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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시대가 변하고 있다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시대가 변하고 있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The Times They Are A-Changin) -밥 딜런 사람들아 모여라 여러분이 어디를 돌아다니든 당신을 둘러싼 물결이 높아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곧 뼛속까지 흠뻑 젖게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라 당신에게 시간이 소중하다면 이제 헤엄치기 시작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돌처럼 가라앉을 거야시대가 변하고 있으니. 펜으로 예언을 말하는 작가와 논객들이여 눈을 크게 뜨고 있어라 기회는 다시 오지 않으니 너무 미리 말하지 마라 바퀴가 아직도 돌아가고 있으니 지금의 패자가 나중에 승자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 상원의원들, 하원의원들도 와서 대중의 요구를 잘 들어라 출입구를 막아서지 말라 집회장소를 봉쇄하지 말라 나중에 상처받을 이는 지금 문을 막아선 사람이 되리니 바깥에선 싸움이 벌어지고 점점 격렬해지고 있어. 곧 당신 집의 창문을 흔들고 벽을 두드릴 거야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 이 땅의 어머니와 아버지들이여 당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비난하지 말라 당신의 아들딸들은 이미 당신의 통제를 벗어났으며 그대들이 걸어온 옛길은 빠르게 낡아가고 있으니 도움의 손을 내밀 수 없다면 뒤로 물러나기를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 선이 그어지고 저주가 퍼부어지고 있다. 지금 느린 자는 나중에 빠르게 바뀌고 지금의 현재는 훗날 과거가 되리라 체제는 급속히 쇠약해지고 지금 첫째가 나중에 꼴찌가 되리라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 * 요즘 문학강의를 마치고 질의응답 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내게 자주 묻는 질문이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내 입에서 쏟아지는 말들. “노벨상 받을 자격이 충분하죠. 시는 원래 노래였어요. 노벨상 받았다고 서둘러 번역출판한 조잡한 시집을 사서 되지도 않는 난해한 시들을 읽는 고생을 안 하게 되었으니….” 호호 나도 웃고 사람들도 웃는다. 음유시인의 전통을 잇는 뛰어난 가수, 밥 딜런의 대표곡을 10개쯤 들었다. ‘바람만이 아는 대답’의 원제목은 ‘Blowin’ In The Wind’이다. 얼마나 많은 죽음이 있어야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나? 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에 흩날리고 있네, 바람만이 알고 있네. 노래를 듣다가 가슴이 울컥해져서 끝까지 듣지 못했다.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1980년대가 ‘강 건너 불’이 될 수 있을까. ‘Blowin’ In The Wind’와 더불어 미국시민운동과 반전(反戰) 집회에서 애창되던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묵직한 가사가 현재 한국의 시국에 어울린다.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하고 몇 달 뒤인 1964년에 발매된 앨범의 타이틀곡인데, 요동치던 사회·정치 상황에 대한 발언이 강하다. “바퀴가 아직도 돌아가고 있으니”는 의역하면 “세상은 돌고 도는 법이니”가 되리라. “그대들이 걸어온 옛길”은 부모들의 삶의 방식 혹은 옛 노선을 뜻한다. 젊고 늙은 세대 간의 갈등이 60년대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였는데, 2016년 한국에서는 촛불이 오히려 세대 간의 벽을 녹였다. 베트남 전쟁은 끝났지만 미국인들은 지금도 밥 딜런을 들으며 천국의 문을 두드린다. 80년대에 어깨 겯고 부르던 노래들,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를 2016년 11월 광화문에서 듣는 기분은 각별했다. IT강국의 대형 스피커에서 울려 퍼진 ‘상록수’는 옛날처럼 푸르고 떫지는 않았지만, 세대를 이어 주는 저항의 에너지에 나는 고무되었다. 민주주의를 열망했던 DNA가 어린 학생들에게로 유전되어 함성으로, 노래로, 촛불로 타올랐다. 슬픔과 분노를 예술로 승화시켰던 광장. 시처럼 반짝였던 촛불들이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기를 빌며 새해를 맞으련다.
  • [world 특파원 블로그] 中과의 관계… 노르웨이는 백기투항, 몽골은 치고 빠지기

    “군자의 복수는 10년 지나도 늦지 않다.”(君子報讐十年不晩) 이 속담처럼 중국의 보복은 집요하다. 최근 노르웨이와 몽골이 무릎을 꿇었다. 노르웨이는 2010년 중국의 반체제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의 노벨 평화상 수상 때문에 중국과 외교·경제 관계가 끊겼다. 몽골은 지난달 18일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허용했다가 호된 보복을 당했다. 보복 이유는 국가 통일성 유지라는 ‘핵심 이익’을 건드렸다는 것이었지만, 보복 방식과 상대국의 대응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류샤오보에게 평화상을 준 노벨위원회는 노르웨이에 본부가 있지만, 노르웨이 정부로부터 독립된 단체이다. 그러나 당시 중국은 노르웨이가 중국 체제를 흔들려고 한다고 판단했다. 연어 등 노르웨이산 수산물이 중국 시장에서 퇴출당했고, 비자 요건이 강화됐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독일, 영국, 덴마크 등이 중국의 ‘해상 실크로드’에 올라타는 모습을 노르웨이는 6년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난 19일 중국과 노르웨이가 관계 정상화를 선언하며 내놓은 공동성명을 보면 노르웨이가 ‘백기 투항’했음을 알 수 있다. 노르웨이는 “6년 전 노벨상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지 않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력하게 지지할 것”이라고 맹세했다. 연어 수출길이 다시 열린 노르웨이 수산업협회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감격했다. 지난달 18일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허용했던 몽골도 중국으로부터 통행료 부과, 금융지원 중단 등의 보복을 받다가 21일 결국 사과했다. 몽골 외교부는 “앞으로 달라이 라마의 입국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몽골의 사과를 ‘치고 빠지기’로 보고 있다. 이전에도 무려 8차례나 달라이 라마 방문을 허용하고 사과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몽골 불교가 티베트 불교의 한 분파이고, 몽골의 불교 신자들이 달라이 라마를 추앙하고 있어 몽골 정부가 내치를 포기하지 않는 한 달라이 라마와의 관계를 끊을 수도 없다. 그런데도 중국이 ‘상습범’인 몽골과 외교·경제적 관계를 단절하지 않는 이유는 지정학적 가치 때문이다. 4700㎞의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몽골과의 관계 단절은 중국에도 큰 타격이 된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도 ‘핵심 이익’ 침해로 규정했다. 실제 사드가 배치되면 지금보다 훨씬 강한 보복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사드는 류샤오보나 달라이 라마처럼 이념·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실체가 확실한 무기 배치의 문제이다. 더욱이 한국이 사과할 일도 아니고, 배치 철회가 아닌 이상 중국이 사과를 받아들일 성질의 것도 아니다. ‘백기 투항’이나 ‘치고 빠지기’보다 훨씬 어려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노벨상 시상식 불참 밥 딜런…가수인 친구 대신 축하공연

    노벨상 시상식 불참 밥 딜런…가수인 친구 대신 축하공연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 2016년 문학상 수상자인 가수 밥 딜런은 참석하지 않고 수락연설문만 보냈다. 평화상 시상식은 노벨의 유언에 따라 이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렸다. 딜런의 지인이자 가수 패티 스미스가 스톡홀름에서 열린 시상식 축하 공연에서 딜런의 노래인 ‘하드 레인스 어 고나 폴’(A Hard Rain’s A-Gonna Fall)을 부르는 모습. 스톡홀름 AP 연합뉴스
  • “콘돔·GMO는 미국의 음모”…사이비과학에 무너져가는 ‘노벨상 대국’ 러시아

    “콘돔·GMO는 미국의 음모”…사이비과학에 무너져가는 ‘노벨상 대국’ 러시아

    최근 러시아에서 전통적 반미감정과 사이비과학이 결합해 “유전자변형식품(GMO)은 러시아인의 불임률을 높여 인구를 줄이려는 미국의 음모다”, “파충류가 미국 등 세계 주요 정부를 접수해 지구를 파멸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는 식의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심지어 정부 정책에까지 반영된다고 외교전문매체 포린 폴리시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7월 러시아 의회는 러시아과학원의 거듭된 반대에도 유전자변형식품(GMO) 생산을 금지하는 법률을 만들었다. 주요 근거에는 GMO가 불임 위험을 높여 러시아인 수를 줄이기 위한 미국의 음모라는 주장도 있었다. 러시아에서 매년 에이즈 환자 증가율이 10~15%에 달해 사회 문제가 되고 있지만, 가장 확실한 에이즈 예방 수단인 콘돔 사용에는 소극적이다. 콘돔이 러시아 인구를 줄이려는 미국의 수단이라는 음모론이 퍼져 있어서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러시아 관변 학자들이 “에이즈의 유일한 예방법은 이성 간 성관계”라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과학 분야에서만 1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과학 대국이다. 그럼에도 민족주의와 반서방주의 등에 기댄 사이비 과학자들이 정통 과학 연구 성과를 대놓고 부정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사이비 과학에 연구자금을 몰아주고 정치적 권력까지 부여하고 있어 이런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소속 과학자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이리나 예르마코바는 TV 방송 등에 출연해 GMO가 미국의 인종학살용 생물무기라는 음모 이론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과학 자문관인 핵물리학자 미하일 코발추크는 세계 정부를 장악한 글로벌 엘리트가 미국의 감독 하에 인간과 유전적으로 다른 하위 인종을 개발해 노예로 쓰려 한다는 보고서를 러시아 상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지난 8월 푸틴의 비서실장에 깜짝 발탁된 안톤 바이노는 2012년 학술논문을 통해 우주를 탐색해 사회 및 경제 동향을 예측할 수 있는 ‘누스코프’를 발명했다고 주장해 비웃음을 샀다. 생화학자 아나톨레 클리오소프는 인류의 기원은 아프리카가 아닌 러시아 북부에서 기원했다며 자신의 학문을 “애국 과학”이라고 밝혔다. 이반 안드리예프스키는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미사일 공격에 추락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사건과 관련, 크렘린 궁을 돕기 위해 국영 TV에 출연해 해당 여객기가 러시아 측이 아닌 우크라이나 공군기에 격추됐다는 증거라며 조작된 인공위성 사진을 제시해 비난을 샀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새영화> 핵전쟁 이후 생존자들의 기록…‘최후의 Z’ 예고편

    <새영화> 핵전쟁 이후 생존자들의 기록…‘최후의 Z’ 예고편

    아동 도서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뉴베리상 수상작가 로버트 C. 오브라이언의 SF 스릴러 소설을 영화화한 ‘최후의 Z’ 예고편이 공개됐다. ‘최후의 Z’의 동명 원작 소설은 로버트 오브라이언의 이색적인 SF 스릴러로 1973년 그가 죽은 후, 그의 작품 노트를 바탕으로 아내와 딸이 완성해 이듬해 출간한 작품이다. 원작 ‘최후의 Z’는 끔찍한 핵전쟁 후 방사능에 피폭된 지구를 그린 작품이다. 40여 년 전 막연한 공포의 대상이었던 핵전쟁과 방사능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지금, 우리에게 의미있는 두려움과 경각심, 깊은 울림을 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화된 ‘최후의 Z’는 핵전쟁 후 폐허가 된 지구에 홀로 사는 생존자 ‘앤 버든’에게 어느 날 또 다른 생존자 흑인 남자 ‘존’과 백인 청년 ‘케일럽’이 나타나면서 겪게 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종말물) 드라마다. 원작이 가진 매력을 그대로 살려 멸망한 지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심리’를 치밀하게 그려냈다. 신선한 설정은 물론 인간의 복잡 미묘한 감정들은 배우 마고 로비와 치웨텔 에지오프, 크리스 파인이 섬세하게 표현했다. 특히 공개된 예고편은 폐허가 된 마을의 모습으로 시작해 방독면을 쓴 주인공의 모습이 이어지며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더한다. 또한 앤, 존, 케일럽까지 세 명의 생존자들이 만나게 되는 장면은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증을 자극하는 한편, 주연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한편, 핵전쟁 이후 생존한 세 사람의 치열한 생존 심리를 그린 ‘최후의 Z’는 오는 12월 28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12세 관람가. 98분. 사진 영상=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손석희 김진태에 일침 “그 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가”

    손석희 김진태에 일침 “그 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가”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결국 바람이 불면 다 꺼지게 돼있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여야가 합의한 ‘최순실 특검법’ 통과에 반대하며 던진 말이다. 최순실(60)씨의 국정농단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 민심’을 폄하한 발언이다. 이에 JTBC ‘뉴스룸’에서 앵커 역할을 맡은 손석희 JTBC 사장이 이런 발언에 일침을 가하는 발언을 남겼다. 손 사장은 지난 17일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최근 친박계 국회의원들과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한 일련의 ‘망언’들을 정리해봤다. 손 사장은 “‘도와달라’ 읍소 모드를 유지하던 어떤 이는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것은 “인민재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당내에서 만들어진 비상시국회의에 대해서는 “해당행위”라고 비판하는 주장도 나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가리킨 말이다. 손 사장은 또 “전임 국무총리는 대통령 하야·탄핵의 목소리에 대해 ‘마녀사냥’ 이라고 칭하기도 했습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의 주인공은 정홍원 전 국무총리다. ‘관제 데모’ 의혹을 받고 있는 어버이연합의 추선희 사무총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0만명 못 믿겠다. 침묵하는 4900만명이 있다”, “그 100만명도 모두 자발적 참여자가 아니다”라면서 촛불 민심을 폄훼한 일도 거론됐다. 마지막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박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가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언급한 점도 짚고 넘어갔다. 손 사장은 “그래서였는지 이번 주말 대통령 지지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예고되고 있고 “물러날 만큼 큰 잘못이 아니다…” 라는 것이 대통령과 그 주변의 판단인 듯 합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손 사장은 다음과 같은 말들을 남겼다. “지난 며칠 사이, 그야말로 폭포처럼 쏟아져 나온 정면 돌파의 말과 말들. 그 모든 것들이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혹은 바뀔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우리는 또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가….” “오늘 노벨상 수상식 불참 소식이 전해진 밥 딜런은 이렇게 노래한 바 있습니다.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 것인가를 웨더맨이 없어도 우리는 알 수 있다(You don‘t need a weatherman to know which way the wind blows).’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선약이 있어서…” 노벨상 밥 딜런 시상식 끝내 불참

    “선약이 있어서…” 노벨상 밥 딜런 시상식 끝내 불참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미국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75)이 다음달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 CNN 등에 따르면 노벨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은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밥 딜런으로부터 12월에 상을 받기 위해 스톡홀름으로 올 수 없다는 사적인 편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딜런은 편지에서 “개인적으로 상을 받았으면 좋겠지만 다른 약속이 있어 불가능하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한림원은 그러나 딜런이 “노벨상을 받은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영광스럽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상을 타기 위해 스톡홀름에 오지 않겠다는 딜런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상자가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드물긴 하지만 예외가 없지도 않다”고 전했다. 문학상 수상자의 시상식 불참은 평화상 등 다른 분야보다 많은 편이다. 영국 극작가 해럴드 핀터(2005)와 영국 소설가 도리스 레싱(2007)이 각각 병원 입원과 건강 악화를 이유로 시상식에 나오지 못했다. 프랑스 극작가 사뮈엘 베케트(1969)와 오스트리아 소설가 엘프리데 옐리네크(2004)는 대인기피증을 이유로 불참했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1970)은 출국했다가 재입국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 두려워 참석하지 못했다. 스웨덴 대사관에서 특별 기념식을 해달라고 제의했지만 스웨덴은 양국 관계 악화를 우려해 이를 거절했다. 결국 추방당한 이후인 1974년에야 스톡홀름에서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림원은 딜런에게 노벨상 수상자들이 시상식 후 6개월 이내에 관례적으로 해 온 강연은 의무라며 꼭 지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사무총장은 딜런이 불참 이유로 댄 다른 약속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수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딜런은 줄곧 한림원의 전화를 받지 않고 따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는 등 침묵을 지키다가 보름 뒤인 지난달 28일에야 수상 수락 의사를 밝혔다. 한림원 관계자는 그의 이런 행동을 두고 “무례하고 건방지다”고 비판한 바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또 체면 구긴 노벨문학상?..밥 딜런 “선약 있어 시상식 못가”..누가누가 불참했나

    또 체면 구긴 노벨문학상?..밥 딜런 “선약 있어 시상식 못가”..누가누가 불참했나

    올해 노벨문학상을 두고 ‘파격’을 선택했던 한림원이 또다시 체면을 구기게 됐다. 수상자인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이 다음 달 10일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선약이 있다”며 불참한다는 연락을 해 왔기 때문이다. 한림원은 “전날 밥 딜런이 개인적인 편지를 통해 직접 상을 받고 싶었지만 다른 선약 때문에 불운하게도 올 수 없게 됐다는 전갈을 보냈다”고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밝혔다. 한림원은 밥 딜런이 “노벨상 수상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영광스럽다고 강조했다. 밥 딜런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뒷말이 나올 것을 미리 경계했다. 지난달 13일 한림원은 밥 딜런의 노랫말들을 고대 그리스 서정 시인 호메로스와 사포에 비유하며 그의 문학적 성취를 높이 평가했다. 이를 두고 “문학의 경계를 확장한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문단 일부에서는 “작가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수상자인 밥 딜런이 수상 직후는 물론 이후에도 보름간 한림원의 연락을 받지도 수상에 대한 입장도 내지 않아 한림원을 겸연쩍게 했다. 당시 한림원의 한 관계자는 “무례하고 건방지다”며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노벨상 수상자가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은 건 매우 드문 일이지만 몇몇 사례는 있다. 201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였던 앨리스 먼로는 “나이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다”며 시상식에 불참했다. 200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였던 영국 소설가 도리스 레싱은 너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2005년 수상자인 영국 극작가 해롤드 핀터는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이유로 시상식에 나타나지 않았다. 수상 당시 도리스 레싱은 여든 여덟살로 역대 최고령 수상자였다. 2004년 수상자인 오스트리아 소설가 엘프리데 옐리네트는 대인기피증을 이유로 참석을 거절한 대신 영상 메시지를 보내왔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초심으로 본, 조비…팔순에도 시, 코언

    초심으로 본, 조비…팔순에도 시, 코언

    본 조비, 샘보라 탈퇴 후 첫 앨범레너드 코언, 캐나다 음유시인 14집 팝 메탈의 전성기를 장식했던 록밴드 본 조비가 30년을 함께한 기타리스트 리치 샘보라의 탈퇴 이후 첫 앨범인 14집 ‘디스 하우스 이즈 낫 포 세일’을 발매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정규 스튜디오 앨범은 2013년 13집 이후 3년 만이다. 1983년 데뷔한 본 조비는 ‘유 기브 러브 어 배드 네임’, ‘리빙 온 어 프레이어’, ‘배드 메디슨’, ‘아이 윌 비 데어 포 유’, ‘킵 더 페이스’, ‘올웨이스’, ‘잇츠 마이 라이프’ 등 2000년대까지 꾸준히 히트곡을 내며 전 세계적으로 1억 3000만장이 넘는 앨범 판매고를 기록한 슈퍼 밴드다. 이들은 스키드로, 신데렐라 등의 데뷔를 이끌며 미국 록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원년 멤버는 존 본 조비(보컬)와 티코 토레스(드럼), 데이비드 브라이언(키보드)이 남은 상태. 새 기타리스트로 필 엑스가 가입했으며, 베이스는 휴 맥도널드가 맡고 있다. 지난해 20년 만에 내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새 앨범에서는 리치 샘보라가 밴드를 떠나는 과정에서 위기와 갈등을 겪은 지난 3년과 그 이전 30년에 대한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냈다. 데뷔 앨범을 녹음했던 미국 뉴욕의 아바타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며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스탠더드 버전은 12곡, 디럭스 버전은 17곡이 수록됐다.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밥 딜런에 버금가는 문학적인 노랫말로 라이벌로 꼽히는 캐나다의 음유시인 레너드 코언도 82세의 나이에 새 앨범을 내놔 눈길을 끈다. 그는 음악가로 데뷔하기 전 이미 이름 있는 시인이자 소설가였다. 1956년 첫 시집을 냈던 그는 30대 중반인 1967년에야 데뷔 앨범 ‘송스 오브 레너드 코언’을 발표하며 가수로도 활동하기 시작했다. ‘수잔’, ‘버드 온 어 와이어’, ‘아임 유어 맨’, ‘할렐루야’, ‘낸시’ 등이 주옥같은 그의 노래. 레너드 코언 또한 밥 딜런처럼 고국인 캐나다에서 노벨상 수상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아들인 애덤 코언이 프로듀싱한 정규 14집 ‘유 원트 잇 다커’에는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로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시를 낭송하는 듯한 노래 9곡이 수록됐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In&Out] 지지부진 한의학 정책, 정부 육성 의지 있나/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

    [In&Out] 지지부진 한의학 정책, 정부 육성 의지 있나/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

    중국 중의과학원 소속 투유유는 지난해 개똥쑥으로 말라리아 치료제인 ‘아르테미시닌’을 개발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으며 “이는 중의학이 세계에 주는 선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르테미시닌은 4세기 동진시대의 동양의학 저서인 주후비급방에 기록된 “학질(말라리아의 한의학명)을 치료할 때에는 청호(개똥쑥)를 찬물에 우려내어 사용한다”는 문구에 착안해 개발한 약이다. 중국은 이미 1050년대부터 중의학 육성 정책을 폈으며,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법령을 제정해 중의학 지적재산권을 강화했다. 중의학이 미래 바이오시장의 엄청난 고부가가치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음을 일찌감치 꿰뚫어 본 것이다. 지금도 중국은 중의약 산업으로만 연간 4조원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중국뿐 아니다. 미국, 일본 등 의료 선진국들은 동양의학을 통한 새로운 의료기술 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의 존스홉킨스, 클리블랜드, 메이요클리닉,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센터 등 내로라하는 의료기관들은 벌써부터 한·양방 협진으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일본은 의사의 80%가 환자를 치료할 때 한약을 함께 사용한다. 반면 한국은 아직 서울대병원, 국립암센터 등 내로라하는 국립 병원에조차 한의과가 없고, 한·양방 협진도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한의약 산업을 통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한 푼도 없는 실정이다. 한의사의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정부의 실질적 지원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동양의학 전문가인 한의사를 보유한 한국의 정책적 인프라는 어째서 해외 수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할까. 원인은 결국 중앙정부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한의학 육성 발전 의지 부족에 있다. 2011~2015년 한의약 관련 정책 추진 계획을 담은 제2차 한의약육성발전계획의 실제 이행률을 보면 한의학 육성에 대한 정부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제2차 한의약 육성발전계획에는 글로벌 한약제제 개발, 한의 난임치료 지원 등 한의약 의료 서비스 선진화, 한의약 산업 글로벌화를 위한 방안이 담겨 있지만 올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계획의 이행률은 절반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허울뿐인 계획이다. 국무조정실이 지난해 상반기까지 풀어내겠다고 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해결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그사이 양방 의료계와 한의계의 소모적인 갈등으로 사회적 비용만 낭비되고 있다. 법원과 공정위원회도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문제와 관련해 한의사 측 주장에 손을 들어 줬지만, 주무 부처인 복지부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한의 난임치료 역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상당한 호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시범사업조차 벌이지 않고 있다. 부산, 전북 등에서 한의 난임치료를 통해 체외수정 대비 절반의 비용으로 25% 안팎의 비슷한 임신 성공률을 기록했지만 정부는 이제 막 한의 난임치료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을 뿐이다. 국립 병원에서 한·양방 협진이 이뤄지지 못한 점도 해마다 지적을 받지만 정부에 과연 해결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우리나라에는 동양의학 인적 자원이 풍부한데도 한·양방 협진 분야에선 오히려 다른 나라보다 뒤처지고 있다. 정부가 팔짱을 낀 사이 환자들은 더 좋은 치료법이 있는지조차 모른 채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 이미 세계 동양의학의 맹주로 발돋움한 중국만 봐도 한국이 주춤하는 사이 고속 성장해 수년 후면 현재도 연간 300조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세계 동양의학 시장을 홀로 석권할 것이다. 한국이 이 시장의 10%만 차지해도 연간 30조원이라는 엄청난 경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제야말로 말이 아닌 행동이 필요하다. 국민 보건 증진과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한의학에 대한 복지부의 진짜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홍대 밤거리, 말(馬)없는 청춘을 위로하다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홍대 밤거리, 말(馬)없는 청춘을 위로하다

    “항상 대학, 일류, 냉정한 얼굴뿐이었지, 이처럼 소년답고 인간적인 기쁨은 없었다. 덴버까지 와서, 덴버까지 와서 나는 그저 죽은 듯이 있었네.” 201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 가수 밥 딜런, 소싯적 한 말씀 하셨다. ‘잭 케루악의 작품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듯이, 내 삶도 바꾸어 놓았다’라고. 밥 딜런의 운명을 노벨상으로 바꾸어 주었다는, 미국 소설가 잭 케루악(1922~1969)의 글이다. 1960, 70년대의 '젊음'을 그가 만들었다고 믿는 사람들은 지금도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손잡이를 떠받든 채 온 세계를 주행하고 있다. 손으로 직접 붙여 만든 36m짜리 타자용지에 일필휘지, 휘갈긴 소설인 '길 위에서'(On the Road. 1957)는 출간되자마자 세상은 '청춘'이 위대해야 함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누구나 겪게 되는 방황의 경전(經典)이자 절망의 안내서가 세상에 나온 것이다. 지금 '헬조선'이라는 자조적인 표현을 들어도 웃지 않는, 한국에서 고통스럽고 절망적인 젊음의 시간을 받아들이는 우리네 청춘같이, 메말라가던 젊은 작가 ‘샐 파라다이스’는 우연히 열정의 청년 ‘딘 모리아티’를 만난다. 딘은 샐에게 있어 젊음 그 자체였고, 제임스 딘이었며, 탈출구였으며, 광화문 광장이었다. 샐은 광활한 미 대륙을 히치하이크로 횡단하며 길 위의 삶(On the Road) 속에서 절망이 아닌 기쁨을 발견한다. 비록 그것이 희망이 아닐지라도 삶 자체는 기쁜 것이라는 사실! 책 출간 이후 밥 딜런 뿐만 아니라 비틀즈, 짐 모리슨에서 핑크 플로이드, 커트 코베인, 들국화, 김승옥의 ‘무진기행’, 무라카미 하루키 등 또 다른 세계의 방랑하는 젊음이 그를 뒤따랐다. 누구나 잭 케루악이 되었고, 될 수 있었고, 되고 싶었다. 태초부터 아마도 젊음은 매 시기마다 있어 왔기에 그 자체가 종교라고 불러도 좋다. 사이비 무당이 만든 밀교(密敎)가 아닌 인류가 태동할 때부터 있었던 방황과 변혁의 근원이었다. 그러하기에 버나드 쇼는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에 너무 아까운 것이라고 말했던가? 서울 한복판, 네델란드산 말을 타고 대학을 다닐 형편이 되지 않는 청춘은 어디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을까? 청춘의 혼이 비정상이어서 우주의 기운이 내려오지 않기에 늘 인턴으로, 비정규직으로, 계약직으로 버텨야 하는가? 그래서 어른들이여, 홍대 거리의 클럽을, 버스킹(야간거리공연)을, 포차의 술기운을 욕하지 마라. 2016년의 청춘은 지금, 그대들만큼 괴롭다. 죽은 듯이 눌려있는 우리네 청춘들의 놀이터, 홍대의 밤거리다. ● 7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붐세대가 만든 X세대의 거리 홍대 거리는 홍익대학교 주변의 거리를 일컫는 말로, 원래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서교동을 중심으로 하여 동교동, 합정동까지 아우르는 지명의 통칭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홍대 상권이 급격히 확장함에 따라 상수역 주변부터 당인리 화력발전소까지의 길과 경의선 숲길이 들어서 있는 연남동, 흔히들 망리단길이라고 부르는 망원동까지도 포함하는 지명이 되었다. 명동과 가로수길에 버금가는 서울의 핫 플레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홍대 거리의 핵심은 바로 홍익대 정문에서 삼거리포차를 돌아 KT&G건물(별칭 상상마당)까지 이르는 클럽거리다. 이 주변은 늘상 밤이 낮보다 밝은 대표적인 서울의 골목이다. 해가 지면, 청춘의 불빛들이 피카소 거리부터 상수동 언덕 거리 곳곳을 밝히는 곳이다. 태초에 젊음이 있어라고 한 시작은 이러하다. 이 거리의 중심인 홍익대가1946년에 개교, 한국전쟁 이후인 1955년 4월에 현재의 마포구 상수동에 학교의 터를 옮긴다. 이후 상수동과 서교동, 동교동에는 홍익대를 다니는 학생들이 거주하기 시작하였고 또한 상대적으로 집세가 저렴하다보니 신촌 등지에 터를 잡지 못하는 학생들도 대거 유입이 되어 늘상 하숙집마다 밤새 통기타 소리와 물감 냄새가 가시지지 않았다. 더구나 자랑스러운(?) 홍익대 미술대학을 다녔던, 어깨 힘 잔뜩 들어간 미대생들이 통금 따위가 막지 못할 예술적 열정을 위해 밤새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되면서 이 지역은 자연스레 뉴욕의 소호거리처럼 예술적 감성으로 분위기가 조금씩 어우러지게 되었다. 그러다 1984년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이 개통된다. 한 마디로 젊음의 터널이 도버해협 뚫리듯 뻥하니 비상구 문이 열린 것이다. 이 때부터 홍대 거리의 원형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이 당시 산울림 소극장이 개관하였고, 한강미술관, 녹색갤러리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주점 중심의 신촌과는 다른, 격이 높은 문화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 시기까지도 여전히 미술, 문학 중심의 문화 공간으로서의 조용하고 운치있는 거리특색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다 1970년대 초반 출생들, 흔히 베이비붐세대라고도 불리는 '응답하라 1994' 주인공들이 젊음을 맞이하던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홍대 거리는 비약적인 거대 상권으로 도약을 한다. 양화대교를 건너온 압구정의 ‘오렌지족’들이 홍대 입구쪽으로 아버지 차를 몰고 모여 들었다. 이 때가 1990년대 초,중반으로 클럽의 전신으로 볼 수 있는 락카페가 속속 생겨나면서 홍대 거리는 급속하게 젊은 트렌드에 맞는 거리로 재편된다. 물론 이전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부터 이 곳에는 다양한 장르의 젊은 음악가들이 모이는 클럽이나 카페가 등장했었고 각자의 음악적 세계를 알리는 공간이 열리면서 홍대 거리는미술적 특성 이외에 ‘폐인 클럽’, 인디 밴드의 조상님(?)으로 볼 수 있는 ‘황신혜밴드’의 발전소, 본격 클럽문화의 원형인 ‘황금투구’ 등과 같은 음악적 활동 공간이 이미 존재하였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음악, 문학, 미술이 어우러지는 공연 공간인 라이브카페나 작은 인디음악 클럽들이 생겨남으로써 현재의 홍대 거리 모습의 밑그림이 완성된다. 또한 이 때에 신촌 연세대 앞 독수리다방 주변과과 이화여대 인근이나 장미여관 주변 락카페에서 은거하던 인디밴드나 하우스 뮤직을 만들던 전문 DJ, 군소 락카페들도 홍대 주변으로 이주하여 활발한 클럽 문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명월관>, <TI>, <500>, <HARLEM> 등과 같은 클럽들이 홍대 거리에서 명멸하였고, 이후 <VERA>, <M2>, <Cocoon>, <HMB>, <NB>, <스카>, <매드홀릭>, 등과 같은 수준높은 장르별 음악을 선보였던 젊은 클럽들 몇몇은 지금도 여전히 홍대 거리에서는 건재하고 있어 이들이 여전히 홍대의 밤거리 주인공으로 나서고 있다. ● 3평 옷가게의 월세가 100만원을 넘는 상권으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하지만 홍대 거리의 비약적인 발전은 누구에게나 마냥 신나는 것만은 아니었다. 미생(未生)의 등장이다. 2010년 12월 인천국제공항철도가 홍대입구에 연결되고, 2012년 경의선역이 개통되어 홍대거리는 이제 ‘거리’가 아닌 ‘상권’으로 형성이 되었다. 기존에 홍대 거리를 만든 주인공들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 짐을 싸야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주인집과 세입자가 너나들이하며 김치 얻어먹고 맥주잔 기울였다고 말을 하면 누구도 믿지 않는다. 2016년 지금, 그 때에 김치 손으로 벅벅 찢어 먹던 주인아저씨와는 통화도 직접 안 된단다. 크루즈타러 그리스 가셨기에, 시차가 달라서 부동산을 통해서 계약하라니 말 그대로 조물주 위 건물주가 기도빨도 안 먹힐 만큼 높은 곳으로 승천하셨다. 상황은 이렇다. 골목 중심인 ‘수(秀) 노래방’ 주변의 33㎡도 채 안 되는 보세 옷가게의 권리금이 2016년 11월 현재 1억이 넘어가고 있으며, 월세 역시 150만원 수준이다. 너무 놀랄 필요는 없다. 부동산 유리벽에 붙은 광고지 중에 제일 싼 점포니까. 또한 이 주변 가득차 있는 10평 남짓의 원룸 월세 역시 보증금 2000만원에 월 100만원 수준을 웃돌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원주민이 임대료를 감당 못해 다른 곳으로 쫓겨 가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급속도로 진행 중인 지역이 바로 홍대거리다. 그러다보니 1990년대 이 지역에 거주하면서 홍대 거리의 불을 밝혔던 30, 40대의 맘씨 좋던 사장님과 이모님들은 이 거리에 그들의 열정을 건물주 아저씨 크루즈 여행에 돈을 보태 주시는 놀라운 선행(?)으로 바꾸시고 사라졌다. 볼 꼬집어가면서 100원씩 쥐어주던 꼬맹이 주인집 아들은 이제는 어엿한 대기업 브랜드 커피 전문점 사장님이 되어 도장 10개, 커피 1잔 공짜 쿠폰을 열심히 찍어주고 있다. 한편 요새들어 건물주들에게 희소식이 또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거대한 유입으로 인하여 홍대 거리는 명동에 버금가는 관광 산업 중심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비록 거리 풍광은 '역변(逆變)'하고 있어도 땅값은 계속 오르고 또 올라, 건물주가 초등학생 희망 직업으로 등장하였다. 이제 조만간 누군가는 다른 곳으로 쫓겨 가리라. 한국에서 청춘은 늘상 이렇듯 쫓겨 다닌다. 월세로부터, 정규직으로부터, 꿈으로부터. 홍대 거리도 예외일 수는 없다. 홍대 밤거리에서 만난 수많은 청춘의 풍경 속으로 여전히 클럽의 음악은 흥겹고, 어디선가 나타난 또 다른 청춘들은 그들 앞의 오래된 청춘들을 밀어내면서 이 거리를 말없이 지나가고 있다. <홍대 거리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당신이 만약 20살이라면, 아니면 20살의 자녀가 있다면, 혹은 20살 무렵 홍대 근처 락카페나 클럽을 다녔던 추억이 있다면, 아니면 아직 마음만은 20살 언저리인 늙은 청춘이라면. 2. 누구와 함께? -고등학교 동창들 4명과 함께. 3. 가는 방법은? -2호선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주의할 점은 금요일, 토요일 오후 6시 이후 클럽데이로 인하여 인파가 몰릴 수 있으니 참고할 것! 4. 감탄하는 점은? -끝없이 등장하는 젊은 인파들의 행렬.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20대 초반 청춘들의 놀이터. 명동에서 건너온 중국인 관광객들이 타고 온 관광버스 운전기사들의 주차 실력.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90년대의 홍대 거리는 분명 아니다. 예전의 아련한 그리움을 들고 찾아간다면 담아오는 풍경은 중국 관광객들의 흥청거림이다. 너무 거대한 상권으로 변했지만, 그럼에도 청춘들에게는 신기한 아지트가 많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홍대앞 놀이터라고 불리는 홍익 어린이 공원이다. 이 곳에서 토요일에 프리마켓(www.freemarket.or.kr)이 열린다. 이외에 KT&G 상상마당, 기타 입맛에 맞는 다양한 클럽들. 7. 먹거리 추천? -한 가지 분명히 알아둘 필요는 있다. 홍대거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화된 일본식 먹거리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극동방송국 주변과 홍대 거리 주변 곳곳에 작은 상점으로 모여있는 수많은 일식 전문점에서 규동, 라멘, 오코노미야키, 타코야키, 일본식 정식 등이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에 어디를 가도 기본 이상은 한다. 더 자세한 정보는 아래 홈페이지로. 8. 홈페이지 주소는? -홍대 거리에 관한 모든 정보는 (street-h.com)으로. 홍대 거리에 있는 맛집, 멋집, 옷집에 대한 정보가 다 모인 잡지. 발행인이 존경스럽다.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마포구 경의선 숲길을 적극 권유함. 푸른 하늘을 만날 수 있는 곳. 10. 총평 및 당부사항 -응답하라 1994를 추억하는 홍대 거리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강남의 <옥타곤>이나 <아레나> 같은 규모의 공간도 없다. 그럼에도 어린 젊음을 엿보고 싶다면 홍대 거리에는 아직 청춘의 열정은 남아 있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더 쉽게, 더 재미있게… ‘춤’으로 풀어낸 과학논문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더 쉽게, 더 재미있게… ‘춤’으로 풀어낸 과학논문

    공부 잘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는 책이나 입시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한 20세기 위대한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무언가를 이웃집 아이나 할머니에게 설명할 수 없다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듯이 자신이 배운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않다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박사학위 춤으로’ 대회 12개팀 참가 그렇다면 어려운 수학식이나 거북이 등껍질 같은 화학식으로 가득찬 과학논문들은 어떨까요. 쉬운 용어나 표현으로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신체를 이용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창작행위인 춤을 이용한다면 일반인들이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는 않을까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시작된 것이 바로 ‘당신의 박사학위를 춤으로’(Dance Your Ph.D.)라는 대회입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를 발행하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과학자들은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고 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2008년부터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를 춤으로 표현하는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참가 요건은 ▲박사학위를 소지했거나 박사학위 과정에 재학 중일 것 ▲사회과학을 포함한 과학과 관련된 학위과정일 것 ▲연구자가 꼭 직접 춤을 출 것입니다. 종합 우승자에게는 1000달러의 상금과 내년 초 AAAS 연례회의가 열리는 미국 보스턴 여행권이, 각 분야 우승자에게는 500달러가 주어집니다. 또 우승자들의 작품은 전문 안무가들과 협의를 거쳐 다듬어진 뒤 AAAS 연례회의에서 공연될 예정이라고도 합니다. ●인공심장 판막 원리, 살사댄스로 설명 매년 10~30개 정도의 연구자들이 지원하고 있는데 올해도 전 세계 12개 팀이 참가해 전공 분야의 최신 연구내용을 다양한 춤으로 표현해 경쟁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생물학, 화학, 사회과학 3개 분야와 인기상 수상자가 선정됐습니다. 원래 이 대회는 물리, 화학, 생물, 사회과학 4개 분야에서 수상자를 뽑는데 이번에는 아쉽게 물리학 분야는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올해의 최우수상 수상작품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의생명공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제이컵 브루버트와 동료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이들은 소와 돼지, 독특한 외과의사 복장을 하고 훌라후프와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을 이용해 살사댄스와 탭댄스를 추면서 복잡한 인공심장 판막 구조와 원리를 효과적으로 설명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생물학 분야 우승은 항생제 내성을 갖는 박테리아가 어떻게 형성되고 확산되는지를 현대무용으로 표현한 영국 글래스고대 칼라 브라운 박사에게 돌아갔습니다.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대에 재학 중인 마거릿 다닐로비치에게 우승의 영광이 돌아갔습니다. 다닐로비치는 나이를 먹을수록 근육이 퇴화되는 원리와 전 세계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는 고령화 인구 증가에 따른 적응 문제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해결할지 펑키댄스로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과학은 점잖은 학문의 세계라고만 생각하는 이들에겐 이런 행사나 매년 9월 중순에 열리는 이그노벨상 시상식이 장난 같고 과학의 권위를 떨어뜨린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어렵고 근엄하기만 한 과학을 재미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웃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과학이 학문의 영역을 떠나 문화나 사회의 한 영역으로도 확고히 자리잡았다는 의미 아닐까요. 우리 사회 역시 항상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강조하기는 하지만 최근 일어나고 있는 사건사고들을 보다 보면 여전히 과학은 먼 나라 얘기이고 머릿속 사변으로만 남아 있는 것 아닌가 싶어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edmondy@seoul.co.kr
  • “과학자, 흥미 느낀 분야 찾고 한 우물 파야”

    “과학자, 흥미 느낀 분야 찾고 한 우물 파야”

    세포 리보솜 입체 구조 등 규명… 2009년도 노벨 화학상 수상 “연구자들, 대중과 소통 필요” “물리학 박사 학위까지 받았지만 생물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학부과정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막 입학한 대학생들과 기초 생물학 수업을 들으면서 ‘박사 학위도 있는 내가…’라는 생각도 여러 번 했죠.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 재미있어 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기운을 냈고 결국 노벨상까지 받게 됐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초청으로 처음 방한한 벤카트라만 라마크리슈난(64) 영국 왕립학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과학자는 자신이 흥미를 갖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찾고 무엇을 연구할지 명확히 정해 한길을 파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든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연구자가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쉽게 포기하고 유행만 좇게 된다는 것이다. 영국국립의학연구소 분자생물학연구소 교수이기도 한 라마크리슈난 회장은 세포 안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소기관인 리보솜의 입체 구조와 기능을 원자 수준에서 규명하면서 2009년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이때 토머스 스타이츠 미국 예일대 교수, 아다 요나트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박사가 함께 수상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왕립학회장을 맡았다. 1660년에 설립된 학회는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유명 과학자들이 회원이었고,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호킹, 팀 버너스 리 같은 세계적 과학자들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역대 회원들 중 노벨상 수상자만도 80명에 이르는 영국의 과학 중심기관이다. 라마크리슈난 회장은 왕립학회가 과학기술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대중강연과 과학교양서 발간을 지원하는 점을 소개하면서, 일반인들이 첨단 과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현장 과학자들이 더 많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자의 연구비는 국민의 세금이니 그것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리는 것이 연구자들의 당연한 의무”라며 “과학이 한 사회의 문화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연구자들이 좀더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학계에서도 대중강연을 하거나 언론 기고, 교양서적을 쓰는 과학자들에 대해 ‘연구를 열심히 안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과학이 대중과 좀더 친근하게 다가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라져야 하는 편견”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현재 우리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정책결정들이 과학기술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 대중도 과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침묵 깬 밥 딜런 “노벨상, 말문 막히는 영광”

    침묵 깬 밥 딜런 “노벨상, 말문 막히는 영광”

    “가능하다면 당연히 시상식 참석… 좋은 가사 위해 실패·희생 따라” 미국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75)이 보름 가량의 침묵을 깨고 노벨문학상 수상을 수락했다. AP통신 등은 29일(현지시간) 노벨문학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을 인용해 딜런이 지난 22일 저녁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15분가량 통화했으며, 다니우스 총장이 노벨문학상 수락 여부를 묻자 딜런은 “물론이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한림원 측은 또 딜런이 “수상 소식에 말문이 막혔다”며 “정말 영광스럽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림원은 그러나,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딜런이 참석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최대한 딜런의 스케줄에 맞추려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상식 참석이 강제 사항은 아니며, 딜런이 원한다면 연설이나 공연, 영상, 노래 등으로 시상식을 꾸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딜런은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가능하다면 당연히 참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간 한림원과 연락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글쎄, 난 여기 있다”며 에둘러 답했다. 또 한림원이 자신의 노랫말을 호머 등 고대 그리스 시인과 견준 것에 대해서는 일부 노래가 “호머시풍의 가치를 담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가사 해석에 있어 적임자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그것들(가사의 의미)이 무엇인지 결정하도록 내버려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딜런은 또 “가사를 쓰는 일은 왜,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쓰는지를 염두에 둬야 하는 강력한 작업”이라면서 좋은 가사를 쓰기 위해 수많은 실패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것을 희생하는 일도 따른다”며 “원하든 원하지 않든, 홀로 이것을 겪어야 하고, 자기 자신만의 별을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대중 가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그는 그간 한림원과 연락을 취하지도,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도 않았다. 이러한 딜런의 행동을 두고 “거만하고 무례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밥 딜런, 노벨문학상 수락…전화 안받은 이유는 “글쎄, 난 여기 있다”

    밥 딜런, 노벨문학상 수락…전화 안받은 이유는 “글쎄, 난 여기 있다”

    밥 딜런(75)이 노벨문학상 수상을 수락했다. 그동안 노벨문학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과 연락이 닿지 않았던 밥 딜런은 마침내 전화통화를 통해 수상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AFP통신 등은 28일(현지시간) 스웨덴한림원에 따르면 최근 밥 딜런이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사무총장과 전화통화로 노벨문학상 수락 여부에 대해 “상을 받을 거냐고요? 당연하죠”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딜런은 한림원과의 전화통화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말문이 막혔다”며 “영광스러운 상에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딜런은 지난 13일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고서 줄곧 한림원의 전화를 받지 않고 따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다니우스 사무총장은 딜런과의 연락을 포기했다며 “딜런과 가장 가까운 공동 제작자에게 전화와 이메일로 연락해 친절한 답변을 받았고 현재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웨덴 작가이자 한림원 회원인 페르 베스트베리는 한림원과 언론의 연락을 피하고 침묵으로 일관한 딜런을 행동을 두고 “무례하고 건방지다”고 비판했다. 딜런이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부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딜런의 공식 홈페이지에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표현이 등장했다가 다시 삭제돼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한림원은 딜런이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노벨문학상을 받으러 올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딜런은 이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하는지를 묻자 “물론이다. 가능하다면”이라고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그는 왜 한림원의 전화를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글쎄,난 여기 있다”고 둘러대며 즉답을 피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아하! 우주] 베일 속 ‘암흑 에너지’, 실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하! 우주] 베일 속 ‘암흑 에너지’, 실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우주는 가속팽창을 하지 않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는 곧 가속팽창의 페달 역할을 하는 '암흑 에너지'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새 연구가 주장하는 핵심이다. 2011년 두 연구팀에 속하는 3명의 우주론자들은 '독립적으로 멀리 있는 1a형 초신성들이 가까이 있는 초신성들에 비해 더욱 빨리 후퇴하고 있다'는 관측사실에 근거해 우주의 가속팽창을 증명함으로써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초신성의 질량이 무거운 별이 폭발로 종말을 맞는 현상으로, 특히 1a형 초신성은 일정한 광도를 가지고 있어 우주의 거리를 알려주는 지표로, 표준촛불이라고 한다. 1990년대 말에 발표된 이 놀라운 관측결과는 우주의 가속팽창을 이끄는 어떤 힘이 전 우주공간에 퍼져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것이었다. 만약 그러한 힘이 없다면 138억 년 전 빅뱅에서 출발한 우주가 그처럼 가속팽창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은하와 블랙홀 그리고 우주를 채우고 있는 다른 물질들의 중력으로 인해 팽창속도가 점차 느려져야 한다는 게 정상이다. 우주를 가속 팽창시키고 있는 것으로 믿어지는 이 정체불명의 힘을 과학자들은 '암흑 에너지'라 불렀다. 아직까지도 이 암흑 에너지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고 있는데, 물리학자나 천문학자들에게 이보다 갑갑한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21일(현지시간) 사이언스리포트 온라인판에 발표된 새 연구는 노벨상을 받은 우주 가속팽창 연구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닐스 보어 연구소 소속의 J. T. 닐슨 대표저자와 그의 동료들은 740개의 초신성에 대해 앞의 연구자들이 사용했던 것과는 다른 이론 틀로 분석했다. 닐슨 팀은 노벨상을 받은 앞의 연구자들은 70개 남짓한 1a형 초신성을 대상으로 관측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새 연구가 분석한 결과, "암흑 에너지와 가속팽창을 연결한 앞선 연구자들의 결론은 '미약한 증거'에 기초하고 있다. 앞선 연구자들이 내놓은 가속팽창의 증거는 기껏해야 '3 시그마'에 지나지 않는데, 이는 새 발견의 기본 중요도의 기준인 '5 시그마'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옥스퍼드 대학의 수비르 사르카르 공동저자가 주장했다. 그는 이어서 "물론 우리의 분석이 틀릴 수도 있지만, 가속팽창이 암흑 에너지가 유발하는 것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지난 1930년대에 확립된 지나치게 단순화한 이론 모델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빚어진 오류일 가능성이 많다."고 덧붙이면서 앞으로 후속 연구에 의해 보다 확실한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한 첫 반론은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 천체물리학자인 폴 서터에게서 나왔다. 그는 1a형 초신성의 움직임이 암흑 에너지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증거는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우주 전역에서 관측되는 우주배경복사의 진동이나, 물질밀도의 변화를 보여주는 바리온 음향 진동 등은 암흑 에너지가 없었다면 오래 전에 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암흑 에너지가 존재한다는 증거는 이밖에도 많다"면서 새 연구의 저자들이 이러한 요소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터 교수는 이 논문이 암흑 에너지를 연구하는 데 있어 초신성 데이터를 사용하는 방법을 개선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노벨상 선정 ‘침묵’ 딜런에 한림원 관계자 “무례·건방”

    노벨상 선정 ‘침묵’ 딜런에 한림원 관계자 “무례·건방”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후에도 열흘가량 침묵을 지키는 데 대해 노벨문학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 회원이 “무례하고 건방진 일”이라고 비판했다. 스웨덴 작가이자 한림원 회원인 페르 베스트베리는 22일(현지시간) 스웨덴 일간 다건스 나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누군가는 밥 딜런의 침묵을 두고 무례하고 건방지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AP 등이 보도했다. 베스트베리는 “우리는 딜런과 연락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기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사무총장은 베스트베리의 발언은 한림원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면서 “시상식 참석 여부는 수상자의 마음에 달렸다”고 밝혔다. 다니우스 총장은 현재 딜런과의 연락을 포기했다며 “딜런과 가장 가까운 공동 제작자에게 전화와 이메일로 연락해 친절한 답변을 받았고 현재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전했다. 딜런은 지난 13일 싱어송라이터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어떠한 반응도 보이고 있지 않다. 노벨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1901년 처음 노벨문학상이 시상된 이래 상을 거부한 사람은 단 2명으로 1958년 수상자로 선정된 러시아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와 1964년 프랑스의 장폴 사르트르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민중 향해 외치는 작품… 김지하 시인 영향 커”

    “민중 향해 외치는 작품… 김지하 시인 영향 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될 때마다 세계인들이 제 작품의 진가를 인정해 주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지고 벅차오릅니다. 해마다 노벨상 발표 때면 취재진이 집 앞에 진을 치고 기다려요. 기자들을 집에 들여 커피를 대접하며 오히려 내가 그들을 위로해 주죠(웃음).” 올해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였던 케냐 출신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76)의 농담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노벨 문학상의 계절이면 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그가 박경리문학상 수상(22일) 및 연세대 강연(25일)차 한국을 찾았다. 20일 기자들과 만난 그는 “밥 딜런의 수상은 문학의 개념과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단순히 그를 대중가수로 본 게 아니라 그의 행보 뒤에 많은 의미를 찾았기 때문에 상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올해 박경리문학상을 받게 된 그는 “노벨 문학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상은 개인적인 의미가 남다르다”고 했다. 고(故) 박경리 선생이 그의 문학에도 영향을 미친 김지하 시인의 장모이기 때문이다. 응구기는 ‘십자가 위의 악마’(1980)를 쓸 때 김지하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영어로 번역된 김지하 시집을 접한 건 1976년이었다. ‘오적’ 등의 시에 매료된 그는 케냐 나이로비대학 학생들에게 김지하의 문학 세계를 소개했다. 케냐 학생들 사이에서는 김지하의 ‘비어’(蜚語)가 큰 호응을 얻었다. 응구기는 케냐 지배층을 풍자한 희곡을 쓰고 상연했다는 이유로 이듬해 투옥됐다. ‘십자가 위의 악마’는 당시 교도소 휴지에 몰래 써내려간 작품이다. “김지하도 감옥에 갇힌 채로 작품을 썼죠. 투옥 경험이나 민중을 향한 외침 등 작품의 주제 면에서 나와 김지하 시인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특히 그는 구전문학을 끌어와 현실 정치를 반영한 시를 많이 썼는데 전통의 민담을 재료로 쓴 작품으로 현대 독자들에게 울림을 주는 것이 내게도 많은 시사점을 줬죠.” 영국에서 문학을 공부한 응구기는 ‘십자가 위의 악마’부터 영어 대신 케냐 토착어인 기쿠유어로 작품을 썼다. 영미권에서 인정받았지만 정작 케냐 민중들이 자신의 작품을 읽을 수 없다는 자각 때문이었다. 스스로를 “세계 각지의 소외받는 언어들을 위해 투쟁하는 언어 전사”라고 소개한 그는 기쿠유어로 작품 활동을 이어 가는 이유에 대해 “김지하 시인이 소수 언어인 한국어로 시를 썼지만 내가 지대한 영향을 받았던 것처럼 언어 접촉은 문명 간의 산소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길섶에서] 장맛/구본영 논설고문

    며칠 전 점심 때 예전에 자주 가던 작은 가정식 백반집에 오랜만에 들렀다. 이른바 ‘김영란법’의 영향 때문인지 인근의 값비싼 음식집들이 한산한 것과 달리 손님들로 북적였다. 비빔밥의 양념인 된장 맛이 여전했다. 입에 착 달라붙는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주방장이자 사장인 아주머니께 비결을 물었다. 그러자 “오래 숙성시키는 것 말고는…”이라는 평범한 답이 돌아왔다. 하긴 우리 음식은 한약을 달이듯 장시간 정성을 들여야 곰삭은 맛이 나는 게 대부분이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일 듯싶다. 미국 가수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단다. 시적인 그의 노랫말에 매료된 기자에게도 스웨덴 한림원의 결정이 꽤 파격적으로 비쳤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고 여겨졌다. 포크에서 시작했지만, 75세 노년에 접어들기까지 록과 컨트리, 블루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음유시인’의 역량을 숙성시켜 온 그가 아닌가. 반짝 아이디어나 자극적 언행으로 인기를 끌려는 이들로 넘치는 부박한 세태 탓일까. 그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뚝배기보다 장맛’이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된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김진수의 바이오 에세이] 노벨상은 기초과학 육성의 부산물일 뿐이다

    [김진수의 바이오 에세이] 노벨상은 기초과학 육성의 부산물일 뿐이다

    지난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미국의 포크 가수 밥 딜런이 선정된 것을 끝으로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이 모두 발표되었다. 국내 언론이 특히 주목하는 기초과학 분야의 수상자들은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배출되었고 한국 과학자들은 포함되지 못했다. 정부에서 연간 19조원에 이르는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는데 왜 한국 과학자들 중에는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지 분석하고 비판하는 언론 보도도 어김없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최근 수년간 잇따라 이웃 나라 일본에서 수상자가 나오고 있고, 지난해엔 중국인 과학자도 생리학 및 의학 분야에서 상을 받으면서 이러한 비판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과연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와 한국의 과학계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인가? 있다면 그 원인과 대책은 무엇일까? 노벨 과학상은 호기심에서 시작된 기초과학 분야의 창의적 성과에 주어진다. 일례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일본 도쿄공업대학의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는 술을 워낙 좋아해 효모를 연구 대상으로 정하고, 경쟁을 싫어해 남들이 연구하지 않는 세포의 자가포식 작용을 연구한 결과 상을 받게 됐다. 그러나 오스미 교수는 자신의 연구성과가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의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연구한 것이 아니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남들이 연구하지 않는 효모의 ‘제 살 깎아먹기’를 연구했다는 것이다. 올해 화학상, 물리학상을 수상한 과학자들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구체적 응용을 전제로 연구한 것이 아니고 분자기계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화합물을 합성하거나 위상 수학을 물질의 상전이에 적용한 결과 노벨상을 받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성과가 미래에 인류 사회 발전에 큰 공헌을 하게 될 수도 있으나 지식의 확장이라는 학술적 성과에만 그칠 가능성도 크다. 이에 비해 정부의 연구개발비 투자는 대부분 국민보건 증진, 환경 개선, 국방, 경제 발전 등 구체적 목표를 전제로 이루어진다. 실제 연간 19조원에 이르는 우리 정부의 연구개발비 중에서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연구 분야를 선정할 수 있는 상향식 기초과학 분야의 지원 금액은 6%를 넘지 않는다. 노벨상을 타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초과학 분야의 투자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는 어떤 상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납세자들의 복지와 사회적 기여를 목표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과학자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노벨상을 받기 위해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발견과 지식 확장을 위해 연구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운 좋게 노벨상을 타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기초과학에 투자해야 하는가.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고 기초과학을 통해 인류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노벨 과학상이 수여된 미생물의 제한효소 발견은 생명공학 산업의 탄생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톰슨 로이터에 의해 지난해와 올해 연속 노벨 화학상이 유력한 분야로 꼽혔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도 마찬가지다. 구체적 응용을 목표로 하지 않고 호기심에서 세균이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갖게 되는 이유를 밝히려고 시작한 연구가 21세기 의학 및 생명공학의 새로운 혁신을 가능하게 하고 막대한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다른 제한효소, 또 다른 유전자가위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하향식 기획과제와 응용 및 개발에 대한 투자를 일부 축소하고 대신 연구자들이 연구 주제와 대상을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는 상향식 기초과학 과제에 대한 투자 비중을 대폭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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