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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산 때문에… 킹 목사 자녀들 결국 법정다툼

    미국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1929~1968) 목사가 생전에 갖고 다녔던 성경책과 1964년 수상한 노벨평화상의 소유권을 두고 그의 자녀들이 소송을 하고 있다고 AP가 7일 보도했다. 그의 막내딸 버니스(51)가 현재 두 가지 모두 가지고 있으며, 두 아들 킹 3세(57)와 덱스터(53)가 지난달 31일 애틀랜타주 풀턴카운티의 상급법원에 이들을 돌려 달라고 소송을 냈다. 킹 목사의 성경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두 번째 임기의 취임식에서 선서를 할 때 사용됐다. 이들은 소장에서 킹 목사의 상속인들이 1995년 유산을 킹 목사의 지적재산권 관리법인인 ‘킹스 에스테이트’에 넘기기로 합의했다며 “버니스는 1995년 합의가 유효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두 가지 물품에 대해 비밀로 하고 숨겨 두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CNN이 전했다. 덱스터와 킹 3세는 킹스 에스테이트의 공동 대표다. 세 남매 가운데 유일한 목사인 버니스는 6일 애틀랜타의 에버니저 침례교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버지가 무덤에서도 한탄할 것”이라며 오빠들이 성경책과 노벨평화상을 개인 수집가에게 팔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킹 목사 유산의 진정한 보호자”라고 주장했다. 미국 역사학자 데이비드 개로(60)는 “킹 목사 자녀 간의 소송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킹 목사의 유물은 박물관 등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으로 옮겨져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근본적인 문제는 세 자녀가 킹 목사의 유산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고 AP는 보도했다. 이기철 기자 chuli@seoul.co.kr
  • 미래부 이번엔 ‘기초연구 선정률 높이기’ 미봉책

    지난해 정부출연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에만 예산을 몰아줘 일선 연구기관의 ‘연구비 대란’을 낳았던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개선책을 내놓았지만 현장 반응은 싸늘하다. 기초과학 연구자들이 “IBS에 연구예산이 쏠린 탓에 일선 연구자들은 국가 연구사업에서 선정될 확률이 너무 낮다”고 토로하자 연구사업 지원 자격 조건을 강화해 선정률 수치를 끌어올리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4일 과학계 등에 따르면 미래부는 최근 발표한 ‘기초연구사업 통합공고문’을 통해 현재 한국연구재단과 미래부, 교육부의 개인 연구 과제를 수행 중인 연구자는 올해 추가로 정부의 개인 연구 지원을 신청할 수 없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연구자 1명이 최대 3건의 개인 연구 과제를 한꺼번에 수행할 수 있었다. 미래부의 조치는 지난해 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를 중심으로 불거졌던 ‘IBS 논란’<서울신문 2013년 8월 30일자 9면>의 보완책으로 마련됐다. ‘노벨상 프로젝트’로 불리는 IBS를 만들어 세계적 과학자가 단장으로 있는 산하 연구단 50곳에 연간 100억원씩, 10년 동안 연구비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이일하 서울대 교수가 브릭 게시판에 “2012년 IBS가 만들어지면서 모든 연구비가 특정 연구 프로젝트에 집중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여러 연구자들이 동조하면서 파장이 불거졌다. 미래부 관계자는 “연구자 1명이 비슷한 주제를 쪼개어 여러 분야의 예산을 따내려 하는 등 문제가 있어 자격을 제한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를 통해 ‘중견 연구자 지원사업’의 경우 지원자 대비 선정률을 현재 9.9%에서 2017년 20.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연구자가 진행하는 과제 특성과 연구 기간, 연구비 규모 등이 천차만별이다. 정부에서 연구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해서 향후 지원을 제한한다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장에 팽배하다. 예를 들면 매년 연속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연구를 해 온 학자가 다른 연구 과제를 맡고 있다고 해 지원을 끊는다면 그동안의 성과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또 연간 수천만원 규모의 3년 단위 소규모 개인 연구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혁신적 연구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연구비 신청을 할 수 없다. 한 공과대학 교수는 “미리 연구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제도 변경을 2~3년 전에는 알려 줘야 하는데 당장 올해부터 바꾸겠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국립대의 공학 교수도 “선정률만 높이려고 응모 자격을 억지로 제한하면 중견 및 신진 연구자들이 지원받기는 어려워져 빈익빈 부익부가 더욱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생명의 窓] 양극화, 과학도 무너지게 한다/송기원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

    [생명의 窓] 양극화, 과학도 무너지게 한다/송기원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

    몰입과 집중을 요구하는 과학의 특성상 과학자는 대부분 원래 세상일에 관심이 없다. 그런 과학자들이 요즘 둘만 모이면 세상 돌아가는 걱정뿐이다. 연구비 이야기다. 불황이라 온 국민이 살기 어려운데 ‘연구비’ 타령이냐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구비는 당장 추위에 떠는 달동네 독거노인들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국민의 세금이기에 꼭 더 이야기해야겠다. 과학은 냉정하게 말해 ‘돈을 넣어 지식을 만드는 과정이다.’ 지난 20여년간 한국의 과학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우리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연구개발(R&D) 예산 규모도 늘고 과학자 수와 연구 능력도 향상된 덕분이다. 과학자들은 부족한 여건이지만 연구하고 대학원생을 교육할 수 있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상황이 심각하게 바뀌었다. 과학 연구의 주축인 대학의 과학자들이 단 몇 달 후 연구를 계속할 수 있을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실험 재료비 때문에 수천만원씩 빚이 있는 연구실도 부지기수다. 우리나라의 올해 R&D 예산이 17조원에 이르고 국민총생산(GNP) 대비 R&D 예산이 세계 2위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이는 정부가 R&D 예산을 집행하는 과학기술 정책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극명한 이유는 2012년에 시작된 기초과학연구원(IBS)이다. 출범 때부터 대규모 예산으로 기존 연구가 위축될 것으로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으나 정책에는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 정부는 이 사업으로 기존 연구비가 줄어드는 일은 결코 없다고 했으나 말뿐이었다. 지난해 대부분의 정부 연구과제 선정 비율은 7% 내외였다. 또 이렇게 치열한 연구과제의 평균 연구비는 1억원 정도로 이런 과제가 최소 2개 있어야 연구실 운영이 가능하다. 반면 기초과학연구원의 한 과제에는 1년에 50억~100억원을 쓴다. 연구원 25~50명이 걱정 없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금액이다. 정부의 연구과제 지원 양극화가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양극화 정책의 근본 이유는 주요 정책결정자들의 ‘노벨상 병’이라고 불리는 가시적 업적에 대한 비정상적인 집착 때문이다. 소위 노벨상이 가능할 몇몇 분야, 몇몇 연구만 과감한 투자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소규모 연구 지원을 대폭 축소해 대학의 연구 기반이 무너지는 상태에서 엄청난 액수의 연구비가 몇몇 개인에게 집중되는 정책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키우는 데는 성공적일 수 있어도 과학을 육성하는 정책은 될 수 없다. 과학은 어떤 연구가 어떤 성과를 가져올지 예측할 수 없기에 다양한 분야의 튼튼한 기반이 전제조건이다. 또 대학 연구실이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한 석·박사 연구 인력을 배출할 때, 몇몇 과학자의 성공적인 연구로 한국 과학의 수준이 높아질 수는 없다. 그 좋은 예가 과학에서만 1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이다. 일본은 과학자가 소규모라도 오랜 세월 한 가지 주제에 몰입해 연구할 수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집행하고 있다. 과학에서 조급증과 업적주의는 긴 안목에서 독이다. 한국 과학계는 아직 세계적으로 약자고 기반도 허약하다. 여기에 양극화로 지난 세월 어렵게 다져온 과학기반이 무너질까 두렵다. 더 늦기 전 정부가 과학정책에 대해 고민하고 방향을 선회하기를 간곡히 소망한다.
  • 이스라엘 국방 “케리가 구세주냐” 맹비난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중재를 맡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원색적으로 비난해 만년 우방인 양국 사이에 불편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스라엘 최대 일간지인 예디오트 아하라노트는 14일(현지시간) 모셰 야알론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케리 장관을 향해 “이해할 수 없는 집착과 구세주라도 된 듯한 열정에 사로잡힌 채 행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야알론 장관은 당국자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이·팔 협정과 관련된 미국의 안보 계획에 대해 “그 내용이 적혀 있는 종이 값만도 못하다”면서 “케리는 나에게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가르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케리가 노벨상을 받고 우리를 가만 놔두는 것만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며 케리 장관이 노벨 평화상을 바라보고 중재에 나선 것처럼 비꼬았다. 야알론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미국은 즉각 항의했다. 백악관 제이 카니 대변인은 “해당 보도 내용이 맞다면 무례하고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우방국의 국방장관이 케리의 진의에 의심을 품고 그의 제안을 왜곡해 받아들일 줄은 몰랐다”고 날을 세웠다. 파문이 커지자 이스라엘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야알론 장관실은 “케리 장관을 모욕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미국과 의견 충돌이 있어도 그것은 사안에 관한 문제이지 특정 개인에 대한 다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야알론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으로 대표적 강경파이다. 한편 케리 장관은 이날 바티칸에서 교황청 국무장관인 피에트로 파롤린 대주교를 만나 “중동지역 평화 확립은 미국과 로마 교황청의 ‘공동 사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몇 주 내로 다시 이스라엘을 방문해 이·팔 평화협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노벨상 수상자 27명 푸틴 反동성애법 항의 서한

    역대 노벨상 수상자 27명이 러시아가 지난해 채택한 반(反)동성애법의 폐지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냈다고 인디펜던트가 14일 전했다. 서한에는 200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존 쿠체, 200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미국인 에릭 코넬, 1996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영국인 해럴드 크로토 등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이 서명했다. 수상자들은 “국제 학술계 유력 인사들이 러시아 정부의 반동성애 정책에 불만을 제기한 정치인, 예술가, 체육인 등에게 연대를 표하기 위해 서한을 보낸다”며 “러시아의 새 법률에 반대하면서 러시아 정부가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힘들게 쟁취한 인도주의적, 정치적, 민주적 원칙들을 유지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6월 미성년자에게 동성애 선전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법률을 채택했다. 이를 어기면 최소 4000루블(약 13만원)에서 최대 100만 루블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를 둘러싸고 국내외에서 거센 반발이 일기도 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탄력받는 창조경제 2題] ‘노벨 같은 사람’ 키운다

    [탄력받는 창조경제 2題] ‘노벨 같은 사람’ 키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공과대학을 창조경제의 핵심 인재 공급원으로 키운다. 노벨상을 받는 학자 대신 노벨 같은 사람을 키워 공대를 창조경제의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게 주요 얼개다. 미래부는 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과학기술단체총합연합회관에서 ‘공과대학 혁신 위원회’ 출범식을 하고 공대가 창조경제에 필요한 기술과 인력을 배출할 수 있도록 개혁하겠다고 13일 밝혔다. 그동안 산업계는 공대의 연구·개발(R&D) 투자 대비 기술사업화 실적 부족, 공대 배출 인력의 통합적 사고·융합 지식 및 현장 적응 능력 부족 등을 지적해 왔다. 이에 위원회는 공대 교수진이 이론 위주 수업 또는 연구에만 치중하는 실태, 산업계 경험자의 교원 활용이 저조한 현황이나 이유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또 현장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정부 재정 지원 사업, 교수 평가, 법적·제도적 측면 등에서의 공대 혁신 방안을 오는 3월까지 수립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산업계, 학계, 연구계 대표와 정부 관계자 등 19명의 민관 합동 조직으로 구성됐다. 민간 위원으로는 기업 대표, 공학교육 관련 단체 대표, 대학 산학협력단장이 참여한다. 정부 위원에는 미래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실장급이 참여한다. 위원장은 이준식 서울대 연구부총장이 맡았다. 장석영 미래부 미래인재정책국장은 “공대가 산업·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했지만 창조경제에 필요한 새로운 인재 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을 하려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논문, 연구 등에 대한 관심을 계속 유지하되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산학 연계, 기술 이전 등이 조화를 이루도록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시론] ‘그날이 오면’/이근배 시인

    [시론] ‘그날이 오면’/이근배 시인

    올해 갑오년은 만물을 생동하게 하는 청마(靑馬)의 해라는, 가슴 부푸는 해석에 귀가 솔깃해진다. 지난 한 해 나라 안팎의 어지러운 일들에다가 찌들어가는 살림살이로 마음 편할 날이 없었는데 웬, 좋은 일? 하고 둘러보니 새해 벽두에 불쑥 ‘통일’이 화두로 떠올랐다. 북의 김정은이 동족끼리의 통일을 내세워 남쪽에 화해 메시지를 날리더니 “통일은 대박”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더불어 통일부에서 이산가족상봉을 내놓았다. 북은 시기가 촉박하다며 일단 우리 정부의 제안을 ‘거부’했다. 7000만 겨레의 절체절명의 비원(悲願)인 통일을 두고 “대박”이라는 튀는 수사가 옳았느냐는 것은 미뤄놓고 작년 추석 무렵 로또 만큼이나 어려운 이산가족 상봉에 들었던 고령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손에 잡힐 듯한 ‘그날’이 왜 성큼 오지 않는 것인지. 그 애태움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으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이기 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 심훈은 3·1독립운동 열한 번째 해 날에 하늘과 땅을 진동시키는 조국광복의 염원을 시 ‘그날이 오면’으로 쏟아냈다. 그로부터 여든 해를 훌쩍 넘은 오늘 통일의 ‘그날’로 옮겨놓아도 오히려 소신공양(燒身供養)의 불길은 더욱 거세게 타오르는 것을 읽게 된다. 그렇다. 그날은 와야 한다. 광복, 통일 같은 개벽은 말고라도 저 전쟁 통에 남북으로 헤어져 60년 넘게 안부를 모르는 혈육들이 서로 만나 손이라도 잡아보는 그날, 어디 그뿐인가 정치가, 경제가, 복지가, 일자리가, 입으로만이 아닌 제자리에 들어서는 그날이. 여기에 또 하나의 ‘그날’이 문화융성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문화예산을 2%로 올려놓았으니 많이 늦었지만 목 타게 기다리던 단비를 품은 구름이 밀려온다는 예보가 반갑기 그지없다. 흔히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말하면서도 우리가 그 준비를 해왔는지 묻고 싶다. K팝, 아이돌, 싸이, 드라마…. 한류가 동남아를 넘어 지구촌을 넘실거리고 있지만 정작 문화예술의 시작이며 끝인 문학은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다. 노벨상 계절이 되면 ‘혹시 한국에도 문학상 차례가?’ 하고 매스컴이 긴장을 해오지만 번번이 “그날”은 얼굴을 비치지 않고 다른 길로 새나가고 있다. 일본은 소설가 두 사람이나 수상자를 내고도 지난해 또 수상 오보를 낼 정도로 으쓱거리고, 한 사람은 국적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두 해 전 모엔까지 두 사람이나 상을 차지한 중국을 이웃에 두고 있는 우리로서는 언제까지 “신포도”라고만 고개를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올림픽, 월드컵, 동계올림픽 등 큰 스포츠 행사에 쏟아 붓는 국력의 1만분의1만 썼어도 이 땅의 시인 작가들이 세계시장에서 홀대를 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 문단 인구가 1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고 해마다 신춘문예, 문예지를 통해서 등단하는 숫자가 늘어가지만 정작 글쓰기로 생활을 꾸려가는 전업 문인은 열 손가락을 꼽기도 어렵다. 창작에만 전념할 수 없는 환경 탓에 신인들이 글쓰기의 재능을 방송, 잡지, 출판 등의 밥벌이로 탕진하고 있으니 이 나라의 깊고 넓은 역사 문화의 광맥을 시, 소설로 캐내 인류가 공감하는 상품으로 세계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작품을 어떻게 써내겠으며 세계문학의 거장으로 키워낼 수 있겠는가. 문화융성의 첫 물꼬는 문학으로부터 틔워야 한다. 이 나라는 시로 해가 뜨고 시로 해가 지는 나라가 아닌가. 우리 겨레가 다른 민족에게 앞서는 DNA가 있다면 문학적 천재성이다. 이 하늘이 내린 재능의 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창조경제의 지름길이고 문화복지이다. 올해는 청마의 해, 이육사가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노래했듯이 7000만명이 기다리는 “그날”이 청마 타고 오기를 손꼽아야겠다.
  • 수학계 올림픽 ‘세계수학자대회’ 서울에서 열린다

    ‘수학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2014 세계수학자대회(ICM)’가 오는 8월 13∼21일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린다. 국제수학연맹(IMU)이 4년마다 개최하는 ICM은 최근의 중요한 수학적 업적들을 평가·시상하고, 수학 분야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토론·강연하는 세계적인 수학 축제이다. 1897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제1차 대회가 열린 이래 2010년 26회까지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등 17개국에서만 개최됐으며, 아시아에서는 일본 중국 인도에 이어 우리나라가 네번째 개최국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중국 푸저우에서 열린 IMU 11인 집행위원회에서 2014년 ICM 개최지로 결정됐다. 이번 ‘서울 ICM 2014’에는 전 세계 100개국에서 5000명의 수학자들이 참가,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대회 개막식에서는 수학 분야 최고의 영예인 필즈상(Fields Medal) 등 IMU의 주요 상이 주어진다.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은 캐나다 수학자 필즈의 유언에 따라 1936년 제정돼 4년마다 ICM 개막식 때 개최국 국가원수가 직접 수여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13명), 프랑스(12명), 영국(7명) 등 17개국(옛 소련 포함)에서 모두 52명의 수상자가 배출됐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수상자가 없다. 대회에서는 또 필즈상 수상자와 노르웨이 학술원이 매년 수여하는 아벨상 수상자의 강연이 각각 60분간 진행된다. 수학자는 물론 일반인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강연도 열린다. 올해 공개강연은 하버드대 수학과 교수에서 헤지펀드 운영자로 변신해 세계 74위의 부자가 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CEO 짐 사이먼스가 한다. 이밖에 21명이 기조강연이 이뤄지며, 19개 분과 193명의 초청강연, 각 분과에서 모두 1000여명이 참가하는 일반강연과 포스터 발표회도 마련된다. 이와 함께 ‘나눔으로 희망이 되는 축제: 저개발국에 꿈과 희망을’이라는 대회 주제에 맞게 참가자들이 개발도상국 수학교육과 연구 지원방안, 현대 수학교육의 현황과 과제 등을 모색하는 토론회도 열린다. 세계적 석학들과 청소년들의 만남 행사, 수학영화 축제, 수학체험관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준비된다. ICM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를 통해 국내 수학계의 네트워크와 연구역량을 강화, 한국 수학 수준을 세계 10위권에 진입시키고 일반 국민의 기초과학 진흥 기반을 조성하는 데도 기여할 수 것으로 기대했다. 박형주 조직위원장(포스텍 수학과 교수)은 “중국이 2002년 베이징 대회를 지렛대삼아 수학 발전을 꾀해 지금은 미국에 이어 부동의 2위로 성장했다”며 “이번 대회가 우리나라 수학 연구의 전통성을 형성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진로교육 학년제로 생물학자 꿈 찾았죠”

    “진로교육 학년제로 생물학자 꿈 찾았죠”

    “다양한 체험을 해보니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게 뭔지 알겠더라고요.” 서울 서대문구 연희중 2학년 김준현(14)군의 꿈은 생물학자다. 연희중이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의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 시범학교로 선정되면서 김군은 1년 동안 중간고사를 보지 않는 대신 다양한 직업 체험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꿈도 찾았다. 한 해 동안 겪었던 일을 꼼꼼히 적은 수기로 12일 13명에게 주는 시교육청 진로탐색 집중년제 수기 공모전 우수상에 선정됐다. 김군은 지난 1년 동안 학교에서 운영하는 발명·영재동아리 활동을 통해 허준박물관, 이대박물관, 한국근현대사 박물관, 노둣돌 생태건축사무소, 필룩스 등을 견학했다. 매주 증산역 도로변에 이산화탄소 측정 캡슐을 설치해 수치를 측정하는 실험도 했다. 환경부에서 하는 생물자원보전 홍보활동에도 참여했다. 지금껏 막연하게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만 생각했던 김군의 꿈도 점점 구체화됐다. 김군은 “미생물을 이용해 음식물쓰레기를 분해할 때 발생하는 열이나 화학적으로 발생한 폐열을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했던 프랑스의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일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커버스토리] 전통 덮은 건축… 디자인 서울 길을 잃다

    [커버스토리] 전통 덮은 건축… 디자인 서울 길을 잃다

    구글어스를 통해 대한민국 서울 중구의 흥인문과 광희문 사이를 보면 전에 없던 대형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구렁이가 똬리를 튼 것 같기도 하고, 시내 한복판에 불시착한 UFO(미확인비행물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공위성에서도 식별이 가능한 이 건축물은 옛 동대문운동장 부지에 들어서 오는 3월 개관할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앤 파크(DDP)다. 오세훈 전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의 역점 사업이자 서울의 랜드마크로 삼고자 했던 곳이다. 하지만 이 건물이 창조와 변혁의 아이콘으로 서울을 전 세계 디자인의 중심도시로 만들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단정짓기엔 설계부터 건설공사 과정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미 5000억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혈세가 투입됐을 뿐 아니라 앞으로 운영과정에서 또 얼마나 많은 세금을 더 쏟아부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도심 흉물로 전락한 서울시 신청사, 세빛 둥둥섬과 함께 오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디자인서울 프로젝트가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오를 조짐이다. 거대한 조감도와 허황된 표어를 앞세운 프로젝트가 시민 모두의 자산이자 살아 꿈틀거리는 서울 도시디자인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제라도 메가시티 서울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도시공간’을 만들려면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 프로젝트 진행절차상의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 개관을 앞둔 DDP의 사례에서 우리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다. 동대문운동장과 그 주변지역을 재개발하는 계획은 2000년대 중반 이전에 이미 세워져 있었다. 민선 4기 오 전 시장은 관광객 1200만명을 목표로 하는 도시마케팅 정책을 내세워 2006년 이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문화로 돈을 번다’는 컬처노믹스를 강조하며 광화문축, 인사동-명동축, 세운상가 녹지축, 동대문디자인축을 근간으로 하는 도심재창조사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2007년 월드디자인플라자 건설계획을 추가했고, 이를 위해 국내외 건축가 8명을 지정한 가운데 국제설계공모를 진행했다. 그해 8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자하 하디드의 ‘환유의 풍경’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그 일대의 역사성을 살려 공원화하려던 계획은 명품 건물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예산규모도 900억원에서 3700억원으로 늘어났다. ‘동대문 잔혹사’는 동대문운동장 철거과정에서 600년 도읍 한양의 역사 유적이 발굴되면서 클라이맥스를 맞는다. 2008년 겨울 DDP 건설현장에서 청계천 물길이 성곽 밑을 관통해 흘러가도록 만든 이간수문(二間水門) 등 총 123m에 이르는 한양도성 성곽과 조선시대 최대 군영인 훈련도감의 부속기관인 하도감 터 유적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울성곽은 일제강점기에 경성운동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멸실된 것으로 추정됐지만 최고 잔존 높이 4.1m에 바닥 폭 8~9m에 이르는 규모로 남아 있다는 게 확인됐다. 서울시는 일단 공사를 중지하고 자하 하디드와 협상을 벌인 끝에 1000억여원을 다시 들여 설계를 약간 변경해 공사를 강행했다. 서울성곽 안쪽에 있던 하도감을 성곽 밖으로 이전시키고, 그 터에 있던 유적들도 여기저기로 옮기고 터를 덮어버렸다. ‘주변과도 어울리지 않는 기괴한 외관’이라는 비난은 디자인의 독창성이니 덮어 두더라도, 서울의 유구한 역사를 무시한 채 올라선 건물에 서울시민들이 애정어린 시선을 보내주기를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5000억원짜리 애물단지’를 떠안게 된 박원순 시장은 DDP의 콘셉트를 ‘세계 디자인 메카’에서 ‘함께 만들고 누리는 디자인’으로 바꾸고 운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에 들어갔다. 공공건축물이란 용도와 목적이 먼저 있고 그에 맞게 건축물을 구상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인데, DDP의 경우는 그 반대가 된 셈이다. 7년여에 걸쳐 3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세운 서울시 신청사의 건물디자인 공모부터 완성까지의 과정을 담은 다큐영화 ‘말하는 건축 시티:홀’은 시청사 디자인 선정을 둘러싼 논란을 개괄하고, 대형 시공사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일괄적으로 맡아 계약하는 턴키 방식으로 인한 상업주의와 관료주의의 폐해를 꼬집는다. 이 영화를 만든 정재은 감독은 “시청사가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공공건축물이 진영논리에 갇혀 그 속에 어떤 가치를 담아야 하는지의 가치가 실종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사람들은 흉물이 된 시청사 건설에 많은 돈이 들어갔다는 것을 문제 삼을 뿐 정작 어떤 가치를 위해 돈을 들여야 하는지, 우리에게 어떤 공간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면서 “DDP의 경우도 세계적인 위대한 건축가의 예술작품을 갖고 싶다는 요구와 욕망이 있었지만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디자인 서울’로 가시화되고 본격화된 공공프로젝트에 대한 비난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추적해 보자. 발주의 주체인 공무원 혹은 국가기관의 무능과 무지, 리더의 정치적 야심이 그 단초를 제공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공무원들에게 건축의 전문성을 갖추라고 요구할 수는 없을지라도 다른 방식으로 전문성을 갖춰 이를 극복할 것을 주문할 수는 있다. 건축비평가 이종건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공공프로젝트의 성패와 관련한 모든 공과는 주체능력의 한계가 그 원인”이라며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동원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공공프로젝트의 추진과정에서 윤리적인 기준과 전문적 안목을 갖춘, 제대로 된 전문가들을 배제한 채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신청사의 디자인 결정도 그렇고, DDP의 공모당선작 결정도 한국건축문화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을 최종심사에 참여시켜 정치적인 결정에 거수기 역할을 하게 한 결과 시민혈세만 낭비하고 비루한 외형물이 탄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대학에서도 건물을 짓는 데 모든 학생과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공개심사를 하며 문제점을 검토하는 등 결정과정을 거친다”면서 “공공프로그램은 절차가 가장 중요하며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없을수록 모든 절차는 더 투명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름다운 도시공간을 만들려면 앞으로 추진될 공공프로젝트는 전체 절차 안에 검증·비판·감시가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무엇보다도 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인물을 부지런히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절차상의 문제도 문제지만 정치적인 야심에 휘둘려 조급증을 부린 것도 앞으로의 공공프로젝트 추진에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대목이다. 서울시 신청사를 짓는 데 7년, DDP를 추진하는 데 7년 6개월이 각각 소요된 사실은 세계적으로는 뉴스거리가 될 만하다. 가까운 일본을 예로 들어보자. 일본 오사카 시립역사박물관 건물터는 고대궁궐 유적지 궁터 일부였다. 유적 파괴 논란이 일자 오사카 시는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토론하며 의견을 수렴하는 데만 7년을 보냈다. 그리고 유적을 훼손하지 않고 그 자체를 지하에 보존키로 했다. 그 위에 건설된 고층 박물관은 오사카의 랜드마크가 되어 있다. 서울시 디자인 서울 총괄본부장을 지낸 권영걸 서울대 교수는 “서울을 디자인 도시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한 점은 인정해야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추진한 측면이 있다”며 “장·단기 계획을 투트랙으로 진행하면서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커버스토리] 전통 덮은 건축… 디자인 서울 길을 잃다

    [커버스토리] 전통 덮은 건축… 디자인 서울 길을 잃다

    구글어스를 통해 대한민국 서울 중구의 흥인문과 광희문 사이를 보면 전에 없던 대형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구렁이가 똬리를 튼 것 같기도 하고, 시내 한복판에 불시착한 UFO(미확인비행물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공위성에서도 식별이 가능한 이 건축물은 옛 동대문운동장 부지에 들어서 오는 3월 개관할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앤 파크(DDP)다. 오세훈 전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의 역점 사업이자 서울의 랜드마크로 삼고자 했던 곳이다. 하지만 이 건물이 창조와 변혁의 아이콘으로 서울을 전 세계 디자인의 중심도시로 만들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단정짓기엔 설계부터 건설공사 과정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미 5000억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혈세가 투입됐을 뿐 아니라 앞으로 운영과정에서 또 얼마나 많은 세금을 더 쏟아부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도심 흉물로 전락한 서울시 신청사, 세빛 둥둥섬과 함께 오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디자인서울 프로젝트가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오를 조짐이다. 거대한 조감도와 허황된 표어를 앞세운 프로젝트가 시민 모두의 자산이자 살아 꿈틀거리는 서울 도시디자인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제라도 메가시티 서울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도시공간’을 만들려면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 프로젝트 진행절차상의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 개관을 앞둔 DDP의 사례에서 우리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다. 동대문운동장과 그 주변지역을 재개발하는 계획은 2000년대 중반 이전에 이미 세워져 있었다. 민선 4기 오 전 시장은 관광객 1200만명을 목표로 하는 도시마케팅 정책을 내세워 2006년 이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문화로 돈을 번다’는 컬처노믹스를 강조하며 광화문축, 인사동-명동축, 세운상가 녹지축, 동대문디자인축을 근간으로 하는 도심재창조사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2007년 월드디자인플라자 건설계획을 추가했고, 이를 위해 국내외 건축가 8명을 지정한 가운데 국제설계공모를 진행했다. 그해 8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자하 하디드의 ‘환유의 풍경’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그 일대의 역사성을 살려 공원화하려던 계획은 명품 건물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예산규모도 900억원에서 3700억원으로 늘어났다. ‘동대문 잔혹사’는 동대문운동장 철거과정에서 600년 도읍 한양의 역사 유적이 발굴되면서 클라이맥스를 맞는다. 2008년 겨울 DDP 건설현장에서 청계천 물길이 성곽 밑을 관통해 흘러가도록 만든 이간수문(二間水門) 등 총 123m에 이르는 한양도성 성곽과 조선시대 최대 군영인 훈련도감의 부속기관인 하도감 터 유적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울성곽은 식민지 시대에 경성운동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멸실된 것으로 추정됐지만 최고 잔존 높이 4.1m에 바닥 폭 8~9m에 이르는 규모로 남아 있다는 게 확인됐다. 서울시는 일단 공사를 중지하고 자하 하디드와 협상을 벌인 끝에 1000억여원을 다시 들여 설계를 약간 변경해 공사를 강행했다.서울성곽 안쪽에 있던 하도감을 성곽 밖으로 이전시키고, 그 터에 있던 유적들도 여기저기로 옮기고 터를 덮어버렸다. ‘주변과도 어울리지 않는 기괴한 외관’이라는 비난은 디자인의 독창성이니 덮어 두더라도, 서울의 유구한 역사를 무시한 채 올라선 건물에 서울시민들이 애정어린 시선을 보내주기를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5000억원짜리 애물단지’를 떠안게 된 박원순 시장은 DDP의 콘셉트를 ‘세계 디자인 메카’에서 ‘함께 만들고 누리는 디자인’으로 바꾸고 운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에 들어갔다. 공공건축물이란 용도와 목적이 먼저 있고 그에 맞게 건축물을 구상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인데, DDP의 경우는 그 반대가 된 셈이다. 7년여에 걸쳐 3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세운 서울시 신청사의 건물디자인 공모부터 완성까지의 과정을 담은 다큐영화 ‘말하는 건축 시티:홀’은 시청사 디자인 선정을 둘러싼 논란을 개괄하고, 대형 시공사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일괄적으로 맡아 계약하는 턴키 방식으로 인한 상업주의와 관료주의의 폐해를 꼬집는다. 이 영화를 만든 정재은 감독은 “시청사가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공공건축물이 진영논리에 갇혀 그 속에 어떤 가치를 담아야 하는지의 가치가 실종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사람들은 흉물이 된 시청사 건설에 많은 돈이 들어갔다는 것을 문제 삼을 뿐 정작 어떤 가치를 위해 돈을 들여야 하는지, 우리에게 어떤 공간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면서 “DDP의 경우도 세계적인 위대한 건축가의 예술작품을 갖고 싶다는 요구와 욕망이 있었지만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디자인 서울’로 가시화되고 본격화된 공공프로젝트에 대한 비난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추적해 보자. 발주의 주체인 공무원 혹은 국가기관의 무능과 무지, 리더의 정치적 야심이 그 단초를 제공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공무원들에게 건축의 전문성을 갖추라고 요구할 수는 없을지라도 다른 방식으로 전문성을 갖춰 이를 극복할 것을 주문할 수는 있다. 건축비평가 이종건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공공프로젝트의 성패와 관련한 모든 공과는 주체능력의 한계가 그 원인”이라며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동원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공공프로젝트의 추진과정에서 윤리적인 기준과 전문적 안목을 갖춘, 제대로 된 전문가들을 배제한 채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신청사의 디자인 결정도 그렇고, DDP의 공모당선작 결정도 한국건축문화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을 최종심사에 참여시켜 정치적인 결정에 거수기 역할을 하게 한 결과 시민혈세만 낭비하고 비루한 외형물이 탄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대학에서도 건물을 짓는 데 모든 학생과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공개심사를 하며 문제점을 검토하는 등 결정과정을 거친다”면서 “공공프로그램은 절차가 가장 중요하며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없을수록 모든 절차는 더 투명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름다운 도시공간을 만들려면 앞으로 추진될 공공프로젝트는 전체 절차 안에 검증·비판·감시가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무엇보다도 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인물을 부지런히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절차상의 문제도 문제지만 정치적인 야심에 휘둘려 조급증을 부린 것도 앞으로의 공공프로젝트 추진에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대목이다. 서울시 신청사를 짓는 데 7년, DDP를 추진하는 데 7년 6개월이 각각 소요된 사실은 세계적으로는 뉴스거리가 될 만하다. 가까운 일본을 예로 들어보자. 일본 오사카 시립역사박물관 건물터는 고대궁궐 유적지 궁터 일부였다. 유적 파괴 논란이 일자 오사카 시는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토론하며 의견을 수렴하는 데만 7년을 보냈다. 그리고 유적을 훼손하지 않고 그 자체를 지하에 보존키로 했다. 그 위에 건설된 고층 박물관은 오사카의 랜드마크가 되어 있다. 서울시 부시장 시절 디인서울 총괄본부장을 지낸 권영걸 서울대 교수는 “서울을 디자인 도시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한 점은 인정해야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추진한 측면이 있다”며 “장·단기 계획을 투트랙으로 진행하면서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손잡은 영·호남 여야 의원, 김대중 前대통령 생가 방문

    영남 지역 새누리당 의원과 호남 지역 민주당 의원들이 손잡고 만든 ‘동서화합포럼’이 오는 15일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위치한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다. 포럼 민주당 간사인 이윤석 의원은 5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12월 합의한 대로 포럼 소속 여야 의원들이 김 전 대통령을 생가를 방문해 기념 식수를 하고 목포에 있는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도 방문할 예정”이라며 “경북도 새누리당 의원 15명과 전남도 민주당 의원 전원이 참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동서화합포럼은 지역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양당이 ‘텃밭’에서 변화를 일으켜 ‘화합의 물꼬’를 트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으로 다음 달 정식 출범한다. 3월에는 경북 구미시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도 방문할 계획이다. 이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과오를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포럼이 모든 것을 화합하고 함께 잘 해 나가자는 취지로 구성된 만큼 인물의 공과를 따지면 복잡해진다”고 방문 배경을 설명했다. 포럼에는 새누리당에서 이병석·최경환·김태환·김광림·이철우·김종태·박명재·이완영 의원이, 민주당에서 김성곤·이낙연·박지원·주승용·이윤석·김영록·김승남·황주홍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경북·전남 출신의 다른 의원들도 속속 합류하고 있다. 포럼은 정식 출범 후 국민 대통합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국회에 국민대통합특별위원회 설치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케리, 새해 10번째 중동행… 네타냐후·아바스와 면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새해 벽두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잇따라 방문해 평화협상안을 협의한다. 지난 3월 취임 이후 벌써 열번째 중동행이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케리 장관이 새해 1월 1일 미국을 떠나 예루살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면담한다고 밝혔다. 이어 4일 라말라로 건너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회동한다고 덧붙였다. 사키 대변인은 “케리 장관이 이들과의 회동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진행 중인 평화협상의 최종 단계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케리 장관이 취임 1년도 안 돼 열번이나 중동에 가는 것과 관련, 한 외교 소식통은 “케리 장관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해결 등으로 노벨상 수상을 노린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직접 대화를 성사시키고 나서 9개월 안에 평화협상을 타결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케리 장관은 이달 들어 평화협상에서 확고한 진전을 봤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협상은 평화협정 체결 이후 군 주둔 문제와 이스라엘의 잇단 정착촌 추가 건설 발표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평화협정이 타결된 뒤 10~15년간 이스라엘이 국경 지역에 병력을 유지한다는 게 미국 측 구상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 영토에 이스라엘군을 주둔시키는 방안에 반대하고 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특파원 칼럼] 아베 총리, 노벨평화상 받으십시오/김민희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아베 총리, 노벨평화상 받으십시오/김민희 도쿄 특파원

    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2000년에는 한국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10년은 중국 작가 류샤오보가 받았으니 굳이 동북아에서 순서를 따지자면 일본이 받을 차례가 되기도 했다. 핵 보유와 반입, 제조를 금한다는 ‘비핵 3원칙’으로 1974년 상을 받은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 이후에 일본은 노벨평화상과 인연이 없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이 강대국으로서의 지위에 걸맞은 책임감을 보여주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아베 총리가 노벨평화상을 받는다면 이웃으로서 기꺼이 박수를 쳐 줄 일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노벨상 중에서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평화상을 받으려면 군축이나 평화 증진에 기여해야 한다. 나는 아베 총리가 동북아의 평화 증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참배가 주변국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뻔히 알면서 “한국·중국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려는 생각은 조금도 없다”는 기만적인 말을 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일본은 다시는 전쟁을 벌이지 않겠다”는 부전(不戰)의 맹세를 하는 것은 좋지만,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들 앞이 아니라 침략전쟁의 피해자 앞에서 하는 것이 맞다. 형식상 누구도 반대하지 못하는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애매한 수사를 앞세워 군사력을 키우는 포석으로 삼는 것도 노벨평화상감은 아니다. 얼마 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생활해 온 한 원로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분은 한·일관계가 잘 풀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일본은 나라의 덩치에 비해 너무 그릇이 작고, 한국은 (자신이 피해자라는) 한 가지 사실에만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한국과 일본을 모두 잘 아는 그분의 통찰에 퍽 공감했는데,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에 더욱 곱씹어보게 된다. 아베 총리가 미국을 비롯한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취임 1주년이라는 상징적인 날을 골라 참배를 강행한 이유는 본인의 신념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제는 ‘패전국’이 아닌 ‘보통 국가’로 세계 속에 서야 한다는 것이 아베 총리의 생각이다. 주변국의 눈치를 보느라 1차 집권(2006~2007년) 당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못한 것이 “통한의 극치”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강대국으로서 일본의 위상을 전 세계에 인정받고 싶은데, 주변국이 70여년 전의 일을 갖고 발목을 잡는 것이 마뜩잖다는 것이다. 지금의 일본이 국제 사회에서 지위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생각 때문이다. 아베 총리의 바람대로 전 세계 다른 나라들에도 인정받는 ‘강한 일본’이 되려면 자국에 대한 성찰과 책임감이 필수적이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놓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에게 존숭의 뜻을 표했다”거나, 위안부 문제에서 “군이나 관헌에 의한 강제 연행은 없었다”는 등 과거의 일본을 직시하지 않으려는 지금의 모습으로는 주변국들에 존경을 얻을 수 없다. 지금의 참배를 통해 아베 총리는 일본 내 보수층 결집이라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평화헌법 9조 변경 등 자신의 노림수를 실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그리는 ‘아름다운 나라’(그의 2006년 저서 제목이기도 하다)는 절대로 될 수 없을 것이다. haru@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외국인 교수들 초빙 학문 도약 꿈꾸는 상아탑

    [주말 인사이드] 외국인 교수들 초빙 학문 도약 꿈꾸는 상아탑

    올해를 빛낸 외국인 교수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올 초에 미래전략대학원을 설립하면서 특별한 인사를 초빙했다. 세계미래학연맹(WFSF) 의장을 지낸 미래학의 ‘대부’ 제임스 데이터(80) 하와이대 교수다. 3년 계약 겸직교수로 학교에서 머물 곳과 식사, 항공료를 제공하는 조건이다. 보수는 다른 전임 교수들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 교수는 대학원에서 지난 1년간 학생들에게 ‘미래학 개론’ 과목을 가르쳤다. 수업 만족도는 최고를 기록했고, 각종 정부 행사에도 여러 차례 초청됐다. 미래학을 처음 시작한 KAIST로서는 데이터 교수 영입이 ‘최고의 한 수’였다는 평가다. 이광형 미래전략대학원장은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하고자 미래학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데이터 교수를 영입했다”면서 “데이터 교수 덕분에 미래학의 첫 발을 무사히 내디뎠다”고 말했다. 이 대학원은 내년에 미래전략연구소까지 설립한다. 성균관대는 세계적인 핵천문학자인 카르스텐 로트(38) 교수를 영입했다. 성대는 지난해 물리학과에서 주최한 국제 워크숍의 기조연설을 로트 교수에게 맡겼는데 이주열 물리학과 학과장이 이 자리에서 “서너 달 정도 학교에 와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로트 교수는 “아예 전임교수로 불러 달라”며 예상외로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시 도쿄대에서 로트 교수를 초청하려다 기금 조성에 실패했고, 그러던 중 성대가 3억원의 정착자금을 주는 조건으로 영입했다. 세계적인 연구 그룹인 ‘아이스큐브’에 속한 로트 교수는 아이스큐브 검출기에서 발견한 외계 고에너지 중성미자의 증거 연구로 11월 사이언스지의 표지 논문을 썼다. 이 학과장은 “로트 교수 영입으로 성대 물리학과가 주목받고 있다”며 “내년에는 대형 국책 과제 등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연구성과를 쌓아 유명해진 외국인 교수도 있다. 지난달 ‘제11회 한국문학번역상’ 수상자로 선정된 나수호(찰스 라슈어·40)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교수가 주인공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나수호’(那秀昊)라는 한국식 이름을 갖고 있을 만큼 ‘지한파’인 그는 올해 장편소설 ‘검은꽃’을 영어로 번역해 주목을 받았다. 나 교수는 “우리 대학이 기술 번역 외에 문학 번역도 뛰어나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알린 것이 성과 중 하나”라면서 “언론 인터뷰가 늘었고, 학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1995년 한국을 방문한 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2008년 한국외대에 임용됐다. 현재 염상섭의 ‘만세전’의 번역을 완료하고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나 교수는 “문학 번역은 또 하나의 문학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흥미롭다. 번역 작업을 강의와 계속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브래들리 넬슨(53) 겸임교수는 올해 8월 인체 내 특정 위치에 정확하게 줄기세포와 치료 약물을 전달하는 의료용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해 화제가 됐다. 그는 세계 공과대학 순위 10위권에 있는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ETH 취리히)에서 기계 및 공정 공학과장을 2005년부터 3년간 맡았을 정도로 로봇 분야에서 인정받는 인물이다. 2010년 처음 초빙돼 지난해 재계약에 성공했다. 그의 임용에는 DGIST 석좌교수였던 조형석 KAIST 교수가 큰 역할을 했다. 조 교수는 “로봇공학과를 특성화시켜야 하는데 우리나라 전문가들은 접근 방식이 달라 국제적으로 지명도 높은 분을 찾게 됐다”면서 “네 번 정도 따로 만나 강의기간 등 세부적인 항목을 조정하고 모셔 오게 됐다”고 말했다. 넬슨 교수 영입으로 두 대학은 현재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학생 교류, 공동연구 등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새해를 빛낼 외국인 교수들 내년에도 스타 교수의 발길은 이어진다. 서울대는 노벨상 수상자인 아론 치에하노베르(66) 교수와 아브람 헤르슈코(76) 테크니온 공대 교수를 지난달 초빙 석좌교수로 임용했다. 이들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단백질의 분해과정을 규명한 공로로 2004년 노벨 화학상을 탔다. 내년부터는 의대에 부임해 연구활동을 하며 특강도 할 예정이다. 계약기간은 2년으로, 한 해 적어도 1학기 이상 서울대에 머무는 조건이다. 이들의 영입은 서울대가 2012년부터 시행한 ‘노벨상 수상자급 석학 유치 사업’에 따른 것이다. 신찬수 의대 부학장은 “치에하노베르 교수가 의대의 권용태 교수 멘토이신데, 그 인연이 닿아 서울대에 모시게 됐다”며 “해당 교수들이 서울대의 연구 풍토에 대해 상당히 잘 알고 있었던 터라 제의를 흔쾌히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이들과 손잡고 내년에는 연구센터도 건립할 예정이다. 신 부학장은 “노벨상 수상 교수들과 함께 연구하는 데에서 오는 시너지 효과가 크다. 이들의 인적 네트워크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며 “내년도에 의대 쪽에서 큰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를 보였다. 경희대와 경희사이버대는 내년 마이클 푸엣(49) 미국 하버드대 중국사학과 교수를 맞는다. 푸엣 교수는 올해 5월 하버드대가 5년에 한 번씩 교수 5명에게 주는 ‘최고의 교수상’을 받았다. 경희대의 ‘인터내셔널 스칼라’(IS) 제도에 따라 전임교수 대우를 받는다. 앞으로 경희대가 여름에 진행하는 국제서머스쿨(여름계절학기)에서 강의를 하고 경희사이버대가 푸엣 교수의 동영상 강의를 온라인으로 활용하게 된다. 신은희 경희대 국제교류처장은 “서양인으로서 동서양 비교문명, 종교문명 등에 관심이 많고 나이가 젊어 융합연구 분야의 적임자라고 생각해 영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 대학 외국인 교수인 이만열(임마누엘 페스트라이시·48) 교수가 적극 나섰다. 이 교수가 박사과정을 할 때 푸엣 교수가 해당 학교의 조교였다. 하버드대에서 최고의 교수상을 받았던 만큼, 경희대는 푸엣 교수에게서 교수법을 배우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국대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자기 홀극 발견 프로젝트(MoEDAL) 책임자인 제임스 핀폴드(63) 캐나다 앨버타대 교수를 내년에 영입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핀폴드 교수는 올해 노벨상을 받은, 힉스 입자를 발견한 피터 힉스 에든버러대 명예교수의 힉스 입자 검출기를 만든 이로도 유명하다. 건국대는 핀폴드 교수를 영입해 ‘조-마이슨 자기홀극’을 제안한 조용민 석학교수와 함께 팀을 이뤄 물리학 분야를 탄탄하게 다질 계획이다. 건국대는 얼마 전 핀폴드 교수를 단장으로 기초과학연구원(IBS) 사업에 지원했으며, 내년 3월 발표 여부에 따라 핀폴드 교수가 단장이 되면 건국대 교수로 부를 계획이다. 조 교수는 “10년 동안 건대에서 일해 달라고 제안했다”며 “핀폴드 교수가 건국대에 온다면 조-마이슨 자기홀극 연구에 따른 노벨상 수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저명한 외국인 교수의 영입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홍보팀은 이름 있는 교수가 오면 자연스럽게 학교 홍보가 되니 좋아하지만 행정업무를 맡고 있는 교무팀은 업무량이 늘어나고 번거로운 일이 많다”고 말했다. 갑작스레 나갈 때에는 학교가 곤란한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서울대는 노벨상 수상자인 토머스 사전트(70) 교수를 2011년 영입했다가 올해 1년 계약을 만료하면서 연장계약을 하지 못했다. 또 한 대학 교수는 “스타급 교수에게 들어간 비용이 알려지면 다른 교수들의 심리적 반발감이 생긴다. 그래서 영입을 추진한 교수와 일부 보직 교수, 총장만이 정확한 보수를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누군가 본다고 느낄 때 착한 척하죠, 왜 그럴까

    누군가 본다고 느낄 때 착한 척하죠, 왜 그럴까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로랑 베그 지음/이세진 옮김/부키/368쪽/1만 6000원 한 연구에 따르면 조깅을 하는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기를 보고 있다고 생각될 때 좀 더 열심히 달린다고 한다. 혼자 공중화장실에 있을 때보다 다른 이가 함께 있을 때 볼 일을 본 뒤 손을 씻는 빈도가 높아진다거나 고사실의 조명시설 숫자가 적을수록 커닝 등 부정행위 횟수가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타인의 존재가 자신의 행동을 억제하거나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새 책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가 말하고 싶은 건 ‘도덕적 인간’이고 싶어 하는 우리의 욕망이다. 선과 악 자체엔 별 관심이 없다. 그저 선악이 우리 머릿속에서 어떤 형태를 취하는지, 그런 관념들이 타인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관심사다. 이를 밝혀내는 수단이 수많은 실험과 사례다. 책의 출발점은 타인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다. 이는 도덕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이라면 억울할 수도 있겠다. 자신의 고귀한 도덕성이 그저 타인의 시선에 의해 좌우된다는 게 말이다. 하지만 책에 나온 각종 실험과 사례들에 따르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모습을 바꾸는 인간의 도덕성은 ‘겁나게’ 많다. 이게 도덕적 착각이란 거다. 평균의 착각이라는 것도 있다. 자신이 중간 이상은 된다고 믿는 경향이다. 자신은 남들보다 늘 더 도덕적이다. 심지어 자기집 X개조차 앞집 개보다 나으면 나았지 모자라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향에서 불화의 싹은 잉태된다. 우리 모두가 ‘착한 사람’이었다면 사회는 반드시 좋은 쪽으로 갔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도덕적 인간’들이 모여 허구한 날 도덕의 기근을 개탄하는 형국이다. 왜 그런가. 자신은 착한 나라 사람이고 교도소에 모여 있는 죄수들만 나쁜 나라 사람들이어서? 책에선 독특한 실험들이 수없이 이어진다. 예컨대 폭력과 단맛 실험을 보자. 영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폭력전과가 있는 성인의 69%가 10세 어린이 수준으로 사탕과 초콜릿을 섭취했다. 단것을 찾는 건 욕구충족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이는 부모들이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적당히 단것을 먹도록 통제해야 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도덕‘적’ 인간이 좋은 사회를 만들 가능성은 있을까. 뜻밖에 답은 익숙하다. 문제제기의 격렬함에 견주면 김이 샐 정도다. 자신이 도덕‘적’인 인간이란 걸 자각하는 거다. 저자는 “타인의 시선을 나를 돌아보는 거울로 활용한다면 우리는 비로소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좋은 사회’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저자는 ‘2013년 이그 노벨상’을 수상했다. 미국 하버드대의 유머 과학잡지 ‘애널스 오브 임프로버블 리서치’가 노벨상을 패러디해 만든 상이다. 고정관념이나 일상적인 사고로는 불가능한 기발한 연구나 업적을 대상으로 해마다 10월쯤 노벨상 발표에 앞서 수여된다. 바로 이 상이 기막힌 실험과 실험의 연속인 책의 전체적인 흐름을 가늠할 만한 단서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끝없는 불황 속 소설은 부활했고 사재기는 여전했다

    끝없는 불황 속 소설은 부활했고 사재기는 여전했다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7%가량 줄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업계에서 양호한 편이다. 내년에는 얼마나 더 떨어질지 알 수 없다.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한 중견 출판사 대표의 깊은 한숨은 갈수록 혹독해지는 출판계의 현실을 고스란히 대변했다. 오프라인 서점은 물론 온라인 서점 매출도 하락하고, 어린이책 시장마저 고전을 면치 못한 2013년 출판계를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도서 등 3대 유통업체의 판매 분석과 출판 관계자들의 도움을 얻어 4개의 키워드로 돌아봤다. ■소설의 강세 올해 출판계는 문학의 열기가 유독 뜨거웠다. 고정 독자를 확보한 국내외 인기 중견 작가의 신작이 한꺼번에 쏟아져 소설 읽기 붐을 되살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와 정유정의 ‘28’이 불씨를 일으킨 가운데 조정래의 ‘정글만리’(전 3권)가 예상을 훨씬 웃도는 선전으로 출간 5개월 만에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제3인류’, 공지영의 ‘높고 푸른 사다리’,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김진명의 ‘고구려’ 등도 많은 호응을 얻었다. 여기에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앨리스 먼로의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 관심을 모으며 모처럼 노벨상 특수를 누렸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정글만리’나 ‘28’ 등은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면서 “지난해까지가 치유와 공감의 ‘한줄 에세이’의 시대였다면 올해 경쾌한 호흡의 ‘짧은 이야기’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분석했다. ■대중 인문서의 약진 교보문고와 예스24의 올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위로, 책을 통해 ‘힐링’하려는 20~30대 독자들의 요구가 올해도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힐링를 주제로 한 에세이에 대해 독자들이 식상함과 피로감을 느끼면서 주춤하는 양상을 보였다. 대신 대중적인 인문서가 주목을 받았다. 정치인에서 저술자로 돌아온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와 박웅현의 ‘여덟 단어’, 주현성의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등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10년 만에 완간된 박시백의 ‘조선왕조 실록’과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강연회로 인기를 얻는 유명인이나 베스트셀러 저자에 대한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점은 아쉬움으로 꼽힌다. ■책 골라주는 TV 인기 드라마나 예능에 소개된 책이 인기를 얻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올해는 그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2000년 출간된 천재 화가 이중섭의 편지와 그림을 엮은 ‘이중섭의 편지와 그림들 1916~1956’은 드라마 ‘결혼의 여신’에 등장하면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 기무라 유이치의 ‘폭풍우 치는 밤에’ 등 예술, 에세이, 아동 등으로 분야도 다양했다.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 클로르의 ‘꾸뻬씨의 행복여행’도 올초 배우 이보영이 방송에서 소개한 뒤 베스트셀러가 됐다. ■사재기 파문 지난 5월 일부 출판사의 사재기 의혹이 또다시 불거져 출판계를 뒤흔들었다. 특히 황석영, 김연수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이라 더욱 논란이 됐다. 황 작가는 해당 작품을 절판시키고, 출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출판, 유통, 작가, 소비자 단체 대표 등 주요 관계자는 지난 10월 출판사 회원 자격 박탈과 해당 도서의 베스트셀러 목록 제외 등 강도 높은 규제안이 담긴 자율협약에 합의하는 등 자정 노력을 보였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유통심의위원회는 지난달 자기계발서 ‘상처받지 않고 행복해지는 관계의 힘’과 ‘원하는 것이 있다면 감정을 흔들어라’ 등 두 권에 대해 사재기라고 의결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세계 56개국 중계… 화려한 참석자 면면에 서구 사교계 ‘최고 행사’

    세계 56개국 중계… 화려한 참석자 면면에 서구 사교계 ‘최고 행사’

    세계 최대의 가구기업 이케아, 통신장비의 명가 에릭손, 비행기 엔진에서 시작해 자동차 업계에 큰 획을 그은 볼보와 사브. 인구 900만명에 불과한 스웨덴은 인구 대비 글로벌 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다. 성냥, 지퍼, 몽키스패너, 종이 위에 필름을 덮은 우유팩도 스웨덴이 자랑하는 발명품이다. 잉그리드 버그먼과 그레타 가르보 같은 세계적인 배우, 팝의 전설인 아바 역시 스웨덴 출신이다. 하지만 스웨덴 사람들에게 ‘스웨덴 최고의 브랜드’를 물어보면 대부분 ‘노벨상’을 첫손에 꼽는다. 노벨 시상식과 만찬에 초대받았다고 하면 누구나 부러워하고, 초청자들에게는 아낌없는 편의가 제공된다. 특히 노벨재단의 주최로 열리는 노벨 만찬은 호화로움과 참석자들의 면면 덕분에 스웨덴은 물론 서구 사교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행사다. 많은 언론이 노벨 만찬의 메뉴를 놓고 예상기사를 내보내고, 노벨 만찬을 주관한 요리사는 평생이 보장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준만큼 재단의 콧대도 높다. 주최측인 노벨재단 관계자들과 수상자들을 제외하면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초청을 받고도 만찬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저녁 한끼에 1인당 2500크로나(약 40만원) 수준. 참석자들의 드레스코드는 남성은 연미복과 보우타이, 여성은 이브닝 드레스다. 만찬장 앞은 수많은 관람객들로 마치 영화제를 연상케 한다. 10일(현지시간) 진행된 시상식과 노벨 만찬은 스웨덴 국영 SVT와 로이터통신 주관 아래 전세계 56개국에 생중계됐다. 오후 7시. 스웨덴 국왕 칼 구스타브 16세 부부를 시작으로 스웨덴 왕족들과 올해 노벨상 수상자 부부들이 파이프오르간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스톡홀름 시청 블루홀의 메인 계단을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서 만찬이 열렸다. 1901년 그랜드호텔에서 진행된 첫 노벨 만찬 참석자는 113명. 올해 노벨 만찬에 초청된 사람이 1250명이라는 점만 봐도 노벨상의 명성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 수 있다. 만찬이 열리는 블루홀은 실제로는 붉은색 벽돌로 덮여 있다. 설계를 담당한 건축가 라그나 오스트베리가 당초 푸른색으로 구상했지만, 붉은 벽돌색에 반해 생각을 고쳐먹고 이름만 남겨뒀기 때문이다. 행사 참석자들의 가이드와 연사 소개는 스웨덴 대학생들이 맡았다. 스웨덴 외교부의 마들렌 브로넨은 “학생들이 꿈과 목표를 만들 수 있는 경험을 주기 위한 오래된 전통”이라며 “평범한 학생들 중에서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행사장은 국왕 부처와 수상자들이 앉는 메인 테이블을 비롯해 모두 62개의 테이블로 꾸며졌다. 워낙 많은 사람이 참석하다 보니 요리사 43명, 서빙을 담당하는 웨이터와 웨이트리스 270명이 동원됐다. 이날 행사에 사용된 접시는 7000여개, 잔은 5000여개, 식기는 1만벌에 이른다. 노벨 만찬은 단순히 밥을 먹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스웨덴 문화의 우수성과 다양성을 전 세계에 자랑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노벨재단 관계자는 “올림픽이나 월드컵마다 각 나라가 자국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애쓰지만, 스웨덴 입장에서는 매년 기회가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만찬 행사는 3명의 소프라노로 구성된 오페라 그룹 ‘디바인’이 주도했다. 디바인은 19세기 실존했던 스웨덴의 전설적인 소프라노 제니 린드(1820~1887)를 기리는 창작뮤지컬 ‘나이팅게일’을 3막에 걸쳐 공연했다.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만찬 메뉴는 세 가지 코스로 구성된다. ‘최고’를 지향하는 노벨 만찬은 원래 두 개의 전식과 두 개의 메인요리, 디저트 등 다섯 가지 코스로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 하지만 참석자가 늘어나면서 점차 줄어 이제는 전식, 메인, 디저트 등 세 가지로 진행된다. 올해 전식은 ‘당근으로 장식한 꾀꼬리버섯과 송로버섯 모자이크’, 메인요리는 ‘노르웨이산 랍스터와 가자미, 크림치즈와 시금치로 장식한 랍스터, 아몬드와 감자 퓨레’, 디저트는 ‘노벨 얼굴을 그린 초콜릿과 산자나무’ 등이 준비됐다. 와인은 프랑스산 샴페인 및 레드와인, 이탈리아산 디저트와인이 제공됐다. 만찬이 끝나자 수상자들의 소감 발표가 이어졌다. 노벨 시상식은 수상만 한 뒤 만찬이 끝난 뒤에 소감을 말하는 특징이 있다. 물리학상은 피터 힉스 교수, 화학상은 마이클 레빗 교수, 생리의학상은 랜디 셰크먼 교수, 경제학상은 유진 파마 교수가 각각 공동수상자들을 대표해 단상에 올랐다. 힉스 교수가 조용히 감사의 말만 전한 데 반해 레빗 교수는 유창한 스웨덴어로 감사인사를 시작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내가 소감 발표를 위해 스웨덴어를 한 것은 이 나이에도 내가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셰크먼 교수는 수상소감에서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과학연구 지원시스템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3시간 30분이 넘게 진행된 만찬이 끝난 후 참석자들은 전체가 금박으로 장식된 시청사 2층의 ‘골든 홀’로 자리를 옮겨 무도회를 밤늦게까지 이어갔다. 수상자들을 비롯해 백발이 성성한 참석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자리를 떠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스톡홀름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개천에서 용 키우겠다”… 마포 장학재단 출범

    마포구는 11일 ‘마포 인재육성 장학재단 창립총회’를 열고 재단을 공식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지역 교육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조치다. 현재 구가 보유한 장학기금은 80억원 규모. 장학사업에 대한 열정으로 2009년부터 조성, 학생 796명에게 장학금 12억원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다양한 장학사업을 진행하기에는 기금 규모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장학재단 설립을 추진했다. 지난해 12월 구의회에서 재단 설립을 위한 조례가 마련됐고, 올 상반기에는 장기 성장 전략, 장학기금 운용 방안 등을 놓고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이어 재단 설립총회를 열어 설립취지문, 정관을 만들고 임원 선임과 사업계획서 등을 심의 확정했다. 이사 12명, 감사 2명 등 이사진도 구성했다. 또 권오범 전 구의회 의장을 이사장으로 뽑았다. 재단은 80억원 규모의 기금을 2021년까지 300억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권 초대 이사장은 “앞으로 마포 인재육성 장학재단이 자리를 잡고 발전해 나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으며 이사진뿐 아니라 구민 등 주변 분들의 적극적인 지원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렇게 모은 기금으로 ▲저소득층 가정의 중·고·대학 재학생 ▲선발 기준에 적합한 고·대학 재학생 ▲예술·체육 분야 전국·국제대회에서 3위 이내 입상한 중고생 등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형편이 어려운 성적우수자는 물론, 다른 분야에 재주가 있는 학생들도 적극 발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박홍섭 구청장은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자녀의 소질 계발이 좌우되는 환경 속에서 아이들에게 ‘개천에서 용 나는’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해 줘야 한다”며 “재단 출범을 계기로 마포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큰 꿈을 키워 보자”고 각오를 다졌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오늘의 눈] 노벨상은 ‘과거’다/박건형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노벨상은 ‘과거’다/박건형 사회부 기자

    피터 힉스 영국 에든버러대 명예교수는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진행된 노벨 물리학상 수상 연설에서 “내 이론이 입증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의 아이디어가 현실에서 증명되기 위해서는 우주 탄생 직후의 환경을 그대로 재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모한 도전을 하는 사람은 늘어났고, 슈퍼컴퓨터와 가속기가 개발되자 130억년 전 우주를 볼 수 있는 거대강입자가속기(LHC)가 등장했다. 힉스가 논문을 쓴 지 50여년 만인 올해 노벨상을 받은 것은 황당한 아이디어를 이어서 발전시켜준 후배들 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카메라에 널리 쓰이는 고체촬상소자(CCD)를 발명한 윌러드 보일은 200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연설에서 “내 발명품이 나를 가장 감동시킨 순간은 CCD를 장착한 화성 탐사선이 찍은 화성 표면을 봤을 때”라고 밝혔다. 보일이 CCD를 발명한 것은 45년 전이니 자신의 연구가 화성 탐사에 사용될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2000년 물리학상 수상자 잭 킬비가 집적회로(IC)를 발명한 것은 1958년이었고, 2007년 화학상을 받은 게르하르트 에르틀이 하드디스크의 원리인 ‘거대자기저항’을 발견한 것은 1980년대였다. 1901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876명(두 차례 받은 사람을 제외하면 847명)의 노벨 수상자가 배출됐다. 노벨상은 백발의 노학자에게 ‘앞으로 잘하라’고 주는 상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상이다. 그가 한 일이 인류의 삶을 얼마나 윤택하게 했는지, 얼마나 많은 인류를 구하기 위해서였는지에 대한 보상이다. 수상자들의 연구는 대부분 당시 학계의 주류와는 거리가 있다. 대부분의 수상자가 최소한 20년에서 5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후에야 수상하는 것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수상 업적을 내고 10년 이내에 노벨상을 받은 사람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DNA를 발견한 제임스 왓슨과 로버트 크릭, 그래핀을 발견한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와 앙드레 가임 정도에 불과하다. 노벨상을 염원하는 한국의 꿈은 최소한 향후 10년 내, 아니 20년 내에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특정 분야를 주도하는 한국인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도, 대학도 ‘노벨상’ 노래를 부르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노벨상은 좀 더 잘 만들거나 개선하는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텔레비전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텔레비전이고, 반도체는 아무리 고성능화해도 반도체다. 그건 산업경쟁력이지 노벨상의 과학은 아니다. ‘획기적인 전환점’은 정형화된 시스템에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금 잘나가는 분야에서 연구를 잘하는 사람보다 괴짜나 황당한 학생이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은 훨씬 높다. 물론 어려운 얘기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는 ‘아무도 내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였다. 그래도 그들은 연구를 할 수 있었고 노벨상을 받았다. 스톡홀름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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