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개정 전망
정부가 노동계의 법정근로시간 단축과 주 5일근무제 도입 요구에 맞서 휴일,연월차휴가,생리휴가 등 근로시간과 연계된 근로기준법의 관련조항을 총체적으로 논의하자고 응수함에 따라 올해의 노사관계는 전례없는 격랑에 휩싸이게 될 전망이다.
정부가 노동계와 재계 등 이해집단의 대립과 반발을 예견하면서도 근로기준법 개정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지난 53년 제조업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이 근로조건의 유연성과 다양성을 요구하는시대상황과 맞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임금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만 요구하는 노동계의 공세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가하면 골프장 캐디,보험설계사,퀵서비스업,벤처산업 등 법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비정형’근로자도 근로기준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여들여야 한다는 현실적인 필요성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물론,노동계와 재계도 현행 근로기준법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며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합리적인’ 수준에서 타협점이찾아질 것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임금,근로시간,휴무 등 모든 사안이 근로자의 기본생활 및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 만큼 노동계나 재계가 어떤 형태로든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버틸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 96년 말 노동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뒤 전국의 사업장을 휩쓴 노동계의 총파업 투쟁 이상의 반발이 있으리라는 전망도나오고 있다.
정부가 법률개정작업에 들어가면서도 노사정위원회가 설치하려는 특위를 통해 폭넓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겠다고 공표한 것도 이같은 저항을 염두에둔 제스처로 해석된다.
따라서 과거 노동법 개정 때처럼 노동계와 재계가 팽팽하게 힘겨루기만 하다가 노사간에 개정에 별다른 이견이 없는 임금지불,도급근로자 등 일부 조항만 손댄 채 핵심사안은 ‘장기 과제’로 미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득정기자 djwoo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