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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위기의 걸작 ‘더 갤러리’를 살리자/한민호 문화체육관광부 지역전통문화과장

    [기고] 위기의 걸작 ‘더 갤러리’를 살리자/한민호 문화체육관광부 지역전통문화과장

    “제주도민은 파라다이스에서 사는 것이다.” 멕시코가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가 한 말이다. 실제로 제주도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등 유네스코 3관왕이자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되었다. 그런데 유네스코가 간과했고 어쩌면 우리 스스로도 잊고 있는 것이 있다. 제주도가 외국의 세계적인 관광지들이 갖지 못한 독보적인 매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제주도민의 절절한 삶의 이야기이다. 지난해 명예제주도민이 된 노벨문학상 수상자 르 클레지오는 2009년 유럽 최대의 잡지 ‘GEO’ 창간 30주년 기념호에 실린 ‘제주찬가’라는 기행문에서 ‘감동적이면서도 잔인한’ 4·3사건의 한 단면을 소개했다. 자기가 처형한 남자의 아내와 사랑에 빠져, 그 남자의 아이를 자기 아이처럼 애틋하게 키워냈다는 경찰관의 이야기이다. 레고레타가 “그냥 감동을 받은 정도가 아니라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다. 완전히 빠졌다.”고 고백한 돌문화공원은 또 어떤가. 영혼을 울리는 감동을 주는 것이 돌 때문만은 아니다. 평생을 바친 수집품을 기꺼이 내놓고 설문대할망을 모시겠다는 일념으로 봉사하고 있는 백운철 원장과, 선뜻 100만평의 군유지를 제의한 작고한 신철주 군수의 삶이 묵직한 감동의 향기를 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제주도가 스스로를 ‘인정이 넘치는 문화와 예술의 섬’으로 더욱 부각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맞았다. 그 문화예술적 가치에 더 이상의 논란이 불필요한 레고레타의 유작 ‘더 갤러리’의 보존이 그것이다. 철거가 불가피했던 건물을, 그것도 건물과 땅의 소유자가 따로 있는 건물을 제주도의 민과 관이 합심하여 세계와 미래를 위한 유산으로 남기기로 했다. 얼마나 감동적인 이야기인가.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 자체가 제주도민과 대한민국의 문화적 역량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더 갤러리’를 보존하는 데 넘어야 할 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법 앞에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원칙이다. 당연히 지켜야 할 원칙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건물을 제주도가 소유하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의 예외를 인정할 것인지는 제주도민이 이미 의사를 밝혔다고 본다. 다행히 건물주 JID는 이미 제주도에 기부의사를 밝혔다. 그러니 지주인 부영도 30여년 동안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해온 건실한 주택명가로서, 도민의 여망을 외면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더 갤러리’는 건물이 그동안 방치되어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입지의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 설계는 몰라도 시공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나라이다. 건축법 등 기술적인 문제가 있을 것이나, 역시 기술적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본다. 문제는 의지이다. 지난 7월, 멕시코건축가협회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일본은 레고레타가 작고하기 전에 그의 예술적 성취를 기려 상을 수여했다, 그런데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은 멕시코의 거장이 남긴 마지막 걸작이 파괴되는 것을 방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미 세계가 ‘더 갤러리’의 운명을 주시하고 있다. 우리가 ‘더 갤러리’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세계의 문화예술인들이 뭐라고 할까. 설문대할망은 뭐라고 하실까. 그대, 제주도를 사랑하는가.
  • [오늘의 눈] 경주 국제펜대회에 존재하는 3개의 벽/오상도 문화부 기자

    [오늘의 눈] 경주 국제펜대회에 존재하는 3개의 벽/오상도 문화부 기자

    14일 폐막하는 경북 경주의 국제펜(PEN)대회에는 ‘언어표현을 자유롭게’란 기치와 달리 세 가지 ‘벽’(壁)이 존재했다. 소통·이념·지역의 벽이다. 애초 이번 대회에 쏠린 국내 문단의 기대는 남달랐다. 국내에선 1970년과 1988년에 이어 세 번째 열린 것이지만, 민간 주도는 처음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이번 대회도 무늬만 ‘민간’이었다. 한국작가회의 등 비판적 문학단체에 차례로 지원비를 끊던 문화체육관광부는 통 크게 7억원의 국비를 쐈다. 부대행사 경비는 경주시가 떠안았다. 국제행사에 지원하는 것을 놓고 문제 삼을 수 없지만, 이 돈이 제대로 쓰였는지에 대해선 말이 많았다. 한국본부는 ‘최초로’ 3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참석시키기 위해 베팅에 나섰다. 2000만원을 웃도는 기본 초청료에 왕복 항공권과 고급 호텔 숙박까지 1인당 3000만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일부 수상자는 여자 친구의 여행 비용까지 요구하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리한 초청 탓인지 터키의 오르한 파무크(2006년 수상)는 대회 책자에 사진과 이름까지 올린 상태에서 불참했다. 또 개막식에선 참가자 700여명이 특급호텔의 만찬을 즐기는 호사를 누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젊고 패기 넘친 작가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펜대회는 끊임없이 혁신을 앞세워야 했으나 주최 측인 한국본부는 망명 북한 펜센터의 가입을 홍보하는 데에만 열을 올렸다. 국내의 비판적 문화·예술 단체에 대한 정부의 탄압에는 끝내 침묵했다. 오히려 이념의 벽은 높아졌다. 일부 탈북작가는 기자에게 민주통합당의 한 여성의원을 가리켜 “북측의 조종을 받고 있는 게 확실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역의 틀에 갇힌 미숙한 운영은 24년 만의 국내 개최 의미까지 퇴색시켰다. 펜클럽이 배고프지만 강직한 문인들의 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문학·미디어·인간의 권리’를 내세운 대회 표어를 흉내내려는 노력이라도 펼쳐야 했다. sdoh@seoul.co.kr
  • 삼국유사 흔적 찾아 세계 문인들 한자리에

    삼국유사(국보 제306호)가 전세계 문인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다. 경북 군위의 인각사(주지 도권 스님)는 경주 국제펜대회에 참가 중인 전세계 문인 350여명이 13일 인각사를 방문한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인각사 방문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나이지리아의 월레 소잉카(78)와 프랑스의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72)도 포함됐다. 인각사는 일연 스님이 노년에 어머니를 모시고 기거하면서 우리나라 민족문화의 보고로 일컬어지는 삼국유사를 집필한 유서 깊은 천년고찰이다. 이들은 이날 오후 6시부터 1시간 동안 인각사 인근 일연공원 특별무대에서 펼쳐지는 ‘삼국유사 문학의 밤’ 행사에 참가한다. 하일라이트는 도권 스님이 삼국유사 속에서 찾아낸 이야기를 각색해 직접 대본을 쓴 뮤지컬 ‘도화녀와 비형랑’ 공연. 이 작품은 등장 인물 간 천년의 사랑과 기다림을 애틋하게 그렸다. 2007~2008년 이화여대에서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학을 강의했던 르 클레지오는 “한국에서 읽어 본 책 중에서 삼국유사가 가장 재미있다.”고 술회했을 정도로 삼국유사에서 큰 감흥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들은 삼국시대 패션쇼를 관람한다. 삼국시대 왕·왕비·신하 등의 복장을 한 어린이 20여명이 출연해 우리 전통의 옷맵시를 뽐낸다. 달구벌 북춤 황보영씨와 외줄타기 명인 김대균씨 초청 공연도 곁들여진다. 도권 스님은 “전세계 문인들은 삼국유사의 산실인 인각사 방문에 깊은 관심과 함께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군위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정치 노예 남아있는 北에 자유의지 불어넣어야”

    “정치 노예 남아있는 北에 자유의지 불어넣어야”

    “신자유주의 확산에 따른 자본의 억압도 극복해야 할 과제이지만 북한과 같이 ‘정치적 노예’가 남아 있는 곳에 자유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더 시급합니다.” 아프리카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나이지리아 출신의 월레 소잉카(78)는 제78회 국제펜(PEN)대회에서 연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14일 총회에서 표결에 부쳐질 탈북 문인으로 구성된 ‘망명 북한 작가 펜센터’ 가입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북측 망명 작가들과 잇따라 회동 중인 소잉카에게 한반도는 여지껏 국가의 폭력이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공간이다. 그는 ‘죽은 사나이’ ‘죽음과 왕의 마부’ 등을 쓴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다. 11일 경북 경주시 현대호텔에서 만난 소잉카는 “나이지리아와 한국은 유사한 식민 경험을 갖고 있지만 한국에 더 강한 언어·민족적 동질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소잉카는 아프리카 서부에 뿌리를 둔 요루바족 출신. 요루바족은 식민시대를 거치며 각 나라로 흩어졌고 각기 다른 정체성을 갖게 됐다. 그가 특정 언어를 고집하지 않고 영어로 글을 쓰는 이유다. 집필한 작품들도 종족의 정치적 통일이 아닌 문화적 동질성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한국 문학에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분단 국가인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싶다.”면서 “예전에는 고은 시인 등의 작품을 즐겨 읽었는데 최근 탈북 작가들의 체제 고발 작품을 살펴봤다.”고 말했다. 한국이 노벨문학상 작가를 배출하지 못한 데 대해선 “반드시 상 때문에 글을 쓰는 건 아니다.”라면서 “무명 작가들 중에 정말 글 잘 쓰는 사람이 많다.”고 겸손해했다. “남이 인정하든 아니든 꾸준히 같은 길을 걷다 보면 행운이 찾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잉카는 자신의 20대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고백했다. “식민지에서 태어나 좌절과 암울을 곱씹으며 키운 꿈은 무척 위험했고 이때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는데 결국 인생의 르네상스를 꽃피웠다.”고 말했다. 이런 그에게 다양한 콘텐츠가 범람하는 인터넷은 어떤 공간일까. 소잉카는 “인터넷은 문학에 영향을 끼쳐 사람들은 아이패드를 통해 문학작품을 읽고 친밀감을 높인다.”면서도 “인터넷은 문맹률을 낮추기도 하지만 사람들을 책으로부터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쓰지는 않지만 아랍의 봄을 불러와 이집트와 리비아 등지에 민주주의를 증진시키는 데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복잡한 시대에 문학작품이 삶의 장식품으로 전락하는 것 같아 아쉽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글 사진 경주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작가, 소수의 교만을 언어로 극복해야”

    “작가, 소수의 교만을 언어로 극복해야”

    ‘문학 올림픽’으로 불리는 제78차 국제펜(PEN) 대회가 10일 경북 경주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나이리지아의 월레 소잉카(78)와 프랑스의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72)는 개회식 후 기자회견을 갖고 ‘언어의 자유’와 인터넷 시대의 소통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1986년 아프리카 작가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잉카는 “국가의 힘으로 저지른 테러나 종교의 힘으로 저지른 테러나 모두 테러”라며 “국민의 한 사람인 작가도 (테러의 피해로부터) 비켜 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작가는 자신에게 주어진 최고의 무기인 언어를 이용해 소수의 교만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잉카는 하지만 자신은 최고의 무기인 언어를 현실정치에 투영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고백했다. 소잉카는 2010년 나이지리아에서 인민민주전선동맹(DFPF)의 당대표로 실험정치에 뛰어들었으나 설득을 앞세운 계도정치는 좌절됐다. ●“글쓸 자유·읽을 자유 있어야” 소잉카는 자신의 삶을 가리켜 “권력은 구속을 좋아하지만 창조는 끊임없이 영역을 개방하면서 안일함에 도전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억압’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인류는 동일하고 보편적인 생활방식을 갖고 있는데 이를 지역과 고정관념에 따라 규정짓는다면 억압이라고 했다. 아프리카 여성의 성년식을 예로 들면서 “여성이 전통에 따라 가슴을 드러내놓고 춤을 춰도 본인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면 야만적이 아니지만 특정국가의 상원의원처럼 7세 여아와 성매매를 갖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면 이것이 야만”이라고 강조했다. 수년 전 북한에 가 북한 작가들과 합동으로 문학 행사를 가질 계획이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는 경험담도 털어놨다. 소잉카는 “국제펜대회든 아니든 이런 단체는 일종의 부족이고, 이 부족에 소속된 이들의 임무는 한가지, 글쓰는 것”이라면서 “글을 쓰려면 자유가 있어야 하고, 쓴 글을 읽을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도 “소잉카 교수의 어린 시절, 나도 비슷한 시기에 나이지리아에 머물렀는데 내게 아프리카는 인간보다 자연의 비중이 더 컸다. 이는 식민 지배자의 관점이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르 클레지오는 이어 인터넷에 대한 정부의 규제에 대한 질문에 “커뮤니케이션을 규제할 때 신중하지 않으면 검열을 떠올리게 된다.”고 경계했다. ●르 클레지오 “소통 규제 경솔하면 검열” 한편 존 롤스톤 소울 국제펜 회장은 “신문지면에선 허용될 수 없는 비방과 인격파괴가 디지털(온라인) 세상에선 범람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일종의 권리장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경주선언’으로 불릴 이 선언은 오는 14일 총회에서 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오는 15일까지 진행될 이번 대회에선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이 고은 시인과 함께 ‘나의 삶 나의 문학’을 주제로 문학포럼을 열고 시낭송회 등의 행사가 마련된다. 또 탈북 문인 25명으로 구성된 ‘망명북한작가PEN센터’가 회원으로 가입한다. 이번 경주 대회에는 해외 문인 250여명과 국내 문인 300여명이 참석했다. 경주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경주선 ‘문학올림픽’

    ‘문학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 펜(PEN)대회가 오는 9일 천년 고도 경북 경주에서 막을 올린다. 국제펜클럽 한국본부(이사장 이길원)는 세계 작가 기구인 국제펜클럽의 연차 총회인 제78차 국제 펜대회가 오는 15일까지 7일간 경주에서 개최된다고 5일 밝혔다. 펜대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1970년과 1988년(이상 서울)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대회에는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씨와 한국 문학 전공자인 데이비드 매캔 미국 하버드대 교수를 비롯해 114개국에서 300여명의 외국 문인이 참가한다. 국내에서는 문학평론가 이어령씨와 소설가 이문열씨 등 600여명이 참가한다. 참가자들은 10일 개회식에 앞서 9일 불국사, 동리목월문학관, 대릉원 등을 탐방한다. 특히 12일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월레 소잉카(1986년), 오르한 파무크(2006년), 르 클레지오(2008년)가 동국대 경주캠퍼스 100주년 기념관에서 문학과 인권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국제 펜대회에 노벨상 작가가 3명이나 참가하는 것은 경주대회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전직 언론인인 사비오는 규칙적이고 편안한 삶을 유지했다. 수십 년 동안 허드렛일을 챙겨 온 하녀 다미아나가 일주일에 몇 번 찾아올 뿐 그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집 안에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지냈다. 매주 일요일마다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는 것으로 세상과 소통해 왔던 그는 어느덧 아흔 살에 이르렀다. 아흔이 되기 전날 그는 오랫동안 연락을 끊었던 늙은 포주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 처녀와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고 말한다. 어이없는 주문에 포주 로사 카바르카스는 준비하겠노라고 선뜻 답했고 아흔의 노인은 십대 소녀와 한 침대에 눕게 된다. 그것을 자신에게 주는 하룻밤 선물로 여긴 사비오는 이후 예기치 않은 상황에 면한다. 불현듯 그는 불안과 고통을 느꼈으며 이따금 솟아나는 질투심과 의혹이 평정했던 삶을 뒤흔들어 놓는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의 개봉은 조금 뜬금없다. 이미 절판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이 그리 인기 있는 작품이던가? 그건 아닌 것 같다. 이 영화의 개봉은 아마도 ‘은교’와 대중의 만남과 상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노작가와 소녀의 사랑 이야기란 점에서 두 작품은 얼핏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두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은교’의 이적요와 반대로 사비오(원작에는 따로 이름이 없다)는 한량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사창가를 들락거렸으며 창녀들과 즐긴 쾌락의 시간은 그가 평생 독신으로 사는 데 영향을 끼쳤다. 게다가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은 (영화에서 소녀의 관점을 일부 더하기는 했으나) 기본적으로 일방적인 사랑 이야기다. 드러나지 않게 사랑을 가꾸는 노인의 복잡한 심리가 극을 이끄는 주 동인이다. 사연이 어찌 됐든 이 영화를 한국에서 볼 수 있어 행복하다. 십대 창녀라는 소재에 편협하게 반응한 외국에서 이 영화가 제대로 개봉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여든 중반의 나이에 발표한 원작은, 마찬가지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잠자는 미녀’에서 따온 문구를 글에 앞서 소개한다. 삽입과 관련한 어떤 성적 관계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잠자는 미녀’의 문구는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의 이후 방향을 암시한다. 이것은 노인이 새로운 삶의 시작점에서 발견한 ‘위대한 첫사랑’의 이야기다. 사랑에 미친 노인은 칼럼을 연애편지로 바꾸어 버리고 넋을 잃은 채 방황한다. 좀 건방지게 굴자면 내 눈에는 아흔 노인이 참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지금껏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프란체스코 로지의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아르투로 립스테인의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는다’ 같은 거장의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마술적 리얼리즘의 대가인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이야기를 이미지의 리듬 위에 얹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작가와 동갑인 헤닝 카를센의 선택은 탁월하다. 전작들보다 판이할 정도로 단순한 원작은 영화와 근사하게 어울리며 인물과 비슷한 연배에 도달한 카를센은 대사 대신 선명한 이미지를 앞세워 표현할 줄 안다. 일인칭 시점의 소설에 몇몇 장면을 과감하게 집어넣어 관객의 이해를 돕기도 했다. 원작에서 노인이 억누르던 외침을 스크린 위로 불러낸 마지막 장면은 그중 압권이다. 19일 개봉. 영화평론가
  • 노벨문학상 마르케스 치매 투병

    노벨문학상 마르케스 치매 투병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콜롬비아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85)가 치매를 앓고 있다고 BBC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르케스의 동생 하이메는 최근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시에서 가진 한 강연에서 “형은 육체적으로는 건강하지만 오랫동안 치매를 앓아 왔다.”고 말했다. 그는 “치매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병”이라면서 “형은 이미 집필을 중단했지만 여전히 유머와 열정을 간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미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 문호인 마르케스는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1967) 등으로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최근 수년째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Weekend inside] 올해만 20여명… 노벨상 수상자 방한 급증 논란

    [Weekend inside] 올해만 20여명… 노벨상 수상자 방한 급증 논란

    세계 최고의 석학인 노벨상 수상자들의 한국행이 최근 몇 년 새 크게 늘고 있다. 올 들어 한국을 찾았거나 7월 방한이 확정된 수상자는 18명에 달했다. 지난 3월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존 번 델라웨어대 교수를 시작으로 이달 말까지 평균 일주일에 한 명 이상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 해 평균 3~5명의 수상자들이 찾았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하반기에도 문학상 수상자 3명이 방한할 예정이다. 올해만 20명 이상의 수상자를 국내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수상자들의 잦은 방한은 각종 학회 및 심포지엄 등에서 앞다퉈 초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회 및 심포지엄 등 행사 주최 측에서는 “행사의 ‘품격’을 높이는 동시에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석학들을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적인 섭외 탓에 수천만원대의 비싼 비용을 지출하는 데다 한 해에 두세 차례씩 한국을 찾는 수상자들도 등장, ‘식상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방한한 수상자들은 물리학상·화학상·의학생리학상뿐만 아니라 문학상·평화상·경제학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학회나 엑스포, 심포지엄 등의 기조연설자 자격으로 입국, 특별 강연회를 갖는다. 생화학분자생물학회는 지난달 연례국제학술대회에 2006년 의학생리학상을 받은 앤드루 파이어 미 스탠퍼드대 교수와 2008년 화학상 수상자 마틴 챌피 컬럼비아대 교수를 초청했다. 학회 측은 “노벨상 수상자의 참석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면서 “반응도 호평 일색이었다.”고 말했다. 행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수상자들의 방한은 한국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과도 직결돼 있다. 섭외가 그만큼 쉬워진 것이다. 대한화학회의 한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에 와 달라고 하면 일본을 가는 길에 거쳐 가거나 사양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 과학의 수준이 높아진 데다 대중 강연의 반응이 좋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먼저 접촉해 오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높은 ‘몸값’, 초청 비용이다. 학문 분야와 수상 연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수상자들은 대체로 한 차례 강연에 최소 2000만원 이상을 받는다. 1등석 왕복 비행기표와 특급호텔 숙식 등 체재비는 별도다. 배우자 동반에 따른 비용도 초청자 측의 몫이다. 최근 수상자일수록,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일수록, 경제학상 수상자일수록 초청 비용이 비싸진다. 이들의 경우 강연비용만 5000만원을 훌쩍 넘는 사례도 흔하다. 이 때문에 몇몇 수상자는 일년에 두세 번씩 찾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행사 주최 측이 ‘노벨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학회를 준비하는 한 관계자는 “윗사람들이 꼭 수상자를 섭외해야 한다고 해서 20~30년 전 수상자까지 찾아보고 있다.”면서 “학문적 흐름과도 상관없고, 매번 똑같은 강연만 해 기피 대상이 된 수상자라도 데려오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노벨상 수상자를 초청했던 한 학회장은 “노벨상에 대한 꿈을 심어 줄 수 있는, 연구에 대한 집념이나 아이디어 등을 본받을 수 있을 만한 인물인지 등을 충분히 따져 초청하면 비용이 아깝지 않다.”면서 “경쟁적인 초청은 노벨상 콤플렉스를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권태기 중년부부의 ‘이상한 불륜’

    권태기 중년부부의 ‘이상한 불륜’

    연극 ‘러버’(The lover), 19세도 아닌 20세 관람가다. 거리에 붙은 홍보 포스터에는 나체의 섹시한 여성을 한 남성이 백허그하고 있다. 에로 여배우를 활용한 포스터로 대단히 유혹적이다. 그래서 포스터만 봤을 땐, 서울 대학로의 소극장 연극인가 싶기도 하다. ‘러버’는 권태기에 빠진 한 중년 부부의 이야기다. 남편은 출근하며 아내에게 묻는다. “당신 애인 오늘 집에 몇 시에 들리지?”라고. 이에 아내는 “3시, 3시에 오기로 했어요.”라고 웃으며 답한다. 비정상적인 이런 대화는 관계 회복을 위한 눈물겨운 사투 그 자체다. 권태기에서 벗어나고자 서로 불륜 상대가 있음을 인정하고, 서로 질투하며 둘 사이의 관계에 ‘밀당’(밀고 당기기)이라는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다. 사이코 심리극인가 싶을 정도로 비정상적인 대화들이 오고 간다. 하지만 극을 5분가량 남기고 비로소 이러한 비정상적인 대화들이 왜 계속 오갔는지, 관객은 깨닫게 된다. 이들 부부의 불륜은 우리가 아는 불륜과 궤를 달리하고 있다. 남녀 배우가 나체로 등장하는 장면이 70분 러닝타임 중 1분가량 되지만, 포스터와 달리 야하지 않다. 남녀가 아닌 인간관계의 허무함에 대한 무게감을 더한다.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부의 이야기란 점에서 관객의 결혼 여부는 극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부부, 권태기, 남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미혼자보다 기혼자들, 특히 40~50대에서 공감의 폭이 더 넓을 수 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영국 작가 해럴드 핀터의 대표작인 ‘러버’는 국내에서는 1974년 ‘티타임의 정사’라는 이름으로 극단 실험극장과 극단 민중극장의 레퍼토리 공연으로 여러 차례 공연됐다. 자극적인 포르노그래피로 접근한 아류작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계기도 됐다. 70분이 러닝타임 중 눈에 띄는 건 잘 만들어진 무대이다. 무대도 배우 같다. 360도 회전식 무대는 전혀 다른 두 개의 공간을 잘 표현했다. 이 작품을 위해 독일에서 생활하다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는 이승비(36)의 농염한 몸짓도 극의 긴장도를 높인다. 남편 리차드 역의 송영창(54) 역시 연륜 있는 배우인 만큼,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연기력이 상당하다. 8월 13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자유소극장. 3만~4만원. (02)766-6007.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연극·뮤지컬

    ●뮤지컬 ‘헤드윅’ 8월 11일부터 10월 21일까지 서울 KT&G 상상아트홀. 싸구려 의사 때문에 성전환 수술에 실패한 동베를린 출신의 트랜스젠더 로커의 이야기를 담은 ‘헤드윅’은 파격적인 소재와 강렬한 음악, 독특한 스타일로 꾸준히 사랑받는다. 이번 공연에선 배우 오만석이 7년 만에 컴백한다. TV와 무대에서 맹활약하는 박건형이 헤드윅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5만 5000~6만 6000원.(02)3404-4311. ●연극 ‘더 러버’(The lover) 8월 1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영국 작가 해럴드 핀터(1930~2008)의 대표작을 바탕으로 한 연극으로 평범한 중산층 부부의 평화로운 일상 한가운데서 벌어지는 이중생활을 통해 관계 회복을 위한 처절함을 전한다. 치정을 둘러싼 남녀의 차이, 관계의 공허함을 까발린다. 3만~4만원. (02)766-6007.
  • 노벨상 받은 작가 만나볼까

    노벨상 받은 작가 만나볼까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2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관람객들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특별전시관에 꽂힌 책들을 살펴보고 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日 오이원전 재가동 새달 최종 결정 앞두고 여당·시민단체 반대운동 확산

    일본 정부가 다음 달 초순쯤 후쿠이현 오이원전의 재가동을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집권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의 반대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시민단체의 반대 서명운동이 확대일로에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는 원전이 위치한 후쿠이현 등의 동의를 얻어 여름철 절전이 시작되는 7월 2일 이전에 가동할 예정이다. 원전 재가동이 이뤄지면 지난해 3월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이 재개되는 첫 사례가 된다. ●민주당 의원 100여명 반대 서명 하지만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 등 민주당 소속 의원 100여명이 원전 가동 반대에 서명하는 등 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원전 재가동 방침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다 시민단체의 반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시민단체 ‘사요나라 원전, 1000만명 행동’ 실천위원회가 탈원전 에너지 정책을 요구하며 전국에서 펼치고 있는 서명운동에 지난 5월 말까지 국내외에서 722만 명이 서명했다. 이 서명운동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와 작곡가인 사카모토 류이치 등의 주도로 지난해 5월부터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새달 10만명 참가 원전 반대 집회 시민단체는 조만간 노다 총리에게 국민 서명 명단을 제출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간사이전력 산하 오이원전을 재가동하지 말 것을 호소할 예정이다. 시민단체는 다음 달 16일 도쿄에서 10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원전 반대 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일반 시민들의 여론도 원전 재가동에 회의적이다.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2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이원전의 재가동을 54%가 반대하는 등 여전히 반대 여론이 우세해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중국 문화대혁명의 광기 적나라하게 그리다

    중국 문화대혁명의 광기 적나라하게 그리다

    “일이 이렇게 이루어졌다.” 장편소설 ‘사서’(四書)(자음과모음 펴냄)에는 이런 표현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그 앞의 사정은 ‘부조리하게’ ‘부정하게, 거짓이 난무하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이해는 전혀 안 되지만’이라는 말이 숨어 있는 것 같다. 중국의 노벨문학상 후보 1호로 꼽히는 옌롄커(54)의 ‘사서’(四書)는 논어·맹자·대학·중용 등의 중국 고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소설 속 ‘나’로 지칭되는 작가가 쓴 4권의 책을 말한다. ‘죄인록’과 ‘옛길’ ‘하늘의 아이’ ‘시시포스의 신화’ 등이다. 문화대혁명 시기에 강제노동수용소에 끌려온 작가는 그 수용소 사람들을 감시하는 ‘죄인록’을 쓰도록 요구받는다. 그는 ‘죄인록’을 쓰면서 한편으로 ‘죄인록’을 작성하라고 받은 종이와 잉크를 빼돌려 남몰래 자신의 최대 걸작인 ‘옛길’을 쓰기 시작한다. 소설은 이 4권의 책에서 발췌한 내용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소개하는 것으로 전개된다. 소설 속에 소설을 배치한 액자소설로, 다양한 시점이 공존한다. 장르도 다양하다. ‘죄인록’은 정부 보고서와 비슷하고 ‘하늘의 아이’는 철학 연구서 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하다. 99구 강제노동수용소에 개인의 이름이란 없다. 개조돼야 할 대상으로서 존재할 뿐이다. 개조를 맡은 사람들도 이름이 없다. 99구의 책임자는 볼의 홍조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앳된 10대 공산당원으로 그저 ‘아이’로 지칭되고 아이의 위에는 ‘상부’와 ‘현장’ 등 역시 이름 없는 책임자들이 존재한다. 아무리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아이’도 1무(660㎡)에서 600근의 농업 생산량을 내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문화혁명기의 중국에는 현장이 아무리 “1무에 1만근은 거짓이다. 불가능하다.”고 강하게 이야기해도 그만큼 소출을 낼 수 있다고 거짓 보고서를 내는 지도자들(또 다른 아이)이 허다했다. 다른 강제노동수용소보다 9배 많은 지식인을 관리해야 하는 아이는 “125개의 붉은 종이꽃을 모으면 5개의 별로 바꿔주고 이를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난 증거’로 삼아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려보내겠다.”고 약속한다. ‘홍화오성제’다. 사람들을 어떻게 조종해야 하는지 아이는 금방 알아낸다.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경쟁을 시킨다. 거짓말도 한다. 그러나 이 희망은 집으로 돌아가기에 충분한 꽃을 모으지 못한 사람들이 각자의 꽃 개수를 알 수 있는 아이의 천막을 태워버리면서 사라진다. 붉은 종이꽃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던 아이의 손에는 이제 권총이 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점잖고 고상하다고 알려진 지식인들이 붉은 종이꽃을 얻기 위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비밀을 밀고하거나 눈앞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게 다반사이고 아이의 집권 기반을 마련해주는 철학과 방법론도 제공한다.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 같다. 역사의 비극은 이런 지식인들의 자발적인 ‘지적 매춘’ 탓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소설을 쓴 옌롄커는 “중국에는 인민을 해방시킨 진짜 혁명도 있었지만 문화대혁명처럼 미친 혁명도 있었다. 문학은 이런 잘못된 혁명에 대해선 질문하고 해체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주 중국에서 출판을 거부당한 작가는 이 소설을 2011년에 완성했지만 “이전 저작과 완전히 다른 찬사를 받는 동시에 더 강하고 빈번한 거부를 당했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인도 품바’ 대학로서 만나자

    ‘인도 품바’ 대학로서 만나자

    종로구는 오는 6~7일 혜화동 대학로에서 인도 민속음악 ‘바울’을 주제로 한 거리공연(Good Street:INDIA)을 선보인다고 3일 밝혔다. 인도문화원이 후원한다. 인도 벵골 지방의 전통음악인 ‘바울’은 산스크리트어로 ‘바람에 사로잡힌 자’라는 뜻을 담고 있다. ‘방황하는 음유시인’이라는 의미도 있어 ‘품바’를 연상시킨다. 비유나 수수께끼를 넣어 다소 내용이 난해할 수 있지만 인생의 비애나 남녀의 사랑, 삶과 죽음 등 철학적인 의미를 다양하게 품었다. 1913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인도 시인이자 사상가 타고르(1861~1941)에 의해 바울의 시적 표현법과 음악적 가치가 재평가됐고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번 행사는 대학로 타고르 흉상 설치 1주년 기념으로 마련됐다. 타악기 ‘태고’를 반주로 사용하고 ‘에크타라’, ‘코모크’ 등 현악기도 동원해 노래하고 춤추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거리공연은 6일 오후 5시와 7시 각각 한 시간씩 마로니에공원 좋은공연안내소 앞 특설무대에서 진행된다. 7일에는 오후 4시 지하철 4호선 혜화역 1번 출구 타고르 흉상 앞에서 공연을 갖고 7시 30분부터는 연건동 대학로극장에서도 행사가 열린다. 미국의 팝 가수 밥 딜런(71)과 함께 공연하며 음악적 영감을 선사한 음유시인 ‘푸르나 다스 바울’도 무대를 빛낸다. 김영종 구청장은 “종교적 전통을 바탕으로 낯설면서도 신선한 인도음악을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라고 말했다. 또 “많은 시민이 가족과 함께 이색 공연을 관람하며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三國志’ 권모술수 백과사전

    ‘三國志’ 권모술수 백과사전

    ‘쌍전’(류짜이푸 지음, 임태홍·한순자 옮김, 글항아리 펴냄)은 속이 후련해지는 책이다. 저자는 중국 문학의 4대 기서로 꼽히는 삼국지, 수호지, 홍루몽, 서유기 4권 가운데 삼국지와 수호지 두 책을 쌍전(雙典)이라고 지칭한 뒤 혹독하게 비판한다. 홍루몽과 서유기는 “그래도 동심(童心)과 불심(佛心)이 있”지만, 수호지와 삼국지는 “전자에는 흉악한 마음이, 후자에는 교활한 심보가 충만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폭력과 권모술수를 숭배하는 책들이어서다. “이 두 권의 ‘위대한 고전 명저’에 심취하고 있을 때 지옥에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면서 쌍전을 일컬어 ‘지옥의 문’이라고 부른다. 아니, 그렇게 위험한 책이 왜 수백년간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단 말인가. 저자는 쌍전의 문학적 성취는 탁월하다고 본다. 수호지는 독특한 캐릭터, 그것도 3~4명도 아니고 108명에 이르는 엄청난 수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만들어 냈다. 삼국지는 수호지에 비하자면 조조, 유비, 관우, 제갈량 같은 몇몇 전형적인 인물을 만들어 내는 데 그쳤지만, 그 인물들이 너무나 성공적이어서 대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문학 비평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 서사예술이 매우 높은 단계에 이르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문학’ 비평과 ‘문화’ 비평을 구분한다. 일본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의 예를 든다. “미시마는 문학적인 파급력, 영향력 면에서 높게 평가받을 수 있지만 노벨문학상 비평가들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오에 겐자부로에게 노벨상의 영광을 안겼다.” 미시마가 추구한 무사도 정신에다 노벨상과 문학이 지향하는 고귀한 이상을 내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도 비교한다. 맥베스 역시 폭력과 권모술수에 대한 얘기다. 그러나 권력찬탈 과정에서 도덕적 각성 문제도 함께 다룬다. 단순히 맥베스가 몰락했다는 권선징악적 구조 때문이 아니라, 맥베스의 독백을 통해 끊임없이 그 괴로움에 대해 언급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쌍전에는 이런 도덕적 괴로움에 대한 언급이 단 한 곳도 없다. “두 나라 소설의 사상적인 경지, 인생의 경지, 미학적인 취미는 그 차이가 하늘과 땅처럼 컸다.”고 본다. 저자가 이런 관점을 취하는 이유는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 정부의 압박으로 전 세계를 떠돌아다녀야 했던 경험과 관련 있다. 저자는 중국이 겉으로는 마르크스주의니 마오주의니 하지만 “잠재의식 차원에서는 여전히 쌍전의 통치를 받았다.”고 본다. 실제 저자가 문화대혁명 당시 어떤 홍위병 조직의 승리비결을 들여다봤더니 이런 내용이 들어 있었다. “첫째, 성실성은 필요없다. 둘째, 사당(死黨)을 결성한다. 셋째, 상대방에 먹칠을 한다.” 문화대혁명이란, 삼국지의 ‘도원결의’(桃園結義)를 흉내낸 각 파당들이 수호지의 ‘조반유리’(造反有理)를 실행한 난잡한 쇼였다는 것이다. 해서 저자는 1부 수호지 비판, 2부 삼국지 비판을 통해 조반유리와 도원결의라는 것이 얼마나 한심하고 웃긴 논리인지 조목조목 지적한다. 사실 수호지는 워낙 그 내용이 폭력적이어서 비판이 손쉽다. 그래서 눈길을 끄는 것은 도원결의에 대한 비판이다. 이 문제를 다룬 7장 ‘의리의 변절’은 이 책의 백미다. 저자의 탁견을 엿볼 수 있는 구절들이 넘쳐난다. 저자가 고문헌을 보니 원래 의(義)는 순수한 우정이었다. 서양에서 이것은 정의(正義)로, 중국에서는 인의(仁義)로 발전했다. 그런데 ‘의’자에 결(結)자가 붙었다.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다. 남을 배제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우리끼리 나눠 가질 이익이 있다는 뜻이다. 저자가 “결의의 의란 단지 패거리 집단의 협소한 윤리에 불과한 것이지 결코 사회의 일반적인 윤리가 아니다.”라고 말한 이유다. 자기네들끼리 화목하지도 않다. 이익이 걸려 있어서다. 저자는 “역사는 결의, 즉 형제간의 맹세는 결코 믿을 수 없다는 것을 부단히 증명했다. ‘의’는 최후에 결국 ‘이익’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역사상 수많은 형제들이 결의해 수많은 반란을 추진했지만, 일단 반란이 성공하면 “수많은 형제들이 의심받고 살해당했다.”는 것. 저자의 이런 날선 비판에 속이 시원해지다가도, 꺼림해지기도 한다. 저자가 한(漢)족 민족주의에 매여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가령 “중화민족의 가장 원시적인 기질” 운운하면서 오스발트 슈펭글러의 논의를 빌려 원형(原形)문화와 위형(僞形)문화를 논하는 대목, 쌍전이 명나라 말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출몰했고 삼국지가 일러준 반간계에 걸려들지 않았더라면 만주족이 중원으로 진입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대목, 명대에 유행한 양명학을 ‘위대한 심학(心學)’이라고 거듭 예찬(정통 성리학은 마음을 중시하는 양명학이 불교와 비슷하다 해서 이단 취급한다.)하는 대목 등이다. 한족이 제 앞가림을 잘못해 만주족이 집권했고 그 만주족이 이상한 문화를 만들었다는 뉘앙스 같다. 그런데 저자가 쌍전과 비교하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는 홍루몽은 청나라 때 대히트를 기록한 작품이다. 청나라 ‘덕’은 없고 청나라 ‘탓’만 느껴진다. 쉽게 말해 민족성과 국민성을 운운하는 이론에 대한 의문과 연결된다. 이는 저자가 문예이론가로서 루쉰의 영향권에 있다는 점 때문으로 보인다. 청말 만주족 때문에 나라가 위기에 처했다는 한족 지식인들의 민족주의적 주장이 은근히 깔려 있는 것이다. 1만 8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서울 국제여성영화제 열린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출범한 서울 국제여성영화제가 어느덧 14회를 맞는다. 새달 19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신촌 아트레온과 CGV송파, 한국영상자료원 등에서 30개국 120편(장편 44편, 단편 76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 시절 정치적 도피를 감행한 모녀의 이야기를 담은 파울라 마르코비치 감독의 ‘더 프라이즈’가 개막작으로 선보인다. 전체주의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이뤄지는 파시즘적 훈육과 군대를 찬양하는 웃지 못할 의식들을 어린 딸 세실리아의 눈으로 그린다. 아르헨티나 출신이지만 정치적 이유로 멕시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마르코비치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촬영상과 프로덕션디자인상을 받았다. 서울 국제여성영화제의 얼굴 격인 ‘새로운 물결’ 섹션에서는 최근 1~2년간 제작·발표된 여성감독들의 수작을 집중 조명한다. ‘파니핑크’(1994),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2008), ‘헤어드레서’(2010)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도리스 되리 감독의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에 우선 눈길이 간다. 고국의 내전을 피해 베를린으로 떠나왔지만, 불법체류자인 탓에 불법성매매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리나와 집 없이 떠도는 펑크족 칼리가 극단적 상황에 내몰리면서 빚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글렌 클로즈 주연의 ‘앨버트 놉스’ 국내 개봉이 요원한 터라 이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1982년 오프브로드웨이 연극 ‘앨버트 놉스의 혼자인 삶’에서 살아남고자 어쩔 수 없이 남장 여인이 된 비운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부터 클로즈는 영화화를 꿈꿨고, 30년 만에 결실을 보았다. 클로즈는 주연과 공동각본을 맡았다. 감독 로드리고 가르시아는 ‘백 년 동안의 고독’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아들이다. 이 밖에 배우 줄리 델피의 4번째 장편연출작 ‘스카이랩’과 폴란드 출신의 논쟁적 감독 마우고시카 슈모프스카와 명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만난 ‘엘르’,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테디베어상(동성애자 필름 부문)을 수상한 셀린 시아마 감독의 ‘톰보이’ 등도 두고 볼 만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과테말라 ‘독재통치자’ 해부

    잘 알려진 중남미 출신 작가로는 ‘백년의 고독’을 쓴,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멕시코)와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루 코엘류(브라질), 197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급진좌파 시인 파블로 네루다(칠레) 정도가 아닐까 싶다. 중남미 출신으로는 두 번째로 1967년 노벨문학상을 차지한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과테말라)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아스투리아스의 ‘대통령 각하’가 을유세계문학전집의 통권 50권으로 나왔다. 이 작품은 1892년부터 1920년까지 22년간 과테말라를 독재통치한 마누엘 에스트라다 카브레라 정권을 배경으로 하는 자전적 소설인데, 1980년대 운동권 출판사가 한 차례 소개했다가 쭉 묻혀 있던 소설을 을유문화사가 30년 만에 다시 불러낸 것이다. 올해 12월 대선이 있기 때문에, 또 우리가 잘 모르는 유명한 중남미 작가이므로 ‘대통령 각하’는 더 관심을 두고 읽을 만한 소설이라고 하겠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엄마를 부탁해’ 英문학상 후보에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영어판이 영국에서 문학상 본심 후보에 올랐다. 8일 이구용 케이엘매니지먼트 대표와 문학상 주최 측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번역가 김지영씨가 영어로 옮긴 ‘엄마를 부탁해’는 올해 ‘인디펜던트 외국 소설상’에서 본심에 해당하는 롱리스트 15편에 이름을 올렸다. ‘엄마를 부탁해’ 외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움베르토 에코의 ‘프라하 공동묘지’, 옌롄커의 ‘딩씨 마을의 꿈’ 등이 후보에 올랐다. 해마다 노벨문학상의 유력 후보로 꼽히는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와 주목받는 독일 작가 유디트 헤르만의 작품도 포함됐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990년 제정해 현재 독서단체 북트러스트가 주관하고 있는 ‘인디펜던트 외국 소설상’은 지난 한 해 동안 영국에서 번역, 출간된 현존 외국 작가의 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상이다. 심사위원들은 15편의 작품 가운데 새달 12일 6편의 최종심 후보를 선정해 발표하며, 5월 14일 런던의 영국건축학회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최종 수상작이 가려진다. 수상작 작가와 번역가에게는 각각 5000파운드의 상금이 주어진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지성인들의 독서와 인생

    “더운 밥과 찬 술을 구하듯 매일 책을 찾아 읽으며 조금씩 진화해서 온유한 인격을 갖게 되리라고 믿는다. 한편으로 책읽기는 밥을 구하는 노동과 관련이 있으며, 고루함과 독단에서 벗어나는 영혼의 수행을 위한 장엄미사, 번뇌를 끊고 열반 정적으로 나아가기 위한 참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먼저 책읽기는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지적인 흥분과 열락감을 준다. 책읽기가 즐겁지 않고, 기분이 화창하지 않다면 나는 기꺼이 책읽기를 그만둘 생각이다.” 1년에 1000여권, 1주일에 2박스 분량의 책을 사고 속속히 읽어내는 독서가이자 시인인 장석주의 이야기다. 그는 제대로 된 니체 전집을 읽고 싶다는 희망을 실현하고자 전세금을 빼 출판사를 차리고, 니체 전집을 내놓은 출판인이기도 하다. 장석주에게 책은 밥이다. 또한 대학 진학을 거부한 장석주에게 책은 대학이자 대학원이었다. ‘살아있는 도서관’(장동석 지음, 현암사 펴냄)은 성인 한 명이 한 해 책 한 권 읽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시인 장석주를 비롯해 고은, 박원순 서울시장 등 23인의 ‘책읽는 즐거움’을 설파한 책이다. 덕분에 수많은 책 제목이 이 책 안에서 명멸하고 있다. ‘시인은 우주의 고아’라고 명명한 고은은 젊어서는 책과 먼 삶을 살았다고 했다. 하지만 고은은 이제 “나는 읽을 때만 행복을 누린다. 그리고 곧바로 잊어버린다.”고 알송달송하게 말한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주인공으로 거론되는 고은은, ‘시즌’이 시작되면 집을 떠난다. 고은은 “(노벨문학상) 그 일이 나를 긴장시키고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죠. 몇 년 동안 그 일을 반복하면서, 여기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지금 문 밖에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내 방에도 가득한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한국의 지성 23명이 선택한 7권의 책도 부록처럼 붙어 있다. 잡지 ‘사상계’와 ‘기독교사상’, ‘뜻으로 본 한국역사’, ‘아Q정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전환시대의 논리’, ‘역사란 무엇인가’ 등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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