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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박복룡/심재억 문화부 차장

    지난여름,지하철 서울역에서 그를 다시 봤다.꾀죄죄한 몰골에 입성도 말이 아니었다.무리에서 떨어져 저만치 혼자 앉아 하릴없이 지난 신문을 뒤적이고 있었다.‘노숙자 박복룡’이 틀림없었다.예전보다 더 힘겨워 보였다. 연전,을지로 입구 지하철역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얘기 좀 하자고 다가가자 잔뜩 경계하며 그가 한 말은 “할 얘기 없소.”였다.그에게 말을 건넨 건 취재 때문이었지만 그는 허우대 멀쩡한 나의 접근을 속박의 전조쯤으로 여긴 듯했다.겨우 꼬드겨 얻어 낸 말은 “나이 마흔 셋에 처자식 다 잃고 갈 곳도 없다.”는 신음 같은 혼잣말이었다.소주 한잔 하겠느냐고 꼬드겼으나 그는 일 없다는 듯 자리를 펴고 모로 누웠다. 그에게 인사 겸 “아직까지 집에 안 가고 이렇게 돌아다니면 어떻게 하느냐?”고 아는 체를 하자 비뚜름하게 치어다보더니,알아보는지 마는지 시큰둥하게 말했다.“갈 곳이 있으면 미쳤다고….” 땟국이 흐르는 푸석한 몰골 속에서 풍찬노숙의 힘겨움이 묻어났다.모두가 반쯤 마음이 떠있는 한가위 명절,멀고 험한 길일지라도 그들에게 지향(指向)할 달이 하나쯤 불끈 떠줬으면 싶었다.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25일 TV 하이라이트]

    ●코리아!코리아!(EBS 오후 7시) ‘북한,얼마나 아십니까?’코너에서는 북한 동포들은 민족명절인 추석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지 퀴즈를 풀어보며 알아본다.‘이심전심 사랑방’코너에서는 새롭게 바뀐 4명의 패널들과 함께 북한의 추석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또 남쪽의 추석 문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들어본다. ●아름다운 유혹(KBS2 오전 9시) 성필은 길운이 풀려났다는 보고를 받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금실은 학교사업을 그만두자는 재혁에게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소리치고,주란을 만난 정희는 증언을 서달라고 부탁한다.이혼서류에 도장찍으면 증언을 하겠다고 말하는 주란에게 정희는 그러겠다고 말한다. ●솔로몬의 선택(SBS 오후 6시30분) 성묘하러 가는 길에 택시요금을 두배로 주겠다고 말하고 택시를 이용하면 진짜로 택시비를 두배로 줘야 하는지 알아본다.한 할머니는 추석 때도 얼굴 한 번 보이지 않는 아들을 대신해 몸이 아픈 자신의 곁을 지키다가 세상을 떠난 개를 가족묘에 묻으려고 한다.가능한 일인지 알아본다. ●언론과의 대화(YTN 오전 10시15분) 기획예산처 김병일 장관에게 2005년 예산안,기금운용 계획 등을 들어본다.2005년 정부 예산안이 예상보다 확대 편성됐다.경제진작을 위한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기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들어본다. ●사랑 릴레이(함께하는 세상)(iTV 오전 11시) 밥 한공기로 행복을 나누는 아줌마,최정숙.지난 97년부터 거리의 노숙자들과 독거노인들에게 무료로 국수와 밥을 대접하면서 국수아줌마라는 별명까지 얻었다.어려운 형편이지만 매주 일요일,무료급식만큼은 빠뜨리지 않는다는 그녀의 아름다운 이웃사랑 이야기를 만나본다. ●찾아라!맛있는TV(MBC 오전 11시5분) 김흥국과 함께 하는 스타의 맛 집에서는 단백질의 함량이 풍부한 대게요리를 소개한다.‘음식 대격돌 맛7’시간에는 고향의 맛 7가지를 만나본다.강원도의 황태요리,개성보쌈김치&조랭이 떡국,부산의 돼지국밥,제주도의 모듬회&갈치조림,안동의 암소구이 등 다양한 요리들을 만나본다. ●그대는 별(KBS1 오전 8시5분) 애심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인경네 식구들은 한동안 여러모로 이상했던 애심을 떠올리며 불안과 걱정으로 애를 태운다.청자가 있는 한 홍기가 마음도 못 잡고,좋은 여자와 결혼도 못 할 것이라고 차여사를 꼬드기던 홍기 이모는 결국 청자를 데리고 고아원으로 향한다.
  • 공원서 음료마신 뒤 식중독 잇따라

    공원 벤치에 놓인 음료를 마신 노인들이 숨지거나 식중독 등의 증세를 보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3일 대구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6시쯤 대구시 중구 달성공원 내 벤치에서 노숙자인 전모(63)씨가 복통과 구토 증세를 호소하며 쓰러진 것을 주변 사람들이 발견,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조치를 받았으나 2시간여만에 숨졌다. 경찰은 숨진 전씨가 벤치에 놓인 음료를 마셨다는 당시 목격자들의 말과 음료를 담았던 병 3개 중 2개에 바늘구멍이 뚫려 있었던 점 등을 중시,누군가 유해 성분을 주입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전씨의 사인규명을 위해 탐문수사를 벌이던 중 지난 5일과 9일에도 70대 노인 4명이 달성공원에서 벤치에 놓인 같은 종류의 음료를 마신 뒤 복통 등 식중독과 장염 증세를 일으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경찰은 공원에서 발생한 연이은 사건들이 불특정인을 겨냥한 무차별적 위해행위일 수도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서울광장 대기오염 기준 초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의 대기 오염도가 시 환경기준치(70ppb)를 넘는 80.1ppb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를 놓고 환경단체와 서울시가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24∼25일 이틀동안 자동차 통행량 등 비슷한 조건의 서울광장과 광화문 ‘시민 열린마당’ 주변 3곳을 대상으로 대기오염도를 나타내는 이산화질소의 양을 동시 측정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나무가 심어진 광화문 광장의 대기오염도는 64.1ppb(10억분률)로 서울광장보다 20ppb 이상 낮았다. 조사결과 서울광장 부근인 시청본관 옆과 프라자호텔 앞 신호기,시청역 5번 출구에서 잰 이산화질소 수치는 각각 73.9ppb,85.4ppb,81.2ppb로 모두 시 환경기준치 70ppb를 넘었다. 반면 나무가 있는 광화문 광장 부근 한국일보 앞과 광화문 지하보도 입구 옆의 경우 이산화질소 수치가 64.1ppb로 서울광장보다 최대 21ppb 낮았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이현정 간사는 “나무의 존재 유무에 따라 이산화질소 수치가 큰 차이가 나는 만큼 시는 서울광장 둘레에 대기오염에 강한 느티나무 등의 수목을 심어 자동차로부터 더 안전하고 쾌적한 광장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시 최임광 총무과장은 “나무를 심을 경우 노숙자 증가 등으로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데다 관리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또 “나무를 심으면 벤치 등 편의시설도 만들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구정 이삭]

    서울 서초구 우면사회복지관은 청소와 세탁,아기돌보기,간병 등 가사도우미를 필요로 하는 가정에 도우미를 무료로 알선한다.하루 전 전화로 신청해야 한다.(02)577-6321. 서울 중랑구 원광장애인종합복지관은 7일(화)까지 여성장애인중창단에 참여할 20∼40대 여성장애인 12명을 모집한다.(02)438-2690. 서울 서대문구 보건소는 8일(수) 오후 2∼4시 천연동 분회경로당에서 무료순회진료를 실시한다.대상은 내과 진찰을 비롯,혈압·혈당·간이치매검사,건강상담 등이다.(02)330-1823. 서울 서대문구 보건소는 8일(수) 오후 2시 6층 보건교육실에서 폐경기 여성의 건강관리에 대한 ‘내 인생의 제2막’을 무료 강연한다.(02)330-1821∼2. 서울 광진구는 9일(목) 오전 9시 구청 대강당에서 전립선질환 무료검진 및 건강강좌를 개최한다.(02)450-1596. 서울 도봉구 상공회는 9일(목) 오후 2시 구민회관 2층 소회의실에서 ‘중소기업이 알아야 할 회계·세법 실무 설명회’를 개최한다.80명 선착순 접수.(02)902-3956 경기 안산시 단원보건소는 23일(목)까지 안산시민을 대상으로 2004년 ‘우리아기 모유사랑’ 사진공모전을 실시한다.모유수유를 하는 순간이 담긴 내용이면 된다.(031)481-3512. 서울시는 30일(목)까지 홈페이지(www.seoul.go.kr)를 통해 서울시 인터넷방송의 애칭을 공모한다.내외국인 모두 참여할 수 있으며 당선자에게는 상금·문화상품권 등을 제공한다. 서울 도봉구는 10일(금)까지 2004년 도봉문화교양강좌 지도강사를 모집한다.모집분야는 만돌린,바둑,풍선아트,어린이셈교실,어린이동화책읽기,어린이만화교실,어린이발표력교실,선물포장,유아찰흙교실,유아미술심리 등 10개 분야.(02)2289-1414. 경기 시흥여성인력개발센터는 15일(수)까지 ‘경리회계실무’ 무료직업훈련생을 모집한다.교육비는 무료.(031)313-0473∼4. 인천시 근로자문화센터는 오는 10∼25일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실 참가신청을 받는다.강의는 오는 10월3일부터 12월19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문화센터에서 진행된다.한글 기본 자모에서 말하기,듣기,쓰기,의사표현 등을 배울 수 있다.모집인원은 30명.무료.(032)440-6638. 부천시는 오는 13일까지 올해 4단계 공공근로사업 참가자를 모집한다.기간은 10월4일부터 12월25일까지이며,16∼80세 실업자나 노숙자,정기소득이 없는 일용직 근로자면 신청할 수 있다.거주지 동사무소에 신청서와 의료보험증 등을 제출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032)320-3129. 인천 여성문화회관은 오는 18일 경기도 성남의 농장에서 열릴 예정인 고구마 캐기와 들꽃 강의,풀물 염색행사 참가 신청을 받는다.6세 이상 40명을 뽑는다.참가비는 1인당 2만원.또 성인을 대상으로 건강기공체조와 컴퓨터 기초반 참가자를 이달 말까지 모집한다.강의는 10월4일부터 12월말까지 매주 두 차례 이뤄지며,각 반은 20명씩이다.등록비 1만원,교육비 2만원.(032)511-3141.
  • 전업미술가 축제 한마당 ‘2004 KPAM’

    전업미술가 축제 한마당 ‘2004 KPAM’

    전업미술가들의 작품세계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미술제가 열린다.9월2일부터 7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2004 KPAM(Korea Professional Art Mall)미술제’.사단법인 한국전업미술가협회(이사장 김춘옥)가 주최하고 문화관광부와 서울문화재단,(주)미술세계가 후원하는 이 행사는 개인전에 아트페어 개념을 도입한 전업미술가들의 자생적인 견본미술제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KPAM미술제는 보행자 전용 상점가 혹은 쇼핑센터 등을 의미하는 ‘몰(mall)’이란 이름이 암시하듯,작품 전시 못지않게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전시는 김춘옥·노숙자·이경희·이미연·이유진·이정자·최윤정 등 60명의 작가가 참가하는 개인전을 주축으로 원로작가 초대전,예술가의 시계전,작은 그림마당,생활문화 상품전 등 다채로운 코너로 꾸며진다. 10만원대 2호 크기의 소품에서부터 대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열린 미술의 장’을 지향하는 KPAM미술제는 상업 전시이기에 앞서 ‘공공적인’ 성격도 강한 만큼 작품 값은 다른 아트페어에 비해 저렴하고 합리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술제의 커미셔너 역할을 맡은 김춘옥 전업미술가협회 이사장은 “KPAM미술제는 창조적인 열정이 충만함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발표 공간을 갖지 못하는 순수 전업미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데 일차적인 목표가 있다.”며 “전시의 완성도를 높이고 ‘대중친화적인’ 미술시장으로 가꿔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전업미술가협회는 이번 미술제에 맞춰 협회 회원들의 현황과 작품세계를 한 눈에 보여주는 800여쪽의 방대한 백서 ‘한국의 전업미술가’를 발간,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02)732-9820.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안전시설 안갖춘 지하철公 책임”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부장 최동식)는 18일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노숙자에게 떠밀리는 바람에 전동차에 치여 사망한 주부 안모(당시 41세)씨의 유가족이 서울시지하철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지하철공사의 책임을 인정,“2억 2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안전선,진입경보,안내방송만으로 승강장 혼잡이나 제3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추락 위험을 100% 방지할 수 없다.”면서 “스크린도어가 많은 비용이 든다면 안전펜스는 역당 5000만원 정도면 설치할 수 있는데 최소한 안전펜스 등이 설치되지 않은 이상 사고가 난 회현역은 하자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지하철역에서 해마다 수십건의 승강장 추락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다른 교통수단보다도 지하철을 관리,운영하는 지하철공사에 승객을 보호해야 할 고도의 주의 의무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안씨의 유가족은 안씨가 지난해 6월 서울 지하철 4호선 회현역에서 노숙자 이모(50)씨에게 떠밀려 철로로 떨어지면서 진입하던 전동차에 치여 사망하자 같은해 8월 서울시지하철공사 등을 상대로 3억 9700여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메트로 탐방] 우리署명물-박영전 경사

    “언제 누가 수배대상이 될지 모르니 항상 노숙자들의 인상착의와 주민등록번호를 외우고 다닙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태평로지구대 박영전(41)경사는 관내 노숙자들 사이에서 ‘족집게’로 통한다.노숙자 가운데 기소중지자만 기가 막히게 골라내 검거하기 때문.박 경사는 “노숙자들은 주거가 일정치 않아 재판 중에도 법원에 출두하지 않는 등 폭력행위같이 경미한 범죄에도 기소중지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 경사가 기소중지 노숙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2년 7월 관내에 상주 노숙자가 많았던 당시 ‘서울역 역전 파출소’에 발령을 받으면서부터.그는 파출소에서 행패를 부려도 웬만하면 그냥 내보내던 노숙자 가운데 상당수가 기소중지자임을 알게 되면서 적극 검거에 나서기 시작했다. 현재 박 경사가 보유하고 있는 노숙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는 600개 남짓.절반 정도는 인적사항과 인상착의까지 기억한다.그는 밤샘근무를 하고 교대한 날도 오전에만 휴식을 취하고는 다시 기소중지자들을 찾아다닌다.그는 “지금까지 잡은 기소중지 노숙자 가운데 80%는 비번 날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경사가 지난해 검거한 기소중지자는 328명.이 가운데 노숙자가 181명이다.그는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3월 경장에서 경사로 1계급 특진했다. 하지만 박 경사라고 꼭 노숙자들을 단속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오다가다 얼굴을 익힌 노숙자들에게는 술과 담배를 사주기도 하고 순찰을 하다가도 함께 주저앉아 이런저런 인생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지난달에는 벌금 42만원 가운데 35만원밖에 마련하지 못해 난감해하는 노숙자에게 선뜻 나머지 금액을 내주기도 했다.박 경사는 “노숙자와 경찰 사이지만 서로 정이 많이 들어 ‘이왕 잡힐 거면 형님에게 잡히겠다.’면서 제발로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박 경사의 목표는 앞으로 2년동안 1000명의 기소중지자를 검거하는 것.그는 “나중에 아이들이 ‘아빠가 이 분야에서는 최고’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메트로 탐방] 한마디-조길형 서장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자기 분야가 아니더라도 달려들어 해결할 수 있는 만능경찰이 필요합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조길형(42)서장은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업무특성상 경찰은 부서별로 나눠진 기능에 관계없이 사건과 상황 중심으로 유연성 있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조 서장은 “집회·시위 등 경비나 경호 상황이 많은 우리 직원들이 이미 많은 경험을 축적해 긴급상황에서 누구보다 기동성있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체제가 가동되고 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경찰력 운용에 유연성을 주장하는 조 서장도 업무에 임하는 태도에 있어서만큼은 ‘FM’을 강조한다.조 서장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시행하는 것도 좋지만 잘못하면 전시용으로 전락한다.”면서 “그보다는 경찰의 기본적인 임무,그 본연의 역할을 최대한 완수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정말 스타 경찰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그래서 조 서장은 관내에 빈번한 집회·시위상황에서 항상 원칙대로 사진과 비디오 촬영 등 엄격히 채증할 것을 지시한다.시간이 걸리더라도 불법행위는 꼭 짚고 넘어가야 올바른 시위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조 서장은 “신고 및 미신고 집회를 떠나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과도한 행위가 있다면 적발하는 것은 당연한 경찰의 의무”라면서 “그렇게 하면 행사를 갖는 당사자들이 무서워서라도 어떻게든 합법적으로 진행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조 서장은 지난달 9일 남대문서에 부임했다.이전에도 청량리서와 수원 남부서에 근무하는 등 유난히 역과 인연이 깊다.그래서 역 근처에 머무는 노숙자들의 문제행위도 더욱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현재 남대문서 관내의 노숙자는 160명 정도로 이 가운데 절반인 80명 정도가 서울역에서 생활하고 있다. 조 서장은 “노숙자들이 정복입은 경찰에게 함부로 시비를 걸 정도로 공권력을 우습게 보지만,이를 제어할 수 있는 법률이 마땅치 않다.”면서 “취객이나 노숙자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경찰력이 낭비되는 만큼 사소한 행패라도 엄격히 처벌할 수 있는 적절한 법적 근거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세비 6만원씩 사회공헌기금으로”

    ‘티끌모아 태산,세비 1% 기부’ 쓸 곳에 비해 세비가 부족하다는 의원들이 적지않은 가운데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임기 동안 세비 일부를 사회공헌 기금으로 내기로 해 화제다. 사회 지도층의 책임의식인 ‘노블리제 오블리주’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같은 움직임이 윤리정치를 바라는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정치인상(像) 정립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열린우리당 사회공헌 추진단장인 장향숙 의원은 29일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봉사와 나눔문화 확산에 정치인들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차원에서 세비 1%를 사회공헌 기금으로 적립하는 운동을 중앙당 차원에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4·15 총선당시 사회공헌 추진단이 발족한 이래 이같은 나눔운동에 동참의사를 밝힌 우리당 의원들은 현재 100명에 이른다. 문희상 천정배 김근태 김덕규 이계안 이미경 김맹곤 조배숙 이강래 선병렬 김원웅 노웅래 김형주 안영근 문학진 이원영 홍미영 의원 등이다. 다달이 CMS 자동이체방식으로 모으기로 한 1%의 세비는 6만원으로 정해졌다.당초 월급명세서에 나오는 총수령액 (800여만원)을 기준으로 1%인 8만원을 모으기로 했으나 “우리도 손벌리는 데가 많아서 어렵다.”며 하소연하는 의원들이 적지않아 실수령액(600여만원) 기준으로 조정했다.100명이 참여할 경우,다달이 600만원씩 연간 7200만원이 적립된다. 우리당은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는 나머지 의원들은 물론 일반당원들의 참여도 유도한 뒤,현 사회공헌 추진단을 오는 8월 말 ‘나눔과 공헌 운동본부’로 확대개편,발대식을 갖고 9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기금은 ▲문맹여성 교육▲장애인 자립지원▲노인·부랑자시설▲노숙자쉼터,열린청소년 쉼터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된다.구체적인 기금운영 및 관리는 ‘아름다운 재단’ 등 기부금 전문관리기관에 맡기는 방안이 유력하다.장 의원은 “당원들도 자기 시간의 1% 등을 불우한 이웃을 돕는데 쓰겠다는 등 봉사와 나눔이라는 사회풍토 조성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동참을 권유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무농약토마토 불우이웃 기증

    “토마토로 영양보충 하시고 힘내세요.” 서대문구(구청장 현동훈)가 직접 키운 토마토를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어 화제다. 이번에 나눠준 토마토는 구가 운영하는 연희3동 안산 자연학습장에서 지난 5월부터 수경재배한 무농약 토마토로,10상자 60㎏이다. 토마토는 홍제동 구세군 주간보호센터와 충정로 오뚜기 노숙자쉼터 등에 전달됐다.구는 지난 5월에는 상추를,작년에는 김장용 배추 등을 서대문종합복지관 등에 전달해 호평을 받았다.현 구청장은 “전달되는 양이 많지는 않지만 앞으로도 재배되는 야채나 과일을 지속적으로 나눠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안산사동에 빈센트의원 극빈자·노숙자 무료병원

    경기도 안산시에 극빈자·노숙자·행려자·미등록 외국인근로자 등 의료보호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환자들을 위한 무료병원이 문을 열었다. 재단법인 ‘성빈센트 드뽈 자비의 수녀회 유지재단(이사장 박성목)’은 안산시 상록구 사동에 안산 빈센트의원을 개설했다고 13일 밝혔다.빈센트의원은 지하 1층,지상 2층,연면적 251평 규모로 5개의 진료실·물리치료실·방사선실·약국 등이 마련됐으며 일반외과 전문의 1명과 간호사·방사선기사 등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각 분야 전문의가 이미 10여명에 달하고 추가로 20여명이 동참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내과·소아과·신경정신과·정형외과·치과·산부인과·방사선과·이비인후과·한방·재활치료 등 14개 과목을 요일별로 진료할 예정이다. 빈센트의원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극빈층 환자나 외국인 노동자 등을 위해 일반 병원이 문을 닫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진료를 실시한다.또 평일은 화∼금요일 오후 1∼5시의 주간진료와 오후 7∼9시의 야간진료를 실시하며 야간진료 환자에게는 식사도 제공한다. 진료대상은 극빈자·노숙자·행려자뿐만 아니라 경제사범으로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미등록된 외국인 근로자,사회복지시설 보호환자와 동장,신부 등이 추천한 환자 등이다. 빈센트의원은 환자로부터 진료비·검사료·투약료 등을 한푼도 받지 않으며 의료보험청구도 하지 않는 등 예산을 모두 자체 후원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병원측은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환자들을 형제적 사랑으로 돌보기 위해 설립된 무료 복지의원”이라며 “각 과별로 의사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하기 때문에 진료과목이 요일별로 탄력적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031)407-9780. 안산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덕수궁 지하보도 관리원 조을갑씨

    덕수궁 지하보도에서 하룻밤을 보낸 노숙자에게 조을갑(57)씨는 꽤나 부담스러운 존재다.아침 단잠의 여부가 그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조씨의 직업은 지하보도 관리원.지난 1989년 5월부터 중구청 소속 상용직으로 지하차도와 보도를 청소하고 관리해왔다. 덕수궁 지하보도에 온 지는 1년이 조금 넘었다.지하보도 관리는 원래 여자가 맡았는데 IMF체제 이후 노숙자들이 증가하자 남자로 교체됐다. “노숙자 20여명이 날마다 여기서 잠을 청합니다.깨우면 ‘나도 국민이기 때문에 권리가 있다.’면서 버티기도 하는데 인간적으로 안됐다는 생각도 들죠.하지만 저도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정 안되면 경찰을 부릅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로 마감되는 조씨의 일과는 노숙자들을 깨우는 것으로 시작된다.그들이 빠져나간 공간에는 밤새 잠자리로 쓰인 박스가 2m가량 흔적으로 쌓인다.추위로 노숙자가 더 몰리는 겨울에는 박스의 높이가 몇 미터를 훌쩍 뛰어넘는다.조씨는 매일 아침 박스를 수집해 수거인에게 넘긴다. “노숙자들은 이 일대 상가나 폐지 수합장에서 박스를 가져와요.노숙자들도 자는 위치가 정해져 있어서 처음 온 사람에게는 텃세도 부립니다.술에 취해 서로 싸우기도 하고요.” 덕수궁 지하차도는 다른 곳에 비하면 노숙자가 많지 않은 편이다.서울역 지하도 등에는 교회나 일부 사회봉사단체에서 정기적으로 식사를 제공하기 때문에 장기 체류자까지 있다.하지만 덕수궁 지하차도는 조용하고 깨끗하며 상대적으로 노숙자의 수가 적은 장점이 있다. 게다가 이곳은 시청이나 의회 등과 가까워 청결상태에 특별하게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한 노숙자는 “해가 떨어지면 딱히 할 일이 없어 일찍 자리를 펴고 잠을 청한다.”면서 “덕수궁 지하차도는 보행자가 적어 좋다.”고 말했다. 조씨는 바닥이 어는 겨울을 빼고 거의 매일 물청소를 한다.매일 아침이면 노숙자들이 먹다 남긴 음식물이나 오물로 바닥이 심하게 어지럽혀져 있다.더군다나 휴일로 일요일을 하루 건너뛰면 월요일 아침에는 일이 배가 된다. “겨울에는 노숙자들이 종이를 모아 불을 피우기도 하는데 행여 대형 사고로 이어질까 겁나요.아침에 그을음이 남은 것을 보면 밤새 불을 피웠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시청 앞에 광장이 들어선 뒤 노숙자들은 데이트족에게 구걸하기 시작했다.말하자면 시가 이들에게 생업을 위한 활동무대를 제공한 셈이다. “하루만 쉬어도 쓰레기가 많이 쌓이는데 인력을 줄인다니 걱정입니다.요새 경기가 좋지 않아 노숙자들의 숫자가 더 늘었어요.” 7월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가 격일제 근무를 하게 된 조씨의 걱정이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덕수궁 지하보도 관리원 조을갑씨

    덕수궁 지하보도 관리원 조을갑씨

    덕수궁 지하보도에서 하룻밤을 보낸 노숙자에게 조을갑(57)씨는 꽤나 부담스러운 존재다.아침 단잠의 여부가 그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조씨의 직업은 지하보도 관리원.지난 1989년 5월부터 중구청 소속 상용직으로 지하차도와 보도를 청소하고 관리해왔다. 덕수궁 지하보도에 온 지는 1년이 조금 넘었다.지하보도 관리는 원래 여자가 맡았는데 IMF체제 이후 노숙자들이 증가하자 남자로 교체됐다. “노숙자 20여명이 날마다 여기서 잠을 청합니다.깨우면 ‘나도 국민이기 때문에 권리가 있다.’면서 버티기도 하는데 인간적으로 안됐다는 생각도 들죠.하지만 저도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정 안되면 경찰을 부릅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로 마감되는 조씨의 일과는 노숙자들을 깨우는 것으로 시작된다.그들이 빠져나간 공간에는 밤새 잠자리로 쓰인 박스가 2m가량 흔적으로 쌓인다.추위로 노숙자가 더 몰리는 겨울에는 박스의 높이가 몇 미터를 훌쩍 뛰어넘는다.조씨는 매일 아침 박스를 수집해 수거인에게 넘긴다. “노숙자들은 이 일대 상가나 폐지 수합장에서 박스를 가져와요.노숙자들도 자는 위치가 정해져 있어서 처음 온 사람에게는 텃세도 부립니다.술에 취해 서로 싸우기도 하고요.” 덕수궁 지하차도는 다른 곳에 비하면 노숙자가 많지 않은 편이다.서울역 지하도 등에는 교회나 일부 사회봉사단체에서 정기적으로 식사를 제공하기 때문에 장기 체류자까지 있다.하지만 덕수궁 지하차도는 조용하고 깨끗하며 상대적으로 노숙자의 수가 적은 장점이 있다. 게다가 이곳은 시청이나 의회 등과 가까워 청결상태에 특별하게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한 노숙자는 “해가 떨어지면 딱히 할 일이 없어 일찍 자리를 펴고 잠을 청한다.”면서 “덕수궁 지하차도는 보행자가 적어 좋다.”고 말했다. 조씨는 바닥이 어는 겨울을 빼고 거의 매일 물청소를 한다.매일 아침이면 노숙자들이 먹다 남긴 음식물이나 오물로 바닥이 심하게 어지럽혀져 있다.더군다나 휴일로 일요일을 하루 건너뛰면 월요일 아침에는 일이 배가 된다. “겨울에는 노숙자들이 종이를 모아 불을 피우기도 하는데 행여 대형 사고로 이어질까 겁나요.아침에 그을음이 남은 것을 보면 밤새 불을 피웠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시청 앞에 광장이 들어선 뒤 노숙자들은 데이트족에게 구걸하기 시작했다.말하자면 시가 이들에게 생업을 위한 활동무대를 제공한 셈이다. “하루만 쉬어도 쓰레기가 많이 쌓이는데 인력을 줄인다니 걱정입니다.요새 경기가 좋지 않아 노숙자들의 숫자가 더 늘었어요.” 7월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가 격일제 근무를 하게 된 조씨의 걱정이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우리署명물] 강력1반 유종수 경장

    [우리署명물] 강력1반 유종수 경장

    “강도,절도범은 내 손안에 있소이다.” 서울 수서경찰서 강력1반 유종수(28) 경장은 아직 새 계급장이 실감나지 않는 듯 멋쩍게 웃었다. 유 경장은 지난 2월17일부터 실시한 경찰청의 ‘전국 민생치안 100일 작전’에서 서울지역 강·절도 검거건수 1위를 기록,지난 22일 순경에서 1계급 특진했다.그는 “주변의 도움으로 뜻하지 않게 많은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진은 근성과 끈기의 결과였다.지난달 9일 발생한 강도·살인미수 사건을 밤샘 잠복과 탐문 수사 끝에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가출한 부인과 불륜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20대 노숙자를 고용해 가스총과 체인으로 전 직장동료를 살해하려던 60대 남성을 8일 만에 붙잡았다. 경찰에 입문한 이유를 묻자 유 경장은 “지금은 인상만 써도 사람들이 겁먹을 정도로 건장하지만,어렸을 때는 몸이 약하고 비실비실해 놀림을 많이 받았다.”면서 “그때 누구든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피해를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 경찰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털어놨다. 유 경장에게 아직도 가슴 아리게 남는 것은 2002년 1월 송파구 모 아파트에서 40대 가장이 부인과 자식 등 일가족 4명을 살해한 사건이라고 했다. 부인이 외도를 하는 데다 의붓딸과 짜고 자신을 파렴치한으로 몰아붙이자 홧김에 둔기로 머리를 때려 숨지게 했다.이어 “나같이 세상을 험하게 살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옆방에서 잠자던 초등학생 자녀 2명까지 살해했다. 비정의 40대 가장은 사건 직후 인적이 드문 경기 분당 모처에서 자살을 기도했으나,119구조대에 구조된 뒤 신원확인 작업 끝에 경찰에 붙잡혔다. 유 경장은 “처음으로 부검에 참관해 4명을 모두 지켜봤다.”면서 “시체를 보면서 말로 할 수 없는 참혹함을 느꼈고,‘이제 정말 형사생활을 시작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그는 “나중에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사형이 집행된 것을 알았다.”고 씁쓸해했다. 아는 선배의 소개로 1년 교제 끝에 지난 2월 결혼한 부인 역시 경찰관으로,서울 종로경찰서 여경기동대에서 근무한다.유 경장은 “100일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집에서는 잠만 자고 나오거나,혼자 밥먹게 한 날이 많았다.”면서 “같은 경찰관으로 어려운 사정을 이해해 주는 집사람이 너무 고맙다.”고 환하게 웃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
  • [우리署명물] 강력1반 유종수 경장

    “강도,절도범은 내 손안에 있소이다.” 서울 수서경찰서 강력1반 유종수(28) 경장은 아직 새 계급장이 실감나지 않는 듯 멋쩍게 웃었다. 유 경장은 지난 2월17일부터 실시한 경찰청의 ‘전국 민생치안 100일 작전’에서 서울지역 강·절도 검거건수 1위를 기록,지난 22일 순경에서 1계급 특진했다.그는 “주변의 도움으로 뜻하지 않게 많은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진은 근성과 끈기의 결과였다.지난달 9일 발생한 강도·살인미수 사건을 밤샘 잠복과 탐문 수사 끝에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가출한 부인과 불륜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20대 노숙자를 고용해 가스총과 체인으로 전 직장동료를 살해하려던 60대 남성을 8일 만에 붙잡았다. 경찰에 입문한 이유를 묻자 유 경장은 “지금은 인상만 써도 사람들이 겁먹을 정도로 건장하지만,어렸을 때는 몸이 약하고 비실비실해 놀림을 많이 받았다.”면서 “그때 누구든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피해를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 경찰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털어놨다. 유 경장에게 아직도 가슴 아리게 남는 것은 2002년 1월 송파구 모 아파트에서 40대 가장이 부인과 자식 등 일가족 4명을 살해한 사건이라고 했다. 부인이 외도를 하는 데다 의붓딸과 짜고 자신을 파렴치한으로 몰아붙이자 홧김에 둔기로 머리를 때려 숨지게 했다.이어 “나같이 세상을 험하게 살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옆방에서 잠자던 초등학생 자녀 2명까지 살해했다. 비정의 40대 가장은 사건 직후 인적이 드문 경기 분당 모처에서 자살을 기도했으나,119구조대에 구조된 뒤 신원확인 작업 끝에 경찰에 붙잡혔다. 유 경장은 “처음으로 부검에 참관해 4명을 모두 지켜봤다.”면서 “시체를 보면서 말로 할 수 없는 참혹함을 느꼈고,‘이제 정말 형사생활을 시작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그는 “나중에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사형이 집행된 것을 알았다.”고 씁쓸해했다. 아는 선배의 소개로 1년 교제 끝에 지난 2월 결혼한 부인 역시 경찰관으로,서울 종로경찰서 여경기동대에서 근무한다.유 경장은 “100일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집에서는 잠만 자고 나오거나,혼자 밥먹게 한 날이 많았다.”면서 “같은 경찰관으로 어려운 사정을 이해해 주는 집사람이 너무 고맙다.”고 환하게 웃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
  • [메트로 의회]‘민원 중매’ 기초의회

    “의원님,노숙자 때문에 이사를 가고 싶을 정도예요.대책은 없나요?” 지방자치 활성화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기초의회들이 개인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인터넷 사이트를 보강하는 등 전열 정비에 나서자 골치 아픈 민원들이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집행부 등 다른 곳에서 다뤄야 할 부문들로,관할 부서에 알려야 하는 등 골치가 아프지만 대의기관으로서 주민들의 접촉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바람직한 추세로 받아들여진다. ●사이버 테러,어떡하나요? 서울 중랑구의회(의장 성백진)에는 최근 뜻밖의 민원이 들어왔다.‘망우1동 신설전철역명 결정에 관한 진정서’가 바로 그것이다.전 영란여자정보산업고 동창회장의 이름으로 올라왔다. 최근 지하철 연장노선인 송곡역의 이름이 특정 학교를 본따 지어진 것이어서 불만이라는 내용이었다.이 문제는 지난 달 중순부터 불거지기 시작하더니 구의회 게시판에 하루 10여건씩 항의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4일 진정서를 통해 L씨는 “지하철 인근에 8개 학교가 있는데 한 학교 이름을 따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실례로 서대문구 신촌엔 많은 대학이 있지만 지하철역에는 학교명이 쓰이지 않고 있다.”고 말해 의회 사무국 관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또 지하철 역명은 서울시 소관인데,그렇다고 “우리와는 관계가 없으니 시에 알아보라.”고 하는 것은 주민대표 기관의 태도가 아니어서 고민이다. ●대타 역할 “아,바쁘다” 주민들이 불편하다거나 개선을 요구해올 경우 설령 집행부에서 답변할 일이라도 물리치기는 쉽잖다.따라서 구청을 연결,대책을 설명하도록 각 기초의회는 ‘중매’를 해주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회(의장 안주영)에는 노숙자와 관련한 민원으로 한때 곤욕 아닌 곤욕을 치렀다.영등포동 K(여)씨는 “영등포역을 이용해 출퇴근할 때 역 입구 길 바닥에 누워 있거나,술 마시고 싸움을 벌이는 노숙자가 많아 무섭기도 하다.”면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실태를 알고 있는지와 대책은 어떤 것인지를 물어왔다. 구의회 사무국은 부랴부랴 영등포구에 문의한 끝에 “이러한 현실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지적한 내용을 영등포구청장에게 이첩,통보해 지속적인 단속 및 노숙자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도록 요구했다.”고 답변을 줬다.이어 영등포구는 구청장 명의로 “시설에 입소해도 금방 뛰쳐나오는 노숙자가 많아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하루 2회 이상 현장점검과 경찰,사회단체 등과 협조,계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으로 겨우 진화했다. ●“저,사실은” 애써 친절 서울 구로구의회(의장 최재무)는 시민의 건의에 의장이 직접 답변을 내놓았다.구로구에 사는 또 다른 K씨는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시내에서 잘 사는 지역이라는 곳의 의회에서 재산세율 인하를 잇달아 결정했다.”면서 “살림살이가 하위권인 우리 지역이 주민들을 위해 세율감면 조례를 만들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2억∼3억원짜리 아파트 재산세가 예로 든 지역의 7억∼8억짜리보다 재산세를 더 낸다는 것은 억울하다고 예까지 들었다. 구로구의회는 최 의장의 명의로 즉각 답변을 해줬다.정부의 재산세율 조정에 앞서 서울시 전산정보관리소가 지난 4월 실시한 ‘세 부담 시뮬레이션’의 결과를 보여주며 설득전을 폈다. 시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구로구 공동주택의 세액 증가율이 12.11%로,서울시 공동주택 인상률 43.1%에 크게 못미친다는 점을 우선 강조했다.또 50% 이상 인상되는 공동주택 수도 2217가구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려 이해를 도왔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메트로 의회]‘민원 중매’ 기초의회

    [메트로 의회]‘민원 중매’ 기초의회

    “의원님,노숙자 때문에 이사를 가고 싶을 정도예요.대책은 없나요?” 지방자치 활성화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기초의회들이 개인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인터넷 사이트를 보강하는 등 전열 정비에 나서자 골치 아픈 민원들이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집행부 등 다른 곳에서 다뤄야 할 부문들로,관할 부서에 알려야 하는 등 골치가 아프지만 대의기관으로서 주민들의 접촉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바람직한 추세로 받아들여진다. ●사이버 테러,어떡하나요? 서울 중랑구의회(의장 성백진)에는 최근 뜻밖의 민원이 들어왔다.‘망우1동 신설전철역명 결정에 관한 진정서’가 바로 그것이다.전 영란여자정보산업고 동창회장의 이름으로 올라왔다. 최근 지하철 연장노선인 송곡역의 이름이 특정 학교를 본따 지어진 것이어서 불만이라는 내용이었다.이 문제는 지난 달 중순부터 불거지기 시작하더니 구의회 게시판에 하루 10여건씩 항의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4일 진정서를 통해 L씨는 “지하철 인근에 8개 학교가 있는데 한 학교 이름을 따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실례로 서대문구 신촌엔 많은 대학이 있지만 지하철역에는 학교명이 쓰이지 않고 있다.”고 말해 의회 사무국 관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또 지하철 역명은 서울시 소관인데,그렇다고 “우리와는 관계가 없으니 시에 알아보라.”고 하는 것은 주민대표 기관의 태도가 아니어서 고민이다. ●대타 역할 “아,바쁘다” 주민들이 불편하다거나 개선을 요구해올 경우 설령 집행부에서 답변할 일이라도 물리치기는 쉽잖다.따라서 구청을 연결,대책을 설명하도록 각 기초의회는 ‘중매’를 해주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회(의장 안주영)에는 노숙자와 관련한 민원으로 한때 곤욕 아닌 곤욕을 치렀다.영등포동 K(여)씨는 “영등포역을 이용해 출퇴근할 때 역 입구 길 바닥에 누워 있거나,술 마시고 싸움을 벌이는 노숙자가 많아 무섭기도 하다.”면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실태를 알고 있는지와 대책은 어떤 것인지를 물어왔다. 구의회 사무국은 부랴부랴 영등포구에 문의한 끝에 “이러한 현실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지적한 내용을 영등포구청장에게 이첩,통보해 지속적인 단속 및 노숙자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도록 요구했다.”고 답변을 줬다.이어 영등포구는 구청장 명의로 “시설에 입소해도 금방 뛰쳐나오는 노숙자가 많아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하루 2회 이상 현장점검과 경찰,사회단체 등과 협조,계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으로 겨우 진화했다. ●“저,사실은” 애써 친절 서울 구로구의회(의장 최재무)는 시민의 건의에 의장이 직접 답변을 내놓았다.구로구에 사는 또 다른 K씨는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시내에서 잘 사는 지역이라는 곳의 의회에서 재산세율 인하를 잇달아 결정했다.”면서 “살림살이가 하위권인 우리 지역이 주민들을 위해 세율감면 조례를 만들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2억∼3억원짜리 아파트 재산세가 예로 든 지역의 7억∼8억짜리보다 재산세를 더 낸다는 것은 억울하다고 예까지 들었다. 구로구의회는 최 의장의 명의로 즉각 답변을 해줬다.정부의 재산세율 조정에 앞서 서울시 전산정보관리소가 지난 4월 실시한 ‘세 부담 시뮬레이션’의 결과를 보여주며 설득전을 폈다. 시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구로구 공동주택의 세액 증가율이 12.11%로,서울시 공동주택 인상률 43.1%에 크게 못미친다는 점을 우선 강조했다.또 50% 이상 인상되는 공동주택 수도 2217가구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려 이해를 도왔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기발한 추리소설 3選 지적호기심과 재미 한꺼번에

    ‘추리 소설도 달라야 산다?’ 최근 소재나 상상력 등에서 독특하고 기발한 추리소설이 잇따라 선보여 눈길을 끈다.이 작품들은 그냥 배배 꼬인 이야기나 사건을 추적하는 게 아니라 100년전 죽은 사상가이자 혁명가인 칼 마르크스,불후의 명작 ‘신곡’을 남긴 단테,가톨릭의 교파 등에 현대적 의미를 부여하거나 새롭게 해석해 되살려 낸다.흥미진진한 사건 전개의 틀 속에 그들의 사상과 작품 등 인문학적 교양을 보태는 이들 작품은 앞으로 소설이 나아갈 길의 한 갈래를 예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가운데 ‘자본론 범죄’(생각의나무 펴냄)는 작가의 역사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저자인 칼 마르크스는 자신과 동명인 사상가 마르크스의 삶을 소설의 모티프로 삼는다.마르크스의 삶을 단순히 연대기적으로 추적하는 게 아니라,그가 현대에 노숙자로 살아 있다는 가정아래 자본주의의 폐단을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작품은 출판사 편집자인 칼 마르크스가 우연히 이탈리아에서 걸인이 떨어뜨린 일기장을 주우면서 시작한다.일기장을 찬찬히 읽던 주인공은 이것이 100년전 사망한 마르크스가 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출판사에 보내며,이 일기를 둘러싸고 의문의 살인사건이 이어지면서 흥미를 더해간다. 특히 사건 중간중간에 마르크스의 일기를 병행하는 액자식 구조의 소설은 일기를 둘러싼 사건과,노숙자로 ‘부활한 마르크스’가 보는 자본주의의 맹점이며 현대의 문제점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게 한다.쓰레기통을 복권에 비유한 두번째 일기인 ‘부랑자 복권 추첨기’는 자본주의를 꼬집는 기지가 돋보인다. 마르크스의 일기도 실제 사실에 저자 특유의 상상력을 가미해 소설의 묘미를 더해준다.자본주의를 타파하자는 고귀한 이상을 강조했지만 현실에서는 하녀를 범해 아이를 낳거나 엥겔스에게 기생하는 추악한 면을 보였다고 상상하는 장면 등이 그 예다. ‘단테 클럽’(황금가지 펴냄)도 추리소설의 외연을 한껏 넓힌 작품.지난해 출간돼 미국 역사추리소설의 붐을 일으켰다. ‘단테클럽’은 미국 문학사의 황금기인 1865년 미국 시인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등이 의기투합해 단테의 ‘신곡’을 번역,소개하기 위해 만든 모임.소설은 이 모임이 실제 겪은 일에다 작가적 상상력의 옷을 입혀 흥미롭게 펼쳐진다.남북전쟁이 끝난 뒤 혼돈에 싸인 사회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단테클럽’이 들여올 유럽문학의 자유주의를 경계하는 미국 문단의 보수주의자들과 신교도 측이 조직적으로 꾸미는 방해 공작과 음모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다른 한편 ‘돈이면 능사’라는 신념을 가진 사업가가 온 몸이 찢긴채 갈고리에 매달리는 등 ‘신곡’ 지옥편의 형벌을 흉내낸 엽기적 살인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궁금증을 더해간다.연쇄사건 등 허구의 세계에다 신·구교간의 갈등,이주 노동자들과 시민들과의 다툼 등 당시의 시대상황을 촘촘히 재현해 소설 읽는 맛을 더해준다. ‘다 빈치 코드’(베텔스만 펴냄)는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에 제격인 장편.지난해 미국에서 700여만부가 팔린 화제작으로 루브르 박물관장 소니에르의 피살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수수께끼 풀듯 풀어진다. 다 빈치의 스케치인 ‘비트루비우스의 인체비례’처럼 원을 그린 뒤 벌거벗고 팔과 다리를 날개처럼 활짝 펴고 죽은 할아버지 소니에르의 시신과 그가 남긴 암호 같은 글을 본 손녀인 프랑스 사법경찰 암호 해독요원 소피 느뵈.그녀가 살해범으로 몰린 하버드 대학 종교 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과 함께 한꺼풀씩 의혹을 풀어간다.‘모나리자’‘최후의 만찬’‘암굴의 성모’에 숨겨진 암호를 풀면서 주인공들은 1099년 결성된 비밀단체 시온 수도회에 얽힌 비밀과 함께 할아버지가 보티첼리,빅토르 위고,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의 뒤를 잇는 시온 수도회 수장이었음을 밝혀낸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사실과 허구,역사와 현재를 절묘하게 조화시키면서 지적 호기심과 대중적 재미를 동시에 안겨준다는 점이다.전문성이 강화된 추리 소설이 인문학적 교양의 바다로 나아가면서 본격 소설과 만날 가능성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황금가지 출판사의 장은수 편집부장은 이들 소설에 대해 “이야기 자체의 재미에 충실하던 추리소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수준높은 교양을 함께 전달한다.”며 “특정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에 이른 저자들이 기존 정보검색으로는 검색할 수 없는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교양소설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여성&남성] 가부장제가 한국남성 수명 줄인다?

    “허울뿐인 가부장 계급장을 떼내면 정말 편해지는 건 남성들이다.” 최재천(50)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나아가 “호주제가 폐지되면 한국 남성들의 사망률부터 떨어질 것”이라고 장담한다.가부장 제도가 한국 남성들에게 가하는 스트레스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한국 중년 남성들의 사망률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부계혈통주의는 생물학의 진실에 역행한다.’는 논리로 호주제 폐지 반대론자들로부터 혹독한 사이버테러를 당하기도 했지만,같은 이유로 2004년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한 생물학자이다. 최 교수가 이번에는 자신이 주창한 ‘호주제의 생물학적 모순’론(論)을 기반으로 호주제가 폐지되고 가부장적 가치관으로부터 자유로워졌을 때 우리 사회의 여성과 남성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예측했다. ‘자연과학 에세이’라고 보아도 좋을 최 교수의 ‘호주제 폐지와 대한민국 남성의 삶-사회생물학적 접근’은 지난 21일 여성부 주최로 열린 ‘호주제의 사회·문화적 영향에 관한 학제적 연구’ 세미나에서 발표됐다.최 교수의 ‘문제 발언’들을 살펴본다. ●부계혈통은 세대 잇기 힘들다 호주제의 근간이 되는 부계혈통주의는 한 마디로 전혀 생물학적이지 못하다. 어쩌다 보니 아들이 필수적인 존재가 됐지만,자연계 어디에도 아들만 고집할 수 있는 생물은 없다.있었더라도 일찌감치 멸종하고 말았을 것이다. 부계혈통주의가 존재할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번식의 주체가 암컷이기 때문이다.암컷이란 자식을 낳는 기능을 한다.수컷은 혼자 힘으로 자식을 낳을 수 없다.반드시 암컷의 몸을 빌려야 번식을 할 수 있다. 포유동물의 거의 전부가 일부일처제의 짝짓기 구조를 갖고 있다.일부일처제는 수컷에게 유리한 제도처럼 보인다.그러나 일부일처제는 성공적인 극소수의 수컷에게만 유리할 뿐 대부분의 수컷들에게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포유류의 경우 암컷은 거의 모두 번식의 기회를 얻지만 수컷은 극히 일부만 암컷과 짝짓기의 기회를 얻는다.모계로 이어지는 혈통은 끊어질 확률이 적지만 부계 혈통은 제도적 뒷받침이 없이는 세대를 거듭하기 어렵다. ●자연계의 족보에는 암컷만 기록한다 자연계에도 족보가 있을까? 가장 보편적인 것은 평균적 개체의 생활사를 정리한 개체군 생명표(life table)를 작성하고 그에 따라 성장률을 측정하는 방법이다.그런데 이 생명표에는 수컷의 수는 기록되지 않는다.개체군의 성장률을 계산하는 데는 암컷의 수만 필요하기 때문이다.수컷의 수가 달라도 암컷의 수가 동일한 두 개체군의 성장률은 기본적으로 같다. 인간 사회의 인구 통계에도 똑 같은 방법이 사용된다.다음 세대의 인구 크기를 예측하기 위해 작성하는 도표에는 여성의 수만 기록한다.다음 세대에 태어날 개체의 수는 그들을 생산하는 암컷(여성)에만 영향을 받을 뿐 수컷(남성)의 수와는 관련이 없다. ●부계혈통을 고집할 생물학적 근거가 없다 17∼18세기 유럽의 생물학자들은 정자 안에 이미 작은 인간이 들어앉아 있다고 주장했다.‘씨’는 이미 남성에 의해 결정되어 있고 이름하여 ‘씨받이’로 간주된 여성은 그저 영양분을 제공하여 씨를 싹 틔우는 밭에 불과하다고 설명하려 했다. 정자 속에 이미 작은 사람이 들어 있다는 이론을 받아들이면 러시아의 전통 인형처럼 그 작은 사람의 정자 속에는 더 작은 사람이 웅크리고 있어야 하고,또 그 사람의 정자 속에는 더 작은 사람이 있어야 하는 식의 무한대의 모순을 범할 수밖에 없다. 그릇된 이념은 과학의 객관성 앞에 무너지게 되어 있다.정자는 수컷의 유전물질을 난자에 전달하고 나면 소임을 다하지만 난자는 암컷의 유전물질은 물론 생명체의 초기 발생에 필요한 온갖 영양분을 갖추고 있다.유전물질만 비교해도 암컷의 기여도가 더 크다. ●대한민국 중년 남성은 파리 목숨이다 세계 어느 나라든 남성의 사망률은 여성의 사망률보다 훨씬 높다.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어느 나라나 남녀의 사망률은 비슷하게 시작하여 20∼30대에 엄청난 차이를 보이다가 40대로 접어들며 비슷해진다.그런데 유일하게 40대로 들어서며 남성의 사망률이 더 치솟는 나라가 있다.대한민국이다.전 세계를 통틀어 우리 40∼50대 남성들의 목숨이 파리 목숨에 가장 가깝다는 객관적인 증거다. 실제로 막강한 가부장적인 권한을 휘두르며 거들먹거리는 남성들은 오늘날 그리 많지 않다.별로 이득도 되지 않는 제도가 여성들에게는 인권침해 수준의 치명적인 피해를 끼치고 있고,동시에 남성들의 평균수명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지 모른다. ●호주제는 노숙자 양산의 주범이다 우리 사회는 국제통화기금(IMF) 시대를 겪으며 엄청나게 많은 노숙자들을 생산했다.가정이란 부부가 함께 꾸려가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으면 어려움을 당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이 달라진다.차마 처자식을 대할 면목이 없다며 혼자 가출을 하는 대신 집으로 돌아가 아내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이다. 외국의 남성들은 대부분 그렇게 한다.하지만 우리나라 남성들은 가부장의 멍에를 어쩌지 못해 그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지려 한다. 본인은 본인대로 노숙자가 되어 건강을 잃을 뿐 아니라 죽음에 이른다.졸지에 가장을 잃은 가정 역시 파괴되고 만다.여성의 세기가 오면 남성도 함께 해방될 것이다.이것이 남성들이 더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여성도 준비되지 않으면 어려움 겪는다 여성시대의 도래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대세이다.그러나 여성시대가 온다는 것이 모든 여성들에게 다 좋은 일만은 아닐 수도 있다.좋건 싫건 앞으로는 여성들도 온갖 사회생활의 고뇌들을 온몸으로 맞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준비되지 않은 남성이 어려움을 겪는 만큼 준비되지 않은 여성이 겪어야 할 어려움도 클 것이다. 정리 서동철기자 dcsu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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