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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상 언제 받느냐는 말 좀 그만했으면”

    “노벨상 언제 받느냐는 말 좀 그만했으면”

    “제발 노벨상 언제 받아 오느냐는 말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한국 문학은 이제 겨우 세계 문학 시장에서 점포 하나 내놓고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황석영) “우리 문학에 대한 번역 환경이 10년 전부터 조금씩 달라지면서 이제 자리를 잡고 그 결과들이 나타나는 것 같다.”(김애란) 16일(현지시간) 개막한 프랑스 파리도서전의 주빈국 한국관의 주인공은 바로 작가들이다.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올해 우리나라를 주빈국으로 초청한 파리도서전 측은 문학, 아동, 인문학, 만화·웹툰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 작가 30명을 엄선해 초청했다. 문학 쪽에서는 최근 맨부커상 후보로 오른 소설가 한강을 비롯해 김애란, 김언수, 김영하, 은희경, 임철우, 황석영, 김중혁, 오정희, 이승우, 이인성, 정유정, 김혜순, 마종기, 문정희 등 15명이 초청됐다. 김진경·이수지·김재홍·윤석남·한성옥(아동), 김정기·박건웅·앙꼬·오영진·퍼엉·홍연식(만화 웹툰), 정과리·박상훈·이상수·이정모(인문) 등도 참가 작가 명단에 포함됐다. 이날 개막식이 끝난 후 초청 작가 30명 중 27명(한강·김영하·김혜순 불참)이 한국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진솔한 얘기들을 털어놓았다. 황석영 작가는 “미안하게도 지금 한국은 월드컵에 나가서 승리를 쟁취하라는 식으로 노벨상을 언제 받아오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라면서 “노벨상 열풍이 우리 문학의 해외 번역을 추동하는 원동력이 되긴 했지만 일본은 번역이 된 지 벌써 100년이 됐고, 우리는 이제 시작됐으며 그마저도 한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무라카미 하루키로 대표되는 일본은 감성적 소비를 마치 기계를 만들어 팔 듯이 상업주의로 소비시켰고, 중국은 사회주의 검열로 인해 대표적 작가인 노신 이래 현대 문학의 한계가 뚜렷하다”며 “한국 문학은 역사적으로 여러 시기를 거치면서도 이를 정면 돌파한 문학이어서 서구에서 독특하고 힘입게 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받아 작가 30명이 이곳에 왔지만 문체부 장관이나 프랑스 대사 등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하지 않은 점은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소설가 정유정은 “한국은 장르 문학과 순수 문학의 경계가 뚜렷한 편인데 이것부터 무너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작가는 “문학이 천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와야 하고 지하로 더 내려가야만 인간의 본성을 안으로부터 뒤집어 볼 수 있다”며 “장르물이 천대받지 않고 번역돼서 세계에 알려지면 한국 문학의 위상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시인 마종기는 “한국 문학의 힘은 번역의 힘”이라고 강조했고, 작가 김중혁은 “한국에 좋은 작가들이 많은 데도 번역이 돼 소개되지 않다 보니 글로벌한 한국 문학의 재미를 느끼기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정과리 문화평론가는 ‘한국 문학이 유럽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중국이나 일본은 저마다 고유의 문화적 특성을 갖고 있는데 한국 문학은 일종의 보편적 주제를 추구한 작품이 눈길을 끌고 있다”며 “20세기 후반기에 이념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세계 문학이 미니멀리즘으로 빠져든 반면 한국 문학은 침잠해 있는 세계 문학 속에서 새로운 출구를 열어 보여주지 않나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파리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8) 김도연 포스텍 총장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8) 김도연 포스텍 총장

    서울의 낮 기온이 영상 20도까지 올랐던 지난 4일, 덕수궁 근처의 식당에서 만난 김도연(64) 포스텍 총장은 진 웹스터의 소설 ‘키다리 아저씨’의 주인공을 연상시켰다. “전에는 진짜로 190㎝였는데 나이 먹더니 좀 줄어든 것 같다”며 유쾌하게 웃는 그에게 척박했던 국내 공학연구의 토양을 개척하고, 교수와 행정가의 길을 거쳐 한국을 대표하는 두뇌집단인 포스텍을 이끌게 되기까지의 여정을 들어 봤다. -“헤이, 무슈(미스터) 김. 여기 신문 좀 봐봐. 너네 나라 얘기 맞지?” 얼마 전에도 그러더니 기숙사에 같이 있는 녀석이 또다시 아침부터 자존심을 긁었다. 기사 제목이 대략 ‘한국은 세계에서 아기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였다. 버려진 한국 아기들의 해외 입양에 대한 특집기사였다. 그 프랑스인 학생이 아시아 후진국에서 온 유학생을 조롱할 목적으로 기사를 보여준 건지, 단순히 관심을 나타낸 것뿐인데 내 자격지심이 옹졸하게 받아들인 건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1976~79년에 걸친 3년 반의 프랑스 유학생활 동안 나는 ‘해외에 나가면 자기 나라 국력만큼 대접받는다’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절감해야 했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결심했다. “열심히 배워 한국으로 돌아가서 너희들이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만들어 다시 돌아오마.”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석사를 마친 1976년 초,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고 프랑스로 건너갔다. 해외 유학은 당초 나의 인생 로드맵에 존재하지 않았다. 공부를 마치면 돈을 벌고 싶었다. 어려서 나의 장래희망은 ‘과학자’도 ‘선생님’도 아닌, 오직 ‘부자’였다. 석사 졸업을 앞두고 박사과정에 진학할지, 취업을 할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데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카이스트 졸업생 중 프랑스로 유학하는 학생들에게는 프랑스 정부에서 특별 장학금을 제공한다는 공고가 붙었다. 당시 대한항공이 자국산 에어버스 여객기를 구매해 준 데 대한 프랑스의 정부 차원의 보답이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그때 나와 같은 케이스로 프랑스 유학 길에 올랐다. -“돈을 벌려고 해도 석사보다는 박사 학위를 받고 와야 기회가 많이 생기지 않겠나.” 당시 프랑스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우리는 달에 못 가는 게 아니라 가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미국의 달 착륙을 평가절하했던 프랑스였다.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나중에 한국에 수출한 초고속 열차 ‘TGV’, 세계 최고의 원자력 발전 기술 등이 다 프랑스의 대학과 연구실에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6개월의 프랑스어 랭귀지 스쿨을 거쳐 그해 가을 미셰린타이어 공장으로 유명한 소도시 클레르몽페랑의 블레즈파스칼대에 들어갔다. 그러나 나는 산학협력 연구학생을 자원했기 때문에 유학 생활의 대부분을 파리에 있는 르노자동차 중앙연구소에서 보냈다. 산학협력 과정을 택했던 건 기술의 현장 응용에 관심이 많아서이기도 했지만, 현지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는 생존 차원의 절박함 때문이기도 했다. 유학 시작 6개월 만에 한국에서 아내가 건너 왔는데, 프랑스 정부가 주는 장학금으로는 나 혼자 살아가기도 빠듯했다. 산학협력 연구학생을 하면 르노자동차에서 추가로 연구비와 생활비를 줬다. 자동차 생산공장에 딸린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다 보니 어떻게 특허로 연결시킬 수 있을까, 생산라인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실용적인 연구를 할 수 있었다. -평안도의 기독교 집안이었던 우리 가족은 북한 정권의 종교 탄압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왔다. 나는 1952년 피란지인 부산에서 태어나 전쟁이 끝나고 서울로 올라왔다. “공부는 반에서 중간 정도만 해라. 대신에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라.” 아버지는 중학교 선생님이셨는데,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 아버지는 왜 다른 집들처럼 공부하라고 얘기를 안 하시지?’ 어린 마음에 섭섭함까지 들 정도였는데, 결과적으로 그 말씀만큼은 참 잘 지켰다. 경기고 우리 교실 60명 중에 30등을 왔다 갔다 했다. 동창 중 전교 1등을 도맡아 하며 천재 소리를 듣던 친구가 나노 분야 최고 전문가로 노벨물리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우리 학교의 임지순(65) 석좌교수다. -1974년 서울대 재료공학과를 마치고 카이스트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그 당시 카이스트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대단했다. 20대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인 병역 의무가 면제됐고, 석사 과정인데도 나라에서 당시 직장인 평균 월급(4만 5000원)의 3분의1이나 되는 1만 5000원을 다달이 생활비로 보조해 줬다. 카이스트 교수들의 월급은 서울대 교수의 3배였고, 아파트도 나왔다. 외국 유학을 마치고 카이스트 교수로 부임하면 대통령이 공항까지 관용차를 보내 줬을 정도였다.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1979년 7월 돌아옴과 동시에 아주대 기계공학과 조교수로 임용됐다. 그때 나이 27세. 아주대는 1971년 우리나라와 프랑스 정부의 한·불 기술초급대학 설립에 관한 협정 이행을 위해 설립된 학교였는데, 1977년 당시 김우중 대우실업 사장이 인수를 했다.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을 교수로 많이 채용했다. -아주대에서 나는 ‘빡빡이 교수’로 불렸다. 병역은 면제받았지만 3주 군사훈련은 필수였다. 귀국하고 얼마 후 훈련소에 들어갔는데, 지금과 달리 그때는 박사 학위 소지자를 거의 볼 수 없었다. “박사님이 그 정도밖에 못하나.” 남보다 한참 늦은 나이에 박사 학위를 받고 들어온 나를 훈련소 조교들이 얼마나 괴롭히던지. 훈련소를 나오고 얼마 되지 않은 그해 9월 1일 첫수업을 하러 들어왔을 때 학생들은 내가 교수라고 하자 처음에는 믿지를 않았다. 군인 머리를 한 멀대 같은 청년이 허여멀건 얼굴로 다니면 먼 발치에서도 못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교수 임용 2개월도 안 돼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되는 ‘10·26사태’가 일어났다. 이듬해 5월까지 대 학이 문을 닫았다. 계엄령 초기에는 교수들까지 완전히 통제했는데, 얼마 후 교수들은 연구실 출입이 허용됐다. 학교 정문 앞에서 버스를 타고 연구실로 들어가는 식이었는데, 어느 날 버스에 올라온 계엄군이 출입증을 검사하더니 내 직위에 ‘조교수’로 돼 있는 걸 보고는 “야, 조교는 내려. 교수도 아닌 게 왜 여기에 타고 있어”라고 소리를 질렀다. 다행히 옆에 있는 다른 동료 교수가 ‘조교’가 아니라 ‘조교수’라고 말해 줘서 들어갈 수 있었다. -1982년 서울대 재료공학과에서 학과 졸업생을 교수로 유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 덕에 1969년 재료공학과 창립 이후 2회 입학생이었던 나는 서울대 교수로 옮길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서울대 이외 대학 이공계에서는 인문사회 계열처럼 그냥 강의만 이뤄졌다. 실험실이 갖춰진 대학이 거의 없었다. 절삭공구 하나 변변한 걸 찾기 힘들었다. 아주대에 있을 때도 학교에서 연구를 위한 실험은 거의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중견기업과 손잡고 기술 실용화 연구를 함께 했었다. 사실 아주대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기술회사를 창업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서울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 꿈을 버렸다. 훌륭한 학생들과 함께 좋은 논문을 쓰는 공학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비로소 하게 됐다. -당시 연구환경이 얼마나 척박했는지는 상상도 못 한다. 요즘에야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이 국내에서 연간 5만건 넘게 나오지만 서울대에 부임하던 해에는 전체 100건이 안 됐다. 제대로 된 첫 논문은 일본 정부의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 1984년 일본이 전 세계 청년 학자들을 초청해 일본 문화를 소개해 주는 프로그램을 가졌는데, 나는 2개월 반 동안 일본무기재료연구소에 갔다. 거기서 현지 연구원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했다. 그때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서울대로 자리를 옮겨 1986년에 처음 SCI급 논문을 낼 수 있었다. -우리 사회 전체에 민주화 바람이 불던 1980년대, 대학은 그 중심에 있었다. 학생과 전투경찰이 아침에 캠퍼스에 같이 등교하던 시절이었다. 1987년 부교수로 승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선배 교수가 연구실에 찾아와 종잇장 하나를 꺼내 놓았다. “김 교수, 여기에 사인해. 나만 믿고 그냥 하면 돼.” 그 선배가 시키는 일이라면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 흔쾌히 사인을 했다. 알고 보니 그것은 ‘서울대 교수 4·13 호헌반대’ 성명이었다. 사인을 한 다음날 모든 신문 1면을 그 기사가 장식했고, 해당 교수들 이름이 모두 실명으로 게재됐다. -아침부터 연구실 전화가 불이 났다. 가족이며 친척, 친구들이 “큰일 난 거 아니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걱정은 됐지만 특별히 겁이 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잘리면 잘리는 거지. 그런데 해직교수가 되고 나면 나는 뭘 먹고살아야 하지? 당초 꿈대로 돈이나 벌까?’ 그러나 6·10항쟁으로 이어지는 도도한 민주화의 물결 아래 우리 서명 교수들에게 특별한 불이익을 주는 조치 같은 것은 취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수시로 어찌해 볼 수 없는 나의 현실을 한탄하며 남몰래 눈물을 훔쳐야 했다. 교내에 경찰이 들어와 제자들을 폭력적으로 체포해 가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던 나는 30대 나약한 젊은 교수일 뿐이었다. 마음이 참담했고 학생들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4·13 호헌반대 성명에 서명이라도 하지 않았다면 나의 괴로움은 한층 더 컸을 것이다. -조용히 연구나 하던 사람이 2005년 갑자기 동료 교수들의 추천으로 서울대 공과대학 학장으로 뽑혔다. 1990년대 초에도 학생 담당 부학장이라는 보직을 맡기는 했는데 공대 학장이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과학 행정가로서의 길을 걷게 됐다. 2007년까지 공대 학장을 했었는데 졸지에 2008년 과학기술부와 교육인적자원부를 합친 교육과학기술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됐다. 6개월 정도 하다가 그만두고 울산대 총장으로 갔다. 그러다 다시 2011년에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을 즐기지도 않지만 일이 주어지면 싫다고 거부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보니 지금까지 온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학생들에게 ‘과학’과 ‘기술’은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한다. 당연히 ‘과학자’와 ‘엔지니어’의 역할도 다르다. 과학자는 ‘새로운 지식과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고 엔지니어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테크닉을 만들어 돈을 벌게 해주는 사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는 노벨상은 엔지니어들이 받는 경우도 없진 않지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과학자들의 영역이다. 그런 개념도 없이 매년 10월 노벨상 시즌이 되면 기술을 전공한 공학자들에게 “왜 노벨상을 받는 연구를 못 하느냐”고 질타하는 사람들이 있다. 몰라도 한참을 모르는 얘기다. -충북 감곡에서 주말농장을 하는데, 재미가 쏠쏠하다. 과학기술은 농사 짓는 것과 비슷하다. 씨를 뿌리고 움을 틔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빨리 채소나 과일을 먹고 싶다고 해서 씨를 뿌린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계속 흙을 뒤적이거나 이제 막 싹이 텄는데 키를 키우겠다고 잡아 늘이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만다.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노벨상 수상자가 당장 몇 년 안에 나오는 것은 원치 않는다. 지금처럼 사교육이 공교육을 넘어서고, 학생들의 창의성을 북돋우지 못하는 교육을 시키는데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과학기술 정책이나 교육시스템을 지금처럼 운영해도 문제 없구나’ 하는 착각을 낳을 수밖에 없다. -나는 술을 좋아한다. 그리고 술이 적당히 센 편이다. ‘논어’의 ‘유주무량불급란’(唯酒無量不及亂)이란 말을 자주 인용한다. 내가 좇는 공자의 주도를 압축한 말이다. 공자의 주량은 거의 무한대였는데, 어지러운 데까지 이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나 역시 실제로 이른바 ‘필름’이 끊겨 본 기억은 없다. 김태균 사회부장 windsea@seoul.co.kr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서울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프랑스 블레즈파스칼대(클레르몽페랑 제1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재료의 물성을 연구하는 재료공학 중 무기재료(세라믹) 공학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발표한 논문이 200편이 넘는다. 세라믹은 전자재료, 내열재료뿐만 아니라 강철을 절단하는 재료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는 물질이다. 연구자로서의 능력뿐 아니라 초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초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을 지내 행정가로서 경험이 풍부하다. 다양한 이력 때문에 고든리서치 콘퍼런스를 포함해 세계적인 학술회의에 40회 이상 초청받아 강연자로 나섰다. 서울대 공과대학 학장 시절에는 공대 학생들의 결혼식 주례를 도맡다시피 했다. ▲1952년 부산 출생 ▲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 ▲서울대 재료공학과 교수·공과대학 학장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울산대 총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장관급)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포스텍 제7대 총장
  • 영국 수학자 윌레스, ´수학 노벨상´ 아벨상 수상

    영국 수학자 윌레스, ´수학 노벨상´ 아벨상 수상

     영국 수학자 앤드루 J.윌레스(?사진?·62)가 ‘수학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벨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노르웨이 과학·문학아카데미는 “반(半) 안정 타원곡선에 대한 모듈러성 추측(modularity conjecture)을 통해 (17세기 프랑스 수학자 피에르 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Fermat‘s Last Theorem)를 입증해 정수론에 새로운 시대를 연” 공로로 윌레스를 올해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고 AP 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르웨이 과학·문학아카데미는 윌레스가 1994년 “그 주제에서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오래 지속되고, 풀리지 않았던 문제인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풀었다”고 덧붙였다.  윌레스는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컬럼비아대와 예일대 등 많은 영·미 대학에서 일련의 명예박사를 받은 수학자다. 현재는 옥스퍼드대 리서치 교수로 있다.  시상식은 오는 5월 24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열린다. 상금은 600만 크로네(약 11억원)다.  아벨상은 노르웨이 수학자 닐스 헨리크 아벨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노르웨이 정부가 2003년 제정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아랍 S다이어리] 올해 전세계 참교사는 팔레스타인 출신…교육 걱정

    [아랍 S다이어리] 올해 전세계 참교사는 팔레스타인 출신…교육 걱정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에서처럼 지금 시대에 매가 부러질 때까지 교사가 학생 엉덩이를 때린다면 뒷일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교실의 어떤 학생이 동영상을 찍어 SNS에 올려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아니면 맞은 학생의 학부모가 교실로 와서 교사의 멱살을 쥐어 잡거나 애초에 맞던 학생들이 교사를 구타해 더 큰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1988년도를 사실적으로 묘사해 공감을 산 이 드라마에서 학생들은 매 맞는 걸 그저 숙명처럼 받아들일 뿐이다. 당시 일명 ‘사랑의 매’는 교사 권위의 상징이었다. 학생들이 매질에 감히 대들지 못할 만큼 교사의 권위는 절대적이었다. 오늘날 사랑의 매는 퇴물이 되었고 교사는 ‘꼰대’가 됐다. 교사라는 직업에 희망은 없다며 고개를 가로젓는 이들이 많다. 이를 방증하듯 고등학생들의 희망직업 1순위는 더 이상 교사가 아니다. ‘2015년 학교 진로교육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육부가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 처음으로 교사(교육 전문가 및 관련직)가 선호하는 직업 1위에서 2위로 밀려났다. 자녀가 교사가 되길 바라는 학부모 역시 줄어들었다. 교사들의 직업 만족도는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꼴찌로 나타났다. 교사의 36.6%가 직업을 다시 선택한다면 ‘교사는 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는 응답도 20.1%나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교권보호위원회에 접수된 교권침해 사례는 총 2만9541건으로, 특히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사건은 2009년 11건에서 지난해 107건으로 급증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교권침해 행위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법령 개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법으로 보장된다면 교사로서는 불명예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다. 더 획기적인 방법은 없는 것일까? 교권의 추락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비영리 교육재단인 바키 GEMS 재단이 지난 2013년 우리나라를 포함한 21개국의 교사 위상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중국을 제외한 대개의 나라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전문 직종이라고 꼽는 의사보다 위상이 낮은 직업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미국과 브라질은 교사는 도서관 사서와 유사한 위상을 가진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자녀가 교사가 되는 것을 장려하겠냐는 질문에는 중국의 부모 50%가 긍정적으로 답한 반면 이스라엘은 8%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우리나라는 교사라는 직업의 위상이 높은 축에 속했지만 학생들이 교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55%나 됐다. 부모가 모두 교사였던 바키 재단 창립자 서니 바키는 이 결과를 토대로 전세계 교사들의 위상이 위기에 놓여있음을 확인하고 교사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지난해부터 ‘세계 교사상(Global Teacher Prize)’을 만들어 매년 헌신적인 교사 한 명을 뽑아 100만 달러(약 12억 원)를 시상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에 참석한 바키 재단 대표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높은 국제학업성취도(PISA) 성적은 훌륭한 교사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5월 말부터 10월까지 교사추천기간 동안 ‘세계 교사상’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해달라고 전했다. 물론 학생들의 성적이 수상자를 꼽는 기준은 아니다. 그는 학생들을 얼마나 혁신적으로 가르치고 건강한 세계시민이 되도록 격려하는 지가 중요한 평가 잣대라고 덧붙였다. 천편일률적인 교과과목 수업에, 인성교육마저 과외를 받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는 매번 고배를 마시는 노벨상만큼이나 받기 어려운 상이 될 것만 같아 씁쓸하다. 지난해 첫 수상자는 미국 교사였고 13일(현지시간) 발표된 올해 수상자로는 팔레스타인 교사가 호명됐다. 교사들을 위한 행사라서 정숙하고 딱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두바이에서 열린 이날 시상식에 앞서 레드 카펫 행진에는 파리니티 초프라 등 인기 발리우드 배우는 물론 할리우드 배우 셀마 헤이엑과 매튜 매커너히도 등장해 현장을 달궜다. 갈라쇼에서는 우리나라 가수 에릭 남이 초청돼 노래를 불렀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영상 축전도 공개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10명의 최종 후보 교사는 스티븐 호킹 박사가, 이중 한 명의 수상자를 호명한 인물은 프란치스코 교황이었다. 두바이는 ‘세계 교사상’을 통해 전세계 교사들을 고무시키고, 후보에 오른 교사들을 전세계로부터 존경 받게 하는 동시에 시상식 자체를 하나의 지구촌 축제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두바이의 아이디어에 ‘참 잘했어요’ 도장이라도 찍어주고 싶다. 윤나래 중동 통신원 ekfzhawoddl@gmail.com
  • “컴퓨터, 13년 후면 인간 지성의 수준에 도달”

    “컴퓨터, 13년 후면 인간 지성의 수준에 도달”

    “뇌 이식 나노로봇 새 감각 창조… 유전자 편집해서 병 고칠 수도” 미국의 유명 미래학자이자 발명가인 레이먼드 커즈와일(68)이 2029년쯤 컴퓨터가 인간 지성의 수준에 도달하거나 이를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커즈와일은 미국 뉴욕의 문화센터 ‘92번가 Y’에서 지난 7일(현지시간) 열린 행사 무대에서 천체물리학자인 닐 더그래스 타이슨(57) 헤이든 플라네타륨 소장과 대화하면서 이렇게 예측했다고 CNN머니 등이 전했다. 그는 13년 후면 컴퓨터가 감정과 개성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커즈와일은 “내가 ‘컴퓨터가 인간 수준의 지성에 이를 것’이라고 얘기할 때는 논리적 지성에 관해 얘기하는 게 아니다”라며 “(남을) 웃길 줄 알고 사랑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인간 지성의 최고점”이라고 말했다. 타이슨이 “컴퓨터가 언젠가는 노벨상을 받을 만한 소설을 써서 그런 면에서도 인간을 능가할 수 있겠느냐”고 질문하자 커즈와일은 “이를 달리 표현해야 한다”며 “우리가 그 지성과 결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커즈와일은 사람의 두뇌에 세포 크기의 나노 로봇이 들어가서 지구 전체의 인터넷에 연결해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것처럼 필요한 기술을 그때그때 내려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마치 컴퓨터 코드를 편집하듯이 유전자를 편집해 병을 고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커즈와일은 전망했다. 커즈와일은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부자들만 이런 두뇌의 놀라운 능력과 건강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 휴대전화와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도 “나노 로봇 역시 누구나 이용할 수 있을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져 기술의 민주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뇌에 이식된 나노 로봇은 새로운 육체적 감각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현재 귀가 음악을, 좋은 음식이 미각세포를 즐겁게 하듯 우리의 다른 감각을 위해 새로운 예술과 의례를 창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라스코동굴벽화 광명동굴전 전시관 모습 드러내다

    라스코동굴벽화 광명동굴전 전시관 모습 드러내다

    아시아 최초로 다음 달 광명동굴에서 개최하는 ‘프랑스 라스코동굴벽화 광명동굴전’ 전시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14일 경기 광명시에 따르면 전시관은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은 프랑스의 장 누벨이 설계했다. 전시관은 세계문화유산인 라스코동굴벽화를 3D기술을 이용해 현지 동굴 분위기 그대로 재현한 게 특징이다. 전시관은 지상 1층, 연면적 862.99㎡ 규모로 컨테이너를 활용한 전시관 외관은 어두운 밤을 상징하며 그 형태가 마치 바닥에서 솟아난 듯한 느낌을 구현했다. 내부는 모두 9개의 테마로 구성했다. 라스코동굴 발견과 폐쇄 과정을 담았고 동굴 내부를 10분의 1로 축소해 터치스크린을 활용한 놀이 체험, 선사시대의 유물과 크로마뇽인 복원물 등을 배치했다. 특히 빔프로젝터 130대를 활용해 선사시대의 자연경관과 생태환경을 재현,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또 컨테이너 62개로 구성한 전시관 구조물들과 구조적 짜임새, 검정색상, 기하학적 주상 등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예술작품이다. 전시관은 내부인테리어 공사에 이어 다음 달 초 내부 전시준비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라스코동굴벽화 세계순회전은 3년 전부터 프랑스를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 스위스, 벨기에서 열렸으며 세계에서 6번째이며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다음 달 16일부터 9월 4일까지 개최된다. 광명시는 지난 13일 광명동굴 입구 선광장에서 전시회 성공을 기원하는 상량식을 열었다. 양기대 광명시장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라스코동굴벽화전은 세계적인 건축가인 장 누벨이 설계한 전시관이 건립돼 국내외에 건축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사설] 허사비스 같은 인재 우리는 왜 못 키우나

    그제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 대국 프로그램 알파고에게 충격의 2연패를 당했다. ‘인류 대표’로 나선 그가 힘 한번 못 쓰고 무너지자 일반 관전자들은 물론이고 프로 바둑기사들 사이에서도 “으스스하다”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구글의 딥마인드팀이 만든 두 살배기 알파고가 바둑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경종을 울린 셈이다. 한국은 언필칭 정보기술(IT) 강국이다. 그러나 알파고의 아버지 격인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같은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 한국 사회라면 구성원 모두가 커다란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게다. 내리 불계패한 이 9단은 “충분히 놀라 할 말이 없을 정도가 됐다”고 완패를 시인했다. 하지만 정작 참담한 심경을 곱씹어야 할 쪽은 그가 아니라 우리 교육계여야 할 듯싶다. 허사비스는 어릴 적엔 서양 장기인 체스 신동이었으나, 게임 개발자로 명성을 날린 후 뇌과학을 전공한 융합의 귀재였다. 우리처럼 틀에 박힌 교육 시스템에서는 나올 수 없는 이단아였다. 반면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운위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클라우드컴퓨팅 등 융합 기술 분야에서 세계 수준을 밑돌고 있지 않나. 우리가 언제까지 허사비스와 같은 청년의 자유분방함을 용인한 영국이나 미국의 IT 생태계를 부러워만 할 것인가. 특히 그제 보도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김성숙 선임연구위원의 연구 결과를 보라.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한 2012년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한국이 최상위권이긴 했다. 그러나 우리 청소년들은 사교육 효과로 학업 성취도가 높지만 성인이 된 후엔 역량이 크게 떨어진다는 게 문제다. 공교육 비중이 높은 핀란드와 일본은 성인이 돼서도 문제 해결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권을 유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사교육과 주입식 공부에 길들여져 창의성을 배양하지 못하니 우리가 과학 분야에서 여태껏 노벨상 하나 타지 못하는 게 아닌가. 이웃 일본은 해마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데도 말이다. 이쯤 되면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부 교육 정책 입안자들과 일선 교육계가 참회록을 써도 모자랄 일이 아닌가. 어쩌면 사설 학원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내 자식의 눈앞의 성적을 올리는 데 급급해 함께 제로섬 게임을 벌인 학부모들도 공교육을 무너뜨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새로운 것에 대한 탐구와 도전 정신을 심어 주도록 공교육 현장을 일대 혁신해야 한다는 게 알파고가 던져 주는 진정한 교훈이라고 본다.
  • [데스크 시각] 30년 전 박태준 회장의 실망과 ‘알파고’/김태균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30년 전 박태준 회장의 실망과 ‘알파고’/김태균 사회부장

    1986년 포항공대(현 포스텍)가 문을 열고 얼마 후, 박태준 포항제철 회장이 노벨상 수상자들을 학교로 초청했다. 설립 이사장으로서 학생들에게 꿈과 용기를 북돋워줄 강연이 필요했다. 박 회장은 그들을 데리고 포항공대뿐 아니라 초·중·고교에도 찾아갔다. 수상자 중 한 명이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사람 팔이 가슴에도 하나 더 있어서 세 개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라고 물었다. 아이들은 서로 자기가 답을 하겠다고 손을 치켜들었다. “엄마가 선반 위에 올려놓은 과자를 꺼내 먹기 편할 것 같아요”, ”아빠가 저를 안아줄 때 걸리적거려서 불편할 것 같아요”와 같은 창의적인 답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4학년, 5학년 등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같은 질문에 답하는 학생이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더니 중·고교에서는 손드는 학생이 거의 없었고, 자기들끼리 “정답이 뭐냐”고 묻는 모습까지 나타났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한국 학생들은 공부는 잘할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창의성이 줄어드는 것 같다. 이대로라면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는 어렵겠다”고 말했다. 적당히 듣기 좋은 얘기를 기대했던 박 회장은 크게 낙담했다고 한다. 최근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자연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들이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에 대해 실시했던 11개월간의 평가 결과를 내놓았다. 긍정적으로 평가한 부분을 제외하고, 문제점으로 지적한 대목들은 30년 전 박 회장이 들었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200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팀 헌트 전 영국 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젊은 교수들이 정년 보장을 받기 위해 모험적 연구에 도전하기보다 유명 연구지 기고에 목을 매고 있다. 이대로는 ‘선구자’가 아닌 ‘추종자’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톰 루벤스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물리·천문학과 교수도 “교수들이 단기 성과를 위해 이미 많은 사람이 연구하는 분야를 선택하고 있다”며 기존 연구를 답습하는 이른바 ‘미투(me-too·따라하기) 과학’으로 흐를 가능성을 지적했다. 창의성과 도전의식이 결여된 국내 학교와 연구실 풍토가 30년 전 그때와 비교해 거의 나아진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온 셈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수재들이 모인 서울대가 받은 성적표가 이렇다면 다른 학교들의 사정들은 대략 짐작할 만하다.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을 계기로 ‘인공지능’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람과 컴퓨터 간 치열한 승부의 이면에 과연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의 인공지능 기술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조명도 이뤄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고도의 창의력을 요하는 기술이다. 우리의 기술력이 미국에 2.6년 뒤진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과연 그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는 창의력의 에너지를 우리가 갖고 있느냐에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이면 학생들의 창의력은 거의 ‘제로’(0) 상태가 된다.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는 공부가 아니라 쉬운 문제를 틀리지 않도록 연습만 하는 현재의 교육 체계에서 어떻게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겠느냐”는 한 대학 총장의 개탄은 우리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래 먹거리 확보가 절실한 지금, 우리나라 인재들의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30년 전 박 회장이 했던 고민을 다시금 곱씹어볼 때다. windsea@seoul.co.kr
  • [유토피아냐, 디스토피아냐 - 다가오는 AI토피아] “인간이 ‘인간’ 알아야 AI 제대로 작동”

    [유토피아냐, 디스토피아냐 - 다가오는 AI토피아] “인간이 ‘인간’ 알아야 AI 제대로 작동”

    인문학 등 이해 없으면 최첨단 학문 AI도 없어 기초학문 계속 천대 땐 첨단과학 먼 나라 얘기 창의적 인간, 세상 주도…여러 학문 넘나들어야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으면 인공지능도 없습니다. 인문학 등 기초학문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인공지능이라는 최첨단 학문도 없습니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의 대국을 지켜본 ‘통섭’(統攝) 전도사 최재천(62·이화여대 석좌교수) 국립생태원장은 10일 “첨단과학에서 기초학문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오래전부터 강조해 온 ‘통섭’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돈이 안 된다고 기초학문을 천대하는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첨단 학문은 언제까지나 먼 나라 얘기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통섭은 병렬적 수준의 통합이나 융합을 넘어서 새로운 이론을 찾으려는 범학문적 접근을 의미한다. 이 9단과 알파고 대국을 계기로 AI 산업 발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과 관련해 그는 “스티브 잡스가 존경과 명성을 얻은 배경에는 일반적인 기술자가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가졌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면서 “우리 사회는 그토록 잡스를 존경하면서도 정작 우리는 인문학을 비롯한 기초학문을 키울 생각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 모순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참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거품 예찬’이란 책을 낸 그는 “일자리도 부족한데 왜 학생을 많이 뽑나 하는 식으로 기초학문을 대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근시안적인 사고”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선 인문학 등 기초학문은 학생 정원을 줄이고 공대 학생들을 더 많이 뽑으라며 대학을 다그치고 있다”면서 “자유경쟁시장에서 스스로 시스템이 균형을 찾아가는 것인데 교육 문제에서 당국이 억지로 수요·공급을 맞추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창조경제’를 내세우고 하는데 이제 세상은 창의력으로 승부하는 세계”라면서 “지금 세상은 더 창의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주도한다”고 강조했다. 또 “창의적인 천재는 그냥 태어나지 않는다. 진짜 창의적인 인재는 다양한 소양을 갖추고 똑같은 문제를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서 “모두가 인문학만 할 수는 없지만 반대로 모두가 공학만 한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 세계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인 문제”라면서 “한 학문 분야가 혼자서 정답을 낼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다양한 학문 분야를 넘나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분야만 배운 사람과 여러 분야를 배운 사람 중 누가 더 유리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오래전에 들었던 한 노벨화학상 수상자의 강연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 학생이 노벨상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자 노벨상 수상자는 ‘화학만 열심히 하면 나 같은 사람을 보조하는 연구자밖에 안 되지만 나처럼 화학도 하고 피아노도 하고 책도 읽고 하는 사람이 되어야 새로운 분야에서 성취를 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고 소개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한강, 노벨상 거장들과 맨부커상 후보에

    한강, 노벨상 거장들과 맨부커상 후보에

    오에 겐자부로·오르한 파무크 등 경쟁 세계 3대 문학상… 5월 수상자 발표 소설가 한강(46)이 한국인 최초로 영국의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맨부커상 선정위원회는 10일 홈페이지를 통해 한강을 포함한 13명의 후보를 발표했다. 한강은 2004년 국내에서 발표한 소설 ‘채식주의자’(영문명: The Vegetarian)로 후보에 올랐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1월 포토벨로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이 소설을 영어로 옮긴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도 함께 후보로 선정됐다. 이번 맨부커상 후보에는 이미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와 터키의 오르한 파무크 등 쟁쟁한 거장들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브라질, 인도네시아, 앙골라 작가들도 포함됐다. 한강 작가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안 그래도 며칠 전에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이라는 책을 읽고 먹먹한 감동을 느꼈는데 그와 내 이름이 함께 올라 있는 걸 보니 신기하고 기뻤다. 번역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정위원회는 올해 155개 경쟁작 가운데 후보를 골라냈으며 다음달 14일 최종 후보 6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종 수상자는 오는 5월 16일 열리는 공식 만찬 자리에서 발표된다. 수상자와 번역가에게는 5만 파운드(약 8600만원)가 수여된다. 심사위원장은 영국 인디펜던트 문학 선임기자인 보이드 턴킨이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이번 후보 선정에 대해 “후보들의 국적은 물론 경계를 넘나드는 소설의 다양성을 가장 중시했다”며 “영어 번역도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맨부커상은 1969년 영국의 부커사가 제정한 문학상으로 영어로 쓴 소설 중 수상작을 선정한다. 영국 등 영연방 국가 작가에게 주어지는 맨부커상과 비(非)영연방 작가와 번역가에게 수여되는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으로 나뉘어 수여된다. 한강은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한강 작품을 비롯해 신경숙, 황선미 등 우리 문학을 해외에 소개해 온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는 “세계적인 권위를 갖는 맨부커상 후보에 우리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는 건 한국 문단의 경사”라며 “그만큼 우리 문학이 세계 독자들과 평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정서린기자rin@seoul.co.kr
  • [생명의 窓] 비타민C의 암 예방 효과/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종양학 교수

    [생명의 窓] 비타민C의 암 예방 효과/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종양학 교수

    최근 국내 연구진은 비타민C 보충제의 암 예방 효과와 관련된 해외 논문 7편을 분석해 비타민C 보충제 섭취가 암 예방과는 무관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고용량의 비타민C를 섭취하면 면역력이 향상돼 여러 가지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고 있었는데, 암 예방에는 효과가 없다는 연구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비타민은 인간의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영양소인데, 인간은 스스로 체내에서 생산하지 못해 반드시 음식 등으로 섭취해야 하는 유기화합물이다. 이러한 영양분을 적절히 섭취하지 못하면 다양한 신체적 문제가 발생한다. 과거 이집트에서는 야맹증을 보이는 환자에게 간을 먹이면 치료 효과가 있음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어떤 성분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비타민A로 밝혀진 성분이 부족하면 야맹증이 생기는데 간 속에 이 비타민A가 풍부하기 때문인 것이 알려졌다. 비타민C는 콜라겐, 카르니틴, 카테콜라민의 생합성 시 보조인자로 작용하며 강력한 항산화제다. 비타민C를 음식이나 보충제로 섭취하면 심혈관 질환, 감기, 고혈압 등의 질병에는 도움이 된다고 한다. 비타민C의 암 예방 또는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되고 있다. 1976년 라이너스 폴링 등은 고용량(하루 10g)의 비타민C 용법으로 말기 암환자의 생존율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어 시행된 메이요병원의 수년에 걸친 이중 맹검 실험에서는 하루 10g의 비타민C가 항암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최근에는 암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은 고용량의 비타민C가 오히려 암 치료를 방해한다는 결과도 발표됐다. 이뿐만 아니라 2014년 연구에서는 비타민C를 고용량 섭취한 사람들에게서는 암이 오히려 유발되는 경우도 발견했다는 보고도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비타민C의 암 예방 효과 또는 암 발생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으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에서는 근거 부족을 이유로 비타민C 고용량 요법을 항암 치료 또는 다른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벨상 수상자인 라이너스 폴링과 저명한 인사들의 권위에 힘입어 아직 비타민C 고용량 요법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객관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소비자들의 더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C의 양은 얼마일까. 한국과 미국에서는 비타민C의 하루 권장량을 약 100㎎으로 본다. 흡연자는 산화 스트레스의 양이 많은 반면 혈중 비타민C의 양이 적은 경향이 있으므로 125㎎ 정도로 약간 더 높은 비타민C가 필요하다. 평소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한다면 비타민C 부족에 의한 결핍 증상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만약 부득이하게 충분한 섭취가 부족한 상황이라면 적정한 용량의 비타민 보충제가 도움이 된다. 비타민C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이고, 여러 가지 질병 예방에도 도움이 되므로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하지만 고용량(10g)을 섭취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반된 연구 경과들이 발표되고 있으므로 지금의 상황에서는 권장량을 섭취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또한 암환자들은 치료를 받지 않고, 비타민C를 암 치료 대체 방법으로 선택해 고용량을 복용하는 것을 삼가야 할 것이다.
  • [알쏭달쏭+] 좌뇌형·우뇌형 인간 구분은 미신?

    [알쏭달쏭+] 좌뇌형·우뇌형 인간 구분은 미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라면 ‘좌뇌발달을 통한 수학적 능력향상’ 또는 ‘우뇌발달을 통한 창의력 향상’ 등의 학습지 광고 문구를 접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사람들은 스스로를 ‘좌뇌형 인간’, ‘우뇌형 인간’으로 쉽게 구분하곤 한다. 하지만 최근 좌뇌와 우뇌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한 ‘미신’일 뿐이라는 주장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미국 유타대학교의 제프리 앤더슨 박사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한 인터뷰에서 “최근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뇌를 정밀 분석하고 좌뇌와 우뇌의 차이점을 찾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좌뇌와 우뇌가 위치에 따라 특별한 능력과 연관돼 있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람들은 좌뇌가 논리적이고 수학적인 능력을, 우뇌가 자유분방하고 창의적인 능력을 담당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신경과학적 측면에서 전혀 근거가 없다. 좌뇌와 우뇌사이의 역할 차이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BBC는 “사람들이 이러한 인식을 갖게 된 것은 보이는 것을 단순하게 양분화 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심리 때문일 수 있다. 또 왼손잡이에 대한 ‘오명’과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글씨를 쓰는 아이들에 대한 체벌이 이어져 왔는데, 이는 왼쪽을 뜻하는 ‘레프트’(left)가 앵글로색슨인이 쓴 게르만계 언어에서는 ‘약한, 힘이 없는’의 ‘Weak’와 뜻이 통하는 ‘lyft’에서 왔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좌‧우뇌 이론은 노벨상과도 연관이 있다. 미국 로저 스페리 박사는 1981년 노벨 의학상 수상 당시 좌뇌와 우뇌가 각각 반대편에 있는 몸의 지각과 운동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좌뇌와 우뇌를 구별하여 인식하게 되었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이 연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연구혁신센터(CERI) 역시 2007년 발간한 ‘뇌의 이해-학습 과학의 탄생’ 등의 보고서를 통해 “좌뇌형‧우뇌형 아이나 남녀의 뇌 차이 등은 ‘근거 없는 믿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기고] 즐거운 과학교육 꿈꾸며/신영준 경인교대 과학교육과 교수

    [기고] 즐거운 과학교육 꿈꾸며/신영준 경인교대 과학교육과 교수

    최근 TV에 방영된 ‘응답하라 1988’ 드라마를 보면서 불과 한 세대 전 이야기이지만 “그땐 저런 점이 좋았어”, “저런 점은 좀 아니었어”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먼 훗날 ‘응답하라 2015’에서 좋은 모습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본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창의융합형 인재’라는 다소 추상적이지만 절제된 구호가 자리 잡고 있다. 미래의 인재를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추고 바른 인성을 겸비해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다양한 지식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정의한 것에는 크게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구호 아래 시작된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서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과학교육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가 중요한 과제였다. 지금까지 교육과정은 학습자가 도달해야 할 지식 위주로 구성돼 미래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시작으로 개정 작업이 진행됐다. 창의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2015 개정 과학교육 과정에는 과학적 문제 해결력, 과학적 탐구능력, 과학적 사고력, 과학적 의사소통 능력, 과학적 참여와 평생학습 능력을 학생들이 함양하기를 기대하는 교과 역량으로 꼽았다. 그리고 ‘학습내용’과 함께 학생들이 성취해야 하는 능력, 즉 ‘기능’을 중심축으로 성취 기준을 진술하는 좀 더 진일보한 교육과정을 추구했다. 또한 학생들이 성취해야 하는 핵심 개념이 초·중·고를 거치면서 어떻게 전개되는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내용 체계표로 제시해 학습의 전이를 높이고 심층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그리고 기존 과학과의 학습 내용을 핵심 개념으로 정선해 보다 많은 수업 시간을 실험·실습 시간으로 할애하고 협동학습, 토론·토의 등 학생 참여형 수업으로 개선했다. 무엇보다 교사의 일방적인 지식 전수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다양한 자연현상을 융복합적으로 통찰하고 주어진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스스로 찾아가는 수업을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 관찰, 실험보고서, 포트폴리오 등 과정 중심 평가로 개선한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학부모나 학생들은 이러한 개정 교육과정 자체보다는 오히려 교과서가 훨씬 피부에 와 닿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취지의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진실로 효과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교과서 개발진들이 교육과정의 철학을 제대로 반영해 학교 현장에 필요한 교과서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전국의 과학 교사들이 새로운 교수·학습과 평가 개선 등 교실수업 개선을 위한 논의를 진지하게 할 수 있는 근거와 바탕은 마련됐으니 그에 걸맞은 연수도 개설돼야 할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가 제대로 구현된다면 훗날 ‘응답하라 2015’에서 과학 이론이나 지식을 어렵게 암기하는 과학 교육이 아니라 실험과 탐구활동이 중심이 되는 즐거운 과학 교육으로 기록될 것이다. 무엇보다 학교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실험하고 탐구하는 배움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나아가 노벨상을 꿈꾸는 창의 융합형 인재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 [열린세상] 혁신하는 대학만이 살아남는다/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열린세상] 혁신하는 대학만이 살아남는다/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대학 구조개혁이 뜨거운 감자다. 많은 대학이 입학 정원 감축과 학과 구조조정을 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역대 정부도 대학 구조개혁을 추진했지만 이처럼 광범위하고 긴박하지는 않았다. 강도 높은 구조개혁의 배경에는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있다. 2018년부터는 대학의 정원보다 입학 자원이 부족해지기 시작하고, 2023년에는 무려 16만명이 모자란다고 한다. 100개 정도의 대학이 문을 닫을 수 있는 규모다. 정부와 대학의 선제 대응이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다.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구조개혁이 요구된다. 일본 대학들은 이미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정도로 높은 경쟁력을 갖추었고, 홍콩과 싱가포르의 대학들은 전 세계에서 유학생들이 찾아올 만큼 글로벌화됐다.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대학들도 버거운 상대다. 이제 대학 구조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렇다면 대학 구조개혁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우선 정부와 대학은 정원을 줄이고 학과를 통폐합하는 양적인 다운사이징과 구조 개편에 역점을 둔다. 당장 입학 정원을 얼마나 줄였고, 특정 학과로 정원이 얼마나 이동했는지를 구조개혁의 성과로 보는 듯하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대규모 입학 자원 감소에 미리 대응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정원 감축과 이동이 곧바로 대학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경영의 혁신과 교육의 질적인 변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지금의 양적 구조조정은 단기적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임시 처방에 불과할 뿐이다. 이제 구조개혁에 대한 관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구조개혁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학이 고등교육기관으로서 기능과 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하고 혁신 역량을 기르는 것이다. 부실 대학은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남은 대학들을 더 강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구조개혁의 목표일 것이다. 대학이 스스로 혁신하기보다 정부 사업을 따내기 위해 피동적으로 구조조정하는 것도 문제다. 대학가에서는 새로운 사업이 추가될 때마다 학과의 명칭이 수시로 바뀌고, 교육과정은 점차 누더기가 돼 간다는 우려가 많다. 교수들이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교수·학습 방법을 혁신하기보다 어느 학과가 살아남을지에 촉각을 세운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무엇보다 대학이 외부의 요구에 떠밀려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고착화되면 대학의 혁신 역량과 건강한 문화는 점차 퇴화하게 될 것이다. 지속 가능한 구조개혁은 대학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대학의 존재 가치와 인재 양성의 방향에 대해 깊이 숙고하고 스스로 변화하겠다고 나설 때 비로소 가능하다. 정부도 대학이 스스로 비전을 세우고 자력갱생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학부교육 선도대학 지원 사업(ACE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이제 대학, 정부, 시민사회,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큰 틀에서 대학 구조개혁의 철학과 방향을 정립해야 할 때다. 지금까지 정부 주도로 다운사이징과 양적 구조조정에 초점을 둔 로드맵을 운영했다면 이제부터는 대학의 체질 개선과 혁신을 키워드로 하는 구조개혁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양적 지표와 단기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긴 호흡과 안목을 가지고 대학을 질적으로 바꾸어 나가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는 학생이 중심에 있어야 할 것이다. 학생 만족을 우선하는 캠퍼스 문화를 만들고,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를 길러 내도록 수업 내용과 방식을 바꾸는 데 투자를 해야 한다. 데이터를 활용해 교육의 질을 관리하는 것처럼 대학의 경영 방식을 혁신하는 것도 구조개혁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선 대학 구성원이 구조개혁의 목표와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정부의 평가도 외형적 지표보다는 대학이 캠퍼스 문화를 바꾸고 제대로 혁신 역량을 키워 나가는지에 대해 질적인 평가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대학 평가는 대학에 대한 이해, 전문성, 건전한 상식을 갖춘 대학인의 몫이다. 이제 스스로 변화하고 혁신하는 대학이 살아남는 시대가 도래했다.
  • [이현청 교육산책] 교육강국의 다섯 가지 특징

    [이현청 교육산책] 교육강국의 다섯 가지 특징

    2012년 세계 최대 교육기업인 피어슨이 ‘세계의 교육강국’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1위는 핀란드, 2위는 우리나라였다. 우리도 세계학력평가(PISA) 결과나 대학의 세계 서열이 발표될 때, 그리고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때 어느 나라가 교육강국인가라는 질문을 할 때가 있다. 세계학력평가 결과에서는 늘 우리가 세계 최상의 그룹에 속한다. 대학도 이제 세계 100위권 내 대학이 등장했다. 그러나 학문분야 노벨상은 아직 한 명도 없다. 그래도 OECD 국가들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마저 우리나라를 교육강국이라 부르기도 하고 ‘교육 기적의 나라’라 부르며 우리 교육을 칭찬하고 있다. 진정한 세계 교육강국은 어느 나라일까. 미국, 캐나다, 프랑스, 호주, 영국, 독일, 핀란드, 이스라엘, 싱가포르, 홍콩 등을 들 수 있다. 신흥 교육강국은 중국과 인도, 말레이시아가 될 수도 있다. 각 나라가 처한 교육환경은 다르지만 교육강국은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일류대학 진학에 매달리기보다 확고한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성적순으로 한 줄 세우기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개성과 능력에 따라 여러 줄 세우기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학습자들의 잠재 가능성을 최대한 계발해 동등한 시민으로 국가에 기여하도록 돕는 교육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목표는 세계 시민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둘째, 무한 경쟁보다 협력과 공존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캐나다처럼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없이 각 주 정부나 교육청에 구체적인 교육 과정을 제시해 자율과 다양성을 키우기도 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 세계 두 번째로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프랑스 교육체제도 있다. 호주처럼 수월성 교육이나 영재교육을 하지 않고, 서열은 없고 경쟁보다 협력을 통해 모두가 승자가 되는 교육을 강조하는 곳도 있다. 이스라엘처럼 놀이와 학습을 함께 하면서 4~5명 그룹 활동 형태로 남과 힘을 모아 이기는 법 등 서로 가르치고 토론하는 ‘하브루타’의 공존에 치중하는 교육을 강조하는 예도 있다. 셋째로 학생 중심 교육이 주가 되는 교육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교사 중심의 획일화된 교육 과정에 따라 운영되는 교육이 아니라 학습자 개별의 특성이나 적성에 맞게 교육 과정을 개인별로 부과하고 다양한 교육 과정을 전제로 논리와 사고력을 키워 주는 토론 교육을 중요시한다. 이를 통해 사고 능력을 배양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 주며 함께 공부하는 태도를 형성시킨다. 사회·인문계통 과목은 교사보다 학생들이 주가 돼 학습하는 형태다. 물론 시험은 사지단답형 객관식 시험보다는 논술 형식을 취한다. 넷째, 모두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교적 대학 진학률이 높은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교육강국들은 50% 내외다. 절반 정도만 대학 진학을 하고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한 후 안정적 직업이 있을 때 평생 교육 차원에서 대학 교육을 계속한다. 그러나 첨단 과학 영역 등 필요한 부분은 고학력 엘리트 교육 형식으로 배양시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장인교육 중심의 독일을 비롯해 신흥 교육강국인 인도나 영국, 프랑스, 북유럽이 이러한 경우들이다. 다섯째, 정체성 확립 교육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어릴 때부터 ‘셰마’ 교육을 시키는 이스라엘의 경우가 이에 속한다. 모세 5경인 ‘토라’ 교육과 토론을 통해 국가 정체성과 자아 정체성을 기르는 뿌리교육이 강조된다. 이러한 철저한 뿌리교육과 가정에서부터 이루어지는 대화를 통한 머리 쓰는 교육은 세계 인구의 2%에 불과한 이스라엘이 노벨상 197명으로 23%를 차지하고 아이비리그 학생 30%, 세계 재계, 학계, 금융계, 과학, 문화 등의 영역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이유다. 개개인의 다름을 모아 이스라엘의 힘을 키우는 지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교육강국들은 일반적으로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교육강국인지의 질문은 우리 교육문화 속에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 모두 우리가 진정 세계 교육강국인가에 대한 답을 할 때다. 한양대 석좌교수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예일대 지성사 강의(프랭크 터너 지음, 서상복 옮김, 책세상 펴냄) 장 자크 루소부터 프리드리히 니체까지 근대 유럽 지성의 역사를 조망한 역사학자 프랭크 터너 예일대 교수의 명강의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사상들이 충돌했던 18~19세기 유럽 지성인들의 정신이 펼쳐 낸 관념과 사상이 당대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주목하며, 20세기를 지나 현재까지 현대인의 생활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문화사적으로 추적하며 조망했다. 저자는 특히 루소를 계몽주의자일 뿐 아니라 종교와 세속 사상 두 전선에서 격렬하게 싸운 인물로 평가하며 루소의 견해가 서구 지성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했다고 평가한다. 512쪽. 2만 2000원. 중국 VS 아시아 그 전쟁의 서막(조너선 홀스래그 지음, 최성옥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 유럽의 아시아 전문가인 저자가 중국 딜레마에 빠진 아시아의 미래를 엿본다. 저자는 책에서 국경을 넘어 영향력을 미치려는 꿈을 꾸고 있는 중국과 주변 아시아국들의 갈등은 한계에 이르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중국의 평화로운 부상이라는 통념의 실체를 파헤친다.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을 향해 빈틈없이 비타협적인 태도를 보이는 중국의 정책이 심각한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국의 열망이 악의적인 건 아니지만 자국의 안보와 번영을 극대화하려는 태도는 거대한 힘의 불균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296쪽. 1만 5000원. 시장의 철학(윤평중 지음, 나남 펴냄) 한신대 철학과 교수인 저자가 ‘시장’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분열의 해결책을 진단한 책이다. 저자는 시장을 ‘정치·경제적인 논쟁과 혼란 속에서도 재화와 용역을 생산·분배·소비하는 자체를 넘어 창조적 파괴가 끊임없이 실현되는 자유민주주의 실천의 현장’으로 본다. 궁극적으로 ‘시장의 철학’은 “21세기 한국 사회가 온 몸으로 제기한 도전에 정면으로 맞서는 경세제민(經世濟民·세상을 다스려 백성을 고난에서 구제함)의 통합 학문으로 구현된다”고 말한다. 372쪽. 1만 9000원. 아이들의 시간(리처드 지믈러 외 26인, 정영은 옮김, 생각과사람들 펴냄) 편저자 리처드 지믈러는 2005년 라샤 세쿨로비치라는 저널리스트로부터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있는 프로젝트 구상을 부탁받는다. 그는 노벨상 수상 작가인 나딘 고디머 등 유명한 작가들의 어린 시절을 단편 에세이로 모아 책을 출간하고, 인세는 전액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한다. 이 책은 각기 다른 출생 배경과 성장에 대한 유명 작가들의 이야기들을 모아 각기 다른 모든 이들에게 그들만의 희망이 있었고, 현재도 그 희망을 갖고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한국어판 인세는 세이브더칠드런 한국지사에 기부된다. 384쪽. 1만 4000원. 전란으로 읽는 조선(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 글항아리 펴냄) 조선의 전란 뒤에 숨겨져 있는 역사적 진실을 드러냈다. 세종 원년의 쓰시마 정벌부터 근대의 청일전쟁에 이르기까지 조선이 겪었던 굵직한 전란들을 다루며, 이를 어떻게 재구성하고 재해석해야 하는지 생각하도록 만든다. 조선이 멸망한 지 100여년이 지난 지금, 현대의 한국은 조선과 마찬가지로 동아시아 정세가 요동칠 때마다 전란의 위험에 휩싸인다. 지리적 위치상 조선은 항상 정치적 긴장관계의 초점이 되었고, 국제 정세의 판도가 바뀔 때마다 전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324쪽. 1만 9800원.
  • 이수지, ‘아동문학의 노벨상’ 안데르센상 한국 작가 첫 최종 후보

    이수지, ‘아동문학의 노벨상’ 안데르센상 한국 작가 첫 최종 후보

    ‘파도야 놀자’, ‘그림자놀이’의 그림책 작가 이수지가 올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최종 후보에 올랐다고 비룡소 출판사가 2일 밝혔다. 최종 후보에 한국 작가가 이름을 올린 것은 처음이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은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가 2년마다 수여하는 상으로, 아동문학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모리스 센닥, 앤서니 브라운 등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들이 이 상을 받았다. 수상자는 오는 4월 4일 이탈리아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발표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마가렛 할매’ 수녀 소록도 다시 온다

    ‘마가렛 할매’ 수녀 소록도 다시 온다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40여년간 한센인을 돌보다가 고국인 오스트리아로 돌아간 ‘할매 천사 수녀’가 10여년 만에 다시 소록도를 찾는다. 전남 고흥군은 31일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오는 5월 마리안(?사진 오른쪽?) 수녀가 소록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리안과 같이 소록도에서 봉사했던 동료인 마가레트 수녀는 지병으로 방문이 취소됐다. 두 수녀는 청춘을 한센인을 위해 고스란히 바친 ‘소록도의 전설’이나 다름없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간호학교 동기였던 이들은 갓 20살을 넘긴 1962년 2월 소록도에 왔다. 5년 계약으로 한센인 봉사에 나섰지만, 그 기간은 43년이란 긴 세월로 이어졌다. 이들이 소록도 병원에서 처음 한 일은 한센인과 함께 식사하기였다. 이 사건은 국내 의료진조차 ‘나병환자’라며 직접 치료를 꺼렸던 당시 분위기에서는 큰 충격이었다. 특히 외국인 의료진이 환자의 상처 부위를 맨손으로 직접 만지며 약을 발라 주는 치료 과정이 공개되면서 한센병에 대한 잘못된 전염관을 바로잡는 계기가 됐다. ‘미친 짓’이라며 만류하고 손가락질했던 병원의 다른 직원들도 6개월이 지나도 이들 외국인에게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자 그때부터 한센인들을 ‘그냥 환자’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한센인을 가족처럼 돌보며 숱한 화제를 남겼던 두 ‘할매 수녀’는 70대의 고령에 접어든 2005년 11월 소록도를 떠났다. 누구에게도 미리 알리지 않고 편지만을 남겼다. 이들은 편지에서 “건강이 더 허락지 않아 소록도에서 봉사하기 어렵다”면서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줄 것 같아 고국행을 선택했다”고 적었다. 할매 수녀의 노벨상 후보 추천을 추진 중인 고흥군 관계자는 “연고도 없는 작은 나라에 와서 40년간 아무런 보상도 없이 오직 한센병 환자를 위해 일만 하시다 가셨다”며 “더 늦기 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할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한화큐셀 연구센터 간 청소년 과학영재 10명

    한화큐셀 연구센터 간 청소년 과학영재 10명

    한화그룹은 ‘한화 사이언스챌린지 2015’ 수상 청소년들을 초청해 독일과 스위스 등 유럽 과학기관 및 연구소를 견학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28일 밝혔다. ‘한화 사이언스챌린지’는 미래의 노벨상 후보 발굴 및 육성을 목적으로한 청소년 과학경진대회다. 이번에 참가한 10여명의 입상자들은 지난 1월 24일부터 29일까지 독일 작센주 탈하임에 위치한 독일 한화큐셀과 세계에서 가장 큰 입자물리가속연구소인 스위스 제네바의 유럽입자물리연구소 등을 방문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씨줄날줄] 경제민주화 공방/박홍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경제민주화 공방/박홍기 논설위원

    경제민주화가 다시 등장했다. 경제민주화의 주창자로 불리는 김종인 전 국회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다. 2012년 4월 19대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는 핵심 키워드였다. 경제민주화만이 “살림이 좀 나아졌습니까”라고 물을 수 있는 정도(正道)로 여겨졌다. 정치권에서는 귀가 따갑도록 떠들었다. 소득 격차는 벌어지고 양극화는 심해졌던 상황이었던 탓이다. 앞서 2011년 10월 미국에서 벌어졌던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도 영향을 미쳤다. 이른바 ‘우리는 99%’라는 구호가 상징하듯 시위는 1%의 부패탐욕 계층을 겨냥했고 사회운동으로 번졌다. 경제민주화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와 대비될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는 국가 권력의 시장 개입을 강하게 비판하는 반면 시장의 기능과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하는 이론이다. 모든 것을 시장에만 맡기면 다 잘된다는 식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있고, 해결할 수 없는 분야가 있다.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은 “맹목적인 시장경제 신봉자는 정서적인 불구자”라고 주장했다. 영국 정치사상가 에드워드 버크는 “탐욕은 끝이 없기 때문에 제재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고 역설했다. 인간의 기본적인 자유를 지키려면 자유를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막스 베버는 “시장의 문화는 절제의 문화를 필요로 한다”고 했다. 헌법 35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할 수 있다’, 헌법 119조 2항은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주된 타깃은 기업이다. 기업의 탐욕은 끝이 없다. 한때 골목상권으로 대표되는 동네 빵집까지 밀어냈던 게 대기업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축구 경기에서 심판이 경고와 퇴장 카드를 내미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보이지 않는 손(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면 보이는 손(국가)이 나설 수밖에 없다. 대기업의 소득이 증대하면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 경기가 부양된다는 낙수(水) 효과의 한계도 한몫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더민주에 들어가면서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를 비판했다. 한마디로 “후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구현하는 정책 정당”을 표방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발끈했다. “역대 어느 정부도 못 한 실천을 해 왔다”고 반박하는 동시에 구체적인 성과를 제시하고 나섰다. 19대 총선 때처럼 4월 치러질 20대 총선에서도 경제민주화가 다시 전면에 떠오를 조짐이다. 경제민주화는 ‘나 먼저’(Me First)에서 ‘우리 먼저’(We First)로의 전환과 같다. 공방은 거세면 거셀수록 좋다. 경제민주화가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갈 가능성이 커서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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