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로 뛰는 대학들] (9) 연세대학교
연세대 법대가 법학교육의 패러다임 자체를 확 바꾸겠다고 나섰다. 연대 법대는 로스쿨 도입을 계기로 국제경쟁력 있는 법률가를 배출하는 데 역량을 모두 쏟아붓는다는 복안이다. 이미 국내 법률시장의 개방화가 시작된 만큼 사법시험에 올인하는 현재의 법학교육으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로부터 최우수법학교육기관으로 선정돼 자타가 공인하는 데도 안주할 수 없다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법학교육의 국제화 선도
연대 법대는 국제법률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법률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우선 교육시스템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법대측은 이미 1993 법과대학발전위원회를 구성, ‘연세법과대학 비전 2010’을 수립했다.
이같은 로드맵에 따라 세계화·정보화에 부응할 수 있는 전문 교과과정을 도입하고 교육시설을 첨단화했다는 게 연대 법대측의 설명이다. 교육목적에 따라 시설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연대 법대의 시설 곳곳에서는 외국 유명 로스쿨을 벤치마킹한 흔적이 묻어난다.3년 전 완공된 법대 독립건물은 3600평 규모로 국제회의실, 시청각교육실, 법학도서관 등 최고의 시설을 자랑한다.
특히 법대전용도서관은 해외 로스쿨 도서관의 실용성을 그대로 벤치마킹했다. 두 개층에 걸쳐 마련된 서고와 자료실은 내부 계단을 통해 연결되며, 인터넷 검색실,A/V자료실 등 자료실마다의 특색을 살려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콘텐츠의 차별화 시도
시설뿐만 아니라 콘텐츠에서도 전문화와 다양화를 시도했다. 경영·경제학에서 국내 최고로 꼽히는 연대만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연대 법대측의 이같은 계획은 설립 10주년을 맞은 법무대학원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연대의 법무대학원은 지적재산권법무·경영법무·사법공안법무·공정거래법무 등을 특화해 전문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국제화를 추구하기 위한 노력도 활발하다. 무엇보다 국제법과 관련한 다양한 커리큘럼이 눈에 띈다. 국제법은 물론 영미법·EU법·국제거래법·국제경제법 강의와 함께 독법원강·영법원강·불법원강 등 원서로 진행되는 강의도 마련했다. 또 최근에는 중국법연구센터를 개설하는 등 국제적인 법률가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법대 김종철 교수는 “국제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외국법 강의와 원어로 진행되는 강의가 이제 필수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국제화와 전문화의 일환으로 교수진의 차별화도 시도했다.
최근 영입된 백승민 교수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컴퓨터수사과장을 지낸 경력을 살려 형법실무와 함께 법정보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박정우 교수는 공인회계사로 국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을 맡고 있는 세법 전문가다. 사회법 전공의 이상윤 교수는 행시 출신으로 노사정위원회 상무위원을 맡고 있다.
김성태 교수는 금융감독원 경영평가위원장 및 한국보험학회회장, 한국증권법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분야별로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대 법대는 이밖에 통상법, 금융법, 저작권법, 인권법, 특허법 등에서 실무경험이 풍부한 교수진을 10여명 정도 충원한다는 계획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박상기 법대학장 “기업법무 분야등 전문성 교육 강화”
“리걸 마인드와 함께 비즈니스 마인드도 필요한 시대입니다.”
연세대 박상기 법대학장은 법조시장 개방을 앞둔 법조인의 자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연대 법대의 교육목표 역시 국제법률시장에 걸맞은 능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이란 설명이 이어졌다.
박 학장은 “국내 송무사건 시장이 작은 편인 데도 대부분의 법조인들이 송무사건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외국 로펌들이 우리나라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데는 그만큼 시장성이 있기 때문인데 우리 법조인들은 그 시장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전문성이 부족하고 비즈니스 마인드도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내시장에서 전문성을 살리고 국제시장에도 진출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교육목적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박 학장의 지론이다.
박 학장은 “학교는 법조인을 많이 배출하는 데 주력할 것이 아니라 보다 수준 높은 법조인을 배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법과목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대 법대는 특히 기업관련 법무분야 등 시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교육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김석수前총리 등 법조인 870명 배출
연대 출신의 법조인은 870명에 이른다. 현직 판·검사도 236명으로 상당하다. 연대가 배출한 법조인 수는 국내 대학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규모다.
연대 출신 법조인으로는 백광현 전 내무부 장관이 첫손에 꼽힌다. 백 전 장관은 51학번으로 고등고시 사법과 8회에 합격, 광주·부산지검장, 대구고검장, 법무연수원장 등을 거쳐 1998년 56대 내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김석수 전 국무총리는 52학번이다. 고시 사법과 10회에 합격한 김 전 총리는 육군 법무관으로 시작해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부산지법원장, 법원행정처 차장, 대법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치고 2002년 국무총리에 임명됐다. 역시 고시 사법과 10회의 윤관 변호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과 대법원장을 지냈고, 현재 고문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이범관(62학번) 변호사는 사시 14회로 지난해까지 광주고검장을 지냈다. 행시 10회 출신이기도 한 그는 국회 법사위 수석전문위원, 대통령 민정비서관, 대검 공안부장, 서울지검장 등 입법·사법·행정 분야에서 핵심 요직을 모두 거쳤다. 광주고검장 재임 당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정면비판 발언으로 유명세를 탔던 이 변호사는 지난해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준다.”며 자진사퇴해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박재승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64학번으로 사시 13회 출신이다.10여년간 판사를 지내다 변호사로 개업했으며, 한겨레신문사에서 감사로 활동하는 등 개혁적 성향의 변호사로 알려져 있다. 이흥복(65학번) 부산고법원장은 사시 13회로 서울남부지원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제주지방법원장, 수원지법원장,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지냈다. 이훈규(71학번) 창원지검장도 이달 취임식을 가졌다. 사시 20회인 이 지검장은 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를 시작으로 대검 중앙수사부 제1·3과장, 법무부 검찰 1과장, 서울남부지검장, 대검 형사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밖에 이방호(64학번) 한나라당 의원과 설원봉(67학번) TS그룹 회장, 정순훈(68학번) 배재대 총장, 박종구(70학번) 감사원 제1사무차장 등도 법대인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