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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상 준비해 놓고, 새로운 실수를 하라

    항상 준비해 놓고, 새로운 실수를 하라

    어느 노과학자의 마지막 강의/프리먼 다이슨외 지음/드와이트 노이엔슈반더 엮음/하연희 옮김/생각의 길/584쪽/2만 2000원‘슈뢰딩거-타이슨’ 방정식이라는 게 있다. 양자전기역학의 기초가 된 이론이라고 한다. 솔직히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른다. 쥐꼬리만큼 안다고 해서 제대로 설명할 수도 없다. 다만 이 방정식으로 인해 반도체에서부터 우주 탐사까지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삶에서 많은 게 가능해졌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노벨상은 아쉽게도 후보에 그쳤지만 로런츠 메달, 울프상, 마테우치 메달, 템플턴상 등을 휩쓸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세계적인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94)에 대한 책이다. 그런데 과학분야에 있어서 그의 업적을 다루지는 않는다. 이 책은 노과학자가 품고 있는 삶의 지혜와 혜안을 전달하고 있다. 1993년 미국 서던내저린 대학의 ‘과학, 기술, 그리고 사회’라는 강의가 열렸다. ‘프리먼 다이슨, 20세기를 말하다’ 교재였다. 담당 교수는 학생들에게 저자에게 한번 연락해 보고 싶지 않느냐고 제안했고, 학생들은 머리를 맞대고 각자 궁금한 점을 담아 편지를 보냈다. 당시 일흔으로, 프린스턴 대학 고등학술연구소에 재직하던 다이슨 교수는 흔쾌히 답장을 보냈다. 그렇게 시작된 서신은 20년이 넘게 이어졌다. ‘과학, 기술, 그리고 사회’ 수강생들 사이에서는 다이슨 교수와 편지를 주고받는 게 일종의 전통이 됐다. 이 책은 다이슨 교수와 3000여명의 학생들이 편지를 통해 공유한 생각들을 추린 것이다. 과학과 기술 발전에 대한 이야기만 오간 게 아니다. 개인적인 삶과 사회, 역사와 종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어떤 문화든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강요한다는 점에서 독재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으며 과학은 그런 독재에 대한 자유로운 영혼들의 저항이다.”, “90세가 됐다고 더 현명해지지는 않습니다. 학생 여러분께 드릴 수 있는 조언은 전과 똑같습니다. 성급한 결정은 피하고,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늘 스스로를 단련하고…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하고 필요할 때 경로를 바꿀 수 있도록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합니다. 팀워크를 키우고 세상을 지금보다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바랍니다. 우리 딸 에스더가 이메일로 보내준 격언을 여기에 덧붙입니다. 항상 새로운 실수를 하라.” 다이슨 교수가 과학자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살가운 할아버지로서 들려준 주옥같은 이야기들의 일부다. 책을 읽다 보면 노과학자의 강의는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그의 지혜는 그렇게 다시 물림 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청춘, 네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청춘, 네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

    예술은 굳이 혁명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아도 새롭게 인정되면 예전의 것과 공존하거나 또는 스스로 고전이 되어 뒷자리로 물러나기 때문에 기존의 것을 대체하거나 밀어내지 않는다. 이와 달리 사회와 제도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면 과거와 현재의 질서를 대신하는 속성이 있어 늘 기성체제로부터 배척당하기 일쑤다.때문에 진보와 혁신은 항상 어렵고 전통 또는 고전은 걸림돌처럼 생각되지만 실은 그 반대이기도 하다. 새가 한쪽 날개로만 날 수 없듯 고전과 혁신, 원칙과 변화는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공존해야 한다. 세상에 새로운 좋은 것들이 가득해도 ‘오래된 것은 좋은 것’(Oldies but Goodies)이라는 말이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는 이유다. 사실 고전이란 단순하게 오랫동안 굳어진 진리가 아니라 동시에 끝없는 새로움을 제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칭호다.불과 20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 ‘굿 윌 헌팅’(1997)이 고전의 반열에 든 것도 단지 오래된 영화라기보다는 시선과 관점에 따라 끝없이 새로움을 주기 때문이다. 영화는 로맨스영화이며, 성장영화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인생영화’로도 꼽힌다. 법학, 수학, 역사 등등 거의 모든 학문에 재능을 지닌 천재소년 윌(맷 데이먼 분)은 상처투성이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이비리그의 본산 보스턴 남부에 사는 그는 MIT대학의 청소부로 일하며 대학생들도 어려워 쩔쩔매는 수학문제를 칠판에 낙서처럼 쉽게 풀어낸다. 그의 수학실력을 알아본 수학교수 램보(스텔란 스카르스고르드 분)는 그를 자신의 수하에 두고 싶어 하지만 정작 윌은 아랑곳 않는다. 동네친구들과 사고를 친 윌을 램보는 고액의 보석금을 내고 데려와 자신의 연구실로 끌어들이지만 윌은 고분고분하기는커녕 더욱 삐딱하게 나간다. 그의 상처를 달래고 보듬기 위해 정신과 의사까지 붙여도 소용이 없자 램보는 동창이자 라이벌인 션 맥과이어에게 윌을 맡긴다. 션은 영원한 ‘오 마이 캡틴’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했다. 영화는 윌과 션의 만남으로 진부한 성장영화가 아닌 인생영화로 반전한다. 마음을 닫은 윌과 션의 관계는 한 폭의 작은 그림 덕분에 풀린다. 영화에서 이 그림은 션이 그린 것으로 나오는데 사실 영화를 연출한 구스 반 산트가 솜씨를 부린 것으로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윈즐로 호머(1836~1910)가 그린 유화 ‘안개경보’(The Fog Warning·1885)를 모사한 것이다.호머는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이자 삽화가로 가장 미국적인 화풍으로 일컫는 풍경화가들의 모임인 ‘허드슨강파’(Hudson River School)의 일원이다. 이들은 미국에서 자생한 최초의 화파로 광활한 대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낭만적이며 사실적인 필치로 담았다. 허드슨강파의 풍경화는 6·25전쟁 전후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물레방아와 폭포, 초가집이 삼위일체를 이루는 소위 이발소그림의 원형이 되었다. 영화는 호머에게 상당 부분 빚졌다. 특히 윌과 션이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는 단초가 되는 그림은 호머의 ‘안개경보’를 모티브로 한 것으로 ‘안개 때문에 잡은 고기를 버리고 빨리 돌아올 것인가, 아니면 잡은 청어를 가지고 사력을 다해 항구로 복귀할 것인가’ 하는 실존적 고민을 윌의 입장에서 풀어냈다. 영화 후반부에 윌이 그의 친구로 배운 것은 없지만 충고를 아끼지 않는 처키(벤 애플렉 분)와 광대한 하늘을 배경으로 저 멀리 조선소를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그 뒤로 노인들이 오래된 탑을 철거하고 있다. 처키는 범선이 그려진 셔츠를 입고 있다. 이것도 호머가 삽화가로 일하던 하퍼스 위클리(1873년 가을판)에 실었던 음각 목판화 ‘배짓기, 글로스터 항구’를 연상시킨다. 우연일 수도 있지만 조선소와 철거지가 교차하는 대목에서 문화지리학자 피어스 루이스의 ‘경관 읽기에 필요한 공리’를 떠올리게 된다. 자연을 배제하고 인간이 만든 경관을 문화경관이라 하는데 문화경관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 왔고, 살고 있고, 살아가게 될 것인가를 보여 주는 증거다. 사실 엄청난 변화나 압력, 동기가 없다면 사람들은 크게 경관을 바꾸지 않는다. 항구 근처 조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 계급은 불가피하게 스스로가 풍경의 일부가 되어 그 삶을 영위한다. 처키는 영화에서 통찰력 있는 말로 윌에게 충고한다. “내일 나는 일어나서 50살이 될 것이고 나는 여전히 이 일을 할 거야.” 이외에도 영화는 장면마다 문화적 경관을 놓치지 않는 관찰자로서 호머의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영화 초입에 앉아 있는 여인의 모습이라든가, 윌이 칠판 앞에서 문제를 푸는 모습도 호머의 작품 ‘칠판’에서 빌려 온 것이다. 사실 영화와 그림, 회화는 매우 흥미로운 관계다. 영화는 예술적인 문제를 풀고자 회화가 획득한 일련의 효과들을 이용한다. 회화의 고정성과 단면적인 성격은 영화의 유동성과 방향성과 어울려 서로 단절되는 것이 아니다. 회화는 형상의 움직임은 없지만 관람객의 눈의 움직임에 의해 영화와 같은 연속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와 회화는 같으면서 다르고 또 다르면서도 같다. 수학도 마찬가지다. 이성과 감성, 두 가지 속성이 모두 필요한 게 수학이다. 윌은 아무도 손을 못 대는 수학문제,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을 받은 램보 교수도 정답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를 술술 푼다. 그가 수학문제를 머리로만이 아니라 직관 즉 마음으로 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사람에게는 머리도 중요하지만, 마음도 중요하다. 윌의 마음을 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노력했지만, 마음으로 다가간 이는 같지만 다른 상처를 공유한 션뿐이었다. 혁신도 좋고 새로운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세상에는 어른과 선생 즉 고전과 전통 그리고 뿌리와 원칙도 필요하다. 스승은 없고 선생만 있는 이 시대에,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세상에 나오기를 두려워하는 많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하는 게 오로지 일자리뿐일까.
  • “암흑물질 비밀 캐자” 1100m 땅 속에 연구실 짓는다

    “암흑물질 비밀 캐자” 1100m 땅 속에 연구실 짓는다

    올 초 국내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이 강원도 산골의 광산을 다시 찾았다. 우주입자 연구실 터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지하 1100m 광산을 둘러본 과학자들은 크게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은 강원 정선군 및 광산 소유주인 한덕철광과 17일 업무협정(MOU)을 맺는다고 16일 밝혔다. 정선군 예미산 일대 철광석 광산 지하에 2000㎡ 규모의 연구 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연구단은 2019년까지 공사를 끝내고 2020년부터는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땅속에 연구실을 만드는 데만 210억원이 투입된다. 우주 입자는 우주 생성의 비밀을 품고 있는 암흑물질과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아 ‘유령입자’라고 불리는 중성미자를 말한다. 우주의 기원과 물질의 존재를 이해하는 핵심요소다. 하지만 그 어떤 물리학자도 지금까지 암흑물질 검출과 중성미자 질량 측정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만큼 현대 물리학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성공하면 ‘노벨상 0순위’라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될 정도다. 그런데 왜 하필 땅속 깊숙한 광산일까. 김영덕 IBS 지하실험연구단장은 “암흑물질과 중성미자가 내는 신호는 포착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전 세계 과학자들이 미세한 소리나 잡음이 거의 없는 지하 깊은 곳에 검출장비를 경쟁적으로 설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성미자 진동현상을 측정해 2015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가지타 다카아키 일본 도쿄대 교수의 거대 실험장치 슈퍼 가미오칸데도 폐광 지하 1000m에 있다. 우리나라도 강원 양양 양수발전소 지하 700m에 300㎡ 규모의 실험실을 만들어 천체입자 물리학 실험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험실 깊이와 규모 때문에 심도 있는 연구가 한계에 부딪친 상태라고 김 단장은 전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과학자들이 땅속 광산 찾은 이유는..1100m 지하에서 우주 비밀 푼다

    과학자들이 땅속 광산 찾은 이유는..1100m 지하에서 우주 비밀 푼다

    올 초 국내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이 강원도 산골의 광산을 다시 찾았다. 우주입자 연구실 터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지하 1100m 광산을 둘러본 과학자들은 크게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은 강원도 정선군 및 광산 소유주인 한덕철광과 17일 업무협정(MOU)을 맺는다고 16일 밝혔다. 정선군 예미산 일대 철광석 광산 지하에 2000㎡ 규모의 연구 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연구단은 2019년까지 공사를 끝내고 2020년부터는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땅속에 연구실을 만드는 데만 210억원이 투입된다.우주 입자는 우주 생성의 비밀을 품고 있는 암흑물질과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아 ‘유령입자’라고 불리는 중성미자를 말한다. 우주의 기원과 물질의 존재를 이해하는 핵심요소다. 하지만 그 어떤 물리학자도 지금까지 암흑물질 검출과 중성미자 질량 측정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만큼 현대 물리학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성공하면 ‘노벨상 0순위’라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될 정도다. 그런데 왜 하필 땅속 깊숙한 광산일까. 김영덕 IBS 지하실험연구단장은 “암흑물질과 중성미자가 내는 신호는 포착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전 세계 과학자들이 미세한 소리나 잡음이 거의 없는 지하 깊은 곳에 검출장비를 경쟁적으로 설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성미자 진동현상을 측정해 2015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가지타 다카아키 일본 도쿄대 교수의 거대 실험장치 슈퍼 가미오칸데도 폐광 지하 1000m에 있다. 우리나라도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운영하는 강원도 양양 양수발전소 지하 700m에 300㎡ 규모의 실험실을 만들어 천체입자 물리학 실험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험실 깊이와 규모 때문에 심도 있는 연구가 한계에 부딪친 상태라고 김 단장은 전했다. 국내 과학계는 정선 폐광 연구시설이 완공되면 국내 천체 입자물리학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노벨상 후보’ 시리아 하얀헬멧 구조대원 7명 피살

    ‘노벨상 후보’ 시리아 하얀헬멧 구조대원 7명 피살

    시리아 반군 측 민간 구조대 ‘하얀헬멧’이 무장 괴한의 급습을 당해 7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시리아 민방위’는 12일(현지시간) 이들리브주(州) 사르민에 있는 구조센터에서 대원 7명이 무장 괴한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고 밝혔다. 구조센터가 보유한 차량과 무전기도 없어졌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도 하얀 헬멧 대원 7명이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교대 근무를 하러 사무실에 나온 대원들이 처형식으로 숨진 동료들의 시신을 발견했다. 공격 배후를 자처하는 세력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리브는 시리아 전역에서 유일하게 반군이 주 전체를 장악한 곳이다. 사르민 지역을 통제하는 반군 조직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흰색 헬멧을 쓰고 위급한 내전 현장을 누벼 ‘하얀 헬멧’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시리아 민방위는 작년 노벨 평화상의 유력한 후보로 경쟁했다. 그러나 지하드(이교도를 상대로 하는 이슬람의 전쟁) 추종자 등 ‘급진’ 반군에 연계된 단체라는 비판도 받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슈뢰딩거 고양이’의 양자역학, 반도체·레이저로 무한 진화

    ‘슈뢰딩거 고양이’의 양자역학, 반도체·레이저로 무한 진화

    # 고양이 한 마리가 철로 만들어진 상자 안에 갇혀 있다. 상자 안에는 고양이와 함께 방사성물질이 들어 있는 가이거 계수기, 계수기와 연결된 망치, 독가스가 들어 있는 유리병이 있다. 방사성물질의 원소 한 개가 한 시간 안에 붕괴할 확률은 50%다. 방사성 원소가 한 개라도 붕괴할 경우 망치는 떨어져 유리병을 깨뜨리게 되고 독가스가 방출되면서 고양이는 죽는다. 그렇다면 이제 한 시간 뒤 상자 속 고양이는 죽어 있을까, 살아 있을까. 정답은 ‘상자를 열어 확인하기 전까지 고양이는 죽어 있는 상태와 살아 있는 상태가 섞여 있다’이다. 일반적인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이 사고실험은 여전히 대학의 물리학과, 화학과 학생들을 ‘멘붕’에 빠뜨리고 있는 양자역학의 ‘슈뢰딩거 고양이’의 역설이다. 세계적인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마저도 ‘누군가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야기를 한다면 난 조용히 총을 꺼낼 것’이라고 할 정도다.●안다는 것은 무엇?… 인식론 철학 선구 양자역학의 확률론적 해석에 대해 가장 잘 표현한 이 사고실험을 만들어 낸 사람이 바로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1887~1961)다. 오는 12일은 슈뢰딩거가 태어난 지 130년이 되는 날로 과학계에서는 그의 업적을 되돌아보는 활동이 활발하다. 20세기 물리학 업적의 양대 산맥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다. 이 중 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이라는 천재 한 명이 만들어 낸 것이지만 양자역학은 여러 과학자의 다양한 업적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원자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탁월한 이론인 양자역학은 이론체계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우리가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해 인식론이라는 철학적 발전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슈뢰딩거는 1926년 양자역학에서 가장 중요한 수학식인 ‘슈뢰딩거 방정식’(파동방정식)을 발표함으로써 양자역학의 체계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33년 노벨상 위원회는 슈뢰딩거가 만든 파동방정식이 양자역학의 핵심적인 업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해 그를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실제로 슈뢰딩거 방정식은 원자, 핵, 고체물리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원자현미경의 작동 원리인 ‘터널링 현상’을 풀 때는 물론 원자력 발전이나 핵폭탄처럼 원자핵 붕괴로 에너지를 얻는 모든 분야에서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전역학(뉴턴역학)에 운동방정식이 있다면 양자역학에는 슈뢰딩거 방정식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리학뿐만 아니라 생물학 분야에도 관심이 많았던 슈뢰딩거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나치를 피해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거주하는 동안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냈다.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복잡한 분자에 대한 그의 생각을 풀어낸 것으로 유전자(DNA) 발견과 분자생물학의 탄생에 기여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DNA 분자구조를 밝혀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과 프란시스 크릭이 이 책 때문에 DNA 연구를 시작했다고 회고록에 밝히기도 했다.●스마트폰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 슈뢰딩거가 완성한 양자역학은 우리 삶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남순건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반도체가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보면 양자역학이 실제로 우리 생활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며 “양자역학이 없었다면 반도체, 컴퓨터는 물론 스마트폰이 존재할 수 없고 레이저, 엘리베이터 출입문 개폐장치, 최근 활발히 연구되는 양자컴퓨터는 그저 SF소설에서나 보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자역학은 20세기 초반 과학기술의 혁명으로 시작돼 물리학의 핵심 기둥이 됐지만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양자역학을 통해 반도체나 초전도체의 기본 메커니즘이 밝혀졌고 나노기술, 양자계산 등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론적으로도 양자역학과 특수 상대성이론을 결합한 양자장론(quantum field theory, QFT)은 물론 양자전기역학 등 새로운 이론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죽었을까 살았을까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죽었을까 살았을까

    #고양이 한 마리가 철로 만들어진 상자 안에 갇혀 있다. 상자 안에는 고양이와 함께 방사성물질이 들어 있는 가이거 계수기, 계수기와 연결된 망치, 독가스가 들어 있는 유리병이 있다. 방사성물질의 원소 한 개가 한 시간 안에 붕괴할 확률은 50%다. 방사성 원소가 한 개라도 붕괴할 경우 망치는 떨어져 유리병을 깨뜨리게 되고 독가스가 방출되면서 고양이는 죽는다. 그렇다면 이제 한 시간 뒤 상자 속 고양이는 죽어 있을까, 살아 있을까. 정답은 ‘상자를 열어 확인하기 전까지 고양이는 죽어 있는 상태와 살아 있는 상태가 섞여 있다’이다. 일반적인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이 사고실험은 여전히 대학의 물리학과, 화학과 학생들을 ‘멘붕’에 빠뜨리고 있는 양자역학의 ‘슈뢰딩거 고양이’의 역설이다. 세계적인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마저도 ‘누군가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야기를 한다면 난 조용히 총을 꺼낼 것’이라고 할 정도다.양자역학의 확률론적 해석에 대해 가장 잘 표현한 이 사고실험을 만들어 낸 사람이 바로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1887~1961)다. 오는 12일은 슈뢰딩거가 태어난 지 130년이 되는 날로 과학계에서는 그의 업적을 되돌아보는 활동이 활발하다. 20세기 물리학 업적의 양대 산맥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다. 이 중 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이라는 천재 한 명이 만들어 낸 것이지만 양자역학은 여러 과학자의 다양한 업적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원자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탁월한 이론인 양자역학은 이론체계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우리가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해 인식론이라는 철학적 발전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슈뢰딩거는 1926년 양자역학에서 가장 중요한 수학식인 ‘슈뢰딩거 방정식’(파동방정식)을 발표함으로써 양자역학의 체계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33년 노벨상 위원회는 슈뢰딩거가 만든 파동방정식이 양자역학의 핵심적인 업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해 그를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실제로 슈뢰딩거 방정식은 원자, 핵, 고체물리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원자현미경의 작동 원리인 ‘터널링 현상’을 풀 때는 물론 원자력 발전이나 핵폭탄처럼 원자핵 붕괴로 에너지를 얻는 모든 분야에서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전역학(뉴턴역학)에 운동방정식이 있다면 양자역학에는 슈뢰딩거 방정식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리학뿐만 아니라 생물학 분야에도 관심이 많았던 슈뢰딩거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나치를 피해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거주하는 동안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냈다.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복잡한 분자에 대한 그의 생각을 풀어낸 것으로 유전자(DNA) 발견과 분자생물학의 탄생에 기여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DNA 분자구조를 밝혀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과 프란시스 크릭이 이 책 때문에 DNA 연구를 시작했다고 회고록에 밝히기도 했다. 슈뢰딩거가 완성한 양자역학은 우리 삶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남순건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반도체가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보면 양자역학이 실제로 우리 생활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며 “양자역학이 없었다면 반도체, 컴퓨터는 물론 스마트폰이 존재할 수 없고 레이저, 엘리베이터 출입문 개폐장치, 최근 활발히 연구되는 양자컴퓨터는 그저 SF소설에서나 보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자역학은 20세기 초반 과학기술의 혁명으로 시작돼 물리학의 핵심 기둥이 됐지만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양자역학을 통해 반도체나 초전도체의 기본 메커니즘이 밝혀졌고 나노기술, 양자계산 등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론적으로도 양자역학과 특수 상대성이론을 결합한 양자장론(quantum field theory, QFT)은 물론 양자전기역학 등 새로운 이론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김태의 뇌과학] 비타민D가 뇌에 미치는 영향

    [김태의 뇌과학] 비타민D가 뇌에 미치는 영향

    요즘처럼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엔 시원한 에어컨이 돌아가는 실내에서 생활하는 것이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에어컨을 만든 사람에게 노벨상이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다. 할 수만 있다면 하루 종일 더운 곳을 피해 실내에만 있고 싶다. 더위 때문이 아니더라도 현대인은 대체로 하루의 90%를 실내에서 생활한다. 이 같은 현대인의 생활 패턴이 건강에 특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추정은 ‘합리적 의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햇빛에 노출될 때 피부에서 합성하는 비타민D는 중요한 연결고리일 수 있다.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는 한국인의 93%가 혈중 비타민D 결핍 상태로 나타났다. 비타민D는 뼈를 튼튼하게 하고, 면역력을 높이고, 암 사망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 뇌건강에도 영향을 미칠까. 비타민D 그 자체로는 인체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간과 콩팥을 거치면서 활성화돼야 한다. 그런데 호주 퀸즐랜드대 데릴 아일스 교수는 콩팥에서 비타민D 활성화를 조절하는 효소가 인간의 뇌 안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활성화된 비타민D는 세포막의 ‘비타민D 수용체’와 결합한 뒤 ‘레티노산 수용체’와 복합체를 형성하고 세포 핵 안으로 들어가 DNA에 결합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한다. 따라서 비타민D가 뇌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아보려면 비타민D 수용체가 많이 발현되는 뇌 부위를 살펴봐야 한다. 비타민D 수용체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에서 많이 발현된다. 또 도파민 뉴런(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합성해 방출하는 신경세포)이 많은 ‘흑질’이라는 뇌부위에서도 많이 발현된다. 흑질 도파민 뉴런의 소실이 파킨슨병의 원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일본 지케이의대 미쓰요시 우라시마 교수는 1년간 비타민D를 투여하면 ‘파킨슨병’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임상시험에서 확인한 바 있다. 비타민D 결핍은 치매의 원인인 ‘알츠하이머병’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2015년 미국 럿거스대 조슈아 밀러 교수팀은 비타민D 결핍 정도가 심할수록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현저히 빨라지는 것을 발견해 학계에 보고했다. 비타민D는 뇌발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퀸즐랜드대 존 맥그래스 교수는 4229명의 산모와 신생아를 대상으로 임신 중기 혈중 비타민D 수치를 측정하고 주기적으로 ‘자폐증’ 관련 경향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 임신 중기에 비타민D 결핍 증상이 생기면 일반 신생아와 비교해 자폐증 발생 위험이 2.42배 높아졌다. 비타민D 결핍이 수면장애를 유발하는 기전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근골격계 통증 유발, 염증 유발 물질 발생, 하지불안증후군 등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채창호·손준석 성균관대 교수팀은 실내 작업자 1472명을 조사해 비타민D 결핍이 있는 사람의 수면 질이 낮고 잠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며 수면 시간도 짧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렇듯 비타민D는 파킨슨병, 치매, 자폐증, 수면장애 등 다양한 신경정신질환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비타민D는 비타민A·B·C와 달리 우리 몸에서 생산 가능하다. 현대인은 햇빛을 볼 기회가 점점 줄어 이런 자체 생산기능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더위도 이제 막바지다. 선선한 계절이 오면 뇌건강을 위해 야외로 나가 햇빛 속에서 비타민D 합성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몸도 마음도 건강해질 수 있다.
  • [열린세상] 이제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용이 두렵다/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열린세상] 이제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용이 두렵다/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무협지를 좋아하는 사람은 특별한 무공을 가진 서역의 기인에 대해 판타지를 갖고 있다. 만년설산 천산산맥 넘어온 절대 신공 무인의 등장은 십대들의 밤잠을 설치게 했다. 방학을 맞아 실크로드를 다녀왔다. 상하이를 거쳐 칭하이(靑海)성 성도 시닝(西寧)을 시작으로 둔황(敦煌)을 거쳐 무위, 시안(西安) 등으로 다녀온 여정이다. 영화 ‘용문객잔’의 무대다. 말이 여행이지 무협지를 본 세대에게 실크로드는 서역의 기인들이 등장하는 통로와 같은 의미가 된다. 이번 답사는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기’였다. 사학자들과 역사에 관심이 있는 마니아들 틈에 한 다리 걸친 답사. 열흘간 무려 4000㎞를 달려야 하는 ‘개고생’ 길이었다. 일정상 해발 3800m 칭하이성의 경우 하루에 700㎞를 주파해야 하는 고생길. 하지만 답사길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끝없는 사막과 그 막막한 사막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중국의 엄청난 인프라 때문이었다. 수년 전 베이징에서 2년간 살아 본 경험이 있는 필자도 서북부 불모지대에 등장한 놀라운 규모의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전세 버스로 시닝(西寧)에서 칭하이호로 달리는 고속도로 주변으로 울창한 인공조림이 펼쳐졌다. 상상했던 황무지 칭하이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해발 3840m에 위치한 중국 최대 담수호 칭하이호 주변의 유채꽃과 치롄(祁連)산맥의 만년설은 북미대륙의 로키산맥 못지않았다. 그 뒤로 보이는 중국 무선통신망은 경이로운 풍광을 서울로 보내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서역의 관문인 간쑤(甘肅)성 양관(陽館), 중간 목적지인 다차이단(大柴旦)으로 가는 경로는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실감케 했다. 끝없는 고속도로, 철도망, 유·무선 통신망, 전선망과 같은 인프라가 치롄산맥과 바옌카라(巴顔喀拉)산맥의 협곡 사이에 끊임없이 이어져 있었다. 만년설산의 빙하수를 이용한 구기자 재배도 눈에 띈다. 단언컨대 중국 서부의 오지는 더이상 불모지가 아니었다. 도로 옆에 펼쳐진 화력발전소, 풍력·태양광 단지의 규모는 상상 그 이상이다. 중국의 최고 오지라는 칭하이성의 조그만 식당에서조차 와이파이는 원활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운전 규정이다. 칭하이성과 간쑤성 경계를 넘어서니 검문소의 공안이 차를 세운다. 운전자들의 휴식 시간을 체크한 뒤 우리 일행이 타고 온 차량 운전기사에게 30분간의 강제 휴식을 명령했다. 작금의 한국에서 어렵게 추진 중인 강제 휴식 규정이 이미 중국에서 실행되고 있었다. 과거와 같은 인치(人治)가 아니라 법치(法治)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오랫동안 중국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는 몇 년 전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중국이 수출 부양을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낮게 유지함으로써 ‘침체된 세계 경제에서 절실한 수요를 서서히 고갈’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 당국의 과도한 중상주의 체제를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희생양인 다른 국가들이 보호주의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정당할 수 있다고 옹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경험한 중국은 달랐다. 잘 갖추어진 인프라, SOC는 이른바 세계의 공장으로 상징되는 해외 수출 일변도에서 벗어나더라도 내수시장으로도 충분히 돌아갈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었다. 수치로 보더라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품 수출 비중은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순수출의 성장률 기여도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지표를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다. 구매력을 감안한 GDP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 경제 규모가 조만간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학자들은 10년 뒤 중국이 많은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스스로도 이제 세계 최강국이라는 자부심이 곳곳에 넘쳐 보인다. 인공위성, 고속철도, 항공모함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넘치는 대국굴기는 중국인들의 자부심이 되고 있다. 13억 인구의 힘 또한 누구도 두렵지 않은 무기가 된다. 그래서 이제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용이 두렵다.
  • [남순건의 과학의 눈] 과학자도 리더십을 갖춰야 하는 이유

    [남순건의 과학의 눈] 과학자도 리더십을 갖춰야 하는 이유

    좋은 과학자가 가져야 하는 소양은 어떤 것일까.과학을 좋아하고 남보다 앞선 생각을 하며 창의적 아이디어가 샘솟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실험이나 계산을 하는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과학적 아이디어로 사업을 해서 많은 돈을 벌면 금상첨화라고도 생각할 것이다. 아이가 과학에 소양이 있다고 하면 위와 같은 사람이 되게 하려고 부모들은 물심양면으로 과학에 몰입하게 만들어 주고 싶어 한다. ‘과학에서 리더십’을 말하면 ‘과학자에게 그런 것이 필요할까’라고 되묻는 사람이 많다. 연구만 열심히 하면 되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인 리더십이 중요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가는 과학자들에게 리더십은 점점 더 필요한 덕목이 되고 있다. 첫째 집단 연구에 의한 과학 실험이 많아지고 있다. 2015년 힉스입자 관련 논문은 저자 수가 무려 5154명에 달했다. 저자 이름만 나열한 분량이 전체 33쪽의 논문 중 24쪽에 이른다. 생물학에서도 초파리 유전자 논문 하나에 1014명의 저자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거대 집단 연구에는 반드시 리더가 필요하다.필자가 지난주 참가한 국제우주선학회에서는 여러 실험 그룹에서 발표했는데 대부분이 수백명의 연구자가 참여하는 실험이다. 한 연구에 참여하는 국가도 5~10개국이 대부분이다. 이런 실험들에서는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도 중요하나 실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계획을 하는 리더 학자들이 있어야 한다. 과학 리더십은 어떻게 나타나는 것일까. 많은 연구자가 과학자로서의 소양은 잘 갖추고 있다. 그러나 리더십에는 몇 가지 덕목이 더 필요하다. 리더는 보다 긴 안목에서 더 중요한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큰 비전을 공통의 관심사로 도출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 개인적 호기심에 기반을 둔 과학 연구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인지 성찰해야 한다. 과학에서 중요한 업적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후속 세대로 연결돼야 하는 만큼 멘토링 능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업적을 넘어서서 보다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후속 세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의 과학 리더들은 어떻게 길러지고 있을까. 약 35년 전 과학고가 처음 만들어진 뒤 현재 20여개 영재고와 과학고에서 좋은 시설과 훌륭한 교사진이 우수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문제는 선행학습에 의해 선발된 학생들이 협업보다는 경쟁을 하는 환경, 자신의 호기심에 기반한 도전보다는 잘 짜여진 탐구 활동에 의해 각각 교육받고 있다는 것이다. 답이 나올 수 있는 것들만 경험하는 것이다. 또 교수들의 양적 연구실적을 강조하는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에서는 리더십을 발휘할 후속 세대에 대한 멘토링보다는 말 잘 듣고 시키는 일 열심히 하는 조직의 부품이 양산되고 있다. 리더십을 가진 과학자는 글을 잘 쓰고 말도 잘해야 하며 인문학적 소양도 두루 가질 수 있는 눈과 독서력을 가져야 한다. 미국에서 유명한 브롱크스과학고는 1938년 개교해 지금까지 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개교 34년이던 1972년 졸업생 중 첫 노벨상 수상자인 리언 쿠퍼가 나왔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6명이 개인 연구가 중요한 이론물리학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1960~70년대 인기를 끌었던 이론물리학에 최고의 인재들이 몰릴 때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것이다. 그런데 이 학교 출신 중 7명이나 퓰리처상을 받았다는 것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육계와 과학계 차원에서 과학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인재를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우리의 모습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고 국가 차원에서도 앞으로 100년 동안 과학계를 이끌 리더를 어떤 식으로 배출할 것인가 고민해야 할 때다.
  • 실험실에서 ‘놀던’ 과학자, 세상을 바꾸다

    실험실에서 ‘놀던’ 과학자, 세상을 바꾸다

    과학자의 생각법/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지음/권오현 옮김/을유문화사/776쪽/3만 2000원모두가 세상의 중심이 지구라고 했음에도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것을 발견한 코페르니쿠스, 천문학과 물리학의 기초를 닦은 갈릴레이 갈릴레오,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만유인력의 법칙을 알아낸 아이작 뉴턴, 아무도 보지 못했던 상대성원리를 찾아낸 아인슈타인…. 인류문명의 진보를 이끈 과학자들은 어떻게 그런 위대한 발견에 이르게 됐을까? 발견을 잘하는 방법이 있을까? ‘과학자의 생각법’은 이런 궁금증에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생각의 탄생: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의 저자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가 과학적 사고 과정에 주목해 쓴 책이다. 저자는 가상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픽션의 형식을 취하면서 과학자들이 ‘무엇을’ 하는가뿐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를 보기 위해 과학자들의 머릿속으로 들어간다.책은 생물학자와 역사학자, 화학자, 과학사학자 등 가상의 인물 여섯 명이 ‘발견하기 프로젝트’라는 모임에서 6일 동안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벌이면서 저명 과학자들이 발견을 이룬 과정을 들여다본다. 이들의 대화 속에는 미생물을 발견한 루이 파스퇴르와 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 표백에 염소를 활용하는 방법을 발견한 화학자 클로드 베르톨레, 첫 번째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삼투압 원리를 발견했던 야코부스 반트 호프 등 과학자들의 삶과 발견법, 생각법이 등장한다. 가상의 인물들은 실제 과학자들이 남긴 노트와 편지, 개인사 등을 분석하고 과학사적으로 밝혀진 과학자들의 실험을 재구성해 가면서 발견의 과정, 과학자들의 특성, 연구 방식 등에 대해 뜨거운 논쟁을 벌인다. 논쟁을 따라가다 보면 과학자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돌파구를 찾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직관적인 생각법을 즐겨 활용한다. 위대한 연구자 중 많은 이들은 동시에 여러 문제를 다루는 다양한 분야에 종사했다. 흔히 좁은 분야를 파고들어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과학에 공헌했던 과학자들은 서너 가지 문제를 동시에 연구했고 연구 중에 발생한 문제를 탐구해 끊임없이 연구의 초점을 바꾸면서 다양성을 취했다. 5∼10년마다 연구 분야를 바꾸기도 했다. 과학은 늘 진지한 활동으로 묘사되지만 위대한 발견을 이룬 과학자들은 연구를 놀이처럼 했다. 그들이 소중하게 여겼던 것은 발견의 즐거움이었다. 페니실린을 발견한 공으로 1945년 노벨상을 받은 플레밍은 게임하듯 연구했다고 수상 직후 소감에서 밝혔다. “저는 미생물을 갖고 놀았습니다. 물론 놀이에는 많은 규칙이 있습니다. 지식이 쌓이면 규칙을 깨는 일이 즐거울뿐더러 생각하지 못한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위대한 발견은 여러 가지 실험을 하는 중에 우연히 얻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뢴트겐의 X선 발견이나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도 우연에서 비롯됐다. 물론 그들이 억세게 운이 좋아서 우연히 과학적 성과를 얻은 것은 아니다. 핵심은 ‘우연’이 나타나도록 구축하는 방법론이다. 씨앗 역할을 하는 기초생각을 발전시켜 실험을 반복하는 가운데 우연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탁월한 과학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폭넓은 지적 호기심을 드러냈고 또 미술, 음악, 무용, 소설, 희곡, 시 창작, 그 밖에 여러 창조적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하는 학문 분야의 지식 습득에만 몰두하기보다는 미술이나 연극, 문학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를 통합하고 재창조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할 줄 아는 정신을 갖춘 사람들에게서 최상의 과학과 기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연구가 발전할수록 복잡하고 값비싼 장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혁신적인 실험은 거의 언제나 단순한 실험이었다. 다윈, 파스퇴르, 라이트, 플레밍, 아인슈타인 같은 위대한 과학자들은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 있든 자기만의 실험실을 만들어 연구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생각을 고안하는 능력과 과학에 필요한 기술이다. 책은 1989년 처음 출간됐지만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지금 더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가장 우수하고도 실용적인 발명품은 거의 언제나 기술적 목표나 응용법을 염두에 두어서가 아니라 그저 자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싶은 기초 연구의 순수성에서 생겨났다”면서 “기초원리는 필요가 만드는 연구가 아니라 호기심이 이끄는 연구로 발견되며 이것이 훨씬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문화마당]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지 않습니다/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문화마당]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지 않습니다/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2005년에 출판사를 차리고 가장 먼저 계약한 작가 중 한 명이 미야베 미유키다. 나는 이 작가에게 푹 빠져 있었다. 데뷔작부터 차근차근 내고 싶었다. 그래서 한꺼번에 여러 타이틀을 계약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은 관계로 한국어판 출간은 수월하게 진행됐다. 이듬해 일본에서 ‘이름 없는 독’이 나왔을 때도 이렇다 할 걱정은 하지 않았다. 왜냐면 북스피어에서 출간한 ‘누군가’의 속편이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같다. 원서에도 시리즈임이 명시돼 있었다.한데 미야베 미유키 작가가 ‘이름 없는 독’으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하자 껄끄러운 상황이 전개됐다. 한국 출판사들끼리 판권 경쟁이 붙은 것이다. 각자 더 높은 선인세로 ‘베팅’을 시작했다.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 뒤로도 몇 번인가 비슷한 경험을 했다. 문학상만 받으면 경쟁이 붙고 선인세가 뛰어 이만저만 곤혹스러운 게 아니었다. 이후로 좋아하는 작가의 수상 소식이 들리면 축하하는 마음이 생기기 전에 덜컥 겁부터 났다. 문학상 자체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비즈니스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한강 작가가 맨부커 국제상을 받았을 때 시큰둥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맨부커상과 맨부커 국제상이 다르다는 것도 몰랐다. 책 좀 팔아 보려고 비즈니스 차원에서 만든 상이라 여겼다. 아니면 노벨상처럼 월드 챔피언십 같은 아우라를 가지고 있지만 실은 유럽 편향적이며 대륙별 안배 차원에서 가끔 아시아권에도 한 번씩 나눠 주는 상이겠거니 생각했다. 요컨대 잘 알지 못하면서 삐딱하게 본 것이다. 그런 와중에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를 읽고 이제라도 알토란 같은 지식을 기반으로 이러쿵저러쿵 뒷말을 할 수 있게 됐으니 다행이라고 할까. 맨부커상은 프랑스의 콩쿠르상에 대항해 영국에서 만든 상이다. 자국 작가들에게만 주다가 2014년부터는 영어로 쓰인 작품이면 국적에 상관없이 후보가 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한 번 받은 작가가 다시 받을 수 있다는 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선정 위원들이 최종 후보작만 읽는 게 아니라 백 권 이상의 후보작을 전부 읽어야 한다는 점 등이 여타 문학상과 달리 돋보이는 점이다. 맨부커 국제상은 맨부커상을 보완하자는 차원에서 2005년에 만들어졌다. 문학을 계몽의 수단으로 삼는 듯한 노벨문학상과 비교하면 순수하게 실력만을 고려하는 맨부커 국제상 쪽의 선정이 더 신뢰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6년부터는 영어로 번역된 작품에 매년 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상금이 작가와 번역가에게 분배되는 것도 훌륭한 점이다. 영광스러운 첫 수상 작품은 한강의 ‘채식주의자’다”라고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의 저자인 도코 고지는 적고 있다. 이렇듯 맨부커상에 대해 상찬을 늘어놓던 저자가 자국의 문학상인 아쿠다가와상이나 나오키상에 대해서는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든가 심사위원이 작가만으로 구성된다는 모순을 가진다든가 “일본은 아시아인데도 유럽의 일부라는 망상을 갖고 있으며 그 분열이 이 두 상에 드러나 있다”는 식으로 냉정하게 평가하니까 이게 또 꽤나 설득력 있게 들렸다. 세계의 각종 문학상에 대한 정보를 담는 동시에 수상작과 나란히 ‘어째서 이 작품이 수상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평가가 담백하게 서술돼 있다는 점도 이 책의 미덕이다. 덕분에 읽고 싶은 책이 잔뜩 생겼다는 건 좋은 점인지 나쁜 점인지 모르겠지만.
  • DNA부터 우주의 비밀까지…매듭 풀면 풀린다

    DNA부터 우주의 비밀까지…매듭 풀면 풀린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산과 물이 좋은 장소로 텐트와 각종 장비를 가지고 캠핑을 떠나는 사람도 많다. 캠핑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수와 초보자의 차이는 텐트를 고정시킬 때 묶는 ‘매듭’을 보면 된다고 한다. 매듭은 실이나 끈을 사용해 매고 죄면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드는 것인데 잘 만들어진 매듭을 보면 미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질서와 균형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물리학자와 수학자들도 매듭에 대해 관심을 갖고 주요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매듭을 과학적 연구 대상으로 삼기 시작한 사람은 19세기 초 독일의 천재 수학자 카를 가우스다. 그렇지만 현대적 ‘매듭이론’ 연구는 ‘분자의 화학적 성질은 이를 구성하는 원자들이 어떻게 꼬여서 매듭을 이루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켈빈의 ‘보텍스 이론’을 토대로 하고 있다. 매듭이론은 지난 30년간 과학기술 선진국을 중심으로 눈부시게 발전해 왔으며 매듭을 연구하는 수학자 중에서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부르는 필즈상 수상자도 다수 나왔다.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매듭은 긴 줄을 꼬아 묶은 것을 말하지만 수학에서 이야기하는 매듭은 줄의 양 끝이 붙어 있는 원형 형태다. 원형의 ‘0(영)매듭’이 비틀리고 꼬이면서 다양한 형태의 매듭을 만드는 것이다. 과학에서는 하나의 매듭을 끊지 않고 매끄럽게 움직여 다른 형태의 매듭으로 바꿀 수 있으면 같은 종류의 매듭이라고 분류한다. 어린아이들이 즐겨 하는 실뜨기는 계속 다른 모양으로 바뀌지만 손을 빼내 풀면 결국 영매듭이 되기 때문에 수학적으로는 같은 매듭으로 분류된다. 수학자들은 다양한 종류의 매듭을 보면서 이것들이 같은 것인지를 찾아내는 연구를 한다.수학자들이 매듭을 분류하는 기준은 ‘교차점’의 개수다. 교차점이 3개인 ‘세 잎 매듭’은 두 종류가 있는데 이 둘은 서로 거울에 비춘 모양을 하고 있지만 자르고 붙이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다른 세 잎 매듭으로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서로 다른 종류의 매듭으로 분류한다. 19세기 말 영국 수학자 테이트와 리틀은 교차점 수가 10개 이하인 매듭들을 분류해 냈지만 교차점 수가 증가하면 할수록 매듭 종류는 늘어나고 계산도 복잡해진다. 최근 컴퓨팅 기술의 발달로 교차점이 16개 이하인 매듭은 170만 1936가지로 분류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금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로 꼽히면서 필즈상까지 받은 미국 고등과학연구소의 에드워드 위튼 교수는 양자장론(quantum field theory)과 매듭이론을 효과적으로 결합시켜 우주를 이해하는 데 이용한다. 수학과 물리학 외에 생물학에서도 매듭이론은 중요하다. DNA처럼 분자량이 큰 물질들의 행태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DNA는 전체적으로 원 모양을 이루는데 자체 장력 때문에 원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꼬여서 뭉치면서 이중나선 형태로 보인다. DNA를 복제할 때는 이중나선이 분리돼 한 가닥이 돼야 한다. DNA 복제 시 필요한 부분을 정확히 한 가닥으로 풀어 주고 복제가 끝나면 다시 이어 이중나선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 효소다. 매듭이론은 효소가 어떻게 DNA의 특정 지점을 끊었다가 이어 주는지에 대한 해답을 주는 것이다. 선진국에 비해 늦기는 했지만 국내 연구자들도 매듭 연구 분야에 뛰어들어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하학 수리물리연구단의 김선화, 안병희, 배영진 연구위원은 기존의 방법으로는 구별이 어려웠던 ‘르장드르 특이 매듭’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개척 분야에 대한 성과를 인정받아 조만간 사교기하학 분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심플렉틱 지오메트리’에 실릴 예정이다. 배영진 IBS 연구위원은 “수학적 대상에 대한 이해는 어떤 조건들을 만족하는 것들을 분류하는 데서 시작하는데 매듭의 분류는 공간을 이해하고 분류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배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르장드르 특이 매듭을 분류하는 데 새로운 연산 구조를 발견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매듭이론과 초끈이론의 발전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기고] ‘GMO 표시제’와 정책의 신뢰성/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기고] ‘GMO 표시제’와 정책의 신뢰성/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은 생명공학기술과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적용해 생산량을 늘리거나 기능성을 향상시킨 농산물이다. 예를 들면 기존 쌀에 비타민A 성분을 강화한 황금쌀은 야맹증 치료와 식량부족으로 인한 영양소 결핍을 해소할 수 있다.향후 기후온난화와 물 부족으로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아프리카와 중국 내륙 지역의 사막화가 확대되고 있어 식량부족 문제는 곧 닥칠 재앙 중 하나다. GMO 콩은 강력한 제초제에도 죽지 않아 잡초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며 콩을 생산한다.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 위험성 속에 ‘식량안보’ 차원에서 해결 방안의 하나로 GMO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 가고 있다. 물론 GMO가 장밋빛 청사진만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니다. 막연한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GMO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명확한 연구 결과나 사례는 한 건도 확인된 바가 없다. 오히려 지난해 노벨상 수상자 113명은 GMO의 안전성을 지지하며, GMO 반대 운동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위해성 여부를 떠나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많은 나라에서 GMO 표시제를 도입했다. 우리나라도 2001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지난 2년간 소비자단체, 업계, 학계 인사들이 모인 ‘GMO 표시제도 검토 협의체’를 통해 GMO 표시제도 확대 방안에 대해 치열한 논의를 해 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어렵게 도출된 합의 내용을 토대로 개정된 ‘식품위생법’과 이에 따른 하위 고시(안) 행정 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거쳤다. 그리고 올 2월 4일부터 GMO 표시 제도가 원재료 함량 5순위 대상에서 원재료 전체 대상으로 확대돼 시행되고 있다. 이는 GMO 표시 대상을 유전자 변형 DNA 및 단백질이 남아 있는 모든 제품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최근 일부에서 원재료에 따른 GMO 완전표시제 등 보다 엄격한 기준의 GMO 표시 제도를 요구하는 개정안 발의와 입법 개정 청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새로운 개정 제도가 시행된 지 4개월 만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GMO 표시를 보고 건강에 해로운 제품이라고 단정해 구매가 위축되면서 관련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 또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Non-GMO 사용으로 인한 원재료 가격 상승이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GMO에 대한 표시제가 없는 수입 가공식품에 대한 국내 식품의 역차별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개정 고시된 표시 제도는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오랜 기간 논의를 통해 협의된 내용으로, 이제 개정안이 막 시행된 시점이다. 먼저 개정된 정책 시행을 지켜보고 사회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해 본 이후에 수정, 보완을 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본다. 아침저녁으로 정책이 바뀐다면 정책의 신뢰도는 낮아질 것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논의해 합의한 내용에 대해 존중하는 것도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 가는 하나의 길이다.
  • 대만에 첫 아시아 사무소 연 국경없는기자회 “중국 정부가 류샤오보 살해”

    대만에 첫 아시아 사무소 연 국경없는기자회 “중국 정부가 류샤오보 살해”

    국제 언론감시 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가 중국 당국이 노벨상 수상자이자 인권운동가 류샤오보를 살해했다고 주장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국경없는기자회 사무총장은 18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류샤오보가 치료를 받지 못해 (중국 정부로부터) 살해됐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앞서 류샤오보는 지난 13일 구금 상태에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간암 말기에 죽음을 예감하고 외국으로의 이송 치료를 강력히 희망해왔다. 그러나 그의 이송 치료는 중국 정부에 의해 좌절됐다.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중국 당국이 ’간암에 다른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숨진 류샤오보가 죽기 몇주 전까지만 해도 그의 상태가 그리 심각한지 몰랐다‘는 해명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은 중국에 감금돼 있는 언론인과 정치인들의 석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가택연금 상태에 있는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의 석방도 촉구했다. 이란의 변호사이자 인권운동가로 200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시린 에바디 국경없는기자회 명예이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만이 류샤오보의 동상을 세워줄 것과 류샤오보가 숨진 13일을 기념일로 정해줄 것을 제안했다.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없는기자회는 이날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대만 타이베이에 사무소를 설치하면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경없는기자회 타이베이 사무소는 중국을 비롯해 홍콩·마카오·일본·북한·한국·몽골·대만 등 아시아 각국의 언론 자유를 감시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한편 파키스탄의 여성 교육 운동가이자 201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탈레반 피격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18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북동부 보르노 주(州) 주도 마이두구리에서 로이터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그 어떤 정부라도 국민의 자유를 부인할 경우 비난받아 마땅하다”면서 류샤오보에 대한 중국 당국의 처사를 비난했다. 그는 이어 “모든 사람이 류샤오보가 행한 일을 통해 교훈을 얻고 자유와 인권, 평등을 위해 한 데 뭉쳐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류샤오보, 아내 위한 마지막 편지… “날 용서해줘”

    류샤오보, 아내 위한 마지막 편지… “날 용서해줘”

    지난 13일 간암으로 사망한 노벨상 수상자이자 인권운동가인 류샤오보(劉曉波)가 죽기 전 아내를 향한 애절한 마음을 담아 작성한 마지막 편지가 공개됐다.미국 온라인 매체인 쿼츠는 18일 류샤오보가 숨지기에 앞서 아내인 류샤(劉霞)의 사진집 서문을 위해 썼던 글이 마지막 편지가 됐다고 보도했다. 올해 56세인 류샤는 시인이자 화가, 사진작가로 류샤오보가 노벨 평화상을 받은 뒤 중국 당국의 감시로 2013년 열기로 했던 전시회도 무산되는 등 정상적인 활동에 제약을 받아 왔다. 류샤오보는 이 편지에서 “아마도 내 칭찬은 쉽게 용서받지 못할 독일 거야. 어두운 조명 아래 당신은 나에게 첫 컴퓨터를 줬지. 아마 펜티엄 586일 거야”라면서 “그 평범한 방은 우리의 그윽한 눈빛으로 가득 찼지”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당신은 내가 ‘작은 새우’(아내를 지칭)의 부당함을 묘사한 시를 읽었을 거야. 당신은 나를 위해 죽을 끓이면서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절실한 찬가를 6분 안에 써 달라고 요청했어”라며 “내가 이제 와서 가장 후회하는 것은 당신의 작품 전시회를 여전히 열어 주지 못했다는 거야”라며 아쉬움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류샤오보는 “사랑은 얼음처럼 날카롭고 어둠처럼 아득해. 아마도 나의 투박한 칭찬은 시, 그림 그리고 사진에 대한 모독일 거야. 나를 용서해 줘”라면서 “겨우 며칠을 미룬 뒤에야 나는 당신의 과제를 마칠 에너지가 생겼어”라며 마지막까지 아내에 대한 넘치는 사랑을 내비쳤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DB의 아버지’ 바크먼 별세

    ‘DB의 아버지’ 바크먼 별세

    현대적 데이터베이스(DB) 개념을 처음으로 구축한 ‘DB의 아버지’ 찰스 윌리엄 바크먼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17일 전했다. 92세. 미국 캔자스주 맨해튼에서 태어난 바크먼은 미시간 주립대학에서 기계학을 전공했다. 1961년 제너럴 일렉트릭(GE)에 입사한 그는 생산라인을 관리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최초로 상용화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을 구축했다. 바크먼은 DB 시스템을 구축한 공로로 1973년 소프트웨어계의 노벨상인 ‘튜링상’을 받았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동전의 앞뒷면 같은 ‘설명과 이해’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동전의 앞뒷면 같은 ‘설명과 이해’

    최근 미국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자신의 판단을 설명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연구를 시작했다. 여기에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딥러닝 기술이 가진 문제인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누구도 알 수 없다’는 배경이 있다. 병원이나 법원에서 인공지능이 한 사람의 병명을 진단하거나 가석방 여부를 결정하게 되었을 때 인공지능이 그 이유를 제시할 수 있어야 사람들이 이를 더 잘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우선 떠오르는 생각은, 그렇다면 인간은 설명을 잘하는가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설명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설명을 잘하는 이가 있고, 여러 가지 일에 대해 모두 설명을 잘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좋은 설명과 나쁜 설명이 있으며 인간이 이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인간에게 설명을 평가하게 한다면 인공지능이 설명을 잘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리라 생각된다.그러나 이런 배경과는 별개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생각해 보자. 바로 ‘설명이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이는 설명이 너무나 일반적인 개념이라는 점에서 추상적인 질문일 수밖에 없다. 일상에서 설명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글과 대화의 상당 부분이 설명이며 어쩌면 모든 의사소통은 설명의 성격을 어느 정도는 가진다. 설명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조금 범위를 좁혀 생각해 보면 설명과 이해 사이의 깊은 연관관계가 발견된다. 설명과 이해는 마치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이해가 있어야 설명이 가능하며 이해한 만큼만 설명할 수 있다. 그 설명을 통해 다른 사람은 다시 이해에 이른다. 인류의 지식이 축적된 과정을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설명을 하는 사람 역시 자신이 설명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더 깊은 이해에 이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이들이 점점 더 그 문제에 깊은 이해를 가지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설명에 관해 떠오르는 이야기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인슈타인의 “할머니에게 설명할 수 없다면 너는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해한 만큼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할머니에게 하는 설명은 할머니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양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두 지식의 거리가 극단적으로 먼 경우 이 일이 극히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를 잘 드러낸 이야기가 아인슈타인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20세기 후반 가장 뛰어난 물리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파인만의 말이다. 그는 “내가 그 내용을 아무에게나 이해시킬 수 있다면, 어떻게 그걸로 노벨상을 받았겠는가”라고 했다 한다. 아인슈타인의 말만큼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는 말이다. 단지 아인슈타인은 할머니에게 설명을 요구했을 뿐 이해시키기를 요구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아인슈타인의 말은 오늘날 나왔다면 다른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 여기서 할머니가 쓰인 맥락 때문이다. 10여년 전 한 첨단기술을 다루는 잡지에서 아두이노라는 초소형 컴퓨터를 홍보하며 뉴스레터의 제목으로 “심지어 당신의 엄마도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쓴 적이 있다. 정확히 4시간 뒤 편집장의 사과문이 메일함에 도착했다. 그 사과문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쓰여 있었다. “나 역시 한 가정의 어머니로서, 이런 변명의 여지가 없는, 무책임하고 성차별적인 제목은 다시는 쓰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런 무의미하고 공격적인 제목이 다시는 여러분의 이메일함에 보이지 않도록 오늘부터 우리는 제목을 검수하는 추가적인 단계를 만들 것입니다.” 적어도 그 잡지는 자신들의 입장과 지향하는 바를 잘 설명하는 데 성공했다.
  • [부고] 여성 최초 ‘필즈상’ 수상 수학자 미르자하니 요절

    [부고] 여성 최초 ‘필즈상’ 수상 수학자 미르자하니 요절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이란 출신 수학자 마리암 미르자하니가 1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유방암으로 요절했다고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40세.1977년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난 미르자하니는 1999년 테헤란 샤리프기술대학에서 수학 학사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으로 유학, 2004년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린스턴대 교수를 거쳐 2008년부터 스탠퍼드대에서 교수를 지내다 4년 전 암이 발병해 투병해왔다. 미르자하니는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곡선을 포함한 공간인 ‘모듈라 공간’의 부피를 구하는 방법을 알아낸 공로로 2014년 8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필즈상을 받았다. 1936년 필즈상이 시작된 이후 여성 수상자는 미르자하니가 처음이다. 미르자하니는 여성이 수학에 약하다는 편견에 대해 “여성이 수학을 공부하는 문화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제야 여성이 처음으로 필즈상을 받은 것”이라면서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믿음 없이는 이를 이룰 수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르자하니는 생전에 자신을 ‘느린 수학자’로 일컬었다. 문제를 빨리 풀기보다는 포기하지 않고 더 어려운 문제에 천착하려 했기 때문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가족 참석했다지만…중국 류샤오보 시신 화장 ‘강행 의혹’

    가족 참석했다지만…중국 류샤오보 시신 화장 ‘강행 의혹’

    지난 13일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중국의 인권운동가 류샤오보(61)가 구금 상태에서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중국 선양시가 류샤오보 사망 이틀 만인 15일 그의 시신을 화장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선양시는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55)를 비롯한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장례의식이 진행됐다고 밝혔지만 중국 당국이 서둘러 류샤오보의 시신을 화장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AP통신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선양시는 랴오닝성 선양 원난구의 대형 빈의관(장례식장)에서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를 비롯한 가족들이 보는 가운데 이날 오전 고인을 보내는 의식이 치러졌다고 밝혔다. 사망 후 사흘 정도 빈의관에 고인의 시신을 두고 친지와 지인 등 주변 사람들이 조문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중국에서 통상적인 일임을 감안한다면 사망 이틀 만에 류사오보의 시신을 화장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유족들은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 7일째 되는 날 음식을 준비해 넋을 위로하는 ‘두칠(頭七)’이라는 중국의 민간장례 풍속대로 하길 원했으나 중국 당국이 사망 이틀 만에 시신 화장을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선양시는 기자회견을 통해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류샤오보가 화장됐다며 아내 류샤가 유골함을 건네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홍콩 소재 중국인권민주화운동정보센터는 전날 류샤오보 가족이 시신의 냉동보존을 희망했으나 당국은 이른 시일 내 화장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고, 일본 아사히신문도 중국 정부가 류샤오보의 시신을 화장하고 유해를 바다에 뿌릴 것을 유족에게 요구했지만 유족은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중국이 앞으로 ‘류샤오보’라는 이름이 중국 땅에서 거론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이 류샤오보의 묘지가 민주화 운동의 거점이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거나 류샤오보의 건강 악화와 관련한 의혹을 은폐하려고 한다는 추측 등이 중국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또 홍콩 명보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류샤는 남편의 사망 이후로 선양을 벗어나는 것이 금지된 채 가택연금 상태에서 우울증이 심각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선양시의 한 관계자는 기자회견을 통해 류샤가 자유로운 신분으로 풀려났다고 밝혔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류샤오보 사망 이후 베리트 라이스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이 류샤오보의 장례식 참석차 중국 방문을 희망했으나 주 노르웨이 중국총영사관은 비자를 내주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중국 법률을 위반한 류샤오보에게 노벨상을 수여한 것은 상의 목적에 반(反)하며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2008년 공산당의 일당독재 반대와 중국의 광범위한 민주화를 요구하는 ‘08헌장’을 선언한 류샤오보는 2009년 국가전복선동죄로 11년형을 선고받았다. 복역 중이던 2010년에 중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류사오보는 지난 5월 말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류샤오보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사회는 류샤오보의 사망 소식에 애도를 표하면서 중국 당국의 반인권적 처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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