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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을 빼앗긴 인간, 잔혹한 상상일 뿐일까

    말을 빼앗긴 인간, 잔혹한 상상일 뿐일까

    입 밖으로 말을 뱉어내는 순간 ‘펠릿’이 튀어나온다. 파충류의 표피 같은 축축한 물질인 펠릿은 사람들의 몸에 달라붙어 부패하고 악취를 쏘아대며 사람들을 고통과 우울증에 빠뜨린다. 펠릿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혀를 자른다. 말을 하고 싶은 욕망을 차마 다잡을 수 없는 사람들은 펠릿 더미에서 죽는 것을 택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말을 못하도록 뱃속 태아의 혀와 성대를 수술한다. 손바닥과 손을 이용해 가슴에 활자를 띄우는 ‘팸패드’가 등장하지만, 성대를 울리고 입술을 파열해 내는 말의 간절함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인간에게서 말을 앗아간 잔혹한 시대 ‘바벨’이다. 정용준(33) 작가가 언어에 대한 거대한 실험극을 첫 장편소설로 내놨다. 성서의 바벨탑을 연상케 하는 ‘바벨’(문학과지성사)이다. 2009년 ‘현대문학’에 단편 ‘굿나잇, 오블로’가 당선되며 등단해 2011년 첫 소설집 ‘가나’에 이어 3년 만에 첫 장편을 발표한 작가는 작가의 동력이자 덫인 ‘언어’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말할 때마다 뭔가를 죽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쉽게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말더듬이로 살아 왔다”는 고백에서 배경이 짐작된다. 데뷔작 ‘굿나잇, 오블로’에서는 억압이나 폭력 때문에 말을 못하는 인물을, 단편 ‘떠떠떠, 떠’에서는 사람들에게 상처받는 말더듬이를, 단편 ‘벽’에서는 말부터 통제당하는 염전 노예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제 작가는 말을 못한다는 조건을 모든 인간에게 적용하는 실험에 나섰다. “순전히 제 상상력으로 쓴 염전 노예 이야기 ‘벽’이 얼마 전 정말 현실에 있었다는 뉴스를 접하곤 ‘아무리 작가가 가혹한 상상을 해도 현실은 소설보다 더하구나’ 싶었어요. 인간으로서 자존감이 가장 낮아지고 굴종감이 깊어질 때가 (강제로) 말을 못하게 될 때죠. 그럴 때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된 통증이란 무엇일지 궁금했어요.” 소설은 소년 노아의 다락방에서 잉태된다. 말을 하면 얼음 결정으로 변하고 봄이 되면 그 말들이 되살아나는 지구상 가장 추운 나라에 관한 동화, ‘얼음의 나라, 아이라’가 소년을 매료시킨다. 언어생물학자가 된 노아는 말을 결정화하는 실험에 매달리지만 ‘펠릿’을 만들어 내면서 실패하고 만다. 처음엔 사람들과 펠릿의 싸움이었던 세상은 시민 대 정부의 갈등으로 균열을 일으킨다. 왜 노아는 아이라를 꿈꿨을까. “인간이 남긴 것 가운데 유일하게 영원할 수 있는 건 언어라고 봐요. 건물이나 유물, 유산은 무너지고 훼손되지만 언어와 활자, 책은 계속 살아 남잖아요. 하지만 정부와 미디어 등 사회는 늘 언어를 억압해 왔습니다. 반면 아이라에서는 모든 사람들의 말이 얼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끝없이 들리죠. 이렇게 모든 언어들의 자존감이 살아 있는 게 노아가 처음 생각했던 꿈이었어요.” 동화로 시작하는 소설은 작가 특유의 시적인 문장, 공상과학소설(SF)의 상상력과 맞물리면서 극단이 주는 고통과 매혹을 한꺼번에 체험하게 한다. 인물들을 극단의 상황 속으로 몰아넣고 서사의 종착역으로 내달리며 독자들에게 궁금증과 흥미를 한껏 주입한다는 점에서 ‘바벨’은 정유정의 소설을 연상시키며 속도감 있게 읽힌다. 말을 되찾으려는 인물들의 분투와 절망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언어’라는 명제를 또렷이 각인시킨다. 저마다 다른 질감과 냄새, 색 등으로 화자의 심리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펠릿은 진정한 교감과 소통이 부재하는 우리의 비루한 현실을 아프게 상기시킨다. “에밀 시오랑(루마니아 출신 프랑스 작가)은 ‘불행 속에 친구는 사라지고 동료는 늘어간다’고 했어요. 아는 사람은 늘어나지만 새벽 1시에 전화할 사람은 없어요. 그러니 매일 밤 SNS로 남이 어떻게 사나 들여다보죠. ‘공통 감각’을 느끼며 교감하는 주인공들을 보고 독자들이 조금은 쓸쓸하고 외로웠으면 좋겠어요. 그 느낌이 우리를 조금 바꾸지 않을까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소유진 임신, 백종원과 결혼식 사진 보니..‘임신 8개월 맞아?’

    소유진 임신, 백종원과 결혼식 사진 보니..‘임신 8개월 맞아?’

    ‘소유진 임신’ 배우 소유진이 임신 8개월에도 늘씬한 몸매를 과시했다. 소유진은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CGV 청담씨네시티에서 진행된 ‘제3회 마리끌레르 영화’에 참석했다. 이날 소유진은 올블랙 패션에 핑크색 가방을 들었다. 특히 임신 8개월 차에도 허벅지가 드러나는 시스루의 짧은 원피스를 소화해 각선미를 과시했다. 이번 영화제는 ‘다양한 관객, 다양한 영화, 다양한 선택이 있는 영화제’라는 주제로 개막작 ‘아메리칸 허슬’(러셀 감독), 폐막작 ‘노예 12년’(스티브 매퀸 감독)을 비롯한 34편의 예술 영화가 25일까지 상영될 예정이다. 한편 소유진은 지난해 1월 외식 사업가 백종원(48)씨와 결혼했다. 두 사람은 배우 심혜진의 소개로 만나 1년여 열애 끝에 결혼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새 영화] ‘노예 12년’ 불편한 노예의 진실, 담담하게 말한다

    [새 영화] ‘노예 12년’ 불편한 노예의 진실, 담담하게 말한다

    햇볕이 들지 않는 지하실에 갇힌 솔로몬 노섭은 자신이 노예가 아님을 주장하다가 수십 대 얻어맞고 살갗이 터진다. 때로는 자신을 인간으로 대해 주는 주인을 만나 자유의 희망을 품고, 때로는 폭압적인 주인 앞에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살아남고 싶은 게 아니라 살고 싶은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을 모욕하는 백인들을 두 눈으로 똑똑히 응시한다. 스티브 매퀸 감독의 영화 ‘노예 12년’은 자유인에서 하루아침에 노예로 전락한 실존 인물 솔로몬 노섭의 생존기를 따라간다. 1808년 미국에서는 노예 수입이 금지되자 자유인 신분의 흑인을 납치해 노예로 팔아넘기는 일이 빈번했다. 바이올린 연주자로 뉴욕에서 풍족한 생활을 하던 노섭은 1841년 공연을 제안받고 찾은 워싱턴에서 납치돼 노예수용소로 보내졌다. 그는 ‘조지아주에서 도망친 노예’라는 가짜 신분이 덧씌워진 채 미국 남부의 수수밭과 목화밭에서 12년 동안 처참한 삶을 살다 극적으로 탈출했다. 그가 1863년 발간한 동명의 자서전은 1년 반 만에 2만 7000부가 팔리며 노예제도의 부조리를 세상에 고발했다. 자서전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긴 영화는 노예제도가 흑인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모습을 불편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노섭(치웨텡 에지오포)이 시장에서 팔려 나갈 때 노예 상인은 이들을 남녀 불문하고 발가벗긴 채 가격을 흥정한다. 여성의 가슴과 음모, 남성의 성기가 화면에 언뜻 잡히는데 관객들은 시각적인 충격보다는 극중 노예들에 이입해 느끼는 수치심이 더 크다. 노섭은 감독관에게 맞서다가 나무에 목이 매달린 채 하루 종일 버틴다. 악명 높은 주인 에드윈 엡스(마이클 패스벤더)는 자신이 광적으로 집착하는 여성 노예 팻시(루피타 니용고)를 수시로 성폭행하는가 하면 온몸이 피칠갑이 되도록 채찍질을 하며 가학놀이를 즐긴다. 그러나 영화의 전개는 역설적이게도 평온하다. 노예들의 울분을 표출하기보다 꾹꾹 눌러 담담하게 그리는 방식을 택했다. 숲에서 들려오는 매미소리와 시원한 바람소리를 배경으로 노예들은 목화솜을 따고 빨래를 한다. 여성 동료가 성폭행을 당해도, 모지게 매를 맞아도 아무 일 없는 듯하던 일을 계속한다. 죽어 간 동료의 무덤 앞에서는 자신들의 죽음을 예견하는 듯한 노래를 손뼉을 쳐 가며 흥겹게 부른다. 한가로운 목화밭의 풍경이 오히려 이들의 체념의 정서를 극대화한다. 치웨텡 에지오포와 마이클 패스벤더, 신예 루피타 니용고 등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여기에 영화 제작자로 참여한 브래드 피트가 노예제도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캐나다인 베스 역으로 후반부에 출연한다. 다음 달 2일 열리는 제86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9개 부문 후보에 오른 화제작이다. 제7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최우수작품상, 제67회 영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는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27일 개봉. 134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사설] 북 인권실태 개선 위한 국제적 노력 강화해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어제 북한의 척박한 인권 실상을 국제사회에 고발하는 ‘북한인권보고서’를 발표했다. 본문 21쪽과 부속서 321쪽으로 구성된 이 보고서는 지난해 3월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 맞춰 1년 가까이 북한의 인권 실태 전반을 조사한 끝에 작성된 종합보고서다. 호주 대법관 출신의 마이클 커비 위원장을 중심으로 20명의 다국적 조사인력들이 80여명의 탈북자들을 면담하거나 청문회를 갖는 방식으로 북한 주민들의 투옥·구금 실태와 고문 여부 등 북한 정권의 인권탄압 전반을 조사해 작성했다. COI 보고서에 담긴 북녘은 한마디로 ‘정치적 학살’이 광범위하게 자행되는 인권 실종의 땅이다. 고문과 투옥은 물론 성폭행과 강제낙태, 강제이주, 강제노동, 심지어 살인과 노예화 등이 정권 차원에서 자행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고발했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인권 탄압이 북한의 3대 세습정권과 직결돼 있음을 보고서가 언급한 점이다. 북한 인권 탄압의 책임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위시한 북한 지도부에 묻고 있는 것이다. COI는 이에 따라 유엔 차원에서 김정은을 비롯한 인권탄압 가해자 명단을 작성해 영구보존하는 한편 다음 달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 정례회의에 보고서를 공식 제출한 뒤 북한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도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권고하기로 했다. 아울러 중국 등이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에 대비, 나치 전범들을 사법처리한 국제특별재판소(Ad Hoc Tribunal)에도 회부하기로 했다고 한다. COI의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기실 그동안 탈북자들의 전해온 북한 인권의 실상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평양의 선택된 소수의 인민을 제외한 북한 주민 대다수가 얼마나 열악한 인권 환경에서 허덕이는지, 매일매일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꽃제비’들이 얼마나 많으며, 정치범 수용소에선 얼마나 잔혹한 인권탄압이 자행되고 있는지 우리는 그동안 숱한 증언과 목격담을 들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남북 관계의 악화 등을 핑계 삼아 정부 차원에서건 민간 차원에서건 북한 인권의 실상을 직시하지 못했다. 애써 외면하거나 침묵했다. COI 보고서의 의미는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을 더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의 의지를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같은 민족으로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에 앞장서야 할 우리로선 분발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여야는 국회에 계류된 북한인권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더 이상 이런저런 구실을 붙여 입법을 미루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외면하는 부끄러운 일이다. 정부도 남북관계 개선 노력과 별개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적 노력을 의연하게 펼쳐 나가야 할 것이다.
  • 전남도 ‘염전노예’ 근절 대책…인권보호協·특별수사대 운영

    전남 신안군 염전 종사자들에 대한 노동력 착취를 예방하기 위한 관계기관의 대책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전남도는 17일 신안군 외딴 섬에서 발생한 장애인 근로자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경찰 등 관계기관과 인권보호협의체를 운영키로 했다고 밝혔다. 박준영 도지사가 도청에서 주재한 긴급 대책회의에서 이같이 결정됐다. 전남도는 취약지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어촌계장과 마을 이장에게 신고 협조 전단지와 권리고지 확인서 등을 배부하고 직업소개소 관리 강화로 비정규직 보호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통합관리하기로 했다. 전남경찰청도 이날 도서 인권보호 특별수사대 현판식을 갖고 염전, 양식장, 직업소개소 등에 대한 상시 수사체제를 갖춰 인권침해사범을 뿌리 뽑기로 했다. 앞으로 염부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상습폭력·학대행위, 취업 알선을 빙자한 인신매매(무허가 직업소개소), 선불금 및 임금 착취, 정부 지원금 횡령행위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현장을 점검하기로 했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배우만 벗는다? 사회의 치부도 벗긴다

    배우만 벗는다? 사회의 치부도 벗긴다

    서울 대학로에 있는 공연 게시판을 훑다 보면 ‘헉’ 소리가 절로 나는 지점이 있다. 반나체인 두 남자와 여성 여럿이 뒤엉켜 있는 포스터다. 여성들 표정이나 남자 손이 가 있는 위치를 보건대 필시 ‘성인물’이다. 고개를 돌리면 깜짝 놀랄 광고물이 또 있다. 이번에는 중요 부위를 제목으로 가린, 벌거벗은 여성의 상체다. 노출 수위는 ‘19금’이지만, 이것을 두고 ‘대학로에 성인연극이 판친다’고 단정해서는 곤란하다. 딴생각(?)을 하면서 극장을 찾는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다. 이 연극들, 매우 심오하다. 서울 대학로 나온씨어터에서 공연하는 연극 ‘헤르메스’(연출 김태웅)는 야하지만 ‘진지’하다. 주인공의 이름 남건은 ‘남조선노동당 건설 담당’의 줄임말이다. 한때 서울시청 앞에서 노동운동을 하던 남건은 이제 성인연극을 제작하고 출연하면서 떼돈을 번다. 사는 곳도 서울광장이 내려다보이는 호텔의 펜트하우스다. 모순된 삶과 사상을 가진 인물은 한국 사회의 치부를 드러내는 상징적 캐릭터다. 극중에서는 성인연극과 관객에 대한 비아냥이 난무한다. “연기 보러 오는 거 아니잖아”라거나 “우리 연극 보러 오는 인간들 대부분 쓰레기야”라고 대놓고 이죽거린다. 남건은 여배우가 사랑을 갈구하고 출연료 인상을 요구해도 비웃으며 거절하고, 함께 노동운동을 했던 선배가 돈을 빌리고자 무릎 꿇고 애원해도 매몰차게 외면한다. 점차 돈의 노예가 돼 가는 자신을 비하하면서 ‘과격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출장 안마사 유정숙을 통해 순수를 경험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은 더 추악해 보이고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야한 장면, 물론 있다. 여배우가 속옷 차림으로 등장하거나 몸을 더듬는 장난을 한다. 대부분의 ‘결정적인 순간’에는 암전(暗轉)해 소리로 전달한다. 남건이 더러워진 자신에 대한 정당성을 찾고자 배설을 요구하는 상황은 눈살을 찌푸리게도 한다. 한데 이 장면이 자연스러운 건 배우들의 열연 덕인 듯하다. 극중에서는 “몸 쓰는 거 말고 무대에서 하는 게 없다”고 자조하지만, 이승훈·김영필·강말금·이안나·김유진·이한님·김문성 등 실제 출연 배우들은 연기파다. 또 하나의 ‘문제적 포스터’는 대학로 이랑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연극 ‘변태’(變態)의 광고물이다. 이 콘셉트는 멕시코 여류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에서 비롯됐다. 칼로가 교통사고 후 6번이나 척추 수술을 받아야 했던 고통스러운 시기에 그린 자화상 ‘부러진 기둥’(1944년)이다. ‘변태’의 포스터는 여주인공이 겪는 고뇌를 의미한다. 최원석 연출은 “여주인공 한소영의 내면이 붕괴되는 모습과 딱 맞아떨어진다는 판단에서 작품을 인용했다”고 말했다. ‘변태’는 도서대여점을 운영하는 시인 민효석과 그의 부인이자 비정규직 강사인 한소영, 동네 정육점 주인 오동탁의 이야기다. 가난에 찌든 시인은 돈을 벌기 위해 오동탁에게 시를 가르치며 생계를 유지한다. 뒤늦게 시를 배운 오동탁이 등단을 하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자 한소영은 모멸감을 느낀다. 한소영이 갖게 된 ‘가지지 못한 자’의 피해 의식은 자신을 극단적인 파괴로 내몬다. 제목 ‘변태’는 정상적이지 않은 성욕이나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극 속 인물들이 자신의 틀을 깨뜨리고 변화하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할 수도 있다. 이유정·장용철·김귀선·전여빈이 열연한다. 두 작품 모두 다음 달 30일까지 이어진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이집트 폭탄테러] 치안 악화돼도 순례 강행…정부 선교 출국 자제 요청

    지난 16일 이집트 시나이반도 동북부 타바에서 발생한 한국인 관광객 버스 테러 사건은 무분별한 성지순례와 정부의 안이한 대응에서 비롯된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집트의 관광 성수기인 1~2월 중 시나이반도를 이미 방문했거나 방문할 예정인 한국인 성지순례객이 2000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성지순례란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이스라엘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내용을 담은 성서 ‘출애굽기’의 동선을 직접 답사하는 것으로 기독교인에게는 평생의 꿈이다. 카이로 현지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교민은 “지난해 이집트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다른 나라 단체여행객은 발길이 끊긴 상황”이라면서 “시나이반도로 단체 성지순례를 오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말했다. 2000년 이후 아랍권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격·피랍 사건이 20여 차례에 이르지만, 중소 여행사들이 수익 때문에 관광객들의 안전을 외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지순례를 가는 사람들은 금액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데다 꾸준한 수요가 있어 여행사 입장에서는 계속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2년 2월 한국인 성지순례객이 무장 세력에 납치된 뒤 시나이반도 여행경보를 2단계(여행 자제)에서 3단계(여행 제한)로 상향 조정했지만 강제성은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7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서울사무소에서 개신교 연합단체, 여행·관광업계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고 특별여행경보 발령 지역의 순례 및 선교 등 여행을 자제하도록 요청했다. 현재 체류 중인 단체나 여행자는 즉각 철수시키고 사태 수습 때까지 대책반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영화 ‘그래비티’, 영국 아카데미상 6개부문 석권.. 오스카 청신호

    알폰소 쿠아론(53) 감독의 SF ‘그래비티’가 제67회 영국 아카데미시상식(BAFTA)에서 최우수영화상을 비롯, 6관왕에 올랐다. 16일(현지시간)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그래비티’는 최우수영화상·감독상·촬영상·음악상·음향상·시각효과상 등 6개 부문을 휩쓸었다. 광활한 우주를 재현한 ‘그래비티’에서는 샌드라 불럭·조지 클루니가 열연했다.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를 탐사하던 스톤 박사(샌드라 불럭)와 동료 매트(조지 클루니)가 인공위성 잔해와 부딪혀 우주의 미아가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제71회 골든글로브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아메리칸 허슬’은 여우조연상(제니퍼 로런스)과 각본상, 분장상 등 3개 부문을 거머쥐었다. 스티븐 매퀸 감독의 ‘노예 12년’은 최우수작품상과 남우주연상(치웨텔 에지오포)를 차지했다. 여우주연상은 ‘블루 재스민’의 케이트 블란쳇, 남우조연상은 ‘캡틴 필립스’의 바크하디 압디에게 돌아갔다.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은 이변 없이 ‘겨울왕국’의 몫이 됐다. 영국아카데미영화상은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전에 발표되는 영화상으로, 오스카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 지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염전노예’ 20명 추가 확인… 10년간 임금 한푼 못 받아

    염전 근로자 상당수가 업주에게 폭행과 감금을 당하는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일하는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남지방경찰청은 16일 근로자를 감금하고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은 염전 업자 H(46)씨를 감금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H씨는 경찰, 고용노동지청, 신안군의 합동실태조사가 이뤄진 지난 13일 이를 미리 알고 신안군 신의도 자신의 염전에서 일하고 있던 30~50대 염부 3명을 옆집에 4일 동안 감금했다가 적발됐다. H씨는 6개월~1년 전 이들을 고용해 지금까지 임금을 한푼도 주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H씨에 대해 감금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목포경찰서는 이와 별도로 이날부터 노동청 등과 합동으로 그동안 심층 면담한 170여명을 500여명으로 확대해 불법 감금과 임금 착취 등에 대한 추가 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염전이 집중된 신의도, 증도, 비금도 등지보다는 인적과 왕래가 덜한 소규모 섬의 염전에서 이 같은 불법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이달 말까지 해당 염전과 염부 등을 상대로 ▲근로자들이 염전에 오게 된 과정과 무허가 직업소개소의 역할 ▲가출, 실종신고인 소재 여부 ▲임금 체불과 고용주의 폭행 감금 등 학대 여부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정부보조금 착복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살피기로 했다. 합동점검반이 최근 일주일간 신의도, 증도, 비금도 등지의 염전 근로자 170여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임금 체불을 겪은 근로자는 모두 20명으로 이 중 3명은 장애인이고 1명은 10년간 임금을 받지 못한 것을 확인됐다. 목포고용노동청은 이 가운데 2003년부터 신의도의 한 염전에서 일하면서 월급을 받지 못한 하모(54)씨에게 법으로 규정된 3년간 급여 3600여만원을 지급하도록 업주 장모(57)씨에게 명령했다. 장애인에게 월급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킨 염전 업주 진모(59)씨는 준사기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진씨는 2012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장애인 이모(62·정신지체 3급)씨를 고용해 염전 일을 시키며 외출할 때 용돈만 지급하고 1500만원 상당의 월급을 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중국 조선족인 불법 체류자 1명을 적발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넘겼고 장애인 등이 포함된 가출인 3명을 찾아 가족에게 인계했으며 벌금 미납 등으로 수배된 18명을 적발했다. 목포경찰서 이민홍 강력계장은 “대부분의 염전 근로자들이 직업소개소나 지인 등을 통해 염전에 취업하고 있으나 이 가운데 판단력이 부족한 정신지체자, 수배자 등 업주와 ‘갑을 관계’에 있는 일부가 업주의 횡포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며 “상시적 폭행과 감금, 임금 착취 등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씨줄날줄] 머슴과 노예/정기홍 논설위원

    농경 중심의 19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우리 농촌에는 ‘주인과 머슴’의 관계가 많았다. 세도가나 대농가에서는 10명에 가까운 머슴을 부린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머슴은 주인과 한해 단위로 계약을 하고 그 해에 수확한 벼 몇 석을 노동의 삯으로 받았다. ‘새경’(私耕)이다. 또한 주인집에서 식구처럼 살면서 농사일은 물론 집안 허드렛일도 챙겼다. 한밤에 호롱불 밑에서 새끼를 꼬거나 멍석을 만드는 모습은 50대 이후 장노년세대에겐 눈에 선한 추억이다. 머슴은 흔히 상머슴과 중머슴, 꼴머슴(꼴담살이)으로 나뉜다. 상머슴은 주로 농사일을 훤히 꿰뚫고 있는 20~40대, 중머슴은 50대 전후, 꼴머슴은 어린 10대를 지칭한다. 상머슴은 요즘 말하는 ‘달인의 경지’에 오른 머슴이다. 이외에 반년간 계약하는 반머슴과 고지머슴이라 하여 토지, 가옥 등을 받는 경우도 있다. 주인이 머슴에게 한턱을 쏘는 ‘머슴의 날’(음력 2월 초하루)도 있었다. 일철을 앞두고 주인이 ‘부탁’을 하는 날이다. 요즘의 노동절과 비슷하다. 주인은 일 년 계약이 끝날 때는 머슴과 겸상도 하고 술잔도 나눴다. 또한 꼴머슴에겐 일종의 성인식을 치르는 날로, 어른 품삯을 받는 등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머슴의 서러움은 한둘이 아니었다. 인격적인 모독은 물론이고 일을 부려 먹고 새경 한 푼 안주고 내쫓기는 경우도 많았다. 세간살이가 없어지면 의심의 눈초리는 어김없이 머슴에게 돌아갔다. 꼴머슴의 애환은 더 짠하다. 소나 말의 꼴과 땔감을 하는 일을 맡아, 먹고자는 것 빼곤 새경을 받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주인집 딸과 결혼을 시켜주겠다며 머슴살이를 시킨 김유정의 소설 ‘봄봄’에서 보듯 서러움을 감내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최근 전남 신안군 한 섬의 ‘염전노예’ 사건이 밝혀져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두 명의 지적장애인이 직업소개업자에게 100만원도 안 되는 돈에 팔려 섬에 끌려간 뒤 수년간 염전노역 착취를 당했다고 한다. 탈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마을주민들의 신고로 무산됐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신안군의 염전 근로자 140명 가운데 18명이 최장 10년간의 임금을 못 받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례가 전국 어디에 또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우리 농어촌 의식의 현주소는 여전히 농경시대의 전근대적인 머슴관(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노예노동’이라는 이름의 인권침해보다 더 나쁜 폭력은 없다. 단속을 위한 단속에 그치거나 실적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근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염전노예 사건 조사결과...짐승처럼 다룬 악덕업주 실태 ‘충격’

    염전노예 사건 조사결과...짐승처럼 다룬 악덕업주 실태 ‘충격’

    경찰과 정부가 전남 신안 염전 근로자 170명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20명이 최장 10년간 임금 체불 속에 ‘염전노예’ 생활을 해 온 것을 드러났다. 경찰은 염전 주인 1명을 입건했고 근로자들을 폭행한 업주를 조사하고 있다. 15일 전남 목포경찰서에 따르면 경찰, 목포고용노동지청, 신안군으로 구성된 점검반이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염전노예 사건이 일어난 신의도와 주요 염전이 있는 증도, 비금도 등을 돌며 근로자 170명을 면담조사했다. 이번 염전노예 사건 조사 결과 임금이 체불된 근로자는 모두 20명에 미지급액은 총 2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염전노예 중 2명은 장애인이었다. 특히 2003년부터 신의도의 한 염전에서 일한 허모(54)씨의 경우 가끔 용돈을 받는 것 외에는 월급을 전혀 받지 못해 10년간 미지급 임금이 최저 1억 2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염전 업주 장모(57)씨는 하씨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외출을 할 때 몇만원씩 용돈을 지급하며 염전노예로 부려왔다. 염전 업주 진모(59)씨는 2012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장애인 이모(62·정신지체 3급)씨를 고용해 증도에서 염전 일을 시키며 외출할 때 용돈만 지급하고 1500만원 상당의 월급을 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등은 이달 21일까지 지역 내 큰 섬 11곳을 포함해 염전,양식장이 있는 섬들을 돌며 염전노예 실태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업무보고] 공공기관 비리·공무원 줄서기 엄단

    [업무보고] 공공기관 비리·공무원 줄서기 엄단

    지난해 대대적인 대기업 비리 수사를 했던 검찰이 올해는 국민생활과 밀접한 공공 부문의 비리 수사에 수사 역량을 집중한다. 또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무원의 ‘줄서기 관행’을 집중 단속하고, 종북 세력 척결 등 공안수사 강화를 예고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14일 청와대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14년도 법무부 업무계획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법무부는 올해 3대 핵심 추진전략으로 법치에 기반한 비정상의 정상화, 협업을 통한 국민생활 안전 확보, 현장 중심의 국민 맞춤형 법률서비스를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장애인 노동력을 착취한 ‘염전 노예’ 사건은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이라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히 뿌리 뽑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원전 비리를 뿌리 뽑고, 먹거리 안전 사범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법과 원칙이 지켜지고 국민의 삶이 안전하게 지켜지는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먼저 박 대통령이 ‘공공기관 개혁’을 강도 높게 주문한 만큼 통신·에너지·교통 등 공공기관 비리 연루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뿐만 아니라 부정한 용도로 유출된 공적자금을 회수하고,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제도적·구조적 문제점은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개선해 향후 비리 발생의 소지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6·4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공무원이 선거 이후의 인사나 특혜 등을 노리고 특정 후보를 돕는 줄서기 관행 근절에 감시 인력을 집중 투입한다. 또 후보자가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거나 특정 후보자를 비방하는 행위 등도 적극적으로 단속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부터 전국 검찰청에 선거수사반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법무부는 합법을 가장해 북한을 추종하거나 사이버 공간에서 이적표현물을 유포하는 등 헌법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관계부처들과 협력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헌법의 가치와 존재감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형 헌법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근 국민 불안을 가중시킨 개인정보 유출 범죄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철저히 단속해 개인정보의 불법 유통·사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보고했다. 대검찰청은 이를 위해 지난달 전국 검찰청에 개인정보 불법 유통에 관한 범죄정보 수집을 강화하고 범죄를 인지하는 즉시 수사에 착수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법무부는 성범죄 예방을 위해 성범죄 전력자의 맥박, 체온, 음주 여부, 피해자 비명 등을 감지하고 평소 행동패턴과 범행수법 등의 자료를 실시간 비교 분석해 범죄 징후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지능형 전자발찌’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 밖에 인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부터 아동학대 부모는 친권 행사가 제한될 수 있으며 아동학대범죄 전력자는 유치원, 어린이집 등의 아동관련 기관에 취업이 금지된다. 정신병원 등의 수용시설에 부당하게 강제 수용되지 않도록 ‘인신보호관’ 제도도 새로 도입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벼랑끝 위기 NHK 경영위 “언행에 신중하라” 자중론

    신임 회장과 경영위원의 잇따른 망언으로 물의를 빚은 일본 공영방송 NHK 경영위원회가 언행에 신중을 기하자는 자중론을 이례적으로 내놨다. 시청자들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수입의 97%를 수신료에 의존하는 NHK의 위기감을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13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NHK경영위원회는 전날 하세가와 미치코 사이타마대 명예교수와 작가인 햐쿠타 나오키 경영위원으로부터 상황에 관한 설명을 들은 뒤, 경영위원이 복무준칙을 따라 절도 있게 행동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NHK의 복무준칙은 경영위원회 위원이 높은 윤리관을 지니고 직무를 집행해야 하며 “NHK의 명예나 신용을 해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하세가와 위원은 권총 자살한 극우 인사 노무라 슈스케의 행적을 예찬하는 추모 글을 올린 것이 밝혀져 물의를 빚었고, 햐쿠타 위원은 “난징(南京)대학살은 없었다”는 발언으로 거센 비난을 받았다. 모미이 가쓰토 신임 회장도 지난달 25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전쟁을 했던 어떤 나라에나 위안부는 있었다”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경영위원회가 위원의 언행에 대해 의견을 모은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이는 NHK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판이 높아지면서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NHK에는 지난 10일까지 모미이 회장의 발언에 대한 의견이 1만 5000여건 접수됐고 햐쿠타 위원과 하세가와 위원의 발언에 대한 의견도 2000건 넘게 들어왔다. 수입의 거의 전부를 수신료에 의존하는 NHK로서는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이 벌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을 충분히 느낄 상황인 것이다. 국회에서도 NHK의 2014 회계연도 예산 심의가 예정돼 있는데 이에 앞서 자민당 내 합의가 지연되는 등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것도 NHK로서는 간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모미이 회장의 최근 발언 등을 ‘일본의 부정주의’(Japan’s denialism)라고 규정하면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WP는 “위안부는 여성들을 노예화한 일본의 고유한 시스템”이라면서 “대다수가 한국인인 여성들이 강제로 일본 군인들의 성노예가 됐고 상당수는 목숨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전쟁 책임을 부정한 햐쿠타 위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주일 미국대사관 대변인의 성명을 인용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일본 관료들이 이들의 발언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들을 지명하는 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책임이 무겁다고 힐난했다. 특히 모미이 회장의 발언은 공영방송이 정부 편향적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염전 노예’ 조사하던 경찰 또 장애인 발견

    ’염전 노예’ 파문으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10일 전수 조사에 나선 목포경찰이 가출한 정신지체 3급 장애인을 발견, 가족에게 인계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날 신안 증도의 한 염전에서 종사자로 일하던 장애인 이모(62)씨가 집 주소는 물론 전화번호, 가족도 기억해내지 못했으나 가출인 신고 명부 확인 등의 조사로 가족을 찾았다. 이씨 가족은 목포에 살고 있었으며 가출인 신고를 한 후 애타게 찾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임금 정산 등 절차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중순 직업소개소를 통해 이 염전으로 들어왔다. 이씨가 동료와 함께 살던 숙소는 샤워장이 있는 등 시설이 좋은 편이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올해 미국에 위안부 기림비 2개 더 세울 것”

    “올해 미국에 위안부 기림비 2개 더 세울 것”

    “올해 안에 미국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기림비를 두 개 더 세울 참입니다.” 미국 한인단체 가주한미포럼을 이끄는 윤석원(67) 대표는 9일 경기 광주시 퇴촌면 원당리 ‘나눔의 집’에서 이같이 말했다. 윤 대표는 “공식 영문 이름으로 ‘일본군에 의한 성적 노예 희생자’(sexual slavery victims for the Japanese imperial army)라고 불리는 위안부의 비극적 역사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미국 곳곳에 많은 위안부 기림비를 건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7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의 위안부 피해자 소녀상 건립을 주도했다. 지난달 31일 방한한 윤 대표는 앞서 글렌데일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50)·김서경(49) 조각가 부부를 만나 기림비 추가 건립을 위한 세부계획을 논의했다. 김씨 부부는 서울시 소녀상(2011년 12월 14일), 경기 고양시 소녀상(2013년 5월 2일), 글렌데일 소녀상(2013년 7월 30일), 경남 거제시 소녀상(2014년 1월 17일)을 만든 주인공이다. 윤 대표는 “건립 지역과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해당 시 의원들을 상대로 협조를 구하고 있다”며 “한 곳은 거제 소녀상과 똑같이 서 있는 모습으로 7월 말 이전 건립할 계획이고, 또 하나는 비석 형태로 세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상·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 준수 촉구 조항을 포함한 2014년 세출법이 통과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것과 관련해선 “인류 보편의 인권과 존엄성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치자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풀이했다. 일본 정부는 한·일 갈등이나 문제로 끌고 가려는 의도로 나서지만, 우리는 국제적으로 인정하는 전쟁 범죄라는 점을 부각해 국제사회와 뜻을 함께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글렌데일 소녀상을 참배했던 에드 로이스 미국 연방하원 외교위원장이 이달 중순 한국, 중국, 일본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인데 이때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분명한 역할을 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 한인단체가 최근 마련한 로이스 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는 일본을 방문할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도 들르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나눔의 집 할머니들의 손을 맞잡고 “좋은 소식이 있을 때까지 건강하셔야 해요”라며 용돈을 건네기도 했다. 2007년 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위해 미 하원 청문회에서 증언한 김군자(88) 할머니에겐 “7월 글렌데일 소녀상 건립 1주년 행사 때 초청할 테니까 운동도 많이 하세요”라며 웃었다. 나눔의 집 앞마당에 건립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 9명의 동상에 묵념한 윤 대표는 “일본이 사죄하고 배상하는 그날이 올 때까지 뜻 있는 분들과 계속 애쓰겠다”며 용기를 북돋워 달라고 기도했다. 윤 대표는 오는 12일 미국으로 떠난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전라도 섬노예, 신안군 염전노예=조선시대 노예? ‘카드빚 갚으려다..’

    전라도 섬노예, 신안군 염전노예=조선시대 노예? ‘카드빚 갚으려다..’

    신안군 염전노예 ‘전라도 섬노예’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채널A는 지난 7일 “외딴 섬에 팔려가 노예처럼 일하던 남성이 구출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각장애가 있는 40살 김 모씨는 카드빚을 갚기 위해 무허가 직업소개 업자에게 속아 전라도 한 섬으로 팔려갔다.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하루 14시간 넘게 중노동을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했고, 나무 각목이나 쇠파이프로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결국 김 씨는 간신히 육지로 나와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냈고, 가족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체 장애가 있는 또 다른 한 40대 남성도 5년 2개월만에 섬노예 생활을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서울 구로경찰서는 지난 6일 염전에서 돈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키며 인부들을 학대한 혐의(영리목적 약취.유인 등)로 A씨와 직업소개업자 B씨 등을 형사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외딴섬 염전 노예 생활에 지친 이들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고 무허가 직업소개소 직원과 염전 주인의 불법 행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 = 채널A 온라인뉴스부 seoulen@seoul.co.kr
  • 전라도 섬노예, 하루 14시간 중노동+폭행까지..‘이것 조심하자’

    전라도 섬노예, 하루 14시간 중노동+폭행까지..‘이것 조심하자’

    ’전라도 섬노예’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채널A는 지난 7일 “외딴 섬에 팔려가 노예처럼 일하던 남성이 구출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각장애가 있는 40살 김 모씨는 카드빚을 갚기 위해 무허가 직업소개 업자에게 속아 전라도 한 섬으로 팔려갔다.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하루 14시간 넘게 중노동을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했고, 나무 각목이나 쇠파이프로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결국 김 씨는 간신히 육지로 나와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냈고, 가족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체 장애가 있는 또 다른 한 40대 남성도 5년 2개월만에 섬노예 생활을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서울 구로경찰서는 지난 6일 염전에서 돈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키며 인부들을 학대한 혐의(영리목적 약취.유인 등)로 A씨와 직업소개업자 B씨 등을 형사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외딴섬 염전 노예 생활에 지친 이들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고 무허가 직업소개소 직원과 염전 주인의 불법 행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 = 채널A 온라인뉴스부 seoulen@seoul.co.kr
  • 신안 염전 노예 사건, 인신매매 장애인 5년간 노예처럼 부려.. ‘충격’

    신안 염전 노예 사건, 인신매매 장애인 5년간 노예처럼 부려.. ‘충격’

    ‘신안 염전 노예 사건’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다. 6일 서울 구로경찰서는 전남 신안군 외딴섬 염전에 장애인 두 명을 감금하고 노동착취와 구타를 일삼은 직업소개소 직원 고 모 씨(70)와 염전 주인 홍 모 씨(48)를 영리약취·유인 등의 혐의로 형사입건했다. 장애인 채 씨는 지난 2008년 목포의 직업소개소 직원을 따라 신안군의 외딴 섬 염전으로 팔려갔다. 채 씨는 수년간 하루 5시간도 자지 못하면서 염전 일은 물론 벼농사, 건물공사 등 각종 잡일을 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단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했다. 현대판 노예나 다름없는 것. 채 씨는 주인의 감시를 피해 어머니에게 구해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채 씨는 소금 구매업자로 가장한 경찰에 의해 극적으로 구출됐다. 현재 채 씨는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은 “세상에 저런 사람들이 다 있나. 인간 말종이다”, “소금 먹기가 싫어지네”, “신안 염전 노예 사건, 인간의 탈을 쓴 악마다”, “파출소는 대체 뭐 했나”라며 분노했다. 사진 = JTBC 뉴스 캡처(신안 염전 노예 사건)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신안 외딴섬 염전 노예 사건 ‘울분’…파출소·면사무소 항의 빗발

    신안 외딴섬 염전 노예 사건 ‘울분’…파출소·면사무소 항의 빗발

    신안 외딴섬 염전 노예 사건 파장…파출소·면사무소 항의 빗발 이른바 ‘신안군 섬 염전 노예’ 사건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서울 구로경찰에 극적으로 구출된 장애인 김모(40)·채모(48)씨가 노예처럼 생활한 곳인 전남 신안군 신의면 파출소와 면사무소에 7일 항의성 전화가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예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목포경찰서는 오는 10일부터 신안 일대 모든 염전을 대상으로 인권유린 행위 점검에 나선다. 형사팀, 고용노동청, 지자체와 합동으로 한 달간 종업원 면담 등 조사를 할 예정이다. 관내에서 벌어진 심각한 인권 유린 사태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외지 경찰서를 통해 사태를 파악한 목포경찰서는 뒤늦게 합동 점검반을 꾸려 ‘뒷북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주민들은 “잊을만 하면 염전, 어선 종사자들의 인권 유린 사건이 터져 신안의 이미지를 먹칠하고 있다”면서 “경찰과 지자체 공무원이 염전 등을 정기적으로 돌며 자세하게 들여다 봤으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사안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염전 노예 파문으로 “근무를 똑바로 하라”는 등 욕을 많이 먹고 있다는 신의파출소 한 관계자는 억울함도 표시했다. 이 관계자는 “’노예처럼 생활했다’는 이 장애인은 파출소와 불과 70여m 떨어진 이발소에서 편지를 써 우체통에 넣은 것으로 안다”며 “파출소만 들렸더라도 모든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신의도 염전 면적은 239 농가에 550㏊로 전국 최대(20%) 규모다. 천일염을 한창 생산하는 7∼8월에는 외지에서 온 종사자가 300명에 이른다. 구로경찰서는 김씨와 채씨를 노예처럼 부린 염전주인 홍모(48)씨를 영리약취·유인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네티즌들은 “신안군 섬 염전 노예 너무 불쌍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섬으로 팔려가 노예 생활을 한 이들을 샅샅이 찾아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현대판 염전노예/문소영 논설위원

    소금은 인간의 필수품이지만 바닷물을 장작불로 농축시켜 소금을 쪄내는 일은 너무나 고됐다. 그래서 3세기 신라시대에는 전쟁포로 등의 노예계급이나 비슷한 처지의 신분층에서 소금을 생산하도록 했고, 염노(鹽奴)라 불렀다. 이런 염노가 민주사회인 현대에도 존재하다니 놀랍다. 순자의 성악설과 맹자의 성선설 중에서 인간은 선하다는 성선설을 굳게 믿는 사람들은 이윤을 추구하려고 타인을 착취하는 사람들 탓에 그 믿음이 흔들릴 것이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지난 6일 하루에 5시간도 못 자고 19시간의 강제노동에 시달리며, 상습폭행을 당하고 월급은 한 푼도 못 받은 채로 수년 동안 일해온 장애인 성인 남자 2명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전남 신안에서 배를 타고 두 시간여를 막 달려간 곳은 외딴섬으로, 염전이었다. 한겨울 바닷바람이 몰아치는데 여름용 감색 운동복 차림에 발뒤꿈치가 구멍 난 양말을 신은 남자는 경찰서에서 나왔다는 말을 듣고 “진짜 경찰인가”하면서 긴가민가했다고 한다. 40세의 김모씨는 시각장애 5급으로, 카드 돌려막기로 큰 빛이 생기자 부모에게 빚을 지울 수 없다는 생각에 우체국 경비일을 그만두고 2000년에 가출했다. 서울 영등포역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김씨는 2012년 “먹여주고 재워주고 담배도 주는 좋은 곳을 소개하겠다”는 말을 믿고 목포로 내려갔다. 거기서 단돈 100만원에 염전주인에게 팔렸다. 염전에는 48살의 지적장애인인 채씨가 2008년 몸값 30만원에 팔려와 일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하기에 2만㎡(6000여평)나 되는 염전은 너무 넓었다. 이들은 세 차례나 탈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구타당했다. 김씨는 지난 1월 읍내에 이발하러 왔다가 우체국에서 서울 어머니에게 몰래 편지를 부쳤다. 소금 구매업자로 가장하라는 김씨의 조언을 따른 경찰이 섬 곳곳을 수소문한 끝에 지난달 24일 이 두 남자를 발견·구출했다. 이 섬엔 800가구 20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으나 ‘현대판 염전노예’인 두 장애인에게는 가혹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둘이 탈출하면 염전주인에게 신고했고 가혹한 노동과 매질에 침묵했다. 만약 섬주민들이 비인권적 상황을 일찍 신고했더라면, 염전 노예생활이 최대 5년까지 지속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신매매로 새우잡이 배에 올라탔거나 이번 ‘염전노예’처럼 외딴 섬 인권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바다 한가운데 있는 어업현장들에 대한 감시와 단속의 손길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 또 ‘따뜻한’ 이웃들의 세심한 눈길도 중요하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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