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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시각] 담요를 뒤집어쓴 기자들/최광숙 정치부 차장급

    기자의 차 뒷자리에는 두툼한 파란색 요가 매트가 실려있다. 지난주 정부중앙청사 기자실이 폐쇄된 이후부터다. 청사 로비 바닥에 급하게 임시 기자실이 마련됐지만, 이마저 언제 철거될지 몰라 언제, 어디서든 기사를 쓸 수 있도록 준비 태세를 갖춘 것이다. 실제로 청사 로비 바닥에 설치한 임시 기자실의 소파 등 집기가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모두 사라졌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챙겨 놓은 것이 바로 이 요가 매트다. 올봄 TV에서 108배를 하면 건강에 좋다는 얘기를 듣고 마련한 매트가 ‘이동 기자실’로 탈바꿈하는 데 요긴한 물건이 됐다. 정부중앙청사 5층 기자실 폐쇄 후 통일부 등을 출입하는 기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이산가족’이 됐다. 통일부는 청사 앞쪽 휴게실에, 총리실은 청사 뒤쪽 휴게실 등에 각각 새둥지를 틀었다. 이들 휴게실은 원래 민원인들이 자판기에서 커피를 빼먹고 잠시 쉬어가는 곳이다. 이곳의 둥근 탁자와 간이 의자를 이용, 노트북을 설치하고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그래도 청사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노숙’에 나선 외교부 기자들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임시 기자실의 가장 큰 적은 추위다. 싸늘한 시멘트로 된 건물에다 햇볕도 안 드는 후미진 곳에 하루종일 있다 보니 추위가 살 속으로 파고든다. 바깥은 화사한 가을이지만 ‘겨울’이 따로 없다. 취재하고 기사 쓰는 것도 정신이 없는데 추위라는 복병을 만난 것이다. 한 남자 후배 기자는 추위를 견디다 못해 담요를 뒤집어쓰고 열심히 노트북을 두드렸다. 오갈 데 없는 노숙자의 모습 그대로다. 예쁜 치마 차림으로 한껏 멋을 냈던 여자 후배들은 이곳에서 하루를 지낸 뒤 다음 날,“어제 엄청 추웠다. 치마는 이젠 못 입겠다.”며 바지 차림으로 나타났다. 여기자들의 ‘패션’도 빼앗긴 셈이다. 양복 안에 겨울 스웨터를 껴입고 출근하는 남자 기자들도 하나둘 늘고 있다. 유난히 추위에 약한 기자도 평소보다 두 달 앞당겨 겨울 내복을 꺼내 입었다. 내복에다 스웨터를 껴입어도 하루종일 바깥에 있다 보면 저녁 무렵이면 어느새 동태처럼 몸이 꽁꽁 얼어붙어 온다. 온 몸에 스며든 한기 때문에 요즘 양말까지 신고서야 잠이 들곤 한다. 이런 어려움에도 기자들이 국정홍보처 관계자 말처럼 ‘럭셔리하게 꾸며 놓은’ 새 통합브리핑룸을 거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론학 교과서 제1장에 나오는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다. 일부 공무원들은 “파이팅”하며 애써 격려하기도 하고, 간식거리를 보내주는 이들도 있다. 반면 “왜 불과 몇미터 거리인데, 새 집에 들어가지 않느냐.”고 정색하며 반문하는 공무원들도 있다. 새 브리핑룸으로 이전하는 문제는 공간적 개념의 문제가 아니다. 교묘하게 언론을 관리·통제하겠다는 정부의 무서운 의도가 사태의 본질이라는 것을 모르는 기자는 없다.‘가두리 양식장’처럼 기자들을 한 곳에 몰아넣고, 알맹이 없는 브리핑을 ‘받아쓰기’시키겠다는 정부의 얄팍한 계산을 이제 국민 모두가 안다. 최근 국정홍보처는 그동안 제공하던 ‘국무회의 자료’ 등 이메일 서비스도 중단했다. 국민이 낸 세금을 정부가 어떻게 집행했는가를 따지는 국정감사가 시작됐는데도 국감자료를 가져다 놓은 곳은 기자들의 발길이 끊긴 텅빈 새 통합 브리핑룸이다. 게다가 기자들이 정성들여 스크랩해 놓은 각종 자료들은 굳게 닫힌 기자실에 두고 왔으니 기사 쓰는 데 참고할 수도 없다. 자연히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사를 쓰려고 할 때 내용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정교하게 기자들의 취재 활동을 옥죄는 것을 보면서 “이런 열정과 집요함, 추진력으로 국정을 챙겼다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일도 아닐 텐데…”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기자실 파동’으로 마음 고생을 한 지난 일주일이 마치 7년 이상인 것처럼 느껴졌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사설] 쫓겨난 기자들, 쫓겨난 알권리

    참여정부가 새벽의 어둠을 틈타 언론탄압을 서슴없이 자행했다. 국정홍보처는 지난 12일 새벽녘, 정부의 전 부처 기자실에 기어이 대못질을 하고 자물통을 달아놓고 말았다. 뭐가 두려워 한밤중 도둑질하듯 기자실을 전격 봉쇄했는지 그저 아연할 따름이다. 우리는 정부의 비이성적이고 몰지각한 행태를 감히 ‘10·12 대언론 폭거’로 규정하며, 역사에 똑똑히 기록하고자 한다. 인터넷과 전화선이 끊기고 기자실까지 잠겨 밖으로 쫓겨난 기자들은 최악의 불상사 속에서도 정부청사 로비에 돗자리를 깔았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한 시라도 대(對)정부 감시와 긴장을 풀 수 없어서다.‘노숙 취재’도 불사하겠다는 기자들의 의지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지키려는 결연함을 목도한다. 반면 반민주적·반헌법적 폭거를 저지른 홍보처 관계자들의 행태는 그들이 과연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진 집단인지를 의심하게 한다. 김창호 홍보처장 등 핵심 공직자들은 면담을 요구하는 기자들을 피해 어디론가 꼭꼭 숨었다. 떳떳하지 못함을 자인한 꼴 아닌가. 국가의 주요 정책을 이런 비겁한 사람들이 주무르고 있으니 통탄스러운 일이다. 그들은 이번 사태가 왜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됐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우리는 이번 대헌법·대언론 폭거가 노 대통령의 편협하고 감정적인 대언론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확신한다. 폭거가 있기 하루 전,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이)그림도 골라 쓰고, 편집도 잘 해주었다. 신세 많이 졌다.”며 감사의 뜻을 피력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잘 써주면 고마운 언론이고 비판하면 불량상품·조폭언론인가. 취재선진화란 미명으로 자행되는 작금의 언론통제가 그 연장선상이라면 모골이 송연한 일이다. 우리는 참여정부가 난자한 언론자유와 알권리의 원상회복을 위해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다.
  •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취재, 글 이만근 기자 ’교통 혁명’이라 부를 만큼 프랑스 파리의 무인 자전거 대여 서비스(Velib)가 크게 성공하고 있다. 건강에 좋고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는 데다 요금이 거의 공짜니 시민들의 사랑을 받을 만하다. 우리도 뒤질세라 웰빙 문화의 보급으로 자전거 소비가 늘고 자전거 도시를 표방하는 지자체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늘어난 자전거 수만큼 버려지는 자전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너도나도 자전거를 권하는 이 시대, 달리지 못하는 자전거에 눈을 돌린 이들이 있다. “뱃살 빼려고 샀던 자전거도 작심삼일이면 오래도록 방치되기 십상이죠. 뱃살은 뱃살대로 다시 늘고 자전거는 꼼짝 못한 채 녹슬어 갑니다. 훌쩍 커버려 거들떠보지 않는 아이들의 세 발 자전거는 어떻고요. 이런저런 이유로 버려진 자전거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70여 단지 주변에 20만 대가 넘습니다.” 사단법인 ‘신명나는 한반도 자전거에 사랑을 싣고’(이하 ‘자전거 사랑’)의 김용석 사무국장(39세)은 쉽게 소비하고 자원을 아끼지 않는 사회 풍토를 꼬집으며 자전거 재활용의 당위성을 역설한다. 아직 자전거가 요긴한 운송 수단인 북한이나 저소득층 이웃에게 재활용 자전거를 보급하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자전거 사랑’ 현장에서는 날마다 30여 대의 자전거가 새로 태어난다. 철도공사의 도움으로 고양시 수도권철도차량관리단 내 300평 부지에서 사무직 2명과 수리 인력 9명이 매일같이 1,500여 대의 폐자전거와 씨름하며 분주히 움직인다. 이들의 수고로 일 년 남짓한 기간 동안 총 1,000여 대의 재활용 자전거를 지역아동센터 등에 기증할 수 있었고 얼마 전에는 고양시에 사는 저소득층 아이들 250명을 초청해 자전거로 맘껏 달리게 했다. 북한과의 협약도 이미 체결되어 상황을 살피고 있는 중이고 요즘은 이번 달에 있을 용산구 지역 행사 때 주민들에게 나눠줄 자전거를 손보는 데 여념이 없다. “아파트 관리소장이나 입주자 대표 등을 찾아 버려진 자전거를 기증받으려 해도 처음에는 고철 팔아먹는 엿장수로 취급되어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어요. 물론 요즘은 활동 취지를 공감하는 고양시나 용산구 같이 지자체가 직접 나서 수거에 협조하고 재정적으로 도움을 주는 곳도 있지만요.” 물론 현재 활동하고 있는 40여 명의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으는 후원금도 큰 버팀목이다. 차츰 자리를 잡아 일감이 늘자 정부 지원으로 노숙자 등을 고용하며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김 국장은 덧붙인다. 추석이 코앞이다. “올 안에 장가가라”는 어머니의 성화가 귀에 쟁쟁할 텐데, 그러거나 말거나 김용석 국장은 제 앞가림을 뒤로하고 집안에서 녹슬고 있는 자전거를 찾아보라는 오지랖 넓은 충고를 한다. 막장갑을 끼고 바퀴를 굴리며 이리저리 부품을 손보고 있는 박상호 씨(48세)는 일을 시작한 지 5개월 남짓 되었는데 이젠 거리를 지나다 버려진 녹슨 자전거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사람도 무관심 속에 쓸쓸하게 버려져 외로움을 느낄 때부터 병이 나죠. 자전거도 마찬가지예요. 바퀴를 계속 굴려야 오래도록 제 역할을 해요. 왜 군대에서 매일 ‘닦고, 기름 치고, 조이자’를 외치잖아요.” 새것에 가까워 품이 들지 않는 자전거도 있지만 보통 서너 대 정도를 분해해야 쓸 만한 부품들이 모여 달릴 수 있는 한 대의 자전거가 탄생한다. “사람으로 치면 장기를 기증한 것과 같죠. 결국 고철 처리되지만 자원이 선순환 되는 거예요.” 불혹에 가까운 나이지만 아직 미혼인 김 국장은 결코 자신은 자전거와 결혼한 것은 아니라며 올 가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함께 자전거를 탈 처자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작은 혁명을 이끌면서 말이다. 2007년 10월
  • [일요영화] 귀향

    ●귀향(KBS1 명화극장 밤 12시50분) ‘귀향’이란 제목은 함축적이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17번째 장편영화를 찍기 위해 자신의 고향 라 만차로 돌아왔다는 뜻이자, 한층 심도있는 인생의 성찰을 위해 생명의 근원인 모성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2006년작 ‘귀향’에서 억척스럽게 생을 꾸려가는 여성들의 삶을 특유의 코미디적 색깔을 버무려 펼쳐놓는다. 그 어떤 영화보다도 더 실감나게 여성들의 연대를 구현해내기 위해 그는 생과 죽음,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것을 마다않는다. 마드리드에서 살아가는 라이문다(페넬로페 크루즈). 젊고 매력적인 그녀의 삶은 질퍽하고 거칠기 짝이 없다. 놀고 있는 남편과 사춘기 딸을 먹여살리느라 그녀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라이문다는 남편이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딸 파울라를 성추행하려다 파울라가 휘두른 칼에 찔려 숨진 것이다. 이때 홀로 불법미용실을 운영하며 사는 여동생 솔레에게서 전화가 온다. 라만차에 살던 이모가 돌아가셨으니 함께 가자고 하지만, 라이문다는 핑계를 대며 남는다. 한편 라만차에 간 솔레는 죽은 어머니의 유령이 출몰한다는 소문을 전해듣는다. 그리고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자동차 트렁크 안에 숨어있던 어머니와 조우하게 된다. 솔레는 어머니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라이문다에게는 숨긴 채, 함께 살아간다. 미용실 손님에게는 러시아 노숙자라고 소개한다. 어머니는 돌아온 현실 세계에 비교적 잘 적응하지만, 정작 가장 만나고 싶었던 라이문다 앞에는 나타나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보기만 한다. 딸의 억울한 사연을 풀어주기 위해 세상으로 귀환한 유령 어머니, 그녀의 딸로서 역시 자신의 딸이 저지른 치명적 실수를 덮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젊은 어머니…. 이처럼 3대에 걸친 평범하고도 강인한 여성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귀향’은 지구상의 모든 여성들에게 바치는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여우주연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120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노숙자 결핵발생률 일반인 10배

    오지·벽지와 수용시설 등이 결핵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장복심(대통합민주신당) 의원에 따르면 사회 취약 계층의 결핵 발생률이 일반 결핵 발생률의 4∼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활 환경이 열악한 노숙자들은 결핵 발생률이 일반인의 10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장 의원에 따르면 오지·벽지 주민의 결핵 발생률은 10만명당 239명으로 일반인 발생률 62.8명의 3.8배나 됐다. 정신질환이나 장애인을 수용하고 있는 시설은 10만명 당 284.5명으로 일반인에 비해 4.5배 높은 발생률을 기록했다. 특히 노숙인은 10만명당 발생률이 645.2명으로 전체 국민 평균치의 10배가 넘었다. 정부의 결핵퇴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핵환자 발생은 수그러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2004년 발생한 결핵환자는 3만 1503명,2005년 3만 5269명,2006년 3만 50361명으로 증가했고 올들어 지난 7월까지 20801명이 발생했다. 특히 20∼30대의 발생률(34.5%)이 60대 이상 노인층(30.6%)에 비해 더 높게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한편 부산시가 대한결핵협회부산지부 건강검진센터에 위탁해 지난 5∼9월 부산지역 새터민들을 상대로 19종의 검진을 실시한 결과 74명 중 61명(82.4%)이 결핵, 간장질환, 빈혈 등의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혈이 20.3%인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결핵 진단을 받은 사람은 8명으로 10.8%였다. 결핵 비율은 2001∼2006년 한국 인구 10만명당 결핵환자 발생수 64∼73명(0.064∼0.073%)과 비교하면 100배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유쾌한 하녀 마리사/천명관

    2004년 ‘고래’(문학동네)가 처음 문학의 바다에 출몰했을 때 독자들은 고래가 일으킨 이야기의 현란한 파고에 출렁대며 어지럼증을 느껴야 했다.‘고래’ 지느러미가 만든 이야기의 물길을 따라가다 보면 소설이 개연성과 리얼리티에 기반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어느새 놓여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천명관의 첫 장편소설 ‘고래’는 그렇게 폭발하는 이야기로 넘실댔다. 천명관이 이번엔 소설집을 냈다.2003년 그에게 소설가란 이름을 붙여준 ‘프랭크와 나’부터 이달 발표한 최근작 ‘숟가락아, 구부러져라’까지 11편의 중단편이 실렸다. 천명관의 단편들은 ‘좀더 그럴 법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소설 이전의 것들(온갖 기담과 민담, 풍문, 잡설)과 소설 이후의 것들(장르영화와 대중문화의 부스러기들)을 한 데 긁어모아 소설의 서사를 훌쩍 확장시켰던 ‘고래’의 ‘믿기지 않는 이야기들’에 비하면 그렇다. 하지만 역시 썩 현실적이지는 않다. 그럴 법하면서도 과연 그럴까 싶은 이야기들, 리얼리티를 갖춘 듯하면서도 리얼리티를 무시하는 듯한 구조로 가득하다. 분명한 건 여전히 이야기가 부글댄다는 점이다. 바람난 남편에게 유서를 남기고 독이 든 샴페인을 마신 주인공은 ‘유쾌한 하녀’ 마리사의 실수(?)로 멀쩡하게 살아남고, 정작 죽어나자빠지는 것은 바람난 남편이다(‘유쾌한 하녀 마리사’). 토머스 칼라일의 글솜씨에 질투심이 불타오른 존 스튜어트 밀은 하녀 위즐리 부인의 실수를 가장해 칼라일의 원고를 불쏘시개로 태워 버린다(‘프랑스혁명사-제인 웰시의 간절한 부탁’). 회사에서 잘리고 노숙자 신세가 된 ‘그’는 자신의 유일한 재능, 유리 겔라처럼 숟가락 구부리는 능력으로 동료 노숙자들의 환심을 사려다 노숙자들 속에 숨어 있는 진정한 ‘고수들´(눈짓 한 번에 숟가락을 구부리고,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식탁을 옮기는)의 능력을 목도하고 민망해한다. ‘고래’처럼 온 대양을 뒤엎을 듯한 근육질의 장대한 서사가 펄떡거리진 않으나, 그의 단편들엔 의표를 찌르는 설정들이 번뜩인다. 천명관 이야기의 무한증식성은 소설 배경의 무국적성과도 무관치 않다. 프랭크가 나오고, 마리사가 나오고, 토머스가 나오며, 폴이 나오고, 토머스 칼라일과 존 스튜어트 밀이 등장한다. 캐나다가 나오고, 프랑스가 나오며, 독일이 눈앞에 펼쳐진다. 천명관은 적극적으로 국경을 넘는 동시에, 의식적으로 국경을 설정하지 않는다. 천명관이 생소한 상황으로 이야기를 몰고 가면서도 일말의 보편성을 유지하는 방편이다. 저곳의 이야기인 듯하면서도 이곳의 이야기를 하고, 남의 이야기인 듯하면서도 나의 이야기를 하며, 천명관은 끊임없이 이야기 평원을 질주하고 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한가위 서울서 즐겨라

    한가위 서울서 즐겨라

    한가위를 맞아 서울 자치구가 벌이는 축제가 풍성하다. 연휴 동안 가족과 함께 우리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각종 놀이를 즐겨보는 것도 연휴를 알차고 보람있게 보내는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다. 도봉구는 22일 오후 창동 서울시립운동장에서 ‘한가위 대축제’를 연다.4개 ‘마당’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사물놀이패와 중요무형문화재 제58호인 줄타기 공연, 전통 무용, 어린이 발레 등이 펼쳐진다. 또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솟대 세우기와 투호놀이, 제기차기 등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다. 새끼꼬기와 키질 등 과거 농촌문화도 체험할 수 있다. 강서구에선 24∼26일 한가위 맞이 전통놀이 체험 행사를 연다. 송편·인절미 만들기, 씨름대회, 달맞이 행사 등이 펼쳐지고,25일에는 궁산에서 실향민들을 위한 망배단 제사도 지낸다. 청소년을 위한 자리도 마련된다. 서초구는 22일 서초구민회관 대강당과 서초구청 광장에서 청소년들이 가진 끼와 열정을 뽐낼 수 있는 ‘서초 유스페스티벌’을 개최한다. 그룹댄스, 민속무용, 밴드, 노래, 랩, 풍물, 비트박스 등 관내 중·고등학교 총 23개 동아리 112명이 참여해 그간 익힌 숨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종로구는 25일 노숙인 합동차례상 차리기 행사를 마련했고, 강동구는 26일 선사주거지에서 추석 전통 한마당 행사를 준비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매일 배갈 한병씩 15년간 마신 사내의 ‘종말’

    한 사람이 15년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배갈 750㎖짜리 한 병을 마시면 어떻게 될까. 중국 대륙에 한 50대 사내가 매일 쉬지 않고 배갈 한병씩을 마시다가 끝내 식물인간이 되는 바람에 주변 사람들이 충격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시에 사는 한 50대 남성은 지난 15년 이상을 육장 배갈 한병씩을 마셔오다가 끝내 식물인간이 된 사건에 발생하는 바람에 알콜 중독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고 신만보(新晩報)가 14일 보도했다. 신만보에 따르면 사건의 장본인은 올해 53살의 한수(韓樹)씨.주당 경력 30여년인 그는 거의 15년간을 50도가 넘는 배갈 750㎖를 마셔온 ‘주선(酒仙)’이다.하지만 한씨는 ‘주선’이라는 말은 듣고 있지만,술로 몸도 마음도 모두 망가져버린 탓에 그 생채기는 너무나 깊게 패여 있다. 그의 이력에 대해서는 알려진 사실이 거의 없다.거의 알콜 중독자에 가까운지라 일가붙이는 물론 가까운 친구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하지만 동네 주민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뜬벌이 생활을 하며 하루벌어 하루 먹는 그런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이 때문에 그에게는 변변한 집 한칸 없는 거의 노숙자 수준의 생활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3일 하얼빈시 하얼빈의대부속 제1의원 정신과 병동.한수씨라는 이름의 사내는 병색이 완연한 모습으로 힘없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벌름한 바지를 입은 그는 워낙 모주꾼인 탓에 알콜 중독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정신과 진찰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나이 50을 넘긴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한씨의 얼굴은 완전히 80대 할아버지를 연상케 할만큼 완전히 쭈글쭈글하고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특히 그는 담당 의사가 몇가지 문진을 해봐도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는 등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로 보였다.그에 따르면 “술이 깨면 마시고,마시면 취하고;취하면 자고;깨면 또 마시고….”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술이 한씨의 몸을 다 갉아먹은 것이다. 진단 결과 한씨는 여러해동안 많은 양의 독한 술을 마시는 바람에 대뇌가 급격히 위축됐는데,대뇌는 마치 80대 노인과 같은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이 때문에 그는 거의 식물인간이나 다름이 없었다. 정신과 주임 후젠(胡建)교수는 다시 정밀 검사를 실시해보니 한씨의 뇌는 이미 80세 노인이나 다름없는 등 질환을 전형적인 알콜 중독증으로 진단하고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28) 금세기의 마지막 밀레니엄은 에티오피아에서

    (28) 금세기의 마지막 밀레니엄은 에티오피아에서

    다음 주에 에티오피아에 가는 분들은 반드시 호텔을 예약하고 가야 할 듯. 특히 오는 9월 11일을 아디스 아바바에서 묵을 분들은 노숙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아디스 아바바에서 고급호텔로 분류되는 쉐라톤, 힐튼, 기욘 호텔을 비롯해 웬만한 호텔들은 이미 방이 다 찼다고 한다. 태양이 13개월이나 뜨는 에티오피아가 금세기의 마지막 밀레니엄 행사 준비로 아주 분주하다. 보편적인 서역 Gregorian의 역법을 사용하지 않고 Julian Solar Calendar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에티오피아 달력은 우리보다 약 7년이 늦다. 한달을 30일씩 계산하고 남은 5일 혹은 6일을 또 한달로 계산하기 때문에 에티오피아에서는 태양이 12개월이 아닌 13개월 뜬다. 이런 독특한 캘린더 시스템 덕분에 전 세계가 7년 전에 성대하게 치른 밀레니엄 행사를 에티오피아는 다음 주에 본국 에티오피아를 비롯해 대사관이 설치된 각국에서 치르게 된다.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 넣은 9.11 테러를 기억하는가. 매년 이날이 되면 미국 본토는 에티오피아에서 건너 온 약 10만인의 에티오피아인을 제외하고 묵념 모드이다. 그러나 에티오피아 사람들에게 매년 9월 11일은 축하 모드이다. 왜냐하면 바로 이날이 에티오피아인들의 설날이기 때문이다. 이 날을 기점으로 학원은 개강을 하고 운동을 쉬었던 사람들은 운동을 재개하기도 한다. 담배를 끊는 사람들도 있다. 9월도 중순으로 향하는 시점에 뭔가를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이 낯설었던 기억이 난다. 에티오피아 밀레니엄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상단에 기념 로고가 보인다. 유명한 디자이너가 만들었다는데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로고를 설명해 주면서 몹시 부끄러워했다. 맨 위의 하얀 글씨는 암하릭어로 에티오피아 밀레니엄. 그 다음 파란 글씨는 기즈어(Geez, 암하릭어의 모체가 되는 언어로 에티오피아 정교회 신자들은 신의 언어라고 하며 지금도 교회내에서 사용되고 있다.) 숫자로 2000을 의미한다. 가운데 꼭 콩처럼 보이는 것은 커피, 자궁, 방패를 상징한다.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발상지이며, 인류의 발상지로 알려졌는데 콩 모양은 그것을 의미한다. 방패는 그 어떤 강대국의 식민지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아프리카의 오랜 독립국으로서 에티오피아의 자존심을 드러내고 있다. 콩 모양을 둘러싸고 있는 팬 아프리카 컬러의 리본은 80여개의 다민족으로 구성된 에티오피아의 번영과 화합을 의미한다. 지난 25일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5000m에서 우승한 메세레트 데파르가 테이프를 끊고 카메라를 향해 들고 있던 판넬이 바로 이 로고였다. 그녀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에티오피아 밀레니엄!!”이렇게 외쳤다. 2007년 9월 12일부터 2008년 9월 11일까지 1년간 에티오피아의 밀레니엄을 기념하는 이벤트가 전 세계에서 열린다. 한국은 대사관이 설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이벤트가 기획되지 않았지만 옆 나라 일본은 시민단체와 주일본에티오피아대사관이 중심이 되어 대대적인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도쿄에서는 9월 9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강연회를 비롯해 다채로운 밀레니엄 이벤트가 개최된다. 장소는 JICA地球広場(자이카지구광장, 広尾駅에서 도보로 1분). 에티오피아 밀레니엄 공식 홈페이지(http://www.ethiopia2000.com/index.php?option=com_frontpage&Itemid=1)에 들어가면 밀레니엄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카운트다운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9월 12일부터 1년간 진행되는 이벤트 캘린더도 볼 수 있다.       <윤오순>
  • [Seoul In] 종묘 집회금지 등 성역화 작업

    종로구(구청장 김충용)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종묘 입구광장에 대한 성역화 작업을 시작했다. 지난 5월 주류판매 금지, 포장마차 철거, 윤락호객 행위 근절 등 기초질서 위반에 대한 단속을 했다. 성역화 1단계로 확성기 사용 집회 금지, 행상의 판매행위 금지, 소음·악취 등 혐오감을 주는 행위 금지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2단계로 소음공해의 원인인 팔각정을 철거하고 진·출입로 차단문을 설치, 노숙자 급식장소 이전을 시행하기로 했다. 공원녹지과 731-1452.
  • 백가흠 소설집 조대리의 트렁크

    백가흠(33)의 트렁크 속에는 비루한 인생들이 들어 있다. 그러나 그의 두번째 소설집 ‘조대리의 트렁크’(창비)는 전작 ‘귀뚜라미가 온다’의 위악적인 시선을 거둬들였다.“전작에서는 갈등에 대한 화해와 해소의 소통구를 막아놨지만 이번에는 화해의 제스처를 마련해뒀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광어’로 등단해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으로 인간 비극을 그려온 백가흠. 그의 이번 9편의 단편들은 충격적인 사건 기사를 떠올리게 한다. 웰컴 모텔에 기숙하는 어린 부부는 여관에 아이를 유기하고 달아난다.(‘웰컴, 베이비’) ‘웰컴, 마미’의 진숙씨는 결혼 생활을 유지하려고 인터넷에 광고를 낸다.‘백일 안 된 갓난아기 구함’. 미순은 어린 아이를 혼자 집에 방치하고 아이는 부패된 채 발견된다. 백가흠은 사회면 기사를 꼼꼼하게 읽는다. 그리고 사회문제에 바늘을 뚫어 개개인의 일상을 세심하게 꿰어낸다. 작가가 보는 사회는 이중적인 사회다. “제 소설은 위악적이지만 서정적인 부분을 고려합니다. 우리 사회는 도덕적·윤리적인 것을 앞에 내세우면서도 반이성적이고 반윤리적인 이면들이 많이 드러나 있어요. 그 병폐의 대표는 폭력이고 그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구인가라는 게 저의 고민입니다.” 그래서 택한 게 노인과 아이다. 사회의 폭력에 노출되고 방임될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매일 기다려’는 노숙자 노인과 소녀의 동거를 그렸다. 노숙자 노인은 비행으로 치닫는 소녀에게 조건없이 베푼다. 기묘한 가족이지만 아이가 있어 삶이 평온해짐에 감사한다. ‘조대리의 트렁크’의 조대리는 노모와 단 둘이 살며 그의 대소변을 받아낸다. 어느날 대리운전을 하다 만난 고교동창 장영수는 트렁크에 짐을 넣고 저수지로 가달라고 한다. 장영수가 떠난 뒤 다시 저수지로 향한 조대리는 장영수의 병든 노모를 발견한다. 그는 그녀를 업고 집으로 뛴다. 이들은 백가흠의 소설이 패악의 끝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유다. 소설 속 인물들은 어찌 보면 명백한 가해자이고 피해자이지만 작가는 누구를 감싸거나 밀어내지 않는다. 피사체에서 멀어지면 인물뿐 아니라 상황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백가흠의 소설은 속을 불편하게 한다. 그러나 사건의 표피에만 잠시 분노하는 현대인의 얄팍함을 간파한 그는 고통의 심부를 고집스럽게 파고들며 묻는다. 너무 쉽게 잊고 사는 거 아니냐고.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英 노숙자 32억대 그림에 망치질

    英 노숙자 32억대 그림에 망치질

    영국의 박물관에 걸린 32억원짜리 18세기 그림이 느닷없이 박물관에 뛰어든 노숙자가 함부로 망치질을 하는 바람에 망가졌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 인터넷판은 10일 마크 패튼(44)이란 노숙자가 최근 영국 국립초상화박물관에 전시된 시가 170만파운드(약 32억원)짜리 유화를 망치로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패튼은 폐관시간 직전 박물관 보안요원들이 관람객을 퇴장시키기 위해 자리를 비운 상황을 틈타 가방에 망치를 숨기고 들어와 초상화를 여러 차례 내리쳤다. 망가진 그림은 영국 미술계의 거장인 조슈아 레이놀즈(1723∼1792)가 1775년 동시대 시인 겸 평론가인 새뮤얼 존슨을 그린 초상화다.‘눈을 가늘게 뜬 샘(새뮤얼의 애칭)’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림이 망치 세례를 받으면서 캔버스가 뚫리는 등 심각하게 훼손됐고, 현재 복원작업을 기다리고 있다는 게 박물관측의 설명이다. 패튼의 범행 동기와 존슨의 작품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초상화박물관은 런던 폭탄테러 미수사건 뒤 관람객의 소지품을 검사하는 등 안전조치를 시행하다가 최근 이를 중단해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품 훼손사건은 과거에도 종종 발생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지난달엔 프랑스에서 한 여성 관람객이 100만파운드(약 18억원)에 이르는 미국의 작가 사이 툼블리의 작품에 키스를 해 립스틱을 묻혀 훼손하기도 했다. 캄보디아 출신 예술가라는 이 여성은 키스 자국을 남긴 이유를 묻자 “예술에 대한 열정을 이기지 못해서”라며 “작가가 남겨놓은 하얀 캔버스에 찍힌 붉은 립스틱은 예술의 힘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무더운 여름 시원한 ‘웃음 충전’

    이 얼굴들, 그동안 포스터만 봐도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 올 초 영화 ‘1번가의 기적’으로 한 차례 원없이 웃겨줬던 배우 임창정이 눈치코치 없는 시골 청년으로 또 한번 웃음 폭탄을 터뜨릴 태세다. 여기다 우리나라 안방도 접수했던 영국산 코미디 ‘미스터 빈’과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가족’도 한여름 무더위를 날려주겠다며 스크린으로 넘어왔다. 국내외 블록버스터와 공포 영화 일색의 극장가에서 이들의 출현은 두손 들고 반색할 일. 무더위로 인한 짜증을 이들이 선사하는 ‘무공해 웃음’으로 날려보시길. ● 韓 ‘역사의 비극’ 이번엔 코미디로 요즘 나오는 국산 코미디가 다 그렇지 뭐, 했던 관객이라면 이 영화 앞에서만은 편견을 한번쯤 접어둘 만하다. 임창정·박진희 주연의 ‘만남의 광장’은 기막힌 상황 설정과 주·조연들의 열연으로 자연스럽고 시원한 웃음을 선사한다. 영화는 당초 ‘스파이더맨3’의 위세가 등등하던 5월 개봉 예정이었다. 당시 지연 이유에 대해 배급사측은 “영화가 생각보다 잘 나와서”라는 이유를 댔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괜한 말이 아니다. 강원도 인적 드문 곳에 위치한 평화로운 마을 청솔리. 이 마을은 6·25 전쟁 직후 어이없게 남과 북으로 갈라진 곳이다. 부모 형제로 함께 모여 살던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그리워한 나머지 당국 몰래 땅굴을 파놓고 알아서 가족상봉을 실천해 왔다. 어느날 삼청교육대 출신의 공영탄(임창정)이 마을에 우연히 오게 된다. 주민들은 “삼청교육대 출신”이라는 말만 듣고 그를 마을 분교에 부임할 예정인 선생님으로 착각한다. 얼떨결에 선생님이 된 영탄은 남의 일에 시시콜콜 간섭하고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집요한 성격. 우연히 마을 이장(임현식)과 그의 처제 선미(박진희)의 은밀한 현장을 목격한 뒤 두 사람의 관계를 파내려다 마을 사람들의 더 큰 비밀을 알게 되는데…. ‘위대한 유산’‘조폭마누라’ 등을 연출한 김종진 감독은 남북분단, 삼청교육대 등 역사적 비극을 유머러스하게 버무려 맛깔나게 내놓았다. 저질 말장난이나 욕설로 억지 웃음을 유발하지 않는다. 모처럼 이야기도 풍성하고 웃음도 가득한 유쾌한 영화다. 임창정, 박진희, 임현식, 이한위 등 코미디가 뭔지 아는 배우들 덕에 영화의 맛도 더욱 잘 살아났다. 그러나 ‘웃음의 고갱이’는 특별 출연한 류승범의 연기. 그는 길을 잃고 헤매다 지뢰를 밟게 된 진짜 선생님 장근으로 나와 ‘천의무봉’ 수준의 코믹 연기를 보여준다. 지뢰를 밟은 순간부터 노숙자로 점차 변해가는 그의 모습을 보노라면 배꼽을 잡지 않을 수가 없다.15일 개봉,12세 관람가. ● 英 미스터 빈, 파리에서 쇼를 하다 유행과 거리가 먼 구식 양복, 한번 보더라도 절대 잊지 못할 독톡한 얼굴, 덜 떨어진 말투와 몸짓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했던 미스터 빈(로완 애킨슨).1990년대 영국 TV시리즈로 처음 출발, 한동안 명절마다 한국 브라운관에도 나타나 지루한 낮시간을 책임졌던 그가 이번엔 런던을 떠나 파리로 가자며 관객들을 극장으로 유혹하고 있다.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는 미스터 빈이 교회의 추첨 행사에서 칸 여행권과 최고급 캠코더를 얻으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행운은 여기까지. 선물로 받은 캠코더를 너무 애용하다 일이 꼬이기 시작하고 당연하게도(?) 연거푸 사건이 벌어진다. 역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 기차를 놓치기 일쑤고, 가방을 놓고 내리거나 여권과 지갑을 놓고 타기는 예사. 급기야 자신의 실수로 러시아에서 온 부자를 이산가족으로 만들고 자신은 빈털터리 신세에 유괴범으로까지 몰리게 된다. 하지만 소년을 아버지에게 데려다 주고 자신의 여행을 끝내기 위해 칸에 꼭 도착해야만 한다. 영화의 묘미는 여행지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평범한 일들을 비범한 웃음으로 승화시킨 데 있다. 그 웃음은 미스터 빈의 ‘몸짓 개그’로 극대화된다. 도저히 먹기 힘든 음식을 처리하는 그만의 비법, 돈이 궁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언어가 달라도 외국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지를 그는 온몸을 내던져 보여준다. 즐겁지만 실없이 웃기기만 했던 영화는 후반 들어 통렬한 현실 풍자까지 담아 낸다. 희생양은 미스터 빈과 한 차례 악연이 있었던 영화감독 카슨 클레이(윌리엄 데포). 그는 상업광고를 찍으면서도 예술영화 감독이라고 뻐기는 인물. 칸국제영화제 개막작인 클레이 영화의 시사회장에서 벌이는 미스터 빈의 소동은 ‘난해한 영화=예술영화’라는 천박한 등식을 향해 날리는 ‘거침없는 하이킥’이다.15일 개봉, 전체 관람가. ● 美 ‘엽기가족’ TV 넘어 스크린 접수 “왜 TV시리즈를 돈 내고 극장에서 보냐?” 호머 심슨의 시니컬한 자아 비판 유머로 시작하는 애니메이션 ‘심슨가족, 더 무비’. 결론부터 말하자면 극장에서 돈 주고 보기에 전혀 아깝지 않다.1987년 프로그램 중간에 삽입하는 24초짜리 만화로 별볼일 없게 시작한 ‘심슨가족’은 도발적인 유머로 금세 미국인은 물론 세계인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현재까지 18시즌,400회가 넘는 에피소드를 자랑하며 텔레비전 역사상 가장 오래 방영되고 있으니 이들의 스크린 데뷔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슈렉’‘라따뚜이’ 등 3D 애니메이션이 판치는 시대에 ‘2D’로 겁없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주특기인 ‘뻔뻔한’ 입담으로 관객들을 단숨에 사로잡을 듯하다. 영화는 패스트푸드의 유해성과 자연파괴가 불러올 환경재앙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이런 문제는 비단 미국만의 것은 아니어서 충분히 공감이 간다. 교훈적인 내용을 엽기가족의 소동을 통해 그려내니 거부감 없이 즐기기에 그만이다. 하지만 실컷 웃은 뒤 그 안에 들어있는 ‘뼈’를 발견하게 해주는 녹록지 않은 영화다. 트랜스 지방 덩어리인 도넛 하나 때문에 호머 심슨은 자신의 동네 스프링필드를 위기로 몰아넣는다. 정부는 마을을 없앨 궁리를 하고 이에 마을 사람들은 심슨가족을 위협한다. 가까스로 탈출해 알래스카에서 새 생활을 꿈꾸지만 이내 가족들은 그를 떠난다. 마침내 호머는 가족을 되찾고 마을을 구하기 위해 난생 처음 용감한 행동에 나선다. 영화는 미국의 정치·문화·사회 전반에 걸쳐 개인의 삶을 위협하는 현상에 대해 시종일관 조롱을 퍼붓는다. 유명인사들의 실명이 거론되고, 실제 벌어진 일들이 패러디돼 맥락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웃음의 강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23일 개봉,12세 관람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서울 ‘거리 노숙인’ 크게 안줄어

    서울 ‘거리 노숙인’ 크게 안줄어

    올 들어 서울시내 전체 노숙인의 수는 줄었지만 ‘거리 노숙인’ 수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전체 노숙인 수는 3045명, 이 가운데 거리를 떠도는 노숙인은 19.2%인 587명으로 조사됐다. 전체 노숙인은 지난 1월 3293명에서 2월 3251명,5월 3131명 등 꾸준히 줄고 있다. 반면 거리 노숙인은 1월 625명,2월 605명,5월 590명 등 두드러지게 감소하지 않았다. 노숙인의 절반 이상은 노숙한 지 2년 이상인 장기 노숙인으로 추정된다. 거리 노숙인을 제외한 노숙인은 보호기관에 머물면서 일자리를 제공받고 있다. 서울시는 올 들어 나이 든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특별자활사업에 254명, 공공근로에 145명, 숲가꾸기 사업을 하는 자활영림단에 80명 등 모두 880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신용불량 노숙인에게 법률자문 비용 등을 지원,39명이 파산선고 및 면책결정을 받도록 했다. 가정으로 돌아간 노숙인 41명이 가족과 함께 재기하도록 전세자금 4000만원, 일자리 등을 제공하는 ‘자활의 집’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거리 노숙인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노숙인 자활정책을 바꾸기로 했다. 우선 위생이나 미관적으로 좋지 않은 거리 급식을 실내 급식으로 전환했다. 급식자선단체와 협의해 서울역·영등포역·을지로 일대 등의 거리 급식을 중단하고 일정한 장소에서 급식하도록 권장하기로 했다. 지난달 25일부터는 매일 저녁 서울역의 상담보호센터에서 저녁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31일 TV 하이라이트]

    ●클래식 오디세이(KBS2 밤 12시45분) 다듬지 않은 아름다움, 아날로그. 클라리네티스트 계희정은 음악을 디지털 기술로 듣기 좋게 다듬으면 실제 연주와는 다른 음악으로 느껴진다고 한다. 그래서 좀 울퉁불퉁하더라도 느낌이 풍부한 아날로그 음악이 더 좋다는 그녀. 음악이 지닌 감성에 주목하는 클라리네티스트 계희정을 만나본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40분)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는 10만명이 넘는 어린이 노숙자가 거리를 떠돌고 있다. 이들 가운데 1000명 안팎은 변압기를 설치하려고 파놓은 작은 구덩이에서 살고 있다. 아이들이 도시의 땅 속에 살게 된 이유는 가난, 부모의 사망이나 이혼, 일자리, 교육에 대한 열망 등 다양하다.   ●다큐 人(EBS 오후 9시20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기수 최범현의 출근 시간은 새벽 5시. 경주에 출전하는 날도 어김없이 새벽조교로 하루를 시작한다. 말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하는 새벽시간, 매일 하루에 여섯 마리 이상의 말과 함께 호흡하고 달리고 있다. 경마기수로 무한질주를 꿈꾸는 작은 거인, 최범현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50분) 말할 줄 아는 단어가 고작 열 개 안팎인 다섯 살 이종선. 가장 잘하는 말은 ‘아니야.’. 원하는 건 대충대충 손짓으로 하고, 손짓이 통하지 않으면 누구도 감당 못하는 떼가 시작된다. 불만이 쌓이면 거침없는 폭력도 불사하는 종선이. 과연 말이 늦은 아이 종선이를 위한 명쾌한 해법은 무엇일까?   ●커피프린스 1호점(MBC 오후 9시55분) 한결이 은찬에게 접근 금지에 말까지 시키지 못하게 하자 화가 난 은찬은 커피 배달을 다녀오던 차 안에서 한결의 화를 돋우는 행동만 한다. 한결은 버럭 소리지르며 은찬의 멱살을 잡아 끌어낸다. 은찬은 차 앞을 가로막고 의형제하자고 할 땐 언제고 왜 사람을 가지고 노느냐며 울부짖는다.   ●생로병사의 비밀(KBS1 오후 10시) 여성의 상징인 가슴이 위험하다. 유방암은 2002년 이후 우리나라 여성암 발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서구보다 발병 연령도 매우 낮아서, 국내 환자의 절반 이상이 40대 이전이다. 발생률은 높지만, 그만큼 완치율도 높은 유방암. 발병 원인과 예방법, 그리고 관리법을 알아본다.
  • 구로구 전세자금 지원 노숙인 157가구 지켰다

    밤만 되면 아빠가 보고 싶어 눈물을 흘리는 아름이(가명·여·8).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름이는 그동안 어린이집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엄마는 집을 나가버렸고, 아빠는 노숙인 쉼터에서 기거했다. 하지만 아름이는 더 이상 그리움의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구로구가 최근 ‘구로노인복지관 희망의 집’에서 생활하던 아름이 아빠 최민기(가명·48)씨에게 ‘노숙인 자활의 집(전세자금)’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보금자리를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23일 구로구에 따르면 전세자금 지원사업으로 가족 해체를 막은 가구 수는 지난 7년간 모두 157가구. 올들어 39가구가 ‘보금자리 혜택’을 봤다. 자격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입주 신청일 현재 3개월 이상 서울시 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에 참여해야 하고 저축액이 20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그러면 가구당 4000만원 이내의 전세자금을 지원한다. 최씨도 선정이 되기까지 쉽지 않았다. 그를 다잡아준 이는 다름아닌 아름이였다. 최씨는 대리 운전과 포장마차 파트타임 등 일거리만 있으면 찾아다녔고, 최근에는 택시 운전을 했다. 그 결과 빚은 거의 갚았고, 통장에도 돈이 모아졌다. 마침내 전세자금도 지원받게 됐다. 최씨는 “전셋집을 구해 너무 행복하다.”면서 “2∼3년 내에 빚을 다 갚고 완전한 자립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CEO칼럼]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이영하 LG전자 사장

    [CEO칼럼]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이영하 LG전자 사장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구절을 신라시대 원효대사의 일화에서 배웠다. 원효대사가 불법(佛法)을 공부하기 위해 당나라로 가던 도중 노숙하게 됐다. 밤에 자던 중에 목이 말라 머리맡에 있는 숭늉을 아주 맛있게 마셨다. 이튿날 깨어 보니 노숙한 곳은 오래된 무덤이었고 머리맡에 있는 물은 해골 바가지에 담겨 있는 것이었다. 순간 구역질이 나고 토했지만 이미 소화가 된 뒤라 나올 리 만무했다. 여기서 원효대사는 깨달았다.“어떻게 같은 해골 물이 몰랐을 때는 맛있었고 알았을 때는 구역질이 나는 것일까. 그것은 오로지 마음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일체유심조는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불경에 나오는 구절인 것 같다. 이 말은 이후 나의 좌우명이 되었다. 가훈이기도 하다. 지금도 회사를 경영할 때 종종 이 구절을 떠올리곤 한다. 회사 일을 하다 보면 많은 어려움이 수시로 닥쳐 온다. 그럴 때마다 사업의 어려움이란 것이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이 아니고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구성원들의 하고자 하는 마음이 합쳐지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꿈과 비전을 갖는다는 것이다. 큰 꿈과 포부가 있어야 나아갈 길을 명확히 알고 흔들림 없이 나갈 수 있으며 남들보다 더 높은 목표에 도전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불가능해 보일 수도 있고 어려움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환경이 아니라 사람이다. 안된다고 생각하기 전에 된다고 마음을 먹고 방법을 구하다 보면 반드시 해법은 나오기 마련이다. LG전자 창원공장에는 수많은 ‘TDR’(Tear Down Redesign·제품을 아예 뜯어보고 처음부터 다시 조립하는 방식으로 혁신 방안을 찾아내는 활동) 팀이 가동되고 있다. 그 중에는 놀랄 정도의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많은 성과를 내는 곳이 있다. 그때마다 사람의 지혜와 자발적인 힘이 무한하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매번 성공체험을 맛보았던 것은 아니다. 물론 인간이 신이 아닌 이상 모든 일을 마음먹은 대로 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결과에 앞서 100% 최선을 다하고 후회하지 않을 만큼 전력투구를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도전조차 하지 않는 사람과 도전하는 사람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도전하는 사람은 실패의 경험 속에서 반드시 뭔가를 배우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이 모여 결국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그 차이는 바로 우리가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서 비롯된다. 일본의 경영컨설턴트 간다 마사노리는 “성공하기 위한 노하우가 분명한데도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사람은 1%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성공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지만 그의 말처럼 힘이 되기 위해서는 행동으로 실천해야 가능한 것이다. 어떤 일을 하든 젊은이들이 큰 꿈과 비전을 갖기 바란다. 그리고 항상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해낼 수 있다는 ‘일체유심조’의 마음가짐을 갖자. 그러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영하 LG전자 사장
  • 서울시, 노숙자 일자리 200개 추가 제공

    서울시는 16일 올 하반기 자치구 공원·녹지관리 분야 등 노숙인을 위한 일자리 200여개를 추가로 마련해 제공한다고 밝혔다. 56개 상담보호센터와 쉼터를 통해 일자리 희망자 신청을 받아 7월 중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참여자에게는 1일 4시간씩, 월 20일 근무를 채우면 50만원의 임금을 지급한다. 지금까지 시설에 입소한 노숙인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던 것에서 벗어나 상담보호센터를 통해 거리노숙인에게도 일자리 참여를 적극 권유할 방침이다. 시가 올 상반기 건설공사 현장 등에 마련한 670개 일자리에는 이달 현재 노숙자 420명이 참여해 일하고 있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약자를 향한 시어 더 선명

    시인 김선우(38)의 언어가 낮게 흐른다. 세 번째 시집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문학과지성사 펴냄)에서 김선우의 시어는 이전보다 더욱 낮은 곳을 향해 흘러간다. 정확하게는, 이전부터 그랬다. 김선우의 시가 여성성과 생명, 관능적 이미지의 직조라 일컬어지던 때부터 시인의 언어는 약자들을 따뜻하게 토닥였다. 배척받고 감춰져온 여성성을 숨기지 않고 과감하게 드러내는 작업과 약자들에 대한 관심 자체가 동일한 문법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전작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에서 묘사한 탑골공원 할머니의 경쾌한 연애담이나 고바우집 연탄 불판에 생고기를 굽는 남루한 얼굴들 이야기에서만이 아니다. 쥐들에게 갉아먹힌 동대문운동장 쓰레기더미 속 노숙자의 주검 이야기(시집 ‘도화 아래 잠들다’ 중 ‘불경한 팬지’)는 김선우의 물기 많은 언어가 낮은 이들의 고통을 절절하게 포착해낸 전형이다. 사회적 연대를 읊은 시들이 ‘내 몸 속에 잠든 이…’에선 좀더 많이 등장한다. 총 32연의 ‘열네 살 舞子’는 이번 시집에서 가장 긴 시다.2005년 78세로 세상을 떠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순애 할머니 이야기다. 열네 살 때 일본군에 잡혀가 남양군도 위안소에서 참담한 세월을 보낸 할머니의 구술을 시로 옮겼다. “참을 수 없이 지독한 걸 요구하는 군인에게 대들며 악 쓴 날엔 이가 부러지고 온몸이 멍들었네 멍든 자리마다 쇤 가시풀 독사처럼 똬리 틀어 몸속이 구만리 지옥이었네.” ‘제비꽃밥’에서 시인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족을 잃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살폭탄 테러를 긍정(“내가 그 땅의 딸이었다면, 전쟁과 폭격 속에 난민의 유배지를 떠돌아야 하는 그 땅의 아들이었다면, 나 역시 폭탄을 몸에 감고 검은 외투를 입었을지 모른다.”)하고, 혼혈인의 아픔을 쓰다듬은 ‘자운영 꽃밭에서 검은 염소와 놀다’는 근거없는 순혈주의에 일침(“이번엔 버리지 않을 게요…그런데 혼혈이 아닌 목숨도 있나요?”)을 놓는다. 시집 첫머리 ‘시인의 말’에서 김선우는 “시인으로 산 지 10년이 됐다.”면서 “시를 청탁받고 발표하는 관행으로부터 당분간 떠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적었다.10년이면 그럴 만도 한 세월,“내 생을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생을 사랑할 수 없음을 늦게 알았다(‘낙화, 첫사랑’).”는 시인에게 여행은 불가피한 통과의례일지 모르겠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씨줄날줄] 트윈 세대/함혜리 논설위원

    귄터 그라스의 소설 ‘양철북’은 1924년 독일의 자유무역 도시였던 단치히시를 배경으로 소년 오스카 마체라트의 유년기와 가족사를 다룬다. 그라스는 ‘아이답지 않은 아이’ 오스카를 통해 나치즘과 집단적 광기를 비판했다.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은 1979년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 ‘양철북’을 보면서 내내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어린이다운 순진함이나 귀여움과는 애초부터 거리가 먼 오스카의 그로테스크한 모습 때문이었던것 같다. 하는 짓이나 체질이 아이답지 않게 노숙한 아이를 ‘애 늙은이’ 같다고 한다. 이런 아이들을 ‘트윈(tween)세대’라고 한다.‘∼사이(between)’에서 따온 말로 유년기와 사춘기 사이에 낀 만 8∼12세의 어린이들을 가리킨다. 영양 상태가 좋아 신체발육이 예전보다 훨씬 빨라진데다 상업주의와 기술발전으로 인해 정서적으로도 조숙해진 이들은 과거 틴에이저(13∼18세)들의 전형적인 행태를 보인다. 미국에서만 2700만명에 이르는 트윈 세대는 대체로 부모가 맞벌이여서 독립심이 강하다. 쇼핑을 포함한 일상생활에서의 의사결정 권한을 윗세대보다 이른 나이에 갖게 되는 특성을 지닌다. 특히 부모들이 용돈이나 선물 등 물질적인 것으로 보상하는 경우가 많아 구매력도 왕성하다. 부모에게서 받은 풍부한 용돈을 친구들과 함께 쇼핑하거나 게임을 즐기는 데 사용한다. 인형이나 장난감 대신 유행에 관심이 많고, 데이트를 즐긴다. 경제호황기에 자란 트윈 세대는 컴퓨터와 인터넷에 능숙하다. 인터넷 등을 통해 얻은 풍부한 상품정보로 부모가 승용차나 가전제품 등을 살 때도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 마케팅 조사기관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트윈 세대는 용돈과 선물만 따져도 매년 510억달러(약 48조원)의 구매력을 지닌다. 트윈 세대를 미국에선 Z세대라고도 하는데 이들을 겨냥한 Z마케팅이 한창이다. 지금 당장의 상품판매도 목적이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이들이 미래의 ‘막강한 소비군단’으로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트윈 세대들을 겨냥한 업계의 마케팅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지나친 상혼 탓에 부모들의 허리만 더 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앞선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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