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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재청, 광화문 현판 글씨 한자로? 한글로?… 의견수렴 공청회

    문화재청, 광화문 현판 글씨 한자로? 한글로?… 의견수렴 공청회

    광화문(光化門) 현판의 글씨를 한글로 할 것이냐, 한자로 할 것이냐? 문화재청은 17일 오후 2시 서울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광화문 현판 글씨 및 글씨체 의견수렴 공청회’를 열고 여론 수렴을 했다. 2010년 복원한 광화문 현판에 세로로 균열이 발생해 현판을 새로 제작해야 할 상황이 벌어지자, 기왕 새로 제작하는 김에 광화문 현판 글씨를 한글로 표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 현재 현판은 고종이 경복궁을 중건할 때 훈련대장이던 임태영이 연건도감제조(감독관)로 일하던 중 1865년 광화문 현판 사서관으로 임명돼 쓴 것을 복원한 것이다. 복원 이전에 걸려 있던 한글 현판은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다. 공청회에는 이재은 충북대 교수의 사회로 광화문을 한자로 표기해야 한다는 진태하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이사장과 한글로 표기해야 한다는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가 각각 주제발표를 했고, 언론인, 문화재전문가, 학생대표 등 지정토론자 9명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진 이사장은 “광화문은 새로 건축한 것이 아니라 복원된 것”이라며 “복원은 완전히 본래의 형태대로 짓는 것인만큼 현판도 한자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글로 편액을 고쳐 달자고 주장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왜곡된 애국심의 발동이자 국력낭비”라며 “이것은 애국심이 아니라 나라를 해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자도 한글과 더불어 엄연히 나라의 글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한글과 한자의 조화로운 사용이 한글 전용보다 더 현실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광화문 현판을 원형으로 복원한다면서 1968년부터 40여년 걸려 있던 한글 현판을 떼고, ‘門化光’이라 쓴 흐릿한 한자현판 사진을 일본에서 구해 와 디지털로 복제하고서 ‘쌍구모본’(글씨의 윤곽을 가는 선으로 본뜬 뒤 남은 공간을 색칠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달았다.”면서 “새로 만든 현판에 금이 간 것은 무리하게 한글현판을 떼려고 서두르니 조상님들이 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05년 1월 23일 유홍준 당시 문화재청장이 광화문 한글 현판을 떼고 정조의 한자 글씨체로 바꿔 달겠다고 밝힌 것이 사달의 시초”라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행위 불만과 한자를 우러러보는 사대의식에서 나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복궁이 100% 원형 복원도 아니고 중건된 것인데 한글현판을 달고 자주문화를 자랑해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한자 편액을 옹호하는 토론자로 나선 손수호 국민일보 논설위원은 “광화문 현판을 새로 제작하되 글씨는 현행 임태영 글씨의 한자 편액으로 남겨둬야 한다.”면서 “복원의 원칙을 따라야 하고, 한글 편액은 ‘갓 쓰고 구두 신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한자 편액으로 하고 임태영의 글씨 대신 한석봉이나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집자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부질없다고 지적했다. 선주선 원광대 서예학과 교수는 “한자문화권의 특수한 환경에서 국가의 위상을 지켜왔다.”면서 “한자로 쓰인 광개토왕비 등을 생각하면 한자 사용이 사대주의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광화’가 해와 달과 같은 밝은 임금의 덕으로 백성을 교화육성한다는 의미인데, 한글로는 이를 표현할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글 편액을 옹호하는 토론자로 나선 전봉희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광화문은 조선시대의 역사도 들어 있지만, 박정희·최규하·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 행렬이 이용하는 등 대한민국 국가상징도로의 의미도 강화됐다.”면서 “조선의 한성이 아니라 대한민국 서울을 상징하기 때문에 광화문의 이마에는 한글 현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에 진학했으면, 아무리 사랑했던 중학교라도 모표를 바꿔달아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황동열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도 “지난해 문화재청이 여론조사를 한 결과 한글 편액을 찬성한 사람이 58.7%에 이르렀다.”면서 “광화문이라는 유형문화재에 한글이라는 무형문화재의 속성을 집어넣어 ‘현재’를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250여명의 일반인들의 관심과 참여가 뜨거웠던 이번 공청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검토하여 광화문 현판 제작에 참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연이틀 파업 언론사 방문한 문성근 “언론장악 청문회 열어 책임자 문책”

    연이틀 파업 언론사 방문한 문성근 “언론장악 청문회 열어 책임자 문책”

    다음 달 4일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민주통합당의 사령탑을 맡은 문성근 대표 권한대행이 첫 공식일정으로 전날에 이어 17일 파업 중인 언론사 노조들을 순방했다. 당 대표대행으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행보이다. 4·11 총선 뒤 당내에서 지나친 좌클릭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취한 행보라 더욱 주목된다.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과의 연대 등을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소동 등 좌클릭이 대세였다. 이에 중도층이 “민주당에 나라를 맡겨도 되나.”라는 불안감에 이탈해 민주당 총선 패배의 요인으로 지목됐을 정도라, 김진표 원내대표 등 중도론자들은 연말 대선을 위해 생활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친노(친노무현)인 문성근 대행이 취임하자마자 KBS, MBC, YTN, 연합뉴스 등 파업 중인 언론사 노조를 격려방문했다. 장기화된 파업 대책을 수립해 파업 언론사를 정상화하기 위한 수순의 일환으로도 평가된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친노의 진보 유지·강화 방침을 천명한 행보로 인식됐다. 문 대표대행의 이런 선택은 총선 패배의 책임이 큰 지도부의 행보로는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총선 패배에 대한 반성도 없이 지나치게 선명성만 강조해 민심 이반을 재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총선 결과에 대해 “패배는 아니다.”고 강변하는 일부 친노의 인식을 반영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행은 17일 “19대 국회가 구성되면 MB정권 언론장악에 대해 청문회를 개최해 진상을 밝혀내고 책임자를 문책하겠다.”고 강경 노선을 예고했다. 앞으로 민주당 내 중도와 진보 간 치열한 노선 투쟁이 예상된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민주 원내대표 경선, 親盧·非盧 계파대결에 ‘인물론’ 변수

    민주통합당의 19대 국회 초대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중진들의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다음 달 4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경선에 당내 각 계파별로 중진 후보군들이 대거 거론되고 있다. 이번 원내대표는 국회 상임위 배분 등 개원 협상을 주도하고,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사실상 당 대표의 위상을 갖게 되는 데다 12월 대선의 킹 메이커 역할까지 1인 3역의 막강 권한을 쥐게 된다. 당내 3선 이상 중진 27명 중 상당수가 자천타천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경선 과정에서 후보 간 합종연횡도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내대표 경선 구도는 친노(친노무현)와 비노 진영 간의 계파 논리뿐 아니라 ‘적임자론’도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계파 색채보다는 지역 연고와 선수(選數), 협상·조정력 등 인물 자질이 더 중시될 것이라는 얘기다. 오히려 6월 9일 임시전당대회에서 이뤄질 차기 당대표 선출에서 계파 간 힘겨루기가 강하게 표출될 것으로 당에서는 보고 있다. 당내 최대 세력인 친노 진영에서는 유인태(3선·서울 도봉을) 의원이 원내대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참여정부 첫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으로 비노 진영에서도 큰 거부감이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18대 총선 낙선 후 생환한 친노계 신계륜(서울 성북을) 의원도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4선 중진으로 안정감이 있고, 2002년 대선을 치른 경험에다 수도권 출신으로 이번 총선에서 대거 생환한 486그룹과도 친분이 깊다는 게 강점이다. 다만 공천 과정에서도 논란이 된 불법정치자금 수수로 인한 유죄 전력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범친노로 분류되는 정세균계는 3선인 전병헌(서울 동작갑) 의원을 미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또 정세균계 중 486인 최재성(3선·경기 남양주갑) 의원도 거론되고 있다. 비노 진영에서는 수도권인 박영선(3선·서울 구로을) 의원이 부각되고 있다. 박 의원의 경우 대여 투쟁 정치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대선 정국인 19대 국회에서 원내 리더십을 보일지에 대한 평가가 관건이다. 구민주계 등 호남 진영에서는 이낙연(4선·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우윤근(3선·전남 광양·구례) 의원이 출마를 모색하고 있다. 손학규계에서는 3선 신학용(인천 계양갑)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손 전 대표의 경기고 후배인 유인태 의원과 대표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역임한 이낙연 의원을 지원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수도권 의원들의 표심이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 권력지형이 4·11 총선에서 65석을 석권한 수도권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서는 수도권 출신의 50대 중진이 원내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씨줄날줄] 관운(官運)/곽태헌 논설위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차관급이지만 영향력은 웬만한 장관급 이상인 국세청장에 누가 낙점될지가 관심사였다. 국세청 출신 2명이 1, 2순위에 올랐고,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세제실 출신 2명이 3, 4순위에 올랐다. 국세청 출신들이 너무 치열하게 경쟁하는 양상을 보이자, 청와대는 국세청 출신 모두를 제외시키고 외부 출신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구·경북(TK) 출신이 3순위였지만, 4순위였던 호남 출신 A씨가 국세청장이 됐다고 한다. 국세청장을 발표하기 직전 역시 영향력이 막강한 자리인 경찰청장에 TK 출신이 낙점되면서, 국세청장은 호남 출신 몫으로 정리됐다는 게 정설로 돼 있다. 1년 뒤인 2004년 3월. 기획예산처 예산실장에는 호남 출신인 B씨가 임명됐다. 예산실장은 장관급 1급이라는 말을 듣는 막강한 자리다. 당시 기획예산처 장·차관 모두 영남 출신이었다. TK 출신 예산전문가가 있었지만, 총선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실장까지 영남 출신이 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이 있었다고 한다. A씨, B씨 모두 그뒤 장관도 지냈다. 둘 다 금배지를 달았고, 4·11 총선에서 재선됐다. 운이 좋은 관료는 대통령과 비슷한 지역 출신이라 출세하기도 하고, 대통령과 출신지역이 다를 때에는 지역 안배 차원에서 승진하기도 한다. 노 전 대통령 시절에는 사법시험 동기(17회)들이 요직에 발탁됐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청와대에 있을 때에는, 임 전 실장의 행정고시 동기(24회)들이 출세했다. 임 전 실장이 동기들을 봐줬기 때문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지나친 운명론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옛말에 관운(官運)이라는 게 있다. 사주에 관운이 있는지를 확인한 뒤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를 보는 게 좋다는 말까지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대통령과 같은 고향인 소위 ‘영포(영일·포항) 라인’이 잘나갔다. 경찰의 대표주자는 이강덕 서울지방경찰청장이었다. 그는 청와대 공직기강팀장, 치안비서관, 부산·경기지방경찰청장을 차례로 지내고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발탁됐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영포라인이라는 게 걸림돌이 됐다. 그제 김기용 경찰청 차장이 이강덕 청장을 제치고 경찰청장에 지명됐다. 김 후보자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중·고등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쳤다. 9급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으로 근무하며 방송통신대를 졸업했고, 어렵다는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관운도 비켜가지 않을까.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 [데스크 시각] 오만, 소통 그리고 독선/김태균 온라인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오만, 소통 그리고 독선/김태균 온라인뉴스부장

    ‘막말’ 파문으로 자기 이름을 세상에 날리고, 민주당의 선거판도 날린 김용민이 다시 전공 분야 복귀를 선언했다. 지난 15일 트위터 계정 이름을 ‘국민 욕쟁이 김용민’으로 바꾸고 “낙선자의 근신은 끝났다.”며 ‘행동 개시’를 선언했다. 막말의 수위가 이전 같지야 않겠지만 스스로를 ‘국민 여동생’, ‘국민 남동생’의 레벨로 격상시킨 만큼 그의 C급 욕설 카타르시스 퍼포먼스는 당분간 쭉 이어질 것 같다. 지난 4·11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나 진보정당을 찍었던 사람들 입장에서 그의 이런 모습은 대단히 논쟁적으로 비칠 것이다. 야권에 찾아온 천재일우의 기회를 날려 버린 핵심 인물이 반성도 없이 마구 설쳐 댄다고 비난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의 컴백에 그다지 큰 의미를 부여할 건 없어 보인다. 교수, 변호사 출신 낙선자들이 원래 그들이 있던 대학, 법조계로 돌아갔듯이 그 또한 일상으로 복귀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용민의 원래 직함은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진행자였다. 시사평론을 진보적 시각으로 가공해 퍼포먼스로 만드는 게 그의 생업이었다. 여의도 입성에 실패했으니 기존의 생활 터전으로 돌아간 것뿐이다. 김용민을 옹호하려는 게 아니라 더 큰 문제의 본질이 어디에 있나 따져 보자는 것이다. 과연 김용민인가, 그런 김용민을 정치 현실로 끌어낸 민주당인가. 결국 이번에도 문제는 ‘소통’이었다. 민주당은 그들을 도와줬던 청와대와 여당의 행태를 이번에 한층 집약된 형태로 반복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선관위 디도스 공격 등 예상치 못한 호재들이 이어졌지만 여론 눈치 보기와 남들 따라하기로 일관했다. 청와대와 여당 덕에 승리의 8부 능선까지 다다랐지만 그 시점에서 오만이 판을 쳤다. 노무현의 적통을 주장하면서 그가 이뤄 놓은 일들을 백지화하는 데 앞장섰고 ‘나꼼수’의 등쌀에 정봉주의 지역구에 김용민을 세습시켰다. 그러면서 이것을 국민들과의 소통이라고 했다. 정체성과 일관성을 상실하며 과거 노무현 정부 후반기의 데자뷔를 떠올리게 했다. 지지자와 부동층이 하나둘 소리 없이 등을 돌리는데도 외면하거나 무시했다. 트위터의 젊은 유권자들도 갈수록 커지는 지지층의 균열을 막아 낼 수 없었다. 약이 될 수 있으면 독이 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는 트위터에서도 그대로 통했다. 4년 전 18대 총선(2008년 4월 9일)에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선거판을 휩쓸었다. 참여정부 심판론을 내세워 단독으로 153개 의석을 확보했다. 친박연대 등을 합하면 당시 범(汎)보수의 의석은 200석에 달했다. 앞서 4개월 전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에 힘입어 그 누구도 집권 세력의 기세에 제동을 걸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기간은 고작 2개월을 지속하지 못했다. 18대 총선에서 여당이 축배를 든 지 1개월도 되지 않아(5월 2일)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열렸고, 그로부터 불과 1개월 후 수십만명이 참여하는 민주화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가 전국을 휩쓸었다. 이명박 정부는 소통이 잘못됐다며 뒤늦게 땅을 쳤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취임 후 반년도 안 돼 대통령 지지도는 바닥으로 추락했고, 지금까지도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임기 말을 향해 가고 있다. 국민이나 유권자의 생각을 헤아리려 하지 않는 정부나 정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소통에 기반한 것이냐, 오만과 불통에서 비롯된 것이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일시적인 지지율 상승에 취하거나 일부 세력의 광적인 지지에 의존해 전체와 소통하고 있는 걸로 착각한다면, 그것은 오만이 되고 독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론의 움직임은 과거보다 한층 빠르고 예민해졌다. 12월 대통령 선거까지 남은 8개월, 정치권에는 어느 때보다도 기나긴 기회와 위기의 시간이 될 것이다. windsea@seoul.co.kr
  • 민주의 변심?

    민주의 변심?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권 도전이 가시화되자 민주통합당이 술렁이고 있다. 민주당의 ‘간판급’ 대권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외부 인사인 안 원장에게 대권을 뺏길까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제1당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었던 4·11 총선 이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안 원장의 대권 도전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초라한 총선 성적표를 받아든 지금은 다소 시큰둥한 분위기다. 일부에선 안 원장이 야권의 총선 승리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특히 문재인·정세균·손학규·정동영 등 대권 주자가 있는 각 계파에서는 비토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친노계(친노무현)의 한 중진 의원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안 원장이 대선에 나간다면 정당 기반이 있어야 할 텐데, 어차피 민주당으로 오지 않겠느냐.”며 “너무 안 원장에게 일방적으로 구애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공당의 올바른 모습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친정세균 그룹의 반응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안철수 교수가 당에 들어와 함께 경쟁하는 것이 좋다.”고 했지만, 한 측근은 “총선 승리를 위해 한 것이 없는 안 원장이 당 인사를 밀어내고 대권 주자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대했다. 민주당 일각의 ‘안철수 밀어내기’에는 당 외부의 대권 주자로부터 당내의 대권 주자를 보호하려는 심리가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고문은 대선 후보 다자구도 여론조사에서 한때 안 원장을 제치고 2위를 할 정도였지만, ‘한국갤럽’이 총선 이후 다시 조사한 결과 안 원장 지지율보다 10% 포인트 떨어진 13%로 3위에 주저앉았다. 부산 선거에서 조경태(사하을) 당선자와 단 둘이 살아 돌아오면서 ‘문재인 한계론’까지 등장한 상태다. 반면 이렇다 할 대선 주자가 없는 구민주계의 박지원 최고위원은 “민주당에 들어와 민주당 후보들과 함께 경쟁을 하면서 몸집을 키워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적극 환영했다. “안철수 교수를 돕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오퍼를 몇 번 받아 본 적이 있다.”며 관계를 에둘러 과시하기도 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야권도 크게 보면 안철수 원장과 같이 가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어떤 형태로 안 원장을 끌어들여 어떤 레이스를 할지는 서로 생각이 다르다.”며 “당이 대거 안철수 쪽으로 몰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박근혜·안철수 ‘빅2’ 본격행보에 꿈틀대는 여야 잠룡

    박근혜·안철수 ‘빅2’ 본격행보에 꿈틀대는 여야 잠룡

    4·11 총선이 끝나자마자 정치권이 대선 정국으로 빨려들 기세다. 선거의 최전선에 섰던 새누리당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과 조심스레 행보를 이어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압도적인 지지율 격차를 보이며 ‘빅2’의 대결 구도를 형성하면서 나머지 여야의 잠룡들 마음도 한층 다급해진 모습이다. 특히 한때 다자 대결 구도에서 안 원장을 제치며 박 위원장을 턱 밑까지 위협했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총선 이후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해 향배가 주목된다. 총선에만 매달려야 했거나 총선 전면에 나서지 못했던 다른 잠룡들의 속은 더욱 타들어간다. ‘박근혜 대 안철수’라는 공고한 맞대결 구도를 당장 깨고 올라설 방도가 마땅치 않은 이들은 일단 외연 확대를 도모하는 것으로,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정몽준 새누리 前 대표 “수도권 강자에 승산… 대안론 강조”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는 19대 총선이 박근혜 선대위원장과의 차별점을 드러낸 기회였다고 보고 있다. 16일 그의 한 측근은 “박 위원장이 이번 선거에서 수도권과 젊은 층에 취약함을 드러낸 반면, 정 전 대표는 여기서 강점을 내보였다.”면서 “정 전 대표가 20대에서도 쭉 높은 지지를 얻어온 결과 이번 선거에서도 정당득표율보다 10.8% 포인트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박 위원장의 힘을 느낀 한편으로 그 한계성과 약점도 절감했다.”면서 “새누리당 지지자들조차 ‘대세론’의 실체가 어떠한지, 그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려 하고 있고, 그 대세론과 ‘진정한 대결’을 펼칠 누군가를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세론’에 바람이 빠지면서 ‘대안론’이 부상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 전 대표는 다음 주쯤 대선주자로서의 행보를 재개할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한 ‘국가 영도로서의 역량 내보이기’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자전적 에세이 ‘나의 열정, 나의 도전’에 이어 세계 석학과의 대담집 ‘세상을 움직이는 리더와의 소통’, ‘자유민주주의의 약속‘ 등 5권의 저서 발간은 대권 주자로서의 ‘콘텐츠 공개’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인사들도 두루 챙기며 당내 저변을 넓힐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대표 측은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대선은 수십만표로 차이가 나는 싸움이라는 점을 절감하게 될 것이며 박 대표의 막연한 대세론에 불안감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정몽준 대안론’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문재인 민주 상임고문 ‘盧의 그늘’ 탈피 차별화 전략 관건 민주통합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의 입지가 4·11 총선을 계기로 흔들리고 있다. 총선 이전까지만 해도 그는 새누리당의 박근혜 비대위원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권주자였지만 총선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지지도가 주춤했다. 부산 지역 선거에서 친노(친노무현) 주자들의 동반 당선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홀로 생환하면서 ‘문재인 한계론’도 급부상했다. 그 결과 ‘안철수 대망론’이 다시 살아났고, 문 고문은 물론 당의 주류 세력인 친노에도 극복해야 할 위기가 닥쳤다. 문 고문이 현 시점에서 ‘문재인’ 인물을 내세운 전략만으로 대권 도전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법으로는 본인은 살아올 수 있을지 몰라도 민주당의 전선을 형성하며 동반 당선을 끌어낼 수 없다는 점이 부산 선거에서 입증됐기 때문이다. 문 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전략과 가치를 신속히 만들어 내야 할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리틀 노무현’이라고 불리는 또 다른 대권주자, 김두관 경남지사와의 차별화도 어렵다. 더욱이 친노계의 대표주자라는 타이틀 하나만 갖고는 안 원장과 경합을 벌일 수도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문 고문은 당분간 당선 인사를 하면서 정국 구상을 할 계획이라고 한 측근은 전했다. 문 고문은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부산도 두터운 벽을 절감했지만 변화의 희망을 봤고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그 희망을 키워나가는 것”이라며 “함께할 수 있는 세력이 모두 모여야 희망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이재오 의원 측근들 대거 낙마 충격 재집권 위한 역할 모색 살아 돌아온 ‘왕의 남자’ 이재오 의원의 운신 폭은 19대 국회에서 한층 좁아졌다. 자신은 5선 고지를 밟았지만 진수희, 권택기 등 친이재오계 측근들은 공천과정에서 줄줄이 낙마했다. 19대 국회에선 혈혈단신이라고 볼 수 있다. 측근들은 16일 “그가 정권 재창출만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 시점에선 본인이 대권주자로 직접 나서기보다 재집권을 위한 역할론을 찾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비박(非朴·비박근혜) 세력 중 친이(친이명박)계의 그림자가 가장 짙게 드리워진 점이 아킬레스건이다. 대선 국면에서 그의 존재감을 MB 심판론과 어떻게 분리할지가 관건이다. 이번 총선 개표 막판까지 야권연대의 통합진보당 천호선 후보와 경합을 벌인 만큼 그 역시 이명박 정부 심판론의 파고를 겨우 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 의원이 15일 밤 늦게 띄운 트위터 글은 의미심장하다. “싱거운 친구가 느닷없이 전화를 해서 니 뭐하노 / 국회의원하지 뭘 해 / 그거 말고 뭐 딴 거 안 하나 / 겸직금지인데 무슨 소리야 / 국회의원은 맨날 하잖아 말귀 좀 알아들어라 / 하고 탁 끊어버린다. 역시 싱거운 사람이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김문수 경기지사 ‘非朴’ 진영의 구심점 朴대세론에 입지 축소 4·11 총선을 계기로 대권주자로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운신 폭이 커질수록 김 지사의 정치적 공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사직은 정치적 리스크를 줄여주는 ‘안전판’인 동시에 대권 행보를 가로막는 ‘족쇄’ 역할도 하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는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때문에 김 지사가 무턱대고 대권 도전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박 위원장의 위상 강화와 한 자릿수대에 머물고 있는 김 지사 본인의 지지율 등을 감안하면 무리수로 해석될 수 있다. 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교두보인 지사직을 내놓을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김 지사가 대권 도전의 꿈을 접은 것은 아니다.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한 트위터리안이 “대선 후보 출마를 포기하셨어요.”라고 묻자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고심 중입니다.”라고 답했다. 김 지사는 여전히 비박(非朴·비박근혜) 진영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면 언제든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지사 측 관계자는 “향후 대선 국면에서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느냐를 지켜본 뒤 최선의 대안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손학규 민주 상임고문 ‘경제 대통령’에 초점 대선 드라이브 본격화 당 대표 출신 야권대선주자인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대선 드라이브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추고 경제 공약 완성에 공을 들이고 있는 손 고문은 이르면 이달 말 경제 민주화와 복지 정책 완성을 위해 일주일간 서·북유럽 현장을 발로 뛰는 ‘정책투어’에 나설 계획이다. 또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6월 9일 전후로 대선 캠프를 발족하고, 대선 경선 후보 등록 전달인 7월에는 자신의 경제 공약을 담은 책을 출간하기로 했다. 손 고문 핵심 측근은 16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으며 당 전당대회 전후로 대선 캠프를 발족하게 될 것 같다.”면서 “협동조합 등 먹거리, 성장동력이 되는 경제 정책을 다듬고 있고 조만간 직접 해법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책은 초고가 완성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손 고문은 지난 주말에도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의 정책자문단들과 경제 분야 토론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손 고문의 측근은 “대선 후보 캐치프레이즈로 ‘함께 잘사는 세상’과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내건 ‘준비된 대통령’과 유사한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손 고문은 젊은 층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이달 말부터는 페이스북에 자신의 자서전을 올리기로 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김두관 경남지사 ‘문재인 대안론’ 부상 당내 입지 확보 주력 4·11 총선 이후의 정국을 바라보는 김두관 경남지사의 시선은 한층 복잡한 듯하다. 김 지사 본인이 직접 대선 도전의 뜻을 공식화한 적은 없으나 야권에서는 줄곧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함께 잠재적 대선주자 반열에 그를 올려놓고 있다. 김 지사 본인도 내부적으로는 총선 이후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설 채비를 갖춰 왔다. 일각에서는 오는 6월 대선 도전의 발판이 될 외곽조직 ‘참여민주연대’를 결성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최근에는 서울에 직원 7명으로 별도 사무실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의 이 같은 행보는 ‘문재인의 대안’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김 지사도 얼마 전 비공식 모임에서 “대권이라는 게 자질이나 능력,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운명이란 것도 있는 것 같다.”고 말해 ‘유일대안’으로서의 기대감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총선 이후 야권의 흐름은 녹록지 않다. 문재인의 대안으로 민주통합당 내부에서 ‘안철수 카드’가 급부상하면서 입지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인 것이다. 그의 셈법도 다소 복잡해졌다. 주변에서는 그러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당장 제도권 정치로 뛰어들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1차로 민주당 내 입지를 넓힐 기회는 없지 않다는 판단이다. 김 지사는 16일 경남 실·국장 회의에서 총선 당선자들과 간담회에 나설 뜻을 밝혔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4·11 총선 이후] 黨·靑 물밑 협력속 ‘느슨한 연대’ 가능성

    4·11 총선을 계기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사이의 역학 관계가 더욱 복잡해졌다. 총선 승리의 전리품을 공평하게 나눠 갖기에는 양측의 입장차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 ‘박근혜의 힘’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보수 진영의 분열을 차단한 ‘친이(친이명박)계의 희생’이 깔려 있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선거 막판 불어닥친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의 거센 불길을 초동 진화한 것도 청와대의 몫이었다. 야권이 제시한 문건의 80%가 노무현 정부 시절의 것이라는 사실을 들이대며 역공을 가한 것이 주효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박 위원장은 총선 승리를 이끌어냈고, 이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 숨통이 틔었다. 양측이 당장 이러한 ‘전략적 연대’의 고리를 끊기도 쉽지 않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을 늦추거나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박 위원장 입장에서도 총선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약속한 공약을 이행하려면 이 대통령의 직·간접적인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정권 심판론’에 직면했던 박 위원장이 대놓고 이 대통령과의 공조 관계를 앞세울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따라서 양측이 물밑에서 협력의 끈을 놓지 않는 ‘조용한 협력’ 또는 ‘느슨한 연대’를 선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양측의 회동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양측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출범 직후인 지난해 12월 22일 회동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한 친박계 인사는 “굳이 회동을 통해 설명하거나 규정해야 할 사안이 없다.”면서 “박 위원장이 위원장직을 조만간 내려놓을 경우 기본적인 스탠스는 비대위 체제 출범 이전으로 회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칼자루를 쥔 쪽은 청와대가 아닌 당이다. 향후 국회를 중심으로 민간인 불법사찰과 이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등과 관련한 논란이 확대될 경우 ‘전략적 연대’가 ‘전략적 거리두기’로 바뀔 수 있다. 박 위원장은 최근 불법사찰 특검에 대해 “18대 국회에서 하려고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으로 대표되는 당·청 관계의 향배를 가늠할 첫 단추는 다음 주로 예상되는 경찰청장 인선이 될 전망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만큼 사전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심을 거스르는 측근 돌려막기 또는 지역 편중 인사가 이뤄질 경우 당·청 관계는 소원해질 수밖에 없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4·11 총선 이후] 친노·비노 기싸움 진통 끝 ‘3주짜리 문성근 대행체제’로

    [4·11 총선 이후] 친노·비노 기싸움 진통 끝 ‘3주짜리 문성근 대행체제’로

    민주통합당이 진통 끝에 과도기 지도 체제로 ‘문성근 대표대행 체제’를 확정했다. 그러나 단 3주짜리 임시 대표대행이다. 민주당은 15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지난 13일 한명숙 대표 사임 후 출범한 문 최고위원의 대표대행 체제를 합의했다. 2개월짜리 단명(短命)의 지도체제 구성을 놓고 문성근 대표대행 체제를 주장하던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지도부 총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주장하던 비노(비노무현) 진영은 결국 ‘3주 대표대행’과 ‘1개월 원내대표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궁여지책으로 접점을 찾았다. 5월 초에 조기 선출하기로 확정한 차기 원내대표를 비대위 얼굴로 낙점해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임시전국대의원대회(임시전대)를 관리하자는 방안이다. ‘합’(合)은 이뤄졌으되 리더십은 계파 간 셈법으로 미분된 셈이다. 오히려 차기 당권을 둘러싼 계파 간 치열한 다툼의 노정만 예고해 버렸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당헌·당규에 따라 1·15 전당대회 경선 차점자인 문 대표대행 체제로 가되 이르면 5월 4일 조기 선출하는 차기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며 “이번 주에 원내대표 경선관리위원회를 출범하고 신임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임시 전당대회는 6월 9일 전후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총선 패배의 연대 책임이 있는 현 지도부가 물러나고 새 비대위로 당을 추슬러야 한다는 ‘재정비론’으로 팽팽히 맞선 구 민주계 등 비노 측의 주장이 반영된 결과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부겸 최고위원 등 대다수는 “당을 수습하는 데도 질서와 절도가 있어야 하는데 오합지졸의 모습을 보이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며 “당헌·당규에 따라 대표대행으로 가는 게 맞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비노 측의 강경 입장을 꺾지는 못했다. 문 대표대행도 “어려운 때일수록 원칙을 지키자.”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무위에 그쳤다. 민주계 핵심인 박지원 최고위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이 두 달이라도 당 전면에 있는 건 쇄신의 모습이 아니다. 현 지도부는 비대위원만 인선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같은 지도 체제 이전투구의 이면에는 차기 당권 및 대선 정국에서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한 친노·비노 간의 기싸움이 기저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노 측은 친노 색깔이 진한 문 대표대행에게 대선 후보 경선을 관리할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임시전대를 맡길 수 없다는 인식이 짙다. 중립적 인사를 중심으로 한 비대위가 관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12월 대선 체제마저 친노가 독식하도록 놔둘 수 없다는 견제론이 작용하고 있다. 반면 당 주류인 친노계는 한 대표 낙마 후에도 당권을 거머쥔 채 차기 지도부를 대선 지형에 유리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정치적 셈법을 하고 있다. 친노계는 당초 일부 대권주자들에게 대표대행 체제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노 중진 인사는 최근 손학규 전 대표에게 전화해 “다 물러나면 임시 지도부 체제가 걱정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손 전 대표는 “민주당이 반성하고 쇄신하는 진정성을 보이는 게 우선”이라며 “왜 우리 당에 인물이 없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안동환·강주리·이범수기자 ipsofacto@seoul.co.kr
  • 친노·비노 갈등 일단 봉합… 차기당권 힘겨루기 예고

    친노·비노 갈등 일단 봉합… 차기당권 힘겨루기 예고

    4·11 총선 패배 및 당내 주도권을 놓고 맞섰던 민주통합당 내 친노(친노무현)계와 비노계의 갈등이 13일 한명숙 대표의 사퇴로 봉합 국면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지난 1·15 전당대회의 당 대표 경선 차점자인 문성근 최고위원의 대표 대행 체제로 신속히 전환해 지도부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당초 거론됐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의 경우 당헌·당규상 비대위 기구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이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당내 잡음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친노계에 총선 패배 책임” 불만 많아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친노계가 공천을 독식한 데다 총선 패배의 책임이 있다는 민주계 등 당내 비주류 세력의 불만이 적지 않아 차기 지도부 선출 등 당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도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부산에 머물고 있던 문 최고위원은 이날 곧바로 서울로 상경해 총선 후유증 수습에 나섰다. 문 최고위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당헌·당규상 차점자가 대표 대행을 맡도록 규정된 만큼 이를 따르기로 했다.”며 “14일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당 정비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지도부 공백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이 8개월 뒤로 정치 일정이 촉박해 대표 대행을 하면서 2개월 안에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총선 전 공천 문제를 제기하며 사퇴한 박영선 최고위원을 제외하고 현 최고위원들이 대표 대행 체제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총선 후폭풍으로 인해 민주당의 조기 대선 체제 전환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당초 당헌·당규에 6월 18일까지 정해야 하는 대선후보 선출 일정을 일단 연기하기로 했다. 가뜩이나 총선 패배에 따른 후유증에다 인책론이 불거지면서 당내 혼란이 적지 않아 대선 체제로 곧바로 전환하는 건 부담이 크다는 인식 때문이다. ●대권경쟁 조기 점화땐 당 격동할 듯 신경민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당헌·당규상 대표가 사임하고 두 달 안에 전국 임시 대의원회의를 열도록 되어 있다.”며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늦추는 게 좋다는 의견이 많아 차기 지도부 선출 일정과 분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천 과정에서 ‘호남 학살론’을 제기하고 ‘한명숙 책임론’을 주장한 민주계는 대표 대행 체제로 당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민 앞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며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환영했다. 박 최고위원은 “현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비대위 구성보다는 문성근 대표 대행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총선 책임론을 놓고 판이한 시각차를 드러낸 친노계와 비노계는 대선 정국에서 헤게모니를 쥐기 위해 재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총선을 통해 최대 세력이 된 친노계는 당권과 대선을 모두 거머쥐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 과정에서 친노 견제에 나선 민주계와 당내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시민사회 세력, 한국노총, 대거 생환한 486그룹 등이 얽힌 당내 역학 구도가 어떤 모양으로 그려질지도 주목된다. 무엇보다 문재인, 손학규, 정세균 상임고문, 김두관 경남지사 등 대권주자 간 경쟁이 조기 점화될 경우 당은 격동하게 된다. 아울러 야권에 제기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조기 등판론이 민주당 체제 정비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도 주요 관심사다. 안동환·강주리기자 ipsofacto@seoul.co.kr
  • 총선발표 당일부터 거취 고심

    민주통합당은 13일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한명숙 대표가 전격 사퇴하자 12월 대선을 앞두고 격랑에 휩싸였다. 한 대표는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을 심판하고 민생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열망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취임 4개월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한 대표가 사퇴함에 따라 민주당은 당 대표 경선 차점자인 문성근 최고위원을 당 대표 직무대행으로 한 임시 지도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헌·당규상 최대 6월까지 유지되는 한시적 지도부다.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를 압축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사령탑이 교체되자 민주당은 어수선한 분위기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 대표가 사퇴한 이 마당에 전당대회와 대선 경선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다.”며 “주말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당장의 대책부터 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지난 11일 총선 결과 민주당이 제1당이 되는 것에 실패하고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자 이때부터 자신의 거취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개표 결과가 나오면서부터 사퇴 의사를 밝혔고, 원래 어제(12일) 기자회견을 했어야 했는데 최고위원회의 상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날짜를 미룬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12일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이날 이해찬·임채정 등 당 상임고문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국민의 여망을 받들지 못한 무한 책임을 지겠다.”며 완곡하게 사퇴 결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고문들은 한 대표에게 신중한 결정을 주문했으나, 야권의 성적표에 실망한 지지층을 달래기 위해선 당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신경민 대변인은 “반MB 정서를 투표장으로 손잡고 끌고 갔어야 했는데 이것을 왜 못했는지 철저히 반성해야지 무릎을 꿇고 절망만 할 수만은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 고문단의 일치된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박지원 최고위원 등 구민주계의 반응은 더 냉랭했다. 박 최고위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보통 문제가 아니다.”며 지도부 총 사퇴를 요구했다. 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는 늦어도 6월쯤 열릴 것으로 보인다. 친노(친노무현) 진영이 총선을 통해 당 주류로 자리 잡은 가운데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는 당권을 노리는 각 계파와 수성하려는 친노계의 팽팽한 샅바싸움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 경선의 전초전이 앞당겨진 셈이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4·11 총선 이후] 외신 반응

    미국과 일본 언론들은 한국의 총선 결과에 지대한 관심을 표시하는 한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고 평가하는 등 다양한 분석기사를 게재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이번 4·11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 국회를 주도하게 됐으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했을 것”이라면서 “이런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미국 측에 큰 두통거리를 면하게 해 주었다.”고 보도했다. 또 민주통합당은 자신의 뿌리인 노무현 정부 때 시작했던 한·미 FTA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 노선을 취하면서 보수파로부터 신뢰할 수 없는 ‘말바꾸기 정당’으로 공격받았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박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후임으로 청와대에 입성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부상했으며, 앞으로 박 위원장의 리더십은 한층 공고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국 정치는 아주 빨리 변하기 때문에 젊은 층과 진보진영에서 인기가 높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포함한 강력한 대권 예비주자들의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새누리당이 절반을 조금 넘는 152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기 때문에 적어도 오는 12월 대선까지는 여야 간 정치적 공방이 격화될 것이고, 입법 활동도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번 선거는 (야권으로서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의 기회였지만, 새누리당은 경제 격차 확대 등으로 인기가 없는 이명박 정권과 선을 긋는 것으로 열세를 만회했다.”고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도 박 위원장이 대기업 우선의 성장 노선을 견지한 이명박 정권과 달리 분배를 강조하는 등 정권과 거리를 둔 것이 주효했다면서 연말 대선 출마 대망론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 이종락·워싱턴 김상연특파원 jrlee@seoul.co.kr
  • [4·11 총선 이후] 민주 계파별 성적표

    4·11 총선을 통해 친노(親·친노무현) 인사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하면서 민주통합당 내 주류의 흐름이 뒤바뀌었다. 통합 이전의 민주당은 친손학규계와 친정세균계, 친정동영계, 구민주계로 다분화돼 있었지만 친노계가 이번 총선에서 부활해 19대 국회의원의 21.6%를 차지하며 당내 최대 계파로 자리를 잡았다. 친노 성향이 강한 친정세균계까지 포함하면 범친노계는 민주당 전체 의석의 36%에 이른다. ‘폐족’(廢族)으로 불렸던 친노 인사의 화려한 귀환은 올해 초 당 대표 경선을 통해 한명숙 대표 체제가 들어설 때부터 예고됐던 일이다. 공천을 받은 범친노 인사의 절반가량이 낙마, ‘절반의 성공’을 거뒀는데도 당내 최대 계파를 이룰 정도로 공천자 중 친노가 차지한 비중은 상당했다. 친노계는 국회에 입성한 한명숙(비례15번) 대표, 친노의 대표선수인 문재인(부산 사상) 상임고문, 좌장 격인 이해찬(세종) 전 총리를 중심으로 점차 세를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당선된 대표적인 친노인사는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의 전해철(경기 안산상록갑), 춘추관장 출신의 서영교(서울 중랑갑), 인사수석비서관 출신의 박남춘(인천 남동갑), 정책조정비서관 출신의 윤후덕(파주갑), 법무비서관 출신의 박범계(대전 서을) 당선자 등이다. 18대 총선에서 줄줄이 낙마했던 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의원들도 4년 만의 리턴매치를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486의 대표주자인 우상호(서울 서대문갑) 당선자와 전대협 1기 의장 이인영(서울 구로갑), 2기 의장 오영식(서울 강북갑) 당선자 등 금배지를 달게 된 인사는 전체 당선자의 10%가량이다. 친정세균계도 건재함을 과시했다. 특히 정세균 의원 본인이 역대 대통령 3명을 배출한 ‘정치1번지’ 종로에서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를 꺾고 승리하면서 정치 인생의 화려한 2막을 열었다. 반면 당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던 구 민주계 세력은 10여명으로 쪼그라들었다. ‘호남 물갈이’로 구 민주계 의원들의 상당수가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반발해 탈당하면서 대규모 재입성이 애초부터 어려웠던 탓이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4·11 총선 이후] 총선패배 책임론 확산…갈림길선 한명숙

    [4·11 총선 이후] 총선패배 책임론 확산…갈림길선 한명숙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 체제가 4·11 총선 패배로 갈림길에 섰다. 지도부 책임론이 확산되면서 지난 1·15 전당대회를 통해 전면에 등장한 ‘한명숙 체제’는 100여일 만에 존립의 위기를 맞게 됐다. 한 대표는 전날 밤에 이어 12일에도 영등포 당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현충원만 들렀을 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면서 방명록에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만 적었다. 한 대표가 불참한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는 박선숙 선거대책본부장만 참석해 패배를 인정하고 사무총장직 사퇴를 표명했다. 한 대표도 사퇴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12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당 대표는 무한책임을 지게 돼 있다. 총선 결과에 무한책임을 질 각오를 갖고 있다.”고 말했었다. 당 일각에서는 한 대표 사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총선 패배의 책임 소재를 놓고는 정파 간 인식차가 작지 않다. ‘공천 학살’ 대상이 됐던 민주계는 당장 한 대표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이날 전남 목포에서 라디오 인터뷰를 갖고 “민주당이 사실상 패배했다. 지도부는 사퇴하지 않을 수 없고 그것이 책임”이라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호남은 민주당의 뿌리임에도 통합 과정이나 경선, 공천 과정에서 한 세력이 독식해서 (호남이) 이렇게 푸대접을 받는 것은 처음”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민주계인 장성민 전 의원은 한 대표의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 장 전 의원은 “정권을 뺏긴 지 5년 만에 하늘과 민심이 준 정권교체의 기회를 민주당은 오만과 자만의 리더십으로 스스로 망쳤다.”며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린 현 민주당 지도부는 즉각 해체하고 오만의 상징이 된 실패한 친노무현 그룹과 486들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총선을 통해 당내 최대 계파로 부상한 친노 세력은 한 대표 사퇴에 부정적이다. 한 친노 인사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이기고 127석을 확보해 정권교체의 희망이 확인된 만큼 총선 결과를 비관적으로 해석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며 “한 대표 사퇴는 즉흥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친노계 좌장인 이해찬 상임고문도 한 대표에게 “숙고가 필요하며 쉽게 결정할 사안일 수 없다.”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세균 의원은 “민심을 표로 연결하지 못한 책임은 당을 운영하는 이들에게 있다.”면서도 “어떻게 책임을 질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5월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차기 지도부가 구성된 후 물러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대표 측근은 “당내 주요 인사들과 거취 논의가 진행 중이며 이르면 13일 입장을 발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두관 경남지사는 “국민들이 새누리당을 제대로 심판하지 못한 야당을 먼저 심판했다.”고 평가했다. 김 지사는 이날 부산·경남지역 성적표에 대해 “야권이 기대했던 의석수를 얻지는 못했지만 유권자들로부터 받은 높은 득표율은 지역구도 극복의 가능성을 확인해 준 소중한 성과”라며 “국민들이 야당에도 성찰과 혁신을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고 덧붙였다. 서울 안동환·창원 강원식기자 ipsofacto@seoul.co.kr
  • [사설] 새누리는 더 겸손하고 민주는 더 자성하라

    유권자들이 4·11 국회의원 총선을 통해 여야 정치권에 전달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새누리당은 더 겸손하고, 민주통합당은 더 자성하라는 것이다. 올해 초만 해도 이명박 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4·11 총선에서 크게 패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당의 얼굴로 내세워 정강·정책을 바꾸는 등 쇄신 작업에 들어가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이름까지 바꾸고 과거의 병폐들을 해소하려는 작업에 들어갔다. 야당 측에서는 ‘쇼’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지만, 어쨌든 새누리당은 20대 비대위원까지 영입하며 쇄신의 몸부림을 보였다. 유권자들은 그런 새누리당의 모습을 보면서 여당이 겸손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이 이번 총선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패배했고, 20~30대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데도 또다시 실패했다. 아직 해결해야 할 큰 과제가 남겨진 것이다. 그 과제 가운데 많은 부분은 이명박 정부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박근혜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불법사찰방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힌 것은 새누리당에 남겨진 과제를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때 단독 과반도 가능하다고 기치를 올렸던 민주당은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18대 총선 때보다는 의석을 크게 늘렸지만, 강원도와 충청도 지역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민주당의 패배는 새누리당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자초한 측면이 크다. 명분과 원칙도 없이 선거구도만 고려한 야권 연대, 유권자의 눈높이에 훨씬 못 미친 안이하고 구태의연한 공천 과정,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뒤집는 오만함 등이 민주당을 자멸로 이끈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민주당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총선 당시 대패했던 수도권에서 승리한 것은 커다란 성과다. 민주당 스스로 얼마나 반성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는가에 따라 연말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새누리당(42.8%)과 자유선진당(3.2%)에 46%의 지지를, 민주당(36.5%)과 진보당(10.3%)에 46.8%의 지지를 나눠줬다. 마치 계산된 듯한, 절묘한 조화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과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 세력이 똑같은 조건의 스타트 라인에 서 있다. 이제부터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진지하고 치열한 경쟁을 새롭게 시작하기 바란다.
  • 제주 해군기지 건설 속도내나

    제주 해군기지 건설 속도내나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예상 외도 과반수를 차지하자 주요 국책사업이 어떻게 추진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야당이 강력하게 반대한 제주 해군기지(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사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제주 해군기지는 이번 총선에서 전국적인 이슈로 등장, 새누리당의 ‘국가안보사업 계속추진’과 민주통합당 등 야권연대의 ‘공사 중단 전면 재검토’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왔다. 그러나 야당의 패배로 주도권이 밀리게 됐다.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은 “야당이 노무현 정부 당시에 국익과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자신들이 앞장서 추진했던 해군기지 건설을 이제 와서 당리당략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연대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 중단과 재검토를 추진키로 합의했다. ●해군 해상 준설 등 공사 박차 해군은 12일 서귀포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 노출암 발파작업과 해저면 평탄화를 위한 해상 준설공사 등을 벌이는 등 기지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정마을회는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강정마을회와 제주군사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등은 14일 강정마을에서 30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해군기지 공사 중단과 백지화를 요구할 예정이다. ●강정마을회 내일 공사중단 요구 집회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 제주도민 대다수가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백지화 운동을 계속하기로 했다. 제주에서는 민주통합당 김재윤·강창일·김우남 후보 등이 모두 당선됐다. 김재윤(서귀포시) 당선자 등은 “지금 당장 공사를 중단해야만 갈등의 물꼬를 틀 수 있다.”며 “19대 국회에서 해군기지 특위를 구성해 해군기지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경전철 부담금 20년간 年 1000억원 우리나라 첫 정부시범 민자사업인 부산·김해 경전철 적자 문제도 해결될지 주목된다. 지난해 9월 개통됐지만 추진과정에 수요 예측을 엉터리로 하는 바람에 부산과 김해시가 내년부터 20년간 해마다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민간사업자에게 지불해야 할 처지가 됐다. 김해시의 경우 20년간 1조 5000억원을 물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해양부와 사업자 측은 협약 당시 경전철 하루 이용객을 17만 6000명으로 예측했으나 개통 이후 하루 평균 이용객은 2만 3000여명에 그치고 있다. 김해시와 부산시는 정부에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부담금 가운데 50%를 국비로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해갑 민주통합당 민홍철 당선자는 “국가시범사업으로 선정한 정부도 당연히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중앙재정에서 MRG 금액 중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경전철 민자사업은 현행 국비지원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적자 발생 시 해당 지자체가 사업자에게 일정비율의 비용을 보전해줘야 한다. 제주 황경근·창원 강원식기자 kkhwang@seoul.co.kr
  • [화제의 당선자] “이변은 없었다”… 손수조 여유있게 따돌리고 대권행보 연착륙

    [화제의 당선자] “이변은 없었다”… 손수조 여유있게 따돌리고 대권행보 연착륙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이변은 발생하지 않았다. 야권 유력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부산 사상에서 한나라당 손수조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승리의 깃발을 꽂았다. 부산 사상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선거 초부터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지역구로 떠올랐다. 특히 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손 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두 차례나 찾는 등 힘을 실어 줬지만 역부족이었다. 문 후보에 대한 인지도와 현 정권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실망감 등이 결국 문 후보의 당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관심 지역인 만큼 부산 사상은 부산 지역 18개 선거구에서 두 번째로 높은 57.44%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문 후보는 오후 9시쯤 사상구 괘법동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선거운동원들을 격려한 뒤 사무실 앞에서 승리를 축하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그는 “성원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새로운 정치, 깨끗한 정치, 큰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선거를 하면서 부산의 민심이 많이 달라졌고 정치가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부산의 살아 있는 부산 시민 정신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대선 출마와 관련해서는 “이번 총선에 출마한 것은 우선 부산의 정치를 바꾸고 싶었고 나아가서 연말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뤄야겠다는 강한 절실함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으며 신중하게 생각하고 고민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해 대선 출마에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문 후보는 노무현 정권 때 청와대 비서실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화제의 당선자] “안동경제 살리기 완성”… 압도적 재선

    [화제의 당선자] “안동경제 살리기 완성”… 압도적 재선

    경북 안동에 출마한 새누리당 김광림(63) 후보가 압도적 표차로 야당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김 당선자는 11일 65% 개표된 상황에서 84%를 획득, 16%를 얻은 민주통합당 이성노(52) 후보를 누르고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지었다. 김 당선자는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서도 예상 득표율 80.1%를 기록했다. 재선에 성공한 김 당선자는 ‘안동경제 살리기를 완성하겠다’며 도청 완공과 관련 기관 유치활동, 중앙선 복선전철화, 동서4축 등 교통망 구축, 3대 문화권 문화생태관광기반 조성 사업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안동은 당초 출마가 예상됐던 권오을 전 국회사무총장의 불출마로 김 당선자와 이 후보의 여야 맞대결 구도로 선거를 치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시국선언을 주도한 정치 신인 이 후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무효화,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카드 수수료 1% 인하,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반값등록금 실현 등을 공약으로 내걸며 야심차게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철옹성 같은 보수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 당선자는 “안동 경제 살리기를 완성하고 명품 도청 조성을 통해 안동 번영 시대를 열겠다.”면서 “제시한 88개의 공약은 임기 중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영남대 경제학과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나온 김 당선자는 재정경제부 차관과 특허청장,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등을 지냈다. 부인 김지희(57)씨와 1남1녀를 두고 있다. 안동 한찬규·김상화기자 cghan@seoul.co.kr
  • [화제의 인물들] ‘나꼼수’ 김용민 결국 막말파문에 눈물

    [화제의 인물들] ‘나꼼수’ 김용민 결국 막말파문에 눈물

    ‘막말파문’으로 이번 총선에서 최대의 화제가 됐던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서울 노원갑)는 민주당이 서울에서 선전하는 와중에도 결국 낙선했다. 전국적 지명도가 없는 정치 신인에 불과했던 그는 4·11 총선의 특이한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모바일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 진행자로 정치권 밖의 ‘장외 인물’이었던 김 후보는 과거 인터넷 라디오방송에서 한 막말 발언으로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폭로로 주도권을 잡은 민주당을 한순간 궁지에 몰아넣었다. 김 후보는 지난해부터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과 ‘나꼼수’에 출연한 인연으로 정 전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갑에 전략 공천됐다. 공천 당시에도 정 전 의원이 그의 공천을 적극 요구해 지역 세습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그의 막말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유영철을 풀어가지고 라이스는 아예 강간해서 죽이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또 “노인네들이 (시청 앞에 시위하러) 오지 못하도록 시청역 지하철 계단을 지하 4층부터 하나로 만들고 엘리베이터를 모두 없애자.”는 노인 폄하 발언과 교회 모욕 등의 논란이 터져 나오며 파문이 확산됐다. 새누리당이 전방위 공세에 나서자 민주당 한명숙 대표가 지난 7일 공식 사과하고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총선 완주를 선언하고 나꼼수와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세 과시에 나서는 등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민주당도 2004년 한나라당 의원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비속어와 성적 막말을 쏟아냈던 풍자연극 ‘환생경제’를 비난하며 새누리당에 맞불을 지폈다. 한편 김 후보는 이날 오전 투표소에서도 ‘나꼼수’ 멤버들과 동행하면서 화제가 됐다. 김 후보는 오전 8시쯤 노원구 공릉동 동신아파트 경로당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오늘이 정치에 입문한 지 딱 한 달이 되는 날”이라며 “나는 허물이 많은 사람이다. 모든 것을 유권자와 신의 선택에 맡기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투표소에는 나꼼수 멤버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동행했다. 김 총수는 김 후보의 어깨를 주무르며 “그동안 수고했다.”고 격려한 뒤 “나꼼수 호외를 들으며 투표장에 가달라.”고 투표 참여를 당부했다. 이날은 노원갑이 지역구였던 나꼼수의 전 멤버 정봉주 전 의원의 어머니와 형도 투표장을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정 전 의원의 어머니 이계완(84)씨는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용기를 내라고 격려했다.”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애쓰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사설] 민의 겸허히 헤아려 국민을 편안케 하라

    4·11 총선은 한국정치의 역동성을 다시 한번 보여 줬지만 나타난 민심은 퍽 중첩적이다. 여당에도 초강세의 압승은 허여하지 않으면서 이명박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 ‘경고’와 ‘주문’을 동시에 발신했다는 점에서다. 이번에 당선된 300명의 선량들과 각 정치 주체들은 이 같은 민의를 겸허히 헤아려야 한다. 부디 정치권은 정파적 진영논리보다 국민의 복리와 절차적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생산적 정치를 펼쳐 나가기 바란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여당에 확실한 안정의석을 몰아주지는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이 몰아쳤던 17대 총선에서 국민은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안정 과반 의석을 줬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18대 총선에선 한나라당이 압승했다. 그러나 이번에 제1당인 새누리당은 정국을 주도할 의석을 얻지는 못했다. 서울과 수도권 의석을 민주통합당에 상당수 내주었다. 하지만 민간인 사찰 파문 등 범여권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승리도 허용하지 않았다. 선거 결과 평가가 엇갈리지만 분명한 것은 국민이 어느 쪽의 손도 흔쾌히 들어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야권의 정권 심판론으로 수도권에서 고전한 점을 현 정부와 여당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과의 연대를 통해 전체 진보진영의 의석수를 늘렸다는 점을 자위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권을 바란다면 도를 넘은 ‘좌클릭’의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나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무효화 등 여당 때와는 180도 다른 주장을 해 대안세력으로서의 입지를 스스로 좁힌 대목도 깊이 자성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비전 경쟁보다는 네거티브 전쟁이었다. 민간인 사찰 등 여권의 비리, 통합진보당의 경선 조작, 민주당 김용민 후보의 저질 막말 등 대형 악재를 놓고 이전투구를 벌였다. 한마디로 유권자들이 선뜻 투표장으로 가고 싶지 않았던 선거였다. 그럼에도 54%를 상회하는 투표율을 기록했다면 유권자들이 외려 정치권보다 성숙했다는 방증이다. 이제 정국은 12월 대선을 앞둔 본격 레이스가 펼쳐질 참이다. 여당의 총선을 지휘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총선 관문을 통과한 문재인 후보 등 대권주자들은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얻기 바란다. 행여 새누리당이 충청, 강원에서 약진하고 민주당이 부산에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사실을 아전인수로 해석해선 안 될 것이다. 지역주의나 진영논리를 뛰어넘지 못한 현실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이는 정치권이 갈라진 민심을 다독여 국민을 통합하고 국민을 편안케 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주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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