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노벨상
    2026-01-17
    검색기록 지우기
  • 화상
    2026-01-17
    검색기록 지우기
  • 국채
    2026-01-17
    검색기록 지우기
  • 총격
    2026-01-17
    검색기록 지우기
  • 울릉
    2026-01-1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111
  • 노벨화학상에 화학반응 컴퓨터 분석이론 만든 美 3인방

    노벨화학상에 화학반응 컴퓨터 분석이론 만든 美 3인방

    올해 노벨화학상은 컴퓨터로 복잡한 분자의 화학반응을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미국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마르틴 카르플루스(83)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레빗(66) 스탠퍼드대 교수, 아리에 와르셸(73)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 등 세 명을 올해 노벨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왕립과학원은 “이전까지 화학자들은 플라스틱 공과 막대를 이용해 화학분자 모델을 분석했으나 1970년대에 이들이 개발한 컴퓨터 모델 덕분에 이제는 컴퓨터로 화학작용을 예측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이 같은 공로를 인정해 이들 세 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수상 배경을 설명했다. 분자 단위에서는 화학반응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화학자들은 화학반응을 단계별로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카르플루스와 레빗, 와르셸은 이런 복잡한 화학반응 과정과 분자조합을 계산·예측하기 위해 컴퓨터를 활용해 자연계의 화학반응을 반영한 다층적 분석모델을 고안했다. 이들이 개발한 분석방법을 활용하면 식물의 광합성작용이나 촉매를 이용한 배기가스 정화 등 복잡한 화학반응까지 자세히 분석할 수 있다고 왕립과학원은 덧붙였다. 왕립과학원은 “이들이 개발한 연구법은 미시 세계를 다루는 양자물리와 거시 세계를 다루는 고전물리를 아우르는 범용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더욱 영향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와르셸은 수상 발표 직후 전화연결에서 “매우 기분이 좋다”면서 자신들의 성과를 “마치 시계를 보고 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레빗도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 세 잔을 들이킨 것처럼 심장이 뛴다”면서 “스톨홀름에서 (수상소식을 알리는) 전화가 왔을 때 잘못 걸려온 줄 알았다”고 흥분을 드러냈다. AFP통신과의 인터뷰에 응한 그는 노벨상 수상의 영광을 안긴 연구에 대해 “박사 후 과정에 들어가기 전 스무 살 때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이라 회상하며 “내가 그때 프로그램을 꽤 잘 만든 것 같다”며 웃었다. 시상식은 노벨상을 창시한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며 부문별 수상자들에게는 상금 800만 크로나(약 13억 3000만원)가 주어진다. 스톡홀름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이례적 1시간 발표 지연… 이변 없었다

    이례적 1시간 발표 지연… 이변 없었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프랑수아 앙글레르 브뤼셀 자유대 교수, 피터 힉스 에든버러대 교수.” 8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 아카데미 단상에 앉은 스테판 노르마크 노벨위원회 교수의 입에서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이름이 나오는 순간, 기자들 사이에서는 예상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유력 노벨상 후보자’라는 세간의 관심을 매년 비켜 가며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되던 노벨위원회도 ‘신의 입자’ 힉스에 쏠린 전 세계의 관심을 무시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당초 오전 11시 45분으로 예정됐던 수상자 발표는 이례적으로 한 시간 미뤄져 낮 12시 45분에 시작됐다. 현장에서는 발표 직전에 문제가 발생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변은 없었다. 군나 잉겔만 노벨위원은 이들이 각각 1964년 발표한 논문을 제시하며 “이들이 자연계를 움직이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인 표준모형이 옳다는 최종적인 이론을 제시했고, 반세기의 기다림 끝에 이것이 사실이라는 점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노벨재단 관계자는 “힉스와 앙글레르가 수상자이지만, 힉스 입자가 과학적으로 증명되기까지는 수많은 과학자들과 국제적인 노력이 힘을 발했다”고 평가했다. 노벨재단은 힉스 입자 가설과 입증에 관여한 관계자가 공동 수상 최대 범위인 3명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노벨과학상은 가설 제시자와 입증자가 동시에 수상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노벨위원회는 올해 수상자로 가설 제시자인 힉스와 앙글레르만을 선택했다. 지난 7일 노벨 생리의학상 발표를 시작으로 노벨상 시즌이 시작되면서 스톡홀름에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살아 있는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인 노벨상은 상을 주는 스웨덴과 노르웨이(평화상) 입장에서도 1년 중 가장 큰 축제다. 12월 10일 노벨의 기일에 열리는 시상식까지 ‘노벨 주간’, ‘노벨상 수상자 강연회’, ‘노벨상 콘서트’ 등 각종 행사가 끊이지 않는다. 스톡홀름 옛 시가 중심부의 가장 오래된 스웨덴 아카데미 건물에는 ‘노벨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업적과 면면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편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 등 수상자들의 물건이 빼곡히 전시돼 있다. 박물관의 메인 스폰서는 삼성전자로, 이 박물관에는 한글이 모든 전시물과 안내서에 병기돼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국가들이 협찬에 관심이 많고, 방문객 역시 아시아인들이 많은 편”이라며 “매년 5만~6만명이 박물관을 찾는다”고 말했다. 노벨재단 관계자들도 한국, 중국, 일본 등 3개국의 노벨상 사랑이 유별나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다. 7일(현지시간)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포럼에서 열린 생리의학상 발표장, 8일 스웨덴 왕립 아카데미에서 열린 물리학상 발표장 역시 참석한 언론의 절반가량이 중국과 일본 기자들이었다. 노벨재단 관계자는 “한국의 과학적 수준이 높아진 것은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특정 분야를 선도하는 과학자의 이름은 들어 보지 못했다”면서 “노벨상은 인류를 대표해 어떤 사람의 업적에 감사하는 의미가 강한 만큼 노벨상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과학적 업적을 이루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심스레 조언했다. 현재 스톡홀름은 더 뚜렷한 ‘노벨의 도시’로 태어나기 위한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진행 중이다. 생리의학상 심사와 발표를 맡고 있는 카롤린스카 의대에 초대형 건물을 신축하고 있고, 발틱 해변에는 ‘노벨상의 새로운 집’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거대한 노벨센터를 2018년까지 짓는다. 글 사진 스톡홀름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CJ㈜ 대표에 이채욱 대한통운 대표

    CJ㈜ 대표에 이채욱 대한통운 대표

    CJ그룹은 8일 이채욱(67) 대한통운 대표이사가 CJ㈜ 대표이사를 겸직한다고 밝혔다. 2년 8개월간 자리를 지켰던 이관훈 전 대표는 당분간 예우 임원인 상담역으로 그룹에 머물기는 하지만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났다. 주요 경영 현안을 논의하는 그룹경영위원회는 이 전 대표 없이 계속 운영되며 향후 인원이 보충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CJ는 이날 인사에 대해 “이재현 회장의 구속에 따른 문책성이 아니라 이 회장 부재에 따른 사업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시 인사”라며 “조직 안정을 도모하고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이 신임 대표의 겸직 임명은 그의 풍부한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4월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그룹에 합류한 이 신임 대표는 삼성물산에 입사, GE메디컬 부문 아태지역 총괄사장, GE코리아 회장,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등을 두루 거친 글로벌 전문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공항공사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혁신적인 리더십으로 ‘공항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세계최고공항상(ASQ)을 7년 연속 수상했으며 한국인 최초로 유엔 자문기구인 국제공항협의회(ACI) 세계총회 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CJ는 아울러 CJ㈜ 경영총괄 산하에 ‘글로벌팀’을 신설하고 허민회 경영총괄이 겸직토록 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반세기전 ‘신의 입자’ 존재 예측 공로 인정

    반세기전 ‘신의 입자’ 존재 예측 공로 인정

    만약 고 이휘소 박사가 살아 있었다면, 피터 힉스(84·영국) 에든버러대 교수는 201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후 어떻게 감사함을 표시했을까. 1967년 힉스 교수는 이 박사를 만났다. 힉스 교수는 이 박사에게 “우주에 존재하는 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한 새로운 입자의 존재에 대해 1964년 논문을 썼다”고 설명했다. 1972년 페르미연구소에서 열린 고에너지물리학 국제 콘퍼런스에서 이 박사는 새로운 입자의 가능성에 대해 강연하면서 ‘힉스 입자’라는 표현을 썼다. 힉스 교수 이외에 올해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인 프랑수아 앙글레르(80·벨기에) 브뤼셀 자유대 교수 등 비슷한 시기에 입자의 존재를 예측한 연구자는 모두 5명. 페르미연구소 연구부장으로 당시 물리학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던 이 박사가 이 입자의 이름을 힉스로 정해버린 셈이다. 힉스 교수가 이 논문 이후 뚜렷한 연구업적을 내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박사가 힉스 교수에게 노벨상을 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8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앙글레르 교수와 힉스 교수는 ‘신의 입자’ 또는 ‘창조의 천사’로 불리는 힉스 입자의 존재를 예측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현대물리학의 근간인 표준모형에서는 모든 물질이 6쌍(12개)의 구성입자와 힘을 전달하는 4개의 매개입자로 구성돼 있다고 본다. 이 16개 입자는 이미 실험을 통해 검출됐지만 각 입자의 성질과 질량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앙글레르와 힉스 교수는 1964년 새로운 입자가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수십년에 걸친 물리학계의 실패 끝에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10조원 이상을 투입, 스위스 제네바와 프랑스 국경 사이에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건설해 양성자 간 충돌 실험을 진행했다. LHC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양성자 다발을 쏜 뒤 서로 부딪치도록 실험했다. 1초에 4000만번의 양성자 다발 충돌이 일어나고 그중 10억 번 정도가 양성자 충돌로 이어졌다. 수많은 실험을 거친 후 CERN은 지난해 7월 4일 “힉스로 추정되는 새로운 입자를 찾았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첫 가설이 나온 지 48년 만이었다. 최수용 고려대 교수는 “LHC를 통해 힉스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아마 후속 연구는 거의 불가능했을 정도로 막대한 자본이 투입됐다”고 말했다. 힉스의 존재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50여명의 한국 과학자들도 참여했다. 가속기의 핵심적인 장비인 검출기 역시 상당 부분 한국에서 개발됐다. 노벨위원회가 두 교수를 물리학상 수상자로 결정한 것은 힉스 입자 발견을 공식화하는 동시에 ‘표준모형’이 완성됐다는 점을 공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는 “물리학계는 빅뱅 이후부터 현재까지 일어난 우주 탄생 과정의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고 있다”면서 “이번 노벨 물리학상은 이 과정에 또 하나의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스톡홀름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노벨 생리의학상 美 로스먼·셰크먼·쥐트호프

    노벨 생리의학상 美 로스먼·셰크먼·쥐트호프

    113주년을 맞은 노벨 생리의학상은 사람의 세포들이 어떻게 신호를 전달하고 물질을 정확하게 움직이는지를 밝혀낸 세 명의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사람을 비롯한 생물의 생체활동의 가장 밑바닥을 형성하는 ‘신경전달물질’이 세포 내의 자루 모양 구조인 ‘소포’(小胞)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최초로 밝혀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7일 스톡홀름 노벨포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제임스 로스먼(63) 미 예일대 교수와 랜디 셰크먼(65)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 토마스 쥐트호프(58) 스탠퍼드대 교수 등 3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세 사람의 연구는 효모 같은 미생물부터 사람과 같은 고등동물에 걸쳐 동일하게 이뤄지는 현상을 규명했기 때문에 기초과학에서 산업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안면마비 및 미용에 사용되는 보톡스가 이들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셰크먼 교수는 1980년대 초반 효모에서 신경전달물질과 관련된 단백질을 찾아냈다. 로스먼 교수는 1990년대 중반 세포 내에서 물질이 전달될 때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스네어’ 단백질을 찾아냈다. 신경생물학자인 쥐트호프 교수는 쥐 실험을 통해 실제 동물에서 신경전달물질이 이 같은 원리로 분비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의 연구가 발표된 후 자폐증, 당뇨병 등 다양한 난치·불치병과 관련해 새로운 치료제와 임상실험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해진 것도 이들의 공로를 우회적으로 설명해 주는 대목이다. 고란 한슨 카롤린스카의대 교수는 “1970년대부터 시작된 이들의 연구는 신경질환과 면역질환, 당뇨 등 수많은 질병과 관련한 치료제들을 개발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태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사람의 생체활동이 원활하려면 특정 호르몬이나 물질이 체내 특정 장소에 정확하게 전달되어야 한다”면서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는 선적한 화물의 목표지와 내릴 분량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세포에서는 소포가 이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쥐트호프 교수의 제자인 고재원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는 “세 사람의 연구는 생명 유지나 질병과 관련된 세포 내 단백질 전달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밝혀내 질병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의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노벨상은 물리학상(8일), 화학상(9일), 문학상(10일), 평화상(11일), 경제학상(14일) 등의 순서로 발표된다. 스톡홀름(스웨덴)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케리, 실언인가 의욕인가 ‘北 불가침’ 발언 미스터리

    케리, 실언인가 의욕인가 ‘北 불가침’ 발언 미스터리

    ‘실언인가, 대화 의지인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지난 3일 ‘북한 비핵화 시 불가침 조약 체결’ 발언 배경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북한을 침략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케리 장관의 발언에는 새로울 게 없으며 미국의 오랜 정책을 다시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동성명에 “공격할 의도가 없다”고 쓰는 것과 ‘불가침 조약’을 체결하는 것은 외교적, 국제법적으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2003년 6자 회담 개시 때부터 북한이 불가침 조약 체결을 줄기차게 요구했음에도 끝내 미국이 동의하지 않은 게 단적인 예다. 불가침 조약이라는 말 자체가 특별한 관심이 없으면 입에 붙이기 어려운 ‘전문용어’라는 점도 실언 가능성을 낮추는 대목이다. 더욱이 불가침 조약이라는 용어는 9·19 공동성명 이후 최근까지 별로 거론되지도 않았다. 또 미국은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와 불가침 조약을 체결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미국 사람에게 이 용어는 생경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무장관에 취임한 뒤 실무진으로부터 북핵 문제의 역사에 관해 브리핑을 받던 중 불가침 조약이라는 말에 주목했던 케리가 ‘핵을 이미 보유한’(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의 표현)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게 할 마지막 극약 처방으로 불가침 조약을 머릿속에 그린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5일(현지시간) “대통령의 꿈이 좌절된 케리 장관이 이란 핵이나 팔레스타인 문제, 북핵 문제 해결 등을 통해 노벨상을 꿈꾸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맞물려 케리 장관의 불가침 조약 발언에 대해 이례적으로 주한 미 대사관이 해명 자료를 낸 것을 놓고 대화파인 케리 장관과 백악관 강경파 간 불협화음설도 나돈다. 보통 장관 발언에 대한 해명은 국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이뤄지는데 주한 미 대사관이 나선 것은 백악관 지시에 따른 조치로 해석될 여지가 없지 않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한국, 10년 내 노벨과학상 수상 어렵다”

    “지난 30년간 노벨과학상을 받은 연구는 대부분 ‘패러다임 전환형’이었으며, 이런 관점에서 한국의 노벨과학상 수상은 요원해 보인다.” 올해 노벨과학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한국의 노벨과학상 수상이 적어도 10년 이내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 보고서가 나왔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최근 발간한 ‘패러다임 전환형 과학 연구와 노벨상’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패러다임 전환형 연구가 적고 이를 지원하는 정부 정책도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과학강국들에 비해 부족했다. 패러다임 전환형 연구란 새로운 이론을 창안하거나 새로운 실험 방법을 고안하는 연구, 새로운 측정 방법이나 새로운 측정 도구 등을 고안하는 연구를 말한다. 이런 연구는 기존 패러다임과 모순되는 면이 있어 연구비 지원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경우도 많다. 보고서는 지난 30년간 노벨물리학상과 화학상, 생리의학상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노벨상 수상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제안했다. ▲고위험·고보상 연구에 대한 정책적 지원 수단 개발 ▲패러다임 창출을 위한 다학제적, 기구적 성격의 연구 지원 ▲유연하고 지속적인 연구 지원 체제 도입 ▲국제적 연구 네트워크 구축 지원 등이다. 보고서를 쓴 서울대 홍성욱·이두갑 교수는 6일 “1990년대 이후 한국이 순수과학 등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만 이제는 창의적인 연구를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과학 지원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노벨상 수상과 관련해서는 “역대 수상자는 연구 업적을 내는 데 최소한 5~10년이 걸리고, 연구가 검증돼 수상하기까지 적어도 10년 이상 걸렸다”며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군에 아직 이름을 올리지 못한 한국은 10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위클리 포커스] 탈레반 피격 소녀 ‘노벨상 꽃’으로 피어날까

    [위클리 포커스] 탈레반 피격 소녀 ‘노벨상 꽃’으로 피어날까

    올해로 112회를 맞는 노벨상 시즌이 막을 올린다. 지난 한 해 인류의 복지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노벨상은 세계적인 명성과 부를 동시에 안겨주는 명실상부 최고 권위의 상이다. 이런 명성에 걸맞게 노벨상은 수상 당사자도 발표 30분 전에야 알 수 있을 정도로 모든 정보는 철저한 보안에 부쳐진다. 하지만 호사가들은 벌써 분야별 주요 후보를 정해놓고 베팅(도박)을 하면서 노벨상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노벨상은 7일(현지시간)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순서로 발표된다. 문학상은 관례대로 일정이 별도로 공개된다. ‘노벨상의 꽃’이라 불리는 평화상에는 올해 총 259명의 후보가 등록해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최연소 후보 기록을 갈아치운 탈레반 피격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16)의 수상 여부가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파키스탄에서 여성의 교육권을 주장하다 머리에 총격을 받고 극적으로 살아난 유사프자이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됐으며, 지난 7월에는 유엔 총회에서 기념 연설도 했다. 지난해 중국 모옌(莫言)의 수상으로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노벨 문학상 후보 1순위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다. 세계 최대 베팅업체로부터 유력 후보로 꼽힌 하루키가 문학상을 받으면 첫 2년 연속 아시아권 수상자를 내게 된다. 문학상 단골 후보로 꼽히는 한국 고은 시인은 올해 이 분야 4위를 기록 중이다. 경제학상에는 ‘펠츠만 효과’(자동차 안전장치가 오히려 사고를 늘린다는 이론)로 유명한 샘 펠츠만과 법경제학자인 리처드 포스너 미 시카고대 교수가 손꼽힌다. 경제학상은 1969년 첫 제정 이후 수상자 70%가 미국에서 나왔다. 물리학상은 이론상으로만 존재해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의 존재를 예언한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피터 힉스 교수가 유력하다고 학술 정보 업체 톰슨 로이터가 지난달 25일 발표했다. 화학상에서는 ‘클릭 화학’(두 분자 간의 특정 결합 반응)을 개발한 미국의 과학자 MG 핀과 발레리 포킨, 배리 샤플리스의 이름이 올랐다. 생리의학상에서는 ‘DNA 메틸화’ 과정을 연구한 영국의 에이드리언 버드와 이스라엘의 하워드 시더와 함께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 교수와 미즈시마 노보루 도쿄대 교수도 후보로 올라 일본의 이 분야 2연속 수상 여부가 주목된다. 한편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베르나르도 노벨(1833~1896)이 유언에 따라 1901년부터 시작됐다. 전통에 따라 물리·화학·경제는 스웨덴 학술원, 의학은 스웨덴 카롤린의학연구소, 문학은 스웨덴 예술원에서 각각 선정하며, 평화상은 노르웨이 국회가 선출한 5인 위원회가 직접 맡는다. 지난해 세계 경제위기에 따른 기금 부족으로 상금은 1000만 크로나에서 800만 크로나(약 13억 4700만원)로 줄었다. 시상식은 노벨이 사망한 12월 10일에 개최된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신의 입자’ 힉스 존재 확인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의 존재가 일본 연구자 등의 실험에 의해 확정됐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4일 보도했다. 도쿄대와 일본의 고(高)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힉스 입자가 붕괴해 다른 소립자로 변하는 패턴 등을 조사한 결과 힉스의 존재를 확정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힉스의 질량이 양자(陽子·수소의 원자핵)의 약 134배인 125.5기가전자볼트라고 판정하는 한편 힉스의 ‘스핀’(소립자의 자전) 값이 당초 이론대로 0인 것으로 확인함으로써 “힉스 발견이 학술적으로 확정됐다”고 결론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오는 7일 유럽의 물리학 학술지 ‘피직스 레터B’에 실릴 예정이다. 힉스 입자는 기본입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다른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1964년 영국의 물리학자 피터 힉스(84)가 그 존재를 예언했지만 오랫동안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입자 가운데 유일하게 관측되지 않은 가상의 입자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과학자들이 힉스 입자로 보이는 입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고, 이후 CERN의 후속 연구로 힉스 입자라는 정황이 더욱 굳어졌다. 힉스 박사는 올해 노벨물리학상의 유력 후보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오늘의 눈] 돈 부으면 노벨상? 중요한 건 다양성!/명희진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돈 부으면 노벨상? 중요한 건 다양성!/명희진 사회부 기자

    “나 자신을 포함해 수많은 수상자를 봤지만 처음부터 노벨상이 목표였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하다 보면 받게 되는 거다. 한국은 정부 지원이 많은데 분야를 정해놓고 집중적으로 몰아주면서 간섭하려는 경향이 있다. 창의성이 나오지 않는 구조다.” 2002년 중성미자를 처음 관측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고시바 마사토시(85) 일본 도쿄대 특별명예교수의 일침이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오래전부터 이런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한국의 기초과학 연구의 지원 방향은 고시바 교수가 지적한 문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오히려 ‘노벨상 한번 타보자’며 거물급 연구원을 파격 지원하는 방안이 단군 이래 국가 최대의 과학 프로젝트가 됐으니 말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의 몰아주기식 연구비 지원을 놓고 불만이 쇄도하자 최근 IBS가 개선안을 마련한다고 동분서주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IBS라는 ‘헤비급 연구단’을 바라보는 과학계 다수의 시선은 ‘아니올시다’에 가깝다. 극히 제한된 과학자에게만 파격적인 혜택이 주어져 기초과학 연구의 핵심인 다양성을 해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오세정 IBS 원장은 “연구 목적은 상을 타기 위함이 아니라 연구 자체에 있다. 그러나 이렇게 지원하면 곧 노벨상 수상자도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말은 분야에 상관없이 1등할 것 같은 과학자 50명에게 어마어마한 연구비와 연구진을 붙여주고는 ‘너무 부담 갖지는 말고 연구를 하되 이왕이면 노벨상을 타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다수의 과학자들이 기초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다양성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IBS가 현재 주도하는 과학 프로젝트는 연구 경력이 일천하고, 권력도 네트워크도 없는 수많은 창의적인 연구자들을 소외시키고 있다. 도쿄대 물리학과를 꼴찌로 졸업한 고시바 교수만 봐도 기초과학의 의미있는 성과는 의외의 인물에서 의외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데 말이다. 한 대학의 산학협력단장은 “BK21이나 세계수준 연구대학(WCU) 등을 거치며 국내 대학의 연구 역량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노벨과학상이라는 게 돈을 쏟아붓는다고 어느 날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게 아니다”면서 “학자군이 많아져야 그 안에서 노벨과학상을 받을 만한 역량을 가진 사람도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IBS 연구비 논란에 불을 붙인 이일하 서울대 교수의 글처럼 IBS 사업을 폐지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IBS는 해명 수준의 토론회나 설명회가 아니라 거시적이고 장기적 차원의 연구 풍토를 위한 대대적인 연구비 개선안을 모색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연구비 규모가 아니라 다양한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기반이기 때문이다. mhj46@seoul.co.kr
  • [교육 플러스]

    교육민원 상담전화 1396 운영 교육부는 정부 3.0시대를 맞아 시·도교육청의 교육관련 민원을 받는 교육민원 상담전용 전화 1396을 운영한다고 30일 밝혔다. 앞자리 ‘13’은 자동으로 부여되는 형식번호이고, 뒤의 ‘96’은 ‘교육’과 발음이 비슷해 채택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관할 시·도교육청으로 전화를 할 때 유선전화는 ‘1396’만 누르면 되고, 휴대전화를 걸 때엔 ‘지역번호+1396’을 누르면 된다. 온라인 과학게임 고수 모여라 과천과학관은 초등학교 3~6학년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게임을 통해 과학적 사고능력을 겨루는 ‘제2회 온라인 과학게임대회’를 연다고 30일 밝혔다. 과천과학관 홈페이지나 대회 홈페이지(milc-seereal.or.kr)에 오는 16일까지 온라인 접수를 하면, 선착순 10만명까지 대회 출전 자격을 준다. 16일부터 3주 동안 치르는 예선에서 가정용 PC로 온라인 게임을 해 학년별로 50명씩 총 200명을 뽑는다. 11월 16일 열리는 본선은 과천과학관에서 현장 경진방식으로 진행된다. 영국유학 하나부터 열까지 edm유학센터가 개최하는 제4회 영국유학박람회가 오는 12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4층에서 열린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 실적을 내고 있는 워릭대, 런던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킹스칼리지 런던, 노벨상 수상자를 여럿 배출한 영국 최대 규모 대학인 맨체스터대 등이 참가한다. 조기유학·어학연수·워킹홀리데이 등도 선보인다.
  • 갈릴레오·아인슈타인 등 위대한 과학자는 왜 ‘빛’에 집착했나

    갈릴레오·아인슈타인 등 위대한 과학자는 왜 ‘빛’에 집착했나

    1927년 10월 24일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 역사적인 물리학회가 열린다. ‘솔베이 회의’로 불린 모임에는 현대 물리학의 전설적인 두 거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상대성 이론의 창시자인 아인슈타인과 양자역학의 대가인 보어다. 우주의 작동원리를 밝히려던 아인슈타인에게 보어의 양자역학은 불편함 자체였다. 양자역학이 ‘예측불가능성’을 통해 우주의 움직임을 설명하려 했기 때문이다. 두 거장은 회의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날 선 토론을 벌인다. 이들을 비롯해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29명의 물리학자 가운데 17명은 훗날 차례로 노벨상을 받는다. 딱딱하고 어렵게만 여겨지는 물리학. 미국의 저명한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만조차 “상대성 이론을 이해한 사람은 이 세상에 12명 정도 있지만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말했을 만큼 물리학은 가까이하기 어려운 학문이다. EBS ‘다큐프라임’은 일반인들이 좀 더 쉽게 물리학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지난 23일부터 6부작으로 시작된 과학탐사 다큐 ‘빛의 물리학’에서다. 이 프로그램은 이번 주 월~수요일 밤 9시 50분에 4~6부가 잇따라 방영된다. 갈릴레오, 뉴턴, 아인슈타인 등 위대한 과학자들이 연구한 ‘빛’을 키워드로 현대 물리학의 양대 중심 이론인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의 내용을 쉽게 풀어간다. 제작진은 130여일간 영국과 스위스, 독일, 벨기에 등 11개국의 물리학 본고장을 찾아다니며 촬영했다. 최근 ‘신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의 발견으로 주목받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지원을 받아 최신 물리학의 경향도 자세하게 살펴봤다. 프로그램은 ‘왜 하필 물리학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이에 세계적 과학 철학자인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는 “과학은 문화의 일부”라고 대답한다. 과학은 고대로부터 내려온 지혜의 축적물로, 수천년에 걸쳐 현자들이 이뤄내고 전승한 철학이요 고전이라는 설명이다. 오늘날 과학이 중요한 것도 ‘우리가 왜 지금 여기에 있는가’라는 다소 형이상학적인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란 것이다. 4부는 원자와 전자(30일), 5부는 양자역학(10월 1일), 6부는 끈이론(10월 2일)을 다룬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불운하지만 특별한 인생… 호킹의 고백 들어보세요

    불운하지만 특별한 인생… 호킹의 고백 들어보세요

    나, 스티븐 호킹의 역사/스티븐 호킹 지음/전대호 옮김/까치/192쪽/1만 6000원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이자 대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과학자의 자서전치고는 무척 간결하다. 총 192쪽 가운데 역자 후기와 용어 해설을 빼면 157쪽. 사진과 문서 등 다양한 자료가 수록돼 있어 텍스트는 그보다 더 적다. 원서 출간과 동시에 국내에 소개된 스티븐 호킹(71)의 첫 자서전 ‘나, 스티븐 호킹의 역사’(원제 My brief history)는 그의 생애와 학문적 성과, 그리고 사생활을 둘러싼 루머 등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원했던 이들에겐 어쩌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전신마비와 기관절개 수술로 인해 컴퓨터와 음성합성기를 통해 1분에 최대 세 단어를 말하고 쓸 수 있을 뿐인 그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서 집필한 첫 육성 기록이란 점에서 어떤 방대한 자서전보다 깊은 진정성과 큰 울림을 느낄 수 있다. 호킹은 옥스퍼드대에서 의학을 공부한 아버지와 의사 집안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출생 배경부터 수학과 물리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성적은 중간 정도였던 중·고등학교 시절, 그리고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에서 우주론을 연구한 과정 등을 소개한다. 자신의 출생 연도(1942년)가 갈릴레오 사후 300년이 된 해라든가 친구들이 아인슈타인이란 별명을 지어줬다는 점을 언급한 대목에선 남다름을 강조하고 싶은 인간적인 면모도 드러난다. 스물한 살에 발병한 루게릭병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병을 진단받기 전에 나는 삶이 몹시 지루했다.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듯했다. 그러나 병원에서 퇴원한 직후, 나는 처형을 앞둔 죄수가 된 꿈을 꾸었다.(중략) 어차피 죽을 거라면, 좋은 일을 하는 편이 낫지 않나 싶었다.”(64쪽) 호킹은 30대 초반에 손이 마비돼 머리로만 연구를 진행하고, 40대 초반에는 목소리마저 잃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우주론 연구에 매진해 빅뱅과 블랙홀 연구의 대명사가 됐다. 그는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을 때 나는 몹시 부당하다고 느꼈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가? 당시에 나는 내 삶이 끝났고 내가 느끼는 나의 잠재력을 결코 발휘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50년이 지난 지금 나는 내 삶에 대해서 평온하게 만족할 수 있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나의 장애는 과학연구에서 심각한 걸림돌이 아니었고,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장점이었다”고 말한다. 실패로 끝난 두 번의 결혼에 대해서도 털어놓는다. 발병 초기에 만난 첫 아내 제인 와일드는 삶의 의지를 북돋워준 소중한 인연이었다. 하지만 제인이 동네 청년과 가까워지자 그는 간호사 일레인을 데리고 집을 나왔다. 자신이 죽은 뒤 세 아이를 부양할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제인의 변심을 받아들인 것이다. 호킹은 1995년 일레인과 재혼했지만 2007년 헤어졌다. 항간에는 일레인이 호킹을 학대했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호킹은 책에서 “나와 일레인의 결혼 생활은 격정적이고 파란만장했다”고만 간단히 언급했다. 전 세계에서 1000만부가 팔려 현대의 고전이 된 ‘시간의 역사’ 출간(1988년)에 얽힌 비화도 소개했다. 그는 “일반 독자를 겨냥해 우주에 관한 책을 쓸 생각을 처음 품은 것은 1982년”이라면서 이왕 시간과 노력을 들여 쓸 작정이라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읽게 하고 싶어 ‘공항 서점에서 팔릴 만한 책’을 쓰려고 했다고 밝혔다. ‘시간의 역사’를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1985년 스위스에 있는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로 이동하던 중 폐렴에 걸려 주립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병원 의료진은 가망이 없다며 인공호흡기를 뗄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제인이 이를 거절하고 구급항공기편으로 케임브리지로 옮겨 회복될 수 있었다. 호킹은 책에서 중력파 분출 탐지, 빅뱅, 블랙홀, 시간여행 등 자신이 연구한 이론들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노벨상을 받지 못한 데 대한 소회도 밝혔다. 그는 “대다수의 이론물리학자는 양자 방출이 일어난다는 나의 예측이 옳음을 인정할 것이다. 비록 그 방출을 실험적으로 검증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내가 아직 노벨상을 받지 못했지만 나는 노벨상보다 더 값진 기초물리학상(2012년)을 받았다”고 썼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무중력 비행을 경험한 것도 모자라 우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그는 “이론물리학을 연구하며 살아온 세월은 영광스러웠다”면서 “내가 우주에 대한 우리의 지식에 무언가를 보탰다면, 나는 행복하다”고 글을 맺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동물 형상에 빗댄 현대 자본주의 원리

    동물혼/마테오 파스퀴넬리 지음/서창현 옮김/갈무리/444쪽/2만 5000원 ‘동물혼(魂)’은 생경하지만 원제인 ‘애니멀 스피릿’(Animal Spirits)은 낯설지 않다. 1930년대 경제학자 케인스가 ‘경제를 움직이는 비합리적 반응’으로 이 개념을 처음 언급했고, 노벨상 수상자인 조지 애커로프와 로버트 실러는 이를 글로벌 금융위기와 연관시킨 동명의 책을 2009년 출간했다. 경제를 추동하는 불확실한 힘이지만 다스려야 할 대상으로 인식된 이 개념은 국내에선 ‘야성적 충동’으로 번역됐다. 이탈리아의 문화활동가인 저자가 쓴 이 책은 현대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와 대안을 동물 형상에 비유해 분석한 이론서다. 부정적 뉘앙스의 ‘야성적 충동’ 대신 ‘동물혼’으로 번역된 것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동물로서의 다중은 기존 질서를 파괴할 수 있는 부정과 혁신의 힘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에 역사를 추동하는 살아 있는 힘’이라고 파악한다. 책은 선하고 무결해 보이는 공유지에서 동물혼의 각축이 펼쳐지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디지털 공유지, 문화 공유지, 미디어 공유지에 기생하는 존재를 각각 기업적 기생체, 젠트리피케이션(도시 재활성화) 히드라, 머리 둘 달린 독수리에 비유한다. 포털사이트들이 네티즌의 자발적 창조성을 이윤으로 탈바꿈시키는 행위는 전형적인 디지털 자본주의의 기생체 작동 원리이며, 창조도시로 대표되는 문화 공유지의 도심미화, 사회적 기업, 재능 기부 같은 ‘착한 사업’들은 부동산 투기와 착취를 가리는 히드라이다. 또한 잔혹하고 폭력적인 이미지가 개인 미디어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유포되는 미디어 공유지에선 ‘권력과 욕망의 머리 둘 달린 독수리’가 활약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장 보드리야르나 슬라보이 지제크의 급진적 비판이론이나 예술계의 공공예술운동 등은 결국 인간에게서 동물혼을 제거하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비판하면서 “인간 본성의 동물적 측면에 대해 다시 인식하고 동물혼을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열린세상] 스티브 잡스의 미니멀리즘이 그립다/백만기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

    [열린세상] 스티브 잡스의 미니멀리즘이 그립다/백만기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 업체인 애플의 창업자였던 스티브 잡스의 전기 영화가 지난주부터 주요 국가의 극장에서 상영되기 시작하였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졸업 연설에서 ‘죽음이야말로 삶의 가장 훌륭한 발명품’이라는 명언을 남기고 떠난 이 천재는 대학을 졸업하지는 못했지만, 동서양의 철학에 통달한 듯 우리에게 지금도 강렬한 인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가 소개한 정보기술 제품에서는 버튼을 찾기 어렵다. 잡스는 제품 설계 단계에서 확실하지 않은 이유로 들어간 기능에 대해 이렇게 되묻는다고 한다. “반드시 필요한 기능입니까?” 그가 신봉한 미니멀리즘(Minimalism)은 단순함을 추구하는 예술과 문화사조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독일 건축가 루드비히 미스 반 데어로는 미니멀리즘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했다. ‘Less is More’(더 적은 것이 더 많다), 즉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면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의 진수에 이를 수 있다는 철학이다. 애플의 조직 문화가 되어 버린 미니멀리즘은 어디에 무엇을 더할까가 아니라 무엇을 덜어낼지가 최대의 관건이다. 우리의 시야를 제품 설계가 아닌 정부의 정책 쪽으로 돌려 보면 미니멀리즘의 필요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시장 기능을 인정하지 않고 정부가 적극적 개입을 시작하면 해야 할 일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된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되는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기 위해 개입한다는 명분으로 개입하는 각종 정책이 포퓰리즘과 결합하면 새로운 문제가 다시 발생하고 이는 다시 새로운 정책을 불러오게 된다. 수십년간 진행해 온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인 예이다. 전세 대란이 심해지면서 시장이 아닌 정부가 가격을 직접 규제하고자 하는 전·월세 상한제 같은 정책은 이번에는 시장이 아닌 정부의 실패를 불러오면서 이에 덧칠하는 새로운 정책을 요구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모두에게 과거의 희미한 기억이 되었지만 1980년대 초반 공정거래제도가 도입되기 전만 해도 주요 독과점 품목 가격은 정부가 정해 주었다. 정말 ‘친절한 금자씨’ 같은 공무원이었다. 예를 들어, 컬러 TV의 국내 판매 가격은 정부가 생산업체의 완제품을 분해해 보고 부품가격과 생산공정 그리고 적당한 이윤까지 정해서 가격을 통보하면 이를 그대로 시행하는 식이었다. 그러한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통제 정책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면 오늘날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이러한 정부의 역할과 기능은 공정거래법의 시행과 함께 시장에 넘겨졌고, 우리 전자산업계에는 글로벌 플레이어가 성장할 수 있게 된 기틀이 된 것이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기 위한 두꺼운 매뉴얼이 없어지고 정책의 미니멀리즘이 가능하면서 우리 경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시장을 대신하는 정부의 두꺼운 매뉴얼은 관료주의의 상징이다. 국민의 불편한 점을 해소하기 위한 서비스가 아닌 분야에서 정부가 깊숙이 개입하면 그 폐해는 커질 수 있다. 국가의 개입과 노벨상 수상은 반비례한다고 하지 않는가. 사실 시장에서 아우성이 나면 정부에서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을 받고 정치권이나 언론으로부터 많은 압력을 받게 된다. 시장 기능을 믿지 않고 급한 마음에 정부가 가격 통제라는 칼을 빼들면 단기간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더 큰 재앙을 안기게 된다. 프랑스 대혁명의 지도자였던 로베스피에르의 일화는 이미 유명한 이야기이다. 자기 나라를 천국으로 만들려고 하다가 시장을 무시한 죄로 국민의 삶을 지옥으로 인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윳값을 강제로 반으로 내리자 젖소가 부족해지고 이번에는 사료 가격 통제로 다시 사료가 부족해지니 애초보다 우윳값이 10배나 폭등했다는 코미디 같은 역사적 사실이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 KTX를 타본 외국 관광객들은 개찰구에 역원이 보이지 않으면서도 잘 관리되는 시스템에 찬사를 보낸다. 다른 분야도 정부의 통제를 느끼지 않으면서도 멋지게 작동되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스티브 잡스가 다시 그리워지는 이유이다.
  • “연구비 몰아주면 노벨상 타나” 서울대 교수 브릭 게시글 파장

    “연구비 몰아주면 노벨상 타나” 서울대 교수 브릭 게시글 파장

    한국 식물생물학의 최고 권위자인 이일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연구비 지원 시스템에 직격탄을 날려 파문이 예상된다. ‘노벨상 프로젝트’로 불리는 IBS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과학기술 분야 핵심 공약인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의 중심축이다. 연간 100억원씩, 10년 동안 세계적인 연구 업적을 쌓은 과학자 50명에게 연구비를 지원한다는 취지다. 이 교수는 29일 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에 ‘IBS로 노벨상의 꿈을? 뿜겠다, 정말!’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명으로 올렸다. 그는 “IBS는 괴물 프로젝트”라면서 “IBS라는 새로운 연구비지원 시스템이 만들어지면서 모든 연구비가 특정연구 프로젝트에 집중(몰빵)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100억원씩 연간 50명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은 우리나라 기초과학 전체 예산의 8%를 50명의 과학자에게 몰아주겠다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해서 노벨상을 탈 수 있다는 순진한 상상에 비웃음을 날린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IBS 프로젝트로 ‘연구비 블랙홀’이 생겨 일반 연구자들의 연구비 따기가 로또 수준의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연구비 배분의 불공정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IBS는 워낙 큰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해 연구단을 구성하게 했는데, 거기에 연구단장과 몇 명의 그룹 리더를 두게 했다”면서 “그룹 리더에게만 15억원의 연구비를 쓰게 하는 건 매우 불공정하다”고 비판했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하는데 오로지 연구단장의 낙점으로 손쉽게 연구비를 가져간다는 것이다. IBS 설립 당시 이명박 정부는 “다른 연구비를 줄여서 IBS 연구단 연구비에 투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미래창조과학부 고위 관계자는 “예산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쪽이 커지면 다른 쪽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일선 연구현장에서는 IBS가 설립된 이후 5000만~1억원 규모의 연구 과제들이 줄어들면서 연구비가 말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브릭을 중심으로 젊은 연구자들이 오세정 IBS 원장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는 등 IBS 폐지 운동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새로운 상상을 하는 과학자들, 심지어 엉뚱하기까지 한 과학자들이 늘어야 새로운 과학 영역이 개척되고 노벨상을 타게 되는 것”이라면서 “지원비를 현실적으로 조정하고, 다른 많은 연구자들에게 지원비를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극과 극](7)‘게이 폭탄’부터 ‘F-22’까지…첨단 무기 성공과 실패의 스토리

    [극과 극](7)‘게이 폭탄’부터 ‘F-22’까지…첨단 무기 성공과 실패의 스토리

    8조 3000억원을 투입해 2050년까지 우리 영공을 책임질 차세대 전투기 선정과 관련한 논쟁이 뜨겁다. 미국 보잉사의 F-15SE가 최종 기종으로 가닥이 잡힌 가운데 향후 우리 방위력 향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전 국민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역사는 신무기의 등장과 궤를 같이 한다. 태초 이후 인간은 잘 먹고 잘 사는 방법을 연구하는 만큼 타인을 살상하는 무기를 개발하는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영토 분쟁은 흔히 대규모 전쟁으로 이어졌고, 전쟁의 양상을 유리하게 돌려놓으려면 군(軍)에 꼭 신무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첨단’을 추구한다고 해서 모든 무기가 군에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비용 대비 효과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제대로 쓰이지도 못하고 사장되기 마련이다. 개발을 추진하다 시제품 조차 양산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무기가 태반이다. 그렇다면 비밀리에 추진했다가 사라진 ‘황당 무기’는 어떤 것이 있을까. ●’게이 폭탄’부터 ‘개 폭탄’까지…‘황당 신무기’ 정체는 우선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게이 폭탄’(gay bomb)이라는 무기가 눈길을 끈다. 1994년 미 공군 소속인 오하이오주 라이트 연구소는 적진에 ‘아프로디시악’이라는 물질이 가득한 폭탄을 투하해 적군들이 서로 참을 수 없는 성적 흥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이 폭탄을 구상했다. 아프로디시악은 일종의 최음제로, 적진에 투하해 남성 위주로 구성된 적군을 동성애에 빠지게 하고 최종적으로 전의를 상실시킬 의도로 개발됐다. 연구소는 이 ‘안전한 비살상 무기’를 사용할 경우 사랑에 굶주린 군인들이 총을 놓고 동성 연인에게 푹 빠질 것으로 확신했다. 연구소는 실제로 이 폭탄을 개발할 의도로 상부에 70억원의 예산을 요청했다. 하지만 명확하게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설령 효과가 있다고 해도 일반인에게 사용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돼 연구는 제대로 시작해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중단됐다. 이 무기 발명 계획은 황당한 발명자에게 상을 주는 ‘이그노벨상’ 2007년 평화상에 선정돼 세상에 실체를 드러냈고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됐다. “전쟁을 막아 전 세계에 평화를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이 선정 이유였다. 라이트연구소 일부 연구진은 적군에게 땀·방귀·입냄새를 유발해 냄새로 숨어있는 병사를 찾아내고 적진의 사기까지 떨어뜨리는 특수 폭탄도 개발했지만 마찬가지로 상부로부터 외면당했다. 2차 세계대전(1939~1945년)은 수많은 인명피해를 낸 대규모 국가간 전쟁이었던 만큼 전시에 셀 수 없이 많은 신무기가 쏟아져 나왔다. 이 시기에는 아군의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동물’을 활용한 황당 무기가 잇따라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우선 소련군은 파상적인 독일군의 공세를 막기 위해 개 4만마리를 훈련시켜 자살 폭탄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독일군은 주로 ‘전차’와 ‘장갑차’로 적진을 빠르게 돌파한 뒤 보병을 전개하는 ‘전격전’을 활용했는데, 전차는 물론 대전차 무기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개전 초기 소련은 이를 막기가 버거운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소련군은 개의 몸에 시한 폭탄을 두르고 전차로 돌진하도록 교육시켰다. 하지만 훈련에서 엄청난 포사격음을 들은 다수의 개들이 혼란에 빠졌고, 일부는 오히려 소련군 진영으로 되돌아오는 바람에 결과는 대실패였다. 디젤(중유)을 사용하는 소련 전차를 이용해 훈련한 개들이 가솔린(휘발유)을 사용하는 독일 전차 대신 익숙한 냄새를 풍기는 소련 전차로 달려와 폭사하는 황당한 사건까지 생기면서 계획은 모조리 폐기됐다. 영국군은 죽은 쥐의 몸에 플라스틱 폭탄을 넣어 독일에 공급하는 석탄과 함께 섞는 작전을 마련했다. 석탄이 보일러 속에 들어가면 폭발해 인명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독일군이 쥐 폭탄을 너무 쉽게 발견하는 바람에 개발 계획은 무산됐다. 1942년 미국 펜실베니아주에 살던 한 치과 의사는 백악관에 ‘박쥐 폭탄’을 제안했다. 일본의 자살 특공대인 ‘가미카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를 비밀리에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박쥐는 건물 처마 밑으로 들어가는 습성이 있어 목조로 지어진 일본 가옥에 침투시켜 화염을 일으키는 소이탄을 폭발시키면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개발 속도는 너무 느렸고 원자폭탄 개발계획이 등장하자 프로젝트는 폐기됐다. ●인공위성으로 도시 초토화…영화 소재 아닌 실제 프로젝트? 최근 배우 이병헌이 출연한 영화 지아이조2에 등장한 ‘신의 지팡이’(The Rod from God)라는 위성 공격 시스템에도 눈길이 간다. 1980년대 실제로 미국에서 개발된 이 시스템은 길이 6m의 금속인 텅스텐(중석)탄 10여발을 탑재한 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린 뒤 탄을 지상으로 자유낙하시켜 공격하는 방식이다. 텅스텐탄은 무게가 100kg에 달해 가속이 붙으면 최대 시속 1만 1000km로 지상으로 돌진하게 되고 이를 통해 목표 지역을 초토화시킨다는 것이 최초의 시나리오였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탄심이 영국 런던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공격 위성을 쏘아올리는데 필요한 막대한 예산에 비해 효과는 핵미사일보다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결국 공상과학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 우리 군도 자력으로 개발한 명품 무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모든 국산 무기가 처음부터 박수를 받은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잠수함을 상대하는 대잠 유도미사일 ‘홍상어’는 잦은 시험발사 실패로 개발 위기에 처했지만 지난 14일 동해상에서 진행한 실탄 발사 시험이 성공함에 따라 기사회생했다. 해군 구축함 수직 발사대에서 발사되는 홍상어는 10여km를 날아가 낙하산을 펼쳐 수면으로 낙하한 뒤 수중표적을 쫓아가 ‘비행하는 어뢰’로 불린다.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지난 9년간 1000억원이 투입됐지만 지난해 7월 첫 시험발사에서 목표물을 맞추지 못하고 유실된데 이어 올 2월까지 진행된 8발의 추가 시험 발사에서도 5발만 명중해 성공 기준인 75% 명중률을 얻지 못해 여론의 뭇매를 받았다. 1999년부터 개발비 910억원을 투입해 국산 명품무기로 꼽혔던 K-21 보병전투장갑차는 2010년 7월 수상 조종 훈련 중 어이없는 침수 사고로 부사관 1명이 사망하는 등 물의를 빚었다. 이후 개발사에서 배수펌프 등의 결함을 보완해 우여곡절 끝에 2011년 군에 투입됐다. ●전문가가 꼽은 최강의 첨단무기 ‘F-22’…가공할 능력은 그렇다면 전세계적으로 가장 성능이 뛰어난 ‘명품 무기’는 어떤 것일까. 군사 전문가들은 현존하는 무기 가운데 가장 뛰어난 무기로 ‘전투기’를 꼽았고, 그 가운데서도 두말없이 ‘하늘의 지배자’로 불리는 미국의 ‘F-22 랩터’를 거론했다. F-22는 최강의 전투기였던 F-15와 2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117A을 대체할 ‘5세대 전투기’로 개발돼 2006년 미 공군에 배치됐다. 사나운 육식성 새를 뜻하는 ‘랩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레이더를 회피하는 스텔스 기능과 정밀 유도폭격 시스템, 강력한 상황인식능력(SA), 최대 마하 2.5(마하 1은 시속 1200km)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속력과 공중 제어능력을 갖췄다. 작전 반경은 2000km가 넘고 반경 250km 내의 8개 표적을 동시 조준하는 기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당 생산 가격이 1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670억원)로 현재 한국군 주력기인 KF-15 구입가의 4배에 달하지만 첨단 기능 유출을 우려한 미국의 수출 금지 정책으로 우방국조차 구매가 불가능하다. 한미 연합훈련에 F-22가 등장하면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현존하는 무기 체계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은 역시 F-22”라면서 “정찰과 지휘, 정밀 폭격, 공중전, 전자기기를 무력화하는 전자전 등 모든 분야에서 만능이기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F-35가 2000파운드의 대형 폭탄을 장착해 폭격 위주의 임무를 진행한다면 F-22는 고출력 AESA(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와 전자전 무기로 전투는 물론 적의 레이더를 무력화시킬 수 있고 정밀 탐색도 가능한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일반인들은 F-22에 대해 스텔스 기능만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주변 구석구석을 탐지해내는 강력한 상황인식능력이 훨씬 큰 장점”이라면서 “이전 전투기의 레이더는 앞쪽만 보지만 F-22는 기체 전체에 광학 센서를 달아서 360도를 감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반 전투기는 여러 대가 모여 편대비행을 한다면 F-22는 1대가 반경 약 1마일 범위를 담당하고, 수집한 정보를 공중에 있는 모든 기체가 공유할 수 있어 몇대만 가지고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범위를 감당할 수 있다”면서 “공중의 전투기는 물론 지상군과 심지어 탄도미사일까지 감지해내는 능력을 갖췄다”고 극찬했다. 일반적인 전투기는 무장을 모두 소모하고 나면 기지로 돌아가야 하지만 F-22는 현장에 남아 강력한 탐색 능력으로 조기경보기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일반 전투기는 적에게 표적으로 포착되면 공격 위험 경고음이 울리게 돼있는데 F-22는 이 경고음을 울리지 않는 상태에서 적기를 포착해 격추할 수 있다. 양 연구위원은 심지어 “과거 미국의 스텔스기가 북한 상공에 몰래 진입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있는데 F-22도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북한의 대공 방어력을 감안할 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첨단 무기 해외에만 있나…우리 군의 자랑 ‘세종대왕함’ ‘K-9’ 양 연구위원은 F-22 외에도 ‘MQ1 프레데터’, ‘MQ9 리퍼’ 등 미국의 첨단 무인공격기와 개인 ‘단말기’만 있으면 전세계 어디에 있는 미군의 전투상황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글로벌인포메이션그리드(GIG) 프로젝트’를 첨단 무기로 꼽았다. 특히 GIG에 대해서는 “전세계 어떤 지역도 효율적으로 공격할 수 있고 전투 상황과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전의 총아”라고 평가했다. 우리 군의 자랑거리도 많다. 특히 우리 해군은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은 ‘세종대왕함’ 등 3척의 최신 이지스함을 보유하고 있다.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개발한 이들 이지스함은 일본이나 미국의 이지스함과 비교해도 전혀 성능이 뒤떨어지지 않는다. 반경 1000km 내의 1000여개 표적을 추적할 수 있고, 적 항공기나 전함의 접근을 원천 봉쇄해 ‘신의 방패’라는 뜻의 이지스로 불린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표적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포착해 막강한 레이더망 기능을 입증했다. 양 연구위원은 “국산 자주포 ‘K-9’도 미국의 ‘M109A6 팔라딘’이나 영국의 ‘AS90’보다 우수한 성능을 갖고 있으며 세계 최강이라고 불리는 독일의 ‘PzH2000’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명품무기”라고 설명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미군 내부고발자 매닝 “내 행동은 실수”

    미군 내부고발자 매닝 “내 행동은 실수”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에 미국의 군사 기밀을 넘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브래들리 매닝(25) 일병이 자신의 행동으로 피해를 본 미국민과 국가에 대해 사과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닝은 이날 메릴랜드주 포트미드 군사 법정에서 열린 심리에서 “나의 행동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은 것은 실수였으며, 지난 3년간의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기밀을 외부로 유출하는 대신) 군대 안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며 “나로 인해 발생한 예상치 못한 결과에 대해서도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정보기관의 전 세계 개인정보 수집 활동을 폭로한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노벨상 추천권을 갖고 있는 스웨덴 우메오대학 스테판 스발포르스 사회학과 교수는 노벨위원회에 보낸 편지에서 “스노든은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미 국가안보국(NSA)이 감행한 사이버 감시 활동의 존재를 폭로했으며, 이를 통해 인간의 기본권과 자유 옹호에 힘썼다”며 노벨상 추천 이유를 밝혔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상하이교통대 자문교수 이상엽씨

    상하이교통대 자문교수 이상엽씨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강성모)은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49) 특훈교수가 최근 중국 상하이교통대 자문교수로 선임됐다고 14일 밝혔다. 상하이교통대는 노벨상 수상자 등 학문적 업적이 뛰어난 학자들을 자문교수로 임명한다. 임기는 5년이다.
  • 박원순, 막사이사이상 기조연설

    박원순, 막사이사이상 기조연설

    박원순 서울시장이 필리핀 막사이사이상 재단 55주년을 맞아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12일 필리핀 마카티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리는 막사이사이상 재단 출범 55주년을 맞아 ‘아시아 도시 문제 해결방안’을 주제로 연설한다.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로서의 경험을 어떻게 시 행정에 접목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은 1962년 장준하를 시작으로 박 시장도 아름다운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2006년 공공봉사 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