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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1살 할머니도, 외국인노동자도… “한 표가 세상 바꾼다”

    101살 할머니도, 외국인노동자도… “한 표가 세상 바꾼다”

    ‘투표소 인증샷’ 하나의 문화로 MB 옥중 투표·박근혜는 포기 투표소에서 촬영 후 적발 소동 불법 선거도박 정황 포착 내사 “나를 대신해 제대로 일할 것 같은 사람을 찍었습니다. 주권재민(主權在民)이지 않습니까.”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3일 전국의 유권자들은 각자의 의미를 담아 한 표를 행사했다. 소중한 권리 이행을 기념하며 투표소 안내판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 행위는 이제 하나의 투표 문화로 자리잡았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에서 투표한 최광휘(46)씨는 “서울시장에게 시를 운영할 권리를 준 사람은 바로 나”라면서 “믿음이 가는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교동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 입구에서는 한 노부부가 누구를 찍을지를 놓고 옥신각신했다. 할머니가 “○번 찍어”라고 하자 할아버지가 “내 마음대로 찍을 거야”라고 되받았다. 간호조무사인 조윤정(24)씨는 밤샘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관악구 대학동의 투표소를 찾았다. 조씨는 “투표로 세상이 바뀌는 것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에 잠이 쏟아지는 것을 무릅쓰고 나왔다”고 말했다. 교육열이 높은 곳으로 알려진 강남구 대치동의 유권자들은 서울교육감 선거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단대부고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만난 김모(43)씨는 “전교조 친화적인 후보냐 아니냐가 선택의 기준이 됐다”고 전했다. 국내로 이주해 국적을 취득한 유권자들도 주인 의식을 발휘했다. 이모(71·여)씨는 “중국에서 온 이주민들의 일자리를 늘려 주겠다고 약속한 후보를 찍었다”고 귀띔했다. 인천에 사는 회사원 김모(30)씨는 “마땅히 지지하는 후보가 없어 투표하지 않으려 했는데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이라는 정치인의 막말에 화가 나 투표장에 나왔다”고 했다. 울산 중구 우정동 제3투표소에서는 1917년 7월생인 김두애(101) 할머니가 주변 사람으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고 직접 한 표를 행사했다. 김 할머니는 “이게 마지막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거소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권리 행사를 포기했다. 선거권이 없는 청소년들은 “선거연령을 낮춰 달라”고 촉구하며 거리로 나왔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른들끼리만 하는 선거는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국YMCA와 ‘18세 참정권 실현을 위한 6·13 청소년모의투표 운동본부’는 같은 장소에서 만 18세 미만 청소년만 참여할 수 있는 서울시장·서울교육감 선거를 진행했다. 각종 사건·사고도 잇따랐다. 충남 서산의 한 투표소에서는 한 50대 남성이 투표지를 촬영하다 적발됐다. 이날 오전 10시 35분쯤 서산 인지면 차동초등학교에 마련된 제3투표소의 기표소 내에서 ‘찰칵’ 소리가 들렸고, 선거 관리 직원이 A(58)씨를 적발했다. A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투표지 사진은 삭제됐고, 그 표도 무효 처리됐다. 울산 중구에서도 40대 여성이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하다 적발됐다. 공직선거법 제166조의2는 기표소 내 투표지 촬영을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지방선거 결과를 둔 불법 도박 사이트가 운영되는 정황을 포착하고 충북경찰청에 내사를 지시했다. 해당 사이트는 일부 광역단체장 선거에 돈을 걸어 결과를 맞히면 배당률에 따라 배당금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팀·전국종합 jiye@seoul.co.kr
  • “용에 씌었다” 노부모 자살 도운 딸 징역 1년…교주는 징역 5년

    “용에 씌었다” 노부모 자살 도운 딸 징역 1년…교주는 징역 5년

    “노부모가 용에 씌었으니 회개하고 하나님 곁으로 가야 한다”는 사이비 교주의 말을 믿고, 노부모의 자살을 도와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딸이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이영환)는 8일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이모(44·여)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11일 경기도 가평군에서 아버지(83)와 어머니(77)를 승합차에 태운 뒤 북한강을 가로지르는 한 다리 아래에 내려주는 등 자살하도록 도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씨의 아버지는 다음날인 12일, 어머니는 4개월 뒤인 지난 3월 24일 각각 북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비극은 미국에서 30년간 살면서 목사 생활을 하던 아버지 이씨가 교주 임모(64·여)씨를 만나면서 싹트기 시작했다. 임씨와 가까워지며 따르게 된 노부부는 미국에 있던 재산을 정리하고 2014년쯤 임씨와 함께 국내로 돌아왔다. 이후 이씨 부부와 딸, 그리고 다른 교인을 포함 모두 7명이 가평군의 한 마을에 방 4개짜리 집에서 함께 살았다. 임씨가 사실상 이 집단의 교주처럼 행세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임씨는 이씨 부부에게 “용에 씌었으니 어서 회개하고 빨리 하나님 곁으로 가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입했다. 이들 종교에서 ‘용’은 ‘사탄’이나 ‘마귀’ 등을 의미한다고 검찰은 봤다. 이들 부부가 고령인데다 아들의 가출 등으로 평소 힘들어하며 “천국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임씨는 “하나님에게 가서 응답을 받아라”라며 사실상 자살을 부추겼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임씨는 자신이 교주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검찰 조사 결과 임씨는 고령인 이씨 부부가 화장실을 오래 사용하면 “화장실에서 음란한 짓을 해서 용이 씌인 것”이라며 부정한 사람으로 몰았다. 황당하게도 “마음이 순수해져야 한다”면서 아버지 이씨에게 유아용 애니메이션인 ‘뽀로로’를 계속 보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또 함께 사는 교인들에게 “나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은 선지자”라고 얘기해왔으며, “행동을 하기 전에 내 허락을 받아라”, “신도들끼리 대화를 나누지 말아라”라고 하는 등 자신을 절대적으로 따르게 했다. 결국 딸 이씨 역시 종교에 빠져 부모의 자살을 돕기에 이르렀다. 수사 초기 딸은 “부모가 북한강에 간 사실을 모른다”면서 범행을 부인했지만, 부모를 차에 태우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이씨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지만, 본인 스스로 말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부모가 자살할 것을 알고 물가로 데려가는 등 자살을 도와준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임씨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거운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 임씨는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절대적인 위치에 있어 부부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지배권이 있었다”면서 “평소 자살을 생각하고 있던 부부가 최종적으로 자살을 결심하게 했다”면서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 조사 결과 임씨는 몇년 전에도 국내에서 사이비 종교를 운영한 혐의(사기 등)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당시에도 임씨는 교인들에게 재산을 정리하라고 한 뒤 돈을 챙겼고, 임씨의 옥바라지를 하는 교인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그것이 알고싶다’ 故 염호석 열사 시신 도난사건, 배후는 누구...?

    ‘그것이 알고싶다’ 故 염호석 열사 시신 도난사건, 배후는 누구...?

    ‘그것이 알고싶다’ 측이 故 염호석 열사 시신 도난 사건 배후를 파헤진다. 26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故 염호석 열사 죽음과 그의 시신이 도난당한 사건을 다룬다. 2014년 5월 17일, 강릉의 한 해안도로에 세워져있던 승용차 한 대. 밭일을 하러 가던 노부부는 도통 움직임이 없는 이 낯선 차 안을 들여다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부부가 목격한 것은 운전석에 숨진 채 누워있던 한 남자, 34살의 염호석 씨였다. 타살의 정황이 없어 단순 자살로 종결되고, 고인의 시신은 5월 18일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 안치된다.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애도가 있어야 할 장례식장에서 경찰 수백 명이 들이 닥친다. 조문객들은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모른 채 경찰에 둘러싸였고 추모의 공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이 방패와 최루액으로 조문객들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사이 장례식장을 빠져나가는 승합차 한 대가 포착된다. 이후 안치되어 있어야 할 시신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서울-부산-밀양을 잇는 동료와 유가족들의 추격과 그 과정에서 수상한 그림자. 대체 누가, 무엇 때문에 시신을 탈취해간 것일까. 사건 당일 고인의 장례식장에 있던 운구차에서 수상한 쪽지 하나가 발견된다. 이름 없이 직책만 적혀있는 네 개의 연락처. 이 번호들에 대한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추적하던 중, 제작진은 이 쪽지를 직접 작성했다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한편 ‘그것이 알고싶다’는 이날(26일) 오후 11시 15분 방송된다. 사진=SBS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포토 다큐&뷰] 이별에도 ‘기술’이 필요해… 무지갯빛 추억만 남길래

    [포토 다큐&뷰] 이별에도 ‘기술’이 필요해… 무지갯빛 추억만 남길래

    회사원 현복남씨는 회사에 갑작스럽게 휴가를 냈다. 장례를 치르기 위한 휴가였다. 장례의 주인공은 현씨의 반려견 루찌였다. “16년을 함께한 아이였습니다. 우리 노부부에게 루찌는 출가한 딸들보다 더 자식 같은 아이였습니다.” 현씨는 루찌를 잃은 슬픔을 정성스럽게 장례를 치러 주며 달랬다.●정성스럽게 장례 치러주면 슬픔도 빨리 치유돼요 종만 다를 뿐 또 하나의 가족으로 인식되는 반려동물의 수명은 사람보다 훨씬 짧다. 그래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족들은 아이(펫족들은 반려동물을 보통 이렇게 칭한다)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상실의 시간을 꼭 한 번은 겪어야 한다.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 오는 상실감은 자식을 잃었을 때와 비슷하다고 한다. 이런 상실감과 우울감을 펫로스(pet loss)증후군이라 부른다. 펫족의 증가로 펫로스증후군으로 고통받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경기 광주의 반려동물 장례식장 ‘펫포레스트’에 10여명의 사람이 모여 강의를 듣고 있다. 이들은 반려동물의 가는 길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모인 반려인들이다. “펫로스증후군 극복은 아이를 잃기 전부터 준비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펫로스증후군 극복강연 강사로 나선 반려동물장례지도사 강성일 실장은 이 부분을 강조한다. 강연에서 알려 주는 ‘준비하는 펫로스’ 방법은 털 모아두기, 사진으로 추억 남기기, 버킷리스트 실행하기 등이다. “이별을 앞둔 반려동물 앞에서 슬픈 표정을 지으면 아이들이 불안해합니다. 마지막까지 최대한 사랑을 표현해 주세요”라고 강 실장은 조언한다.●털 모아두기, 사진으로 추억 남기기… 버킷 리스트 실행 정성스럽게 장례를 치러 주는 것도 슬픔을 빨리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법적으로는 키우던 동물이 죽게 되면 그 사체를 폐기물로 처리해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게 돼 있다. 하지만 가족으로 같이 지내 온 아이들을 이렇게 처리하는 것은 힘든 일일 것이다. 그래서 땅에 묻어 주는 반려인들도 있지만 생활 폐기물인 동물 사체를 땅에 묻는 것은 불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려인들은 동물보호법령에 따라 만들어진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찾는다. 펫포레스트에서도 하루 평균 10여건의 장례가 치러진다. 경기도 외곽에 자리하고 있지만 전국 곳곳에서 장례를 치르기 위해 모여든다. 15년 동안 키우던 강아지 ‘초코’가 죽은 지 1년을 맞아 딸과 함께 납골당을 찾은 정모씨는 “갑자기 떠나버린 초코를 쓰레기봉투에 버려야만 했을 때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마침 장례업체를 알게 돼 정성스럽게 장례를 치러 줄 수 있어 초코에게 들었던 미안함을 덜어낼 수 있었다”고 말하며 유골함을 치장했다. 반려동물장례 전문가들은 동물이 사망한 지 72시간 동안은 부패의 우려가 없기 때문에 미리 장례를 준비하지 못한 반려인들은 침착하게 식장을 찾아도 된다며 신중하게 장례식을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반려동물이 죽으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라는 표현을 쓴다. 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생겨난 말일 것이다.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이별이 무지갯빛으로 기억되기 위해서 다가올 슬픔에 대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글 사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보건소 관리팀 에세이’

    매일 아이를 서둘러 등교시키고 이른 아침공기를 선물삼아 보건소로 향한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새로운 하루를 준비하는 동안, 허전했던 방문관리실은 하나 둘 팀원들의 인사로 채워지고 어느새 방문약속 전화로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어머님, 저 순영이가 아니고 보건소 간호사에요!” 큰소리로 말해도 수화기너머에선 일방통행이다. “뭐라고? 순영이가 아니면 그럼 순자라고?” “아뇨, 어르신, 간호사요, 방문간호사!” 목이 터져라 외치지만, 갑자기 전화를 뚝 끊으신다. “저, 어머님... 어머님?” 귀가 어두우신 어른들과 매일 오가는 일상이지만, 사무실은 다시 웃음바다다. 오늘은 밥솥을 고치는 날이라 오지 말라는 분, 이른 아침이나 저녁 늦게 방문해달라는 분, 개인전화번호를 달라고 떼쓰시는 분 등등 다소 당황스러운 일들이 있지만 방문관리실의 아침은 늘 씩씩하게 시작한다. 오랫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던 댁에 들른 적이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팔순 노부부는 부부싸움을 크게 하시고 각각 다른 방에 몸져누우셨다. 평소 정상혈압인 할아버지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우셨고 응급상황에 가깝게 혈압이 올라가셨다. 할아버지를 욕하시던 할머니도 그제야 옆방에서 건너오셨고, 근처에 사는 아들에게 상황을 알려서 즉시 병원에 가도록 권유하였다. 팔순이 넘으면 부부싸움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어도 싸울 일은 시들지 않고, 새록새록 생기나 보다. 그래도 부부가 함께 계신 분들은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질병보다 더 무서운 게 외로움이라는 말이 있듯이 홀로 노년을 보내는 노인들의 일상은 더욱 힘겹다. 방문건강관리 대상자는 독거노인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만성질환과 암, 그리고 장애를 가지신 분들도 많다. 무엇보다 노년에 생활고에 시달리는 분들의 안타까운 사연은 돌아서는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경로당을 방문하여 고혈압, 당뇨 및 영양과 관절 관련 건강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낯익은 어르신들이 반갑다고 손을 흔들고 안아주시면 천군만마를 얻은 듯하다. 단 10분도 교육에 집중하기 힘들어 곧장 졸음을 영접하시는 어르신들을 깨워 주시기도 하고, 분위기를 띄우는데도 일조하셔서 교육효과를 극대화 시켜 주신다. 이런 역할을 하는 어르신들은 방문간호사에겐 정말 중요한 ‘건강요원’인 동시에 연락이 두절된 분들의 근황을 파악할 수 있는 ‘건강정보원’이 된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방문간호에서도 ‘라포 형성’이 가장 우선시 되는 것 같다. 어느덧 보건소 방문관리팀에서 1년 4개월이란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과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 병원을 포기하고 보건소로 향했던 그날이 떠오른다. 금연관리실을 희망했는데, 방문관리팀으로 오게 되어 운전과 가정방문이 부담스러웠지만, 많은 어르신들을 만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나 자신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느꼈다. 인생의 황혼기를 맞으신 어머님, 아버님들은 곧 미래의 나의 모습임을 알기에 만나는 한 분 한 분 모두가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여름엔 덥다고 얼음수건으로 땀을 닦아주시고, 겨울엔 춥다고 미리 보일러를 틀고 기다리며 아랫목을 양보하시는 고마운 손길들. 너무나 감사하다. 많은 대상자를 만나다보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한발 늦게 듣게 된다. 반겨주시던 얼굴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하고 아프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고 싶은 거 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가고 싶은 데 가고 그래.” 라며 잡아주시던 그 손길이 따스했었다. 짜게 드시지 말고, 규칙적으로 운동과 식사, 투약을 해야 한다고 잔소리 하는 나에게 늘 복 있고 재수있으라며 안아주시던 어르신의 토닥임이 그립다. 방문간호사로 일하면서 인생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남은 시간과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어머님, 전화국이 아니에요. 보건소, 보건소 간호사요!” 전화기 너머엔 오늘도 귀가 어두운 어르신의 추측이 난무한다. “전화국 아니고, 동사무소라고?” 어김없이 방문약속 전화가 시작되었고 방문관리팀은 소중한 만남을 준비한다. 계약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남은 기간 즐겁게 보람으로 일할 수 있기를... 어르신들이 노년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 군인의 붓 끝으로 되살린 감고당길 노부부의 입맞춤

    군인의 붓 끝으로 되살린 감고당길 노부부의 입맞춤

    미소를 지으며 입맞춤하는 노부부의 벽화,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서울 종로구 감고당길에 그려진 벽화이다.종로구는 페인트가 갈라지고, 시멘트가 떨어지는 등 제작된 지 5년이 지나 훼손이 심각한 노부부 벽화를 복원했다고 24일 밝혔다. 벽화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입맞춤하는 노부부의 모습과 “우리는 젊다”(We Are Young)고 쓰인 문구가 조화를 이뤄 지역의 명물로 소개된다. 구는 벽화의 작가를 수소문해 원작자인 원영선(25) 육군장교를 찾아 복원을 요청했다. 이어 덕성여고의 협조를 받아 낡은 벽을 보수공사한 데 이어 지난 19~20일 이틀간 복원 작업을 했다. 구 관계자는 “앞으로도 주민 소통 및 전문가 협업을 통해 지역 내 공공미술작품을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이혼한 지 50년 만에 ‘두번째 결혼’ 하는 노부부 사연

    이혼한 지 50년 만에 ‘두번째 결혼’ 하는 노부부 사연

    “사랑은 다시 돌아온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혼한 지 반세기 만에 재결합을 하기로 한 노부부의 이야기가 화제다. 5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은 미 켄터키주에 사는 해럴드 홀랜드(83)와 릴리언 반스(78)가 오는 14일 두 번째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홀랜드와 반스는 솔트릭 시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다. 지금으로부터 63년 전인 1955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결혼식을 올렸는데, 당시 홀랜드는 스무 살, 반스는 겨우 열 다섯 살이었다. 두 사람은 다섯 명의 자녀를 두었지만 일찍 시작한 결혼생활은 13년 만에 무너지고 말았다. 홀랜드는 “100% 내 잘못이었다. 나는 일에 바빠 아내를 혼자 내버려둔 시간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부부는 남남이 됐지만 아이들과 손자, 증손자들을 위해 늘 친구처럼 지냈다. 딸 로라(55)는 “부모님의 관계가 틀어진 것은 충격적이었지만 항상 우리 곁에 계셨고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하셨다”고 말했다.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은 각자 재혼해 새 가정을 얻었지만, 3년 전 동시에 배우자를 잃었다. 지난해 홀랜드는 반스를 가족모임에 초대했고, 반스도 홀랜드를 추수감사절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고 데이트를 하며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홀랜드는 “반스에게 다시 한번 결혼을 하고 싶은지 물었고, 그녀는 '그렇다'고 답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지켜봐왔고, 언제나 첫사랑으로 마음 속에 있었기에 재혼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반스 역시 “원점으로 돌아온 우리는 이제 결혼생활의 마침표를 찍을 것 같다. 앞으로 남은 길을 함께 걸어가고 싶다”며 재결합에 동의했다.  사진=엔비씨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현실판 ‘노트북’…63년 간 해로한 부부 같은 날 숨져

    현실판 ‘노트북’…63년 간 해로한 부부 같은 날 숨져

    죽음조차도 결혼한 지 63년 차였던 한 노부부의 사랑을 갈라놓을 수 없었다. 미국 아이다호주 지역신문 아이다호 프레스트리뷴은 23일 남파시(市)에서 남편 밥 헌틀리(83)와 아내 에드나(81)가 같은 날 일생을 마감했다고 전했다. 세상을 몇 분 먼저 떠난 이는 아내 에드나. 그녀는 올해 초 암 판정을 받고 말기 암과 사투 끝에 지난 20일 저녁 숨을 거뒀다. 그리고 한동안 치매를 겪고 있던 남편 밥도 아내가 숨진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아들 케네스 헌틀리는 “죽기 전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우리 중 누구 한 명이 죽으면, 함께 묻어달라고. 아버지도 63년을 함께한 어머니 없이 계속 살고 싶어하지 않으셨다. 두분 다 잃은 것은 슬프지만 한편으로는 함께 먼 길을 떠나신 것 같아 감사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과 오리건주에서 기계 수리 기술자로 일하던 밥은 딸과 더 가깝게 지내기 위해 아내를 데리고 2년 전 남파시로 이사를 왔다. 다행히 두 사람은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슬하에는 5명의 자녀와 손자 20명, 증손자 23명. 헌틀리 부부의 손자 아몬 터넬은 “가족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의 결혼생활을 동경했다. 우리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았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부부가 결국 함께 숨진다는 점에서 영화 ‘노트북’(The Notebook)과 비슷하다고 전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따뜻영상] “밥솥, 꼭 좀 찾아주세요” 60대 부부의 기막힌 사연?

    [따뜻영상] “밥솥, 꼭 좀 찾아주세요” 60대 부부의 기막힌 사연?

    현금 600만원과 귀금속이 든 밥솥을 애타게 찾던 60대 노부부가 경찰의 도움으로 웃음을 되찾은 사연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전남지방경찰청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영상을 지난 5일 게시했다. 영상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밤 10시경 남문파출소 안으로 60대 부부가 다급하게 들어왔다. 집 안 청소를 하다가 현금 600만원과 금팔찌를 보관하던 밥솥을 고물수거상에게 줬다며 도움을 청하러 온 것이다. 부부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경찰은 관내 고물상을 일일이 방문해 밥솥 찾기에 나섰다. 경찰이 이틀간 밥솥을 쫓은 끝에, 한 고물상 고철 더미 속에서 현금과 귀금속이 든 밥솥을 찾았다. 이들이 찾은 현금은 부인이 몇 년 동안 힘들게 청소 일을 하며 모은 돈이었고, 팔찌는 자녀에게 환갑선물로 받은 것이었다. 경찰의 도움으로 무사히 내용물을 찾은 노부부는 “현금도 중요하지만, 애들한테 받은 팔찌를 잃어버려 너무 속상했다. 미안함을 덜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혼수상태 아내 매일 간호한 할아버지의 아름다운 금혼식

    ‘백의의 천사’ 간호사들이 한 노부부의 50주년 결혼 기념일을 맞이해 축하 이벤트를 준비했다. 덕분에 혼수 상태인 아내를 간병해온 남편은 함께 뜻깊은 금혼식을 맞이할 수 있었다. 11일(현지시간) 중국 하이닝 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왕(75) 할머니는 뇌출혈을 일으킨 후 지난 3년 동안 저장성 하이닝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상태다. 구(79) 할아버지는 자신의 몸이 안좋았던 단 3번의 경우를 제외하고 병상에 누운 아내를 매일같이 보러왔다. 허락된 면회시간 30분 동안 할아버지는 아내에게 인삼 수프를 떠먹여주었고, 부부의 지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또한 두 아들에 대한 새로운 소식도 들려주었다. 그는 아내가 어떤 반응도 보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1만 분의 일 혹은 10만 분의 일 정도 가능성일지라도, 반 평생 사랑한 아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깨어나길 바란다”며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수 년 동안 병원 문턱이 닳도록 아내를 찾아온 할아버지는 중환자실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두 사람을 오랜 시간 지켜봐왔던 간호사 장 옌옌은 오는 19일이 부부의 50번 째 결혼기념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동료들과 논의 끝에 특별한 축하 자리를 마련했다. 병실을 풍선과 현수막으로 장식한 간호사들은 할아버지에게 검은 양복과 빨간 장미 한 다발을 건넸다. 할머니에게는 예쁘게 화장도 해드렸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다시 한 번 할머니 손가락에 결혼반지를 끼워주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할아버지는 꿈쩍도 않고 누워있는 아내에게 “당신은 오늘따라 더욱 아름답다”고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했다. 할아버지의 언사에 감동받은 간호사들은 케이크로 기념일의 마지막을 장식해주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2년 동안 생면부지 노부부 무료로 병원 데려다 준 택시기사

    중국의 한 택시 운전사가 2년 동안 무료로 노부부를 병원으로 모셔다 드리는 선행을 베풀어 화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8일(현지시간)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 한 택시회사에서 운전사로 일하는 구 첸밍의 사연을 소개했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첸밍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아침 6시 30분에 손님을 받지 않는다. 휠체어를 탄 60대 남성 두 화이지에와 그의 아내 구오 리를 병원으로 데려다 주기 위해서다. 그는 오전 11시쯤에 병원으로 돌아와 신장 투석을 받은 화이지에와 아내를 집으로 다시 데려다준다. 세 사람의 인연은 2016년 음력 설 연휴부터 시작됐다. 당시 부부는 병원으로 가기 위해 추위 속에서 30분 넘게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택시를 잡기가 너무도 힘들었고,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부르는 법이나 택시비 지불 방식에 능숙하지 않았다. 그런 부부 앞에 멈춰 선 사람이 바로 첸밍이었다. 그는 안쓰러운 마음에 부부에게 택시비를 받지 않았고, 그 이후로 일주일에 두 번 자진해서 그들을 병원으로 모시고 있다. 첸밍은 “나도 당뇨를 갖고 있어서 일주일에 세 번 인슐린을 직접 주입한다. 환자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있어서 부부의 어려움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항상 첸밍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싶지만 그는 항상 거절한다. 감사 표시로 회사에 선물을 보내려해도 주소를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감사하단 말 밖에 할 수 없다”며 고마워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동네 주민들이 ‘빽’이죠…‘점조직 문학운동 ’ 펼치는 동네책방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동네 주민들이 ‘빽’이죠…‘점조직 문학운동 ’ 펼치는 동네책방

    동네책방 전성시대다. 올 들어서는 일주일에 한 개꼴로 문을 연다는 추산이다. 전국 곳곳의 동네책방을 돌아보는 테마 여행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이다. 책방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까지 크게 늘었다. 이쯤 되니 떠오르는 글귀가 있다. “책방이 없는 동네는 동네라고 할 수도 없지!”(개브리엘 제빈 ‘섬에 있는 서점’) 치킨집 옆에, 세탁소 옆에 어느 날 문득 들어선 우리 동네 혹은 당신 동네의 책방. 덩치 큰 서점도 나가떨어지는 판에 구멍가게 동네책방이 용빼는 재주 있을까. 그곳에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좀더 솔직하게. 골목으로 들어간 책방은 돈이 될까.#책방이 망할까 걱정인 동네 사람들 도로 너머 호수공원이 보이는 경기 일산의 시 전문 서점 ‘책방 이듬’. 김이듬 시인이 운영하는 열두 평쯤의 작은 공간은 동네 사랑방이 됐다. 문을 연 지 넉 달여 만이다. 한적한 오피스텔 건물 1층에 어쩌자고 책방이 생겼나. 동네 사람들 눈에는 생뚱맞았다. 얼마간의 탐색기가 지나 쭈뼛쭈뼛하던 이웃들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 “시집이 정말 많네요.” “시는 어떻게 읽어야 돼요?” 머쓱한 질문을 꺼내던 사람들은 그렇게 하나둘 단골손님이 됐다. 동네책방이라면 익숙한 풍경이다. 예상치 못했던 ‘현상’을 책방 주인들은 경험하고 있다. 수십년째 책 한 권 사본 적 없다는 사람들이 책을 집어드는 것은 그 자체로 진기한 움직임이다. 책방 이듬에서도 몇십년 만에 제 손으로 시집을 사는 주민들이 많다. 여고 졸업 이후로는 시집을 구경한 적도 없다는 세탁소 아주머니는 책방 주인이 골라주는 시집을 사더니 요즘은 소설책까지 빌려 간다. 편의점 아저씨도 마찬가지다. 시 낭독 모임이 있던 날 책방 앞을 지나다가 “웬 사람들이 이리 많이 모였느냐. 시가 재미있는 거냐”고 묻더니 며칠 뒤 시집을 사갔다.어느 노부부는 공원 산책 길에 출근부를 찍고, 동물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는 하루 몇 번씩 쉼터 삼아 책을 만지다 간다. 주부 5명은 매주 한 번 자발적으로 시 읽기 모임을 꾸리고 있다. 주민 이화숙(56)씨는 “큰 도서관이 가까이 있어도 어쩌다 빌려 읽는 책과는 느낌이 다르다. 책방 주인의 안목으로 선별된 책들을 자꾸 대하다 보면 독서 안목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동네 사람들이 갑자기 책이 궁금해진 이유는 하나. “이웃집이 책방이기 때문”이다. 김 시인은 “책방이 망할까 온 동네가 걱정해 준다. 책만 팔아서는 수지 맞추기 어려울 테니 커피값을 올리라고 야단들이다”라며 웃는다.지역 공동체 문화가 책방을 거점으로 싹트는 조짐은 어디서나 읽힌다. 멀리 전남 순천의 동네책방 ‘그냥과 보통’에서도 그렇다. 주인 강성호(36)씨는 “책방의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역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대도시에서 학교나 직장을 다니다 돌아온 20~30대들은 누구보다 책방의 이벤트에 목말라 한다. 강씨는 “청년들이 지방 도시를 답답해하는 것은 주류 사회문화에서 소외된 느낌 때문인데, 현재성 있는 독서 행사들이 그런 강박증을 털어준다”며 “지방분권 시대에 더욱 의미가 커질 동향”이라고 귀띔한다. 책방을 매개로 주민들이 결속하는 문화운동 자체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광주의 간판급 동네책방 ‘숨’ 같은 곳은 방문객들에게 지역 정보를 담은 읽을 거리를 일일이 나눠 준다. 지역 문화를 공유하게 하는 매개로서 동네책방의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책방의 이런 기능을 발 빠른 지자체들은 정책에 십분 활용한다. 다양한 문화행사들에 동네책방을 참여시키면 주민 관심도를 손쉽게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SNS를 타고… 문학책 읽기 붐 동네책방에서는 대형 서점에서 잘나가는 책을 웬만해선 취급하지 않는다. 베스트셀러를 피하는 것은 생존 제1원칙이다. 소설과 시가 어느 출판 공간에서보다 융숭하게 대접받는 이유다. 시나 소설만 파는 작은 책방들은 SNS를 거점으로 문학 수요층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서울 신촌역 맞은편에 있는 시 전문 책방 ‘위트 앤 시니컬’의 시집 읽기 모임은 언제나 성황이다. 페이스북에 시집 읽기 모임 공지를 띄우면 40장의 티켓이 금세 동난다.책방 주인이자 시인인 유희경씨는 “등단이 목표가 아니라 그냥 시가 궁금하고 시인을 만나고 싶어서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새 시집을 내고 지난달 31일 이곳을 찾은 김현 시인은 “동네책방 모임에 오면 시를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그러니 동네책방은 작가들 사이에서 요즘 핫이슈다. 독자층을 확장하는 유의미한 창구라는 기대감에 책방 이벤트를 자청하는 작가들이 많다. 책방 이듬에서는 최근에만도 황인숙·이문숙 시인, 은희경·손홍규·김숨·조해진 소설가가 교통비만 받겠다며 줄을 섰다. 일산에 사는 황석영 작가는 “절대 망하지 말라”며 오며 가며 들러 작정하고 팬 서비스를 해 준다. 동네책방을 거점으로 힘이 세지는 ‘문학 점조직’은 출판 기획자들을 긴장시킨다. 지난해 민음사는 동네책방에서만 팔 수 있는 문학책(쏜살문고)을 맞춤 기획했다. 메이저 출판사가 대형서점이나 알라딘, 예스24 같은 인터넷 서점에서 살 수 없는 책을 따로 만든 것 자체가 주목할 ‘출판 사건’이다. 문학 전문 출판사 봄날의책 박지홍 대표는 “시중의 베스트셀러에 매달리지 않는 동네책방은 기획 마케팅이 힘든 중소 출판사들에는 새로운 활로일 수 있다”고 전망한다. sjh@seoul.co.kr
  • [연극리뷰] ‘3월의 눈’ 봄 눈처럼 처연한 노부부의 인생

    [연극리뷰] ‘3월의 눈’ 봄 눈처럼 처연한 노부부의 인생

    이른 봄바람에 꽃비가 온다 여겼다. 여느 인생처럼 찬란하지 않아도 그저 꽃처럼 흐드러져 의지하며 살아온 노부부의 삶은 3월에 내리는 눈처럼 서늘하고 처연하기만 했다.관객의 찬사를 받으며 전석 매진 기록을 세운 2015년 공연 후 3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연극 ‘3월의 눈’은 그만치의 세월이 흘러서일까, 묵은 만큼 더 시리고 아프다. ●연기 인생 50년 오영수·정영숙 깊은 여운 극은 손자의 빚을 갚기 위해 평생의 터전이자 유일한 재산인 한옥을 팔고 떠날 채비를 하는 노부부 ‘장오’와 ‘이순’의 하루를 비춘다. 볕 좋은 툇마루에 앉아 도란도란 대화를 이어 가는 노부부와 그들을 품어 온 삶의 무대인 한옥은 운명을 같이한다. 독재에 항거하다 실종된 아들을 가슴에 묻은 부부는 아비 없이 큰 손자의 상처를 제 탓인 양 품는다. 한옥 마루와 문짝을 떼내 팔아 치우는 개발업자의 욕망도 덤덤히 받아들인다. 모든 걸 내어 준 장오와 그 곁에 머무는 아내 이순이 ‘눈 녹듯이 꽃 지듯 간 걸게야’던 낮은 읊조림이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집과 공명한다.●생성과 소멸에 대한 헌사이자 삶의 사유 7일 막을 연 ‘3월의 눈’은 자극적이지 않다. 무대 위 호흡은 느리고 시종일관 담담하다. 무대를 꽉 채우고 있는 건 ‘침묵’과 ‘여백’이다. 지난해 연기 인생 50년을 맞은 장오 역 오영수(74)와 올해 50년이 된 이순 역 정영숙(71), 두 배우의 연기는 종갓집 된장처럼 깊은 맛을 낸다. 억지로 힘을 주지도, 소리를 높이지도 않지만 묵직하다. 두 배우가 자신의 호흡으로 끌어가는 무대에 포개지는 존재는 하나가 아니다. 이 땅의 수많은 아버지와 어머니들이다. 까무룩 잠든 어린 시절 머리맡에서 두런두런 새 나오던 부모 세대들의 아픔과 상처, 번민이 전해진다. ●노부부역 오현경·손숙 더블 캐스팅 ‘3월의 눈’은 연극만의 미덕을 품고 있다. 무대와 현실, 연기와 인생이 ‘합일’(合一)되는 느낌을 좇다 보면, 손진책 연출가가 왜 “생성과 소멸에 대한 헌사이자 삶을 사유해 볼 수 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지 알 만하다. 죽어서도 집을 떠나지 못하던 이순이 흥얼거리던 노랫가락이 처연하게 맴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올해 첫 국립극단 작품인 ‘3월의 눈’은 장민호(1924~2012), 백성희(1925~2016), 박혜진, 박근형, 변희봉, 신구 등이 이어받아 열연해 왔다. 이번 공연은 한국 연극의 산증인인 오현경, 손숙, 오영수, 정영숙이 노부부로 번갈아 무대에 선다. 오영수는 2011년 초연에서 장오 역으로 인연을 맺었고, 손숙은 2015년 이후 두 번째 이순 역으로 복귀했다. 오는 3월 11일까지. 명동예술극장, 2만~5만원. (02)1644-2003.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윤식당2’ 박서준 정유미, 주문량 착오에 멘붕 ‘위기의 주방’

    ‘윤식당2’ 박서준 정유미, 주문량 착오에 멘붕 ‘위기의 주방’

    ‘윤식당2’ 정유미, 박서준이 멘붕에 빠진 모습 포착됐다.최근 tvN 예능프로그램 ‘윤식당2’ 측은 “위기의 윤식당! 이대로 폭망인가요..?”라는 제목의 예고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주문을 기다리는 손님들의 모습이 담겼다. 한 테이블에 같이 앉은 여성 손님 두 명은 “두 사람 우리 김치전을 잊은 건 아닐까?”라고 말했다. 실내 테이블에 앉은 노부부 또한 굳은 표정으로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가운데 정유미가 “김치전 하나 들어온 테이블...”이라고 말하자 박서준이 “두 개인데?”라고 말했다. 주문에 착오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홀을 담당하는 이서진까지 주방에 찾아와 주문량에 대해 말했다. 영상 말미에는 메인 셰프 윤여정이 “뭐라고?(What?)”라며 화내는 듯한 모습이 공개돼 본 방송에 대한 궁금증을 더했다. 한편, tvN 예능프로그램 ‘윤식당2’는 이날 오후 9시 50분에 방송된다. 사진=네이버TV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화재경보 양치기라도 일단 대피” 달라진 시민들

    “화재경보 양치기라도 일단 대피” 달라진 시민들

    시민들이 화재경보기 오작동에도 ‘화들짝’ 놀라고 있다. 최근 잇따른 화재 참사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이다. 그러나 아무리 ‘양치기 사이렌’일지라도 실제 화재가 났을 경우에 대비해 조속히 대피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은 긍정적인 대목으로 인식된다.지난달 31일 오후 9시 45분쯤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비상문으로 나가세요”라는 방송과 함께 화재경보기가 요란하게 울렸다. 3층에 사는 김모(55)씨는 “오작동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지만 충북 제천, 경남 밀양 화재가 생각나 일단 1층으로 긴급히 대피했다”면서 “80대 노부부가 11층에서 힘겹게 계단으로 내려오는 모습도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재는 나지 않았고 경보기가 오작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소방서에 화재 신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26년 된 부산 사하구의 한 15층 아파트에 사는 김모(26)씨는 “아파트가 낡아서 그런지 몰라도 적어도 두 달에 한 번꼴로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해 사이렌이 울린다”면서 “이제 가족들도 사이렌이 울리면 또 오작동이겠거니 하면서 대피할 생각은 하지 않고 불난 게 맞는지 경비실에 전화부터 해보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진짜 불이 났을 때에도 오작동으로 여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1일 경기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화재 오인’으로 출동한 2만 6838건 가운데 경보기 오작동이 5749건(21.4%)으로 집계됐다. 2015년에는 1만 6415건 중 2740건(16.7%), 2016년에는 2만 385건 중 2972건(14.6%)이었다. 서울시 화재 오인 출동 현황에 따르면 2015년 2876건 중 250건, 2016년 2379건 중 119건이었다. 이는 소방관이 출동했을 때 집계된 통계이기 때문에 실제 화재경보기 오작동 사례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경보기 오작동은 화재 감지기 결함, 주변 환경적 특성, 시민의 부주의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연기 감지기는 연기나 먼지가 많은 환경에서, 열 감지기는 제품 자체의 이상으로 오작동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담배 연기 때문에 화재경보기가 울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기환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경보기 오작동률이 낮을 뿐만 아니라 오작동 시에도 실전처럼 대피를 한다”면서 “화재경보기가 울렸을 때 오작동인지 확인한 뒤 대피하면 생존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에 경보기가 울리면 일단 곧바로 대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뉴욕의 한 유명 대학 유학생인 유진주(30)씨는 “한 달에 2~3번씩 학교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리는데 이유를 불문하고 모두 실전처럼 대피한 뒤 학교 밖에서 1시간여 대기한다”면서 “경비원들은 학교 건물에 남아 있는 학생들에게 화재 위험을 경고하고 일제히 밖으로 쫓아낸다”고 전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도심 어슬렁대는 야생 동물… 나 때문에?

    도심 어슬렁대는 야생 동물… 나 때문에?

    가장 큰 원인은 다름 아닌 ‘사람’ “도시화·벌목이 활동 영역 파괴” 네이처 “2200년 포유류 25% 멸종” 야생동물 생활 공간 확보해 줘야지난 25일 강원 원주에서 멧돼지가 민가로 내려와 노부부를 공격한 일이 있었다. 서울에서도 멧돼지가 시내를 질주하는 소동을 벌이다가 포획되거나 사살되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이웃 일본에서도 지난 28일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의 한 자전거 전용도로에 멧돼지가 나타나 사람들을 공격해 심각한 부상을 입히는 일이 벌어졌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인구 2000만명이 사는 인도 제2의 대도시 뭄바이에서는 한밤중에 인근 국립공원에서 내려온 표범이 먹을거리를 찾아 골목을 어슬렁거리는 일도 자주 목격되고 있다.야생 동물들이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심에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독일 쉔켄베르크 자연학연구회 소속 생물다양성 및 기후연구센터 주도로 24개국 99개 연구기관의 114명의 과학자가 대형 생태계 연구 프로젝트에 나섰다. 이 연구에는 북구의 노르웨이, 스웨덴부터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의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그리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 위기 상황에 놓인 피지 등 다양한 국가의 연구진이 참여했다. 이들이 5대양 6대주에 사는 포유류의 움직임에 대해 분석한 결과가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이번 주(26일자)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연구팀에 따르면 야생 동물의 도심 출현의 가장 큰 원인은 다름 아닌 ‘사람’이다. 사실 이번 연구 이전에도 많은 과학자들은 급속한 기술 발전과 지구 온난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기후 변화 때문에 지구 환경이 급속히 변하고 있으며 사람이 이런 변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인류가 환경 변화의 주요 변수가 됐기 때문에 현대를 ‘인류세(世)’로 정의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12개국 28개 연구기관과 국제환경보호단체인 국제보전기구가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도 ‘인간’ 때문에 야생에 있는 고릴라, 침팬지, 보노보, 원숭이 등 영장류 300여 종이 멸종 위기에 있다는 연구 결과를 자연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에 발표했다. 2015년 과학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200년쯤 되면 양서류의 41%, 조류의 13%, 포유류의 25%가 멸종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으며 일부 학자들은 사람을 포함한 지구 생물의 75%가 사라지는 ‘6번째 대멸종’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번 국제 공동연구팀은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동물의 활동 공간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와 임팔라, 개코원숭이, 토끼, 멧돼지 등 57종 803마리의 포유류에게 위성추적장치(GPS)를 부착해 두 달 동안 이동거리와 장소 등을 추적 분석했다. 동물의 활동 영역은 생존은 물론 서로 다른 동물들 간 영향, 생태계와의 관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연구팀은 동물들의 활동 공간이 인간의 거주 영역과 3분의1에서 최대 2분의1까지 겹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회색곰이나 표범, 코끼리처럼 몸집이 큰 동물들일수록 활동 영역이 넓은데 인간들이 도시화와 벌목 등으로 서식지를 쪼개고 비좁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야생동물들은 좁아터진 생활영역에서 먹이 구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존에 자신들이 살았던 서식지 영역이라는 기억 때문에 사람들의 거주지까지 내려와 어슬렁거리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런 활동 공간의 축소는 단순히 동물 생존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씨앗이 동물 몸에 붙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식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동물의 이동거리 축소가 전체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야생 동물이 인간 거주지로 내려오는 것을 막겠다고 무조건 사살하거나 개체수를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은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야생 동물들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마리 터커 독일 괴테대 생물학 박사는 “사람은 타인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못 참으면서 동물들의 생활공간을 침범하는 데 대한 고민은 전혀 없다”며 “야생동물들이 필요로 하는 생활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종의 다양성 감소로 인한 생태계의 혼란을 가져와 궁극적으로는 인류 생존에도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조손 가정 아이들 속마음 들여다보다

    조손 가정 아이들 속마음 들여다보다

    부모님 대신 조부모의 품에서 자란 아이들이 평소 느끼는 감정은 어떨까. 이혼, 가족 해체 현상으로 조손 가정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조부모들과 생활할 때 어떤 어려움을 느끼는지, 주변에서 어떤 도움을 줘야 하는지 조언하는 동화가 나왔다. ‘마당을 나온 암탉’, ‘나쁜 어린이 표’ 등으로 유명한 동화작가 황선미의 신작 ‘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스콜라)다. 황 작가가 아이들이 친구, 형제, 부모 등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겪는 이야기를 쓰고, 여기에 이보연 아동상담·교육전문가의 조언을 덧붙인 ‘황선미 선생님이 들려주는 관계 이야기’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동화의 주인공은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열세 살 기훈이. 또래보다 속 깊은 기훈이는 어디서든 당당하게 구는 ‘애어른’이지만 사실은 마음 한구석에 늘 허전함과 불안감을 안고 산다. 자기 곁에 친구들이 없어도 괜찮다고 큰소리치지만 힘들 때 손 내밀게 되는 건 역시 가까운 친구들이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자신의 버팀목인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날까 봐 두렵다. 게다가 할머니가 자신을 돌보지 못할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보호기관에 도움을 요청한 사실을 알게 된 터라 착잡할 뿐이다.황 작가는 작품을 쓰면서 자신이 만났던 한 조손 가정의 아이를 떠올렸다고 한다. 작가는 우연한 기회에 열한 살 된 손자를 맡아 키우던 한 노부부가 사회복지사에게 아이가 성장할 때까지 누가 도와줄 수 있는지 묻는 자리에 있었다. 노부부가 당신들이 세상에 없어도 손자가 성장할 때까지 누가 도와줄 수 있는지 물을 때 곁에 그 아이가 있는 것이 불안했다고.“그 아이는 보호자가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현명하신 조부모께서 사회단체에 미리 노크를 하셔서 도움을 구하신 거죠. 하지만 가능하면 그 아이가 안 듣는 곳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아이라지만 충분히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있고 본인 이야기인 줄 알았을 테니까요. 아이도 인격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는 동화 속 기훈이처럼 조부모를 부모로 여기고 자라면서 일찍 어른이 되어 버린 아이들에게 손 내밀어 줄 어른이 한 명쯤은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써내려 갔다고 했다. 작가는 할머니와 살면서 마음 한편에서 외로움을 자주 마주했을 아이의 복잡다단한 심리를 정교하게 풀어낸다. 특히 기훈이가 자신에게 뭔가 감추는 듯한 할머니의 속마음을 조금씩 이해하면서 한 뼘 더 성장해 가는 모습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최근 이런 상황을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잖아요. 작품을 쓰면서 그 아이의 심정이나 마음이 어땠을지 생각하게 된 것은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상처를 안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건강하게 살아야 하니까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장위 7구역의 명과 암

    장위 7구역의 명과 암

    26일 방송된 SBS 교양 프로그램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서울 성북구 장위 7구역 재개발의 명과 암을 조명했다. 특히 용산 참사 9주기가 된 2018년에도 여전히 불합리한 재개발 정책으로 인해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지역민들의 사연을 담았다.이날 방송에서는 2중 3중의 잠금 장치를 열고 대문을 들어서면 현관문에도 3개의 잠금 장치를 열어야 집에 들어가는 부부에 대한 사연을 소개했다. 이들 부부는 창문까지도 장롱과 못질로 모두 막아 놨다. 심지어 점심을 먹을 때도 CCTV를 확인했다. 또한 수상한 차가 등장하면 차량 번호까지 적어두고 있다. 또 다른 집 역시 이런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바리케이트가 돼버린 피아노로 뜯어낸 창문을 막아 놓고, 몸을 숙여야 겨우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공간을 남겨 두고 현관문을 모두 막아 버렸다. 모두가 떠난 동네에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성북구 장위7구역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재개발 지역인 이 동네는 모두가 떠났지만 4가구만 남아 있다. 당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여기며 핑크빛 청사진을 꿈꿨다. 떠나지 못하는 이들은 내쫓기지 않기 위해서 버티고 있는 것이다. 재개발이 확정되면 보상금을 받고 마을을 떠나거나 조합원이 돼 분양권을 받는 것 뿐이다. 하지만 남아 있는 이들을 강제 집행이 이뤄지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어떻게든 막아서고 있다. 떠나지 못하는 이들은 감정가로는 주변의 집을 얻을 수 조차 없었다. 더구나 한 노부부는 40 평생을 함께 했던 집을 강제로 빼앗기게 됐다면서 눈물을 보였다. 조합장은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을 했다. 사업이 지체되면 그 분담금을 조합원이 나눠야 한다고 했다. 조합장은 계속 버티면 명도집행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더구나 겨울에는 명도집행을 하지 말라는 권고에도 불구에도 조합은 명도집행을 했다. 더구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허름한 시골집에서 손자 12명 키우는 장애인 노부부 사연

    장애를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골에서 손자 12명을 함께 돌보는 부부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중국 허난성에 사는 리즈아이(69)는 시각장애로 앞을 보지 못한다. 리씨의 남편 역시 부분적인 청각장애를 앓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는 4명의 아들과 며느리가 있지만, 이들은 모두 대도시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났고 이들이 낳은 자녀 12명은 모두 리씨와 남편이 키우고 있다. 리씨와 남편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농사를 지어가며 돌보고 있는 12명의 손자·손녀 중에는 쌍둥이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영유아도 포함돼 있다. 절반 이상이 취학 전 아동이다. 장애가 있는 노부부가 10명이 넘는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이들이 현재 살고 있는 집이 매우 낡고 좁아서 14식구가 살기에 버겁다는 점도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리씨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에게는 큰 집을 살만한 돈이 없다”며 “예전에는 외출할 때 아들들이 앞 못 보는 나를 위해 길을 인도해줬지만, 지금은 어린 손자들이 그 역할을 대신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을 맡기고 대도시로 떠난 아들들을 십분 이해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먹고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리씨는 앞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매일 어린 손자손녀를 위해 매일 밥을 짓고 밭을 일구며 청소와 빨래를 도맡아 하고 있다. 이에 리씨의 막내 며느리는 “나와 남편뿐만 아니라 남편의 형제 가족들 모두 1년에 단 1번 고향에 내려가고 있다”면서 “부모님이 어렵게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알지만 우리는 너무 가난하고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집주인에게 돈다발 남기고 숨진 60대 기초수급자

    집주인에게 돈다발 남기고 숨진 60대 기초수급자

    부산의 한 60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평소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준 집 주인에게 수백만원의 돈다발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23일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정오쯤 사상구의 한 주택에서 A(65)씨가 숨져있는 것을 집주인 B(70)씨가 발견해 112에 신고했다. A씨 방안에서는 유서와 함께 5만원권과 1만원권으로 된 670만원 가량의 돈다발이 발견됐다. 유서에는 집주인인 B씨 부부를 ‘아저씨, 아주머니’라고 지칭하며 “제 몫까지 오래 사세요. 저는 저승으로 갑니다. 돈 놓고 가니 잘 쓰세요”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A씨가 30년 전 이혼한 뒤 가족과 연락을 끊고 혼자 살아왔다고 밝혔다. 이 주택에는 10년 전부터 세 들어 살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해왔지만, 지난 몇 년간 일자리가 끊기자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도움을 받으며 집에서 주로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 노부부는 A씨의 딱한 처지를 알고는 평소 음식을 챙겨주거나 건강을 염려하는 말을 자주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최근 건강이 나빠지면서 이를 비관하는 말을 자주했다는 주변인의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A씨 방에 외부침입 흔적이나 외상 등이 없고, 유서 등이 발견된 점등을 미뤄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원인을 수사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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