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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대왕’ 골딩 15세소녀 겁탈하려 했다

    소설 ‘파리대왕’(1954년 출간)으로 유명한 작가 윌리엄 골딩(1911~1993년)이 15세 소녀를 겁탈하려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선데이 타임스에 따르면 문학비평가이자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영문학)인 존 카레이는 최근 골딩의 자료 보관실에서 미공개 자서전 2편과 소설 등을 찾아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미공개 자서전 중 하나인 ‘남성,여성 그리고 지금(Men,Women&Now)’에서 골딩은 옥스퍼드대에 재학 중이던 18세 때 15세 소녀 도라를 겁탈하려 했던 과거를 고백했다.이 책은 그가 부인에게 자신의 ‘악마적 성격’의 형성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쓴 책이다.  자서전에 따르면 골딩은 16세에 잉글랜드 윌트셔주 말버러에서 음악수업을 듣던 중 당시 13세인 도라라는 소녀를 만났다.2년 후 도라를 다시 만난 골딩은 그녀를 겁탈하려고 한다.골딩은 자서전에서 “산책을 하던 도중 도라가 격렬하게 사랑하고 싶어하는 줄 알고 관계를 가지려 했다.”면서 “하지만 그녀가 강력하게 저항해 실패했다.”고 밝혔다.  골딩의 고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2년 후 다시 만난 그들은 결국 성관계를 맺는다.골딩은 도라가 교사였던 골딩의 아버지에게 이 장면을 훔쳐보게 했다고 고백했다.또 현장에는 골딩의 형인 조셉도 여자 친구과 성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카레이 교수는 이를 ‘도라의 복수’라고 설명했다.도라는 골딩의 아버지에게 두 아들이 결코 모범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카레이 교수는 골딩이 비망록에서 도라에 대해 ‘타고난 타락’이라든지, 13세 때 이미 ‘(성적으로)불타오르기 시작했다’라든지,14세 때 ‘이미 섹시한 영장류’ 등으로 적고 있지만 도라와 관계를 맺은 것을 부끄러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내면에 잠재한 야만성을 의식하고 있던 골딩은 스스로 ‘아돌프 히틀러 치하의 독일에서 태어났다면 나치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도라는 골딩의 이같은 자의식 형성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골딩이 자서전을 통해 고백한 사실들은 1983년 자신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파리대왕’의 주제인 인간의 잔인한 본성과 흡사하다고 설명했다.자서전에 따르면 골딩은 도라를 강간하려 했을 뿐 아니라,교사로 일할 당시 수학여행 장소에서 자신이 인솔하던 학생들을 두 패로 나눠 싸움을 붙인 뒤 이를 관찰했다.  골딩의 대표작 ‘파리대왕’은 무인도에 불시착한 10대 청소년들이 ‘지성’과 ‘야만’으로 편으로 갈라 대립하는 상황을 그렸다. ‘파리대왕’은 여러 출판사에서 수차례 거절을 당한 끝에 어렵게 출판된 것으로 이번 자서전에서 밝혀졌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미리 가 본 33㎞ 군산~부안 새만금 방조제

    미리 가 본 33㎞ 군산~부안 새만금 방조제

    세계에서 가장 길다고 했던가. 새만금 방조제는 거대했다. 2년 전 물막이를 끝내고 한창 막바지 도로 공사중인 새만금 방조제는 무려 33㎞에 이른다. 지난달 정부에서는 새만금을 ‘명품복합도시’로 만들겠다며 ‘새만금 종합실천계획’을 확정했고, 전북도지사가 청와대 앞으로 보낸 ‘신 엠비어천가 편지’는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갑론을박을 아는지 모르는지 갈매기는 무심히 하늘과 바다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우럭, 놀래미, 꽃게 등 뭇 바다 생명들이 노닐던 서해 앞바다가 이제 옛 지도 속에만 남게 됐다 생각하니 두려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밀려든다.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인 군산을 들러, 생명의 여탈을 관장하게 된 인간의 지위를 확연히 느낄 수 있는 곳, 새만금 방조제를 미리 가 봤다. 군산과 부안을 잇는 이 새만금 방조제는 대한민국에 새로운 국토 4억㎡(1억 2000만평)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바다가 육지가 되고, 섬이 뭍이 되며, 대한민국 해안선 지도를 새로 그리게 만들었음은 물론이다. 어쨌든 산업용지와 농업용지 확충, 관광자원 개발 등 장밋빛 청사진이 속속 제시되면서 전라북도 사람들의 가슴을 한껏 들뜨게 만들고 있으며 전북의 새로운 볼거리가 되고 있음 역시 물론이다. 새만금 방조제는 아직 일반인의 통행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매주 일요일 군산시에서 운영하는 시티투어 버스를 타면 신시도 전망대까지 무료로 달려 볼 수 있다. 최근 새만금 방조제를 찾는 사람들이 밀려들어 평소 버스 1대로 운영하던 것을 2대로 늘렸다. 군산시청 홈페이지(www.gunsan.go.kr) 또는 관광진흥과(063-450-4554)를 통해 사전 예약해야 한다. 일요일 오전 10시40분 시외버스터미널, 군산역(11시10분)에서 출발한다. 이밖에 야미도, 신시도 현지의 낚싯집, 민박집, 식당집에 사전에 연락하면 새만금 방조제를 밟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매주 일요일 군산시 시티투어 운영 새만금 방조제 둘러보기는 군산 비응도쪽에서 시작했다. 일반인에게 상시 공개되는 부분은 부안군 쪽의 새만금전시관 앞 1㎞ 남짓뿐이긴 하지만 새만금 방조제의 위용과 서해의 아름다움을 확인하기에 좋다는 전북 사람들의 추천으로 비응도 방향을 선택했다. 군산 쪽은 방조제가 도로보다 높게 만들어진 부안 쪽과 달리 방조제가 도로보다 낮아 좌우의 물길을 함께 볼 수 있어 확 트인 느낌이 좋다. 시인 이재무는 바다를 ‘생명의 자궁’이라고 불렀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산간오지가 자연의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듯 바다 또한 사람의 접근성이 떨어지기에 시인의 이런 평가도 가능했으리라. 실제 수천 종에 이른다는 바다 생명들은 물론이고, 사람들도 바다에 의지해 끈질긴 삶을 이어오고 있다. 군산 비응도 어귀에는 고깃배 몇 척이 출렁이고 있었고, 저수지 낚시터 좌대처럼 바다에 집 모양의 배를 띄워 밧줄로 묶어 놓고 뭍과 바다를 오가는 어민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 역시 조만간 다른 생명의 자궁을 찾아 불안한 새 삶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황금빛 낙조 꼭 보고 오세요” 사람들이 서해를 찾는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황금빛 낙조다. 낙조를 보고 있노라면 쇠락하는 마지막 순간에 아름다워야 진정 아름다운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곤 한다. 특히 이 낙조가 더욱 아름다운 까닭은 때로는 비켜서고, 때로는 반사되면서 바다 사이에 점점이 떠있는 사람 사는 섬을 고스란히 품고 있어서다. 포장도로와 비포장이 반복되는 방조제를 10분 남짓 달리자 야미도(夜美島)가 나타났다. 밤에 더욱 아름답다 하여 붙여진 이름의 섬이다. 하지만 이미 방조제와 조우해 섬의 상당 부분이 파헤쳐진 채로 시뻘건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큰 섬인 신시도(新侍島) 역시 마찬가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야미도와 신시도를 여전히 ‘~도’라고 부르며 섬 대접을 해야 할까. 다른 이름을 주는 것이 옳을지, 아니면 이름에서라도 옛 추억을 간직하라며 그대로 놔두는 것이 나을지…. 선뜻 판단이 서지 않았다. 군산 앞바다가 자랑하는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대장도 역시 신시도와 다리로 연결되며 섬 아닌 섬으로 변신하게 됐다. 신시도 전망대에 올라서면 방조제를 사이에 두고 조만간 바다와 육지로 운명이 갈릴 좌우 물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신시도와 가력도 두 곳에서 썰물 때면 갑문을 열어 새만금의 물을 빼고, 밀물이 되면 갑문을 닫는다. 바다를 육지로 만드는 대역사(大役事)를 차츰 진행하고 있다. 새만금의 주변 군산에는 터벅터벅 걸으며 둘러볼 곳이 지천이고, 서해에 의지한 먹을거리가 많다. 일제 수탈의 전초기지라는 악역을 맡았던 아픈 기억이 묻어 있는가 하면 벌써 수 년째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는 시인 고은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옛 군산세관은 1908년 지어졌다. 대한제국 시절 국내에서 유일한 세관 건물이었으며 일제 강점기 때 남은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일제가 국내 물자를 수탈해 가기 위해 만든 곳이다. 군산세관은 과거의 아픔을 잊지 않겠다는 듯 이제는 기념관으로 남아 100년 전의 풍경, 일제의 수탈, 만행 등의 기억을 온 몸으로 품고 있다. 또한 신흥동에 있는 히로쓰 가옥은 전형적인 일본인 무인가옥의 형태를 지니고 있어 ‘장군의 아들’과 같은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었던 곳이기도 하다. 국가등록문화재(183호)로 지정됐다. ◆군산 출신 시인 고은 발자취따라… 히로쓰 가옥을 나와 왼쪽으로 20m 남짓 걷다 우회전 하면 불쑥 솟아오른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이곳이 군산중학교 중퇴자에 불과한 고은 시인이 특채돼 영어, 국어를 가르친 군산북중이 있던 곳이다. 뿐인가. 장항과 군산 사이를 오가는 철선을 타곤 했던 소년 고은이 1978년 혼을 토해내듯 써내려간 기다란 시 ‘갯비나리’는 그가 바다를 바라보고 살았던 군산 소년이 아니었다면 나오기 힘들었으리라. 조만간 이곳에 고은의 문학세계를 기리는 ‘만인보문학관’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여행수첩 ▲가는 길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군산 나들목에서 빠지면 된다. 옛 기억과 낭만을 찾아 떠난다면 장항선을 타 보자. 종점인 장항역에서 내려 5분쯤 걸으면 장항과 군산을 잇는 철선 도선장이 나온다. 20분 남짓 올라탄 배가 군산에 도착한다. 금강하구둑이 만들어지며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기에 무용론도 나오고 있어 조만간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 서두르자. ▲먹을 거리 전국 팔도 간장게장 없는 곳이 없지만, 군산의 간장게장은 특히 유명하다. 대표적인 곳은 군산횟집(063-442-1114)으로 일주일 정도 숙성시켜 내놓는 간장게장이 짜지도 않고 맛있어 맨입으로도 계속 먹게 만든다. 간장게장 백반이 1인분에 2만 5000원이다. 1㎏(큰 꽃게 3~4마리 정도)을 포장해 가면 6만원이다. 글 사진 군산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글로벌 시대]사(四)거리와 국가브랜드/최정화 한국이미지 커뮤니케이션 연구원 대표

    [글로벌 시대]사(四)거리와 국가브랜드/최정화 한국이미지 커뮤니케이션 연구원 대표

    한국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은 문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양한 전통 및 현대 문화를 통해 한국이 경제 강국일 뿐만 아니라 문화 강국이라는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알리는 것은 국가 브랜드 제고의 버팀목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해 우선 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화젯거리로 압축되는 사(四) 거리가 따라줘야 할 것이다. 매력적인 방문지가 되려면 우선 가보고 싶은 이유가 있어야 하며, 동시에 한국 실체 구성 요소들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필자가 대표로 있는 한국 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적 있는 외국인들의 76%가 한국 이미지가 좋다고 응답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아시아 국가 중 한국으로 발걸음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지극히 한국적인 향취를 느끼고 싶어서이다. 베트남의 경우, 자전거 타는 사람들, 쌀 국수, 수상 가옥이 베트남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매력으로 꼽힌다. 한국은 정취 어린 산사부터 점프, 비보이처럼 해외에서 크게 호평을 받은 공연들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먹거리도 마찬가지이다. 한식을 먹어본 외국인들은 한식의 글로벌화가 가능한가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하였다. 물론 한식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웰빙 추세로 비빔밥은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소개하느냐에 따라 파급 속도에 탄력이 붙는 건 시간 문제이다. 갈비, 불고기, 비빔밥, 전, 나물 등 한식의 경쟁력이 신 한류로서 세계를 향해 흘러가고 있는 것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지 않는가. 부산 국제 영화제, 보령 머드 축제 등에 이미 많은 외국인들이 참여해 하나의 큰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외국인들이 찾아 나서는 즐길거리가 된 것을 우리는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이천 도자기 축제나 안동 탈춤 축제 같은 전통 문화 유지 사업도 세계인을 대상으로 창의적인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진 사(四) 거리를 계속 일구어낸다면 충분히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인 나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의 이목이 한국으로 집중되고 한국 국가 브랜드를 알릴 절호의 찬스가 지금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은 오는 2010년 G20 정상 회의의 의장국을 맡게 되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 의장국으로서 세계 경제 주요 문제의 임무를 수행함과 동시에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결정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한국이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다양하다고 해도 한국으로 이목을 집중시킬 수 없고 세계인에게 회자되는 화젯거리가 없으면 세계인들에게 한국을 각인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표적 지한파이자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는 “문화 경쟁력이 한국을 발전시킬 것이다. 문화적 이미지가 상품의 생명을 좌우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이웃 중국, 일본과 다른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을 뿐아니라 훌륭한 예술가들도 많다. 정부, 지자체, 민간 기업이 서로 협력하여 조화를 이룰 때 국가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고 했다.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 강화와 한국의 문화 강국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가진 문화를 널리 알려야 한다. 한국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는 화젯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하고, 지역별로 그들의 관심을 반영한 행사를 개최하여 한국 문화를 체험하게 해야 한다. 일반 대중에게는 TV나 영화, 인터넷과 같은 매체를 통하여 한국 문화를 지속적으로 알리며, ‘사(四) 거리’를 통해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해야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 아닌가? 최정화 한국이미지 커뮤니케이션 연구원 대표
  • “붕어빵이죠”…헤밍웨이 닮은꼴 대회 1위

    미국 텍사스에 사는 50대 남성이 20세기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닮은꼴로 뽑혔다. 탄생 110주년을 맞아 헤밍웨이가 즐겨찾은 플로리다 주 키웨스트에 있는 선술집 ‘슬로비 조 바(Slobby Joe‘s Bar)’에서 지난 25일(현지시간) 열린 이 대회에서 데이비드 더글러스(53)이 1위를 차지했다. 넉넉한 체형과 하얀 수염 등 비슷한 외모를 가진 더글라스는 헤밍웨이 닮은꼴로 인정 받으려고 지난 8년 간 이 대회에 출전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헤밍웨이가 즐겨 입은 두꺼운 스웨터를 입고 무더운 날씨를 견딘 끝에 139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닮은꼴로 뽑혔다. 기술자인 더글라스는 “평소 책을 잘 읽지 않지만 헤밍웨이처럼 술을 마시고 낚시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편 헤밍웨이는 1930년대 키웨스트에 살면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등 명작을 집필했다. 그 뒤 ‘노인과 바다’로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매년 7월 21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헤밍웨이의 날’ 축제는 닮은꼴 대회를 비롯해 단편소설 발표대회, 연극 공연, 청새치 잡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세계적 문학 흐름 조망하고 성찰할 때”

    “세계적 문학 흐름 조망하고 성찰할 때”

    “우리는 한국 문학을 알리려고만 하지 다른 나라의 문학을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요. 세계적인 시야 속에 우리가 서 있는 위치를 조망하고 성찰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2006년 5월 문예잡지 ‘계간 아시아’를 창간한 방현석 편집주간이 바라보는 세계 속에서 한국 문학의 위치는 ‘한반도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서구의 가치를 지향하는 괴리된 인식의 공간’ 언저리다. 최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출판사 사무실에서 방 주간을 만났다.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인 그는 ‘내일을 여는 집’, ‘랍스터를 먹는 시간’ 등 소설집을 내고 오수영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평가는 박하기만 하다. 그는 “한국 문학은 서구 중심 가치에 쏠려 있으며 다른 세계 문학을 읽어내는 독해력이 떨어진다.”면서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른지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서구의 가치 중심이 아닌)우리나라를 포함, 아시아가 갖는 다채로운 문화, 사회, 인간 등을 성찰하고 그 문화가 갖고 있는 서사, 담론을 아는 것은 상상력 확대를 꾀하는 일임과 동시에 작가와 독자 모두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아무리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의 변방에 있다고 하지만 한 해 수십 편의 소설과 시가 수십 개 국가의 언어로 바뀌어서 소개되는 등 활발한 교류가 있는데 이렇게 인색한 평가를 내리다니…. 그러나 자세히 들어보면 그가 쏟아내는 비판의 지점은 가시적 성과를 놓고 벌이는 양적(量的) 비판과는 궤를 달리한다. 노벨문학상이 하나의 예가 됐다. 방 주간은 “노벨문학상은 이제 우리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무르익었다.”면서도 “더욱 중요한 것은 세계 문학의 지평에서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때만 되면 너나없이 노벨문학상을 얘기하지만 실제 우리의 문학이 세계 문학 전체 맥락에서 어떤 지점에 놓여 있고, 어떤 점이 주목받고 있으며, 높게 평가받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지 않은가.”라면서 “고은, 황석영, 이문열 등 원로 작가 몇몇을 제외하고 젊은 작가들이 거론조차 되지 않는 현실을 단순히 번역 작업의 미비 정도로 보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방 주간은 “아시아는 오랜 문화예술적 전통을 갖고 있지만 그동안 서구 문학으로 일관했다.”면서 “이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다른 영역의 교류와 비교해도 굉장한 불균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서구 중심에서 벗어나고자 하면서 아시아에서도 중국, 일본과 문학의 패권 연대를 꾀하는 것은 일종의 자가당착”이라면서 “문화의 다양성을 옹호하는 활동을 넓힐 때 비로소 세계 속에서 한국 문학의 자리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글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新아시아시대-한국의 미래] 황석영·김지하 구상 재구성

    [新아시아시대-한국의 미래] 황석영·김지하 구상 재구성

    동북아연합은 한국, 중국, 일본이 전세계의 중심이라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특히 서구열강이 제국주의,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영향력을 넓히면서 수백년간 변방으로 밀려났던 아시아 지역의 부활에 한국이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가슴 뛰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동북아연합은 국가와 민족을 초월하는 개념이다.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일본과 13억 인구를 기반으로 언젠가 미국을 넘어설 것으로 인정받는 중국에 우리가 힘을 합친다면 그 힘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이같은 연합을 어떻게 이룰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섣불리 예상하기 힘들다. 세 나라와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야 할뿐더러 이 지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미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이들 사이에 끼어있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논의의 진전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때문에 동북아 연합은 ‘아세안과 같은 경제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문화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연대가 되어야 한다.’ 등 아이디어 차원에서만 거론돼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동북아 연합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사람이 있다. 1970년대 이후 한국 문학계에서 진보진영을 대표했던 김지하(69·작가, 동국대 석좌교수)씨와 황석영(67·작가)씨다. 이들은 풍부한 작가적 상상력을 펼치며 정치·경제적 문제를 뛰어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동북아 연합이 실제로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시해 왔다. 생명·평화를 기반으로 ‘동북아 문화공동체’를 말하는 김씨와 남·북한과 몽골을 중심으로 한 ‘알타이 문화연합’을 주창하고 있는 황씨의 주장은 ‘연합’이라는 대전제에서는 닮았지만 방법은 판이하다. 김씨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문화’를, 황씨는 ‘민족성에 기반한 공감대’를 연합의 핵심으로 생각한다. 물론 공통점도 있다. 두 사람은 본인들의 주장이 학문의 영역으로 승화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현실에 참여할 수 있는 실제 영역에서 평가되고 논의되기를 바란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주장은 국내·외 상황에 맞춰 끊임없이 발전하고 바뀐다. 황씨는 “큰 틀에서 우리 민족의 문제를 풀어 보자는 희망적 시각을 제시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동북아 연대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지난 세월동안 내가 펼쳐왔던 동북아 문화연대론은 희망이자 긍정적인 생각의 발로였다.”면서 “북한 문제를 대하는 오바마의 강경한 정책과 중국의 어정쩡한 태도를 지켜보면 당초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이 2000년대 이후 각종 언론 인터뷰와 기고, 학술대회 등에서 주장해온 동북아 시대의 의미와 구상을 재구성해 봤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황석영씨의 주장 “친(親) 한국적인 국가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황석영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동북아 연대 전도사’다. 황씨가 주장해온 한반도와 유라시아 연합 구상은 최근 ‘알타이 문화 연합’과 ‘몽골+2코리아’로 구체화됐다. 특히 황씨의 이 같은 구상이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신아시아 외교’와 일치하면서 황씨는 이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순방에 동행하기도 했다. 황씨가 동북아 연대를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는 자신감은 그의 국제적인 인맥에서 나온다는 해석이 많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몽골의 문화계 인사들과 한국의 가교 역할을 해 왔으며 미국이나 유럽 학자들과도 폭넓게 교류해 왔다. 실제로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르 클레지오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황씨에 대해 “한국 문단에서 노벨상에 근접한 유력 후보 중의 하나로 범세계적인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고 있다.”고 전제한 뒤 “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가장 세계적인 구상을 할 수 있는 작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황씨의 알타이 연합 개념은 민족적인 동질성에 기반하고 있다. ‘몽골의 한 유력 학자가 한글을 자신들의 문자로 수입하자고 제의할 정도로 민족성이 친밀한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황씨의 주장이다. 이를 발판으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6개국과 중국, 일본까지 포함하는 ‘정치적 컨소시엄’이 바로 ‘알타이 연합’이다. 황씨 역시 이 같은 일이 손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들고 나온 개념이 사전 정지 단계인 ‘알타이 문화 연합’이다. 문화예술인과 학자가 앞장서 알타이 문화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서구식 근대 문명의 대안도 찾아보는 작업을 거치면서 서서히 정치, 경제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씨의 이 같은 구상은 그가 참여한 ‘한·중 문학인대회’나 현재 계획 중인 ‘알타이 국제 학술·문화 행사’를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 황씨는 참여하는 국제 모임마다 동북아 작가들끼리 거주지를 맞바꿔 생활하고 작품을 쓰는 레지던스 프로그램 등을 제안하고 있다. 그의 구상에는 동북아 연대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남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담겨 있다. 남한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몽골의 광대한 땅에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해 농사를 짓자는 것이다. 그는 “광활한 토지에 옥수수, 밀, 콩 등을 심으면 북한은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남한은 이들 작물의 부산물에서 무공해 연료인 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것이 바로 ‘몽골+2코리아’ 구상이다. 동몽골의 개발대상 농지는 400만㏊로 남한 경작지 120만㏊의 세배가 넘는다는 것이 그의 추산이다. 이에 대해 “이것이 바로 한국의 진보진영이 꿈꿔왔던 ‘느슨한 연방제’”라면서 “남북관계가 풀린다면 곧바로 동북 중앙아시아 연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황씨의 또 다른 구상인 ‘유라시아 평화열차’는 남북 철도 연결을 좀더 확대한 개념이다. 파리에서 출발해 서유럽, 동유럽을 거쳐 압록강과 서울을 잇는 유라시아 평화열차가 실제 연합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김지하씨의 주장 황석영씨의 ‘알타이 연합’이 구체적이고 직설적인 데 반해 김지하씨의 ‘동북아 문화연대’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있다. 개념 자체도 추상적이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듣는 것조차 버거울 만큼 난해한 용어들이 등장하고, 이미 사멸한 것으로 간주돼 역사책 속에서나 다뤄지던 동학사상도 서슴없이 끌어낸다. 이에 대해 김씨는 “정치학자나 사회학자처럼 현안을 분석하기 위해 애쓰지 않고 최대한 희망적인 전망을 제시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김씨만큼 동북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문명과 연합에 대해 고민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고 평가한다. 특히 실질적이고 당면한 과제인 개념을 역사 속의 사상이나 세계적 흐름 속에서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왔다. 김씨가 처음부터 동북아 문화연대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1980년 7년간의 옥고를 마치고 형 집행정지로 석방된 이후 그가 처음에 들고 나온 화두는 ‘생명’이었다. 10년 넘게 홀로 생명의 길을 모색하던 김씨는 유라시아 여행을 통해 고조선 시대의 ‘신시(神市)’ 정신이 중앙아시아 국가에 남아 있다는 데 주목했다.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상징하는 상생의 공간이 있다는 사실은 김씨의 구상을 본격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는 세계생명문화포럼으로 이어져 전세계의 생태학자와 환경운동가, 사상가, 문화이론가들이 참여해 생명담론을 실천하기 위한 대안적 사회를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 김씨의 구상이 학자들의 학설과 다른 점은 현실의 변화와 긴밀하게 교감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한국의 역사적 대응이 본격화되자 “동아시아 고대사의 르네상스가 세계적 문화 대혁명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선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한반도와 동북아는 기존 세계를 지배해온 유럽의 생태학, 생물학의 한계를 넘어 우주적 생명학을 창조하고 이를 통해 새 문화로서 풍류(風流), 새 정치로서 화백(和白), 새 경제로서 신시(神市)를 재창조해 민주·자본주의 정치·경제와 이중적 교호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때문에 상고사(上古史)와 동학정신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상을 기저에 갖고 있는 한국민이 새로운 시대의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본격화된 촛불시위는 김씨에게 한국사회에서도 풍류, 화백, 신시 등 세 가지 현상이 모두 나타날 수 있다는 증거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 그는 “향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는 거대한 정치·경제·문화·사상적 대변동이 오는데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상·철학적 대응이 시급하다.”면서 “초창기의 순수한 촛불시위에서 보여줬던 집단 지성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해 동북아 문화 르네상스를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다만 김씨의 주장이 동학의 예언론적 사고에 상당부분 기반하고 있다는 점은 그의 주장이 확산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시인 고은 이어 소설가 황석영 급부상

    ‘고은, 박경리, 황석영, 조정래, 이문열, 김지하….’ 국내 작가들의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을 점쳐 볼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름들이다. 국내 신문, 방송 문학담당 기자들은 노벨상이 발표되는 매년 하순 즈음이면 ‘올해야말로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 있다.’는 식의 기사를 쓴다. 또 후보로 올라 수상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여겨지는 문인-지금까지는 거의 고은 시인이었다-의 집 앞에 기자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진을 치는 것도 연례 행사가 됐다. 물론 아직껏 국내 문단에서는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1901년 노벨문학상이 제정된 이후 105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최종 후보 5명은 물론, 1차 후보 200명 명단도, 선정 기준도, 그 어떤 것도 공개된 바가 없다. 그저 국내·외 언론 등에서 추측할 뿐이다. 어쨌든 국내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에 몇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연말 수상자 발표석상 마이크 앞에 선 스웨덴 한림원 사무총장의 입에서 국내 작가의 이름이 불려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벽이 있다. 국내의 문학적 성취를 세계적 보편성으로 공유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늘 얘기되다시피 ‘번역’이다.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최명희의 ‘혼불’, 박경리의 ‘토지’ 등에서 빈번히 등장하곤 하는 토속민의 삶과 정서, 문화 등에 녹아든 살가운 방언을 다른 문화권의 언어로 바꿔서도 작품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여기에서 답은 나온다. 번역을 거쳐 작가의 일부 문장과 표현이 훼손될지라도 보편적인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원형이 남도록 만드는 것이다. 불교와 동양사상의 바탕 위에 서구 신화가 절묘하게 결합된 작품 세계를 가진 고은이 어느 작가들보다 더 많은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며 세계적 주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고은이 1970~80년대 민주화운동가로서, 또한 1990년대 미국 하버드대 초빙교수로 다녀오는 등 문인으로서도 활발한 국제 활동을 해왔던 점도 충분히 감안되는 요소다. 이와 같은 작품 세계, 작가의 개인 이력 등 측면에서 갖는 강점은 황석영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되며 최근 들어 노벨상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한국문학의 세계화… 노벨상도 머지않았다

    한국문학의 세계화… 노벨상도 머지않았다

    한국 문학은 세계 문학의 변방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고들 얘기하면서도 세계 문학의 보편성을 좇는 이율배반적 노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문단에서 차마 말하지 않거나 애써 부정하면서도 내심 갈망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노벨문학상 수상. 이를 통해 세계 문학의 중심부로 들어섰음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최근 들어 번역 작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우리의 문학 작품이 해외에 활발히 소개되고 있지만 주류로 나아가는 데는 여전한 한계를 안고 있다. 노벨문학상이 영광의 극점인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일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성과만이 아닌, 세계 문명사의 한 구성원으로서 2009년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에서 차지하는 현주소를 정확히 짚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이하 번역원)이 올초 해외 번역사업을 벌이는 기관의 실적을 합계 조사한 결과 역시 고은, 황석영, 이문열 등이 앞줄에 놓였다. 특히 시는 국내에서처럼 해외에서도 ‘찬밥 신세’이기 십상임에도 고은의 시집 ‘만인보’, ‘화엄경’, ‘뭐냐’ 등이 15개 언어로 51종이나 번역 소개됐다. 영어(14종), 독일어(7종), 스페인어(7종), 스웨덴어(4종) 등으로 문화권을 가리지 않았다. 소설가 이문열 역시 무려 9개 언어로 출간된 장편소설 ‘시인’을 비롯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사람의 아들’ 등 작품 50종이 번역됐다. 번역원 박혜주 교육자료실장은 “한국문학은 지난해까지 28개 언어로 번역됐고 가장 많이 번역된 언어는 영어, 일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순으로 나타났다.”면서 “30년 남짓한 번역 역사에서 미미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제교류 나서는 문학, 번역의 질도 높여 이처럼 문학의 국제 교류가 제대로 꽃을 피운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열렸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100여개 나라에서 6000여개의 출판사가 참가하는 세계 최대의 도서행사이자 매해 전세계 인류의 지적, 문학적 발전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한국이 주빈국(主賓國)이 됐고, 90여명의 국내 소설가·시인이 참가해 문학 행사를 열었다. 한국 문학의 커다란 줄기가 도도히 펼쳐졌고, 역량 있는 젊은 작가들이 세계 문학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거의 없다시피 미미했던 한국 문학의 존재감을 한 방에 떨쳐낸 성과를 거뒀다. 도서전 현장에서만 2000건이 넘는 출판 계약이 이뤄졌을 정도였다. 이뿐만 아니다. 2006년부터 ‘서울 젊은 작가들’ 모임이 시작돼 연례 행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동아시아 문학포럼’ 등을 통해 세계 문학과 한국 문학, 세계 문학과 아시아 문학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풀어가기 시작했다. 번역원은 최근 국내 문학 작품 번역의 질을 확 끌어올리기 위해 한국문학번역원(KLTI) 공식 번역가 5명을 지정했다. 기존의 번역료 1800만원을 3000만원으로 높였고, 공식 번역가들로 하여금 한국 문학의 국제 교류 활동에 대한 가교 역할까지 맡도록 했다. 김주연 번역원장은 “이러한 조치는 번역 작품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물론 번역의 질이 좋아져 결과적으로 노벨문학상을 받는 것으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작가들은 하지만 행복한 고민도 있다. 한국인이 한국어로 쓴 작품이 ‘한국 문학’의 좁은 개념 규정이다. 하지만 이 범주를 고민하게 하는 일이 구체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바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들. 영어권 한국계 작가들이 가장 눈에 띈다. 이들이 풀어내는 작품 세계의 주조는 국가와 민족, 문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개인적 체험과 기억이다. 범세계적 관심을 받기에 충분한 대상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홍콩 출신의 한인 2세 제니스 리(37)는 올초 내놓은 소설 등단작품 ‘피아노 티처’가 미국과 홍콩에서 동시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선풍을 일으키며 23개 국가에 판권이 팔렸다. 재미교포 1.5세 문나미(41) 역시 자신의 첫 소설 ‘마일즈 프롬 노웨어’를 영문으로 펴내며 전세계 여류 작가들의 문학상인 오렌지상 신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밖에 고려인 3세인 러시아 국적의 아나톨리 김 역시 톨스토이 문학상 등을 받으며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등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李대통령, 폴란드서 ‘건설 세일즈’

    李대통령, 폴란드서 ‘건설 세일즈’

    │바르샤바(폴란드) 이종락특파원│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7일 폴란드 바르샤바 오켄치에 공군기지에 도착, 7박8일간의 유럽 3개국 순방에 들어갔다. ●한·폴란드 경제협력포럼 참석 이 대통령은 이날 문화과학궁전에서 열린 한·폴란드 경제협력 포럼에 참석, 양국 간의 협력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해 플랜트와 사회간접자본(SOC), 문화사업 등 3개 분야에서의 협력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에너지·플랜트 분야와 관련, 폴란드 원전과 LNG 터미널 건설계획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폴란드는 에너지원 다변화를 위해 원전 1~2기 건설과 ‘시비노우이시치에’에 폴란드 최초의 LNG 터미널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 대통령은 SOC 분야 협력과 관련해 “세계 최첨단의 기술력과 풍부한 해외 수주 경험을 갖고 있는 정보기술(IT)과 건설업체들이 폴란드의 첨단 SOC·인프라 구축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폴란드는 유럽연합(EU) 기금을 활용해 오는 2012년 유로컵 대회 관련 축구장, 공항, 호텔 및 정보통신 시스템 등 대규모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폴란드의 영상산업과 한국의 IT 기술을 접목한 문화사업 협력도 제안했다. 폴란드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4명이나 배출한 신흥 영화강국이다. 이 대통령은 “유럽 중심부에 있는 폴란드와 동북아 중심부에 있는 대한민국이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서로 의지하고 협력해 간다면 두 나라에 무한한 발전의 기회가 열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폴란드 경제협력 포럼은 중유럽 국가 중 한국의 최대 교역대상국인 폴란드와의 경협활동을 평가하고, 새로운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바르샤바 한국상품전’ 시찰 이 대통령은 포럼 직후 열린 ‘2009 바르샤바 세계일류 한국상품전’을 시찰하고, 우리 기업들을 격려했다. 이번 상품전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한국항공우주산업 등 총 55개사가 참여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시내 하이야트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폴란드내 동포사회 발전을 위해 우리 정부가 지속적으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jrlee@seoul.co.kr
  • “공식번역가 제도로 작품 질 높이고 해외서 상설포럼… 한국문학 홍보”

    “번역의 질을 확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노벨문학상 자체를 굳이 목적으로 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번역의 질이 좋아져 결과적으로 노벨상을 받는 데 기여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겠죠.” 취임 6개월을 맞은 김주연(67) 한국문학번역원장은 6일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원장은 한국문학번역원 공식 번역가(KLTI Translator) 다섯 팀을 선정했음을 밝히며, 국내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물론 김 원장의 우선적 바람은 노벨상과 같은 가시적 성과보다는 한국 문학의 활발한 해외 소개와 번역의 질 제고다. 김 원장은 “번역가 제도 운용을 통해 작품 번역의 질을 높임은 물론 뉴욕, 파리, 베를린, 베이징, 도쿄 등에서 해외 상설 문학 포럼을 개최해 국내 작가들과 그 작품들이 활발히 소개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선정된 번역가들은 영어권 브루스 풀턴·주찬 풀턴과 유영난씨 등 2개팀, 불어권은 최미경·장 노엘 주테, 독일어권은 김선희·에델트루트 김, 스페인어권은 고혜선·프란시스코 카란차다. 이들은 번역원이 고른 40권 안팎의 국내 작품들 가운데 한 권을 골라 번역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번역료는 기존 18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대폭 오른다. 김 원장은 “지금껏 수백편이 해외에 소개됐지만 제대로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은 없었다.”면서 “우선적으로 한두 권만 제대로 알려져도 우리 문학을 바라보는 바깥의 시선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와 함께 한국 도서의 해외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오는 13일 도쿄에서 일본 출판사, 한국 번역가 등이 참가해 ‘KLTI 도서포럼’을 여는 등 베이징(9월8일), 뉴욕(10월 중) 포럼을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세 도시 외에도 파리, 베를린으로 해외 도서포럼의 영역을 넓히고 이후 모스크바, 스페인어권 도시 등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부고] 소설 ‘순교자’ 재미작가 김은국씨 별세

    소설 ‘순교자’로 유명한 재미작가 김은국(미국명 리처드 E 김) 씨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자택에서 별세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77세. 1932년 황해도 황주에서 태어난 그는 월남해 서울대 상대에 입학했으나 한국 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했으며 전쟁이 끝난 뒤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이후 1964년 데뷔작 ‘순교자’(The Martyred)로 주목받았으며 이후 ‘심판자’(The Innocent)와 ‘잃어버린 이름’(The Lost Names) 등의 소설을 발표했다. 특히 한국전쟁 때 순교한 목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순교자’(영문소설)는 발표 당시 미국에서 20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이후 세계 10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국내에서는 연극(1964), 영화(1965), 오페라로 각색돼 널리 알려졌다. 고인은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덴마크계 미국인인 부인과 아들 데이비드, 딸 멜리사가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카뮈·지드… 사르트르와 교감 나눈 사람들

    장 폴 사르트르(1905~1980)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작가, 빼어난 평론가이자 강연자였다. 시몬 드 보부아르와 계약 결혼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하고 1964년 ‘말’이라는 저작을 통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으나 수상을 거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가 ‘세기의 지성’으로 추앙받는 까닭은 세상과 담을 쌓고 고고하게 지낸 게 아니라, 세상을 향해 자신을 던진 ‘행동하는 지성’이었기 때문이다. 지식인의 직접적인 사회참여, 즉 ‘앙가주망’을 강조했던 좌파 지식인이었다. 그는 종종 동시대를 살았던 또 다른 지식인들과 우정을 깨뜨릴 정도의 격렬한 논쟁을 벌였던 것으로 유명하다. 알베르 카뮈와의 논쟁이 대표적인 경우다. 사르트르와 카뮈는 실존주의의 길을 함께 걸으며 레지스탕스 공동전선에 서기도 했으나 1952년 공산주의와 소련의 역할에 대한 견해 차이로 갈라서게 됐다. 카뮈는 혁명에 대한 신중한 유보를 이야기했으나 사르트르는 반대 입장이었던 것. 사르트르는 1952년 8월 잡지 ‘현대’ 82호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어쨌거나 내가 생각하던 바를 당신에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일이었습니다. 당신은 내 글에 답하고 싶다면 우리 잡지는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난 더 이상 응수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당신이 나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사람인지를 다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답으로 당신이 어떤 말을 하건, 어떤 일을 하건 간에 당신과 싸우는 일은 거절하겠습니다. 우리의 침묵으로 이 논쟁이 잊혀지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그는 1960년 1월 주간지 ‘옵세르바퇴르’ 505호에 카뮈에 대한 글을 다시 써야 했다. 이번에는 추도사였다. 카뮈가 교통사고로 숨졌기 때문이다. “그와 나는 불화를 겪었다. 불화란 아무것도 아니고-설사 절대로 다시 만나지 않는다 해도-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이 비좁은 작은 세상에서 서로 시선을 잃지 않은 채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방식일 뿐이다… 그는 현 세기 안에서 ‘역사’에 반대하며 모럴리스트라는 기나긴 대열의 현재적 후예를 대표했고, 그의 작품은 프랑스 문단에서 가장 독창적인 어떤 것을 구성했다…그가 무엇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든 간에, 카뮈는 언제나 우리 문화영역의 중심세력으로 계속해서 남아 있을 것이며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프랑스와 금세기의 역사를 표현해 냈을 것이다.” 자신과 교감을 나눴던 작가와 예술가에 대한 사르트르의 성찰을 담은 ‘시대의 초상-사르트르가 만난 전환기의 사람들’(윤정임 옮김, 생각의 나무 펴냄)이 나왔다. 카뮈를 비롯해 누보로망의 대표적인 소설가 나탈리 사로트, 폴란드 출신의 음악가로 12음기법을 널리 전파했던 르네 라이보비치, 오스트리아 출신 사상가이자 언론인 앙드레 고르,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학가 앙드레 지드, ‘지각의 현상학’로 유명한 철학자 메를로퐁티, 중세 베네치아 시대의 화가 틴토레토, 스위스 화가이자 조각가 자코메티 등이 다뤄진다. 이 책은 2차 대전 직후부터 1976년까지 계속 발표된 ‘상황’ 시리즈 가운데 1964년 나온 네 번째 권이다. 원래 제목은 ‘상황Ⅳ-초상’. 이 시리즈에는 시사적인 주제들에 대한 사르트르의 즉각적인 반응을 담은 100여 편에 달하는 글과 10여개의 대담이 실려 있다. 사르트르는 1975년 미셀 콩타와 가졌던 대담에서 후세대가 다시 읽어 줬으면 하는 자신의 저작으로 ‘상황’ 시리즈를 꼽기도 했다. 철학에 가장 가까우면서도 철학적이 아닌 분야, 즉 비평과 정치를 다뤘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는 이 시리즈 가운데 ‘상황Ⅱ-문학이란 무엇인가’와 ‘상황Ⅴ-식민주의와 신식민주의’가 완역됐고, ‘상황Ⅰ’, ‘상황Ⅲ’, ‘상황Ⅹ’ 등의 일부가 발췌 번역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완역된 ‘시대의 초상’은 배경 지식이 없다면 읽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책 뒤에 부치는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어보는 게 그나마 가깝게 다가가는 길이다. 2만 80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한국 작품은 인간문제에 천착… 중국은 탄탄한 서사구조 자랑”

    “한국 작품은 인간문제에 천착… 중국은 탄탄한 서사구조 자랑”

    │상하이 박록삼특파원│번역(飜譯)은 어렵다. ‘완벽한 번역’이란 애당초 성립될 수 없는 명제다. 오죽했으면 “번역은 반역(反逆)”, “모든 번역은 오역(誤譯)이다.”라는 말까지 나오게 됐을까. 실제 원작 속의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에 오롯이 담긴 그 사회의 문화, 역사, 철학, 그리고 작가의 삶의 흔적, 정신세계 등을 다른 문화권의 언어로 바꿔서 고스란히 살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이런 탓인지 국내외 문단에서 번역가가 작가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세태와 관행에 정면으로 맞서는 이가 있다. 그는 엄연히 자신의 작품으로 1993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한 뒤 ‘계수나무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등 장편소설 2권을 펴낸 소설가다. 하지만 그는 번역에 목숨을 걸었고, 꼬박 17년 동안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두 나라의 주요 작품들을 상대의 언어로 옮겼다. ●양국 오가며 주요작품 상대 언어로 풀어 그 결과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빠짐없이 거론되는 중국의 대표적 작가인 모옌(莫言), 자핑와(賈平凹)를 비롯해 ‘80후 세대’로 쓰는 책마다 수백만부씩 팔리는 젊은 작가 한한(韓寒), 그리고 서구에서 더 평가받는 왕안이(王安憶), 리얼, 류전윈(劉震云) 등 내로라하는 당대의 작가들이 작품을 싸들고와서 번역을 부탁하는, 그러나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을 경우 돈도, 명예도 모두 거부한 채 싸늘히 손 내젓는 번역가가 됐다. ●최근 ‘태백산맥’ 중국어판 번역 부탁받아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 최수철, 박상우, 임철우 등이 그를 통해 중국 독자들에게 소개됐고, 중국에서만큼은 국내 어떤 베스트셀러 작가보다 유명한 작가로 통한다. 최근에는 소설가 조정래가 ‘태백산맥’의 중국어판 번역을 직접 부탁하기도 했다. 물론 워낙 방대한 분량이기에 단시간에 번역되기 어렵다. 또한 해방과 분단을 둘러싼 이념과 정치체제의 문제가 등장한 작품이기에 중국 당국으로부터 쉬 허가가 나올지도 미지수다. 아무튼 중국과 한국 문단에서 그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소설가이며 한·중문학 번역가인 박명애(47)씨. 그는 대륙과 한반도의 문단에서 공히 알아주는 ‘대찬 여자’다. 최근 중국 상하이(上海)의 한 식당에서 그를 만났다. 중국의 여류 소설가인 탕모(唐墨·31)와 함께 한 자리에서 내내 중국어와 우리말을 섞어가며 유쾌하게 자리를 주도했다. 번역 작업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남달랐다. 그는 “나는 출판사에서 의뢰받고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작품을 번역해 출판사에 작품 출간을 의뢰한다.”면서 “모든 열정을 쏟아부은 작품이 애정을 받을 때의 뿌듯함이란 내 것, 남의 것을 뛰어넘은 예술적 희열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십수년 동안 남의 소설을 다른 언어로 옮기는 일에 주력하던 박씨는 올해 하반기 모처럼 자신만의 창작물을 내놓는다. 자전적 내용을 담은 작품 ‘광인의 사랑(狂人的愛情)’이다. 애초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내놓으려 했으나 일단 중국에서 먼저 출간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중국 문단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예지로 꼽히는 ‘쭤자(作家)’에서 특집 기사로 다룬다. ●자전적 작품 ‘광인의 사랑’ 출간 예정 그는 “중국이나 한국 모두 세계 문학의 비주류라는 피해의식이 강한 것 같다.”면서 “인간의 문제에 천착하는 한국 문학과 탄탄한 서사구조를 자랑하는 중국 문학이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교류한다면 세계문학의 주류로 나아가는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상호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youngtan@seoul.co.kr
  • [책꽂이]

    ●대답 없는 사랑(막심 고리키 지음, 이강은 옮김, 문학동네 펴냄) 러시아 대문호 막심 고리키의 마지막 단편집이다. 익히 알려진 혁명, 노동, 계급 등 이념 문제보다는 예술로서의 문학에 무게를 실은 단편소설 9편을 묶었다. 사상을 뛰어넘는 문학적 실험이 돋보인다. 1만 4000원. ●아버지의 여행가방(오르한 파묵 외 지음, 이영구 외 옮김, 문학동네 펴냄)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부터 1957년 알베르 카뮈까지 가려뽑은 열한 명의 수상연설문을 모았다. 각 작가들의 전문가라 할 국내 필진들이 연설문을 맡아 번역하고 연설 내용 및 작가·작품 해설도 함께 붙였다. 1만 2000원. ●지구에 하나뿐인 병원(캐서린 햄린 지음, 이병렬 옮김, 북스넛 펴냄) 1959년 의료봉사를 떠난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50년간 3만 2000여명의 환자를 돌본 호주 의사 캐서린 햄린의 자전적 에세이. 그는 그동안 만나온 환자들을 차분하게 하나하나 되돌아보고,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한다. 1만 3500원.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기타노 다케시 지음, 권남희 옮김, 북스코프 펴냄) 일본 영화감독인 다케시가 풀어놓는 생사, 교육, 관계, 예법, 영화에 대한 독창적이고 거침없는 독설들. 그의 방황하던 젊은 시절과 다양한 경험, 개인적 일화까지 엿볼 수 있다. 1만 2000원. ●저우언라이(김상문 지음, 아름다운사람들 펴냄) 뛰어난 지도력과 품격을 가진 중국의 정치가 저우언라이(주은래)를 고찰한다. 저자는 “지금 중국의 저력을 만든 원천은 훌륭한 지도자이며 그 중심에 저우언라이가 있다.”고 평가하며 “진정으로 인민과 국가에 충성을 바친 저우언라이같은 지도자가 한국에서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집필했다.”고 밝힌다. 1만 5000원. ●노무현과 함께 만든 대한민국(제16대 대통령 비서실 지음, 지식공작소 펴냄) 참여정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의 국정 성과를 자평해 내놨던 책으로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2년 만에 개정, 출간됐다. 2007년 출간한 ‘있는 그대로 대한민국’에 ‘21세기 한국, 어디로 가야 하나’를 주제로 했던 참여정부평가포럼 강연문을 덧붙였다. 9000원.
  • “MB 실용적 대북정책 돕겠다 진보서 욕 먹을 각오 돼있어”

    │아스타나(카자흐스탄) 이종락특파원│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을 공식 수행하고 있는 진보성향의 소설가 황석영씨는 13일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와 관련해 중도 실용주의를 꼭 하고 싶어 한다.”면서 “큰 틀에서 (이명박 정부에) 동참해서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황씨는 또 “세계의 진보 세력이 변하는 것처럼 한국의 진보세력도 변화해야 한다.”면서 “성장을 우선시하는 보수세력의 일부 논리를 수용해 성장동력을 밑에서부터 만들어 내야 한다.”고도 말했다. 황씨와의 인터뷰는 이날 새벽(한국시간) 이 대통령을 비롯한 공식 수행단이 묵고 있는 아스타나의 리소스 호텔에서 2시간 동안 이뤄졌다. 황씨는 이날 오전 프레스센터를 찾아 공식 기자간담회도 가졌다. ●알타이 문화연합 8~9월 발족 그는 이번 순방길에 몽골과 남북한, 중앙아시아의 문화 공동체인 ‘알타이 문화연합’ 구상과 관련,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문화계 인사들을 만나 의사를 타진하기 위해 이 대통령과 동행했다. 그는 “이번 순방을 통해 알타이 문화연합 구상을 구체화할 수 있게 됐다.”며 오는 6월과 8월 문화계 인사들과 함께 몽골을 방문한 뒤 8~9월쯤 알타이 문화연합을 발족시켜 제주도에서 첫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동북중앙아시아 연대→공동체→연합→연방 형태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의 르 클레지오와 오르한 파묵, 북한의 소설가 황석준이 공동 참여하는 유라시아 문화인 평화열차 프로젝트도 구상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황씨는 진보 인사로서 이번 중앙아시아 순방에 공식 수행원으로 동행한 데 대해 “세계 체계가 권역별로 재편되고 있다. 한반도의 고립적인 상황을 해결하지 않으면 남북 분단이 고착화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순방길에 합류하는 것을 결심하면서 진보 진영의 반대에 부딪혔다. 그는 “통일·문화·환경단체에 속한 진보 진영의 여러 사람들과 얘기를 많이 했다.”며 “그들은 내가 현 정권에 활용만 당할 것이라는 충고도 해 줬다.”고 전했다. ●“남북한 대립 막는 역할 하고파” 황씨는 “내년 상반기까지 남북관계의 단초를 열지 못하면 남북대립이 고착화된다는 점에서 이들도 누군가는 대화창구를 가져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며 “내 생애 마지막 사회봉사에 참여한다는 생각으로 (이 대통령의 순방에) 참여했으며 (진보측으로부터) 욕먹을 각오가 돼 있다.”며 비장함마저 보였다. 그는 이 대통령과 특별한 개인적 친분관계도 소개했다. “지난 1993년과 1994년 공주교도소에 복역 중일 때 이 대통령이 두번이나 면회를 왔다.”며 “그런 인연으로 문화올림픽(WCO)을 만들 때 이 대통령도 창설 멤버로 참석하는 등 인연을 이어 오고 있다.”고 전했다. 황씨가 이 대통령을 본격적으로 만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촛불정국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던 이 대통령이 만나자고 해 청와대에서 독대하게 됐다. 황씨는 “이 대통령이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 “(이 대통령은) ‘중도 실용주의를 꼭 하고 싶은데 꼭지를 따줄 사람(돌파구를 열어줄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MB, 대북 추가 경제지원 확신” 황씨는 대북문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생각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자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서 실용주의를 표방한다고 생각한다. 이 대통령은 ‘보수세력이 오히려 화끈하게 남북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며 “이 대통령은 북한을 경제적으로 더 도와 줄 수 있다는 확신에 차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제안한 대로 북한영토를 거친 러시아 가스가 도입되면 매년 북한은 1억 5000만달러(약 1900억원)를 받을 수 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통한 북한의 수입금보다 많은 액수다. 황씨는 “이 대통령은 북한이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더라.”라고 전했다. jrlee@seoul.co.kr
  • “황석영, 아나톨리 김, 이승우… 노벨상 가능성 있는 작가 많아”

    노벨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출신 대문호가 한글을 배우고, 한국을 뻔질나게 드나든다. 한국의 어떤 매력이 그를 잡아끌었을까.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 작가이자 ‘지구촌 노마드’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69)는 2001년 처음 한국을 찾은 이후 셀 수 없이 한국을 들르고 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기 직전까지도 한국에 머물러 있었다. ●처음 한국 찾아 ‘운주사·가을비’ 시 지어 그는 처음 한국을 찾은 뒤 들른 전남 화순 운주사의 감흥을 ‘운주사, 가을비’라는 시에 담기도 했다. 또 2005년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올라탄 서울행 비행기 안에서는 ‘동양, 서양(몽환-역사)’이라는 시를 쓰기도 했다. 강원도 영월 일대를 혼자서 한 달 동안 여행하기도 했던 르 클레지오는 이마저도 부족했던지 2007~08년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 신분으로 아예 2년 가까이 한국에서 살기도 했다. 한국말이 능숙하지는 못하지만 한글은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아무런 문제없이 혼자서 버스, 택시 타고 여행할 수 있는 이유다. 하기야 설렁탕과 붕어빵을 즐긴다고 공공연히 말해왔으니 지한파를 넘어 친한파(親韓派)로 불러도 손색 없을 정도의 애정이다. ●2007~2008년 이화여대 석좌교수… 한글도 읽어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뒤 다시 한국을 찾았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아가페홀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난 르 클레지오는 한국의 문화와 사람, 역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거듭 과시했다. 르 클레지오는 “한국에 오면 마치 프랑스에 있는 듯한 느낌”이라면서 “서울의 작고 오래된 골목길을 따라 걷는 것을 즐기며 특히 시골 논길을 따라 피어난 민들레꽃과 야트막한 산 풍경, 거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마음에 금세 와닿는다.”고 말했다. 르 클레지오는 어머니의 고향인 프랑스 니스에서 태어났지만 아프리카 모리셔스 공화국 태생인 영국계 군의관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덕분에 프랑스와 모리셔스 이중 국적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의 영혼과 철학은 한 곳에 머무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태국, 멕시코, 미국, 파나마, 한국 등 지구촌 여러 나라를 떠돌며 보낸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서구 문명에 대해 비판하고 그 대안을 동양 철학 등 다른 문화권에서 찾는 작업에 천착하는 명실상부한 노마드 작가다. ‘조서’, ‘섬’, ‘황금물고기’ 등이 르 클레지오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서구문명 비판… 동양철학 등서 대안 찾으려 노력 그는 한국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가능성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성의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스웨덴의 한림원을 방문해 보니 이들이 한국에 대해 많이 알고, 한국 작품도 많이 읽었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구체적으로 옮기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아 말하기 어렵지만 황석영, 아나톨리 김(카자흐스탄 한인 3세), 이승우 등 가능성 있는 작가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일 한국을 찾아 이화여대 기숙사에 머물며 단편소설을 쓰고 있다. 소설의 제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나 주제는 ‘문학을 통해 추구되는 행복’이며 공간은 서울이라고만 귀띔했다. 르 클레지오는 13일 이화여대, 22일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이화여대 학생들과 일반인을 상대로 특별 강연회를 가진 뒤 28일 프랑스로 떠난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日 장르소설의 공습

    추리·호러·판타지 등 대중적인 일본 장르소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순문학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일본 소설이 국내에서 여전히 인기가 높음에도 고환율에 따른 저작권료 부담이 커지는 바람에 번역 출간이 주춤한 틈을 탄 것이다. ●원작소설 영화 개봉·드라마 기획도 이번주에도 일본 장르소설이 무더기로 출간됐다.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북스피어 펴냄)은 범죄 동기를 중시한 이른바 ‘사회파 미스터리’의 창안자인 작가의 초기작을 모았다. 그는 추리소설가이지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호러 판타지 ‘나비’(노블마인 펴냄)의 온다 리쿠도 학원소설에 미스터리, 판타지, 호러 등 다양한 장르에서 인기를 모은 작가이다. 추리작가 협회상,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하고 나오키상이나 판타지 노벨 대상 후보로도 올랐다. 연애소설 ‘블랙티’(창해 펴냄)의 야마모토 후미오는 나오키 상, ‘6시간 후 너는 죽는다’(황금가지 펴냄)의 다카노 가즈아키도 에도가와 란포 상 수상자이다. 출판계에서는 이 같은 일본 장르소설 출간 러시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출판 관계자는 “외국문학의 경우 영·미권보다는 아무래도 익숙한 일본 문학이 전망이 좋다.”면서 “엔고로 전처럼 유명 작가 출판권을 두고 과열경쟁을 하기보다는 이왕이면 대중적으로 검증받은 작가의 작품으로 리스크를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본 장르소설은 다른 문화콘텐츠로 전환이 용이하다는 점을 무기로 영화나 드라마 등과 공동작전을 펴며 국내 독서층을 공략하고 있다. 추리·호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X의 헌신’은 새달 9일 동명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판매량이 급증했다. 올해 탄생 100주년인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도 드라마로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작품집을 출간한 북스피어 관계자는 “SBS에서 그의 단편을 원작으로 12부작 드라마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일본 장르소설의 공세에 국내 작가들은 순문학에 이어 장르문학까지 독자를 빼앗기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창작집단 매드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호러 소설가 이종호는 “판타지를 제외하고는 국내 작가층이 허약한 상황에서 일본 소설이 쏟아져 들어와 일본식 독서층이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장르문학까지 독자 뺏길까 우려” 그는 또 “유서 깊은 대중문학상을 통해 대형 소설가를 배출하는 일본과 달리 국내에는 관련 시스템이 전무한 상황”이라면서 “연속성 있는 상도 없고 국가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 한국 장르소설은 시스템 자체가 일본에 상대가 안 된다.”고 걱정했다. 실제로 우리 장르문학 중 해외에서 번역된 작품은 이형도의 ‘드래곤 라자’와 이종호의 ‘분신사바’ 정도이다. 한국문학번역원 관계자는 “지원사업에서 장르소설을 따로 배제하지는 않고 있지만, 응모한 번역의 질이 낮고 심사위원들이 적극적으로 장르소설을 추천할 만큼 개방적이지도 않다.”라고 부진의 이유를 설명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 한국 주빈국 참여 큰 의미”

    │볼로냐(이탈리아) 문소영특파원│“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아시아 국가인 한국이 주빈국이 된 것은 의미가 있고, 한국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영광입니다.”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어로 한국 동화 ‘밥 안 먹는 색시’를 구연한 빈첸차 두르소(50) 베네치아 카포스카리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보라색 개량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두르소 교수는 이날 한국문학번역원이 진행한 ‘한국동화로의 초대’ 행사에서 장구과 북 장단에 맞춰서 이탈리아어의 운율을 살려 가며, 쌀을 아끼기 위해 밥을 적게 먹는 아내를 구하려는 구두쇠의 이야기를 현지인들에게 재미있게 소개했다. 두르소 교수는 이미 ‘한국 문학 전도사’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1998년 이래로 작가 은희경과 양귀자, 시인 고은과 구상, 정현종의 작품을 이탈리아어로 번역했으며 최근에는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번역한 데 이어, 이인성의 ‘낯선 시간속으로’의 이탈리아어판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는 1981년부터 서울대에서 공부하며 국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의 통금문화도 알고 있고, 이제는 사라져 버린 남산 외인 아파트의 추억도 간직하고 있다. 이날 동영상으로 소개된 한성옥의 그림책 ‘나의 사직동’에 애정을 표시한 것도 그런 경험이 바탕이 됐다. 나의 사직동은 서울 도심 재개발로 사라져 버린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았다. 그는 “남산이 잘 보이게 된 것은 잘된 일이지만, 나와 과거 한국의 인연이 사라진 것 같아 섭섭하더라.”면서 “그래서 ‘나의 사직동’에도 더욱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두르소 교수는 한국 동화 구연에 참여하고 나니, 동화책 번역에도 참여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그는 “열다섯 살 된 아들을 가진 어머니로서, 한국의 창작동화와 전래동화 모두 이탈리아에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대학 동료들도 모두 재밌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한국이 볼로냐 아동도서전의 주빈국으로 참가한 것에 두르소 교수는 “아시아권에서 아동문학에 초점을 맞추고 가장 열심히 투자하는 나라가 한국”이라면서 “노벨문학상 수상 여부보다 해외에 한국 문학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문화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 문화와 문학이 널리 알려져야 한국문학을 소개하는 자신도 소수민족의 언어, 문학을 한다는 서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방긋 웃었다. symun@seoul.co.kr
  • 영화·원작소설 달콤한 공존

    영화·원작소설 달콤한 공존

    영화계와 출판계가 사이 좋게 어깨동무를 했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두 분야간 협업이 활발했던 때도 드물다. 최근 들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개봉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번 달만 봐도 ‘레볼루셔너리 로드’, ‘말리와 나’,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 원작이 있는 영화가 줄을 이었다. 여기에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쇼퍼홀릭’,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가 새달 찾아오고, ‘박쥐’(원작 ‘테레즈 라퀸’),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쌍둥이별’, ‘괴물들이 사는 나라’도 올해 줄줄이 개봉한다. 2006년 개봉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출판사와 영화사의 공동 홍보마케팅으로 흥행에 성공하자, 원작영화를 수입하거나 제작한 영화사가 출판사와 손잡고 공동 마케팅을 벌이는 일은 계속 증가세를 보였다. ‘윈·윈’ 전략은 흥행에서도 대체로 상승 곡선을 그리는 편이다. 로맨스 판타지물 ‘트와일라잇’이 좋은 사례. 지난해 12월 처음 국내 개봉했고, 지난 26일부터 재상영에 들어간 이 영화는 140만명의 관객을 스크린 앞으로 불러모으는 등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 그러자 원작 소설의 인기도 더불어 올라갔다. 인터파크 도서 집계에 따르면 영화 개봉 전후 한 달간을 비교했을 때 1일 평균 판매량이 6배가량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눈먼 자들의 도시’ 등은 흥행 못해도 원작소설 판매량 늘어 영화가 크게 흥행하지 못해도 베스트셀러나 유명 작가의 작품일 경우, 원작 소설 자체의 동력으로 판매량을 올리기도 한다. 지난해 11월20일 개봉한 ‘눈먼 자들의 도시’가 대표적이다. 영화의 관객동원은 총 64만여명으로 크게 성공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해냄출판사가 펴낸 원작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영화 개봉 다음 주부터 5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위(한국출판인회의 집계)를 지켜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인 덕분이다. 이진숙 해냄출판사 편집장은 “‘눈먼 자들의 도시’가 지난해 5월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고 11월엔 국내 개봉까지 이뤄지면서, 영화의 영향으로 판매고가 부쩍 올랐다.”며 “지난 1998년 처음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25만부가 팔렸는데, 그 중 15만부가 지난해 이후 판매됐다.”고 밝혔다. 개봉 영화의 관심과 인기로 잊혀진 원작소설이 재출간되고 상승세를 타는 경우도 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이에 속한다. 지난 12일 개봉한 영화는 블록버스터급 제작 규모, 브래드 피트가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아카데미상 13개 부문 노미네이트 등으로 연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영화 누적 관객 수는 96만명에 불과하지만, 서점가의 반응은 뜨거운 편이다. 올 들어 민음사, 노블마인, 문학동네 등 무려 출판사 7곳에서 개봉 시점에 맞춰 원작 책을 출간했다. 물론 이렇게 여러 출판사가 책을 한꺼번에 쏟아낸 것은 작가 피츠제럴드가 죽은 지 50년이 지나 저작권이 소멸된 ‘퍼블릭 도메인’ 상태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국제 영화제 수상도 영향 줘…좋은 원작 확보 물밑 경쟁 치열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원작의 판매는 큰 변화가 없는 경우도 있다. 원작의 장르와 관련이 있는데, 비소설일 경우 영화와의 연계성이 높지 않아 흥행세를 등에 업기 어려워진다. 지난 12일 개봉한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도 2주만에 관객 64만여명을 끌어모았지만, 원작인 동명 연애지침서의 판매 상승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이진숙 편집장은 “원작 내용이 궁금해져야 영화 관객이 독자로 옮겨오는 만큼, 각색을 많이 거치는 비소설은 소설만큼 영화의 영향력이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영화 개봉 시점과 원작 판매율 변화는 어떤 상관관계를 보일까. 김미영 인터파크 도서 마케팅팀 과장은 “영화 개봉 한 달 전 즈음 프로모션이 열리는 시점부터 판매가 오르기 시작하며, 시사회 리뷰가 나오고 극장개봉이 되면 확연히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새달 5일 개봉하는 ‘왓치맨’도 비슷하다. 그래픽노블 ‘왓치맨’의 출간사인 시공사 마케팅팀에 따르면 ‘왓치맨’의 하루 판매량은 영화 개봉 전후로 2~3배로 늘었고, 출고량도 4~5배에 달할 정도다. 국내외 영화제 수상 소식은 원작의 판매를 부채질한다. 문학동네에 따르면 올해 아카데미상 8관왕을 휩쓴 ‘슬럼독 밀리어네어’(새달 19일 개봉)는 하루 출고량이 지난 23일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평균 50부에서 500부로 껑충 뛰었다. 장으뜸 문학동네 마케팅 팀장은 “영화 홍보가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개봉 시점에 이르면 3000~5000부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트 윈즐릿이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의 원작 출판사 ‘이레’도 마찬가지다. 봉정화 ‘이레’ 편집팀 과장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지만 기대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런 연유로 영화로 제작되는 원작을 먼저 확보하기 위한 물밑 경쟁도 치열하다. 조용호 시공사 마케팅팀 대리는 “요즘은 영화 제작 소식이 들리면 출판사들이 수소문을 통해 앞다퉈 계약하려고 한다.”면서 “2~3년 전에 판권을 확보해 출간하고, 개봉시기에 이르면 한두 달 전에 표지나 제목을 바꾸는 등 재발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그래픽 강미란기자 mrkang@seoul.co.kr ■ 영화·소설 공동마케팅 어떻게 제목·표지는 영화에 맞춰 시사회·경품행사 등 이벤트 풍성 영화와 출판의 공동 마케팅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소설 등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늘어나고 시너지 효과가 입증되면서 갈수록 다양화하고 진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어디까지나 윈·윈 차원인 만큼 비용 혹은 수익 분담이나 공식 제휴가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우선, 국내 개봉 영화 제목에 책 제목을 맞추는 일이 늘고 있다.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와 ‘슬럼독 밀리어네어’도 제목을 바꾼 경우. 두 작품의 기존 제목은 각각 ‘책 읽어주는 남자’(이레·2004년), ‘Q&A’(문학동네·2007년)였다. 이현자 문학동네 해외문학1팀장은 “지난해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각종 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접하고 연말쯤 재발간 기획에 들어갔으며, 오는 3월 국내 개봉되는 영화 제목에 맞춰 책 제목을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바꾸었다.”고 말했다. 책의 표지나 띠지, 래핑 이미지를 영화 스틸컷과 포스터로 바꾸는 일도 증가했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는 원작 ‘끝났으니까 끝났다고 하지’(해냄)의 제목을 영화대로 바꾸면서 표지를 싸는 래핑 이미지를 영화 속 이미지로 바꿨다. ‘말리와 나’(세종서적)도 2006년 출간 당시 책 주인공 말리의 실제 사진을 표지로 썼으나, 이번에 재출간하면서 영화 ‘말리와 나’ 포스터를 사용했다. 홍보 효과 진작을 위해 시사회 티켓, 영화할인권, 예매권, 책 나눠주기 등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된다. 특히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출판사 문학동네는 작품의 문학성이 높은 만큼 3월 영화 시사회 때 문인 20여명을 초대하기로 했다. 장으뜸 문학동네 마케팅 팀장은 “‘어톤먼트’ VIP 시사회 때 같은 행사를 한 적이 있는데, 영화계와 문학계 양쪽에서 평이 나오는 등 좋은 반응을 얻어 또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왓치맨’을 펴낸 시공사는 영화 속 스마일 이미지를 배지로 만들어 온·오프라인 책 구매자 6000여명에게 경품으로 끼워 준다. 무엇보다 핵심은 서로 최대한 많이 노출되도록 하는 것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영화 예고편에서 ‘전 세계 36개국 원작 출간’이란 문구를 넣어 소설에 대한 주목도를 높였다. 또 언론사 보도자료와 지면광고, 포스터는 물론 커피숍 테이블매트나 지하철 스크린도어 광고에도 영화·소설 홍보를 함께 넣기로 했다. ‘왓치맨’은 반디앤루디스 코엑스점 등 서점 진열대에 영화 예고편 동영상을 모니터로 틀어주고 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아무도 죽지 않는다면 행복해질까

    ‘다음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로 소설은 시작되고 끝난다. 새해 첫날 0시부터 죽음이 사라졌다. 노화는 여전히 진행됐고, 망가진 몸뚱아리가 만들어지는 사고도 계속됐지만 아무도 죽지 않게 됐다. 누군가는 ‘죽음의 파업’이라고 불렀다. 다수의 시민들은 국기를 내걸어 영원한 죽음을 찬양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불멸의 국기를 내걸지 않은 사람은 생명을 누릴 자격이 없다.’는 위협까지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죽음을 목전에 둔 누군가에는 절대적인 고통의 연장이자 무한한 재앙을 의미한다. 정부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죽음을 찾아 국경을 넘어가는 행렬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일주일 뒤의 죽음’을 상징하는 자주색 편지와 함께 죽음이 한꺼번에 찾아왔다. 영원히 살고 싶다는 희망과 절대 죽지 않는다는 공포 사이에서 사람들은 갈등한다. ●끊이지 않는 사라마구 열풍 생명과 죽음에 대한 본원적 탐구를 가능케 하는 주제 사라마구의 또 다른 소설 ‘죽음의 중지’(정영목 옮김·해냄 펴냄)다. 광기에 가까운 전체주의, 안락사 논쟁, 언론의 천박성, 죽음의 부재를 종교의 존재 이유 부재로 해석하는 추기경, 정치인의 기만성 등이 사라마구 특유의 너른 상상력과 시니컬한 메타포가 동원돼 숨돌릴 틈도 없이 펼쳐진다. 사라마구는 올해 여든 일곱이다. 하지만 그의 끝없는 창작 열정과 광활한 인문학적 상상력은 젊은 세대가 부끄러울 정도다. 1998년 ‘수도원의 비망록’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후 한국에서 그에 대한 열광은 서서히 끓어올랐다. ‘눈 먼 자들의 도시’, ‘예수의 제 2복음’이 동시에 번역됐다. 이후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돌뗏목’, ‘동굴’, ‘도플갱어’, ‘눈 뜬 자들의 도시’ 등 10여권이 번역됐다. 이중 ‘눈 먼 자들의 도시’는 무려 18만부가 팔렸다. ‘죽음의 중지’는 15개 장(章)으로 나뉘어 있다. 숫자도, 제목도 붙어 있지 않으며 거의 모든 장은 많아야 네 다섯 개의 문단으로 이뤄졌을 정도로 불친절하다. 여기에 쉼표와 마침표 외에는 문장부호를 사용하지 않는 대단히 인색함도 함께 곁들여졌다. 그럼에도 그가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광활한 상상력·시니컬한 메타포 동원처음에는 그의 서사에 빨려든다. 이야기꾼으로서 현실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어낸 뒤 우화적·철학적 상상력의 정교함을 덧입힌다. 허무맹랑한 상황에서 근원적 주제의식을 끄집어내 천착케 한다. 하지만 진지하기만 하다면 다수의 독자가 그를 찾기는 어렵다. 사라마구는 아주 재미있다. 국내 젊은 작가에 비한다면 박민규·성석제를 떠올려도 좋을 것이고, 외국의 영화 감독 우디 앨런을 떠올려도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운율이 살아있는 문장과 시니컬하면서도 정수를 꿰뚫는 동서고금 공통 정서의 유머는 글 곳곳에서 사람들을 웃음짓게 만든다. 그는 지난해 ‘코끼리의 여행’이라는 장편소설을 다시 펴냈다. 사라마구가 가진 광활한 상상력의 또다른 정수를 우리도 조만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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