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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가을비/구본영 편집국 부국장

    오랜 가뭄 끝인지라 이른 아침 출근길에 내리는 찬비가 외려 반가웠다. 그런 기분도 잠시. 지하철 역 벤치에서 새우잠을 자는 젊은 노숙인을 보고 마음이 다시 무거워졌다. “염천교 다리 아래로 비는 내리고/내 힘으로 배우고 성공하자는/구인 광고 벽보판에 겨울비는 내리고…” 전철이 서울역에 닿자 떠오른 정호승 시인의 시구다. 청소년들이 작은 봉제 공장에 취직하는 일도 쉽지 않았던 그 시절의 애잔한 정서가 감지된다. 근년 들어 청년 취업난이 심각해졌단다. 대학 졸업 후 해외 연수까지 다녀온 ‘백수’도 부지기수다. 그런가 하면 동남아 산업연수생과 외국인 불법 체류자는 날로 늘어나는 현실이다. 우리네 젊은이들이 백수로 지낼지언정 궂은 일자리는 마다하고 있는 방증일까. 문득 “승리하기 위해선 생각이 육체를 지배하도록 해야 한다. 육체는 항상 포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라는 조지 패튼 장군의 명언이 생각났다. 나부터 힘든 과제보다는 안락한 일을 선호해온 게 아닌가 하고 자문해 봤다. 구본영 편집국 부국장 kby7@seoul.co.kr
  • ‘동네 명소 공원화’ 區·民합작 결실

    ‘동네 명소 공원화’ 區·民합작 결실

    서대문구가 추진하고 있는 내실있고 독특한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서대문구에 따르면 충현동과 홍제3동이 최근 막을 내린 ‘제8회 전국 주민자치박람회’에서 각각 프로그램 분야 우수상과 종합분야 장려상을 수상했다. 전국의 주민자치센터가 내놓은 우수사례 244개 중 유일하게 한 자치구에서 두 개 동이 수상하는 쾌거였다. 앞서 구는 서울시가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한 ‘2008년도 주민자치센터 평가’에서 프로그램 분야 우수구로 선정되며 주민자치센터 운영에 좋은 결실을 맺고 있다. ●주민 발굴 명소·우물공원 조성 단연 돋보이는 프로그램은 마을을 대표하는 자원을 발굴하는 ‘우리동네 보물찾기-테마가 있는 마을 만들기 추진’이다. 생활을 개선하는 동네 가꾸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고유의 자연경관, 전통문화, 역사유적 등 다른 마을과 차별화된 요소를 주민이 직접 찾아내고 가꾸어 나가기 위해 마련한 테마형 프로그램이다. 구는 지난 5월 ‘보물찾기를 통한 참 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 주민 리더 설명회’를 시작으로 꾸준히 발굴 작업에 나섰다. 총 3차의 주민공모를 통해 상반기에는 8개 동 11개 사업을 찾아냈고,‘우리동네 보물찾기 우수사업 계획 선정 심의회’를 열어 6개 동 7개 우수 사업을 정했다. 충현동 ‘우리가 하나되는 참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를 비롯해 ▲북아현동 ‘잊혀진 두께우물 복원’ ▲연희동 ‘연희궁터 옛우물(장희빈 우물) 가꾸기’ ▲홍제3동 ‘홍제천 자연체험학습장을 통한 이웃사랑 실천’ ▲홍은1동 ‘호박골 야생화 동산 조성과 시낭송의 밤’ ▲홍은2동 ‘전통과 미래가 있는 꽃마을 만들기’ 사업 등이다. 구는 이 중 연희동과 북아현동의 우물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해 공원을 만드는 계획으로 발전시키기도 했다. ●소외계층 찾아가는 음악회·기타강습 호응 충현동은 체계적인 자원봉사활동, 지역기관과 네트워크 형성, 주민자치센터 야간 개방, 가족단위 프로그램 운영, 노숙자를 위한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 등의 다채롭고 알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역 자원을 활용하고 이웃에 대한 봉사를 실천하는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한 자원봉사 분야 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역내 소외계층에게 문화를 전달하는 ‘찾아가는 작은 음악회’과 시설에 있는 노숙인을 찾아 인문학과 기타 연주를 가르치는 ‘인문학과 기타연주 강습’이 대표적이다. 찾아가는 작은 음악회는 가족자원봉사자와 주민자치센터 동호회 등이 복지시설을 찾아 음악회를 열고 기부와 나눔을 실천하는 정기적인 활동이다. 서대문구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 활동으로 폭넓은 문화 네트워크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충현동 주민자치위원회는 노숙인들에게 매주 화요일마다 인문학과 기타를 가르치는 자리를 제공한다. 현동훈 구청장은 “지역내 모든 자치센터가 다양한 계층의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누리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민·관·학이 함께 지역문제를 고민하면서 모두가 살기 좋은 지역공동체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취약계층 결핵 감염률 일반인 23배

    오지 주민과 수용시설 입소자 등 취약계층의 결핵발생률이 일반인보다 최대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저소득 가정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의 건강 상태가 부유한 집 청소년들보다 현저히 나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질병관리본부가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최영희(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결핵협회가 취약계층에 대해 실시한 X선 검진 결과 수용시설 입소자 중 결핵환자는 0.7%로 일반인 환자비율 0.03%의 23배에 달했다. 또 오·벽지 주민 5만 2909명 가운데 결핵환자는 0.6%(306명)였으며 노숙인 검진인원 2050명 중 0.5%가 환자로 판명됐다. 이는 각각 일반인의 20배와 17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 교육수준도 결핵 사망률에 영향을 미쳐 35~44세의 경우 전문대졸 이상의 결핵사망률은 1%인 반면 ‘무학’은 49.1%로 49배나 높게 나타났다. 최 의원은 “취약계층의 경우 예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은 물론 일단 걸린 후에도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편 복지위 안홍준(한나라당) 의원이 질병관리본부에서 제출받은 ‘가구풍요도에 따른 청소년 건강격차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아침식사 결식률(일주일간 아침식사는 5일 이상 먹지 않은 사람의 비율)에서 상위계층은 23.5%를 기록한 반면, 하위계층은 32.9%에 달했다. 보고서는 조사 대상 청소년이 소속된 가정의 자동차 보유 대수, 자기방 소유 여부, 가족 여행 횟수, 컴퓨터 보유 대수 등을 기준으로 ‘가구 풍요도’를 환산해 하위계층(0~3점), 중산층(4~5점), 상위계층(6~7점)으로 구분, 건강 수준을 분석했다.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취업하고 빚갚고 가족 만나기까지

    서울시는 노숙인들의 자활 사례집인 ‘희망을 찾은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발간했다고 25일 밝혔다. 시내 노숙인 시설별로 최근 2년간 있었던 자활 우수사례 등을 묶은 이 책자는 노숙인 성공사례를 다룬 1부와 쉼터 우수사례를 담은 2부로 구성했다. 1부에는 연대보증으로 큰 빚을 지고 노숙하다가 노숙인 일자리 찾기 사업으로 차근차근 빚을 갚고 가족을 다시 만난 50대 남성, 알코올 중독으로 8년간 노숙하던 이가 노숙인 쉼터에서 술을 끊고 우울증을 극복해 가정으로 돌아간 40대 남성 등 39건의 이야기를 담았다.쉼터 우수사례로는 모자 쉼터인 대한성공회 살림터의 행복나누기 프로그램, 열린 여성센터의 일·문화 카페 프로그램 등을 소개했다. 한편 시가 지난 1월부터 노숙인 시설 입소·이용자들 중 신용불량자를 대상으로 신용회복사업을 지원한 결과 368명이 110억 5200만원 상당의 수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사랑의 열매 이웃돕기 12억 지원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추석을 맞아 소외계층을 위한 추석 공동차례 비용 12억 8800여만원을 지원한다고 9일 밝혔다. 공동모금회는 무의탁 홀몸노인과 한부모 가정, 재가 장애인, 소년소녀 가장 등 1만 5000여가구에 9억여원을 책정했다. 아동시설, 노인시설, 장애인시설, 노숙인쉼터 등 110여곳에는 5800여만원을, 쪽방거주자 3000여가구에 상품권 약 1억 5000여만원을 지급한다. 또 추석기간에 노숙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무료급식소 14곳에 6000여만원을 지원해 무료급식을 도울 예정이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결핵 후진국’ 한국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3만여명의 새로운 결핵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3년간 결핵으로 사망한 사람은 8000여명으로 노숙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감염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7일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이 질병관리본부와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새롭게 결핵에 감염된 환자 수는 3만 4710명에 달했다. 인구 10만명당 결핵 발병률은 88명으로, 싱가포르(26명)나 일본(22명) 등에 비해 3∼4배 높았다.OECD 가입국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30개국 가운데 29위인 포르투갈(32명)보다도 3배 가까이 많았다. 이는 미가입국인 스리랑카(60명)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 우리나라의 결핵 사망자는 2004년 2948명,2005년 2893명,2006년 2733명으로 3년간 8574명에 달했다. 특히 전염에 쉽게 노출된 노숙인에 대한 결핵관리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지난해 노숙인 대상 결핵검진(결핵협회)은 2050건으로 2006년 3720건에 비해 절반 가까이(44.8%) 줄었다. 전체 노숙인에 대한 결핵검진율(추정치)도 10.7%(2006년)에서 4.8%(2007년)로 하락했다. 대한결핵협회가 진행 중인 검진사업과 보건소 자체 노숙자 대상 검진정보도 공유되지 않고 있다.질병관리본부도 노숙인은 불규칙적 생활과 식습관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결핵 감염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결핵 환자 중 10∼19세의 청소년 계층(7.5%)과 20∼39세의 청·장년층(33.1%)의 비중도 컸다. 이는 면역력이 강한 20대 청년층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피크형의 특이한 구조다.지역별로는 지난해 서울(9588명), 경기(5413명), 부산(3839명)순으로 신규 결핵환자가 많았다. 질병관리본부측은 “유아기에 접종한 BCG 백신의 효과가 10대 후반부터 떨어지고 입시나 취업 준비 등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 습관, 무리한 체중 감량에 따라 면역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많은 사람과 접촉해 결핵 전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켜졌다.”고 해석했다.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데스크시각] 광화문 촛불집회 언저리/김경운 지방자치부 차장

    [데스크시각] 광화문 촛불집회 언저리/김경운 지방자치부 차장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가 한창이던 어느날 저녁, 광화문에 있는 회사를 나와 약속 장소로 가다가 한동안 못 보았던 대학 친구를 만났다. 여기에 웬일이냐고 묻는 말에 “집회에 참석했다가 서울신문사 빌딩의 화장실에 간다.”고 다소 생뚱맞은 대답을 했다. 서울시내 고등학교 교사인 이 친구는 전교조 창립 멤버이지만 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묵묵히 올곧게 사는 녀석이다. 그는 ‘촛불집회’ 등과 같은 일이 생기면 전교조 교사들은 괴롭다고 했다. 학생들을 선동한다고 오해받기 십상이어서 촛불집회 때도 수업에만 열중했는데, 학생들이 “광화문에 가자.”고 해 자신은 떠밀려 나왔다고 묻지도 않은 변명을 했다. 그는 며칠째 집회에 참석 중이었다. 술잔을 기울이던 그는 “6월10일 거친 구호가 밤 하늘을 울릴 때 시위대 바로 옆에서 10여명의 아마추어 연주단이 바이올린 등을 켜는데, 그 틈에서 또 다른 대학 친구를 보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 친구는 프랑스 문학을 전공한 대학 부교수다. 프랑스 유명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도 정교수 자리도 구하지 못하는 그 친구의 기묘한 행동에 웃음이 터졌다. 이에 앞선 어느 날 늦은 밤 회사 선배와 기자가 노상에서 맥주를 마시던 중에 회사 선배가 옆 테이블에 있던 친구를 만났다. 대학 교수인 선배의 친구는 촛불집회 현상을 체험·연구하려고 후학들과 함께 광화문에 나왔다고 했다. 광화문에 나왔다는 옛 친구를 우연히 만나는 일이 어찌 흔한 일이겠는가. 평범한 사람들은 그렇게 거리로 나왔다. 하지만 왜 이 같은 문제가 생겼고,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술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는 겉돌았다. 한 방송화면에는 “미친 쇠고기를 먹고 일찍 죽기 싫어요.”라고 촛불집회에 참가한 여중생이 항변하는 모습이 비쳐졌다. 반면 한 여성은 “광우병이 그렇게 위험하다면 왜 재미교포들은 미국을 탈출하지 않나요.”라고 따졌다. 최근 TV 토론회에서도 한쪽에서 “연이은 집회 때문에 주변 음식점이 장사가 안 된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다른 목적으로 동원된 상인들”이라며 몰아붙였다. 그들은 분명 스스로 나선 종로지역의 상인들이다. 하지만 장사가 부진한 것은 촛불집회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경기 불황, 광우병 파동 등의 영향도 많았을 것이다. 수년 전 참여정부가 출범한 직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각국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했다. 그런데 일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수입 금지를 조건부로 해제했다. 그때는 ‘일본이 지나치게 미국에 굴복한다.’는 느낌이었다. 패기 넘치던 참여정부는 미국의 압력에도 꿋꿋하게 문을 걸어 잠그고 미국 정부의 애를 태운 기억이 난다. 당시 청와대와 외교통상부가 앞장을 서고, 방송에서는 연일 광우병의 폐해를 내보냈다. 다른 언론사도 이것이 과장된 반응인 줄은 알았지만, 국가외교적 필요에 따른 일이라 여기고 묵인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광우병 등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라며 덜컥 빗장을 풀었다. 그리고 국민에게 이해를 강요하는 느낌이 들었다. 국민이 헷갈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서울광장에 모인 이들이 정치 목적의 시위대, 노숙인 등이니 모두 물러나라.”고 한다. 반면 일부에서는 “광장은 서울시민의 것이니 내버려두라.”고 한다. 정확하게 잣대를 대면 서울광장은 시민의 것이다. 서울시 입장에선 집회가 길어지면서 일부 집회 참가자 등이 잔디를 훼손하는 등 성가신 게 여간 많지 않다. 그러나 초록 잔디 위에서 문화공연을 즐기고 싶은 서울시민도 더불어 많을 것이다.7월의 서울광장 집회를 보면서 가진 단상들이다. 김경운 지방자치부 차장 kkwoon@seoul.co.kr
  • ‘청춘 노숙’ 늘고 있다

    ‘청춘 노숙’ 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줄어들던 노숙자 수가 최근들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26일 조사됐다. 특히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20∼30대 ‘젊은 노숙자’들이 급증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서울신문이 무료급식을 제공하는 전국 12개 노숙인 봉사단체와 공동으로 노숙자를을 조사한 결과 서울·경기를 중심으로 신규 노숙자가 증가했다. 서울 영등포역 주변의 노숙자는 지난해 5월 600여명에서 올해 5월 1050여명으로 늘었다. 서울역·용산역에서 무료급식을 받는 노숙자는 각각 1000여명·300여명으로, 지난해 5월과 비슷했다. 봉사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서울역·용산역 거리급식을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한 이후 많은 노숙자들이 영등포역 주변으로 이동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 서울·용산역으로 나온 노숙자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노숙자가 없던 경기 군포시에는 1년새 20여명의 노숙자가 나왔다. 지난해 5월 60여명이던 성남역 노숙자는 올해 100명을 넘어섰다. 수원역은 150여명에서 170여명으로, 안양역은 50여명에서 70여명으로 늘었다. 여름에는 노숙자가 서울·경기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여왔지만 최근에는 남부지역에서도 노숙자가 증가하고 있다. 대전역 노숙인 상담센터는 지난해 5월 하루 평균 0.8명을 상담했지만 올해는 1.5명을 상담해 2배가량 늘었다. 부산역 노숙자는 지난해 300여명에서 올해 380여명으로 늘었다. 자원봉사단체들은 “최근 고물가로 인한 생계곤란과 비정규직 문제로 인한 일자리 감소 때문에 노숙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10년 전 노숙자가 된 아버지의 대를 이은 ‘세습형 노숙자’나 부모의 이혼이나 가정 폭력을 통한 ‘가족해체형 노숙자’, 그리고 삶의 목표가 없는 ‘무기력 노숙자’ 등도 속출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의 ‘실직형 노숙자’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정원오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많은 노숙자 정책을 펼쳤지만 세습된 노숙자까지 발견된 것은 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준다.”면서 “장기적이고 전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경주 장형우기자 kdlrudwn@seoul.co.kr
  • [급증하는 노숙자] “환란때 아버지처럼 거리생활”

    [급증하는 노숙자] “환란때 아버지처럼 거리생활”

    “노숙마저 세습되는 서글픈 현상이 우리 주위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25일 밤 노숙자 상담을 위해 서울역·용산역을 찾은 노숙인 다시 서기 지원센터 이형운(43) 팀장은 “젊은 노숙자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20∼30대 젊은이들이 노숙자였던 아버지의 길을 걷고 있거나 삶의 목표를 잃고 거리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인생 망쳤다” 원망 용산역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노숙 생활을 하는 ‘부자 노숙자’를 만났다. 역사 뒤편 계단에 멍하니 앉아 있는 아들 서모(26)씨는 아버지(54)씨를 원망했다. 그는 “아버지는 맨 정신에서도 어린 나를 때렸다. 아버지가 나를 망쳤다.”고 힘없이 말했다. 노숙 생활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게 나왔다.”고 했다.“이젠 아버지를 만나도 아무렇지도 않다.”며 갑자기 소리치면서 몸을 떨었다. 용산전자상가 골목에서 만난 아버지 서씨는 치아가 다 빠져 있었고, 축 늘어져 묻는 말에 대답조차 못했다. 이 팀장은 “아버지 서씨의 치아는 전기감전 때문에 빠졌고, 지난 4월 쇠파이프에 머리를 맞아 꿰매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버지는 1999년부터 노숙을 시작했고 아들은 지난해 말에 거리로 나섰다. 서울역 광장에서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노숙자 50여명을 만났다. 이 팀장은 “술을 먹으면 간이 안 좋아져 사망에 이르고, 마시지 않으면 정신적인 고통을 못 이겨 정신질환이 온다.”면서 “그래도 술을 끊고 재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활도 근로경험이나 근로의욕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젊은 노숙자들은 취업조차 못하고 거리로 내몰린 경우가 많다. 서울역에서 만난 김모(28)씨에게서는 꿈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강원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와 편의점·대형마트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지 못했다. 그는 “그냥 거리로 나왔다.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IMF형 노숙자들은 공공근로를 통한 재활이 가능했지만 젊은 노숙자들은 어떤 제안도 거절한다.”면서 “삶의 가치를 찾도록 상담하는 게 고작”이라고 말했다. 서울역에 있는 노숙인 다시 서기 지원센터에서 만난 김모(45)씨는 젊은 노숙자들을 걱정했다. 그는 “1997년부터 서울역에서 지냈는데 요즘처럼 갑자기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처음 본다.”면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내가 10명 정도를 거느렸는데 요즘은 30여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가정 불화로 노숙자가 된 사람도 있었다. 서울역 광장에서 만난 최모(48)씨는 “술 때문에 10년이나 함께 살던 아내와 헤어지고 나서 거리로 나왔다.”면서 “거리 생활을 하다가 절도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지만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일하다 올해 거리로 나선 한 노숙자는 “이게 다 외국인들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아서 생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 노숙자 담당직원 단 한명 이 팀장은 “거리에 있는 사람들만이 노숙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언제라도 일용직 일자리가 끊기면 거리로 나올 ‘잠재적 노숙자’가 수없이 많다는 얘기다. 이들은 고물가로 생활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최근 하루 7000원 쪽방값을 대지 못하고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간헐적으로 눈에 띄는 노숙자까지 합치면 서울역 부근에만 1만 5000명의 노숙자가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잠재적 노숙자’를 포함한 노숙자 전체 규모를 파악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숙자수 측정방법도 거리에 나온 이들을 세는 ‘아웃 리치’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노숙자·부랑자 담당 직원은 단 1명이다. 이경주 장형우기자 kdlrudwn@seoul.co.kr
  • [급증하는 노숙자]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

    2005년 1월 경찰은 지하철 7호선 방화사건의 혐의자로 노숙자 A씨를 체포해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사건발생 45일 만에 노숙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방화범으로 잡혔다. 누명을 쓰고 구금당했던 A씨는 노숙인 보호센터로 돌아왔지만 아직까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월 숭례문 방화사건 당시 경찰은 목격자들이 “노숙자 차림의 사람이 숭례문에 올라갔다.”는 증언을 근거로 서울역 인근 노숙자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실제 숭례문에 불을 지른 사람은 채모(70)씨였다. 노숙자를 범죄자로 보는 편견은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노숙자가 범죄를 당하는 경우가 더 많으며, 범죄자로 낙인찍힌 노숙자들은 재사회화에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서울 중구 B오피스텔 주민 700여명은 근처 공원에 상주하는 노숙자 때문에 범죄발생 우려가 있다며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노숙자들은 “원래대로 공원에 있을 뿐인데 우리를 내몬다. 그냥 앉아만 있는다.”고 말했다. 노숙인 다시 서기 지원센터 임영인 소장은 “노숙인을 ‘위험한 사람’ 혹은 ‘범죄자’로 보는 시각은 편견이며, 이런 편견이 노숙인들의 재사회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노숙자들은 오히려 카드ㆍ대출사기, 장기매매, 인신매매, 폭행, 성폭력 등의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노숙자 범죄가 일반인의 범죄비율보다 절대 높지 않다.”면서 “오히려 지저분하다는 이유만으로 신고를 당하고, 여러 범죄에 악용되는 등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대한민국 60돌-미래로 세계로] 질곡과 희망의 사회상

    [대한민국 60돌-미래로 세계로] 질곡과 희망의 사회상

    1948년 38선 이남에 수립된 대한민국을 유일한 정통성을 가진 정부라고 인식하는 이들은 2008년을 ‘건국 60주년’이라고 부른다. 반면 남과 북이 궁극적으로 하나의 국가로 가는 과정에 있다고 보는 이들은 ‘정부수립 60주년’이라 칭한다. 이런 시각차 속에 60년을 달려온 우리 사회의 질곡과 역동을 전문가들과 함께 짚어봤다. 도움주신 분들:민족문제연구소 조세열 사무총장·박한용 연구실장, 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 임영인 소장(신부), 성공회대 교양학부 한홍구 교수,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박승호 교수, 성신여대 사학과 홍석률 교수 대한민국의 경제규모는 광복 후 8년이 지난 1953년에서야 처음 집계됐다. 당시 국내총생산(GDP)은 13억달러,1인당 국민소득(GNI)은 67달러로 그야말로 최빈국이었다. 하지만 60년간 전 국민이 합심해 이뤄낸 성과는 눈부시다.2007년 GDP는 9571억달러로 세계 13위,GNI는 2만 45달러로 53년에 비해 300배 가까이 증가했다. 급격한 경제성장의 요인으로 1962년부터 정부가 전면에 나서 실행한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빼놓을 수 없다. 국가주도의 경제성장정책은 이후 30년 가까운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다. 강원대 경제학과 이병천 교수는 “일반적인 자본주의 발전과 달리 재벌, 국가의 지원과 보호, 근로대중의 헌신의 결과로 한국의 산업화가 가능할 수 있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가주도의 경제성장 정책은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문화, 경제구조에 적지 않은 악영향도 남겼다. 국가는 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영역까지도 강제했다. 대표적인 예가 미니스커트·장발 단속이었다. 문화영역에서 심대한 타격을 입은 사람들은 대중가수였다. 서수남·하청일의 ‘껌 씹는 아가씨’는 껌도 마음대로 씹지 못하는 처지였다.‘대통령 찬가’를 만들라는 정권의 요구를 거절했던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은 대마초 사건만 나면 이름이 올려지곤 했다. 이른바 ‘가요 대학살’의 해인 1975년 신중현의 ‘미인’은 가사가 저속해서, 송창식의 ‘고래사냥’과 김민기의 ‘아침이슬’은 시의에 적절치 않다는 등의 이유로 222곡의 금지곡에 포함됐다. ‘산업 역군’의 일원이었던 청년 봉제공 전태일은 법마저도 지키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면서 법전과 함께 자신의 몸을 불태웠다. 성공회대 김수행 석좌교수는 당시를 “세계 최저의 임금수준,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 세계 최악의 산업재해, 세계 최하위의 사회보장 등 노예 같은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눈부신 경제성장을 대신해 물가폭등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박승호 교수는 “박정희 정권에서 확립돼 전두환 정권까지 이어진 ‘개발과 독재의 공생 관계’는 서민의 삶을 넉넉하게 한 게 목표가 아니라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서민들을 희생시켰다.”고 말했다. 관치금융, 정경유착의 고리는 튼튼해졌다. 이는 올해 초 온 국민의 관심사였던 삼성특검에서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냈다. 국내산업의 대외의존도가 작은 외부의 충격에도 크게 흔들릴 만큼 높아진 결과 외환위기를 맞기도 했다. 지난 30년 동안의 고도성장은 우리사회에 산업화와 민주화, 사회질서유지와 문화적 다양성의 인정, 그리고 성장과 분배라는 어려운 문제들을 던져 놓았다.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조희연 교수는 “이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념적 차이를 넘어 객관적인 답을 찾아야 한다.”면서 “독재와 산업화, 미국의 원조, 대중의 강렬한 동의 등 다양한 얼굴을 가진 복합성과 모순성의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졌다.”고 진단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슈바이처’ 선우경식 요셉의원 원장 장례미사

    ‘노숙인들의 슈바이처’로 불려온 선우경식 요셉의원 원장의 장례미사가 21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명동 주교좌 성당에서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장으로 치러졌다. 장례식은 정진석 추기경과 김운회 주교 등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열렸으며, 극빈층을 위해 선우 원장이 세운 서울 영등포역요셉병원에서 무료진료를 받았던 환자들과 지인 9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 봤다. 지난 18일 선우 원장이 타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요셉병원에는 1만원이라도 후원하고 싶다는 시민들과 네티즌의 문의가 하루에도 수십건씩 들어 오는 등 후원의 손길이 답지하고 있다.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부고] ‘노숙인들의 슈바이처’ 선우경식 요셉의원장 별세

    [부고] ‘노숙인들의 슈바이처’ 선우경식 요셉의원장 별세

    ‘노숙인들의 슈바이처’로 불려온 선우경식 요셉의원 원장이 오랜 항암 투병 끝에 18일 오전 4시 별세했다.63세. 선우 원장은 2005년 위암 판정을 받은 뒤 3년여에 걸쳐 항암 치료를 받았으며 최근 병세가 악화하면서 뇌사상태에 빠져 서울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1969년 가톨릭 의대를 졸업한 선우 원장은 1973년 미국으로 건너가 킹스브룩 주이스 메디컬센터에서 공부했다. 당시 미국의 저명한 병원들로부터 좋은 일자리들을 제안받았지만 모두 뿌리치고 귀국을 결심했다. 고국에 돌아온 뒤 한림대병원 의과대 교수로 잠시 근무했던 그는 1983년 당시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였던 관악구 신림동에서 무료 의술 봉사를 시작했다. 특히 1987년 8월 서울 영등포 역사 뒤편 ‘쪽방촌’에 요셉의원을 개원한 뒤에는 평생 영세민, 노숙자, 외국인 노동자 등을 치료하며 이들에게 ‘슈바이처’로 불렸다. 현재까지 요셉의원을 거쳐간 이들은 약 42만여명에 이른다. 선우 원장은 요셉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창간됐던 월간 ‘착한 이웃’ 창간호(2003년 5월)에 기고한 글에서 “이 환자들은 내게는 선물이나 다름없다. 의사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는 환자야말로 진정 의사가 필요한 환자 아닌가. 이렇게 귀한 일은 아무나 할 수가 없는 것이기에 나는 감사하고 이런 선물을 받았으니 보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생 가톨릭 신자로 살아온 고인의 장례는 사회복지법인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장으로 치러진다.21일 오전 9시 천주교 서울대교구 명동 주교좌 성당에서 장례미사가 열린다. 빈소는 강남성모병원 영안실에 마련됐다. 장지는 경기도 양주 천주교 길음동성당 내 묘원이다.(02)590-2352.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김필립교수 등 올 호암상 수상자 선정

    김필립교수 등 올 호암상 수상자 선정

    차세대 탄소나노, 인공지능, 맞춤의학, 휴먼 건축, 나눔봉사. 올해 호암상 수상자들의 ‘키워드’다.20년 역사를 앞둔 호암상은 ‘시련’의 삼성이 웬만한 행사는 모두 취소하면서도 이 상만큼은 예정대로 주관해 더욱 눈길을 끈다. 해마다 이건희 회장이 시상식에 직접 참석하는 전통이 올해 지켜질지도 관심사다. 호암재단은 14일 2008년 호암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과학상은 김필립(40)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공학상은 승현준(41) 미국 MIT대 교수, 의학상은 찰스 리(39) 미국 하버드대 교수, 예술상은 우규승(67) 건축가, 사회봉사상은 성가복지병원(대표 김복기 수녀)에 각각 돌아갔다.5개 부문 가운데 3개 부문이 미국에서 활약 중인 ‘글로벌 한국인’에게 돌아갔다. 수상자에게는 2억원씩의 상금과 순금 메달을 준다. 김 교수는 차세대 탄소나노 소자 제작을 선도하는 세계적 물리학자이다.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그래핀’(탄소원자가 벌집구조로 배열된 2차원 물질)에서의 양자홀 효과를 세계 최초로 실증, 전하 운반자의 유효질량이 0이 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승 교수는 일반인에게는 낯선 ‘계산신경 과학’ 분야의 선구자다. 뇌의 정보처리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 컴퓨터 구현에 앞장서고 있다. 리 교수는 인간 유전체에 ‘단위반복변이’(CNV)라는 새로운 변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를 이용해 인간 유전체 지도를 제작, 개인별 맞춤의학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우씨는 인간 중심의 독창적 건축설계로 동서양 모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올림픽선수촌아파트(1988), 환기미술관(1992), 하버드대 학생 주거동(2008) 등이 대표작품이다. 성가복지병원은 성가소비녀회(聖家小婢女會)가 1990년부터 운영하는 무료병원이다. 노숙인, 행려자, 극빈자, 외국인 이주노동자 등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을 보살핀다. 임종 간호와 에이즈 환자 입원치료, 무료급식소 운영 등도 병행하고 있다. 시상식은 6월3일 호암아트홀에서 열린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노숙자 ‘마음치료’ 강좌 연다

    서울시가 새로운 인생설계를 준비하는 노숙인 등을 대상으로 철학과 역사 등 인문학 강의를 하는 등 실험적인 복지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서울시는 14일 노숙인과 저소득 소외계층이 자립의지를 키워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15일부터 ‘휴먼 서울시민, 인문학 강좌’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강좌는 6개월 과정으로 철학, 문학, 글쓰기, 역사, 예술 등 5과목으로 구성된다. 전체 프로그램 운영은 경희대에서 맡는다. 경희대 측은 “교육대상자들이 자신이 겪은 세상살이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 교양과목 수준의 인문학 등을 이해하면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삶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올해까지 3회에 걸쳐 100명씩 300명을 교육한다는 계획이다. 한 기수(100여명)는 4개 반으로 구성되며 매주 두 차례씩 하루 2시간의 수업을 받는다.1개 반은 노숙인(25명)으로, 나머지 3개 반은 각 지역 저소득 중 신청을 통해 선발되며 매주 두 차례씩 하루 2시간의 수업을 받게 된다. 이 강좌는 미국 등에서 1990년대 중반부터 연 이른바 ‘클레멘트(Clemente)코스’다. 클레멘트 코스란 미국의 얼 쇼리스가 지난 95년에 소외계층을 위해 개설한 정규대학 수준의 인문학 강좌로 ‘노숙인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물질적 지원보다 스스로 아픔을 딛고 일어날 수 있도록 마음으로부터의 지원’이라는 것이 취지다. 조인원 경희대 총장, 이언오 삼성경제연구소 전무,‘즐거운 나의 집’의 소설가 공지영씨와 ‘접시꽃 당신’의 시인 도종환,‘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의 시인 정호승, 영화배우 정준호, 김선아씨 등도 강사로 나설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자치단체에서 노숙인과 저소득층을 위한 인문학 강좌를 개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가난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불과 빵 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총선 D-2] 전여옥 “영등포역 노숙자 정리” 파문

    서울 영등포갑 한나라당 후보로 이번 총선에 출마한 전여옥 의원이 거리 유세 도중 “영등포역의 노숙자를 정리하겠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전 후보는 지난달 27일 영등포구청역 앞에서 거리유세를 하던 중 “반드시 우리 영등포역에 KTX를 세우겠다. 그러려면 노숙자를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후보는 “영등포역이 전국에서 노숙자 1위 역이 된다면 KTX 백날 해야 소용없다.”면서 “인권단체와 협의하고 합의해 반드시 정리하겠다.”고 주장했다. 전 후보의 발언은 한 시민의 카메라폰에 촬영돼 노숙인 봉사단체 ‘다시 서기센터’에 전달됐다. ‘다시 서기센터’의 임영인 신부는 “노숙인들에게도 엄연히 인권이 있다.”면서 “전 후보의 발언은 시대착오적”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역 주변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숙자들의 주거 대책 등을 마련해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는데, 끊어지는 표현을 쓰다 보니 오해를 한 것 같다.”면서 “노숙자들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주민들도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고 해명했다.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노숙인 자활 우수프로그램 선정

    서울시는 45개 노숙인 쉼터가 운영 중인 자활프로그램 중 11개 우수 프로그램을 선정, 운영비 등으로 75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이번에 선정된 우수 프로그램으로는 성동구 용답동 비전트레이닝센터가 운영하는 정신장애 노숙인을 위한 ‘직업새움터’, 용산구 서계동 열린여성센터가 운영하는 여성 노숙인을 위한 ‘일·문화카페’, 성동구 송정동 24시간 게스트하우스가 운영하는 ‘도배·장판·도장 기술 습득 지원 프로그램’, 성동구 성수2가1동 내일의집이 운영하는 ‘녹색나눔터’, 서대문구 충정로2가 구세군 서대문사랑방이 운영하는 ‘꿈을 심는 장터’ 등이 있다. 이중 작업새움터는 2005년부터 정신장애 노숙인들과 함께 공장에서 하청 받은 장난감을 조립하거나 문구를 포장해 월평균 12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일·문화카페’는 쇼핑백, 봉투접기 등 부업 일을 하는 공동작업장을 운영하면서 노숙여성들의 성(性)인식을 높이는 사업도 진행한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주말탐방]숭례문 화재 40일-노숙인들 ‘끝나지 않은 악몽’

    [주말탐방]숭례문 화재 40일-노숙인들 ‘끝나지 않은 악몽’

    국보1호 숭례문이 잿더미가 된 지 21일로 40일을 넘겼다. 화재 직후 들불처럼 일었던 국민들의 ‘문화재 사랑´ 열기도 식어가는 모양새다. 기관 간의 ‘화재 책임 공방´도 뚜렷한 결론없이 끝나버렸다. 시민들도 어느덧 일상으로 돌아왔다. 숭례문 사고 초기 범인으로 몰려 집단 돌팔매를 맞았던 노숙인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국보 1호 방화범이라는 혐의를 진작에 풀었지만 이들은 아직 ‘숭례문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크고 작은 사고가 터질 때면 가장 먼저 범인으로 지목되는 이들을 서울역과 을지로 등 도심 일대에서 만나 봤다. 20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합동 구세군 브릿지센터 1층.20여명의 노숙인은 낯선 사람의 등장에 잔뜩 경계심을 드러냈다. 숭례문 화재 발생 이후 4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조심스러워했다. “난 할 말이 없어. 어이 김씨가 한번 나서 봐.”(노숙자) 잠깐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브릿지센터 최영민 간사가 도우미로 나서자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 노숙자들은 차츰 억울함을 호소했고, 사회적 차별에 분노했다. 노숙 생활 15년째라는 강이만(56·가명)씨는 “남대문(숭례문) 사고 이후 허술한 옷차림 때문에 4번이나 검문을 당했다.”고 했다. 그는 “한 끼 1500원짜리 인생이라고 사람 차별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나쁜 일만 터지면 우리들을 탓하는데….”라며 혀를 찼다. 국보 1호 숭례문 화재로 우리 사회의 문화재 관리 능력뿐만 아니라 인권 수준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노숙인을 두 번 죽이는 인권 침해가 숭례문 화재 이후 곳곳에서 ‘자행’됐다. 이들은 한동안 화풀이 대상으로 전락했다. 일부 구청은 서울시 공문에 따라 노숙인 시설기관 주관의 집합 교육을 했다. 사고 칠 것에 대비한 정신교육이었다. 이호영 구세군 브릿지센터 사무국장은 “노숙인은 집이 없을 뿐이지 우리와 똑같은 시민”이라면서 “목격자의 진술을 빌려 노숙인들을 화풀이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고 꼬집었다. ● ‘숭례문 취사’의 진실 숭례문 사고 이후 널리 알려진 ‘노숙인들이 숭례문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술을 먹었다. 숭례문이 노숙인 피서지였다’는 뉴스에 가장 놀란 이는 다름 아닌 노숙인들이었다. 노숙인들의 특성을 전혀 모른 그야말로 악의적인 해코지였기 때문이다. 노숙 생활 10년째라고 밝힌 이강석(62)씨는 “다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울분을 토해 냈다. 그는 “빌어먹고 사는 노숙자들은 기본적으로 취사 도구를 갖고 다니지를 않는다.”면서 “어떤 미친 놈이 퍼뜨리고 다녔는지 몰라도 기본도 모르고 한 말”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노숙인도 “신문 한 장도 귀찮은데 그 무거운 취사 도구를 왜 들고 다녀. 특히 남대문 주변의 잔디밭과 조명 때문에 얼마나 모기가 많은데 안에서 잘 수가 없지. 우리는 하루 밥 얻어 먹으러 다니기도 바빠….”라며 한 마디씩 거들었다. 지난 9년간 서울역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정준기 경사도 “노숙인들이 숭례문에서 취사 행위를 했다는 이야기는 지금껏 들어본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다.”면서 “숭례문을 올라갈 만한 배짱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 ‘노숙인 인권은 없다’ 사회 소수자인 노숙인의 인권 침해도 도마에 올랐다. 김해수 다시서기 상담보호센터 실장은 “제보자들이 던진 ‘노숙인 차림’이나 ‘노숙인풍’ 등의 무책임한 말 한마디가 노숙인들을 두 번 죽였다.”면서 “무슨 큰일이 터지면 노숙인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태도는 우리 사회의 병폐”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편견 때문에 노숙인들이 지역 사회에 편입하더라도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쉽게 낙오자가 된다.”고 지적했다. 브릿지센터에서 만난 노숙인 서인호(49·가명)씨는 “범인이 늦게 잡혔으면 큰일 날뻔했다.”면서 “사람들이 무서워 배식 먹으러 돌아다니지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처음부터 노숙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목소리를 높인 이상근(52·가명)씨는 “일반인들의 시선은 차가운 정도가 아니라 우리를 벌레 보듯이 했다고. 그렇다고 우리가 지네들에게 해코지를 했어, 나쁜 짓을 저질렀어.”라고 투덜댔다. 몇몇 노숙인은 부당한 인권 침해를 개선하기 위해 ‘호소의 글’ 등을 쓰며 직접 나서기도 했다.‘노숙인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이하 노실사)은 ‘사회적 불만에 의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노숙인을 희생양으로 삼지 말아 달라.’는 노숙인들의 편지가 잇따라 답지했다고 했다. 한 노숙인은 편지에서 “지하철 7호선 방화사건 때에도 경찰은 노숙자 같은 행색이라는 주관적인 진술에 기초에 수사를 했지만 결국 노숙인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숭례문 방화사건의 최초 목격자도 ‘노실사’ 홈페이지에 “제 죄책감이 향후 노숙인분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그릇된 시선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며 사과의 글을 올렸다. ● “무서워 ‘숙소’에서 못잤어요.” 서울역 광장에서 만난 양성모(45·가명)씨는 화재 이후 ‘전용 숙소’인 서울역 문화관 계단 앞에서 쫓겨났다고 했다. 공익 요원들의 성화에 짐을 쌀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낮에도 문화관 안에 못 들어갔다. 일제 시대에 지어진 서울역 문화관도 방화에 대비해 사실상 노숙인 출입을 금지해서였다. 그는 “숭례문 사고 이후 딴 동네로 옮긴 노숙인이 많아요. 몇 명은 경찰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고, 남대문 쪽방은 밤에 다 뒤졌어요. 저도 두 번이나 이유없이 검문 검색을 당했어요. 잘못한 것은 없지만 그냥 무섭잖아요.”라며 서러움을 토해 냈다. 서울역 광장에서 사는 노숙인은 150여명. 이 가운데 40∼50명은 숭례문 사고로 거처를 급하게 옮겼다. 숭례문 인근은 더했다. 남산 입구 지하도엔 15∼20명이 거주했지만 절반이 이사(?)갔고, 숭례문 공원 주변의 ‘터줏대감’들도 물리적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남대문 지하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화재 이후 일주일 동안 불어닥친 광풍이었다. ‘다시서기 상담보호센터’ 이안열 팀장은 “적대적인 눈빛으로 범죄자 대하듯 쳐다보고, 경찰이 수시로 와서 조사하고 그러면 아무리 노숙하는 처지이지만 집(?)을 옮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유없는 냉대를 꼬집었다. 박재서 노숙인 상담사도 “노숙인들이 그동안 숭례문 화재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면서 “사고 이후 일주일가량은 썰물 빠지듯이 사라졌다가 최근에 다시 옛 잠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광장에서 만난 노숙인 박이웅(48·가명)씨는 “지금껏 신경 안 쓰고 살았는데 지금은 의식적으로 눈치를 봐. 아침 먹고 추우니까 서울역 대합실로 들어갔다 쫓겨난 친구도 있고…. 아무래도 위축되지. 시민들의 무관심이 반감으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가 지난해 말 집계한 노숙인은 모두 2920여명. 쉼터 43곳에 1900여명, 상담보호센터 5곳에 50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순수한 거리의 노숙인은 모두 520여명으로 집계됐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1인당 한 끼 식사’ 지원비도 차이 서울시가 노숙인의 한 끼 식사를 위해 지원하는 금액은 1인당 1550원이다. 올해 100원 올랐다. 이에 반해 결식아동 급식이나 어르신들의 한 끼 식사를 위한 서울시의 지원금은 각각 3000원과 2500원이다. 노숙인보다 곱절 가까이 많다. 이는 노숙인이 사회복지 대상자 가운데 최하층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서울시와 구청들은 예산 문제를 이유로 ‘노숙인 차별’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서울시도 노숙인의 급식 단가와 관련, 예산 문제 때문에 현실적으로 반영이 안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신팔복 자활지원과장은 “2005년 당시 보건복지부(현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노숙인 업무를 이양받을 때의 급식 단가가 1250원으로 워낙 낮았다.”면서 “내년에는 1700원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 노숙인 상담사는 “노숙인에게 밥은 일종의 ‘저축’이라고 생각해 한번 먹을 때마다 ‘위에 쓸어담는다’는 표현을 쓸 정도”라면서 “1인당 한 끼 식사비 1550원은 너무 부족하다.”고 지원을 호소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9) 천주교 작은형제회 고사카 빈첸시오 수사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9) 천주교 작은형제회 고사카 빈첸시오 수사

    임진왜란때 왜장을 끌어안고 강물에 몸을 던진 논개의 고장 경남 진주. 한·일 과거사의 아픈 편린으로 인해 꾸준히 회자되는 이 진주시의 자그마한 칠암동성당(칠암동 496의14)엘 가면 짙은 밤색 수도복 차림의 일본인이 눈에 띈다.19년째 한국에 살며 의지할 곳 없는 노숙자며 독거노인을 돕는 데 몸바치고 있는 천주교 작은형제회 한국관구 소속 수사(修士) 고사카 빈첸시오(64·본명 고사카 요시히로·高阪淑皓·한국명 고명호).“일본보다 한국이 더 좋아 한국에 산다.”며 한국에 귀화한 빈첸시오 수사에게 한국은 한·일 과거사에 얽힌 아픔을 풀어가는 ‘숙제의 땅’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수호성인´으로 통해 칠암동성당은 한국에 있는 천주교 작은형제회 소속 본당 7곳 중 대표적 성당. 이 성당에 딸린 사제관에서 주임신부와 함께 살며 나눔과 베품을 묵묵히 실천하는 고사카 빈첸시오 수사는 한국 천주교계에서 남다른 신앙인으로 이름나 있다. 무소유의 ‘작음’과 ‘배려’를 생명처럼 새기며 사는 천주교 작은형제회. 이 수도회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의 수호성인으로 통하는 빈첸시오 수사를 따라 세례명을 빈첸시오로 택한 그가 헐벗고 의지할 곳 없는 ‘빈자(貧者)’와 함께 부대끼며 사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수도자 빈첸시오에게는 신앙인의 삶에 더해 풀어야만 할 절실한 화두가 있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는 지난 24일 오후 칠암동성당 사제관에서 기도 중 기자를 맞은 빈첸시오 수사는 “추운 날씨에 보잘것없는 사람을 찾아 먼 길을 왔다.”며 덤덤한 표정으로 찻물을 끓였다. 인근 칠암동, 망경동의 독거노인들을 위해 반찬거리를 만들어 신자들을 통해 배달하는 일을 막 끝낸 참이었다. 매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성당 지하의 주방에서 나물이며 김치 같은 반찬을 만들어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하기를 벌써 2년째. 이젠 이곳 독거노인들에겐 빈첸시오 수사의 손길이 들어 있는 반찬을 받는 게 가장 반가운 일상이 되었다. ●37살 수도회 입문… 빈민식당서 봉사의 첫발 일본 도쿄의 가난한 집 외아들로 태어난 빈첸시오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공장 일을 하는 어머니를 따라 도야마(富山)현으로 이사해 중학교까지 마친 게 학력의 전부이다. 중학교 졸업 후 16년간 주유소 일을 하며 홀어머니를 도와 어렵게 살았다. 천성이 선했던 때문일까.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냥 지나치지 못했으며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수도자들을 막연히 동경하게 되었다고 한다. 19살 때 도야마현 다카오카시의 작은형제회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지만 홀어머니 걱정에 수도자가 될 결심을 못한 채 흔들리던 중 화재를 당한 친구를 보고 불현듯 마음을 정했다. “공교롭게도 친구 집을 찾아가는 날 화재로 친구의 집이 모두 불탔어요. 세상의 모든 재물은 한 순간에 없어질 수 있지만 신앙은 영원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곧바로 작은형제회 수도회에 입회,5년 뒤 “일생토록 나를 온전히 하느님께 바친다.”는 성대서약(종신서원)을 하고는 수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37살 때였다. 독신서약을 하고 오사카 작은형제회에 몸을 담아 이 수도회가 운영하는 빈민식당 일이 평생 봉사의 시작이 될줄이야.5년간 노숙자며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급식을 하는 빈민식당의 주방일을 맡아하면서 노숙자들을 찾아가 주먹밥이며 이부자리를 나눠주고 몸이 아픈 사람들을 병원으로 데려다 주곤 했다.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교토의 재일교포들과 만나면서. 교토 작은형제회 소속 신부들과 함께 일본 천주교 박해시대(1597~1797년) 순교자들의 자료를 모은 크리스천 자료관을 만들어 일하던 때였다. 그곳 ‘코리아 가톨릭센터’에서 재일교포 할머니들과 어울려 미사를 함께 올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국말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오사카에서 만난 재일 교포들이 과거의 아픈 역사 때문에 힘겹게 살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교토의 재일교포 할머니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아픔을 진실하게 나누기 위해선 한국말을 알아야겠더라고요.” 작은형제회 일본 관구에 ‘한국에서 봉사하겠다.’는 뜻을 거듭 전했지만 번번이 무산된 끝에 결국 일본관구에서 한국관구로 적을 옮겨 한국행을 결행한 게 1989년. 정동 작은형제회 한국관구 본부 수도원에 머물면서 당시 퇴계로에 있던 코리아헤럴드 어학당에서 1년6개월간 한국말을 배웠다. 한국이름 고명호는 그때 만난 한국인 신학생의 도움을 받아 지은 이름. 일본 이름 숙호(淑皓)가 여성 이름이니 명호가 어떠냐는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인들의 사과는 당연한 것” “처음엔 한국말만 배우고 귀국할 예정이었지요. 그런데 한국관구 수사들이며 주변의 한국인들에게서 일본인이 갖지 못한 따뜻한 정을 느꼈습니다. 일본인인 내가 한국인들을 위해 할 일이 있음을 그때 절실히 느꼈지요.” ‘한국에 살리라.’는 결심을 굳히고는 서울 제기동 자선식당인 프란치스꼬의집 주방 일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하루 300∼400명씩 몰리는 노숙인들에게 한 끼 밥을 제공하기 위해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며 주방장 생활을 한 게 15년. 이후 2006년 1월 칠암동성당으로 옮겨 독거노인들을 챙기며 살고 있다. “사는 집, 입는 옷이 없는 사람보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 채 먹을 것을 갖지 못한 사람이 제일 불쌍하지요.” 그래서 독거노인들을 향한 정이 더욱 깊단다. 여기에 과거 일본의 침략에 고통받은 한국인들의 상흔을 달래고 빚을 갚는다는 사명 아닌 사명이 자신에게 주어진 큰 숙제라고 한다. “한·일 과거사를 볼 때 한국인들이 일본에 나쁜 감정을 갖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미래를 생각하지 않은 채 과거에만 매몰되면 더 비극적인 결과를 낳는다고 봅니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인들의 사과는 물론 당연합니다. 저를 만나는 한국인들이 위안을 얻고 저를 통해 일본과 일본인이 참회를 할 수 있다면 큰 보람이겠지요.” ●평생 독거노인과 노숙자의 벗이 되고파 ‘남은 생동안 나를 필요로 하는 어디건 찾아가 몸을 아끼지 않겠다.’는 빈첸시오 수사. 요즘은 독거노인 반찬 대는 일 말고도 한 달에 한번씩 경기도 시흥의 양로원을 찾아 노인들의 벗이 되어 준다. 그런가 하면 역삼동의 신자들이 모이는 작은공동체를 찾아 일본어도 가르치고 신앙모임도 이끈다. 수도사의 길을 시작한 지 얼만 안 된 1980년 당시 오사카에서 만난 테레사 수녀의 한마디는 수도자 생활에서 잠시도 잊을 수 없는 화두가 되었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무관심입니다.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에 비해 관심받지 못한 채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더 많이 배려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일본에서 빈민식당을 운영할 때보다 제기동 프란치스꼬의집 주방장으로 있을 때 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보탰고 일반인들의 도움도 더 많았다고 귀띔한다. 세상엔 관심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봉사할 게 너무 많다는 빈첸시오 수사. 정년퇴직 없이 평생을 봉사할 수 있는 수사라는 직업(?)은 복받은 직업이라며 두 손으로 수도복을 만져 보인다. “수도자로서, 아니 한 인간으로서 교만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과 일에 정성을 다해 기쁘고 재밌게 살아가는 것이지요. 한국에서….” 진주 글 사진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고사카 빈첸시오 수사는 ●1944년 일본 도쿄 출생, 도야마현으로 이주 ●1963년 도야마현 다카오카시 성당에서 세례 ●1977년 천주교 작은형제회 수도회 입회 ●1982년 종신서원, 오사카 빈민 자선식당 운영 ●1987년 교토 크리스천 자료관 개관, 코리아 가톨릭센터서 봉사 ●1989년 한국으로 이주 ●1991∼2006년 서울 제기동 빈민식당 프란치스꼬의집서 봉사 ●2006년∼ 진주 칠암동성당서 독거노인 대상 봉사
  • 서울 노숙인 자립 능력 키운다

    서울시가 노숙인들의 자립 능력을 키워준다.28일 서울시에 따르면 노숙인에게 인문학 강좌를 통해 자립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는 프로그램 ‘희망의 인문학, 클레멘트 코스’를 개설한다. ‘클레멘트’는 미국에서 실시하는 소외계층을 위한 정규대학 수준의 인문학 강좌를 일컫는 말이다. 이 프로그램은 오는 3월20일부터 3개월 과정으로 연중 3차례(기별 120명) 운영된다. 노숙인들의 성공 사례와 건강강좌, 문화 체험 등도 함께 소개된다. 대학 교수와 유명 연예인, 창업성공 기업가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을 초빙해 프로그램을 맡긴다. 프로그램을 주관할 전문교육기관을 다음달 18∼22일 접수받는다. 아울러 교육·훈련을 희망하는 노숙인에게 시립직업전문학교에서 무료로 위탁교육을 실시한다. 또 거리 노숙인에게 공익형 일자리에 참여하도록 도와준다. 신용불량 노숙인 300명에게 파산·면책과 관련한 무료법률지원 서비스를 지원한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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