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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운증후군 여자 이용해 아기 생산-매매 ‘충격’

    다운증후군 여자 이용해 아기 생산-매매 ‘충격’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여자를 상습적으로 임신시킨 뒤 신생아를 팔아 넘긴 노부부가 경찰에 체포됐다. 7일(현지시각) 현지 언론에 따르면 끔찍한 사건은 남미 베네수엘라의 카르멘 데 볼리바르라는 곳에서 발생했다. 다운증후군 39세 여자는 지금까지 14년간 최소한 9번 아기를 낳았다. 그러나 엄마의 곁에 남은 아기는 한 명도 없었다. 여자를 돌보던 노부부가 아기를 팔아넘겼기 때문이다. 노부부는 역할을 분담해 범죄를 저질렀다. 70대 남자는 여자를 임신시켰고, 60대 부인은 여자의 아기를 받았다. 이렇게 태어난 아기는 입양 형식으로 국내외로 팔려나갔다. 경찰에 따르면 지금까지 확인된 신생아 매매는 모두 9건이다. 9명 중 2명은 미국, 1명은 바랑킬랴, 1명은 카르타헤나, 나머지 5명은 카르멘 데 볼리바르의 가정에 입양됐다. 노부부가 아기를 팔아 넘기면서 얼마를 받았는지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가전제품을 받고 아기를 넘겨준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이 어떻게 사건의 꼬리를 잡고 수사에 착수했는지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사진=포털 카라콜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28일 TV 하이라이트]

    ●시사기획 창(KBS1 밤 10시) 지난해 7월, 강원도 평창이 삼수 끝에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그리고 2000년 동계올림픽 유치가 시작된 이후 평창 지역의 땅을 사들인 사람들에 대한 추적에 나섰다. 그 결과 재벌가와 고위공직자 등 이른바 사회 지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 기간에 집중적으로 땅을 사들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김승우의 승승장구(KBS2 밤 11시 5분) 가수 은지원이 ‘김승우의 승승장구’에 출연한다. 그동안 ‘해피선데이-1박2일’에 출연하면서 많은 이슈를 모아 ‘은초딩’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은지원. 그는 단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단독 토크쇼에서 풀어낼 예정이다.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그의 숨겨진 사연을 함께 들어 본다. ●일일연속극 오늘만 같아라(MBC 밤 8시 15분) 효진은 해준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무거운 마음으로 집에 들어간다. 지완은 희주와 만나 그간의 안부를 묻고, 함께 효진의 걱정을 한다. 미호는 그런 지완에게 심술이 나 전화기를 꺼 둔다. 한편 춘복은 희주의 귀국으로 해준의 상황이 더 안 좋아졌음을 알지만, 여전히 모든 진실을 재경에게 말하지 못한다. ●태양의 신부(SBS 오전 8시 30분) 미선은 효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인숙은 태아 친자 검사가 합법인 미국의 병원을 이용해 효원의 친자 검사를 강행하기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 산모인 효원의 동의를 강제적으로 받아 내려 한다. 한편 예련은 진혁이 걱정스러운 마음에 찾아 가지만, 효원을 향한 진혁의 깊은 마음을 확인하고 충격에 휩싸인다. ●아름다운 소원(EBS 오전 6시 30분) 경기도 김포에는 김동선·이인숙 노부부의 소박한 교실이 있다. 이 교실은 시력을 잃고 교직을 떠나야 했던 아내를 위해 지난 1996년 남편이 손수 만들었다. 그리고 또 한 번 남편은 아내에게 옛 제자들을 찾아 희망을 선물하고자 한다. 아내를 위해 30년 전 제자들을 찾아 주려는 남편의 가슴 뭉클한 사랑을 따라가 본다. ●가족(OBS 밤 11시 5분) 경북 봉화군. 인적 드문 깊은 산골 청량산에 아직도 물을 길어 드시는 최방윤 할아버지가 있다. 평생을 이곳 청량산에서 지냈다고 하는 토박이 할아버지. 상수도 시설이 되어 있지 않아 600m나 떨어져 있는 계곡에서 물을 길어 오기 위해 물지게를 지신다고 하는데…. 소박하지만 행복한 최방윤 할아버지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액 48억 ‘역대 최고’

    올겨울 구세군 자선냄비의 최종 모금액이 사상 최고인 49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구세군은 지난달 31일까지 진행된 ‘2011년 자선냄비 모금 활동’을 통해 48억 8712만원을 모금했다고 2일 밝혔다. 구세군은 지난해 12월 31일까지의 집중 모금 기간을 마치면서 47억 3028만원을 모아 역대 최고액 기록을 경신했고 이후 개인 및 기업 후원금 등을 합산해 최종 모금액을 확정했다. 구세군은 “1928년 시작된 자선냄비 모금 활동 사상 최고액”이라며 “우리 사회의 나눔문화 확산으로 개인과 기업의 후원 참여가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모금에는 지난해 12월 4일 1억 1000만원 수표 기부를 시작으로 90세 노부부가 기부한 2억원, 8년간 1천만원씩 후원한 얼굴 없는 천사 등 490만명이 참여했다. 전국 4만 5천여명의 자원봉사자가 모금 활동을 도왔다. 한편 구세군은 지난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국내 긴급구호활동과 몽골, 캄보디아 등 해외 지원 사업을 위해 30억원을 목표로 모금 활동에 들어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내 몸을 뜻깊은 곳에”

    “내 몸을 뜻깊게 써 달라.”며 시신기증 서약을 한 노부부의 사연이 감동을 전하고 있다. 노부모의 뜻을 이어 자녀들도 시신기증 의사를 비쳤다. 30일 한양대병원 등에 따르면 최근 지병으로 별세한 김유현(94)씨의 유가족은 고인의 유언에 따라 시신을 이 병원 의과대학에 기증했다. 김씨의 결심은 생전에 아내 백매운(89·여)씨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백씨는 15년 전인 1997년에 일찌감치 시신기증 서약서를 한양대병원에 냈다. 당시 국내 의학도들이 외국에서 사온 시신으로 의학교육을 받는다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였다. 당시 남편 김씨는 단호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죽은 뒤 태우나, 묻으나 없어지기는 마찬가진데 뜻깊게 쓰이면 좋지 않으냐.”는 아내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뜻을 같이했다. 장녀인 경자(61·여)씨는 아버지의 빈소에서 “시신을 기증하려면 자식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처음엔 반대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뜻을 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노부부의 숭고한 뜻을 본받은 자녀 6남매 가운데 일부도 시신기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대병원 관계자는 “고인의 뜻을 기려 시신은 학생들의 해부 실습 등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나는 괜찮아”… 하나뿐인 구명조끼 주고 떠난 남편

    이탈리아 토스카나 해안에서 좌초한 초호화 유람선 콩코르디아호 구조 작업이 닷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극적인 사연들이 쏟아지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 ‘타이타닉’의 스토리를 빼닮은 60대 노부부의 순애보가 알려져 감동을 자아냈고 젊은 신혼부부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배의 침몰을 감지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한편 침몰 사고 실종자 수는 16명에서 29명으로 늘어 전체 인명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인 생존자 니콜 세르벨(여·61)은 시커먼 바다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기쁨보다 남편을 잃었다는 슬픔에 구조 이후 말을 잇지 못했다. 세르벨은 16일(현지시간) 프랑스 RTL 라디오에 출연해 ‘타이타닉’의 여주인공 ‘로즈’와 꼭 닮은 생환 스토리를 전했다. 그는 “사고가 나자 남편은 나에게 바다로 뛰어들라고 했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가진 구명조끼는 하나뿐이었고 남편은 내게 조끼를 건넸다. 그러고는 두려워하는 나를 뛰어내리도록 유도하려고 먼저 바다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곧 바다에 몸을 담근 세르벨이 남편을 부르자 “걱정 마, 나는 괜찮을 거야.”라는 외침이 돌아왔다고 한다. 잠시 뒤 남편은 세르벨의 눈앞에서 사라졌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구명조끼를 입은 채 바다 위를 떠다니다 구조된 세르벨은 “나는 그에게 생명을 빚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선장이 홀로 도망치고 객실 승조원들이 우왕좌왕할 때 침착한 대응으로 목숨을 건진 커플도 있었다. 부부인 마크와 사라 플라스는 사건 당시 객실 안에서 쉬고 있었다. 갑자기 불이 꺼지더니 “일시적으로 정전된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꺼림칙했던 부부는 주머니 속 아이폰을 꺼내 기울기를 측정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켰다. 마크와 사라는 배가 이미 23도 기운 채 침몰 중이라는 것을 감지했고 곧바로 갑판으로 나가 바다로 뛰어들었다고 미국 abc뉴스가 전했다. 두 부부 역시 바위를 붙잡고 있다가 가까스로 구조됐다. 한편 이탈리아 구호 당국은 16일 콩코르디아호 좌초 사건에 따른 실종자는 29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사망자는 이날까지 11명이었다. 또 유람선에 2300t의 벙커유가 실려 있어 기름 유출로 인한 해양 오염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팔순 할머니 사랑의 동전 이웃에 전한 따뜻한 겨울

    팔순 할머니 사랑의 동전 이웃에 전한 따뜻한 겨울

    유순례(84·송파구 문정1동) 할머니는 평소 시장을 보고 남은 거스름돈을 꼬박꼬박 돼지저금통에 넣었다. 그렇게 몇 년씩 모아 혼자 들기에 벅찰 정도로 묵직해진 저금통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주민센터에 맡겼다. 저금통에는 할머니가 알뜰살뜰 모은 30만 2500원이 들어 있었다. 할머니는 “한푼 두푼 동전을 모으는 재미 덕에 건강과 행복을 얻었다.”며 되레 고마워했다. 할머니는 지난여름에는 월세난을 겪는 홀몸 노인 4명에게 15만원씩 월세를 보태기도 했다. 나눔의 계절인 연말연시 송파구에서는 유 할머니와 같이 넉넉잖은 중에 행하는 ‘작은 나눔’들이 가슴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3일 송파구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모인 ‘2012 송파구 따뜻한 겨울 보내기 성금’은 943건에 8억 3700여만원이다. 송파구는 ‘따뜻한 겨울나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해 12월부터 관내 어려운 이웃을 위한 겨우살이 기금을 쌓았다. 이번에는 경기 침체, 물가 상승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예년보다 1000만원 정도가 더 모였다. 모금 건수의 상당 부분은 액수보다 따뜻한 마음이 돋보이는 작은 나눔들이다. 오금동 백토경로당 노인들은 편치 않은 몸으로 하나씩 모은 신문지, 공병 등을 판 돈 22만여원을 내놨다. 벌써 5년째다. 유용호(76) 회장은 “회원들이 경로당 오는 길에 하나씩 들고 온 폐품을 팔아 남긴 돈”이라며 “적어서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정달구(68·풍납동) 할아버지는 자신이 어려운 형편임에도 1년간 폐지 수집으로 모은 돈 62만여원을 기탁했다. 안경점을 운영하는 김창주(39·송파2동)씨는 안경을 무료로 수리해 주는 대신 받아 모은 성금 35만여원을 전달했다. 익명의 기부자도 숱하다. 사업을 하고 있다고만 밝힌 한 기부자는 지난해 두 차례 구청을 찾아 100만원이 든 봉투를 남겼고, 폐지를 수집하는 80대 노부부도 소년소녀가장 돕기에 마음을 더했다. 송파구는 지난해 겨울을 맞아 구민들의 힘으로 우리 이웃을 돕자는 취지에서 따뜻한 겨울나기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구는 성금을 모으는 한편 공무원과 지역민들이 나서서 부식거리를 담은 푸드박스를 만들고 김치·연탄을 전달했다. 박춘희 구청장은 현장을 찾아다니며 구민들과 온기를 나누는 ‘허그 데이’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따뜻한 겨울 보내기 성금 모금은 다음 달까지 이어진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올해도 찾아온 이름없는 기부 천사들] 익명의 90대 노부부, 구세군에 2억원 쾌척

    이달 초 익명의 신사가 구세군 자선냄비에 1억 1000만원짜리 수표를 기부한 데 이어 20일 익명의 90대 노부부가 2억원의 후원금을 쾌척했다. 한국구세군은 20일 “오늘 낮 12시쯤 노부부가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한국구세군 본부에 찾아와 각각 1억원 수표 한 장씩 총 2억원의 후원금을 익명으로 기부했다.”고 밝혔다. 1950년 6·25전쟁 때 남한으로 피란을 온 이 부부는 “아무도 모르게 해 달라.”며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과 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을 돕는 데 써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진짜로 오늘 밤은 다리를 쭉 펴고 마음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돌아갔다고 구세군 관계자는 전했다. 부부의 고향은 북한 신의주와 정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부가 구세군에 온정의 기부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구세군 관계자에 따르면 2009년 12월에도 이 부부가 서로 손을 꼭 잡고 구세군을 방문, 각각 5000만원씩 1억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당시 이 부부는 기부금을 전하면서 “북한을 돕는 데 사용해 달라.”고 전했다. 한국구세군 박만희 사령관은 “후원자의 뜻대로 노인들의 복지 향상과 장애 청소년의 자활 지원을 위해 사용하겠다.”면서 “어렵고 힘든 계절에 큰 사랑을 전해주시는 모든 자선냄비 후원자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4일에는 한 익명의 후원자가 서울 명동에 있는 자선냄비에 1억 1000만원의 후원금을 기부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데스크 시각] 외래 관광객 900만명의 함의/손원천 문화부 부장급

    [데스크 시각] 외래 관광객 900만명의 함의/손원천 문화부 부장급

    박찬훈 추소리 이장에게 굳게 약속했다. 꼭 그의 아쉬움을 지면을 통해 세상에 알려주겠다고.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지역 주민에게 다소간 보탬이라도 된다면 기꺼이 그리 하겠다고 말이다.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부소담악<서울신문 11월 24일 자 20면> 얘기다. 해당 일자 지면에도 살짝 언급은 했다. 찾아가는 이정표 하나 없다고. 한데, 더 안타까운 건 부소담악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 하나 없는 현실이다. 이는 여행객들이 부소담악의 실체를 명확히 볼 수 없다는 얘기와 맥이 통한다. 부소담악은 멀리서 봐야 제맛이다. 가까이서 절벽들의 근육질 몸매를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서 금강 물줄기를 가르고 있는 광경을 봐야 제대로 완상했다고 말할 수 있다. 박 이장이 아쉬워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전망대를 세우면 된다. 대단한 시설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저 오르는 길과 비를 피할 수 있는 간이 건물이면 족하다. 부소담악 맞은편 군도 변 공터에 세워도 좋겠으나, 최적지는 마을 뒤 양지복호산이다. 여기에도 까닭이 있다. 마을 한편에 양지복호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정규 등산로가 아니다. 양지복호산의 배후 산이자 전국적인 등산 명소인 고리산 등반객들 가운데 일부가 알음알음으로 이 루트를 통해 오르내린다. 그런데 문제는 반드시 민가 텃밭과 묘 하나를 끼고 지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민가는 서울에 살던 한 노부부가 말년을 함께 보내기 위해 마련한 안식처 같은 곳이다. 불행히도 할아버지는 얼마 전 세상을 등졌고, 할머니는 집 옆 텃밭에 봉분을 세웠다. 그런데 이를 알 리 없는 등산객들이 무시로 지나다니자 할머니는 급기야 금줄을 치게 됐고, 등산객들도 슬슬 이를 언짢게 받아들이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마을 앞으로 소박한 등산로 내고 예쁜 이정표 하나 세우면 해결될 일이 분란거리로 커지는 중이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핵심은 ‘국내 관광 인프라 조성’이다. 그 예로 부소담악을 든 것인데, 옥천군청 측엔 안쓰러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옥천군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관광 인프라가 잘 조성돼 있기로 손꼽히는 곳이다. 하지만 1000개의 상황을 고려했더라도 한 가지 실수는 나오는 법이다. 외래관광객 숫자가 900만을 넘어섰다. 관광통계 집계가 시작된 1962년 이후 49년 만의 일이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당시 외래 관광객 숫자는 1만 5184명이었다. 외형상 무려 600배 가까이 성장했다. 여전히 불투명하긴 하나, 연내 외래관광객 1000만명 돌파 또한 가능성 쪽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탄력 받은 공을 멈춰 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컬링 경기처럼 지속적으로 앞길을 닦아 줘서 어렵사리 이끌어 낸 실적이 관광 대국 도약의 마중물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 핵심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관광 인프라 조성이다. 숙박 시설 등과 더불어 시급히 그리고 꾸준히 개선해야 할 과제다. 핵심은 단순하다. 인트라 바운드, 곧 내 나라 국민들이 내 나라를 구석구석 더 자주, 더 편리하게 돌아보도록 하는 일이다. 내 나라 국민들이 자주 찾지 않는 곳은 외국인들도 찾지 않는다. 누구나 다 아는 관광 경영의 상식이다. 몇해 전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우리가 외국인에게 보여줄 게 뭐가 있느냐는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집 주변에 무수히 널려 있는 태권도장을 보여줄 수도 없고, 국기원을 돌아보는 것으로는 관광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나마 볼거리라 할 전북 무주의 태권도공원은 2013년쯤에나 만들어진다. 외국인들이 우리의 국기인 태권도의 진수를 맛볼 공간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택견이 지난달 28일 줄타기, 한산모시와 함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 자, 똑같은 고민을 관광 당국은 해야 한다. 택견에 관한 것을 외국인에게 어떻게 보여주고 설명할 것인가. 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게 관광 인프라 조성이다. angler@seoul.co.kr
  • 여성 72% “수명 늘면 늙은 남편 부담”

    여성 72% “수명 늘면 늙은 남편 부담”

    우리나라 여성 10명 가운데 7명은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 늙은 남편을 돌보는 부담이 커져 부부간 갈등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 또 10명 중 9명 가까이가 저출산 고령화 영향으로 노인 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문화적 충돌과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도 심화될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6일 사회통합위원회와 공동으로 ‘저출산·고령화 사회갈등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성인 남녀 3000명의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 여성이 남편을 돌봐야 하는 기간이 길어져 노부부 간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는 데 여성의 71.9%가 동의했다. 남성의 66.4%도 같은 입장이었다. 송다영 인천대 교수는 “남성은 소득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권위도 떨어진다.”면서 “하지만 남성이 은퇴한 뒤에도 집안 내 가사노동의 분담은 쉽게 변하지 않아 노년 부부의 마찰과 갈등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령대별로는 젊은 층(20~30대)의 동의 비율이 71.3%로 중장년층(40~65세) 70.1%, 노년층(65세 이상) 60.7%에 비해 높았다. 젊은 세대일수록 양성평등의 가치관이, 노인층일수록 전통적인 사고관이 강한 현실을 반영한 셈이다. 수명 연장에 따른 자식의 부모 부양과 관련한 갈등도 심해질 것 같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 부모가 상속을 하지 않거나 미뤄 가족 간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항목에 대해 63.9%가 같은 의견을 냈다. 여성의 공감 비율은 69.1%, 남성은 60.6%였다. 특히 노인층의 동의 비율은 69.3%로 중장년층(66.5%), 젊은 층(58.7%)과 차이가 컸다. 연령이 높을수록 상속 싸움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결과다. ‘자녀 수가 줄어 오래 살게 될 노부모를 누가 부양해야 하는지에 대한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는 문항에도 77%가 인정했다. 외국인과의 결혼 증가에 따른 다문화 가족 내 구성원 간의 갈등을 걱정하는 응답자도 75.5%에 달했다. 심지어 저출산·고령화로 사회 문화 분야에서 노인과 젊은 세대 사이에 문화적 충돌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86.6%로 나타났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청년과 고령 세대가 함께 경험하는 취업난을 서로의 탓으로 돌리는 사회심리적 분위기가 확산되면 그리스와 프랑스에서 발생한 것처럼 베이비붐 퇴직 연령을 둘러싸고 청년들의 저항 시위가 벌어지거나 세대 간 박탈감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며 “청년층과 고령층의 일자리 분업 및 고용 연대를 정책적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열린세상] 일본 3代의 걱정/장제국 동서대 총장

    [열린세상] 일본 3代의 걱정/장제국 동서대 총장

    10월 말 일본의 한 경제단체 초청을 받아 선상 특강을 하게 됐다. 부산 영도에 있는 국제크루즈선 터미널을 떠나 요코하마항에 입항하기까지 2박 3일을 선상에서 보내며 일본 경제계의 중견 간부들과 일본의 미래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다. 크루즈선에 오르자 퇴직한 일본인 노부부들이 곱게 차려입고 노후를 여유 있고 멋지게 즐기고 있었다. 전후 폐허 속의 일본을 오늘의 선진국 일본으로 만든 주인공들이었다. 필자에게 주어진 특강 테마는 지금의 일본을 어떻게 보는가였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일본에 대해 이들이 궁금해하고 있다는 것을 강단에 서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필자는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온 과거의 장점들이 지금은 오히려 장애물이 돼 버린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첫째는 일본의 국가주의 연연을 들었다. 전후 일본은 국가 재건을 위해 국가가 앞장서서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소위 ‘국가주의’를 내건 것이 주효했다. 우수한 인재들이 관료가 돼 정책을 입안하고, 경제계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수출 중심의 경제를 이끌어 온 것이다. 이러한 정책의 성공은 일본으로 하여금 세계 경제대국 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했다. 문제는 이러한 국가주의가 선진국이 되고 난 지금에 와서도 지속되다 보니 정경유착으로 변질되게 되고, 그것이 시장경제를 왜곡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로는 일본의 제조업 마인드 팽배를 꼽았다. 일본 경제 발전의 최대 공헌자는 역시 제조업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일본 제품이 없는 곳이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제조업의 발전은 세월이 흐르면서 사회 전체의 유연성과 창조성을 결핍시키고 제조업 마인드의 만연을 초래했다. 그 결과 지금 일본은 ‘매뉴얼 사회’라는 병에 걸려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지적한 것은 전후 일본의 국가 정체성에 관한 것이었다. 패전한 일본은 전쟁을 포기한 평화헌법을 받아들였고, 국가 안보는 미국에 맡기고 경제 발전에만 매진하겠다는 국가 철학을 내걸었다. 문제는 이러한 점이 경제대국이 된 지금에 와서도 일본이 국제무대에서 마땅히 누릴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더구나 이웃 나라와의 역사 문제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이 일본의 ‘보통 국가화’를 용인할 리 만무하다고 강조했다. 수강생들은 자신들이 열심히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회 시스템 자체가 일본의 상대적 쇠퇴 요인이 되고 있다는 다소 ‘당돌한’ 지적에 적지 않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특강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같이 하며 토론을 계속했다. 한 참석자는 “우리 다음 세대는 유복한 생활에 젖어 있다 보니 헝그리 정신이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사람은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특강에서 지적된 우리의 과거 모델을 그대로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없다는 데 있는 것 같다.”며 새로운 모델 제시의 필요성을 말했다. ‘지금 세대’의 ‘다음 세대’에 대한 고민과 걱정의 목소리였다.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옮겨 라운지에 앉아 끝없이 펼쳐지는 태평양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우리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던 옆 테이블의 한 노부부가 말을 걸어 왔다. 젊은 사람들이 직장에는 안 가고 이 배에는 웬일이냐는 식의 농담조 질문이었다. 경제대국 일본을 있게 한 ‘과거 세대’가 놀고 있는 듯한 ‘지금 세대’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로 들렸다. ‘과거 세대’가 ‘현재 세대’를 걱정하고, ‘현재 세대’가 ‘미래의 세대’를 걱정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엄청난 저력을 가진 나라다. 스마트 그리드를 비롯한 선진 기술이 넘쳐나는 곳도 일본이고, 오랫동안 축적한 일본 경제의 저변도 결코 만만하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과거·현재·미래를 걱정하고 고민하고 ‘연결’하는 3세대가 있는 한 일본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대 간 ‘단절’이 깊어만 가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과연 무엇일까 하고 생각에 잠기는 동안 배는 어느 새 목적지 요코하마항에 입항하고 있었다.
  • [사건Inside](6)아내 베란다서 밀어 살해해놓고 음료수 마신 ‘엽기 남편’

    [사건Inside](6)아내 베란다서 밀어 살해해놓고 음료수 마신 ‘엽기 남편’

    지난 5월 16일 새벽 6시쯤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한 임대아파트. 경비원 오모씨가 아파트 화단에 쓰러져 있는 시신을 발견했다. 8층에 사는 김모(70)씨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김씨가 최근 치매를 앓았다는 가족과 이웃들의 증언에 따라 실족사 가능성을 떠올렸다. 하지만 시신을 살펴볼수록 석연치 않은 점들이 나타났다. 목 주변에는 손으로 목을 조른 듯한 액흔(扼痕)이 보였다.  “아무래도 수상한데. 치매에 걸렸다 해도 베란다 난간을 넘어 뛰어내리는데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는 점도 그렇고….”  “그러고 보니 어제도 부부싸움 한다고 신고가 들어왔던 집인데요?”  김씨와 같이 살던 남편(74)은 거듭된 경찰의 추궁에 자신이 아내를 죽인 사실을 자백했다. 부부싸움을 하던 중 홧김에 아내의 목을 졸라 기절하게 한 뒤 베란다에서 밀어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숨진 김씨는 이웃집에서 들릴 정도로 “살려달라.”고 외친 것으로 드러났다.  주변에 따르면 평소 노부부는 금실이 좋기로 유명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40년이 넘게 동고동락한 배우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을까. 비극의 시작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말 사이좋은 부부였는데”…갑자기 찾아온 파국의 시작  김씨 부부는 4년 전 자녀를 분가시키고 영구 임대 아파트로 이사와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해왔다. 어려운 형편에도 노부부는 평소 외출할 때 손을 꼭 잡고 다닐 만큼 서로 끔찍이 아꼈다. 20여 년 전 남편이 중풍에 걸려 거동이 불편해진 상황에서 김씨는 싫은 내색 한번 없이 병시중을 해왔다. 오랜 투병으로 몸이 약해진 남편을 데리고 매일 같이 운동을 나갔다. 주위에서 “저렇게 살갑게 보살필 수 있을까.”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남편도 그런 아내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하지만 2009년 갑작스럽게 김씨에게 치매가 찾아오면서 노부부의 사랑이 파국으로 치달았다. 김씨가 정신을 놓을 때마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맹수열 기자의 <주간 사건 Inside> [사건 Inside](1) 믿었던 여친이 불륜을… 수상한 삼각관계가 만든 살인미수 [사건 Inside](2) 소개팅女와의 하룻밤이 지옥으로… 인천 ‘미성년자 꽃뱀 사건’ [사건 Inside](3) 생면부지 여중생에게 몹쓸 짓을… ‘전주 여중생 성추행 동영상 사건’ [사건 Inside](4) 밀폐공간에세 발견된 3구의 시신, 메모장에는… ‘울산 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사건 Inside](5) 어이없는 오해가 앗아간 가여운 생명… ‘구로 영아 폭행치사 사건’ [사건 Inside](6) 조강지처 베란다서 밀어 살해해 놓고… 태연히 음료수 마신 ‘엽기 남편’ [사건 Inside](7) 피해자 피의자 증인 모두 시신으로… ‘거창 40대 여성 실종사건’ [사건 Inside](8) “내 애인이 ‘꽃뱀’이라니”… 70대 재력가의 비극적 순정 “수십 년을 보살펴주던 아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바람 피우는 것을 실토해’라고 얘기할 때의 심정을 아세요? 자꾸 죽고 싶다면서 괴성을 지를 때 찢어지는 마음은 또 어떻고요.”  남편이 외도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김씨의 치매 증세는 점점 더 심해졌다. 그러나 그의 의심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 김씨는 자기가 정신을 놓은 사이 남편이 내연녀에게 몇 푼 없는 통장까지 다 내줬다는 망상에 빠졌다. 남편이 통장을 꺼내 보여줘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지극정성 아내를 죽이고도 음료수를…충격적인 살해 행각  노부부의 다툼은 흔히 생각하는 부부싸움 수준을 넘어서 극단으로 치달았다. 문제의 사건 당일에도 그렇게 두 부부는 언성을 높였다. 특히 남편이 술에 취한 것이 싸움을 더 크게 만들었다. 다행히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면서 싸움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경찰이 떠나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다시 시작된 싸움에 김씨는 스스로 허리띠를 목에 감으며 “이렇게 사느니 죽어버리겠다.” 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남편이 직접 아내의 목을 졸랐다. 그리고 남편은 아내를 베란다로 끌고 갔다. 정신을 차린 김씨가 “살려달라.”며 애걸했지만 남편은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렇게 그는 8층 밖으로 지극정성으로 자기를 보살폈던 평생의 반려자를 20여m 아래 바닥으로 내던졌다. 충격적인 것은 그가 아내를 살해하고도 태연하게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마시고 잠들었다는 것이다.    ●20여년 병수발의 대가는 살인…  그는 경찰서를 찾은 딸에게도 자기가 아내를 죽였다고 범행 일체를 털어놨다. 경찰은 그의 범행을 확인하고 검찰에 송치한 뒤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남편은 법정에서 갑자기 말을 바꿨다. 아내가 평소 치매에 걸려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해왔고 자기는 사건 당일 결국 아내의 자살을 방조했을뿐이라는 것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는 지난 8월 17일 “치매에 걸린 배우자 때문에 오랜 기간 정신적인 고통을 받아오던 피고인이 순간적으로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풍을 앓는 피고인을 20년 넘게 보살핀 아내를 치매가 걸린 지 2년 만에 살해한 것은 죄질이 좋지않다.”면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령에 병을 앓는 것을 참작해 가장 낮은 형을 선고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그는 즉시 항소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서울 고등법원도 원심과 같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노년의 사랑은 치매라는 예기치 않았던 변수에 파국으로 치달았다. 사실상 혼자서 생활할 수 없었던 남편을 위해 20년간 병시중을 했던 아내. 하지만 상황이 뒤바뀌고 나서 남편이 인내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2년이었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특파원 칼럼] 한국사를 배우는 일본인이 두렵다/이종락 도쿄특파원

    [특파원 칼럼] 한국사를 배우는 일본인이 두렵다/이종락 도쿄특파원

    얼마 전 일본인 노부부의 초대를 받았다. 올해 70세를 맞는 고희연에 기자를 초청한 것이다. 직장 직원들과 함께하는 자리이니 부담 없이 와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래도 빈손으로 갈 수 없어 책 한 권을 샀다. 우리나라 사극 마니아인 그를 위해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조선왕조의 역사와 인물’(강희봉 저·시쓰교노니혼샤)이라는 책을 선물했다. 조선시대 역사는 물론 역대 27명의 왕, 왕실문화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실렸다. 예상대로 그분의 반응이 뜨거웠다. 언젠가는 서점에 가서 사고 싶었는데 선물로 줘 고맙다는 말을 몇번이나 했다. 이 책은 이미 10만권 이상이 팔려 최근 오리콘 책 종합 판매 순위 7위에 올랐다. 사실 조선왕조 하면 학창시절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하는 식으로 왕들의 즉위 순서를 외우던 기억만 난다. 그런데 한국 사극을 즐기는 일본인들은 조선시대에 27명의 왕이 있었으며 그들의 치적이 어떠했는지를 꿰고 있다. 드라마 배경이 어느 왕 때인지를 단박에 알아맞히는 그들 앞에서 당혹스럽기만 하다. 지난달에 외무성 고위 간부와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한·일 간의 현안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한국 드라마 얘기가 나왔다. 자신과 한류팬인 부인이 드라마 ‘주몽’을 즐겨 본다고 했다. 기자도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주몽을 왜 좋아하냐고 묻자 기가 막힌 답이 되돌아왔다. 고구려를 세운 주몽이 활약하던 2000년 전에는 일본은 부족들만 있었다. 그런 시기에 한나라에 맞서 나라를 건국하는 주몽에 반했다는 것이다. 갈수록 힘이 세지는 중국에 맞서 앞으로 일본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주몽을 통해 배운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일본 내 드라마, 특히 사극의 붐을 가벼운 터치로 이해하는 듯하다. 음식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이라 ‘대장금’이 히트치고, 장수국가에 사는 이들이 건강에 신경쓰다 보니 ‘허준’에 열광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조선왕조 책도 한국 역사 드라마를 즐겨 보는 일본 시청자들이 조선시대 상황을 좀 더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가이드 북 성격이 짙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넓게 보는 것보다 깊게 보는 것을 좋아한다. 한 분야에 열중하는 오타쿠 정신이다. 드라마 재미만을 만끽하기 위해 한국 역사책을 집어드는 단계는 지난 듯싶다. 조선 왕조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고 본격적인 한국의 뿌리를 이해하고 싶다는 시청자들이 매년 늘고 있는 점이 이런 추측을 가능케 한다. 반면 우리는 일본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물어보고 싶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생을 그린 대하소설 ‘대망’을 읽어본 사람도 손에 꼽을 만할 것이다. 우리는 일본 역사를 모르는데 일본은 40~50대 주부들까지 조선왕조의 계보를 줄줄 외우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일본인들이 한국 역사책을 자주 찾는다고 해서 우리 역사의 우월성만 주장하는 이들도 나타날지 모르겠다. 고교 수능시험에서 한국사를 선택과목으로 내몰았던 우리의 빈약한 역사의식으로서는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그러나 일본에서 부는 한국역사 붐을 지켜보면서 이들 앞에 발가벗겨진 기분이다. 우리는 저들의 역사를 모르는데 일본의 보통 사람들도 우리 역사를 속속들이 꿰고 있다는 게 왠지 꺼림칙하다. 양국 간에 얽힌 역사를 되돌아보면 일본인들의 한국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볍게만 여길 수 없다. 실제로 우리가 일본을 우습게 여기다 임진왜란이 일어났고, 구한말에는 국권까지 침탈당하지 않았나. 우리 역사를 알려는 일본인들 앞에 우쭐해 있다가는 세 번째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일본 역사서나 시마 료타로의 ‘료마가 간다’와 아사다 지로의 ‘칼에 지다’ 등 역사 소설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일본 역사를 다룬 ‘고우-공주들의 전국’이나 ‘료마전’ ‘아쓰히메’ 등도 지상파 TV에서 방영돼 일본의 역사를 진지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이 아닌가. jrlee@seoul.co.kr
  • [시론] 명장과 용졸은 국민이 만든다/장공자 충북대 명예교수·전 국제정치학회장

    [시론] 명장과 용졸은 국민이 만든다/장공자 충북대 명예교수·전 국제정치학회장

    옆집의 노부부가 싸우는 데 흥미를 느끼는 것은 왜일까? 일찍이 영국의 철학자 스펜서는 사람에게는 싸움을 즐기는 호투성(好鬪性)이 생래적으로 있다고 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격렬한 경기를 보면서 관중은 열광하고, 판정승보다는 통쾌한 KO승을 거둔 승자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는지도 모른다. 이 같은 호투성이 그대로 인류역사에 투영된 것이 전쟁이 아닌가 한다. 1940년 미국의 카네기 국제평화단이 발간한 ‘세계의 전쟁’이란 글에, 기원전 1496년부터 기원후 1861년에 이르는 3357년 동안 평화기간은 227년이고, 전쟁기간은 3130년이었다고 한다. 이 통계숫자로 보면, 1년간의 평화에 대하여 13년 동안은 전쟁을 하고 있었다는 계산이 된다. 이 같은 사실이 말하는 것은 인간의 심성이 변하지 않는 한 전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변화가 있다면 다만 전쟁의 양상이 달라질 뿐이라는 점이다. “평화를 바란다면, 전쟁에 대비하라.”라는 로마제국의 귀족 출신 명장이자 역사학자 베지티우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나라의 독립과 번영을 위해서는 언제나 전쟁을 이해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흔히 현대전은 첨단과학기술에 의해 그 성패가 결정된다고 하면서 인적인 요소를 경시하는 경향, 예컨대 백전백승의 명장(名將)과 임전무퇴의 용졸(勇卒)은 과거지사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전쟁을 수행하는 힘, 즉 전투력은 사람이 장비와 무기체계를 적절히 운용함으로써 발휘된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사람이야말로 전투력을 발휘하는 주체라는 점에서 그렇다. 작금의 첨단기술에서 컴퓨터 이상은 없다. 그러나 컴퓨터는 다름 아닌 인간의 두뇌를 흉내 낸 것에 불과하다. 들은 바에 의하면, 인간 두뇌를 모사하는 데 소요되는 전자 세포만도 최소한 100억개나 되고, 그 부피만도 350㎦인 데다가 그것을 작동하는 데 필요한 전력은 무려 10억 와트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의 두뇌란 현대의 첨단기술로도 쉽게 흉내 낼 수 없을 만큼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므로 전쟁에서는 장비와 무기체계와 같은 외형적인 전력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의 질적인 향상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컴퓨터와 바둑을 둬 보면 한 번은 사람이 진다고 한다. 그러나 동급의 경우, 그 다음부터는 사람이 백전백승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컴퓨터가 가지는 한계라는 얘기다. 앞으로 컴퓨터 바둑이 발전해서 몇 단이 된다고 해도 이창호나 조치훈은 절대로 이기지 못할 것이다. 또 이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는 날부터 인간은 컴퓨터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며 살아야 하는 슬픈 운명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시대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인간이 인간 되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명장과 용졸로 구성된 군을 필요로 하고 있다. 호전적인 불량국가와 대치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나 병력의 규모 그리고 가공스러운 장비와 무기체계를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명장과 용졸이 하나가 되어 어떠한 형태의 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전투능력(fighting capacity)을 극대화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전투능력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일차적으로는 군의 질적·양적인 군비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군사력을 포함한 경제력, 정치력, 외교력 등을 결합시킴으로써 종합적인 결집력(국력)을 확대 재생산하는 국민적 노력이라 하겠다. 비록 이 같은 노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군을 따듯한 눈으로 바라보는 국민적 애정이 없이는 어떤 명장과 용졸도 생겨날 수 없다. 그러므로 역전의 모든 명장과 용졸은 국민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는 역사적 교훈이라 하겠다.
  • ‘10대소녀 성폭행’ 미군 부대에 찾아가…

    ‘10대소녀 성폭행’ 미군 부대에 찾아가…

    경기도 동두천시의회는 미2사단을 방문해 미군 10대 여학생 성폭행 사건에 대한 항의서한문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시의회는 4일 의원 간담회를 열어 진심어린 사죄와 재발방지를 한국 국민에게 약속해야 한다는 항의서한을 작성했다. 시의회는 오는 7일 미2사단을 방문해 에드워드 카든 사단장(소장)에게 이를 전달하기로 했다. 시의회는 “노부부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7개월 만에 또다시 성폭행하는 일이 발생했다.”면서 “반인륜적이고 반도덕적인 성폭행 사건이 연달아 발생해 미군 당국의 사과가 진정성 있는지 의구심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시의회는 이어 성폭행 가해자를 반드시 처벌하고 미군 당국이 한국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성범죄 예방 특별교육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미2사단 소속 K(21) 이병은 새벽 4시쯤 동두천시내 한 고시텔에 들어가 TV를 보던 A(18)양을 흉기로 위협한 뒤 4시간에 걸쳐 여러차례 변태적으로 성폭행하고 5000원을 빼앗아 달아났다가 지난 1일 구속됐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깔깔깔]

    ●노부부와 파리들 어느 마을에 노부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남편이 외출을 했다가 돌아왔다. 그러자 아내, “오늘 파리를 5마리 잡았는데 그중 수놈이 2마리, 암놈이 3마리였어요!” “아니, 당신이 어떻게 파리 성별을 알아?” 그러자 아내 왈, “맥주병 위에서 2마리, 전화기 위에서 3마리 잡았거든요.” ●남자와 개의 차이 남자들과 여자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어떤 숙녀가 좌중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남자와 개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남자는 사람, 개는 동물이라는 평범한 답변부터 ‘거시기’와 관련한 답변까지 여러 가지 대답이 나왔다. 문제를 낸 숙녀는 모든 답변에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답’을 말했다. “개는 술에 취해도 사람이 되지는 않습니다.”
  • [깔깔깔]

    ●피장파장 모처럼 부부가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관 앞에서 부부 간의 대화. 아내:무슨 영화 볼까? 남편:‘아저씨와 미녀들’ 어때? 아내:아저씨는 맨날 보는데 뭘…. 그것보다 ‘악마는 귀여워’ 보면 어때요? 그러자 남편, 긴 한숨을 내쉬며 하는 말. 남편:악마는 집에서 매일 보는데 뭘…. 이왕 나온 김에 밥이나 한 끼 먹고 들어가자고. ●황혼 이혼 90세가 넘은 노부부가 이혼법정에 섰다. 판사가 의아해서 물었다. “결혼해서 70년 이상을 잘 지내다가 지금 와서 이혼하시겠다니 웬일입니까?” “그동안 자식들 때문에 참고 지냈죠.” “자식들이 어떻게 되었길래, 새삼 갈라서려고 하세요?” “이젠, 자식들이 다 죽었거든요….”
  • 日 전통 영상미학 ‘다다미 숏’ 진수

    日 전통 영상미학 ‘다다미 숏’ 진수

    카메라를 앉은키에 맞추고, 롱테이크(끊지 않고 길게 촬영)로 잡아내는 ‘다다미 숏’은 일본의 독특한 영상 미학을 대표하는 카메라 움직임이다.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등장인물의 눈높이에 맞춰 촬영하는 것이 보통일 터. 하지만 그는 방바닥 생활을 하는 일본인의 눈높이에 카메라를 고정한 채 일상 속 인간의 미묘한 감정 흐름을 관조한다. 영화학자 잭 C 엘리스가 자신의 책 ‘세계영화사’에서 “일본 영화의 세 거장-구로사와 아키라(1910~1998), 미조구치 겐지(1898~1956), 오즈 야스지로(1903~1963)-중에서 의심할 바 없이 가장 일본적”이라고 했던 오즈의 얘기다. 일본 영화 황금기를 대표하는 거장의 작품 14편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오는 15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일본 국제교류기금과 공동으로 서울 종로구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오즈 야스지로 회고전’을 개최하는 것이다. 오즈의 위대함은 평범한 가족의 일상에서 영화적인 순간을 만들어내는 연출에 있다.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급격한 시대변화에서 비롯된 세대 갈등을 통해 일본 가족의 초상을 그린다. 결혼이나 취직 때문에 아버지와 딸은, 어머니와 딸은, 부모와 자식은 괴로워한다. 그렇다고 비극으로 치닫지는 않는다. 상처가 봉합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애쓴다. 오즈의 영화 속 부모들은 자식을 이기는 법이 없다. 오즈가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그들의 등을 비추는 카메라의 시선에서 드러난다. 노부부의 뒷모습에는 지난 세월과 삶의 애환, 인생의 무상함이 나이테처럼 앉아 있다. 특별전에서는 무성영화 초기 걸작인 ‘태어나긴 했지만’(1932)과 대표작 ‘만춘’(1949), ‘오차즈케의 맛’(1952), ‘동경이야기’(1953), ‘이른 봄’(1957), ‘맥추’(1951) 등 계절과 삶을 빗댄 흑백 영화들이 상영된다. 그가 만든 최초의 컬러 영화 ‘피안화’(1958)와 소시민의 삶을 유쾌하게 그린 ‘안녕하세요’(1959), 유작 ‘꽁치의 맛’(1962) 등도 만날 수 있다. 오즈의 일반적인 후기 작품보다 더 불행하고 척박한 세상을 그린 ‘무네카타 자매들’(1950)은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관람료 6000원. ‘무네카타 자매들’을 비롯해 ‘태어나기는 했지만’ ‘동경 이야기’ ‘이른 봄’ ‘부초’(1959) ‘고하야가와가의 가을’(1961) 6편은 무료다. 상영작 정보는 홈페이지(www.cinemathrque.seoul.kr)를 참조하면 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43) 강원도 영월 법흥사 밤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43) 강원도 영월 법흥사 밤나무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은 세월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봄이면 꽃 피고, 가을이면 열매 맺는 나무도 세월 따라 몸피를 키우고 모양을 바꾼다. 당연한 노릇이다. 나무를 둘러싼 사람살이의 변화는 나무가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빠르다. 사람살이에 길들여진 눈으로 나무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하는 이유다. 결국 한 자리에 오도카니 서서 살아가는 나무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처럼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단 한 순간도 움직이지 않는 생명은 없다. 운동과 변화는 생명의 기본 원리다. 나무 곁을 흐르는 세월은 필경 나무의 변화를 가져온다.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 나무의 작은 변화에 눈길을 돌리는 것은 우리 곁의 모든 생명을 지켜내는 첫걸음이다. ●200년 제 몫 다해 열매는 부실… 꽃은 잘 피워 입추, 처서가 지나자 강원도 영월 법흥사의 극락전 지붕 위로 불어오는 바람에도 가을 내음이 묻어나온다. 온 생명의 가을 채비가 뚜렷하다. 바람이 흐르다 머무르는 언덕 중간에는 한 그루의 오래된 밤나무가 결실의 계절을 준비한다. 법흥사 극락전 언덕의 밤나무가 세월을 희롱하는 듯 비스듬히 서서 스치는 바람을 품어 안았다. 야트막한 언덕의 곡선을 따라 살짝 비스듬하게 버티고 선 그의 모습에 여유와 풍요로움이 담겼다. 식물이 피우는 꽃 향기치고는 독특한 비린내의 유백색 밤꽃을 풍성하게 피웠던 밤나무다. 모든 나무들이 그렇듯 이제 열매를 맺을 차례다. “늙은 밤나무라서 그런지, 열매는 실하지 않아요. 꽃이 하얗게 잘 피어나긴 해도 열매는 잘 안 열려요. 그나마 열리는 열매들은 아주 잘거나 속이 빈 게 많죠. 먹을 게 못 됩니다.” 종무소 앞의 찻집 ‘다향원’에서 손님을 맞이하던 스님은 아쉬움을 드러낸다. 열매를 많이 맺는 나무들은 다른 나무들에 비해 비교적 수명이 짧은 편이다. 꽃이 화려한 나무들도 그렇다. 젊은 시절에 화려하게 부귀영화를 누린 탓이지 싶다. “오래된 나무지만, 누가 심었는지는 알 수 없어요. 특별히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도 없고요. 그저 보기에 좋은 나무이니 소중하게 여길 뿐이지요.” 법흥사 밤나무는 우리나라의 밤나무 가운데 손꼽히는 큰 나무 중 하나다. 내력이 온전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무의 나이는 200살쯤 된 것으로 짐작된다. 생식 능력은 이미 고갈됐지만, 긴 세월 동안 그가 맺었던 열매를 생각하면 한 그루의 나무가 이 땅에서 해야 할 몫은 이미 다 치러낸 셈이다. ●키 27m? 눈대중으론 15m… 안내판 부정확 나무가 서 있는 언덕 아래에는 보물 제612호인 징효대사 보인탑비와 부도가 놓여있다. 징효대사는 법흥사를 처음 세운 신라 때의 자장율사와 함께 이 절을 대표하는 고승이다. 나무와 비석과 부도 사이에는 언제나 손에 잡힐 듯한 묘한 적막감이 휘감아 돈다. 비석과 부도, 그리고 징효대사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 일부러 심은 듯한 짐작이 생뚱맞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 옆에는 오래된 법당, 극락전이 있다. 법흥사에서는 몇 해 전부터 극락전을 대웅전이라고 고쳐 부른다. ‘극락전’이라는 현판도 떼어냈다. 사람살이의 변화를 따라 절집에도 찾아오는 당연한 변화이지 싶다. 그러나 밤나무에서는 극락전일 때나 대웅전일 때나 별다른 변화를 찾아 볼 수 없다. 살아 있는 생명체인 이상 나무도 분명 키를 키웠을 것이고, 몸피를 늘렸을 텐데, 사람의 눈으로는 알아챌 수 없다. “저게 밤나무 맞아요? 안내판에는 그렇게 써 있긴 한데, 꽤 크네요. 밤나무가 저만큼 크게 자랄 수 있나?” 고개를 갸우뚱하며 지나던 중년의 관광객이 한마디 던진다. 밤나무 앞에 세워놓은 보호수 안내판에는 나무의 줄기가 430㎝라고 돼 있다. 두 아름이 훨씬 넘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27m라고 된 나무의 키는 좀체 믿기 어렵다. 눈대중으로는 아무리 크게 잡아도 15m 안팎이다. 그 정도만 해도 밤나무로서는 무척 큰 나무다. 살아 있는 이상 나무의 키나 둘레는 변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거의 두 배 가까운 차이가 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보호수로 지정한 뒤에 벼락이나 태풍을 맞아 큰 가지가 부러지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 나무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2001년 이후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아무래도 처음 측정에 문제가 있었지 싶다. 굳이 사람들에게 나무를 알리기 위해 세워둔 안내판이라면 보다 정확했으면 싶다. ●나무 곁으로 흐르는 사람 향기… 느린 변화를 안고 살아온 200살짜리 밤나무 앞으로 곱게 차려입은 노부부가 느릿느릿 다가온다. 중풍으로 몸의 한쪽을 못 쓰게 된 노인의 팔을 끌어안고 가만가만 걷는 노파의 걸음걸이가 조심스럽다. 힙겹게 걸음을 떼어놓는 노인에게 노파는 ‘적멸보궁까지는 못 올라간다니까요.’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굳이 언덕 길을 따라 적멸보궁까지 오르자고 조르는 중이다. 얼핏 봐도 불편한 노인의 몸으로 500m쯤 되는 비탈 길을 오르는 건 무리다. 그러나 노파가 졌다. 늙은 밤나무를 뒤로 하고 노부부는 언덕 길로 접어든다. 한 걸음 떼어놓고는, 멈춰 서서 한숨을 내쉰다. ‘거 보세요. 안 된다니까요.’라면서도 노파는 적멸보궁을 향해 노인을 이끈다. 노부부의 몸짓에 느릿느릿 쌓이는 세월이 향기롭다. 절집이 변하고, 나무가 변해도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향기만큼은 끝내 변하지 않을 것이다. 솔숲 사이로 바람 한 점이 건듯 불어온다. 바람따라 노인이 다시 한 걸음 떼어놓는다. 노부부를 지그시 바라보는 밤나무 줄기 위로 세월이 내려앉는다. 글 사진 영월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강원 영월군 수주면 법흥리 422. 중앙고속국도의 신림나들목으로 나가서, 지방도로 88호선 영월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19㎞쯤 가면 주천면 소재지에 닿고, 여기에서 1㎞쯤 더 가면 법흥사 계곡으로 들어서는 갈림길이 나온다. 법흥사 쪽으로 좌회전하면 곧바로 주천강을 건너는 작은 다리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 800m쯤 간 뒤에 나오는 다리를 다시 건너서 좌회전하여 계곡 길을 따라 10㎞쯤 가면 법흥사다. 나무는 극락전 바로 옆 언덕 중간에 있다.
  • 산골 노부부의 무공해 사랑 이야기

    산골 노부부의 무공해 사랑 이야기

    강원 홍천 대학산 자락. 해발 600m의 오지마을 가래골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이곳에 사는 김태근(68) 할아버지와 정성임(67) 할머니의 집에는 냉장고도, 전기밥솥도 없다. 도롱뇽이 사는 맑은 계곡물이 식수이자 냉장고다. 불을 때서 밥을 짓고 직접 만든 초로 밤을 밝힌다. 28년째 세상과 떨어져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사는 이 부부의 이야기가 19일까지 매일 오전 7시 50분 KBS 1TV ‘인간극장-가래골 로맨스’에서 방송된다. 가래골보다 더 깊은, 말 그대로 강원도 두메산골이 고향인 할아버지에게 50년 전 어느 날 멀고먼 전남 해남 땅끝에서 열일곱의 아가씨가 시집을 왔다. 시부모님에 고만고만한 시동생들까지, 시댁 식구만 자그마치 14명이었다. 20여년을 부모님과 강원도 산골에서 화전을 일구면서 살던 부부는 28년 전 가래골에 터를 잡고 밭을 일궈 2남 1녀를 키웠다. 부부는 10년 전 아랫마을에 조그만 흙집 한 채를 샀지만, 할아버지는 가래골에서 키우는 장뇌삼과 벌 때문에 쉽게 가래골을 떠날 수가 없다고 한다. 가래골에 있노라면, 눈앞에 펼쳐지는 푸른 산들에 눈이 시리다. 심산유곡, 산삼이 썩어 흐른다는 물은 맑디맑다. 얼음장 같은 계곡물에 더위를 식히고 머위며 산나물이 지천이다. 혼자 둘 수 없는 마흔의 딸 때문에 할머니는 두 집 살림을 선택했다. 할머니는 산 위 남편이 걱정돼 산을 오르면 이번엔 딸이 눈에 아른거린단다. 할머니는 올해로 18년째 산 위와 산 아래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산행을 하고 있다. 산 아래 집에서 할아버지가 드실 반찬거리를 한 짐 챙겨 산을 오르면, 할머니가 그리운 할아버지는 산 아래 개울까지 마중을 나가고, 물 한 방울 묻히지 않도록 개울을 건네준다. 산길 한 번 오르는 데도 몇 번을 쉬어가야 하지만 이들 부부의 50년 사랑은 깊은 산 골골마다 숨어 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으니 곳곳이 청정자연이요, 무릉도원이 따로 없는 가래골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할머니는 사라진 길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른다. 그러던 어느 날, 10년을 보고 키운다는 장뇌삼 밭에서 할아버지가 그만 주저앉고 만다. 전기라는 문명의 혜택 대신, 자연의 혜택을 받으며 소박하게 살아가던 부부에게 과연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척박한 땅을 일구며 모질고 힘든 세월을 함께해 온 부부. 강원도 깊고 깊은 오지마을 가래골, 그곳에서 50년 무공해 로맨스가 펼쳐지고 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3일동안 복권 6억 원어치 사들인 노부부, 결과는?

    3일동안 복권 6억 원어치 사들인 노부부, 결과는?

    많은 사람들은 복권에 당첨되는 건 천운에 달렸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행운이 돈을 주고도 살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허탈할까. 최근 미국의 70대 부부가 3일에 걸쳐 복권 6억 원어치를 사들인 사실이 포착됐다. 미국 일간 보스턴글로브에 따르면 매사추세츠에 사는 머조리와 제럴드 셀비 부부는 지난달 12일(현지시간)부터 3일에 걸쳐 2달러짜리 복권 30만장을 사들였다. 두 사람은 복권을 사들이는 데 각각 30만 7000달러(3억 2500만원)를 썼다. 노부부가 6억 5000만원이란 거금을 들여 복권을 사들인 이유는 뭘까. 보스턴글로브에 따르면 부부는 유명 대학교의 통계학자, 컴퓨터공학자 등이 가담한 투기회사(GS Investment Strategies)를 운영하고 있었다. ‘복권 싹쓸이’는 당첨금을 얻기 위한 투자였던 셈이었다. 이 부부의 표적이 된 건 ‘캐시 윈폴’(Cash WinFall)이란 복권. 2004년에 발행을 시작해 비교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 복권의 당첨확률과 투기성이 매우 높았다. 6개의 숫자를 모두 맞혀야 잭팟인 이 복권의 최대상금은 200만 달러(21억 1600만원)였다. 캐나다의 한 복권의 당첨확률을 분석해 투기성을 지적했던 MIT공대의 통계학자 모한 스리바스타바은 ‘캐시 윈폴’ 복권은 투기성이 상당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복권은 확률게임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10만달러어치를 샀을 때는 그 확률이 74%에 불과하지만 20만장의 티켓을 4주 동안 사면 비용을 제외하고 적어도 24만~140만(2억 5000만~14억 8000만원)까지 쉽게 수익을 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부부가 이번 복권 싹쓸이로 얼마나 벌어들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600달러(63만원) 이하 금액의 당첨자는 확인되지 않는 것이 규정이기 때문에 총 금액을 계산하긴 어려웠다. 다만 셀비 부부는 올해만 이 복권으로 100만 달러(10억 5000만원)에 당첨됐다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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