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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 구정을 말하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2013 구정을 말하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과거에는 집집마다 마루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가족과 이웃이 대화하고 식사를 하면서 정을 나눴습니다. 그런데 그 마루가 사라지고 나서 이웃은 물론 가족끼리도 대화가 단절되고 정이 사라졌습니다. 우리 영등포구가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소통을 돕는 마루의 역할을 하겠습니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2일 올해 중점 추진할 사업을 소개하면서 ‘영등포 마루’를 거론했다. 영등포 마루는 단순한 전화 응대나 서류를 통한 행정이 아닌 주민이 주민을, 공무원이 주민을 품는 따뜻한 복지를 의미한다. 조 구청장은 “최근에는 우리를 지탱해 온 공동체 의식마저 흔들리고 있다”면서 “독거 노인이 외로움을 못 이겨 생을 마감하고 지하 단칸방에서 어린아이가 영양 실조로 고통을 받아도 모르는 것이 우리의 비극이고 차가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조 구청장은 “왁자지껄한 대화의 장, 냄새가 물씬나는 소통의 장인 영등포 마루를 만들어 사람 중심의 행복도시 영등포구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회 문제로 인식된 노숙인을 교육해 독거 노인과 어려운 지역 이웃을 돕는 ‘노란 오이지 봉사단’으로 변화시킨 것이 대표적인 예다. 봉사단은 지난해 최우수 자원봉사 프로그램 및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단순히 노숙인을 관리하는 것이 아닌 자활을 통해 일어설 수 있도록 자활 근로사업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노숙인도 259명이나 된다. 올해는 노인의 치매 예방과 건강 유지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치매 전문봉사단을 양성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전문의료팀이 경로당을 직접 방문하도록 해 건강 관리를 해줄 계획이다. 또 독거 노인이 독거 노인을 돕는 ‘홀몸노인 함께살이사업’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조 구청장은 지난해 이런 성과를 통해 대한노인회로부터 노인복지대상을 수상했다. 조 구청장은 “노인이 건강하면 행복한 가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복지 예산도 절감할 수 있어 올해는 노인 건강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는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해 관광활성화 정책도 추진한다. 조 구청장은 “외국인을 위한 숙소가 부족하고 면세점이 없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앞으로는 재래시장을 활성화시켜 외국인을 위한 관광코스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을 위한 일자리 정책도 관심사다. 조 구청장은 “주민 취업 알선률이 서울 자치구 평균의 세 배이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치구 취업률 1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은퇴를 앞둔 50, 60대 베이비부머들이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내고 인생 2모작을 할 수 있도록 특별교육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식당과 소기업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조 구청장은 끝으로 “영등포 문화재단을 통해 영·유아를 위한 책을 나눠주는 북스타트운동도 전개한다”면서 “아이들이 부모의 팔베개 속에서 책을 읽고 자라도록 해 가족의 정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공부에 관심을 갖도록 돕는 교육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환경미화원 근로 조건·복지 개선… ‘인권도시’ 성북

    성북구가 인권도시를 지향하면서 독립기구로 설치한 성북인권위원회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7일 구에 따르면 성북인권위원회는 최근 환경미화원의 근로 조건과 후생 복지 개선을 위해 독립채산제를 폐지하라는 2호 권고안을 채택했다. 청소대행업체 독립채산제는 ‘쓰레기봉투는 구청이 만들지만 봉투 판매 대금은 대행업체의 수입으로 하는 방식’으로 환경미화종사원들의 임금이 사회적 기준에 따라 미리 결정되지 않은 탓에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 조건을 낳는 원인으로 비판받아 왔다. 성북인권위원회는 또 환경미화종사원들에게 온수 샤워가 가능한 휴게실과 세탁실을 설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절기와 동절기 작업복 지급과 유급 여름휴가 보장, 환경부와 서울시가 권장한 월 250만원의 급여 지급 보장 등 후생 복지 조건을 대행 계약 체결 시 명시하도록 하자는 내용도 권고했다. 이 같은 권고에 대해 구는 인권증진기본조례 제27조에 따라 30일 안으로 권고 사항을 이행할지 여부를 판단하고 개선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노숙인 임시 주거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전수 상담조사를 실시해 지원 대책을 마련토록 하라는 내용을 1호 권고안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성북인권위원회의 이 같은 의미 있는 활동에 대해 주민들은 “국가인권위원회보다 현실적이다”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편 성북인권위원회는 지난해 7월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최초로 제정한 인권조례에 따라 지난해 9월 출범했다. 현재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초대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매달 1회 정기회를 열어 각종 구정을 인권 관점에서 재평가하고 주민들의 인권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또 뒤집힌 ‘시신없는 살인’… 결국 유죄

    또 뒤집힌 ‘시신없는 살인’… 결국 유죄

    부산에서 발생한 이른바 ‘시신 없는 살인’ 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피의자에게 살인 혐의가 인정돼 다시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부산고법 제2형사부(부장 이승련)는 27일 보험금을 노리고 노숙인을 살해해 화장하고 나서 자신의 시신인 것처럼 속여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손모(43·여)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시신을 자신으로 바꿔치기하는 등 범죄수법이 엽기적인 데다 1심 유죄, 2심 무죄, 3심 유죄취지 파기환송 등으로 법원 판결 내용이 왔다갔다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본인이 사망한 것처럼 속이는 데 필요한 시신을 얻으려 피해자를 유인해 살해한 동기 등이 충분히 인정되는 데도 거짓말로 일관하고 뉘우치지 않는 등 죄질이 매우 무거워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하는 것이 필요해 무기징역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손씨는 2010년 3월부터 15억원 상당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6월 중순 대구의 모 여성쉼터에서 소개받은 노숙인 김모(26)씨를 부산으로 데려와 다음 날 새벽 확인되지 않은 방법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손씨는 시신을 화장하고 나서 자신이 숨진 것처럼 속여 보험금 600만원을 받았으며 2억 5000만원을 추가로 받으려다 이를 수상히 여긴 보험회사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1심 재판부는 2011년 살인 혐의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지난해 2심은 “피고인이 가해자를 유인해 살해했을 것이란 의심이 들지만 구체적인 범행 방법이 적시돼 있지 않고 타살을 인정할 만한 물적 증거도 없다”며 살인죄는 무죄를 선고하고 사체 은닉죄만 유죄로 인정,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객관적 증거가 없고 피해자의 돌연사, 자살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데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흠이 있다”며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심리를 맡은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숨진 김씨가 다닌 대구의료원 등에서 피해자의 돌연사 가능성 및 자살 가능성과 관련한 의학적 소견을 구하고, 피해자가 생활했던 쉼터에서 같이 지낸 사람을 증인으로 소환, 추가 조사 등을 벌인 결과 손씨가 치밀한 계획에 따라 저지른 범행이라는 결론을 냈다. 손씨가 이에 불복해 상고하면 대법원에서 다시 이 사건을 심리하게 된다. 앞서 검찰은 손씨가 이혼, 사업실패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자 거액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다음 주변 사람이 찾지 않을 여성 노숙인을 살해한 뒤 마치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타낼 계획을 세웠다며 손씨에 대해 살인과 사체은닉,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했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현장 행정] 영등포구 민간기관 업무협약 성과

    [현장 행정] 영등포구 민간기관 업무협약 성과

    25일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 공영주차장. 영등포구가 지역 복지단체인 ㈔서영사랑나눔복지회와 손잡고 지난해 7월부터 마련한 노숙인 이동목욕서비스 차량이 눈에 띄었다. 일주일에 세 번 노숙인들이 따뜻한 차량에서 목욕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하루 평균 10여명이 이 차량을 이용한다. 노숙인 김모(55)씨는 “무료로 목욕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상담도 해 줘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영등포구가 ‘사람 냄새 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민간기관과 공동사업을 펼쳐 주목된다. 구에 따르면 2010년 7월 민선5기 이후 7개 분야 46개 사업에서 민간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각종 성과를 이뤄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1년 서울시립대 반부패연구소와 맺은 청렴 업무 협약. 구는 연구소로부터 연간 3회 이상 청렴 정책의 취약분야와 추진방향에 대해 진단과 자문을 받았다. 그 결과 지난달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청렴도 1위에 선정됐다. 관 위주의 청렴정책이 타성과 낮은 참여도 때문에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한 것이다. 개인 재능과 각종 서비스를 이웃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영등포 디딤돌 사업’도 눈길을 끈다. 영등포구 한의사와 지역 병원이 참여해 취약계층에 무상진료를 제공하고 지역의 도림교회는 이웃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해 주는 ‘행복한 방 만들기’ 사업을 도왔다. 구는 최근까지 21가구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새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또 독거노인과 불우 청소년에게 후원금 4억 3200만원을 지원하는 한편 독거노인 600여명에게 음식을 제공해 이웃의 따뜻한 정을 나눴다. 저소득 주민을 위해 인근 한강 유람선을 이용하도록 지원한 인원만 6359명에 이른다. 지역 기업체와 대형마트들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힘을 보탰다. 실제로 구와 맺은 일자리 나눔 협약 덕분에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 주민 206명이 취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여의도에 새로 짓는 부지에 주민들을 위한 북카페와 디지털 도서관 공간을 10년 동안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 후원으로 주민들이 가족과 함께 주말농장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조길형 구청장은 “주민과 민간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는 지방자치제도의 뿌리를 견고하게 내릴 수 있는 필수 영양분”이라면서 “주민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투명한 양질의 정책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황혼에서 새벽까지 신고 100여건… 출동·순찰·승강이 ‘하루가 짧다’

    [주말 인사이드] 황혼에서 새벽까지 신고 100여건… 출동·순찰·승강이 ‘하루가 짧다’

    민생 치안 최일선의 경찰 지구대와 파출소는 하루 종일 눈코 뜰 새 없이 돌아간다. 좀도둑에 폭력배, 강도까지 112 신고를 받은 순찰차들이 출동하고 술에 취해 시비가 붙은 사람들이 핏대 높여 악다구니를 부린다. 길을 물으러 오는 행인에 화장실을 쓰려는 사람까지 지구대와 파출소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는 ‘4대 악’(성폭력, 학교 폭력, 가정 폭력, 불량식품) 예방을 위해 경찰 인력을 지구대 중심으로 재배치할 방침이다. 올 1월부터 서울 시내 경찰서에서 숙식을 하며 사건을 취재하고 있는 서울신문 새내기 기자 4명(신융아, 오세진, 최훈진, 한재희)이 21~22일 서대문 신촌, 영등포 중앙, 마포 홍익, 강남 역삼 등 지구대 4곳에서 현장 체험을 했다. 서울에서 가장 바쁘고 일이 많기로 이름난 곳들이다. 새벽 칼바람을 맞으며 뒷골목과 유흥가를 누비는 경찰들의 애환과 바람을 들었다. “띠리링, 홍익 스물일곱, 146-○○번지 성추행 신고 접수, 출동 바람.” 지난 21일 밤 마포 홍익지구대의 27번 순찰차 안. 시계의 시침이 밤 12시를 가리킬 때쯤 방성준(28) 순경의 검은색 무전기가 요란하게 울렸다. 112 범죄 신고가 전국에서 매우 많이 몰리는 곳 중 하나인 홍익지구대의 하루는 이날도 긴박하게 시작됐다. 방 순경과 그의 파트너인 류정안(41) 경사는 한 입도 채 먹지 못한 삼각김밥을 내려놓고 급히 순찰차의 시동을 걸었다. 5분 만에 피해 신고를 한 20대 여성의 집 앞에 도착했다. 경찰을 보자 여성은 굵은 눈물을 쏟으며 “늦은 밤 귀갓길에 지하철에서 어떤 남자한테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두 경찰관은 피해자 진술을 듣고는 “내일 경찰서로 나와 조사받고 폐쇄회로(CC)TV 등으로 확인해 보자”고 다독인 뒤 자리를 떴다. 112 신고는 대부분 자정에서 새벽 사이에 들어온다. 유흥가가 불야성을 이루는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 사고가 가장 많지만 요즘은 목요일 밤에도 신고 전화가 많다. 2인 1조로 구성된 순찰팀이 6개인데 하룻밤 100건 정도 신고가 들어오니 팀당 15~20차례 출동하는 셈이다. 홍익지구대는 클럽 등이 밀집한 홍익대 앞 유흥가의 치안을 책임진다. 이 때문에 지구대에 오는 손님의 80~90%는 취객이다. 이곳의 한 경찰관은 “취객의 막무가내식 행동에 둔감해질 때도 됐는데 여전히 울컥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취객을 순찰차로 경찰서까지 연행하는 일이 많다 보니 뒷좌석을 아예 투명 비닐로 꽁꽁 감싸 놓았다. 안에서 구토를 하는 취객이 많아서다. 새벽 3시쯤 지구대 안 무전기가 또 한번 울렸다. 마포 서교동의 치킨집에서 손님이 난동을 벌인다는 신고였다. 현장에 도착하자 거나하게 취한 한 남성이 류 경사와 방 순경에게 “네가 뭔데 나한테 망신을 줘, 꺼져”라고 욕설을 퍼부으며 밀쳤다. 방 순경은 취객을 달래 진정시킨 뒤 택시에 태워 보냈다. 경찰서로 연행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다. “난폭하던 음주 폭력자들이 술이 깬 뒤 울먹이며 봐 달라고 통사정하는 것을 보고는 ‘이 사람들도 사는 게 얼마나 힘들면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어 욕 먹어도 참지요.” 웃지 못할 오인·허위 신고도 많다. 홍익지구대 인근 신촌지구대에는 이날 밤 12시 “여성 한 명이 납치됐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긴급 상황으로 판단해 지구대 경찰 6명이 급히 신고지인 서대문구의 한 백화점 인근으로 출동했다. 20대 남성 신고자였다. 인근 대학에 다닌다는 그는 만취해 인사불성이었다. 경찰이 자초지종을 묻자 “인근 여대의 학생과 소개팅을 했는데 내가 취하자 어떤 사람이 나와 끌고 가 버렸다. 꽃뱀인 것 같다”고 애먼 소리를 했다. 경찰이 확인해 보니 여성은 취한 남성을 감당할 수 없어 몰래 귀가한 것이었다. 상황을 정리한 지구대 경찰들은 허탈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같은 서울이라도 지구대마다 접수 사건의 유형은 제각각이다. 영등포 중앙지구대 관할에는 저소득층의 비중이 다른 곳보다 높다. 이 때문에 무전취식, 소액 절도 같은 사건이 많다. 이날도 “술을 마시고 돈을 내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했다. 식당에서 취객 두 명이 업주, 아르바이트생과 대치하고 있었다. 경찰이 취객의 친구를 불러 계산하게 한 뒤 돌려보냈다. 심야 시간 치안 사각지대인 주택가의 순찰도 중요한 임무다. 22일 새벽 중앙지구대 소속 박충환(43) 경사는 영등포6가의 주택가에 순찰차를 세워 둔 채 날카로운 눈매로 주위를 살폈다.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주요 길목에서 순찰하는 ‘거점근무’를 하는 중이다. 이 골목에는 원룸과 다세대주택이 몰려 있다. “한밤중 골목길에 노숙인들이 배회해 무섭다”는 여성들의 신고가 끊이지 않는다. 박 경사는 “순찰차 사이렌 불빛만 켜 놓아도 성폭력, 절도 등의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확실히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일부 상인들은 “순찰차 때문에 장사가 안 되는 것 같다”고 불만스러워한다. 박 경사는 “솔직히 서운할 때도 있다”고 했다. 강남역 일대를 담당하는 역삼지구대 대원에게는 승차 거부 단속이 주요 업무다. 특히 시·구청 공무원들이 철수하는 오전 1시 이후 강남역 인근에 순찰차를 세워 놓고 집중적으로 계도·단속 활동을 벌인다. 그러다 출동 무전이 떨어지면 현장으로 달려가야 한다. 역삼지구대의 한 경찰관은 “밤샘 근무 중 두 시간 정도 쉴 수 있는 규정이 있지만 정신없이 출동하다 보면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했다. 취객과 한바탕 씨름을 하고 나면 여명이 밝아온다. 오전 8시. 교대한 주간 근무조 대원들은 등교 시간에 맞춰 지역 내 초중고교 순찰에 집중한다. 신촌지구대 오두용(46) 경사는 이화여대 부속초등학교에 나가 등교하는 아이들과 일일이 인사를 했다. 일주일에 몇 번씩 등하굣길 순찰에 나서다 보니 얼굴을 많이 익혔다고 했다. 학교 폭력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스쿨폴리스(학교 전담 경찰관)가 생겼지만 지역민과 가장 밀접한 지구대 경찰들의 역할이 크다. 신촌지구대 관계자는 “‘일진’들이 어울려 노는 공원이나 콜라텍 등 유흥가에 주로 나가 아이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면서 “우리와 친해지면서 마음을 고쳐 먹는 일진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역삼지구대는 돈이 많이 도는 강남 지역의 특성상 낮시간 핸드백 날치기 등의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 오토바이를 타고 의심스럽게 이면도로를 배회하는 사람들을 검문하는 것이 지구대원의 임무다. 역삼지구대 관계자는 “은행에서 고액의 현금을 찾아야 하는데 옮기기가 불안하니 도와 달라는 부탁이 종종 접수된다”면서 “경찰이 은행으로 출동해 차량까지 안전한 이동을 돕거나 사설 경호업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고 말했다. 경찰 인력을 증원하기로 하는 등 최근 지구대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현장의 경찰들은 여전히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경찰이 공무집행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시민들이 존중해 줬으면 좋겠다는 말도 나왔다. 한 50대 경찰관은 “어린 민원인이 욕설을 퍼부을 때도 많고 경찰을 화풀이 대상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때때로 마음 아프다”면서 “시민 입장에서 불만스러운 부분도 많겠지만 질서 확립을 위해 우리에게 힘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관악 주민들 “아픈 이웃 없게”

    관악구에 위치한 보건·의료 단체와 지역 봉사 단체들이 의료 취약 계층을 위해 ‘보건·의료 재능 나눔’에 나섰다. 14일 관악구에 따르면 지역 내 보건·의료 단체, 의료기관 등 단체 32곳과 주민 26명이 ‘관악구 보건·의료 재능 나눔 협의체’를 구성하고 최근 발대식을 가졌다. 협의체에는 관악구 의사회, 관악구 한의사회, 관악구 약사회 등 단체 10곳과 서울시 보라매병원, 서울대 치과병원, 양지병원, 강남고려병원 등 의료기관 21곳이 참여했다. 또 영락유헬스고등학교 유 조이풀(U-joyful), 서울대 인스 트루(人´s TRU), 와저스, 관악구립합창단 등 문화예술 동아리, 주민모임 11곳도 참여했다. 개인 자격의 주민들은 사진, 영어번역, 디자인, 멘토 활동 등 재능 나눔 봉사자로 참여했다. 협의체는 홀몸 어르신, 다문화 가정, 노숙인 등 건강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 검사, 투약 서비스를 해줄 계획이다. 더불어 건강 음악회 등 문화 공연과 함께, 무료 이·미용, 자장면·빵 봉사 같은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외에도 취약 계층 산후조리원 할인, 건강 캠페인, 건강 분야 직업 체험 멘토 활동 등 취약 계층 의료 서비스 질 향상에 힘쓴다. 김인자 지역보건과장은 “협의체를 통해 좀 더 체계적 활동을 펼쳐 많은 주민들이 혜택을 보도록 하겠다”며 “더 많은 보건·의료 분야 기관, 개인들이 나눔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자원센터’의 변신… 일하는 기쁨

    영등포구는 6일 양화동 자원순환센터에 장애인과 노숙인의 자립 능력을 키워 줄 ‘자활보호작업장’을 설치하고 본격적인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이날 열린 개소식에는 조길형 구청장과 직원, 노숙인 보호소 관계자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작업장은 서영사랑나눔의복지회가 설립을 주관하고 구가 지원해 90㎡ 규모로 마련됐다. 직원들은 작업장에서 수작업으로 경광봉을 조립해 완제품으로 출고한다. 작업 공정에 위험성이 없고 장애인과 노숙인도 제작 과정을 쉽게 숙달할 수 있다. 총 19개 공정 가운데 16개 공정에 지체·지적 장애인이 직접 참여한다. 이들이 생산하는 제품은 손전등식 LED 경광봉으로 군부대, 경찰에 납품해 야간훈련과 교통지도 등에 주로 사용하게 된다. 레저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직원들은 작업 훈련비로 월 20만~30만원을 받게 된다. 구는 모두 장애인인 10여명의 직원들이 하루 300여개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 자활의지가 있는 노숙인들도 고용해 작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구는 지난 1월 발달장애인 5명을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하고, 노숙인 자활을 돕는 등 취약계층의 자립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조 구청장은 “장애인과 노숙인도 일을 해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자활의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농협가족 사랑나눔 행사

    농협가족 사랑나눔 행사

    6일 서울 종로구 교복동 노숙인쉼터에서 열린 농협가족 사랑나눔 행사에서 최원병(오른쪽 네 번째) 농협중앙회장과 신동규(오른쪽 두 번째) 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이 서울노숙자선교회에 쌀과 성금 5000만원을 전달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200억 남아돈 저소득층 ‘긴급복지’

    호흡기 장애가 있는 A(40)씨는 몇 달 전 호흡이 가빠지고 열이 올라 응급실에 실려 갔다. 선택진료비와 각종 검사 등 비급여 탓에 진료비가 170만원이나 나왔지만 감당할 길이 없었다. A씨의 아내는 긴급복지지원제도를 통해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시청에 찾아갔지만 “이번에 신청하면 같은 질병으로는 다시 신청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돌아섰다. A씨의 아내는 “남편이 언제 또 쓰러질지 몰라 다음에 신청하기로 하고, 이웃들에게 손을 벌렸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저소득층에 예상치 못한 위기가 생겼을 때 생계비와 의료비 등을 지원해 주는 긴급복지지원제도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지원 기준이 전면 개정된 뒤 생계와 주거지원 실적은 2배 가까이 늘었지만 의료지원은 기준이 엄격해져 지원 실적이 대폭 줄었다. 정부는 지난해 전면 개정에 이어 올해도 생계와 주거지원 기준을 완화했으나 의료지원 기준은 그대로 둬 의료지원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긴급복지지원은 저소득 가정의 가장이 사망하거나 갑자기 수술 등의 사유로 생계에 위기가 왔을 때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까지 생계비와 주거비, 의료비 등을 지원해 주는 제도다. 그동안 의료지원에 예산의 90% 정도가 편중됐다는 지적에 따라 생계와 주거지원 기준은 완화하고 의료지원 기준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난해 지침이 전면 개정됐다. 생계와 주거지원은 가장이 실직하거나 휴·폐업한 경우, 노숙인 등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주거지원의 금융재산 기준도 300만원 이하에서 500만원 이하로 완화됐다. 반면 의료지원은 같은 질병이나 부상으로는 1년에 한 번 신청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평생 한 번만 신청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한 번 지원받은 후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심사를 거쳐 한 번 더 지원받는 것은 가능하다.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 예외적으로 지원됐던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생계지원은 2011년 5672건(27억 700만원)에서 지난해 9913건(47억 40만원), 주거지원은 489건(95억원)에서 1115건(231억원)으로 2배 정도 늘었다. 그러나 의료지원은 3만 3908건(426억원)에서 2만 4884건(292억원)으로 줄었다. 의료지원이 큰 폭으로 줄면서 연초 배정된 예산 589억원 중 200억원이 남아 기초생활수급자 생계급여 지원사업에 전용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지원을 줄인 대신 생계와 주거지원 기준을 완화해 지원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정숙 건강세상네트워크 빈곤층사업팀장은 “저소득층이 대체로 건강도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신청 횟수가 너무 제한적이고, 비급여 부담도 저소득층에 떠넘겼다”면서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괸 격”이라고 비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재기 꿈꾸는 천사의 ‘가위손’

    재기 꿈꾸는 천사의 ‘가위손’

    30년 동안 미용실을 운영하던 박모(52·여)씨는 경기침체로 가게 문을 닫고 결국 지난해부터는 노숙인 보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런 박씨에게 재기의 희망을 준 건 다름아니라 그가 생활 중인 서울 관악구 봉천동 ‘반석 희망의 집’이었다. 희망의 집이 마련한 ‘엔젤미용실’에서 다시 가위를 든 박씨는 노숙인들의 머리를 손질해 주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그는 “사업을 실패했을 때 다시는 미용사 일을 못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기회를 얻어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18일 관악구에 따르면 반석 희망의 집은 노숙인들의 자활과 지역 저소득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위해 지난달 ‘엔젤미용실’을 개관했다.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던 박씨가 미용기술 자격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기술을 다른 노숙인들이나 지역 주민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다가 미용실을 만들게 됐다. 시설은 인근에 폐업한 미용실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설치해 비용을 아꼈고, 페인트 칠 등 내부 인테리어 작업 역시 시설 관계자들이 직접했다. 엔젤미용실은 반석 희망의 집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에게는 무료로, 또 인근 저소득 주민들에게는 시중가의 50~70% 수준 가격으로 미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어려운 주민들이 편안하게 방문해 차를 마시며 서로 의지하고 위로할 수 있는 따뜻한 휴식 공간도 제공할 예정이다. 엔젤미용실에 근무하는 미용사는 현재 박씨가 유일하며 시설 관계자들이 시설관리, 청소 등을 돕고 있다. 구는 미용실 운영이 안정되고 이용객이 늘어나면 원하는 노숙인에게 미용 교육을 시켜 보조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준례 생활복지과장은 “이를 기회로 실의에 빠진 노숙인들이 자활의지를 불태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노숙인 자활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한편 관악구는 지난해 반석 희망의 집에 4억 4000만원의 운영보조금을 지원해 노숙인 자활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70여명 노숙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영등포, 9400개 일자리 프러포즈 대작전

    영등포구는 13일 일자리 창출을 전 부서 공통과제로 삼고, 올해 94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이를 위해 구는 올해 모두 261억원을 투입해 ▲일자리 지원센터 운영 활성화 ▲직업 훈련을 통한 취업 기회 제공 ▲사회적 기업 육성 및 청년 인턴제 운영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 사업 확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창업 지원 ▲중소기업 육성자금 지원 등 6대 중점 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구는 우선 일자리 지원센터 운영 활성화를 위해 세대·대상별 현장 중심의 맞춤형 일자리 지원서비스를 펼칠 계획이다. 이를 통해 1500명에게 일자리를 찾아줄 예정이다. 매월 1회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역사나 대형 쇼핑센터를 방문해 찾아가는 취업 상담을 진행하고 구인 업체를 발굴해 현장 면접을 통해 채용을 추진하는 ‘잡 프러포즈 데이’도 운영한다. 또 지역 내 대형 신규 시설물에 입주하는 민간기업과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와 연계해 주민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기로 했다. 여성과 노인,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에도 역량을 집중한다. 구는 취약계층에게 일률적으로 지원금을 제공하는 방식을 탈피해 주민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산모·신생아 도우미 지원, 아이 돌보미 지원사업을 통해 여성 일자리를 확대하고 실버봉사대 등 노인 일자리 창출에 앞장선다. 노숙인 자활 근로사업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이 밖에 사회적 기업과 마을 기업을 육성해 청년과 취약계층 335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협동조합 설명회와 설립 지원을 통한 간접적인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선다. 특히 올해부터 새롭게 시행하는 중소기업 청년 인턴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소하고 청년층 경력과 직업능력 향상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조길형 구청장은 “앞으로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서울시 ‘떠돌이 가정’ 긴급 구호

    지난해 9월 이혼한 후 여덟 살배기 아이와 단 둘이 살고 있는 견모(여)씨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는 돈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이혼 당시에는 남편으로부터 월세보증금과 양육비를 지원받기로 합의했지만 지금은 연락이 끊긴 상태다. 결국 카드 체납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견씨는 월세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지난해 11월부터 아이와 함께 찜질방을 전전하며 살아가고 있다. 서울시가 견씨 사례와 같이 아이와 함께 여관, 찜질방, 공원 화장실, 고시원 등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임시거주 위기가정’을 발굴해 긴급지원에 나섰다. 시는 당장 지원을 받지 않으면 자녀와 함께 한겨울 노숙인으로 나앉게 될지 모르는 위기 가정 42가구에 긴급 생계비 및 자립지원시설 등을 지원했다고 21일 밝혔다. 시는 25개 자치구, 시교육청 및 각 학교, 지역복지관, 숙박업협회, 찜질방협회 등 현장에 밀접한 기관의 협조를 얻어 위기가정을 발굴했다. 또 희망온돌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연, 소셜네트워크서비스, 120다산콜센터 등 다양한 창구를 활용했다. 이렇게 파악된 위기가정은 총 72가구로 시는 이 중 미성년자나 장애아동이 있는 42가구를 우선 지원했다. 지체장애 6급 아버지가 사업 실패 후 중학생 딸과 여인숙에 사는 가구, 세 살배기 아이와 함께 여관에 사는 임신 8개월 임신부, 수시로 발작하는 장애아동과 함께 여관에 사는 가구 등 모두가 극도의 주거불안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다. 시는 이들에게 긴급 생계비 300만원을 지원하거나 자립지원시설에 자리가 날 경우 입주를 안내하고 있다. 또 가구별 특성에 따라 각 자치구가 필요한 부분을 파악해 지원하도록 했다. 시는 앞으로도 임시거주 위기가정을 추가 발굴해 지원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긴급복지지원법 등에 의한 임대주택 입주도 추진한다. 김경호 복지건강실장은 “노숙 직전의 주거위기 가구야말로 겨울철 도움이 절실한 대상”이라며 “이들이 더 큰 고통에 빠지는 일을 막고 주거안정을 이룰 수 있도록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경찰 추적 끝 ‘8년만의 상봉’

    “오랫동안 찾지 못해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동생을 만나게 돼 이제 여한이 없습니다.” 이라크에 파병 간 사이 실종된 장애인 동생을 8년간 찾아 헤맨 형이 경찰의 도움으로 극적인 상봉을 이뤘다. 육군 중령 김모(42)씨는 2005년 9월 이라크 파병을 떠난 지 3개월 만에 동생(39)이 실종됐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어릴 적 부모를 여읜 데다 동생이 지적장애에 소아마비로 다리까지 불편해 김 중령이 부모 노릇을 하며 키운 동생이었다. 파병 직전 어쩔 수 없이 서울 중랑구 이모 집에 맡기고 온 터라 자책감이 더했다. 2007년 이라크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형은 백방으로 동생을 찾으러 다녔다. 틈만 나면 경찰서와 보호시설을 찾아 수소문했고 동생이 다니던 학교 동창들도 만나봤지만 어디에서도 동생의 행방은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8년이 흘렀다. 지난해 12월 김씨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인터넷 ‘국민신문고’에 동생을 찾아달라는 글을 올렸다. 사연을 접수한 서울 영등포경찰서 실종수사팀은 전국 노숙인·장애인 보호시설을 뒤졌다. 의료보험, 고용보험, 휴대전화 가입 내역 등에 혹 동생의 흔적이 남아 있을 만한 곳을 살펴봤다. 그러던 중 지난 9일 충북 청주의 치킨집에서 동생이 일주일간 일했던 기록을 발견했다. 8년 전 외출했다 길을 잃은 동생은 서울, 경기, 충북 등 전국 곳곳을 떠돌며 노숙인 보호시설에 머물거나 식당 등에서 허드렛일을 도와주며 삶을 이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다행히 동생은 치킨집 사장이 돌봐주고 있었다. 동생은 “형이 외국에 이민간 줄로만 알고 있었다”며 울먹였다. 형은 “마지막이란 생각에 도움을 요청했던 건데 동생을 만나게 된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동생의 손을 꼭 잡았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2년간 노숙인 60명의 삶 추적

    한국에서 노숙자(Homeless)들이 문제가 된 시점은 1997년 외환위기 때부터다. 그전에 흔히 부랑자라고 부르는 노숙인(Rough sleeper)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한국사회가 경제적으로 붕괴되면서 대량 양산된 노숙인은 사회적 이슈가 됐다. ‘한국의 노숙인’(구인회·정근식·신명호 편저,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펴냄)은 등장한 지 15년이 된 노숙인 문제에 대해 학술적으로 접근했다. 2차대전 이후 양산되기 시작해 60여년이 된 영국, 미국의 노숙인들과 달리 한국의 노숙인 역사가 일천한 탓에, 서울대에서 언론정보학, 사회학, 인류학, 사회복지학과 등 사회과학 연구진들이 2009년 정부의 지원을 받아 ‘노숙인 생애사 아카이브 구축사업’을 시작했다. 약 2년에 걸쳐 60명의 노숙인을 1·2차 심층 인터뷰하고 노숙에 이르게 된 경로를 추적했다. 한국 노숙의 범주에는 거리뿐 아니라 찜질방, 만화방, 쪽방, 고시원, 노숙인 쉼터 등도 포함된다. 한국의 노숙인은 첫째 고용의 악화와 자영업의 실패, 둘째는 경제적 몰락으로 인한 이혼 등 가족의 해체, 셋째 선천적·후천적 질환에 따른 노동력 상실 등이 원인이었다. 현재 노숙인 정책은 영국의 ‘새정설’(2000년)이 수용되는 상황이다. 노숙인 발생에 따른 위생과 치안 문제 등 위기 관리보다 노숙인 발생을 예방하는 쪽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노숙의 원인보다 노숙을 촉발하는 요인를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 노숙인의 노숙 경로를 보면 근로 빈곤층에 불리한 사회·경제적 구조가 노숙인을 양산하지만, 노숙을 촉발할 만한 불운에 맞닥뜨렸을 때 극복할 수 있는 자체 역량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즉 어린 시절 부모의 학대나 이혼 등으로 정신적 불안을 겪었거나, 사생아, 조부모 슬하의 방치된 어린 시절, 또는 도박이나 알코올 등에 취약하다든지, 재산이나 인간관계에서 계속 사기를 당한다든지 하는 관리능력의 미흡 등이다. 개인적인 성향이 구조적으로 엮이기도 한다. 인쇄업이나 봉제업과 같이 사양 사업에 종사하다가 퇴직한 후 동료와 사업을 시작했는데 관리 능력이 부족해 사기를 당하는 형태다. 느닷없는 불운을 극복하는 능력은 물질적·경제적 차원의 일시적 지원이 아닌, 자존감의 회복이나 성찰을 통한 자립과 자활 의지를 일깨우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이 대학들과 연계해 진행하는 ‘인문학 과정’이 중요하다. IMF와 같은 전환기에 세상을 바라볼 안목이 없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고, 인간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시민발언대 1년… 12일부터 ‘시민청’서 운영

    “파손된 볼라드에 걸려 넘어졌어요. 규격화된 볼라드로 정비해 주세요.” 지난해 1월 청계광장 시민발언대 ‘할 말 있어요’엔 이런 건의가 올라왔다. 해당 구청 도로관리과는 “문제의 볼라드를 즉시 정비하고, 단계적으로 전체를 정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답변했다. 서울시는 11일로 운영 1년을 맞은 시민발언대가 총 46회를 개최해 시민 398명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엄마에게 감사인사를 보내는 6세 어린이의 최연소 메시지부터, 사회병리를 겨냥한 최고령 83세 노인의 호통까지 다양했다. “노숙생활을 청산하고 일자리를 갖게 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며 “상황은 어렵더라도 여유와 희망을 갖고 생활하자”던 시민은 올해 노숙인 저축왕에 선정되기도 했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인이 되라고 목소리를 높인 초등학생, 에너지가 부족한 나라에서 에너지 좀 아껴 쓰자는 청년, 외국 관광객의 방한 소감까지 지름 2m 남짓한 반원형 연단에 다양한 목소리가 터졌다. 발언 중 개인사연을 제외하고 35%인 136건이 뉴타운, 재개발 등 주택문제와 보육이나 복지에 얽힌 것이었다. 건의사항에 대해서는 해당 부서의 검토의견을 시 홈페이지에 게시한다. 또 매달 시민과 시장이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누는 ‘시장과의 주말 데이트’ 안건으로도 상정돼 답변을 듣는 기회를 갖는다. 12일 신청사 시민청으로 옮기는 발언대 참가 희망자는 시 및 시민청 홈페이지에 참여시간을 예약하거나 당일 현장에 오면 된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빈자의 등불’로 33년… 뉴질랜드 출신 안광훈 신부

    [김문이 만난사람] ‘빈자의 등불’로 33년… 뉴질랜드 출신 안광훈 신부

    희망찬 새해가 밝아도 한파는 계속되고 있다. 거리의 노숙인들은 얼마나 추울까. 쪽방촌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달동네 가족들은 따스한 온기라도 제대로 느끼며 살아갈까. 대체적으로 빈민은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킬 수 없으며 사법 체제에 권리를 요구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올바른 사회적 장치와 주위의 도움이 절실하다. 알다시피 도시 빈민은 경제 성장정책의 희생양으로 양산됐다. 주거권을 비롯해 고용, 의료, 교육 및 환경 등 여러 가지 구조적 모순에서 생겨났다. 가난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경제적 가난, 정신적 가난, 자발적 가난이다. 경제적 가난은 강요된 가난으로서 빈민, 또는 빈곤이라 한다. 정신적 가난은 청빈이라고 하고, 자발적 가난은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기 위한 투신이다. ‘빈민사목’이다. ‘빈민을 위한 우선적 선택’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 이는 가톨릭 사회 교리의 핵심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천주교의 사회 빈민운동은 1980년대 초 서울 목동 철거민 사태로 본격화됐다고 할 수 있다. 뉴질랜드 출신 안광훈(72·본명 브레넌 로버트 존) 신부는 우리나라에서 33년째 빈민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자발적 가난자’로서 도시 빈민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의 권리와 주장을 열심히 도와주고 있다. 25살 때 한국에 와 청춘을 바쳤고 세월이 지나 70대의 할아버지가 됐다. 본격적인 빈민운동은 33년째이지만 한국에서의 47년 삶은 오롯이 가난한 자와 함께해 오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에 있는 성골롬반 외방선교회 사무실에서 안 신부를 만났다. 그는 강북구 삼양동 달동네에 살면서 일주일에 두 차례 이곳에 나와 재정 담당 일을 보고 있다. 그 외에는 삼양동 재개발 지역 주민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통을 같이 나누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정진석 추기경의 허락으로 삼양동에 머무르면서 보좌 신부 노릇도 하고 있다. 그의 대표적인 직함은 ‘삼양 주민연대 대표’이지만 강북구 실업자사업단 주거복지센터 운영위원, 서울대교구 빈목사목위원 등 10여 가지 직함을 가지고 빈민을 위한 여러 가지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빈자의 등불’로 지난 보신각 제야의 타종 행사 때 시민대표 중 한 사람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하여 먼저 제야의 타종 행사와 관련된 얘기부터 나왔다. 오랫동안 한국에 살아서인지 한국말은 비교적 능숙한 편이었다. 말쑥한 사제복이 아닌 편안한 평상복 차림이다. 나이보다 훨씬 젊게 보였다. “뉴질랜드에는 종이 없습니다. 처음 종을 쳤습니다. 종 치는 행사에 참석해 보니 아주 재미있더군요.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절에 여러 번 가보았습니다. 고요하면서도 깊은 느낌이 있어 좋습니다. 제가 정선에 있을 때 스님들과 많은 대화도 가졌지요. 불교는 좋은 종교라고 생각합니다. 부처님 오신날에는 제가 절에 가고 성탄일에는 스님들이 교회에 찾아오곤 하지요.” 틈틈이 시간 날 때 불국사 등 큰 절을 찾는 즐거움 또한 각별하다고 말한다. 이어 빈민운동으로 화제를 돌렸다. 그가 달동네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1년 서울 목동 성당 주임신부를 맡으면서였다. 목동 신시가지 계획이 발표되고 안양천변에 살던 사람들이 용역 깡패들에게 쫓겨나는 모습을 생생하게 지켜보면서 매우 가슴 아파했다. 그래서 아무런 보상도 없이 쫓겨나는 철거민들을 위한 철거반대운동을 시작했다. 철거민들에게 본당 건물 사용과 함께 물적·심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000만원을 선뜻 기부해 100가구 정도의 목동 철거민들이 시흥시 목화마을을 구성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러한 정신적 배경에는 자신의 첫 부임지인 강원도 삼척 사직동 성당에 있을 때 지학순 주교와의 만남이 있다. 그는 1966년 한국에서 뜻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처음 입국했다. 2년 뒤 당시 원주교구장이었던 지 주교는 안 신부를 가난한 탄광지대인 사직동 성당으로 파견했고 안 신부는 1년 동안 빈자들과 함께 생활했다. 그러면서 한 달에 한 번꼴로 지 주교와 만나 정신적 유대관계를 형성했다. 이후 정선 본당으로 옮겨 11년 동안 주임신부로 지내면서도 자주 만났다. 군사정권 시절 원주 시내의 주교좌 성당인 원동 성당 등에서 신변의 위협을 느껴 가며 열었던 시국 관련 기도회며, 미사 중 주교회의 선언문 발표 때면 어김없이 지 주교가 옆에 있었다. 정선 본당 시절을 잠시 회고하던 그는 30명이 100원씩 출연한 3000원으로 1973년 정선신협을 설립했고 지금은 400억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농협이 있었지만 가난한 농민들이 대출을 받지 못해 치료비, 전기료, 아이들 교육비가 없어 고통받는 것을 보고 정선신협 설립을 결심했던 것이다. 이와 함께 1975년 정선 주민들을 위한 성프란치스코 의원을 건립했다. 정선 본당도 그가 세운 성당이다. 초대 춘천교구장 구(具)토마스 주교가 미8군에서 얻어 쓰던 철근 콘크리트 건물을 헐고 교인 바자회와 교구청, 뉴질랜드 주교들의 도움을 받아 성당을 세웠다. 당시 그는 “교회는 세상 사람과 지역 주민 전체를 위한 도구나 제도, 조직이어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그렇게 강원도 산골에서 청년 시절을 보냈다. 이후 그가 본격적으로 빈민운동에 눈을 돌린 것은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 1981년 안양천변의 목동 철거민 투쟁 때부터였다. 당시 목동 성당 앞은 거의 논밭이었다. 구로공단에서 흘러드는 폐수에 오염된 물로 길러낸 곡식으로 연명하는 철거민이 대다수였다. “철거민들이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주거권이란 말도, 보상이란 말도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지요. 저로서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돈을 모금하고 종잣돈을 털어 그들이 살 만한 임시 시설이라도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시흥에 목화마을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5년 동안 목동 성당 주임신부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입니다.” 이후 그는 성신여대 입구 부근의 골롬반 신학원 원장을 6년간 맡는다. 이때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 “빈민 사목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뜻을 전했고 그의 진심이 받아들여져 곧바로 미아6동 달동네에 전셋방을 얻어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빈민운동은 순조롭지 않았다. 개발 바람이 불어 세 번이나 집에서 쫓겨났다. 미아7동, 정릉4동, 삼양동 등으로 집을 옮겨야 했다. 이때마다 달동네 주민들과 함께 살면서 철거반대 운동, 실직자 대책 마련 등에 앞장섰다. 또한 주거복지센터를 만들어 소액대출 운동을 함께 벌여 나갔다. 2000년에는 독거 노인과 새터민을 위한 봉사단체 ‘강북 자활센터’를 만들었다. “철거할 때면 대부분 용역 깡패들이 등장합니다. 그때마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뭐하는 거냐,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등의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 심지어는 제가 집에 없을 때 우리 집에 불을 지른 적도 있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9월 서울시 복지대상을 수상했고 10월에는 명예시민권을 얻었다. 내친김에 영주권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빈자의 등불로 한국에서 47년 동안 살아오는 동안 늦게나마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짓는다. 그는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전화 기술자 아버지와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3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집으로 배달되는 골롬반 선교지를 보며 자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성골롬반 외방선교회에 입회했고 신학교를 졸업한 1966년 한국으로 온 그는 서울에서 2년 동안 한국어를 배운 다음 정선으로 향했다. 그에게 처음 입국 당시와 지금의 변화상을 물었다. “제가 한국에 처음 올 때에는 나라 전체가 가난했습니다. 서울 인구가 300만명에 불과하고 도시 전체가 전쟁의 후유증을 겪고 있었습니다. 1970년대부터 생활 수준이 올라갔지만 오히려 빈부격차는 심화됐습니다. 재벌은 성장하고 맨 밑바닥에 사는 사람들은 더욱 소외됐습니다. 재개발한다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쫓아내고 그런 일이 아주 많았지요. 세상은 다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는데 말이죠.” 세월이 지나 10년 전부터는 복지의 중요성이 정책적으로 강조되고 있지만 아직도 복지시설이 취약하고 특히 노인을 위한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교육제도 또한 고쳐야 할 것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더니 “41년생 뱀띠”라고 웃으면서 올해는 더 많은 활동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대답이 돌아온다. 또한 “빈자들은 나의 친구다. 함께 기쁨을 누리고 더 좋은 생활을 찾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왜 안광훈이라는 한국 이름을 지었느냐고 물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서울대 다니는 친구들을 사귀고 지냈는데 술자리에서 그들이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저보다 먼저 한국에서 활동한 선배가 ‘브레넌’이라는 성을 썼는데 그분이 ‘안’이라는 한국 성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안(安), 이름은 광훈(光薰)이라고 했습니다. 지금도 가끔 당시 친구들과 만납니다.(웃음)” 뉴질랜드에는 93살 된 노모가 요양원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며 잠시 고향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새해에는 빈자들을 향한 따스한 손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안광훈 신부는 1941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태어났다. 1959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골롬반 외방선교회에 들어갔다. 1965년 시드니 신학대를 졸업하고 사제직을 받았다. 1966년 한국에 와 2년 동안 서울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1968년 원주교구 삼척 사직동 주임신부가 됐다. 1969~79년 정선 본당 주임신부로 활동했다. 1981년 서울 목동 성당 주임신부가 되면서 철거민들과 함께 투쟁했다. 1985~91년 골롬반 신학원 원장을 지냈다. 1992년 서울 강북구 미아5동 성당에 부임하면서 달동네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 보신각 제야의 타종 행사 때 시민대표로 참석했다. 현재 삼양동 다세대 주택 전셋방에 살면서 도시 빈민을 위한 운동을 펼치고 있다. 삼양 주민연대 대표, 강북 주거복지센터 운영위원, 빈민사목위원 등의 직함을 가지고 있다.
  • “사랑의 떡국 드세요”

    “사랑의 떡국 드세요”

    2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광장에서 대한적십자사 임직원과 봉사자들이 노숙인들에게 떡국을 나눠 주고 있다. 적십자사는 제빵봉사, 연탄 봉사 등 나눔활동을 펼치며 새해 업무를 시작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13년째… 1만명분 ‘사랑’ 굽는 제빵사

    13년째… 1만명분 ‘사랑’ 굽는 제빵사

    “어려워졌다고 남 돕던 것을 그만둘 수 있나요.” 서울 영등포구청 맞은편에 있는 유성용 베이커리 사장 유성용(48)씨는 2000년부터 영등포구청, 당산1동사무소, 성공회푸드뱅크 등을 통해 독거 노인과 노숙인 등에게 무료로 빵을 제공하고 있다. 연간으로 1만명분, 금액으로는 1000만원에 이르는 기부다. 유씨는 그 공로로 최근 영등포구청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전북 정읍에서 태어난 유씨는 어려운 집안 사정을 돕기 위해 17세 때 사촌형을 따라 부산에서 제빵 기술을 익혔다. 이후 서울로 온 유씨는 1984년 서울시청에 취업해 15년간 구내식당 토스트와 다과회용 빵, 케이크 등을 만들었다. 1999년 일을 그만두고 퇴직금 3000만원에 대출금 1억원을 보태 영등포구청 앞에 자신의 이름을 건 ‘유성용 베이커리’를 냈다. 빵집은 성공적이었다. 개업한 지 2년 6개월 만에 1억원 빚을 거의 다 갚았다. 그러나 2002년 3월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이 바로 옆에 들어섰다. 유씨는 “그날로 매출이 정확히 반으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다시 3000만원을 대출받아 매장을 리모델링했다. 그러나 10년 사이 같은 계열사의 프랜차이즈 빵집이 인근에 두 군데 더 생겼다. 잘 나갈 때는 크리스마스 시즌 사흘간 케이크를 500개 넘게 팔았지만 올해는 150개 정도에 그쳤다. 그렇지만 유씨는 “3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우리 가게에 처음 왔을 때 감격해하던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면서 “어머니를 떠올리며 어려운 분들이 드실 빵을 만들 땐 잡념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전과27범 과거 잊고 노숙인 봉사로 새 삶

    전과27범 과거 잊고 노숙인 봉사로 새 삶

    조직폭력배에서 노숙인까지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다 이제는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노숙인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 서울 영등포구 노숙인 쉼터 ‘광야의 사닥다리’에서 집사를 맡고 있는 최규진(49)씨가 주인공이다. 최씨는 고교 2학년 때 교사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제적당한 뒤 폭력조직으로 흘러들어갔다. 17세 때 손도끼로 상대 조직원에게 전치 48주의 중상을 입혀 교도소에 들어간 그는 출소 뒤 울며 매달리는 어머니의 호소에 조폭 생활을 정리했다. 마음을 다잡고 새 삶을 시작하려 신학 공부도 하고 인테리어와 간판 일도 배웠지만 한번 엇나간 인생은 쉽게 달라지지 않았다. 술만 마시면 예전처럼 주먹을 휘둘렀다. 어느새 그는 전과 27범이 돼 있었다. 39세 되던 2002년. 술을 마시고 누군가에 맞아 피투성이가 된 채 영등포역 근처에 쓰러져 있던 최씨를 경찰이 노숙인으로 착각하고 광야교회 노숙인 쉼터에 데려다 놓았다. 그는 이곳에서도 매일 싸움을 했다. 쉼터 사람들이 그를 내보내라고 아우성쳤지만 광야교회 임명희 담임목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최씨는 40세에 정보고등학교에 재입학해 자식뻘 되는 학생들과 수업을 들었다. 2005년 신학대학에도 들어갔다. 최씨는 “공부가 1980년대 끌려간 삼청교육대 훈련보다 더 어려웠다.”면서 “나이 들어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아 졸업에 7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그가 지금의 아내를 만난 곳도 대학이었다. 아내와 함께 쪽방촌을 전전하다 1년 전부터 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최씨는 “내년에는 미뤘던 결혼식을 하려 한다.”고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시민대표 양학선·존 신부 제야 ‘희망 타종’

    시민대표 양학선·존 신부 제야 ‘희망 타종’

    한국 체조 역사상 첫 금메달을 딴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양학선(왼쪽·21)선수와 삼양동 달동네를 지키며 ‘빈자의 등불’로 살아가고 있는 브레넌 로버트 존 신부(오른쪽·71) 등이 올해 서울시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 참여할 시민대표로 선정됐다. ●獨 피아노콩쿠르 우승 문지영 양도 뽑혀 서울시는 올해 타종행사에는 매년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의장, 서울시교육감, 서울경찰청장, 종로구청장과 함께 서울시 홈페이지 등을 통해 추천받은 다양한 분야의 시민 11명을 선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오는 31일 종로 보신각에서 33번의 제야의 종을 울리며 시민들에게 새해 희망을 전한다. 양 선수는 태릉선수촌에서의 고된 훈련을 견디어 내 한국 체조 역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훈련 중에도 부모님께 전화를 걸고, 훈련비를 아껴 매월 80만원의 생활비를 보태드리는 등 건강한 인성을 가진 청년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뉴질랜드 출신인 브레넌 로버트 존 신부는 1966년 한국에 처음 온 후 1972년 강원도 정선에서 신협을 설립하고, 1980년대 철거민 생활터전 마련을 위해 힘썼다. 현재는 삼양동 달동네를 지키며 철거민과 빈민을 위해 30여년째 헌신해 오고 있다. 또 동네 교회와 학원을 돌며 하루 8시간씩 피아노 연습에 몰두해 2012년 독일에서 열린 제13회 에틀렝겐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문지영(17)양과 18년동안 1만 2000여건의 화재구조 현장에 출동해 5000여명의 인명을 구조한 서울 특수구조대 소속 박광일(44) 소방위 등도 타종행사에 참여한다. 이 밖에 노숙인 자활센터에서 창업 기술을 익혀 사회적 기업을 세운 유상희(55)씨와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딴 뒤 30여년간 현장을 지켜온 구태균(57)씨, 독거노인 수의전달 봉사를 해온 양천수의봉사단 함지연(68)씨 등도 선정됐다. ●5000명 구조 박광일 소방위도 참여 행사 당일 보신각 특설무대에서는 ‘다문화합창단 몽땅’, ‘코리아 주니어 빅밴드’ 등의 식전 공연과 가수 인순이가 출연하는 식후 공연 등이 펼쳐진다. 행사는 라이브서울, 라이브원순, 유튜브, 유스트림, 아프리카TV, 다음TV팟 등 온라인에서 생중계된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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