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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이 사라진 자리… 청춘의 고뇌가 추억 되어 켜켜이

    대학이 사라진 자리… 청춘의 고뇌가 추억 되어 켜켜이

    대학로에는 대학이 없다. 인근 성균관대생이나 방송통신대생이 들으면 크게 노할 주장이다. 그러나 대학로에는 대학로를 잉태하게 한 대학은 없다. 더 슬픈 것은 대학로에 대학이 있었다는 역사적 실체를 기억하는 사람조차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학로, 한때 이 땅의 최고 지성들이 똬리를 틀었던 곳, 그러나 지금은 흔적조차 없다. 대학로는 현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혜화동, 명륜동 일대, 옛 서울대 문리대 캠퍼스 주변을 말한다. 상대나 공대가 주목을 받기 전 이른바 낭만의 시대, 사람들은 문리대가 대학의 중심인 줄 알았다. 당연히 이 땅의 젊은 수재들은 문리대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울대 문리대가 있었다. ‘문리대’란 말은 이 땅의 지식인들에게 묘한 느낌을 주는 말이다. 몹시도 가난했던 1960, 70년대 그 시절을 주름잡았던 한국의 주역들은 대개 문리대 출신이었다. 정치인은 너무 많아 언급조차 어렵다. 문학과 지성(문지) 창간 4K로 불리던 김병익, 김현, 김치수, 김주현이 그렇고 미학과에 다녔던 김민기가 그렇다. 4·19세대의 좌절과 슬픔을 노래한 시인 김광규도 문리대 출신이다. 이처럼 당시 문리대는 곧 이 땅의 지성과 동일시되는 무게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학로를 곧 서울대 문리대의 고향 정도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세월은 모든 것을 앗아 간다. 하지만 문리대 옛터는 이제 서울미래유산만이 화려했던 과거를 증거하고 있다. 그래서 대학로에는 이 땅의 남녀노소 누구나 한 번쯤 가 봤을 명소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그 명소들은 이제 과거에서 문화유산이란 이름으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누가 뭐래도 그 첫 번째는 일찌감치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된 학림다방이다. 별칭이 문리대 제3강의실이다. 서울대 문리대의 축제인 학림제가 이 다방의 이름에서 유래됐다는 그럴듯한 설이 있을 만큼 상징성이 크다. 1956년 문을 연 다방은 6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보란 듯이 남아 그 시절을 추억하고 있다. 여러 사람을 거쳐 80년대 이후 이충렬씨가 경영하다가 지금은 아들인 영우(28)씨가 다방을 지키고 있다.학림에 관한 숱한 전설은 워낙 넘쳐 지면이 부족해 보인다. 세월이 많이 흘러 이제는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이야기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1956년, 학림다방’이라는 간판의 아우라에 사로잡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기 바쁘다. 영화 ‘강원도의 힘’, ‘번지점프를 하다’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사람들은 이곳에 와 커피를 마신다기보다는 선배 세대들의 추억을 마시게 된다. 이십대 젊은 사장이 맡고 난 뒤부터 아버지 세대의 슬픔을 공감하려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 그 시절에는 기쁨보다 슬픔이 많았다. 학림에는 이 땅의 정치, 문학, 예술인들의 지도가 선명하게 그려진다. 방명록에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학림은 안 잊었노라’는 홍세화의 글과 ‘그 이름 오래 이어지소서’라는 고은의 글이 눈길을 끈다. 노무현의 친필도 남아 있다. ‘오늘 또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기쁩니다.’ 역시 노무현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 가수 김민기씨와 함께 얘기하다 갔다”고 주인이 기억을 더듬었다. 속이 출출하면 가야 할 곳이 있다. 진아춘(進雅春). 그 시절 문리생들의 신입생 환영회, 종강 파티, 졸업 사은회가 단골로 열렸던 중국집, 역시 서울미래유산이다. 1925년 문을 연 진아춘은 학림과 함께 대학로를 대표하는 가게다. 100년에 가까운 오랜 세월을 대학로와 함께했다. 산둥성 출신 화상인 주인 형원호(65)씨가 30년 넘게 꾸려 가고 있다. “해가 갈수록 힘들다.” 주인장의 목소리에는 ‘우아한 봄을 선사한다’는 낭만적인 가게 이름과는 대조적으로 수심이 배어 있다. 대학로의 무게를 더하는 것은 또 있다. 바로 건축가 김수근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건축가인 김수근은 유독 대학로에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래서 건축계는 대학로를 ‘김수근밸리’라고 부른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부근에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대부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짧은 생을 살다 간 김수근은 평생 벽돌과 담쟁이를 사랑한 사람이다. 그의 많은 작품들이 벽돌과 담쟁이를 오브제로 탄생됐다. 경동교회가 그렇고, 공간 사랑(현 아라리오뮤지엄)이 그렇고, 드물게 지어진 단독주택 세검정 세이장도 벽돌과 담쟁이로 처리돼 있다.그중 대학로의 랜드마크는 당연히 공공그라운드(구 샘터 사옥)이다. 1979년 완공된 샘터 사옥은 적벽돌과 담쟁이로 처리돼 따스함과 포근함을 주는 김수근의 걸작이다. 역시 김수근의 작품인 아르코미술관(구 문예회관)의 벽면에 불규칙하게 튀어나온 벽돌은 보는 이에게 묘하게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마로니에 공원이 자리한 대학로에는 60, 70년대 가난한 나라의 지성들의 슬픔이 진하게 숨겨져 있다. 허기진 배를 물로 채우며 샹송을 노래하고 민주주의를 외친 이 땅의 장년 세대들의 좌절과 슬픔, 고뇌가 녹아 있는 곳이다. “입학 당시 대학로 중간에는 개나리꽃이 무성하던 실개천이었습니다. 문리대 교정은 대학로 중간쯤에 있던 다리에서 시작됐고 당시 문리생들은 볼품없던 시멘트 다리를 미라보 다리로, 실개천을 센강이라고 부르며 파리를 동경했습니다. 아침부터 술에 취한 채 다리 밑에 떨어져 고래고래 고함지르던 문리생들도 많았습니다. 마로니에가 무성하면 그 그늘 밑에서 헤리 벨라폰테와 손시향의 노래를 불렀죠.” 대학로를 배경으로 한 시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로 널리 알려진 김광규 시인의 회고다. 시인은 “지금은 없어진 쌍과부집에 가서 막걸리를 퍼마시거나 아니면 삐걱거리는 계단을 올라 학림에 가서 죽치고 앉아 LP판을 듣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며 “그때 들었던 베니아미노 질리의 ‘귀에 익은 그대 음성’이 지금도 귓전에 생생하다”고 덧붙인다. 대학로 중심 마로니에 공원 일대는 이제 한국의 대표적인 연극촌으로 자리매김했다. 관악 캠퍼스로 이전하기 전 서울대의 모습을 축소시켜 재현해 놓은 청동모형만 그 옛날 마로니에가 무성하던 시절을 증언해 준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귓가에 속삭여 줄 사람은 가고 어디에도 없다. 정신의 리버럴리즘을 추구하던 고단한 몸짓은 이제 더이상 이곳에서 찾기 어렵다. 별을 보고 길을 찾았던 시대는 행복했다는 루카치의 한 구절이 남루하다. 짙푸른 플라타너스는 옛사랑이 피를 흘린 곳에서 제 무게에 겨워 넓은 잎을 늘어뜨리고 있고 마로니에의 풍성한 그늘에서는 버스킹을 하는 십대들의 노랫소리만 허공에 맴돈다. 학전소극장 부조에 새겨진 요절 가객 김광석의 노래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중략…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그렇다. 머물러 있는 청춘은 없다. 우리 모두 매일 이별하며 살아가고 있다. 초여름 햇살이 마로니에 공원에 뭉텅뭉텅 쏟아지고 있다. 글 김동률 서강대 교수(매체경영)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 靑은 왜 구설 많은 탁현민을 다시 불렀나

    靑은 왜 구설 많은 탁현민을 다시 불렀나

    文대통령, 남북정상회담 이벤트 흡족 관료·정치인에 없는 상상력 높게 평가 靑 첫 입성 때부터 여성비하 논란 파문 여성계 “내정하지 말아야” 강력 반발 내부 “고위 공직자답게 처신을” 지적#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때 가장 시청률이 높았던 순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 환송행사였다. 판문점 평화의 집 외벽을 스크린으로 활용한 ‘하나의 봄’을 주제로 한 영상쇼인 만큼 ‘암전’이 불가피해 경호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 또 두 정상보다 한반도를 살아가는 이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부각되는 상황이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의 봄’의 상징적 장면으로 흡족해했다고 한다. 탁현민(47)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청와대 의전비서관(1급)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왜, 탁현민인가’라는 질문이 회자된다. 2017년 청와대에 들어온 뒤 10년 전 책에 담긴 여성 비하 표현으로 사퇴 압력이 거셌던 터라 1년 4개월 만의 승진·복귀에 따른 여성계 비판은 예정된 수순이기 때문이다. 27일 복수의 여권 인사들은 논란을 감수하고도 그를 중용하는 배경으로 평판보다는 ‘검증된 능력·경험’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상상력’을 중시하는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꼽았다. 청와대에 몸담았던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생각은 연설뿐 아니라 공개 행사에서 시각적으로도 전달되는데, 그는 대통령의 의중을 디테일까지 잘 살린다”며 4·27 정상회담 환송행사를 예로 들었다. 4·27 기획은 ‘집단지성’의 산물이지만, 연출을 총괄한 그를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전까지 매뉴얼대로 군 부대나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그들만의 행사’로 열렸던 국군의날이나 경찰의날 행사를 광장으로 불러내고 스토리를 입힌 것도 그다. 여권 핵심인사는 “대통령의 ‘숨결’을 읽어 낸다. 대통령의 진정성과 따뜻함은 연출 불가한 영역이지만, 돋보이게 포착하는 건 기획자의 능력”이라고 했다. 이어 “레퍼런스를 참고하지 않고, 도식화된 경호·의전 프로토콜에 구애받지 않는다. 외교관, 정치인 출신은 쉽지 않다”면서 “그 경험과 상상력을 높게 평가한 걸로 보인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관료나 참모 출신은 대통령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그는 대면보고를 통해 퍼즐을 맞춰 간다”고 말했다. ‘내부자’들이 말하는 중용 배경은 상당 부분 겹친다. 10여년의 인연이 있기에 가능해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인 2009년 6월 ‘노무현 추모 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를 기획하면서 ‘야인’이던 문 대통령과 연을 맺었다. 2011년 ‘운명’ 북콘서트를 기획했고, 2012년 대선에 이어 2017년 대선 베이스캠프 격인 ‘광흥창팀’에 합류했다. 2016년 6월 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문 대통령의 네팔 트레킹에도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동행했다. 지난해 1월 사직 뒤 무보수 전문위원을 맡았던 때부터 그의 복귀는 예측가능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여성계에선 청와대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을 지적한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여세연)는 성명서에서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등 많은 여성들이 위협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내정하지 않는 것으로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내부 우려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집권 4년차 성과를 내기 위해 행정관 숫자를 대폭 줄여 효율적 조직으로 바꾸는 상황에서 그만큼 ‘의전 일머리’ 있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고위공직자에 걸맞게 처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뉴스분석]또 탁현민이어야 했던 까닭은?

    [뉴스분석]또 탁현민이어야 했던 까닭은?

    10여년 인연… “대통령 숨결까지 읽어내는 기획력” 여성계 “‘페미니스트 대통령’ 거짓 아니라면, 철회”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당시 가장 시청률이 높았던 순간은 의외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 환송행사였다. 판문점 평화의 집 외벽을 스크린으로 활용한 ‘하나의 봄’을 주제로 한 영상쇼인 만큼 ‘암전’이 불가피했지만, 경호 측면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 또한 두 정상보다 한반도를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부각되는 상황이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상징적 장면으로 도보다리 회담과 더불어 흡족해했다고 한다. 탁현민(47)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청와대 의전비서관(1급)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왜, 탁현민인가?’라는 질문이 회자된다. 2017년 5월 청와대에 들어온 뒤 10년 전 출간한 책에 담긴 여성 비하 표현으로 사퇴 압력이 거셌던 터라 1년 4개월 만의 승진·복귀에 따른 여성계의 비판은 예정된 수순이기 때문이다. 27일 복수의 여권 인사들은 논란에도 그를 중용하려는 배경으로 세간의 평판보다는 ‘검증된 능력·경험’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상상력’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꼽았다. 청와대에 몸담았던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생각은 연설뿐 아니라 공개 행사에서 시각적으로도 전달되는데, 대통령이 염두에 둔 ‘포인트’의 디테일을 살리는 데 강점이 있다”며 4·27 정상회담 환송행사를 예로 들었다. 4·27 부대행사 기획은 ‘집단지성’의 산물이지만, 연출을 총괄한 그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전까지 매뉴얼대로 군 부대나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그들만의 행사’로 열렸던 국군의 날이나 경찰의 날 행사를 광장으로 불러내고 스토리를 덧입힌 것도 그다. 그와 손발을 맞췄던 여권 인사는 “대통령의 ‘숨결’을 읽어 낸다. 대통령의 진정성과 따뜻함은 연출 불가한 영역이지만, 돋보이게 포착하는 기획자의 능력이 탁월한건 분명하다”고 했다. 이어 “레퍼런스를 참고하지 않고, 격식이나 의전·경호 프로토콜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외교관 출신이나 정치인들은 어렵다”면서 “그런 경험과 상상력을 높게 평가한 걸로 보인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관료나 참모 출신은 대통령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그는 중요 행사의 경우 대통령 대면보고를 통해 퍼즐을 맞춰 간다”고 말했다. ‘내부자’들이 말하는 중용 배경은 이처럼 상당 부분 겹친다. 10여년 넘게 쌓아 온 인연이 있기에 가능해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인 2009년 6월 ‘노무현 추모 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를 기획하면서 ‘야인’이던 문 대통령과 연을 맺었다. 2011년 ‘운명’ 북콘서트를 기획했고, 2012년 대선 캠페인에 이어 2017년 대선 베이스캠프 격인 ‘광흥창팀’에 합류했다. 2016년 6월 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문 대통령의 네팔 트레킹에도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동행했다. 지난해 1월 사직한 뒤 비급여 전문위원을 맡았던 때부터 복귀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여성계에선 청와대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여세연)는 성명서에서 “단톡방 성희롱,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등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위협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청와대는 그를 내정하지 않는 것으로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내부의 우려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집권 4년차를 맞아 청와대 행정관 숫자를 대폭 줄여 효율적이고, 성과를 내는 조직으로 바꿔가는 상황에서 그만큼 ‘의전 일머리’가 있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그도 고위공직자에 걸맞게 말과 행동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탁현민 다시 靑으로… 의전비서관 승진 내정

    탁현민 다시 靑으로… 의전비서관 승진 내정

    文정부 국정 성과 극대화위해 측근 중용 홍보기획 한정우·춘추관장 김재준 발탁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내정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홍보기획비서관과 춘추관장에도 문재인 대통령을 오랜 기간 보좌한 한정우 춘추관장과 김재준 제1부속실 선임행정관이 전진 배치된다. 집권 4년차를 맞아 국정 성과를 극대화하고자 대통령의 속내를 잘 아는 참모들을 중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탁 자문위원은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1월 사직한 뒤 1년 4개월 만에 승진·복귀한다. 의전비서관은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내외 주요 행사의 콘셉트와 동선, 의전 등을 책임지는 요직이다. 공연기획 전문가인 그는 2009년 ‘노무현 추모 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를 통해 문 대통령과 연을 맺었다. 2012년 대선에 이어 2017년에는 대선 준비 베이스캠프 격인 ‘광흥창팀’부터 함께했다. 5·18, 8·15, 3·1절 기념식에 ‘스토리텔링’을 덧입혔고 1차 남북 정상회담 등 ‘한반도의 봄’의 주요 행사들을 기획했다. 다만 10여년 전 출간한 책에 담긴 여성 비하 표현으로 입길에 올랐던 터라 야당과 여성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홍보기획비서관과 춘추관장은 대통령의 메시지가 국민에게 전달되는 ‘유통과정’의 요직이다. 한 관장은 한명숙 전 총리 보좌관 출신으로 홍보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부대변인을 거쳤고, 김 선임행정관은 19대 국회 문재인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오랜 기간 대통령을 현장에서 수행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안철수 “노무현, ‘윤미향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일갈했을 것”

    안철수 “노무현, ‘윤미향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일갈했을 것”

    安 “與 태도, 반칙 없는 세상과 거리 너무 멀다”“한명숙 前총리 재판 뒤집는 시도 중단해야”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5일 기부금 유용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출신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관련,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 계셨다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며 일갈하시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은 자신과 자신의 편에 너무나 철저하고 엄격한 분이었다”면서 “그분이 살아 계셨다면 지난해 조국 사태와 지금의 윤미향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을까”라며 이렇게 밝혔다. 안 대표는 민주당을 겨냥해 “최근 여당이 보여주고 있는 태도와 모습은 노 전 대통령께서 강조했던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순수한 열정으로 대한민국을 바꾸려 했던 노무현 정신의 계승자를 자처한다면 이제 조국에서 벗어나고, 윤미향씨 문제도 조속히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정치권력을 이용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의 실체적 진실을 뒤집으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安 “민주, 남에게는 엄격하지만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관대해” 안 대표는 “지금 여당은 노무현 없는 노무현 시대를 이야기하지만 먼저 노무현 정신의 DNA가 있는지 묻고 싶다”면서 “관용과 통합의 정신은 실종되고, 남에게는 엄격하지만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객관적 진실에는 관심 없고 주관적 정의만 내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 177석, 사실상 180석의 거대 여당이 보여주고 있는 인식과 태도가 계속된다면 반칙과 특권이 일상화된 정의와 공정, 공동체의 건강성과 보편적 가치는 무너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정치에서 얻는 교훈은 이념과 진영을 뛰어넘는 문제해결 중심의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개혁”이라면서 “노 전 대통령의 그때 그 결단들은 우리 정치가 어디로 어떻게 가야하는지를 분명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2011년 현실 정치에 입문해 2009년 서거한 노 전 대통령과는 직접적 교분을 가질 기회가 없었다. 다만 2003년 노 전 대통령 취임식에 당시 안철수연구소 사장으로 ‘국민대표’ 8명 중 한 명으로 선정돼 취임식장에 함께 입장했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에는 경제인 초청 간담회 등에도 참석해 의견을 나눴었다. 안 대표가 2012년 대선후보에 출마했을 때는 노 전 대통령의 참모 출신들이 캠프에 몸 담기도 했다.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尹불참할 듯이해찬, 민주당에 ‘윤미향 함구령’ 지시 한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2) 할머니는 이날 오후 2시 대구 남구에 있는 찻집 ‘죽평’에서 정의연의 회계 처리 의혹, 자신과 윤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 찻집은 지난 7일 이 할머니가 1차 기자회견을 연 곳으로, 이 자리에서 그는 정의연 기부금 용처를 두고 불거진 각종 의혹과 윤 당선인에 대해 입장을 나타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할머니는 기부금 유용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윤 당선인의 참석을 권했지만 윤 당선인은 불참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24일 언론에 “윤 당선인의 회견 참석 여부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면서 “할머니 쪽과 정리가 제대로 안 된 상황에서 당선인이 회견에 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윤 당선인은 이 할머니의 회견과는 무관하게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되는 오는 30일 이전에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해명하는 자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후원금을 개인 통장으로 받은 부분, 장례비나 할머니들의 외국 출장 등에 사용된 후원금은 본인이 해명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윤 당선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개인 의견을 분출하지 마라”며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文대통령, 28일 여야 원내대표 만나 ‘포스트 코로나’ 초당 협력 요청한다

    文대통령, 28일 여야 원내대표 만나 ‘포스트 코로나’ 초당 협력 요청한다

    신뢰받는 국회 위한 개원 연설 준비 盧추도식서 주 원내대표 흔쾌히 수락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8일 청와대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오찬을 하며 ‘포스트 코로나19’ 대책 등 국정 전반에 대해 초당적 협력을 요청한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24일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민의 국회’의 초석을 놓을 양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한다”며 “사전에 의제를 정하지 않고,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산업 위기 대응 등 국정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등 비교섭단체는 초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교섭단체로서 대표성을 갖는 1, 2당 원내대표를 초청한 것”이라며 “협치의 제도화를 어떻게 해 나갈지는 두 대표와 함께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오찬 회동은 전날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에서 강 수석이 주 원내대표를 만나 직접 의사를 전달하고 여기에 주 원내대표가 흔쾌히 응하면서 확정됐다고 한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도 “당면한 국정 현안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하는 것은 2018년 11월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 이후 1년 6개월(570일) 만이며 현 정부 들어 네 번째다. 청와대가 원내대표 회동을 추진한 것은 코로나19 극복과 ‘2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비하려면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 등 정부조직법 개정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에서 풀지 못한 ‘협치의 제도화’를 꾀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또한 다음달 초 21대 국회 개원 연설을 준비 중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총선 후 첫 임시회는 임기 개시(5월 30일) 후 7일 안에 열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가장 이른 시일에 개원 연설을 준비 중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21대 국회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면서 “국난 앞에서 신뢰받는 국회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가운데 개원 연설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협치를 꼭 해야겠니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협치를 꼭 해야겠니

    영화 ‘적과의 동침’ 도입부에서 마틴은 자상한 남편으로 등장한다. 그에게 아내는 ‘공주님’(Princess)이다. 그래서 온갖 미사여구를 끌어들여 칭송하지만 자기 맘에 들지 않는 순간 무자비하고 악랄한 폭력 남편으로 돌변한다. 멋들어진 어휘도, 수건까지 열을 맞추는 깔끔한 성격도, 잘생기고 선한 인상도 결벽증 환자이자 정신병자로서의 본질을 감추기 위한 위장일 뿐이다. 겉으로만 번드레한 말, 말은 있으되 말이 아닌 말, 글 쓰는 이들은 이를 교언(巧言)이나 허언(虛言)이라 하여 기피한다. 실체를 드러내는 데 실패한 글이기 때문이다. 정치가들은 다르다. 우중을 속이고 자기를 합리화하는 게 목적인 한 입발림말은 오히려 그들의 본질에 가깝다. 그래서 입만 열면 국민이고 말끝마다 정의이며 “구국을 위한 결단”으로 사리사욕을 포장하고 “균형 있는 수사”로 자기편을 보호한다. 그 바람에 말의 향연을 걷어내고 숨은 진의를 파악하느라 우리 민초들만 피로하다. 문재인 정부 이후 TV 뉴스를 보면서 아내가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속 터져”였다. 이전 대통령을 쫓아내고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고 여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었건만 실제로 이루어지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투정이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대선공약이기도 한 세월호 진상규명은 진상을 규명하기는커녕 책임자 처벌도 요원하다. 세월호를 능멸한 인물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공소시효도 1년밖에 남지 않았다.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국가보안법이며 전교조는 8년째 법외노조로 남아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성범죄자들이 판결을 먹고산다는 해시태그가 유행이다. 늘 핑계는 있다. “의석수가 과반이 안 돼서.” “야당의 방해가 심해서.” 그래서일까. 이 정부 들어 ‘대화와 타협’, ‘협치’라는 단어가 특히 많이 등장하는 것 같다.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협치내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하고 국회의장(문희상)도 국무총리(정세균)도 취임인사에서 제일 먼저 “대화와 타협, 협치를 통한 국정운영”을 강조했다. 야당의 도움이 없으면 법안 하나 통과하기 어려운 시절이었으니 간절하기도 했을 것이다. 여당이 야당의 협조를 얻어 원만하게 국정을 운영한다. 듣기 좋은 말이다. 듣기 좋은 말이기에 새 국회에 협치를 주문하는 여론도 70% 가까운 모양이다. 그래서 그간의 정치가 원만했던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대 국회에서 제1야당은 16차례나 국회를 보이콧했다. 여기에 단식, 삭발, 장외투쟁 등을 더하면 ‘협치’는 말 그대로 말뿐인 말로 전락하고 만다. 여당은 정말로 협치를 원하는 걸까. 아니면 보수야당의 횡포를 핑계로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교언을 미루기 위한 또 하나의 교언이었던 걸까. 한국 정치사에서 여야의 협치는 늘 거짓말이자 입발림말이었다. 1990년 노태우 정부에서 김영삼은 3당 합당을 주도하며 ‘구국의 대타협’을 내걸었다. 그후 민주주의는 30년이나 역주행하고 ‘살인마 전두환·노태우’를 풀어주는 계기가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연정’을 제안했다가 지지율이 폭락했고 정권재창출에 실패하면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2005년 사학법 개정을 향한 국민의 지지는 60%가 넘었건만 노 정부는 야당과 원로의 의견을 듣겠다며 한발 물러서고, 2007년 사학법 개악을 거쳐 교육현장은 오늘도 시궁창에서 허덕거린다. 4·15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후에도 이낙연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또다시 협치를 끌어들인다. “국민이 주신 책임을 이행하려면…야당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적과의 동침’에서 로라는 마침내 남편과의 결별에 성공한다. 그 후 요양원을 찾아갔을 때 모친의 말이 인상적이다. “You have yourself.” 대충 번역하자면 “너 혼자서도 해낼 수 있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나도 180석의 여당을 향해 그렇게 말해 주고 싶다. 꼭 협치를 해야겠니? 이제 너 혼자서도 해낼 수 있잖아. 지지자들 속 터지는 꼴을 또 봐야겠니?
  • 질병관리청 승격 급물살… 文정부 ‘큰 그림’ 스케치될까

    청장, 인사·예산권 행사… 지방 조직 구축 대규모 조직 개편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여당,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분리 기류 코로나19라는 나비의 날갯짓이 정부 조직 개편으로 이어질 것인가. 질병관리본부를 보건복지부 소속 기관에서 독립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11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1대 국회 개원에 맞춰 질병관리청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 논의를 준비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설치를 담은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당장 29일 끝나는 20대 국회에서 구체적인 형태와 규모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행안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밝혔듯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한 조직 개편으로 가을 전에는 모든 작업을 마쳐야 한다는 걸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이 되면 가장 큰 변화는 청장이 인사권과 예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지역체계도 구축해 지역의 부족한 역량을 보완할 수 있다. 공공보건의료 체계와 감염병 대응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인력 충원과 조직·예산 확대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조직 개편은 단순히 예산과 인력을 늘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당장 질병관리청의 손발 역할을 담당할 지방 조직이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럼 경인·부산·대구·광주·대전 등 권역별로 지방청을 두거나, 작게는 지역본부 형태를 생각할 수 있다. 전국 13개 검역소와 지방자치단체 환경연구원 실험실, 보건소 관련 인력 등을 질병관리청으로 통합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다만 정부 조직 개편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절차가 복잡하다.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인사혁신처와 국민안전처만 해도 공론화부터 신설까지 반년가량이 소요됐다. 이재영 행안부 조직실장은 “정부 조직이란 게 비유하자면 나 혼자 변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내가 변함으로써 옆 사람도 같이 변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부처 간 권한 배분과 조직체계 변동, 그에 따른 업무 배분과 필요 인원 논의도 필요하기에 신중히 검토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질병관리청 신설에 그치지 않는 더 큰 규모의 정부 조직 개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집권 후반기를 위한 조직 개편을 검토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당 쪽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여당 지도부 쪽에선 기획재정부를 노무현 정부 때처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나누는 게 필요하지 않으냐는 기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캠프에서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인수위원회가 없어 시간이 촉박한 데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접었다”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사설] 문재인 정부 3년, 위기를 낭비하지 말자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일 취임 3주년을 맞는다. 42.195㎞의 마라톤으로 치면 반환점을 돌아 25㎞ 지점을 달리는 셈이다.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를 성공적으로 막아 낸 덕분에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60%에 이른다. 역대 대통령의 취임 3주년 지지율 가운데 으뜸이다. 21대 총선에서 여당의 압승으로 입법부도 큰 힘이 될 테니 남은 임기 2년을 뛰어가는 문 대통령의 발걸음이 한껏 가벼울 것도 같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언급했듯 지금은 ‘코로나발 경제 전쟁’ 상황이다. 자고 일어나면 뭉텅뭉텅 일자리가 사라지고 생산·소비·투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열렸다. 이러한 시국에 문재인 정부는 국난 극복의 실력을 보여 줘야 한다. 코로나19 방역을 교과서적으로 하던 중 한국은 ‘얼떨결에 미래에 불시착’한 상황이 됐다. 대부분의 국가가 지역사회를 봉쇄한 상황에서 한국만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기대어 제한적인 경제활동도 가능했고, 총선도 예정대로 치렀으며, 무관중 야구경기도 하는 유일무이한 나라가 됐다. 코로나발 위기를 낭비하지 말고 제대로 대응한다면 전혀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에 도달할 수도 있다. 남은 임기 동안 명운 걸고 위기 물리쳐야 지금 문재인 정부의 운명은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와 닮은꼴이다. 김대중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라는 국난의 시기에 텅 빈 국고를 안고 시작했다. 이후 2년 만에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놀라운 기적을 보여 줬다. 물론 김대중 정부만의 공이라기보다 ‘금모으기 운동’ 등에 동참한 국민 모두가 혼연일체가 돼 희생을 기꺼이 감내한 덕분이었다. 국민의 그런 저력이 있기에 이번 코로나19 대응 역시 세계사적으로 길이 남을 방역 모범사례로 꼽히는 것 아니겠는가.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제시했듯 국민을 하나로 통합해 명운을 걸고 코로나발 위기에 대응한다면 그 어떤 난관도 능히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러자면 슈퍼 여당으로서 권력남용의 유혹을 최우선적으로 경계해야 한다. 특히 개헌 같은 민감한 이슈는 조심스럽게 다뤄야만 한다. 개헌을 앞세워 국론을 분열시켜 국력을 낭비할 만큼 지금 상황은 한가롭지 않다.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의 실패는 과반인 여당 내부에서 의견을 통합하지도 못한 채 국가보안법 폐지와 같은 이념적 정책까지 ‘4대 악법 개혁’에 묶어 처리하려고 했던 탓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슈퍼 여당이 어떻게 활동하느냐에 따라 축복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긴밀하게 협의하며 세밀하게 조정한 정책을 시행해 가야 한다. ‘한국형 뉴딜’로 ‘포스트 코로나’ 대비해야 앞으로 맞게 될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상황의 연속일 것이다. 국제적인 고립주의 확산으로 우리의 수출주도 경제에는 벌써 암운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정부는 데이터·5G·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집중 육성, 국가기반시설(SOC) 디지털화 등 ‘한국형 뉴딜’로 일자리를 늘리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산업을 발굴·육성하겠다는 복안인데 적절한 방향 설정이라고 본다. 다만 신산업 육성은 규제개혁이 병행돼야 하는 만큼 국회와 협조해 관련법을 발 빠르게 정비해야 할 것이지만, 이런 규제개혁이 취약계층을 실업 등의 위험에 내몰지 않도록 경계하길 바란다. 문 대통령이 3년 전 취임 직후 하달한 1호 문건에는 ‘일자리 확충에 전력투구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대선 제1공약 역시 일자리 확대였다는 사실을 국민은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3년이 지난 지금 문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두는 정책은 여전히 일자리 확충이다. 지난 3월 한 달간 일자리 19만 5000개가 사라졌다. 고용유지와 일자리 창출이 문재인 정부 성공 여부를 가를 수밖에 없게 됐다. 또한 재정의 과감한 투입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심기일전 각오로 ‘부분 개각’ 고민해 보길 북미 간 하노이 노딜 이후 1년 넘게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북미 비핵화협상의 진전과 남북관계 개선은 남은 임기 동안 문 대통령을 괴롭힐 가장 큰 숙제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연초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요청하고 보건 및 방역 협력 등을 지속적으로 제안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고 본다. 김 위원장이 진정으로 ‘온 겨레의 열망’을 잊지 않았다면 2년 전 판문점 선언의 정신으로 돌아와 문 대통령 제안에 진정성 있게 호응해야만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걸어갈 길이 훨씬 짧아졌다. 남은 2년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는 출범 때 약속했던 5대 국정목표, 100대 국정과제의 완수에 총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청와대는 최근 개각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전대미문의 국난 속에서 심기일전의 각오를 다지기 위해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교체와 같은 ‘부분 개각’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 심재철 “현행범 오거돈 긴급 체포해야”…당 진상조사팀 구성

    심재철 “현행범 오거돈 긴급 체포해야”…당 진상조사팀 구성

    “청와대가 몰랐다는 말, 믿을 국민 없을 것”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27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태와 관련해 “형행범 오거돈을 즉각 긴급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대형 사건을 (민주당 소속 오 전 시장이) 중앙당에 일절 알리지 않았다는데, 어느 누가 믿겠나”라며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사건 발생 당시) 몰랐다는 말을 믿을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 권한대행은 오 전 시장이 총선 이후 사과·사퇴하겠다는 공증을 법무법인 부산에서 받은 점을 거론했다. 이 법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만들었고, 현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정재성씨가 대표 변호사로 있다. 그는 “정재성 변호사는 오거돈 캠프에서 인재영입위원장을 한 사람이고, 사건이 터지고 마무리에 나선 오 전 시장 측근은 직전 청와대 행정관이었다”며 “이런 특수관계에 있는데, 어느 국민이 청와대가 몰랐다고 생각하겠나”라고 되물었다. 심 권한대행은 “선거운동 기간 중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야당이 총선용 정치공작을 준비하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이게 바로 오거돈 사건을 염두에 둔 것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그는 특히 “부산시 성폭력 상담소가 (피해자로부터 사건을 인지하고도) 오거돈의 말에 따라 보름 넘게 지켜봤다는 것도 석연치 않다”며 “오거돈의 성범죄는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으로, 현행범 오거돈을 즉각 긴급체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합당은 곽상도 의원을 중심으로 진상조사팀도 구성했다. 김남국 민주당 당선인의 ‘성 비하 방송’ 출연, 박원순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의 성폭행 사건도 조사 대상에 포함한다. 심 권한대행은 국방과학연구소 퇴직 직원의 기술 유출, 공군에서 벌어진 암구호 카톡 공유 사건, 육군 대령의 군단 지휘통제실 감청 사건, 여군 중대장에 대한 폭행 사건과 잇따른 성추행 사건 등을 거론하면서 “일벌백계하겠다던 국방부 장관의 공언이 일선 부대에서는 그저 공포탄에 불과한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봉하마을 찾은 김부겸 “영남 보수체제 깨겠다”

    봉하마을 찾은 김부겸 “영남 보수체제 깨겠다”

    4.15 총선에서 낙선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영남에 똬리를 튼 보수 일당 체제를 깨기 위해 다시 싸우겠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다녀온 사실을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아무렇지 않다고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아프다. 잘 싸웠다는 위로도 있지만, 패배자에 대한 조롱과 모멸도 가차 없다”며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뵈었다. 그냥 보고 싶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어 “1988년 재야 운동권의 정치세력화를 논하던 시절 변호사 노무현은 소탈하면서도 투지와 열정이 넘쳤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국 정치사에서 노 대통령만큼 고생한 분이 없다. 그분만큼 상처투성이도 없다. 그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김 의원은 “당신처럼 버티고 또 버티겠다. 다시 이기고 말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 의원은 16대 총선부터 경기 군포에서 3선을 했지만,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민주당 불모지인 대구에 출마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뒤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도 고배를 마셔야 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마침내 당선, 지역주의 완화에 한 걸음 다가갔지만 이번 총선에서 다시 낙마했다. 김 의원이 정치적 재기를 위해 오는 8월 당 대표 선출을 위한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할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문 대통령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바이러스 아닌 국민”

    문 대통령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바이러스 아닌 국민”

    여권 일각 ‘묵은 숙제’ 추진 시도에 우회적 경고 경제부총리 중심 ‘경제 중대본 체제’ 가동 지시도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오직 국민”이라며 “국민들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정부와 함께 여당도 무한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모든 역량을 국난 극복에 집중해달라”고 강조했다. 또한 “총선의 민의도 국난 극복에 다 함께 힘을 모으자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4·15총선 이후 첫 번째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첫째도 둘째도 국난 극복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경제도 살려야 다음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여소야대 지형 속에 국정개혁 드라이브가 입법의 뒷받침을 받지 못했던 20대 국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되는 만큼 코로나 19와 경제위기 등 국난극복의 무한책임 또한 여권에 있음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더불어시민당 등 여권 일각에서 21대 국회 과제로 국가보안법 폐지 등 ‘묵은 숙제’를 언급하는 상황에 대한 우회적 경고로도 해석된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국면의 반작용으로 2004년 17대 총선에서 과반(152석)을 얻고도 ‘4개 개혁입법’(국가보안법 폐지, 사립학교법 및 언론관계법 개정, 과거사법 제정)에 나섰다가 입법도 실패하고 민생도 놓쳐 2006년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맛봤던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인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선 직후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되새겨야 하며, 코로나19에 따른 국난극복과 민생 해결에 당정청의 모든 역량을 결집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을 향해 “얼마 안 남은 20대 국회의 마지막 소임도, 21대 국회를 준비하는 마음 가짐도 국난 극복에 힘을 모으는 것이어야 한다”며 “야당도 지혜와 역량으로 경쟁하면서 국난 극복에 함께 협력해주시기 당부드린다. 야당 의견에도 언제든지 귀를 기울이어겠다”고 말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제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조속한 처리와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추가로 내놓을 수 있는 각종 대책 등에 대한 정치권의 협조를 구한 것이다.문 대통령은 “코로나 19의 세계적 대유행이 가져온 인명 피해와 경제·사회적 피해는 3차 세계대전이라 불러도 될 만큼 막심하고 혹독하고, 세계 경제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한 뒤 “우리는 전쟁의 최선두에 있으며 반드시 승리해 희망을 만들어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위기를 가장 빠르게 극복한 나라, 위기 속에서 오히려 기회를 만들고 새로운 희망을 먼저 열어나간 선도 국가가 될 것”이라며 “국난 극복에 전폭적으로 힘을 모아주신 국민의 뜻을 되새기며 국민을 믿고 담대하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전날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소 완화하되 다음달 5일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과 관련, “세계적 상황으로 볼 때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일부 제한을 완화하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한 것은 완전한 종식의 시간을 최대한 앞당기기 위한 것임을 국민들께서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불편하시더라도 조금만 더 참고 힘을 모아주시길 당부드린다”고 요청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정부의 비상경제 대응 체계를 강화하여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되고, 범경제 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경제 중대본 체제’의 본격 가동을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어 “K방역에 이어 K경제까지 위기 극복의 세계적 표준이 되겠다”며 “위기 극복의 DNA를 가진 위대한 우리 국민을 믿고 난국을 헤쳐 나가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서울광장] 전에 없던 환경에서/이지운 논설위원

    [서울광장] 전에 없던 환경에서/이지운 논설위원

    역대 어느 정치 세력이 집권 전환기에 이만 한 환경을 가졌는가 싶다. 선거는 정당성을 수혈받는 관(管)이고, 의회 의석수만큼 정치에 실질적 힘을 주는 건 없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문재인 정권에 힘과 명분을 주었다. 근래 어떤 정권과 비교조차 되지 않을 수준이다. 180석 ‘공룡 여당’이라는 게 아직 감이 오지 않는다. 더욱이 28년 만의 최고 투표율에서 거둔 성적이다. 단일 정당이 모든 법안을 좌우지할 수 있게 됐다. 구슬러야 할 군소 정당도 없다. ‘4+1 협의체’ 같은 건 궁핍했던 시절의 에피소드로 남게 됐다. 양당제도 아닌, 1.5당제 체제라고도 한다. 제1야당은 개헌저지선인 100석에서 몇 석 더 얻었을 뿐이다. 반대 세력들은 리더마저 잃었다. 제 몸 건사하기까지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개헌을 위해 대연정을 제안했다가 이후 정치적 풍파를 겪었던 노무현 정권을 생각하니 어떤 변화인지 막연하게나마 와닿는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선거 직전 어떤 조사에서 55.7%가 나왔다. 같은 곳 조사로, 2018년 10월 이래 가장 높은 수치라 한다. 더 오를 것 같다. 집권 1, 2년차도 아니어서 구조와 시스템도 충분히 성숙된 상태다. 총선 때 “지방권력·사법·언론·검찰을 다 장악했다”는 야당의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다. 지방권력으로 하자면 서울만 해도 구청장과 구의원, 시장과 시의원에 여당 아닌 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사법의 영역에서는 주류 교체가 상당히 진행됐고, 언론 여건도 크게 우호적이다. 진영 안에서도 이런 분위기에 고개를 쳐들 차기 주자들은 없다. 내달릴 레인이라도 차지하려면, 시스템에 깊이 몸을 담그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 당·정·청의 불협화음이란 용어는 구시대의 산물이 될 것이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출신 4명이 새로 배지를 달았고, 대통령의 ‘복심’ 비서관도 6명 당선됐다. 필요한 사람은 얼마든 불러다 쓰면 된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임명동의안도 단독 처리할 수 있다. 이 선거는 논쟁의 때를 떠나보냈다. 소득주도성장의 적합성을 논하고 52시간제의 필요성을 설득하거나 탈원전으로 왈가왈부할 그런 시기는 아니란 얘기다. 애당초 이것들은 목적 자체가 아니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로 나아가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다. △부정부패가 없고 △민주·인권을 회복하고 △일자리가 마련돼 더불어 성장하며 △성장동력이 넘치는 △전국이 골고루 잘살며 △출산·노후 걱정 없는 △사회적 차별이 해소되고 △약자는 지원을 받으며 △교육의 국가책임이 강화되고 △안전하며 △성평등한 문화가 숨쉬는, 그런 나라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자 처방들이었다. 이 처방을 사용하는 데 방해가 됐을 수 있는 마지막 걸림돌도 이번 총선이 정리해주었다. 지금까지 해 온 것이 옳았다면 이를 완성하면 될 일이고, 수정이 필요하다면 바꾸면 될 일이다. 이제는 성과와 결과물의 때이다. 유권자들이 투표 용지와 함께 투표함에 넣은 게 있다면, ‘당장 급한 일을 해결해 달라’는 요청일 것이다. 언론의 많은 표제(表題)들이 주요 표심으로 뽑은 ‘국난 극복’은 시급성으로 치자면, 차라리 막연한 구호일 것이다. 그 이름이 긴급재난지원금이든 무엇이든, 당장 붙잡을 수 있는 구조(救助)의 동아줄이 내려오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첫 직장 얻기를 고대하는 20대, 하루 일감이나 얻으려나 하는 일용직들, 장사는 다시 할 수 있을까 하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도 담겼다. 이 기대감은 오늘부터 날마다 새로워질 것이다. 예컨대 재난 지원금을 얼마로 할 것인지 묻고 상의하거나, 추경을 편성해 달라고 부탁을 하는 일 같은 데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분야마다, 현장마다, 날마다 생겨나리라 믿을 것이다. 종합하자면 유권자들은 이 정부가 기울여 온 여러 노력이 양적 변화에서 질적 변화로 전이되는 일들을 이제 순차적으로 또는 동시에 목도하게 되리라고 설레고 있는 것이다. 지방 권력이 필요하다 하니 그것을 주었고, 시간이 있어야겠다 하니 3년을 기다렸고, 국회 의석이 모자라다 하니 그것까지 채워준 국민들이다. 이러한 것들이 새 정치 지형이 만들어 낸 뉴노멀의 현상일진대, 이런 힘을 받아 든 여권에는 두려운 맘도 생겨날 것이고 또 그래야 할 것이다. 변명거리, 핑곗거리도 사라지고 책임만 홀로 남았다. 시간도 더이상 내 편이 아니다. 능력을 보여 줘야 할 때다. 여기서도 이루지 못한다면, 우리는 헛꿈을 꾸고 있었노라 고백하게 될 것이다. jj@seoul.co.kr
  • 경남지사 출신 잠룡 3인방 김태호·김두관·홍준표 나란히 여의도 입성

    경남지사 출신 잠룡 3인방 김태호·김두관·홍준표 나란히 여의도 입성

    경남지사를 지낸 김태호(58)·김두관(61)·홍준표(66) 전 지사가 4·15 총선에서 모두 당선됐다. 이들은 소속 정당의 험지 출마 요구에 지역구를 옮기거나 탈당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여의도 입성에 성공해 21대 국회의원으로 나란히 만나게 됐다. 세 당선자 가운데 가장 먼저 경남지사를 지낸 김태호 전 지사는 그의 고향(경남 거창군)현역 의원인 미래통합당 강석진 후보를 꺾었다. 김 전 지사는 미래통합당의 험지 출마 요구를 거부하고 “당선돼 당으로 돌아가겠다”며 탈당했다. 김 당선자는 4만 9123표(42.5%)를 득표해 4만 2061표(36.4%)를 얻은 강 후를 7062표 차로 제쳤다. 그는 “빠른 시일내 당(미래통합당)으로 돌아가 새로운 혁신을 요구하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따르고, 정권창출의 중심에 서겠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경남도의원·거창군수·도지사를 거쳐 이명박 정부때 국무총리에 지명됐다가 청문회에서 낙마한 뒤 경남 김해을에서 재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새누리당 후보 선출 경선에 참여하는 등 대권에 뜻을 두고 있다. 경기도 김포갑 지역 현역 의원인 민주당 김두관 당선자는 당의 부산·울산·경남(PK) 험지 출마 요청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 사저가 있는 양산을로 지역구를 옮겨 양산시장 출신 미래통합당 나동연 후보와 맞붙어 이겼다.김두관 당선자는 2위 나 후보와 개표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피말리는 접전 끝에 4만 4218표(48.9%)를 얻어 4만 2695표(47.2%)를 득표한 나 후보를 1523표차로 따돌리고 PK지역에서 민주당의 귀중한 1석을 지켰다. 그는 고향 남해군에서 이장을 거쳐 남해군수를 지낸 뒤 노무현 정부때 행정자치부장관을 역임했다. 경남지사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2년만에 지사직을 던지고 2012년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김두관 당선자는 “수도권과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동남권으로 부울경 메가시티가 성공할 수 있도록 정치적으로 뒷받침 하겠다”고 말했다. 김두관 전 지사 후임 지사를 지낸 홍준표 전 지사는 미래통합당의 수도권 출마 요구에 지역구를 두번 옮기고 탈당하는 ‘유랑극단 선거’를 치른 끝에 대구 수성을에서 힘겹게 생환에 성공했다.홍 전 지사는 당초 고향(창녕군)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 출마를 준비하다 당의 서울 출마 요청을 받고 김두관 전 지사가 출마한 양산을 지역으로 옮기는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당 공천에서 배제됐다. 그는 “불의와 협잡에 의한 공천배제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고, 승복할 수 없다”면서 “협잡공천에 관여한 사람을 알고 있으며 돌아가서 용서하지 않겠다”며 황교안 대표와 당 공천관리위원회를 겨냥해 작심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홍 전 지사는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대구로 출마지를 옮겨 무소속으로 수성을에서 4만 15표(38.5%)를 득표해 3만 7165표(35.7%)를 얻은 미래통합당 이인선 후보를 물리치고 기사회생하는 저력을 보였다. 홍 당선자는 “당(미래통합당)이 참패해 마음이 아프다. 조속히 당에 돌아가서 당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당 대표를 2번이나 해 굳이 당권을 잡을 생각은 없지만 지금 우리 당은 정체성을 잃고 잡탕 정당이 돼 버렸다”며 “제대로 보수 우파 입지를 다지는 정당으로 만들고 보수 우파 이념과 정체성을 잡아 2022년 정권을 가져올 수 있도록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홍 당선자는 서울에서 15·16·17·18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지난 대선때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나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졌다. 그는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 “대구에서 당선돼 대권을 반드시 대구로 가져오겠다”며 대권에 다시 도전할 뜻을 밝혔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취중생]‘박사방’ 조주빈, 한낱 성범죄자일뿐…처벌 강화가 범죄근절 관건

    [취중생]‘박사방’ 조주빈, 한낱 성범죄자일뿐…처벌 강화가 범죄근절 관건

    지난달 24일 텔레그램 n번방 제보자 만나 텔레그램 단체방 들어가 보니 ‘일간베스트’와 비슷 가해자 노예로 삼아 박사와 똑같이 성착취한 ‘중앙정보부’ 익명 단체방엔 본질 없는 수사적 말들만 넘쳐 현실은 초라한 성범죄자일 뿐, 이들에 대한 처벌 강화 필요성착취물 제작·판매·유포가 이뤄진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취재하면서 제보자 김재수(가명·25)씨를 만난 건 지난달 24일입니다. 그는 평범한 대학생의 모습이었습니다. 30대 중반쯤으로 생각했는데, 앳된 대학생의 모습이어서 다소 놀랍기도 했습니다. 그도 지난해 n번방과 관련해 성착취물 동영상을 유포하는데 기여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 경찰 수사를 받았고 재판을 받기 전, 지난날 자신의 범죄 행위를 반성하며 언론에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제보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 그를 만나 작성한 기사가 25일 출고된 <“조주빈? 갓갓? 공짜 영상 뿌린 ‘똥집튀김’이 실은 더 위험”> 기사입니다. 텔레그램은 수년 전부터 가입하긴 했지만, 사용을 잘 하지 않았습니다. 카카오톡에 익숙해섭니다. 텔레그램 단체방을 통해 성착취물이 제작·판매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실체를 쉽게 떠올릴 수 없었습니다. 텔레그램 단체방은 누가 만들었으며, 그 방에는 어떻게 들어가는 것이며, 온라인 커뮤니티도 아닌 메신저에 불과한 텔레그램에 그렇게 많은 단체방들이 어떻게 존재하고 있을지 쉽게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조주빈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이러한 성 착취 행태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독자분들도 저와 비슷한 느낌일 거라 생각합니다.제보자 김씨에게 단체방 링크를 받아 들어갔을 때 받았던 인상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일간베스트’에 처음 입장했을 때 느꼈던 인간 내면의 추악한 민낯입니다. 제가 들어갔던 방은 ‘불타는 다락방’과 ‘최고인민법원’ 등 여러 곳입니다. 조주빈이 경찰에 붙잡힌 이후 실제 성착취물이 오가는 단체방은 대부분 ‘폭파’됐다고 합니다. 이러한 단체방은 과거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이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라 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방들에서 성착취 영상이 오가진 않았습니다. 외려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과거 박사방이 활개치던 시절을 회상하며 “다들 잘 살아있느냐”는 안부를 묻기도 하고, n번방, 박사방 활동했던 이들을 욕하거나 그때 당시 있었던 에피소드를 회상하기도 했습니다. 텔레그램 단체방, ‘일간베스트’와 성격 유사 이들의 큰 특징은 일베 용어를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어미를 ‘노’로 끝내고, ‘운지’(자살)를 비롯한 다양한 일베 용어를 쏟아냅니다. 또 고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을 희화한 사진과 엽기 사진, 각종 비속어를 쏟아냅니다. 하루에만 한 대화방에서 수천 건의 대화가 오고 가지만, 대부분 큰 의미 없는 대화이며 여성 비하도 상당합니다. 처음 이 단체방에 들어온 이틀여 동안 대화 내용을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였습니다. ‘중앙정보부’라는 단체방은 특히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여기서 벌어지는 범죄는 박사방 조주빈이 했던 행태와 비슷합니다. 착취 대상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지인능욕’(지인의 얼굴과 여성 나체 사진을 합성해 배포)을 원하거나 미성년자 성착취 동영상을 요구하는 남성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이러한 사실을 주변에 알리겠다 협박한 뒤 그들을 노예처럼 부렸습니다. 피해자 대부분은 미성년자였는데, 나체인 상태에서 춤을 추게 한다거나, 성기가 적나라하게 보이도록 사진을 찍게 한다거나, 컴퓨터 메인보드를 소독한다며 간장을 붓게 하는 등 엽기적인 행태를 강요했습니다.이 단체방의 운영자 김재규(닉네임)가 쏟아내는 말들도 조주빈과 비슷합니다. “성범죄자를 예술에 이용한다는 게 얼마나 멋있느냐”, “협박할 거리 하나 잡고 천천히 죽여가는 게 예술이지”, “나는 금전을 위해서가 아닌 사회정의를 위해서 그랬다고 당당히 밝힐 수 있다”, “박사는 죄 없는 XX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나는 예술을 하는 거예요. 박사와 같은 평범한 인격 살인이 아니라”라는 허세 가득한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이 단체방에 대한 언론보도가 시작되자 결국 이 방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경찰도 성착취물 영상이 제작되는 곳이 있다면, 피해자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따지지 않고 모두 조사하겠다고 발표하자 김재규가 성급히 단체방을 닫은 듯합니다.조주빈은 경찰에 붙잡히고 나서도 허세 가득한 말들로 주변을 흐렸습니다. 그가 구치소에서 쓴 ‘악마는 갑니다’로 시작되는 글은 온갖 수사적 표현으로 가득합니다. 본질이 없고 초라할 때 이를 감추고자 늘어놓은 거품들입니다. 자신이 뭐라도 되는 것 마냥 잔뜩 몸을 부풀렸지만, 거품이 빠져나간 현실은 25세 무직 남성, 그리고 성범죄자였습니다. 익명의 세계에서 자신의 두 번째 인격을 지닌다는 건 매력적인 일입니다. 현실이 초라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익명의 단체방에서 자신을 과대포장하며 더 약한 사람들을 상대로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텔레그램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다고 이러한 범죄를 근절하기는 어렵다는 점입니다. n번방 성착취 영상을 판매하는 이들은 텔레그램을 떠나 미국 메신저 ‘디스코드’로 망명했듯 디스코드를 압박하면 또 언제든 새로운 익명의 지대를 개척할 것입니다. 텔레그램 범죄 근절하려면 처벌 강화가 우선 처벌을 강화해야 합니다. 온라인에서 익명에 기댄 채 범죄를 저질렀다간 ‘인생이 끝날 수도 있구나’라는 인식이 생겨나야 합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한 사람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인격 살인과 마찬가지입니다. 텔레그램에서 ‘네임드’(유명인)라고 불렸던, n번방과 박사방, 그리고 그 아류 방들에서 활동했던 이들이 죄에 걸맞은 처벌을 받을 때 이러한 범죄가 근절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2일 경찰청 관계자들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온 내용을 소개하며 마무리 짓고자 합니다. 익명에 기댄다고 해서 잡히지 않을 거라는 환상은 사라졌으면 합니다. “박사방하고 n번방하고 수사 되느냐고 물어보는데, 수사 다 됩니다. 그러니까 조주빈도 검거했잖아요. 문화상품권도 핀 번호만 전달하면 마치 안 잡힐 것처럼 자기들끼리 거래하는데, 우리가 꼭 핀 번호만 가지고 추적하는 게 아니에요. 수사기법이라 구체적 언급은 못하지만, 그들이 생각지 못한 연결고리는 분명히 나옵니다. 익명의 세계라고 수사가 안 될 거로 생각하는 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김종인 “코로나 극복 토대 의료보험 내가 만들어”…김홍걸 ‘발끈’

    김종인 “코로나 극복 토대 의료보험 내가 만들어”…김홍걸 ‘발끈’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29일 비상경제대책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1977년 우리나라에 도입된 의료보험 제도를 만든 당사자로서, 또 지난 1989년 보건사회부 장관으로 앉아 보험대상을 전국민으로 확대한 사람으로서 이번 보건 위기를 보는 감회가 특별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 대응을 비난하며 “시중에서는 이미 ‘코로나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마찬가지다’란 말을 한다”라며 “무슨 대책이라고 계속 발표하는데 혜택을 봤다는 사람은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제 마스크 공장 그만 돌아다니고 신용보증재단 지점에 가서 대출받으러 왔다가 대출은커녕 상담 예약도 못 하고 돌아가는 자영업자들을 만나보기 바란다”라고도 비판했다. 그러자 고 김대중 대통령의 삼남으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인 김홍걸씨가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김종인 위원장은 지금이 이승만 정권 시절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김 후보는 의료보험이 우리가 아는 지금의 ‘전국민건강보험’이 된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이라고 밝혔다. 돈이 남아도는 조합에게만 유리했던 건강보험을 전국민이 똑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바꾼 것이며 의료보험 관리공단과 의료비 본인부담 상한제도 김대중 정부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질병관리본부는 노무현 정부에서 만들어졌다며 “황교안 대표와 김종인 위원장은 쓸데없는 자화자찬으로 시간낭비하지말고 사태수습에 조금이라도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1977년 의료보험 도입으로 본격적인 발전이 시작됐다. 이후 병원과 제약 산업이 성장해 국민들이 보편적 혜택을 입을 수 있게 됐고 이런 여건이 코로나 바이러스 극복의 토대가 되고 있다’고 한 김 위원장의 말을 인용했다. 황 대표는 이어 박정희 대통령은 매우 혁신적인 의료보험 정책과 고용보험 정책을 통해 위기 국면에서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을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30일 MBC 라디오에 출연,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에 대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걸 뭘 평가하나. 이러한 사태가 오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그걸 자랑으로 생각하면…. 너무나 선전용으로 이용하겠다고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비판했다. 코로나 사태 최전선에서 분투하고 있는 의료진과 이를 뒷받침하는 의료체계를 두고 여당과 야당이 서로 공을 차지하려는 행태에 대해 아직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여수을 무소속 권세도 후보 “특권 없는 세상 만들 터”

    여수을 무소속 권세도 후보가 지난 27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권 후보는 “‘특권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검찰 등 권력기관이나 힘 있는 자들에 의한 불공정한 관행들을 이제는 뿌리 뽑아야 한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전관예우 방지법 개정 등을 통해 ‘사람 사는 세상’을 열고자 했던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권 후보는 불출마 번복에 대해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불공정한 경선을 받아들이려고 했었다”며 “하지만 김회재 후보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에 있어 당선되더라도 재선거를 치러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한 시민들의 빗발치는 재출마 요구를 뿌리 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검찰 개혁을 완성하고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도와 ‘특권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권 후보는 주요 공약으로 △전관예우방지법 제정 및 국회의원 겸직금지법 개정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8) 여수 유치 △여수산단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대기환경보전법 개정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을 약속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 여순사건특별법 발의 및 제정 △지역균형 인재육성법 개정으로 지역 우수인재 고용의무화 추진 등도 발표했다. 또 △여수~용산 KTX 1시간 50분대 추진 △율촌 3산단의 첨단신소재산업 육성 추진 등 다양한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 여수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일베였나…“전라도 욕하며 다녀”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일베였나…“전라도 욕하며 다녀”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은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 회원으로 확인됐다. 학창시절 이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친구들과 주로 어울리며 ‘홍어’ 등 지역비하 표현을 썼다는 증언도 나왔다. 전문대 재학 시절 학보사 기자로 활동했던 조주빈의 네이버 이메일 계정은 ‘일베’ 아이디 찾기에 등록된 이메일과 일치한다. 사이트 가입시 자신이 등록했던 메일 계정을 통해 아이디를 알려주는 이 기능은 가입 이력이 없으면 ‘등록한 아이디가 없다’는 안내만 나온다. 그러나 조주빈의 이메일을 입력하면 ‘이메일이 발송되었다’는 안내가 나온다. 조주빈과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이었다는 동창 A씨는 “조주빈은 일베가 맞다”면서 “일베하는 애들끼리 반에서 조용하게 지내는 애들을 찾아가 ‘김대중 노무현 개XX 해봐’ ‘말 못 하면 좌X 홍어 빨X이’ 이러며 놀리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알려진 것과 달리 인간관계는 그냥 평범했다. 사실 말이 제일 많았다”며 “활발하고 농담 잘하던 애라 친구들도 그럭저럭 많았다. 나는 일베를 극혐해 사생활은 잘 모르는데, 일베가 맞다는 건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조주빈 동창이면 조주빈이 일베인 걸 모를 수가 없다. 평소에 전라도 욕하고 다니던 놈이 일베가 아니면 뭐냐. 무엇보다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 그런 범죄자였다는 게 너무 소름끼친다”고 토로했다. 졸업사진을 인증하며 올라온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조주빈은 대학 입학 후 학보사 편집국장과 봉사활동 팀원으로 지냈다. 사회복지자원봉사인증관리 사이트에 등록된 조씨의 기록을 보면 그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총 57차례 자원봉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인천 모 NGO 봉사단체에서 한 봉사는 23회다. 다른 온라인 공간에서는 음란물 단속이나 성폭력 사건을 놓고 상담사 노릇을 하는 등 철저한 이중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주빈은 2018년 12월부터 이달까지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을 운영하면서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냈다. 이를 빌미로 성 착취물을 찍도록 협박하고, 이를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주빈은 3단계로 나뉜 유료 대화방도 운영하며 후원금 명목으로 일정액의 암호화폐를 받은 뒤 유료회원을 입장시켜 성 착취물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박사방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회원들은 ‘직원’으로 호칭하며 자금 세탁, 착취물 유포, 대화방 운영 등 역할을 맡겼으며 피해자를 성폭행하라고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사방 피해자는 경찰이 현재까지 확인한 바로만 74명이며, 이 가운데 미성년자가 16명 포함됐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미성년 성추행 이어 ‘환단고기’ 논란…더불어시민당 기행 정당되나

    미성년 성추행 이어 ‘환단고기’ 논란…더불어시민당 기행 정당되나

    더불어민주당이 참여하는 비례대표 전담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8일부터 오는 22일까지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를 공모 중인 가운데 더불어시민당과 함께하는 소수 정당 대표들의 부적절한 행적이 논란이 되고 있다. 소수 정당 대표들 중 과거 미성년자 성추행 의혹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거나 역사학계에서는 위서로 판단하는 ‘환단고기’의 내용이 옳다고 강조하는 등 문제가 있는 행동을 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민주당이 제 입맛에 맞는 정당과 함께하기 급급해 검증은 뒷전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시민당과 함께하는 가자평화인권당의 이정희 대표는 2016년 ‘마고력’이라는 책을 집필하면서 유사역사학을 주창했다. 마고력은 한 달을 28일로, 1년을 13개월로 계산하는 것으로 이 대표가 직접 개발했다. 이 대표는 또 한 매체의 기고문에서 “환단고기를 아직도 안 읽을 정도로 게으르고 무지한 사람이 이다지도 많단 말인가”라며 대표적인 역사 위서인 ‘환단고기’에 대해 언급했다. 환단고기는 ‘환국’이라고 불리는 태초의 한국이 존재했다고 서술하며 영토를 동서로 한반도부터 메소포타미아까지 넓혔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20일 창당한 가자환경당의 권기재 대표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이었고 2013년 미성년자 성추행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 같은 당 박문혁 대변인은 19대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캠프 교육특보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등 가자환경당 자체가 민주당과 가까운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문제의 대표들이 직접 비례대표 후보로 뛰어들 가능성이 크지만 민주당은 각 정당의 일이라고 선을 긋는 등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더불어시민당은 이미 각자 존재해 왔던 각 당의 대표자나 구성원에 대해 검증할 책임이나 권한은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민주당 당원들도 더불어시민당에 등을 돌리며 차라리 손혜원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이 만든 비례대표 전담 정당인 열린민주당을 찍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리당원(당비를 내는 당원) 인터넷 게시판에서 한 권리당원은 “왜 소중한 한 표를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인 신생당과 합당한 더불어 시민 잡탕당에 투표해야 하는가”라며 “이대로 선거 치르면 우리 가족은 열린민주당에 투표하겠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 영입인재로 세종갑 후보로 공천된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사장의 성희롱 발언이 뒤늦게 알려져 민주당이 영입인재 검증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또다시 제기됐다. 홍 전 사장은 지난해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 중 “대전둔산 화류계가 어떤지 좀 봤는데 아무것도 없더라, 언제까지 밤에 허벅지만 찌를 것이냐”고 말해 문제가 됐다. 그는 페이스북에 “해당 부처 사내 통신망에 사죄의 변을 올렸고 다시 한번 해당 부처 직원들에게 사죄하고 싶다”고 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상습 여성비하 발언자 홍 후보는 공직후보자로서 가장 기본적인 자질조차 갖추지 못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워크맨’ PD “일베 활동? 모두 허위…강경 대응” [공식입장 전문]

    ‘워크맨’ PD “일베 활동? 모두 허위…강경 대응” [공식입장 전문]

    JTBC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워크맨’ 고동완 PD가 최근 일베(일간베스트) 논란에 휩싸인 ‘노무’(勞務) 자막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이 일로 인해 자신에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동완 PD는 17일 낸 입장문에서 자신이 일베 회원이라거나 과거 SBS TV ‘런닝맨’에서 일베 용어를 쓰는 바람에 하차했다는 등의 소문들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런닝맨’ 자막 관련 업무는 모두 다른 PD들이 담당했고, 나는 그런 업무를 맡은 적도 없다‘면서 ”일베 관련 논란으로 ’런닝맨‘에서 하차한 일도 없다. 당시 메인 PD가 독립하며 같이 일하자고 제안해 퇴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정 극우 사이트를 비롯해 어떠한 커뮤니티 활동도 한 적이 없다. 이건 양보할 수 없는 단호한 진실”이라면서 “필요하다면 개인 접속 기록 서버에 대한 일체의 검증도 수용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고동완 PD는 “불찰로 인해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은 진심으로 송구하지만 악의적으로 허위 사실을 만들어 유포하는 것에 대해서 명예를 걸고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면서 “악의적인 비방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나의 진실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형사고소 등 엄중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법적 조치를 포함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워크맨’은 JTBC 아나운서 출신 장성규가 일일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면서 국내 다양한 직업 정보를 제공하는 웹 예능으로 유튜브를 통해 방송되고 있다.지난 11일 공개된 ‘워크맨’ 42회 영상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속 피자 상자 접기 아르바이트에 나선 장성규, 김민아의 모습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18개 노무 시작’이라는 자막이 등장했고, 일부 네티즌들은 해당 용어가 일베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할 때 쓰는 용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노알람’ 등의 용어도 문제가 됐다. 고동완 PD는 ‘노무’ 자막을 쓰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갑자기 추가 잔업을 해야 하는 상황, 말 그대로 ‘욕 나오는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18(욕) 개놈의 (잔업) 시작’ 의미로 해당 언어를 사용했다. 다만 한자가 병기되지 않으면 욕설이 직접 노출되는 문제가 있을 것 같아 한자를 병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개노무(개놈의)로 이해하길 바랐고, 한편으로는 노무의 원래 의미인 ‘일해 임금을 벌다’라는 ‘18개 일하기 시작’으로 이해하길 바라는 언어 유희적 효과도 생각했다“며 ”다만 해당 표현이 특정 극우 사이트에서 사용 중인 비하 표현으로 오해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의도를 하지 않았더라도 치유제가 돼야 할 예능이 상처를 입혔다면 마땅히 고개 숙여 사죄의 말씀을 직접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너무나 송구하고 죄송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스튜디오룰루랄라는 지난 13일 논란에 대한 구독자들의 항의가 가라앉지 않자 ”관리자와 제작진에 책임을 묻고 징계하기로 했다“면서도 ”제작진에 따르면 ‘노무(勞務)’라는 자막을 사용하는 과정에 정치적 함의나 불순한 의도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으며, 제작진은 일베라는 특정 커뮤니티와 관계가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스튜디오룰루랄라는 JTBC스튜디오가 보유한 디지털 콘텐츠 제작 레이블로, ‘워크맨’과 ‘와썹맨’ 등을 제작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다음은 고동완 PD 입장문 전문 안녕하세요, 고동완입니다. 먼저 이번 ‘워크맨’ 자막 사태로 인하여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저의 불찰을 넘어 악의적인 허위사실과 비방이 계속 되는 점에 대하여 진실을 말씀드리고 여러분의 이해를 구하고자 입장문을 정리하여 올려드립니다. 악의적인 허위 사실 유포를 멈춰주시기를 간절히 단호히 호소합니다. 저는 SBS 프로그램 ‘런닝맨’에서 자막이나 이미지 관련 업무를 담당한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언론 기사와 게시 글에서는 ‘런닝맨’에서 문제가 되었던 자막 관련 사고까지도 모두 저 고동완 개인과 관련 있는 것처럼 단정적으로 적시하여 보도하고 있습니다. 당시 해당 프로그램 자막 관련 업무는 모두 다른 PD 분들이 담당했던 부분이고, 저는 그런 업무를 맡은 사실도 없습니다. 어떤 보도에서는 심지어는 제가 ‘런닝맨’ 프로그램을 담당하지 않았을 때 벌어진 일까지도 제가 한 것처럼 보도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한 팩트를 정리하여 말씀드립니다. 1. 일베에서 만든 고려대학교 로고를 사용한 사건에서 그 이미지 자료를 준비한 FD는 제가 아닌 C라는 후배이고 영상 삽입작업 역시 제가 아닌 다른 피디가 담당했습니다. 2. ‘개운지’ 라는 표현이 나타난 사건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해당 사건은 제가 2016. 2.경 퇴사한 이후 2016. 6.에 발생한 사건입니다. 3. 이처럼 앞서 ‘런닝맨’ 관련 일베 이미지나 용어 사건은 저랑 무관하기 때문에 저는 일베 관련 논란으로 ‘런닝맨’에서 하차한 사실이 없습니다. 당시 메인 피디님이 독립하면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하셔서 퇴사한 것입니다. 이상의 내용들은 당시 관련 업무 담당자에 대한 취재를 통하여 충분히 사실 확인 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불찰로 인하여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은 진심으로 송구하나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만들어 유포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의 명예를 걸고 결단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악 의적으로 비방의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저의 진실성 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형사고소 등 엄중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하의 의도를 담아 자막을 사용한 사실이 없습니다. 저는 특정 극우 사이트를 비롯해 어떠한 커뮤니티 활동도 한 적이 없습니다. 이것은 양보할 수 없는 단호한 진실입니다. 때문에 해당 극우 사이트에서 어떤 표현들을 자주 사용하는지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워크맨’ 피디의 커뮤니티 비활동이 다소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나 ‘워크맨’ 속의 젊은 트렌드 자막들은 제가 아닌 젊은 후배들의 아이디어로 보완하고 있었습니다. 또, 일부의 오해처럼 제가 해당 극우 사이트와 동조하는 사람이었다면, 그러한 비하 표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제 삶을 바친 이 프로그램에서 이 표현이 그렇게 인지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런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전혀 몰랐고 상상하지도 못 했습니다. 만약 필요하다면 제 개인 접속 기록 서버에 대한 일체의 검증도 수용할 의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검증조차 받지 못하고 쏟아진 추측성 보고와 일방적인 낙인을 일반인으로써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은 알 권리가 있습니다. 시청자분들께는 자신이 아끼는 예능프로그램의 제작 과정 및 제작 의도 등을 알 권리가 있습니다. 특히 제작진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여 시청자들에게 영향을 끼치고자 하였고, 더욱이 혐오나 비하의 목적으로 특정 언어와 장면을 사용하였다는 의혹이 있다면 작은 것 하나까지도 소상히 밝혀 그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해 야 합니다. 이에 저는 ‘워크맨’의 제작진 중 책임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번 자막 사태의 경위에 대해 가감 없이 소상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3월11일 ‘워크맨: 부업1편’에서 삽입된 “18개 노무(勞務)시작”이라는 자막이 삽입되었습니다. 그 자막은 개당 100원이라는 피자박스 접기 부업을 출연자가 132개를 하여 1만 3200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사장이 잔돈이 없는 관계로 18개를 추가하여 1만 5000원을 맞추는 과정에서 사용된 것입니다. 당시 제작진은 갑자기 추가 잔업을 해야 하는 상황, 즉 말 그대로 ‘욕 나오는 상황’ 을 표현하기 위해 평소 언어유희를 즐겨 사용하던 자막 스킬의 연장선으로 ‘18(욕) 개놈의 (잔업) 시작’의 의미로 해당 언어를 사용했습니다. 다만 이 경우 한자가 병기되지 않으면 욕설이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문제가 있을 것 같아, 해당 단어의 한자를 병기했습니다. 저는 이전 편에서도 종종 사용되었던 자막인 ‘개노무스키’의 연장선으로 개노무 (욕을 연상하게 하는 개놈의)로 이해하길 바라였고, 한편으로는 노무의 원래 의미인 ‘일하여 임금을 벌다’라는 ‘18개 일하기 시작’으로 이해하길 바라는 언어 유희적 효과도 생각했습니다. 평소 ‘워크맨’의 편집 작업은 3명의 편집피디가 각각의 회차를 돌아가면서 개별 편집을 하고 제가 최종적으로 마무리하는 구조로 이루어집니다. 자막 작업 또한 피디 들이 각자의 편집영상에 개별 자막 작업 후 제가 최종 검수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18개 노무 시작’라는 단어는 이전에 후배가 썼던 ‘업무 re 시작 ’라는 평이한 자막을 좀 더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기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저와 같이 자막 작업을 하던 후배 PD와 뭐가 더 웃길지 한참을 의논하였고, 저는 18개라는 욕 같은 자막을 영상 속 상황과 연결시켜 노무(노역)라는 언어를 추가하여 ‘18개노무’로 쓰자고 구두로 이야기했습니다. 이후 담당 후배는 추후 자막 수정 시 ‘18개_노무’로 해당 표현을 띄어쓰기 하였고, 담당 후배가 이것이 너무 욕 같아 보여서 좀 그렇다고 하여 한자도 추가하자라고 제가 제안했습니다. 다만 저는 당시는 물론이고, 이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까지도 해당 표현이 특정 극우 사이트에서 사용 중인 비하 표현으로 오해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후배 또한 동일하게 의미로 이해하였기에 해당표현이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거라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시청자분들이 지적하셨던 이하 다른 자막과 이미지들도 다른 의도는 없었습니다. 마치며 그 동안 많은 분들이 ‘워크맨’을 아껴주셨고 덕분에 제작진인 저까지 과분한 사랑 을 받아왔습니다. 제게는 너무나 과분하고 기적과 같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워크맨을 즐겨주시는 시청자 분들의 모습을 보며 저 역시 한 장면, 한 장면 더 재미있을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했고, ‘워크맨’을 즐겁게 봐주시는 시청자 여러분의 반응을 볼 때마다 너무나 힘이 났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 발생한 자막 사태로 인하여 ‘워크맨’을 아껴주시고 저를 응원해주셨던 정말 많은 분들께 실망을 안기고 많은 심려를 끼쳐 드렸습니다. 이유와 여하를 막론하고 저의 불찰로 인하여 상처를 받으신 많은 시청자 분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의도를 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치유제가 되어야 할 예능이 상처를 입혔다면 마땅히 고개 숙여 사죄의 말씀을 직접 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낌없이 사랑해주시고 응원해 주신 시청자 분들에 대한 감사한 만큼 너무나 송구하고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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