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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대통령 만난 손정의 “인류가 금붕어, AI가 인간될 수도“

    李대통령 만난 손정의 “인류가 금붕어, AI가 인간될 수도“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인공지능(AI) 역량을 상·하수도처럼 모든 국민이 누리는 초보적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만나 이렇게 전망하며 “‘AI 기본사회’ 개념으로 대한민국 내에서 모든 국민, 모든 기업, 모든 집단이 AI를 최소한 기본적으로는 활용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정관 산업부 장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등과 함께 손 회장을 맞이하며 전날 내린 첫눈을 언급했다. “대한민국에서는 첫눈을 귀하게 여겨 서설(瑞雪)이라고 하는데, 손 회장을 만나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이어 “손 회장은 이전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때 좋은 제안을 주셔서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며 “오늘도 AI와 관련해 대한민국이 세계 3대 강국을 지향하며 노력을 기울이는 데 대한 좋은 제안과 조언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최근에 AI 버블 논란이 있는데, 손 회장님은 다른 견해를 가진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한 얘길 들었으면 좋겠다”며 “대한민국은 AI가 가진 위험성과 유용성을 알고 있다.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유용성 측면에 기대해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손 회장께서 한미 통상 협상 과정에 상당한 도움을 주신 것을 모를 것”이라며 “협상 과정에 많은 조언과 도움을 주셨는데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일 간 AI 분야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손 회장님이 가교 역할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손 회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날 때에는 ‘브로드밴드’를 강조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AI를 강조했다”며 “이번에는 초인공지능(ASI)을 말씀드리고 싶다. ASI가 다음번으로 임박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또 범용인공지능(AGI)이 인간의 두뇌와 1대 1로 동일한 수준의 AI라면, ASI는 인간 두뇌보다 1만배 뛰어난 것을 의미한다며 “AGI는 등장할 것이고 인간 두뇌보다 똑똑해질 것은 확실하다”며 “우리가 던질 질문은 AGI가 아니라 ASI가 언제 등장하느냐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마치 금붕어와 인간의 두뇌를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한 것처럼, 인간이 똑똑한지 AI가 똑똑한지를 묻는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앞으로는 인류가 금붕어가 되고 AI가 인간이 되는 모습이 펼쳐질 것”이라며 “그렇기에 우리가 AI를 통제하고 가르치고 관리하려는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고방식을 통해 AI와 조화롭게 함께 살아가는 것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마치 우리가 집에 있는 강아지를 죽이려 하지 않는 것처럼, AI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ASI가 우리를 공격하거나 먹을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이 “대체로는 안 그러겠지만 사나운 개가 있다면 걱정되는데 잘 해결되겠느냐”거나 “과학 분야가 아니라 노벨문학상까지 ASI가 석권하는 상황이 오겠느냐”고 물으며 관심을 보이자 손 회장은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한편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 구단이 올해 일본시리즈를 석권한 것을 언급하며 “우승하신 것 축하한다”는 인사도 건넸다. 그러자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는 8번 우승했다”며 “아직 만족하기 이르다. 10번 우승해야 한다”고 말하며 웃기도 했다.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우리의 슬픔은 전문적이고 아름다워(리산 지음, 교유서가) “당신의 언어는 아무도 알아듣지 못해 구하러 갈 수 없었습니다//웅얼 웅얼 웅얼 당신은 누구입니까//하나 둘 셋 시간은 흐르고//딩동 딩동 딩동 이 악기는 이렇게 자발적으로 울고 있습니까//이렇게 우는 악기의 이름은 무엇입니까//당신은 거기 있습니까” 8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온 리산의 시집이 교유서가 시인선 3번으로 출간됐다. 한 사람의 삶을 통과하며 축적된 슬픔이 폐허, 여행, 기억, 유랑의 이미지로 변주된다. 정착하지 못한 마음의 지리학. 몽상적 이미지와 신화적 사유, 냉정한 서정과 능청 그리고 세상과의 불화를 견디는 태도가 이번 시집에는 슬픔이라는 주제로 응축된다. 슬픔은 허약한 감정이 아니다. 슬픔은 숙련된 기술이다. 136쪽, 1만 3000원. 바임(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문학동네) “섬뜩해, 나는 생각한다, 그는 왜 죽은 뒤에 나를 찾아와 말을 걸었던 걸까, 그래 예전처럼, 마치 아무것도 변한 게 없던 것처럼, 아니 그런 걸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마치 그가 내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온 것만 같아, 나는 생각한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침묵과 리듬의 글쓰기로 202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의 장편소설. 그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매년 한 권씩 일명 ‘바임 3부작’을 출간키로 약속했는데, 이 책은 그 시리즈의 첫 책이다. 우유부단하고 소극적인 두 어부가 결단력과 단호함을 갖춘 여자를 만나 운명의 종착지로 삶의 배를 몰아간다. 200쪽, 1만 5000원. 희극 지옥(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김지언 옮김, 부북스) “1321년 완성된 ‘희극’은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하느님이 움직이는 해와 다른 별들처럼 순례자의 소망과 의지가 한결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단테는 익숙해도 ‘희극 지옥’이라는 말은 다소 어색하다. 사실 단테가 쓴 3부작 서사시의 제목은 이탈리어어로 ‘코메디아’(Commedia), 즉 희극이었다. ‘신곡’이라는 말은 단테의 작품을 번역한 일본의 작가가 지은 것이라고 한다. 미국 노트르담대에서 이탈리아문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이번에 새로이 번역하면서 단테의 의도를 살려 ‘신곡’ 대신 ‘희극’이라고 옮겼다. ‘지옥’만 보면 칙칙하고 음산하지만, 결코 그것이 끝이 아니다. 유념해야 한다. 단테의 시가 아름답고 행복하게 마무리된다는 사실을. 402쪽, 1만 2000원.
  • ‘내란의 밤’ 분노로 지새운 광주, 성장으로 ‘빛의 혁명’ 완수한다

    ‘내란의 밤’ 분노로 지새운 광주, 성장으로 ‘빛의 혁명’ 완수한다

    광주시는 ‘12·3 불법계엄 1년’을 맞아 지난해 12월 3일 벌어진 반헌법적 계엄 상황 당시 광주의 긴박했던 대응 과정을 공개하며, 이를 도시발전의 동력으로 확장하겠다고 2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27분 계엄이 선포되던 순간, 광주는 전국 어떤 곳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계엄 선포 10여분 만에 강기정 광주시장의 지시로 비상대응 체계가 긴급 가동되고, 실·국장을 비롯한 공직자들이 시청으로 집결했다. 이어 계엄 선포 30여분 뒤인 밤 11시에는 첫 대책회의를 개최해 비상 상황을 시민과 신속하게 공유했다. 광주시는 이어 12월 4일 0시11분 계엄 선포 2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각에 시장, 시의원, 시민사회단체, 5·18단체, 학계, 종교계 등 광주지역 각계 대표들이 참여한 ‘헌법수호 비상계엄 무효선언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연석회의에서는 반헌법적 계엄은 무효임을 선언하고, 군·경에는 시민 보호를 그리고 공직자들에게는 시민의 일상 안정에 최선을 다할 것을 권고하고 ‘민주주의 수호’를 결의했다. 당시 전국에서 이같이 신속 대응에 나선 도시는 광주가 유일했다. 광주시는 이를 ‘오월의 DNA가 발현된 순간’으로 평가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과 대통령실의 오전 4시30분 계엄 해제 발표 이후에도 광주 대응은 계속됐다. 날이 밝은 4일 오전 9시, 시민들은 동구 5·18민주광장으로 모여 비상시국대회를 열고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다. 강기정 시장은 5·18민주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비상상황을 공유한 뒤 국회를 찾아 대통령 즉각 퇴진과 시민 일상 안전을 촉구했다. 광주시는 이후 공공기관장 회의, 5·18단체 간담회 등 후속 논의를 이어가며 지역 상황을 점검했으며 민생·안전을 책임질 ‘지역민생안전 대책반’을 구성, 민생안전에 행정역량을 집중했다. 광주시는 지난 1년 동안 ‘더 단단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지속해서 제안했다. ▲5·18정신의 헌법전문 수록 ▲대통령의 무리한 계엄을 방지할 ‘국회사전동의제’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 입법화 등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정책 논의도 주도했다. 광주시민들 역시 ‘민주적 연대’의 힘을 보여줬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지연되는 동안 시민들은 추운 겨울 금남로에서 매일 촛불을 밝히며 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불태웠다. 극우 집회가 예고되었을 때 광주시는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공격할 수는 없다”며 단호히 ‘불허’ 조치를 내렸다. 그 현장에서 시민들은 5·18의 대동정신을 실천했다. 자원봉사자들이 떡국과 핫팩을 나눠주고, 커피·빵·김밥 등을 함께 나누려는 시민들의 ‘선결제’ 릴레이가 이어졌다. 광주시는 광장 주변 편의시설, 화장실, 나눔부스를 안내해 연대 공간을 행정이 함께 지켜냈다. 광주시는 이같은 시민 대응을 ‘빛의 혁명’으로 기억하며, 광주 출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을 기념해 12일까지 ‘빛의 혁명, 민주주의 주간’을 운영한다. 또 계엄 저지 1년이 되는 3일에는 광주공동체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12·3 비상계엄을 통해 우리는 오월정신의 생명력을 다시 확인했다”며 “망월묘역을 ‘빛의 혁명 발원지’로 조성하고, 당시 연대의 중심이었던 적십자병원을 리모델링해 오월정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강 시장은 이어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과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 입법화 등을 통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더 단단하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광주시는 ‘민주주의 도시’로서의 역할에 멈추지 않고 도시 성장의 새로운 기회를 열어가고 있다. 6000억원 규모의 AX 실증밸리 사업, 국가 NPU컴퓨팅센터 설립, AI모빌리티 실증도시 조성 등의 추진을 통해 ‘인공지능 관련 규제프리 실증도시’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 올해도 ‘한강 파워’ 빛났다

    올해도 ‘한강 파워’ 빛났다

    ‘소년이 온다’ 2년 연속 종합 1위에양귀자 ‘모순’ 정대건 ‘급류’ 역주행이왕이면 예쁜 책·굿즈 등 20대 주도탄핵·대선에 정치·법학 책들도 약진올해 독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책은 지난해에 이어 한국인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이 쓴 ‘소년이 온다’였다. 교보문고는 1일 ‘2025년 도서 판매 트렌드 및 종합 베스트셀러 결산’을 발표하고 ‘소년이 온다’가 올해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한강의 책은 1987~88년 ‘홀로서기’(서정윤), 1989~90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김우중), 2007~08년 자기 계발서 ‘시크릿’(론다 번), 2012~13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혜민)에 이어 2년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역대 다섯 번째 책이다. 한강에 관한 관심은 소설 분야 전체 인기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교보문고에서는 종합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소설이 4권, 100위권에선 처음으로 30종이 순위에 올랐고, 한국 소설 외에 세계문학전집도 상당수가 상위권에 오르는 등 소설 전반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종합 2위는 놀랍게도 1998년에 출간된 양귀자의 ‘모순’이 차지했다. 이 책은 첫 출간 당시 순위로 회귀하는 출판계에서도 보기 드문 기록을 세운 ‘역주행’ 작품이다. 20대 독자들의 사랑이 ‘모순’의 인기를 견인했는데, 청춘들의 고민과 현실적 문제에 관한 이야기가 27년이라는 세월을 훌쩍 넘어 공감을 끌어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대 독자들의 사랑으로 2022년 출간된 정대건의 ‘급류’도 역주행 인기 몰이를 했다. 배우이자 출판사 대표인 박정민의 “넷플릭스 왜 보나,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라는 독특한 추천사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성해나의 ‘혼모노’는 종합 4위에 올랐다. 이후 출판계에서는 신간이 나오면 박정민의 추천사를 받으려는 분위기까지 등장했다. 역주행 베스트셀러를 보면 20대 독자층이 주도한 걸 알 수 있다. 책을 읽는 걸 멋지게 여기는 ‘텍스트힙’을 20대가 주도하면서 책과 함께 도서 굿즈 상품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는 등 독서에 대한 다양한 소비 흐름을 보였다. 기왕이면 멋있고 예쁜 책을 보고 싶다는 젊은 독자의 심리가 반영돼 리커버판이나 특별 에디션 책이 더 많이 팔리기도 했다. 한편, 1년 전인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가 올해 상반기 탄핵 정국, 조기 대선까지 이어지면서 올해 상반기에는 정치, 법학 분야 도서들이 주목받았다. 주요 정치인들의 책이 지지층 결집용으로 소비되기도 하면서 전년 대비 19.1%, 특히 5월에는 93.2%나 판매가 증가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이재명 대통령의 저서 ‘결국 국민이 합니다’가 종합 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이 증가하면서 인공지능 키워드 도서 판매가 늘었다”며 “기술 이외에 경제경영, 인문, 자기 계발, 정치사회 등 전 분야로 AI 활용서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강 노벨상 1주년…김애란·천선란 작가 ‘북토크’

    한강 노벨상 1주년…김애란·천선란 작가 ‘북토크’

    서울시교육청 정독도서관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을 기념해 다음 달 ‘노벨문학라운지 북토크’를 개최한다고 30일 밝혔다. 북토크는 공공도서관 최초로 조성된 정독도서관 노벨문학라운지를 중심으로 문학·예술 교육 콘텐츠를 강화하고 시민의 인문학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기획됐다. 다음달 1일에는 ‘안녕이라 그랬어’의 김애란 작가, 13일에는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의 천선란 작가가 참여해 창작 과정과 작품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참여자들과 대화를 나눈다. 정독도서관은 예술과 인문학의 융합 경험을 확대하기 위해 이창용 도슨트가 진행하는 ‘이야기 미술관’ 북토크를 다음 달 1·8·9·10일 시청각실에서 별도 운영한다. 이를 통해 고흐·마네와 모네·이중섭·밀레 등 명화와 예술가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정독도서관 관계자는 “노벨문학라운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문학·예술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운영해 일상 속 문학 경험의 중심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 악몽 같은 현실의 무한 루프… 기묘한 찬쉐의 미학 속으로

    악몽 같은 현실의 무한 루프… 기묘한 찬쉐의 미학 속으로

    새 책 ‘오래된 뜬구름’을 소개하는 가장 친절한 방법은, 이 책이 얼마나 기이한지를 먼저 설명하는 것이다. 음산한 바람 부는 밤의 기분 나쁜 꿈 같은 소설. 여기에 저자에 관한 소개가 곁들여져야 이해가 빠르다. 이 과정 없이 책장부터 여는 건 뜬구름 잡기를 자초하는 것과 같다. 중국 작가 찬쉐(72)의 본명은 덩샤오화(鄧小華)다. 필명인 찬쉐는 한문으로 잔설(残雪)이다. ‘겨울 끝에 남은 더러운 눈’이란 뜻이다. ‘높은 산꼭대기의 순수한 눈’이란 의미도 있다지만 ‘추한 것들에서 독특한 미감을 발견해온’ 이력에 비춰볼 때 전자가 더 그녀의 의도에 부합하지 싶다. 올해도 그랬듯, 노벨문학상 발표 때가 되면 그는 늘 맨 앞자리에 놓인다. ‘20세기 중엽 이래 가장 창조적인 중국 작가’가 그를 설명하는 대체적인 표현이다. 전위적인 문체로 ‘중국의 카프카’라고도 불린다. 그가 왜 추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는지 유추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1966년 마오쩌둥이 연 ‘무산계급 문화대혁명’이 단초다. 추악한 인성과 열악한 생존 환경, 서로가 타자인 사람들이 공생하는 환경에서 이념적 편향성과 폭력성이 그대로 드러났던, 광기의 시대였다. 당시 청소년이던 저자와 가족은 이 극단적 감시와 비이성의 엄혹한 시기를 맨몸으로 건너야 했다. 책은 이때 굳어진 저자의 심상에 비친 세계를 한 편의 몽환적인 연극처럼 그리고 있다. 막이 오르면, 옆집과 딱 붙은 중국식 공동주택이다. 겅산우와 무란, 쉬루화와 라오캉 부부가 두 집에 산다. 살짝 귀띔하면, 겅산우와 쉬루화는 부적절한 관계다. 두 부부는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경계하며 근원 모를 불안을 드러낸다. 남의 삶에 개입하고, 이를 통해 희열과 쾌감을 얻기도 한다. 장인, 직장 상사 등 등장인물 모두에게서 발현되는 공통 특질이다. 1985년 데뷔작인 ‘더러운 물 위의 비눗방울’ 이래 찬쉐의 작품엔 거개가 인과와 플롯이 없다. ‘오래된 뜬구름’ 역시 전형적인 선형 서사가 아니라, 기이하고 미로 같은 심리 세계를 통해 개인들의 정신적 딜레마를 드러낸다. 사건들은 병렬적으로 진행되고, 발생 시간과 순서는 모호하다. 사람과 사람, 현실과 꿈, 진실과 허상의 경계도 구름처럼 흩어진다. 그의 책 가운데 가장 실험적이고 난해하다는 평가도 있다. 방귀와 똥, 나방과 모기, 죽은 참새 등 더러운 것들과 피처럼 붉은 태양 같은 비현실적인 것들이 종잡을 수 없이 반복 등장한다. 결말은 예상대로다. 저자는 아무것도 던져주지 않고 끝을 맺는다. 그러니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중국 여성 작가’의 미로 같은 세계를 온전히 내 것으로 하는 방법은 깊고 반복적인 사유 외에는 없어 보인다.
  • 내란 저지 1주년… 광주서 ‘빛의 혁명’ 기린다

    1980년 비상계엄에 항거한 ‘민주의 성지’ 광주에서 다음달 초 ‘빛의 혁명, 민주주의 주간’이 운영된다. 광주시는 불법 비상계엄 저지 1주년을 맞아 ‘빛의 혁명, 기억과 연대’를 주제로 다음달 1일부터 12일까지 ‘빛의 혁명, 민주주의 주간’을 운영한다고 26일 밝혔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광주가 지켜온 민주·인권·평화의 가치, 그리고 5월 정신을 전 국민과 함께 나누고 체험하기 위한 것이다. 광주시는 기억(Memory), 목소리(Voice), 연대(Solidarity), 빛(Light) 등 4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시, 강연, 포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난해 불법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3일에는 5·18민주광장에서 광주공동체 기자회견이 열린다. 회견에는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에 맞서 위법성을 공식 선언하고 해제를 요구한 ‘광주공동체 연석회의’ 구성원들을 비롯해 오월단체, 시민사회단체 등 200여명이 참석해 ‘더 단단한 민주주의’를 향한 의지를 다질 예정이다. 시청 시민홀에서는 1일부터 10일까지 ‘2025 광주 시정보도 사진전’이 열린다. 광주독립영화관에서는 3일부터 6일까지 한강 작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와 계엄 관련 다큐멘터리를 무료로 상영한다. 역사민속박물관에서는 9일부터 ‘노벨상 수상 1주년 기념전’(가칭)을 열어 한강 작가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광주를 재조명한다. ‘5·18정신의 세계화’에 기여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을 기념해 10, 11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국제포럼이 열린다.
  • ‘한강 노벨문학상 1주년’ 학술 심포지엄 광주서 개최

    ‘한강 노벨문학상 1주년’ 학술 심포지엄 광주서 개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을 기념하는 ‘전국 학술 심포지엄’이 29일 오전 10시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콘퍼런스홀에서 개최된다. 광주시교육청이 주최하는 이번 학술대회는 ‘한강, 광주를 읽다: 고통과 치유의 서사를 넘어 세계 시민으로 성장하는 학생 교육의 길’을 대주제로 삼아 한강 문학의 세계관을 심층적으로 조명하고, 미래 학생 교육의 지향점을 심도 있게 모색하는 장이 될 예정이다. 참석 대상은 학생, 교원, 교육 관계자, 문학 연구자, 평론가 등 문학계 석학 및 일반 시민을 아우른다. 심포지엄은 안병만 전 전국 국어교사모임 이사장의 기조 강연으로 서막을 연다. 안 이사장은 ‘한강 문학, 작가 한강’을 주제로 한강 소설에 투영된 인간 삶의 연약함과 치유의 미학, 그리고 작품의 주요 모티브인 ‘꿈’에 대해 소개한다. 이후 이어지는 주제 발표 세션에서는 한강 문학 해설서 집필진 등 저명한 연구자들이 심원한 분석을 개진한다. 이석중 강연자는 소설 ‘소년이 온다’를 중심으로 5·18 민주화운동과 소년 동호의 이야기를 분석하며 한강 문학에 나타난 ‘고통과 치유의 서사 미학’을 논한다.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 집필자인 강정한 강연자는 ‘흰’에 담긴 ‘조각난 서사’의 빛을 조명하며 고통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인간 존엄 및 섬세한 치유의 미학을 탐구한다. 제주교육청 정책기획과 황문희 장학관은 ‘작별하지 않는다’에 투영된 제주 4·3 등 ‘잊혀지지 않는 기억의 서사’와 애도의 방식을 주제로 깊이 있는 통찰을 공유한다. 주제 발표 이후에는 ‘한강 문학을 활용한 비판적 독서 교육 방안’을 주제로 종합 토론이 이어진다. ‘소년이 온다’ 등 주요 작품 독서 토론과 글쓰기 지도, 초·중등 독서 교육에서의 한강 문학 접근법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다. 이정선 교육감은 24일 “한강 작가의 뛰어난 문학적 성과를 기념하고, 작품이 지닌 깊은 통찰력을 교육 현장에 접목하는 계기와 학생들이 비판적 사고력과 문학적 감수성을 함양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포지엄 참여 신청은 포스터 정보무늬(QR코드) 및 온라인 링크(https://buly.kr/AwgIWb6)에서 하면 된다. 선착순 120명이 채워지면 자동 마감된다.
  • 민희진 “잃어버린 명예…” 인스타에 올린 의미심장 사진

    민희진 “잃어버린 명예…” 인스타에 올린 의미심장 사진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하인리히 뵐의 소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표지를 올리며 또 한 번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민 전 대표는 24일 해당 책 표지를 사진으로 게재했다. 이 작품은 선정적 보도와 군중 심리가 한 개인의 명예를 파괴하는 과정을 다룬다. 성실하게 살아온 여성이 허위 보도와 왜곡된 여론에 의해 살인범의 연인, 테러리스트 공조자 등으로 낙인찍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의 부제는 ‘혹은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다. 민 전 대표가 최근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이 작품에 빗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지난해 4월부터 하이브와 갈등을 이어오며 여러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이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다며 감사에 착수했고, 민 전 대표는 뉴진스 콘셉트 표절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본질이라고 맞섰다. 양측은 주주 간 계약 해지, 풋옵션 매매대금 청구 등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이브 산하 빌리프랩과 쏘스뮤직도 각각 약 20억원, 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민 전 대표는 두 레이블이 뉴진스 콘셉트를 차용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민 전 대표와 함께 어도어를 떠나겠다고 했던 뉴진스 멤버들은 최근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에서 패소했다. 복귀 가능성이 제기되자 민 전 대표는 “뉴진스는 다섯일 때 비로소 완성된다”며 “불필요한 분란과 해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 여러 부문 응모 가능… 미발표작만 허용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을 가장 처음 알아본 곳. ‘2026 서울신문 신춘문예’ 원고 접수가 일주일 뒤인 다음달 1일 마감된다. 지난 4일 첫 공고 이후 서울신문 문화체육부 신춘문예 담당자(02-2000-9595) 앞으로 다양한 문의가 쏟아졌다. 투고자들이 궁금해하는 사안들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Q. 원고의 형식이나 분량은. A. 컴퓨터로 작성한 원고는 A4 용지에 출력하면 된다. 글씨체나 크기, 간격 등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원고지에 자필로 작성해도 된다. 정해진 형식이 있는 장르(시조) 외에는 자유롭게 작성하면 된다. 단편소설, 희곡, 문학평론, 동화는 기존 안내 분량에서 위아래로 10매가 넘지 않는 선에서 작성하면 된다. 1편 이상의 작품을 제출하는 것은 응모자의 자유다. 그러나 당선작은 1편만 선정한다. 시와 시조는 3편 이상을 투고해야 한다. 편수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당선작은 1편만 선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심사위원과 협의해 2편 이상의 당선작을 선정할 수 있다. Q. 작품의 저작권은. A. 당선작의 저작권은 당선자에게 있다. 당선되지 않은 원고는 응모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신문사가 일정 기간 보관 후 폐기한다. Q. 한 사람이 여러 부문에 응모해도 되나. A. 가능하다. Q. 지역신문의 신춘문예나 지방 문예지 신인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한 사람도 응모할 수 있나. A. 가능하다. Q. 웹진이나 소셜미디어에 올렸던 작품을 투고해도 되는가. A. 안 된다. 어떠한 형태로든 발표되지 않은 순수한 작품이어야 한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웹진이나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작품은 여기에 저촉되는 것으로 간주한다. 다만 일반인 가입이 제한된 온라인 소모임 애플리케이션에서 공유됐던 글은 투고할 수 있다. Q. 당선 소식은 언제 알 수 있나. A. 12월 중순 중 개별적으로 안내할 예정이다. 당선자로 안내받았더라도 추후 표절이나 다른 언론사 신춘문예 중복 투고 등이 확인되면 당선이 취소된다.
  • [한기호의 서로서로] 독서진흥원은 어떨까

    [한기호의 서로서로] 독서진흥원은 어떨까

    “쓸데없는 짓에 휩쓸려 두바이에 와 있어요.” 한 출판사 대표의 문자를 받고 의아함을 느꼈다. 곧 다른 출판사 대표에게 전화하니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도서전에 가 있다고 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부스와 출장비를 지원해 줬는데 파리만 날리고 있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두 사람은 ‘2025 찾아가는 두바이 도서전’에 참가해 저작권 계약을 맺으려고 노력 중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독서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해 왔다. 도서관 예산은 크게 줄었고, 서점의 독서문화 예산도 제로에 가까워졌다. 반면 ‘K북’ 수출에 열을 올리면서 예산을 키웠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국 도서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커진 것은 맞다. 하지만 진흥원은 전문성이 없는 대행업체를 통한 참여 출판사가 15개 내외에 불과한 단발성 전시관 운영으로 일관하고 있다. ‘2025 한일 수교 60주년 출판교류사업’을 펼칠 때는 일본 서점 10곳에 일본어로 번역된 한국 책 10여권을 진열하려고 매대를 샀다. 도매상 토한(동경출판판매)에도 수천만원이 넘어갔다. 진흥원이 선정한 ‘K북 특별코너’에 진열된 책들은 전량 반품됐다고 했다. 문체부는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국제 출판계의 비난만 자초하고 있다. 문체부는 국제도서전을 개최해 온 대한출판문화협회와는 소송까지 벌이면서 대화를 완전히 끊어 버렸다고 한다. 인문 강국을 꿈꾸는 이재명 정부에서도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최근 국내 출판시장은 처절하게 무너지고 있다. 방법론이 중요했던 노하우(Know-how) 시대는 정보가 어디에나 넘치는 노웨어(Know-where) 시대를 거쳐 인공지능(AI)과 함께하는 노AI(Know-AI) 시대가 됐다. 인간이 AI를 이용해 수많은 정보를 취득하게 되면서 정보 관련 책들의 판매 부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AI가 달콤한 목소리로 위로해 주니 자기계발서마저 팔리지 않는다. 뛰는 주가에 놀라 엄마들이 주식 어플만 바라보는지 그동안 잘 팔리던 아동·청소년 책들도 휘청거린다. 온라인 해외 저널과 웹에 오른 전자책만으로 박사 논문을 쓸 수 있게 되면서 학술서는 이미 초주검 상태다. 한 출판인은 “그동안 어려워도 어떻게든 굴러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 시대가 되면 문화 향유 욕구가 높아진다. 최근 전시장이나 박물관에는 관람객이 넘치고, 공연이나 콘서트는 표를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유독 책만은 읽지 않는지 수많은 출판사가 처절하게 무너지고 있다. 그 이유가 양극화일 수도 있고, 유튜브와 넷플릭스와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책 읽기를 포기한 결과일 수도 있다. AI 시대에도 창의력과 상상력을 지니지 않으면 경쟁력을 높이기 어렵다. 그런 능력은 책을 읽어야 키워진다. 독서 진흥을 외면한 채 출판 진흥을 외치는 것은 사상누각을 세우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차라리 헛발질만 하는 출판진흥원을 독서진흥원으로 바꿀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 “울던 내게 1000달러”…베이조스 전처, 조 단위 기부 시작 말하다

    “울던 내게 1000달러”…베이조스 전처, 조 단위 기부 시작 말하다

    세계적 자선가로 꼽히는 매켄지 스콧(55)은 대학 시절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놓였을 때 룸메이트가 당시 약 70만~80만 원에 해당하는 1,000달러(약 145만 원)를 건네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회상했다. 이는 현재 물가 기준으로 350만~380만 원에 이르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스콧은 “내가 베풀어온 수많은 기부의 출발점은 바로 그 작은 친절이었다”고 말했다. 미 경제매체 포천은 16일(현지시간) 스콧의 최근 기고문과 관계자 인터뷰를 인용해 그가 지난 수년간 대규모 기부를 이어온 배경에는 대학 2학년 때 중퇴 위기까지 몰렸던 상황과 이를 도운 룸메이트의 결정적 도움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혼 후에도 자산 51조 원…이미 28조 원 넘게 기부 스콧은 2019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61)와 이혼하며 아마존 지분 약 4%(1억 3,900만 주)를 받았다. 이후 2020년부터 지금까지 보유 지분의 42%를 매각하거나 기부했고 개인 자선 플랫폼 ‘일드기빙’(Yield Giving)을 통해 192억 5,000만 달러(약 28조 819억 원)를 기부했다. 그런데도 스콧의 현재 순자산은 350억 달러(약 51조 580억 원)에 달한다. 올해 가을에도 교육 및 다양·형평·포용성(DEI) 분야 단체들에만 4억 달러(약 5,835억 원) 이상을 지원하는 등 활발한 기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작은 친절이 나를 구했다”…스콧이 회상한 ‘두 명의 은인’스콧은 지난달 15일 일드기빙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내가 수천 건의 기부를 할 때마다 떠올린 이는 두 명이다. 부러진 이를 보고 무료로 치료해준 동네 치과의사, 그리고 울고 있던 내게 1,000달러를 빌려준 룸메이트였다”고 적었다. 그는 당시 경제적 압박으로 학업 지속이 사실상 어려웠으며, 룸메이트의 도움 덕분에 중퇴를 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룸메이트는 훗날 ‘저소득층 학자금 대출 회사’ 창업 포천은 이 돈을 빌려준 룸메이트가 프린스턴대 동기 지니 링고 타켄턴이라고 전했다. 현재 4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타켄턴은 이 경험을 계기로 보증인 없이 저소득층 학생에게 대출을 제공하는 ‘펀딩 유’(Funding U)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약 8,000명의 학생에게 8,000만 달러(약 1,167억 원)를 대출했다. 타켄턴은 프린스턴 동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작은 친절이 쌓이면 큰 변화를 만든다”며 스콧의 기부 행보를 “거대한 은혜의 확장”이라고 평가했다. 토니 모리슨이 길러낸 소설가…세계적 자선가로 성장프린스턴대를 졸업한 스콧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토니 모리슨에게 문학을 배우며 소설가로도 두각을 나타냈다. 2005년 출간한 데뷔작 ‘루서 올브라이트의 시험’(The Testing of Luther Albright)은 2006년 아메리칸 북어워드를 수상했다. 스콧의 행보는 이후 교육·지역사회·다양성·형평성 등 전 영역으로 확장되며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자선 활동”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울던 내게 1000달러를…” 베이조스 전처 스콧이 밝힌 ‘조 단위 기부의 시작’ [월드피플+]

    “울던 내게 1000달러를…” 베이조스 전처 스콧이 밝힌 ‘조 단위 기부의 시작’ [월드피플+]

    세계적 자선가로 꼽히는 매켄지 스콧(55)은 대학 시절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놓였을 때 룸메이트가 당시 약 70만~80만 원에 해당하는 1,000달러(약 145만 원)를 건네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회상했다. 이는 현재 물가 기준으로 350만~380만 원에 이르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스콧은 “내가 베풀어온 수많은 기부의 출발점은 바로 그 작은 친절이었다”고 말했다. 미 경제매체 포천은 16일(현지시간) 스콧의 최근 기고문과 관계자 인터뷰를 인용해 그가 지난 수년간 대규모 기부를 이어온 배경에는 대학 2학년 때 중퇴 위기까지 몰렸던 상황과 이를 도운 룸메이트의 결정적 도움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혼 후에도 자산 51조 원…이미 28조 원 넘게 기부 스콧은 2019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61)와 이혼하며 아마존 지분 약 4%(1억 3,900만 주)를 받았다. 이후 2020년부터 지금까지 보유 지분의 42%를 매각하거나 기부했고 개인 자선 플랫폼 ‘일드기빙’(Yield Giving)을 통해 192억 5,000만 달러(약 28조 819억 원)를 기부했다. 그런데도 스콧의 현재 순자산은 350억 달러(약 51조 580억 원)에 달한다. 올해 가을에도 교육 및 다양·형평·포용성(DEI) 분야 단체들에만 4억 달러(약 5,835억 원) 이상을 지원하는 등 활발한 기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작은 친절이 나를 구했다”…스콧이 회상한 ‘두 명의 은인’스콧은 지난달 15일 일드기빙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내가 수천 건의 기부를 할 때마다 떠올린 이는 두 명이다. 부러진 이를 보고 무료로 치료해준 동네 치과의사, 그리고 울고 있던 내게 1,000달러를 빌려준 룸메이트였다”고 적었다. 그는 당시 경제적 압박으로 학업 지속이 사실상 어려웠으며, 룸메이트의 도움 덕분에 중퇴를 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룸메이트는 훗날 ‘저소득층 학자금 대출 회사’ 창업 포천은 이 돈을 빌려준 룸메이트가 프린스턴대 동기 지니 링고 타켄턴이라고 전했다. 현재 4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타켄턴은 이 경험을 계기로 보증인 없이 저소득층 학생에게 대출을 제공하는 ‘펀딩 유’(Funding U)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약 8,000명의 학생에게 8,000만 달러(약 1,167억 원)를 대출했다. 타켄턴은 프린스턴 동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작은 친절이 쌓이면 큰 변화를 만든다”며 스콧의 기부 행보를 “거대한 은혜의 확장”이라고 평가했다. 토니 모리슨이 길러낸 소설가…세계적 자선가로 성장프린스턴대를 졸업한 스콧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토니 모리슨에게 문학을 배우며 소설가로도 두각을 나타냈다. 2005년 출간한 데뷔작 ‘루서 올브라이트의 시험’(The Testing of Luther Albright)은 2006년 아메리칸 북어워드를 수상했다. 스콧의 행보는 이후 교육·지역사회·다양성·형평성 등 전 영역으로 확장되며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자선 활동”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한국 문학의 ‘선배는 똥’… 그 거름 된 토양에서 한강 노벨상 나와”[서동철의 노변정담]

    “한국 문학의 ‘선배는 똥’… 그 거름 된 토양에서 한강 노벨상 나와”[서동철의 노변정담]

    우여곡절 끝에 소설가 선택시인 되려 서라벌예대 장학생 입학‘운문 소질 없다’ 박목월 평가에 실망자원입대 후에도 ‘글 써야겠다’ 굳혀보부상 이야기 쓰게 된 동기장터 앞집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라장날 풍경 통해 일찍 어른 세계 엿봐어린 시절 경험·기억 소설로 쓰게 돼4년 9개월간 서울신문 연재1979년부터 시장·시골 여관 돌며 써연재 중 원고료 2회 올라 최고 대우장터 취재 때 간첩으로 오해받기도객주문학관의 긍정적 역할해마다 강당서 ‘객주문학대전’ 개최문인 모임·시낭송회 이웃으로 퍼져“모래알 모여 해변 돼, 나도 모래 한 알” 청송은 ‘객주’의 고장이나 다름없다. 진보에 접어들자 왼쪽에 객주문학관이 나타난다. 터가 좋아 보이는 문학관에서는 조선시대 진보현의 읍치였을 진보면 소재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객주’의 작가 김주영 선생과는 문학관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약속 시간에 여유가 있으니 장터를 먼저 둘러보기로 한다. 사과의 고장임을 상징하는 커다란 조형물이 눈길을 끌더니 곧바로 객주공원이다. 조금 더 들어가니 진보객주시장이라고 알리는 간판이 큼지막하다. 시장 뒤편이 작가가 자란 마을이라고 한다. 작가의 생가가 복원됐고 옛 장터 분위기를 느끼며 민박을 할 수 있는 객주문학마을도 만들어졌다. 작가는 지금 이 마을에 살고 있다. 도시에서는 많이 사라진 다방도 몇 개 보였는데 밝은 목소리가 새어 나오는 곳으로 들어가 커피를 시켰다. 다방 사장님에게 ‘객주’의 작가를 아느냐고 했더니 저녁이면 막걸리를 한잔 하신 선생과 장터에서 마주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했다. 커피값이 얼마냐고 했더니 3000원만 내란다. 너무 싸지 않으냐고 했더니 미소만 짓는다. 객주시장을 낳은 작가를 만나러 왔다고 깎아 준 것 아닐까 모르겠다. 김주영 선생과 객주문학관 1층 소설도서관에서 마주 앉았다. 그는 “청송에 내려오니 처음엔 서울에서 전화도 오고 하더니 이제는 연락하는 사람도 없어요. 조용하게 지내는 게 낙이야”라고 했다. 장터 네거리 카페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 구경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면서 웃었다. ‘문학관이 으리으리하다’고 했더니 “지금은 돌아가신 군수님이 너무 적극적으로 주장해서 이렇게 됐다”고 한다. “사실 문학관을 만들자는 제안은 청송, 구례, 울진 세 군데서 들어왔어요. 문단 대선배도 문학관이 없는데 살아서 만든다는 게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문학관 만들 처지가 못 된다고 거절했어요. 무엇보다 내가 다른 사람 앞에 나서기를 싫어합니다. 그런데 청송군이 물러서지 않더군요. 그렇다면 내 이름은 넣지 말자고 해서 객주문학관이 됐어요.” 그는 “지역에서 문학관이 성공한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다행”이라고 했다. “엊그제도 한 오십명이 찾아왔어요. 문학관 덕분에 청송에 관광객이 많이 찾아온다는 겁니다. 주왕산 갔다가도 오고, 가을엔 사과축제 갔다가도 오고요. ‘언제 문학관에 가면 선생님을 볼 수 있느냐’는 전화도 많이 옵니다. 그럼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고 하지요. 관람료도 없어요. 나도 여기 혼자 사니까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게 좋아요. 점심을 같이 하고 저녁 때는 막걸리도 함께 마십니다.” 작가는 ‘객주’를 1979년 6월 1일부터 4년 9개월 동안 서울신문에 연재했다. 이후 9권으로 출간됐는데, 2013년 후속 연재가 이뤄지면서 10권을 채우게 된다. “그때 서울신문 문화부엔 문학평론가 김주연 선생과 나중에 보건사회부 장관을 지낸 송정숙 선생이 있었어요. 내가 옛날 보부상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싶은데 신문에 연재하면 어떻겠느냐고 했지요. 흔쾌하게 그러자고 하면서 대강의 줄거리를 가져다 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연재를 시작하게 됐지요.” 작가는 노트에 깨알 같은 글씨로 취재한 내용을 적어 작품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문학관에는 그의 노트가 여러 권 전시돼 있었다. ‘객주’는 시골 여관방에서 썼다고 했다. “장터 여관에서 원고를 써서 서울신문 지국에 가져다 주면 서울 본사로 보냈어요. 서울신문은 전국 면 소재지마다 지국이 없는 곳이 없었거든요. 여관방에서 한번에 열흘 치를 써서 지국에 갖다 준 뒤 다음 장터로 옮겨 가고 그랬지요. 그런 떠돌이 생활을 ‘객주’를 연재한 다섯 해 내내 했던 겁니다.” 웃지 못할 일도 여러 차례 겪었다. “당시 사회 분위기는 간첩 색출이 지상 과제였어요. 전라도로 가는 충남 강경의 나루터였어요. 장터를 취재한다고 허름한 배낭을 메고 다니니 경찰관 두 사람이 다가와 같이 가자는 겁니다. 뒤져 보니 카메라가 나오고, 읽기도 어려운 메모장이 나오고, 구질구질한 옷가지가 있으니 간데없는 간첩이었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호소할 데가 없어서 서울신문에 전화했어요. 그랬더니 경찰에 엉뚱한 사람 잡아들였으니 빨리 풀어 주라고 했던 모양입니다. 경찰서장이 찾아와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군포에서도 다방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종업원에게 이것저것 물었더니 간첩이라고 신고를 했나 봅니다. 파출소 순경 두 사람이 달려오더니 등에다 권총을 들이대는 거예요. 그때도 신문사에 연락해 간신히 풀려날 수 있었지요.” ‘객주’를 연재하는 동안 두 차례 원고료가 올랐다고 한다. 최고의 원고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객주’는 인기가 있었다. 추가로 연재한 이유도 물었다. “‘객주’ 이후에도 여행을 자주 다녔는데 울진에 갔더니 십이령을 넘어 상주 쪽으로 소금장수가 드나들었다고 해요. 옛날 울진 삼척에는 토염이 많이 나서 산을 넘어 날랐다는 겁니다. 소금장수 흔적도 남아 있었습니다. 그걸 취재하니 놓치기가 아까웠어요. 이것도 서울신문에 연재하면 좋을 것 같아 연락했지요.” 작가가 왜 보부상에 관심을 가졌는지 궁금했다. 그는 “어릴 때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집이 장터 바로 앞에 있어 장날이면 앞마당에 장꾼들이 난전을 폈다”고 했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어요. 장날에는 구경하느라 학교에 안 갔어요. 처음엔 선생님이 왜 안 왔느냐고 물으면 배가 아파서 그랬다고 둘러댔고요. 그런데 한두 번이 아니니 이 녀석은 장날마다 배가 아프냐면서 손바닥도 맞고 그랬지요. 장날이 되면 새로운 장사꾼들이 와서 흥정하고 싸우고 낯선 사투리로 얘기하는 게 어린 나에게는 신기했어요. 학교 가서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장날 풍경으로 일찍 어른들의 세계를 엿봤다고나 할까요. 철이 빨리 들었어요. 어른 말을 흉내 냈고 어른 세계도 봤으니 다른 애들보다 조숙했습니다. 그런 기억은 어른이 돼서도 진하게 남았어요. 소설가가 된 다음엔 자연스럽게 장터 사람들 이야기를 써 봐야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런데 짧은 소설을 쓰다 보니 긴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장날의 풍경, 거기서 쌓은 내 경험, 그 경험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무엇, 이런 기억이 떠올라 도저히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객주’는 우리말의 ‘보고’라는 찬사를 받는다. 그만큼 낯선 어휘가 숱하게 등장한다. “그제는 서울의 여고 동창생들이 오셨는데 교장 선생님 출신도 계셨어요. 옛날에 ‘객주’를 봤는데 문학관에 온다고 해서 다시 읽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나이 들어 읽으니 맛이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 젊었을 땐 친근하지 않은 순수 우리말 때문에 어려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연륜이 쌓이니 이 소설이 부담스럽지 않게 읽힌다는 거지요. 어떤 출판사에서 ‘객주’를 젊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요즘 말로 고치자는 제안을 한 적도 있어요. 작업하는 동안 생활비도 자기들이 다 대겠다고요. 안 한다고 했어요. 이 소설의 특징이 죽어 버리니까요. 그 단어 하나하나를 발굴하는 데 힘을 쏟아부었거든요. 그 퇴직 교장 선생님도 나이를 먹고 인생 경험이 쌓이니까 예전에는 어렵던 단어의 느낌을 이제는 알겠다는 겁니다. 개작 안 한 것을 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청송에는 여러 곳의 교도소가 있다. 한때는 퇴소자를 봉고차에 태워 버스 터미널에 내려 줬다고 한다. 작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 일주일 남짓 매일같이 찾아간 적도 있다고 했다. “출소한 사람들이 가장 처음 찾는 게 담배인데, 커피 자판기는 있어도 담배 자판기는 없었어요. 출소자와 얘기를 나누는데 담배를 아쉬워하길래 내가 피우다 반쯤 남은 담뱃갑을 건넸지요. 그랬더니 보따리를 풀고는 교도소에서 재미나게 읽었다며 ‘객주’ 세 권을 꺼내는 겁니다. 교도소 베스트셀러니 한번 보시라면서. 내가 작가라는 말은 안 했어요. 교도소장 인사 이동이 있으면 꼭 문학관에 와서 인사를 합니다. 그런데 교도소 자료실에 ‘객주’를 사 놓으면 자꾸 없어진다는 거예요. 출소한 친구가 내게 꺼내 놓은 책도 그렇게 들고 나온 것이 아닐까 하고 속으로 웃었습니다.” 객주문학관에는 ‘소설 객주를 주제로 한 복합 문화공간’이라는 작은 이름도 달려 있다. 문학관이 생기고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해마다 문학관 강당에서 경북일보가 주도해 ‘객주문학대전’이 열립니다. 지역 문학 지망생들의 작품을 뽑아 상금을 주고 책으로 만들어요. 중앙지 신춘문예만큼은 아니지만 경쟁이 치열하고 수준도 높습니다. 이제 지역 문인들의 모임이 생기고 시 낭송회도 열리지요. 이런 분위기가 청송을 넘어 이웃 지역으로 퍼져 나가는 것 같습니다.” 작가는 “나를 소설가로 만들어 준 것이 몇 가지 있다”고 했다. 어린 시절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란 것, 그래서 세상을 어느 누구보다 먼저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시인이 되려고 했어요. 서라벌예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는데 박목월 선생님이 교수로 계셨지요. 여름방학 전 시 11편을 써서 드렸어요. 좀 봐 주십사 하는 거였지요. 그런데 연락이 없어요. 교수실로 찾아갔더니 대뜸 “자네는 운문에 소질이 없네” 하시는 겁니다. 하늘에서 바윗덩어리가 쏟아져 내리는 것 같습디다. 스스로에 얼마나 실망했는지 2학기 등록을 안 하고 시골에 내려와 자원입대했어요. 군 생활 내내 그 말씀이 가슴에 맴돌았지요. 그럼에도 결국엔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생님의 한마디가 나를 소설가로 만든 겁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도 탄생했는데 한국 문학은 그만큼 좋아진 것일까. “모르겠어요. 내가 함부로 할 얘기는 아닐 겁니다. 그런데 ‘선배는 똥이다’ 이 한마디는 얘기할 수 있어요. 혼자 잘나 노벨상을 탄 것이 아니라 그 아래 거름이 된 똥이 많이 깔려 있다는 뜻이지요. 한강이라는 작가가 한국 문학이라는 토양에서 그만큼 자랐다는 뜻입니다. 요즘엔 좋은 작가와 작품이 얼마나 많이 쏟아져 나옵니까. 그중에서 한강이라는 작가가 선택된 것이라고 봐야겠지요.” 마지막으로 “선생님과 ‘객주’가 우리 문학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작가는 “그런 생각은 안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열심히 할 뿐이지. 죽기 전까지…. 한 사람의 작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어요. 모래알이 모여 해변이 되는 거지. 나도 모래 한 알입니다. 어제는 문학관에 대학생 셋이 왔는데, 가방에서 ‘객주’를 꺼내더라고… 그러면 된 거지.” ■ 소설가 김주영은 1939년 경북 청송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70년 ‘여름사냥’이 ‘월간문학’에 가작으로 뽑히고 이듬해 ‘휴면기’가 같은 문학지 신인상을 받으면서 문단에 나왔다. ‘객주’, ‘활빈도’, ‘천둥소리’, ‘화척’, ‘홍어’, ‘아라리 난장’, ‘멸치’, ‘빈집’, ‘잘 가요 엄마’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1984년 유주현문학상, 1993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 1996년 이산문학상, 1998년 대산문학상, 2002년 김동리문학상을 수상했다. 글·사진 서동철 논설위원
  •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 국제포럼 내달 광주서 개최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 국제포럼 내달 광주서 개최

    광주시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11일 광주비엔날레 회의실에서 ‘2025 제2차 정례협의회’를 열어 시민들이 일상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 기념행사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전시 장소 협조 ▲2028 전국체전 협력 방안 ▲ACC 개관 10주년 기념식 협조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신규사업 등이 논의됐다. 양 기관은 오는 12월 10∼11일 ACC 국제회의실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 기념 국제포럼’을 개최하고, 로비 등 포럼 주변 공간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협의했다. 또, 내년 9월 열리는 ‘제16회 광주비엔날레’의 해외 파빌리온 전시공간 일부를 ACC에 마련하는 방안도 협의했다. 이와 함께 광주에서 개최하는 ‘2028 전국체육대회’와 연계한 문화·체육 융합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오는 25일 ACC 개관 10주년 기념식에도 적극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광주시-ACC 정례협의회는 양 기관의 협력 과제를 발굴하고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는 자리로, 매년 두 차례 열린다. 김상욱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ACC는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아시아 문화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광주시와 긴밀히 협력하며 지역 문화생태계 발전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김영문 문화경제부시장은 “문화·기술·예술이 어우러지는 아시아문화중심 3.0시대로 도약하기 위해 ACC와 협력이 중요하다”며 “지역민, 세계와 소통하며 광주의 미래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 [씨줄날줄] 트럼프와 아프리카너

    [씨줄날줄] 트럼프와 아프리카너

    아프리카너는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이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유럽인 후손을 일컫는다. ‘보어인’으로도 불리며 남아공 인구의 5~6%를 차지한다. 네덜란드어가 변형된 이들의 언어 아프리칸스어는 남아공 11개 공용어 중 하나다. 아프리카너 정치 세력이던 국민당은 1948년 집권하며 철저한 인종 분리 정책 아파르트헤이트를 주도했다. 아프리카너는 ‘칼뱅주의 신학에 입각해 신(神)이 정한 질서’에 따라 백인은 지배자, 흑인은 피지배자라는 관념을 고착화시켰다. 노아의 아들이 저주받아 노예가 됐다는 성경 구절도 강제 노동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썼다. 보어전쟁으로 새로운 점령자가 된 영국이 1833년 노예제를 폐지하자 신의 뜻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셜록 홈스를 탄생시킨 영국 추리작가 아서 코넌 도일은 ‘대(大)보어전쟁’이란 논픽션을 남겼지만 원주민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네덜란드계든 영국계든 백인들은 흑인들을 ‘존재하지 않는 존재’로 인식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훗날 아파르트헤이트 시기 성장한 아프리카너 소설가 네이딘 고디머는 백인의 특권과 흑인의 소외를 주제로 다뤄 199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그의 작품은 아프리카너의 역사적 죄책감을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남아공 정부가 아프리카너에게 인종차별을 하고 있다”고 주장해 세계를 당황스럽게 했다. 앞서 ‘백인 말살’ 주장은 미국 보수 미디어를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트럼프는 남아공의 보상 없는 토지 수용법을 거론했다고 한다. 이러다 우리의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을 문제 삼는 상황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트럼프는 이달 하순 남아공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보이콧을 선언했다. 트럼프는 그동안에도 ‘아프리카너에 대한 흑인 정권의 핍박’을 백인 유권자 선거운동에 활용했었다. 갈수록 걱정스러운 미국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 사랑에서 사랑으로: 헤겔, 앤 카슨, 이병률, 신이인, 토니 모리슨[폐허에서 무한으로]

    사랑에서 사랑으로: 헤겔, 앤 카슨, 이병률, 신이인, 토니 모리슨[폐허에서 무한으로]

    편집자 주 망각忘却은 모든 문장의 운명입니다. 오래된 책은 잊힌 문장으로 가득한 폐허廢墟이지요. 책을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요. 폐허에서 무한無限을 찾는 것 아닐까요. 먼 옛날에 쓰인 문장을 가지고 와 이어 써보려고 합니다. 저의 심폐소생으로 책이 부활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의 글 역시 결국 무로 돌아갈 것이기에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입니다. 온라인으로 연재하는 이 시리즈는 기사도 소설도 아니고 시는 더더욱 아닙니다. 옛날과 오늘날을, 필자의 짧은 상상력으로 접붙이는 에세이 정도로 가볍게 읽고 넘어가 주시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신 독자에게 문운文運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6. 사랑에서 사랑으로: 헤겔, 앤 카슨, 이병률, 신이인, 토니 모리슨 “사랑은 모든 대립을 배제한다.”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어떤 단어는 ‘공간’이 됩니다. ‘사랑’이 그렇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사랑을 말하고, 사랑을 원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사랑이 다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신의 사랑과 인간의 사랑이 다르고,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도 각기 다릅니다. 연인과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도 같지 않고 반려동물을 향한 사랑 역시 또 다른 차원에 있습니다. 이 모든 걸 우리는 사랑이라고 합니다. ‘다르게’ 불러야 할까요. 그러자고 주장하는 이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럴 필요 있나요. 헤겔의 말마따나 사랑은 ‘대립을 배제’하는 것인데요. 저 다양한 사랑을 그저 ‘사랑’이라는 단어의 공간으로 불러들이면 될 일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저 사랑입니다. 이 공간에 어떻게 ‘입장’하셨는지요. 당신의 머릿속에 있는 사랑은 무엇인지요. 무엇이더라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사랑함으로써, 사랑 안에서 어우러지면 되는 것이니까요. 그 무엇도 사랑이 될 수 있고, 또 사랑을 위해서라면 우리는 그 무엇도 할 수 있습니다. 짧지만 이 글은 제 나름대로 ‘사랑의 역사’를 써보려고 합니다. ‘정확하고 적절한’ 서술은 불가능할 겁니다. 그러고 싶지도 않고요. 제가 읽은 시와 소설과 철학에서 정의하는 사랑을 건져 올릴 것입니다. 그리고 맞붙여 보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사랑이 무엇인지 모습을 드러낼까요. 글쎄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될 것은 없겠습니다. 그것 역시 사랑의 한 모습이라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지극히 사적인 사랑의 역사, 저는 헤겔에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여기에는 다소 내밀한 이야기가 있는데, 잠시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학부생 시절 ‘사회사상’이라는 수업을 들은 적 있습니다. 사회학과 전공 수업으로 서구의 사회 사상사를 개론 차원에서 풀어주는 내용이었죠. 제 전공이 사회학은 아닙니다만, 제목에 매료돼 겁도 없이 수강신청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무난했는데, 중간고사 이후 올 것이 오더군요. 바로 헤겔이었습니다. 교수님은 다음 시간까지 헤겔의 ‘법철학’을 읽어오라고 하셨습니다. 물론 전체는 아니고 부분만요. 100쪽 남짓 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거짓말을 보태지 않고 정말 한 단어, 한 문장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검은 건 글자요, 흰 것은 종이라. 그래도 문학청년이랍시고 이런저런 책을 들춰봤는데도, 사정은 처참했습니다. 심지어 독일어 원문도 아니었고 한국어 번역본이었는데도, 헤겔의 문장은 외국어나 다름없었습니다. 씁쓸한 마음을 안고 강의실로 들어갔습니다. 슬쩍 눈치를 보니 당황한 건 저뿐만은 아니었던 듯합니다. 교수님도 이를 간파하시더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던가요?” 물으셨습니다. 다들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교수님은 헤겔이 법철학에서 한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하셨습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아니, 이런 문장이 있었나. 혈기 왕성했던 대학생의 눈에 이 질문은 강력한 매혹이었습니다. 법철학의 내용은 지금도 어렴풋합니다. 이 질문만 뚜렷이 남아있습니다. 난해하고 어려운 철학자 헤겔은 그렇게 저에게는 ‘사랑의 철학자’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머리가 조금 더 크고 더 공부해 보니 제 ‘편견’은 그리 틀리진 않았던 듯합니다. 헤겔은 이곳저곳에서 사랑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철학사상 가장 난해하다고 평가되는 ‘정신현상학’뿐만 아니라 여러 글과 책을 통해 ‘사랑’을 정의하고자 노력합니다. “사랑은 모든 대립을 배제한다”는 저 말은 ‘청년 헤겔의 신학론집’(그린비)에 실린 단편 ‘사랑’(Die Liebe)에서 가지고 온 문장입니다. 사랑에 관한 헤겔의 또 다른 정의를 보겠습니다. 저를 골치 아프게 했던 그 ‘법철학’에서 그는 사랑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나와 타자 사이에 통일이 이뤄져 있다는 의식을 뜻한다. 여기서 나는 고립돼 있는 게 아니라 나와 타자, 타자와 나의 통일을 자각함으로써 나의 자기의식을 획득한다.”(헤겔, ‘법철학’) 단어들이 조금 어렵지만 찬찬히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조금 멋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습니다. 사랑은 대립을 배제하는 것을 넘어 나와 타자의 ‘통일’을 찾는 일입니다. 그리하여 사랑은 모든 ‘사회적인 것’의 기초가 됩니다. 나와 타자가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분리돼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사회’라는 것이 성립할 수 있을까요. ‘사회사상’에서 헤겔과 ‘법철학’을 다뤄야 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나와 타자 사이의 통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반론을 가지고 와 보겠습니다. “에로스는 경계의 문제다. … 손을 뻗음과 붙잡음 사이, 시선과 응답하는 시선 사이, ‘나는 널 사랑해’와 ‘나도 널 사랑해’ 사이의 간격 속에서 욕망의 부재하는 현존이 활기를 띤다. 하지만 시간과 시선과 ‘나는 널 사랑해’의 경계는 에로스를 창조하는 불가피한 주요 경계, 즉 너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육체 및 자아의 경계의 여파에 불과하다. 그리고 불쑥 내가 그 경계를 해체하려 하는 순간에만 나는 내가 절대 그럴 수 없음을 깨닫는다.”(앤 카슨, ‘에로스, 달콤씁쓸한’) 시인 앤 카슨은 자신의 박사논문을 아름다운 에세이로 개작했습니다. 황유원 시인의 번역으로 국내에도 출간된 ‘에로스, 달콤씁쓸함’(난다)은 사랑이 무엇인지 궁금한 이라면 꼭 들춰봐야 할 책입니다. 카슨의 책은 아주 유려하면서도 치밀합니다. 에로스는 주지하듯 사랑을 의미하는 명사입니다. 명사는 어떤 대상의 이름을 고정하는 것이지요.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사랑은 과연 고정될 수 있는 것일까요. 달콤했다가 씁쓸하기도 하고, 둘 사이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입니다. 무한한 진동입니다. 카슨은 에로스가 ‘경계’의 문제라는 걸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죠. ‘나’와 ‘너’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니까요. 헤겔은 사랑을 ‘나’와 ‘타자’ 사이의 통일이라고 봤습니다만, 카슨은 여기에 반대합니다. ‘불쑥 내가 그 경계를 해체하려 하는 순간에 나는 내가 절대 그럴 수 없음을 깨닫는다.’ 사랑하는 이는 ‘나’와 ‘너’가 완벽히 하나가 되고자 합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면서 끊임없이 ‘나’를 주장하고 유지합니다. 그리고 상대에게 닦달하죠. 왜 ‘나’가 되어주지 못하냐고. ‘나’를 없애지 못합니다. ‘너’로 나아갔다가 끊임없이 ‘나’로 되돌아오는 경험. 모두 해본 적 있을 겁니다. ‘내’가 사라지지 않는 한 ‘나’와 ‘타자’와의 통일은 불가능한 욕망입니다. 사랑은 그래서 슬픈 것입니다. ‘하나됨’과 ‘하나되지 못함’. 우리의 사랑은 둘 사이에서 무한히 진동합니다. 우리는 과연 사랑할 수 있을까요. 탁월한 비평가였던 롤랑 바르트는 여기에 의미 있는 통찰을 전하고 있습니다. 실연의 아픔을 철학적으로 묵상하고 싶은 분이라면 바르트의 책 ‘사랑의 단상’(동문선)을 꼭 읽어보길 권유합니다. 그의 강연을 묶은 글인데, 그만큼 파편적인 단편들이 많습니다. 그중에 ‘사랑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바르트는 이렇게 말합니다. “취소(ANNULATION).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 자체에 무게에 짓눌려 사랑의 대상을 취소하게 되는 언어의 폭발. 사랑의 고유한 변태성에 의해, 주체가 사랑하는 것은 사랑 그 자체이지 대상이 아니다.”(바르트, ‘사랑의 단상’) 인간은 누구나 사랑하기에 모두에게 해당하는 질문을 하나 해보겠습니다. 지금 내가 사랑하는 것은 어떤 ‘대상’입니까, 아니면 그 대상을 사랑하고 있는 ‘나’입니까. 사랑하면서 ‘나’를 버릴 수 있습니까. 사랑한다는 이유로 여전히 ‘나’를 ‘대상’에게 투영하고 있는 모습을 곳곳에서 봅니다. 그것 역시 사랑이라면 사랑이겠지만…. 글쎄요. 그렇게 부르기가 왜인지 꺼려집니다. 이렇듯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율배반에 짓눌립니다. 사랑은 좋기만 한 것이 전혀 아닙니다. 대단히 슬프고 위험한 것이기도 하죠. 사랑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여러 폭력을 생각해 봅니다. “사랑해서 그랬다”는 그들의 변명을 어떻게 들어줘야 할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악동뮤지션’ 이찬혁은 ‘멸종위기사랑’을 노래했습니다. 한 사람당 하나의 사랑만 있었다죠. 하나뿐인 나의 사랑,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내 안에 있는 어떤 것. 사랑하기도 사랑받기도 쉽지 않은 시대, 타인을 향한 문을 닫아버린 시대. 그렇게 사랑이 점점 자취를 감춰가는 가운데 그 흔적을 뒤쫓는 사내가 있습니다. 시인 이병률은 그 흔적을 ‘어느 가게 유리에 찍힌 이마 자국’에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어느 가게 유리에 찍힌 이마 자국유리창 바깥쪽 면이었다누구를 들여다보려 했을까무엇을 말하려다 무심결에 이마가 닿은 걸까안쪽 세상으로 밀어놓지 못한 자국은그로부터 한참이 지나도 닦인 적 없이 명료하게 굳어 있다거리가 어두워지면 안에서 옅은 불빛이 새어 나오는데그때마다 이마 자국은 더 선명해진다…이마 자국 안쪽에는혼자 무슨 말인가를 내뱉는 영혼의 모든 일이그 안을 휘젓고 있을지 모른다가끔 차량의 걸걸한 불빛들이 스쳐 지나면서몇 번이고 이마 자국이 드러나는 아주 깊은 시각나는 그 이마에 내 이마를 겹쳐보았다이마를 정확히 그 자리에 마주 대야만안쪽의 무언가가 잘 보일 거라는 절대적인 확신을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이병률, ‘어느 가게 유리에 찍힌 이마 자국’ 시집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문학과지성사)에 실린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머릿속에 싱싱한 파란이 일었습니다. 유리에 찍힌 이마 자국, 그것은 피부의 개기름과 화장품과 로션 같은 것이 섞인 무언가일 겁니다. 지저분하죠. 가게가 깨끗하게 보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닦아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시인은 그걸 닦아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 지저분한 자국에서 사랑을 발견하고 그저 이마를 한 번 대보는 사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을 ‘기울여야’ 할 테죠. 사랑이 통일인지, 경계인지, 구분인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기울임’ 안에 사랑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랑은 기우는 것입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화가가 되지 못했네 수의사도 되지 못했고 연극배우도 부유한 젊은 사업가도 되지 못했다 사랑해서 절절 울었던 고양이의 주인도 되지 못했고 채식주의자도 웃긴 사람도 아빠를 따라 대통령을 욕하는 사람도 될 수 없었지당신은 무엇도 아닌 나를 매만져 책상도 없는 방 천장에 붙여두었다 자기 전까지 눈 뜨고 볼 수 있는 야광 스티커였다 그건 내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었지만 한번씩 상상해본 신의 자세를 흉내내어 팔을 벌리고 말하기도 했다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아무 말이나 해도 당신은 그걸 다 받아 적고 외우고 기억했다 즐거워 했다 그럴수록 나는 매일 조금씩 더 커졌다끝내 방이 좁고 힘겨워져 더 견딜 수 없겠다고 판단했을 때 천장에서 내려와 문밖으로 걸어나가니 세상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우주처럼 컸다 그리고 미친 것처럼 밝았다 어둠은 없었고 나는 두 번 다시 빛나지 않았다신이인 ‘기어코 난’ “나의 사랑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성경 아가서 2장 10절. 저 문장이 끝까지 저를 붙들고 있습니다. 신이인 시인의 시집 ‘나 외계인이 될지도 몰라’에 실린 시입니다. 성경에서도 아가서는 매우 독특한 위상을 지닙니다. 두 남녀 사이의 아주 농밀한 사랑을 다루고 있으니까요. 성(聖)스러운 책에 어째서 성(性)스러운 이야기가 들어있을까요. 어쩌면 인간은 오직 사랑을 통해서만 신적인 것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 아닐까요. 시에서 나는 ‘아무도 아닙’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하나 있습니다. ‘신의 흉내’죠. 신이 아니면 어떤가요. 신의 사랑을 따라 해 보는 것 정도는 괜찮을 겁니다.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시작된 사랑은 신(神), 무한 그 자체가 됩니다. 사랑은 그런 것입니다. ‘두 번 다시 빛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무한해진 나의 밝음, 사랑으로 세상을 밝혔으니까요. 사랑과 관련한 문장들을 떠오르는 대로 적어봤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사랑이 무엇인지 점점 더 미궁에 빠지는 듯합니다. 하지만 글을 시작하며 밝혔듯, 사랑이 무엇인지 정확히 해명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러고 싶지도 않습니다. 제가 할 일은 그저 사랑의 문을 활짝 열어두는 것뿐입니다. 이런 사랑도 있다고, 저런 사랑도 있다고 알려주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다 누군가를 만날 수도 있겠고, 헤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것은 모두 우연의 소관입니다.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은 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1993년)을 받은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입니다. 미국 남북전쟁 이후를 배경으로 흑인 노예제가 엄존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소설에서는 도망치는 노예를 추적하는 일당과 그런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랑하는 이를 죽여야 하는 삶의 모순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빌러비드’라고만 보면 잘 안 보이는데, 영어 원제는 ‘Beloved’입니다. 자세히 보면 ‘러브’(Love)가 보이죠. ‘사랑을 받는 자’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겁니다. 다시 한번, 사랑을 받는 일은 물론이고 사랑을 주는 것조차 어렵고 힘든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리슨은 말합니다. 이런 세상에서도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고요. 그의 인터뷰를 담은 책 ‘토니 모리슨의 말’(마음산책)에서 가지고 온 문장으로 글을 마칩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떠한 결론도 아닙니다. “사랑이 없이 산다는 것은 재미도 없고 위험도 없어요.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삶이죠. 사랑은 살고 싶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삶을 당당한 것, 당당한 사건으로 만들어 줍니다.”(토니 모리슨)
  • 171년 전 나온 책이 베스트셀러?…일본 만화의 진격은 계속된다 [이주의 베스트셀러]

    171년 전 나온 책이 베스트셀러?…일본 만화의 진격은 계속된다 [이주의 베스트셀러]

    경제 예측서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170여 년 전 출간된 사상가의 에세이와 일본 만화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교보문고가 7일 발표한 ‘2025년 11월 1주 베스트셀러 동향’에 따르면 미국의 위대한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 베스트셀러 종합 3위에 진입했다. 소로는 명문 하버드대를 졸업했지만 안정된 직업을 갖지 않고 측량, 목공 같은 정직한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삶을 살았다. ‘월든’은 1845년 월든 호숫가 숲속에 들어가 통나무집을 짓고 밭을 일구면서 소박하고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2년 동안 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담백하게 쓴 에세이이자 자주적 인간의 독립선언문이다. 1854년 출간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문학적, 사상적 영향력이 커져 지금은 19세기에 쓰인 중요한 책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전 세계 수십 개 언어로 번역돼 읽히고 있다. 이번 깜짝 베스트셀러 등극은 최근 리커버 특별판으로 출간되면서 독자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랫동안 사랑 받은 고전으로 기존 독자들도 리커버판에 관심을 가졌지만, 표지에 관심을 갖고 새로 접하는 독자들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리커버 에디션 구매 독자층을 보면 이전 구매층보다 나이대가 낮아졌다. 이전에는 30대와 40대 여성 독자가 주요 구매층이었지만, 리커버 판은 20대 여성 독자의 구매가 전체 37.4%를 차지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다. 그런가 하면,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인기에 힘입어 일본 만화에 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신간 출간과 함께 상위권에 진입하는 시리즈들이 눈에 띈다. ‘사카모토 데이즈 23’은 종합 5위로 진입했고, 장기 시리즈의 대명사로 불리는 ‘원피스’ 112편은 88계단 상승한 종합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트렌드 코리아 2026’은 6주 동안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머니 트렌드 2026’은 종합 7위,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은 종합 9위로 2달밖에 남지 않은 올 한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예측하려는 경제 트렌드와 미래 예측서에 관한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작년 이맘때와 달리 소설의 인기는 주춤하고 있지만 구병모 작가의 소설 ‘절창’은 종합 2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사탄 탱고’는 6위, 양귀자 작가의 ‘모순’이 종합 10위를 지키고 있다.
  • [세종로의 아침] 정치 개입한 과학 미래는 ‘디스토피아’

    [세종로의 아침] 정치 개입한 과학 미래는 ‘디스토피아’

    올해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지난해 노벨 과학상 키워드가 ‘인공지능’이었다면, 올해 한국인에게는 ‘일본’이다. 노벨 생리의학상과 화학상 2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49년 첫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이후 지금까지 총 27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그중 22명이 2000년 이후 수상했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 숫자가 국가의 과학기술 수준을 완벽하게 보여 주는 것은 아니라지만 일본이 기초과학 분야에서만큼은 아시아의 맹주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올해 노벨 과학상 시즌에는 여느 때와는 다른 모습이 눈에 띄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웃 일본이나 중국에서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오면 언론은 ‘왜 아직’, ‘언제쯤’ 등과 같은 수식의 기사를 쏟아 냈고, 잠깐이나마 정치인들도 국정감사에서 이를 지적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과학자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2019년에는 일본과 무역 마찰이 있었기 때문에 더 예민했었다. 그렇지만 일본이 과학상 2관왕을 차지했는데도 올해는 언론이나 정치권 모두 차분히(?) 넘어갔다. “그럼 그렇지, 기대도 안 했다”라는 열패감만 아니라면 바람직한 현상이다. 노벨 평화상, 문학상 수상자까지 배출한 한국에서 노벨 과학상에 대한 반응은 그동안 좀 유난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만 내놓으라는 식이었다. 이웃 일본만 해도 기초과학 연구의 역사는 100년이 훌쩍 넘었고, 과학을 단순히 경제 발전의 수단이 아니라 문화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과학을 대하는 태도는 여전히 개발도상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정부에서는 ‘카르텔’, ‘나눠 먹기’ 등 자극적인 단어를 써 가면서 연구개발(R&D) 예산을 후려쳐 향후 몇십 년 동안 한국 과학기술 발전의 싹을 꺾어 놓기까지 했다. 지난달 열린 국회 국정감사와 최근 언론 보도로 밝혀진 R&D 예산 삭감의 경위는 참으로 황당하다. 정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기획재정부 출신의 당시 대통령실 경제수석이었던 최상목은 R&D 예산 삭감과 관련한 공개 석상에서 “기재부는 엘리트라서 카르텔이 아니지만, 과학계는 카르텔이고 R&D 예산도 나눠 먹기가 심하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한심하다 못해 무식하고 사악하다. 기초과학의 중요성에 대해 아무리 이야기해도 쉽게 와닿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 성과를 내보이지 못하기 때문에 필요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기초과학은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월 말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는 ‘세상을 바꾼 7가지 기초과학 발견’이란 제목으로 기초연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분석 리포트를 내놨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익숙해진 PCR 검사는 온천 속 미생물 연구에서, 자기공명영상(MRI) 기술은 핵물리학 연구에서, 평면 TV 기술은 당근 뿌리 속 화학물질 연구에서, 오젬픽 같은 체중 감량·당뇨 치료제 개발은 도마뱀 연구에서 비롯됐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백악관 과학고문이었던 존 홀드런 하버드대 교수는 “기초연구가 수익을 창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 투자비 회수가 당대에 이뤄지기는 어렵다”며 “그래서 민간 영역이 기초연구 투자를 외면하는 만큼 정부의 역할이 크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런 기사가 나오게 된 배경은 몇 년 전 한국과 다르지 않은 상황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집권하면서 과학기술 연구, 특히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을 무자비하게 삭감하고 있다. 심지어 내년 예산안에서는 국방과 관련되지 않은 R&D 투자의 36%가 삭감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은 한 국가뿐만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책임지는 중요한 분야다. 국가의 경제적 상황 때문에 투자의 증감이 있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정치적 이유로 엿장수 엿가락 다루듯 늘리고 줄인다면 인류 앞에 놓인 미래는 디스토피아뿐이다. 유용하 문화체육부 과학전문기자
  • [사고] 서울신문 신춘문예 12월 1일까지 접수

    “셀 수 없는 혀와 펜 들로 수천년 동안 너덜너덜해진 언어. 그녀 자신의 혀와 펜으로 평생 동안 너덜너덜하게 만든 언어. … 누덕누덕 기워진, 바싹 마른, 무표정한 심장. 그럴수록 더 힘껏 단어들을 움켜쥐었다.”(한강, ‘희랍어 시간’) ‘오염된 언어’가 거리에 넘실댑니다. 치유와 위로보다는 상처와 혐오에 더 가까워진 언어. 포기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그럴수록 더 힘껏 움켜쥐어야 합니다. 그것이 문학의 일입니다.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문장을 다시금 읽어봅니다. 한강을 가장 처음 알아본 곳, 바로 서울신문 신춘문예입니다. 76년 전통의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언제나 새로운 눈으로 문학의 힘을 붙잡고 있는 신인을 찾아냈습니다. 당신 안에 힘껏 붙잡고 있는 언어를 펼치십시오. 이제 당신의 차례입니다. ■접수 마감 2025년 12월 1일 월요일(당일 도착 우편물 유효, 현장 접수 오후 6시까지) ■모집 부문 및 상금 ●단편소설(80장 안팎) 700만원 ●시(3편 이상) 500만원 ●시조(3편 이상) 300만원 ●희곡(90장 안팎) 300만원 ●문학평론(70장 안팎) 300만원 ●동화(30장 안팎) 300만원 ※원고량은 200자 원고지 기준 ■보내실 곳 (우편번호 04520) 서울 중구 세종대로 124 서울신문사 9층 편집국 문화체육부 신춘문예 담당자 앞 ■당선작 발표 2026년 1월 1일자 서울신문 지면 ■응모 요령 -응모작은 기존에 어떤 형태로든 발표되지 않은, 순수한 창작물이어야 합니다. 같은 원고를 타사 신춘문예에 중복 투고하거나 다른 작품을 표절한 사실이 확인되면 당선을 취소합니다. -한번 제출한 원고는 다른 원고로 바꾸거나 수정할 수 없습니다. -컴퓨터로 작성한 원고는 반드시 A4 용지로 출력해 우편으로 보내 주십시오. 팩스나 이메일로는 원고를 받지 않습니다. 가급적 우편 제출을 권합니다. -겉봉투에 ‘신춘문예 응모작 ○○ 부문’이라고 붉은 글씨로 쓰고 이름(반드시 본명), 주소, 연락처(집·직장 전화, 휴대전화)는 A4 용지에 별도로 적어 원고 맨 뒤에 첨부해 주십시오. -응모작은 반환하지 않습니다. ■문의 서울신문 문화체육부 신춘문예 담당자 (02)2000-9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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