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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겸수 강북구청장, 노인. 경단녀, 장애인 위한 일자리 5159개 만든다

    “일자리 창출이 최상의 복지다.” 박겸수 서울 강북구청장은 20일 “강북구만의 창의적인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올해 5159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밝혔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생각으로 지역실정에 맞는 공공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특히 보험업종, 봉제업, 운수업이 강북구의 특성화된 업종이란 노동청에 분석에 따라 그에 맞는 일자리사업을 벌인다. 강북구는 전체 인구의 16.1%가 65세 이상 노인인구로 노령화 속도도 서울에서 가장 빠르다. 늙어가는 서울에서도 가장 빨리 늙는 곳이 바로 강북구다. 구 전체 사업체의 94.5%인 1만 8174개는 10인 미만의 소규모 영세업체다. 노령인구 외에도 장애인, 경력단절여성 등 민간 고용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취업 취약계층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이들을 위한 일자리 확보가 시급하다. 공공 일자리 만들기 사업에 16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취업 취약계층이 자립하도록 돕는다. 현재 구에서는 초등학교 급식 도우미와 같은 노인 일자리 사업 등 모두 51개의 일자리사업이 진행 중이다. 근로유지형 자활 근로사업, 여성 안심 귀가 스카우트, 노인 돌봄 서비스, 퇴직교사 방과 후 교실 지원 등도 모두 구에서 지원하는 일자리사업이다. 3623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강북구만의 차별화된 일자리사업으로 강북경찰서와 함께 한 가스배관 윤활유 도포사업도 있다. 빈집털이범의 주요 이동통로인 건물 외벽 가스배관에 윤활유를 발라 치안 유지와 일자리 창출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 예산 1800만원을 투입해 법인보험대리점 관리사 양성과정도 신설했다. 지난 2년간 평균 취업률 70.3%를 기록한 법인보험대리점 관리사 양성과정에는 경력단절여성, 청년구직자 등이 참여한다. 강북봉제지원센터에서는 봉제전문 인력을 교육해 구에 밀집한 700여 개 소규모 봉제업과 ‘일자리 매칭’을 한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눈칫밥 없다… 자양동 식당의 ‘나눔 밥상’

    눈칫밥 없다… 자양동 식당의 ‘나눔 밥상’

    수도권 발생 음식물 쓰레기 연간 3만여t. 음식을 먹다 남겨 버리는 일이 허다하지만 정작 사회 곳곳에는 끼니를 거르는 소외계층도 많다. 이런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위해 주민들이 나섰다. 광진구 자양1동은 올해부터 ‘저소득 주민 무료 급식사업’을 시작해 동참할 음식점을 모집한다고 19일 밝혔다. 자양1동에는 기초생활수급자와 한부모 가정 등 저소득 주민이 1400여명 살고 있다. 구의 전체 15개 동 가운데 네 번째로 많다. 현재 만 18세 이하 청소년들은 아동급식 카드로 식사를 해결하고 만 65세 이상 노인들은 인근 복지관에서 무료 급식을 하거나, 주 2회 급식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꿈나무 급식카드는 지원 단가(4000원)가 낮고 노인들 역시 무료 급식을 할 수 있는 복지관이 멀다. 이에 동은 저소득층 누구나 가까운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역 음식점과 연계한 급식사업을 구상했다. 동 복지 담당 공무원이 급식지원 대상자를 선정해 식권을 배부한다. 무료 급식 동참업소에 식권을 내고 이용할 수 있다. 한 명당 월 20회 이용 가능하다. 동참 음식점에는 입구에 스티커를 부착해 참여 업소를 쉽게 알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자양1동은 지역 150여개 음식점에 이번 사업을 알리기 위한 안내문을 발송하고 직접 방문해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단독] 김종인 “내년 대선 더민주 유리…문재인이 그때까지 黨 맡아달라고 해”

    [단독] 김종인 “내년 대선 더민주 유리…문재인이 그때까지 黨 맡아달라고 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1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4·13총선에서 더민주를 제1당으로 만든 1등 공신이라는 평가 때문인 것 같았다. 김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자신이 당에 공식적으로 들어온 ‘1월 15일’을 수차례 언급하며 “그 이전으로 돌아가면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문재인 전 대표로부터 비대위원장직을 제안받을 당시 대선까지 당을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은 사실을 이날 인터뷰에서 처음 공개했지만, 자신의 거취에 대한 질문에는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대신 경제 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손동작이 빨라지며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 인터뷰는 이도운 서울신문 정치부장과의 대담으로 국회 더민주 대표실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수도권에서 놀라운 승리를 거뒀다. 김 대표의 공인가. -수도권에서 흔히 야당이 둘로 쪼개져서 대패할 것이라고 했는데, 수도권 유권자의 의식을 잘못 판단했다. 여당 아니면 야당을 찍어야 하는데 어떤 야당이 모든 것을 대체할 능력을 갖고 있느냐. 제3당은 무시한 것이다. 과거 선거 패턴을 보면 수도권 표심이 대한민국을 바꾸는 역할을 했다. 수권정당을 표방하고 이기면 반드시 정권 교체를 하겠다고 계속 얘기했다. 이게 어느 정도 먹혔다. →수도권 민심이 정권 교체로 이어진다는 것인가. -지금부터 더민주가 엄청나게 잘해야 한다. 이게 굉장히 뜨거운 것이라 놓칠 수도 있다. 더민주는 1월 15일 이전 모습으로 돌아가면 그 희망도 없다. 더민주의 당선자와 대권을 꿈꾸는 이들이 모두 명심해야 한다. →호남은 완패다.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 -당 전체가 져야 한다. 더민주는 호남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선거도 번번이 패하고, 이 사람들에게 미래가 안 보이니 절망 상태로 갔다. 특정인들이 특정인을 상대로 반감을 고취시켰으니 같이 작용해서 호남 민심이 지금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 →몇몇 의원은 이번 승리가 김 대표의 공이 아니라며 흔들기도 한다. -얘기하고 싶지 않지만, 한 가지는 얘기할 수 있다. 내가 낭떠러지 떨어지려는 사람을 구출한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여당에서 선거 패배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 -집권한 사람이 져야 한다. →부산에서 ‘원조 친노(친노무현)’들이 당선됐고 당내 친노세력이 많이 들어왔다. 당의 주인은 당원이지만, 주류는 친노인가. -당의 주류가 친노라고 생각하면 또 문제가 생긴다. 그 사람들은 자숙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1월 15일 이전으로 돌아간다. →비대위가 중도·비주류 위주로 구성됐다. -누가 주류이고 비주류인지 모른다. 개별적으로 친한 사람도 없다. 비대위 구성은 선거 끝나기 전에 생각한 사람들이다. →김 대표가 다시 대표를 맡으면 그런 분들 위주로 지도부를 만들려 하나. -내가 대표를 맡을지 생각한 바 없다. 비대위로 20대 원 구성과 전대 준비작업을 해야 한다. 그 다음 사항은 내 몫이 아니다. →문 전 대표가 김 대표를 삼고초려할 때 비례대표 2번으로 모시고 싶다고 했고, 대선까지 당을 이끌어 달라고 했다는데. -뭐 그건 실제로 나하고 그렇게 얘기했다. →그에 따르면 김 대표가 계속 대표를 맡는 것이 문 전 대표와의 합의 정신에 맞을 텐데. -글쎄요. 나에 관한 일이기 때문에 이제 앞으로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가는 것이지 누가 뭐라고 해서 동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본인 말고 당 대표로 이 사람이면 괜찮다는 생각이 있나. -내가 누구라고 말할 수 없다. 얘기하고 싶지 않다. →3당 체제에서 원내대표로 마음에 두고 있는 분이 있나. -내 생각에는 3당 체제에서 3당이 협의를 거치는 것이니 기존 원내대표보다 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전문 지식을 갖추고, 협상 능력도 있고, 그 다음에 추진력도 있고. 이런 사람이 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국민의당을 과소평가하는 느낌이다. -38석을 얻었으니 나름 크게 성공한 것이다. 역할을 어떻게 할지에 달렸다.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냐, 여당에 편향된 역할을 할 것이냐. 그에 따라 국민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 결정될 것이다. 통일국민당은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의 대선 출마를 위해 만든 당이었다. 국민의당과 창당 시기 등도 비슷하다. 안철수 대표가 당선되면 그 당이 지속하지만, 낙선되면 당이 존치할까. →그때는 여당에 김영삼이라는 확실한 주자가 있었다. 혹시 안 대표가 여권의 후보가 될 수도 있을까. -모른다.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게 되는 순간 국민의당은 없어지는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대통령을 누가 보필해야 하나. -여소야대 관계를 잘 관리할 사람이 돼야 한다. 대통령 본인은 물론이고 보필하는 사람들이 여소여대를 잘 이끌고 가도록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입법과 관련해 청와대가 국회를 어떻게 이끌고 가야 하느냐. 오바마는 여소야대인데 국정을 제대로 끌고 가지 않는가.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인 더민주가 해야 하나. -당연하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말 잘했더라. (여당이) 의원 꿔오기로 1당을 하면 숫자로 맞추자는 얘기이니 국민의당과 우리가 합하면 의장을 낼 수밖에 없게 된다. 의장의 능력이 앞으로 굉장히 중요하게 됐다. 여당이 쓸데없이 오기로 ‘우리가 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가 ‘이명박근혜(이명박+박근혜) 정권’ 청문회를 얘기했다. -무슨 의도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나 현직 대통령을 갖고 청문회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세월호 참사 2년이 됐다. 사회적으로 어떻게 풀어야 하나. -정치 이슈화해서는 곤란하다. 의결된 세월호법에 모순이 있고 제대로 해결하는 데 장애 요인이 있다면 수정할 수 있다. →김부겸 당선자가 20대 국회 시작과 함께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개헌에 동의하나. -1987년 헌법이 30년이 돼 가는데, 별로 효율이 없다. 그러다 보면 한번쯤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논의는 할 수 있으나 개헌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이 반대하는 게 아니냐. →재벌이 성장해서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간다는 주장에 동의하나. -동의하지 않는다. 재벌이 자기 힘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끌고 간 것인가. 재원이 부족하니까 그 재원을 몇 군데 몰아주자고 하니 이렇게 된 것 아닌가. 정치권력이 결국 예속돼 눈치만 보니까 아무것도 못하는 것 아닌가. 경제민주화는 경제세력으로부터 정치세력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이번 총선 이후 여당 내 후보가 없다. 다음 여당 후보는 어떤 분이 등장할 것 같나. -글쎄, 현재 상태로는 보이지 않는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나 50대가 후보로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년 대선에서 3당 중 누가 가장 유리하다고 보는가. -현재 총선을 치른 결과를 살펴보면 더민주가 제일 유리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어떤가.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려면 사표를 내고 국내 정치에 들어와야 한다. 대한민국 백성이 그렇게 간단한 백성이 아닌데, 그 사람이 한국 실정을 모른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라고 얘기하는데 경제에 대해 조예가 하나도 없는 사람이다. →더민주는 반 총장에 관심이 없나. -나는 관심없다. 나는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 김 대표는 “당신이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었다. 문 전 대표를 만났을 때도 그런 말을 했나. -그런 얘기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내가 봤을 때 (문 전 대표가) 무엇을 지향하는 사람인지 모른다. 나와 구체적인 얘기를 해 본 적이 없다. 노 전 대통령과는 여러 번 얘기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당의 지원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입지가 낮아졌다. 그에게 아직 정치적 기회가 남아 있나. -모르겠다. 사람이 위험도 좀 감내하고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 용기가 없으면 절대로 힘들다. →가끔 말씀이 좀 거칠다는 지적이 있다. -짜증 나는 질문을 받으면 거칠 수밖에 없지.(웃음) →부인(김미경 이화여대 명예교수)으로부터 정치적 조언을 듣는다는데. -우리 집사람은 자연과학을 공부했고 교수를 36년 한 사람이다. 굉장히 치밀하다. 나에게 조언도 가끔 해 주고, 비교적 정확하게 가르쳐 주기도 한다. 더민주에 처음 왜 오게 됐는지를 누가 써 왔는데, 너무 이상하게 써 와서 집사람이 다시 썼다. 그렇다고 멘토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담 이도운 부국장 겸 정치부장 정리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광진구 자양동에는 ‘사랑의 밥집’이 많다네

    광진구 자양동에는 ‘사랑의 밥집’이 많다네

    수도권 발생 음식물 쓰레기 연간 3만여 톤(t). 음식을 먹다 남겨 버리는 일이 허다하지만 정작 사회 곳곳에는 끼니를 거르는 소외계층도 많다. 결식이 우려되는 이웃들을 위해 지역민들이 나섰다. 광진구 자양1동은 올해부터 ‘저소득 주민 무료 급식사업’을 시작하며 동참할 음식점을 모집한다고 19일 밝혔다. 자양1동에는 기초생활수급자와 한부모 가정 등 1400여명의 저소득 주민이 살고 있다. 구의 전체 15개 동 가운데 4번째로 많다. 현재 만 18세 이하 청소년들은 아동급식 카드로 식사를 해결하고 만 65세 이상 노인들은 인근 복지관의 무료 급식이나 주2회 급식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꿈나무 급식카드는 지원 단가가 낮고 노인들 역시 무료 급식을 할 수 있는 복지관이 멀다. 이에 동은 저소득층 누구나 가까운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역 음식점과 연계한 급식사업을 구상했다. 동 복지 담당 공무원이 급식지원 대상자를 선정해 식권을 배부하면, 무료 급식 동참업소에 식권을 내고 이용할 수 있다. 한 명 당 월 20회 이용 가능하다. 동참 음식점에는 입구에 스티커를 부착해 참여 업소임을 쉽게 알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또 모범을 보인 업소에 구청장 표창을 수여하고 정기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청취, 반영할 계획이다. 자양1동은 지역 150여개 음식점에 이번 사업을 알리기 위한 안내문을 발송하고 직접 방문해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김기동 구청장은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이웃들을 위해 많은 업소들이 나눔에 동참해달라”고 부탁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단독]건강한 노인 눈에서 구더기가…‘눈구더기증’ 확인

    파리 구더기가 건강한 사람의 눈에 침투한 사례가 국내 최초로 확인됐다. ‘눈구더기증’은 구더기가 눈이나 눈 주변부를 침범하는 증상으로 인체 구더기증의 약 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눈구더기증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극히 희귀한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19일 대한안과학회지 최근호에 실린 전남대 의대 안과학교실 연구팀의 ‘건강한 환자에서 구리금파리 구더기에 의해 재발한 눈구더기증 1예’ 보고서에 따르면 72세 남성 A씨는 양쪽 눈의 이물감, 통증, 눈물 등의 증상으로 한 병원을 찾았다가 눈구더기증으로 진단받았다. 이 남성은 농부로 7개월 전 전남대병원에서 최초 눈구더기증으로 진단받은 뒤 구더기를 제거하는 치료를 받아 완치됐지만 증상이 재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대병원 응급센터로 옮겨진 환자가 귀 통증을 호소해 의료진이 정밀 검사한 결과 왼쪽 귀에서도 6마리의 구더기가 발견됐고, 고막에 구멍까지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눈 부위를 침범한 구더기는 1차 방문한 병원에서 이미 제거한 상태였다. 환자의 귀에서 제거한 구리금파리는 ‘3령’으로, 번데기가 되기 직전까지 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 유충은 번데기가 되기 전까지 1~3령의 단계로 자란다. 환자에게는 각막 혼탁 증상이 나타났고, 양쪽 눈의 최대 교정시력은 0.1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국내에서 눈구더기증이 보고된 사례는 2011년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안구적출술을 받은 환자의 눈 부위에 검정금파리 구더기가 침범한 사례였다. 눈이 아닌 피부, 입, 귀, 코 등의 장기를 침범한 사례는 8건이 보고됐지만 건강한 사람의 눈에 구더기가 생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파리 구더기는 일반적으로 부패한 신체조직에 생기지만 상처가 생긴 부위에도 침범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선행하는 위험인자가 없는 건강한 사람에서 매우 드물지만 구리금파리에 의해 재발성 눈구더기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에 동반해 다른 인체조직에 구더기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열악한 위생환경 개선을 통한 예방과 진단시 적극적인 수술적 제거 및 항생제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씨줄날줄] 젊은 치매/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젊은 치매/황수정 논설위원

    tvN의 드라마 ‘기억’이 잔잔한 인기를 끌고 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한 중년 남성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가 화제인 까닭은 배우의 열연과 애절한 사연만이 전부가 아니다. 드라마 속 현실이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큰 몫을 한다. 급한 볼일을 보다가도 주인공(이성민)은 정해진 시각이면 화장실로 뛰어간다. 알츠하이머 치료 패치를 붙이는 모습에는 강심장 시청자도 짠해진다. 이름하여 ‘젊은 치매’. 기억력이 젊음의 특권이라는 점에서 이보다 더 부조리한 단어의 조합은 없다. 개인 의지와 상관없이 진행되는 병은 불가항력적 삶의 소재로 드라마에서 자주 인용된다. 몇 년 전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도 젊은 치매에 걸린 주인공의 캐릭터는 강렬했다. 젊고 아름다운 여주인공(수애)이 긴 머리에 헤어롤을 친친 감았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애인을 만나러 가던 장면은 아직도 애잔하다. 이런 드라마를 보면서 가슴 철렁하지 않는 현대인은 드물 것이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 깜빡깜빡할 때가 하루에도 몇 번씩이다. 왜 컴퓨터를 켰는지 생각나지 않아 멍하게 앉아 있는 일쯤은 애교 수준. 이런 현상이 단순 건망증인지, 치매 초기인지를 고민하는 건강염려증이 유난히 많아진다는 계절이다. 과학적 근거도 있다. 겨우내 위축된 몸이 풀려 호르몬 분비에 변화가 오면 건망증이 심해질 수 있다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우리나라 80세 이상 노인 5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치매 환자수의 증가세는 걱정스럽다. 2011년 29만 5000여명이던 것이 지난해 45만 9000여명으로 늘었다. 연평균 12% 가까운 꾸준한 증가치다. 치매 환자에게 들어가는 연간 진료비도 1조 6000억원을 넘었다. 노인 치매도 문제지만 50대 미만의 치매도 심각한 수준이다. 젊은 치매 환자가 전체의 0.5%를 차지하며, 이 수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최근 7년간 치매 진료를 받은 40대 이하의 인구가 무려 40%나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우리의 고령화 사회 진입 속도는 세계 최고를 기록한다. ‘치매와의 전쟁’이 예견된 마당에 초로기 치매의 경고등까지 켜진 셈이다. 고령화 사회로 가까워지면서 치매는 더이상 개인과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범사회적으로 머리 맞대고 풀어야 하는 숙제다. 우리 정부가 ‘치매와의 전쟁’을 처음 선포한 것은 2008년. 앞으로 5년간 4800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치매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줄여 주겠다는 3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이 지난해 발표돼 시행 중이다.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서비스는 그러나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귀띔하는 치매 예방책은 시시하다. 충분한 휴식과 머리 비우기로 스트레스 없애기. 알고 나면 더 답답해지는 해법이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간호사 되기도 전에… 벌써 두명 살렸네요

    간호사 되기도 전에… 벌써 두명 살렸네요

    빠른 심폐소생술로 골든타임 지켜… 2년 전 영화관에서도 70대 응급처치 간호학과 학생이 출근길에 갑작스럽게 심장이 멈춰 쓰러진 시민을 상대로 신속하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목숨을 구했다. 18일 삼육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0분쯤 서울 지하철 4호선 쌍문역에 진입하던 열차 객실 안에서 승객 전모(49)씨가 갑자기 입에 거품을 문 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당시 전씨는 심장이 멈춘 상태였다. 때마침 열차 출입문이 열리면서 간호 실습 현장으로 출근하기 위해 쌍문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홍예지(23·여·삼육대 간호학과 4학년)씨의 눈에 쓰러진 전씨의 모습이 들어왔다. 홍씨는 당황한 승객 사이로 뛰어들어 가 곧바로 전씨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일부 승객이 “바쁜 출근길에 혼잡하니 일단 환자를 옮기자”고 요구했으나 홍씨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라 심폐소생술을 멈추면 위험하다”며 단호히 거절했다. 결국 15분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홍씨는 심폐소생술을 멈추지 않았고 전씨는 무사히 인근 병원으로 후송될 수 있었다. 현재 전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씨는 “간호학과 학생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지난 2014년에도 청량리의 한 영화관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70대 노인에게 응급처치를 한 적이 있는 홍씨는 “당시의 경험을 계기로 응급처치가 생활 속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응급처치강사 자격증을 따고 지금은 대한적십자사에서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홍씨는 “앞으로 응급전문 간호사가 되어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농아인 목소리 키운 26년 봉사

    농아인 목소리 키운 26년 봉사

    수화 교육원 설립… 여성·노인 지원도 청각장애를 딛고 다른 농인들을 위해 봉사해 온 문병길(54) 서울시 농아인협회장이 ‘2016 서울시 복지상 장애인 인권분야’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서울시는 18일 오후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함께서울 누리축제’에서 문 회장을 비롯한 6명 수상자에게 상장을 수여했다.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이 상은 장애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사회통합에 기여한 시민에게 수여된다. 문씨는 청각장애 2급으로 1990년부터 한국농아인협회 선도위원으로 농인들을 위한 봉사를 시작했다. 2009년 서울시 농아인협회장으로 취임한 뒤 수화통역 서비스의 보편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 여기고 서울시 수화전문교육원을 설립, 유능한 수화통역사 양성에 힘써 왔다. 노인과 여성 장애인을 위한 지원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2010년에는 ‘농아노인 지원센터’를 설립했고, 2014년엔 농아 여성을 위해 서울시농아인여성회 부설 ‘여성 장애인 어울림센터’를 마련하기도 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어려운 농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시는 설명했다. 이 밖에 김락우(50) 한국정신장애인 자립생활센터 대표가 최우수상을, 서울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에 재직 중인 이현정(41·여)씨와 한국 뇌성마비복지회 홍보팀장인 최명숙(53·여)씨 등은 우수상을 받았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나도 우즈 한번 돼 볼까나…동작 어르신들 ‘들썩들썩’

    나도 우즈 한번 돼 볼까나…동작 어르신들 ‘들썩들썩’

    건강관리 차원에서 꾸준히 운동해야 하지만 돈과 정보가 부족한 탓에 고민하는 지역 노인을 위해 동작구가 체육교실을 연다. 구는 다음달부터 11월까지 ‘동작구 어르신 생활체육교실’의 참가자를 선착순 모집한다고 18일 밝혔다. 종목은 게이트볼과 파크골프로 각각 20명, 29명이다. 만 65세 이상 동작구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참가 희망자는 구 게이트볼연합회나 파크골프연합회로 하면 된다. 지난해 처음 실행한 파크골프 교실은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아 참여인원을 지난해보다 9명 많은 29명으로 늘렸다. 파크골프는 면적이 좁은 공원에서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골프를 개량해 만든 종목으로 기본적인 규칙은 골프와 똑같다. 또 노인들에게 잘 맞는 운동인 게이트볼 교실은 올해 처음 개설됐다. 참가자는 전문 강사로부터 기초 운동법을 무료로 배우게 되며 장비도 빌려준다. 어르신생활체육교실은 여의도 한강공원 파크골프장과 노량진 근린공원 게이트볼장에서 매주 화·목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가량 진행된다. 이 밖에도 기체조와 단전호흡, 국학기공, 에어로빅 교실 등을 지역 내 공원과 약수터 등에서 수시로 연다. 구 생활체육과(02-820-1267)로 전화하면 운동 장소 등 자세한 사항을 안내받을 수 있다. 구 관계자는 “운동을 배우고 싶어도 어디서 배워야 할지 몰라 집에만 있는 어르신이 많다”면서 “많은 사람이 체육교실에 참여해 건강도 지키고 노후의 여가활동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현장 행정] 납골공원·묘지로…100세 시대 너무나 특별한 소풍

    [현장 행정] 납골공원·묘지로…100세 시대 너무나 특별한 소풍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조용하던 양로원에 신나는 노랫소리가 퍼졌다. 서로 짝을 지어 손뼉을 치는 노인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지난 15일 종로구 구기동 청운양로원에선 특별한 교육이 열렸다. 주제는 ‘웰다잉’. ‘100세 시대’를 맞아 행복한 노후와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기 위해 구가 2014년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죽음의 조건·진정한 유산 등 강연 종로의 웰다잉 교육에는 요즘 흔히 회자되는 입관 체험이나 유서 쓰기는 빠져 있다. 젊은이가 아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자연스러운 교육방식을 택했다. 이날 교육은 웰라이프 아카데미의 박재연 대표가 맡았다. 막연한 두려움을 주는 ‘죽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에 목적을 뒀다. 숙연한 분위기를 예상했지만 교실의 표정은 생각보다 밝았다. 육체를 벗어나며 느낀 행복감 등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사람의 경험담부터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 진정한 유산 등에 대한 강연이 이어졌다. ●효원납골공원 찾아 인식 전환 노인들은 때로는 함께 소리 내 글을 읽고 때로는 웃고 끄덕이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씩 내려놓았다. ‘무엇을 남길까’ 코너에서는 자신의 손을 종이에 대고 그린 뒤 하고 싶은 일과 남기고 싶은 말을 적었다. 누군가는 자주 만나지 못한 형제·자매를, 누군가는 자식들에게 남겨 줄 자서전을 떠올렸다. 노인들은 평생 애써 온 자신의 손을 쓰다듬으며 “고생했다 내 손, 사랑한다 내 손”을 외쳤다. 가족들을 건사하느라 매니큐어 한번 발라 보지 못했던 손을, 그림으로나마 색색의 사인펜으로 곱게 칠했다. ●자서전·장수 사진 촬영 등 지원도 오후엔 특별한 소풍을 떠났다. 경기 화성시에 있는 ‘효원 납골공원’을 찾은 것이다. 납골당·묘지 투어는 이승을 떠나 머물 곳을 미리 살펴본다는 취지로, 장수국가인 일본에서도 최근 인기다. 노인들은 그곳에서 갑작스러운 죽음이 아닌 ‘준비된 죽음’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생각했다. 하루 동안의 교육이었지만 교육 전과 후, 노인들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무현(77·여)씨는 “나이가 드니 무기력감과 외로움에 시달렸는데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게 됐다”면서 “강의 내용처럼 애벌레의 몸을 벗고 나비가 돼 날아갈 수 있도록 여생을 잘 살고, 잘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구는 아름다운 노년을 위해 웰다잉 프로그램 외에도 지역 노인들을 대상으로 매년 자서전 만들기, 장수사진 촬영 등의 프로그램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살맛 나는 노후 누리세요… 어르신에 희망 건네는 ‘행복 도시’

    [자치단체장 25시] 살맛 나는 노후 누리세요… 어르신에 희망 건네는 ‘행복 도시’

    1959년 광주에서 태어난 박겸수 서울 강북구청장이 정치인이 된 것은 말 그대로 운명이었다. 재야 정치인들이 제5공화국 정권에 대항하고자 만든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에서 활동한 그는 29세에 강북구에 터를 잡았고, 2010년 구청장에 당선되면서 강북구를 역사문화도시로 키웠다. 구는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이 15.7%로 가장 높다. 2033년에는 구의 노령인구 비율이 30.2%로 늘어난다고 서울시는 전망한다. 늙어가는 서울에서 가장 빨리 늙는, 서울의 목 주름과 같은 강북구를 ‘어르신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도시’로 만드는 것이 박 구청장의 목표다. ●서울 자치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 가장 높아 지난달 15일 끝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박 구청장은 관심 있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한때 그의 아들이 중학교 학업을 1년 중단하고 프로 입단을 꿈꾸었던 탓이다. 프로기사를 목표로 매일 허장회 바둑도장에 가서 하루 12시간씩 바둑만 두던 아들은 어느 순간 스타크래프트란 컴퓨터 게임에 빠져들었다. 스타크래프트는 구글이 바둑에 이어 알파고가 인간과 대결할 종목으로 꼽은 인기 게임이다. 학교를 무단결석하고 가출한 아들을 찾으러 동네와 이웃동네 PC방을 샅샅이 훑었던 그는 아버지로서도 답답한 세월을 겪었다. 사회민주화 운동가로 아스팔트를 뛰어다니는 중이라 애가 더 탔었다. 게임 실력 또한 바둑 못지않게 대단해서 그의 아들이 가출했을 때 강원도의 한 여대생이 ‘아드님이 대신 키워 주던 스타크래프트 아이템이 죽게 생겼다’며 찾아 나설 정도였다. 장래희망을 프로 바둑기사에서 프로게이머로 바꿨던 아들은 그러나 ‘프로게이머는 수명이 너무 짧다’며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드디어 진학 공부를 시작했다. 머리를 빡빡 깎고 공부에 몰두한 아들은 서울대에 합격해 현재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 박 구청장은 “바둑에는 복기가 있지 않은가. 경기가 끝나고서 바둑돌을 하나씩 다시 두며 복기를 하면 바둑판이 머릿속에 그대로 들어온다. 바둑을 두면 선생님의 칠판 글씨나 책 내용이 바둑판을 한 방에 기억하듯 머릿속에 사진처럼 남는다”며 아들의 명문대 입학 비결을 설명했다. 프로 바둑기사와 프로게이머를 꿈꾸며 방황하다가 학업으로 방향을 튼 아들의 방황을 지켜본 박 구청장이 만든 것이 바로 ‘꿈나무키움장학재단’이다. 꿈나무키움장학재단은 음악, 미술, 공부, 무용 등 어떤 재능이든 꽃을 피울 때까지 지원한다. 꿈나무 장학생은 2013년 처음 선발해 올해 4기를 뽑았다. 1년간 300만원 내에서 학원수강료, 대회참가비, 물품 구입비 등을 지원하며 재심사를 받으면 계속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장학생들은 재능 분야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합격해 강북의 미래를 책임질 꿈나무로 컸다. ●‘중2병’ 사춘기 위해 엄홍길 산악대장과 등산 강북구만의 또 다른 교육사업으로는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청소년 희망원정대’가 있다. ‘중2병’으로 불리는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중학교 2학년 학생 60명과 함께 엄 대장이 한 달에 한 번씩 일 년간 산을 탄다. 여름과 겨울에는 캠프에 참여하고, 캠프활동에 열심히 참여한 학생은 엄 대장과 히말라야에도 함께 간다. 박 구청장은 엄홍길 휴먼재단과 함께 지난 3월 초 세 번째로 히말라야에 다녀왔다. 그에게 엄 대장은 ‘정말 고마운 분’이다. 한 학부모로부터 우연히 엄 대장이 강북구민이란 이야기를 들은 그는 삼고초려 끝에 엄 대장을 강북구 홍보대사로 임명할 수 있었다. 서울시 25개 구의 구청장 가운데 최고의 ‘술 대장’으로 알려진 박 구청장은 소주잔을 밤새도록 기울인 끝에 엄 대장을 설득했다. 엄 대장은 이번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박 구청장 얼굴이 아른거려 포기했다”고 말할 정도다. 이번 히말라야 등반길에 4000m 고지까지 오른 박 구청장은 의료봉사와 휴먼재단의 학교 건립에도 참여했다. 네팔의 포카라시와 강북구는 결연을 맺은 자매도시이기도 하다. “네팔에서는 한 번도 병원에 못 가 보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국 학생들은 거기서 대자연의 웅대함을 맛보고 네팔의 교육 환경과 삶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자연스레 깨우치게 되지요.” 대한민국 민주화의 큰 거름이 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그는 군대에 있었다. 박 구청장의 많은 친구가 전남도청으로 달려가 시청을 계엄군으로부터 사수하려다가 사망했다. 광주민주화운동 덕분에 매일 시국 토론을 하던 그의 생각은 더욱 깊어졌다. 대한민국이 산업화를 넘어서 발전하려면 민주화가 필연적이란 생각에 그는 서울로 왔다. 최루탄 냄새가 매캐한 서울 시내를 누비고 다녔다. 민추협에서 활동하던 시기에는 언제나 담당 경찰이 한 명씩 붙어 다녔다. 1987년 평화민주당 당직자로 정치에 입문한 그의 가장 큰 정치 스승은 다산 정약용이다. 국내 최고의 다산 연구로 인정받는 박석무 전 국회의원과 함께 학원비리 해결에 앞장서면서 자연스럽게 다산의 사상에 젖어들었다. 올해는 다산 180주기다. 그는 구청장이 되자마자 강북구에 ‘다산 아카데미’를 만들어 매년 100여명의 시민들에게 다산 정신을 심고 있다. ‘다산 아카데미’는 벌써 6년째 운영 중으로 올해 11기 교육생을 배출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주민교육 프로그램이란 자부심이 대단하다. 다산이 공직자들에게 강조한 것은 공렴(공정+청렴)이었다. 박 구청장은 지난 3월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최초로 시민도 익명으로 공직자 비리를 신고할 수 있는 ‘레드 휘슬’ 시스템을 도입했다. “공무원으로 있으면 세상 돌아가는 데 둔감할 수 있어요. 깨끗한 공직사회에서 국민은 희망을 찾게 됩니다.” ●구 계약업체 대표와 직접 통화하는 ‘옴부즈맨’ 박 구청장은 구와 계약을 맺은 업체 대표와 직접 통화해서 계약 관계를 확인하는 ‘구청장 옴부즈맨’으로도 활약할 예정이다. 공무원들이 친절했는지,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행정서비스는 잘 받았는지, 개선할 점은 없는지 등을 구청장이 나서서 전화통화로 일일이 조사한다. 구청의 일을 맡아 주어 감사하다는 표시를 전하면서 자연스럽게 개선점을 찾아낼 생각이다. 대화 내용 말고도 목소리를 통해 느끼는 감도 중요하기 때문에 꼭 전화통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북한산 덕분에 강북구가 노인들의 천국이에요. 어르신들이 인간적으로 살 수 있고, 희망과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곳이 강북구입니다.” 쓰레기 분리 배출을 강조하는 청결강북운동에 앞장서서 봉사하는 이들도 노인들이다. 강북구 노인지회는 두부공장을 차려서 ‘어르신 두부’를 판매한다. 박 구청장은 전날 고주망태가 되어도 다음날 새벽에는 북한산 자락을 타면서 주민들과 인사한다. 구청장이 이동식 민원창구다. 인근의 도봉구와 성북구도 북한산과 이어지다 보니 도봉구청장과 성북구청장은 그의 덕을 자주 본다. ‘구청장입니다’라고 등산 인사를 건네면 도봉구나 성북구 주민들도 ‘우리(도봉·성북) 구청장이 정말 부지런하구나’라고 오해를 한다. 역사에 유별나게 관심이 많다. 근현대사기념관 설립과 4·19혁명 국민문화제 개최로 이어졌다. 지난 3월 처음으로 제주도에서 워크숍을 가진 구청장협의회에서 박 구청장은 ‘환구단 복원운동’을 제안했다. 하늘에 제사를 드리는 환구단은 제후가 아닌 황제만의 특권으로 중국과의 단절과 대한제국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만큼 살려야 한단다.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앞에 남아 있는 3층짜리 팔각 건물은 실은 환구단이 아니라 부속 건물인 황궁우로, 일제가 1913년 조선호텔을 지으면서 환구단을 허물었다. 환구단 복원은 자주독립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란 꽃을 정성스레 키우면 대한민국은 243개(기초 226+광역 17)의 꽃이 만발한 국가가 되지 않겠습니까.” 박 구청장의 지방자치 철학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건강 지키는 한방

    건강 지키는 한방

    ‘의료관광특구’로 지정된 서울 강서구가 구민들을 위한 맞춤형 한방 서비스를 추진한다. 강서구는 만성질환과 노인성 질환 발병률이 높아져 생애 전환기로 인식되는 40세와 66세 구민을 위한 ‘사상체질 웰니스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18일 밝혔다. 사상체질 웰니스는 사람 체질을 태양·소양·태음·소음인 등 네 가지로 분류하는 한방 사상의학과 웰빙(참살이), 피트니스(건강)를 합성한 말이다. 혈액검사와 체지방검사, 체형측정, 운동측정, 설문 등 5가지 진단검사 결과를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개인별 사상체질이 나온다. 체질이 확인되면 한의원에서 식사요법, 운동, 기공요법 등 한방을 통한 맞춤형 건강관리 방법을 처방받는다. 올해 40세, 66세가 되는 1976년생과 1950년생이 이 프로그램의 대상이다. 대상자는 오는 12월 23일까지 강서구 보건소 홈페이지(www.gangseo.seoul.kr/site/health/)에서 지정 한의원을 확인한 뒤 무료 검진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 노현송 강서구청장은 “사상체질 웰니스 사업은 강서구의 풍부한 한방 인프라를 잘 활용한 사업”이라며 “앞으로 사업 대상을 점차 늘려 의료관광특구이자 명품 건강도시의 명성을 확실히 알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의료관광특구’ 서울 강서, 인생 전환기 맞은 주민에게 맞춤 건강 관리

    ‘의료관광특구’ 서울 강서, 인생 전환기 맞은 주민에게 맞춤 건강 관리

    ‘의료관광특구’로 지정된 서울 강서구가 구민들을 위한 맞춤형 한방 서비스를 추진한다. 강서구는 만성질환과 노인성 질환 발병률이 높아져 생애 전환기로 인식되는 40세와 66세 구민을 위한 ‘사상체질 웰니스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18일 밝혔다. 사상체질 웰니스는 사람 체질을 태양·소양·태음·소음인 등 네 가지로 분류하는 한방 사상의학과 웰빙(참살이), 피트니스(건강)을 합성한 말이다. 혈액검사와 체지방검사, 체형측정, 운동측정, 설문 등 5가지 진단검사 결과를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개인별 사상체질이 나온다. 체질이 확인되면 한의원에서 식사요법, 운동, 기공요법 등 한방을 통한 맞춤형 건강관리 방법을 처방받는다. 올해 40세, 66세가 되는 1976년생과 1950년생이 이 프로그램의 대상이다. 대상자는 오는 12월 23일까지 강서구 보건소 홈페이지(www.gangseo.seoul.kr/site/health/)에서 지정 한의원을 확인한 뒤 무료 검진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 지역 26개 한의원 중 지정된 곳에 전화로 예약하면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다.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경우 보건소 의약과(02-2600-5948)에 문의해도 된다. 노현송 강서구청장은 “사상체질 웰니스 사업은 강서구의 풍부한 한방 인프라를 잘 활용한 사업”이라면서 “앞으로 사업 대상을 점차 늘려 의료관광특구이자 명품 건강도시의 명성을 확실히 알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청각장애 딛고 다른 장애인에 봉사, 문병길씨 서울시 장애인 인권분야 대상

    청각장애 딛고 다른 장애인에 봉사, 문병길씨 서울시 장애인 인권분야 대상

    청각장애를 딛고 다른 농인들을 위해 봉사해 온 문병길(54) 서울시 농아인협회장이 ‘2016 서울시 복지상 장애인 인권분야’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서울시는 오는 18일 오후 여의도광장에서 열릴 ‘함께서울 누리축제’에서 문 회장을 비롯한 6명 수상자에게 상장을 수여한다고 18일 밝혔다.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이 상은 장애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사회통합에 기여한 시민에게 수여된다. 문씨는 청각장애 2급으로 1990년부터 한국농아인협회 선도위원으로 농인들을 위한 봉사를 시작했다. 2009년 서울시 농아인협회장으로 취임한 뒤 수화통역 서비스의 보편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 여기고 서울시 수화전문교육원을 설립, 유능한 수화통역사 양성에 힘 써 왔다. 노인과 여성 장애인을 위한 지원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2010년에는 ‘농아노인 지원센터’를 설립했고, 2014년엔 농아 여성을 위해 서울시농아인여성회 부설 ‘여성 장애인 어울림센터’를 마련하기도 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어려운 농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시는 설명했다. 이밖에 김락우(50) 한국정신장애인 자립생활센터 대표가 최우수상을, 서울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에 재직 중인 이현정(41·여)씨와 한국 뇌성마비복지회 홍보팀장인 최명숙(53·여)씨 등은 우수상을 받는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한방으로 잡는 건강] 인터넷 판매 생녹용 사슴피 복용은 금물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고 한다. 약과 음식의 근원이 같다는 뜻이다. 좋은 말이지만 맹신했다간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특히 식약(食藥)공용 한약재가 200종을 웃도는 우리나라에선 더욱 그렇다. 감초, 계피, 구기자, 녹용, 당귀, 인삼, 진피 등 유명한 약재도 식품으로 먹을 수 있는 식약공용이다. 그래서 ‘무슨 병에 뭐가 좋다’는 정보를 들으면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불티나게 팔린다.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이런 약재를 무분별하게 섭취하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 녹용은 면역 인자, 콜라겐, 성장호르몬이 풍부하고 조혈·강장 작용을 하는 훌륭한 약재다. 하지만 잘못 복용하면 두통·발열·소화불량·어지러움·출혈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한의원에서 녹용을 처방할 땐 환자에게 각종 출혈질환, 심혈관과 뇌혈관계 질환, 성호르몬 관련 질환이 있는지 두루 살핀다. 임산부와 수유부, 영유아, 노인, 최근 수술 여부 등 다양한 경우를 고려한다. 이렇게 전문가가 처방한 건조 녹용은 안전하지만, 인터넷 등에서 판매되는 생녹용은 주의해야 한다. 건조되지 않은 상태인 데다 관리 기준도 미비해서다. 녹혈(사슴피)은 마시지 않는 게 좋다. 기생충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엄밀히 말해 국산이 없다. 토종 꽃사슴은 1940년대 무분별한 포획으로 멸종됐다. 국내에서 사육하는 북미산 엘크종을 편의상 국산 사슴이라고 한다. 북미산 엘크종의 녹용을 잘못 복용하면 광록병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광록병은 광우병과 마찬가지로 ‘변형 프리온 단백질’로 발생하는 사슴 신경성 질환이다. 한의원에선 광록병 청정국가인 러시아나 뉴질랜드에서 안전성 검사를 거쳐 수입한 건조 녹용을 쓴다. 약인 줄 알고 먹었는데 독이 되는 일이 없도록 우선 전문가와 상의하는 게 좋다. ■도움말 남지영 경희미르한의원 원장
  • 50세미만 젊은치매 年2000명 넘어… 스트레스 ‘혈관성’ 많아

    50세미만 젊은치매 年2000명 넘어… 스트레스 ‘혈관성’ 많아

    치매 환자가 5년 전보다 1.6배 증가해 지난해에는 46만명이 치매 진료를 받았고 80세 노인 5명 가운데 1명은 치매를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50세 미만의 젊은 치매 환자도 해마다 20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1~2015년 병원 진료를 받은 치매 환자를 분석한 결과 2011년 29만 4647명이던 환자가 2015년 45만 9068명으로 16만 4421명 늘었다고 17일 밝혔다. 치매환자가 최근 5년간 연평균 11.7%씩 증가한 셈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치매 환자가 5년 전보다 55.8%나 늘어난 이유에 대해 “고령화와 스트레스 등의 요인 외에도 보건소의 치매검진사업이 2010년부터 대대적으로 확대돼 그간 통계에 잡히지 않았던 치매 환자가 겉으로 드러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치매 환자가 급증하면서 환자의 가족은 물론 국가의 직·간접적 경제 부담도 늘고 있다. 지난해 치매 치료에 든 비용은 총 1조 6285억원으로 2011년보다 7630억원 늘었다. 치매 진료비는 이미 2012년 1조원을 넘어섰으며,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복지부 연구용역보고서 ‘치매노인실태조사(2011년)’에 따르면 치매 환자는 향후 20년마다 두 배씩 증가해 현재 50대가 70대가 되는 2030년에는 117만명, 현재 30대가 70대가 되는 2050년에는 218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의료비는 평균 327만원 수준으로 뇌혈관질환(204만원), 당뇨(59만원), 고혈압(42만원) 등 4대 만성질환보다 현저히 높다. 적절한 예방과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막대한 가계 부담과 건강보험재정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발생한 전체 치매 환자의 88.6%는 70세 이상 노인으로 80대(42.8%), 70대(35.6%), 90세 이상(10.2%) 순으로 많지만 50대와 50대 미만에서도 치매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안심할 순 없다. 50대 치매 환자는 1만 689명(2.2%), 50대 미만 환자는 2190명(0.5%)이다. 50세 이상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가 72.2%로 가장 많지만 50세 미만은 알츠하이머병(39.9%) 외에도 혈관 손상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26.9%) 비중이 높은 편이다. 혈관성 치매는 조기에 발견하면 호전될 가능성이 크다. 치매는 아직 확실한 예방법이 없지만 운동, 음주·흡연·스트레스 줄이기 등 생활 수칙을 지키고 치매 조기검진을 받는다면 어느 정도 발병률을 줄일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돼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 해마 부위가 손상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제3차 치매관리 종합계획(2016~2020)’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신경인지검사 등 치매정밀검진 비용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고 치매 환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도 병원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 수가(의료행위에 대한 대가)를 신설할 예정이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불의 고리’ 강진 도미노] “이런 지진 평생 처음”… 이재민 10만명 나흘째 ‘대지진 공포’

    [‘불의 고리’ 강진 도미노] “이런 지진 평생 처음”… 이재민 10만명 나흘째 ‘대지진 공포’

    일본 구마모토현의 연쇄 지진 4일째인 17일 오후 9시, 구마모토 현청사 1층에는 피난민 수백명이 몰려들었지만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였다. 물과 화장실 사용이 가능해 모여든 주민들로, 이들은 종이 상자나 집에서 가져온 매트리스 등을 바닥에 깐 뒤 밤을 지새우며 지진 공포를 피하고 있었다. 현청사는 정식 피난소가 아니어서 구호 물품이 부족해 이재민들은 ‘자급자족’을 해야 했다. 일부 이재민은 집으로 돌아가 가져온 비상식량을 옆 사람과 나눠 먹기도 했다. 또 5분 거리의 구마모토시 상하수도국 앞에서 물을 배급받아 왔다. 이재민들은 물을 받기 위해 300m 넘게 줄을 서서 두세 시간씩 기다려야 했지만 새치기나 고함 없이 모두 조용히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앞서 이날 오전 5시쯤 음식 확보에 실패한 한 할아버지가 사람들이 누워 있는 현청사 1층에서 큰 소리로 “먹을 것이 다 떨어졌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러자 중년 여성 2명이 그에게 다가가 가지고 있던 음식을 건넸고 할아버지는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 정식 피난소인 인근 스나토리 초등학교에서는 이날 아침 식사로 죽 배급이 이뤄지고 있었다. 가족 단위로 4명까지는 한 그릇, 그 이상은 두 그릇에 나눠 가족 수에 따른 정량을 배급했다. 반찬도 없고 양도 부족했지만 더 받기 위해 다시 줄을 서는 사람은 없었다. 배급을 맡은 여성은 “1차 배급이 끝난 뒤 남으면 더 달라는 사람에게 주는데, 1차 배급이 끝나기 전에 더 달라고 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전했다. 여기서도 사람들은 차분하게 줄을 서서 기다렸다. 이날 낮에 구마모토현을 둘러보니 곳곳에서 땅이 갈라지거나 다리와 터널이 붕괴됐고 산사태가 발생해 국도 57호선 등 적잖은 도로가 차단됐으며 열차 탈선에 전력 차단 등으로 철도 교통도 마비됐다. 도카이대 아소캠퍼스 근처의 연립주택 4개동이 파손되면서 이 학교 학생 가가와 시호 등 12명이 매몰됐다가 10명이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다. 구마모토 공항은 민항기 이착륙이 중단되는 등 폐쇄된 상태다. 강진에 전날 많은 비까지 내려 약해진 지반으로 추가 지반 붕괴, 산사태 등 대형 붕괴 사고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날 오후 후쿠오카에서 구마모토로 들어가는 도로에는 구호품을 실은 군용 차량들이 수백 미터씩 길게 늘어서 있었다. 구마모토를 빠져나오던 한 노인은 “이런 지진은 평생에 처음”이라며 “이번 지진은 언제 끝날지 몰라 빠져나온다”고 말했다. 추가 지진과 건물 붕괴 우려로 구마모토현에서만 9만 8000여명이 집을 떠나 지난 14일 이후 나흘째 학교, 공공건물 등 피난소에서 생활했다. 구마모토현과 인근 오이타현 주민 24만명에게 피난 지시가 내려졌고 이 지역 40만 가구에 수돗물 공급이 끊겼다. 지난 16일 새벽 1시 25분 구마모토현을 다시 엄습한 규모 7.3의 2차 강진으로 사망자는 42명으로 늘었고 중상자 180여명 등 부상자도 2000명을 넘어섰다. 17일에도 진도 4 이상의 지진이 5차례 발생하는 등 14일 규모 6.5 지진 이후 이날까지 진도 1 이상의 지진이 300여 차례, 진도 4 이상은 55차례, 진도 5 이상은 14차례 발생했다. 17일 낮 12시까지 발생한 여진은 417차례로 집계됐다. 이 같은 여진으로 대지진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공포가 확산되면서 일본 열도가 불안과 긴장 속에서 밤을 보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날 구마모토현을 격심재해(특별재해)지역으로 조기 지정하고 예비비를 신속히 투입해 복구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글 사진 구마모토·후쿠오카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문성 원장, 부천시에 쌀 1200kg 기증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문성 원장, 부천시에 쌀 1200kg 기증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이 지역 주민들을 위한 나눔문화행사를 15년째 이어가고 있다. 경기 부천시는 순천향대 부천병원에서 20㎏짜리 쌀 60포(270만원 상당)를 기탁받아 저소득 가정 60가구에 전달했다고 17일 밝혔다. 쌀은 순천향대 부천병원이 개원 15주년 기념일에 화환 대신 받은 것이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은 2001년 7월 의료봉사단을 결성해 병·의원이 없는 무의촌과 재해지역을 찾아 진료하고 지역아동센터나 노인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에서 정기적인 의료 봉사를 해왔다. 이문성 원장은 “부천병원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주민들의 무한한 사랑 덕분”이라면서 “지역사회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 무료진료 등 사회공헌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연금 못 받는 노인 빈곤율 두 배 높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을 받는 노인과 못 받는 노인 간 빈곤 수준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민연금연구원이 공적연금 수급 여부에 따른 소득수준의 차이를 분석한 ‘공적연금제도와 고령자 고용정책의 보완적 발전방안’ 연구보고서를 보면 60~64세 고령자 가운데 공적연금을 받는 집단의 상대빈곤율은 14.8%였으나, 공적연금을 받지 않는 집단의 상대빈곤율은 31.4%로 16.6%포인트 높았다. 상대빈곤율은 중위소득(모든 가구를 소득 순으로 줄을 세워 정확하게 중간 위치) 50% 미만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65세 이상 고령자 중에선 공적연금을 받는 집단조차 상대빈곤율이 35.5%였으며, 공적연금을 받지 않는 집단의 상대빈곤율은 60.0%나 됐다. 보고서는 “공적연금 미수급자는 젊은 시절 공적연금 가입 혜택을 받기 어려운 직종에 몸담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고, 당연히 저축하거나 민간연금에 가입하지도 못해 더 빈곤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3년 현재 65세 이상 중 공적연금을 받는 고령자는 모두 230만명으로, 전체 고령자의 37.6%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사적연금이 부족한 공적연금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2009년 기준 사적연금 가입률은 퇴직연금 18.8%, 개인연금 12.2%다. 노동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비정규직과 저소득층은 국민연금은 물론 사적연금에서도 배제되고 있다.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보고서는 “고령자 고용을 활성화해 노인의 소득을 추가로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독일은 50세 이상인 사람을 고용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고령자 고용정책을 펴 2000년 37.6%에 불과했던 고령자(55~64세) 경제활동 참여율을 2012년 61.5%까지 끌어올렸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4·13 총선을 마감하며] 선거 기간 민심 잘못 읽은 ‘우물 안 언론’ 부끄러워

    [4·13 총선을 마감하며] 선거 기간 민심 잘못 읽은 ‘우물 안 언론’ 부끄러워

    임일영 기자 “광주의 ‘반문(반문재인) 정서’란게 정말 있을까요? 보수언론과 비주류가 만들어낸 프레임이 확대, 재생산된 것뿐입니다. 바닥 정서는 다릅니다.”(문재인 전 대표 측 관계자 A) “왜곡된 프레임이라고요? 그런 생각으로 광주에 올 필요 없습니다. 대선패배, 야권분열에 대해 반성하거나 책임진 적 있나요?”(호남 민심에 밝은 더불어민주당 관계자 B) 4·13 총선에서 더민주를 들었다 놨다 한 건 호남 민심의 향배였습니다. 문 전 대표의 속내야 모르겠지만, 적어도 참모진은 반문 정서가 억울하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두 차례 광주를 찾은 건 정면돌파 없이는 2017년 대선을 기약할 수 없고, 자칫 호남에서 궤멸당할 수 있다는 당의 정세적 판단이 결합한 것일 텐데요. 문 전 대표는 호남 지지와 정치생명을 연계하는 승부수까지 던졌습니다. 아시다시피 더민주는 호남(28석)에서 딱 3석 건졌습니다. 문 전 대표를 비토하는 측은 반문정서의 실체가 확인됐다고 말합니다. 문 전 대표에게 그만두라고도 합니다. 반면, 문 전 대표의 사죄방문과 더민주가 몰락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400만여명으로 추산되는 호남 출신 수도권 유권자를 움직여 대승을 이끌어냈다는 분석도 설득력 있게 나옵니다. 결과론이지만 국민의당을 지지한 호남, 더민주에 몰아준 출향 유권자들은 나름의 전략적 투표로 절묘한 3당구도를 만들어냈습니다. 선거 내내 호남 민심에 노심초사하고 ‘오독’(誤讀)했던 정치권, 언론만 선거 결과를 놓고도 여전히 자의적 해석을 멈추지 않을 뿐입니다. 저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만. 민심을 오롯이 읽어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일 겁니다. 흐름을 짚고, 윤곽을 가늠할 뿐입니다. 선거 후 B는 말했습니다. “호남인은 총선결과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늘 흐름을 이끌어왔고, 더민주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국민의당을 밀었는데 정작 고립됐습니다. 다음 선거에는 좀 더 신중하게 마음을 내줄 겁니다.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앞으로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argus@seoul.co.kr 안석 기자 “드디어 우리 당이 넷심(인터넷 민심)과 민심을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의 젊은 당직자가 무척 기분이 좋은 듯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정청래 컷오프’ 등 강경파 의원들의 공천 배제 여부가 초미의 관심이 됐을 때입니다. “우리 당은 오버하다 결국 선거를 망치잖아요. 요즘 당에서 팟캐스트 하는 것도 옛날 ‘나꼼수’ 열풍 따라 하는 건데, 대선이 결국 어떻게 됐습니까.” 그와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선거 예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성적이 좋진 않겠지만, 그래도 기대를 갖게 되네요.” 사실 저는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의 두 자릿수 의석을 예상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제가 기대감을 갖게 한 부분이 1%라도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일단 경제 이슈에 집중하며 요란한 정권심판론이 사라졌습니다. 관성적인 정권심판론을 내걸지 않아도 민심이 알아서 판단했습니다. 경제, 경제, 경제…. 인이 박이도록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경제만 얘기했습니다. 쉬운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해 4월 재·보궐선거에서 ‘경제정당’을 강조하던 당이 선거 막판 ‘성완종 리스트’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던 것을 기억해 보십시오. 결국 선거는 패배했습니다. 이번 선거는 과거처럼 ‘오버’하지 않았습니다. 투표율이 높으면 말춤을 추거나 “스타킹을 신겠다”는 유명 인사들의 호언도 없었지만, 일각의 우려와 달리 투표율은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호남에선 반대로 오버한 것 같습니다. 친문재인 후보들은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상임대표 방문 때 텅 빈 유세장과 문재인 전 대표 방문 때 꽉 찬 유세장을 비교한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민심을 전했습니다. 며칠 지나 또 방문한 건 조금 과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어쨌든 결과가 보여 줍니다. ‘박근혜 정권 심판’을 목 터지게 외치지 않아도 됩니다. SNS가 조용해도 됩니다. 차분하게 수권하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 주면 국민은 알아서 또 판단을 내릴 겁니다. sartori@seoul.co.kr 장진복 기자 이번 4·13 총선에서 가장 ‘핫’했던 지역은 바로 광주입니다. 12년 만에 둘로 쪼개진 야권을 놓고 광주의 민심이 어느 편을 들어줄지, 정치권은 물론 언론도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서울 토박이’인 기자도 광주 유권자들의 선택이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각당에서 내놓은 판세가 아닌 ‘바닥 민심’을 듣기 위해 세 차례나 광주를 찾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르포 기사를 쓸 때마다 매번 ‘더불어민주당이냐, 국민의당이냐’는 구도에 맞추다 보니 비록 기사에는 담지 못한 광주의 ‘리얼 민심’ 몇 가지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첫째, 광주는 특정 ‘당’이 아닌 참신한 ‘인물’을 원했습니다. 광주에서 만난 많은 유권자들로부터 “새누리당 소속이라도 열심히 일하고 똑똑하면 뽑아주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취재 도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자면 “내가 대구로 이사를 가서라도 유승민이를 뽑아주고 싶다”는 한 택시기사의 말을 들었을 때입니다. 그만큼 광주는 더이상 야당의 텃밭이 아니었습니다.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전남 순천에서 재선에 성공한 것처럼, 어쩌면 광주에서도 ‘지역주의’의 벽이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둘째, 정치 무관심층이 갈수록 늘어났습니다. 선거에 가까워질수록 “싸우는 게 지겨워 정치에 관심이 없어졌다”거나 “누구를 찍을지 모르겠다”고 답하는 시민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냉정하게 등을 돌린 유권자도 있었습니다. 물론 몇몇 시민의 말만 듣고 판단하는 것이 섣부른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갈등과 분열이 끊이지 않는 야권을 향한 실망감으로 광주의 민심이 꼬일 대로 꼬여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셋째,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에 대한 높은 관심입니다. 광주에서 만난 시민들이 기자에게 가장 많이 되물었던 질문은 “손 전 고문은 요즘 뭐하고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광주에서만큼은 정계를 은퇴한 손 전 고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광주는 벌써부터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적합한 인물을 찾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viviana49@seoul.co.kr 이범수 기자 ‘상식대로 하면 된다.’ 지난 13일 마무리된 20대 총선을 보고 든 생각입니다.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의 원유철 원내대표는 15일 “국민 눈높이에서 총선 패배 이유를 고민하겠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국민들이 원한 건 ‘상식’인데 정치는 ‘몰상식’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4일 총선 민심을 청취하기 위해 방문한 서울 동작구에서 한 60대 노인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대구 사람이야. 평생 새누리당만 찍었는데 이번에는 야당을 찍을 거야. 우리 집만 해도 가족이 4명이거든. 야당 찍으라고 내가 먼저 나서서 설득할 거야. 한번 싹 갈아야 해.” 기자는 의외의 대답에 놀랐습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여당 텃밭인 ‘대구’ 출신이라는 점에서, 두 번째로 보수 성향의 ‘60대 이상’에 속하는 유권자라는 점에서였습니다. 골수 ‘1번’ 유권자지만 지지 철회를 선언한 셈이니까요. 황당해하는 저에게 돌아온 대답은 “정치를 그렇게 몰상식하게 하면 안 돼”였습니다. ‘최고 권력자에게 찍히면 죽는다’는 식의 공천 과정이 민심 이반의 원인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올해 초부터 상승 추세였던 지지율이 한번 꺾인 적이 있습니다. 바로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자신을 비례대표 2번으로 추천했을 때인데요. 정치에 무관심한 저의 중·고등학교 친구들조차 ‘셀프 공천이 말이 되느냐’며 비판할 정도였습니다. 앞서 “내 나이가 77살이다. 국회에서 쪼그려 일하는 것도 곤욕”(지난 1월), “비례대표를 네 번 했고, 비례대표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지난 3월)와 같은 김 대표의 발언도 있었던 터라 역풍이 분 것이죠. 정장선 선거대책본부장은 “비례 파동이 있고 나서 상승하던 호남 지지율이 꺾였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20대 총선에 나타난 특징 중 하나는 ‘교차 투표’입니다. 유권자가 비례대표 선정을 위한 정당투표와 지역구 후보자를 대상으로 하는 투표를 서로 다른 정당에 하는 건데요.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국민의당이 기존 예상보다 성공을 거둔 데도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양당의 ‘몰상식’이 일조한 건 아니었는지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bulse46@seoul.co.kr 강윤혁 기자 4·13 총선 기간 현장에서 만난 민심은 저마다의 이유로 들끓고 있었다. 그들은 때때로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과 새누리당의 독주가 싫다 말했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독선이 못마땅하다고 했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너무 편파적이라고 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미덥지 않다고 했다. 그 천태만상의 민심들은 서로의 끓는 점을 향해 달아올라 4·13 총선의 결과로 나타났다. 투표의 이유는 제각각이었지만,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는 경직된 결과만을 보여줬다. 하나의 선거구에서 한 명의 당선자만을 뽑는 소선거구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만이 당선자로 결정되는 상대 다수대표제는 현장의 민심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인천 부평갑에서는 불과 26표 차이로 당선자의 당락이 결정됐다. 표의 격차가 적을수록 다른 선택을 한 유권자들의 민심은 더 많은 사표(死票)가 돼 버려진다. 여당의 텃밭이라 일컫던 대구 달서갑에서는 녹색당 변홍철 후보가 30.1%의 지지를 얻었다. 친박(친박근혜)계의 핵심이라는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의 지역구 경북 경산에선 정의당 배윤주 후보가 30.4%의 득표를 얻기도 했다. 그동안 여당 지지성향이 강한 곳이라 분류됐던 부산에서 5명, 경남에서 3명, 대구에서 1명의 당선자를 배출한 더민주의 총선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4·13 총선의 결과는 더이상 지역 구도나 전통적 지지성향만으로 민심의 향배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4·13 총선의 민심은 우리가 당연하게만 여겨왔던 선거제도에 대한 고민을 던져줬다.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는 당선을 위해서라면 상대에 대한 흑색선전도 마다 않는 정치의 모습으로 나타나 국민들이 정치 혐오를 갖는 한 이유가 되기도 했다. 천호동에서 만난 김모(80) 할머니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데 하나만 찍어야 해서 아쉽다”며 “몇 명쯤 찍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롭게 출범하는 20대 국회가 하나의 선거구에서 여러 명의 대표를 뽑을 수 있는 중·대선거구제나 소수 정당의 당선자도 배출할 수 있는 소수대표제를 검토해야 할 이유다. yes@seoul.co.kr 이지운 기자 선거 결과에 놀라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잘못 읽었기 때문이기 쉽다. 새누리당의 참패나, 더불어민주당의 약진, 국민의당의 대성공은 언론도, 평론가들도,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제대로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빗나간 예측과 이에 따른 민망함, 부끄러움은 ‘민심 오독(誤讀)’으로 치러야 할 대가다. 민심 오독은 경험적으로 볼 때 선거 이전보다 선거 이후가 더 심하다. 공허하고 실질적이지 못한 표현 몇 마디로 압축해놓고는 이후의 설명이 미흡할 때가 많다. ‘시대정신의 반영’이라고 뭉뚱그린 뒤 아전인수격 주석을 다는 식이다. 민심은 방대한 동시에 너무도 세세해서 대강 읽으면 오답 내기 십상이다. 개인적으로는 선거 이후의 민심 읽기가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선거로 나타난 민심은 사회적으로 반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표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면 국가적 에너지는 효율적으로 결집되지 못한다. 이럴 때 잘못된 정책은 교정받을 기회를 놓치고, 추진돼야 할 일은 힘을 받지 못한다. 이번 선거 결과를 ‘오만’에 대한 심판으로 정의하는 평가가 많다. 동의한다. 정부, 여당에 대한 단호한 징계는 실로 깜짝 놀랄 만한 것이었다. 그래서 더욱 궁금증이 남는다. 도대체 민심은 어떤 오만에 얼마만큼 화가 난 것이기에 새누리당에 이런 ‘혹독한’ 징계를 내렸을까. 대다수 지적처럼 ‘누적된 오만’이 불러온 결과로 놓고 보자. 민심은, 도대체 어느 시점부터 새누리당의 행태를 본격적인 오만으로 느끼기 시작했을까. 이번 총선 직전까지 십수년간 모든 선거에서 새누리당에 승리를 몰아준 민심 아니었나. 혹 긴 시간 오만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쌓여 있다가 이번 총선에서야 임계점을 넘은 것일까. 아니면 이전까지는 더불어민주당과 그 전신 열린우리당 등을 심판하느라 새누리당에 대한 징계를 잠시 보류해둔 것일까. 이번 선거로 그 불만은 다 쏟아진 것일까. 또한 더민주에 대한 호남의 이반은 절반의 징계이며, 절반의 보류인가. 다 같이 풀어야 할 숙제가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쌓여 있다. j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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