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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노벨상 22인 초상화’…교보문고, DJ·카뮈 등 상설전시

    노벨상 수상자 22인의 초상화가 교보문고를 찾는 독자들을 반긴다. 교보문고(대표 허정도)와 대산문화재단(대표 신창재)은 교보문고 광화문점 세종로 지하 출입구에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를 상설 전시한다고 8일 밝혔다. 9일 문을 열 전시공간에는 T S 엘리어트, 알베르 카뮈, 가르시아 마르케스 등 노벨 문학상 수상자 12명을 비롯해 김대중 전 대통령,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노벨 물리학·화학·생리의학·경제학·평화상 등 총 6개 부문 수상자 22명의 초상화가 내걸린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자위권에 둘로 갈라진 일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던진 ‘집단적 자위권 행사’라는 화두가 일본을 극심한 분열로 몰아넣고 있다. 전후 일본을 지탱해 온 평화헌법을 공동화(空洞化)시키고 69년 만에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든 지난 1일 각의(국무회의) 결정에 일본 언론과 시민사회의 반응은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2일 아사히신문 등 진보 성향 언론과 요미우리신문 등 보수 성향 언론의 논조는 확연히 엇갈렸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의 각의 결정을 “(전쟁과 무력행사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를 무너뜨리는 해석 개헌”, “폭거”라고 규정하고 사설을 통해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 가까이 쌓아 온 민주주의가 이렇게 간단히 짓밟히는 것이냐고 개탄했다. 마이니치신문도 무력행사 신(新)3요건에 등장하는 ‘명백한 위험’ ‘우리나라의 존립’ 등의 단어가 멋대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요미우리신문은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일본의 평화, 안전을 확고히 하는 역사적 행위라고 규정하고 아베 총리가 흔들리지 않는 자세로 일관한 것이 결실을 낳았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결정이 아시아의 안정을 지키고 전쟁을 막는 데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이날 교도통신 여론조사 결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에 반대하는 응답이 54.4%로 찬성(34.6%)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국민 여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학계의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헌법학자와 작가로 구성된 ‘전쟁을 하지 않는 1000인 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는 1일 기자회견에서 “나는 헌법이 정한 평화와 민주주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아베 총리는 전후 일본을 나쁜 시대라고 생각하고 헌법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여행 가방]

    대한민국 관광사진 공모전 개최 한국관광공사가 제42회 대한민국 관광사진 공모전을 개최한다. 공모 주제는 ‘한국의 관광 매력’이며 자연경관, 문화, 전통, 건축, 공연, 문화관광축제, 한스타일, 체험관광 등의 디지털 및 슬라이드 사진이 대상이다. 접수 기간은 오는 8월 20~27일, 당선작은 오는 10월 15일 발표 예정이다. 홈페이지(kto.visitkorea.or.kr) 참조. 대천 파로스, 리뉴얼 오픈 이벤트 한화리조트 대천 파로스가 리뉴얼 오픈 3주년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리조트 무료숙박권, 워터피아 무료 이용권 등을 경품으로 걸고 오는 7월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퀴즈 이벤트를 진행한다. 또 7월 1~17일 송림 바비큐장 이용 고객이 조식 뷔페 이용 시 바비큐장 영수증을 제출하면 부모 동반 어린이 2명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같은 기간 주중 투숙고객 대상으로 착시체험 테마파크인 ‘박물관은 살아있다’ 입장권도 무료도 준다. (041)931-5500. 득량역에서 봉숭아 꽃밭 만들기 코레일이 전남 보성 득량역에 4000㎡의 봉숭아 꽃밭을 조성하고 오는 7월 5일까지 관광객이 직접 참여하는 봉숭아 꽃밭 만들기 행사를 진행한다. 득량역을 찾는 관광객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061)749-2666. 노르웨이 7월 여름축제 풍성 긴 겨울을 보내고 여름을 맞은 노르웨이에서 오는 7월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스칸디나비아 최고의 재즈축제로 꼽히는 콩스베르그 재즈 페스티벌은 2~5일, 사미족(族)들이 벌이는 리뚜리뚜 축제는 9~13일, 북유럽 최고의 음식축제로 꼽히는 글래드맷 페스티벌은 23~26일,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함순을 기리는 함순데이는 오는 30일~8월 4일 각각 개최된다. 괌에서 즐기는 ‘BBQ 블록 파티’ ‘BBQ 블록 파티’가 오는 7월 5일 괌의 중심지 ‘플레저 아일랜드’에서 오후 5시 30분~10시 열린다. 우리나라를 비롯, 총 14개 팀이 참가한다. 괌 BBQ 블록 파티 참가는 무료다. 가루다 항공 인천~발리 편도 31만원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은 인도네시아 최대 명절인 르바란을 기념해 오는 7월 20~25일 출발 여행객을 대상으로 인천~발리 구간 항공권을 편도 총액 31만원, 왕복 총액 56만원부터 판매한다.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서프라이즈’ 채플린 아내 우나 오닐, “남편을 지키기 위해 무덤을...”

    ‘서프라이즈’ 채플린 아내 우나 오닐, “남편을 지키기 위해 무덤을...”

    MBC ‘서프라이즈’는 8일 찰리 채플린과 아내 우나 오닐의 사랑을 다뤘다. ‘단 한 사람을 위한 사랑’에서 슬랩스틱 코미디의 제왕, 찰리 채플린의 무덤에 대한 사연을 공개했다. 무덤은 콘크리트로 덮여 있었다. 그런데 관을 단단히 봉해버린 장본인은 채플린의 네 번째 아내 우나 오닐이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유진 오닐의 딸 우나 오닐은 36세 연상인 찰리 채플린을 사랑했다. 짝 사랑이었다. 당시 찰리 채플린의 전 부인들은 모두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하려고만 한 탓에 마음이 편치 않았던 상황이었다. 찰리 채플린은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우나 오닐의 변함 없는 사랑에 1년만에 결혼을 약속했다. 사랑은 순탄하지만 않았다. 전 부인 조안 배리가 친자소송을 제기했다. 여론 또한 찰리 채플린을 비난했다. 우나 오닐만은 곁을 지켰다. 찰리 채플린은 비밀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우나 오닐과 미국을 떠나 스위스에 안착했다. 우나 오닐은 아버지와도 의절했다. 찰리 채플린은 88세로 생을 마감했다. 우나 오닐은 매주 찰리 채플린의 묘지를 방문하며 곁을 지켰다. 그러나 오닐이 잠시 스위스를 떠난 사이 찰리 채플린의 시신이 도난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신은 오래지 않아 찾았지만 우나 오닐은 시신을 지키지 못한 것을 슬퍼했다. 결국 우나 오닐은 도굴을 막기 위해 찰리 채플린의 묘지를 콘크리트로 봉했다. 찰리 채플린은 자서전에서 ‘우나 오닐을 일찍 만났더라면 사랑을 찾아 헤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세상의 단 한 사람에게만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라며 우나 오닐에 대한 사랑을 남겼다. 서프라이즈 찰리 채플린 우나 오닐 소식에 네티즌들은 “서프라이즈 찰리 채플린 우나 오닐, 눈물겹네”, “서프라이즈 찰리 채플린 우나 오닐, 감동적이네”, “서프라이즈 찰리 채플린 우나 오닐, 짠하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이미지 인문학 1(진중권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전방위 문화평론가로 분류되는 저자가 현실과 가상이 중첩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를 통해 디지털 기술이 빚어낸 미학적 패러다임의 변화의 보여준다. ‘파타피직스’란 형이상학을 의미하는 ‘메타피직스’를 패러디한 개념이다. ‘온갖 우스꽝스러운 부조리로 가득 찬 사이비 철학’을 뜻하며 프랑스의 극작가 알프레드 자리가 처음 제시한 이후 호안 미로, 마르셀 뒤샹, 장 보드리야르 등이 그 개념을 받아들였다. 책은 회화, 사진 등의 전통적 이미지뿐만 아니라 사물, 생물, DNA, 비트, 나노 등 다양한 디지털 이미지를 제시하면서 오늘날 기술 매체와 관계를 맺은 인간의 정신을 탐구한다. 현대인들은 특정 기술을 받아들일 때 그 기술의 창조자가 의도한 사유의 패러다임까지 무의식적으로 수용한다는 것이다. 기술의 본성에 대해 철학적인 성찰을 하도록 이끈다. 336쪽. 1만 7000원. 세상을 바꾼 작은 우연들(마리 노엘 샤를 지음, 김성희 옮김, 윌컴퍼니 펴냄) 세균으로부터 생명을 구한 항생제 페니실린, 수술의 고통을 덜어 주는 마취제, 꺼져 가는 심장을 살리는 심박 조율기, 운전자들을 보호하는 안전유리…. 인류의 삶을 발전시킨 발명품들의 공통점은 거짓말처럼 우연히 탄생했다는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발명품 중에서도 뜻밖의 계기로 빛을 본 50가지를 추려 소개한다. 화약의 재료인 나이트로글리세린을 안전하게 길들이는 방법을 우연히 발견한 뒤 다이너마이트를 만든 노벨, 부주의로 페니실린이 탄생한 사연 등이 다양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다. 행운으로 이어진 실수, 큰 소득을 낳게 한 부주의, 더 큰 열매를 맺게 해 준 실패 등은 책 읽는 맛을 일깨워 주는 동시에 예측 불가한 인간 삶의 묘미까지 생각해 보게 한다. 280쪽. 1만 5000원. 로베르토 볼라뇨 컬렉션(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우석균 등 옮김, 열린책들 펴냄) 남미 문학의 거장 로베르토 볼라뇨의 소설 작품 컬렉션이 완간됐다. 지난 5년간 출간된 그의 소설은 2010년 ‘칠레의 밤’부터 ‘야만스러운 탐정들’(2012), ‘2666’(2013), ‘아이스링크’(2014)에 이르기까지 12종 17권이다. 200매 원고지로 따지면 1만 8220매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1993년 데뷔 이후 작품 발표 때마다 스페인권의 문학상을 휩쓸며 ‘제2의 마르케스’로 불린 볼라뇨는 문학의 역할과 악의 근원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작품에 녹여 왔다. 그의 작품은 1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 독자들에게 ‘볼라뇨 전염병’이라고 불리는 현상을 일으켰다. 출판사는 볼라뇨 작품 완간을 기념해 컬렉션 도서를 특별 제작한 목재 책장에 담은 한정판 세트를 내놨다. 전권 21만 4600원. 자본주의와 노예제도(에릭 윌리엄스 지음, 김성균 옮김, 우물이 있는 집 펴냄) 서양 역사의 근본적 치부인 자본주의와 노예제도의 태생적 내연 관계를 폭로한 책. ‘노예해방의 진정한 원동력은 인도주의가 아니라 경제 논리’라는 주장을 담은 책은 1944년 출간 당시 많은 반론을 유발했으나 결과적으로 노예해방에 대한 기존 관념을 뒤집는 역사적 명저로 자리 잡는다. 저자는 트리니다드 토바고 공화국 총리를 역임한 정치인이자 학자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역사학과 정치학을 전공했다. 초기 자본주의를 대변하는 식민자본주의가 태동기부터 노예제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이를 활용한 덕분에 중기 자본주의, 즉 산업자본주의로 순조롭게 이행했음을 풍부한 증거 자료와 치밀한 분석을 통해 보여준다. 472쪽. 2만 4000원.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새뮤얼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새뮤얼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지하철 1호선과 7호선 환승역인 도봉산역 승강장에서 흰색 정장 차림의 중년 여성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근처에는 등산복 차림의 사람, 눈을 감고 앉아 있는 사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 저녁 7시 3분. 여인:(혼잣말로) 워매~. 귀신이 물어가겄네. (스마트폰을 입쪽으로 대고) 여보세요? 아, 거그 워디여? (스마트폰을 귀로 옮겨) 뭐? 도봉역? 아, 어쩌자고 여적치 거그 있디야? (목소리를 높여) 뭔 소리여 시방? 내에~ 거그 있다가 없어서 여그로 왔구만. (더 큰 소리로) 내 참, 여그가 워디긴 워디여? 도봉산역이랑게. 도봉이 있고, 도봉산이 있당게. (들리는 않는 듯) 여보세요? 여보세요? …. (발이 아픈지 구두에서 한쪽 발을 빼내 꼼지락거리며) 아이고 다리야, 아이고오, 아이고오~. 한 시간을 이러고 돌아댕겼네. 다시 여인의 스마트폰이 울린다. 여인:(악을 쓰다시피) 여보세요? 아, 여그 도봉산여억~! 거그서 하나 더 오믄 도봉산역이랑게…. 그라믄 거그서 택시를 타고 일로 오등가. 승강장의 사람들은 모두 여인을 쳐다본다. 여인:(기운이 빠진 듯) 그라믄 아예 수락산역에서 만나. 그래, 수!락! 산! 역! (버럭 소리를 지르며) 아, 워치케든 와. 이러나저러나 거그로 가야항게. (전화를 끊고) 귀신이 물어가겄네. 워매 환장하겄네. 수락산행 전철이 승강장에 들어서고 여인이 전철에 탔다 닫히는 출입문 사이를 비집고 다시 내린다. 여인:(통화를 하며) 그라믄, 거그 있어. 내 도로 갈랑게. 전철 문이 다시 한번 열렸다 닫히고 전철은 수락산역을 향해 출발한다. 승강장엔 흰색 정장의 여인이 저녁 어스름에 희미한 흰빛으로 남아 있다. 통하지 않는 통화를 하던 어떤 아주머니를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아주머니는 그 사람을 만났을까.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한 시간이나 헤맸다는데 안타까웠다. 생각만 하고 있는 사이에 전철이 들어오고 사람들은 무심히 타고 떠났다. 나는 건너편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결국은 나도 내가 타야 할 전철을 타고 도봉산역을 떠났지만 아주머니가 그 사람을 만났는지 계속 궁금했다. 나는 왜 그 사실이 궁금했던 것일까. 어찌 해서 승강장의 흰빛이 아련하게 남는 것일까. 이런 잔상은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렸던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을 떠올리는 것으로 이어졌다. 새뮤얼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전체 2막으로 구성된 희곡이다. 무대는 앙상한 나무 한 그루가 있는 시골길이다. 그 나무 아래서 떠돌이 블라디미르(디디)와 에스트라공(고고)이 누군가를 기다린다. 기다림이 지루한 두 사람이 헛소리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죽인다. 이 둘의 대화와 행동은 단순하고 반복적이다. 블라디미르는 모자를 벗었다 썼다 하고 에스트라공은 구두를 벗었다 신었다 한다. 무슨 이야기를 열심히는 하는데 서로 잘 알아듣는 것 같지 않다. 독백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할 듯하다. 하루가 끝나갈 무렵 한 소년이 와서 고도는 오늘 못 오고 내일은 꼭 온다는 말을 전한다. 그다음 날에도 두 사람은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고 고도 역시 오지 않는다. 연극은 2막에서 막을 내리지만 영원히 이 기다림은 계속될 것만 같아 책장을 자꾸만 넘겨보게 된다. 우리는 이 작품을 책으로, 연극으로, 영화로 만날 수 있다. 디디와 고고, 이 두 사람이 고도가 오니 마니 하며 만담처럼 지껄이는 헛소리들이 화제가 되고 회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도를 기다리며’를 이야기할 때 부조리극이라는 형식이 꼭 따라다닌다. 부조리극이란 인간의 삶이 본질적으로 의미나 목적이 없고 인간은 서로 간에 소통이 불가하다는 전제 아래 논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뜻조차 없는 말, 때론 침묵으로 인간 존재의 무의미함을 전달하려는 전위적 극을 말한다. 특별한 서사 구조가 없는 이 작품은 소통의 어려움을 자각하기 시작한 현대인의 어려움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 냈다. 같은 공간에 있으나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 단절의 상태, 말은 끊임없이 이어지되 교감은 없는 허무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리게 되는 것들이 지독한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베케트는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부터 프랑스어를 배웠다. 공부는 물론 못하는 스포츠가 없었고 대학에선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 전공으로 수석 졸업했다. 파리의 고등사범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시집을 출간했다. 번역을 하고 소설을 발표하기도 하면서 모교의 교수가 되지만 곧 회의를 느끼고 사직했다. 2차 대전 중에는 프랑스 친구들과 레지스탕스 운동에 참여하면서도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인간의 보편적 무의식인 기다림을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베케트는 196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을 때 시상식에 나타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일체의 인터뷰도 사양했다. 노벨상 수상은 그가 작품에서 그렸던 하루와 또 하루처럼 무의미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일화는 그의 작품에 드러난 편집증적 폐쇄성을 막연하게나마 이해하게 한다. 그가 살았던 더블린 근교의 집은 숲과 나지막한 언덕 사이에 바닷바람이 나뭇잎에 스치는 소리만이 있는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곳이었다. 이런 환경은 아일랜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고 그의 작품 곳곳의 배경이 됐다. 그 어느 곳에나 있지만 그 어떤 곳도 아닌 공간과, 국경과 특정 언어의 뉘앙스를 넘어 그 누구도 아닌 사람들의 언어를 구사하는 떠돌이의 모습은, 무엇인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자신만의 고도를 기다리고 서로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나누며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역설을 완성했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다 보면 내 삶에서의 고도는 누구인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보통 신이라든가 희망, 자유, 미래, 죽음 등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정답은 없다. 삶을 견디게 해 주는 것이라면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다고 막연하게 그려볼 뿐이다. 고도는 누구였을까. 베케트는 “내가 알면 작품에 썼겠지”라고 답했다. *팁: 이 작품은 연극으로 상연된 동영상을 보며 책을 들고 등장인물이 돼 대사를 쳐 보기라도 하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DVD도 있다. 디지털 미디어가 넘쳐나는 시대에 스마트하게 고전을 읽어보자. www로 연결되는 사유를 책읽기에도 적용해 보자.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새뮤얼 베케트는

    196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새뮤얼 베케트(1906~1989)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트리니티 대학을 졸업했다. 청년 시절 프랑스에서 영어 교사로, 아일랜드로 돌아온 뒤는 프랑스어 교사로 활동했다. 1938년 베케트는 다시 프랑스로 건너가 소설과 희곡을 썼다. 프랑스어로 쓴 3부작 소설 ‘몰로이’, ‘말론은 죽다’, ‘명명하기 힘든 것’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고 ‘고도를 기다리며’로 프랑스 문단에서 호평을 받았다. ‘고도를 기다리며’ 이후 인간사의 무의미함이나 서구적인 합리주의 세계의 붕괴를 주로 극화했다. 후기작으로는 어두운 무대에서 입술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독백하는 ‘내가 아니다’ 등이 있다.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베케트는 시상식과 인터뷰를 거부했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게 고통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소련 독재 체제에 항거하다 투옥된 작가이자 체코의 초대 대통령인 바츨라프 하벨에게 ‘파국’을 헌정하기도 했다. ‘파국’은 연출가가 최종 리허설을 하는 주인공에게 몸동작을 바꾸게 하거나 색칠을 함으로써 억압적 폭력을 동원하는 모습을 그린 희곡이다. 권력자의 폭력과 개인의 무력함을 대비시켰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기고] 남용되는 “대한민국 ○○○대상”/전기성 한양대학교 지방자치연구소 조례클리닉센터장

    [기고] 남용되는 “대한민국 ○○○대상”/전기성 한양대학교 지방자치연구소 조례클리닉센터장

    오는 6·4 지방선거에 나선 예비 후보들의 경력란에 ‘대한민국 000대상’을 받았다는 내용을 흔히 볼 수 있다. 국회의원에 수여된 ‘대한민국 000대상’은 27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게 수여된 ‘대한민국 000大賞’은 60개가 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마치 국가기관에 의해 치열한 경쟁을 거쳐 최고의 상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민간단체인 사단법인이거나 주식회사 또는 임의단체들에 의해 수여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민간단체가 자의적으로 평가하고 국가 소유인 국호(國號)를 민간단체가 제멋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상호의 경우라면 상표법 위반에 해당할 것이나 국호는 등기대상이 아니라 제재가 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민간단체가 상의 명칭을 단체 이름을 쓰지 않고 ‘대한민국 000대상’을 쓰는 이유는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적 행사로 과장하려는 의도가 그 첫 번째다. 즉 시상자(단체)의 명칭만으로는 국민의 시선을 끌기 부족하기에 ‘대한민국’과 ‘대상’을 써서 국가적, 공공행사로 보이려는 것이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과 선출직인 지방의원 등에게 상을 수여하려면 의정활동을 평가할 월등한 능력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상의 명칭에 시상자의 이름을 당당하게 넣어야 한다. 그럼에도 시상자가 스스로의 명칭이 아닌 ‘대한민국’의 명칭을 무단 차용하는 것은 심하게는 도용이라는 의견도 있다. 따라서 상을 수여해 격려하려는 순수한 의미는 이미 상실됐다고 볼 수 있다. 오직 홍보 효과와 경제적 이익을 취하겠다는 얄퍅한 상술만 물씬 풍긴다. ‘노벨문학상’을 ‘노르웨이 문학대상’으로 하지 않아도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것은 노벨상의 심사방법이 공정하고 부상도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000대상’에 부상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다. 남용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호 사용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가칭 ‘대한민국 국호 사용에 관한 법률’ 제정을 제안해 본다. 즉 국호는 국가기관이 직접 시행하거나 국가기관이 민간기관에 위탁해 시행하는 경우에만 사용하고 지방자치단체도 이에 준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이미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더 이상 사용치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서울특별시 문화상’ 등을 시상하기 위해 ‘서울특별시 시민상 운영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 경우를 참고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사단법인이나 민간단체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이나 입법평가를 하고 그 결과에 대한 시상을 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의 경우 국회의장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다. 즉 사단법인의 경우 정관 목적에 ‘국회의원의 의정평가’를 포함하고 평가기준과 방법, 평가인력, 상의 명칭을 제시하면서 국회의장에게 승인을 요청하고 승인을 받은 경우에 시행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 주는 경우에는 내용에 따라 해당부처 장관 또는 광역자치단체장의 승인을 받는 것으로 한다. 국민의 판단이 올바를 때 대한민국이 바로 서게 될 것이다. 국민들의 판단이 잘못되지 않도록 6·4 지방선거전에 과대포장된 각종 상의 명칭을 정리하길 바란다.
  • [부고] 마술적 리얼리즘 작가 ‘영원한 고독’ 속으로

    [부고] 마술적 리얼리즘 작가 ‘영원한 고독’ 속으로

    소설 ‘백년 동안의 고독’을 쓴 노벨상 수상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마르케스는 17일(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외곽의 코요아칸에 있는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그의 가족들이 밝혔다. 15년간 림프암과 싸워온 마르케스는 지난달 말 폐렴과 요로 감염증 등의 증세로 입원 치료를 한 뒤 1주일여 만에 퇴원했으나 이후 몸 상태가 극도로 나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1927년 콜롬비아 카리브해 연안에서 태어난 마르케스는 17세기 ‘돈키호테’를 쓴 미겔 데 세르반테스 이후 가장 중요한 스페인어권 작가로 평가된다. 그는 작가뿐 아니라 열정적인 기자이기도 했다. 23세였던 1950년 신문사에 입사해 정부 비판적인 기사들을 썼다. 그의 신변 안전을 우려한 신문사가 그를 유럽 특파원으로 발령 내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에 도착했을 때 신문사가 폐간되자 이후 그는 귀국하지 못하고 유럽과 멕시코에서 평생을 보냈다. 그는 기자 경험을 살려 중남미 역사의 현실성에 토착신화의 상상력을 결합한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독특한 소설 기조를 만들어냈다. 1967년 출간해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백년 동안의 고독’이 그 전형이다. 그가 할아버지와 어른들에게서 어릴 적부터 들어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이 소설은 그가 태어난 이듬해 고향의 바나나 농장에서 실제로 일어난 최악의 노동자 학살사건을 다뤘다. 그는 35개국 언어로 번역돼 5000만부가 팔려나간 ‘백년 동안의 고독’ 외에도 1970년에 쓴 ‘콜레라시대의 사랑’, 1975년작 ‘족장의 가을’ 등 장편 6권, 중편 4권, 단편소설집 6권, 논픽션 7권 등을 남겼다. 그는 ‘가보’(Gabo)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위대한 거장의 죽음에 각국 지도자들도 애도를 표했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콜롬비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의 죽음에 천년의 고독과 슬픔에 빠졌다”면서 3일간의 국장을 선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세계는 가장 선견지명 있는 작가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백년 동안의 고독’ 마르케스 잠들다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콜롬비아 출신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17일(현지시간) 타계했다. 87세. 멕시코 일간 엑셀시오르와 콜롬비아 일간 엘 에스펙타도르 등에 따르면 마르케스는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외곽의 코요아칸에 있는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가족들이 성명을 통해 밝혔다.지난 50여년간 멕시코에서 생활했다. 마르케스는 지난달 말 멕시코 국립의료과학연구소에서 폐렴과 요로 감염증 등의 증세로 입원 치료한 뒤 1주일 여 만에 퇴원했으나 상태가 극도로 나빠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난 15년간 림프암으로 투병하면서 암세포가 폐 등 장기로 전이된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추정했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위대한 콜롬비아 출신 거장의 죽음에 천년의 고독과 슬픔이 느껴진다”며 유족을 위로했다.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1982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마르케스는 17세기 미겔 데 세르반테스 이후 현존하는 남미 문학의 거장으로 손꼽혔다. 이 저서는 세계 35개국 언어로 번역돼 5000만 부가 팔렸다. 마르케스는 라틴아메리카 대륙이 겪은 역사의 리얼리티와 토착신화의 상상력을 결합해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새로운 소설 미학을 창시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콜롬비아의 카리브해연안에 있는 아라카타카라는 마을에서 전신국 직원의 11남매 중 맏이로 태어나 스페인 정착민과 원주민, 흑인 노예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조부모와 함께 유년시절을 보냈다. 1981년 멕시코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지만 박해를 받았다고 여길만한 요인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마르케스는 암 투병을 하면서도 자신의 연설문집을 모아 발간한다는 소식이 2010년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 치매 때문에 모든 집필 활동을 중단한 상태라고 그의 동생이 밝힌 적이 있다. 2002년 엘 에스펙타도르 등 신문사에서 기자로 활동하던 시절을 회고하는 내용의 첫 회고록을 펴냈다. ‘가보’(Gabo)라는 별명을 가진 마르케스는 쿠바 혁명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델 카스트로(87)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절친한 사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 길은 글이다

    이 길은 글이다

    참, 조심해야 할 것도 많다. 남도 얘기다. 여수 가서는 돈 자랑 말고, 순천에선 인물 자랑 말고, 벌교 가선 주먹 자랑 하지 말라고 했다. 그뿐인가. 진도 가서는 ‘귀 명창’ 소리 들을 망정 제 소리 자랑일랑 아예 말랬다. 밭고랑에서 풀 뽑던 아낙도 앉은 자리에서 곧잘 소리 한 가락 뽑아낸다니 말이다. 전남 장흥에선 함부로 글 자랑 하지 말라고 했다. 발 닿는 곳마다 시인 묵객들이 빼곡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자취를 되짚어 가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여정이 될 터.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된 장흥에서 문향(文香) 좇는 여행 해 보자는 건 이런 뜻에서다. 글 자랑 말라는 얘기는 먼먼 섬 청산도에도 전해진다. 한데 전후 사정이 장흥과는 다소 다르다. 옛 청산도는 고등어 파시 등으로 비교적 부유한 섬이었다. 섬 사내들은 똥지게 지고도 곧잘 한시를 읊조렸고, 요족한 집안에선 아들 일본 유학 보내길 주저하지 않았다. 이는 청산도에 이른바 식자층이 두꺼웠다는 뜻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작품의 배경 이에 견줘 장흥은 글 짓는 이가 많았다. 위로 우리나라 최초의 기행 가사 ‘관서별곡’을 지은 백광홍(1522~1556)을 비롯해 이청준(1939~2008), 한승원(75), 송기숙(79) 등 당대의 문장가들에다 차세대 노벨 문학상 후보로 꼽힌다는 소설가 이승우(54) 등 신진에 이르기까지 작은 고장 안팎이 문인들로 차고도 넘친다. 백광홍에서 비롯된 문맥은 이청준의 ‘눈길’ ‘축제’ ‘선학동 나그네’(천년학), 한승원의 ‘포구’ ‘앞산도 첩첩하고’, 송기숙의 ‘녹두장군’, 이승우의 ‘샘섬’ 등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그러니 장흥 어디를 돌아봐도 문향(文香)과 맞닿아 있지 않은 곳은 찾기 어렵다. 장흥을 문향(文鄕)이라 이르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천관산 아래 천관문학관에서 대략의 내용을 먼저 짚는 게 순서다. 장흥에서 나고 자란 문장가는 누군지, 그에게 문학적 영감을 제공한 무대는 또 어디인지 등을 일목요연하게 살필 수 있다. 문학관 위쪽으로는 15m 높이의 문탑과 문학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 문탑 밑엔 구상, 박완서 등 작가들의 친필 원고 50여점과 연보 등이 캡슐에 쌓여 묻혔다. 문탑 아래쪽은 천관산문학공원이다. 친필 원고에 적힌 글들을 50여개 문학비에 각각 새겨 놓았다. 주민들의 가훈을 모은 가훈탑 등의 돌탑들도 무리 지어 있다. ●남도의 갯마을 한눈에 들어온 천관산… 소설길을 몸으로 읽다 무르팍에 힘이 남았거들랑 가급적 천관산까지는 힘써 오르길 권한다. 한 시간 남짓 오르면 장흥은 물론 남도의 갯마을들이 한눈에 잡힌다. 문인들에게 깊은 영감을 안겨준 득량만이 얼마나 너른지, 그 안에 깃들여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또 어떤지 낱낱이 굽어볼 수 있다. 이대흠 천관문학관 관장에게 어떤 경로로 돌아봐야 할지 자문했다. 그는 이청준의 생가에서 출발해 ‘문학 자리’로 여겨지는 이청준의 묘와 선학동, 회진마을, 덕도의 한승원 생가, 정남진 전망대 등을 둘러본 뒤 남포마을과 한승원 해산토굴에서 여정을 마치라고 권했다. 이 길을 쭉 이으면 그가 주창했던 이른바 ‘소설길’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이 관장은 오가는 길에 오래된 교회들을 잊지 말고 살피라 주문했다. 동서양의 사상이 녹아든 교회도 문향 형성에 한몫 거들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청준, 한승원의 생가 인근에 각각 100년을 헤아리는 연혁의 교회가 서 있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장흥엔 100년 넘은 교회만 4곳이라고 한다. 이청준 생가 주변의 진목교회는 장흥 지역의 근대교회 도래지로 꼽힌다. 한승원 생가 인근의 명덕교회도 얼추 그쯤의 내력을 지니고 있다. 들머리는 진목리의 이청준 생가다. 그의 대표작 ‘눈길’에 등장하는 바로 그 집이다. 이청준은 청소년기를 보내는 동안 두 차례 집안이 ‘거덜 나는’ 시련을 겪는다. 당시 그의 영혼과 몸의 안식처였을 생가도 빚쟁이의 손에 넘어가고 만다. 그걸 2005년 장흥군이 매입해 복원했다. 생가는 마을의 좁은 고샅길 중턱에 있다. 사면이 산자락에 둘러싸여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방과 장독대가 가지런하고 마루와 뜨락도 정갈하다. ●장흥 문학의 자궁 회진포구… 이청준 ‘눈길’의 무대 많은 이들이 “장흥 문학의 자궁”이라고 표현했던 회진포구에서 진목리에 이르는 길은 소설 ‘눈길’의 무대가 됐다. ‘눈길’은 이청준의 자전적 소설이다. 주인공인 ‘내’가 고교 1학년 때 전답과 선산, 심지어 고향집까지 남의 손에 넘어간다. 어머니는 타향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이 주인이 바뀐 고향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빈 고향집에서 기다린다. 새 집주인에겐 물론 통사정을 했다. 옛집에서 하룻밤 아들을 재운 어머니는 이튿날 새벽 다시 ‘나’를 대처로 내보낸다. 어머니와 함께 걷던 눈 덮인 새벽길, 어찌 뇌리에서 사라질 수 있으랴. 소설 속의 ‘나’는 물론 이청준이고 집이 넘어간 것은 그가 광주일고 1학년이었을 때쯤이라고 한다. ‘눈길’은 바로 이 참담한 이른 아침의 기억이 모태가 된 작품이다. 진목리에서 회진포구 쪽으로 돌아 나오면 선학동마을이다. 원래는 산저마을이었는데 이청준의 ‘선학동 나그네’에서 모티브를 얻어 마을 이름을 바꿨다. ‘선학동 나그네’는 이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으로 재해석된다. 회진리 바닷가에 ‘천년학’ 세트장이 남아 있다. 정남진(正南津) 전망대가 있는 신동은 소설가 이승우의 고향이다. 그는 멀리 바다 위로 뜬 ‘가슴앓이 섬’을 바라보며 ‘샘섬’ 등의 작품을 썼다. 한승원의 생가가 있는 덕도는 동학군의 후예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그만큼 주민들의 자부심도 세고 문향도 짙다. 할미꽃이 무리 지어 핀 한재에서 마을 전경을 굽어볼 수 있다. 용산면 남포마을은 일출 명소 소등섬으로 유명한 곳이다. 마을 자체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의 주 촬영지 노릇을 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건 이청준이 지은 동명의 소설이다.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삶의 여러 군상을 그려내고 있다. 안양면은 ‘아제아제 바라아제’ 등을 발표한 한승원의 문학 터전이다. 율산마을에 ‘해산토굴’이라는 집필실을 마련한 그는 여전히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여닫이해변 앞엔 ‘한승원 문학 산책로’도 조성됐다. 한국관광공사가 ‘깨끗한 갯벌이 숨 쉬는 아름다운 바닷가’로 선정한 곳이다. ‘어등’ ‘모래알’ 등 그의 글이 새겨진 비석들이 700m 정도 이어진다. 이 지역의 공식 주소가 ‘한승원산책길’로 정해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싶다. 글 사진 장흥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지역번호 061) →가는 길: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호남고속도로~익산포항고속도로~순천완주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남해고속도로 영암·순천 구간으로 갈아탄 뒤 장흥나들목으로 나가는 게 가장 알기 쉽다. 빠르게 가려면 다소 복잡하긴 해도 광주, 화순 등을 거쳐 가는 게 낫다. 호남고속도로 동광주나들목으로 나와 외곽순환도로로 갈아탄 뒤 29번 국도를 타고 화순 쪽으로 빠진다. 화순읍 지나 이양면소재지에서 장평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여기서 유치 방면 이정표를 따라가다 보면 장흥 쪽으로 가는 23번 국도와 만난다. →맛집:요즘 제철 해산물은 바지락과 갑오징어다. 해산토굴 근처 수문해수욕장은 바지락이 많이 나는 곳이다. 특히 바지락회무침이 봄철 미각을 자극한다. 바지락을 살짝 데쳐 초고추장과 함께 따뜻한 밥에 썩썩 비벼 놓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바다하우스(862-1021)가 그중 알려졌다. 갑오징어는 이즈음 살이 오르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는 몸통에 먹물이 섞이지 않게 해서 먹는데 장흥에선 부러 먹물을 섞어 가무잡잡하게 해서 먹는다. 보기엔 먹음직스럽지 않지만 그래야 비릿한 향이 살점에 돌고 건강에도 좋다고 믿기 때문이다. 제 목숨 지키려는 갑오징어가 먹물을 터뜨리기 전 재빨리 명줄을 끊는 게 요령이다. 그래야 먹물이 몸통 구석구석 고르게 스민다. 읍내 싱싱횟집(863-8555) 등에서 맛볼 수 있다. 한 접시에 4만원 선. →잘 곳:회진면에도 숙박업소가 몇 개 있으나 가급적 장흥 읍내에서 자는 게 좋겠다. 크라운모텔(863-0777)이 깨끗한 편이다. 편백숲 우드랜드(864-0063)도 늘 인기 상종가다.
  • [문화 In&Out] 출판계 ‘이방인 번역’ 논란 왜?

    [문화 In&Out] 출판계 ‘이방인 번역’ 논란 왜?

    출판계에 때아닌 ‘번역 논란’이 일고 있다. 알베르 카뮈(1913~1960)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이방인’이 국내에선 원작과 다르게 번역돼 읽혀 왔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 소설은 전 세계 100여개국에서 번역돼 수천만 부가 팔린 고전 중의 고전이다. 문제를 제기한 이는 이정서라는 필명을 지닌 블로거다. 이씨는 최근 카뮈 권위자인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에게 정면으로 이 문제를 제기했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카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카뮈전집을 완간한, 프랑스 문학에 관한 한 국내 최고 권위자다. 이씨가 최근 펴낸 ‘이방인’(새움)은 340쪽이 넘는 책의 절반 이상을 역자노트로 채웠다. 작가는 “원래 카뮈의 ‘이방인’은 서너 시간이면 다 읽고 감탄할 수 있는 (쉬운)소설이었다. 어느 한 문장 이해되지 않는 곳이 없는 완벽한 글”이라고 강조한다. 이씨는 김 교수의 번역본은 도무지 알 수 없는 문장으로 채워져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컨대 김 교수의 번역본에서는 주인공(뫼르소)이 태양빛이 너무 찬란해 아랍인에게 총을 쏘지만, 이씨의 책에선 아랍인의 칼날에 비친 햇빛을 보고 위협을 느껴 총을 쏜다. 이씨는 주인공의 행동을 정당방위로 해석한 것이다. 이씨는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권위와 번역자의 위상에 이중으로 짓눌려 지금껏 작품의 실체를 제대로 뜯어보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이방인’ 번역본과 김 교수의 번역본, 원문을 나란히 놓고 김 교수 번역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그는 “책을 내면서 본명과 약력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실제 문장만을 집중해서 보자는 취지에서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최근 문단에선 원작과 괴리된 번역이 종종 문제점으로 지적돼 오고 있다. 해외 원작을 번역하는 데 있어 역자의 문학적 재량은 과연 어느 선까지 허용돼야 하며, 그 오류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는 앞으로 출판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인생은 뜨겁게(버트런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사회평론 펴냄) 20세기 대표 지성인이자 저술가, 195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문필가이기도 한 영국 사상가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의 자서전이다. 2003년 상·하권으로 나뉘어 출간된 첫 완역판에서 각 장에 수록된 서간문을 덜어내고 한 권으로 재편집한 개정판이다. 러셀은 생의 마지막에 출간한 자서전 서문에서 자신을 지배해 온 세 가지 열정을 이야기한다. 사랑에 대한 열정, 진리 추구에 대한 열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그것이다. 러셀은 이 열정들이 거센 바람과도 같이 자신을 이리저리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의 대양 위로, 절망의 벼랑 끝으로 떠돌게 했다면서 그것이 자신의 삶이었다고 했다. 영국 웨일스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부모를 일찍 여의고 도덕적으로 엄격한 조부모 밑에서 고독한 유년 시절을 보낸 러셀이 뛰어난 수학자이자 철학자로 성장하는 과정, 1차 대전을 겪으며 전쟁과 핵무기에 반대하던 실천적 지식인으로 변모하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 596쪽. 1만 9000원. 애거서 크리스티 자서전(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시현 옮김, 황금가지 펴냄) 전 세계적으로 40억 부가 넘게 팔린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가 60세이던 1950년 쓰기 시작해 15년 뒤인 1965년 완성한 자서전이다. 작가의 경력은 어떻게 시작됐는지부터 그녀의 수많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모델이 된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 유명 작품을 쓰게 된 계기와 후기 등을 들려준다. 어린 시절 프랑스에서의 추억, 1900년대 상류층 사람들의 삶에 대한 상세한 묘사나 세계대전 무렵 영국 여성들의 삶이 묘사된다. 크리스티는 서문에서 인생은 흥미진진하고도 즐거운 현재, 모호하지만 흥미로운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미래, 현재를 떠받들고 있는 기억과 사실들인 과거로 구성된다면서 추억의 즐거움을 누리겠다고 했다.자서전을 끝내며 크리스티는 “이만 자서전을 끝맺어야 할 듯싶다. 삶에 관한 한 말해야 할 것은 모두 말했으니”라고 했으나 이후 10년이 그녀 생애 최고의 시간들이었다. 808쪽. 2만 8000원. 인간관계를 발명한 남자(스티븐 와츠 지음, 정지현 옮김, 아템포 펴냄) ‘현대 성공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일 카네기(1888~1955) 평전이다. 카네기의 삶을 전면적으로 다룬 최초의 평전으로, 미주리대에서 역사를 가르치며 미국 현대 인물의 평전을 집필하는 스티븐 와츠가 썼다. 현대 미국 비즈니스 문화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20세기 현대 성공철학의 메시아로 불리는 카네기의 삶과 의미를 풀어 나간다. 미주리 주의 시골 마을에서 가난한 아버지와 독실한 신앙심을 가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소년 데일은 대학 시절부터 대중 연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형식주의를 거부하는 카네기의 수사법과 연설법은 대학 공부를 마칠 무렵 완성됐다. YMCA에서 대중 연설을 가르치는 일에 열정을 쏟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훗날 현대적인 성공철학을 정의한 베스트셀러 ‘카네기 인간관계론’(1936년 초판 발행)을 썼다. 형식주의를 거부하고 성공하고 싶다면 호감 가는 성격을 만들고 다른 사람의 심리적 요구를 이해하라며 인간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의 조언은 현대사회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632쪽. 2만 8000원. 모험본능을 깨워라(스킵 요웰 지음, 이채령 옮김, 푸르메 펴냄) 세계적인 아웃도어용품 ‘잔스포츠’의 공동 설립자인 히피 출신 사업가 스킵 요웰(1946~)의 인생, 모험 그리고 창의적인 사업 이야기다. 미국 서부 캔자스주의 촌구석 출신 소년이 모험 중독자이자 훌륭한 산악인이 된 사연, 삼촌의 정비소 창고에서 사촌과 그의 여자 친구 잔이 패밀리 사업으로 시작한 일이 아웃도어 산업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사연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초기에 창립자 3명이 인디언이나 에스키모 복장을 하고 직접 카탈로그 사진을 찍었던 일, 돔형 텐트를 착안한 일화 등을 통해 저자는 잔스포츠의 성공 비결로 한계를 정하지 않은 창립자들의 순수함, 철저한 제품 검증 등을 꼽았다. 매우 독특하고 유쾌한 인물의 자서전인 동시에 성공한 벤처 사업가의 경영 전략이 담긴 경영 서적이기도 하며 모험 에세이로도 읽을 수 있다. 288쪽. 1만 5000원.
  • “미남 아니잖아!”… ‘新 4대 미남’ 그림 불만 폭주

    “미남 아니잖아!”… ‘新 4대 미남’ 그림 불만 폭주

    중국에서 전시중인 그림 ‘신 4대미남도’(新四大美男图)가 담긴 액자가 훼손됐다. 범인은 그림을 보던 한 시민이었고, 이유는 “그림 속 4대 미남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중국 중신망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8일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에서 전시중인 이 그림에는 모옌, 류샹, 리위강, 천광뱌오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다양한 유명인들이 포함돼 있다. 모옌(莫言, 60)은 중국에서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유명한 작가이며, 류샹(劉翔, 32)은 현재 정치인으로도 활동하는 육상선수다. 리위강(李玉刚, 37)은 가수이자 배우로, 천광뱌오(陳光標, 47)는 중국 출신의 괴짜 백만장자로 유명하다. 고운 비단옷을 차려입고 한 손에 부채를 든 4명을 한 화폭에 담은 ‘신 4대미남도’는 중국의 유명 화가 왕쥔잉이 그린 것이다. 왕쥔잉은 지난해에도 중국을 대표하는 4대 미녀를 담은 유화 ‘신 4대미녀도’를 발표해 논란을 불러일으킨바 있다. 당시 그의 작품에는 가수 쑹주인, 배우 판밍밍, 섹시스타 루옌, 배우 천슈 등이 포함돼 있었는데, 이들 중 3명은 ‘성형미인’이라는 별칭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 4대미남도’가 공개되자 역시 이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생겨났고, 급기야 한 시민이 “그림 속 인물 선정에 불만이 있다”며 액자를 부수기에 이른 것. 네티즌들은 “‘’신4대미남’ 그림 속에 ‘미남’이 없어서 화가 났을 것”, “‘미남,미녀도’가 공개될 때마다 논란이 되는 것 같다”며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해당 화가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행동하는 지성’이 펼쳐낸 일본 문화와 사회

    ‘행동하는 지성’이 펼쳐낸 일본 문화와 사회

    말의 정의/오에 겐자부로 지음/송태욱 옮김/뮤진트리/370쪽/1만 7000원 199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저자가 일본의 문화와 사회현상,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담담하게 써 내려간 수필집이다. 약 7년 동안 일본 아사히신문 문화면에 ‘정의집’(定義集)이란 제목으로 연재한 것을 단행본으로 묶었다. 그동안 저자가 만났던 사람, 읽은 책, 여행 간 곳, 해온 일, 가족, 특히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시대의 현상에 대해 소설적 언어로 펼쳐낸 문학적 사유’쯤 되겠다. 저자는 일본 내 ‘행동하는 지성의 전형’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소외받는 사람들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썼다. 군대 보유와 해외 파병을 금지한 일본 헌법 9조를 지키기 위해 ‘9조 모임’을 결성, 일본 우익세력과 군국주의에 맞서 투쟁하는가 하면, 일본의 진정한 과거 반성을 촉구하며 한·일 관계개선을 위해 애쓰는 등 실천에도 거침이 없었다. 1975년엔 김지하 시인의 석방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이고,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소설가 황석영의 석방을 직접 요구하는 등 정치적 탄압을 받는 한국과 중국 등 이웃나라 작가들의 구명운동에도 힘썼다. 다만 철없는 우려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국가가 존망의 갈림길에 서 있을 때 개개인의 의지가 어떻든 우리는 국민 전체의 의지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일본 정치학자 난바라 시게루의 강연을 듣고 “제 자신의 허약함을 의식했다”(34~35쪽)는 대목에서 전체주의적 사고가 엿보이는 것 같아 다소 당혹스럽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 ‘읽어라, 청춘’] 프란츠 카프카는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 ‘읽어라, 청춘’] 프란츠 카프카는

    “우리를 찌르거나 충격을 주는 책이 아니라면 읽을 필요가 없다. 만일 우리가 읽는 책이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리며 우리를 깨우지 않는다면 읽을 의미가 있는가. 책이란 우리 안의 꽁꽁 언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여야 한다.” 카프카의 말이 아니더라도 ‘변신’에 드러난 삶의 부조리는 우리에게 정면으로 주먹을 날린다. 프란츠 카프카(1883년 7월 3일~1924년 6월 3일)는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나 성장하며 일하다 사망했다. 성장기 지배적인 품성의 아버지에게 품었던 반감은 평생 카프카에게 영향을 미쳤다. 카프카는 첫 번째 직장인 이탈리아계 보험회사보다 두 번째 직장인 노동자 상해 보험회사 업무에 호의적이었는데, 두 번째 직장에서는 오후 2시에 일을 마치고 나머지 시간을 글 쓰는데 몰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몇 편의 단편만이 그의 생전에 발표됐지만, 대중은 작품을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의 원고를 모두 파기시켜 달라던 카프카의 유언은 지켜지지 않았고, 사후에 공개된 그의 작품은 대중의 이해와 평론가들의 호평을 얻었다. 혹자는 “카프카가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하면서 이 상의 권위가 실추됐다”고 평하기도 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노벨상 수상자 27명 푸틴 反동성애법 항의 서한

    역대 노벨상 수상자 27명이 러시아가 지난해 채택한 반(反)동성애법의 폐지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냈다고 인디펜던트가 14일 전했다. 서한에는 200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존 쿠체, 200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미국인 에릭 코넬, 1996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영국인 해럴드 크로토 등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이 서명했다. 수상자들은 “국제 학술계 유력 인사들이 러시아 정부의 반동성애 정책에 불만을 제기한 정치인, 예술가, 체육인 등에게 연대를 표하기 위해 서한을 보낸다”며 “러시아의 새 법률에 반대하면서 러시아 정부가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힘들게 쟁취한 인도주의적, 정치적, 민주적 원칙들을 유지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6월 미성년자에게 동성애 선전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법률을 채택했다. 이를 어기면 최소 4000루블(약 13만원)에서 최대 100만 루블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를 둘러싸고 국내외에서 거센 반발이 일기도 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시론] ‘그날이 오면’/이근배 시인

    [시론] ‘그날이 오면’/이근배 시인

    올해 갑오년은 만물을 생동하게 하는 청마(靑馬)의 해라는, 가슴 부푸는 해석에 귀가 솔깃해진다. 지난 한 해 나라 안팎의 어지러운 일들에다가 찌들어가는 살림살이로 마음 편할 날이 없었는데 웬, 좋은 일? 하고 둘러보니 새해 벽두에 불쑥 ‘통일’이 화두로 떠올랐다. 북의 김정은이 동족끼리의 통일을 내세워 남쪽에 화해 메시지를 날리더니 “통일은 대박”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더불어 통일부에서 이산가족상봉을 내놓았다. 북은 시기가 촉박하다며 일단 우리 정부의 제안을 ‘거부’했다. 7000만 겨레의 절체절명의 비원(悲願)인 통일을 두고 “대박”이라는 튀는 수사가 옳았느냐는 것은 미뤄놓고 작년 추석 무렵 로또 만큼이나 어려운 이산가족 상봉에 들었던 고령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손에 잡힐 듯한 ‘그날’이 왜 성큼 오지 않는 것인지. 그 애태움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으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이기 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 심훈은 3·1독립운동 열한 번째 해 날에 하늘과 땅을 진동시키는 조국광복의 염원을 시 ‘그날이 오면’으로 쏟아냈다. 그로부터 여든 해를 훌쩍 넘은 오늘 통일의 ‘그날’로 옮겨놓아도 오히려 소신공양(燒身供養)의 불길은 더욱 거세게 타오르는 것을 읽게 된다. 그렇다. 그날은 와야 한다. 광복, 통일 같은 개벽은 말고라도 저 전쟁 통에 남북으로 헤어져 60년 넘게 안부를 모르는 혈육들이 서로 만나 손이라도 잡아보는 그날, 어디 그뿐인가 정치가, 경제가, 복지가, 일자리가, 입으로만이 아닌 제자리에 들어서는 그날이. 여기에 또 하나의 ‘그날’이 문화융성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문화예산을 2%로 올려놓았으니 많이 늦었지만 목 타게 기다리던 단비를 품은 구름이 밀려온다는 예보가 반갑기 그지없다. 흔히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말하면서도 우리가 그 준비를 해왔는지 묻고 싶다. K팝, 아이돌, 싸이, 드라마…. 한류가 동남아를 넘어 지구촌을 넘실거리고 있지만 정작 문화예술의 시작이며 끝인 문학은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다. 노벨상 계절이 되면 ‘혹시 한국에도 문학상 차례가?’ 하고 매스컴이 긴장을 해오지만 번번이 “그날”은 얼굴을 비치지 않고 다른 길로 새나가고 있다. 일본은 소설가 두 사람이나 수상자를 내고도 지난해 또 수상 오보를 낼 정도로 으쓱거리고, 한 사람은 국적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두 해 전 모엔까지 두 사람이나 상을 차지한 중국을 이웃에 두고 있는 우리로서는 언제까지 “신포도”라고만 고개를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올림픽, 월드컵, 동계올림픽 등 큰 스포츠 행사에 쏟아 붓는 국력의 1만분의1만 썼어도 이 땅의 시인 작가들이 세계시장에서 홀대를 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 문단 인구가 1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고 해마다 신춘문예, 문예지를 통해서 등단하는 숫자가 늘어가지만 정작 글쓰기로 생활을 꾸려가는 전업 문인은 열 손가락을 꼽기도 어렵다. 창작에만 전념할 수 없는 환경 탓에 신인들이 글쓰기의 재능을 방송, 잡지, 출판 등의 밥벌이로 탕진하고 있으니 이 나라의 깊고 넓은 역사 문화의 광맥을 시, 소설로 캐내 인류가 공감하는 상품으로 세계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작품을 어떻게 써내겠으며 세계문학의 거장으로 키워낼 수 있겠는가. 문화융성의 첫 물꼬는 문학으로부터 틔워야 한다. 이 나라는 시로 해가 뜨고 시로 해가 지는 나라가 아닌가. 우리 겨레가 다른 민족에게 앞서는 DNA가 있다면 문학적 천재성이다. 이 하늘이 내린 재능의 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창조경제의 지름길이고 문화복지이다. 올해는 청마의 해, 이육사가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노래했듯이 7000만명이 기다리는 “그날”이 청마 타고 오기를 손꼽아야겠다.
  • [문화단신]

    내년 2월 ‘설국문학기행’ 대산문화재단의 ‘설국문학기행’이 내년 2월 6~9일 3박 4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무대가 된 니가타현을 중심으로 답사하는 문학 기행이며, 고운기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의 스토리텔링이 곁들여진다. 7회째인 이번 기행에는 ‘냉정과 열정 사이’, ‘낙하하는 저녁’ 등으로 한국에서도 팬층이 두꺼운 일본 유명 작가 에쿠니 가오리와의 만남도 예정돼 있다. 참가 신청은 내년 1월 15일까지 인터넷교보문고(http://www.kyobobook.co.kr/culture)와 대산문화재단 홈페이지(www.daesan.or.kr)를 통해 받는다. 볼라뇨 장편 ‘2666’ 출간 열린책들이 라틴 아메리카의 거장 로베르토 볼라뇨의 장편소설 ‘2666’(전 5권)을 출간했다. 2003년 볼라뇨가 50세의 나이에 간 질환으로 숨진 뒤 출간된 유작으로 뉴욕타임스, 타임, 인디펜던트 등 세계 유력지에서 ‘2008년·2009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화제작이다. 연쇄 살인마와 유령 작가라는 두 가지 축을 통해 전쟁, 독재, 대학살로 얼룩진 20세기 악의 본질을 밑바닥까지 추적해 들어간다.
  • [홍석우 딴생각] 한글 때문에 조선이 발전할 것이다

    [홍석우 딴생각] 한글 때문에 조선이 발전할 것이다

    “중국 글자로는 모든 사람이 빨리 알 수도 없고 널리 볼 수도 없는데 조선 언문은 본국의 글일 뿐더러 선비와 백성과 남녀가 널리 보고 알기 쉽다. 슬프다. 조선 언문이 중국 글자에 비해 크게 요긴하건만 사람들이 요긴한 줄도 알지 못하고 업신여기니 어찌 안타깝지 아니하리오.” 조선의 선각자가 쓴 글 같지만 호머 헐버트 박사가 1890년 ‘사민필지’에 쓴 글이다. “200개가 넘는 세계의 문자를 검토해본 결과 한글은 현존하는 문자 중 가장 훌륭한 문자임이 분명하다. 누구라도 한글을 대하면 배운 지 나흘 만에 책을 읽을 수 있다” 라고도 했다.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고종의 특사로 참가하는 등 조선의 독립운동가로 알려진 그는 쉽게 배울 수 있는 한글 보급이 조선 근대화의 지름길이라고 판단했다. 한글 때문에 조선이 발전할 것으로 보았다. 그런 그의 판단이 결국 옳았다. 해방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던 나라가 한 세대 만에 15대 경제 대국이 되었다. 전후에 원조를 받다가 원조를 주는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인구 5000만명이 넘는 나라 중에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는, 세계에서 오직 일곱 나라에 불과한 ‘5020클럽’에도 가입했다. 이를 기적이라고도 하고 원인으로 교육열, 창의력, ‘빨리빨리’ 문화, 리더십 등을 꼽기도 한다. 그렇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한글이라고 믿고 싶다. 19세기 말엽에 한글 때문에 조선이 발전하리라고 내다본 헐버트 박사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싶다. 헐버트 박사는 배운 지 나흘 만에 한글을 읽었다고 했지만 2008년도 노벨문학상 작가인 장마리 구스파프 르 클레지오는 한글을 배운 지 하루 만에도 잘 읽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이러니 60년대 수출입국을 시작할 때도 우리 근로자들은 작업지침을 읽을 수 있어 좋은 제품의 생산이 가능했다. 2007년도 UNDP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인의 문자 해독률은 99.8%로 세계 최고이다. 한글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우리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꼽는 교육열도 그 원천이 한글에 있는지 모른다. 어린 나이에도 글자를 읽을 줄 아는 자식을 보면 어느 부모가 가르치고 싶지 않겠는가. 한글은 어떤 언어보다도 표현이 다양하다. 빨간 색깔 하나를 표현하는데도 불그레하다, 볼그무레하다, 볼그댕댕하다, 검붉다, 연붉다 등이 가능하다. 글자와 생각이 서로 순환적이라면 이런 문자를 사용하는 우리의 생각이 창의적이 아니면 이상하다. 디지털 시대를 맞으면서 한글은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어느 글자보다도 빠르게 자판을 통해 의미 전달이 가능하니 ‘빨리빨리’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글로벌 언어인 영어를 구사하는 데 어느 민족보다 어려움이 크다. 한글의 어순 체계가 영어와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영어에 핸디캡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세계 7대 무역대국이 되었으니 핸디캡이 없다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KAIST 이민화 교수의 책을 읽어 보면 창조경제를 이렇게 정의했다. 기업의 비즈니스 단계에서 예전에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핵심 요소였다. 지금은 워낙 생산기술이 발전해 품질에서 차별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특허를 중심으로 아이디어 단계가 중요하고 마지막 단계인 고객과의 접점이 중요하다. 이런 것이 창조경제이며 애플의 모습이 바로 그러한 모습이다. (요약에 오류가 있다면 이민화 교수의 양해를 바란다) 언어를 여기에 대입해 보았다. 지금 세계는 완전한 하나의 경제권으로 좁혀져 가고 있는 창조경제시대이다. 우리의 창의력과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한글을 갈고 닦아야 하며, 글로벌 고객 접점을 넓히려면 영어 구사 능력을 획기적으로 키워야 한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비교적 확률이 높은 방법이 아닐까. 성균관대 석좌교수·전 지식경제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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