를 중요한 가치로 삼았던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8일 어버이날을 맞아 노인학대 현황을 분석해 보니 학대 가해자가 아들딸 등 자식인 비율이 절반에 육박했다. 노인학대 신고 건수도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발간한 ‘2016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전국 29개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 2009건이었다. 이 가운데 사법기관 등에서 노인학대 사례로 판정받은 건수는 35.6%인 4280건으로 집계됐다. 2015년과 비교해 12.1% 늘었다.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쉬쉬하며 숨기는 사례까지 더하면 실제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인학대 유형은 정서적 학대가 40.1%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학대(31.3%), 방임(11.4%) 등의 순이었다. 피해자를 성별로 구분해 보니 남성 1187명(27.7%), 여성 3093명(72.3%)으로 여성 노인이 훨씬 많았다. 연령별로는 60대 802명(18.8%), 70대 1830명(42.8%), 80대 1380명(32.3%) 등이었다. 세심하게 돌봐야 할 치매 환자가 오히려 학대당할 위험이 컸다. 전체 피해노인 중 치매가 의심되거나 진단을 받은 비율이 26.0%였다. 학대 가해자는 4637명이었다. 피해노인은 1명이지만 학대 행위자는 2명 이상일 수 있어 가해자가 더 많은 것이다. 가해자의 성별은 남성 3113명(67.1%), 여성 1524명(32.9%)이었다. 분석 결과 가해자의 절반은 자식이었다. 특히 아들이 가해자 10명 중 4명꼴로 많았다. 학대 행위자는 아들이 1729명(37.3%), 배우자 952명(20.5%), 딸 475명(10.2%), 노인복지시설 종사자 392명(8.5%) 등의 순으로 많았다. 아들, 딸, 배우자, 며느리, 사위, 손자·녀, 친척 등 친족이 학대 행위자인 경우가 3502명(75.5%)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가해자가 배우자인 비율도 전년보다 46.0% 급증했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노인이 노인을 학대하는 ‘노·노 학대’도 크게 늘었다. 전체 노인학대 중 60세 이상인 고령자가 고령자를 학대하는 사례는 2026건(47.3%)으로 전년 대비 16.9% 늘었다. 2012년과 비교하면 54.2% 증가했다. 노·노 학대 가해자는 배우자(45.7%)가 가장 많았다. 노인학대 발생 장소는 88.8%가 가정이었고 요양원 등 생활시설(5.6%), 공공장소(2.2%), 병원(0.6%) 등이 뒤를 이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월드피플+] 늑대들에게 길러진 ‘현실판 모글리’… “다시 돌아가고파”

    [월드피플+] 늑대들에게 길러진 ‘현실판 모글리’… “다시 돌아가고파”

    한때 늑대들에게 키워져 ‘현실판 모글리’로 불렸던 스페인의 한 70대 노인이 인간 사회로 돌아온 뒤 자신의 삶은 실패했다면서 다시 늑대들과 살고 싶다고 밝혔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최근 ‘스페인 시에라모레나산맥의 모글리’로 불린 마르코스 로드리게스 판토하(72)의 근황을 전했다. 현재 로드리게스는 갈리시아주(州) 작은 마을 란테의 작은 집에서 얼마 안 되는 연금을 받으며 살고 있다. 현지 시민단체는 그가 좀 더 좋은 집에서 지낼 수 있도록 기부금을 모으고 있다. 그는 자신이 과거 집이라고 생각했던 동굴을 벗어난 뒤부터 삶은 돌아갈 수 없는 내리막길로 들어섰다면서 사람들에게 사기와 학대까지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날들은 늑대들과 함께 살 때였다면서 동굴에 있던 박쥐와 뱀 등의 동물 소리는 여전히 흉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스는 3살 때 어머니가 동생을 낳던 중 사망하면서 아버지와 살게됐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를 학대했고 결국에는 다른 여성과 살려고 그를 버리고 떠났다. 이후 그는 한 양치기 노인에게 보내져 살았으나 결국 배고픔에 산속을 헤매다 만난 것이 바로 늑대 무리였다. 놀라운 것은 어미 늑대가 어린 그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인간에게 버림받은 그가 ‘짐승’인 늑대에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는 과거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어미 늑대는 새끼들을 먹인 뒤 내게 고기 한 덩이를 줬다. 난 어미가 공격할 줄 알고 고기를 건드리지 않았지만 코를 사용해 내게 고기를 내밀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어미는 혀를 내밀어 나를 핥기 시작했다. 그후 난 늑대 가족의 일원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후 그는 19세가 될 때까지 12년간 늑대 가족과 살았지만 결국 이별의 순간이 찾아왔다. 우연히 사람들에게 발견돼 늑대무리로부터 구조 아닌 구조가 된 것이다. 그때 그의 모습은 반쯤 헐벗은 채 맨발로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경계해 으르렁거리는 소리만 낼뿐이었다. 그러나 인간 세상으로 돌아온 것은 그의 삶에서 가장 무서운 경험이었다. 그는 처음에 보육원으로 보내졌고 수녀들은 그에게 똑바로 걷고 식탁에 앉아 식사하는 법을 가르쳤다. 또 그는 오랫동안 맨발로 돌아다닌 탓에 발에 굳은살이 심했다. 로드리게스는 “눈이 쌓여 발이 추울 때만 발을 감쌌다”면서 “발에 굳은살이 크게 박혀 바위를 발로 차도 공을 차는 것처럼 아프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신발을 신기 위해 굳은살을 제거했고 그 때문에 걸을 수 없어 한동안 휠체어 신세를 져야 했다. 그리고 처음 이발소에 갔을 때는 이발사가 면도날을 들이밀자 자신을 헤치려는 줄로 착각해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인간 세상에 적응하는 데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바로 소음이었다. 자동차는 물론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길을 걷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또한 그는 침대에서 자는 것을 두고 수녀들과 다퉜다. 그리고 마침내 처음 집을 빌렸을 때 잡지와 담요 더미 위에서 잠을 청했다. 그는 자신이 살았던 산으로 되돌아가려고 여러차례 시도했다. 하지만 그곳은 자신이 기억하던 것과 매우 달라져 있었다. 자신이 머물렀던 동굴은 사라졌고 작은 집들이 늘어섰다. 또 그는 늑대들과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탓에 형제처럼 지냈던 늑대들은 그를 받아들이는 대신 거리를 뒀다. 하지만 이후 그는 늑대들과 만남을 이어가면서 다시 예전처럼 지낼 수 있게 됐고 그 모습은 현지 방송을 통해 전해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인사]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고위공무원 전보△고용식품의약정책관 박종필 ■국방부 ◇고위공무원 승진△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교육파견 이영빈◇과장급△계획예산관실 인력운영예산담당관 신태복 ■행정안전부◇ 국장급 임용△부산광역시 기획관리실장 이병진 ■보건복지부◇과장급 승진 및 전보△감사관실 복지급여조사담당관 민영신△보건의료정책실 질병정책과장 김기남△건강보험정책국 보험평가과장 홍정기△건강정책국 건강정책과장 이재용△건강정책국 건강증진과장 정영기△보건산업정책국 보건산업정책과장 임숙영△사회복지정책실 복지정책과장 배금주△사회복지정책실 기초생활보장과장 노정훈△사회복지정책실 지역복지과장 양동교△장애인정책국 장애인정책과장 이상진△장애인정책국 장애인서비스과장 성재경△사회보장위원회사무국 사회보장총괄과장 김혜선△인구정책실 노인정책과장 강민규△인구정책실 요양보험제도과장 최종희△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과장 변효순 △질병관리본부 연구기획과장 이영재△국립부곡병원 서무과장 송병일 ■환경부 ◇국장급 승진△정책기획관 금한승◇과장급 전보△기획조정실 기획재정담당관 오일영△대기환경정책관실 대기환경과장 이주창△대기환경정책관실 교통환경과장 이형섭△기후변화정책관실 기후경제과장 김정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장 이윤수 ■관세청 ◇고위공무원 가급 전보△차장 노석환△인천세관장 조훈구 ■기상청 ◇고위공무원단 교육 파견△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고위정책과정 장동언◇3급 교육 파견△국립외교원 글로벌리더십과정 권오웅◇4급 교육 파견△세종연구소 국가전략연수과정 박경희 ■이데일리 △KG써닝라이프 써닝리더십센터 연수원장 겸 이데일리 콘텐츠전략실장(상무) 남궁덕 ■강릉원주대 △교학부총장 겸 교무처장 박덕영△원주캠퍼스부총장 전병국△학생처장 이상민△기획협력처장 최성범△대학원장 윤병집△산학협력단장 하태권△정보전산원장 박성욱△평생교육원장 안동완△나눔문화센터장 박세희△경영정책과학대학원장 임동일△언론원장 장승욱 ■국가핵융합연구소 △선임단장 오영국△선행기술연구센터장 김양수△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장 윤정식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단·부장급△감사부장 임동욱◇실·팀장급△감사팀장 박근우 ■경기대 ◇학장△휴먼인재융합대학 이경영△지식정보서비스대학 홍봉규△융합과학대학 이재권△창의공과대학 최병정
  • [단독]자발적으로 스프링클러 설치 나주요양병원은 모두 살렸다

    [단독]자발적으로 스프링클러 설치 나주요양병원은 모두 살렸다

    설치 대상 아닌데도 안전 챙겨 자정 직전 불에도 239명 대피 경남 밀양 세종병원 참사를 계기로 건물 면적에 관계없이 모든 의료기관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를 뒷받침하듯 서울신문이 최근 발생한 의료기관 대형 화재 3건을 분석한 결과 건축주가 스프링클러를 설치한 곳은 사상자가 한 명도 없었지만, 이를 갖추지 않은 곳은 다수의 사망자가 생겨난 것으로 확인됐다.28일 경찰 조사와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 연구팀의 ‘노인요양시설의 화재안전에 관한 제도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 등에 따르면 2010년 11월 화재가 발생한 경북 포항 인덕요양센터와 2014년 5월 전남 장성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 세종병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 4월 화재가 난 전남 나주의 나주요양병원은 건축주가 자발적으로 설치한 스프링클러 덕분에 단 한 명의 피해자도 없었다.인덕요양센터 화재 참사는 부실한 제도가 빚은 전형적 인재(人災)였다. 화재를 40분 만에 진화했지만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 10명이 모두 1층에서 사망했다. 소방시설은 소화기뿐이었고 소방안전 관리자도 없었다. 이 사고 뒤 정부는 24시간 숙식을 제공하는 노인·장애인 요양시설에 간이스프링클러 설비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효사랑요양병원에서는 불과 2분 만에 초기 진화를 마쳤지만 출입구와 비상구에 잠금장치를 채운 데다가 환자 대부분이 치매 등으로 기력이 쇠해 21명이 사망했다. 스프링클러도 없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새로 짓는 요양병원(바닥 면적 600㎡ 이상)에는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세종병원은 연면적 1489㎡ 규모로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미국의 경우 병원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의료기관에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한다. 전남 나주요양병원은 두 사례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오후 11시 49분 4층 휴게실 전기매트 과열로 불이 났지만 즉각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소방대 도착 전 화재를 진압했다. 열감지기가 작동해 바로 경보음이 울렸고 야간 근무자 22명이 노인 217명을 대피시켰다. 연구팀은 “이 병원은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었지만 건축주가 스스로 시설을 설치했다”면서 “병원 측의 철저한 안전 의식이 대형 참사를 막았다”고 평가했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환자들이 모여 있는 병원은 면적에 관계없이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일반 병원의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을) 어느 면적까지 축소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박마루 서울시의원 ‘실내 공기질 관리방안 정책토론회’ 개최

    박마루 서울시의원 ‘실내 공기질 관리방안 정책토론회’ 개최

    서울시의회 박마루 의원은 25일 오후 3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제2대회의실에서 ‘서울시 실내공기질 관리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 토론회는 서울시의회가 주최하고 박마루 의원실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공동주관한다. 이번 토론회는 올들어 세 차례나 미세먼지 비상조치가 발령되고, 차량 2부제와 출퇴근 시 대중교통요금 무료 이용 등 다양한 미세먼지 저감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관심이 소홀했던 ‘실내공기질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고, 효율적 관리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마루 의원은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 서울시의 어린이집 공기청정기 설치ㆍ보급 사업 예산 편성에 대해 “미세먼지 문제 해소를 위해 공기청정기 보급에는 동의하지만, 기존에 설치된 냉난방기 관리 실태부터 파악하고, 매뉴얼을 마련해 기본적인 관리부터 한 후에 새로운 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실내 공기질 관리의 효과성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 후 박 의원은 실내공기질 관리에 관심을 갖고 서울시 관계공무원 및 전문가와 여러 차례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를 통해 박 의원은 어린이집, 산후조리원, 노인요양시설, 의료기관 등 민감계층 이용시설의 실내공기 오염도가 전체 다중이용시설 오염도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장애인시설의 경우 실내공기 측정 의무 제외 대상시설로 분류되어 이용자들이 실내공기 오염에 노출될 수 있다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민감·취약시설에 대한 실내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토론회를 준비하게 된 것이다. 이번 토론회를 주관하는 박 의원은 “그동안 실외 미세먼지가 심각한 이슈로 대두되어 그에 대한 대책 마련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었다. 그러나 실외 미세먼지가 실내로 유입되거나 냉난방기기에 누적되어 있던 각종 세균 및 유해물질이 다시 실내로 배출되면 건강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실외 미세먼지 못지않게 실내 공기질 관리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체기능과 면역력이 떨어지는 취약계층이 장시간 생활하는 시설의 경우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특히,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요양시설 및 장애인시설과 그 이용자의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이에 맞춰 효율적인 활용이 가능한 관리 매뉴얼의 개발 및 보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이번 토론회는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실내공기질 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환경오염에 취약한 어린이·노인·환자·장애인 등이 이용하는 시설의 실내공기질 관리 실태를 분석해 효율적인 관리 방안을 도출해 내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 의원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취약계층 이용시설의 실내공기질 관리에 관한 내용을 담은 「서울시 환경 기본조례 일부개정조례안」과 「서울시교육청 학교 실내 공기질 개선 및 유지·관리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번 토론회는 정권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장이 좌장을 맡고,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보건환경융합과학부 교수가 주제발표를 맡으며, 박찬정 ㈜코웨이 상무, 원영재 클린아시아 대표, 강동화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 교수, 이은영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 대표, 김혜정 서울시 보육담당관, 신대현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기후대기과장, 이진임 서울시 교육청 체육건강과 학교보건팀장이 토론자로 참석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죽은 유기견 개소주 만들려던 노인들에게 ‘경범죄’ 적용

    대낮 도심의 한 여자중학교 인근 공터에서 죽은 개를 잔인하게 토막 내 개소주를 만들려다 입건된 70대 노인들에게 경찰이 고심 끝에 ‘경범죄’를 적용하기로 했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A(71)씨와 B(77)씨의 죄명을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변경해 검찰로 넘길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지난해 11월 29일 정오쯤 인천시 계양구에 한 여중 인근 공터에서 죽은 개의 겉을 태우고 토막 낸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여중생들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범행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A씨 등을 붙잡았다. A씨 등은 이웃 주민 C(71·여)씨로부터 “죽은 개를 좀 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개를 토막 낼 당시 현장에 없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C씨는 범행 며칠 전 자신이 일하는 식당 창고에서 죽어 있던 개를 발견, 개소주를 만들기 위해 A씨 등에게 이러한 부탁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당초 개 주인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들에게 ‘점유이탈물횡령죄’를 적용했으나, 수사 결과 주인이 없는 유기견으로 결론지었다. 대신 민법상 동물은 물건으로 분류돼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했다. 경범죄처벌법 제1조 11항은 담배꽁초,껌,휴지,쓰레기,죽은 짐승,그 밖의 더러운 물건이나 못쓰게 된 물건을 함부로 아무 곳에나 버리다 적발될 경우 1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 처분을 받게 된다.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점유이탈물횡령죄 보다 훨씬 약한 처분이다. 노인들의 범행은 한 여중생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제발 동물 학대 처벌을 강화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큰 공분을 샀다. 이 청원에는 지난 달 29일까지 5만 3666명이 참여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檢, 미성년자 납치 살인범 최대 사형 구형

    檢, 미성년자 납치 살인범 최대 사형 구형

    살인죄 심신미약으로 감경 없어 ‘묻지마 살인’도 형량 높아질 듯 검찰이 살인, 강간살해 등 인명 경시 성향이 강한 범죄에 대해 최대 사형까지 구형하는 등 구형량을 대폭 높인다. 아동, 노인, 장애인, 여성 등 약자를 상대로 한 범행 구형량도 지금보다 높아진다. 음주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르면 ‘심신미약’으로 범행 의도가 분명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봐주던 관례도 줄어들 전망이다.대검찰청은 1일 살인 범죄자의 법정 구형량을 대폭 상향한 ‘살인범죄 처리기준 합리화 방안’을 전국 검찰청에서 시행한다고 밝혔다.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는 살인 등 강력범죄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국민 법 감정을 고려한 행보다. 앞서 2008년 초등학생을 납치, 성폭행해 신체 일부를 불구로 만든 범죄를 저지른 조두순이 12년형을 선고받고 2020년 12월 출소를 앞두었다는 소식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대검은 미성년자를 납치해 살인하거나 성폭행한 뒤 살해하는 경우 무기징역을 구형 기준으로 삼는 등 강력범죄가 결합한 사건에 대해 지금보다 구형량을 높이는 쪽으로 새 구형 기준을 설계했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 금전적 이익을 노린 계획범죄나 보복, 우발적 범죄인 ‘묻지마 살인’ 역시 형을 가중해 구형할 대상 범죄로 삼았다. 대검은 또 ‘취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변명이 통할 수 없도록 음주 상태를 심신미약으로 참작하지 않기로 했다.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은 조두순이 형을 감형받은 결정적 이유였었다. 반면 대검은 피해자의 귀책사유가 인정되면 구형량을 감경하기로 했다. 긴 세월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피해자가 살인을 저지른 경우이거나 지속적으로 학대당한 아동이 절박한 상황에 몰려 살인을 저지르게 된 경우 등이다. 대검 관계자는 “외국 구형 기준 등을 1년 동안 연구해 새 구형 기준을 마련했다”면서 “엄정한 구형으로 살인 범죄자에게 경종을 울려 범죄예방 효과를 높이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가난 포르노 (최고나)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가난 포르노 (최고나)

    무대 쪽방촌 느낌의 골방. 원근감을 주기 위해 사선으로 놓인 방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관객석에서 앞쪽 방은 들어찰 곳 없이 빽빽한 쓰레기(보기에 따라서 생활용품으로 보일 수도 있다)가 들어차 있으며 몸 하나 간신히 뉘일 정도로 좁은 공간이 쌓아 놓은 물건들을 중심으로 둥그렇다. 그 옆방은 그에 비해 제법 집의 형태를 갖추었다. 티브이도 있고 버너도 있고 조그만 냉장고와 작은 침대도 있다. 앞쪽 방 위쪽으로 CCTV가 연결되어 있다. 그 화면은 뒷방 티브이를 통해 볼 수 있다.남자, 휴대폰을 귀에 대고 옆집을 살피는 듯 창밖을 힐끔 본다. 남 (통화 중) 모르긴 해도 강남에 빌딩 두어 채는 가지고 있을 거라니까. 구라 아니야. 몇 달간 이 몸이 뭐빠지게 고생해서 알아낸 거지. 원래 있는 사람들이 지 꺼 꽉 쥐고 안 쓰잖아. 그 할매 골골거리는 꼴이 길어봐야 두 달이야, 두 달. 두 달 후면 여기 청산하고 우리 가족 넷이서 알콩달콩…. 만삭의 여, 양손 가득 짐을 가지고 들어선다. 손이 모자라 휴대폰은 어깨로 귀에 댄 채다. 여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 남 얘기 다 끝났잖아. 나도 좋아서 이러는 거 아니거든? 그냥 우리 지금은(여자의 배 내려다 보며) 알콩이랑 달콩이만 생각하자. 여 알콩하고 달콩한 그 기간이 두 달 남았다는 건 확실한 사실이구? 남 그럼! 당연하지! 여 (짐 내려놓고) 당연은 무슨! 지금 상황만 봐도 그래. 너랑 나랑 아침부터 저녁까지 죽어라 살펴봐도 삼시세끼 꼬박 챙겨 드셔, 새벽기도 빠짐없이 참석하셔, 아침마다 정정하게 일 나가셔,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너랑 알콩달콩인데? 남 너 오빠, 못 믿어? 여 응. (사이) 그러다 천수해로 하면 어쩌려고? 남 확실하다니까. 걷는 폼이 골골한 게 먹는 약도 확연히 늘어났고, 새벽에 잔기침도 엄청나게 심해졌어. 길어봐야 올해 설까지야. 여 그래도…. 남 (여자의 말 막으며) 어쩔 수 없잖아. 여 (흘겨보며 짐 내민다) 이거나 받아. 남 (물건 받아들며) 이게 뭐야? 생활비도 없다면서. 여 복지관에서. 겨울이라고 이것저것 챙겨주네. 확실히 강남이 좋긴 좋아. 나눠주는 것부터가 격이 달라. 쌀 하나를 줘도 꼭 이천 쌀만 준다니까. 남, 문 옆으로 쌀가마니랑 받아 온 물건들을 차곡차곡 쌓아 놓는다. 여, 봉투 안을 뒤적거리다 과자 봉지를 꺼내든다. 여 (과자를 우적거리며 바닥 짚는다) 아직 한 겨울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바닥이 냉골이네. 남 수도관 동파가 올해는 좀 빨리 됐어. 그래도 나는 여기 몇 년 살았다고 금방 적응되는 거 있지. (걱정스러운) 자기, 많이 불편해? 여 아냐. 나도 전에 살던 고시원보단 백밴 나은데 뭐. 거긴 주방을 공동으로 썼는데, 꼭 내가 사놓은 김치만 훔쳐가던 놈이 있었어. 의심 가는 놈이 있긴 한데 확실하게 단정은 못 짓겠구. 그렇다구 무턱대고 범인으로 몰수도 없고. 그래서 나중엔 김치를 아예 안 샀었지. 자기, 김치 없는 라면 먹어 봤어? 진짜 (고개를 저으며) 사람이 할 짓이 못 돼. 남 그 자식은? 가만 뒀어? 여 가만 두긴. 나중에 여자 속옷 훔치다가 덜미 잡혀서 개망신 당하고 쫓겨났어.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남 미친놈이네. (침대 가리키며) 자기야, 여기 앉아. 여긴 좀 나을 거야. 여 (침대 위로 올라간다.) 할머닌 괜찮을까? 뜨거운 물은 고사하고 입 안에서 김이 나와. (호호 불며) 자기야, 이거 보여? 남 (옷장을 뒤적거려 커다란 점퍼를 뺀다. 이때 짐이 쏟아져 문 앞에 약간의 옷들이 쌓이게 된다. 자신도 입고 여자에게도 두꺼운 점퍼 하나를 건넨다) 이거 입어. 괜히 감기 걸리지 말구. 여 (점퍼를 입으며 침대 위 이불 안으로 들어간다.) 내가 워낙 건강 체질이라 웬만한 추위에는 꿈쩍도 안 하는데 자기랑 살림 합치고부터 몸이 약해졌어. 임신 때문인가 아침부터 삭신도 쑤시고 목도 아프고 머리도 지끈거리는 게 조만간 감기가 올 것 같아. 남 (버럭) 감기? 그러게 독감예방접종 하랬잖아! 여 삼만 팔천 원이야. 그걸 어떻게 맞아? 남 그러다 약값이 더 나는 거 몰라? 그깟 돈 몇 푼 아끼려다가 병원비, 약값 더 나가는 거라고! 진짜 짜증 나게! (바닥에 쌓인 비닐봉지를 걷어찬다) 여 야! 남 뭐! 여 너 지금 뭐 하는 짓거리냐? 남 짓거리? 짓거리? 다시 한번 말해 봐. 남편한테 짓거리? 여 그래. 짓거리라 했다. 남 말하는 본새하곤. 그러니까 네가 어디 가서 고등학교 중퇴자란 소릴 듣는 거야. 여 고졸인 넌 뭐 얼마나 그렇게 대단한데? 남 이거 왜 이래? 나 전문대까지 휴학했어. 너하곤 완전 급이 달라. 이번에 네가 임신만 안 했어도 나 학교 복학했다. 여 얼씨구? 등록금은 있냐? 남 …. 까짓것 벌면 되지. 여 (코웃음 친다) 퍽이나 벌겠다? 지 앞가림도 제대로 못 하는 게. 남 으이구! (자신의 머리 때리며) 그날 밤 내가 왜 술을 마셨는지 그날 밤이 내 인생 천추의 한이다, 한! 이래서 몸 굴리는 애들하곤 함부로 노는 게 아닌데. 여 (벌떡 일어나 노려본다) 그 몸은 나 혼자 굴렀냐? 애는 나 혼자 만들었고? 한 번만 자달라고 졸라 될 땐 언제고. (배 만지며) 알콩아, 달콩아, 봤지? 네 아빠가 저렇게 병신 같은 놈이란다. 남 (애써 누르며) 됐다, 됐어. 말을 말자, 말을 말아. 내가 저 고등학교도 못 나온 년이랑 무슨 얘길 하냐? 남, 옷을 추려 입고 밖을 나가려는데, 기계음이 들린다. 기계음 김복임 할머니가 들어오셨습니다. (기계음은 내내 남과 여의 집에서만 들린다) 여, 재빠르게 리모컨 집어 티브이를 켠다. 남, 언제 그랬냐는 듯 잽싸게 달려와 티브이 앞에 선다. 티브이 화면 가득 노파의 집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 (티브이 화면에서 시선 떼지 않는다. 언제 싸웠냐는 듯) 다리를 절고 있네. 남 (티브이 화면에서 시선 떼지 않는다. 언제 싸웠냐는 듯) 빙판길에 넘어졌나? 노파, 문을 열고 들어선다. 머리 위에 짐을 얹고 양손에도 한 가득 짐을 들고 있다. 다리를 절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여 (티브이 화면에서 시선 떼지 않는다.) 양 손에 짐이 한 가득이야. 남 (티브이 화면에서 시선 떼지 않는다.) 어디 폐지 같은 거나 주워 오는 거지. 남, 눈치 보며 슬금슬금 여의 옆으로 다가가 앉는다. 여, 기다렸다는 듯 남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과자를 우적거리며 영화 감상하듯 나란히 모니터에 집중하는 두 사람 여 저런 건 도대체 어디에서 줍는 거야? 남 아파트 쓰레기통, 상가 앞, 식당 뒤, 구석구석 뒤지겠지. 여 저게 진짜 돈이 될까? 남 진종일 쌔빠지게 고생하면 끽해야 하루 5천 원 정도? 여 그렇게나 적어? 남 몸만 죽어나는 거지. 노파, 가져온 물건들을 겹겹이 쌓아 올린다. 금방이라도 쌓인 물건들이 넘어질 듯 위태하다. (혹은 넘어져도 무방하다) 여 저러다 정말 큰일 나시겠다. 쓰러지면 어쩌려고. 남 저런 게 바로 궁상이야. 사는 거 자체가 민폐 인생. 여 너무 그러지 마. 찾아오는 가족도 없다는데 안 됐잖아. 남 아들이 하나 있긴 한데 연 끊은 지 꽤나 된 거 같아. 여 하나밖에 없는 자식새끼, 금이야 옥이야 길렀는데 머리 커서 귀찮다고 외면하고? 남 뻔한 스토리지. 여 사람들은 왜 늘 뻔한 것에 속는 걸까? 남 견디려고 그러는 거지. 그래야 견딜 수 있거든. 여 그래서 수집하나? 헛헛한 마음을 물건으로. 남 마음이 물건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그 생각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거야? 여 오빠. 남 응? 여 난 저렇게 살기 싫어. 남 (여자의 배 쓰다듬으며) 내 자식도 저렇게는 살면 안 돼. 천장에서 쿵쿵쿵 하는 소리가 들린다. 여 (하늘 올려보며 남자의 곁으로 바짝 붙는다) 뭐지? 남 저놈의 쥐새끼들. 여 쥐야? 남 사람 없을 땐 내내 조용하다가 꼭 들어오면 저 난리지. (둘러보다 빗자루를 집어 천장을 하늘로 쿵쿵 찌르면 이내 조용해진다) 조용히 해, 새끼들아! 여 (번뜩 뭔가 생각난 듯 남자의 빗자루를 빼앗는다) 오빠, 줘 봐. (천장 환기구를 열어 그 안을 기웃거린다.) 남 뭐해? 여 (이내 뭔가를 손에 쥐고 내려온다) 잡았다! 남 (여자에게 멀찍이 떨어지며) 잡았다구? 쥐를? 여 (의기양양) 응. 남 뭐하려고? 여 할머니 갖다 주게. 남할머닐? 여 적을 알고 나를 알면 그때부터 백전백승! 게임 끝이야. 여, 남자가 말릴 새도 없이 후다닥 밖으로 나간다. 남 야! 자기야! 여, 어느새 옆집으로 넘어갔다. 노파 집 대문을 두드린다. 남, 티브이를 통해 그 모습을 지켜본다. 여 할머니! 노파 목소리 뉘슈? 여 저어, 옆집인데요. 잠깐 문 좀 열어주실래요? 노파, 절룩거리며 느리게 현관 앞을 걸어간다. 기계음 김복임 할머니가 외출하셨습니다. 노파 (문 살짝 열고 고개만 삐죽 내민다. 경계하는 느낌이다.) 뭔디 그랴? 여 수도관이 동파 돼서 걱정 돼서 한 번 와봤어요. 많이 추우시죠? 노파 겨울인디 추운 건 당연하지. 여 그래서! (쥐 내밀며) 이거라도 가지고 계시라고요. 만져보세요. 노파 (떠밀리듯 받아들며) 이게 뭔디? 여 쥐요. 노파 쥐? 여 살아있어요, 아직 따뜻하구요. 노파 (의심스러운) 애기 엄만 안 춥가니? 똑같이 사람으로 태어난 몸땡아리, 애기 엄마도 솔찬히 추울 텐디. 여 전 괜찮아요. 옆에 남자친구도 있구, (배를 내려다보며) 뱃속에 아기도 있잖아요. (돌아가려면) 노파 (문을 처음보다 조금 활짝 연다) 저기, 색시! 여 (돌아보면) 네? 노파 나 그런 사람 아녀! 여 뭐가요? 노파 선물을 받았으면 은혜를 갚아야지. 쪼매만 기다려. 뭐라도 줄 거 없나 찾아 볼랑게. 난 천성이 신세 지곤 못 사는 성격이여. 노파, 집 안으로 들어간다. 기계음 김복임 할머니가 들어오셨습니다. 노파, 물건들 사이를 뒤지기 시작한다. 둘러보다 한 묶음의 짐 보따리를 내밀며, 기계음 김복임 할머니가 외출하셨습니다. 노파 이불 있어? 여 네? 노파 새댁 집에 이불 있느냐고? 여 (생각하다) 하나 있긴 한데 그게 사계절용이라 그렇게 따뜻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쓸 만해요.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잖아요. 추우면 우리 자기랑 꼬옥 껴안고 있기도 하고…. 노파 (자랑스럽게) 날도 추운디 한 사람당 두 개 정돈 덮어야지. 우리 집엔 이불 엄청 많아. 이것 말고도 여덟 개나 더 있는디? 여 (받아들며 감동이다) 감사합니다, 할머니. 할머닌 정말 마음이 따뜻하시네요. 노파 세상 혼자 살간? 서로 돕고 사는 기 세상이지. 추워. 얼른 가. 노파, 먼저 들어간다. 기계음 김복임 할머니가 들어오셨습니다. 여, 자신만한 커다란 이불을 가지고 들어온다. 여 (한숨 길게 내쉰다) 아후, 안 되겠어. 도저히 못하겠어. 남 (이불을 받아들며) 왜 또 그래? 여 백퍼센트 코튼 마크잖아. 오리털도 아닌 거위털이야. 이게 얼마나 비싼 건지 오빠가 알기나 해? 남 할머니가 주신 거야? 여 그래. 저쪽 집에 엄청 많대. 남 자기야,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강하게 다져야 해. 생각해 봐, 저 할머니 돌아가시면 그게 전부 우리 거야. 이불 깔고 덮고 지지고 볶고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니까. 여 몰라. 암튼 기분이 안 좋아. 양심의 가책이 느껴져서 도저히 그 일은 못하겠어. 이건 옳은 짓이 아냐. 우리도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취직 같은 거 해 보는 거 어때? 남 아니. 구직은 더이상 희망이 없어. 여 오빠, 그러지 말고 일용직이라도 구해 보자. 남 (여자의 배를 내려다보며) 이 몸을 해 가지고? 여 우리 사정 얘기하면 받아주는 데가 있을 거야. (남자의 손 잡으며) 오빠…. 남 …. 여 제발…. 남 …. 넌 그럼 빠져. 이번 일은 나 혼자서 할 테니까. 여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우린 한 몸이야. 이 아이들 낳기로 결정한 날 잊었어? 뭐든 함께하기로 약속했었잖아. 남 그랬었지. 여 우린 그때 너무 힘들었어. 남 알아. 여 집도 없고. 돈도 없고. 부모도 없고. 빽도 없고. 남 아무것도 없었지, 우린. 여 그래도 행복했었잖아. 남 사랑만이 전부였던 시기였지. 여 극복하자. 할 수 있어. 노력하면 어떤 일도 다 이뤄낼 수 있다니까. 남 개소리야. 여 오빤 옆집 할머니 보면 친할머니 생각 안 나? 오빠도 할머니가 키워 주셨다며? 남 그때 생각 따윈 하고 싶지 않아. 여 난 가끔 그 시절이 그립던데…. 아무것도 몰랐던 그 시절,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던 그때가 나았던 거 같아. 너무 많이 아는 지금은…. 남 할머닌 나를 학대했어. 여 학대? 남 어린 꼬마였지. 아빠 손에 이끌려 왔던 날, 아빠 등 뒤로 숨었던 날, 할머니의 우악스런 손아귀가 나를 질질 끌고 갔어. 그리곤 내가 아빠 인생을 망쳤다며 끝없는 폭언과 폭력을 휘둘렀지. 여 오빠, 옆집 할머닌 오빠네 할머니와는 달라. 이렇게 이불도 주고 정말 좋으신 분이라고. 남 아무리 그래도 나쁜 점은 분명 있을 거야. 옆집 할머니의 나쁜 점을 한 번 생각해 봐. 여 할머니의 나쁜 점? (생각하다가) 예를 들면…? 남 예를 들면…. (생각났다) 저장강박! 저렇게 쓰지도 못할 거 쟁여만 놔서 이웃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잖아. 저것도 일종의 정신병이라고 티비에서 본 거 같아. 기억 안 나? 전에 복지관에서 도배 새로 해준다고 했을 때…. 여 (조금 솔깃하다) 아, 그때! 난리부르스도 아니었지. 문 앞에 대자로 쫙 드러누워가지고. 남 그래! (좀 장황하게) 물건들 좀 치우려고 그러면, “차라리 날 밟고 가라! 이것들아! 내 두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저 물건들 못 뺏는다!” 아니, 지가 무슨 이순신이야? 잔다르크야? 저 중에 쓸 만한 물건이 어디 있다고 저 난린지. 저런 건 욕심이 많다는 반증이야. 여 욕심? 남 그래. 스크루지보다 더 지독한 짠순이. 집에 물건들은 숨기면서 정작 중요할 땐 나 몰라라 외면하지. 저러다 결국 저 쓰레기 더미에 깔려 돌아가실 거야. 자기 꺼 꽉 움켜쥐고 남의 거 야금야금 훔치면서. 여 (놀라) 저 물건들이 훔친 거야? 남 훔친 거지. 박스 뒤지고, 남의 물건 뒤지고, 더 가난한 사람들 기회 뺏으면서. 여 (동조됐다) 몰랐어. 할머니가 그런 사람인 줄. 남 (여자의 손 잡으며) 자기야, 그러니까 마음 약해지면 안 돼. 우리도 남들처럼 살아야지. 혼인신고도 제대로 하고, 애들 호적도 제대로 올리고. 남들 사는 만큼 딱 그만큼만 살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만큼만. 기계음 김복임 할머니가 외출하셨습니다. 노파 (노크 소리) 색시, 안에 있어? 여 누구지? 남 할머니다! 노 파색시! 여 왜 온 거지? 혹시 우리의 계획을 눈치채신 건가? (남자를 쿡 찌르며) 오빠! 오빠가 나가봐. 얼른. 남 (경계하며 문 쪽으로 다가선다.) 누구시죠? 노파 옆집이외다. 색시 있슈? 여, 겁에 질려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남 잠깐 이 앞에 나갔는데요. 왜 그러시는지…? 노파 구청에서 라면 한 박스를 선물로다 줬는디. 내가 밀가리를 먹으면 위가 쓰려. 남 (여전히 경계하며) 그래서요? 노파 색시 먹을랑가 물어볼라고 그러지. 남 무슨 라면인데요? 노파 진라면이랑 너구리랑 짜파게티랑 뭐 이것저것 섞였는디? 남, 여자를 바라보면 여, 세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남 (찜찜하지만 문을 살짝 연다) 뭘 이런 걸 다 주시고…. 노파 (고개 들이밀며) 애기 엄만 어디 멀리 갔수? 여 (잽싸게 이불로 머리를 덮는다) 남 슈퍼 갔어요. 라면 사러. 노파 아이고, 잘 됐고만. 내가 그 시간에 딱 맞춰 왔네. 얼른 전화혀서 라면 사지 말고 오라 그랴. 신혼부부들이 무신 돈이 얼마나 있다고. 얼른 전화혀. 남 네에. 그럴게요. 노파 (가려다가 돌아본다) 임신했을 땐 특히 남자가 잘해야 혀. 먹고 싶다는 거 있담 다 멕이구, 짜증내도 것도 일절 받아주고. 남편이 잘해야 그 기운에 평생 살아. 늙은이 말이라고 무시허지 말구 새겨들어. 알겄지? 남 네, 그럴게요. (하다가) 근데 겨울엔 딸기를 못 구하잖아요. 노파 색시가 딸기가 먹고 싶대? 남 네에. 노파 딸인가 보네. 딸기가 땡기는 걸 보니. 남 (헤벌쭉, 딸 생각에 기분 좋다) 딸이래요, 딸. 것도 쌍으로다. 노파 둘씩이나 들어 있어? 남 (헤벌쭉) 네에. 그렇다네요. 노파 아이고, 장해라. 장해. 참말로 장하네 그려. 남 (꾸벅 인사하며) 할머니, 라면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남, 라면박스를 입구 옆에 놓는다. 기계음 김복임 할머니가 들어오셨습니다. 여 (뒤집어쓴 이불 밖으로 빠져나오며) 갔어? 남 (복잡하다) 응. 여 할머니 정말 나쁜 사람 맞아? 남 (찜찜하다) 그렇다니까. 여 이렇게 이불에 라면까지 주셨는데도? 남 (멈칫) 의도를 생각해야지. 왜 이런 조건 없는 나눔을 베푸는지. 여 조건 없는 나눔? 남 세상엔 공짜란 없는 법이야. 본디 그렇게 세상은 굴러가게 돼 있어. 근데 이거 봐봐. 할머니가 주신 것들. 이게 뭘 의미하는 건지 모르겠어? 여 (생각하다 머리를 쥐어 잡으며) 정말 모르겠어. 남 중졸인 네가 이해하기엔 좀 어려운 문제일 거야. 좀더 깊게 생각해 봐. 여 (생각하다) 할머니에게 실망했어. 남 (환희에 차) 생각났어? 여 임산부에게 라면을 먹으라니. 딸기는 못 줘도 라면을 먹으라고 권하는 건 아니잖아. 라면은 성인병 고혈압의 원인이야. 과다한 나트륨 함량으로 내 아이들이 아토피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지. 남 그래! 바로 그거야! 여 (여자 뭔가를 깨달은 듯 놀라 입을 막는다) 설마 할머니가 이 모든 걸 꾸민 거야? 남 그, 그런 거지. 여 꼴랑 라면 하나 주면서 생색은 있는 대로 다 내면서? 남 드디어 깨달았구나. 여 오빠 말이 맞았어. 저 할머닌 나쁜 사람이야. 남 그럼. 난 언제나 네 편이야. 여 내 앞에선 위해주는 척, 순진한 척하면서 뒤로는 엄청난 계략을 꾸미고 계셨던 거야. 남 이제 말이 통하는구나. 여 할머니 재산이 얼마라고? 남 한 십억쯤 되려나? 여 확실한 거야? 남 (당황스러운) 그냥, 사람들 얘기가…. 그러지 않겠느냐. 풍문이지, 풍문. 여 강남에 빌딩이 두 개라며? 설마 그것밖에 안 되겠어? 아아, 할머니가 빨리 뒈져버렸음 좋겠어. 남 걱정 마. 조만간 그렇게 될 테니까. 그전에 우리는 먼저 선수 치고 튀자. 할머니 재산 홀라당 챙겨가지고. 여 몇 주 후에나 발견되시겠지? 이참에 단단히 한몫 챙기자고. 남 우리가 먼저 발견한 걸 고마워할지도 몰라. 여 무연고니 찾아오는 사람도 없을 테니까. 남 장례식은 고사하고, 저 많은 짐들 정리하려면 국가도 고생이지. 여 맞아. 저 중에 쓸만한 건 전부 처분하고 할머니 통장이랑 국가보조금 남은 거랑 이것저것 모아서 한몫 단단히 챙기자고. 남 그 돈으로 알콩이랑 달콩이 피아노랑 발레를 가르치는 건 어때? 여 피아노랑 발레? 남 내 오랜 로망이거든. 알콩이는 피아노를 치고 달콩이는 그 옆에서 발레를 하고. 나랑 넌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완벽하지 않니? 여 (상상하다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죽이자! 남 (놀라) 뭐? 여 할머니가 죽을 때까지 도저히 못 기다리겠어. 지금 당장 죽이자! 시간이 얼마 없어. 좀 있으면 알콩이와 달콩이가 태어날 거라고! 남 그래도 지금은 너무 이르잖아. 여 이르긴 뭐가 일러? 당장에 실행에 옮겨야지. (찬장을 뒤져 식칼을 꺼낸다. 금방이라도 실행에 옮길 듯 위협적인 표정이다) 남 자, 자기야. 왜 그래? 여 시간이 얼마 없다니까. 우리 애들은 우리처럼 자라게 할 순 없잖아. 오빠. 남 그래도…. 여 일단, 최고급 산후조리원부터 예약해줘. 거기에서 인맥을 쌓아야지. 남 결심이 선거야? 여 응! 남 양심의 가책 같은 건 사라지고? 여 그딴 거 개나 주라 그래! 남 그래도 좀 그렇잖아. 살인과 고독사는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여 (비장하다) 아니, 나는 해야겠어. 이제는 행동으로 옮길 때야. 여, 성큼성큼 현관을 향해 걸어가는데 남, 급하게 현관문을 막아선다. 남 자! 잠깐! 여 왜 이래? 비켜. 남 어쩌면 우리 할머니보다 옆집 할머니가 조금은 더 나은 사림일지도 몰라. 여 무슨 소리야? 언제는 나쁜 사람이라며. 자기보다 가난한 사람 등쳐 먹는. 남 그건…. 그냥 내 생각인 거고. 여 아니. 아무리 자기가 진실을 외면해도 그건 명백한 사실이야. 남 자기야. 진정하고 조금만 기다리자. 여 뱃속의 아이가 세상 구경을 하고 싶어 한다니까. 남 알아! 그건 나도 알지. 하지만 얼마 안 남았어. 금방 돌아가실 거야. 여 알콩달콩이도 시간이 없어. 남 그래도 애들은 어리니까 아직 세상에 대해서 잘 모르잖아. 어쩌면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믿을지도 몰라. 여 위선 좀 그만 떨어. 알콩이 달콩이도 우리처럼 살게 할래? 우리처럼 거지 같은 옷 입고 거지같은 방 안에서 지내면서. 입에서 김 나와서 겨울이면 끔찍하고. 여름이면 뜨거운 선풍기 끌어안고 지내면서. 거지 같은 학교 졸업해서 쥐꼬리만 한 월급 못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외식은커녕 맨날 돈돈 거리면서 지내겠지. 남들 다 다니는 학원 한 번 못 보내고, 학교도 간신히 졸업하고, 어쩜 못할지도 몰라. 그렇게 눈치 보며 살게 할 거야? 남 돈만 있다고 행복한 건 아니잖아. 우리 둘이 사랑하는 모습 보여주고 우리가 떳떳하면 자식들도 언젠간 알 거야. 언젠간 부모의 노력과 수고를 이해하는 날이 오겠지. 여 떳떳해? 우리가 뭐가 떳떳한데? 복지관에서 공짜밥 얻어오는 게 떳떳한 거야? 예방접종비용 비싸 못 맞는 게 떳떳한 거야?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떳떳한 지 알려줘 봐. 내 손에 싸구려 반지라도 하나 끼워주고 남들 하는 만큼 결혼식도 제대로 올리려면 그 망할 놈의 돈이 필요하다고 난! 네가 뭐라고 떠들던 간에 난 오늘 저 할머닐 죽여야겠어! 여, 남자를 밀어낸다. 남, 막았던 자리 무너지듯 자리를 비켜선다. 여, 밖으로 성큼성큼 걷는다. 거칠게 현관문을 두드린다. 한 손엔 칼을 숨기듯 쥐고 있다. 여 할! 머! 니! 노파, 느리게 현관으로 다가온다. 노파 옆집 색신가? 기계음 김분임 할머니가 외출하셨습니다. 노파 (문을 활짝 열며) 색시, 마침 잘 왔어. 들어와 봐, 어여. 여, 무시무시한 얼굴이다. 성큼성큼 노파 집 안으로 들어간다. 좁은 집 안, 서로를 마주 보고 간신히 선 노파와 여자 그 가운데 딸기 한 팩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여, 칼을 빼들고 찌르려다 딸기를 보고 멈칫하는데, 노파 먹고 싶었다며? 여 네? 노파 신랑한테 다 들었어. 딸기 먹고 싶다 그랬다며. 여 (냉랭한) 그런데요? 노파 요리하다 온겨? 여 뭐여? 노파 지금 칼 들고 서 있잔여. 여 (칼을 숨기며) 대파 있으세요? 노파 대파? 여 라면에 넣으려고 보니 대파가 마침 똑 떨어져서요. 노파 글씨. 대파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겄네. 혼자 사는 노인네라 집 안에 마땅한 게 없어. 배고프면 먹고 안 고프면 굶고 그러니께. 노파, 쭈그려 앉아 냉장고를 연다. 이것저것 뒤적거린다. 여, 딸기 팩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노파 (냉장고 뒤지며) 찬물에다 밥이나 말아먹지. 음식이 변변찮해. 대파가 있을라나 모르겄네. (돌아보며) 대파 대신 양판 안 되야? 여 그거라도 주시면 고맙구요. 노파, 양파를 한 망 건네준다. 계란, 버섯 이것저것 한 움큼 들려 있다. 여, 얼떨결에 받아든다. 노파 딸이라매? 여 네? 노파 남편이 많이 좋아하드라고. 여 그 자식이 임신한 걸 좋아해요? 노파 가장의 위치가 원래 그런 거여. 좋으면서 티도 못 내고 맘속 복잡허고. 섭섭하고 서운한 게 있더라도 자네가 넓은 맴으로다 이해혀야지. 여 싫어하는 줄 알았어요. 노파 한 인간을 다른 인간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제. 용기 잃지 말구 악착같이 살어잉. 여 …. 노파, 딸기를 까 여자의 입에 넣어준다. 노파 어뗘? 맛이? 여 달아요, 아주. 노파 내가 샥시가 딸기 좋아하는 걸 우찌 알았겠어? 신랑이 챙겨주고 싶은디 맘처럼 되지 않응게 속상한 겨. 색시도 알지? 신랑이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거. 여 네에. 노파 겨울엔 딸기가 없어. 비싸기도 하고. 우리 같은 사람은 먹기 쉽지 않제. 맴이야 그렇지 않겄지만 그래도 너무 서운해하덜 말어. 여 (맛있게 딸기를 먹는다) 할머닌 안 드세요? 노파 난 늙어서 식욕도 읍서. 뭐가 맛난지도 모르겄고 배만 차면 그만이여. (딸기 팩 건네며) 가져가서 신랑이랑 맛나게 나눠 먹어. 여 자꾸 이렇게 주시기만 하면 제가 너무 감사하고 죄송하잖아요. 노파 아녀, 아녀. 내가 뭐 바라고 그런 것도 아닌디. 여, 딸기 팩 챙겨들고 느리게 돌아서면, 노파 샥시. 여, 멈춰 선다. 노파 내가 쪼매난 부탁 하나만 혀도 될까? 여 (다시 경계한다) 부탁이요? 노파 뭐 거시기한 건 아니고. 내가 만약 죽거들랑 내 시신 처리 좀 해돌라고. 그냥 보다가 요 며칠 안 보이면 구청 같은데다 연락 좀 햐줘. 그 짝에서 알아서 잘 해줄 텐게. 여 할머니. 그런 말씀 마셔요. 오래오래 사셔야죠. 노파 암만 그래도 아가들도 있는디 시체 냄시 풍기며 마무릴 할 순 없지 않겄어? 죽는 날을 내가 택할 수 있으면 좋겄지만 살아보니 그것도 내 맘대로 안 되고. 시상에서 제일 나쁜 게 지 목숨 지가 끊는 거라 그럴 수도 없고. 얼마 안 되지만 이 콧구녕만한 집구석도 여기저기 뒤져보면 쓸 만한 게 있을 거여. 마지막 부탁 들어준 보답이다 생각하고 부담 갖지 말고 가져. 보니께 나도 이제 얼마 안 남은 거 같더라고. 세상천지 아는 사람이라곤 자네가 준 요 쥐새끼랑 자네 집안 식구들이 전부니께. 여 할머니, 그런 말씀 마세요. 그러면 저희가 너무 죄송하잖아요. 노파 죄송하긴 뭐가 죄송해. 내가 오히려 미안허지. 나, 한 번만 만져 봐도 되나? 노파, 여자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여자의 배에 손을 지그시 댄다. 노파 꼼틀거리는구만. 생명이. 한 생명이 가믄 또 다른 생명이 오겄지. 그것이 자연의 섭리니께. (여자의 배에 대고) 환영하네. 이 세상에 온 걸. 여, 노파가 준 딸기 팩을 가지고 도망치듯 그 집을 빠져나온다. 여, 급하게 집 안으로 들어선다. 남 어떻게 됐어? 여, 딸기 팩을 남자에게 집어 던진다. 너부러진 딸기들 남 뭐야, 이게? 여 입양 보내. 남 뭐? 여 그렇게 해. 남 뭔 소리야? 여 막달이라 지우진 못하겠구, 그냥 입양이나 보내자구! 남 지긋지긋하다, 정말. 또 그 소리냐? 여 네가 듣고 싶어 했던 말이잖아! 남 난 어떻게든 살고 싶어서 그런 거야. 여 (노려보며) 미친 새끼. 할머니가…. 할머니가….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린다) 기계음 김복임 할머니가…. 김복임 할머니가…. 김복임 할머니가…. 김복임 할머니가…. 김복임 할머니가…. (반복 재생된다) 남과 여, 동시에 옆집을 돌아본다. (암전) >>등장인물 남자 여자 노파
  • 고독이여 안녕… ‘분신로봇 ’에 바친 열정

    고독이여 안녕… ‘분신로봇 ’에 바친 열정

    나는 로봇 커뮤니케이터 켄타로/요시후지 켄타로 지음/권경하 옮김/늘봄/268쪽/1만 2000원 일본 청년 반다 유우타는 네 살 때 교통사고를 당했다. 척수 손상으로 목 아래는 움직이지 못한다. 20년 넘게 줄곧 침대에 누워 살았다. 학교도 다니지 못했고, 친구도 사귀지 못했다. 멍하니 누워 천장만 보며 지냈다. 같은 병실을 쓰던 아이들이 하나둘 죽어나가는 걸 견디면서.그러던 반다는 이제 일본 전역을 쏘다니며 강연을 한다. 연구소 비서로 일하며 상사의 스케줄·이메일 관리도 돕는다. ‘몸의 감옥’에 갇혀 있던 그를 사람 사이로, 세상 밖으로 이어준 것은 작은 분신로봇 ‘오리히메’다.오리히메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정교하고 복잡한 최첨단 로봇이 아니다. 모터 6개,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를 내장한 이 앙증맞은 로봇은 사람 손이나 시선을 통해 스마트폰 또는 컴퓨터로 원격 조정할 수 있다. 머리를 움직여 주변 풍경을 사용자에게 보여주고, 사용자의 목소리를 전할 수도 있다. 반다는 이 분신로봇을 통해 침대에 누워서도 출근해 일을 하고 사람들과 웃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 오리히메는 이제 일본에서 병이나 부상, 정신적인 이유로 학교에 갈 수 없는 아이들, 병이나 가족 간병 등으로 직장 출근이 어려운 사람들, 루게릭 환자 등 침대에서 꼼짝달싹할 수 없는 환자들이 사람들과 교류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분신’이 되어 주고 있다. 이 작지만 커다란 기적을 가능하게 한 것은 로봇 커뮤니케이터 요시후지 켄타로다. 10대 초반 3년 반 동안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학교를 나가지 못했던 그의 경험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휠체어’를 만들어 주겠다는 열망을 품게 했다. 처음엔 몸이 약해 학교를 쉬었지만 기간이 길어지며 그를 잠식한 건 고독, 열등감, 무력감이었다. 당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살아 있는 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았다’는 생각에 시달렸다는 그는 고독이 주는 통증을 누구보다 혹독하게 앓았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감각이 사람을 살게 한다’는 경험은 ‘세상의 고독을 해소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이어졌다. 초등학교 때 성적은 꼴찌에 선생님 눈을 피해 창문 넘어 도망치던 문제아였던 그는 무언가 만드는 것만큼은 소질이 있었다. 골판지와 종이컵, 고무밴드, 끈으로 만든 장난감은 친구들, 선생님들을 사로잡았다. 고등학교 땐 기울어지지 않고도 턱을 올라갈 수 있는 전동휠체어를 개발해 세계 고교생 과학대회인 인텔 ISEF에서 3위를 차지했다. 이후 그는 휠체어에 탈 수조차 없는 노인이나 환자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새로운 화두에 매달렸다. ‘신체를 옮길 수 없다면 마음을 옮길 수 있는 휠체어를 만들 수 없을까. 자신의 존재를 옮기고 나르는 기계를 만들 수는 없을까.’ 대학 3학년 때부터 다세대 주택의 다다미 6장짜리 작은 방에서 로봇 제작에 몰두한 그는 2012년 오리이연구소를 세웠다. 연구소 소장인 그는 지난해 2월 포브스에서 선정한 ‘아시아를 대표하는 30세 미만의 30인’으로 뽑혔다. 오리히메의 탄생은 ‘몸은 옮기지 못해도 마음을 옮기는 미래’를 열어줬다. 세상에 없는 직업, 로봇으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로봇 커뮤니케이터, 켄타로는 말한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로봇이 아니다. ‘그 사람이 거기에 있다’는 가치다. ‘분신로봇’은 그동안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또 하나의 몸’이다. 비록 몸을 움직일 수 없어도 사람과 만나 세계를 넓히고 죽는 순간까지 인생을 구가할 수 있는, 그런 미래로 이어나가길 바라 마지 않는다.” 켄타로의 수기는 거칠 것 없이 읽히는 담백한 기록이다. 방대한 지식, 웅숭깊은 성찰을 품고 있는 책들과는 다른 결이지만, 한 사람의 생을 전력질주하게 만든 가치의 크기와 그의 무모한 열정과 노력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구원했는지에 대한 설레는 한 편의 극적인 드라마다. 내년 영화 ‘아마노가와’로 개봉할 예정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129’ 생활이 힘겨울 때 언제든 누르세요

    ‘129’ 생활이 힘겨울 때 언제든 누르세요

    보건복지부는 위기 상황에 닥치거나, 위기에 처한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싶을 때는 ‘희망의 전화 129’로 전화해 달라고 19일 당부했다.희망의 전화는 전국 어디서나 국번 없이 129만 누르면 된다. 사회복지, 아동, 보건의료, 노인·장애인 등 복지부 관련 일반 정책 상담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노인·아동 학대, 복지 사각지대 신고, 자살예방 등 위기대응 상담은 24시간 가능하다. 필요하면 시·군·구 등 지역사회와 연계해 상황에 맞는 지원을 받을 수 있다. 129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채팅상담과 수화 영상상담을 받을 수 있다. 129 또는 보건복지콜센터 홈페이지(www.129,go.kr)를 통해 ‘예약상담’을 신청하면 상담사가 직접 연락을 해 준다. 그 결과 129 상담 건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민 100명 중 1명은 1년에 최소 1회 이상 129 상담을 받고 있으며, 서비스 만족도는 지난해 87.4점에서 올해 87.8점으로 상승했다. 박석하 복지부 보건복지콜센터장은 “생활이 힘겨울 때, 나에게 필요한 복지정책이 궁금할 때, 129를 통해 맞춤형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도록 국민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메디컬 인사이드] 마취하면 머리 나빠진다? 오해와 진실

    [메디컬 인사이드] 마취하면 머리 나빠진다? 오해와 진실

    전신마취제 폐·간 등 통해 배출 전신마취로 못 깨어나는 일 없고 산소 등 원인으로 뇌 기능 손상 마취는 마취제를 투여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게 하거나 특정 부위의 감각을 없애는 의료행위입니다. 1846년 미국의 치과의사 모튼이 최초로 에테르 가스를 이용해 치아를 뽑는 무통 수술에 성공하면서 확산됐습니다. 이제 현대 의학에서 마취 없이 시행하는 수술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1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1300여곳을 분석한 결과 마취 시행 환자 172만 5000명, 진료비 6조 4000억원에 달했습니다.하지만 마취가 크게 늘어도 거부감은 여전합니다. 가장 흔한 것은 ‘마취를 하면 머리가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입니다. 이에 대해 마취통증의학 권위자인 신양식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그야말로 오해”라고 지적했습니다. 신 교수는 “흡입마취제는 폐를 통해 뇌까지 전달된 뒤 다시 폐를 통해 거의 100% 배출된다”면서 “정맥마취제도 시간에 따라 차이가 일부 있지만 심장을 지나 뇌에 갔다가 간이나 신장에서 대부분 배출되는 것은 똑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떤 형태의 전신마취제도 전문가가 사용하면 일정 시간 뇌기능을 억제한 뒤 완전히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이 신 교수의 설명입니다. ●사용 뒤 배출돼 뇌기능에 영향 안 줘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사인 김동원 한양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의 설명도 같습니다. 김 교수는 “전신마취에 사용하는 정맥마취제, 근이완제, 흡입마취제는 수술이 끝났다고 해서 금방 배출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대사된다”며 “수술 뒤 하루나 이틀 정도는 약효가 미미하게 남아 평소보다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기억력이 감퇴된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과거에 사용했던 에테르는 깨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았고 건망증과 기억력 저하 가능성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현재 사용하는 마취제 가운데 해로운 약제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부 환자는 수술 기억이 생기지 않는 것에 대해 의문을 표시합니다. 김 교수는 “환자가 수술받는 동안은 인위적으로 약제를 사용해 기억을 못 하게 유도한다”며 “환자가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신마취로 깨어나지 못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신 교수는 “수술 뒤 의식이 회복되지 않는 것은 마취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뇌세포가 기능을 잃은 것”이라며 “산소 부족 시간이 많았거나 혈중 산도나 전해질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 뇌의 생리적 기능이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상실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외부에서 폐에 산소가 적게 보내질 때나 폐 자체 부종으로 혈액으로 산소 전달을 못 하는 경우, 심장기능이 떨어져 뇌혈류가 줄어든 경우 등입니다.간혹 전신마취 중에 의료진이 환자의 의식을 깨울 때가 있습니다. 신 교수는 “심각한 환자 상태를 회복시킬 목적으로 마취 수준을 낮추거나 수술 중 특정 기능을 검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잠시 깨우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나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감시장치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기 때문에 수술 중 우발적으로 마취에서 깨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수술 전 금식하는 것은 마취와 관련이 있습니다. 전신마취를 유도하는 과정에 위 내용물이 역류해 기도를 막을수 있어서입니다. 신 교수는 “음식물이 위에서 장으로 넘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성인은 8시간 내외이고 소아는 연령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의료진의 설명을 들어야 한다”며 “생후 6개월 미만은 4시간 정도만 금식해도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맑은 물은 반 컵가량 소량이면 수술 2~4시간 전까지 섭취해도 됩니다. 신생아는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울고 보챈다고 모유를 먹이면 치명적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신 교수는 “위에 모유가 들어가면 위산 분비가 많아진다”며 “전신마취를 유도할 때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구토해 폐로 들어가면 폐부종이 생겨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위 내용물은 산성도가 높아 폐에 화학적 화상을 입히는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고 경고했습니다. ●보챈다고 수술 전 모유 먹이는 것은 금물 임신 첫 3개월은 전신마취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신 교수는 “태아의 세포 분화가 왕성하게 일어나는 시기로 마취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부 기형아 발생 위험이 보고됐다”면서 “임신 중기 이후에는 이미 분화가 다 이뤄지고 발육하는 시기여서 기형 위험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술하기 전 환자는 평소 먹는 약물을 주치의나 마취의에게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일부 약제는 마취제와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 약물이나 식품에 심한 알레르기가 있을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김 교수는 “노인은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잘 조절한 뒤에 수술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항응고제 와파린은 수술 4일 전에, 플라빅스는 1주일 전에 복용을 중단해야 합니다. 금연도 필수입니다. 흡연은 폐기능과 마취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급적 수술 1주일 전에 금연하는 것이 좋습니다. 진통제는 통증을 없애는 작용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급적 최소한의 용량만 사용하고 투여 횟수도 줄여야 합니다. 신 교수는 “전신에 작용하는 진통제는 대부분 뇌의 통증 감각을 억제하는데, 단순히 통증 감각 부위만 억제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기능도 함께 억제하기 쉽다”며 “전형적인 예로 마약성 진통제는 호흡을 같이 억제하고 혈압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생활비 안 받고 집 안 물려준다…부모·자식 경제적 독립 가속화

    생활비 안 받고 집 안 물려준다…부모·자식 경제적 독립 가속화

    266만명 최저임금도 못 받아… 10년새 41% 급증아동학대 3년 새 2배 급증부모와 자식의 경제적 독립이 가속화하면서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하는 부모가 절반을 넘어섰다. 자신의 집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의향도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최저임금이 지난 15년간 2.8배 인상됐지만 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 비율 역시 2.8배 증가했다. 아동학대 발생률은 3년 사이 2배로 껑충 뛰었다. 가습기 살균제, 생리대 파동 등으로 문제가 된 화학물질이 연간 5억t가량 유통되고 있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한국의 사회동향 2017’을 17일 공개했다. 사회동향은 국민 생활과 사회 변화를 쉽게 풀이한 종합 보고서로 총 11개 영역으로 구성돼 있으며 두 차례에 걸쳐 공표된다.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던 세태는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어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는 중장년층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통계청의 조사 결과,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하는 부모 비율은 2008년 46.6%에서 지난해 52.6%로 증가했다. 반면 자녀에게 생활비를 받는 부모는 같은 기간 52.9%에서 47.4%로 낮아졌다. 부모가 자녀와 동거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38.0%에서 29.2%로 줄었다. 주택을 소유한 만 60세 이상 인구 가운데 4명 중 1명(25.2%)은 집을 자녀에게 상속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12.7%)보다 2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대신 주택을 담보로 매달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에 가입한 사람이 급증했다. 통계청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을 ‘최저임금 취약지대’라고 평가했다. 2002년 2275원이었던 최저임금은 올해 6470원으로 15년 동안 약 2.8배 인상됐다.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고 일하는 근로자는 오히려 늘었다. 전체 근로자 중 최저임금 미만율은 2002~2003년 4.9%에서 2007년 이후 10~12%를 유지하다 2016년 13.6%로 높아졌다.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 수는 지난해 8월 기준 266만 4000명으로 추산된다. 2007년(189만 1000명)보다 40.9% 증가한 것이다. 김경용 통계청 통계분석실장은 “정부가 제시한 최저임금 가이드라인를 지키지 않는 사용주가 늘어난 것”이라면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거나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소년과 노인, 여성과 비정규직 근로자가 최저임금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15~19세 근로자는 남자의 51.2%, 여자의 54.4%가 최저임금을 못 받았다. 60세 근로자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남자 33.6%, 여성 51.3%였다. 정규직 중에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는 7.1%에 그쳤지만 비정규직은 이 비율이 26.9%였다. 비정규직 근로자 중에서도 재택근무를 하는 가내 근로자(62.2%)와 시간제근로자(41.2%)의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편이었다. 2015년 기준 아동학대는 아동 10만명당 총 130.7건으로 2012년(66.1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유형별로는 두 가지 이상의 중복 학대가 45.6%로 가장 많았고 정서학대(17.5%), 방임(17.2%) 등이 뒤를 이었다. 거의 매일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비율이 17.9%, 피해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가 20.9%에 이르는 등 피해 수준이 심각했다. 국내에 유통되는 화학물질의 종류는 4만여종이 넘고 매년 2000여종의 신규 화학물질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지만 금지 또는 제한물질로 지정된 것은 72종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물질 유통량은 1988년 1억 7540t에서 2014년 4억 9690t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환경부는 생활화학제품과 살생물제품을,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는 위생용품, 의약외품 등을 각각 분산 관리하면서 정보가 따로 제공돼 소비자 불편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20대· ‘촛불 ’ 사라진 자리에 인간 내면·관계의 틈새 묻다

    20대· ‘촛불 ’ 사라진 자리에 인간 내면·관계의 틈새 묻다

    “끝까지 읽어 봐야 당락을 가늠할 만큼 수준 높은 작품이 많았다.”(편혜영 작가) “자신만의 감각에 집중한 흥미로운 작품들 덕분에 장시간 심사에도 피로감이 없었다.”(정용준 작가)우리 문단을 풍요롭게 일군 작가들을 배출해 온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올해도 기본기 탄탄한 신예들의 작품이 답지했다. 지난 6일 마감한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응모작은 총 4340편. 분야별로는 시 3053편, 단편 465편, 동화 224편, 희곡 126편, 시조 454편, 평론 18편이다. 올해 단편소설·희곡·동화 등 여러 분야에서 ‘허수가 빠졌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습작 수준이 고르다는 호평이 나왔다. 지난해 촛불시위, 국정농단 사태 등 격변의 시기를 통과한 만큼 사회적 이슈에 예민하게 대응하는 작품은 줄어들고 개인의 내면, 관계의 틈새를 탐색하는 작품이 많았다. 단편 부문 예심 심사위원인 편혜영 작가는 “사회적 이슈가 덜어지고 소소한 연애담이나 일상담이 주류를 이루며 관계에 집중한 이야기가 많았다”며 “미스터리 구조를 선택한 작품들은 서사의 힘이 결말까지 쭉 유지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했다. 최근 몇 년간 두드러졌던 고시원,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는 20대, 출구 없는 N포세대를 내세운 이야기는 자취를 감추고 중년의 인물들이 실존을 탐구하는 작품들이 여러 편 있었다. 황예인 평론가는 “회사에서는 더이상 올라갈 곳도 내려갈 곳도 없는, 가정에서도 아내와 자녀와의 애정 없이 고립된 중년 남성 화자들의 자기 고백적인 이야기가 두드러졌다”고 했다. 심사위원들은 기성 작가를 흉내 내지 않고 자신만의 서사를 밀고 가는 신예들의 필력에 주목하기도 했다. 정용준 작가는 “치기 어린 감성을 앞세우기보다 스스로를 통제하는 듯 냉정한 시선이 느껴지는 건조한 문체로 단단하게 서술해 가는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며 “이는 전반적으로 오래 습작해 잘 쓰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시 부문에서도 시대의 현실이나 역사 등 거시적인 이야기에서 눈을 돌려 개인의 내적 갈등으로 파고드는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예심 심사위원인 김선우 시인은 “지난해 작품들에 사회정치적 사안들이 담겼다면 올해는 개인의 정체성 혼란, 해체감, 고립감 등 정서적 감정을 여과 없이 토로하는 시편들이 다수였다”며 “이는 삶의 터전이 흔들리고 사회와의 단절감이 심화돼 불안을 겪는 현재 개인들의 서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과학 용어 등 생경한 어휘를 조합하려는 시도나 내면을 토로하며 산문화 경향이 강해진 것도 올해 응모작들의 특징이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언 시인은 “일부 습작생들은 자유로운 글쓰기 방식이 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시쓰기의 단련이 덜 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완성도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는 시들은 요즘 인기 있는 젊은 시인들의 문법을 따라해 기시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시조 부문에서는 역사적 인물이나 문화유산, 자연에 편중되어 왔던 시적 소재가 청년 실업, 노인 빈곤, 가족과 이웃과의 관계 등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현실로 대폭 바뀌었다. 시조 부문 심사위원인 박기섭 시인은 “올해는 큰 정치, 사회적 변화를 겪고 난 뒤여서인지 인간의 내면이나 당면한 삶의 현장에서 나오는 애환, 표정을 구체적으로 살피는 등 시적 소재들이 현실적이고 다양해졌다”며 “시조가 당대 현실의 이야기를 녹여 낸다는 뜻의 ‘시절가조’의 줄임말임을 돌이켜 보면, 그 본령에 접근하는 방향으로 밀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인공지능(AI), 4차 혁명 등 SF적 상상력이 하나의 흐름을 이뤘던 동화에서는 언론에서 뜨거운 이슈로 다루는 아동학대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유영진 아동문학평론가는 “최근 가족 내 어린이 학대, 특히 죽음에까지 이르는 끔찍한 사건들에 언론이 조명의 밝기를 높이면서 작가들의 시야에 더 크게 들어온 것 같다”며 “국내 아동문학에서는 오랫동안 죽음이 금기어로 여겨졌으나 올해 투고작에서는 반려동물의 죽음,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통한 삶에 대한 성찰이 주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예심 결과 시는 15명의 작품이, 소설은 10편이 본심에 올랐다. 당선 결과는 이달 말까지 개별 통보하고 내년 1월 1일자 신년호에 심사평과 함께 발표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의정 포커스] “의회 문턱 낮추고 어르신 복지 확대에 주력”

    [의정 포커스] “의회 문턱 낮추고 어르신 복지 확대에 주력”

    “강남구의회는 여와 야, 집행부와 의회를 중심으로 하는 대립 구도에서 벗어나 지역의 발전과 58만 구민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양승미(자유한국당) 서울 강남구의회 의장은 21일 “강남구의회는 오로지 구민만 바라보면서 협치에 방점을 찍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 의장은 3선 구의원으로 한국당 서울시당 대외협력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2016년 7월 1일 후반기 원 구성 이후 최근까지 12회에 걸쳐 총 124일의 회기를 운영하며 총 98건의 의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말했다. 구의회는 지난 1년간 치안협의회 설치 및 운영, 산후건강관리비용 지원, 청소년 노동 인권 보호 및 증진, 아동학대 예방 및 방지, 독거 노인 고독사 예방 및 지원 등 구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조례를 의원 발의로 제정했다고 소개했다. 양 의장은 이 같은 생활정치의 핵심은 구민과의 소통에서 나온다는 철학에 따라 ‘열린 의회’ 운영을 시도해 왔다. 홈페이지를 전면 개편해 양방향 소통의 장을 만들었으며, 신문고 격인 ‘의회에 바란다’ 코너를 통해 의회 문턱을 낮춘 게 대표적이다. 그는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이 내년 착공에 들어가고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도 본설계를 앞두고 있다”면서 “국가적 프로젝트인 만큼 집행부는 물론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 의장은 “구의원으로 활동할 때는 동 단위 지역 발전에 관심을 가졌다면 구의장으로 임하면서는 58만 구민 전체를 보게 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앞으로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어르신들이 보다 좋은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복지 분야에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요양보호사 스트레스 서대문이 풀어드려요

    서울 서대문구는 장기요양기관 종사자를 위한 ‘어울림 한마당’을 연다고 7일 밝혔다. 장기요양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의 손과 발이 되고 있다. 이들을 ‘국가의 마지막 손길’이라고 부를 정도로 점점 필요성이 높아지지만, ‘무조건 희생해야 한다’는 편견 속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1일 구청 6층 대강당에서 열리는 어울림 한마당은 장기요양기관 종사자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마련됐다. 직무역량을 높이기 위한 강좌도 준비됐다. 지역 내 92개 장기요양기관 2000여명의 종사자 중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 400여명이 참석한다. 난타와 우쿨렐레 공연, 요양보호사 장기자랑 등이 진행된다. 뷔페식 오찬과 경품 추첨 시간도 준비됐다. 서대문구보건소의 건강 상담 부스도 운영된다. ‘노인 학대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라는 제목의 영상 시청과 노인 인권, 사생활 존중 등의 내용을 담은 ‘실천 다짐’ 시간도 마련됐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노인 돌봄이 가정 문제에서 사회적 과제로 변화하는 때에 장기요양서비스 수준 향상은 노인 복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기고] 행복을 전하는 목소리, ‘희망의 전화 129’/박석하 보건복지콜센터장

    [기고] 행복을 전하는 목소리, ‘희망의 전화 129’/박석하 보건복지콜센터장

    “129 보건복지콜센터입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정부과천청사 곳곳에서 희망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국민들의 애환이 담긴 소중한 사연을 듣고 소통의 매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상담사들의 목소리다. 129 보건복지콜센터 직원들의 땀방울이 보건복지 정책이 궁금하신 분들, 생활이 어려우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 ‘혹시 이런 것도 문의 되나요’라고 상담 가능 여부를 묻는 분들이 계신데, 전국 어디서나 국번 없이 129에 전화를 걸면 어떤 문제든 상담 받을 수 있다. 보건의료, 사회복지, 아동, 노인·장애인 등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다양한 정책과 서비스에 관한 일반상담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특히 365일 24시간 이용 가능한 긴급복지지원, 정신건강, 노인·아동학대, 자살예방 등 위기대응 상담은 2016년 한 해 동안 1만 건 이상의 상담 건수를 기록했다. 129 보건복지콜센터 상담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긴급복지 지원,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련 민원이 꾸준히 증가한 결과다. 이렇게 국민생활의 일부가 된 ‘희망의 전화 129’가 개통 12주년을 맞이했다. 보건복지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해 들어서도 170만여 건의 상담문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상담사를 비롯한 직원들은 모든 민원에 믿음직하고 성실한 답을 드리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내 가족, 내 친구에게 도움을 준다는 마음으로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따뜻한 목소리를 전하는 상담사들의 안정적인 국민생활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이러한 노력이 작은 희망과 행복을 전하는 불씨가 되길 소망한다. 국민들이 조금 더 가깝고 편리하게 129와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상담 방법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청각·언어장애인들도 영상수화와 채팅상담을 통해 전문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간편하게 영상상담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에게는 수어를 통한 상담으로 접근성과 편리성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 외에도 유관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맞춤형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보건복지콜센터에서는 이러한 상담서비스를 더욱 널리 알리고 국민들의 관심과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12주년 기념 상담미담사례집을 발간한다. 상담사들의 기억에 남는 실제 사연과 다짐을 담아 국민들과 더 가깝게 소통하기 위해서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 가장 가까운 곳에서 희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국민 모두가 행복의 가치와 희망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129 보건복지콜센터는 국민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국민 모두가 행복한 삶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신속·정확한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민과의 진정한 소통이 포용적 복지국가의 실현으로 다가가는 정도(正道)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 길의 중심에 129 보건복지콜센터가 우뚝 서 있을 것이다.
  • 나쁜 요양병원…“처방·동의없이 환자 묶어, 손목에 피멍도”

    나쁜 요양병원…“처방·동의없이 환자 묶어, 손목에 피멍도”

    정춘숙 “신체억제대 사용 않는 노인의료복지시설은 1곳 불과 노인학대 사각지대…복지부 매뉴얼 감독 한 번도 안해” 의사의 처방이나 환자 동의도 없이 노인 환자들을 강제로 묶어 손목에 피멍이 들 정도로 인권을 침해하는 ‘나쁜’ 요양병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30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신체억제대 사용절차 지침을 위반해 시정명령을 받은 요양병원이 올해 11곳에 달했다. 신체억제대는 노인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36조(요양병원의 운영)를 보면 요양병원 개설자는 환자의 움직임을 제한하거나 신체를 묶는 경우 의사의 처방을 따르되 2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 또 사전에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환자의 동의를 얻을 수 없는 경우에는 환자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복지부의 시정명령을 받은 요양병원 11곳은 의사의 처방도 없었고, 환자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신체억제대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병원 마음대로 환자들을 강제로 결박해 수시간 동안 방치했다는 얘기다. 실제 신체억제대를 무분별하게 사용해서 입원 환자가 피멍이 들거나 너무 오래 환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방치해 욕창이 발생한 심각한 경우도 있었다고 정 의원은 전했다. 법망이 느슨한 노인의료복지시설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라고 정 의원은 밝혔다. 정 의원은 “그나마 요양병원은 신체구속 사유와 절차 등이 마련돼 있지만 노인의료복지시설은 불법적으로 신체억제대를 사용해도 처벌근거가 없어 노인학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정기적인 점검으로 신체구속을 근절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연구용역을 맡겨 노인의료복지시설을 점검한 결과, 신체억제대를 사용하지 않는 노인의료복지시설은 1곳에 불과했고, 대부분 신체억제대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복지부는 노인의료복지시설에 신체억제대 사용 관련 매뉴얼만 배포한 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단 한 차례도 모니터링을 하지 않았다. 올해 기준으로 전국의 노인요양병원은 1516곳, 노인의료복지시설은 5163곳에 이른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자동판매기서 치안정책 구매하세요

    자동판매기서 치안정책 구매하세요

    ‘자동판매기에서 경찰의 치안정책을 구매 하세요.’ 대구지방경찰청은 ‘사회적 약자 보호 3대 치안정책’을 쉽게 알리기 위해 전국 처음으로 자동판매기를 활용하여 시민과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고 25일 밝혔다. 시민들이 자동판매기에서 구매를 원하는 치안정책을 선택하면 해당 치안정책의 세부내용이 프린터된 1000원짜리 과자가 무료로 상품배출구에서 나온다. 최근 기업에서 자동판매기를 활용한 게임과 상품 체험으로, 제품을 홍보하는 전략을 벤치마켓한 것이다. 자동판매기에서 판매하는 치안정책은 ‘스토킹·데이트 폭력 현장조치 강화’ ‘성범죄 근절’ ‘가정폭력 근절’ ‘여성범죄 안전환경 조성’ ‘사이버 음란물 엄정 대응’ ‘학교폭력·아동범죄 예방’ ‘청소년 선도·지원’ ‘아동·치매환자 등 실종 예방’ ‘아동·노인·장애인 학대 근절’ 국민생활과 밀접한 9개다. 지난 14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이 행사를 시작했으며 안심중학교 댄스 동아리의 공연과 OX퀴즈 등이 함께 진행돼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어 16일부터 18일까지 대구도시철도 수성구청역에서 대구 동중학교 댄스 동아리의 성폭력 근절을 주제로 한 공연과 함께 자동판매기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23일부터는 홈플러스 칠곡점에서 자동판매기를 설치해 28일까지 계속된다. 자동판매기는 대여했으며 이 행사에 모두 5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김상운 대구지방경찰청장은 “사회적 약자 업무는 절차가 복잡하고, 사후관리까지 잘 마무리해야 하는 분야이다.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경찰 고유의 역할에 집중해 체감치안을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귀족노조 오명 벗으려면 대기업 노조도 사회적 책임 다해야”

    “귀족노조 오명 벗으려면 대기업 노조도 사회적 책임 다해야”

    극한 대립·투쟁 일색에서 벗어나 물가 상승률에 임금 연동 첫 도입 “이제 노조도 소모적인 투쟁 위주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높이는 실익 위주로 변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귀족 노조’의 오명을 벗으려면 대기업 노조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죠.”임금 인상률을 전년도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 맞추는 ‘임금 물가 연동제’를 대기업 최초로 도입해 노사 교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 SK이노베이션 노동조합의 이정묵(55) 노조위원장. 지난 18일 SK 울산컴플렉스 노조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노사 합의에 따라 SK이노베이션 노조원의 올해 임금 인상률은 1%로 결정됐고, 기본급의 1%는 사회적 상생 기부금으로 출연된다. 이에 더해 ‘조합원 자녀 우선채용’ 조항이 삭제됐고 획일적인 호봉 승급제도 생애주기별 자금 수요에 따라 연차별로 상승폭을 조절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정유업계의 맏형인 SK이노베이션의 이 같은 시도는 극한 대립과 투쟁 일색이던 노사 문화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서울신문 주최 광화문라운지에서 “이제 노동자도 사회적 비용을 담당하는 역할을 해야 될 때”라며 SK이노베이션을 모범적 사례로 꼽았다. 임금 물가 연동제는 올해 두 번째로 노조 집행부의 수장이 된 이정묵 위원장이 내놓은 아이디어다. 그는 사측과 잠정 합의를 마친 뒤 10년치 데이터를 들고 매일 밤 10시까지 조합원들을 만나 설득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임금 상승률이 2.02%였는데, 따져 보니 10년치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2.34%에도 미치지 못했어요. 지난 10년간 머리띠를 매고 파업을 했는데 이것밖에 안 되나 싶었죠. 그렇다면 굳이 소모적인 투쟁을 할 필요가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업황 부진으로 회사에 적자가 나더라도 월급이 삭감 또는 동결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오를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한다. “우리 같은 대기업 노조의 경우 사회적 양극화를 억제하기 위한 정부의 고임금 사업장 임금 억제 정책 때문에 현실적으로 임금을 한없이 올리기 어렵습니다. 결국 과거처럼 노조가 역할 투쟁을 해서 사측으로부터 무조건 많이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원칙을 세워 노사가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때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지요.” 그가 임금 물가 연동제를 조합원들에게 언급하자 “임금 교섭을 안 하겠다는 것이냐”는 우려와 반발도 있었지만, 20~30년간 현장에서 일한 노동자들의 상당수가 이 위원장의 제안에 공감했다. 대신 조합원들은 퇴직 프로그램, 해외 연수, 병가 휴직 연장, 의료 서비스 등 복리 후생에 대해 요구했다. 이 부분은 현재 회사와 세부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노사 간의 임금인상 합의가 불발돼 중앙노동위원회가 중재에 나서기도 했던 사업장이었다. 그는 “사측이 많은 불신을 받았던 적도 있었지만, 올해에는 노사가 서로를 위해 잘 풀어가야 한다는 긍정적인 목소리들이 크게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사상과 이념을 갖고 하는 노동운동과 조합원들의 삶의 질을 위한 조합 활동은 구분돼야 합니다. 물론 부당 노동 행위와 부당 탄압, 비인간적 행위 등 사측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싸워야겠지만, 노조도 정치적 색깔론을 위한 투쟁만을 고집하는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협상과 합리적인 대화에는 나서서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제 대기업 노조는 파업을 할 때 수많은 협력 업체와 상인들에게 미치는 여파도 고려하는 등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가져야 국민들로부터 이기적인 집단, ‘귀족 노조’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은 이번 달 급여의 1%를 난치병, 소아암 어린이와 학대 노인 등 소외계층 지원, 사회적기업 일자리 창출 지원 등에 지원한다. 사측도 같은 금액을 회사에 적립해 총 약 50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노사 상생 기금에 정부의 참여도 기대합니다. 노사 문제가 전향적으로 발전하려면 사측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처럼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를 버리고,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고 노동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존중과 배려를 가지고 동등한 대화 상대로 생각해야 진정한 노사 관계의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입니다.” 울산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왜 말 안 들어” 입원한 치매환자 마구 폭행한 병원장 기소

    “왜 말 안 들어” 입원한 치매환자 마구 폭행한 병원장 기소

    입원 중인 치매환자를 마구 폭행한 요양병원장이 재판에 넘겨졌다.광주지검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며 입원 중인 치매환자를 폭행한 혐의(상해·노인복지법 위반)로 광주시립제1요양병원장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폭행 장면이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CCTV를 삭제한 혐의(증거인멸)로 이 병원 직원 B씨도 구속기소 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올해 7월 입원 중인 80대 치매 환자의 눈을 주먹으로 때려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이 환자가 병실 문을 나가려는 것을 목격하고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말을 듣지 않는다며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지속적으로 이 환자를 학대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2015년 6월 다른 입원 환자에게 반말과 폭언을 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직원 B씨는 폭행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 입원 병동에 설치된 CCTV의 하드디스크를 빼내 관련 영상을 삭제한 혐의다. 이 병원은 광주시가 위탁 운영한 곳으로, 폭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20년 넘게 이어진 민간위탁이 해지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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