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노벨 문학상
    2026-04-11
    검색기록 지우기
  • 통합 신당
    2026-04-11
    검색기록 지우기
  • 전속계약
    2026-04-11
    검색기록 지우기
  • 고등학생
    2026-04-11
    검색기록 지우기
  • 사회학과
    2026-04-1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871
  • 쿠바의 헤밍웨이/힐러리 헤밍웨이·칼린 브레넌 지음

    쿠바의 헤밍웨이 혹은 헤밍웨이의 쿠바. 바늘에 실 가듯,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를 이야기할 땐 으레 쿠바를 말하게 된다. 헤밍웨이는 비록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마흔 살이던 1939년 쿠바에 정착해 1960년까지 그곳을 터전삼아 생활하고 글을 썼다. 쿠바의 눈부신 바다는 그에게 문학적 영감을 안겨줬고 바다낚시는 강렬한 도전정신을 내뿜게 만들었다. 청새치를 낚아 올리며 상어와 싸운 경험과 쿠바 어민들의 얼굴에 새겨진 깊은 주름, 그리고 조용한 어촌 마을 코지마는 ‘노인과 바다’라는 위대한 작품을 낳게 한 핵심 동력이 됐다.1954년 ‘노인과 바다’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헤밍웨이는 자신은 ‘쿠바인’으로서 이 상을 받은 것이라며 쿠바에 영광을 돌렸다. 쿠바는 그에게 진정한 고향이었던 셈이다. 헤밍웨이의 조카인 다큐멘터리 작가 힐러리 헤밍웨이와 국제헤밍웨이페스티벌 코디네이터로 활동한 칼린 브레넌이 함께 쓴 ‘쿠바의 헤밍웨이’(황정아 옮김, 미디어2.0 펴냄)는 20세기 대표적인 소설가 헤밍웨이의 문학적 여정과 삶의 초상을 다룬다. 책은 아바나 항구에서 호텔 암보스 문도스, 산프란시스코 부두, 핀카 비히아 등 헤밍웨이의 삶의 흔적과 문학적 향기가 배어 있는 곳들을 짚어가며 그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했으며 또 어떻게 그것을 작품으로 남겼는가를 살펴본다. 산프란시스코 부두에서 1마일쯤 떨어진 암보스 문도스 호텔은 헤밍웨이가 쿠바에서 맨 처음 머물렀던 곳이다. 헤밍웨이는 1932년부터 1939년까지 쿠바를 방문하는 동안 이 호텔에 머물렀다. 많은 이들은 헤밍웨이가 왜 카지노로 명성을 얻은 나시오날 호텔 같은 유명 호텔을 마다하고 이 곳에 묵었는지 의아하게 여긴다. 책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헤밍웨이는 자유로운 사생활을 즐겼고 옛 아바나의 중심부에 머물고 싶어했다. 암보스 문도스가 낚싯배를 정박시킨 부두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이 도시의 붉은 타일 지붕과 예수회가 지은 오래된 성당, 아바나 항의 입구와 등대, 엘모로 요새까지 아우르는 눈부신 전망 때문에도 헤밍웨이는 이 호텔을 즐겨 찾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헤밍웨이의 자취를 좇는 여행의 정점은 헤밍웨이가 쿠바에서 지낼 때 살던 핀카 비히아다.‘망루(望樓)농장’이란 뜻을 지닌 이 무어풍의 아름다운 집은 그의 세번째 부인이자 종군기자였던 마사 겔혼과 결혼생활을 한 곳이기도 한다. 이 곳엔 9000권의 책이 꽂힌 헤밍웨이의 개인도서관과 더불어 동물 머리와 피카소의 황소 판화 등 예술작품까지 그대로 벽에 걸려 있다. 헤밍웨이가 쿠바에서 문학적 영감을 얻었다면 카스트로는 헤밍웨이에게서 혁명의 영감을 얻었다. 쿠바의 혁명가이자 대통령인 카스트로가 유일하게 존경한 미국인이 있다면 그는 아마도 헤밍웨이일 것이다. 카스트로는 1959년 헤밍웨이의 새치 낚시대회에서 단 한번 그를 만났지만, 그 만남은 카스트로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카스트로는 이후 헤밍웨이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을 보인다. 그는 왜 그토록 헤밍웨이에 관심을 쏟았을까. 의문은 1992년 쿠바에 남아 있는 헤밍웨이의 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헤밍웨이 프로제트’ 발족 기념식 때 카스트로가 한 짧은 연설에서 비로소 풀린다.“그의 작품을 그저 소설이나 픽션으로 부를 수는 없습니다. 나는 헤밍웨이를 읽으면서 역사를 배웠습니다.‘무기여 잘 있거라’는 역사입니다.‘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도 역사입니다.” 쿠바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 두 사람이 만나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다. 이 책이 여느 헤밍웨이 관련 책들과 좀 다른 것은 그와 가까웠던 조카 힐러리 헤밍웨이가 직접 자료를 찾고 글을 썼다는 점, 그리고 헤밍웨이 재단과 헤밍웨이 일가가 소장하고 있는 160장에 이르는 진귀한 흑백사진이 실려 있다는 점이다. 세피아 톤으로 바랜 이 사진들은 텍스트에는 드러나지 않은 위대한 작가의 또 다른 면모를 엿보게 한다. 헤밍웨이와 카스트로가 헤밍웨이의 낚시대회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는 장면, 친구 시드니 프랭클린이 지켜보는 가운데 헤밍웨이가 자신이 잡은 새치를 자랑하는 모습, 권투를 좋아한 헤밍웨이가 비미니 사람들에게 권투을 가르쳐 주는 모습, 헤밍웨이가 신성시했던 자신의 침실 창밖 케이폭나무와 책 근처에 놓아뒀던 부두 인형 등 흥미로운 사진들이 눈길을 끈다.98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책꽂이]

    ●죽은 시인들의 사회(우대식 지음, 새움 펴냄)김민부, 임홍재, 원희석, 기형도 등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요절 시인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2005년 5월부터 지난 1월까지 ‘현대시학’에 연재했던 글에 기형도 시인에 관한 미발표 원고를 더해 단행본으로 묶었다.9800원.●사랑의 마음, 등불 하나(윤후명 글·김원숙 임민혁 그림, 랜덤하우스중앙 펴냄)저자의 문학사숙에서 공부한 제자들이 등단 40년을 맞은 스승에게 바치는 시·소설 그림집.‘비단길-서울문학포럼’회원들이 일일이 고른 시와 산문에 화가 김원숙, 임만혁이 그린 52점의 그림을 입혔다.8500원.●제인 오스틴 북클럽(커렌 조이 파울러 지음, 한은경 옮김, 민음사 펴냄)제인 오스틴의 책을 읽기 위해 모인 여섯 명의 남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렸다. 지난해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화제작.1만원.●돌뗏목(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해냄 펴냄)이베리아 반도가 유럽을 떠나 대서양을 떠돈다는 환상적인 장치를 통해 유럽통합을 앞두고 갈등하는 유럽의 변방 포르투갈의 고민을 우화적으로 표현한 소설.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저자의 1986년작.1만 1000원.●공기의 아이(고현정 지음, 천년의시작 펴냄)200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의 첫 시집.‘두 발에 땀이 찰 염려가 없다 젖지 않는다 연인과 헤어져도 변함없다’(‘통통 튀는 펑키한 젤리슈즈의 강점’중)등 발랄한 상상력과 어법이 돋보이는 시들이 실렸다.6000원.
  • 김광규시인 獨 군돌프문화상 수상자로

    시인이자 독문학자인 김광규(65) 한양대 교수가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독일 학술원이 주관하는 프리드리히 군돌프 문화상 2006년 수상자로 선정됐다. 프리드리히 군돌프 문화상은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저명한 문예학자였던 프리드리히 군돌프(1880∼1931)를 기려 1964년 제정됐으며, 독일 문화의 해외 소개와 교류를 위해 공헌한 외국의 문화계 인사들 중 해마다 한 사람씩 선정해 시상한다.김 교수는 독문학 전공 학자로서, 한국과 독일어권 간의 현역 작가교류 등 다양한 문화 활동과 업적을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역대 수상자 42명 가운데는 재작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헝가리 작가 임레 케르 테스(1997)를 비롯해 빅토르 랑에(1966) 전 프린스턴대 교수 등 저명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1982년 일본의 도미오 데추카,1988년 중국 독문학자 팽 지가 이 상을 받은 바 있다. 김 교수는 12일 “한국 문학을 유럽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은 5월10∼13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독일학술원 정기총회의 마지막날 진행된다. 상금은 1만 2500유로이다.이순녀기자 sdragon@seoul.co.kr
  • ‘국가모독’ 혐의 벗은 터키 작가 파묵

    지난해 노벨문학상 후보로 경합하다 끝내 고배를 마신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54)이 아르메니아인과 쿠르드족 학살 발언으로 인한 국가모독죄 혐의를 벗게 됐다.이스탄불의 시슬리 법원은 국가모독 혐의로 기소된 파묵에 대한 재판을 기각했다고 미국 CNN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묵의 대표작 ‘내 이름은 빨강’‘눈’ 등은 이미 국내에도 번역 소개돼 팬들이 많다. 파묵은 지난해 스위스 신문과의 회견에서, 터키가 90년 전에 아르메니아인 100만명을 학살한 것과 지난 20년간 분리독립 운동을 벌여온 쿠르드인 3만명을 집단 살해한 사건에 대해 감히 어느 누구도 논의하려고 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가 개정된 형법 301조에 따라 기소됐다. 법원의 기각 결정은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신청 자격 심사와 관련,EU가 터키 사법체계 심사에 들어가기 직전 나온 것이다.파묵이 기소되자 EU와 유럽의 작가 및 출판단체들은 분노와 우려를 표시해왔다. 이에 앞서 지난달 터키 법원은 1990년대 군부의 쿠르드족 마을 강제 소개를 다룬 ‘잃어버린 마을들’의 작가 줄루프 키사나크에 대해 당초 징역 5개월보다 크게 완화된 3000 터키리라(약 250만원)의 벌금형으로 낮췄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11일 TV 하이라이트]

    ●살림의 여왕(EBS 낮 12시)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를 발명한 이희자 사장님, 프라이팬 뚜껑을 개발하게 된 박희경 사장님,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아학습용품들을 만들어낸 이현옥 주부님. 생활 속의 불편함을 좀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해 발명을 하게 됐다는 세 명의 주부들을 초대해, 그 결과물을 스튜디오에서 직접 확인해본다.   ●생방송 TV연예(SBS 오후 8시55분) KBS연기대상을 수상한 김명민. 그에게 10년의 무명시절이 있었고, 한때는 좌절과 절망 속에서 이민까지 결심했다고 한다. 화려한 조명 뒤에 숨겨진 김명민의 새로운 모습을 ‘조영구가 만난 사람’에서 만나 본다. 또 연예인 중에서 유달리 어려보이는 `동안´ 연예인들의 공통적 특징을 분석해본다.   ●클로즈업(YTN 오후 1시20분) 장동건과 이정재가 출연하고 제작비가 200억원 가까이 든 초대형 블록버스터 태풍. 적도, 친구도 될 수 없었던 두 남자, 말이 통하고 가슴이 뜨거워져도 그들은 싸워야 한다. 곽경태 감독이 영화에서 나타내고자 했던 의미와 영화 속 명장면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곽 감독의 작품세계와 계획 등을 들어본다.   ●청춘시트콤 레인보우 로망스(MBC 오후 6시50분) 보라와 상미가 집수리 때문에 잠시 동안 갈 곳이 없는 희진 교수를 자기네 집에 모신다고 한다. 오랜만에 여자들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로 하는 희진과 보라, 상미. 그런데 보라와 상미 집에 있는 며칠 동안 희진에게는 온갖 힘든 일들이 닥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낭독의 발견(KBS1 오후 11시40분) 100회 특집으로 지난해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수상후보였던 고은 시인과 세계적인 재즈보컬리스트 나윤선씨가 낭독무대에 오른다. 또 99회까지 무대에 섰던 세 명의 진행자와 낭독손님의 얼굴을 다시 만나보고, 시청자와 제작진이 꼽은 최고의 낭독, 감동 깊은 낭독을 다시 감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추적 60분(KBS2 오후 11시5분) 장기이식수술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하지만 브로커들의 사기행각, 수술 후 관리소홀로 인한 2차 감염,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수술 부작용들은 힘들게 중국행을 선택한 환자들을 또 다시 울게 하고 있다. 이런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그들은 중국행을 멈추지 않는 것인지 추적해본다.
  • “부시·블레어 전범 기소해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영국의 극작가 해럴드 핀터(75)는 7일(현지시간) 이라크전은 미국과 영국의 “뻔뻔한 국가적 테러”이며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 참여 발언으로 유명한 핀터는 스톡홀름의 스웨덴 학술원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방영된 수상 기념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량학살범과 전범으로 규정되기 전까지 당신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여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국제형사재판소에서 부시와 블레어의 죄를 물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그는 “이라크 침공 외에도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전세계에서 모든 우파 군사독재정권을 지지하고, 생산해냈다.”고 꼬집었다. 미국에 동조하는 영국에 대해서는 “미국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울어대는 새끼 양”이라고 조롱했다. 지난 2002년 식도암 진단을 받은 핀터는 건강이 나빠져 스웨덴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런던에서 수상기념 연설을 녹화해 스웨덴으로 보냈다.스톡홀름 AP AFP 연합뉴스
  • “차라리 詩없는 세상 왔으면” 고은 시인 서울대서 강연

    “차라리 詩없는 세상 왔으면” 고은 시인 서울대서 강연

    ‘만인보’의 고은(72) 시인이 24일 서울대 강단에 섰다. 노벨문학상 수상이 무산되고 외부 행사를 자제하다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고은 시인은 이날 오후 멀티미디어강의동에서 열린 ‘관악초청강좌-시는 어디에 있는가’에서 “시가 죽었다는 위기담론은 거품”이라면서 “본질적으로 시를 믿고 있으면 밀물과 썰물처럼 드나드는 현상적인 부분에 대해 민감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시인은 우선 “시는 시집이나 책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가슴에서 매일같이 새로 만들어지는 ‘심장의 뉴스’”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시는 살아있다. 시는 죽을 수도 없고 살 수도 없지만, 인간이 시를 부르니 살아 있는 것”이라면서 “시를 비롯한 순수문학이 외면 받고 있다는 위기론은 독선”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시를 이끈다고 하는 이들에게는 위기라고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이름없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시를 만나고 있다.”고 했다. 또 “시는 그동안 장기간에 걸쳐 농경사회에서 정서를 얻는 등 농업에서 길러졌지만, 지금은 농촌정신이 사라지고 전산문명으로 교체되는 시기”라면서 “환경이 변하면 그때에 맞는 시의 형식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은 시인은 “나는 차라리 이 세상에서 시가 없는 듯 하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시가 사라지면 사람들이 시를 갈망하게 되고, 그러면 시가 다시 사람에게로 오게 된다는 것. 그는 “그렇게 시는 지구가 끝나는 마지막 날까지 살아있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시인은 또 자본주의 시대에 시까지 상업화되는 경향을 우려했다. 그는 “자본의 시대는 모든 정신적인 영역을 상품화하고 있으며, 칼 마르크스도 체 게바라도 자본주의 장식물이 돼 버렸다.”면서 “시 역시 광고 메시지와 같은 자본주의에 휘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60년대에 마릴린 먼로가 시를 발표하며 시는 누구나 쓸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가슴에 와닿는 진리”라고 했다. 덧붙여 “어떠한 시의 영향을 받는 것은 그 시인의 운명의 극히 일부분이며, 그것이 시인의 전부가 되면 바보나 마찬가지”라면서 “시에는 교사가 없고 자신이 교사”라고 조언했다. 이어 “50년 가까이 썼는데도 아직도 시를 만날 때는 처음으로 만난다.”면서 “시의 길은 나에게도 익숙하게 펼쳐져 있지 않고, 늘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의동에는 학생과 교수 100여명이 참석해 진지한 표정으로 2시간동안 강연을 경청했다. 애주가로 알려진 고은 시인이 반농담으로 “강단에 있는 물이 소주였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자 학교측에서 즉석에서 준비한 포도주 1잔을 반색하며 그자리에서 들이켜 좌중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문화마당] 언어는 문화생존권의 핵심/방현석 소설가

    요즘은 대학의 강의실마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학생들이 한둘씩 앉아 있다. 재외국민의 자녀들이나 장기 해외거주자 출신이 아니어도 영어를 곧잘 한다. 해외 어학연수 한 번 다녀오지 않은 학생들 중에서도 일상적인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학생들도 많다. 밀물처럼 빠져 나가고 있는 조기유학생들이 돌아오게 되면 대학의 강의실에는 더 많은 영어 실력자들로 채워질 것이다. 더 이상 영어가 달려서 한국이 국제사회에 진출하지 못한다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런데도 영어열풍은 대학가에서는 물론이고 대학 바깥에서도 시들지 않는다. 전국 각지에 영어마을이 들어서고 있다. 반면에 영어를 제외한 다른 언어를 공부하려는 학생들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존립이 위태로운 독어, 불어학과가 한 둘이 아니다. 한국에 진출한 프랑스기업들이 현지 직원을 채용할 때 프랑스어를 잘 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을 뽑을 지경이니,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거대한 영토와 엄청난 인구를 가진 중국어를 제외한 모든 언어들이 영어의 위세 앞에 꼬리를 내리고 있다. 일찍이 이러한 대세를 간파하고 한국에서도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영어의 위세가 높아지는 현상이 다른 언어의 열등성을 증명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언어가 지닌 의사소통 기능의 측면에서 보면 영어가 확산되는 현상을 나쁘다고 할 수 없다. 하나의 언어로 전달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는 것이 왜 나쁘겠는가. 독어나 불어, 네덜란드어와 같이 예전에 식민지를 거느리며 언어사용의 규모를 확장했던 패권적 언어들의 전달 범위가 좁아지는 것을 우리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모든 언어는 문화를 집적하고 공유하는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작가로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였던 은구기와 시옹오는 그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영어는 영국에서뿐만 아니라 스웨덴에서도, 그리고 덴마크에서도 사용된다. 그러나 스웨덴인들과 덴마크인들에게 영어는 의사소통의 수단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비스칸디나비아인들과 대화를 하기 위한 수단의 언어로서의 의미 외엔 말이다. 이 경우 영어는 문화의 담지자는 아니다. 그러나 영국인의 경우 영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으로서뿐만 아니다 문화 및 역사의 담지체로서 기능한다. 동부 아프리카나 중앙 아프리카에서 사용되는 스와힐리어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어려서부터 식민본국인 영어를 배우고 사용하며, 영어로 작품을 써온 은구기와 시옹오는 1977년 세계에서 가장 넓은 전달범위를 지닌 영어를 버리고 수백만명도 되지 않는 그의 모국어 키쿠유어로 돌아갔다. 무모해 보이는 그의 선택이 잘못된 것인가. 한국에서도 영어는 의사소통의 수단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어떤 언어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발명품이 아니다. 수천 년에 걸쳐서 축적된 그 집단과 민족 문화의 정수다. 모든 민족이 가진 고유한 문화가 나름대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어떤 언어도 폐기되어서는 안 된다. 하나의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수천 년에 걸쳐서 축적된 인류의 문화 한 개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언어들이 이 순간에도 고사당해가고 있다. 이것은 인류 전체의 손실인 동시에 문화패권주의자들이 저지르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할 수 있다. 유네스코가 이끌어낸 문화다양성협약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연생태계를 보존하고 가꿀 의무가 있듯이 문화생태계를 보존하고 가꾸어나가야 할 의무도 인류에게 지워져 있다. 모든 인간이 생존권을 보장받아야 하듯이 모든 민족은 자기 민족의 문화생존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생존권은 인권 중에 가장 밑바탕에 있다. 언어는 문화생존권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누구나 자기가 태어날 때부터 사용한 언어를 사용하며 인생을 마감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수천 년에 걸쳐 축적되고 유전되어온 자기 문화의 수원지로부터 단절당하지 않고 살아갈 권리는 인류 모두에게 있다. 방현석 소설가
  • 빠블로 네루다/애덤 펜스타인 지음

    빠블로 네루다/애덤 펜스타인 지음

    노벨문학상을 탔다고 해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남미 칠레에서 철도원의 아들로 태어난 시인 빠블로 네루다(1904∼1973)는 노벨상 수상자라는 꼬리표보다, 대중과 함께 숨쉰 아름다운 시인으로 기억된다.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넘었지만 그의 시는 전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며, 소설과 영화를 통해서까지 우리에게 문학적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대중과 함께 숨쉰 아름다운 시인 네루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획된 평전 ‘빠블로 네루다’(애덤 펜스타인 지음, 김현균·최권행 옮김, 생각의나무 펴냄)가 나왔다. 이미 1960년대에 100만부 이상 발행된 시집 ‘스무편의 사랑의 시와 하나의 절망의 노래’를 비롯,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와 이를 원작으로 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 ‘일 포스티노’ 등으로 국내에서도 그는 친근하다. 네루다는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시인일 뿐만 아니라 민중 앞에서 낭송하고 연설하기 좋아한 활동가였다. 또 굳은 정치적 신념을 갖고 부패한 정권을 비판해 오랜 세월을 지하생활과 망명생활로 보내기도 했다. 저자는 네루다가 시인의 꿈을 키웠던 유년기부터 보헤미안적인 삶에 탐닉했던 학창시절, 외교관으로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유럽을 유목했던 시절, 안데스를 넘어 망명길에 올랐다가 3년5개월만에 귀국한 뒤 노벨상을 받고 눈을 감은 마지막 순간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좇는다. 또 네루다가 만난 사르트르·미스트랄·피카소 등 작가·예술가는 물론, 체게바라·마오쩌둥·카스트로·스탈린·히틀러 등 정치적 인물들도 함께 등장, 당대 역사의 지형도를 볼 수 있는 묘미도 제공한다. ●김수영 등 한국작가에게도 큰 영향 네루다는 한국문학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를 처음 만난 한국작가는 동갑내기 월북작가인 상허 이태준. 상허는 네루다를 “칠레 광산노동자들 속에서 시를 쓰며 세계평화를 위해 싸워온 시인”으로 소개했다. 김수영은 ‘창작과 비평’에 네루다의 시 9편을 번역, 싣기도 했다. 김수영의 대담한 전위주의, 시인의 양심과 타락한 현실의 충돌에서 오는 자의식과 비애는 네루다와 닮았다. 1971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국내에 더욱 활발하게 소개된 네루다는 시인 김남주, 정현종 등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정현종은 네루다의 시를 번역하면서 “역자 자신이 쓴 것처럼 으스대고 싶기도 하다.”는 말로 네루다의 작품세계를 높이 샀다. ●다채로운 연예편력 문학적으로 일관된 성공과 호평을 거둔 것과는 달리, 네루다의 사생활은 모순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열성적인 스탈린주의자였지만 정치적 신념에 구애받지 않고 스탈린의 적수들과 보수파, 독실한 기독교 신자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친분을 쌓았다. 하지만 그만큼 인간관계로 자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또 두 여성에게 동시에 구혼했다가 모두에게 거절당했던 청년기, 아내와 연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그들과 잇달아 결혼했던 장년기, 세 번째 부인의 조카딸과 사랑에 빠졌던 노년기 등 다채로운 연애편력도 소개된다. 말년까지 여성의 틈바구니에서 사랑의 감정을 시에 담아냈던 그는 “내가 쓴 시를 합하면 7000여쪽쯤 될 것이다. 그런데 정치를 주제로 쓴 것은 4쪽도 되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사랑을 더 자주 노래한다.”고 했다. 열정적인 지성인 네루다의 삶을 오롯이 들여다볼 수 있는 책.2만 5000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이야기꾼들이 뒤집어 본 신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종교 연구가인 카렌 암스트롱은 ‘절대적으로 유일하고 정설인 신화는 없다.’고 단언한다. 신화란 사실에 입각한 정보를 주기 때문이 아니라 유효하기 때문에 진실인 것이며, 시대와 상황이 변함에 따라 새로운 환경에 유효하게 변경되는 것이 신화의 존재방식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21세기에 유효한 신화는 어떤 모습일까. 각국의 대표적인 작가들이 참여해 역대 신화들을 재조명하는 세계적인 출판 프로젝트로 주목받아온 ‘세계신화총서’가 6년 간의 준비끝에 1차분 3권을 내놓았다.20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서의 기자회견에 맞춰 전 세계 31개국에서 동시 출간된 ‘세계신화총서’(문학동네)는 1999년 스코틀랜드 케넌게이트출판사의 수석편집자이자 발행인인 제이미 빙이 기획한 것으로 2038년까지 모두 100권을 만드는 거대 프로젝트다. 출판사는 작가들을 섭외하고, 원고량(한국판 기준 200쪽 내외)을 정해줄 뿐 다루는 신화의 내용이나 형식은 전적으로 작가의 판단에 맡긴다. 그리스, 이슬람, 힌두, 남미 신화 등을 총망라하며, 픽션 혹은 논픽션으로 다뤄진다. 지금까지 확정된 필진은 카렌 암스트롱(영국), 마거릿 애트우드(캐나다), 재닛 윈터슨(영국)빅토르 펠레빈(러시아), 데이비드 그로스만(이스라엘), 치누아 아체베(나이지리아), 도나 타트(미국), 밀튼 하툼(브라질), 이언 매큐언(영국), 키리노 나츠오(일본), 수 통(중국)등이다. 이밖에 올해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오르한 파묵(터키)과 이사벨 아옌데(칠레), 주제 사라마구(포르투갈), 토미 모리슨(미국)등의 작가와는 현재 계약이 진행중이다. 이번에 출간된 3권은 기존 신화서들과 차별되는 이 시리즈의 방향성과 특징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제1권으로 나온 카렌 암스트롱의 ‘신화의 역사’(이다희 옮김, 이윤기 감수)는 1만 2000년 인류 역사를 아우르는 신화 개론서이면서 동시에 이 시리즈의 의미를 설명하는 입문서 노릇을 톡톡히 한다. 서구문명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그 대안으로 신화의 복귀를 제시하는 저자의 주장은 의미심장하다. ‘페넬로피아드,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김진준 옮김)는 서양 문학 최고의 고전 오디세이아를 통쾌하게 뒤집은 소설이다.‘눈 먼 암살자’로 부커상을 수상한 페니미즘 문학의 대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오디세우스의 헌신적이고 정숙한 아내 페넬로페의 시각에서 역마살과 여성편력, 영웅 콤플렉스 등 오디세우스의 숨겨진 뒷이야기를 다룬다. 열 두명의 시녀들이 등장해 동요, 연극,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한 재판 장면 등을 보여주며 오디세우스의 비밀을 폭로하는 대목은 타고난 이야기꾼으로서의 작가적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무게, 아틀라스와 헤라클레스’는 ‘21세기의 버지니아 울프’로 칭송받는 재닛 윈터슨의 소설이다. 올림포스 신들에 저항한 벌로 지구를 떠받치게 된 아틀라스와 헤라클레스 등 고대 그리스의 두 영웅을 불러낸다. 번역을 맡은 소설가 송경아는 옮긴이의 말에서 “(아틀라스는)소외된 자, 침묵하는 자, 누구도 짊어질 수 없는 무게를 견디면서도 위로받지 못하는 자”라면서 “재닛 윈터슨은 작가의 권능과 세계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아틀라스에게 동반자와 자유를 준다.”고 썼다. 각 권 95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아리랑국제방송 3부작 다큐

    최근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을 앞두고 사상 첫 한국인 수상이라는 쾌거가 기대됐으나, 아쉽게도 바람에 그치고 말았다. 이후, 문단에서는 섣부른 기대를 품기에 앞서 번역 등을 통해 꾸준히 우리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아리랑국제방송은 19일부터 3일 동안 매일 오후 9시30분에 3부작 다큐멘터리 ‘한국 문학 60년사’를 내보낸다. 이번주 독일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주간을 맞이하여 마련한 특집 다큐멘터리다. ‘한국’가 주목되는 이유는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주관 방송사인 독일 헤센방송국(HR)도 행사 기간 동안 이 다큐멘터리를 동시에 방영하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는 출판 올림픽으로 꼽히는 세계 최대 도서전.15세기에 시작됐을 정도로 전통이 있고, 매년 110여 개국 6700여 출판사가 참여해 도서전을 펼친다. 올해 북페어 주빈국으로 초청된 나라는 바로 한국. 이미 지난 3월부터 국내 대표문인들이 독일을 찾아 한국 문학을 소개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 4년 동안 한국 문학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100회 가까이 제작했던 아리랑국제방송은 ‘한국’를 통해 해방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움트기 시작한 한국 문학을 총정리했다. 소설가 박완서 김주영 조정래 이문열 김훈 공지영 조경란, 시인 고은 신경림 김지하, 평론가 이어령 김윤식 백낙청 김화영 정과리 등 문단을 빛낸 우리 문인들을 통해 자신의 작품이나 글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다. 해방 직후부터 4·19혁명기를 다루는 1부 ‘환희와 극복의 시대’에서는 반전시 박봉우의 ‘휴전선’과 반공 이데올로기를 그린 모윤숙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그리고 최인훈의 소설 ‘광장’ 등을 살피며, 분단과 이데올로기의 소용돌이 속을 걸었던 작가들의 발자취를 돌이켜본다. 2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상실과 격동의 시대’는 5·16혁명에서 출발해 87년 6월까지 기나긴 군사정권 시기를 담았다. 이 시기의 생명파와 해체문학으로 대표되는 순수 문학과 암흑기에 민중에게 등불이 되고자 했던 참여문학을 비교하는 시간이다. 요절 시인 김수영과 이와 관련한 논쟁을 벌였던 평론가 이어령 교수나, 저항문학의 선두에 섰던 고은, 김지하 시인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마지막 3부는 ‘다양성의 시대’. 거대 담론의 시대가 끝나고 젊은 작가군이 쏟아져 나왔다.90년대 들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신경숙 은희경 등 여성작가들을 비롯해 독특한 개성을 뽐내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현주소를 점검한다. 또 ‘퇴마록’ 등 하이퍼텍스트 인터넷 문학의 발전상도 알아본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사설] 노벨문학상, 아쉬움 접고 해야 할 일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엊그제 발표됐다. 올해는 고은 시인이 유력한 후보자로 일찌감치 외신을 탔고 우리도 이제 그 상을 받을 만큼 세계에서 우리 문학이 인정받을 만하다고 자부했기에 수상자 발표를 보고는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지난 과정을 되돌아 생각하면 아쉬워하기만 할 일은 아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노벨문학상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국 문학이 노벨문학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믿는다. 고은 시인을 비롯해 황석영·이호철·이문열·박경리·조정래·신경림 제씨 가운데 누가 상을 받아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말로 이룬 문학의 성취는 작지 않다고 자신하는 것이다. 다만 중요한 사실은 우리 문학이 진정 세계에서 인정받게끔 충분히 소개되었나 하는 점이다. 엄밀히 따지면 우리 문학의 성취도와 노벨문학상 수상은 별개의 문제이다. 우리말로 달성한 작품세계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그것이 세계인의 이해를 널리 구하는 보편적인 언어를 통해 알려지지 않는 한 이는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세계인의 축복 속에 노벨문학상을 받으려면 우리 문학을 알리는 노력을 더 한층 치열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전문 번역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해외에서의 문학작품 출간을 지원하며, 각종 세계 문학행사에 우리 작가들을 적극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문학·출판계 인사들에게만 맡겨 놓을 일이 아니다. 정부는 물론이고 사회 각계가 다함께 진력(盡力)한 뒤에야 우리 문학은 세계에서 합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노벨문학상도 자연스레 우리 곁으로 오게 될 것이다.
  • 바람만이 아는 대답/양은모 옮김

    지난 8월 영국 잡지 ‘언컷’은 대중문화 스타들의 설문을 통해 ‘세상을 바꾼 가장 뛰어난 대중문화 작품’을 선정했다. 최근 100년 동안 음악, 영화, 책,TV프로그램 등이 총망라된 가운데 그가 1965년에 발표한 노래가 1위에 올랐다.‘구르는 돌처럼’(Like a Rolling Stone)이다. 이 노래를 만든 사람의 이름은 로버트 알렌 짐머만, 우리에게 친숙한 예명은 밥 딜런이다. 그는 흔히 노래하는 시인으로 통한다. 깊은 울림이 있는 노랫말은 미국 고등학교와 대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 또 수년 째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천되며 대중음악의 예술성에 대한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장영희 서강대 영문과 교수는 “밥 딜런이 다른 유명한 시인과 다른 점은 그의 시들은 책 속에 있지 않고 우리 삶 속에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시대 최고의 저항과 자유, 평화의 음유시인으로 일컬어지는 그가 전설로 박제되고 있는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고백했다. 밥 딜런의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양은모 옮김, 문학세계사 펴냄)이 최근 국내에 출간된 것. 원제는 ‘크로니클스 볼륨 1’(연대기).3권으로 예정된 자서전의 서막이다. 표지 사진은 1961년 밥 딜런이 음악이 하고 싶어 뉴욕에 왔을 당시의 타임스 스퀘어 모습. 표지처럼 음악가로서 첫 발을 내디딘 초창기 이야기에서부터 인기를 얻고, 팬들이 밀려오자 가족을 지키려고 총까지 준비했다는 일화 등등 전설이 아닌 인간의 얼굴을 내비친다. 흔히 대필 작가가 쓰는 경우가 많은 여타 자서전과는 달리 이 책은 밥 딜런이 3년 동안 손수 수동식 타자기를 두들겨 가며 기억의 창고를 열었다. 그의 노래에 넘쳐나는 상직적인 표현이나 은유는 없다. 아주 솔직 담백하다.92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한국문학·작가 세계무대 올린다

    가장 핵심이 되는 분야는 아무래도 문학이다.본 행사를 앞두고 주빈국조직위원회(위원장 김우창)는 지난 3월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신진 작가 62명을 선정해 라이프치히, 함부르크, 뮌헨, 베를린 등 독일 주요 도시에서 낭독회를 개최하는 등 한국 문학의 붐 조성에 노력해 왔다.●`한국문학, 아주 특별한 만남´ 이런 점에서 한국 대표작가 10명이 참여하는 ‘한국문학, 아주 특별한 만남’은 이번 주빈국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꼽을 만하다.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과 교보문고(사장 권경현)가 주최하는 행사로, 도서전 기간 내내 프랑크푸르트‘문학의 집’에서 열린다.‘문학의 집’은 문화재로 지정된 유서 깊은 건물로 매년 주빈국으로 선정된 국가가 핵심 문학행사를 여는 곳이다. 낭독회에는 시인 고은 정현종 황지우, 소설가 황석영 이문열 오정희 이승우 신경숙 최인석 김영하가 참가한다. 대산문화재단은 “한국 문학의 대표성을 지니고 있고, 작품이 독일어로 번역·출판된 작가를 우선 고려해 자문위원단이 선정했다.”고 설명했다.●독일어 번역도서 열람 도서관 운영행사에는 방송 문학프로그램 진행자 루트 퓌너, 시인이자 교수인 우베 콜베, 소설가 토마스 부르시히, 작가 만틴 모제바흐 등 독일 유명 문학인, 방송진행자가 사회자와 낭독자로 자리를 함께한다.‘문학의 집’안에 독일어 번역도서를 열람할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낭독회 후 작가 사인회도 갖는다. 이번 기회에 고은, 황석영, 조정래 등 향후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있는 한국 작가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국내 출판사들의 노력도 두드러진다. 김영사는 전시관 홍보부스에 스티븐 코비, 틱 낫한, 달라이 라마 등 외국 작가들과 고은, 장정일 등 한국 작가의 작품을 나란히 소개할 계획이다. 특히 2002년 출간한 ‘고은 전집’(38권)을 집중 홍보할 예정. 김영사는 올초 고은 시인의 영문 홈페이지를 따로 제작하는 등 사전 물밑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해외기획실 신수경 팀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가로 고은 시인을 적극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고은·조정래·황석영 집중 소개 해냄은 아예 부스 전체를 조정래 작가 단독관으로 꾸민다.여러 작가의 작품을 나열하는 것보다 유럽에 이미 알려진 작가를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유형의 땅’‘불놀이’는 이미 독일어와 프랑스어로 번역·출판됐고,‘태백산맥’도 프랑스어로 3권까지 나왔다. 해냄은 일본어를 비롯한 해외 번역판을 포함해 총 120권의 책을 전시할 계획이다. 창비는 문학 전문출판사답게 황석영, 고은, 강석경, 박완서, 김영하 등 중견작가부터 신진작가까지 20여명의 작품들을 폭넓게 소개할 예정. 다만 양적으로는 ‘장길산’‘무기의 그늘’등 총 7종 34권이 전시되는 황석영 작가에게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올 노벨문학상 英극작가 핀터

    영국의 극작가 해럴드 핀터(75)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일부에서는 고은 시인 등 우리나라 문인의 수상을 기대했으나 아쉽게 불발에 그쳤다. 스웨덴 한림원은 13일 해럴드 핀터의 선정 사실을 발표하고,“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일상의 잡담속에 묻혀있는 (현대인의)위기를 들춰내고 ‘닫힌 방’과 같은 억압 속으로 헤치고 들어가려 했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드라마를 대표하는 작가”라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수상자인 핀터에게는 메달과 함께 1000만 스웨덴 크로네(약 13억 5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티타임의 정사’ 쓴 부조리극 대가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해럴드 핀터는 ‘고도를 기다리며’의 새뮤얼 베케트와 더불어 현대 부조리극을 대표하는 극작가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1970년대초 ‘티타임의 정사’라는 제목으로 그의 작품 ‘정부’(원제 The Lover)가 처음 공연된 이후 30년 넘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1930년 런던의 해크니에서 유대인 재단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극작가 이전에 배우로 출발했다. 초등학교 연극공연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과시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학교 졸업후 왕립연극아카데미에 입학하지만 중도에 그만두고 연극학교에서 배우 수련을 받았다. 이후 극단에 합류해 1년 동안 아일랜드를 순회하는 등 배우로서의 경력을 차곡차곡 쌓았다. 배우로 활동하는 동안 핀터는 데이비드 배론이라는 예명을 사용해 1954년부터 1959년까지 영국 전역의 레퍼토리극장에서 활동을 계속했다. 핀터는 1957년 5월 친구이자 동료배우인 헨리 울프의 부탁을 받고 처녀작 ‘방(The Room)을 썼다. 이후 ‘생일파티’와 ‘귀향´ ‘관리인´ 등을 쓰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하게 됐다. 또 극장, 라디오, 텔레비전을 위한 작품들을 직접 쓰는 한편 연출과 연기도 겸했다. 영화에도 관심을 가져 1963년에는 조지프 루시 감독의 ‘관리인’과 ‘하인’을 시나리오로 각색했다. 2002년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대니스 타노빅 감독의 영화 ‘노맨스랜드’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핀터 희곡의 강점은 삶의 무의미성을 보여주면서,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끝없이 조롱당하는 인간의 실존적 상황을 다루는데 있다. 런던에서 태어났지만 유대인이라는 사실과 2차대전 당시 정기적으로 폭격을 당한 경험은 그의 작품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일상화된 폭력의 위협은 그에게 존재론적 상처를 남겼고, 핀터는 이를 바탕으로 유럽식의 부조리극과는 다른 영국식 부조리극을 창조했다. 초기극들인 ‘방’‘벙어리웨이터’‘생일파티’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관이 행하는 폭력의 위협을 노출시키지만 구체적인 정치적 언급은 피하고 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핀터가 노골적으로 정치극을 표방하고 쓴 ‘최후의 한잔’‘산골사투리’는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다. 그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이라크전 참전을 비난하는 등 인권운동가로도 활동했다. 1950년대 이후 영국의 대표적인 극작가들인 존 오스본, 톰 스토파드, 에드워드 본드처럼 핀터는 극작의 영감을 이론에서보다 실제에서 얻고 있다. 특히 배우로서 무대경험은 그의 작품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었다. 작품에서 드러나는 그의 독특한 스타일은 ‘핀터레스크(Pinterresque)’라는 형용사로 회자될 만큼 세계 연극팬들을 열광시켜 왔다. 연극계에서는 “핀터의 작품이 갖는 매력은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불확실성, 과감한 생략과 정지, 침묵으로 가득찬 모호함에 있다.”고 평한다. 그의 작품이 갖는 특성은 최근 국내에 번역 소개된 마틴 에슬린의 저서 ‘부조리극’(한길사)에도 잘 나와 있다. 배우, 극작가뿐만 아니라 연출가로도 활동중인 그는 국내외에서 두루 인정받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는 매년 그의 이름을 내건 페스티벌이 열린다. 그는 최근까지 존 부어맨 감독의 ‘테일러 오브 파나마’(2001)에 조연으로 등장하는 등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2002년 평민사에서 그의 전집 9권이 출간됐으며 그해부터 국내에서도 ‘핀터 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수상자 연보 ▲1930년 영국 런던 출생 ▲1948년 왕립연극아카데미 입학, 중퇴 ▲1949∼59년 아뉴 맥매스터 극단에서 배우로 활동 ▲1957년 단막극 ‘방’으로 데뷔 ▲1958년 희곡 ‘생일파티’ 발표 ▲1960년 희곡 ‘관리인’ 발표 ▲1964년 희곡 ‘귀향’ 발표 ▲1968년 희곡 ‘풍경’ 발표 ▲1970년 셰익스피어상 수상 ▲1973년 유럽문학상 수상 ▲1978년 희곡 ‘배신’ 발표 ▲1980년 피란델로상 수상 ▲1995년 데이비드 코언 영국문학상 수상 ▲1996년 로렌스 올리비에 특별상 수상 ▲1997년 몰리에르 데도뇌르 상 수상 ▲1999년 런던대 교수 ▲2004년 아일랜드 국립대 교수
  • “노벨문학상 발표연기는 터키 탓”

    스웨덴 한림원이 터키 정부 눈치를 본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BBC와 더 타임스 등 영국 언론들은 12일 한림원이 터키와의 정치적 마찰 가능성 때문에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터키와의 마찰가능성은 수상 유력 후보로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53)이 떠올랐기 때문. 파묵은 98년 발표한 ‘내 이름은 빨강’이 32개국에 번역됐고 프랑스·이탈리아에서 각종 문학상을 받은 유명 작가다. 지난해 발표한 장편 소설 ‘눈’도 뉴욕타임스의 ‘올해의 책’에 선정됐었다. 지난 5월 서울 국제문학포럼에 초청받기도 했다. 문제는 그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5년 즈음 터키인들이 아르메니아인을 학살했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는 점. 올해 스위스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는 이같은 주장을 펴다 터키 극우주의자들에게 쫓기더니 지난 9월 끝내 ‘국가모독죄’로 기소됐다. 유럽연합(EU)이 EU인권협약 위반이라고 터키를 비난하면서 문제는 더 커졌다. 이런 복잡한 사정 때문에 영국 언론들은 스웨덴 한림원 회원들이 파묵에게 노벨문학상을 주면 터키 정부가 강력히 반발하는 등 ‘정치적 논란’이 일 것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쪽에서는 ‘문학으로만 판단하자.’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일 필요가 없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는 것. 또 다른 해석으로는 한림원 내 보수·진보간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제기됐다. 몇몇 작품이 아니라 전 생애를 통한 작품활동을 보고 수상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보수측에서 제동을 걸지 않았겠느냐는 것. 한마디로 파묵이 뛰어난 작가이긴 하지만 아직 경지를 이뤘다고 보기에는 어렵지 않으냐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앞서 한림원 회원을 사임한 크누트 안룬트(82)의 발언을 볼 때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는 사임하면서 오스트리아의 엘프리데 옐리네크가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에 대해 “노벨문학상이 모든 진보적인 힘에 대해 해를 끼쳤다.”고 비판했다. 한편,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13일 오후 1시(한국시간 오후 8시)쯤 발표된다. 매년 10월 둘째주 목요일에 수상자를 발표하던 관례와 달리 한 주 늦춰진 것이다. 파묵 외에 한국의 고은 시인, 시리아의 알리 아흐마드 사이드, 캐나다의 마거릿 애트우드, 미국의 필립 로스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노벨문학상 고은 수상할까

    고은 시인의 수상 여부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13일 오후 1시(한국시각 오후 8시)에 발표된다.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은 11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같은 일정을 공식 발표했다. 매년 10월 첫번째 목요일에 수상자를 발표해온 전례를 깨고 일정을 한 주 늦추자 한림원 주변에서는 수상자 선정위원 18명이 격렬한 내부 토론을 벌이느라 문학상 발표일을 연기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이런 가운데 스웨덴 한림원 회원 한 명이 지난해 수상자로 오스트리아 여성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가 선정된 것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이날 사임의 뜻을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크누트 안룬트(82)는 스웨덴 일간지 스벤스카 다그발데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지난해 옐리네크를 수상자로 선정함으로써 당분간 노벨문학상은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모두 18명의 종신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 외신들은 올해 수상 유력 후보로 고은 시인을 비롯해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와 스웨덴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로메르, 미국 소설가 조이스 캐럴 오츠, 벨기에 작가 휘고 클라우스 등을 꼽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발언대] 한글날에 느끼는 우리 글/이충양 국무총리실 주한미군대책기획단 국장

    우리 민족이 독자적인 말과 글을 가졌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 지구상에 한글만큼 우수한 글자가 없는 것 같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결합하여 모든 표현이 가능하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문자임을 새삼 느낀다. 한글은 한자나 일본어에 비해 단연 정보화면에서 돋보인다. 한자는 5만자나 되니 컴퓨터 자판에 옮기는 데도 한계가 있다. 글자가 복잡하여 간자체(簡字體)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화에 부적합할 뿐 아니라 구세대와 신세대 간에 의사소통 문제도 심각하다. 지방마다 발음이 달라 로마자로 발음기호를 표기해야 한다. 일본어와 영어 역시 한글에 비해 정보화에 뒤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단어를 한자로 바꿔서야만 뜻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일어는 ‘히라가나’와 ‘가타카나’ 두 형태의 글자를 갖고 있다. 영어는 인쇄체와 필기체, 대문자와 소문자로 구별된다. 한자와 영어는 배우지 않으면 읽고 쓸 수도 없다. 반면 한글은 생각하는 대로, 소리나는 대로 적으면 되는 글자다. 우리의 문맹률이 가장 낮은 이유도 한글의 간결성과 과학성 때문이다. 한글은 현존하는 문자 중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다. 한글은 1만 1000개의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 한자(중국어)는 400개, 일본어는 300개 정도에 불과하다. 아마도 세종대왕은 오늘의 정보화를 예측한 분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영어나 일본어를 잘 해도 우리말을 제대로 번역하는 데 한계가 있다.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의 ‘역겨워, 아름 따다, 즈려밟고’ 등은 우리만의 정서다. 이를 영어나 일본어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나. 이렇듯 세계가 우리의 높은 문학 수준을 평할 수 없기에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없지 않나 싶기도 하다. 지금 지구촌 곳곳에는 한류열풍이 거세다. 우리가 만든 드라마, 영화, 노래가 세계인을 감동시키고 있다. 한글과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일을 본격적으로 전개해보자. 말은 있되 기록할 글자가 없는 지구촌의 소수 민족에게 한글을 보급해 이들의 언어를 지켜주자. 베트남에 한글을 보급해 우수한 우리의 2세들이 국내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외국인 근로자들이 우리 말과 글을 쉽게 배울 수 있는 방안도 연구하자. 이쯤이면 정보화에 발목 잡힌 중국에 한글을 보급하는 일도 무리는 아닐 성싶다. 한글날을 맞아 우리 모두 한글의 우수성을 되새겨보자. 이충양 국무총리실 주한미군대책기획단 국장
  • 노벨화학상 美 그럽스·슈록 佛 쇼뱅

    미국의 로버트 그럽스(63)와 리처드 슈록(60), 프랑스의 이브 쇼뱅(74) 등 3명이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5일 “이들은 유기물질 합성에 ‘상호교환반응’을 상용화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유기물질은 탄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탄소 원자들은 갖가지 결합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 쇼뱅은 70년대에 상호교환반응을 통해 탄소 원자들 사이에서 화학적 결합이 형성되고 붕괴되는 메커니즘을 규명, 유용한 유기화합물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원리를 밝혀냈다. 이어 그럽스는 80년대 후반 탄소와 금속의 2중 또는 3중 결합을 최초로 만들어 냈으며, 슈록은 90년대 초에 상호교환반응을 촉진시킬 수 있는 몰리브덴(Mo)과 루세늄(Ru) 등 금속착물촉매를 개발했다. 이들의 연구 성과는 현재 상용화에 성공, 의약품과 고분자물질 개발 등 화학 산업 전반에 걸쳐 활용되고 있다.예컨대 항암제와 에이즈 및 C형 간염 치료제, 살충제, 곤충 페로몬 등이 대표적으로 손꼽힌다. 왕립과학원은 “상호교환반응에서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촉매를 사용, 환경오염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그린 화학’을 앞당긴 것”이라면서 “이는 기초과학이 인류와 사회, 환경의 이익에 얼마나 중요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쇼뱅은 파리 근교 뤼에이-말메종 소재 앵스티튀트 프랑세 뒤 페트롤의 명예 연구 담당 소장을 맡고 있다. 또 그럽스는 미 캘리포니아공대에서, 슈록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각각 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수상자들은 130만달러의 상금을 나눠 갖는다. 노벨위원회는 6일 문학상,7일 평화상,10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한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