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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초당적 대응으로 北 대화 복귀 견인해야

    남북당국회담이 전격 보류되면서 남북 간에, 그리고 우리 사회 내부에서 책임 공방이 일고 있다. 북은 어제 노동신문을 통해 “북남 대화 분위기를 위해서는 대화에 임하는 자세와 입장을 올바로 가져야 한다”며 짐짓 우리 정부를 훈계했다. 자신들은 반관반민 단체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국장급 인사를 회담 대표로 내세우고는 우리에겐 이보다 1~2단계 상위직급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내보내라고 몽니를 부리다 일방적으로 회담 보류를 선언하고는 그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긴 것이다. 그런가 하면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대북 정책에 관여했던 야권 인사들은 우리 정부가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회담 대표로 요구했던 것부터가 문제였다는 요지의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양건 부장은 우리 정부에 대입시킨다면 부총리급”이라 했고, 같은 당의 정동영 의원은 “작은 것에 연연해 기싸움하다 큰 판을 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북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내세우라고 했다면 우리는 뭐라 했겠느냐”며 북을 두둔하는 듯한 언사까지 내놓았다. 6년 만의 고위급 대화가 수석대표의 급(級) 문제로 보류된 것은 누가 뭐랄 것 없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남북 대화의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정부의 노력을 폄훼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남북이 진정 상호 신뢰의 내일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 잘못된 형식과 틀을 바로 세우려 노력하는 것은 마땅하고 필요한 일이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어제 국회 답변을 통해 지적했듯이 대화에는 격(格)이 있으며, 일방적으로 굴욕을 당하는 대화에서 신뢰를 건져올릴 수는 없는 것이다. 회담 대표의 직급을 빌미로 한 북의 전격적인 회담 거부는 그들의 대화 제스처가 닷새 전의 미·중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었음을 방증한다. 남북 대화를 대미 선전용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거듭 확인해 준 것이다. 그런 저들을 상대로 신뢰에 기반한 대화를 추진한다는 것은 그만큼 지난하며 인내를 요구하는 과제다. 일희일비할 일도 아니고, 책임론을 꺼내들며 남남 갈등을 유발할 일은 더욱 아니다. 정파를 떠나 북을 다시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방안을 찾는 데 머리를 모아야 할 때다. 북은 어제 판문점 연락채널을 다시 닫았다. 장마철을 앞둔 개성공단의 시설 관리 등을 생각하면 이들을 회담 테이블로 다시 끌어내는 일이 화급하다. 그러나 아무리 급하다고 실을 바늘 허리에 꿸 수는 없다. 지속적으로 대화 재개를 요구하되, 그 과정에서 원칙을 저버려 북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도발-협상-보상’의 남북관계 패턴에 익숙한 저들인 만큼 다시 도발 카드를 집어들 가능성도 안보당국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 [위기의 한국사 교육] 일베와 中·日의 역사왜곡

    [위기의 한국사 교육] 일베와 中·日의 역사왜곡

    최근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의 이미지를 합성한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확산되고, 이 사진에 대한 왜곡된 역사인식을 드러내는 댓글들이 더해지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한 사립대 학생들이 만든 이 사진에는 욱일승천기의 이미지를 배경으로 남녀 학생 7명이 나치식 거수 경례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논란이 커지자 “역사적 의미를 간과한 채 이런 사진을 촬영하게 된 것에 대해 반성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모양이 예쁘다”, “(욱일승천기 모양이) 멋있다”라는 어처구니없는 반응을 보였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왜곡된 역사관이 최근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제대로 된 한국사 교육과 시민교육의 부재 속에 ‘1020세대’가 온라인상의 그릇된 역사 인식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걸그룹인 시크릿의 멤버 전효성은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라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면서 ‘민주화’ 용어를 잘못 사용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기서 ‘민주화’는 인터넷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사용하는 집단 괴롭힘과 강권 등을 뜻한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전씨는 “‘전효성으로 민주화시킨다’는 글을 여러 게시판에서 자주 접했다”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에게 권유한다는 뜻이라고 무의식중에 받아들였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가수 김진표도 지난해 방송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비하한 일베식 표현 ‘노운지’를 사용해 문제가 됐다. 김씨는 “단어의 어원이 그런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운지’는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지다라는 뜻으로, 일제강점기 이후 쓰이지 않는 말이다. 이들은 모두 인터넷에서 왜곡된 역사 인식이 담긴 단어들을 습득했다고 했다. 온라인 관계에 집착하는 경향이 큰 1020세대의 특징이 반영된 탓이다. 일베 등 과격한 인터넷사이트들이 역사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고 감수성이 예민한 1020세대를 흡수하는 모습이다. 과격한 표현과 역사 뒤집기가 기성 권위에 대한 ‘쿨’(멋있는)한 도전으로 여겨지면서 모방 대상이 됐다는 얘기다. 역사 왜곡을 일종의 놀이로 보고, 학업 스트레스와 대화 단절 등 오프라인상의 불안감을 인터넷 공간에서 해소하려는 모습도 엿보인다. 실제 일베에서 인기 있는 글은 기성세대가 믿는 진실을 과격한 언어로 파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5·18 민주화 운동을 왜곡하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폄훼하거나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을 영웅으로 묘사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의 온라인 우익 현상을 연구해온 와카미야 요시부미 서울대 일본연구소 객원연구원은 12일 “요즘 젊은이들은 미묘한 역사 문제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한국도 일본처럼 근현대사나 인문교양 역사를 많이 배우지 않는 것이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방지원 신라대 역사학과 교수는 “일베 현상보다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는 온라인에서 주고받은 잘못된 역사 인식을 학교 교육 등 현재의 정규 교육이 바로잡을 수 없다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남북당국회담 D-1] 북측, 대남라인 책임 피하기인듯

    [남북당국회담 D-1] 북측, 대남라인 책임 피하기인듯

    지난 9일 판문점 남북 실무접촉이 18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이 된 배경에는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있다. 우리 측은 남북회담의 대표로 ‘류길재 통일부장관-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안을 제시했지만, 북측은 “상급 당국자로 하자”고만 했다. 북한에서 회담 대표로 김 부장이 부각되는 상황을 꺼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북한의 태도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일부에서는 김 통전부장을 남측의 장관급으로 해석하지만, 노동당이 내각을 이끄는 북한에서 당 통전부장이자 대남담당 비서를 겸하는 김 부장의 위상은 그 이상이다. ‘부총리급’ 정도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1, 2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경제부총리, 통일부장관, 청와대 수석, 국정원장 등이 배석했지만 북측에선 김 통전부장 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배석했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총 21차례에 걸친 장관급 회담에서 우리는 통일부 장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한 반면, 북측에서는 내각 책임참사가 나섰다. 내각 책임참사는 일종의 무임소장관으로 통전부 부부장이 주로 맡았다. 지금껏 통전부장이 공식 남북회담 수석대표로 나선 경우는 없다. 회담의 성패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통전부의 수장 김양건을 내세웠다가 자칫 정치적 책임을 짊어질 가능성을 대남 라인이 피하려 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2010년 ‘대남 일꾼 물갈이’ 차원에서 대거 숙청된 대남 라인은 군사긴장이 고조되면서 세가 크게 위축됐으나, 최근 대화국면으로 전환되면서 간신히 군부와 세력 균형을 맞춘 상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위상과 실권 모두 통전부장의 격이 높은 건 사실”이라면서 “지금은 북한이 아쉬운 상황인 만큼 우리가 처음 장관급회담을 제안할 때 아예 김양건 부장을 못 박았어야 했다. 현안을 타결하려면 김정은을 수시로 독대하는 김 부장을 상대하는 것이 유리한데 (우리 정부가) 전략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과거 장관급회담에서 북측 대표로 나선 내각 책임참사의 격이 떨어진다는 일부의 비난을 정부가 지나치게 의식해 신경전을 벌인 것 같다”면서 “지금은 대표의 급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남북 화해모드… 지자체 교류사업 기지개

    남북 화해모드… 지자체 교류사업 기지개

    남북 간 대화 물꼬가 트이면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남북교류사업도 오랜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고 있다. 10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중단된 지자체 차원의 경제·문화·스포츠 등의 남북교류사업을 적극 실시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12∼13일 서울에서 남북당국회담이 열리는 등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해빙기에 접어들면서 정지 상태였던 남북교류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는 올해 초 문화·체육분야 교류, 환경분야 협력, 보건·의료 지원, 영유아 등 취약계층 지원, 재난재해 구호 등 6개 분야에 걸쳐 남북교류협력사업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특히 경평축구대회와 서울시향 평양 공연이 포함된 문화·체육분야 교류는 박원순 시장이 임기 내 달성하려고 욕심(?)을 내는 중점사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의 협상 추이에 따라 할 역할이 있다면 적극 추진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올해 평양 의학과학원 종양연구소 등 북측의 낙후 의료시설에 대한 의료장비, 의료용 소모품, 의약품 및 기자재 등 지원에 10억원, 경평축구대회와 시향 평양공연 추진비 10억원, 북측의 영유아나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빵, 우유, 옥수수, 밀가루 지원액 15억원, 육묘용 비닐 박막과 농자재 지원 5억원 등 45억원의 관련 예산을 편성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핵 문제 등으로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집행엔 엄두도 내지 못했다. 2004년부터 조성한 기금은 189억원이다. 인천시는 개성공단 폐쇄 등 모든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도 중국 단둥(丹東)에 북한 근로자 28명을 고용해 축구화 공장을 운영함으로써 남북협력의 끈을 이어 왔다. 시는 중·장기적으로 강화군 교동도에 남북이 함께하는 평화산업단지를 조성, 개성공단 문제점을 보완하는 제2개성공단 성격의 경제협력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인천-개성-해주 3각 클러스터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조성 추진, 서해를 평화와 번영의 바다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는 노무현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항과 유사하다. 아울러 임산부·영유아 지원과 산림녹화 등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인도적 사업은 2005년부터 해마다 실시했으나 2011년 5∼7월 말라리아 공동방역을 실시한 게 마지막이었다. 인천시 관계자는 “2005년 남북교류협력조례를 제정한 뒤 120억원의 기금을 모아 85억원을 집행했다”며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당장 추진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 교류도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는 오는 10월 인천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 북한 참관단이 참여하는 방안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참여를 위해 노력해 왔다. 광주시는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기도도 준비해 온 교류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도는 올해 남북교류협력사업비 67억원을 편성하고도 남북경색 탓에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도는 지난해 중단된 말라리아 남북 공동방역, 결핵치료 지원, 영유아 등 취약계층 지원사업을 우선 추진하고 개풍양묘장 지원, 농축산 협력도 재개할 계획이다. 특히 2008년 시작된 말라리아 남북공동 방역 사업의 경우 매년 6~9월이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시기임을 감안, 북측과 협의한 후 빠른 시일 내 추진할 방침이다. 도는 개성 한옥 보존 등 문화교류사업도 재개하기로 했다. 개성 일대 고려시대 유적이 오는 16~27일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회의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크다. 제주도는 1999년부터 2010년까지 지속되다가 중단된 ‘감귤 북한 보내기’ 사업을 다시 펴기로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으로 운송비 등을 지원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운송비 지원을 거부해 중단됐다. 전남도도 평양 비닐온실과 콩 발효식품공장 건립 등의 대북사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도는 2008년부터 남북교류협력기금을 모아 2011년 목표액 10억원을 채우자 50억원으로 늘려잡는 등 대북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종합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고시열전] (11·끝) 행시 31회 합격자들

    [고시열전] (11·끝) 행시 31회 합격자들

    “어휴, 요즘은 동기들 얼굴도 보기 힘들어요. 마지막으로 모인 게 지난해 하반기였어요.”, “요새는 모임이 좀 뜸했어요. 다들 바쁘다 보니 최근에는 1년에 서너 번 정도밖에 모이질 못해요.” 현재 행정고시 31회 출신 공무원 대다수는 각 정부 부처 및 위원회 등에서 실·국장 자리를 맡고 있다. 정책의 기획·입안에서 실행 단계에 이르기까지 부서 실무를 총괄하는 만큼 동기끼리 매월 정기적으로 만나기가 어렵다. 하지만 ‘공공정책 결정과 집행에 있어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자부심을 드러내는 기수가 31회다. 이들은 1987년 행시에 합격해 1988년 4월에 중앙공무원교육원에 입교했다. 특이한 점은 같은 해에 치러진 외무고시, 기술고시 합격자들과 함께 연수를 받았다는 점이다. 이 인연을 기념하기 위해 교육원 동기 모임 이름을 ‘삼우(三友)회’라고 지었다. 중앙부처의 한 국장은 “다른 고시 합격자들과 일정 기간 동안 생활을 같이 한 덕분에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연수원 동기들을 많이 알게 됐다”면서 “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부처 간 협업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1988년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해다. 덕분에 31회 행시 합격자들은 특별한 경험을 했다. 지방수습사무관 생활 대신 입교 후 약 두 달 뒤에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본부와 각 사업단에 파견됐다. 김일재 안전행정부 인력개발관은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조직위원회 사무국에 파견돼 문화행사 기획업무를 담당했었는데 이전 올림픽조직위의 근무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안행부에는 김 개발관 외에도 전성태 조직정책관, 황서종 인사정책관, 류순현 지방행정정책관, 배진환 지방세제정책관 등 31회 출신들이 많다. 본부 밖으로 파견 나간 사람들까지 합하면 인원 수는 더욱 늘어난다. 이들은 정부조직 직제 관리와 공무원 인사 제도 운영, 공무원 교육 훈련 계획, 지방 행정과 관련한 일을 맡고 있다. 31회 중에는 청와대에 파견된 사람도 많다. 이정섭 전 환경부 물환경정책국장과 김용수 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진흥기획관은 현 정부 들어 각각 기후환경비서관, 정보방송통신비서관으로 임명됐다. 고졸 출신 공무원 채용 확대 정책을 주도했던 박제국 전 안행부 인력개발관은 행정자치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하고 있다. 한때 보건복지비서관으로 내정됐던 김원종 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현재 보건복지비서관실 공동선임행정관이다. 이들보다 앞서 가장 먼저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던 인물이 문해남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이다. 그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이었을 때 비서였고, 참여정부 때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행정관, 인사제도비서관, 인사관리비서관을 차례로 지냈다. 31회 행시 합격자 150명 중 여성은 단 한 명이다. 홍일점은 과거 교육인적자원부 두뇌한국(BK)21기획단 팀장을 맡았던 서유미 교육부 학술장학지원관이다. 서울대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전북대 사무국장과 교육부 국제협력관 등을 지내면서 대학 행정 및 국제 협력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준상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31회 최연소 합격자다.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으로 대학교 4학년 때인 21살의 나이에 합격했다. 방통위 내 동기로는 정종기 이용자정책국장이 있다. 경제민주화 실현에 기여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에는 김재중 시장감시국장, 김석호 기업협력국장, 김성하 시장구조개선정책관, 신영선 경쟁정책국장, 장덕진 기획조정관 등 5명이 두루 포진돼 있다. 31회 중에는 특별채용으로 자리를 옮긴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안재경 경찰청 차장이 31회 출신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동기들이 일부 있었다. 그는 1993년 경정 특채 시험에 합격해 경찰로 자리를 옮겼다. 파격적인 발탁으로 화제가 됐던 이준석 특허청 차장도 행시 31회 합격자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정부 ‘서울 남북 장관급회담’ 제의] ‘박정희 유산’ 앞세워 박대통령에 구애

    [정부 ‘서울 남북 장관급회담’ 제의] ‘박정희 유산’ 앞세워 박대통령에 구애

    북한이 6일 우리 측에 포괄적 남북회담을 제의하며 7·4 공동성명을 언급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매개로 박근혜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7·4 공동성명은 1972년 박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이 공동으로 이뤄 낸 남북 간 첫 합의이자 그 후손들인 박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함께 풀어 가야 할 공동 유산이란 의미가 담겨 있다. 7·4 공동성명 발표 41주년을 남북이 함께 기념하자고 제안하면서 선친이 만든 7·4 공동성명의 의미를 박 대통령이 이어 주길 바란다는 메시지인 것이다. 박 대통령도 의원 시절인 2002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면서 7·4 공동성명 이행 의지를 확인했었다. 북한이 끊은 남북관계를 연결할 고리로 7·4 공동성명을 택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당시를 상기시키면서 그 초심을 다시 살리려는 북한의 진정성도 알아 달라는 복합적 의미”라고 해석했다.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 등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의 남북관계만 강조해 왔던 북한이 박근혜 정부 출범을 맞아 2000년 이전의 남북관계까지 폭넓게 보기 시작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7·4 공동성명은 지금 시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1항에는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통일 원칙이 명시돼 있고, 2항에는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신뢰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중상 비방 중지, 무장도발 중지, 군사충돌 사건에 대해 적극적 조치를 추진한다는 약속이 담겨 있다. 북한이 원하는 체제 안정, 개성공단 정상화의 근본 문제로 내걸었던 ‘한반도 전쟁연습 중단’ 등이 여기에 모두 포함돼 있다. 당시의 합의 내용에 대해 우리 정부의 암묵적 동의를 이끌어 내겠다는 북한의 정치적 의도도 담겨 있는 듯하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지역정서의 벽 후배들이 극복해주길”

    “지역정서의 벽 후배들이 극복해주길”

    “한번 만들어진 지역정서라는 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서 (지역정서가) 무뎌져 가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지역 갈등을 넘어선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부산에 출마해 7번 낙선하는 가시밭길을 걸었던 김정길(68)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5일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오전 트위터에 “이제 정치를 떠나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갑니다. 지역주의에 맞서 수없이 도전하고 좌절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라고 은퇴의 변을 썼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로 잘 알려진 김 전 장관은 1985년 부산 영도에서 첫 금배지를 달았지만 1990년 3당 합당에 반대하며 노 전 대통령과 같은 길을 걸었다. ‘바보 노무현’으로 불린 노 전 대통령과 함께 그때부터 그에게는 ‘왕바보’라는 별명이 붙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래 전부터 정계은퇴를 마음먹었는데 지방 선거를 1년 앞두고 다시 언론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이제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정치를 마감하지만 후배들이 (지역정서 극복이라는) 몫을 잘해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최경환 “지하경제 양성화… 금 거래소 설립해야”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4일 “일부 부유층의 재산 은닉 수단이 되고 있는 금 거래를 양성화하기 위해 ‘금 거래소’의 설립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금 거래야말로 음성, 무자료 거래가 판치고 있는 지하경제의 표본”이라면서 이같이 제안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가 핵심 정책기조의 하나로 ‘지하경제 양성화’를 내걸고 있는 데다, 일부 부유층이 불법적으로 축적한 부를 증여 또는 상속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금 시장을 매매와 거래 단계부터 투명화함으로써 ‘경제민주화’도 함께 성취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금 거래소 설립을 적극 재추진키로 방침을 정했다. 금은 대체적으로 연간 유통량 150t 가운데 밀수, 무자료 거래 등 음성 시장이 60~70%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 인사는 “한국은행을 통해 시중에 나온 금도 대부분 지하시장으로 들어가는 데다 밀수 등 각종 비합법적 경로를 통해 들어온 금이 어느 정도인지도 알 수가 없어 정부 당국도 유통시장의 크기를 파악하지 못할 정도”라면서 “본격적인 실태조사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7년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후진적 금시장 구조 개혁을 위해 금 거래소 설립을 추진하기 시작, 2008년과 2009년 연구 용역과 토의 등을 거쳐 2010년에는 관련 법률 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는 등 준비를 구체화해 왔지만 관계부처 간의 이견과, 관련 이익집단들의 반대와 압력 등으로 진전되지 못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평화로운 상상 연아의 피날레

    평화로운 상상 연아의 피날레

    ‘피겨 퀸’ 김연아(23·올댓스포츠)가 올림픽 무대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는 4일 “김연아가 새 시즌 갈라프로그램 주제곡으로 캐나다 가수 에이브릴 라빈의 ‘이매진’(Imagine)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매진’은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71년 팝가수 존 레넌이 반전의 뜻을 담아 발표한 곡이다. ‘모든 이들이 평화롭게 사는 모습을 상상하라’는 가사로 평화와 박애를 표현하는 대표곡이 됐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의 눈물’이라는 정치 광고에 삽입돼 한국에서도 유명하다. 최근 인권단체인 국제 앰네스티가 수단의 인권 개선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매한 앨범 ‘메이크 섬 노이즈’에서 라빈이 새롭게 불렀다. 2010년부터 유니세프 국제 친선대사로 활동해 온 김연아는 새 시즌 갈라쇼에서 이 곡에 맞춰 은반을 누비며 평화 기원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섬세한 표현력과 부드러운 연기로 곡의 의미를 극대화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내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이매진’의 선율에 맞춰 연기한다면 전 세계적으로도 깊은 울림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연아는 “스케이팅 기술이나 아이스쇼의 퍼포먼스 요소보다는 곡에 담긴 의미를 강조했다”면서 “평화를 소망하는 메시지를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안무를 짠 데이비드 윌슨은 “단순해 보여도 의미가 깊어 해석이 어려운데 김연아가 음악을 제대로 이해한 덕에 완벽한 작품으로 탄생했다”면서 “전 세계가 김연아의 ‘이매진’에 감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아의 새 시즌 갈라프로그램은 오는 21~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아이스쇼 ‘삼성갤럭시★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2013’에서 처음 공개된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금거래소 설립 추진] 노무현·MB정부도 추진… 부처 이견 등에 결실 못봐

    노무현 정부가 금유통관리기구 설립을 추진하려던 2007년 우리나라의 금 현물거래량은 150t가량으로 추산됐다. 일본은 150배가량 많은 2만 2200t이었다. 관련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금 거래 집중에 따른 환금성을 높이며, 관련 파생상품을 촉진하는 등의 목적도 있었지만 당시 정부는 장기적으로 금유통관리기구에 원자재 등을 거래하는 상품거래소의 지위를 부여해 동북아권 상품거래소의 중심으로 키우고 싶어 했다. 상품 현물시장 개설로 파생상품시장과의 시너지 효과를 얻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 등을 국내 거래소에 상장·거래해 해외 수급 동향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을 완화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당시 계획안은 관련 법을 2008년에 제정해 기구는 2009년이나 2010년에 설립하려 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일정은 조금씩 늦춰졌다. 이명박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광주에 상품거래소 설립을 내세웠다. 2008년에서야 한국조세연구원이 금(또는 상품)거래소 설립 및 법제화 방안을 연구했고 2010년 6월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상품(금)거래소 설립 방안을 발표한 뒤 2012년 1월 금거래소 설립을 목표로 했다. 금 등 가능한 품목부터 도입해 취급 상품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2010년 12월에는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금융위,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 관계 부처 및 기관, 전문가 등으로 태스크포스팀이 구성돼 ‘상품거래소 도입을 위한 법률 제정’을 추진했다. 이명박 정부가 거래소의 출범을 보지 못한 것은 1차적으로는 지경부·재정부 등 부처 간 이견 때문이었다. 지난 대선 때 이 문제는 이슈화되지 못했다. 후보 공약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하경제 양성화’와 ‘경제민주화’를 만나 다시 조명을 받게 됐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4일 “금거래소 신설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아니지만 이미 정부·여당에서 공감대가 높게 형성돼 있었다”면서 “금 뒷거래가 일부 부유층의 재산 은닉 수단으로 변질된 상황에서 금거래소 설립은 투명한 세원 확보를 통한 경제민주화,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몇 안 되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금의 거래 양성화와 가격·시장 정보 제공, 거래 표준화 차원에서 금거래소가 필요하고 복잡한 유통구조를 거래소 중심으로 단순화해 소비자 이익을 도모하는 측면에서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이희범 경총회장 ‘너무 빠른 처신’

    이희범 경총회장 ‘너무 빠른 처신’

    이희범(64)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STX중공업과 STX건설 회장직에서 물러나자마자 LG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LG상사는 3일 이 전 회장을 1일자로 상근 고문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LG상사 관계자는 “2009년 3월부터 STX그룹 에너지부문 총괄회장을 맡아온 이 고문은 에너지 해외사업에 대한 경륜과 전문성, 글로벌 네트워크를 겸비했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 때 산업부장관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이 고문은 STX가 유동성 위기로 구조조정에 들어가자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지난달 22일 사의를 표명하고 지난달 말까지 집무를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고문의 LG상사 이동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무절제한 사업 확장 등으로 STX가 위기에 내몰렸는데 경영책임이 있는 이 전 회장이 LG상사의 고문으로서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국민 혈세를 STX에 투입할 상황에 있는 만큼 이 전 회장이나 LG상사나 사회적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 취임 한달 때 41% 최저… 최근 50%대서 안정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 취임 한달 때 41% 최저… 최근 50%대서 안정

    국정수행 지지율만 놓고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100일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부침이 심했다. 처음부터 야당, 언론과의 ‘허니문’은 없었다.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조용하고 신중한 행보로 국민에게 비전과 기대감을 심어주는 작업을 하지 않았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를 시작으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박 대통령이 공들여 영입한 인사들의 심각한 흠결이 드러나면서 줄줄이 사퇴하는 등 인사검증 실패가 지지율 하락을 주도했다. 1987년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50%대 지지를 얻어 당선됐지만, 취임 한 달 만인 3월 마지막 주 지지율은 41%(이하 한국갤럽 조사)까지 곤두박질쳤다. 역대 대통령의 집권 한 달 지지도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김영삼 대통령(1993년)과 김대중 대통령(1998년) 지지도는 71%에 이르렀다. 노무현 대통령(2003년)은 60%였고,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2008년)도 52%였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은 북한 도발 수위와 궤를 같이했다.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 폐쇄와 미사일 위협 등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막았다.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국민정서가 작용했다. 안보위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단호한 대응은 보수 지지층을 결집했다. 덕분에 4월 마지막 주 지지율은 48%까지 회복했다. 2차 반등은 미국 순방을 통해 이뤄졌다. 한·미 정상회담, 상·하원 합동 연설 등으로 국정수행 지지율은 56%까지 치솟았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인턴 성추행 사건이 불거지면서 잠시 주춤했지만, 5월 말 현재 53%로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두 차례에 걸친 지지율 상승은 박 대통령의 국정 성과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안보위기 등 주어진 환경에서 ‘선방’ 혹은 열심히 했다는 평가가 반영된 것”이라면서 “안보위기가 일단락되면 비로소 냉정한 평가단계에 접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사설] 박 정부 100일, 이제 시스템으로 움직일 때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일로 대통령에 취임한 지 100일을 맞는다. 이 기간은 임기 5년 국정의 틀을 짜는 소중한 시간이었는데 인사 파동,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 북한의 3차 핵실험, 개성공단 폐쇄 등 안팎의 시련과 도전으로 순탄치 않았다. 박 대통령 스스로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라고 말할 만큼 일도 많고 탈도 많았다. 갤럽의 여론조사를 통해 본 박 대통령의 100일 성적표는 중간 정도다. 역대 대통령의 취임 100일 때 지지율을 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52%)은 김영삼 전 대통령(83%)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이명박(21%)·노무현(40%) 전 대통령보다는 높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은 향후 더 좋은 성적표를 받기 위해 무엇에 더 신경 쓰고, 무엇에 더 매진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박 대통령은 “신(神)이 나에게 48시간을 주셨으면 했다”고 할 만큼 퇴근 후에도 각종 보고서를 챙겨 보는 등 국정 운영에 매진해 왔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보듯 ‘준비된 여성대통령’이라는 기대에 다소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대북·외교 정책에 있어서 원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안정감을 보여줘 후한 점수를 받는 데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평가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은 총리·장관 후보자들의 잇따른 낙마에서 보인 인사 난맥상과 불통 논란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부실한 인사검증시스템도 한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박 대통령의 ‘나홀로’ 인사스타일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인사 실패는 반복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그간 박 대통령은 ‘1인 리더십’을 보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지시를 따르라’는 식이어서 대화와 소통은 상당히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52일 지나 통과된 것도 야권과의 소통 부족에 기인했는데 여당, 내각과의 관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각종 회의에서 1만 2000자, A4 용지 15쪽 분량의 말을 대통령이 쏟아내고 장관이나 수석 등 참모들은 깨알같이 받아쓰는 데만 여념이 없다면 대통령이 강조하는 ‘창조’는 꽃필 수 없다. 지난 100일은 논밭에 씨를 뿌리는 파종의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물과 거름을 듬뿍 주며 정성을 기울여야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정부의 성패는 사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대통령이 나서 모든 것을 지시하려고만 할 게 아니라 총리·장관들이 전면에 나서도록 해 국정 전반에 ‘창조 행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시쳇말로 ‘SSKK’(시키면 시키는 대로, 까라면 까고) 공무원들만 넘쳐날 것이다. 대통령은 한발 짝 물러서 긴 호흡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총리·장관들이 중심이 돼 안정적 시스템으로 국정이 굴러가도록 해야 한다.
  • 민주, 반쪽 워크숍

    민주, 반쪽 워크숍

    ‘당내 화합과 결속’을 화두로 경기 양평에서 지난달 31일부터 1박 2일간 치러진 민주당 워크숍이 ‘반쪽짜리’라는 사후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의원들 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는 평가 속에서도 일부 의원들로부터는 냉담한 반응도 나왔다. 무엇보다 워크숍의 하이라이트에 대한 참여도가 낮았기 때문이었다. ‘Who Am I?’(나는 누구인가) 프로그램은 워크숍에 참석한 107명의 의원 중 50여명만이 참석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 프로그램은 의원들이 3분씩 자기소개와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도록 했다. 계파갈등으로 상처가 난 당을 추스르며 힐링 타임을 갖자는 취지였다. 윤관석 의원은 영화 ‘레미제라블’의 일부 장면을 패러디해 “빵이 아닌 국민의 마음을 훔쳐 국회의원을 계속하겠다”고 소개했고, 김현 의원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애창곡 ‘상록수’를 배경음악으로 자기소개를 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의원들 간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당 관계자는 “주로 초·재선 의원들만 참여했고, 정작 격렬하게 대립했던 당사자들은 워크숍에도 참석하지 않았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번 워크숍에는 소속 의원 127명 가운데 이해찬, 한명숙 의원 등 20명은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2월 122명이 참석한 워크숍 때보다 저조한 출석률이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 관계자는 “해외 일정 때문에 워크숍에 참석하지 못한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의원 등 일부 중진들은 워크숍에 참석했지만 그나마 개인 일정을 이유로 일찍 자리를 떠났다. 둘째날까지 참석한 의원들은 70여명에 머물렀다 다만 이번 워크숍은 지난 2월 워크숍과는 달리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당시 워크숍에서는 대선 패배와 관련된 ‘책임론’이 터져 나왔고, 문 의원 등을 겨냥해 국회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사설] 통일시대 겨냥한 전작권 전환 이뤄지길

    한·미 군 당국이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한국 이양과 관련해 현 한미연합사령부를 같은 규모의 연합전구사령부로 대체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한다. 나아가 이 연합전구사령부의 사령관은 한국군 합참의장이 맡고, 부사령관을 주한미군사령관이 맡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유사시 한국 사령관이 미군을 지휘하는 작전지휘 체계를 갖출 것이라고 한다. 연말까지 세부적인 보안을 거쳐 구체화할 이 방안은 그동안 전작권 이양에 따른 안보 공백의 우려를 상당 부분 덜어 줄 내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고 본다. 한·미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9월 전작권 전환에 합의하면서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한국군과 미군이 각각 별도의 사령부를 둬 한국군이 전시작전을 주도하고 미군이 이를 지원하는 형태의 군사 운용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는 일사불란한 지휘체계가 요구되는 전시 상황에서 한·미 연합전력의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림으로써 북한의 도발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없게 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당초 합의했던 전환 시점을 2012년 12월에서 2015년 12월로 3년 늦춘 것이나, 아예 전면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돼 온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잠정 합의는 군사 주권의 회복이라는 명분과 대북 억지력 유지라는 실리가 조화를 이루는 대안이라고 할 만하다. 이번 합의가 2015년 현실화된다면 6·25전쟁 발발 20일 만인 1950년 7월 한국군 작전지휘권을 유엔군사령관에게 이양하면서 출발한 한·미 연합전력은 1978년 11월 유엔군사령부의 작전통제권 한미연합사 이양, 1994년 12월 한미연합사 평시작전통제권 한국 이양에 이어 세 번째로 지휘체계의 중대한 변화를 맞게 된다. 우리 군의 전시작전권을 65년 만에 오롯이 되찾는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군사주권의 회복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안보 공백의 불용(不容)이며, 한반도 통일시대의 안보 틀을 갖춰나가는 일일 것이다. 당장 북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하고 제압할 전력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남북통일 과정에서 빚어질 동북아 안보 혼란을 슬기롭게 헤쳐갈 역량을 갖춰야 하고, 이후 통일한국의 안보 기반을 튼튼히 닦아 나가야 하는 것이다. 전작권 환수보다 중요한 것이 우리 스스로 이기는 국방력을 갖추는 일일 것이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구축 등 갈 길이 멀다. 정부와 군 당국의 분발을 당부한다.
  • 민주 ‘안철수 관계 설정’ 파열음

    안철수 무소속의원의 본격적인 정치 행보가 민주당 내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당과 안 의원과의 관계설정을 놓고 의견 충돌을 야기하고 있는 중이다. 세력으로 인정할 것인지, 아닌지가 차이의 출발점이다. 같은 계파 내에서도 계산이 조금씩 다르다. 예컨대 친노(친노무현)계에서 온건파로 분류되는 안희정 충남지사 등은 안 의원의 민주당 입당을 요구하지만, 최근 탈당한 문성근 전 상임고문 등 강경파에서는 안 의원과의 연대 자체에 부정적이다. 여기에 안철수 신당이 ‘진보’색을 강화하는 듯 보이는 것도 민주당에 갈등을 불러올 전망이다. 민주당은 중도층을 공략하지 못해 지난해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판단 아래 지난 5·4전당대회에서 이전보다 중도를 강조한 정강·정책을 채택했다. 하지만 친노계 등은 오히려 진보를 더 강화해야 한다며 반발했었다. 이런 가운데 박기춘 사무총장이 ‘안철수 세력’을 배려해 현행 국회의원 20명인 원내 교섭단체 요건을 10명으로 낮추는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28일 전병헌 원내대표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전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요건이 완화되면 제3당이 국회를 좌우지할 것”이라고 맞섰다. 김한길 대표는 다중적인 노선을 취하고 있다. 그동안 안 의원에 대해 ‘경쟁적 협력관계’ 또는 ‘경쟁적 동지’라던 김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는 “4·24 노원병 보궐선거 때와 같이 민주당이 후보를 양보하는 일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며 경쟁 의지를 드러냈다. 이처럼 대안(對安) 관계에 대한 시각이 미묘해지자 민주당 내에서 친안철수 그룹은 안 의원과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다. 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은 “현재의 선거구별로 1명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에서는 제3신당이 출현, 양당제를 무너뜨리고 괄목할 만한 정치세력이 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또 손학규계인 양승조 최고위원은 “민주당을 도외시하고 야권을 분열시키는 측면에서의 손 고문과 안 의원 간 연대설은 소설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또 ‘일베’… 교사 주장 회원이 초등생 성적 조롱

    5·18 민주화운동 왜곡 및 폄훼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자신을 초등학교 교사라고 밝힌 한 회원이 초등학생을 ‘로린이’라고 지칭하는 글과 사진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로린이’는 로리타와 어린이의 합성어로 어린 여자 아이를 성적 대상으로 표현할 때 쓰는 은어다. 28일 일베 게시판에 따르면 닉네임 ‘초등교사’를 사용하는 일베 회원은 지난해 10월 ‘초등학교 교사 인증! 초등교사는 일베 못가냐?’라는 제목의 글과 사진을 게시판에 올렸다. 이 회원은 자신이 초등교사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대구교대 총장의 직인이 찍힌 정교사 자격증을 찍어 올린 후 초등학생들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사진 4장을 연달아 올렸다. 사진들 밑에는 ‘로린이들 개귀엽다능’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이 회원은 또 댓글을 통해 “난 교총 소속인데 전교조 XX새끼들 XX 죽여버리고 싶다” 등 전교조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 냈다. 이 글은 지난 25일 교원 임용시험 준비생들이 시험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 ‘초등임용고시 같이 공부해요’ 게시판에 링크되면서 알려졌고, 이 글을 링크한 카페 회원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에도 이를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일베가 연일 비판의 도마에 오르자 프로그램 개발자 이준행(27)씨는 일베 게시물 데이터를 분석한 ‘일베 리포트’(http://ilbe.coroke.net)를 공개했다. 이 사이트에는 2011년 7월 19일부터 지난 24일까지 일베 내 추천수가 높은 게시물만 따로 모아놓은 ‘일간베스트’의 게시물 4만 6174개를 분석한 결과가 게시돼 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일베에는 ‘씨X’ ‘존X’ 등 욕설이 주요 주제어인 게시물이 5417개로 가장 많았다. 또 여자(4321개), 노무현(2339개), 종북(1633개), 광주(1622개), (1564개), 오유(1247개) 등이 뒤를 이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일베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변희재 “5·18은 ‘광주사태’가 맞다”

    일베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변희재 “5·18은 ‘광주사태’가 맞다”

    MBC ‘100분 토론’에서 ‘일베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를 주제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일베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토론에는 곽동수 숭실사이버대 교수, 진성호 전 국회의원, 이재교 변호사,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이호중 서강대 교수, 이택광 경희대 교수가 토론 패널로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일베의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또 일베 사이트에서 이뤄지는 특정 지역 비하, 여성 혐오, 5·18 민주화운동 왜곡, 노무현 전 대통령 폄하 등을 비롯해 풍자와 조롱의 한계를 어디까지 둘 수 있을지에 대한 토론도 벌어졌다. 곽동수 교수는 “일베는 하급문화라 해도 B급이 아니라 Z급 수준”이라면서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문제가 있다. 그 중 한명이 변희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변희재 대표는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면서 “5·18 광주의 북한군 개입설은 일베에서 퍼트린 게 아니라 유네스코에 등록된 공식자료로 충분히 개연성 있는 주장들을 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 역시 광주 문제를 ‘광주사태’라고 보는데 5·18은 민주화운동이 아닐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베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를 주제로 진행된 토론에서 벌어진 곽동수 교수와 변희재 대표 간의 설전은 토론이 끝난 뒤 트위터에서까지 이어졌다. 변희재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3대3 토론이라 역시 산만했지만 나름 할 말은 다 했습니다”라면서 “발언 시간이 극히 제한될 것 같아 다양한 논의를 하는 데 부담이 컸다”고 덧붙였다. 곽동수 교수 역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펼치되 현재의 일베는 남용 수준이기에 한계선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법 질서 테두리에서 최소한의 한계인 차별금지법 같은 걸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일기예보 하듯 ‘자살예보’… 세계 최초 개발

    일기예보 하듯 ‘자살예보’… 세계 최초 개발

    일기예보를 하듯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속 정보를 모아 자살 위험이 높은 때를 예측하는 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개발됐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도관 교수팀은 소셜 미디어 분석업체인 다음소프트와 함께 자살 예보시스템을 구축했다고 27일 밝혔다. 자살 예보시스템이 분석하는 기초 자료는 약 1억 5000만건에 달하는 SNS 속 ‘빅데이터’(Big Data)다. 자살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물가, 실업률, 주가지수, 일조량, 기온, 유명인 자살(베르테르 효과) 등의 변수도 함께 분석한다. 연구팀은 먼저 2008~2009년 국내 자살통계와 SNS 속에서 자살 관련 단어가 나타나는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자살률이 높아질 때 블로그나 트위터 등에서는 ‘힘들어 죽겠다’거나 ‘자살하고 싶다’는 등의 용어가 많이 쓰인다는 점을 발견했다. 특히 유명 배우나 정치인 등이 자살하면 1~2개월간 SNS 속에 자살 관련 단어 사용이 폭증했다. 일례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한 뒤 SNS에 자살이라는 단어 사용 빈도가 전월에 비해 8배나 급증했다. 연구팀은 예고 시스템을 2010년 자살 통계에 적용한 결과, 실제 자살 사건이 늘어나는 추이와 거의 일치하는 그래프가 관찰됐다. 정확성은 79%에 달했다. 원홍희 연구원은 “사회적 지표와 SNS 빅데이터를 함께 이용한 자살 예측 프로그램은 아직 소개된 적이 없다”면서 “빅데이터를 더 광범위하게 활용하면 예측 정확도를 90%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도관 교수는 “병원을 찾은 한 고등학생이 ‘겨울철 한파주의보가 내려지면 두꺼운 옷을 입는데, 왜 자살률 1위인 한국에서 위험을 미리 예보하는 시스템이 없느냐’고 묻는데 착안해 연구를 시작했다”면서 “별도의 자살 예방 사이트를 구축해 1일이나 1주일 단위로 자살 위험도를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됐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또… 비리 잡는 검찰이 ‘비리 화수분’

    또… 비리 잡는 검찰이 ‘비리 화수분’

    ‘금품·향응 수수, 수사 과정에서의 명예훼손, 검찰 직원 비리 묵살, 유부녀와 부적절한 관계’ 검찰의 명예가 또다시 땅에 떨어졌다. 김광준 부장검사의 문어발식 금품수수와 검사 성추문 등으로 곤욕을 치렀던 검찰에서 유사한 비리 사건이 또 적발됐다. 대검찰청 감찰 조사에서 드러난 검찰 비리는 ‘비리종합세트’의 전형이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이준호)는 27일 지인으로부터 금품·향응을 수수한 광주고검 산하 지검 소속 A검사에 대해 법무부에 중징계를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23일 외부 인사들이 포함된 감찰위원회 회의에서 A검사에 대한 중징계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감찰위는 최고 징계 수위인 해임 청구를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고검은 지난달 A검사가 속한 지검에 대한 보안점검 과정에서 A검사의 책상에서 법인명의 봉투에 든 500만원 등 5만원권으로 700여만원이 든 여러 서류 봉투를 발견하고 대검 감찰본부에 보고했다. 감찰본부는 A검사의 휴대전화 통화내역, 골프장 출입 기록 등을 조사했다. A검사는 지난해 1월 전 근무지에서 알게 된 지인 B씨의 부탁으로 피고소인의 사건을 무단 조회하고 지난 2월까지 여러 차례 골프 접대를 받았다. A검사는 B씨를 2010년 3월 만나 2년간 알고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A검사는 지난해 11월에는 또 다른 지인의 부탁으로 구속 피고인을 검사실로 불러 지인과 만나게 해주는 ‘부당 접견’을 주선했다. 이에 대해 A검사는 “수사 지원 수당과 본가·처가에서 받은 용돈 등을 모든 것”이라며 “골프접대를 받기는 했지만 대가성은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법인명의 봉투에 든 500만원은 B씨에게 받은 건지 입증이 안 된다”면서 “현금이어서 출처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감찰본부는 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71)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뭉칫돈’ 의혹을 제기한 이준명(47·연수원 20기) 서울고검 검사에 대해 경징계를 청구했다. 이 검사는 창원지검 차장이던 지난해 5월 18일 노씨의 공유수면 매립 이권 개입 사건과 관련한 언론 브리핑에서 “노씨의 자금 관리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계좌에서 의심스러운 뭉칫돈 수백억원이 발견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하지만 검찰은 7개월 뒤 노씨를 변호사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하고 ‘뭉칫돈’ 의혹 부분은 무혐의 처분했다. 이 검사는 지난달 19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검사가 언론브리핑을 진행하면서 일문일답에서 노씨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불필요한 추측을 불러일으킬 만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해 검사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공표함으로써 국민적 혼란을 야기해 검찰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고 설명했다. 감찰본부는 검찰 수사관의 비위 첩보를 묵살한 C(여)검사를 감찰본부장 경고 처분했다. C검사는 2010년 2월 검찰 수사관의 비위 사실 첩보 내용을 인지하고도 사건 번호 부여 없이 6개월간 방치하고 후임 검사에게도 인계하지 않고 해외 연수를 간 것으로 드러났다. 감찰본부는 성추문에 휩싸인 D수사관에 대해서는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D수사관은 지난해 7~11월 유부녀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같은 해 6월에는 함께 근무하는 여성 수사관에게 사적인 만남을 제의하거나 메신저 등을 통해 성과 관련된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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