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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S 서거]전국 각지에 분향소·26일까지 관공서 조기 계양

    [YS 서거]전국 각지에 분향소·26일까지 관공서 조기 계양

      정부는 22일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을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하기로 결정했다. 국가장 기간인 오는 26일까지 관공서에는 조기(弔旗)가 게양된다. 아울러 온 국민이 함께 애도하고 추모할 수 있도록 유족들과 협의를 거쳐 전국 각지와 재외공관에 분향소를 설치하도록 했다. 정부 대표 분향소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마련된다. 황교안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장례위원회는 국가장의 방법·일시·장소, 묘지 선정 및 안장, 영구(靈柩)의 안치·보전, 예산 편성·결산 등 장례의 대부분 사항을 관장하게 된다. 국가장 비용은 국고 부담을 원칙으로 하지만, 조문객 식사비나 노제·삼우제·49재 비용, 국립묘지 외의 묘지 설치를 위한 토지 구입·조성 비용 등은 제외된다. 한편 현행 ‘국가장법’ 이전엔 국장을 치를 경우 영결식 당일을 관공서 휴무일로 결정할 수 있었다. 국민장엔 해당하지 않았다. 국장은 9일 이내, 국민장은 7일 이내로 못박았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장은 9일간,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은 6일간 치러졌다. 2006년 최규하,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은 국민장이었다. 최 전 대통령은 5일장, 노 전 대통령은 7일장이었다. 1965년 이승만, 1990년 윤보선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예우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국가장법은 종전 ‘국장·국민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한 것이다. 국장과 국민장을 국가장으로 통일하면서 법 이름도 바뀌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당정 “노동개혁 5法 국회 패키지 처리”… 한노총 “강행 땐 투쟁”

    정부와 새누리당은 20일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기간제근로자법·파견근로자법 등 ‘노동개혁 5대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내 일괄 처리하는데 뜻을 모았다. 노동개혁 5법 가운데 근로기준법은 이날 처음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됐지만 결국 파행했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이날 노동개혁 당정협의 직후 “5대 입법은 분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만큼 반드시 함께 통과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이어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에 기간제법을 만들 때도 노사정 합의는 안됐지만 노사정위원회가 제출한 공익 의견을 받아들여서 입법한 전례가 있다”면서 “이번에도 노사정위가 공익 의견을 제출한 안을 중심으로 입법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기간제법과 파견법에 대해 새누리당은 근로기간을 잘게 나눠 고용하는 ‘쪼개기 계약’을 제한하거나 35세 이상 근로자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2년 더 연장해 정규직 전환을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야당은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날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는 근로기준법이 상정됐지만, 제대로 논의도 못한 채 회의가 중단됐다. 새누리당에서 여야 각 8명씩 동수인 환노위의 정원을 1명 더 늘려 ‘여대야소’ 상황을 만들려고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여당 간사인 권 의원은 브리핑에서 “환노위 정수 변경에 대해 야당이 문제 삼는다면 국회에 접수하지 않고 철회하겠다고 분명히 전달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야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은 “평화협정 체결하고 뒤에서 전쟁 치르는 것”이라며 “정상적인 의사진행이 어렵다”고 반발했다. 한편 노동계는 당정의 법안 처리 강행 방침에 반발하면서 노사정위 탈퇴, 낙선운동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노사정 대타협 당시 합의되지 않은 기간제법·파견법 등이 담긴 법안은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여당이 독선의 길을 고집한다면 노사정위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면서 “조직 내부 논의를 거쳐 내년 총선에서 낙선운동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박근혜 정부 月평균 336명 노무현 정부 月평균 622명

    서울의 도심 한복판에서 지난 14일 발생한 민중총궐기대회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이 극명하게 갈리는 가운데 불법 집회·시위 가담자에 대한 사법 처리는 현 정부보다 역대 정부가 조금 더 가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17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정부별 불법 집단행위 검거 현황’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10월 현재까지 1만 1440명의 불법 가담자가 경찰에 적발됐다. 월평균 336명씩이다. 구속된 인원은 모두 84명으로 월 2명꼴로 철창 신세를 졌다. 노무현 정부 5년(2003~2007년) 동안에는 3만 7351명이 검거됐다. 월평균 622명으로 현 정부보다 월 286명이 더 경찰에 붙잡혔다. 구속된 시위자는 1264명, 월평균 21명으로 집계됐다. 이 또한 현 정부보다 월 19명이 더 많았다. 이명박 정부(2008~2012년)에서는 피검거자 수 2만 3720명(월 395명), 이 가운데 피구속자 수 489명(월 8명)으로 노무현 정부보다는 적었지만 박근혜 정부보다는 많았다. 전체 집회 건수는 현 정부가 1만 9430건으로 다른 정부를 압도했다. 노무현 정부는 1만 1297건, 이명박 정부는 1만 538건이었다. 임기가 2년이나 더 남았는데도 다른 정부 5년 동안 발생한 집회 건수를 이미 초과한 것이다. 집회 건수는 많았지만 불법 폭력시위 비율은 현 정부가 0.32%(62건)로 가장 낮았다. 이명박 정부가 0.50%(53건), 노무현 정부가 0.76%(86건)씩을 기록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강신명 경찰청장을 국회로 불러 부상당한 경찰 현황을 따져 물으며 지난 14일 사건이 ‘불법 폭력 시위’라는 점을 부각하는 데 애썼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살수테러’, ‘살인적 진압’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경찰의 과잉 진압을 질타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경찰차에 밧줄 걸어 불법” VS “입구 없는 차벽 위헌”

    “경찰차에 밧줄 걸어 불법” VS “입구 없는 차벽 위헌”

    일부 시위대의 폭력적인 행태와 경찰의 물대포, 캡사이신 진압 등으로 아수라장이 됐던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민중총궐기대회’ 이후 시위와 진압의 합법성 및 정당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불법 시위에 대한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는 주장과 ‘경찰의 과잉·강경 진압’이라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논란의 주요 쟁점을 관련 법과 법원 판례 등으로 진단해 본다. 민중총궐기대회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합법적인 집회’인가 ‘불법적인 시위’인가 여부다. 관련 법과 서울시 조례 등에 따르면 이번 대회는 합법 집회로 시작됐지만 결론적으로는 불법 시위로 변질됐다. 주최 측은 이날 오후 2시부터 각각 사전에 집회를 신고한 서울광장과 대학로, 서울역 광장 등에서 예정대로 행사를 열었다. 여기까지는 모두 합법적이다. 그러나 오후 4시부터 광화문광장으로 행진을 시작하면서 ‘불법’으로 바뀌었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청와대와 국회의사당, 법원은 물론 외국 대사관 등의 반경 100m 이내에서의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광화문광장은 청와대와는 1㎞가량 떨어져 있지만 미국 대사관 등이 인접해 있어 법률상 집회·시위 금지 구역에 해당한다. 서울시도 광화문광장에서 문화 행사가 아닌 정치적 집회·시위는 조례를 통해 금지하고 있다. 이는 경찰이 14일 집회에 대한 진압을 ‘불법 시위에 대한 정당한 공권력의 행사’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시위대가 경찰이 설치한 1차 방어 차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경찰 버스에 밧줄을 걸어 당기기 시작한 시점부터는 공무집행 방해와 공용물 손상 등에 해당해 완전한 불법 집회로 변질됐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집회 주최 측은 “경찰의 차벽 설치는 위헌”이라고 결정한 2011년 헌법재판소 결정을 근거로 경찰이 먼저 불법을 저지르고도 모든 잘못을 시위대에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한다. 헌재는 이명박 정부가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추모 및 반정부 집회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서울광장 전체를 경찰 버스로 막은 것과 관련해 “일체의 집회는 물론 통행조차 금지한 경찰의 차벽 설치는 전면적이고 극단적 조치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했다”며 재판관 7(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최소한의 통행권조차 보장하지 않은 채 광화문광장 일대를 삼중으로 차단했고, 특히 집회 시작 전에 삼중 차벽을 설치한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최 측은 주장한다. 헌재의 위헌 결정을 거스르고 설치한 차벽은 정상적인 ‘폴리스라인’으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집회 당일 경찰의 물대포 직사 살수의 적절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뜨겁다. 당시 농민 백모(69)씨가 직사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의 살수차 운영 지침을 보면 ‘경고 방송→분산 살수→곡사 살수→직사 살수’의 단계를 거치도록 돼 있다. 직사 살수 요건으로 ‘쇠파이프·죽봉·화염병·돌 등 폭력시위용품을 소지하거나 경찰관 폭행 또는 병력과 몸싸움을 하는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직사 살수 때 안전을 고려해 시위자의 가슴 아랫부분을 겨냥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과 목격담을 종합하면 백씨는 폭력시위용품을 소지하지 않았으나 경찰은 물대포를 곡사 등의 단계 없이 얼굴 부위에 직사했다. 경찰은 백씨가 경찰 버스에 걸린 밧줄을 당기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2011년 경찰의 물대포 발사로 다친 시위 참가자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신뢰받는 군을 위하여] 기수·서열 문화에… 전역 후 안보 조언 보다 ‘관행 같은 월권’

    [신뢰받는 군을 위하여] 기수·서열 문화에… 전역 후 안보 조언 보다 ‘관행 같은 월권’

    “육군사관학교 럭비부 후배가 내게 이럴 수 있느냐!” 조남풍(77·육사 18기·예비역 대장) 재향군인회장은 지난 7월 말 국가보훈처 관계자가 재향군인회(향군)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조 회장에게 사퇴할 것을 권고하자 호통을 쳤다. 그가 말한 육사 럭비부 후배는 박승춘(68·육사 27기·예비역 중장) 보훈처장이다. 보훈처는 금권 선거와 인사 비리 의혹 등으로 고발된 조 회장에게 공개채용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연령제한을 위반해 채용한 25명의 임용을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지난 4월 조 회장의 향군 선거 캠프 출신이다. 하지만 조 회장은 이 가운데 21명을 해임시켰다가 공모하는 형식으로 다시 임용하며 감독 기관인 보훈처를 우롱했다. 2012년 박근혜 후보 대선 캠프에서 안보전략부장을 맡기도 했던 조 회장은 현재 업무방해·배임·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의 언행은 전역한 뒤에도 군의 기수 문화와 사적 권위에 기대 정부 기관장들 위에 군림하려는 일부 예비역 장성들의 전횡을 여실히 보여준다. 문제는 우리 정부 내에서 군 출신들처럼 퇴직한 ‘선배’에 휘둘리는 집단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군부 독재의 추억이 남아 있는 우리 사회에서 예비역 장성들은 단순한 안보 정책의 조언자에 그치지 않고 정책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권력 집단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15일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생존해 군인연금을 수령하는 예비역 장성은 총 2231명이다. 이 가운데 2155명이 예비역 장성들의 모임 ‘성우회’에 가입해 있다. 이들 예비역 장성들은 전역 당시 계급에 따라 매달 평균 359만~448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하지만 현역 시절의 인연으로 군과 관련된 이권 사업에 개입하고자 하는 예비역들 때문에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떨어지고 있다. 향군도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만 130여만명에 달하는 보수 안보단체로 꼽힌다. 상조회, 고속버스, 휴게소 등의 10여개 회사를 보유해 지난해 42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조 회장을 비롯한 군 출신들이 회장직에 당선되기 위해 사활을 거는 이유다. 이들 예비역 장성들은 ‘군피아’에 그치지 않고 점차 이익집단, 정치 세력화되고 있다. 특히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대통령 경호실장 등 군 장성 출신들이 주요 요직을 차지하면서 정부 내에서 입김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국방부는 예비역 장성들을 대상으로 연 2회 정책설명회를 개최해 국방현안을 보고하고 이해와 의견을 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나 차기 전투기(FX) 선정 사업 등 군의 핵심 사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전직 교육부 장관 모임에 교육정책을 보고하고, 전직 기획재정부 장관 모임에 금리 정책의 이해와 의견을 구하는 경우는 없다”고 꼬집었다.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실이 지난달 공개한 국방부에서 유출된 문건에는 김관진 실장이 지난해 초 국방 장관 시절 성우회를 방문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성우회는 당시 전시작전통제권에 대해 언급하며 “이번 (미국과의) 재협상 때는 전환 시기를 못 박지 말고 북핵과 연계한 상황 조건에 의한 전환으로 협의해 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10개월 뒤 한·미 양국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다. 국방부는 조건부 전환을 두고 독창적 아이디어라고 강조했지만 성우회가 일찌감치 조언한 대로 움직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2013년 2월 26일 고명승 당시 성우회장은 창립 24주년 기념식에서 “범국민 국가정체성 및 안보교육의 필요성과 전교조를 합법화한 통일교육지원법을 즉각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청와대에 진언했다”고 밝혔다. 성우회 부설 기관인 성우안보전략연구원은 같은 해 4월 국방부 정신전력과의 위탁을 받아 ‘청소년 나라 사랑 정신 함양을 위한 군의 협력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는 “교과서에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표현은 없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만 쓰고 있다” 혹은 “현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천안함 46용사를 기리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등 내용이 담겼다. 성우회가 안보 자문 이외에 교육의 영역에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려 하는 셈이다. 특히 국방부는 한민구 장관이 올해 1월 26일 성우회를 방문한 이후 성우회의 건의에 따라 “공무원 연금 개혁 이후에도 군인연금 개혁이 추진될 때 연금 수급자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예비역들에 대한 배려로 풀이되나, 기본적으로 국방부가 이익집단화된 성우회의 영향권 안에 있음을 시사하고 군 당국이 정부의 연금 개혁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월권으로 비쳐지는 부분이다. 국방부에서 근무했던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 윤광웅 전 국방장관의 경우 전작권 전환, 군 구조 개혁을 추진했던 전력 때문에 성우회에서 사실상 ‘왕따’를 당했다 ”면서 “장관의 입장에서 1~2년에 불과한 재임기간 동안 선배 예비역 장성들로부터 욕을 먹으면 20년 이상 골프 칠 상대가 없을 텐데 누가 이를 거스를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한 예비역 장성은 “예비역들은 어디까지나 조언자로 끝내야 하는데 성우회 일부 사람들은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정책을 입안하려고 든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에서 전쟁을 수행한 미국은 재향군인회(American Legion), 해외참전용사회(VFW) 등 40여개 이상의 다양한 예비역 군인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활동의 대부분은 해외 파병 군인에 대한 물품지원, 군인 가족 지원, 전쟁 부상자 귀향 환영행사 등의 봉사에 집중돼 국민의 신망을 얻고 있다. 김병조 국방대 교수는 “해외 예비역 단체들은 국민과 군의 가교 역할을 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내부적 친목단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군이 기수 중심, 서열 중심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사설] 쇠파이프·횃불 등장한 불법시위, 이게 법치국가인가

    대규모 시위가 열린 지난 주말 서울의 광화문 일대는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민주노총·전교조 등 53개 단체로 구성된 ‘민중 총궐기 투쟁본부’가 주도한 그제 시위는 그야말로 무법천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폭력과 불법이 난무했다. 시위대는 쇠파이프로 경찰차를 내리치고, 차벽을 향해 횃불을 던졌다. 경찰은 캡사이신과 물대포를 뿌리며 강공 진압으로 맞섰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은 60대 노인이 뇌출혈로 의식불명 상태까지 가는 불상사도 있었다. 시대가 바뀌어도 1980년대 시위 현장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광경에 할 말을 잃는다. 이게 과연 법치국가라고 할 수 있는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시위에 참가한 인원은 8만여명(경찰 추산)으로 2008년 광우병 촛불 집회 이후 최대 규모라고 한다. 집회와 시위는 헌법에서 보장된 국민의 권리이다. 하지만 헌법상의 기본권이라 하더라도 이런 불법·과격 시위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마침 이날은 서울 소재 11개 대학에서 10만 명 이상의 수험생이 대입 논술 시험을 치르는 토요일이었다. 무단 도로 점거와 소음 등으로 시민의 일상을 망쳐놓고 그것도 모자라 수험생들과 학부모들까지 마음 졸이게 한 시위라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시위 참가자들은 처음에는 노동개혁 및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비정규직 보호 등을 요구했다. 진보 단체들로서 내세울 수 있는 이슈들이고, 국민들의 공감을 살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과거 시위꾼들의 전형적인 레퍼토리인 정권을 뒤엎자는 그들의 외침은 시위의 명분과 목적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집회에 참가한 53개 단체 중 ‘통진당 해산을 반대’하는 단체 19곳과 법원이 이적단체로 규정한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범민련 남측본부 등 2곳이 포함된 것만 봐도 그렇다.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시키려 한 통진당의 해산을 반대하고, 그 주범이자 내란 음모혐의까지 받은 이석기를 석방하라는 해괴망칙한 정치적 구호까지 등장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통진당은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 등 대한민국을 파괴하려는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과 맥을 같이해 온 정당이라 할 수 있다. 헌정 사상 최초로 정당 해산이 이뤄진 이유다. 그런데 이런 통진당 세력의 부활을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은 우리 법질서와 공권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으며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다. 이런 과격시위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먼저 불법적인 폭력 시위를 용인하지 말아야 한다. 툭하면 정권퇴진 운운하며 흉기나 다름없는 쇠파이프·횃불을 들고 시위를 해야 하나. 경찰도 과잉 진압 논란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과격 시위가 과잉 진압의 빌미가 됐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경찰은 공권력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시위 농민이 사망한 데 대해 대국민 사과했던 일이 있지 않은가. 정부는 어제 담화문을 내고 “불법 시위 관련자에 대해 엄벌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말로만이 아니라 폴리스라인을 벗어나면 국회의원이라도 수갑을 채우는 미국처럼 철저하게 ‘무관용의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 김무성 “野 대표가 초선이라…” 문재인 “與 대표가 재량 없어…”

    내년 총선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안을 법정 기한 내 처리하는 데 실패한 여야는 13일 대국민 사과는커녕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당 내홍의 분출을 막기 위해 선거구 획정을 무산시켰다”고 비판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해 협상이 깨졌다”고 주장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초선이 당 대표라서…”라며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와의 협상이 어려웠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5선인 자신과 초선인 문 대표의 정치적 연륜 차이가 협상을 결렬시키는 데 한몫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개 발언에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선거 연령 하향, 투표 시간 연장안은 우리 당이 도저히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협상을 깨려고 하는 사람(새정치연합)과 협상을 하려고 하는 사람(새누리당)이 부딪치니까 참 어렵다. 벽을 보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로 비노(비노무현)계의 탈당을 막았던 친노 세력들이 선거구 획정을 무산시키면서 비노계의 정치 행동을 제약하고 있다”면서 “친노 프레임만 벗으면 하루 만에 다 해결된다”고 공격했다. 문 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협상의 주체가 권한과 재량이 없고 자꾸 제동을 당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서 “우리는 여러 번의 양보와 결단을 했는데 새누리당은 아무런 양보와 결단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배부른 정당이 끊임없이 스스로의 욕심만을 불리려고 한다”며 네 탓 공방에 가세했다. 김태년 의원은 친노 세력을 겨냥한 조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언에 대해 “야당에 대한 졸렬한 이간질이자 기본적인 정치 도의를 망각한 거짓 선동”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예결위원 끼워넣기’ 논란으로 제동이 걸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는 여야가 위원 1명씩 빼기로 하면서 이르면 15일부터 정상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이정현 최고위원을 소위 위원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정치권 달군 ‘진실한 사람’ 공방

    정치권 달군 ‘진실한 사람’ 공방

    박근혜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만 선택해 달라”는 전날 국무회의 발언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야당은 “노골적인 총선 개입”이라며 총공세를 퍼부은 반면, 청와대와 여당은 “경제와 민생을 위한 대통령의 절실한 요청”이라며 박 대통령의 ‘총선심판론’을 옹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11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의 사람들을 당선시켜 달라는 당선운동이자 야당과 비박(비박근혜)계에 대한 낙선운동”이라고 지적했다. 또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지지발언을 했다가 한나라당으로부터 탄핵을 당했던 점을 언급하며 “과거 한나라당이 노 전 대통령에게 어떻게 했는지 되돌아보고 자중하길 바란다”고 했다. 같은 당 이종걸 원내대표도 “측근 공천에만 몰두하는 대통령이 민생 운운하는 발언은 유체이탈 화법을 넘어선 ‘영혼포기’ 발언”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분노조절장애가 나날이 심해지면서 국민들의 분노조절도 한계에 다다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유승희 최고위원도 “노 전 대통령에 비춰 봤을 때 이 정도면 몇 번은 탄핵을 받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문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발언이 탄핵감이라는 뜻이냐’는 질문에 “말한 대로만 이해해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러한 야당의 비판에 대해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춘추관에서 “대통령의 충정을 제대로 좀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노동개혁, 경제활성화 법안 등의 통과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가 연내 발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문재인 “박 대통령 발언은 노골적인 선거운동”

    문재인 “박 대통령 발언은 노골적인 선거운동”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11일 박근혜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만 선택받게 해달라”는 전날 청와대 국무회의 발언에 대해 “야당과 비박(비박근혜)계에 대한 노골적인 낙선 운동”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노골적인 총선 개입 발언도 유감”이라며 “과거 한나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어떻게 했는지 돌아보며 자중해달라”고 밝혔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습관적인 선거 개입 발언으로 대구지역공천심사위원장으로 스스로를 축소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공천에만 몰두하는 대통령의 유체이탈화법을 넘어선 영혼 포기 발언”이라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與, 김만복 탈당 권유 의결

    새누리당 서울시당 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이 10일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탈당 권유’의 징계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김 전 원장은 지난 8월 27일 팩스로 원서를 제출해 새누리당 서울시당에 입당했음에도 10·28 재보궐선거에서 야당 부산시의원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역임한 김 전 원장이 입당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자 “새누리당이 신뢰할 수 있는 정당이라 판단해 선택한 것”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었다. 하지만 ‘해당행위’가 드러나자 윤리위원회를 열고 징계에 나서며 입장을 바꾼 것이다. 김 의원은 “중앙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하면 (징계 절차가) 마무리된다”며 “‘탈당 권유’ 징계를 받는 날부터 10일 이내에 자진 탈당하지 않을 경우 자동 제명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8·25 합의’ 이후 남북 민간 교류 활기

    ‘8·25 합의’ 이후 남북 민간 교류 활기

    남과 북의 ‘8·25 합의’ 이후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주목된다. 남측에서 민간 교류를 위해 방북하는 인원이 급증했고, 그동안 북측이 꺼리며 거부하던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도 크게 늘었다. 9일 통일부가 발간하는 ‘월간남북교류동향’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개성공단 출입경 인원을 제외한 남측 방북 인원은 418명으로, 월평균 46명이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개성 만월대 출토 유물 전시회(개성) ▲남북 노동자 축구대회(평양)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회의(금강산) 등 남북 공동 행사가 잇달아 개최되면서 방북 인원이 880여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는 지난달 이산가족 상봉 행사 참여자를 제외한 수치로, 올 들어 9월까지 월평균 방북 인원의 20배에 달한다. 남북 민간 교류가 활발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와 비교하면 많은 게 아니지만 2010년 5·24 대북조치 이후 월간 방북 인원 규모로 보면 눈에 띄는 증가세다.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 교류·협력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방북 인원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남측 7대 종단 협의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는 9~10일 북측 조선종교인협회와 금강산에서 ‘남북종교인평화대회’를 열기 위해 7대 종단의 수장을 포함한 140여명의 종단 관계자가 동해선 육로를 통해 금강산에 방문했다.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도 활기를 띠고 있다. 북한은 국제기구의 인도적 지원은 받으면서도 남측 민간단체의 지원은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북한은 그러나 지난 9월부터 남측 민간단체가 단독으로 진행하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받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5·24 조치 이후 4년간 2억원에 불과했던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액은 올 들어선 지금까지 11억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북한은 8·25 합의 사항 중 하나인 당국회담 개최를 위한 우리 측의 예비접촉 제안을 3차례나 거부해 현재까지는 ‘통민봉관’(通民封官)하는 모습이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이종걸 “박원순 흠집내기 옹졸해”

    이종걸 “박원순 흠집내기 옹졸해”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여당의 공세에 대해 “박 시장에 대한 과도한 흠집내기는 바로 청와대의 옹졸함”이라며 “공세를 보면 전방위적 발목잡기 대책회의가 만들어진 듯하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노무현 정부 때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대권 도전 프로젝트라고 짐작됐던 청계천 사업에 대해 노 대통령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직접 지원했던 것을 기억한다”며 박 시장에 대한 여당의 정치공세를 꼬집었다. 이어 “행정부는 박 시장의 정책을 위험물 취급한다”면서 “안전문제로 철거할 도심 고가를 도심재생으로 추진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서울지방경찰청이 문제를 제기하는데, 그 위에 청와대가 있는 것”이라며 “박 시장에 대한 정치공작에 단호하게 맞서겠다”고 밝혔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사설] 손 맞잡은 양안, 남북도 못할 것 없어

    그제 싱가포르에서 열린 중국과 대만의 첫 정상회담은 15년 전 평양에서 열린 남북 간의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분단 이후 첫 정상회담에서 손을 맞잡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평화적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두 정상의 성을 따 ‘시마후이’(習馬會)로 명명된 이번 회담은 66년 분단사에 한 획을 그은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양측 정상이 손을 잡기까지 66년이나 걸렸지만 단 70초 동안의 악수로 그동안의 모든 은원(恩怨)이 눈 녹듯 스르르 사라졌다. 한 시간 동안의 회담과 기자회견, 이어진 한 시간 반 동안의 고량주 만찬 내내 두 정상은 중국과 대만이 ‘한 핏줄’이라는 사실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진리를 새삼 확인시켜 준 것이다. 비공개 회담에서는 ▲적대 상태의 완화와 분쟁의 평화적 처리 ▲양안 교류 확대 ▲ 양안 핫라인 설치 등에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하나의 중국’이라는 대원칙을 담은 1992년 11월의 합의, 즉 ‘92컨센서스’에 대해서도 두 정상은 그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결국 23년간 이어진 신뢰 관계가 정상회담까지 이끌어 낸 셈이다. 실각 위기에 놓인 국민당을 지원하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가 깔렸다는 대만 내 일각의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담은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이른바 3통(통우, 통항, 통상)으로 대표되는 양안 간 교류 협력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은 불문가지다. 정상 간 신뢰를 바탕으로 민간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중국은 대만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까지 환영하고 있다. 양측은 5년 전 이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맺어 사실상의 경제공동체를 이뤘다. 서로 겨눴던 총과 대포를 녹여 만드는 화해 기념품도 더욱 많아질 것이다. 중국과 대만의 정상회담은 지근거리에 있는 우리에게도 희망을 던져 준다. 게다가 우리는 15년이나 먼저 정상회담을 열지 않았는가.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뜨거운 포옹, 2007년 10월 4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 간의 격렬한 악수는 전 세계에 큰 감동을 안겨 줬다. 7·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및 10·4선언 등 남북 간 합의는 양안을 능가하고도 남는다. 남북이 다시금 손을 맞잡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지난 8월 25일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한 대로 당국 회담부터 속히 개최해야 한다. 양안 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됐듯이 신뢰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진정으로 남북 관계의 개선을 바란다면 이미 합의한 대로 우리 정부의 당국 회담 제안을 즉각 받아들여야만 한다. 남북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술적 차원에서 우리 측의 세 차례 제안에 답변하지 않는 것이라면 오산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 둔다. 당국 회담이 열리고, 민간 교류 또한 활성화된다면 그 같은 신뢰의 바탕 위에서 남북 정상회담도 열릴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지금부터라도 진정성 있는 자세로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 주길 바란다.
  • [경제뉴스 in]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 결국 사퇴 왜

    [경제뉴스 in]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 결국 사퇴 왜

    전방위 사퇴 압력에도 꿋꿋하게 버티던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6일 돌연 사표를 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IC는 이날 “(안 사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사표를 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임면권자인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사표를 즉각 수리했다. 안 사장은 그동안 야당은 물론 여당과 정부의 사퇴 압력에도 꿋꿋이 버텨 왔다.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도 때로는 ‘묵비권’으로, 때로는 ‘사과’로 업무 수행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지난 10년 동안 KIC 사장들이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관뒀다”면서 “그런 일이 반복되면 KIC뿐 아니라 직원에게도 굉장히 안 좋고, KIC의 대외 평판도 안 좋아진다”고 했을 정도다. 그랬던 그가 갑작스럽게 사표를 던진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일각에서는 안 사장의 버티기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안 사장은 2013년 12월 취임했다. 하지만 대선 기간 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거칠게 비난한 것이 문제가 돼 야당의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아 왔다. ‘막말 트위터’가 공개되면서 정부도 곤란해졌다. ‘안홍철 해임’을 앞세운 야당의 요구에 기재위는 파행을 거듭했고, 각종 정부 법안들이 기재위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다. 정부 관계자는 “나라 곳간을 관리하는 ‘한국재정정보원’ 설립도 2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라며 “(안 사장의) 사퇴 없이는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간다는 야당의 강력한 태도가 안 사장과 여당, 정부에 큰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퇴할 수밖에 없는 저간의 사정이 생긴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돈다. 미국 프로야구단인 LA다저스의 지분 매입 추진으로 촉발된 감사원의 KIC 감사 결과가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KIC가 추진한 각종 부동산 투자의 적정성과 투자실적 보고가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들린다. 내년 총선 출마설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KIC의 최대 행사인 ‘공공펀드 공동투자협의체(CROSAPF) 연차총회’가 최근 마무리됐다”면서 “이제는 큰 짐을 덜었다고 생각해 순리대로 일을 처리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안철수-비주류 심야회동 “이대로는 선거 못치러”

    안철수-비주류 심야회동 “이대로는 선거 못치러”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가 심야에 비주류 국회의원과 모였다.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프레임에서 탈피해 당의 혁신과 통합을 기치로 내건 비주류 모임인 ‘정치혁신을 위한 2020모임’ 멤버들이 5일 안철수 전 대표와 회동했다.  혁신을 고리로 새 비주류 결사체를 추진하는 의원들이 최근 낡은 진보청산을 외치며 문재인 대표와 각을 세우는 안 전 대표와 보조를 맞추면서 그동안 국정교과서 문제로 잠잠했던 당내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이다.  ‘2020모임’은 10여명 안팎의 결사체로 내주 본격 출범할 예정이다.  안 전 대표는 5일 밤 여의도에서 김영환 강창일 김동철 노웅래 문병호 권은희 최원식 황주홍 등 비주류 의원 8명과 만나 당내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문재인 대표 체제로는 다가오는 총선이 어렵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계파간 차이를 극복하며 당이 살 길을 찾는데 주력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국정교과서 문제에 대해서도 야당이 힘이 없고 분열돼서 정부가 강행할 수 있는 것이라며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문병호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요즘 당내 상황도 어렵고 해서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우리도 자성하고 당이 좀 단합하고 하나의 목소리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욕심을 버리고 최선을 다하자는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 참석자는 “이대로는 선거 못 치른다는 걱정하는 마음에 다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당의 혁신과 통합을 위해 주류 세력과의 경쟁도 마다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문 의원은 “비노는 그동안 모래알이다, 힘이 약하다 그런 지적들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늘 많은 분이 모였고 다들 개인이나 계파 이익보다 당의 승리를 위해 양보하고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힘의 관계”라며 “대화하고 소통하고 양보하고 기득권을 내려놓을 생각이 있지만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도 무기를 가지고 있어야 하니까 그런 것”이라고 덧붙엿다.  또 “다음에는 김부겸 전 의원도 ‘번개 모임’에 초청하고 당의 중요한 분들을 모셔서 이야기 하려고 한다”며 당내 주요 인사들과 두루두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회동에서 주로 다른 의원들의 얘기를 듣기만 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앞서 국회에서 개최한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학생과의 간담회에서는 자기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안 전 대표는 대학생과의 간담회에서 “국민은 물갈이를 굉장히 바란다. 물은 제도나 문화, 관행이고 고기는 사람”이라며 “썩은 물에서는 좋은 고기가 금방 죽고, 썩은 물에 살 수 있는 고기만 산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소선구제가 바뀌지 않는 한 국회의원 300명 전원을 바꿔도 똑같다”며 “올해가 선거제도를 바꿀 동력이 드물게 생긴 기회인 만큼 조금이라도 낫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로의 후보단일화 결정에 대해 “대선 후보 양보가 제 평생에 가장 힘든 결단이었다”며 “대의를 위해 희생했다. 심약한 사람은 절대 못한다”고 말했다. 3년전인 지난 2012년 11월 5일은 대선 후보이던 안 전 대표가 문 후보와의 단일화를 제안한 날이다.  그는 전날 자신과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요구 공동성명에 대해 문재인 대표가 당과 함께 했으면 더 좋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개인이 아니라 두 사람이죠.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받아쳤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참여정부 출신 고위직 인사, 잇따라 여권으로 가는 까닭

    참여정부 출신 고위직 인사, 잇따라 여권으로 가는 까닭

    김만복(왼쪽) 전 국정원장이 새누리당에 입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참여정부 고위직 인사들의 잦은 여당행이 주목받고 있다. 김대중 정부 인사들과 비교해 참여정부 인사들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공직을 차지하거나 선거에 출마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회고록 출간으로 국가 기밀 누설 논란을 빚었던 김 전 국정원장은 지난 8월 말 서울 광진을 새누리당 당원운영협의회에 팩스를 통해 입당 원서를 낸 사실이 5일 알려졌다. 김 전 원장의 입당을 뒤늦게 인지한 새누리당은 “여당을 신뢰할 수 있는 정당으로 본 것 아니냐”며 김 전 원장의 ‘전향’이 내심 싫지는 않은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내년 총선에서 부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 현역 의원 가운데 대표적인 참여정부 출신 인사는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박명재(가운데) 의원이다. 2013년 10·30 재·보선 포항남·울릉 지역에서 당선된 그는 새누리당 예비후보였던 같은 해 10월 초 당시 대통령 기록물 유출 논란과 관련, “대통령기록물의 봉하마을 유출을 반대했지만 당시 청와대 측이 강행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 정부의 노동개혁과 관련 야당의 타깃이 된 김대환(오른쪽) 노사정위원장은 참여정부 노동부 장관 출신이기도 하다. 지난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그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대 실패작”이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이들의 ‘여권행(行)’에 대해 일각에서는 참여정부 출범의 성격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중진 의원은 “재야활동을 하면서 동지 의식이 있었던 김대중 정부 인사들과 달리 참여정부 고위직 인사들은 당시 새롭게 발탁된 측면이 있다”면서 “이들은 ‘내가 뛰어났기 때문에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했다’는 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동질감이 덜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 당직자는 “야당보다 여당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日은 피하고 싶고, 韓은 피할 수 없는 ‘위안부’

    다음달 2일 개최되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역대 정상회담을 되짚어 봐도 사전 공감대 형성 없이 정상회담만으로 획기적인 해법이 나온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직전 2012년 5월 개최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총리 간 회담에서는 주로 군사 분야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노다 총리가 “양국이 지혜를 짜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의례적 수준에서 말한 것이 전부였다. 그에 앞서 2011년 12월 두 정상이 만났을 당시에는 위안부 문제로 정면충돌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회담 시간 대부분을 이 문제에 할애해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노다 총리는 “이미 법적으로 해결된 문제”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긴장감이 돌았다. 참여정부 때는 최근 같은 냉각기는 아니었지만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실질적 해법이 도출되지 않았던 건 마찬가지였다. 2006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 간 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이에 당시에도 총리였던 아베 총리는 “과거사에 대한 한국인의 감정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반성한 ‘무라야마 담화’ 등을 계승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지만 실질적 조치는 없어 ‘외교적 수사’에 그쳤다는 평이 많았다. 1993년 일본은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의 담화를 통해 위안부의 강제 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일본 내에서도 국내의 정치적 지형 변화에 따라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면서 양국은 지루한 줄다리기만 하고 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피하고 싶겠지만 우리는 피할 수 없는 문제”라며 “좋은 결과를 끌어내 모멘텀을 유지하지 못하면 또 평행선을 달리거나 갈등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박태준 거부에도… 이상득, 정준양 회장에 앉혔다”

    “박태준 거부에도… 이상득, 정준양 회장에 앉혔다”

    “포스코의 차기 수장은 정준양 사장이 돼야 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80) 전 새누리당 의원이 2009년 포스코 회장 교체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 정치권이 개입했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포스코 협력사의 일감 특혜 수주 의혹에 연루된 이 전 의원을 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2009년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둔 이구택(69) 당시 회장이 돌연 사임하고 후임에 정준양(67)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이 선임된 데는 이 전 의원과 박영준(55)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정부의 핵심 실세로 통하던 박 전 차관이 이 전 회장을 2008년 하반기 여러 차례 만나 사임을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때는 이명박 정부 집권 첫해로,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됐던 이 전 회장의 진퇴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검찰이 포스코에 대한 세무조사 무마 의혹을 조사한다는 설도 파다했다. 이런 가운데 경북 포항 지역구 의원이자 대통령의 형인 이 전 의원과 이 전 회장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2006년 포스코의 마그네슘 공장 건설지가 포항이 아닌 전남 광양으로 결정되면서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압력으로 이 전 회장이 사임을 결심한 것은 2008년 11월 초. 이후 이 전 의원이 낙점한 당시 정 포스코건설 사장을 차기 회장으로 옹립하는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박 전 차관은 두 유력 후보인 윤석만(67) 당시 포스코 사장과 정 사장에 대해 사실상의 ‘면접’을 진행했고 여기에서 정 사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이 전 의원과 박 전 차관은 당시 박태준(2011년 별세) 포스코 명예회장을 만나 “정 사장을 밀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박 전 차관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으로 일하다 그해 6월 여권 내부의 ‘권력 사유화’ 논란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민간인 신분이었다. 그럼에도 포스코 핵심 관계자들을 만나며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 인사를 주도했던 것이다. 정 전 회장은 2009년 2월 회장에 취임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태준 당시 명예회장은 윤 포스코 사장을 후임 회장으로 생각했고 그 뜻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런 배경 때문에 성진지오텍 특혜 매입 등 각종 포스코 관련 비리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검찰은 “포스코가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순수 민간회사라는 점 등 때문에 회장 선임 개입은 범죄 사실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 전 회장이 2009년 8월 고도제한으로 인한 신제강공장 공사 중단 사태를 국방부 등을 설득해 해결해 준 대가 등으로 자기 측근 회사를 통해 포스코로부터 26억여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취한 혐의 등만 공소장에 기재됐다. 박 전 차관 역시 금품 수수 사실 등이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않았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이것이 금융개혁이다] “떼쓰는 당신, 서비스는 공짜 아닙니다”

    [이것이 금융개혁이다] “떼쓰는 당신, 서비스는 공짜 아닙니다”

    사례1. 박민정(가명)씨는 A은행에서 연회비 30만원의 프리미엄 카드를 이용하는 고객이다. 이 카드 고객은 1년에 한 번씩 해외 동반 1인 무료항공권(40만원 상당)을 제공받는다. 박씨는 일찌감치 내년 초 동남아행 항공권을 예약해 뒀다. 한데 최근 카드를 해지했다. 그런데도 박씨는 A은행에 내년에 예약한 무료항공권을 이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다섯 차례나 요구했다. 은행 측이 거절하자 박씨는 “카드 가입 당시 항공권을 무료로 받기 위해선 카드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설명을 직원이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이미 납부한 올해 연회비 30만원도 돌려 달라며 계속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사례2. 준공무원인 한상만(가명)씨는 B은행에서 5년 전부터 신용대출 6000만원을 이용하고 있다. 1년마다 대출 만기가 돌아오면 꼬박꼬박 은행을 방문한다. ‘금리 협상’을 하기 위해서다. 올해도 한씨는 B은행을 찾아 “안정된 직장이 있으니 금리를 최대 한도로 내려 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한씨가 제시한 금리는 최고 우대금리를 적용해도 은행 입장에서는 역마진이 나는 수준이다. 거절하자 한씨는 B은행 영업점을 수시로 찾아가 1~2시간씩 소란을 피웠다. 결국 은행은 금리 0.05% 포인트 손해를 감수하고 한씨에게 금리를 깎아 줬다. 한씨는 “내년(만기)에도 영업점을 찾아갈 테니 최저 수준 금리를 준비해 놓으라”며 되레 큰소리쳤다. 금융권 종사자들은 “고객들은 은행 문턱이 높다고 불만이지만 떼쓰면 통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우리 사회에 너무 많다”고 하소연한다. 사회 분위기가 금융의 공적 기능을 중시하다 보니 ‘떼법’이 통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C은행 영업점 직원은 27일 “우리나라 금융 소비자들은 은행이 가만히 앉아서 이자놀이로 손쉽게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다 보니 은행에 내는 대출 이자나 수수료는 100원도 아깝다며 부르르 떤다”고 말했다. 금융업이 대표적인 서비스산업임에도 여전히 “금융서비스를 중국집 군만두(공짜) 정도로 생각한다”(김동원 고려대 경제학 초빙교수)는 것이다. 여기에는 ‘민원에 죽고 사는’ 금융권의 분위기와 이런 분위기를 조장해 온 금융감독 당국 탓도 크다. 금융감독원은 2002년부터 금융사별 민원 평가를 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매월 민원접수 현황을 공시해야 한다. 이는 지점 경영평가(KPI)와 직원 승진, 성과급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은행의 경우 영업점 KPI(1000점 만점)에서 민원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2%(20점)이다. 민원 한 건이 발생할 때마다 1점이 감점된다. 금감원에 직접 접수되는 민원은 때에 따라 한 건에 5점 감점되기도 한다. D은행 직원은 “금감원 접수 민원으로 KPI 5점이 한 방에 감점되면 신규 카드 고객을 수백명 유치한 실적이 없어지는 것과 맞먹는다”며 “악성 민원인(블랙 컨슈머)이라도 일단 민원 접수를 못 하도록 ‘어거지’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금융 당국은 이런 문제점을 감안해 민원 평가 방식을 ‘소비자보호실태평가’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놓는 선심성 채무탕감 대책도 “버티면 갚지 않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부추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박근혜 정권 출범 첫해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약 38만명이 채무를 최대 50%(소득 없는 특수 채무자 최대 70%) 탕감받았다. ‘신용카드 대란’을 수습하기 위해 노무현 정권도 신용회복위원회(2003년)와 한마음금융(배드뱅크·2004년)을 잇따라 만들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명박 정권에선 한국자산관리공사의 바꿔드림론(2012년)을 선보였다. 모두 채무 탕감(최대 50%) 및 조정 역할을 하고 있다. E시중은행장은 “금융사와 고객의 정상적인 계약에 의해 이뤄진 대출이라도 고객 떼법과 정부 개입에 따라 계약 관계가 쉽게 무너지고 있다”며 계약보다 떼법이 우위에 있는 풍토를 아쉬워했다. 떼법이 통하는 금융 여건에서는 정상적인 시장 가격도 형성되기가 어렵다. 대표적인 예가 수수료다. F은행 부행장은 “서비스 이용 대가로 지급하는 것이 수수료인데 국내에선 무조건 공짜(수수료 면제)를 외친다”며 “우리나라는 수수료를 죄악시하지만 해외에선 고객에게 계좌 유지 수수료까지 부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여건에서 어떻게 이익을 내고 어떻게 글로벌 금융사로 성장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 교수는 “우리 금융산업이 수십 년째 제자리인 것은 시장 참여자(정부·금융사·고객) 모두 그동안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뼈 있는 말을 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 교수는 “금융서비스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한다”며 “하루아침에 고객 마인드가 변하진 않겠지만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금융 소비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여론조사로 정치적 결정 반대… 스냅사진 같아 조작 가능”

    “여론조사로 정치적 결정 반대… 스냅사진 같아 조작 가능”

    최근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등 총선 공천에 여론조사를 활용하는 문제를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빚어진 가운데 김행 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이 여성 월간지 ‘퀸’ 11월호 인터뷰에서 “여론조사로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것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여론조사 전문기자로서 우리나라 정치와 선거 분야에 여론조사를 통한 국민 여론의 반영을 선도했던 김 원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여론조사에는 긍정적 측면 못지않게 부정적 측면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김 원장은 “여론조사는 (조사) 당시의 스냅사진과 같은 것으로, (수시로) 변해 지속적이지 못하며 정치적 목적으로 쓰면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인 정당은 특정한 정치적 이념과 철학을 갖고 특정 정책을 펼 정치인을 낼 테니 국민들이 뽑아 달라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데 여론조사가 이런 정당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다”고 말했다. 2002년 대선 때 국민통합21 대변인으로서 여론조사를 통해 열린우리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를 이뤘으나 선거일 직전 단일화를 파기한다는 발표를 직접 했던 김 원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여론조사가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몰랐다는 걸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로서의 여론조사는 과학으로서의 여론조사와 크게 다르고 위험하다.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면서 “정치적 목적이 옳다고 해도 잘못된 수단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청와대 대변인으로 일할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로 김용 세계은행 총재를 꼽았다. 김 총재가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해 절대빈곤 퇴치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보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왜 그를 세계은행 수장자리에 앉혔는지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김 총재의 열정적이고 진지하며 겸허한 설명을 듣고 나 역시 절대 빈곤의 현실에 책임 의식을 느끼게 됐고 내 인생의 좌표가 바뀌었다”면서 “리더가 해야 할 일이 뭔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번 퀸 11월호에 인터뷰뿐 아니라 표지모델로도 나섰다. 그는 25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공직자가 여성지 표지모델로 나선 것은 이례적인 것 같다’는 질문에 “표지모델로 연예인만 등장해야 한다는 것은 과거의 고정관념”이라며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여성지 표지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어려운 결심을 했다”고 답했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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