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노벨문학상
    2026-04-01
    검색기록 지우기
  • 통상임금
    2026-04-01
    검색기록 지우기
  • 부동산펀드
    2026-04-01
    검색기록 지우기
  • 재무장관
    2026-04-01
    검색기록 지우기
  • 의정부고
    2026-04-0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569
  • [씨줄날줄] 노벨문학상과 출판

    [씨줄날줄] 노벨문학상과 출판

    중고등학교 시험문제 같아 민망하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의 3대 요소’라면 작품·번역과 함께 출판을 꼽아야 한다. 아무리 작품이 좋아도 번역이 제대로 되지 않고 출판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국내용’에 머물 수밖에 없다. 1982년 수상자인 콜롬비아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1967년 아르헨티나 수르출판사가 ‘백년 동안의 고독’을 펴내면서 나라 밖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중남미 문학이 세계 문학시장에서 급부상한 ‘라틴아메리카 붐’을 선도한 의미도 있다. 작품은 다양한 언어로 번역됐는데, 영국 하퍼앤드로의 영어판이 호평받으며 노벨상 후보로 떠올랐다. 1994년 수상자인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와 이와나미출판사의 협업도 유명하다. 출판사가 그를 지속적으로 ‘문제적 작가’로 인상 지운 결과 프랑스 갈리마르를 비롯한 유럽 출판사들이 출간에 나섰다. 이후 ‘개인적인 체험’이 스웨덴에서도 번역되며 일찌감치 노벨문학상을 주관하는 한림원의 주목을 받게 된다. 지난해 수상자 한강의 ‘채식주의자’도 2015년 영국의 독립출판사 포르토벨로 북스에서 출간되며 이듬해 같은 나라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세계문학의 흐름을 출판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쉽지 않은 그의 작품은 국내에선 출판사 한 곳에서만 나왔다. 2018년 ‘사탄탱고’를 비롯한 6종이다. 내년에 한 권이 더 나올 것이라고 한다. 출판사 대표는 “어려울수록 버티려면 좋아하는 것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펴냈다”고 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 작품집은 9월 한 달 40부 남짓 팔렸는데, 수상 소식 이후 하루 1800권이 나간다. 그럼에도 출판사는 “노벨상으로 주가가 높아지면 다른 작품 판권은 사들이기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라고 한다. 이런 출판사의 존재가 우리 문화가 결코 척박하지만은 않음을 보여 주는 증거일 것이다.
  • 이름도 어려운 크러스너호르커이,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서점가 독주

    이름도 어려운 크러스너호르커이,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서점가 독주

    지난 9일(현지시간)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호명된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책이 국내 온라인 서점에서 판매가 급증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크로스너호르커이의 대표작인 ‘사탄탱고’는 수상자 발표 이후 12시간 만에 올해 연간 판매량의 12배를 기록했다고 10일 밝혔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도 크로스너호르커이의 책이 이날 오전에만 1800부가 판매됐다고 밝혔다. 앞서 한 달간 그의 작품은 40부 판매되는데 그쳤으나, 대폭 뛰어오른 것이다. 수상 직후 동일 시간 기준으로 1000부가 판매된 프랑스 아니 에르노(2022), 900부가 판매된 영국 가즈오 이시구로(2014)를 뛰어넘는 수치다. 교보문고도 “평소 하루 1~2권 수준이던 판매량이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직후부터 이날 기준 1800부로 급증했다”며 “온라인 주문 판매 기준으로, 매장 내 재고는 대부분 소진된 상태”라고 했다. 대표작은 ‘사탄탱고’다. 1985년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데뷔작으로 작가를 단숨에 헝가리 문학 거장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기도 하다. 국내에는 ‘저항의 멜랑콜리’, ‘라스트 울프’, ‘세계는 계속된다’, ‘서왕모의 강림’,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등이 국내에 소개돼 있다. 모두 출판사 알마에서 출간됐다. 한국어판은 헝가리어에서 직접 번역한 책은 없고 독일어나 영어에서 중역한 것이다. 박동명 알라딘 도서사업본부 외국소설 담당 MD는 “다소 난해한 문체로 쉽지 않은 작품들이지만 노벨문학상을 통해 더 많은 독자에게 읽히고 소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헝가리 현대문학 거장으로 불리는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종말론적 공포의 한가운데서도 예술의 힘을 다시금 증명해 내는 강렬하고도 비전적인 작품 세계”라는 한림원의 평가를 받으며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 긴 추석 연휴, 새해 트렌드 공부에 나섰네 [금주의 베스트셀러]

    긴 추석 연휴, 새해 트렌드 공부에 나섰네 [금주의 베스트셀러]

    오랜만에 만난 긴 추석 연휴에 독자들은 다가올 2026년 새해 트렌드와 각종 투자 공부를 위한 ‘경제경영서’를 찾았다. 교보문고가 10일 발표한 ‘2025년 10월 1주간 베스트셀러 동향’에 따르면 매년 이맘때쯤 발간되는 ‘트렌드 코리아 2026’이 2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추석 연휴 기간, 경제와 트렌드 전망서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이어지면서 ‘머니 트렌드 2026’도 종합 5위를 유지했고, 송길영 작가의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은 1계단 상승한 종합 6위에 올랐다. ‘박곰희 연금 부자 수업’이 3계단 상승한 종합 베스트셀러 15위, ‘ETF 투자의 모든 것’이 20계단 상승한 종합 23위에 오르면서 재테크 관련 지식을 쌓으려는 움직임도 눈에 띄었다.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경제·경영과 재테크 분야 책이 4권이나 이름을 올렸다. 구병모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절창’과 어린이 만화 ‘흔한남매 20’,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 대행의 에세이 ‘호의에 대하여’ 등 추석 연휴 전부터 주목받았던 베스트셀러 상위권 책들에 관한 관심은 계속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줄곳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절반 이상을 소설이 차지했지만, 1년이 지나면서 다소 힘이 빠져 10위권 내에 소설책은 3권만 남았다. 한편, 긴 연휴를 맞아 어린이 분야 베스트셀러들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흔한남매’ 캐릭터 콘텐츠뿐만 아니라 ‘에그박사 16’, ‘타키 포오 코믹 어드벤처 9’ 등 유튜브 콘텐츠 시리즈에 인기가 이어졌다. ‘이탈리안 브레인롯 슈퍼도감’은 20계단 상승한 종합 26위에 올랐다. 청소년 독자들은 청소년 소설에 관한 관심을 보였다. 종합 38위, 청소년 분야 1위를 차지한 이꽃님 작가의 ‘내가 없던 어느 밤에’, 분야 10위권 내 ‘죽이고 싶은 아이’,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등 5종이 올라 청소년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을 받고 있다. 또 백은별 작가의 ‘시한부’, ‘윤슬의 바다’도 전주 대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가 크게 상승했다.
  • 종말의 공포 속에서도 예술의 힘 증명한 헝가리 문학 거장

    종말의 공포 속에서도 예술의 힘 증명한 헝가리 문학 거장

    한림원 “강렬하고 선구적인 작품”올해는 유럽 비주류 문학 재조명‘사탄탱고’로 주목, 맨부커상 수상헝가리 작가론 23년 만에 노벨상수상 소식에 “평온하면서도 긴장” 지옥에서도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가. 종말 앞에서도 춤을 출 수 있는가. 그 가능성을 보여 준 헝가리의 거장이 문학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영예를 품에 안았다. 9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은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를 호명했다. 한림원은 “종말론적 두려움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하는 그의 강렬하고 선구적인 모든 작품에 상을 준다”고 밝혔다. 이어 “프란츠 카프카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에 이르는 중부유럽 전통의 위대한 서사 작가로 부조리와 기괴한 과잉이 특징”이라면서도 “사색적이고 정교하게 조율된 어조를 채택해 동양을 바라보기도 한다”고 평가했다. 헝가리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2002년 케르테스 임레 이후 23년 만이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앞서 2015년 헝가리 작가 최초로 영국 맨부커상(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으며 문학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에게는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 4000만원)가 주어진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이날 스웨덴 라디오 방송에 나와 “매우 기쁘고 평온하면서도 긴장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1954년 헝가리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대학에서 헝가리문학과 법학을 공부했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한 경력도 있다.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작품은 데뷔작인 ‘사탄탱고’(1985)다. 이 작품이 대성공을 거두며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단숨에 헝가리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거듭났다. 1980년대 말 공산권이 붕괴하자 헝가리를 떠나 몽골, 중국, 일본 등을 여행하며 다양한 소재로 작품을 썼다. “한 장면 뒤로 불현듯 또 다른 것이 모습을 드러내고, 눈에 보이는 경계를 넘어서면 현상들은 서로 관련이 없어졌다. 마치 영원히 닫히지 않는 문처럼, 틈이, 균열이 있었다.”(‘사탄탱고’ 부분) 프랑스 칸 영화제, 베를린 국제영화제 등에서 상을 받은 세계적인 영화감독 터르 벨러와는 친구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사탄탱고’를 비롯해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다양한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이외에도 재즈 음악가 실베스터 미클로스 등과 협업하는 등 문학이 다양한 매체로 뻗어 나갈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크러스너호르커이를 포함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총 118명이다. 이들의 작품은 세계문학의 역사에서 정전의 지위를 얻는다. 초기에는 서구권 남성 작가 중심으로 수상이 이뤄지면서 비판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출신 국가나 대륙, 언어 등을 다변화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아시아 여성 최초로 한강에게 상을 안긴 데 이어 이번에도 헝가리 작가에게 상을 준 것은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 헝가리문학은 유럽문학에 속하기는 하지만 미국문학이나 독일문학, 프랑스문학에 비해 비주류로 분류된다. 유럽인에게도 다소 낯선 헝가리어로 쓰인 작품이 노벨문학상까지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헝가리의 카프카’로 불리는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은 종말을 그려 내는 깊이 있는 통찰과 아름다운 문체로 니콜라이 고골, 허먼 멜빌 등의 거장과 비견된다. 국내에서 아주 유명한 작가는 아니지만 일부 마니아 독자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탄탱고’를 비롯해 ‘저항의 멜랑콜리’, ‘라스트 울프’, ‘세계는 계속된다’, ‘서왕모의 강림’,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등이 국내에 소개돼 있다. 한경민 한국외대 헝가리학과 교수는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무의식, 비이성적인 군중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하는 작가”라면서 “스릴러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현대인의 불안을 잘 건드리는 작품을 쓴다는 점이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이어진 이유”라고 말했다.
  • 한강 살던 우이동 주택 매입한 강북… 문학·문화 자산으로 보존

    한강 살던 우이동 주택 매입한 강북… 문학·문화 자산으로 보존

    서울 강북구는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이 어린 시절부터 20대까지 살았던 우이동 주택을 최근 매입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주택은 대지면적 259㎡ 규모의 지하 1층∼지상 1층 단독주택이다. 한강이 초등학생 무렵 수유동으로 상경해 학창 시절을 보내며 문학적 뿌리를 다져온 공간이다. 그동안 한강은 다수의 작품과 인터뷰에서 수유리(현 우이동)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소설 ‘희랍어 시간’에선 ‘수유리의 우리 집 기억하니, 방이 네 개나 되는…마치 황홀한 환각 같던 그 광경’이라 회상한 바 있다. 또한 한 인터뷰에선 “저에게 집이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공간이 수유리 집”이라며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구 관계자는 “지역 문학 유산을 적극적으로 보존하고 미래 세대와 공유하고자 한강 작가가 살던 주택을 매입하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한강 작가의 부친인 한승원 작가에게 편지를 보내 ‘주택을 문화 자산으로 보존하고, 문학 정신을 잇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17일 매입 절차를 모두 마쳤다”며 “문학의 힘이 살아 숨 쉬는 강북을 만드는 데 이 주택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으로 구는 기본 계획 용역을 거쳐 활용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특히 주택의 기존 구조와 배치를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단순한 기념 공간을 넘어 주민과 방문객이 문학의 가치를 함께 배우고 즐길 수 있는 문화 시설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지 어느덧 1년이 됐다. 한승원, 한강 부녀가 거주했던 우이동 주택은 소중한 역사·문화 자산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며 “한강 작가가 남긴 성취가 강북의 뿌리에서 비롯된 만큼 이를 보존 및 계승해 구민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꾸겠다”고 말했다.
  • 노벨문학상에 ‘71세 헝가리 거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노벨문학상에 ‘71세 헝가리 거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가 2025년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9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를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스웨덴 한림원은 “묵시록적 테러 속에서 예술이 가지는 힘을 아주 설득력 있고 환상적인 작품으로 확인시켜뒀다”고 설명했다. 1985년 ‘사탄탱고’로 데뷔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2015년 헝가리 작가 최초로 맨부커상(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았고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돼왔다. 문학 분야에서 이상적인 방향으로 가장 뛰어난 작품을 생산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노벨 문학상은 1901년부터 올해까지 총 118차례 수여됐다. 상을 받은 사람은 122명으로, 과학분야와 달리 공동 수상은 1904·1917·1966·1974년 등 4차례가 전부였다. 제 1·2차 세계대전 기간 등에는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2017년 이후로는 거의 예외 없이 매년 남녀가 번갈아 수상자로 선정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이 여성 작가로는 역대 18번째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역대 수상자들의 국적은 미국과 유럽이 주를 이뤘다. 프랑스가 16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 13명, 영국 12명, 스웨덴 8명, 독일 8명 등이었다.
  • 한강 작가 살던 우이동 주택 매입한 강북구…“문학 및 문화 자산으로 보존”

    한강 작가 살던 우이동 주택 매입한 강북구…“문학 및 문화 자산으로 보존”

    서울 강북구는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이 어린 시절부터 20대까지 살았던 우이동 주택을 최근 매입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주택은 대지면적 259㎡ 규모의 지하 1층∼지상 1층 단독주택이다. 한강이 초등학생 무렵 수유동으로 상경해 학창 시절을 보내며 문학적 뿌리를 다져온 공간이다. 그동안 한강은 다수의 작품과 인터뷰에서 수유리(현 우이동)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소설 ‘희랍어 시간’에선 ‘수유리의 우리 집 기억하니, 방이 네 개나 되는…마치 황홀한 환각 같던 그 광경’이라 회상한 바 있다. 또한 한 인터뷰에선 “저에게 집이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공간이 수유리 집”이라며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구 관계자는 “지역 문학 유산을 적극적으로 보존하고 미래 세대와 공유하고자 한강 작가가 살던 주택을 매입하기로 했다”라며 “이를 위해 한강 작가의 부친인 한승원 작가에게 편지를 보내 ‘주택을 문화 자산으로 보존하고, 문학 정신을 잇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17일 매입 절차를 모두 마쳤다”라며 “문학의 힘이 살아 숨 쉬는 강북을 만드는 데 이 주택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으로 구는 기본 계획 용역을 거쳐 활용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특히 주택의 기존 구조와 배치를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단순한 기념 공간을 넘어 주민과 방문객이 문학의 가치를 함께 배우고 즐길 수 있는 문화 시설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지 어느덧 1년이 됐다. 한승원, 한강 부녀가 거주했던 우이동 주택은 소중한 역사·문화 자산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라며 “한강 작가가 남긴 성취가 강북의 뿌리에서 비롯된 만큼, 이를 보존 및 계승해 구민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꾸겠다”라고 말했다.
  • 또 유력후보 머네인, ‘이중언어’ 다와다… 올해 노벨문학상 주인공은

    또 유력후보 머네인, ‘이중언어’ 다와다… 올해 노벨문학상 주인공은

    ‘한강의 기적’도 벌써 1년 전 이야기다. 다시 노벨문학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의 영예는 누구에게 돌아갈까. 그간 높은 적중률을 보여 왔던 영국 온라인 베팅 사이트 나이서오드에는 이미 유력 후보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이 ‘정치적인’ 부분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작가의 성별이나 출신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지난해 수상자인 한강의 이름은 나이서오드에서 거론된 바 없다. 도박사들의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갔던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작가는 오스트레일리아 제럴드 머네인(86)이다. 평생 호주를 떠나 본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머네인은 오스트레일리아, 그중에서도 자기가 거주하는 빅토리아주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소설로 쓴다. 지역적인 현안에 국한되지 않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길어 올려 세계적인 공감을 받고 있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대표작인 ‘소중한 저주’(민음사)와 ‘평원’(은행나무) 같은 작품이 지난해가 돼서야 번역됐다. 지난해 수상자가 아시아 여성이었던 만큼 올해는 서구의 남성이 지목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는 루마니아 미르체아 커르터레스쿠(69), 프랑스 미셸 우엘베크(67), 영국 토머스 핀천(88)을 주목할 만하다. 커르터레스쿠는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정권에 저항했던 작가로 지난 7월 ‘멜랑콜리아’(은행나무)가 번역되면서 국내에 처음 알려졌다. 우엘베크는 ‘지도와 영토’(문학동네)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핀천 역시 ‘브이(V)’(민음사), ‘제49호 품목의 경매’(민음사)가 한국어로 번역돼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시아 작가들을 아예 배제할 순 없는 노릇이다. 매년 후보로 거론되는 다와다 요코(65)는 일본 출신이지만 독일에서 활동하며 일본어와 독일어를 모두 사용하는 ‘이중언어’ 작가라는 점에서 한림원의 선택지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대산문화재단 주최로 지난 5월 한국을 찾았던 다와다는 시인 김혜순(70)과 함께 인공지능(AI)과 문학의 미래를 두고 대담을 나누기도 했다. ‘중국의 카프카’로 불리는 찬쉐(72), 대중과 평단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76) 역시 강력한 후보군이다. 한국에 소개된 작가만 호명되리라는 법은 당연히 없다. 한국 독자에게는 낯설지만,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작가는 수없이 많다. 그만큼 한국의 세계문학 번역·연구에 구멍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의 세사르 아이라(76), 브라질의 밀턴 하툼(73)이 대표적이다. 현재는 순위에서 보이지 않지만, 베팅이 막 시작됐을 땐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36)의 이름도 있었다. 다소 장난스러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앞서 2016년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84)이 상을 받기도 했으니 그냥 웃고 넘길 수만은 없어 보인다. ‘할리우드가 사랑한’ 공포문학의 거장 스티븐 킹(78)의 이름도 보인다. 킹을 향한 시선은 이중적이다. 대중에게는 절대적인 지지를 받지만, 평단의 평가는 냉혹하다. 그간 문학의 순수성을 고집한 것으로 보이는 한림원이 킹을 선택한다면 커다란 이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러시아 류드밀라 울리츠카야(82), 덴마크 헬레 헬레(60), 노르웨이 칼 오베 크네우스고르(57), 프랑스 피에르 미숑(80) 등의 이름도 보인다. 출신국뿐만 아니라 노벨문학상 수상의 핵심인 서구·유럽 문단에서 존경받는 작가들이다. 올해는 아쉽게도(?) 한국이 받을 가능성은 없다. 매년 노벨문학상 계절이 되면 ‘우리는 언제쯤 저 상을 받을 수 있을지’ 부러움 섞인 시선으로 뉴스를 기다리던 시절이 아득히 먼 옛날 같다. 만약 한국이 또 받는다면 김혜순이 유력하다는 게 문단의 중론이다. 올해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을 주인공은 추석 ‘황금연휴’ 마지막 날인 9일(한국시간) 오후 8시 발표된다.
  • 노벨문학상 반짝 효과 그치나… ‘한국문학 골든타임’ 흘러간다 [한강 노벨문학상 1년]

    노벨문학상 반짝 효과 그치나… ‘한국문학 골든타임’ 흘러간다 [한강 노벨문학상 1년]

    노벨상 1년… ‘문화적 자부심’뿐발행종수 늘었지만 부수는 감소일부 작품만 ‘노벨상 특수’ 누려쉽게 읽히는 가벼운 작품만 소개문체부 ‘문학나눔’ 사업 통폐합돼2년새 예산은 140억 → 115억 줄어작가 발굴과 문학적 다양성 위해바우처·공공대출 보상권 등 필요“출판계에서는 ‘노벨문학상을 받아도 한국은 안 된다’는 패배감이 생겼어요.”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지 오는 10일이면 정확히 1년이 된다. 이것으로 세계 속 한국문학의 위상은 분명히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국내는 어떨까. 수년간 침체를 면치 못했던 국내 문학 시장은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사건’ 이후 활기를 찾았을까. 대답은 ‘아니요’다. 한 문학 전문 출판사 대표는 2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노벨상 이후 달라진 것은 ‘문화적 자부심’ 외에는 없다고 봐도 좋다”며 “지금 있는 사람이라도 떠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토로했다. 독자 수는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출판업 생산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0.4% 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월(7월) 대비 3.9% 포인트 줄기도 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통계를 봐도 문학 분야 서적의 발행 부수는 지난해 962만부로 전년보다 7.8% 감소했다. 노벨문학상이 한 해가 끝나갈 즈음인 10월에 발표됐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한강을 비롯해 일부 작품들이 많이 팔리는 데 그쳤을 뿐 극적인 반전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10년 전인 2015년 1561만부, 2016년 1586만부로 정점을 찍은 뒤 문학 서적의 발행 부수는 꾸준히 감소했다. 종류는 오히려 늘었다. 문학 서적 발행 종수는 지난해 1만 4118부였는데 이는 2015년(1만 899부)보다 30% 많아진 것이다. 시인과 소설가는 더 열심히 써내고 있었다. 출판사 역시 끊임없이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다양한 책을 찍어내고자 노력했다. 독자들이 찾아주지 않았을 뿐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이 오히려 국내 시장의 ‘쏠림’만 키웠다는 한 출판계 원로의 하소연도 있었다. 그는 “한국인들이 평균적으로 종이책을 1년에 한 권 정도 사는데, 노벨상 이후로는 그들이 전부 한강의 책을 샀으니, 다른 출판사들은 판매의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문학 출판사 관계자는 “창비,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 등 한강의 책을 가지고 있는 출판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가운데 ‘노벨상 특수’를 누린 곳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일부 책이 ‘과도하게’ 많이 팔린 것일 뿐인데 이것이 마치 문학계 전체의 호황으로 포장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항상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중소형 출판사들이 작가에게 원고료를 제때 지급하지 않거나 떼먹는 경우도 다반사다. 문단 내 이름이 있거나 확고한 팬을 거느린 작가일수록 책을 안정적으로 팔아줄 수 있는 대형 출판사와의 계약을 선호하게 된다. “한국문학 시장만큼 부익부 빈익빈이 심한 곳도 없다”는 하소연 뒤에는 이런 구조가 숨어 있다. 노벨문학상까지 받았는데도 여전히 조촐한 한국문학 시장의 문제는 비단 안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한 편집자는 “해외 출판사의 작품 번역을 계약할 때 그들은 대놓고 국내에서 얼마나 팔렸는지 물어보는데, 국내에서는 아무리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이어도 1쇄(약 2000부)조차도 넘어서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 민망하고 머쓱하다”며 “양적으로 많이 팔리는 대중성 있는 작품만 소개하게 되는데, 그것이 마치 세계에서는 한국문학의 전부인 것처럼 알려지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호소했다. 그는 “안톤 허 등 일부 영향력 있는 번역가의 선택에 기대기도 하지만, 그 정도의 스타 번역가는 극소수”라면서 “지금처럼 쉽게 읽히는 가벼운 작품만 소개되는 구조가 계속되면 한국문학을 향한 관심도 금방 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는 한국문학 생태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정부를 비롯한 공적 기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초라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학나눔’은 정부가 문학 분야에 직접적으로 공적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핵심적인 사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교양·학술 분야의 도서를 지원하는 ‘세종도서’ 사업과 함께 ‘도서 보급·나눔 사업’으로 통폐합됐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예산이 대폭 줄었다는 점이다. 2023년에는 두 사업 합산 140억원 규모였으나, 지난해 115억원으로 내려앉았다. 노벨문학상 이후 한국문학 진흥을 위한 현장의 목소리에 공감해 올해 예산을 131억원으로 늘리긴 했지만, 여전히 2년 전에 미치지 못한다. ‘저주토끼’로 전미도서상, ‘너의 유토피아’로 필립 K 딕상 최종후보에 오른 소설가 정보라는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이 화려하고 재밌는 대중문화 외에도 깊이 있는 철학과 역사를 갖춘 품격 있는 민족이라는 걸 보여 주는 사건이었던 만큼 전년 대비 7배 이상 지원 예산을 늘려 세계를 한국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야심만만한 포부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문학의 재도약을 위한 ‘골든타임’이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진취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문학계 종사자들의 생각이다. 문학과지성사 대표이자 문학평론가로 한국출판인회의 회장도 겸하고 있는 이광호 회장은 “독서 진흥 예산이 지난 정부에서 너무 깎였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지원을 늘리지 않으면 새로운 작가가 나타나기 어렵고 문학적 다양성이 확보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문학나눔뿐만 아니라 독자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느낄 수 있는 ‘문학도서 바우처’나 지역 서점 지원, 일부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인 ‘공공대출 보상권’(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작가와 출판사에도 정부가 일정 부분 혜택을 지원하는 제도) 같은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참수 그리고 키스…세례자 요한과 에렌 예거의 운명[폐허에서 무한으로]

    참수 그리고 키스…세례자 요한과 에렌 예거의 운명[폐허에서 무한으로]

    편집자 주 망각忘却은 모든 문장의 운명입니다. 오래된 책은 잊힌 문장으로 가득한 폐허廢墟이지요. 책을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요. 폐허에서 무한無限을 찾는 것 아닐까요. 먼 옛날에 쓰인 문장을 가지고 와 이어 써보려고 합니다. 저의 심폐소생으로 책이 부활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의 글 역시 결국 무로 돌아갈 것이기에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입니다. 온라인으로 연재하는 이 시리즈는 기사도 소설도 아니고 시는 더더욱 아닙니다. 옛날과 오늘날을, 필자의 짧은 상상력으로 접붙이는 에세이 정도로 가볍게 읽고 넘어가 주시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신 독자에게 문운文運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1. 참수와 키스: 세례자 요한과 에렌 예거, ‘진격의 거인’과 ‘살로메’ 당장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저에게 주시기를 바랍니다.마르코복음서 6장 14절 살로메의 춤은 매혹적이었습니다. 그 춤에 매료된 헤롯왕은 무엇이든 들어주리라 약속했죠. 그런데 살로메가 이렇게 말합니다.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잘라달라고. 그 잘린 머리를 쟁반에 내어 가져다 달라고. 세상에 그런 부탁이 어딨습니까. 아무리 의붓딸이라지만, 부모가 되어서 그런 부탁을 들어주는 게 가당키나 합니까. 하지만 헤롯왕은 크게 실수했습니다.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했으니까요.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감옥에 갇혀있던 세례자 요한의 목은 그렇게 잘리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쟁반 위에 놓였습니다. 신약성경 마르코복음서에 나오는 이 일화를 그린 카라바조의 그림을 본 적 있나요. 끔찍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건 한 사람의 머리가 ‘쟁반’에 담겼다는 사실입니다. 머리는 ‘인간적인 것’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몸에서 떨어져 나간 뒤에는 한낱 ‘물건’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쩌면 성경은 몸과 머리가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다는 걸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몸이야말로 머리의 진정한 자리라는 것을요. 갑자기 성경을 소환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한 애니메이션에서 본 장면에서 불현듯 저 문장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조금 잠잠해진 것 같은데요. 올해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만화가 이사야마 하지메 원작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진격거)입니다. 이 글은 ‘진격거’ 정주행에 성공한 독자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아직 다 보지 못한 독자께서는 뒤로 돌아가 주시길 바랍니다. 충분히 감상하고 난 뒤에 다시 찾아주십시오. 그때도 이 글을 기억하실 수 있다면요. 각설하고 애니메이션의 마지막으로 향하겠습니다. 파라디 섬에 갇힌 에르디아인의 자유를 갈망했던 주인공 에렌 예거는 결국 ‘땅울림’을 실행합니다. 땅울림은 ‘진격거’ 안에서 가장 극단적인, 궁극의 폭력입니다. 파라디 섬 안의 인류를 해방하기 위해 나머지 인간을 모두 없애겠다는, 아주 충격적인 프로젝트입니다. 수십만, 어쩌면 수백만에 이르는 거인의 발아래, 인간과 인간이 세운 문명이 파괴됩니다. 오로지 에르디아인을 위한, 그것도 파라디 섬 안에 갇힌 에르디아인만을 위한 계획이죠. 정당할까요? 물론 앞선 내용을 모두 생략한 제 글만 보면 정당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진격거’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독자라면, 애니메이션을 정주행한 시청자라면 여기에 대답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 것입니다. 이것이 폭력의 속성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폭력은 필연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을 상정합니다. 맞은 사람이 있으면 때린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요. 단순하게 보면 그 구분은 뚜렷하고 명확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특히 역사에서는 둘을 나누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인간이 오롯이 홀로 선 존재가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인간은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갑니다. 역사를 계승하고 저마다 민족의식을 지니고 있죠. 가까운 이의 죽음은 멀리 있는 이의 죽음보다 슬픕니다. 만약 그 죽음이 다른 누군가에 의한 것이라면, 죽음은 죽음 그 자체로 끝나지 않습니다. 슬픔은 분노가 되고 복수로 이어지죠. ‘적’이 탄생합니다. 독일의 법철학자 칼 슈미트는 “적과 동지의 구분”이야말로 정치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요즘 정치에서 대화와 타협이 사라졌다고들 하는데, 오히려 이렇게 반문하고 싶습니다. 과연 진정한 의미의 협치가 이뤄진 적 있었는지. 영원히 불가능한 것은 아닌지. 작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에렌도 알았습니다. 땅울림을 실행하면 죄 없는 많은 이가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을요. 에렌은 무거운 죄책감을 안고서 ‘결단’합니다. 땅울림이 없다면 파라디 섬에 갇힌 에르디아인의 자유는 영영 성취될 수 없을 것이기에. 그러나 땅울림은 도중에 멈춥니다. 오랜 친구이자 가족과도 같은, 아니 가족보다도 서로를 아주 깊이 사랑했던 존재 미카사 아커만의 칼날은 단호하게 에렌의 목을 잘라냅니다. 거인을 향한 에렌의 분노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초대형 거인’과 ‘갑옷 거인’이 침공했을 당시 벽 안으로 들어온 무지성 거인에게 어머니가 잡아먹혔죠. 그 앞에서 무엇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은 에렌을 조사병단 단원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었습니다. 에렌이 ‘시조의 거인’, ‘진격의 거인’ 등의 힘을 얻은 뒤 땅울림을 실행한 것은 그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그 결단은 결국 미카사의 손으로 멈춰져야 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에렌이 이 결말을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설명하기 조금 복잡하지만, 작품 속 ‘진격의 거인’이 지닌 능력은 아주 독특합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단순히 시간여행과는 다른 듯합니다. 어쨌든 작품 속 결말이 에렌의 선택이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에렌이 보기에 땅울림은 실행되어야 했고, 그것을 결단한 자신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칼날에 목이 잘려야 했던 거죠. 미카사는 에렌의 목을 자른 뒤 그에게 키스합니다. 미카사의 품에 안긴 에렌(의 잘린 목)이 어느 때보다도 평온해 보이는 것은 저만의 느낌은 아닐 겁니다. 다시 살로메에게로 가보겠습니다. 성경을 펼치니 원문에 ‘살로메’는 없습니다. 물론 성경에 살로메라는 이름 자체는 등장하지만, 다른 부분의 동명이인입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저는 왜 세례자 요한의 목을 요구한 저 요부의 이름을 당연하게 살로메라고 알고 있는 것일까요. 이 오해에는 거대한 문학사적 맥락이 끼어있었습니다. 아일랜드가 낳은 세기의 천재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1854~1900)를 아실 겁니다. 그가 쓴 희곡 ‘살로메’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와일드는 신약성경의 이야기를 아주 매혹적으로 재창조했습니다. 원전에는 없는 저 무명의 여인에게 살로메라는 이름을 부여했습니다. 한 유대 역사학자 기록에 헤롯왕의 의붓딸 이름이 살로메로 나온다고 하는데, 아마 여기서 따온 것으로 보입니다. 와일드는 이름뿐만 아니라 살로메가 세례자 요한을 지독히도 ‘사랑했었다’는 설정을 덧붙입니다. 와일드의 문장을 조금 살펴보겠습니다. 참고로, 와일드는 1893년 프랑스어로 ‘살로메’를 썼고, 이듬해 영역본을 출간했다고 합니다. 한국어 번역은 민음사에서 나온 ‘오스카 와일드 작품선’(정영목 역)을 참조했습니다. 나는 당신의 몸을 사랑해요, 요카난! 당신의 몸은 한 번도 풀을 베지 않은 들판의 백합처럼 희어요. 당신의 몸은 유대의 산 위에 머물다 골짜기로 흘러 내려오는 눈처럼 희어요. … 세상에 당신의 몸만큼 흰 것은 없어요. 당신의 몸을 만지게 해 주세요. 여기서 ‘요카난’은 세례자 요한의 히브리식 표현이라고 합니다. 세례자 요한의 몸을 향한 강한 탐닉이 엿보입니다. 아니, 엿보인다고 할 수 없겠네요. 아주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니까요. 공개적인 자리에서 대놓고 말하기에는 조금 쑥스럽습니다만, 타인의 몸을 향한 욕망은 누구나 느껴봤을 법한 보편의 본능입니다. 하지만 이런 살로메의 고백에 세례자 요한의 답은 차갑기만 합니다. “소돔의 딸이여, 나에게 가까이 오지 마라! … 너에게 저주가 있을 것이다! 근친상간을 한 어미의 딸이여, 너에게 저주가 있을 것이다!” 시쳇말로 ‘말넘심’(말이 너무 심하다)입니다. 적당히 좋은 말로 둘러댔다면 어땠을까요…. “당신과 입을 맞추겠어요”라고 다짐했던 살로메는 결국 자신의 목표를 이루고 맙니다. 춤으로 헤롯왕을 유혹한 뒤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잘라서 쟁반에 달라고 하고, 거기에 키스합니다. 아! 나는 당신에게 입을 맞추었어, 요카난, 당신 입에 내 입을 맞추었어. 당신 입술에서는 쓴 맛이 나네. 피의 맛인가? 아니 어쩌면 사랑의 맛일지도 몰라…… 미카사도 살로메도 사랑하는 이의 목을 잘랐습니다. 물론 동기는 대단히 다르지만요. 미카사는 에렌의 죽음을 원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에렌의 폭력적 결단을 멈추기 위해서 미카사 역시 결단해야 했죠. 세례자 요한의 생사는 살로메에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저 그의 몸, 희디흰 살결만이 살로메가 바랐던 것이었습니다. 살로메의 대사는 대단히 그로테스크합니다. 세례자 요한의 피를 맛보며 “사랑의 맛일지도 몰라”라고 하는데요. 미카사도 에렌을 사랑했고 살로메도 세례자 요한을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둘의 사랑은 같은 것입니까? 사랑이라는 단어는 도대체 어디까지, 무엇까지 포괄할 수 있는 것일까요. 아니 어쩌면 너무나도 넓어서 허황하다고도 느껴집니다. 사랑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게 왜 불가능한 것인지. 인간의 언어가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지. 사랑하는 사람에 의해 목이 잘렸다는 점에서 에렌과 세례자 요한은 닮았습니다. 에렌도 ‘진격의 거인’ 능력으로 미래를 볼 수 있었고, 세례자 요한도 예언자였으니 그런 점에서도 둘이 비슷한 구석이 있네요. 여기서 미래를 본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미래라는 단어에서 우리는 희망을 보고 있습니까, 아니면 절망을 보고 있습니까. 내가 언제 어떻게 죽을 것인지 알게 된다면 그때부터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요. 에렌이나 세례자 요한처럼 미래를 볼 수 없는 우리에게 현재는 오직 선택의 문제입니다. 혹자는 미래나 운명 같은 것이 이미 결정되어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바뀌는 게 있나요. 우리는 미래를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최대한의 자유의지를 발휘하여 하루하루 살아갈 뿐이지요. ‘진격거’ 애니메이션 마지막 화에서 에렌의 죽음 이후에도 전쟁은 끝나지 않습니다. 파라디 섬의 에르디아인들은 땅울림 이후 살아남은 인류의 보복이 두려워 군비를 증강하며 힘을 기르죠. 에렌을 죽인 미카사와 친구들은 파라디 섬에 평화 사절단으로 파견됩니다. 하지만 그 성과는 장담할 수 없죠. “이기면 살고 지면 죽는다.” 애니메이션의 대사이기도 한 이 원칙은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다소 허무합니다. 하지만 인정해야 합니다. 폭력 역시 세계의 근본이고 본질이라는 것을요. 인류는 지난 세기 1·2차 세계대전을 겪었습니다. 인간 스스로 벌인 끔찍한 폭력을 반성하고 다시는 그러지 말자고 힘을 모으기도 했는데요. 불과 100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그 다짐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분명 폭력적인 존재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죠. 후자를 향하려고 애쓰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일지도요. 이러고 보니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수상 연설이 떠오릅니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한강
  • [세종로의 아침] 정치·경제 선진화 이룬 ‘포용적 제도’의 위기

    [세종로의 아침] 정치·경제 선진화 이룬 ‘포용적 제도’의 위기

    “한국을 보라. 경제 번영은 포용적 제도가 결정한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사이먼 존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한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작가 한강 못지않게 주목 받았다. 아제모을루와 로빈슨 교수는 2012년 공동으로 집필한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부국과 빈국의 차이는 제도가 결정한다고 봤다. 특히 ‘포용적 제도’를 지닌 한국과 ‘착취적 제도’를 지닌 북한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며 한국을 극찬했다. 로빈슨 교수는 최근에도 한국을 방문해 ‘K팝의 역사’인 SM엔터테인먼트 본사를 방문하는 등 K팝 산업의 성공 비결에 주목하기도 했다. 아제모을루와 로빈슨 교수가 말하는 포용적 제도란 일반 대중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공정한 경쟁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다. 반대로 착취적 제도란 소수의 집단에 부와 권력이 집중된 경우를 말한다. 국가의 성패는 지리적·역사적·인종적 조건이 아니라 제도가 결정한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공정과 자유, 적절한 규제가 조화를 이루는 제도가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지리적·역사적·인종적 조건이 같은 남한과 북한의 경제발전의 차이는 제도가 결정한다는 점을 보여 주기 위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는 남북한의 위성사진이 나온다. 그러나 포용적 제도를 채택한 국가일지라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일 수 있다. 지난해 12월 3일 느닷없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사태가 그랬다.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기 위해선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경제 분야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수도권으로의 부동산 쏠림 현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생산성 격차, 저출생·고령화 위기 등으로 인한 저성장 고착화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포용적 제도와는 거리가 멀어질 수도 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지 100일이 훌쩍 넘었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사법·언론 개혁을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다. 포용적 제도의 근간이라고 볼 수 있는 대화와 타협은 온데간데없다. 오히려 국회에는 강성 지지층에게 어필하기 위해 한층 수위가 높아진 고성과 막말이 활개치고 있는 형국이다. 여당이 주도하는 78년 만의 검찰청 폐지,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등은 로빈슨 교수 등이 극찬하던 포용적 제도와는 한참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정치 제도는 경제 제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8일 국가AI전략위원회를 출범해 세계 ‘AI 3강’을 목표로 세웠다. 내년도 AI 관련 예산은 올해의 3배인 10조 1000억원 규모에 달한다고 한다. 14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7월 한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1.94%로 추정했다. 그런데 정부는 AI 성장만 부르짖을 뿐 구조개혁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힘들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 기후변화 위기, 부동산 쏠림으로 인한 집값 폭등과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막기 위한 구조개혁은 반드시 이뤄내야 할 숙원이다. 만일 구조개혁이 없다면 우리나라는 장기적인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오기 힘들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1%대로 추락한 한국의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해 과감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대·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 해소, 인공지능(AI) 대전환 및 리스크 관리, 재정 개혁 등을 꼽았다. 이미 저성장의 길에 들어선 우리가 이룩한 경제번영과 전 세계가 주목하는 K컬처 현상 역시 지금이 고점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로빈슨 교수 등이 말한 포용적 제도의 대표적 사례였던 우리나라가 위기를 맞았다는 점을 직시하고, 소수에게 자원이 집중되는 착취적 제도가 우리 사회에 스며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점검할 때다. 황비웅 디지털금융부 기자(차장급)
  • “일상 속 가치 집중하는 한국문학의 보편성… 돈키호테의 나라도 홀렸죠”

    “일상 속 가치 집중하는 한국문학의 보편성… 돈키호테의 나라도 홀렸죠”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1년간 스페인에서는 한강 작가를 향한 관심이 한국문학 전반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힐링, 판타지, 호러, SF, 웹툰 등 앞서 스페인에 소개되지 않았던 다양한 장르가 주목받고 있죠. 스페인 최대 출판그룹인 플라네타는 올해에만 10권이 넘는 한국문학 도서를 출간할 예정이라고도 밝혔습니다.” 신재광 주스페인한국문화원장은 25일 서울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문학을 향한 스페인 현지의 뜨거운 열기를 이렇게 전했다. 신 원장은 “스페인의 독립 출판사, 기존에 한국문학을 한 번도 출간해 본 적 없는 출판사들조차도 한국문학 출간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스페인의 대표적인 문화 행사인 ‘라 마르 데 레트라스’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된 바 있다. 이 행사에는 한국의 배수아, 정보라, 김호연 작가가 초대돼 현지 독자와 만났다. 특히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은 스페인 내 ‘K힐링소설’의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처음엔 생소했지만, 힐링소설이 주는 따뜻한 분위기가 독자들의 입소문을 탔어요. 현지 언론에서도 이런 유의 작품들을 ‘필 굿’(feel good) 장르라 부르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와 주스페인한국문화원 등은 ‘2025 코리아시즌 스페인’을 진행 중이다. 문체부가 매년 핵심 국가를 선정해 한국 문화예술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행사로 올해 1년은 스페인 전역에서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한다. 다음달 7~9일 마드리드 이페마 박람회장에서 열리는 ‘리베르 국제도서전’에 한국은 ‘포커스 국가’로 참여한다. 같은 달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스페인 최대 규모 현대문학 축제인 ‘코스모폴리스’에도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됐다. “스페인 주요 언론 ‘엘 에스파뇰’은 K팝이나 영화, 드라마 등 영상 매체 위주였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이제는 문학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인간의 내면을 다루는 소설부터 디스토피아 장르까지 전 세계를 사로잡은 한국문학의 탄생 배경을 꼼꼼히 분석한 ‘엘 파이스’의 기사도 있었고요. 개인의 심리와 일상 속 가치에 집중하는 한국문학의 보편성이 아주 먼 곳에 있는 스페인 사회에서도 공감대를 넓히고 있습니다.” 어떤 문학이 세계화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서구의 승인’이다. 스페인어는 영어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사용하는 서양 언어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와 함께 서구문학의 정전을 가장 많이 배출한 언어이기도 하다. 특히 근대에 소설이라는 장르를 출발시킨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돈키호테’의 저자 미겔 데 세르반테스(1547~1616)의 나라라는 점에서도 스페인 사람들의 문학에 대한 자부심은 크다. “현지에서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을 이어 가기 위해 문화원은 우선 문화산업적 관점에서 다양한 작품이 스페인에 진출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의 협업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현지 독자들이 여러 한국 작가들을 만날 수 있도록 다양한 참여형 행사도 기획하고 있지요. 웹소설에 더해 전자책, 오디오북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한 진출 방안도 모색 중입니다.”
  • [지방시대] 무등산은 여전히 말이 없다

    [지방시대] 무등산은 여전히 말이 없다

    광주 무등산에 얽힌 구전 설화 중 태조 이성계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조선을 건국하기 전 태조 이성계가 전국을 유람하던 시절, 지금의 경남 남해에 도달한 이성계가 섬과 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금산에 올랐다고 한다. 당시 고려 마지막 왕을 폐하고 조선 건국을 도모하던 이성계는 이 명산의 대답을 듣고 싶어서 “산아 산아, 내가 새로운 나라를 세워 왕이 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이성계의 질문에 이 산은 고개를 끄덕거렸다고 한다. 남해 금산에서 답을 듣고, 호남 내륙을 거쳐 광주 무등산을 지나던 이성계는 이번에는 무등산에 물었다. “산아 산아, 내가 새로운 나라를 세워 왕이 될 수 있겠는가.” 같은 질문에 무등산은 금산과 달리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조선을 세운 이성계는 자신에게 왕이 된다고 대답해 준 산에 상으로 비단 금자를 써서 ‘금산’(錦山)이라는 칭호를 내렸고 아무런 답을 주지 않은 산에는 등급이 없다는 뜻의 ‘무등산’(無等山)이란 이름을 내렸다는 일화다. 무등산은 왜 대답하지 않았을까. 고려 말 권문세족의 부패함과 왕권의 무력함, 이로 인해 피폐해진 백성들의 삶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1388년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을 통한 군사작전을 통해 1392년 조선을 건국하게 됐지만, 그 4년 사이 얼마나 많은 이름 모를 백성들과 군인들이 권력쟁탈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됐을까. 이들 모두 역사에는 일일이 기록되지 않았지만 무고한 백성들의 예상치 못한 희생이 뒤따랐을 것은 자명하다. 그래서 무등산은 대답을 못 하지 않았을까. 권력보다는 민생과 그들의 희생을 먼저 생각했을지도. 무등산은 또 다른 의미로도 해석된다. 너무도 고결해서 등급을 함부로 부여할 수 없다는 뜻의 ‘무등산’이다. ‘무등’이란 말은 불교 용어로 평등이 크게 이뤄져서 평등이란 말조차 사라진 상태를 뜻하기도 한다. 수백년 세월을 보낸 현대에 와서 광주시민들은 무등산을 국립공원이라기보다는 꽤 큰 동네 뒷산 정도로 느낀다. 광주 도심 어딜 가나 무등산은 이만치 또는 저만치 우뚝 서 있다. 광주 어디서나 무등산은 그만큼 잘 보인다. 그래서일까. 광주 시민정신은 무등산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생활 속에 늘 가깝다. 광주에서 초중고를 나온 사람이면 누구나 한두 번쯤은 무등산으로 소풍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 교가에도 무등산이란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1000m가 넘는 산이면서도 동네 뒷산처럼 늘 광주시민들의 마음에 닿아 있다. 광주는 언제나 권력보다 약자의 편에 서서 희생적인 삶을 우선시했다. 그 속에 정의로움이 담겨 있다. 1980년 광주 5·18민주화운동도, 지난해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도 무등산과 광주정신에 맥이 닿아 있다. 올해 여름 광주와 무등산은 폭염 속에 유난히 무더운 여름을 보냈다. 지난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전후로 더욱 뜨거워진 여름은 광주를 내내 달궜다. 매번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광주는 정치인들로 북적인다. 지난여름도 그랬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 그들의 발길이 또 이어지고 있다. 광주에서 묻고 다짐하고 선언하면서 광주의 동의와 지지를 받고자 한다. 그래야 명분이 더 서는 것일까. 머리 숙이고 다짐한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등산은 여전히 말이 없다. 임형주 전국부 기자
  • 한강이 이룬 K문학 새 물결… 다양한 물길 터야 큰 강 흐른다[한강 노벨문학상 1년]

    한강이 이룬 K문학 새 물결… 다양한 물길 터야 큰 강 흐른다[한강 노벨문학상 1년]

    노벨상 수상 후 K문학 위상 높아져해외 판매·번역 요청 2배 넘게 뛰어해외 도서전·낭독회·강의까지 인기양적 팽창에도 저변은 여전히 미미시장성 넘어 다양성 고려 지원 필요 ‘변방의 언어’로 도달한, 역사상 가장 빛나는 성취.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문학이 세계 속에 우뚝 선 지 다음달이면 꼭 1년이 된다. 한국에서 한국어로 문학을 창작하는 작가도 이제는 세계의 독자를 의식하며 글을 쓴다.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을 맞아 한국문학의 기회와 위기, 과제를 2회에 걸쳐 짚는다. 세계는 한국문학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 한국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양적인 팽창’이 두드러지고 있다. 25일 한국문학번역원이 각 출판사를 통해 집계한 결과 지난해 해외에서 판매된 한국문학 책은 약 120만부로 전년(2023년) 52만부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아직 집계되진 않았지만, 노벨문학상 수상 효과가 본격화된 올해 판매 부수는 훨씬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팔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번역해 달라는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올 상반기 번역원의 해외 출판사 번역지원 출판 사업에는 193건이 접수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160건)보다 20%나 늘어난 숫자다. 사업 등 공식적인 통로 외에도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는 의뢰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번역원 산하 번역아카데미 교수인 윤선미 번역가는 “해외 출판사들이 출간하고자 하는 책을 번역가에게 직접 의뢰하기도 하는데, 체감상 건수가 노벨상 수상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세계 독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서구의 주요 문학상에 한국 작가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건 이제 그리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김혜순 시인의 ‘죽음의 자서전’은 지난 7월 한국인 최초로 독일 ‘세계 문화의 집’(HKW) 국제문학상을 받았다. 이 시집을 독일어로 옮긴 박술 독일 힐데스하임대 철학과 교수는 “(노벨상 수상 이후 한국문학이) 아는 사람만 알던 상태에서 일반교양 수준으로 올라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며 “독일 현지에서 낭독회를 해 보면 한국에 대해 깊이 아는 독자가 요즘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번역원뿐만 아니라 대산문화재단의 지원도 한국문학이 전 세계에 소개될 수 있었던 힘이다. 데버라 스미스가 옮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죽음의 자서전’ 독일어판도 재단에서 번역을 후원했다. 올해는 이성복 시인의 ‘그 여름의 끝’ 영역본이 안톤 허의 번역으로 미국 문학 전문 출판사 크노프에서 출간을 앞두고 있다. 지난 4월 세계 3대 SF문학상으로 꼽히는 미국 ‘필립 K 딕’ 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는 “콘텐츠를 넘어 언어와 역사, 문화 등으로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최근 15년 사이 전 세계 대학 수준에서 학과 설치나 강의 개설이 가장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학문이 한국어, 한국학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 북토크 현장을 다니는 작가들도 달라진 위상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독일, 일본, 러시아에서 해외 독자와 만난 오은 시인은 “독일에서는 아직 번역된 책이 없음에도 한 독일인이 다가와 한국어로 ‘팬이에요’라고 말해서 크게 놀랐다”고 했다. 한국문학 창작자를 실제로 만나고자 하는 해외 독자의 열망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해외에서 열리는 문학축제나 북토크 행사를 지원하는 번역원의 ‘해외교류 공모사업’에는 올 상반기 20개국에서 50건의 신청이 확정돼,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9%나 늘었다. 한국문학의 매력에 빠져 번역가의 길을 택하는 학생도 크게 늘었다. 올해 1월 마감된 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야간과정 모집 인원수는 27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4명)보다 28%나 늘었다. 현재 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있는 프랑스인 한국문학 번역가 지망생 알리야 그타리는 “프랑스에서는 단편보다는 장편소설이 인기가 많고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같은 작품이 크게 주목받았던 것 같다”며 “한국어는 언어 자체가 참 매력적인데, 한국어만의 뉘앙스를 최대한 잘 전달하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해외 도서전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지난 5월 폴란드에서 열린 바르샤바 도서전의 주빈국은 한국이었다. 이 도서전에서 폴란드 출판계를 대상으로 기관사업 세미나가 열렸는데 일반 관람객까지 총 50여명이 참석했다. 폴란드 출판시장 규모에 비춰보면 상당히 큰 숫자다. 같은 달 한국과 스페인의 수교 75주년을 맞아 마드리드에서도 한국문학 행사가 열렸다. 총 5회에 걸쳐 진행된 이 행사의 전체 관객 수는 500명에 달했다. 전석 매진이었다는 후문이다.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파리도서전(4월)도 열리는데, 한국은 여기에도 주빈국으로 초청됐다. 마냥 성과에 취해 있을 때는 아니다. 이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것일 뿐 아직 한국문학의 저변은 미미하다. 양질의 한국문학을 세계에 공급할 우수한 번역가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다양한 작품이 번역되고 소개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해외 출판사는 번역본 출간을 결정하기 전 ‘얼마나 팔렸는지’를 확인한다. 그러나 국내 문학·출판 시장이 워낙 협소해서 문학적으로 탁월한 작품보다는 일부 인기 있고 대중적인 작품만 해외에서 주목받는 경향도 있다. 김현우 읻다 출판사 대표는 “일부 스타 번역가가 직접 고른 작품이거나 바로 성과가 나타날 수 있는 시장성 있는 책이 아니면 해외에 소개되는 것은 노벨상 수상 이후로도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해외에 소개할 작품을 ‘톱다운’으로 결정하는 성과 위주의 현행 지원 방식을 넘어서야 한다”면서 “가장 밑단의 번역가들이 자생적으로 살아남아 그들의 취향대로 번역할 작품을 고르고 활동할 수 있게 만드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통합의학 오감으로 느껴요···26일 ‘대한민국 통합의학박람회’ 개최

    통합의학 오감으로 느껴요···26일 ‘대한민국 통합의학박람회’ 개최

    현대의학과 대체의학, 자연치유 등을 아우르는 ‘2025 대한민국통합의학박람회’가 오는 26일 전남 장흥군에서 개막한다. 전남도와 장흥군이 공동 주최하는 제14회 대한민국통합의학박람회는 ‘치유, 통합의학으로 답하다’라는 주제로 오는 30일까지 5일간 안양면 국제통합의학박람회장 일원에서 열린다. 관람객들이 통합의학을 직접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전국 대학병원, 대학, 의료기관, 단체 등 70여개 기관에서 의료진과 전문가가 참여해 통합의학 체험 프로그램 등을 직접 제공한다. 박람회는 주제관, 통합의학관, 웰니스힐링관, 건강증진관, 건강 음식관, 디지털헬스&의료산업관 등 6개 전시 체험관으로 구성됐다. 올해는 해외 의료기관, 테라피 업체의 참여가 늘어나 국제적인 면모를 갖췄다. 제페니즈 상담심리관, 차이니즈 뷰티관, 베트남 발마사지 테라피, 한일교류협회 등 다채로운 해외 의료·치유 콘텐츠 부스가 운영되는 등 국내외 통합의학 트렌드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노벨문학도시 장흥’의 정체성을 반영한 문화 콘텐츠도 눈에 띈다. 웰니스힐링존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작 전시 부스가 마련되며, 치유정원 북크닉과 이동도서관 프로그램을 통해 문학과 힐링이 어우러지는 감성적 체험 공간이 조성된다. 통합의학관은 양·한방 통합의학 진료체험, 곰팡이균 검사 등 다양한 체험과 전시가 마련됐다. 싱잉볼, 컬러, 아로마, 티 테라피 등 특별한 체험을 할수 있는 웰니스 힐링관과 AI 기술을 활용한 가상 의료체험, 인지재활, 스트레스 측정 등의 디지털 헬스관도 관심을 받고 있다. 숲테라피공원에서는 산림치유사와 함께하는 어싱길 맨발걷기, 명상 요가 등 참여형 체험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장흥통합의학컨벤션센터에서는 특별한 건강강좌가 진행된다. 27일에는 스타강사 김미경의 북토크, 28일은 심리학자 이호선의 마음치유 토크 콘서트, 29일은 방송인 고명환의 인문학 강의가 진행된다. 26일 열리는 개막식에는 송가인, 손빈아, 천록담, 강민 등 유명 가수들의 축하공연도 이어진다. 김성 장흥군수는 “한의약, 양의학, 보완대체의학이 융복합된 통합의학의 본고장 장흥군에 오셔서 통합의학의 새로운 변화를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며 “몸과 마음이 함께 치유되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 김동연, 중국 충칭·상하이·장쑤성 방문···경제·우호 협력 강화

    김동연, 중국 충칭·상하이·장쑤성 방문···경제·우호 협력 강화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단장으로 한 경기도 대표단이 중국과의 경제·우호 협력 강화 등을 목적으로 9월 22일부터 27일까지 5박 6일간 중국 중서부 경제 중심 충칭시(重慶), 경제수도 상하이시(上海), 경제 규모 2위 장쑤성(江蘇)을 방문한다. 앞서 김 지사는 2023년 11월 중국을 방문해 허리펑 부총리와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랴오닝성 하오펑 당서기, 리러청 성장과 실질 협력 확대에 합의한 바 있다. 경기도는 김 지사의 취임 이후 두 번째 중국 방문을 통해 새로운 중국의 경제 중심 도시와 교류를 강화하고 경제·문화·관광 분야 실질 협력을 활성화해 양국의 우호 협력 증진에 힘을 보태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중국 방문에는 NHN클라우드, 한글과컴퓨터, 다임리서치, 에이아이웍스, 이니텍 등 우리나라 최고의 AI기술을 자랑하는 경기도 기업 관계자들이 동행한다. 경기도 중국방문단은 중국 중서부 경제 중심 충칭시, 경제수도 상하이시와 신규 우호 협력을 체결하고 장쑤성과는 친선 결연 1주년을 맞아 협력 심화 방안도 논의한다. 충칭시와의 우호 협력 체결은 2019년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충칭시를 찾아 양 도시 간 협력 확대를 제안한 이후 실무 협의를 거쳐 결실을 보게 됐다. 도와 충칭시는 우호 협력 체결 외에도 2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충칭시 상무위원회와 경제통상 및 기업 비즈니스 협력 업무협약을, 량장신구와는 AI·바이오·신소재 등 첨단산업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해 실질적 교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중국 경제수도 상하이시에서는 AI기업들과 함께 중국 빅테크 기업 텐센트를 방문해 AI협력을 논의하고, 중국 최대 규모 상하이도서관을 찾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작품 등 한국도서 100권을 증정하며 공공외교 강화에도 힘쓸 예정이다. 한국 기업의 최대 투자처인 장쑤성도 찾는다. 작년 6월 경기도를 방문한 장쑤성 당서기와 양 지역 관계를 친선 결연으로 격상한 후 지속적인 협력 강화를 위해 답방으로, 환경 분야와 이차전지 부품 제조 투자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경기도의 대(對)중국 교역규모는 지난해 기준 915억 달러(28.8%)로 경기도의 최대 교역국이며, 경기도는 한중 교역의 33.5%를 담당하고 있다.
  • “폭력 완전 제거 안 되지만 문학으로 극복”

    “폭력 완전 제거 안 되지만 문학으로 극복”

    작가축제서 현기영 작가와 대담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 “인간의 세계에서 폭력이란 것을 완전히 제거할 순 없겠죠. 하지만 이성으로 제어하고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은 사랑과 위안을 줄 수 있습니다. 독서가들은 평화를 사랑한다고 믿습니다.” 중국의 지성이자 매해 강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소설가 옌롄커(67)는 11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12일 개막해 17일까지 엿새간 열리는 이번 축제에서 옌롄커는 개막 대담을 통해 현대의 비극과 고통을 체화한 문학이 역사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논한다. 대담 상대자는 제주 4·3 사건의 아픔을 문학으로 담아냈던 소설가 현기영(84)이다. ‘보 이 는 것 보 다( )’ 이번 축제의 슬로건이다. 글자와 글자를 띄운 것과 괄호 안을 비워 둔 것은 주최 측의 의도다. ‘보이는 것보다’로 읽어서 비교의 의미를 나타낼 수도 있고, ‘보이는 것(을) 보다’로 보고 시각이 감지한 세계를 직관한다는 뜻을 담아내기도 한다. 괄호 안은 이번 축제에 참여하는 8개국 29명의 작가들이 저마다 채울 예정이다. 옌롄커는 “진실 아래 가려진 진실, 진실하지 않은 진실, 진실을 초월하는 진실, 신비로운 진실, 진실을 검증할 수 없는 진실이 문학 안에 있다”며 “(작가는) 유한한 진실을 통해 무한한 진실을 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현실 정치에 관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한 옌롄커는 “중국 문학은 약간의 구속을 받기 때문에 중국에서 작품을 창작한다는 건 아주 많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며 “자유로운 한국이 동아시아, 나아가 아시아 전체의 문학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K컬처’ 좋다지만…외국인 81%가 부정적으로 보는 한국의 ‘이것’

    ‘K컬처’ 좋다지만…외국인 81%가 부정적으로 보는 한국의 ‘이것’

    음악, 드라마, 영화 등 ‘K컬처’ 요소가 우리나라 대내외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극단적인 이념 갈등은 대외적으로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일으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일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은 내국인과 외국인 각 203명씩 총 406명을 대상으로 벌인 ‘2025 한국의 이미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11일부터 31일까지 21일간 이메일과 웹 링크를 사용해 진행했다. 연구원이 설문 참여자들에게 ‘외국인이 떠올리는 한국다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더니, ‘한류 스타일’이라는 응답이 한국인 94.6%와 외국인 93.1%로 압도적이었다. 2위는 한국인과 외국인이 서로 달랐는데, 한국인은 ‘첨단 정보기술(IT) 인프라’(52.7%)라는 응답이 많았고 외국인은 ‘전통미’(41.9%)를 꼽았다. ‘최근 한국의 이미지 상승에 기여한 사건이나 흐름’을 묻는 말에는 한국인(93.1%)과 외국인(95.1%) 양쪽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글로벌 흥행’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지난 6월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몰이로 한국 콘텐츠가 국제적 영향력을 굳힌 것으로 풀이된다. 2위와 3위로는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 각각 ‘K팝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투어’와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한강 작가)’을 꼽았다. 이에 대해 연구원 관계자는 “대중문화와 순수예술 등 문화 분야 선전이 국가 이미지 제고에 기여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의 가장 큰 부정적 이미지 요인으로는 극단적인 이념 대립이 꼽혔다. ‘최근 한국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준 이슈’에 대한 질문에 한국인 79.8%와 외국인 80.8%는 ‘극단적 이념 대립’이라고 답했다. 2위는 ‘사회갈등 분출’(한국인 41.9%·외국인 30.1%), 3위는 ‘과도한 경쟁 문화와 스트레스’(한국인 29.1%·외국인 27.1%)였다. 연구원 관계자는 “정치적 양극화와 사회갈등이 사회 긴장도를 높여 한국의 국제적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유호준 경기도의원, 경기도교육청, 역사 왜곡 도서 즉시 뿌리 뽑아야

    유호준 경기도의원, 경기도교육청, 역사 왜곡 도서 즉시 뿌리 뽑아야

    일부 극우 성향 단체 ‘리박스쿨’에서 추천한 역사 왜곡 도서가 경기도 내 학교도서관에 여전히 비치·대출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의회 유호준 의원(남양주 다산·양정)이 임태희 교육감이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에 대해 성희롱과 성폭력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이유로 폐기 처분을 한 것을 거론하며, “한강 작가의 작품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임태희 교육감이 ‘리박스쿨’이 추천한 역사왜곡 도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라며 임태희 교육감이 입장을 밝히고, 해당 도서를 학교 도서관에서 퇴출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교육부의 학교도서관 종합검색시스템 ‘도서로’에 따르면 ‘리박스쿨’이 추천도서로 지정한 ‘엄마가 들려주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 이야기’의 경우 도내 81곳의 초등학교에서 총 143권을 보유 중인 것으로 조사됐으며, 가장 많은 곳은 고양시 Y초등학교로 7권을 비치하고 있었다. 해당 도서는 제주 4·3과 여순사건을 ‘반란’으로 규정하거나, 군경의 민간인 학살을 암세포를 죽이는 ‘방사선 치료’에 빗대는 등 심각한 역사 왜곡적 서술을 담고 있어, 국사편찬위원회조차 “역사 왜곡이 있다”는 검토 결과를 내린 바 있다. 유호준 의원은 “헌법상 출판과 학문의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인 역사관, 민간인 학살을 긍정하는 도서까지 학교도서관에서 비치·대출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한 뒤,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작품조차 부적절하다며 사실상 도서 폐기처분을 유도한 임태희 교육감이 막상 반헌법적인 역사관을 드러내고 있는 ‘리박스쿨’ 추천도서의 폐기에는 미온적인 것이 이상하다.”이라며 임태희 교육감이 해당 도서가 주장하고 있는 역사관에 동조하고 있어서 미온적인 것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유호준 의원은 전남도교육청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전남도교육청은 지난 7월부터 역사 왜곡 도서의 학교 현장 유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도내 830여 개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 70개 학교에서 친일 잔재 및 역사 왜곡 도서 32종 169권을 확인·폐기 조치했다”며 전수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더 나아가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의 심의 기준을 강화하고, 구입 예정 도서를 사전에 공개해 전문가와 지역사회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를 도입했으며, 민관 합동 자문단을 구성해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였다”며 경기도교육청의 근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또한, 유 의원은 “전남도교육청처럼 경기도교육청 역시 전수조사와 검증 절차 강화, 전문가·시민단체 협력 체계 구축 등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임태희 교육감이 해당 도서의 역사관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면 단순 폐기를 넘어서 도서 선정을 위한 프로세스를 구축해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한다.”라며 해당 도서의 폐기와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 지원받았으니 말 들어라?… ‘관치’ 그림자 속 시들어가는 K컬처[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지원받았으니 말 들어라?… ‘관치’ 그림자 속 시들어가는 K컬처[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지원하되 간섭않는다 원칙 사라져”문체부, 도서전 보조금 2년째 끊어공무원 출신 국악원장 거론도 논란정부 지원 대상 자율·점검 균형 필요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문화 산업은 발전을 거듭해 꽃을 피웠다. K팝을 필두로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국, 중동 등 세계로 나아가는 추세다. 2016년 60억 달러(약 8조 7000억원) 수준이었던 콘텐츠 수출액은 2019년 100억 달러를 처음 넘었고 2023년 133억 달러를 돌파했다. 세계적인 콩쿠르 등에서도 한국 연주자가 두각을 보인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국가문화지수 종합 순위는 10위다. 문화 산업의 중요도가 커지고 국가 투자가 늘어나면서 정부가 민간을 과도하게 통제하는 ‘관치’에 대한 논란도 불거진다. 이재명 정부에선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지금의 ‘K컬처’는 그 시작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문화 정책에서 찾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 전 대통령은 문화를 21세기 전략 산업으로 보고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속에서도 처음으로 정부 전체 예산의 1%를 문화 분야로 배정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을 했다. 당시 기조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문화 정책을 만들고 문화예술 단체나 예술가에게 지원금을 주는 구조가 이어지며 관치 논란도 뒤따랐다. 그 부작용이 최고조에 이른 게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불거진 ‘문화계 블랙리스트’다. 당시 정부는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 명단을 작성하고 의도적으로 각종 지원에서 배제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의 2018년 5월 종합발표에 따르면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본 문화예술인이 8931명, 단체가 342개로 집계됐다.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 한국 최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 등을 받은 봉준호 감독 역시 명단에 포함됐다. 피해 문화예술인 단체인 ‘블랙리스트 이후’의 정윤희 디렉터는 이에 대해 “소통을 거부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관료 독재’로 볼 수 있다”면서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처럼 윤석열 정부 들어 관료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 첫 문체부 수장이었던 박보균 전 장관 시절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와의 갈등으로 논란을 빚은 서울국제도서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박 전 장관은 2023년 8월 “5년간 도서전 입장료 등 수익금 상세 내역을 누락했다”는 이유로 출협을 ‘이권 카르텔’로 규정하고, 윤철호 회장 등을 수사 의뢰했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달 7일 관련 사건을 ‘혐의 없음’(불송치)으로 종결했다. 출협은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서울국제도서전에 대한 근거 없는 수사 의뢰는 감사와 수사까지 합쳐 2년 넘는 시간 동안 협회와 업계를 옥죄는 수단으로 기능했다“면서 “독서 정책, 저작권 정책, 각종 예산 집행, 민관협치 구조의 파괴 등 윤석열 정부 시기 출판 정책은 육성이 아니라 억압이라고 불러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유인촌 전 문체부 장관이 퇴임 전 진행한 인사는 ‘알박기’ 논란도 불렀다. 올해 초 인사혁신처가 추린 신임 국립국악원장 후보 3명 가운데 문체부 고위 관료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며 국악계 반발을 불렀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민간만 지원하던 국악원장 공모에 공무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지난해 12월 대통령령을 개정한 사실도 확인됐다. 유 전 장관은 지난 4월 김상욱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과 정용욱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를 임명·승인했다. 5월에는 김명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 사장과 우상일 국립문화공간재단 대표를 임명하는 등 정권 교체기에 인사권을 과하게 휘둘렀다는 지적을 받는다. 문체부가 국립오페라단과 국립합창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발레단, 국립현대무용단 등 5개 단체 이사회의 통합에 나서고 국립예술단체 지방 이전 방안을 문화예술계와 별다른 상의 없이 추진하다가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문화연대의 김재상 사무처장은 “문체부 지원을 받는 문화예술기관이나 문화예술인을 시혜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지원해 주는데 뭐가 더 필요하냐’는 식의 접근, 나아가 ‘지원해 줬으니 우리 말을 들어야 한다’는 식의 관치 문화가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새 정부에서는 관과 민이 소통하는 통로를 넓히고 예술가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예산이 새지 않도록 점검하는 구조를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세준 숙명여대 문화관광학부 교수는 “지원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확인하는 게 당연하다. 특히 중앙 정부 입김이 잘 닿지 않는 지역 문화예술계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의 문체부는 각종 지원사업을 고도화하는 것은 물론 지원 대상의 자율과 점검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풀어야 한다”고 짚었다. 과거 정부의 관치 관련 피해 역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 디렉터는 “법을 마련해 청산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비슷한 문제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