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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동맹의 위험한 이데올로기화

    한·미동맹의 위험한 이데올로기화

    한·미동맹은 반세기 넘게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지배적인 전략 패러다임으로 확고한 위치를 점해 왔다. 국권침탈과 식민 지배, 전쟁 등 혹독한 근대화의 터널을 통과하면서 한국 사회는 의식적으로, 또 무의식적으로 패권국가인 미국에 대한 의존성을 키워 왔다. 이런 풍토 아래서 한·미동맹을 비판적 혹은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반미주의’로 낙인찍혔다. 한·미동맹이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위한 선택적 전략의 수준을 넘어 이데올로기 차원으로 승격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미국 외교와 국제정치 전문가인 이삼성 한림대 교수는 한·미동맹의 이데올로기화에 따른 위험성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과정에서 시선을 전통시대 동아시아 2000년의 역사로 돌려 그 근원과 형성 과정을 파헤치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최근 출간한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1,2’(한길사 펴냄)에 쏟아냈다. 각각 840쪽과 67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전통시대 동아시아 2000년과 한반도’란 부제가 달린 1권에서 저자는 한·미동맹의 이데올로기화가 중국과 일본 등 주변 국가를 타자화함으로써 합리적인 공존의 모색을 봉쇄하는 위험성을 지녔다고 지적한다. 패권국가와의 동맹에 대한 지나친 몰입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 중심의 화이관과 맞닿는다. 중화주의적 세계관은 통일신라 이래 중화제국과 문화적·경제적 교류를 증진하고 수백년간에 걸친 평화적 관계를 영위하는 중요한 자산이었다. 그러나 중화주의에 대한 중독은 중화질서 바깥 세력에 있는 북방민족이나 일본을 타자화하는 현상을 낳았고, 이는 곧 이들 세력의 역동성에 둔감해 외세 침탈 등 고난을 겪는 상황을 자초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10~11세기 거란의 침입, 13세기 몽골의 침입, 16~17세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이 그런 예다. 다만 저자는 서양식 식민주의와 중화주의적 화이관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서양식 식민주의가 정치·군사·경제 등 모든 면에서 철저하게 착취적인 성격을 드러낸 데 비해 동아시아의 전통적 질서는 공식적 위계를 전제하되 약소 사회의 내적 자율성을 전제한 제3의 질서를 만들어 냈다고 주장한다. 2권 ‘근대 동아시아와 말기 조선의 시대구분과 역사인식’은 19세기 동아시아 질서와 그 안에서 한반도의 운명이 어떻게 식민지화됐는지 정리한다. 19세기는 동아시아 질서에서 그 이전 2000년의 전통질서와 20세기 중엽 이래의 현대를 가르는 분수령이다. 그 한세기 안에서 동양과 서양의 관계가 전복되었고, 그와 함께 동아시아 내부의 질서 또한 전복되었다. 그 와중에 20세기의 근대사회로 한국인들이 진입해간 경로는 여타 약소국가 사회와 민족들이 그랬던 것처럼 다른 사회와 국가권력의 노예로 된 식민지화를 통해서였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국제정치학자로서 저자의 궁극적 관심은 21세기 동아시아 질서에서 전쟁이 초래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최소화하는 데 한국이 기여할 백년대계의 전략을 탐색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연구 성과는 이어서 출간될 3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성노예로 신음하는 아프리카 어린이들

    성노예로 신음하는 아프리카 어린이들

    지난달 2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우간다 여성 그레이스 알라코(29)의 연설에 주목했다. 어릴 적 우간다 반군에게 납치돼 수년간 성노예로 생활해야 했던 알라코의 자기 고백은 안보리 회의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만연하고 있는 무장 군인들의 성폭력을 멈추게 해주세요. 그들을 처벌해 주세요. 아프리카 어린이들은 아직도 고통받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軍, 여아 납치해 성노예로 5월5일 어린이날,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이들의 축제가 한바탕 벌어지지만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은 사람다운 삶을 바라는 것조차 과욕이다. 한창 응석을 부릴 나이임에도 내전이 계속되는 정치적 상황 탓에 어린이들의 인권은 처절히 짓밟힌다. 특히 수단과 콩고 등 내전이 격렬하게 벌어지는 지역의 상황은 더욱 가혹하다. 반군은 물론 정규군도 어린 여아를 납치, 성노리개로 삼는다. 유니세프는 “무장 군인들은 내전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을 납치해 여아는 성노예로, 남아는 소년병으로 부리고 있다.”면서 “수백만의 아이들이 이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성노예로 살아가는 현실도 충격적이지만, 이는 아프리카 사회에 만연한 에이즈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성노리개로 생활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여성들로 인해 에이즈의 위험이 더욱 커졌다.”고 전했다. 신문은 미국의사협회(AMA)의 연구 결과를 인용, “소녀들은 성노예 생활을 끝내고 고향에 돌아와도 더러운 존재로 취급 받아 성매매 생활을 계속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면서 “이들은 다시 에이즈를 퍼뜨리고 에이즈 위험성은 더 높아진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아동 에이즈 환자 180만명 하지만 성착취 문제가 내전이라는 정치적 상황 탓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무장 군인이 아닌 일반 성인 남성들에 의해 아프리카 여아들에 대한 성폭행이 공공연히 벌어진다. 역시 에이즈 문제와 관련돼 있다. 국제연합(UN)의 에이즈 보고서에 따르면 남부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어린 처녀와 성관계를 맺으면 에이즈가 치유된다.’는 공공연한 괴소문이 돌면서 에이즈 환자에 의한 여아 성폭행이 활개를 치고 있다. 영국의 일간 텔레그래프는 “심지어 에이즈 환자에게 어린 딸을 돈을 받고 파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악순환은 계속된다. 에이즈에 감염된 여아들은 임신이 되면 다시 에이즈에 감염된 아이를 낳는다. 유니세프는 전 세계 200만 아동 에이즈 환자 가운데 180만명이 아프리카 지역 아이들이라고 밝혔다. 에이즈에 감염된 임산부들의 수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안 베네만 유니세프 총재는 최근 성명을 내고 “무장 군인에 의한 어린이 납치 등의 문제는 이제 끝내야 한다.”면서 “이들이 국제법을 준수하고 어린이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LAT, 한국 위안부 할머니 문제 대서특필

    LAT, 한국 위안부 할머니 문제 대서특필

    “피해 할머니들에겐 시간이 없다!” 일본 공영방송 NHK가 위안부 방송내용을 변경한 의혹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한국 내 보호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집중 조명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30일(현지시간) ‘위안부 할머니들은 자신의 생애에 위안부 문제를 마무리 짓고 싶어 한다.’는 제하의 기사를 1면과 27면에 싣고 공식적인 사과를 미루고 있는 일본 정부의 모습을 꼬집었다. 이 언론은 “일본 정부는 위안부 동원을 증명할 서면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살아 있는 피해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이 이들에게 반론이 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또 피해 할머니들이 ‘나눔의 집’에서 서로에게 힘이 돼 주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전하고 할머니들이 지금까지 일본 정부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위안부 할머니들은 일본군들에 의해서 수년간 성적인 노예가 된 뒤 그들의 시련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 노력해왔다.”면서 “그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지만 절대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로스앤젤레스 타임스 1면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아이들이 50달러에 팔리고 있다

    아이들이 50달러에 팔리고 있다

    ‘노예제는 1863년 미국 링컨대통령의 노예제 해방과 1888년 브라질의 노예 해방령을 마지막으로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이 명제는 참일까 거짓일까. 혹자는 ‘노예매매를 금지하는 국제협정이 12개이고, 노예제를 금지하는 300여개의 국제조약이 있고, 문명국은 법적으로 노예제를 반대하고 있다.’면서 앞의 명제가 사실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또는 노예를 저임금에 과도한 노동을 하는 막노동자나 성매매를 하는 여성 등을 표현하는 ‘은유’로 인식할 수도 있겠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E 벤저민 스키너는 그러나 ‘보이지 않는 사람들-21세기 노예제, 그 현장을 가다’(유강은 옮김, 난장이 펴냄)란 책을 통해 사람들이 눈감고 귀막은 사이에 서남아메리카인 아이티나 아프리카의 수단, 루마니아 등 동유럽, 인도 등에서 광범위한 노예와 노예제가 존재하고 있다고 고발하고 있다. 저자는 노예에 대해 3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한다. ▲강요나 사기에 의해 ▲생존을 넘어선 보수를 받지 못하고 ▲강제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스키너는 문명사회의 기준으로 현대사회에 사라졌어야 할 노예들이 존재하고, 이들의 존재에 대해 사람들이 침묵하고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르포작가처럼 문제의 나라들을 두 발로 돌아다니며 두 눈으로 목격한 노예제의 참상을 낱낱이 기록했다. 이를테면 그는 서양 관광객들을 잡아다가 몸값을 요구하는 일이 다반사인 아이티를 방문해 이제 겨우 12살 된 어린아이를 50달러에, 그것도 3일만 있으면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스키너는 아이티에서는 농촌의 부모가 10세 전후의 자식들을 도시의 월 평균 소득 30달러 이하인 하층중간계급에 ‘더부살이’로 맡기는 이유도 분석했다. 인신매매 중개상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주겠다.’는 다이아몬드 목걸이 같은 거짓 약속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부살이들의 80% 학교에 다니지 못한다. 소설가 공지영이 1960, 70년대를 배경으로 쓴 ‘봉순이 언니’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종족 말살이 일어나고 있는 아프리카 수단의 다르푸르에서도 ‘오른손이 소유한 사람들’(쿠란·Koran)이라고 부르는 노예가 넘쳐난다. 수단에서 쿠란은 노예나 전쟁포로로, 195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본격화됐다.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부모들은 자식을 담보로 신용대부를 받는 제도가 있었는데, 1988년 대기근으로 남부부족인 당카족의 부모들은 자식 1명당 100달러씩을 받고 북부 부족인 바가라족에게 저당잡힌다. 이런 남부와 북부 종족 간의 예속관계가 지속되면서, 21세기 최대 종족학살사태인 다르푸르의 비극이 발생했다. 구 소련의 붕괴 이후로 자본주의화하는 루마니아의 인신매매는 역사상 그 어떤 형태의 노예무역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연간 인신매매 거래액은 100만달러에 이른다. 루마니아 주변국들에서 성매매 집결지 한 곳을 폐쇄하면 작은 곳이 2개 생겨난다. 동유럽 인신매매조직에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관광지 파리에서 놀라운 액션을 보여주던 영화 ‘테이큰’의 영상이 떠오른다. 관찰할 뿐 개입하지 않는 저널리스트로 담담하고 객관적으로 책을 서술하고 있지만, 르포르타주로 진행되는 책은 ‘지금·여기에서’ 노예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착잡함을 느끼게 한다. 암담한 현실에서 견딜 수 있는 힘은 언젠가는 선의를 가진 용기있는 사람들이 함께 힘을 보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감은 눈을 뜨고, 이런 불편한 진실을 들여다봐야 한다. 1만 68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초현실의 돈키호테 판화로 만난다

    초현실의 돈키호테 판화로 만난다

    문학과 미술의 통섭이라고 해야 할까. 서울 관훈동 윤갤러리의 ‘살바도르 달리의 돈키호테 판화전’이 그렇다. 윤 갤러리는 23일인 ‘세계 책의 날’을 맞아 17세기 유럽 문학의 자랑거리인 스페인의 소설가이자 극작가 세르반테스(1547년~1616년)를 기념하는 전시를 연다. 4월23일은 세르반테스가 사망한 날로, 유네스코가 책의 날로 지정했다. 가난한 외과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세르반테스는 이미 400여년 전 국가의 파산상태와 개인적인 절망을 체험하면서, 그의 대표적인 소설 돈키호테에서 이상과 현실 속에서 고뇌하는 인물상을 그려냈다. 평생 가난하게 산 그는 전쟁으로 왼손에 장애를 입는가 하면, 알제리에서 노예로 5년간 지내기도 한다. 소설이 돈이 되지 않자 문학을 포기하고 세금징수원으로 살아가기도 했다. 현실의 어려움을 겪은 그이기에 소설 속에서 무모하고 현실감 없는 돈키호테가 애마 로시난테를 타고 풍차를 쳐부수기 위해 돌진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비웃지만, 과연 거듭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상을 향해 뜻을 굽히지 않고 도전하는 돈키호테처럼 끊임없는 도전을 할 수 있을까. 이런 도전정신에 감동한 20세기 스페인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돈키호테를 초인(超人)으로 그려냈다. 괴팍하고 독특하며 현실과 환상이 혼합되는 초현실주의적인 화법을 구현한 달리는 ‘돈키호테 판화시리즈’를 통해 삶의 일상성을 초월하는 꿈꾸는 자의 숭고한 정서를 담아내고자 했다. 석판화에서 돈키호테는 바위에 앉아 풍차가 보이는 마을을 내려다보는가 하면, 격렬하게 혼자만의 전쟁에 돌입하기도 한다. 창을 들고 방패를 위로 휘젓는 듯한 모습에서는 그의 혼란스러운 정신세계가 보이는 듯하다. 이번 전시에서 달리의 돈키호테 시리즈 판화 작품 12점과 달리의 다른 판화작품 7점 등 모두 20여점이 전시된다. 전시는 22일부터 28일까지다. (02)738-1144.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브라질 “패션모델에 인종쿼터 두겠다” 논란

    브라질 “패션모델에 인종쿼터 두겠다” 논란

    브라질 패션쇼에 등장하는 모델에 인종 쿼터가 생길 전망이다. 브라질 상파울로 당국이 도시에서 개최되는 패션쇼 모델에 인종쿼터를 두어 일정비율을 흑인모델로 채우도록 할 방침이라고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백인 일색인 지금의 모델 구성은 인종차별과 같다는 것이다. 브라질 당국자는 “현재 패션쇼에 나오는 모델의 인종비율을 보면 흑인모델은 전체의 3%에 불과하다.”면서 “당국은 사회통합의 차원에서 흑인의 비율을 적절한 선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당국이 흑인모델의 비율을 정하면서 브라질의 인종 구성비율을 기준으로 삼으려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2007년 실시한 인구조사에 따르면 브라질에선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49.7%가 흑인이나 인디언 등이다. 당국자는 “시 계획대로 모델에 인종별로 비율이 정해진다면 과거 브라질이 식민지였던 때로부터 지금까지 내려오는 노예제도의 잔재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면서 “역사적으로도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할 명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델 에이전시 업계에선 “모델업계에 인종차별이 있다는 주장 자체가 어리석은 말”이라며 “모델업계는 철저히 시장의 원칙에 따르고 있을 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모델에서 디자이너에 이르기까지 흑인들이 다수 패션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다.”면서 “굳이 흑인의 비중을 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축구황제 펠레나 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패션모델로 나선다면 과연 반대할 사람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차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인종차별보다는 오히려 사회적 차별이 심한 게 패션계”라고 강조했다. 사진=에페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日 대표감독이 말하는 불행의 원인

    기타노 다케시(62)는 일본 영화감독 겸 배우이자 ‘비트 다케시’로 불리기도 하는 거물 코미디언이다. 소문난 독설가이지만 대중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내며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인물 1위, 차기 총리에 어울리는 인물 1위 등으로 뽑힌다. 그는 “내가 어렸을 때는 가난해도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면서 “오히려 경기가 좋아지고 다양한 물건들이 늘어나면서 그런 걸 가지면 그나마 괜찮고, 없으면 불행하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위험한 일본학’(김영희 옮김, 씨네21북스 펴냄)에서 그는 이런 불행의 원흉이라고 생각한 것들을 정치, 가정, 사회로 분류해 조목조목 꼬집었다. 정치편에서는 독자적인 외교와 제대로 된 국회의원이 없고, 비효율적인 정상회담만 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네 뒤를 봐줄 테니 돈을 내라.’는 식의 미·일관계를 유지할 바에야 까다로운 국제정치는 미국에 맡겨버리고, 비싼 해외 공관에 살면서도 정작 중요한 외교력은 상실한 외무성은 ‘파괴’하는 게 낫다고 한다. 814억엔이나 들여가며 일본 내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도쿄선언’을 발표하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돈 낭비일 뿐이다. 다정다감한 아버지상이 일반화되면서 부모의 권위가 사라지고 아이들이 적절한 가정교육은 받지 못한 채 은둔형 외톨이가 돼 악의 근원으로 자란다는 점(가정편), IT혁명을 외치다가 결국 적당히 제공되는 정보에 휘둘리며 ‘정보의 노예’가 되고 존재감을 잃어 평균화·익명화한 ‘가면의 사회’가 됐다는 점(사회편) 등도 불행의 원인이다. 기타노가 직접 뽑은 20세기의 인물 100명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세계편 50명 중 제일 먼저 꼽은 아돌프 히틀러는 ‘최고의 악당’으로 규정하면서도 발상과 행적은 천재적이라고 치켜세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체 게바라는 쿠바혁명에 참가하고 콩고, 볼리비아까지 간 ‘오지랖 넓은 참견쟁이’, 장제스는 전투에서 패한 주제에 타이완으로 튀어 나라까지 만든 ‘뻔뻔스러운 인간’으로 설명한다. 읽다 보면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의 현실 같기도 하다. 억지스러운 주장도 있지만 맛깔스럽게 버무린 문체로 읽는 내내 유쾌하다. 1만 1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그 떠난 지 17년… 탈고 안된 마지막회를 완성하다

    한 방송사에서 열린 독서토론회가 끝나고 출연진들은 근처 다방에 모여 앉았다. 그날 다룬 작품은 소설가 이병주(1921~1992)의 ‘비창’. 40대 술집 여주인의 사랑을 그린 소설이었다. 남은 얘기를 하던 중 그날 사회를 봤던 문학비평가 김윤식 서울대 교수가 술김에 이병주에게 대거리를 했다. 열다섯 살 위 선배에게 손가락질까지 하며 “당신 소설이 그게 어떻게 소설이냐.”고 소리쳤다. 그랬더니 환갑을 넘긴 소설가는 큰소리도 못 내고 “환갑 넘은 나도 어찌 살아갈지 모르겠는데, 40대 마담이 그럼 어쨌으면 좋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때 그 소설가는 떠났고, 그때 그 비평가는 그의 유작을 엮어 냈다. 그가 끝내 결말을 못 보고 간 소설 ‘별이 차가운 밤이면’(김윤식·김종회 엮음, 문학의 숲 펴냄)이 그가 떠난 지 17년 만에 나왔다. 문학계간지 ‘민족과 문학’ 1989년 겨울부터 1992년 봄, 그가 작고하기 전까지 연재한 걸 묶은 것이다. 기껏 묶어 놓고도 그 비평가는 좋은 소리를 안 한다. “그 사람이 한국문학에다 큰 획을 긋고 그런 건 아니야. 학병 다녀와서 글 쓴 소설가가 없으니까 관심을 두는 거지.”라고만 한다. ‘별이~’을 두고는 ‘관부연락선’, ‘지리산’에 이은 ‘학병체험 3부작’의 마지막 소설로, 학병에 자원입대해 탈출을 꿈도 꾸지 않은 이병주의 노예사상이 담긴 소설이라고도 비평했다. 전작들도 모두 학병 이야기지만, 이번에는 노비 출신의 학병 이야기다. 종의 자식인 주인공 박달세가 신분상승을 위해 도쿄대에 들어갔다가 학병에 지원, 일본군 정보부 장교 행세를 하며 상하이 정보전에 몸을 던지는 이야기다. 그렇게 민족의식 없이 방황하던 박달세가 해방을 앞두고 처신을 고민하는 곳에서 책은 끝난다. 작가는 마지막 한 회 연재를 남겨 두고 세상을 떠났다. 소설의 끝이야 이제 알 방도가 없다. 하지만 떠난 작가의 흔적을 찾아 그가 학병으로 근무했던 중국 쑤저우와 상하이까지 다녀온 비평가는 박달세가 ‘어쨌으면 좋겠느냐.’는 물음에 조심스럽게 결말을 제시해 본다. “박달세는 온갖 악행을 저지르지만 결국에는 계층을 뛰어넘고 임시정부 편에 설 겁니다.”라고.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세계 최고령 美 할머니 115번째 생일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거트루드 베인스가 6일(현지시간) 115번째 생일을 맞았다고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 등이 보도했다.미국 LA의 한 병원 요양원에서 지내는 베인스는 생일을 맞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비롯해 각계 각층으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흑인 노예의 자손인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당시 오바마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혀 화제가 된 바 있다. 1894년 조지아 주 셸먼에서 태어난 베인스는 지난 1월2일 포르투갈의 마이라 데제수스가 115세로 숨진 뒤 세계 최고령자가 됐다. 베인스 다음으로 최고령자는 올해 113세인 일본의 가마 지넨이다.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열린세상] 지하생활에 빛이 있어야 한다/김현식 한양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지하생활에 빛이 있어야 한다/김현식 한양대 사학과 교수

    알 게 된 이래, 싫어했던 책이 있다. 소주 한 두병의 그저 그런 페시미즘에 빠져 들 때, 자꾸만 까만 수렁을 떠올려 잊으려던 소설이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 생활자의 수기´. 속속들이 어두운 글. 출구도 없는 심연으로 끌어 내리는 책. 첫 구절부터 자못 불쾌하다. “나는 병적인 인간이다. 나는 심술궂은 인간이다. 나는 남의 호감을 사지 못하는 인간이다.” 병, 심술, 비호감. 마지막부터 이야기해 보자. 이 무명(無名)의 지하 생활자는 확실히 남의 호감을 사지 못한다. 그것도 그저 그런 정도가 아니라, 아예 송두리째 무시된다. “나는 그들이 상대해 주지 않아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걸 보이려고 애썼다. 그래서 이따금 일부러 구둣발소리를 내기까지 했다. 그러나 허사였다. 그들은 끝내 나한테 주의를 돌리지 않았다. 나는 여덟시부터 열한시까지 그들이 앉은 맞은편 벽 밑을 쉬지도 않고 왔다 갔다 했다.” 이처럼 “아무런 가치도 없는 더러운 파리” 취급을 받기에, 지하 생활자는 “참을 수 없는 굴욕의 괴로움” 에 젖어 든다. 그는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에 전적으로 매달리며, “웃음가마리가 되는 것을 병적으로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하실에서 40년 동안 당신들의 말을 문틈으로 몰래 엿듣고 있었다.” 하지만 참으로 역겨운 것은 이 ´모욕과 냉소에 짓밟힌 생쥐´의 ´냉랭하고 독기 찬 증오´ 이며 ´악의 가득한 복수심´ 이다. 그는 홍등가에서 만난 여인을 철저하게 파괴한다. 너는 노예라는 둥, 영혼을 팔고 있다는 둥, 싸구려 술집을 전전하다 마침내 홀로 병들어 죽게 될 거라는 둥 연민을 가장한 사악한 말로, 한 여인을 수치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트린다. 그리고 힘들면 찾아 오라는 말을 믿고 자신의 집을 방문한 그 여인을 돈 주어 내쫓음으로써, 그녀의 영혼을 완전히 매장해 버린다. “넌 내가 실제로 원했던 게 뭔지나 알아? 너 같은 건 세상에서 없어져 버리라는 거야!” 읽을 때마다 치미는 구토. ´저주스러운 벌레´ 의 ´형언할 수 없이 메스꺼운´ 이야기. 도 스토예프스키의 책은 분명히 허구의 극단이다. 40년 동안 ´구석진 곳에 틀어 박혀 돈도 없이 모든 현실과 인연을 끊은 채, 지하의 세계에서 증오와 원한을 쌓아 올린´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참으로 섬뜩한 것은 이 책의 실현 가능성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15~29세의 청년 실업자는 36만 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40%를 차지한다. 여기에 취업준비생과 아르바이트생, 일자리 찾기를 포기한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의 ‘청년 백수’는 1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른바 청년실업 대란이다. 이들 대부분이 지하·반지하 생활자라는 것이다. 대학가 주변을 돌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듯이, 수많은 대학생들과 ‘청년 백수’들이 어둡고 좁고 습기 찬 지하·반지하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들은 지상으로의 탈출을 꿈꾸며, 공무원시험 공부를 하거나 학비·학원비를 벌기 위해 각종 열악한 아르바이트를 감내한다. 그러나 내일이 없다면! 일할 미래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래서 영원히 지하세계에 머물러야 한다면! 최근 씁쓸한 기사를 읽었다.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라며 딸을 ‘폭행’한 어머니와 이를 ‘가정 폭력’으로 신고한 딸의 이야기. 딸은 “엄마가 대학생활 내내 공무원시험 준비를 강요하고, 최근 취직한 친구들까지 거론하며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며 강력한 처벌과 함께 ‘100m 접근금지 처분’까지 요구했다. 누군가에겐 이 일이 어처구니없는 황당한 사건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딸의 말과 행동에서, 나아가 수많은 청년 실업자들의 한숨과 눈빛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저 음습한 지하 생활자가 시나브로 느껴진다면, 이는 나만의 망상일까. 빛이 있어야 한다. 굴욕감과 자학심이 더 커지고, 증오와 복수심이 더 깊어지기 전에, 단연코 지하생활에 빛이 있어야 한다. 김현식 한양대 사학과 교수
  • [어린이 책꽂이]

    ●이카로스의 꿈(장 콤므 노게 글·이폴리트 그림·박언주 옮김·맑은가람 펴냄) 태양까지 날아오르려다 날개가 녹아내려 떨어져 죽은 비운의 신화 속 인물 이카로스의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는 서술과 독특한 그림으로 풀어냈다. 천하 제일 명장인 아버지와 노예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카로스의 열등감이 신의 경지를 넘보게 만든 에너지. 비록 날개는 녹아내렸지만 그는 불가능에 도전한 상징으로 남았다. 1만 5000원. ●나무가 사라진 나라(후지 마치코 글·고바 요코 그림·계수나무 펴냄) 한 그루의 나무가 지구와 인간의 미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려주는 책. 돈을 많이 벌어주는 햄버거 가게를 짓는다고 울창한 숲을 밀어버린 쭈욱나라. 나무가 사라지니 어떨 때는 폭우가 쏟아져 물난리가 나고 어떤 날은 햇볕만 쨍쨍해 땅이 바싹 메마른다. 숲이 사라지면 미래도 사라진다는 교훈을 쉽고 재미있게 풀었다. 9000원. ●석기시대로 떨어진 아이들(햇살과나무꾼 글·이상규 그림·비룡소 펴냄) 호기심 많은 준호, 민호 형제가 지하실에서 발견한 마법의 두루마리를 통해 석기시대, 삼국시대, 조선시대 등 우리나라 역사의 현장으로 떠나는 모험 이야기. ‘마법의 두루마리’ 시리즈 중 첫 권. 원시시대 한반도의 자연환경과 원시인들의 생활이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독서 중 발생하는 궁금증은 본문 곳곳에 배치된 정보 박스가 즉각 풀어준다. 8500원. ●유리구두를 벗어 버린 신데렐라(노경실 글·주리 그림·뜨인돌어린이 펴냄) 새엄마와 언니들의 온갖 구박을 책을 읽으며 견디고 유리 구두를 들고 온 왕자님의 청혼을 거절하는 당차고 주체적인 신데렐라가 등장한다. “사랑 없는 결혼은 깨진 유리 구두와 같아요. 나는 스스로 노력해서 내 꿈을 이룰거예요!” 여자의 인생은 백마 탄 왕자님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는 결단과 의지에 달려 있음을 설파한다. 9500원. ●어절씨구! 열두 달 일과 놀이(김은하 글·장진영 그림·길벗어린이 펴냄) 조선 후기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풀어낸 그림책. 열두 달의 절기에 맞춰 행해지던 농사일, 세시 풍속, 놀이, 음식, 계절의 변화까지 옛 조상들이 영위하던 모든 일과 놀이가 담겨 있다. 원전의 시구를 쉽게 고쳐 자세한 설명과 생생하면서 아기자기한 그림이 이해를 더한다. 박물관에서 생기 없는 유물에 흥미를 잃었던 아이들을 자극할 만하다. 1만 3000원.
  • [김성호 선임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38) 성골롬반 외방선교회 오기백 신부

    [김성호 선임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38) 성골롬반 외방선교회 오기백 신부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성신여대 캠퍼스 맞은편엔 둔중한 돌담이 제법 너르게 둘러쳐진 이색 지대가 있다. 한국에 파견돼 영성지도, 원목, 이주노동자 돕기, 교육 등 새로운 선교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 출신 선교사 33명의 생활터전인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한국지부. 이곳에서 ‘선교야말로 지구공동체의 진정한 평화를 앞당길 수 있는 큰 방편’이라는 믿음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은 매일매일 한국인들과 부대끼며 몸, 마음을 나누고 있는 평화 전도사들이다. 이 가운데 아일랜드 출신 선교사 오기백(58·본명 도날 오 키프) 신부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한국 땅을 처음 밟아 20여년간 한국의 격동기를 관통하며 우리네 이웃들과 울고 웃으며 살아온 이방인. 선교사로 왔지만 “이제는 평화를 위해 한국 사람들을 선교사로 키워내야 한다.”는 소신 아래 한국 사제, 수녀, 평신도들의 해외선교 교육을 총괄하는 독특한 사제이다. 돌담길을 따라 돌아 다다른 골목 끝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정문. 굳게 닫힌 육중한 철문 옆에 달린 초인종을 누르니 부드러운 목소리의 외국인이 객을 안내한다. 작은 접견실에서 마주한 일상복 차림의 오기백 신부. 손수 타서 내온 커피 잔을 건네는 신부의 웃음이 좋다. 이런저런 선교회의 일상들을 들려주던 신부가 대뜸 용산 철거민 참사 이야기를 꺼낸다. “20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난 기분이었습니다. 설령 철거민들의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의지할 곳 없이 절박한 상황에 처한 그네들을 꼭 그렇게 대했어야 할까요?” 참사 현장을 찾아 기도를 이어갔다는 사제. 대면한 기자에게 섭섭한 심경을 그토록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이 사제에게 지난날의 한국은 무엇이었을까. “한국은 원래 오고 싶은 땅은 아니었어요. 외방선교회의 결정에 따라 섭섭한 마음으로 인연을 맺어 살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한국 생활은 하느님의 뜻이었던 것 같고 나름대로 제 길을 찾아왔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격동기를 거치면서 한국의 어려운 이웃들을 보고 그 곁을 지켜온 순간들은 저의 소명과 신앙인의 책임을 져 나가야만 했던 운명의 나날들에 다름아니었습니다.” 아일랜드 서남쪽 코르크 지역의 작은 해변 마을 반트리 출신. 친·외가에 사제와 수녀들이 적지 않았던 때문일까, 막연히 선교사가 될 생각을 어릴 적부터 갖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수학 박사가 되고 싶어 코르크대학을 들어갔지만 성적이 썩 좋지 않아 진로를 바꿨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대학 입학 때도 그렇고 1학년 말 진로를 결정짓는 시험에서 성적이 아주 나빴어요. 현실적인 불만 탓에 공부보다는 가톨릭 서클에 빠져들면서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사제의 길을 결정한 것입니다. 특히 남미 지역 선교사에 관심이 많았어요.” 당시 아일랜드에서 남미 지역에 선교사를 파견하던 유일한 선교회가 성골롬반외방선교회. 대학 졸업후 주저없이 골롬반 대신학교에 들어갔지만 부제 서품을 받는 자리에서 총장 신부의 “한국에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권유에 졸업한 이듬해인 1976년 섭섭함을 달래며 한국 땅을 밟았다.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 명도원에서 한국 말을 4개월쯤 배웠을 무렵, 선교회가 관할하던 흑산도 성당 주임신부를 보좌할 젊은 신부가 필요하다는 요청에 따라 부랴부랴 흑산도로 내려갔다. 당시 혼자 첫 미사를 집전하던 순간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한다. “한국 말이 서툴고 미사 경험이 없던 형편상 일부러 신도들이 많지 않은 날씨 궂은 평일을 택해 첫 미사를 집전했어요. 아주머니 신도 3명이 미사 내내 어색한 저의 말과 모습을 보고 웃더니 갑자기 일어서 나가는 것이 아닙니까.” 지금 이곳에서 해외선교사의 교육을 총괄하는 일을 하게 된 데는 당시의 부끄러운 기억이 큰 요인이었다. 낯선 땅에서 선교사로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절실하게 느꼈던 순간이었다. 그가 한국생활을 시작하던 때는 군사정권의 위세가 서슬퍼런 시기. 부마사태를 비롯해 전국에서 심각한 마찰과 희생이 연일 이어졌다. 흑산도 생활을 접고 목포 연동성당 보좌 신부로 있던 무렵. 일반 신문과 방송에서 보지 못하던, 억압에 맞서 힘겹게 버티며 살아가는 어려운 사람들의 모습을 광주교구 소식지인 주보를 통해 알고는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1980년 이른바 ‘서울의 봄’, 첫 안식년을 맞아 본국 휴가를 떠나기 전 선교회 지부장에게 “한국의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살겠다.”는 말을 전했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 본격적인 노동사목에 뛰어들었다. 부천 삼정동 성당에 살면서 노동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며 고통을 나누기 시작하다가 아예 성당 근처에 셋방을 얻어 노동자들과 함께 살았다. “인간이 인간답게 자기 삶을 결정하고 책임져 사는 것이 당연한데도 1970~80년대 한국의 상황은 그렇지 못했어요. 노예처럼 시키는 대로만 살아야 하는 삶이란 끔찍한 것 아닙니까.” 하느님은 인간을 자기의 모상(모습)대로 만들었고, 그래서 인간은 하느님의 존엄성을 가진 존재인 만큼 하느님의 제2 모습인 인간을 무시하고 억압하는 것은 하느님의 뜻을 위반하고 무시하는 것이라는 오 신부. 지난날의 아픈 기억들을 떠올리는 사제의 눈시울이 불거진다. 1980년부터 9년간 부천 지역의 노동자들과 부대끼며 살았고, 아일랜드 대학원에서 3년간 신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1992년부터 6년간은 서울 봉천동에서 셋방을 얻어 재개발로 생활터전을 잃은 철거민들과 함께 살았다고 한다. 이곳에서 해외 선교사 교육을 맡아 생활한 것은 선교회 한국지부장을 지낸 뒤인 2005년부터. 해외로 선교를 떠나는 사제와 수녀, 평신도들에게 철저한 정신 무장을 시키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1998년 해외선교사교육협의회를 결성해 지난해까지 회장을 맡아왔다. “지구공동체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실질적으로 함께 어울려 사는 과정에서 얼마나 갈등이 많습니까. 교회가 평안하게 어울려 사는 삶을 솔선수범한다면 세계의 평화는 훨씬 더할 것입니다.” 나와 남이 가족처럼 친하게 살기보다는 적으로 삼아 살아가는 세태 속에서 함께 어울리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선교사들의 모습은 아름답고 가치있는 삶을 훨씬 더 앞당길 것이라고 말한다. 어렵고 험한 시절 변두리에서 소수의 양심을 지켜 인간 존엄의 목소리를 높였던 한국의 교회. 오 신부는 이제 받는 입장에서 주는 입장으로 바뀐 한국의 교회들이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의 교회는 나라가 부유해지면서 함께 부유해졌어요.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을 가진 한국 교회는 이제 한국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지요.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는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가 그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변두리에서 중심축으로 가파르게 성장한 지금 한국 교회에서 오히려 1970~1980년대 험한 시절 사회를 향해 뿜었던 날카로운 예언자적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오 신부. “‘우리는 모두 다르지만 한가족처럼 생활할 수 있다.’는 복음의 가치는 지금 교회에서 가장 새기고 지켜야 할 덕목”이라며 웃는다. 글 사진 kimus@seoul.co.kr ■ 오기백 신부는 ▲1951년 아일랜드 코르크 반트리 출생 ▲1971년 코르크대학 졸업 ▲1975년 성골롬반 대신학교 졸업, 사제수품 ▲1976년 한국 선교사 파견 ▲1977~1978년 흑산도 성당 보좌 ▲1978~1980년 목포 연동성당 보좌 ▲1980년 아일랜드에서 안식년 ▲1980~1989년 부천 지역에서 노동사목 ▲1989~1992년 아일랜드 대학원에서 신학 공부 ▲1992~1998년 서울 봉천동에서 빈민사목 ▲1998~2004년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한국지부장 ▲2005년~ 해외 파견 선교사 교육 총괄
  • FT “장자연 리스트, 한류의 어두운 면”

    FT “장자연 리스트, 한류의 어두운 면”

    “‘장자연 리스트’는 한류 드라마의 어두운 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故장자연의 자살을 계기로 드러난 한국 연예계의 어두운 면을 ‘한류의 이면’으로 보도했다. FT는 31일 ‘(장자연의) 자살 문건에 한국인들의 분노가 폭발했다’(Suicide letter unleashes anger in Korea)는 제목으로 장자연의 자살에 따른 파장에 대해 전했다. 기사 서두에서 장자연이 출연하던 드라마가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였다고 전한 FT는 이번 사건이 대중들에 끼친 영향을 “한국인들이 아시아 전역에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산업의 어두운 면을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자연은 한류 드라마를 통해 스타덤에 오르기 위해서 필요했던 성접대 대상 목록을 7장의 문건으로 남겼다.”며 거듭 ‘한류’를 언급했다. FT는 경찰이 접대 대상자들에 대해 조사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연예기획사의 ‘노예계약’ 관행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는 등 이번 사건이 국가적인 스캔들이 됐다고 전했다. 또 “과거에는 관련자 루머가 조사로 이어진 예는 없었다.”면서 장자연 자살 사건이 새로운 계기가 될지 모른다고 밝혔다. 박성조 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돌부처 하나 때문에…

    돌부처 하나 때문에…

    260여명이 모여 사는 충북 음성군 음성읍 평곡4리가 돌부처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돌부처 소유권을 놓고 사찰은 충북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주민들은 집회를 열기로 했다. 24일 음성군에 따르면 평곡4리에 있는 사찰인 수정사 주지가 마을 입구에 있는 돌부처 하나를 지난해 12월30일 사찰로 가져갔다. 마을 뒷산에 있던 것을 1965년 주민들이 옮겨다 놓은 것이다. 돌부처가 없어진 것을 발견한 주민들은 마을 수호신이 사라졌다며 경찰에 도난신고를 했고 군청에도 이를 알렸다. 돌부처 하나를 놓고 사찰과 주민들이 마찰을 빚자 군은 문화재청에 도움을 요청해 “일반동산문화재로 가치가 있어 원상복귀해야 한다.”는 답변을 얻고 2월18일까지 제자리에 갖다 놓을 것을 사찰에 지시했다. 그러나 사찰은 이를 거부하다 지난 13일 충북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충북에서 돌부처 때문에 행정심판이 청구된 것은 처음이다. 수정사 주지 세진 스님은 “돌부처가 방치되는 것을 보고 너무 안타까워 사찰로 가져온 것”이라며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주민들이 왜 이제 와서 돌부처를 달라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진 스님은 “뒷산에 있던 돌부처를 마을로 가져다 놓은 장만식씨 가족의 허락도 받았다.”고 했다. 주민들은 돌부처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해 왔다며 원상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음성군과 경찰이 사찰측 편에 서서 자신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며 오는 31일 음성군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가두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박노만(65)씨는 “돌부처 도난신고를 하자 경찰이 묵살했고, 음성군도 돌부처 원상복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집회를 열어 사찰 비호세력들을 규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장만식이라는 사람은 돌부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음성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다른 기사 보러가기] ’봉열사’ ‘국민노예’ ‘꽃범호’ WBC 영웅들의 재발견 ”장자연 수사 대상은 12+1명” 정명훈 “미국에 구걸하다 촛불? 기도해라” ‘朴도라 상자’에 김태호 경남지사도… 시각장애인들 최시중위원장에 섭섭한 이유 “안 사면 손해” 대형할인점 50% 폭탄세일 진중권 “이렇게 ‘명박스러운’ 사태가”
  • 50% 깎아줘야 할인점?

    50% 깎아줘야 할인점?

    롯데마트가 25일부터 다음달 29일까지 최대 50% 할인행사를 벌인다고 24일 밝혔다. 다음달 1일 창립 11주년을 기념해서다. 투입 물량이 2000여개 품목 2000억원어치 수준으로 평소 할인행사의 5배, 기존 창립행사보다 2배 정도 큰 규모다. 앞서 홈플러스는 이번달 초부터 ‘10년 전 가격’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마트도 반값 할인 행사에 동참한다.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백화점 매출은 0.3% 감소했지만, 대형마트 매출은 20.3%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했다. 이에 대형마트들이 ‘싼 가격’과 ‘생필품 구매처’라는 기본에 충실한 쪽으로 방침을 세우며, 할인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롯데마트의 행사 가운데 가장 눈길을 모으는 기획전은 가격의 상식을 뒤집은 ‘배보다 배꼽 상품전’. 도브 비누 가격(6500원)에 엘라스틴 샴푸를, 스테인리스 주전자 가격(1만 5800원)에 해피바이 전기주전자를, 국내산 찜용 돼지갈비 100g(980원) 가격에 미국산 LA식 꽃갈비를 각각 판매한다. 오전 11시부터는 금귤·낙지·샌드위치·캐주얼 바지 등의 상품을 ‘1+1’ 형식으로 판매한다. 이밖에 농·축·수산물을 30~40%, 진열 가전상품을 40%까지 정상가보다 싸게 내놓았다. 한 발 앞서 100g에 1000원 삼겹살, 1개에 230원 PB라면, 1㎏에 5980원 딸기 등을 내세운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인 홈플러스는 매출 상승효과를 거두고 있다. 행사를 진행한 5~18일 매출이 세일 이전의 같은 기간보다 7~8% 늘어났다. 이들의 움직임은 업계 1위 이마트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마트는 26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반값 대축제’를 열어 고추장·세제·치약 등 주요 생필품 5만여 품목을 최대 50% 할인하기로 했다. 다음달 1일까지는 또 전단광고 상품을 중심으로 3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신세계상품권 5000원권을 증정한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다른 기사 보러가기] ’봉열사’ ‘국민노예’ ‘꽃범호’ WBC 영웅들의 재발견 ”장자연 수사 대상은 12+1명” 정명훈 “미국에 구걸하다 촛불? 기도해라” ‘朴도라 상자’에 김태호 경남지사도… 시각장애인들 최시중위원장에 섭섭한 이유 진중권 “이렇게 ‘명박스러운’ 사태가”
  • [WBC 위대한 준우승] ‘역경의 꽃’ 활짝 피우다

    [WBC 위대한 준우승] ‘역경의 꽃’ 활짝 피우다

    “우리는 위대한 나라다(We’re Big Country).” 이겼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위대한 도전은 준우승이란 열매를 맺었다. 하나같이 주연이었으나 숱한 어려움을 이겨 낸 이들의 기쁨은 더하다. ●이범호(28·한화)=퇴출 위기를 기회로 최종 엔트리 탈락 1순위였다가 ‘꽃범호’란 별명에 도장을 팍 눌렀다. 이대호(27·롯데)의 수비 불안으로 어렵게 잡은 기회에서 영양가 만점의 활약을 보였다. 애탔던 결승전, 8회 우중간 2루타로 2-3으로 따라붙는 계기를 마련했고 9회엔 극적인 적시타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앞서 8일 중국전에서 2-0으로 앞선 4회 달아나는 2점포를 날렸다. 16일 멕시코전에선 0-2로 뒤진 2회 한 방으로 추격의 발판을 놨고 수비에서도 뒤를 떠받쳤다. ●정현욱(31·삼성)=병역비리 속죄 투혼 인간승리의 표본을 보였다. 두둑한 배짱으로 ‘속죄투혼’을 보이기까지 사연은 눈물겹다. 2004년 병역파동에 얽혀 8개월이나 구치소 생활을 겪었다. 당시 구치소에서 하루 1000개씩 팔굽혀펴기를 하며 흘린 피눈물의 대가는 달고 달았다. 9일 일본전에서는 1과3분의2이닝, 16일 멕시코전에서는 2와3분의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고비를 완벽하게 넘겼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에 메이저리그 타자들도 쩔쩔 매기 일쑤였다. 위기 때마다 마운드에 오른 그를 팬들은 ‘국민 노예’로 불렀다. ●윤석민(23·KIA)=한결 숙성해진 메주 말수가 적고 묵묵히 뛰던 그에게 코칭스태프는 구수한 외모에 천진한 표정과 성격을 빌려 ‘메주’란 별명을 달았다. 지난해 프로야구에서 갈수록 빼어난 구위를 뽐내던 때였다. 하지만 이 ‘순둥이’는 한층 숙성한 면모를 보였다. 결승행 고비였던 베네수엘라전을 통해 150㎞를 넘나드는 총알투를 바탕으로 날카로운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뿌리며 천문학적 몸값을 자랑하는 강타선을 요리함으로써 빅카드였던 결승전으로 이끌었다. ●김태균(27·한화)=대타? 월드스타죠! “1회 대회 때는 당연히 이승엽 선배의 백업이었죠.”라고 말한 그였다. 활약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홈런 3개에 11타점. 한국이 뽑은 50타점의 20%를 책임졌다. 21일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전, 5-0으로 앞선 2회 1사 2루에서 상대 선발 카를로스 실바의 초구를 받아쳐 2점포로 실바를 끌어 내리자 해외 언론들은 ‘슈퍼히터’라는 새 애칭을 선물했다. 올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는 그를 ‘찜’하려는 분위기마저 생겼다. 연타석 삼진이 많아 붙었던 ‘김멀뚱’이란 별명도 영영 사라질 판이다. ●봉중근(29·LG)=ML방출 설움 훌훌 역시 마운드 ‘대타’였지만 늘어선 빅리거들과 마주쳐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 9일 1라운드 일본전에서는 5와3분의1이닝 3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1-0 완봉승을 일궜다. ‘의사(義士)’를 넘어 ‘봉열사’로 불렸다. 6일 타이완과의 1차전에서도 3이닝을 무실점 처리하며 “박찬호의 자리를 메울 기둥”이라던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1997년 신일고 시절 캐나다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140㎞대의 빠른 공을 자랑하던 그를 불러들이고도 마이너리그를 전전시키다가 돌려보낸 빅리그엔 재발견의 기회였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다른 기사 보러가기] ”장자연 수사 대상은 12+1명” 정명훈 “미국에 구걸하다 촛불? 기도해라” ‘朴도라 상자’에 김태호 경남지사도… 시각장애인들 최시중위원장에 섭섭한 이유 “안 사면 손해” 대형할인점 50% 폭탄세일 진중권 “이렇게 ‘명박스러운’ 사태가”
  • 시각장애인 ‘휴대폰 비애’

    시각장애인 ‘휴대폰 비애’

    올들어 국내에 출시된 휴대전화 중 70%가 50만원 이상의 고가폰이다. 대부분 ‘3G(세대)폰’이어서 영상통화가 가능하며, 사용자환경(UI)이 풀터치스크린으로 고안돼 누르지 않고 살짝 대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눈으로 빛을 느낄 수 없는 김우석(38·서울 노원구 하계동)씨에게 이런 휴대전화는 의미가 없다. 3년간 사용해 겨우 버튼을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게 된 지금의 휴대전화가 단종될까 오히려 두렵다.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은 지난 23일 청각장애인교육기관을 찾아 “청각·언어장애인들의 유일한 소통 통로인 휴대전화 영상통화와 문자메시지 이용요금 추가 할인을 이동통신사들과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이통사들은 법에 따라 모든 장애인에게 기본료 및 음성·데이터 통화료를 35%씩 깎아 주고, 회사별로 청각 장애인을 위한 전용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청각장애인들에겐 반가운 소식이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두현 팀장은 “우리에게 휴대전화는 한 방향 통신”이라면서 “받을 수는 있지만 걸기가 힘들고, 문자메시지 전송은 더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손끝으로 버튼을 구별할 수 없는 ‘매끈한’ 스크린폰이 시장을 점령하면 우리의 통신 수단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면서 “정부와 이통사, 단말기 제조업체가 시각장애인에게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NTT도코모는 버튼이 크고 간단할 뿐만 아니라 문자메시지를 음성화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 전용폰 ‘라쿠라쿠’를 1999년부터 팔기 시작해 지금까지 1500만대 이상을 팔았다. 한국에는 이런 단말기가 없다. 시각장애인들에겐 데이터 통화료보다 음성 통화료 할인이 훨씬 절실하지만 어떤 이통사도 할인폭 차별화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휴대전화 제조업체 관계자는 “생산라인 하나를 돌리면 2만대 이상의 전화가 생산되는데, 몇명 안 되는 시각장애인과 그들의 구매력을 따져 보면 전용폰 개발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는 22만명의 시각장애인이 있고, 이들의 소통 욕구는 일반인보다 강하다는 점에서 시각장애인 전용 휴대전화 생산과 요금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다른 기사 보러가기] ’봉열사’ ‘국민노예’ ‘꽃범호’ WBC 영웅들의 재발견 ”장자연 수사 대상은 12+1명” 정명훈 “미국에 구걸하다 촛불? 기도해라” ‘朴도라 상자’에 김태호 경남지사도… “안 사면 손해” 대형할인점 50% 폭탄세일 진중권 “이렇게 ‘명박스러운’ 사태가”
  • [여의도 블로그] 집권 1년 ‘천막정신’ 잊었나?

    ‘3월24일’은 한나라당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다. 5년 전인 2004년 3월24일. 한나라당은 ‘차떼기 정당’이란 오명 속에 당의 존폐마저 흔들리자 천막당사를 꾸리며 국민 앞에 석고대죄했다. 4·15 총선을 불과 22일 앞둔 시점이었다. 천막당사 5주년을 기념해 한나라당이 24일 조촐한 기념식을 갖고 봉사활동을 벌일 예정이었지만 취소됐다. 천막당사를 꾸렸던 박근혜 전 대표가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의 뜻을 전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브랜드’인 천막당사 기념식에 박 전 대표가 참석하지 않으니 일정을 취소했다는 설명이다. 박 전 대표 쪽은 “별다른 뜻은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언론의 지나친 관심에 대한 부담과 청와대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았겠느냐는 게 주변의 해석이다. 천막당사 기념식은 지난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전이 한창일 때 3주년 기념식을 끝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는 열리지 않았다. 당 소속 정치인의 부정부패와 추문이 있을 때마다 “‘천막정신’을 잊지 말자.”고 다짐하던 한나라당이었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당을 쇄신해 갔다. 국정감사 중 피감기관의 골프접대를 받거나 수해 중 골프를 즐기다 출당 등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전 같으면 어물쩍 넘어갈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또 인명진 목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당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엄격한 잣대로 도덕성 회복과 재무장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종교적 잣대로 정치를 재단한다는 불만도 있었지만 한나라당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몸부림쳤다. 하지만 정권교체를 이룬 지 1년 남짓 지난 지금 한나라당과 여권의 도덕성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과 이종찬 전 민정수석 등 여권 핵심인사들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박연차 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거론되는 일부 의원은 불면의 날을 보내고 있다. 당에서는 “벌써 ‘천막정신’을 잊은 것이냐.”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한 관계자는 “풍찬노숙하던 때를 잊고 집권 1년 만에 부패와 손을 잡으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다른 기사 보러가기] ’봉열사’ ‘국민노예’ ‘꽃범호’ WBC 영웅들의 재발견 ”장자연 수사 대상은 12+1명” 정명훈 “미국에 구걸하다 촛불? 기도해라” ‘朴도라 상자’에 김태호 경남지사도… 시각장애인들 최시중위원장에 섭섭한 이유 “안 사면 손해” 대형할인점 50% 폭탄세일 진중권 “이렇게 ‘명박스러운’ 사태가”
  • 공무원 특별승진 비율 확대

    새달부터 업무 성과가 뛰어난 공무원들은 다른 공무원보다 최대 2년 빨리 승진할 수 있게 된다. 특별승진 대상도 전체 승진인원의 10%에서 20% 내외로 확대된다. ●‘공무원임용령’ 개정안 각의 통과 행정안전부는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무원임용령’ 개정안과 ‘공무원 보수규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 4월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계급별 특별승진 소요 연수를 줄여 업무 성과가 우수한 중앙행정기관 공무원은 다른 공무원보다 최대 2년 먼저 승진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1년 먼저 진급이 가능했다. 특히 예규인 ‘공무원임용규칙’을 개정, 직급별 특별승진 비율을 현행 승진인원의 10%에서 20% 내외로 확대해 특별승진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4급, 5급 일반직 우수 공무원은 해당 직급에서 5년이 지나야 승진할 수 있지만 새 개정안이 시행되면 3년이면 진급할 수 있다. 6급은 특별승진 소요연수가 현재 3년에서 2년6개월로 단축돼 우수 공무원은 다른 공무원(4년)보다 1년6개월 앞당겨 승진할 수 있다. ●“부처간 승진 격차 해소될 것” 행안부 관계자는 “경제위기 극복, 규제완화 등에 뛰어난 성과를 올린 공무원이 빨리 승진할 수 있도록 해 적극적인 업무추진을 유도할 계획”이라면서 “승진기간 단축으로 승진 적체가 심한 부처간 승진 격차도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행안부는 공무원의 징계 종류로 해임과 정직 사이에 ‘강등’을 신설, 강등 처분을 받은 공무원에 대해 3개월의 정직 기간 이후 18개월간 승진과 호봉 승급을 제한하고, 보수를 강등된 계급 기준으로 재산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공직에 디자인 전문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공무원 공채 때 시설 직렬 내에 건축, 조경, 도시계획 등 ‘디자인 직류’를 신설하기로 했다. 행안부는 올 상반기 중 공무원임용시험령 등을 개정해 하반기부터 디자인 전문가를 채용할 예정이다. 이밖에 대학 우수 인재를 대상으로 3년간 견습근무를 거쳐 일반직 6급으로 특별채용하는 지역인재추천채용제의 채용 직급을 7급으로 조정하는 대신 견습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다른 기사 보러가기] ’봉열사’ ‘국민노예’ ‘꽃범호’ WBC 영웅들의 재발견 ”장자연 수사 대상은 12+1명” 정명훈 “미국에 구걸하다 촛불? 기도해라” ‘朴도라 상자’에 김태호 경남지사도… 시각장애인들 최시중위원장에 섭섭한 이유 “안 사면 손해” 대형할인점 50% 폭탄세일 진중권 “이렇게 ‘명박스러운’ 사태가”
  • WBC영웅들 ‘3월의 함성’ 정규시즌도 이어갈까?

    WBC영웅들 ‘3월의 함성’ 정규시즌도 이어갈까?

    한국야구를 세계의 중심으로 이끈 28인의 태극전사가 소속팀에 속속 복귀한다. 오랫동안 팀을 떠나있어 어색한 감도 없지 않다. 정규시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아 손발을 맞출 시간도 많지 않다. 그러나 큰 걱정은 없다. WBC를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기량을 갖춘 선수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3월의 함성을 정규시즌에서도 이어갈 이들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를 호령한 투수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선수들은 단연 대표팀의 새로운 ‘원투 펀치’다. 새로운 일본킬러로 ‘의사’ 칭호를 받은 봉중근(29·LG)과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을 무력화시킨 윤석민(KIA)이 단연 돋보인다. 세 번이나 일본전 선발로 나선 봉중근은 WBC에서 17.2이닝 동안 단 한 점만 내주는 짠물피칭을 펼쳐 이번 대회 투수부문 올스타로 뽑혔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절묘한 완급조절로 콧대 높던 일본 타자들을 꺾었다. 일본야구의 자존심인 스즈키 이치로 마저도 “봉중근의 볼은 알고도 칠 수 없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윤석민은 메이저리그로 당장 오라는 찬사를 받았다. 우승후보로 손꼽히던 베네수엘라를 담대한 피칭으로 제압했다. 지난해 윤석민은 ‘불운의 에이스’에서 불운을 뗀 ‘에이스’가 됐다. 올 시즌 ‘세계의 에이스’로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돼 KIA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던 박경완(SK)은 “20승도 가능한 투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5경기에서 1승. 방어율 1.73에 탈삼진 13개를 기록한 정현욱(삼성)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국노(국가의 노예)’로 격상된 신분과 함께 명성까지 높아져 소속팀 삼성의 기분을 흐뭇하게 있다. ◇껍질을 깬 아시아의 대포 김태균(27·한화)은 더 이상 이승엽의 그늘에 가려질 필요가 없어졌다. 대표팀 4번타자라는 중책을 맡아 홈런·타점 2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뛰어난 선구안과 부드러운 타격폼. 임팩트 순간 최대한의 파워를 끌어내는 타법 등 모든 부문에서 완벽한 타자라는 찬사가 터져나왔다. 올 시즌 가장 기대되는 타자로. 시즌 후 그의 거취에 벌써부터 전세계가 관심을 보일 정도다. 핫코너를 철벽같이 지키면서 방망이로도 불을 뿜은 이범호도 한 단계 올라섰다. 김태균과 함께 홈런 공동 1위에 오른 이범호는 침착함과 빠른 상황판단능력으로 수비에서도 큰 힘을 보탰다. 대표팀 엔트리를 조정할 때 탈락 후보 0순위에 올랐던 설움을 딛고 세계의 3루수로 올라선 이범호 역시 올 시즌 활약과 시즌 후 거취가 관심거리다. ◇안정감 돋보인 ‘국제용’ 스타들 정대현(SK) 이용규(KIA) 김현수 이종욱(이상 두산)은 이제 대표팀에 없어선 안될 존재가 됐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120% 소화했다. 국제 무대에서 보여주는 이들의 침착함과 대담성은 ‘완전한 국제용’으로 자리매김하기 충분했다. 특히 톱타자의 중책을 맡은 이용규는 근성넘치는 플레이로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특히 일본과의 2라운드 순위결정전에서 머리에 빈볼을 맞는 사고를 당하고도 준결승. 결승에서 잇따라 톱타자로 맹활약을 펼쳤다. 여전히 ‘명품타격’을 펼친 김현수 역시 타율 0.393를 기록. 올 시즌 기대감을 높였고 팀내 타점 공동 2위를 기록한 FA 이진영 역시 LG의 4강 사냥에 큰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휴/스포츠서울@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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