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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웅제약 ‘이지에프 새살연고’ 無항생제·無스테로이드 성분

    대웅제약 ‘이지에프 새살연고’ 無항생제·無스테로이드 성분

    대웅제약은 외부 활동이 많아지는 휴가철이 되면서 상처치료제 ‘이지에프(EGF) 새살연고’의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이지에프 새살연고에 함유된 EGF성분은 손상된 피부를 재생시키고 콜라겐 합성을 돕는 성분으로, 인체 내 땀, 침, 혈액 등에도 존재하는 단백질이다. 스텐리 코헨 박사가 침에서 피부세포 증식에 효과를 지닌 EGF를 최초로 발견해 198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상처 치유 과정에서 콜라겐 합성인자가 과하거나 부족할 경우 흉터가 생기는데, EGF는 콜라겐의 합성을 조절해 흉터를 최소화하는데 도움을 준다”면서 “상처 부위의 피부조직을 이루는 표피층과 진피층의 세포를 증식시켜 새살이 돋아나는데 도움을 주고, 새로운 혈관의 생성을 돕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대웅제약은 4년간의 연구 끝에 지난 1995년 인체 내에 존재하는 EGF와 동일한 성분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이지에프 새살연고를 출시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EGF 성분을 포함한 상처치료제인 이지에프 새살연고는 항생제가 함유되지 않아 내성의 염려가 없고 스테로이드가 함유되어 있지 않아 부작용이 없으며 인체와 동일한 성분이기 때문에 알러지 반응도 없다는 것이 대웅제약 측 설명이다. 건양대학교병원의 김훈 교수는 “이지에프 새살연고는 스테로이드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임상적으로도 사용시 과민반응이 드문 것으로 나타나는 등 피부가 민감한 환자나 아이들의 상처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연고제”라면서 “EGF는 상처 치유에도 효과적일 뿐 아니라, 흉터 생성에 주된 역할을 하는 TGF- ß(상처부분에서 콜라겐을 과다하게 만들어 흉터를 만드는 인자)의 과발현을 억제해 흉터의 과도한 생성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앙시도’와 ‘조감도’/손문기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월요 정책마당] ‘앙시도’와 ‘조감도’/손문기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어떤 현상을 파악하고 이해하려면 두 가지 눈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하나는 위로 올려다보는 ‘벌레의 눈’(仰視圖)이고 다른 하나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새의 눈’(鳥瞰圖)이다. 벌레의 눈은 하나의 현상만을 크게 확대해 구체적으로 고찰하는 것이고, 새의 눈은 멀리 넓게 살펴보며 전체적으로 분석·파악하는 것이다. 유전자변형식품(GMO)과 관련한 문제들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도 벌레의 눈과 새의 눈을 균형 있게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 유전자변형식품이 우리나라에 정식 수입된 지 올해로 20년이다. 그동안 유전자변형식품은 유전자재조합, 유전자변형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다가 2014년 4월 유전자변형식품으로 용어가 통일됐다. 유전자변형식품은 생명공학기술을 활용해 재배·육성된 농산물, 축수산물과 이를 이용해 제조·가공한 식품을 말한다. 현재 농산물에만 한정돼 있는 유전자변형식품은 유전적 변형을 통해 특정 부분의 장점을 강화한 식품으로 일반 작물과 영양 성분이나 조성 등이 같아 외관이나 맛으로는 구별하기 어렵다. 전통적 교배 방식과 방법만 다를 뿐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게 아니다. 단지 품종을 개량하는 여러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유전자변형식품을 개발해 식품으로 인정받으려면 연구개발에 통상 20여년이 소요되고 시장에 유통·판매하려면 또다시 안전성에 대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 해당 식품 전반에 걸쳐 독성, 알레르기, 영양 등 안전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기간은 대개 1~3년씩 걸린다. 이런 과정을 거쳐 안전성이 입증된 제품들만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대부분 국가에서도 같은 절차를 거쳐 시판 승인된 유전자변형식품만 시장에 유통될 수 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은 이러한 절차를 거쳐 판매되는 유전자변형식품이 과학적인 측면에서 안전하다는 데 공통된 견해를 갖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과학·공학·의학한림원은 공동으로 현재 식용으로 판매하는 유전자변형식품은 안전하며 인체와 생태계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20여년간 미국인이 먹은 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한 900여편의 연구논문 등을 검토·분석한 결과다. 또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영국의 리처드 로버트 박사 등 노벨상 수상자 107명은 지난 6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유전자변형식품은 안전하다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 이 공개 서한은 유전자변형식품은 일반적인 방식으로 생산한 작물만큼 안전하며 오히려 인류 식량난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유전자변형식품을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은 ‘GMO 표시’와 관련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1년 7월부터 유전자변형농산물을 주요 원재료(함량 5순위)로 사용해 제조·가공한 식품에 GMO 표시를 해 왔다. 또한 올해 2월에는 소비자 정보 제공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원재료 순위와 상관없이 최종 제품에 유전자변형 성분이 남아 있으면 모두 GMO 표시를 하도록 GMO 표시를 개선해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번 제도 개선은 수입 식품 원료를 추적 조사할 수 있는 이력제가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으면 GMO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제품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고려했다. 유전자변형식품을 전량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할 때 GMO를 사용한 모든 식품에 GMO 표시를 하면 소비자들이 해당 식품을 꺼려 자연히 비(非)유전자변형식품 수입이 늘게 된다. 식용유 등이 현재 이 정도의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GMO를 사용해서인데, GMO 사용이 줄면 제품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시험·검사로 확인이 불가능하더라도 유전자변형식품을 사용한 모든 식품에 GMO 표시를 해야 한다는 ‘GMO 완전표시제’ 요구가 제기되고 있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검토 중이다. 유전자변형식품을 둘러싼 사안들은 여러 가치가 상충하는 분야로서 하나의 가치만을 크게 확대해 집중하는 ‘앙시도’와 다른 가치들까지도 넓게 살펴보며 전체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조감도’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특히 GMO 표시 방법과 관련해서는 과학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인 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소비자 단체, 산업체, 학계 등으로 구성된 ‘GMO 표시제도 검토 협의체’를 통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만족하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
  • 커지는 “EU 탈퇴” 英운명 혼전, 세계는 혼란

    찬반 팽팽… 여론조사 엎치락뒤치락 최근 탈퇴론이 10%P 앞서기도 캐머런 등 ‘잔류’ 진영 공황 상태 종교·과학계도 “브렉시트 안 된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를 열흘 앞두고 EU 탈퇴 여론이 상승세를 타면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잔류 진영에 비상이 걸렸다. 탈퇴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자 영국 정·재계 뿐만 아니라 종교계와 과학계 인사들도 브렉시트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EU 잔류 진영은 총공세를 펼쳤다. 영국 성공회의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12일 데일리메일에 기고한 칼럼에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영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잔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성공회가 국민투표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잔류에 한 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웰비는 이민 통제를 위해 EU를 탈퇴해야 한다는 탈퇴 진영의 핵심 주장에 대해서는 “가장 부도덕한 본능에 굴복하지 않고 정직하게 이민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영국의 저명 과학자 13명은 지난 10일 텔레그래프에 게재한 공개서한에서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과학 연구가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개서한에는 힉스 입자의 존재를 처음 제시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피터 힉스와 세포주기를 조절하는 핵심 인자를 발견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폴 너스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과학은 아이디어와 사람이 활발히 교류할 때 번창한다”며 “EU는 과학자들의 자유로운 이동과 협력을 가능케 하지만 브렉시트가 되면 이런 이점은 사라질 것이며 EU의 연구비 지원도 끊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거 막판 종교계와 과학계 거물들이 잇따라 잔류 진영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최근 탈퇴 여론이 잔류보다 우위에 서는 여론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잔류 진영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지난 10일 여론조사업체 ORB와 인디팬던트의 조사에 따르면 EU 탈퇴 지지율이 55%를 기록해 잔류보다 10% 포인트 우위를 보였다. 이 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영국의 FTSE100 지수는 1.86% 급락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발표된 오피니움의 조사에서는 잔류가 2% 포인트, 유고브의 조사에서는 탈퇴가 1%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여론은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다.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잔류 진영은 최근 2주 동안 탈퇴 여론이 모멘텀을 얻어 유권자들이 급속히 탈퇴 쪽으로 쏠리고 있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전 시장 등 탈퇴 진영은 캐머런이 이민 통제에 실패했다며 EU를 탈퇴해 이민자가 영국의 일자리를 뺏어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최근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열린세상] 미·중에 일어나는 식량안보 분위기를 보며/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미·중에 일어나는 식량안보 분위기를 보며/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영국 이코노미스트 그룹 경제정보원은 109개 국가 식량안보지수를 매년 발표한다. 식량생산능력, 구매능력, 소비효율성을 반영하는 28가지 항목의 양적, 질적 평가를 지수화한다. 마지막 곡물 파동이 끝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수 1위는 늘 미국이다. 주요 2개국(G2)으로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은 38위에서 42위로 하락했다. 식량안보 지위는 미국이 압도한다. 그런데 미국의 식량안보 분위기 고조는 중국 못지않다. 한국은 21위에서 매년 하락해 26위가 됐다. G2의 식량안보 분위기는 시사하는 것이 있다. 미국. 잦은 폭설과 폭우, 사상 최악의 5년 연속 캘리포니아 가뭄 등으로 어느 때보다 식량안보 분위기가 고조된다. 전략은 해외 농업 진출 위주인 중국과 다르다. 민간의 상업적 국내 농업 투자, 정부의 공적 연구개발(R&D)이라는 두 바퀴 전략이다. 요즘 미국 언론은 실리콘밸리의 농업 스타트업 급증에 주목한다. 사물인터넷 기반 ‘스마트팜’과 데이터기술 기반 ‘정밀농업’ 관련 스타트업이 급증한다. 2010년 6000만 달러이던 실리콘밸리 농업분야 창업이 지난해에는 2억 달러에 육박했다. 이런 민간투자 확산은 저투입·고생산·저위험·친환경·성분표시 농업을 유도하고 결국 민간에 의한 식량안보 개선 효과를 가진다는 평이다. 이때 정부는 민간 진입이 어려운 장기성 공공재적 R&D 투자로 보완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지속적 농업 R&D 투자와 신녹색혁명 성취를 주창하는 농업연구지지재단(SoAR)의 등장이 그 예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필립 샤프 교수 등이 중심이 돼 2012년 설립한 SoAR은 생산·소비·연구·정부·의회를 아우르는 범사회적 식량안보 협력을 유도하는 데 점점 세를 얻는다. 정부도 이런 추이를 정책으로 수용하는 방침이다. R&D에서 생산·소비까지 농산업 생태계 형성을 통해 식량안보 체계를 구축한다. 이렇게 기상이변은 미국에서 식량안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중국. 국토자원부 발표를 보면 농업 생산여건 악화, 특히 토양오염이 심각하다. 전국 약 330만ha의 농지가 생산이 힘들 만큼 중금속 등으로 오염됐고 농지 전용이 더해져 14억 인구 부양을 위한 최소 목표치 1억 2000만㏊도 무너질 수 있다고 한다. 국민의 농업자원 보호 의식을 촉구한다. 이런 상황인 중국의 식량안보 전략은 ‘인진라이’(외국인 투자유치)와 ‘쩌우추취’(중국 기업 해외진출)의 결합이다. 정부는 2010년 농업을 7대 ‘신흥전략산업’에 포함하고 지원 의지를 밝혀 결과적으로 농업 인진라이 여건을 조성했다. 그러나 농업 인진라이는 매년 전체 실적의 1% 내외로 부진하다. 따라서 쩌우추취가 적극적 식량안보 전략이 된다. 중국의 대규모 농업 쩌우추취가 연속되는 가운데 며칠 전 또 하나의 대형 거래가 발표됐다. 상하이 부동산개발 기업 펑신(?欣)이 호주 목장기업 ‘시드니 키드먼 앤드 컴퍼니’(키드먼)와 키드먼의 지분 80% 인수를 위한 약 3300억원 거래에 합의했다. 키드먼 소유 목장과 농지 규모는 호주 국토의 1%에 이르며 한국 전체 면적보다 크다. 펑신은 이미 뉴질랜드에서도 중국 분유 수요에 대응해 낙농품 공급 기반을 구축한 기업이다. 정부를 등에 업은 중국 기업의 이런 저돌적 농업 쩌우추취는 현지 주민·정부와 불화를 겪는다. 이번 키드먼 인수 합의도 아직 엄격한 호주 정부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 아무튼 불화를 겪으면서도 식량안보를 위한 중국 정부·기업의 연합 전략인 쩌우추취는 거침없다. 중국으로서는 놓을 수 없는 전략으로 보인다. 한국. 세계 곡물 파동 때 요란하던 식량안보 논의는 곡물시장 안정과 함께 멈췄고 식량안보지수 순위도 하락한다. 지금 정부의 초미의 관심은 쌀 과잉재고 처리다. 재배 면적 축소를 동반하는 쌀 생산 조정까지 거론한다. 비록 생산 조정을 하더라도 농지·농업 자원은 보존해야 한다. 농지는 오랜 세월을 통해 형성된 것으로 한 번 훼손되면 복구가 어렵다. 중국이 그걸 보여 준다. 그리고 노령 노동력과 좁은 경지면적은 미국식 기술 농업도 요구한다. 따라서 미국식 농업 생태계 조성도 필요하다. 기상이변, 농지훼손은 미·중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곡물시장 안정기에 일어나는 G2의 식량안보 분위기를 보면 한국은 왠지 안일해 보인다.
  • 노벨상 수상 3명 29일 북한 간다

    노벨상 수상자 3명이 오는 29일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종합대학 등에서 강연할 계획이라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8일 보도했다. VOA는 우베 모라베츠 국제평화재단 이사장이 “노벨상 수상자 3명이 다음달 6일까지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강연과 세미나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브리지스(Bridges): 평화와 문화를 향한 대화’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영국의 리처드 로버츠 박사(1993년 생리의학상), 노르웨이의 핀 쉬들란 박사(2004년 경제학상), 이스라엘의 아론 치에하노베르 박사(2004년 화학상)가 참여한다. 이들은 29일 중국 베이징을 통해 평양으로 들어가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평양의 미래과학자거리와 만경대, 학생소년궁전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이후 나흘간 김일성대, 김책공업대 등에서 경제정책과 개발, 의학 혁명 등에 대해 강연한다. 이들은 강연 일정이 끝나는 다음달 6일 평양을 떠나 베이징에 도착해 이튿날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방북 결과를 보고할 계획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노벨상 수상자 3명이 동시에 북한을 방문하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으나 모라베츠 이사장은 이번 방북 일정은 정치나 외교 문제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배명진 숭실대 교수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배명진 숭실대 교수

    초등학교 때 소리 안 나오는 라디오에 미쳐 회로도 달달 외우고 전파상 취직 꿈꿨던 괴짜 용산공고 전자과 진학 금성사 실습 때 월급쇼크 뒤늦게 숭실대 입학 소리공학 연구로 세월호 선장 사형 증거잡기도 노벨상이 꿈 “저를 40대로 보는 사람이 아직은 좀 있죠.”(웃음) 지난 18일 서울 상도동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에서 만난 그는 TV 화면보다도 훨씬 젊어 보였다. 환갑을 앞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짙고 풍성한 모발을 갖고 있었다. “젊어 보여 좋으시겠다”고 하자 그는 한술 더 떠 서랍에서 자신의 30대, 40대, 50대 사진들을 꺼냈다. 그것들을 책상 위에 트럼프 카드처럼 늘어놓고는 “별로 안 변하지 않았느냐”며 익살맞은 눈짓을 보냈다. 그건 자기 전공 분야의 ‘효험’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소리’와 함께하는 생활이 젊고 건강하게 사는 비결이라는 얘기였다. 10평 남짓한 배명진(59·전자정보공학부) 교수의 연구실 내부는 ‘소리를 내는 클립’ ‘소리 바람 소화기’ 등 그의 아이디어가 깃든 작품들로 움직이기가 불편할 정도였다. -나는 ‘괴짜’로 불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그렇다. ‘소리공학의 대가’,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학자’라는 찬사도 듣지만 부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는 걸 잘 안다. “TV에 너무 많이 나온다”, “지나치게 자기 자신을 부각시키려 애쓴다” 뭐 이런 것들이다. “저렇게 외부 활동하고 애들은 언제 가르치느냐”는 말도 단골로 듣는다. 그러나 과학자라면 모름지기 사람들이 궁금해하거나 불확실한 것들을 규명하는 데 막중한 책무를 느껴야 한다. 난 거기에 최선을 다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연구실에 있는 학자도 필요하고 대중과 소통하면서 실생활에서 과학의 저변을 넓히는 학자도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다. 그리고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사실이 있다. 내가 제출하는 국제적 수준의 논문 편수가 최근에는 거의 매년 대학에서 전체 10위 안에 들었다는 사실이다. -“명진씨, 회로도에 맞춰 제대로 구성을 했는데도 안 되는데 이유가 뭘까.” 옆에 있던 ‘4년제 대졸 신입사원’ 형이 ‘고3 실습생’인 나에게 물었다. “형, 그건 이 부분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거예요.” 나는 거의 눈을 감고도 보이는 문제의 원인이 그분에게는 안 보였던 모양이다. 서울 용산공고 3학년 때인 1975년, 당시 서울역 앞에 있던 전자회사 금성사(현 LG전자)에 실습생으로 파견 나갔을 때 일이다. ‘4년제 대학을 나왔는데도 공고생인 나보다 한참을 모르네.’ -실습 생활을 3개월쯤 했는데 내가 원하면 금성사 정규직 사원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한양대 공대를 졸업한 신입사원 형의 월급봉투를 우연히 보게 됐는데 봉투 겉면에 ‘14만 5000원’이 찍혀 있었다. 내가 정사원이 되면 받을 초임(4만 5000원)의 3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고졸’이냐 ‘대졸’이냐의 차이 때문에 평생 엄청난 처우 불평등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건 참기 힘든 일이었다. ‘자격증과 실력이 전부가 아니다. 나의 미래를 위해서는 학력이 필요해.’ 종로에 있던 대입학원 야간반에 등록했고 1977년 숭실대 전자과에 들어갔다. -1957년 내가 태어났을 때 가족들은 너무 약하고 볼품없어 얼마 못 가 죽을 걸로 알았다고 한다. 다리에 힘이 없어 아장아장 걸어 다닐 나이에도 외할머니의 등에 업혀 지냈다. 두 살 때까지 업혀만 있던 결과가 지금의 ‘팔(八) 자’형 다리다. 지금의 내 이름 ‘명진’(明振)은 다섯 살 되던 해 시주를 받으러 온 스님이 지어 주셨다고 한다. ‘밝을 명(明)’에 ‘떨칠 진(振)’. 결국 ‘소리로 세상을 밝게 만들라’는 이름대로 소리공학자가 된 것인지. 당시 스님이 “나중에 잘되면 다 내 덕이오”라고 했다는데 그를 만나지는 못했다. -어린 시절 소백산맥 기슭의 경북 예천은 세상과 단절된 곳이었다. 아버지는 고장 난 라디오나 재봉틀 같은 기계를 수리하는 일을 하셨다. 늘 풍기던 기름내가 지금도 기억난다. 당시에는 트랜지스터라디오만 갖고 있어도 좀 사는 집 축에 들었다. 미제 제니스 라디오는 쌀 수십 가마니와 바꿀 정도로 비쌌다. 나는 아버지가 고치는 라디오에 푹 빠졌다. 조그만 사람이 라디오의 작은 통 안에서 기어 나올 것만 같았다. “거기서 아무도 나오지 않아.” 어른들은 놀렸지만 나는 늘 라디오 앞에서 턱을 괴고 뭔가를 기다렸다.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군에서 막 제대한 막내 외삼촌이 ‘광석 검파 라디오 키트’를 사 줬다. 나의 첫 라디오였다. 그러나 조립이 잘됐는데도 소리는 먹통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도 2년간 ‘왜 소리가 안 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답했다. 고민과 실험은 그 자체로 즐거움이었다. 라디오를 전깃줄에 이으면 될 거라는 누군가의 말에 방석을 10장 겹쳐 놓고 그 위에 올라가 집 안에 있던 전깃줄 피복을 벗겨 연결했다가 감전돼 죽을 뻔하기도 했다. 궁금증은 한참 후에야 풀렸다. 예천의 고립된 지형이 문제였다. 안동 방송국이나 점촌 중계소에서 전파를 받아야 하는데 두 곳 모두 우리 집에서 30㎞ 이상 떨어져 있었다. 광석 검파 라디오의 전파 수신 범위는 기껏해야 5㎞였다. 하지만 라디오와 몇 년을 씨름한 덕에 내부 회로를 눈 감고도 그릴 정도가 됐다. -그 실력은 중학교에서 빛을 발했다. 예천중 2, 3학년 때 정부에서 주관한 전국 라디오 조립 경연대회에서 연달아 우승을 차지했다. 중학교를 마칠 즈음 나는 독학으로 세계적인 발명왕이 된 에디슨처럼 되고 싶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할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워낙 빈한한 집안이라 공부를 그만두겠다는데 말리는 사람도 없었다. “에디슨처럼 되려면 일단은 전문가의 밑에 들어가야 해.” 예천읍내 전파상을 찾아갔다. “저를 조수로 받아 주세요.” 전파상 주인은 “밥 좀 더 먹고 오라”며 코웃음을 쳤다. 일단 고등학교 졸업장은 받아 놓기로 했다. -1972년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그러나 금호강을 건너가야 나오는 학교까지는 걸어서 2시간 30분이 걸렸다. 어릴 때부터 약했던 두 다리가 버티지 못했다. 몇 달 후 학교를 그만뒀다. 집에서 빈둥거리며 라디오나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누나가 서울의 구로공단에 취직을 하게 됐다. 누나를 따라 서울로 왔다. 신림동에 3평 남짓한 월세방을 얻었다. 당시 누나 월급이 1만원이었는데 월세로만 7000원이 나갔다. 빠듯한 생활이었다. 시골에서 가난하면 산과 들에 캐거나 따 먹을 거라도 있지만 도시 빈민에게는 그런 호사도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속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예천 촌놈에게 번화한 서울은 그 자체로 커다란 매력이었다. 계속 여기에서 살고 싶었다. 그러려면 배워야 했다. -원래 못하는 공부는 아니었기 때문에 서울살이 시작 이듬해인 1973년 용산공고 전자과에 들어갔다. 영어와 수학은 좀 부담스러웠지만 과학은 늘 1등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자격증 취득에 쏟아부었다. 고등학교 다니며 딴 자격증이 아마추어 무선사 등 14개에 이른다. 국가기능올림픽에 출전해 2위에 입상하기도 했다. -금성사의 ‘월급봉투 충격’ 때문에 우발적으로 시작한 대학 공부였지만 재미는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실무를 아니까 책과 강의가 눈과 귀에 쏙쏙 들어왔다. 상당수는 내가 직접 만져 보고 고쳐 본 것들이었다. 새벽에 도서관 문이 열릴 때 들어가 한밤중 문이 닫힐 때 나왔다. 등록금은 학기마다 과 수석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장학금으로 충당할 수 있었지만 생활비는 해결되지 않았다. 대학생 과외 공부 아르바이트가 금지돼 있던 시절, 나는 동네 가전제품 수리 아르바이트를 했다. 발명연구실의 ‘조수’가 되겠다던 꿈을 대학교의 ‘교수’로 수정한 것은 입학 후 그리 오래지 않아서였다. -1981년 서울대 대학원에 합격했다. 숭실대에 전자과가 생기고 나서 첫 서울대 대학원 입학이었다. 학비가 다른 사립대학의 5분의1 정도밖에 안 되는 게 너무 좋았다. 하지만 대학원 생활은 시작부터 피 말리는 경쟁의 연속이었다. 우리 연구실의 7명 중 단 2명에게만 박사 과정 진학 기회가 주어졌다. 영어, 수학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나는 논문이나 특허, 강의 경력에서 승부를 보기로 했다. 서울역 인근 남영동삼거리에 있던 한국전파학원에서 ‘기사 시험 전문반’ 강사로 나섰다. 강사료로 시간당 2만 5000원을 받았는데, 20대 중반 가난한 대학원생의 형편이 활짝 펴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나는 1983년 통신 분야의 거성으로 불리던 안수길 교수님에 의해 박사 과정 합격자 2명 중 1명으로 낙점됐다. -나는 ‘교수’보다 ‘소리공학자’로 불리기를 원한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의 소리박사라는 말이 참 듣기 좋다. 1992년 숭실대 교수로 오면서 소리공학연구소라는 간판을 달았는데 ‘소리공학’이라는 우리말 자체를 처음 만든 사람이 나였다. 소리공학연구소는 2008년 개인연구소의 지위에서 대학 공식 연구소로 격상됐다. -1983년 숭실대 시간강사 시절 사귄 교직원과 이듬해 결혼을 해 딸 둘을 얻었다. 딸들은 많은 연구에 모티브를 제공했다. 무수한 발명품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것도 ‘부모 목소리 동화 구연 시스템’이다. 첫째가 다섯 살, 둘째가 세 살 때였는데 내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에 빠져 있었다. 성우의 멋진 목소리보다 아빠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더 좋아했는데, 성우들이 녹음한 목소리를 엄마, 아빠의 목소리로 바꿔서 들려주는 장치였다. 최근 발명한 ‘소리 바람 소화기’도 애착이 간다. 상품화를 진행 중이다. 소화기를 켜면 큰 소리가 나오는데 이 소리가 화재를 진압한다. -소리공학을 활용한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이다. 2005년 소리 분석을 해 보니 저격범 문세광의 총이 아니라 경호원의 총에 육 여사가 서거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이유가 중년 남성의 목소리와 닮아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 파도가 칠 때마다 조약돌이 구르며 내는 몽돌 소리가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준다는 이론 등도 기억에 남는다. -재미있는 연구도 좋아해 가끔 엉뚱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나이가 들면 왜 트로트를 좋아할까. 원인은 사람의 청력이 1년에 1%씩 늙기 때문이다. 20~30년 지나면 20~30% 노화된다. 노화는 저음화를 의미한다. 10대는 1만 8000헤르츠를 듣지만 20대는 1만 6000헤르츠를 듣고 30대는 1만 4000헤르츠까지만 들을 수 있다. 트로트는 저음의 미학이다. 내 꿈은 여전히 노벨상을 받는 것이다. 사람들은 웃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생리의학상 분야로 노벨상을 노리고 있다. 소리로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을 실험 중이고 관련 논문들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일명 ‘불로음’(不老音)이다. -‘세월호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의 공학적 연구 결과를 보고한다. 그동안에도 우리 연구팀의 소리 연구는 세월호 수사에 많은 도움을 줬다. 팬티 바람으로 퇴선하던 선장 뒤로 바람 소리에 날리는 세월호 안내 방송이 어렴풋이 들리는데 선장은 법정에서 “퇴선 명령을 안내 방송으로 내렸다”고 했지만 우리가 소리를 분석하니 “안전한 선내에서 대기하라”는 내용으로 결론 났다. 2심 재판에서 선장에게 사형이 선고된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이달 말 우리 연구소팀이 맡은 세월호 조사가 끝이 난다. 다음에는 국립중앙도서관과 요절한 가수들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애수의 소야곡’을 부른 남인수, ‘목포의 눈물’ 이난영, ‘돌아가는 삼각지’ 배호 등인데 요절해서 가짜 앨범이 너무 많다고 한다. 자세히 감정해 볼 생각이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하면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귀로 듣기에 좋은 목소리는 성대 주파수로 말하면 남자는 110~130헤르츠, 여자는 210~240헤르츠 정도의 중저음이다. 특히 남자는 저음의 울림과 함께 안정감과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는 목소리, 여자는 밝은 음색의 목소리를 선호한다. 남자나 여자 모두 말을 할 때 톤에 변화를 주고 리듬감 있게 발음하면 듣는 사람이 정감을 느낄 수 있다. 좋은 목소리는 선천적으로 타고날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좋은 목소리를 만들려는 노력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배명진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소리공학’을 국내에 도입하고 개척한 음향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1992년 소리공학연구소를 설립해 과학적, 공학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미국 ‘마퀴스 후즈후’에도 이름을 올렸고, 지금까지 국내외에 150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방송이나 인터뷰, 저서 등을 통해 대중에게 알리고 함께 호흡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간혹 연예인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스펀지’ ‘TV동물농장’ ‘위기 탈출 넘버원’ 같은 TV 프로그램에 자주 나왔기 때문이다. 저서로 ‘소리로 읽는 세상’ ‘소리이야기’ 등이 있다. ▲1957년 경북 예천 출생 ▲예천중, 용산공고, 숭실대, 서울대 석·박사 ▲호서대 전자공학과 조교수,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음성통신전공 교수 ▲한국음향학회장.
  • 프랑스 석학들 강연으로 만난다 르

    프랑스 석학들 강연으로 만난다 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 건축계 거장 도미니크 페로 등 프랑스 석학들이 오는 25일부터 열리는 ‘교보인문학석강’에서 강연한다. 대산문화재단과 주한프랑스대사관, 교보문고는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2016 교보인문학석강-크리에이티브 프랑스’를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강연회는 ‘프랑스의 현재를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건축, 문학, 의학 등 8개 분야에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석학들을 초청한다. 강연회는 오는 11월까지 매달 한 차례씩 광화문 교보컨벤션홀에서 진행된다. 25일 첫 강연은 페로 로잔공과대 교수가 ‘도시의 건축’이라는 주제로 한국 청중과 만난다. 5월에는 르 클레지오 작가가 시와 문학에 대해 강연한다. 정보기술(IT) 분야의 노벨상인 튜링상을 받은 조제프 시파키스 로잔공과대 교수가 6월 강의를 진행하고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처음 발견해 200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프랑수아즈 바레 시누시가 11월 강연을 준비한다. 강연회는 350석 규모로 무료로 진행되며 참가 신청은 대산문화재단 홈페이지(www.daesan.or.kr)에서 할 수 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데스크 시각] 30년 전 박태준 회장의 실망과 ‘알파고’/김태균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30년 전 박태준 회장의 실망과 ‘알파고’/김태균 사회부장

    1986년 포항공대(현 포스텍)가 문을 열고 얼마 후, 박태준 포항제철 회장이 노벨상 수상자들을 학교로 초청했다. 설립 이사장으로서 학생들에게 꿈과 용기를 북돋워줄 강연이 필요했다. 박 회장은 그들을 데리고 포항공대뿐 아니라 초·중·고교에도 찾아갔다. 수상자 중 한 명이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사람 팔이 가슴에도 하나 더 있어서 세 개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라고 물었다. 아이들은 서로 자기가 답을 하겠다고 손을 치켜들었다. “엄마가 선반 위에 올려놓은 과자를 꺼내 먹기 편할 것 같아요”, ”아빠가 저를 안아줄 때 걸리적거려서 불편할 것 같아요”와 같은 창의적인 답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4학년, 5학년 등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같은 질문에 답하는 학생이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더니 중·고교에서는 손드는 학생이 거의 없었고, 자기들끼리 “정답이 뭐냐”고 묻는 모습까지 나타났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한국 학생들은 공부는 잘할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창의성이 줄어드는 것 같다. 이대로라면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는 어렵겠다”고 말했다. 적당히 듣기 좋은 얘기를 기대했던 박 회장은 크게 낙담했다고 한다. 최근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자연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들이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에 대해 실시했던 11개월간의 평가 결과를 내놓았다. 긍정적으로 평가한 부분을 제외하고, 문제점으로 지적한 대목들은 30년 전 박 회장이 들었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200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팀 헌트 전 영국 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젊은 교수들이 정년 보장을 받기 위해 모험적 연구에 도전하기보다 유명 연구지 기고에 목을 매고 있다. 이대로는 ‘선구자’가 아닌 ‘추종자’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톰 루벤스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물리·천문학과 교수도 “교수들이 단기 성과를 위해 이미 많은 사람이 연구하는 분야를 선택하고 있다”며 기존 연구를 답습하는 이른바 ‘미투(me-too·따라하기) 과학’으로 흐를 가능성을 지적했다. 창의성과 도전의식이 결여된 국내 학교와 연구실 풍토가 30년 전 그때와 비교해 거의 나아진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온 셈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수재들이 모인 서울대가 받은 성적표가 이렇다면 다른 학교들의 사정들은 대략 짐작할 만하다.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을 계기로 ‘인공지능’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람과 컴퓨터 간 치열한 승부의 이면에 과연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의 인공지능 기술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조명도 이뤄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고도의 창의력을 요하는 기술이다. 우리의 기술력이 미국에 2.6년 뒤진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과연 그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는 창의력의 에너지를 우리가 갖고 있느냐에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이면 학생들의 창의력은 거의 ‘제로’(0) 상태가 된다.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는 공부가 아니라 쉬운 문제를 틀리지 않도록 연습만 하는 현재의 교육 체계에서 어떻게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겠느냐”는 한 대학 총장의 개탄은 우리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래 먹거리 확보가 절실한 지금, 우리나라 인재들의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30년 전 박 회장이 했던 고민을 다시금 곱씹어볼 때다. windsea@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0] 미로에 갇힌 줄기세포, 이젠 도약을 준비하자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0] 미로에 갇힌 줄기세포, 이젠 도약을 준비하자

    우리가 줄기세포에 관심을 가진 건 그리 오래 전이 아닙니다. 아마 황우석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연구논문 조작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 전에 줄기세포는 우리 일상과는 먼 거리에 있는 과학 또는 의학 분야의 전문적인 이슈일 뿐이었지요. 황우석(사진) 교수는 신데렐라였습니다. 그의 연구 성과에 온 국민들이 환호했고, 난치질환자들은 치료에 대한 희망을 얻었습니다. 심지어는 그를 통해 우리의 젓가락질이 일군 개가라며 자긍심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 때가 2004년 2월이었습니다. 황우석·문신용 교수팀이 체세포 복제배아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했다는 연구 결과가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지에 발표됐지요. 이어 이듬해 5월에는 황우석 교수가 척수마비와 파킨슨병을 가진 환자 11명을 대상으로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했다는 연구 결과가 역시 사이언스지에 발표돼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그를 추앙하는 사람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일희일비했지요. 그 때 그를 따르는 사람들을 ‘황빠’라고 불렀습니다. 아이돌 가수에게나 있을 법한 오빠부대의 출현이었습니다. 줄기세포라는 낯선 존재는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짧은 행복, 긴 어둠 그러나 기대와 기쁨은 한순간에 낙담과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2005년 11월에 방송된 모 방송사의 심층 추척프로그램에서 ‘황우석 신화의 난자 매매 의혹’을 다룬데 이어 논문조작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서면서부터였지요. 연구자와 방송사 간의 공방이 이어졌고, 세간에는 “그럴 수가…”라는 탄식과 “설마…” 하는 기대가 교차했습니다. 세계의 이목이 한국으로 쏠린 가운데 황우석 교수는 ‘연구원 난자 사용’ 사실을 시인하고 모든 공직에서 사퇴한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줄기세포에 대한 희망은 남아있었습니다. 정당하게 얻지 않은 ‘연구원 난자’가 윤리적 문제를 유발한 것이지, 줄기세포 연구 성과는 온전하다고 믿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 해 12월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황우석 교수가 2005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밝힌 맞춤형 줄기세포는 없다”고 발표했지요. 이 때문에 그의 연구성과에 환호작약했던 국민들은 쓰디 쓴 실망감을 곱씹어야 했고, 그 때 이미 이 사태의 결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논란 끝에 이듬해 3월 사이언스지가 공식적으로 황우석 교수의 논문을 철회함으로써 사태는 희망으로 시작해 악몽으로 종결되고 말았습니다. 세상에 오로지 나쁘기만 한 일은 없는 것인지, 이 사태를 계기로 연구윤리 문제를 제도화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아무튼 파장은 오래 갔습니다. 가장 치명적인 손실은 이후 상당 기간 우리의 줄기세포 관련 연구가 마치 동토에 내버려지기라도 한 듯 긴 휴면기로 접어들었다는 점이겠지요. 그 틈새를 비집고 일본과 미국, 영국 등 다른 나라는 연구에 가속도가 붙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고요. 우리와 그들의 연구 격차는 이렇게 커져만 갔습니다. 지난해, 일본의 유력 매체인 아사히신문의 과학 전문기자인 다카하시 마리꼬를 서울에서 만났습니다. 그와는 오래 전부터 친교하는 사이여서 평소에도 스카이프나 메일을 통해 교신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 때의 만남은 좀 달랐습니다. 마리꼬 기자는 대뜸 황우석 박사의 근황부터 묻더군요. 황 박사가 사람들의 뇌리에서 지워져 가던 때라 주로 국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베리아에서 발굴한 매머드 복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는 것 등등. 그러자 마리꼬 기자는 필자더러 그의 연구실로 안내해 줄 수 없겠느냐고 다시 묻더군요. 그의 연구소가 서울 영등포 어름에 있다고는 들었지만 막상 같이 가줄 수 없느냐는 제안에 난감했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에서 취재와 같은 주제로 인터뷰까지 한 터에 혼자 가라고 할 수도 없어 안내만 하기로 했지요. 이 때는 일본 교토대 iPS 세포연구소장인 야마나까 신야 박사가 유도만능세포를 확립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2012년)한 뒤였습니다. 일본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우리로서는 황우석 사태 이후 우리가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일본이 추월했다고 여길만 했고, 더러는 노벨상 하나를 잃어버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어떻든 우리에게는 이 시간이 ‘짧은 행복의 끝, 긴 어둠의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탄력을 받기까지 어림 잡아 4∼5년은 잃어버린 시간이었으니까요. 연구 분야에서 4∼5년은 세상을 바꿀만큼 중요하고도 긴 시간입니다. ●‘줄기세포 신드롬’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는 줄기세포에 극단적인 알레르기반응을 보이는 사례도 생기더군요. 줄기세포 문제를 잘못 건드리면 골치만 아프다는 희한한 기피증이 그것입니다. 황당한 얘기입니다만, 우리 식약처가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줄기세포 치료술을 부정한 일이 최근에 발생했습니다. 그냥 부정만 한 게 아니라 공개적으로 줄기세포 치료술을 폄훼하기까지 했지요. 국내 바이오기업인 네이처셀사는 얼마 전, 일본 관계사인 알재팬사를 통해 자사가 개발한 줄기세포 치료제 ‘바스코스템’의 임상 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치료기술은 버거씨병을 포함한 중증 하지허혈성 질환에 적용되는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의 니시하라 클리닉에서 치료가 이뤄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이 치료술을 우리나라에서 허가하지 않은 탓입니다. 아시겠지만, 일본은 전 세계에서 새로운 의료기술 도입에 가장 깐깐한 나라로 꼽힙니다. 그런 일본에서 이 치료가 시행되는데 우리 식약처는 여전히 깜깜이 식으로 ‘나몰라라’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네이처셀 측은 “버거씨병, 당뇨병성 족부궤양 등 중증 하지허혈성질환 치료를 위해 개발한 치료 기술을 세계 최초로 일본 정부가 허가했다는 게 중요하다”면서 “의료 분야에서 보수적인 일본 정부가 이를 허가했다는 것은 충분한 검증을 거쳐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더군요. 황당한 일은 이 뒤에 일어났습니다. 네이처셀 측의 이 발표가 있자 식약처는 즉시 해명자료를 통해 “일본 후생노동성이 버거씨병 치료제 바스코스템을 국내보다 먼저 허가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지요. 식약처는 “일본 후생노동성에 문의한 결과, 후생노동성은 ‘바스코스템’을 의약품으로 허가한 것이 아니라 니시하라 클리닉에서 의사의 책임하에 사용하는 것을 승인한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따라서 일본 전역에서 바스코스템 사용을 허가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이 정도로 궁색한 변명을 해야 한다면 어느 나라 식약처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식약처의 해명에서 사실을 비틀려는 의도가 충분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일본인은 물론 한국인이나 중국인도 니시하라 클리닉을 찾아가면 바스코스템을 이용한 치료를 얼마든지 받을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최종적으로 허가했는데, 한 병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강변한 것이야말로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격이지요. 그러면서 식약처는 좀 저어했던지 “식약처는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치료제를 허가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줄기세포치료제 연구·개발 및 제품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면피성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말인즉, ‘그 치료제가 제대로 된 것이라면 우리(식약처)도 충분히 허가할 수 있으나, 그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뜻으로 읽히는데, 그걸 깐깐한 일본이 덜렁 승인을 해버렸으니 얼마나 부끄럽고 황당했겠습니까. 가뜩이나 약이 오른 네이처셀 측이 “일본에서 새로 제정된 재생의료추진법에 따라 치료계획이 승인됐으며, 이에 따라 일본인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 환자라도 니시하라 클리닉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어 치료 지역에 제한이 있는 것처럼 발표한 식약처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목청을 높인 것도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한 제약사나 랩에서 특정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것은 좁게 보면 한 회사의 명운이 걸린 일이고, 범주를 넓혀 보면 그 약으로 질병을 치료해야 하는 수많은 환자의 생명이 걸린 문제이니까요. 또다른 관점에서는 우리가 개발한 치료제의 부가이익을 상당 부분 일본에 넘겨준 것이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러니 이 일과 무관한 줄기세포 연구자들이 “업무적 관행이나 낡은 기준 때문에 국내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박탈하고도 이를 정당하다고 강변하는 식약처가 정말로 국민건강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지 묻고 싶다”고 역정을 내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마도 식약처는 현행 규정상 이 치료제를 의약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다른 약제와 달리 이 치료제는 줄기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해 만들었는데, 당시의 규정이 줄기세포 관련 조항을 세밀하게 만들어 놓지 못했을 수도 있고, 그 때문에 관련 공무원들이 애매한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했을 수도 있는 일이지요. 그러나 이는 규정 이전에 정책적 관점의 문제입니다. 아니, 일본은 승인 신청이 들어가자 즉시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해 치료를 허가했는데, 우리는 그걸 못해 결국 꿩도 매도 다 놓쳤으니 안타깝고 답답한 노릇이지요. 돌이켜 보면, 식약처의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식의 이같은 대응을 두고 오로지 식약처만 탓할 일은 아닐 것입니다. 황우석 사태 이후 줄기세포라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부류가 어디 식약처 뿐이겠습니까. 그러니 시의적절하게 관련 규정을 만들거나 정비하지 못 했을 것이고, 그런 외중에 줄기세포 치료제를 승인하려니 겁인들 안 났겠습니까. 한 마디로 황우석 사태 이후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를 지배한 ‘줄기세포 신드롬’인 셈이지요.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온 줄기세포 줄기세포(Stem cell·사진)란 신체의 여러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를 말합니다. 아직 미분화 상태여서 적절한 조건을 갖춰주면 원하는 조직으로 세포 차원의 분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는 치료가 가능하다고 보고 학자들이 연구를 거듭하고 있지요. 이를테면 간경변이 심해 기존 치료로는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환자에게 줄기세포를 이용해 조직적합성이 확인된 간조직을 만들어 이식하거나 기존 간 조직에 같은 세포를 심어 새로운 간조직으로 생육하도록 하는 치료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좀 어렵나요? 여기에서 말하는 분화란 특정 장기의 특성을 갖추지 않은 초기 단계의 세포가 시간이 경과하면서 특정 조직, 즉 간이나 심장, 뇌, 안구 등 특정 조직의 특성을 갖추어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예컨대, 사람의 경우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면 수정란이라는 하나의 세포가 생성되는데, 여기에서 분화가 진행되면 뼈, 심장, 피부 등 다양한 인체 조직으로 만들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단일세포인 수정란이 자궁 속에서 차츰 사람의 형상을 갖추어 완성된 생명체로 태어나지요. 배아줄기세포니, 성체줄기세포니 하는 말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배아줄기세포는 이런 분화능력이 아주 뛰어난 미분화 세포인데, 이 세포의 경우 필요한 조건만 갖춰주면 다양한 조직세포로 분화합니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성숙한 여성의 난자가 필요한데, 난자 자체를 원초적 생명이라고 간주하는 가톨릭 등 종교단체에서는 이를 이용한 연구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사회적으로 자칫 심각한 윤리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제약이 따릅니다. 이와 달리 성체줄기세포는 분화 능력이 한계가 있어 모든 조직으로 분화할 수는 없지만, 특정 장기나 조직으로는 얼마든지 분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윤리적 시비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연구도 아주 많습니다. 이제 왜 수많은 의학자와 기업이 줄기세포 연구에 몰두하는 지를 아셨을 것입니다. 질병을 고치는 새로운 접근을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할 수는 없지만, 기업적 관점에서 보자면 줄기세포 치료제는 ‘노다지’인 것이 틀림없으니까요. ●‘악몽’에서 ‘희망’으로 황우석 박사는 연구 윤리를 위반했다는 점 때문에 평생 그가 얻은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렸지만, 줄기세포에 질병 치료의 미래가 있다는 점을 일찌기 간파한 안목을 가졌고, 이를 위해 행동했으며, 연구의 방향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 지를 일깨운 것 또한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굳이 정리하자면 그는 우리에게 희망을 줬고, 그 희망을 악몽으로 분화시켰으며, 그 악몽이 이제는 우리의 자산이 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반면교사(反面敎師)처럼. 그 사이 국내에서는 앞서 거론한 네이처셀(알바이오·R Bio) 말고도 제법 많은 기업들이 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해 나름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치료 분야에서 다시 희망을 일구는 것이지요. 또, 각급 병원에서도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습니다. 얼른 생각 나는 몇 곳만 들어볼까요. 메디포스트는 자체 개발한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CARTISTEM)’의 지난해 4분기 판매량이 전기 대비 37.1%나 늘었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처음 식약처 허가를 받은 2012년 28건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03건을 기록하는 등 누적 판매량이 3000건을 넘어섰으며, 이 치료제를 사용하는 병·의원도 전국 290여 곳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카티스템은 축구 국가대표팀의 히딩크 전 감독이 관절염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면서 유명세를 탄 골관절염 치료제로, 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선두 격인 셀트리온도 눈여겨 볼 회사입니다.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류마티스관절염 및 강직성 척추염 치료제인 ‘램시마’를 출시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해 있으며,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인 ‘허쥬마’도 이 회사 제품입니다. 아마도 국내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는 축적된 연구 역량이 가장 뛰어나며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곳이 셀트리온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들 뿐이 아닙니다. 세원셀론텍, 파미셀, 마리아바이오텍, 안트로젠 등도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주목을 받는 곳들입니다. 일선 병원들의 연구 동향도 주목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차병원 그룹인 차바이오텍은 최근 스타가르트병 줄기세포 치료제인 ‘MA09-hRPE’의 1상 임상시험을 완료했다고 밝혔는데, 배아줄기세포를 망막세포로 분화시켜 만든 이 치료제는 황반변성 치료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현재 황반변성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데, 개발 단계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기도 했지요. 연세사랑병원의 경우 개원가에서는 아마도 가장 먼저 줄기세포 치료를 연구한 곳일텐데, 상당한 연구 성과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들병원이나 바른세상병원 역시 척추 및 관절질환을 정형외과·신경과 중심으로 치료해 두드러진 성과를 거둔 병원들이지만, 최근에는 줄기세포 치료에도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개략적이지만 이런 동향을 소개하는 것은 ‘희망’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줄기세포에서 희망을 구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사실입니다. 혈관과 신경은 물론 심장·신장·간·면역계·골격·근육·피부 등 줄기세포를 통해 희망을 얻을 수 있는 분야는 특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냥 우리 몸 전부라고 하는 게 이해가 빠르겠지요. 이런 줄기세포의 질병 치료 원리는 간단합니다. 인체는 60조∼10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는데, 사고나 노화, 질병 등으로 이 세포가 훼손되거나 건강상태가 나빠지면 질병이 생깁니다. 이런 상태에서 인체는 자가치유력을 보이지요. 몸이 스스로 망가진 세포를 재생, 복구해 원래의 건강한 몸으로 되돌리는 능력입니다. 이 자가치유력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줄기세포입니다. 줄기세포가 갖는 특성 중에 ‘호밍효과(Homing Effect)’라는 게 있습니다. 풀이하자면 귀소본능 같은 것으로, 줄기세포를 체내에 주입하면 각기 필요한 곳으로 몰려가 조직을 재생하는 효과를 나타낸다는 뜻입니다. 이 호밍효과가 바로 줄기세포 치료의 원천입니다. 이런 줄기세포의 존재는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이 계기가 되어 우리에게 처음 알려졌습니다. 국내 줄기세포 연구의 기대주 중 한 명인 라정찬 박사의 견해를 빌리면, 이 때 건강한 사람의 골수를 피폭 환자들에게 이식해 치료를 시도한 것이 조혈모세포가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고, 이 때부터 ‘자신과 똑같은 세포를 생산(자가복제 능력)하며, 적혈구, 백혈구 등 혈액세포를 만드는 능력(분화능)을 가진 세포’라고 줄기세포를 정의하게 되었답니다. 이런 내력을 일별하면, 오래 전에 답은 나와있었습니다. 문제는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배양과 이식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두고 전 세계가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전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에 엄청난 부가이익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논점을 국부 차원으로 확장하지는 않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질병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며, 부가 이익은 그 다음의 문제이니까요. 우리는 황우석 사태를 거치면서 한동안 줄기세포 연구에 필요한 동력을 상실한 채 허송세월을 했습니다. 연구자들이 낙담해 관련 연구는 발이 묶였고, 필요한 규정은 제때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 때 ‘앗, 뜨거’라며 허겁지겁 만들어 놓은 ‘압박성 규제’들이 지금까지 연구를 방해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비 온 뒤에 땅이 굳을 거라고 믿지만,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해서는 줄기세포라는 엄청난 ‘은총’과 ‘노다지’를 모두 잃고 종국에는 질병 치료의 식민지가 될 지도 모릅니다. 원천기술은 없는데, 병은 치료해야 하니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외국의 원천기술을 사오거나 외국 제품을 구입해 쓸 수밖에 없을테니까요. 그러니 이제는 비상한 각오로 도약을 준비해야 합니다. 과거를 잊고 ‘작지만 강한’ 줄기세포 강국의 꿈을 실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정부는 정부의 몫을 다해 실효성 있는 지원체제를 구축해야 하고, 연구자들은 기탄없이 창의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거기에 있으니까요. jeshim@seoul.co.kr
  • [생명의 窓] 간염 바이러스의 전염, 예방이 중요하다/이레나 이화여대 의대 교수

    [생명의 窓] 간염 바이러스의 전염, 예방이 중요하다/이레나 이화여대 의대 교수

    황달 증상으로 나타나는 간질환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흔한 질환이었다. 우리나라의 만성 간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현재 전체 인구의 약 3~4%가 만성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다. 우리나라에 유독 간염 환자가 많은 이유는 찌개와 반찬을 같이 먹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는데 음식물이나 물을 통해 전염되는 간염은 A형 간염이다. B형과 C형은 혈액이나 긴밀한 체액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전문가들은 6·25 전쟁을 겪으면서 B형 간염이 폭발적으로 확산됐다고 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의 미군과 독일군 사이에서도 수십만 명의 황달 환자가 있었다는 기록을 볼 때 전염성 질환이 전쟁이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급격히 전파돼 현재까지 슬픈 후유증을 남긴 셈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많이 걸린 간염은 B형으로, A형이나 C형에 비해 예후가 좋지 않다. 다행스럽게도 B형 바이러스 간염은 백신이 개발됐다. 1964년 미국의 의사였던 블룸버그 박사는 유전과 질병 감수성 간의 관계를 연구하다가 우연히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혈액에서 어떤 항원을 발견했고, 연구를 거듭한 결과 그 항원이 B형 간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 물질임을 밝혀냈다. 1969년에는 B형 간염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B형 바이러스 간염은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백신은 최초의 암백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블룸버그 박사는 인류 건강에 기여한 공로로 197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2년 B형 간염을 면역 확대 사업에 포함해 1997년부터 모든 나라에서 B형 간염을 신생아 기본 예방 접종에 포함할 것을 권고했다. B형 바이러스 간염이 만연했던 우리나라는 1991년부터 신생아 예방접종 사업을 시행했고 그 결과 1980년 초 남자 8~9%, 여자 5~6%였던 감염률이 2006년에는 4~6세 소아에서 0.2%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예방접종의 혜택을 보지 못한 우리나라의 많은 중장년층들은 아직도 간염으로 고통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만성 간염 환자는 약 40만명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예방접종을 통해 B형 간염이 줄어들면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들처럼 B형 간염이 아니라 C형 간염이 주요 간염으로 등장할 것으로 생각된다. C형 간염은 백신 개발에 성공한 B형이나 A형보다 유전자형과 아형이 다양해 백신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 현재 동물실험이 종료된 여러 후보 물질 중 단 한 개의 백신이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연구 결과는 내년에 발표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서울 양천구의 한 의원에서 일회용 주사기를 여러 사람에게 사용해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수십 명에게 전파됐다. C형 간염은 한 번 감염되면 70~80%가 만성 간염으로 진행하고 이 중 30~40%가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한다. 치료하면 유전자형에 따라 50~80%의 완치율을 보이지만 낫지 않으면 간암으로 직결되므로 치명적이다. 의료 윤리와 상식선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경악할 사건이다. 전염병은 예방이 필수적인데 의료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이러한 일들이 발생했다니 너무나 안타깝다. 해당 의사와 관계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하겠지만, 정부의 의료수가 체계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에서는 무수히 많은 일회용 의료기기들의 재료비가 적절히 산정돼 있지 않다. 일회용 의료기기를 일회만 사용하면 많은 전염병이 예방될 수 있으므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 또한 필요하다.
  • [사이언스 톡톡] 나는 ‘1㎜’ 예쁜꼬마선충…건강·장수 비밀 물어보세요

    [사이언스 톡톡] 나는 ‘1㎜’ 예쁜꼬마선충…건강·장수 비밀 물어보세요

    안녕? 나는 ‘예쁜꼬마선충’이야.이름이 귀엽기는 하지만 난 흙 속에서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1㎜ 정도밖에 안 되는 지렁이처럼 생긴 선형동물이야. 우리는 다리나 날개는 물론이고 눈도 없어. 감각기관으로 주변 온도와 촉감, 냄새를 감지해 먹이를 찾고 친구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단순해 보이긴 하지만 959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는, 갖출 것은 다 갖춘 다세포생물이야. 나는 주로 생물의 세포 성장과 분화, 형태 발생의 유전적 조절을 연구하는 ‘발생생물학’ 분야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어. 물론 발생생물학자들은 나뿐만 아니라 노랑초파리, 제브라피시, 생쥐 등도 실험에 쓰고 있어. 과학자들이 나를 선호하는 이유는 배양하기 쉽고 냉동 보관도 가능하면서 발생 단계가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이야. 알에서 부화한 뒤 4단계의 탈피 과정을 거쳐 성충이 될 때까지 사흘밖에 안 걸리고 평균수명도 2~3주에 불과해. 수정란에서 성체에 이르기까지 세포 분열 양상이 동일하고 몸 전체가 투명해 세포분열이나 분화 과정을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거든. 200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미국 분자과학연구소 시드니 브레너 박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로버트 호비츠 교수, 영국 웰컴 트러스트 생어센터 존 에드워드 설스턴 경도 나를 실험에 사용해 생명체에서 세포가 분화되고 사멸되는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밝혀냈지. 얼마 전 기초과학연구원(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 남홍길 단장과 미국 프린스턴대 콜린 머피 박사 공동연구팀이 나를 이용해 건강 수명을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해 유명한 과학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11월 20일자 온라인판에도 발표했대. 건강 수명은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를 나타내는 평균 수명과 달리 실제로 활동을 하며 건강하게 산 기간을 나타내는 지표야. 연구팀은 우리가 성충이 된 뒤 6일째부터 예외 없이 순간 최고운동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발견했어. 실제 그동안 노화의 지표로 쓰였던 평균이동속도나 머리쪽 움직임 횟수보다 순간 최고운동 속도가 노화나 수명과 더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밝혀낸 거지. 또 우리에게서 인슐린 수용체를 제거했더니 노화가 진행되더라도 활발히 움직이며 건강하게 산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지 뭐야. 이 인슐린 수용체는 우리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있대.최근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급격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년층의 건강한 삶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들었어.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 한다며? 어쨌든 이번 연구로 1㎜에 불과한 내가 나보다 몇 백배 큰 사람들의 건강한 삶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정말 기뻐.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글로벌 시대] 올해 노벨의학상 논란을 보며/이옥순 인도연구원장

    [글로벌 시대] 올해 노벨의학상 논란을 보며/이옥순 인도연구원장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에는 중국인 과학자 투유유가 포함됐다. 말라리아 특효약 아르테미시닌을 개발해 (1990년대 이후) 말라리아의 퇴치에 큰 공을 세운 덕분이다. 소식에 따르면 투유유는 20년의 오랜 연구 끝에 1600년 전에 나온 중국의 전통 의학서에 언급된 개똥쑥에서 말라리아를 치료할 수 있는 성분을 찾아냈다. 1971년이었다. 하나 1977년 중국어 논문으로 발표된 그 성과가 국경을 넘어 외부 세계에 알려진 건 한참 후였다. 수상 소식을 접한 투유유는 중국 전통 의학 시스템의 우수성이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총리는 투유유의 노벨상 수상이 국가로서 중국의 힘과 글로벌 세상에서의 지속적인 부상(浮上)을 반영한다고 애국적 발언을 섞어 축하했다. 그러자 일부 인도인이 투유유의 수상에 이의를 제기했다. 21세기 글로벌 세상의 경제적 라이벌이자 영토와 인구, 고대의 지혜와 전통 등 모든 면에서 중국과 경쟁 구도인 인도는 시간을 두고 전승된 전통 의학의 결과를 투유유 한 사람이나 중국의 공으로 인정하는 노벨위원회의 결정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인도에서도 전통 의학이 오랜 시간을 두고 전수됐고, 고대의 인도 의학서에도 개똥쑥의 유사한 효능이 언급됐다. 특히 1918년에 나온 한 약초 보고서에는 개똥쑥이 말라리아에 효능이 있다고 기록된 걸 증거로 내세웠다. 일부 언론은 아예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말라리아 치료제 아르테미시닌이 인도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문제를 논평한 인도인 학자들은 문화혁명 당시에 연구를 진행한 중국의 투유유가 아르테미시닌의 임상실험을 제대로 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인도 전통 의학에서 힌트를 얻어 유사한 연구를 진행한 인도 연구자들이 세계보건기구의 연구 기준을 준수하느라 결과를 도출하는 데 시간이 걸린 데 비해 큰 정치적 영향력을 업은 중국의 투유유가 예외적 상황에서 연구했으므로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게 인도인 학자와 노벨상 관계자 간의 공방이 여러 차례 이어졌으나 노벨위원회가 이 분야에 대한 인도인의 공헌을 인정하거나 수상자를 바꾸는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여기서 꺼내는 이유는 최근에 개똥쑥 열풍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우리나라와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근대 서구 제국주의의 직간접적 압박으로 대국으로서 패배감과 굴욕감을 경험한 인도와 중국은 물론이거니와 그 제국주의를 수입한 일본의 지배를 받은 우리나라에선 20세기 내내 전통적인 것을 폄하하고, 서구적이며 근대적인 걸 칭송하는 것이 대세였다. 낙후된 과거를 버리고 근대성을 수용하는 것이야말로 인도와 중국이 서구를 이기고 우리나라가 일본을 극복하고 일등국이 되는 유일한 길처럼 여겨진 것이다. 의료 시스템도 마찬가지였다. 전통적인 치료법은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서구의 근대과학과 근대 의료 시스템에 밀려 뒷전으로 물러났다. 예를 들면 수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인도의 전통적 치유법은 지배자 영국에 의해 미신으로, 미개한 관습으로 무시됐다. 우리 양방과 한방의 갈등도 그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투유유의 성공 사례는 현대적인 것이 다 좋은 것이 아니듯 전통적인 것이 다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는 걸 잘 보여 준다. 즉 전통적 지혜와 근대적 시스템이 잘 결합한다면 다양한 영역에서 더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 [생명의 窓] 노벨상과 과학입국/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

    [생명의 窓] 노벨상과 과학입국/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

    올해 노벨상은 중국인 수상자가 있어 우리의 관심을 더 끌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 모두 노벨상은 있었지만, 과학 분야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수상한 것이어서 중국으로서는 감회가 남달랐다. 이번 노벨상에서 중국만큼이나 기세등등한 나라는 일본이다. 이렇게 되자 노벨상 때문에 논란이 된 곳은 오히려 우리나라다. 소득 3만 달러를 바라보는데도 중국마저 배출한 노벨 과학상이 없다는 충격이 우리 사회를 강타한 것이다. 자존심을 다친 정부는 대통령 주재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10년 내 노벨상급 과학자 1000명 육성, 기초연구비 비중 확대, 2025년까지 세계 1등 기술 10개 창출 등 목표 제시와 계획 수립을 발표했다. 과학 분야의 노벨상은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낸 것에 대한, 또 ‘지금까지 아무도 몰랐던 것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에 대한 보상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창조나 발견은 윤리적이어야 하고 인류사에서 엄청난 긍정적 영향과 진보를 만들어 낼 만한 것이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필자가 속한 분야에 한정해 평가한다면 앞으로 20년 내 우리나라 영토 내에서 노벨 과학상이 나오긴 불가능하다. 정부가 세운 목표와 계획은 거창해 보이지만 어딘지 어색한 것은 특정인의 노벨상 수상을 목적으로 급조된 적이 있던 이전의 ‘노벨상추진위원회’를 보는 것 같아서다. 정말로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원한다면 필요한 것은 그런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소박한 체질 개선이 먼저다. 첫 단추는 정부 연구비 배분에서의 환골탈태다. 어떨 땐 ‘줄기세포’, 어떨 땐 ‘녹색성장’, 또 어떨 땐 ‘창조경제’로 연구비 배분의 우선순위가 오락가락해선 안 된다. 연구자들이 ‘연구비 따라 삼만리’를 하는 상황에서 무슨 ‘깊은 연구’가 이뤄지겠는가. 둘째는 ‘논문지상주의’를 과감히 배격해야 한다. 유명 학술지에 논문이 나오면 과포장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연구의 내용’이다. 대부분 추격 기술이거나 아류인데도 유명 학술지란 이름표 때문에 연구비 지원 등에서 과분한 대접을 받는 것은 고려해 볼 문제다. 셋째는 노벨 과학상은 ‘기초 연구에서 나온다’는 선입관을 버려야 한다. 예는 많지만 단지 두 개만 든다고 해도 쾰러와 밀스테인은 단일 클론 항체를 만들 수 있는 ‘실용화 기술’로 198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고, 1993년 멀리스 역시 ‘중합효소연쇄반응’이라는 실용화 기술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문제는 결국 그 성과물이지 기초 연구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더구나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이제 ‘기초 연구’와 ‘실용화 연구’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음도 주목해야 한다. 한때 노벨 과학상의 산실이었던 미국 벨연구소 사례에서 보듯 기초 연구 성과도 실용화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나올 수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실 ‘과학입국’이 노벨 과학상으로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더이상 모방이나 추격 기술로는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새로운 연구와 과감한 도전에 더 많은 연구비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매번 폼 나는 분야, ‘논문 지상주의’에 갇혀 추격과 아류 수준의 연구에서 한 발자국도 못 벗어나서는 미래가 없다. 이 때문에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는 단순히 노벨 과학상 수상이 아니라 과학기술 수준을 현저히 높이는 일이 돼야 한다. 본말이 확실해야 하는 이유는 노벨상은 이런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일 뿐이기 때문이다.
  • [사이언스 톡톡] 3D 프린터로 인공 장기를 만든다고?

    [사이언스 톡톡] 3D 프린터로 인공 장기를 만든다고?

    무병장수는 인류의 오랜 꿈이라는 걸 자네도 잘 알고 있을 거야. 불사의 약을 먹거나 병든 장기를 새것으로 바꿔 주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인류의 탄생과 함께 시작됐다네. 실제로 기원전 2000년에 이미 이집트에서 장기이식 수술을 했다는 신화가 남아 있기도 하지.실제 인류 최초의 장기이식은 각막이식이었어. 1905년에 성공했지. 피부나 각막이 아닌 체내 장기 같은 기관의 이식 성공을 위해서는 작은 혈관이라도 막히지 않고 피가 돌 수 있도록 하는 봉합 기술과 이식한 장기가 손상되는 거부반응을 막는 것이 핵심이지. 그중에서도 혈관 봉합 기술은 상당히 중요하다네. 혈관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으면 조직이 괴사할 수 있거든. 1910년에 동맥을 자르고 이어 붙일 때 양쪽 혈관 단면을 삼각형 모양으로 만들어 봉합하는 ‘삼각봉합법’이 개발됐는데 그 덕분에 장기이식 수술법이 급속히 발달할 수 있게 됐지. 내가 바로 그 삼각봉합법을 개발한 알렉시 카렐(1873~1944) 박사라네. 그 기술 덕에 ‘장기이식술의 아버지’라는 분에 넘치는 호칭과 함께 19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지. 장기이식을 원하는 사람에 비해 장기를 제공하는 사람이 부족한 불균형 문제를 3차원(3D) 프린터 기술이 해결해 줄 수 있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얼마 전에 들었다네. 사람의 몸은 수분이 많고 유연해 3D 프린터로 유연한 장기를 만든다고 해도 뭉개져 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미국 카네기멜런대 애덤 파인버그 교수팀이 마요네즈 정도의 굳기를 갖고도 뭉개지지 않는 생체조직을 프린팅하는 데 성공했다고 하더군. 한국인 박준형 박사가 포함된 연구팀은 이런 연구 결과를 ‘사이언스 어드밴스’ 23일자로 발표했던데 아주 흥미 있는 내용이었지. 파인버그 교수팀은 콜라겐 혼합물로 구성된 물질로 장기 모양을 프린팅했는데 막 프린팅했을 때는 딱딱하지만 인체의 체온과 비슷한 37도 정도에서는 표면의 딱딱한 부분이 녹아 사람의 장기와 똑같은 유연한 상태가 된다더라고. 그동안 3D 프린터로 만들어 낸 인공장기들은 딱딱하거나 뭉개지거나 하는 단점들이 있었지. 모양과 형태는 인체 장기와 똑같이 만들었으니까 3D 프린팅 인공장기의 남은 과제는 어떻게 살아 있는 세포를 가진 장기를 만드느냐에 있는 거겠지. 앞서 얘기했듯이 장기이식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이종(異種) 간 장기이식 기술 개발에 관심이 많지. 이종 간 이식기술과 3D 프린팅 장기 생산만 가능해진다면 진시황이 원하던 불사의 꿈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생명의 窓] 한국의 노벨 생리의학상을 기다리며/이레나 이화여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생명의 窓] 한국의 노벨 생리의학상을 기다리며/이레나 이화여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올해도 어김없이 노벨상 수상자들이 발표됐다.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말라리아 치료법을 개발한 중국의 투유유, 그리고 회선사상충 치료법을 개발한 아일랜드의 윌리엄 캠벨과 일본의 사토시 오무라가 받았다. 말라리아는 모기를 매개로 한 기생충 감염병이다. 세계보건기구와 미국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 세계 70억 인구 중 약 2억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돼 매년 50여만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는데 사망자 중 대부분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이다. 말라리아는 개발도상국과 후발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말라리아의 치료제인 클로로퀸과 퀴닌 계열의 약물에 내성을 가진 말라리아 원충이 나타남에 따라 1950년대에 다시 말라리아가 번성할 조짐을 보였다. 중국 정부는 1967년 새로운 치료제의 필요성을 느끼고 신약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 523(1967년 5월 23일에 시작)에 착수했다.투유유는 1955년에 베이징대 의대 약학과를 졸업한 후 2년 반 동안 서구 의학을 바탕으로 한 중의학 과정을 밟았다. 그녀가 총괄한 프로젝트 523에서 연구원들은 총 2000종의 약초를 대상으로 연구했고 그중 말라리아에 듣는 약물 640가지를 취합해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을 시행했다. 그중 ‘청호’로 불리는 약초로부터 유효 성분인 아르테미시닌의 추출에 성공했다. 그 후 아르테미시닌은 말라리아로부터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 현재는 아르테미시닌에 대한 내성 발생을 가능한 한 늦추기 위해 아르테미시닌 단독 요법이 아닌 다른 말라리아 약제를 함께 사용하는 칵테일 처방이 말라리아의 1차 치료로 권고된다.회선사상충의 치료제인 이버멕틴은 일본의 사토시 박사가 골프장 근처의 토양에서 발견했다. 그는 토양 속에서 항균 가능성이 있는 세균들을 발견해 연구제휴 협약을 맺은 미국 제약회사인 머크의 연구소로 보냈다. 연구팀의 리더였던 윌리엄 캠벨은 사토시가 보낸 세균 배양물에서 이버멕틴 화합물들을 분리한 후 구조를 변형해 약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약물은 대부분의 사상충 감염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회선사상충은 자충이 눈을 침범해 실명을 초래한다. 모기나 파리에 의해 매개되는 이들 기생충 감염 질환은 특히 후발 개발도상국 국민의 삶을 어렵게 했다. 놀랍게도 머크사는 자신들이 힘들게 개발한 이버멕틴을 모든 회선사상충 환자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심지어 림프사상충증 치료용제로 기증하기 시작했다. 이번 노벨상은 과학자뿐만 아니라 국가와 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보여 준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과학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과학자들은 더욱 첨단의 연구에 집중해 왔지만 그동안 잊혔던 다수의 환자들은 경제적 취약성 때문에 의학 연구에서도 외면됐다. 2015년 노벨상은 기생충 감염 치료에 헌신한 이들을 기억하게 함으로써 다시금 ‘인류를 위한 기여’의 의미를 확인시켜 주었다.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 정부 지원도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경제성과 단기적 성과를 강요하는 연구 풍토가 변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투유유도 사토시 오무라도 없을 것이다. 연구 생태계의 다양성과 생산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이제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을 새길 필요가 있다. 열심히 연구하는 한국 과학자들을 믿고 장기적으로 지원해 준다면 우리 민족도 전체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날이 반드시 도래할 것이다.
  • 길가의 풀·흙… 그 안에 ‘신약의 미래’ 있다

    길가의 풀·흙… 그 안에 ‘신약의 미래’ 있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은 윌리엄 캠벨 미국 드루대 명예교수와 오무라 사토시 일본 기타사토대 명예교수, 중국 투유유 중의과학연구원 교수 등 3명에게 돌아갔다. 캠벨 교수와 오무라 교수는 토양에서 상피병이나 사상충증 등 기생충으로 인한 질병을 막을 수 있는 물질을 추출하고, 투 교수는 개똥쑥이라는 식물에서 학질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 치료제인 ‘아르테미시닌’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수상자들은 흙과 식물 등 자연에서 추출한 물질로 사람들을 괴롭히는 질병 치료제를 발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노벨상 수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천연물 신약 개발을 비롯해 천연물을 이용한 바이오산업은 이미 선진국 등에서는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천연물 바이오산업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고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는 천연물 신약이다. 천연물 신약은 육상이나 바다 동식물에 포함돼 있는 물질 중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활성을 가진 물질을 추출해 만든 의약품을 말한다. 기존의 신약 개발은 치료 대상을 설정하고 치료 효과가 있는 물질을 찾아 생물체 최적화와 동물실험, 3차에 걸친 임상시험을 거쳐 신약으로 승인을 받고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 기간이 짧으면 10년, 길게는 15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천연물 소재 바이오신약은 전통의학을 통해 임상적 효능과 안전성이 어느 정도 입증됐기 때문에 최종 제품으로 나오는 데 시간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어 화합물 합성 신약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천연물 신약처럼 임상경험과 경험적 관찰을 해석해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된 추출물이나 활성성분을 대상으로 현대 과학기법으로 효능과 작용 메커니즘을 다시 밝힌 뒤 임상연구를 거쳐 제품으로 개발하는 과정을 ‘역(逆)약리학’(reverse pharmacology)이라고 한다. 천연물을 이용한 신약 개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중국이나 인도 등 전통의학이 발달한 곳들이다. 인도의 경우 전통 의약시스템인 ‘아유르베다’를 바탕으로 16개 국립 연구소와 병원, 제약사들이 참여한 범국가적 프로젝트를 통해 골관절염, 간염, 당뇨 관련 치료제 개발을 위한 ‘약초 약물개발’(HDD)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아유르베다는 1500가지 약초와 1만개 이상의 처방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인도의 전통의학 시스템이다. 인도 정부는 HDD 프로젝트를 통해 골관절염 및 류머티즘성 관절염 치료제, 당뇨 치료제, 건선 치료제 등을 찾아 상용화 전단계인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에 있다. 생명공학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도 합성 약품의 부작용이 많아지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오랜 시간 일종의 임상검증을 받은 천연물 소재에서 질병의 예방 치료 효능을 발견하려는 연구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제약 연구방식은 한 개의 화합물이 하나의 목표물과 작용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천연물은 수많은 화합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천연물이 인체에 들어올 경우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 및 유전체와 작용한다. 천연물을 이용한 신약 개발이 부진했던 이유는 천연물이 갖고 있는 어떤 성분이 어떻게 효과가 있는지 밝혀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연물을 이용한 신약 개발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시스템 생물학’과 만나면서 좀 더 쉬워지고 있다. 시스템 생물학은 물리학, 화학, 수학, 네트워크 이론 등을 활용해 생체분자의 대사, 조절, 신호 등 기능적 해석을 해 세포모형을 만든 다음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약효를 확인하거나 세포의 변화를 관찰하는 학문이다. 천연물 신약 개발과정에서 시스템 생물학을 이용하면 ▲특정 질병과 연관 관계에 대한 정보를 좀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고 ▲특정 질병과 관련된 정보가 밝혀져 있지 않은 새로운 단백질 성분과 약품의 상호관계를 도출해 낼 수 있으며 ▲좀 더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제 개발이 가능해진다. 이번에 노벨상을 받은 투유유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중의과학연구원과 비슷한 기능을 하고 있는 한국한의학연구원도 시스템 생물학과 바이오 이미징 등 최신 과학을 접목시켜 천연물을 이용해 당뇨합병증, 인지장애, 노화, 갱년기, 항암 등 노인성·난치성 질환 대응 신약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의학연구원 관계자는 “동의보감 같은 한의학 고문헌에 나와 있는 천연물 등 한약재를 현대 과학으로 분석해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 개발 및 예방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천연물 소재를 이용해 혈전성 질환, 성장호르몬 분비 촉진 물질, 당뇨합병증 예방 물질, 비만 치료 및 예방 물질 등을 개발해 국내 바이오기업에 기술이전을 하기도 했다 ”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중국은 노벨상 탔는데… 한의사協, 정부 지원 촉구

    ‘중국 중의(中醫)정책을 관장하는 위생부 중의약 관리국의 연간 예산 규모는 1조 3600억원, 한국의 한의정책을 관장하는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실의 연간 예산은 220억원.’ 중국이 중의학을 활용한 신약 개발로 노벨상을 수상하자 상대적으로 정부 지원에서 소외됐던 한의사들이 한의학에 대한 지원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한의사협회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의학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관련 한의학의 과학화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이 한의학을 활용해 노벨상을 탈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정부가 한의학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1950년대부터 중의학을 육성하기 시작했고, 헌법에서부터 중의학의 육성 발전을 명시한 반면, 한국은 한의학을 수십년간 방치한 탓에 우수한 인력을 갖고서도 중의학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관련 연구 예산, 전체의 3.2% 불과 실제로 2013년 보건복지부의 연구개발(R&D) 예산 3596억원 가운데 한의약 관련 연구 예산은 114억으로 전체 3.2%에 불과하다. 복지부 전체 예산 중 한의약 관련 예산은 1%에도 못 미친다.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중국 투유유 교수가 속한 중의과학원의 인력은 6000명, 중의과학원 산하에만 중의학 임상연구를 위한 병원이 6개가 있지만 한국의 한의학 연구원은 정규직 기준 143명의 인력만 근무하고 있다. 김필건 한의사협회 회장은 회견에서 “대한민국이 한의학을 방치한 동안 중국은 중의학 과학화, 현대화를 통한 미래가치 창출에 열을 올렸고 그 성과들이 지금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의학 연구와 임상 인프라 확충,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한약 관련 전문 부처의 설립, 대통령 직속의 한의학 육성 발전 위원회 설치, 복지부 한의약 정책관실의 확대 개편, 한의학과 한의사들의 중동 진출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사협 “한의사도 처방전 발행을” 특히 대한의사협회 등과 마찰을 빚고 있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활용과 관련해 김 회장은 “중국 역시 중의사가 의료기기를 자유롭게 활용하면서부터 과학화, 현대화의 초석을 다졌으며, 현재 중국은 법령을 통해 중의사들이 의료기기뿐만 아니라 수술과 일부 양약까지 자유롭게 사용하게끔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한의사협회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문에서 “한의학의 발전을 위한다면 현대의학처럼 처방전을 발행하고 처방내역을 공개하며, 한약의 표준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점점 느는 과학 논문 공동저자 한 논문에 참여자 5000여명, 왜?

    지난 5월 세계적인 물리학 분야 권위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는 5154명이 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실렸다.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 검출 실험과 관련한 이 논문은 전체 33쪽 중 24쪽이 저자 이름만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여기에는 고려대 최수용 교수를 비롯해 한국 물리학자들도 이름을 올렸다. 같은 달 유전학 국제학술지 ‘G3’에는 초파리 유전체 중 특이 유전자를 발견했다는 논문이 실렸다. 여기에도 1014명의 과학자가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과학계에서는 “초파리를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모두 저자로 올린 모양”이라는 농담이 돌았다. 학자들이 대규모로 참여하는 과학기술 분야 논문이 부쩍 증가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2009년 이후 100명이 넘는 저자가 등재된 국제 과학기술 논문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과학기술 분야 논문 통계 데이터를 제공하는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1980년대까지는 100명 이상 공동저자가 참여한 논문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2003년에 발표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 논문에 저자가 272명이나 이름을 올리면서 기록을 세웠다. 이듬해인 2004년에는 1000명 넘는 공동 저자가 참여한 논문이 처음으로 나왔다. 2008년에는 ‘저자 3000명’의 벽이 깨졌다. 이런 추세에 맞춰 세계 과학계는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노벨상위원회에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과학계의 협력연구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공동수상자의 수에 대한 제한을 풀고, 기관이나 팀에도 수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노벨위원회는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등 과학상의 한 회 수상자를 최대 3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국내 과학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내 연구자들의 국제 공동연구 역시 점점 늘고 있다. 울산대 화학과 정재훈 교수는 “현대 과학은 과거처럼 개인이나 작은 집단에 의해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프로젝트로 이뤄지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하나의 프로젝트에 전 세계 수백명에서 수천명의 과학자가 투입되기도 하고 학제 간 협동연구 추세도 한층 강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새로운 분야를 연구하려고 할 때 국내에서 해당 분야 연구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러나 이렇게 공동 저자 숫자가 늘어나면서 논문 가로채기나 끼워 넣기 등 연구부정이 발생할 소지도 커지고 있다는 게 학계의 얘기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점점 느는 과학 논문 공동저자…한 논문에 참여자 5000여명 왜?

    지난 5월 세계적인 물리학 분야 권위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는 5154명이 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실렸다.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 검출 실험과 관련한 이 논문은 전체 33쪽 중 24쪽이 저자 이름만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여기에는 고려대 최수용 교수를 비롯해 한국 물리학자들도 이름을 올렸다. 같은 달 유전학 국제학술지 ‘G3’에는 초파리 유전체 중 특이 유전자를 발견했다는 논문이 실렸다. 여기에도 1014명의 과학자가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과학계에서는 “초파리를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모두 저자로 올린 모양”이라는 농담이 돌았다. 학자들이 대규모로 참여하는 과학기술 분야 논문이 부쩍 증가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2009년 이후 100명이 넘는 저자가 등재된 국제 과학기술 논문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과학기술 분야 논문 통계 데이터를 제공하는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1980년대까지는 100명 이상 공동저자가 참여한 논문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2003년에 발표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 논문에 저자가 272명이나 이름을 올리면서 기록을 세웠다. 이듬해인 2004년에는 1000명 넘는 공동 저자가 참여한 논문이 처음으로 나왔다. 2008년에는 ‘저자 3000명’의 벽이 깨졌다. 이런 추세에 맞춰 세계 과학계는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노벨상위원회에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과학계의 협력연구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공동수상자의 수에 대한 제한을 풀고, 기관이나 팀에도 수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노벨위원회는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등 과학상의 한 회 수상자를 최대 3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국내 과학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내 연구자들의 국제 공동연구 역시 점점 늘고 있다. 울산대 화학과 정재훈 교수는 “현대 과학은 과거처럼 개인이나 작은 집단에 의해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프로젝트로 이뤄지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하나의 프로젝트에 전 세계 수백명에서 수천명의 과학자가 투입되기도 하고 학제 간 협동연구 추세도 한층 강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새로운 분야를 연구하려고 할 때 국내에서 해당 분야 연구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러나 이렇게 공동 저자 숫자가 늘어나면서 논문 가로채기나 끼워 넣기 등 연구부정이 발생할 소지도 커지고 있다는 게 학계의 얘기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성과주의에 ‘오무라’ 안 나오고…반짝 지원에 ‘투유유’도 없다

    성과주의에 ‘오무라’ 안 나오고…반짝 지원에 ‘투유유’도 없다

    일본 ‘21’, 중국 ‘1’, 한국 ‘0’. 올해 노벨과학상 수상자 발표로 받은 동북아 3국이 지난 6일까지 거둔 성적표다. 일본은 올해 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 수상자를 잇따라 배출하고 중국은 본토 출신 첫 과학상 수상자를 내는 등 환호를 올리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은 올해도 노벨상 수상자 ‘제로’(0)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을 제외하고 과학분야는 노벨상과 인연이 없다. 유교문화권이라는 비슷한 환경에서도 한국만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과 중심주의’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학이나 산업기술과 달리 기초과학은 장기적 지원이 필요한데도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기준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7일 “매년 10월 노벨상 시즌 때만 기초과학에 반짝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성과중심 주의의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의 가치를 경제적 효용에 따라 판단하기 때문에 기초과학은 투자 대비 결과물이 보장되지 않는 ‘낭비’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의 한 대학 물리학과 A 교수도 “우리나라는 기초연구자들도 연구비 지원기관에 매년 두 번씩 논문 검사를 받아야 하는 등 단기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며 “그렇다 보니 논문 작성 실력은 뛰어나지만 하나의 주제를 20~30년 이상 파고들어야 받을 수 있는 노벨상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창의적 교육마저도 주입식으로 이뤄진 현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박형주 아주대 수학과 석좌교수는 “수학이나 기초과학은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방식으로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입시 위주의 현행 교육은 짧은 시간 내에 정해진 답만 도출해내기를 요구하기 때문에 창의적 학생들은 도리어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은 선진국이나 심지어 일본에 비해 기초과학 역사가 짧아 노벨상 수상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은 1868년 메이지 유신을 시작으로 기초과학 연구의 토대를 닦기 시작해 1970년대 초 이미 국립고에너지물리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150년에 가까운 기초과학 역사를 갖고 있다. 중국도 1970년대 초 국립에너지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기초과학에 전폭적 지원을 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기초과학은 아직 걸음마 단계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일본은 1917년에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국책연구기관인 ‘이화학연구소’를 만들어 자국의 토종과학을 발전시키고 있는 상태”라며 “수십 년에 걸친 꾸준한 연구지원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석영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도 “한국은 기초과학 분야의 후발 주자이다 보니 학자들이 해외에서 공부한 것을 국내에 돌아와 답습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국제학계에서 주도적인 위치가 되려면 역설적이지만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독특한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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