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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피에르 신부/함혜리 논설위원

    1954년 2월1일 정오. 낯선 목소리가 라디오뤽상부르 방송의 전파를 타고 흘러나왔다.“형제, 자매 여러분. 방금 한 여인이 얼어 숨졌습니다. 담요 3000장과 대형텐트 300개, 난로 200개가 당장 필요합니다. 여러분이 도와준다면 오늘 밤 아스팔트 위나 강 둑에서 잠을 자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노숙자 보호를 촉구하는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엠마우스 공동체를 세운 아베 피에르(피에르 신부)였다. 나치 독일에서 해방된 지 10년이 가까워 오면서 프랑스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고 있었지만 절대 빈곤층의 주거난과 생활고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을 때였다. 피에르 신부의 호소는 전 프랑스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엠마우스 본부가 있는 로체스터관의 홀은 순식간에 전국에서 온 구호품으로 넘쳐났다. 보석, 모피코트, 가재 도구, 초콜릿, 통조림 등 가릴 것 없이 쏟아져 들어왔다. 정치인, 사업가, 연예인, 예술가, 노동자 등 각계 각층에서 성금이 몰려들어 은행에서는 로체스터관에 창구를 개설했을 정도였다. 하루는 자그마한 체구의 남자가 와서 200만프랑을 현금으로 기부하고 갔다.“이 돈은 드리는 게 아니라 돌려주는 겁니다. 내가 속해 있던 거리의 사람들 것입니다.”찰리 채플린이었다. 이렇게 모아진 구호품은 300t이나 됐고 성금은 5000만 프랑이나 됐다. 전국 각지에서 보내진 성원의 편지도 30만통이나 됐다. 아베 피에르 재단이 만들어졌으며 노숙자 수용시설들이 세워졌다. 정부는 이 일을 계기로 월세를 내지 않는 세입자라도 한겨울에는 집에서 내쫓지 못하게 하는 법을 만들었다. 이 일은 ‘54년 겨울’이라는 영화의 소재로 다뤄지기도 했다. 베레모에 검은 수도사 망토를 걸치고 ‘선의의 반란’을 일으키며 평생을 살아온 피에르 신부가 22일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프랑스인의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그의 장례식은 26일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국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새삼 그가 남긴 말이 가슴 깊이 와닿는다.“산다는 것, 그것은 사랑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오늘밤에도 지하도에서 새우잠을 청해야 하는 우리의 노숙자들에게는 누가 사랑을 나눠줄까.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24년만의 신권’ 나오던 날

    ‘24년만의 신권’ 나오던 날

    새 돈에 대한 ‘애정’은 지나쳤다. 애정이라기보다는 또다른 ‘한탕주의’를 보여주는 듯했다.22일 새 돈 1만원권과 1000원권이 배부된 한국은행 앞은 돈을 먼저 받으려는 사람들의 몸싸움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나흘 전인 18일 밤 11시부터 200여명이 화폐교환 창구 앞에서 노숙을 시작했을 때부터 혼란은 예정된 것이었다. 이를 본 사람들은 “신권 교부의 방법을 인터넷으로 신청받아 추첨하는 식 등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아수라장이 된 화폐교환 창구 한은은 22일 오전 9시30분부터 화폐를 바꿔줄 예정이었다. 일련번호 10001∼30000번인 1만원권과 1000원권 새 지폐를 1인당 100장씩 최고 110만원어치를 교환해주기로 했었다. 교환 시간이 되자 자리다툼이 일어났다. 밤새워 줄을 섰던 대기자들은 자체적으로 번호표를 마련해 1번부터 200번까지 교부했으나 이날 새벽 200번 이후의 사람들이 창구 앞에서 별도로 줄을 서면서 다툼이 생겼다. 말다툼이 거친 몸싸움으로 번졌다. 한은과 경찰이 나섰지만 주장이 엇갈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오전 11시쯤에야 200번까지 번호표를 받은 사람은 1인당 90장, 그 뒷번호 200여명은 10장씩 바꾸는 선에서 합의가 돼 가까스로 교환 업무가 시작됐다. 천신만고 끝에 1만원권과 1000원권의 ‘AA0010001A’번을 교환한 이순근(50)씨는 “전쟁에서 이긴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집에 오래오래 소장할 예정”이라고 했다. 번호표 8번과 9번으로 새 돈을 교환한 20대 청년 2명은 천안에서 KTX를 타고 올라와 나흘간 노숙을 한 끝에 새 돈을 얻었다. ●‘대박’ 소문에 지폐 수집 이상열기 새 돈에 사람들이 집착하는 이유는 진귀성 때문에 경제적인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행된 신권 5000원권은 인터넷 경매에서 100장 한 묶음(50만원)이 5∼10배에 거래됐다는 입소문이 퍼져 있다. 지난해 초 한은이 5000원권 101번에서 10000번까지를 경매에 부쳤을 때 액면가보다 최고 82배가 비싼 410만 5000원에 낙찰돼 기대심리가 커졌다. 그러나 한은 관계자는 “일부 번호들은 경매로 팔려나갔지만 400여장은 4차례의 경매에도 유찰돼 한은 창고에 보관돼 있다.”면서 “모든 앞번호의 신권이 수집상들에게 비싼 가격에 팔려나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박 번호’는 따로 있다고 한다.‘7777777’과 같이 똑같은 숫자가 연속으로 나오는 ‘솔리드 노트’,‘2000000’과 같은 앞자리 수를 제외하고 ‘0’인 ‘밀리언 노트’,‘1234567’과 같은 오름차순, 또는 반대의 내림차순으로 된 ‘디센딩·어센딩 노트’ 같은 번호의 돈이다. ●시중은행에서는 비교적 차분 시중은행 일선 지점에도 점포당 1억 1000만원이 배정됐다. 그러나 큰 소란은 없었다. 일선 점포에 풀린 신권은 일련번호가 뒷번호여서 소장가치가 없는데다 아직 설날 세뱃돈 수요도 드물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재동지점을 찾은 상인 박병민(62)씨는 “궁금하기도 하고 손자들에게 용돈으로 주면 좋아할 것 같아서 딱 10만원만 바꾸러 나왔다.”며 멋쩍게 웃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호기심 탓에 교환창구를 찾는 분들이 평소보다 많을 것 같아서 1인당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교환 한도를 정해놓았다.”고 말했다. 발빠른 유통업체의 ‘신권 마케팅’도 눈길을 끌었다. 롯데백화점 미아점에서는 이날 고객 1인당 30만원까지 선착순으로 세뱃돈용 신권을 교환해주는 이벤트를 열었다. 문소영 임일영기자 symun@seoul.co.kr
  • ‘빈민의 아버지’ 佛 아베 피에르 신부 선종

    “당신의 사랑은 어디에 있습니까. 내 이웃의 가난은 나의 수치입니다.”‘행동하는 성자’로 프랑스 최고의 휴머니스트이자 빈민의 아버지로 추앙받던 아베 피에르 신부가 22일 선종했다.94세. 피에르 신부의 선종 소식에 프랑스는 ‘깊은 슬픔’에 잠겼다. 50여년 동안 거리의 부랑자와 노숙자, 알코올 중독자 등 빈민들을 도우며 해마다 발표하는 ‘가장 존경하는 프랑스인’에 8차례나 1위에 오른 인물이다. AFP통신 등 프랑스 언론들은 북서부 루앙 외곽에서 말년을 보내던 피에르 신부가 폐렴이 심해져 군병원에 입원했으나 타계했다고 밝혔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위대한 인물이자, 양심, 선(善)의 화신을 잃었다.”고 애도했다.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은 “피에르 신부가 없는 프랑스는 더는 이전과 같을 수 없다.”며 국장(國葬)으로 예우하자고 촉구했다. 반세기 동안 사랑과 봉사에 헌신해 온 피에르 신부의 활동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때는 지난 1954년 매서운 겨울 밤. 라디오에 나와 파리의 거리에서 숨진 한 여성의 죽음에 대해 호소하면서부터다. 그는 “친구들이여, 도와주세요. 한 여성이 오늘 새벽 3시에 얼어 숨졌습니다. 전날 받은 퇴거 통지서를 손에 든 채 숨을 거뒀습니다. 오늘 밤까지, 늦어도 내일까지는 담요 5000장과 대형 텐트 300장, 조리기구 200개가 필요합니다.”고 호소했다. 1912년 8월 5일 남동부 리옹의 한 유복한 가정에서 앙리 그루에스란 이름으로 태어난 피에르 신부는 2차 세계대전 때 반(反) 나치 지하 저항 활동을 벌이기도 했는데, 프랑스의 전시 지도자 샤를 드골의 형제 한 사람도 그의 도움으로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 독일인에게 체포된 뒤 탈출, 알제리로 피신한 그는 전후 귀국, 교외의 낡은 건물을 수리해 노숙자들을 위한 숙소로 만들었다.1949년에 탄생한 노숙자 자립 시설 엠마우스 공동체가 그것이다. 엠마우스는 현재 50여개국에 회원과 시설들을 가진 국제적인 단체로 성장했다. 피에르 신부는 프랑스 최고 영예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고 노벨 평화상 후보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저서로는 ‘단순한 기쁨’,‘피에르 신부의 고백’,‘이웃의 가난은 나의 수치입니다’ 등이 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불우 이웃 위해 통장 비운 통장

    통장(統長)이 과감하게 통장(通帳)을 비웠다. 마포구 망원1동의 장동호(50) 통장이 1000여만원이 들어 있는 통장을 이웃돕기에 내놓았다. 장 통장은 지난 2002년 4월 통장이 된 후 매달 나오는 활동비와 회의 참가비 2만원 등 월 20만원 안팎의 돈을 차곡차곡 통장에 넣었다. 가장 갖고 싶던 자가용을 사기 위해서였다.●가난한 어린시절… 중학교도 못마쳐“지금까지 사는 데 급급해 가족들과 변변한 나들이 한번 못해봤어요. 돈이 모이면 작은 차 한 대 사서 시내도 돌아다니고, 여행도 가려고 했죠.” 충남 홍성군에서 태어난 장 통장은 학비도 제대로 내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1970년대 초에 서울로 온 그는 을지로 근처에서 자전거로 약 배달을 하고 구두닦이·신문배달 등을 해가며 돈을 벌었고, 작은 회사를 다니다 10평 남짓한 작은 동네슈퍼를 냈다. “중학교도 제대로 못 나왔으니 회사에 있어봤자 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까 싶어 내 일을 시작한 거죠. 슈퍼를 하며 조금 여유가 생기니까 이제는 주변이 보이더라고요.” ‘찢어지게’ 가난해도 남에게 베풀어야 한다며 동네 소사까지 모두 찾아다니던 아버지의 영향이었을까. 그는 망원역 주변의 골목길을 혼자 청소하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일일이 가르치며 ‘모범 토박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통장이 되자 책임감이 더욱 커졌다. 지역에 혼자 사는 어르신이나 지하철역에 있는 노숙자를 보면 도울 방법이 없나 머리를 굴렸다. 슈퍼의 작은 공간은 ‘동네 사랑방’으로 개방했다. 큰 편의점에 비하면 허름한 곳이지만 오고가는 사람들이 세상 사는 이야기와 정을 나누기에는 충분했다. “슈퍼에서 동네 사람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혼자 사는 어르신 이야기가 나왔어요. 어떤 분이 월세를 안 내서 속상하다고 하더군요. 그 어르신이 살면 얼마나 사실 거라고 돈 운운하는지….” TV에서는 학교에서 급식비를 내지 않는 학생을 급식시간에 쫓아냈다는 뉴스까지 나왔다. 학비를 못낼 정도로 어렵게 살던 기억이 떠올랐다. “중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시험지를 주었다가 뺏는 거예요. 학비를 내면 시험을 볼 수 있게 해주겠다면서 거둬간 거죠.” 아내, 두 아들과 상의를 한 그는 과감하게 자가용을 포기했다.●주변 돌아보는 계기 됐으면… “한창 공부할 때 하지 못하는 것이나, 다 키운 자식들과 젊은이들에게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자 가족도 수긍했다. 이자까지 붙어 1075만 7608원이 들어 있는 통장(아래 사진)을 들고 망원1동사무소를 찾았다. 김석원 망원1동장은 이 돈을 불우이웃을 위해 쓸 수 있도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다른 분들에게 부담을 줄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 무겁기도 해요. 하지만 결코 저처럼 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에요. 다만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저금통장은 가벼워졌지만 장 통장의 마음은 따뜻함으로 가득 찼음이 느껴진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Local] 대전 지하철 무료 이발소 운영

    대전도시철도공사가 1호선 완전 개통에 맞춰 시민편익사업을 적극 추진한다. 도시철도공사는 오는 4월 1·2단계 사업 22.6㎞ 완공에 맞춰 22개 전 역에 ‘양심자전거’ 50대씩을 비치한다. 각 역에 중고 자전거를 비치해 지하철 이용객들이 역과 목적지를 자전거로 오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하철 이용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각 역내에 도서공간을 설치하고 부스마다 500권의 도서를 비치한 시민문고도 마련된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차를 타는 동안 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대전역에는 노숙자와 노인들에게 무료로 이발을 해주는 ‘경로나눔 이발소’도 설치된다.
  • 오세훈 시장 노숙자 쉼터 방문

    오세훈 서울시장은 16일 오전 서울 성동구 용답동에 있는 노숙인 쉼터인 ‘비전트레이닝센터’를 방문, 노숙인들을 격려하고 아침식사를 함께했다. 오 시장은 정신질환자와 알코올중독자 등과 대화를 나누고 치과진료실, 사무실, 목욕탕과 정신생활관 등 내부 시설을 둘러봤다. 정호택 센터장으로부터 시설 운영 현황을 보고받고 “서울시는 쉼터 퇴소 후 사후관리를 강화해 지속적인 노숙인 관리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대한성공회재단에 위탁 운영하고 있는 노숙인 생활시설인 비전트레이닝센터에는 알코올 중독·정신질환 노숙인 170명이 살고 있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고정수입 있어도 ‘파산’ 할 수 있나요

    Q은행에 오래 다니다 IMF 환란때 구조조정을 당했습니다. 퇴직금에다 빌린 돈을 합쳐 식당을 운영했는데, 최근에 팔았습니다. 그 동안 손해만 본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 교육도 시키고 생활비도 댔기에 이렇다할 저축을 하지 못했습니다. 빚은 늘었고 전세금까지 빼서 정리해도 남은 빚이 6000만원 정도 됩니다. 아내와 둘이서 보증금 500만원, 월세 30만원 단칸방에 사는데, 최근 취업하여 월급 150만원을 받았습니다. 빚이 남아 있어 파산신청을 하려고 하는데, 구청에서 열린 상담회에서는 고정수입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파산신청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저처럼 재산이 없는 사람도 그래야 하나요. -황헌기(56)- A그렇지 않으니 안심하십시오. 월급 받으면 개인회생, 그렇지 않으면 파산이라고 기계적으로 입력된 사람들이 저지르는 오류입니다. 물론 개인회생은 채무자에게 비교적 안정된 수입이 정기적으로 발생할 때 할 수 있지만, 법률 어디에도 수입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개인회생을 신청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채무자가 살 수 있을 만큼 수입을 남겨 주고 나머지 잉여는 채권자가 가져가는 추심수단 내지 채무해결 수단이 개인회생제도에서 추구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수입이 있으면 개인회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개인회생을 이행한다고 채무자가 정해진 금액을 갚는 한 자기 재산을 지킬 수 있게 한 것을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개인회생 제도의 취지는 다른 곳에 있는 게 분명합니다. 개인회생 제도는 채무자를 옭아매는 추심수단이 아니라 채무자에게 살 길을 열어줘 회생하도록 해 주는 것입니다. 개인회생과 파산을 굳이 정형화하자면, 기준을 수입이 아니라 현재 지킬 재산에 두는 게 맞습니다. 현재 채무자가 재산을 갖고 있다면 개인회생, 전혀 지킬 게 없다면 파산이라는 얘깁니다. 파산으로 가면 채무자는 가진 것을 모두 채권단에 내놓고 면책을 얻습니다. 개인회생에서는 채무자가 파산절차에서 내놓아야 할 ‘현재’를 지키는 대신 장래 벌어들이는 소득 일부를 내놓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런데 지킬 ‘현재’가 없다면, 개인회생이라는 게 아무 이익이 없습니다. 황헌기씨의 주거 수준은 노숙자를 간신히 면한 상태로 보입니다. 월세를 내고 남는 100만원으로는 생활비를 내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개인회생으로 20만∼30만원을 갚아 나가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근검절약으로 생활비를 아끼고 아껴 남길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것은 장차 주거안정과 노후 대비를 위해 저축하는 게 낫습니다. 아무리 빚을 면해 줘도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의 삶은 힘듭니다. 파산제도, 개인회생 제도로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이 노숙자는 아닙니다. 황헌기씨처럼 힘든 처지에 있는 분들은 사회보장제도에 의존하지 않고 혼자 먹고 살아 주는 것만 해도 세금을 내는 다른 시민들이 고마워 할 것 같습니다.
  • [Seoul in]

    도봉구(구청장 최선길) 주민등록이 말소된 구민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주민등록 재등록 기간을 설정했다. 주민등록이 말소되면 행정 혜택을 받지 못하고 금융상의 불이익을 받는다. 말소자가 재등록을 하면 과태료를 절반으로 경감해준다. 또 재발급 및 등·초본 발급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 개인적인 문제 때문에 주소지로 재등록이 어려우면 노숙자 쉼터 등을 주소지로 정할 수 있다. 자치행정과 2289-1322. 종로구(구청장 김충용) 애완용으로 기르다 버려진 개, 고양이 등 유기동물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한다. 버려진 동물은 교통사고 우려와 위생 불안, 시민안전 위협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구는 인도적 차원의 보호·관리를 위해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와 공동으로 단속한다. 유기 동물에 대해 주민 신고가 접수됐을 때 주인이 없으면, 바로 보호조치를 한다. 산업환경과 731-1344. 중랑구(구청장 문병권) 가정보육시설연합회와 오는 16일 오전 10시 대강당에서 ‘사랑의 동전 및 이웃사랑 쌀 모금행사’를 갖는다. 지역내 가정보육시설 보육교사와 아이들 500여명이 참석해 지난 1년 동안 각 시설에서 모은 돼지 저금통과 쌀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한다. 이 날 어린이들은 모금행사와 더불어 극단 ‘친구’의 인형극 ‘내 친구 짱돌이’를 관람할 예정이다. 가정복지과 490-3490.
  • 문화재 관리 으뜸 종로구…문화재청 평가 1위

    문화재 관리 으뜸 종로구…문화재청 평가 1위

    서울 전체에 흩어져 있는 각종 문화재 가운데 약 40%가 몰려 있는 종로구는 문화재 관리 ‘노하우’ 부문이 전국 최고라고 자부한다. 문화재를 관리하기 위해 한해 60억원을 쓰며 역량을 쌓은 덕분에 지난해 말 문화재청이 주관한 ‘제1회 문화재보존관리 역량 종합평가’에서 234개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문화재 관리 노하우 으뜸 종로구는 문화재청의 평가에서 문화재의 관리와 보수실적 등 16개 항목과 예산, 담당인력 관리 등 12개 항목을 비롯, 전담조직 설치 등 3개 항목을 포함한 총 31개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종로 외에 전북 남원시, 전남 나주시, 경북 경주시, 경남 김해시 등 4곳도 함께 우수기관으로 뽑혔으나 이들 가운데에도 종로구가 가장 점수가 높았다. 우선 종로구는 결함이 발생한 문화재에 대한 보수를 지난해 23건이나 완료했다. 흥인지문(동대문)의 서북쪽 옹성을 복원하고 야간조명도 설치했다. 균열 등을 장기적으로 예측하는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인왕산 국사당의 마루를 복원하고 선바위 담장도 정비했다. 또 자치구마다 운영하는 ‘내고장 문화재지킴이’의 활동과 실적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문화재지킴이는 문화재 근처에 살면서 주변을 청소하고 훼손 여부도 확인하며, 때론 관광객들에게 홍보도 하는 자원봉사자다. 조재후씨 등 지킴이 46명이 전담 문화재를 정하고 관리에 애쓰고 있다. 아울러 전문성이 필요한 매장문화재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었다. 홍파동에 있는 음악가 홍난파의 생가에서 음악회를 여는 등 문화재 활용면에서도 돋보였다. ●서울 문화재의 40%가 집중 종로구가 돌봐야 하는 문화재는 모두 380개에 이른다. 서울에 있는 문화재 952개 중 39.9%가 종로구에 있다. 국보가 원각사지10층 석탑 등 67개, 보물이 서울성곽·경복궁·탑골공원 등 153개, 천연기념물이 재동의 백송 등 7개이다. 또 대원군 별장 등 유형문화재 72개, 선바위 등 민속자료 23개, 이화장 등 기념물이 4개다. 국가나 서울시가 지정한 문화재라 정부와 서울시로부터 예산지원을 받고 있으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종로구로선 관리비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종로에는 지방세를 면제받는 공공기관이 청와대, 정부종합청사, 외교공관 등 모두 133곳이나 있다. 종로구는 우수기관에 선정됨에 따라 문화재청으로부터 1억원의 특별예산을 받았다.1억원은 문화재 보존 조치 때문에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주민들을 위한 처리 기준을 만드는 데 연구용역비로 쓰기로 했다. 문화재 때문에 지역재개발을 못해도 말을 못하는 이들을 달래기 위한 방안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이제는 문화재를 위한 규제가 주민의 이익과 첨예하게 맞물리면 규제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종로구 문화재 지킴이 조재후씨 “지역의 문화재가 학생교육과 연계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종로구에서 ‘내고장 문화재지킴이’ 봉사활동을 하는 조재후(69)씨는 4일 “동네 문화재인데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화재 설명자료 등도 마땅치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하지만 조씨는 “학생들이 막상 문화재를 직접 보고 숨은 역사를 듣고 나면 그렇게 재미있어 할 수가 없다.”면서 “똘망똘망한 학생들의 눈을 보면 날아갈 듯한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흥인지문(동대문)의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동대문 근처에 수십년 동안 살면서 누구보다 동대문을 아끼고 역사도 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반평생 교사로 지내다 은퇴한 몸이다. 조씨는 이른 아침이면 동대문 주변을 돌며 전망대 등을 살펴본다. 동대문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섬처럼 고립된 곳에 있어서, 동대문종합시장 입구 등 외곽의 2곳에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그마나 2곳에는 노숙자들이 많아 외국인 관광객이나 학생들이 피한다. 조씨는 “이화여대병원 근처에 있는 교회 안에서 동대문을 보면 전망이 좋은데, 교회측이 관람객의 접근을 허락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중구 ‘원스톱 민원증명 발급 서비스’

    중구청이 새해부터 업그레이드된 민원 행정을 펼친다. 이를 위해 구청 및 동사무소의 조직 개편은 물론 구청장의 집무실까지 옮긴다. 2일부터 한 창구에서 모든 민원을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통합 증명민원 발급’ 서비스가 실시된다. 이를 위해 호적 민원실에 ‘통합증명 발급기’를 설치한다. 증명민원은 주민등록등·초본, 호적(제적)등·초본, 지방세(납세·과세)증명, 자동차등록원부 등이다. 올 상반기에는 지적과에도 통합증명 발급기를 설치해 토지대장, 건축물대장, 토지이용계획 확인원, 지적(임야)도, 공시지가 확인원 등을 원스톱 서비스로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진후 민원행정팀장은 “여권 발급으로 증명 민원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원스톱 증명민원발급 서비스가 시행되면 어느 창구에서나 증명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민원인들의 대기 시간이 대폭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발급 단계도 간소화된다. 기존 ‘신청→접수→발급→편철→천공→인증→교부’ 등 7단계에서 ‘신청→접수→발급(편철·천공·인증)→교부’의 4단계로 바뀐다. 중구는 또 주민들에게 건강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주기 위해 남산 초등학교와 황학동사무소 등 8곳에 ‘건강 게시판’을 설치한다. 생활습관성 질환 예방 및 치료, 건강한 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알찬 정보를 제공한다. 행정 조직도 1일부터 ‘맞춤형’ 생활지원 서비스 조직으로 확대 개편된다. 생활복지국을 주민생활지원국으로 명칭을 변경하고,‘주민생활지원과’와 ‘가정복지과’를 신설했다. 또 주택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주택과를 신설하고, 도시관리국 소속으로 뒀다. 주민생활지원과는 서비스 계획을 수립하고, 사회안전망과 긴급복지 지원, 푸드마켓 사업, 자원봉사 관련 업무를 다룬다. 사회복지과는 기초생활보장과 차상위계층 지원, 노숙인 보호 등의 업무를 맡는다. 중구는 동사무소에도 주민생활지원담당을 신설했다. 자활 및 노인 일자리 관리, 공공근로 생업자급 융자, 전세자금 안내 등을 처리한다. 정동일 구청장은 3일 투명하고, 친근한 구정을 펼치기 위해 기존 3층 집무실을 1층으로 옮긴다. 특히 벽면을 투명유리로 설치해 누구나 쉽게 구청장을 만날 수 있도록 했다. 또 각 동사무소의 동장실도 1층으로 이전해 주민과의 거리감을 없앴다. 정 구청장은 “문턱없는 구청과 매일 만날 수 있는 구청장이 되겠다는 선거 공약을 이제야 지키게 됐다.”면서 “그동안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들에게 3층 집무실 방문은 불편한 점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길섶에서] 노숙과 자존심/이목희 논설위원

    서울 목동에 있는 한 교회는 일주일에 한번 노숙자를 위로합니다.150∼200명의 노숙자들에게 1000원씩 나눠주는 날이 있고,2000원씩 주는 날이 있습니다. 씻기 어려운 노숙생활의 특성상 그들이 오면 교회 안은 묘한 냄새로 가득 찹니다. 언젠가는 너무 지저분한 행색의 노숙자가 왔습니다. 보다 못한 교인이 화장실로 데려가 억지로 씻겼지요. 그러곤 깨끗한 담요를 뒤집어 씌워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오면 난장판이 되리란 편견을 버리세요. 얼마나 질서를 잘 지키는지. 오는 순서대로 가방을 놓고 돈을 나눠주는 시간까지 기다립니다. 나누는 대화 수준이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을 놓고 토론을 벌이기도 합니다. 영어 문장을 적어 교인에게 보여주는 노숙자가 있었습니다. 들어 보니 나름의 준칙이 있더군요. 추한 짓은 하지 않는다, 구걸은 하지 않는다…. 자존심의 마지노선인가 봅니다.‘게으르고 무식한 노숙자’‘자발적 노숙자’가 일반론이 될 수 있을까요. 새해에는 사회가 그들의 자존심을 조금만 살려줘도 노숙자가 확 줄 듯싶은데.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서민들의 희망 띄우기] 노숙자 탈출 박규현·박금옥 부부

    노숙자 신세를 면치 못했던 박규현(사진 왼쪽·32)씨와 박금옥(31·여)씨의 삶이 달라진 것은 3년전 둘의 인생이 하나의 끈으로 묶이면서 부터다. 두 사람은 부부가 되면서 얻어먹는 생활에서 벌어서 쓰는 생활로 바뀌었다. 자활근로 사업을 통해 조금씩 돈을 모아 올초 서울역 근처에 1.5평짜리 쪽방을 구했다. 남편 박씨는 지난해 2월부터 종로에서 보도블록을 까는 일을 시작한뒤 손에 조금씩 일이 붙자 일당 5만원을 받는 건설현장에 나가기도 했다. 현재는 종합복지관에서 자활 봉사활동을 하고 한 달에 36만 8000원을 손에 쥔다. 금옥씨도 구세군 브리지센터에서 일을 해 같은 돈을 번다. 많지는 않지만 떳떳할 수 있어 행복하다. “거창한 새해 목표는 없습니다.3월부터 뉴타운 건설현장에 일거리가 있어요. 하루 5만원씩 20일을 일해 100만원 정도를 모아 임대주택을 얻을 계획입니다.”라고 소박한 꿈을 살짝 털어놓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그들이 있어 올해도 따뜻했네

    그들이 있어 올해도 따뜻했네

    세밑 찬바람을 막아 주는 건 두꺼운 외투도, 따뜻한 난로도 아니다. 온 세상을 밝게 만들어 주는 것은 이웃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다. 성탄절인 25일 꽁꽁 언 서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한 ‘두 명의 천사’를 만나 봤다. 자신보다 남을 위해 일하는 이들처럼 우리도 지금부터 이웃 사랑을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전진상 의원에는 매주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하얀 가운을 걸친 한 남자가 나타난다. 벌써 29년째다. 이 남자는 시장의 영세 상인과 서울에서 쫓겨난 철거민, 노숙자 등이 환자의 대부분인 이 병원에서 한 주도 빠짐없이 뇌종양과 뇌출혈, 뇌기형 등의 질병을 무료로 치료하고 있다. 주인공은 가난한 환자들로부터 ‘하얀 옷 입은 천사’로 불리는 건국대병원 신경외과 고영초(54) 교수다. “대학 시절 가톨릭 의료단체에서 서울 난곡동 달동네 봉사활동을 하다가 자연스레 이곳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후 군 복무 시절을 빼고 계속 봉사활동을 해왔죠.” 신부가 꿈이었던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고 교수는 대학시절 도시빈민운동을 하던 김혜경 민주노동당 전 대표를 만나면서 국제 가톨릭 의료단체인 국제형제회(AFI)가 세운 이 병원을 알게 됐다. 엑스선과 내시경, 초음파와 뇌검사 등 서민들이 쉽게 받기 힘든 검사로 속병을 살피고 검사가 마땅치 않으면 직접 자신이 일하는 병원으로 데려와 수술 치료까지 해준다. 봉사의 세월이 길다 보니 애틋한 사연도 적지 않다.20여년 전 14살이던 한 아이가 손바닥만 한 크기로 자란 뇌종양을 안고 시력을 거의 잃은 채 찾아왔다. 수술로 더이상 병 진행은 막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는 시력을 잃고 말았다. 세월이 흘러 그 아이를 잊고 지내던 고 교수에게 최근 한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찾아와 안마를 해주겠다고 손을 뻗었다. 바로 20년 전 그 아이가 어엿한 성인이 돼 스스로 찾아온 것이었다. 또 14년 전 역시 악성 뇌종양 수술을 받고 최근까지 생을 연장해 오다 결국 숨진 미경이도 고 교수의 뇌리에 선명하다. 당시 수술로 급한 생명을 건진 미경이는 며칠 뒤 가방을 하나 내밀었다. 가방에는 종이학 1000마리가 담겨 있었다. 미경이는 뇌종양으로 시력을 잃었지만 꿋꿋하게 종이학 접기를 배워 고 교수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봉사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머뭇거리지 말고 나서 보세요. 봉사를 마치고 기지개를 켤 때 뭉친 근육이 풀어지는 쾌감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압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가위손 경관’

    크리스마스인 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있는 장애인시설 다솜 사설복지원에 반가운 얼굴이 찾아왔다. ‘가위손 아저씨’로 불리는 이 남자는 매월 이발 가위를 들고 이곳을 찾아와 길게 자란 머리를 깎아 주고 목욕도 시켜준다. 장애인들에게는 마치 ‘산타클로스’처럼 느껴지는 고마운 사람이다. 가위손 아저씨는 서대문경찰서 충정로지구대 소속 천팔용(50) 경사. 이날도 10여곳의 독거노인 집과 청소년보호시설 등에서 고된 일정을 마치고 이곳을 찾았다. 천 경사는 어릴 때부터 어려운 이웃에 대한 사랑을 보고 자랐다. 고향인 경북 선산에서 작고한 할아버지 때부터 고아원을 운영했고, 지금도 집안에서 노인복지센터를 운영한다.“5년 전 홍제동에서 200여명의 독거노인들이 한 단체가 나눠주는 무료국수를 먹기 위해 길게 줄을 선 걸 봤죠. 뭔가 쿵 가슴을 치는 게 느껴져 그 옆에다 거울과 의자를 설치하고, 군에서 배운 이발 기술로 노인들의 머리를 손질해 드렸습니다.” 소문을 들은 주변 미용사들과 사회복지사들이 모여 2001년 ‘다듬이 봉사단’을 만들었고, 현재까지 모두 107명의 회원이 봉사에 참가하고 있다. 지금은 서대문 관내 1000여명의 독거노인과 500여명의 장애인, 노숙인들의 이발을 도울 수 있는 규모로 발전했다. 귀한 인연도 생겼다.5년 전 초등학교 1학년이던 정휘민군을 만난 것. 당시 휘민이는 백혈병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천 경사는 3개월 동안 전단지를 만들어 이웃에 돌려 일일횟집을 열었다. 이를 통해 2000여만원을 모아 휘민이의 수술비를 마련했다. 천 경사는 고된 경찰 업무와 봉사활동도 모자라 내년 3월부터 명지대 사회복지학과를 다닐 예정이다.10년 뒤 정년퇴임을 하면 복지사업을 해볼 요량으로 대학에 입학했다.“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건강에 가장 이롭다는 엔돌핀이 저절로 솟아나죠. 쉬는 날 가족끼리 봉사활동에 한번 나서 보세요.”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대선주자 24시] (6) 정동영 前열린우리당 의장

    [대선주자 24시] (6) 정동영 前열린우리당 의장

    “독일도 (군대 복무기간이) 1년인데 우리도 18개월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야당도 반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25일 서울 동대문구 신답초등학교 앞에서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을 만났다. 노숙인 무료급식 봉사를 위해 인근 급식소로 이동하는 그에게 최근 쟁점으로 떠오른 군 복무기간 단축 문제에 대해 물었다. 그는 구체적인 기간까지 제시하며 정부의 추진 방안을 지지했다. 그는 “복무 기간을 줄이면 사병들이 좋아하지 않겠느냐.”면서 “이젠 (군이) 숫자 중심의 전술·전략에서 변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여당에서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면서 “하루 빨리 전쟁국가 모델에서 평화국가 모델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에서 ‘대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고 비판하는 데 대해선 “그렇다고 야당이 반대하긴 어려울 것이다.(지금 반발도) 반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내포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밥퍼나눔운동’으로 이름난 다일공동체 급식소에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함께 주황색 앞치마를 두르고 낮 12시40분부터 1시간가량 노숙인들을 위해 국밥을 만들었다. 앞치마를 벗고 나온 정 전 의장을 인근 초등학교에서 다시 만났다. 통합신당파와 당 사수파로 갈린 당내 상황에 대해 질문을 하자 “주장이 갈려 있는데 어느 쪽으로도 관철할 수 없다.”며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그리고나서 “요즘 부지런히 당 안팎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며 활동 범위를 밝혔다. 사람들을 두루 만나는 목적에 대해서는 “(나는) 당이 이렇게 된 데 책임을 갖고 있는 사람이고, 그 책임만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실제 하루 전인 24일 밤 그는 미국에서 체류하다 최근 귀국한 정대철 상임고문을 포함, 몇몇 측근들과 함께 콘서트를 관람한 뒤 술잔을 기울였다. 이날 아침식사도 ‘이름을 공개할 수 없는 지인들’과 함께 했고, 부인 민혜경 여사와 함께 저녁 미사에 참석하기 전에도 또 다른 지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최근 당내 일각에서 제기된 ‘정동영·김근태 대권 포기 시나리오’를 꺼내자 “우리에게 부족한 건 ‘내 탓이오.’ 정신”이라면서 “찾아와서 (대권 포기) 얘기한 사람도 없었다.”고 다소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정부는 정부대로, 당은 당대로 책임을 얘기하고 반성과 성찰을 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대권 포기 운운하기 전에 스스로 반성부터 하라는 지적이다. 그는 “‘반성과 성찰’이 정권재창출의 명분”이라고 규정한 뒤 “5·31 지방선거부터 국민에게 사과를 수 백번했지만 국민은 진정성을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여권의 ‘제3후보’로 최근 떠오른 정운찬 서울대 전 총장의 평가는 짧기 그지 없었다.“훌륭한 분이죠.”라는 말이 전부였다. 올해 2월 전당대회에서 당의장에 당선된 뒤, 바로 다음날 정 전 총장을 만나 실업계 고교와 대안학교 학생들의 진학 문제를 논의했던 비화를 소개하곤 말을 끊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고건 전 총리에 대해 ‘결과적으로 실패한 인사’라는 발언으로 불거진 양측간 갈등 상황을 떠보았다. 그러자 그는 “새해가 되면 모든 사람이 희망을 갖는데 집권여당에는 최후의 시간이 남아 있다. 그 시간에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게 변해야 한다.”며 답변을 피했다. 고 전 총리의 이름은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실제 그는 “국회가 마무리되면 소신과 그림을 가지고 말하겠다.”며 민감한 질문들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노 대통령의 이른 바 ‘평통 발언’에서 자신과 김근태 의장의 장관 임명에 대해 ‘링컨 흉내 좀 내려고 해 봤는데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었다.’고 한 대목에서도 “노 코멘트”라고만 했다.‘당원 편지 등을 통해 노 대통령이 대선에 깊숙이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 묻자 “오늘은 거기까지만 하자.”며 다음 일정을 위해 자리를 떴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지금 경기도에선] 의약품 온라인 나누기 ‘팜뱅크’

    [지금 경기도에선] 의약품 온라인 나누기 ‘팜뱅크’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영양제 잘 받았습니다. 늘 그랬듯이 보내주신 귀한 사랑 너무 감사합니다.”“의약품을 받아가는 분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저희를 감동시키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보람은 보내준 의약품을 값지게 사용할 때입니다.”경기도내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인터넷을 통한 의약품 나눔사업이 세밑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저소득계층과 노인, 노숙인, 외국인 노동자 등 의료취약계층에게 의약품을 무료로 나눠 주는 창구는 팜뱅크(pharmbank.gg.go.kr)다. 팜뱅크는 약국이나 제약회사가 잉여 의약품을 인터넷상에서 기탁하면 이를 필요로 하는 사회복지시설이나 국내외 의료봉사단 등에 의약품을 배송해 주는 의약품 공급 정보망이다. 2004년 12월 경기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도입 동기는 그해 4월 북한에서 발생한 용천역 폭발사고. 당시 경기도는 북한동포들을 위해 도비로 의료지원에 필요한 필수 의약품을 구입, 지원했는데 이 때 제약 및 의료계 관계자들로부터 잉여 의약품을 활용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사실 의약분업 이후 제약회사나 약국에서는 재고의약품이 증가해 폐기처분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도는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면서 동시에 의료취약계층을 돕는 사업을 모색하던 중 팜뱅크란 아이디어를 찾게 됐다. 특히 경기도는 전국 제약업계의 40%, 약국의 20%가 몰려 있어 잉여의약품 확보가 쉬웠다. 의약품 기탁과 전달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제약회사나 약국에서 기탁하고 싶은 의약품의 목록과 물량을 팜뱅크 홈페이지에 올려 놓으면 수요자들이 이를 보고 필요한 품목을 신청한다. 경기도 팜뱅크 담당자는 공급 및 수요 물량을 따져 적절하게 배분한 뒤 매월 넷째주 화요일 배분 현황을 홈페이지에 띄운다. 이어 배송업체를 통해 제약회사 등을 방문, 의약품을 수거해 보건소를 통해 신청자에게 전달한다. 기탁자들은 홈페이지에서 자신이 기탁한 의약품이 언제 어느 시설에 전달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팜뱅크를 통해 제공되는 의약품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소중하게 쓰여진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2동 해관보육원 원생들은 팜뱅크에서 보낸 의약품이 도착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소속된 원생은 모두 116명으로, 영양제 등 약값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금희(35) 간호사는 “충분한 영양공급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영양제를 1년내내 먹일 수 있어 너무 기쁘다.”면서 “건강검진에서 빈혈이 있다고 진단 받은 아이들이 있으면 팜뱅크에 빈혈약을 신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소화제, 지사제, 거즈밴드 등도 소중하게 쓰이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무료진료활동을 펴고 있는 안양의 샘안양병원도 팜뱅크로부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매주 첫째, 셋째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내과·외과·한방과·치과에서 무료진료활동을 펴고 있다. 하루 40∼50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찾는다. 이 병원 사회복지사 황설아(26)씨는 “병원을 방문하는 외국인 노동자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등 제3세계 의료선교활동에도 팜뱅크에서 보내준 의약품을 쓰고 있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2년째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경기도 화성시 향남면 상신리 (주)드림파마는 매달 500여만원 상당의 의약품을 팜뱅크에 올려 놓는다. 종류도 영양제, 소화제, 항생제 등 15가지 품목에 달한다. 이 회사 백성진(33) 대리는 “처음에는 잉여의약품 위주로 기탁했지만 요즘에는 생산한 지 1년도 안되는 다양한 제품을 올려 놓는다.”면서 “팜뱅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42곳의 제약회사와 약국이 의약품을 기탁하고 있으며 190곳의 사회복지시설과 의료자원봉사단 등에서 이를 제공받고 있다. 팜뱅크를 통한 의약품 지원량은 10월말 현재 12만 4735갑으로 12억 9200만원에 달한다. 이 중 3만 2086갑, 3억 9500만원 상당의 의약품이 해외의료지원봉사단에 보내졌다. 경기도가 농업기술을 지도해 주고 있는 북한의 평양 당곡리에도 5500만원 상당의 의약품을 지원했다. 의약품을 기탁하는 제약회사나 약국 등에 대해서는 소득공제 혜택까지 주고 있다. 경기도 보건위생과 왕영애 의약업무담당은 “팜뱅크는 남는 의약품을 활용한다는 차원을 넘어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을 돕고 자원봉사활동의 저변을 넓혀 준다는 1석3조의 효과가 기대되는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의료·약화사고 걱정마세요 ‘인터넷상에서 의약품을 주고 받을 경우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을까. 만일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엉뚱한 의약품이 제공돼 의료·약화사고가 발생한다면’ 의약품나눔 사업인 팜뱅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는 게 경기도측의 설명이다. 우선 의약품은 유통기한이 6개월에서 1년 이상 남은 것만 기탁받는다. 인터넷 상에 올려지는 기탁의약품은 반드시 제조번호, 유통기간 등을 기록하도록 했다. 냉장 및 차광보존 등 안정성 확보가 요구되는 의약품을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수거 및 배송과정에서 이를 철저하게 확인하고 있으며 혹시라고 발생할 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 배상책임보험에도 가입했다. 특히 온라인에서 나눔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해 홈페이지 수요자 등록을 하기전에 보건소 확인을 통해 고유 ID를 부여받도록 했다. 의약품 수거는 배송전문업체에서 맡고 있지만 수요자에게 전달할 때는 반드시 보건소를 거치도록 했다. 보건소는 인터넷을 통해 수요자가 신청한 의약품이 맞는지 확인한 후 직원을 해당 시설이나 기관에 보내 직접 전달한다.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전문의약품을 사용할 때는 처방전이 없는 만큼 촉탁 의사의 지시에 따라 투여토록 하고 있다. 경기도 보건위생정책과 이은영씨는 “이처럼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해놨기 때문에 지금까지 작은 사고 한 번 없었다.”며 “그래도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모든 시스템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윤성균 경기도 복지건강국장 “건강 나눔 문화 사업 전국 확대” “팜뱅크는 주민들을 위해 공공기관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고 어떤 서비스를 창조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윤성균 경기도 복지건강국장은 “이 사업은 의약품 기탁자나 수요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모두가 건강하게 사는 ‘건강 나눔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복지 시설에서는 약품이 모자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제약회사에서는 재고로 쌓인 약을 폐기 처분하는 데 해마다 엄청난 비용을 들인다고 합니다.” 윤 국장은 “의약품은 산업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재고량을 사전에 예측해 팜뱅크에 기탁하면 의료취약계층을 돕는 나눔사업에 참여하게 될 뿐 아니라 처리비용을 절감하고, 소득공제 등의 혜택도 얻게된다.”고 말했다. 팜뱅크 사업은 이런 공익적 효과 때문에 ‘2006 지방행정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또 행정자치부로부터 지방행정 혁신 브랜드 사업으로 선정돼, 지난해 8000만원, 올해 5000만원 등 모두 1억 3000만원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개선할 점도 있다. “사실 팜뱅크 사업이 공급자 위주로 운영되는 문제점은 있습니다. 제약업체에서 재고가 예상되는 품목을 올리고 이를 본 수요자들이 신청하는 방식이지요.”윤 국장은 따라서 “앞으로는 시회복지시설이나 의료봉사활동 단체에서 필요한 의약품을 인터넷에 올리면 제약회사에서 이를 공급해 주는 수요자위주의 운영시스템으로 전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책꽂이]

    ●세계의 명언(전2권, 이동진 지음, 해누리기획 펴냄) 동서양의 명언, 격언, 속담을 가나다 순으로 정리했다. 인용하거나 음미할 가치가 있는 명언들이 망라됐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명언 가운데에는 잘못 전해진 것들이 적지 않다. 괴테의 마지막 말로 유명한 “더 많은 빛을”은 괴테가 천상의 광채나 진리의 빛을 갈망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사실은 그가 죽을 때 방안이 너무 어두웠기 때문에 덧문을 좀더 활짝 열어달라고 한 말이었다. 나이지리아 대사를 지낸 저자는 노숙자 무료진료기관인 ‘요셉의원’을 돕기 위해 발행하는 월간지 ‘착한 이웃’의 대표. 각권 2만 5000원.●현대 중국 철학사(펑유란 지음, 정인재 옮김, 이제이북스 펴냄) 20세기 중국의 대표적인 철학자이자 교육가인 저자의 마지막 저서. 펑유란은 젊은 시절 서양학자로부터 “중국에도 철학이 있느냐.”는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분발한 그는 일곱권짜리 ‘중국철학사 신편’을 쓰는 데 일생을 바쳤다. 이 책은 1990년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95세의 나이에 완성한 ‘중국철학사 신편’ 제7권이다. 펑유란은 1911년 신해혁명을 자산계급의 구민주주의 혁명으로,1949년 마오쩌둥의 프롤레타리아정권을 신민주주의 혁명의 소산으로 본다.1만 8000원.●맹자, 처세를 말하다(뤄리에원 지음, 고예지 옮김, 에버리치홀딩스 펴냄) 맹자는 공자의 사상적 적자임을 자처하고 공자의 학문을 이어받아 유가사상을 꽃피운 인물이다. 온갖 사상과 학설이 난무하던 백가쟁명의 전국시대에 그는 제후들을 만나 유가의 정당성을 역설하고 왕도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애썼다. 맹자는 엄청난 달변가에다가 비유의 천재였다. 이 책에는 맹자의 38가지 처세론이 담겼다. 남의 스승 노릇하길 좋아하는 사람을 경계하라.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가장 부끄러운 일이다. 사람이 많이 다니면 길이 난다 등 지혜의 가르침을 소개한다.9800원.●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미술(이주헌 지음, 학고재 펴냄) 우리 시대의 ‘미술 멘토’로 통하는 저자의 러시아 주요 미술관 답사기. 모스크바의 트레티야코프 미술관과 푸슈킨 미술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에르미타주 박물관, 러시아 미술관 등 네곳을 소개한다. 이콘으로 대표되는 종교화부터 차르 체제 아래 고통받던 민중의 생활상을 담은 장르화와 역사화, 사실주의 미술의 맥을 이은 근현대 러시아 대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러시아 국민화가 일랴 레핀의 ‘볼가 강에서 배를 끄는 인부들’, 바실리 수리코프의 ‘대귀족 부인 모로조바’, 악마화 연작으로 유명한 미하일 브루벨의 환상적인 그림의 세계로 안내한다.1만 5000원.●페르시아 전쟁(톰 홀랜드 지음, 이순호 옮김, 책과함께 펴냄)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 제국과 아테네, 스파르타 등 그리스 폴리스 사이에 벌어진 페르시아 전쟁을 재구성했다.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투스 이래 서구와 동방의 대결 혹은 민주주의와 전제주의의 전쟁이라는 이분법으로 인식돼 온 페르시아 전쟁의 실체를 치밀한 고증을 통해 밝혔다. 파라다이스의 어원이 된 페르시아의 식물원, 절제와 침착함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은 스파르타, 자신과 가문의 영달을 위해 매국행위를 서슴지 않은 아테네의 정치인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실렸다.2만 3000원.
  • [깔깔깔]

    ●지구종말이 온다면 1. 그래도, 밥은 나오지?-노숙자 K씨. 2. 우리 애는 어쩌라고?-만삭인 산모. 3.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기상 캐스터. 4. 거봐라. 내 말 맞지?-노스트라다무스. 5. 상관 없다-하루살이.●흑인의 비애 한 흑인이 하나님에게 물었다.“하나님, 왜 저에게 검은 피부를 주셨나요?” 하나님이 대답했다. “그야 아프리카 정글에서 밤 사냥을 나설 때 어두운 밤에 잘 어울리게 하고 또 아프리카의 뜨거운 햇볕으로부터 자네를 보호해 주기 위해서지.”“하느님 그럼 제 머리는 왜 이렇게 곱슬곱슬하죠?” “그건 자네가 정글 속을 뛰어다닐 때 머리가 헝클어지거나 덤불에 걸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이지.” 그러자 그 흑인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근데 하나님. 왜 저는 이 시카고에서 태어난 거죠?”
  • “아! 어머니”

    “아! 어머니”

    하이응우옌은 지난 9월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녀의 손에는 600달러와 아들이 LA 인근 샌타애나에서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봉투, 빛바랜 아들의 옛 사진 1장이 쥐어져 있었다. 남편이 공산당에 살해되자 하이응우옌은 “너는 살아야 한다.”며 16살 된 맏아들 투안을 밀항선에 태웠다. 배가 난파되면서 말레이시아까지 쫓겨간 투안은 어머니의 바람대로 미국에 정착했다. 아들은 4년 전 시계 수리공으로 일한다는 편지를 마지막으로 보낸 후 연락이 끊겼다. 그녀는 2001년 난소암 판정을 받았다.2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자 수술과 항암치료를 포기했다. 삶이 연장될수록 잃어버린 아들을 찾겠다는 소망은 커져갔다. 생애 처음으로 미국에 온 그녀는 아들의 옛 주소지부터 찾았다. 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한 그녀는 매일 수㎞ 이상을 걸었다. 유일하게 아는 영어인 ‘소리(sorry)’를 외치며 아들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전단도 뿌렸다. 오래지 않아 여행 경비도 떨어졌다. 그러나 아들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녀의 얘기는 베트남인들이 모여 사는 LA 웨스트민스터의 ‘리틀 사이공’에 알려졌다. 지역 라디오에도 사연이 방송됐다.1000달러의 성금이 모아졌다. 웨스트민스터 경찰은 투안이 강도를 저질러 수감된 뒤 석방됐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교도소에 있으면서도 어머니에게 ‘잘 지낸다.’는 편지만 보낸 것이다.LA를 헤매던 그녀에게 마침내 샌프란시스코 인근 새너제이에서 아들을 봤다는 얘기가 전해졌다. 하이응우옌은 새너제이 거리의 노숙자들을 뒤졌다. 지난달 19일 담요를 뒤집어 쓴 채 식당에서 구걸을 하던 한 노숙자를 찾아냈다. 바로 아들이었다. 하이응우옌이 껴안으려는 순간 아들은 “왜 노숙자를 안으려고 하느냐.”며 오히려 화를 냈다. 투안은 초점이 흐린 눈으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의 주머니에는 단돈 69센트가 들어 있었다. 하이응우옌은 현재 아들과 새너제이의 한 베트남 사원에 머물고 있다. 만신창이가 된 아들을 병약한 어머니는 정성을 들여 돌보고 있다. 하이응우옌은 비자가 만료되는 내년 1월 전에 아들을 데리고 베트남에 돌아갈 계획이다. 정신이 혼미한 투안은 그녀를 처음에는 ‘아줌마’라고 불렀다. 그녀의 눈엔 뜨거운 눈물만 하염없이 흘렀다. 투안과 생활한 지 5일이 지난 날 하이응우옌은 지난 20년 동안 간절하게 원했던 목소리를 들었다.“어머니”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2006 희망 키우는 아이들] (6) 부산 아동보호쉼터 입소자들

    [2006 희망 키우는 아이들] (6) 부산 아동보호쉼터 입소자들

    “형과 누나들이 잘해 줘요.” 아버지와 부산역에서 노숙을 하다 지난 10월 초 부산시 아동 보호종합센터에서 운영하는 ‘공동생활 가정(쉼터)’에 입소한 박일용(8·가명·초등학교 1년)군에게 최근 엄마와 누나, 형들이 생겼다. 박군은 부모에게 학대를 받다 이곳에 온 누나, 형들과 친동기처럼 지내며 ‘가족의 정’을 새록새록 느끼고 있다. 이곳에는 막내인 일용이를 비롯해 이경식(9·가명·초등학교 2년 휴학), 경희(18·가명·여·고3) 남매와 김이슬(14·가명·여·중학교 2학년 휴학 ), 성한(13·가명·중학교 1학년 휴학) 남매 등 모두 5명이 ‘보육사 엄마’와 함께 생활하며 미래에 대한 새로운 꿈과 희망을 그리고 있다. 34평 크기인 쉼터는 방 3개와 거실, 주방, 목욕탕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어 겉으로 봐서는 단란한 가정집과 다름없다. 지난 15일 오후 쉼터를 찾았다. 아이들은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갖고 있지만 꿈과 희망은 다른 아이들과 다를 게 없다. 막내 일용이는 의붓엄마가 전세금을 몰래 빼내 달아나는 바람에 졸지에 아버지와 함께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부산역 주변을 헤매다 주위의 신고로 쉼터를 찾았다. 처음 쉼터에 왔을 때에는 대·소변을 못가리는 등 일상 생활에 적응을 못했으나 2개월이 지난 지금 많이 나아졌다. 이단영(25) 보육사는 “초등학교 1학년이지만 정신 연령은 아직 유치원 수준이며 낯선 사람이 오면 말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방인에 대해 경계를 하던 일용이가 시간이 조금 지나자 셈본책을 가져와 숫자놀이를 하며 한마디씩 말을 건넨다.“잘한다.”며 칭찬을 하자 신이 난듯 숫자딱지를 들고 중얼거린다. 암기력이 뛰어나고 그림을 곧잘 그리는 일용이의 꿈은 화가다. 가끔 아빠가 보고 싶지만 다시 노숙 생활을 하기는 싫다고 했다. 남매인 경희와 경식이는 지난달 12일 이곳에 왔다. 나이가 가장 많은 경희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40)의 폭력에 못 이겨 엄마가 집을 나가면서 가정폭력의 희생양이 됐다. 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경희를 때렸다. 심지어 같은 아파트에 사는 고모와 할머니에게도 행패를 부렸다. 입소하기 전에 아버지가 칼등으로 머리를 때려 병원에서 다섯바늘을 꿰매기도 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고모가 신고해 동생 경식이와 함께 이곳에 왔다. 숙녀티가 나는 경희는 최근 전문대에 합격, 내년에 대학생이 되는 꿈에 부풀어 있다. 틈틈이 일어공부도 하고 있다. 장래 희망을 묻자 요즘 아이들답지 않게 ‘현모양처’라고 말한 뒤 쑥스럽게 웃는다. 경식이는 축구선수가 꿈이다. 영화배우 이준기와 축구선수 안정환이 우상이다. 꽁지머리를 길게 길러 한껏 멋을 냈다. 또래보다 키가 크고 성숙한 경식이는 여기 오기 전 친구들과 축구를 할 때면 공격수를 했다고 자랑했다. 누나가 있어 외롭지 않다는 경식이는“어른이 되면 돈을 많이 벌어 자신과 같은 어린이들을 돕겠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지난 12일 입소한 연년생인 이슬이와 성한이 남매도 가정폭력의 아픔을 갖고 있다. 또래보다 어려 보이는 이슬이는 계모가 가위로 머리를 깎고 담뱃불로 지지는 등 모진 학대를 당했다.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발육상태가 나빠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자신의 얼굴이 외부에 알려질까봐 사진 찍기를 싫어했다. 예쁘장하게 생긴 성한이는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 표정이 굳어지며 “같이 살고 싶지 않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여기 오는 바람에 잠시 학교를 쉬고 있는데 친구들이 무척 보고 싶다고 했다. 복학한 뒤 친구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수학과 한자공부도 열심이다. 보육사 선생님이 해주는 음식도 맛있고 불편한 게 없다며 여기에 계속 있었으면 하는 눈치다. 성식이의 꿈은 초등학교 교사. “아이들을 가르치고 상처 입은 어린이들을 돌볼 거예요.”. 이들은 아동복지법규상 3개월(1회에 한 해 3개월 연장)까지만 여기에 머무를 수 있다. 이후에는 입양 및 위탁 또는 장기복지시설로 옮겨야 한다. 지난 11월1일 문을 연 ‘아동학대쉼터’는 그동안 7명의 어린이들이 거쳐갔다. 일부는 친인척집에 맡겨졌고, 일부는 장기보육시설로 옮겨 꿈과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쉼터는 초기상담과 전문적인 심리치료까지 체계적인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아동이 조기에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정원은 총 14명이며 만 18세 이하의 아동만 입주할 수 있다. 의식주와 의료지원, 학업지원 등을 하며, 상근 보육사 3명이 어린이들을 돌본다. 학대아동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일순씨는 “부모들로부터 학대받은 아이들이 아픈 상처를 잊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이 떠올라 뒤돌아 보기를 거듭했다. 글 사진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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