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계연극 진수 맛보고/佛 아비뇽한국 전통문화 선뵌다
◎서울연극제최신 외국작품 6편 참가/한국의 밤사물놀이 등 유럽에 소개
올 하반기 나라 안팎에 월드컵 밤샘중계 보듯 지켜봐야 할 연극제가 하나씩 있다.98 서울국제연극제와 아비뇽연극축제.서울 것(8월 31일∼10월15일)은 그렇다치고 아비뇽은 왜? 이곳에서 우리 전통문화의 정수를 집약,소개하는 ‘한국의 밤’ 행사(7월13∼21일)가 열리기 때문.자못 성격이 다른 두행사를 연결하는 ‘마스터키’는 문화연출자 강준혁씨.아비뇽 예술감독에서서울 집행위원장으로 바쁘게 오가며,만능 기획자의 ‘끼’를 발휘할 참이다.
98 서울국제연극제는 서울연극제가 국제행사로 탈바꿈하는 첫 단추.더불어 경연 형식에서 ‘축제’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다.국내서 뽑힌 8개 작품을 놓고 연극제 막바지에 또 순위를 매겨 시상해 온 약간 ‘촌스런’ 관행은 올해로 끝.축제란 원래 1등,꼴찌 없이 만인이 즐거운 잔치.내년 연극제부턴 앞선 세밑에 그해의 ‘베스트 5’를 뽑아 그뒤부턴 축제 출품작으로 다 동등대우한다.집행위원장 강씨는 이와 관련,“연극제는 뭣보다 연극인들이 주인되고 부담없는 자리,그래서 연극 한번 보고팠던 이들에게도 느긋한 즐거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10월부터 공연될 외국작품은 공식참가작 4편,특별공연 2편 등 총 6편.공식참가작은 올해 현지에서 뚜껑 딴 따끈,신선한 유럽 작품들.△베를리너 앙상블(독일)의 ‘나는 살고 싶다!너희들의 태양을 숨쉬며’는 브레히트 탄생 100주년을 기념,그의 시편에 곡을 붙인 노래극.△로마 현대극단(이탈리아)의‘와장창’은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탄 다리오 포 작품.△프랑스 예술극장(프랑스)의 ‘롱드르 기자의 세계보고’△류블리아나 국립극장(슬로베니아)의‘인생은 꿈’등도 가세한다.특별공연으론 카자흐스탄 고려인들로 된 고려극장 ‘기억’이 초청되며,폴란드 비우로 포드로지 극단의 ‘비운의 카르멘’이 대학로 야외 대형주차장에서 심야공연될 계획이다.
공식무대는 문예회관 대극장·소극장,학전블루.그밖에 대학로 곳곳에 연극인 카페,마임 카페,퍼포먼스 레스토랑,야외 독백무대 등을 열고 실험극,대학극,마임 등 부대공연도 한 보따리씩 곁들인다.이 기간에 대학로에 들르는 이들은 온통 연극만 호흡하면서,홀낏 곁눈질로라도 연극의 매력에 한발짝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아비뇽 ‘한국의 밤’은 주최측이 94년부터 마련해 온 지역별 집중조명 기획의 한 가닥.대만·일본 등도 함께 초대됐으며 우리는 천혜의 자연극장이라는 ‘부르봉’ 절벽을 배정받았다.여기에 대금·생황 연주,살풀이춤,승무,시나위합주,‘수제천’,판소리 한토막,사물놀이,판굿 등 한국 전통문화 알맹이들로만 엮은 공연장을 차린다.참가자들도 이매방,안숙선,김덕수 사물놀이,국립국악원,김대환,남정호 등 문화대사급.우리가 3억,주최측이 7억원을 부담한 공식초청 무대.한국전통문화가 유럽의 주류무대에 소개돼 진가를 평가받을 좋은 기회라고 다들 벼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