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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폐청산] “朴정부 초기부터 신경림·박범신 등 배제… 번역원 블랙리스트 확인”

    [적폐청산] “朴정부 초기부터 신경림·박범신 등 배제… 번역원 블랙리스트 확인”

    박명진 등 산하기관장 개입 확인 청와대 풍자 연극 ‘개구리’ 등 국립극단 작품 검열·결말 수정 문체부, 국립극단 단장 통해 조치 박명진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등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장들이 구체적으로 문화계 블랙리스트 실행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앞서 일부 의혹이 제기된 바 있는 한국문학번역원 관련 지원 배제도 처음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국립예술단체 작품 내용에 대한 사전 검열이 이뤄진 정황도 공개됐다. 문체부 산하 민관 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30일 서울 광화문 KT빌딩에서 브리핑을 열고 2015년 10월 박 전 위원장이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을 만나 예술 현장 동향을 보고하고 블랙리스트 관련 현안을 협의한 사실을 보여 주는 ‘장관님 면담 참고자료’ 문건을 공개했다. 블랙리스트 의혹이 국정감사에서 처음 제기되며 비판 기류가 일던 당시 작성된 이 문건에는 박계배 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가 박 전 위원장에게 예술 현장 동향을 보고하며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내용도 담겼다. 김준현 진상조사 소위원회 위원장은 “박 전 위원장과 박 전 대표가 블랙리스트 실행 상황을 잘 알고 있었고 관련 사안을 직원들과 협의하며 실제 집행에 관여한 사실을 보여 주는 문건”이라고 지적했다. 진상조사위는 또 한국문학번역원이 2015, 2016년 문체부 지시를 받고 이시영, 김수복, 김애란, 김연수, 신경림, 박범신 등 문인들을 해외교류 사업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음을 시사하는 자료도 공개했다.자료에 따르면 이시영·김수복 시인은 2016년 2월 미국 하와이대 및 UC버클리대 한국 문학 행사에서, 김애란·김연수 소설가는 2015년 11월 미국 듀크대학의 북미 한국 문학 행사에서, 신경림·정끝별 시인, 박범신 소설가는 지난해 9월 중국 항저우 한국 문학 행사에서 배제됐다. 김 위원장은 “특정 작가 지원 배제에 대한 문체부 지시가 일상적, 지속적으로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며 “구체적인 배제 사유와 추가 사례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을 풍자해 화제를 모았던 박근형 연출가의 연극 ‘개구리’에 대한 현안 보고 문건도 공개됐다.2013년 9월 문체부 공연전통예술과에서 작성한 이 문건에는 당시 국립극단 기획공연으로 무대에 올려진 ‘개구리’의 정치 편향적인 내용을 수정하도록 조치한 내용이 담겨 있다. ‘개구리’는 주인공이 부조리한 현실을 구원할 ‘그분’을 찾기 위해 저승으로 떠나지만 ‘그분’은 본인 대신 주인공의 어머니를 이승으로 보낸다는 내용이다. 본래 결말은 주인공이 ‘그분’을 세상에 모시고 오는 것이었으나 문체부는 그분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징하고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이 ‘기말고사 커닝’으로 풍자됐다고 분석, 당시 손진책 국립극단 단장을 통해 박 연출가로 하여금 결말을 수정하도록 조치를 취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적 풍자도 대폭 완화됐다. 박 연출가는 문체부 지시라는 사실을 모른 채 내용 수정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블랙리스트가 실행됐고, 단순 지원 배제뿐 아니라 작품 내용에 대한 검열까지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문건”이라며 “2013년 국립극단 후속 작품은 물론 이후 전 국립예술단체 공연에 대해 내부 검열 시스템이 운용됐을 가능성이 커 관련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적폐청산] “MB 국정원, 국발협 설립… 4년간 63억 들여 오프라인 심리전”

    [적폐청산] “MB 국정원, 국발협 설립… 4년간 63억 들여 오프라인 심리전”

    문체부서 8500명 검증 요청 받아 348명 ‘문제 인물’로 선별·통보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던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가 사실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지시에 따라 설립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이 ‘오프라인 심리전’을 위해 2010년부터 4년간 총 63억여원의 예산을 국발협에 투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30일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이 같은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박 전 처장과 원 전 국정원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도록 권고했다. 개혁위는 “국정원은 원 전 원장 지시에 따라 2010년 1월 국발협을 설립, 2014년 1월 청산 시까지 자체예산 63억여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별도로 전국경제인연합회 및 대기업을 통해 2억 9000여만원도 지원했다. 그간 국발협은 박 전 처장이 설립한 단체로 보수 우호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국정원이 자금 등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혁위 조사 결과, 국발협은 원 전 원장의 지시로 설립해 국정원 예산을 투입했으며 국정원이 임대료 및 상근직원 인건비, 강사료 등 거의 모든 제반경비를 지원한 ‘외곽 단체’로 운영됐다. 국정원은 박 전 처장 재직 당시 보훈처가 배포한 ‘우편향 의혹’ 안보교육 DVD 제작에도 적극 개입했다. 당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의 지시에 따라 심리전단은 2011년 12월 보훈처와의 협의를 통해 안보교육용 DVD ‘호국보훈 교육자료집’ 총 1000개 세트(세트당 DVD 11장)를 제작 완료했다. 개혁위는 박 전 처장 등 관계자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호국보훈 교육자료 DVD에 대해 ‘익명의 기부자로부터 협찬받았다’고 발언한 것이 위증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보훈처에 통보하도록 권고했다. 개혁위는 또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 국정원이 2014년 2월~2016년 9월에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8500여명의 인물 검증 요청을 받아 이 중 348명을 ‘문제 인물’로 선별·통보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시인 고은, 방송인 김미화 등을 비롯해 문화계 각 분야 인물이 두루 포함됐다. 개혁위는 “국정원 내 잔존 보고서와 문체부 블랙리스트 명단 등을 종합한 결과, 348명 중 181명의 실명을 확인했다”며 “실명 181명은 특별검사팀이 문체부에서 압수해 공소 제기한 블랙리스트 명단과 대부분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정원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2013년 8월부터 청와대에 ‘문화예술계 좌성향 세력 활동 실태’를 보고하고 2014년 1월과 2월 문예기금 지원기준과 문화진흥기금 지원사업 심사체계를 보완해 좌성향 세력에 대응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특히 2014년 3월 ‘문예계 내 좌성향 세력 현황 및 고려사항’이란 청와대 보고서를 통해 대표자 경력·활동(정부비판·시국선언·야권 인사) 등에 따라 소위 ‘문화예술계 주요 좌성향 문제 단체 15개, 인물 249명’을 제시했다. 문제 인물로 분류된 249명은 활동전력과 영향력에 따라 A급(24명), B급(79명), C급(146명)으로 나눴다. 개혁위는 “국정원이 문예진흥기금 선정기관에 좌성향 인물 배제, 정부 보조금 지원중단을 통한 자금줄 차단 등의 대응 전략을 제시하고 향후 문체부 등을 통해 실행된 특정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의 기준점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CJ가 ‘설국열차’ 등 ‘좌편향’ 영화를 제작한 데는 이미경 CJ 부회장의 묵인·지원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국정원이 이 부회장을 ‘친노(親)의 대모’라고 거론한 사실도 밝혀졌다. 국정원은 2013년 8월 27일 ‘CJ의 좌편향 문화사업 확장 및 인물 영입여론’이란 청와대 보고서를 통해 영화 ‘광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하게 하는 등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간접 지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CJ가 장진 영화감독, 최일구·오상진 아나운서, 나영석 PD 등 좌파 세력을 영입했다고 비판했다. 국정원은 국가정체성 훼손 등 정부에 부담 요인이 되지 않도록 CJ에 강력 경고하고 과도한 사업 확장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아울러 개혁위는 탄핵 정국에 국정원이 헌법재판소 및 사법부 인사들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로 인정할 만한 사유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즉각 사퇴” vs “청문회 검증을”… 국감 이후 ‘태풍의 눈’

    “즉각 사퇴” vs “청문회 검증을”… 국감 이후 ‘태풍의 눈’

    野 “洪, 특목고 폐지 주장하더니… 자기 딸은 사립 국제中에 보내” 洪, 과거 노무현 경제정책도 비판 靑 “국민 정서에는 안 맞지만…” 與 “탈세 목적 범법 인지 검증해야”다음달 10일로 예정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정치권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한 달 넘은 장고 끝에 어렵사리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지만 편법 증여와 학벌주의 발언 등 홍 후보자의 문제점이 잇따라 드러나자 야권은 청문회 이전에 물러나야 한다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사퇴해야 할 만한 흠결은 아니며 청문회를 통해 홍 후보자가 소명하면 될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국감 이후 홍 후보자의 거취가 정국의 새로운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셈이다. 30일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에 따르면 지난 대선 당시 특수목적고, 자립형사립고 폐지를 주장했던 홍 후보자가 자기 딸은 1년 학비만 1500만원에 달하는 사립 국제중에 보낸 사실이 밝혀지는 등 홍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부의 대물림에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내놓고 정작 초등학생이던 딸에게는 ‘절세’를 위해 ‘쪼개기 증여’를 한 사실이 이미 밝혀진 상황이라 비난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홍 후보자의 딸은 경기 가평에 있는 청심국제중에 재학 중이다. 청심국제중은 특목고·자사고·과학고 등의 진학률이 80%를 넘는 특성화중학교다. 1년 학비만 15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심국제중 홈페이지에 공개된 진학 현황에 따르면 ▲특목고(53%) ▲자사고(25%) ▲일반고(14%) ▲과학고(4%) ▲유학(4%) 순으로 나타났다. 홍 후보자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측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 부본부장을 지내며 특목고·자사고의 단계적인 일반고 전환 공약을 주도했다. 윤 의원은 “홍 후보자는 ‘내 자식은 국제중·외고로, 남의 자식에게는 외고 폐지’와 같은 ‘내로남불’의 결정체”라고 비판했다. 앞서 홍 후보자의 딸은 2015년 서울 충무로의 한 상가지분(평가금액 약 8억 6500만원)을 외할머니로부터 증여받았다. 이 상가는 지난해 리모델링을 거쳐 임대 수입이 연간 1억 9800만원으로 홍 후보자의 딸은 1년에 4950만원을 받을 권리가 생긴 셈이다. 이와 관련, 홍 후보자의 딸은 임대사업자로 등록을 한 상태다. 이른바 ‘중학생 사장님’인 것이다. 홍 후보자는 또 과거 저서에서 문재인 정부의 전신이라고 볼 수 있는 노무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2007년 김상조 당시 한성대 교수(현 공정거래위원장),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 등과 펴낸 대담집 ‘한국경제 새판짜기’에서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 “가계부채 100조, 200조를 그냥 풀어버렸다”며 “김영삼 정부에서 썼던 경기부양책보다 훨씬 나쁜 경기부양책”이라고 지적했다. 홍 후보자는 1998년에 쓴 ‘삼수 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는 저서 때문에 학벌주의를 부추긴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이 같은 비난에 대해 청와대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말을 아꼈다. 다만 홍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보수·진보를 떠나 국민 감정선을 건드릴 수 있는 사안이란 점에서 여론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검증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알고 있지만 분명히 구분해야 될 점은 증여를 위해 절세 방법을 택한 것이지 불법적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며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는 게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분명 (청와대도) ‘내상’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본인의 소명과 함께 청문회에서 직무능력 검증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부실 검증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안타까워하면서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창조과학 및 뉴라이트 관련 의혹으로 박성진 전 후보자가 낙마한 이후 인사·검증라인에선 20여명의 대상자를 검증하는 등 ‘장고’를 거듭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주식 백지신탁 문제가 걸린 분들은 아예 대상에서 배제했고, 홍 후보자에 앞서 20명 가까이 검증을 했지만,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에 쏠린 과도한 관심 때문인지 가족과 상의하겠다는 이유 등을 들어 고사했었다”고 설명했다. 보수 야당은 홍 후보자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하루라도 빨리 사퇴하는 것이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을 도와주는 길”이라고 비난했다. 주호영 바른 정당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청문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빨리 거취를 정하는 게 정부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탈세 목적의 범법 행위인지 등은 청문회를 통해 차분하게 검증을 해봐야 한다”며 엄호에 나섰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관가 인사이드] “다 뺏길 순 없다” 버티는 검찰… “檢 아바타 탈피” 벼르는 경찰

    [관가 인사이드] “다 뺏길 순 없다” 버티는 검찰… “檢 아바타 탈피” 벼르는 경찰

    12만 경찰공무원 조직 내에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이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재개와 원전 축소 정책을 권고한 ‘공론화위원회’ 모델을 따라 국민이 직접 수사권 조정의 큰 틀을 짜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된 상태다. 경찰 내부에는 오랜 숙원인 수사권 조정 문제가 조만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잔뜩 번지고 있다. 하지만 검찰도 순순히 물러서진 않을 것으로 보여 논의 과정에서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수사권은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의미한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196조’를 개정하는 것이 논의의 핵심이다. 이 법 1항은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2항에서 ‘사법경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에 관해 수사를 개시·진행해야 한다’며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경찰은 모든 수사에서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대명제를 벗어나지 못한다. 사건 현장에서 피의자를 검거하고 일을 주로 경찰이 도맡아 하고 있지만 현행법 체계 아래에서는 경찰이 사실상 검사의 ‘아바타’(분신)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히 경찰에게 불만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 경찰이 특정 사건에 대한 조사에 나섰을 때 ‘수사’가 아니라 ‘내사’라는 표현을 썼다면 검사로부터 공식적인 수사지휘를 받지 않은 사건일 가능성이 높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경찰에 유리한 조치로 인식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검찰이 쥐고 있는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이 독립적으로 수사에 나설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경찰은 ‘수사권 조정’을 ‘수사권 독립’으로 표현한다. 검찰은 수사권이 경찰에게 주어지면 경찰의 권한남용과 이로 인한 인권침해가 더욱 자행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첩보 등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내사’가 ‘수사’로 전환되면 아직 혐의가 특정되지 않은 피의자에 대한 경찰의 계좌추적 등 개인정보 열람이 빈번하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사라는 명목으로 아무런 혐의가 없는 일반인에 대한 정보 열람도 잦아질 수 있다. 검사의 영장청구권과 기소권도 논의의 대상이다. 헌법 제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이 피의자를 체포·구속·압수수색하려면 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경찰이 ‘피의자를 구속하게 해달라’며 영장을 신청했을 때 검사가 기각하고 법원에 청구하지 않는다면 경찰로서는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붙잡아 두고 있을 수 없다는 얘기도 된다. 또 형사소송법 제246조에는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검찰은 이를 ‘검사만이 기소권을 갖는다’고 해석하고 있다. 피의자의 죄를 확정한 뒤 법원에 ‘심판을 내려 달라’고 할 수 있는 것도 검사만이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경찰은 수사에서 검찰과 주종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며 항변한다. 경찰이 검사의 비리를 캐지 못하는 것도 현행 법체계 때문이라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검찰도 수사권 조정의 필요성에 대해선 수긍하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수사권 조정 논의에 대해 “적극 추진할 의지를 갖고 있다. 필요하면 경찰과도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문무일 검찰총장도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권 조정은 어떤 방식으로든 진행하는 것이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논의 과정에서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수사권 범위’를 놓고 격론이 예상된다. 일반범죄는 경찰이 맡고,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기존대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인정하는 절충안에 대해 경찰은 벌써부터 “이른바 ‘수사권 쪼개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검찰과 경찰, 그리고 법무부는 현재 세부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나섰다. 현재 경찰은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 영장청구권 확보, 검찰의 직접수사 폐지 등 법·제도를 손질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정해 둔 상태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의 권한만 일방적으로 강화하는 식의 제도 개선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평행선 논의’가 이번에도 재연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검·경 수사권 갈등은 5차 개헌 당시 ‘검사에 의한 영장 신청 조항’을 형사소송법과 헌법에 명시하면서 불거졌다. 그때부터 경찰은 수사권을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해 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1999년 김대중 정부에서 ‘자치경찰제’ 도입 논의가 시작됐을 때 경찰은 공개적으로 ‘수사권 독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무마됐다. 2004년 노무현 정부는 검·경 수사권조정협의회를 발족했지만, 검찰과 경찰의 갈등만 드러냈다.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결국 논의 중단을 지시했다.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했다. 홍만표 당시 기획조정부장 등 대검찰청 검사장급 간부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며 반발했다. 결국 법안은 국회를 통과했고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은 자신의 책임이라며 사퇴했다. 그 이후에도 검찰과 경찰은 ‘수사지휘권’을 놓고 끊임없이 마찰을 빚었다. 2012년에는 경찰의 내사 사건 지휘 문제를 놓고 갈등이 빚어졌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전자정부의 시작 ‘이지원’… 교환원 없이 통화 ‘전전자교환기’

    전자정부의 시작 ‘이지원’… 교환원 없이 통화 ‘전전자교환기’

    노무현 전 대통령·오명 전 장관 홈택스·민원24 서비스 등 전자정부 반세기 기념해 발표 노무현 전 대통령, 오명 전 체신부 장관 등 30명이 ‘전자정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행정안전부가 29일 발표한 ‘전자정부를 빛낸 50선’에 포함된 이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전자정부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전자정부 50주년을 기념해 만든 이 명단에는 인물뿐만 아니라 전자정부 서비스 10개, 산업체 및 민간단체 10곳도 포함됐다.행안부는 지난 7월부터 공개 모집을 통해 인물 288명, 서비스 56개, 산업체 및 단체 52곳을 추천받았다. 이 중에서 전문가 심사를 통해 최종 50선을 뽑았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5만 7000여명의 온라인 투표도 거쳤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전자정부 31대 로드맵’을 추진해 전자정부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 현재 전자결재 시스템의 기본인 ‘이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모든 행정기관에 보급하고 확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된다. 오 전 체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전전자교환기’를 최초 도입했다. 전전자교환기는 중간 교환원 없이 통화자들을 직접 연결하는 것으로 도입 이후 유선 전화 수를 폭발적으로 늘렸다. 오 전 장관은 88올림픽 전산 시스템도 구축해 정보통신 혁명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것 때문에 관계자들 사이에선 오 전 장관을 ‘정보통신 혁명의 살아 있는 전설’이라고도 부른다. 이상희 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은 재임 당시 ‘전자정부법’을 발의한 것으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이 법은 행정 업무의 전자 처리를 위한 원칙을 정리해 놓은 것으로 현재 전자정부를 이루는 초석이 됐다. 지금도 전 국민이 애용하는 ‘한글과컴퓨터’를 개발한 이찬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도 여기에 포함됐다. 공공 및 행정기관의 문서 표준화에 이바지한 공로가 인정됐다. 진대제 카이스트 석좌교수도 과거 정보통신부 장관 시절 추진한 ‘IT839’ 전략으로 30인에 선정됐다. 미래 정보기술(IT) 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2004년 정보통신부가 내놓은 전략인 IT839는 8대 서비스, 3대 인프라, 9대 신성장동력을 말한다. 서비스 10선에는 홈택스·민원24(정부24)·주민등록정보시스템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각종 증명서를 집에서 편리하게 뗄 수 있게 한 전자정부 서비스들이 꼽혔다. 전자정부를 구축하는 사업에 참여한 삼성 SDS 등 산업체와 전자정부 정책 수립에 역할을 한 한국정보화진흥원(NIA) 등 5개 민간단체도 여기에 뽑혔다. 다음달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전자정부 50주년 기념식’에서 이들에 대한 감사패가 수여될 예정이다. 정윤기 행안부 전자정부국장은 “전자정부 선도국인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 이들을 명예의 전당에 헌정해 다음 세대에 본보기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사교육비 상·하위 20%가구 11배 격차… ‘하위’ 2만원 늘 때 ‘상위’ 59만원 급증

    사교육비 상·하위 20%가구 11배 격차… ‘하위’ 2만원 늘 때 ‘상위’ 59만원 급증

    가구 평균 지출액은 월 52만원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지출액 격차가 최대 11배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은 점점 더 많은 사교육비를 쓰고 저소득층의 사교육비는 정체돼 계층사다리가 작동할 여지가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29일 발표한 ‘사교육비 양극화 추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1~2015년 한국노동패널조사(KLIP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구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01년 26만 7783원에서 2015년 52만 4022원으로 15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양 교수는 연도별로 1300~1800가구의 사교육비를 분석해 지난 27일 열린 ‘2017년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사교육비는 2000년 헌법재판소의 과외 허용 판결 이후 급격히 증가해 연간 지출액이 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초등학생 중 하루에 5시간 20분을 학원에서 보내는 학생이 있을 정도로 사교육이 만연한 상황이라고 양 교수는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격차다. 사교육비 지출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지출액은 2001년 7만 4717원에서 2015년 10만 1952원으로 15년 동안 2만 7235원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상위 20% 가구의 지출액은 같은 기간 56만 8467원에서 115만 9162원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상·하위 20%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액 격차는 2001년 7.6배에서 2015년 11.4배로 뛰었다. 정권별로는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3년 7.4배에서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8년 11.0배,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3년 11.5배, 박근혜 정부 11.0배 등 노무현 정부 이후 지출액 격차가 11배로 고착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양 교수는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방과후 학교 내실화 대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檢 베는 檢… 부산지검장發 내부 적폐청산 본격화

    檢 베는 檢… 부산지검장發 내부 적폐청산 본격화

    고검검사·부장검사 등도 조사… ‘제 식구 감싸기’ 쉽지 않을 듯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현직 검찰 간부들이 줄소환되고 있다. 적폐 관련 수사가 속도를 낼수록 수사 대상에 오를 전·현직 검사 숫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번 소환을 시작으로 검찰 내부의 적폐청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29일 검찰은 2013년 국정원 감찰실장이었던 장호중(50·사법연수원 21기) 부산지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장 지검장을 비롯해 당시 국정원에 파견됐던 검사들이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짜 사무실을 마련하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허위 증언을 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사 결과에 따라 장 지검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7일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한 7명 중에는 장 지검장뿐만 아니라 변창훈(48·23기) 서울고검 검사, 이제영(43·30기) 의정부지검 부장검사 등 현직 검찰 간부 3명이 포함됐다. 압수수색 당일 법무부는 장 지검장 등을 법무연수원으로 발령 냈다. 검찰은 28일 이 부장검사와 변 고검검사,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등을 불러 밤샘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직 검사들을 압수수색하고 바로 인사 조치한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일각에서는 장 지검장을 시작으로 검찰 내부의 적폐청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으로 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검찰이 관여한 사건 중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이미 밝힌 ‘노무현 논두렁 시계’나 ‘채동욱 정보유출 사건’, ‘국정원 선거 개입 문건 반납 의혹’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 전·현직 검사들에 대한 조사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또다시 ‘제 식구 감싸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검찰이 개혁의 대상으로 도마에 오른 마당에 과거처럼 대놓고 봐주기 수사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27일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댓글 수사 방해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며 관련 인사들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약속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개혁 압박이 거센 상황이라 검찰도 긴장감을 갖고 사안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촛불은 현재진행형 혁명… “적폐 청산 없인 미래 없다”

    촛불은 현재진행형 혁명… “적폐 청산 없인 미래 없다”

    국정원, 13가지 사건 검토중 교육·고용부도 불법 정황 확인 檢, 25명 수사팀 전격 투입 수사 대상이기도 한 檢 “참담” 야권 ‘ 금품수수’ 고발 맞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가정보원,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통일부 등 여러 부처와 기관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다. 지난 정권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불법성을 조사하는 기구들이다. 이미 몇 곳은 관련 조사를 마친 뒤 잇따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국정원이 자행했거나 개입한 것으로 의심받는 13가지 사건을 조사 중인 국정원이 가장 적극적이다. 교육부 역시 전 정권이 국정교과서 정책 도입을 위해 여론조사를 조직적으로 왜곡한 정황을 포착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29일 검찰에 따르면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은 검사 25명 규모의 수사팀을 꾸려 국정원 수사 의뢰 사건들을 수사 중이다. 교육부가 의뢰한 수사는 서울 남부지검이 맡았다. 개성공단 돌연 중단 배경을 조사 중인 통일부, 전 정권 노동정책을 점검 중인 고용부 등이 불법적인 정황을 포착해 수사 의뢰에 가세하면 검찰의 인지수사 역량 거의 대부분은 한동안 적폐 수사에 집중 할애될 전망이다. 지난 27일 정부가 총 1568개 공공기관의 지난 5년 동안 인사·채용 비리 수사를 대검 반부패부가 지휘하도록 결정, 검찰은 전국 규모 적폐 수사 하나를 더 수행하게 됐다.적폐 수사 주축이 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8월 14일 국정원 개혁위원회의 국정원 댓글부대 민간인 팀장 30명 수사 의뢰를 받은 것을 신호탄으로 본격적으로 국정원 수사에 돌입했다. 수사팀 규모는 당시 검사 10여명에서 현재 검사 25명 규모로 커졌다. 이미 한 차례 수사 대상이 돼 재판까지 받았지만 추가 범행이 포착된 부류와 지금까지 법망을 피해 나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범죄 행각이 드러난 부류, 피의자들은 두 갈래로 구분된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대표적인 전자의 사례다. 그는 2012년 대선 개입 댓글 지시 혐의로 대법원까지 3심에 이어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까지 4차례 재판을 받고 현재 수감 중이지만, 문화계 블랙리스트 운영 혐의 등이 덧씌워져 재수사 대상이 됐다. 이명박 정권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배우·방송인들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당시 국정원 사찰에 따른 피해를 진술한 데 이어, 당시 국정원 간부들이 주도한 보수단체 지원이나 당시 야권 수사·정치개입 의혹 등이 규명되고 있다. 국정원 사찰을 받은 또 다른 축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찰을 감행한 것으로 의심받는 국정원에 더해 이 전 대통령을 고발했다. 지난 28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 1주년 대회에서 “적폐를 청산하라”에 더해 “이명박을 구속하라”, “다스는 누구 거냐”고 퍼진 구호는 적폐 수사의 종착역을 짐작하게 한다. 2012년 대선 개입이나 블랙·화이트리스트 사건과 같은 국정원 수사 의뢰 사건에 더해 BBK 주가조작 사건 피해자가 수많은 피해자들보다 먼저 다스가 BBK 투자금을 먼저 회수할 수 있도록 이 전 대통령 측이 도운 의혹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을 고발했다. 최근 광범위한 재수사가 활발한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도 이 전 대통령과 당시 실세들이 대거 수사 범주에 들고 있다. 검찰이 적폐 수사를 주도하고 있지만, 검찰 스스로도 수사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장호중 부산지검장 등 현직 검찰 간부가 국정원 파견 시절 댓글수사 방해를 위해 압수수색용 위장 사무실과 문서를 만든 정황이 드러난 데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은 국정감사 도중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29일 장 지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파죽지세인 적폐 수사의 대상이 됐거나 반대편에 선 야권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 달러 수수의혹을 고발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에 배당됐는데,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일반적으로 고소·고발을 맡는 형사부에 노 전 대통령 관련 사건을 배당한 점은 현 정부에서 이뤄지는 적폐 청산 수사에 비해 공정성이 떨어진다”고 반발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의 도화선이 된 최순실씨의 태블릿PC의 주인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최씨 측은 태블릿PC가 조작됐다며 감정을 주장 중이고, 박 전 대통령 대선 캠프 SNS팀에서 일한 신혜원씨가 태블릿PC 사용자가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법원의 구속 기간 연장 결정을 받아든 박 전 대통령은 변호사 전원을 사임시키며 재판 보이콧을 선언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촛불 1년<상>] 추모→반미→정치→문화…촛불, 민의를 담다

    [촛불 1년<상>] 추모→반미→정치→문화…촛불, 민의를 담다

    신효순·심미선양 희생 추모가 시초 법률 위반 시비로 경찰과 한때 충돌 집회문화 혁신… 국민적 행사로 진화 촛불집회는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그 사회적 의미는 시대상에 따라 크게 다르게 해석된다.촛불은 처음엔 추모의 의미로 사용됐다. 2002년 6월 중학생 신효순·심미선양이 주한미군의 장갑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에 가려 사회적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때 두 여학생을 추모하자는 목소리와 함께 촛불이 처음 등장했다. 촛불집회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촛불은 ‘추모’의 의미에서 ‘반미’ 성격으로 옮겨 갔다.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했을 때에도 촛불집회가 전국으로 번졌다. 집회는 낙선운동으로 이어졌고 결국 탄핵을 주도한 한나라당은 같은 해 17대 총선에서 참패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촛불집회는 ‘정치 집회’ 성격이 강했다. 2008년 5월에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가 대규모 촛불집회로 확산했다. 정치 세력이 아닌 일반인과 학생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직접민주주의가 현실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일부 정치 세력의 선동성 구호가 가미되면서 촛불집회가 진보 진영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은 지워지지 않았다. 여기에 정부 공무원들까지 잇따른 설화에 휘말리면서 촛불집회는 ‘반정부 시위’로 비화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놓고도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이 잦았다. 반면 지난해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는 집회·시위가 ‘문화 행사’로 자리잡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 시민들이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국가 대개혁’을 촉구하며 자발적으로 집회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가장 진화된 집회의 모습을 보여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우파 세력의 반대 집회도 잇따랐다. 하지만 국민 다수가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분노했고, 일부 보수진영의 인사들도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정치색은 비교적 옅었다고 볼 수 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국정원 복명서 “‘노무현 불구속’ 지침에 이인규 굉장히 화냈다”

    국정원 복명서 “‘노무현 불구속’ 지침에 이인규 굉장히 화냈다”

    이명박 정부때 원세훈 국정원장이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불구속 기소하라고 지침을 전달했을 당시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 “굉장히 화를 냈다”는 보도가 나왔다.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이 측근인 강모 단장(퇴직)을 시켜 이인규 전 중수부장에게 ‘고가시계 수수 사건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므로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을 주는 선에서 활용하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하라고 ‘지침’을 전달했다고 노컷뉴스가 27일 보도했다. 이같은 사실은 국정원 감찰팀이 국정원 메인서버에 저장된 ’복명서‘를 통해 사실 확인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원 전 원장 지시를 받은 강 전 단장은 2009년 4월 21일 당시 검찰을 출입하는 국정원 정보관을 대동하고 이인규 중수부장을 직접 면담했고 정보관이 그 내용을 ”복명서”로 작성했다. 복명서는 원장 등 상관의 지시를 받은 직원이 관련 지시 내용을 이행하고 기록한 보고서이다.복명서에는 심부름 간 강 전 단장이 이 전 중수부장에게 “원장님 뜻이다”면서 “명품 시계는 망신만 주고 노 전 대통령을 구속하는 것은 정부에 부담이 되니까 불구속 기소를 하라고 전달했다”고 기술하고 있었다. 또 복명서에는 “당시 이 중수부장이 ‘국정원이 뭔데 (수사에 관여하냐)’며 ‘굉장히 화를 내고 언짢아 했다’”라고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그러나 관련 복명서에는 명품 시계와 관련 ‘망신만 주라’고 했지 ‘논두렁’과 관련된 어떤 단어도 나오지 않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망신주기를 국정원이 주도했는지, 아니면 검찰이 주도했는지는 여전히 미궁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노컷뉴스는 “이 전 중수부장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이 전 중수부장 행방과 관련 최근 미국 버지아주의 페어펙스에 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전 중수부장이 지난 6월 말 다니던 로펌에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시론] 숙의민주주의가 협치에 주는 교훈/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시론] 숙의민주주의가 협치에 주는 교훈/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영화 ‘남한산성’에서 상헌이 명길에게 던진 마지막 대사는 씁쓸하다. “백성을 위한 새로운 삶의 길이란 낡은 것들이 모두 사라지는 세상에서 비로소 열리는 것이오. 그대도 나도 우리가 세운 임금까지도 말이오. 그것이 이 성 안에서 내가 깨달은 것이오.” 상헌의 대사는 ‘적폐청산’ 대 ‘정치보복’으로 민생은 외면하면서 정쟁을 일삼는 또 하나의 남한산성에 갇혀 있는 한국 정치에 자성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국정감사의 파행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이수 헌법재판관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으로 유지하기로 한 것에 야 3당이 반발하면서 정쟁이 꼬리를 물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청와대가 이명박 정부의 적폐를 들추자 이에 발끈한 자유한국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사건을 검찰에 고발했다. 여야가 전직 대통령의 과거사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것은 조선 사대부들이 사초(史草)를 동원해 사화와 당쟁을 부추긴 것과 닮았다. 정부와 정치권이 정쟁을 중단시킬 협치 방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내년도 예결산 심의와 민생 법안 처리 및 외교·안보 현안에서의 초당적 협력도 늦어질 것이 뻔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정쟁의 타개책을 찾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찬에서 “집권당의 책임감과 진정성으로 여야 협치의 틀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협치 복원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일방적인 지지를 요구하는 협치에서 벗어나 숙의민주주의적 협치로 인식과 태도를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신고리 공론화위원회에서 빛난 숙의민주주의를 여야 협치 방법론으로 과감하게 활용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숙의민주주의는 고정된 선호를 열린 학습과정으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고정된 선호(이익, 정체성)를 가정해 놓고 절충과 타협을 목적으로 강요할 것이 아니라 대화와 토론을 통한 학습과정을 진행해 고정된 선호가 새로운 선호로 수정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숙의민주주의는 숙의투표를 지향한다. 투표하기 전에 정책 현안의 주요 쟁점을 토론해 이해 당사자 간 충분한 정보 공유와 공감 및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다면 설령 그 투표 결과가 자신의 이해와 다르다고 할지라도 상대방을 존중해 갈등을 피할 수 있다고 본다. 숙의투표의 효과는 원전 공약을 수정한 대통령의 태도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당초 고정된 선호의 입장에서 보면 공약 수정은 대통령의 ‘대선 공약 파기’다. 하지만 숙의민주주의에서 보면 ‘신고리 원전 건설 재개와 신규 원전 중단’이라는 새로운 선호를 형성함으로써 갈등을 잠재우면서도 탈원전 정책 기조는 유지하게 됐다. 첫째, 숙의민주주의 관점에서 볼 때 정부는 야당에 협치를 말하면서 ‘DJP연합’과 같은 공동정부에서 가능한 ‘일방적 지지’나 주고받는 것 없이 상대에게 ‘우호적 태도’를 기대한 적은 없는지 검토해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적폐청산’이 ‘정치보복’으로 오해되지 않도록 각별한 조처가 필요하다. 애초 이 문제는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을 대립적 시각보다는 균형적 시각에서 봐야 한다는 대선 출구조사의 결과를 존중할 문제였다. 지난 5월 9일 방송 3사가 밝힌 대선 출구조사의 민심은 적폐청산(45.6%)보다 국민통합(51.4%)이 앞섰다.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트라이앵귤레이션’(삼각점)을 찾는 게 우선이다. 셋째, 적폐청산을 하더라도 민심의 경중과 의석수의 변화 및 최우선 과제를 고려해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적폐청산이란 애당초 여소야대에서 집권여당 홀로 감당할 수 있는 몫이 아니다. 강제적인 당론이 아닌 의원 개인의 자율성에 기초한 숙의와 토론 및 정당 간 교차투표의 결과로 탄생한 입법과 제도를 통해야 가능한 일이다. 최우선 과제인 ‘경제활성화·일자리창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3대째 전통맛 지킨 한일관… 한국美 살린 잠실운동장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3대째 전통맛 지킨 한일관… 한국美 살린 잠실운동장

    서울미래투어 참가자들이 찾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는 서울식 불고깃집 한일관이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잠실종합운동장도 멀지 않았지만 아쉽게도 시간 제약 때문에 가지 못하고 배수지공원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대통령들도 반한 서울식 불고깃집 한일관은 1939년 종로3가의 허름한 한옥을 개조해 개업한 뒤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를 잘 보여 주는 곳으로 식문화사 측면에서 지속적인 관리와 보존이 필요한 미래유산으로 인정받았다. 창업주 신우경씨가 국밥, 내장 구이, 추어탕을 메뉴로 개업한 뒤 1945년 한국의 최고 식당이 되겠다며 한일관으로 상호를 변경, 종로1가로 이전했다.1960년대 후반부터 지금과 같은 육수불고기를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육수불고기는 기계로 얇게 썬 소고기 등심을 양념에 재운 후 육수와 함께 끓여 먹는 음식. 일본에서 배워 온 스키야키와 한국식 석쇠불고기를 접목한 서울식 육수불고기다. 신씨의 딸 길순정씨가 대를 이어 운영해 왔다. 2008년 종로 피맛골 재개발로 이전했으며 2대 길씨의 딸이 운영하고 있다. 2017년 미쉐린가이드의 서울 빕구르망(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맛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에 선정됐다. 작가 조정래는 소설 ‘한강’에서 ‘하이고, 반찬 참 많네. 한일관 불고기나 한번 배 터지게 묵고 죽으면 내사 마 소원이 없겄다’고 묘사했다. 이승만·박정희·노무현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등이 자주 찾았다. ●세계가 반한 건축가 김수근 작품 송파구 올림픽로 25에 위치한 잠실종합운동장은 총부지 40만 2816㎡(약 12만평)에 최대 10만명까지 수용 가능한 종합경기시설이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의 경기장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1984년에 지었다. 한국적 모티브를 살려 설계돼 전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는 올림픽에서 한국의 미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이다. 잠실종합운동장 건너편에 위치한 선수촌은 5000여명의 선수단을 수용할 수 있는 숙소(아파트 18개 동)와 대형식당, 국제센터, 종교관, 병원, 행정센터, 본부건물 등의 시설을 모두 갖췄다. 서울도시문화원 서울미래유산팀
  • 승효상 “靑 관저부터 옮겨야”

    승효상 “靑 관저부터 옮겨야”

    참여정부 시절 운영됐던 전문가 초청 청와대 공부 모임인 ‘상춘포럼’이 부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2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상춘포럼에는 건축가 승효상 이로재 대표가 강사로 나섰다. 승 대표는 ‘도시의 오래된 미래, 메타시티’를 주제로 건축과 도시재생에 대한 내용을 강연했다.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설계하기도 한 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고 동기로, 대선 때 캠프 내의 ‘서울역사문화벨트조성 공약기획위원회’에 참여해 청와대와 광화문, 용산을 잇는 역사문화벨트 추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광화문 집무실 이전 공약 구상에도 참여한 승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청와대를 어디로 옮기느냐는 본질이 아니다”라며 “광화문 광장에서 북악산까지 사람들이 제약 없이 보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고 한다. 승 대표는 광장의 기능 복원 차원에서 청와대 관저와 국방부 청사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생각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관저는 풍수지리학적으로도 문제가 있지만, 관저 분위기도 유폐된 듯해서 옮기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이날 모임은 ‘워킹런치’(일하며 먹는 점심)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 직원 500여명이 참석했다. 상춘포럼은 참여정부 시절 운영된 공부 모임에 착안해 문 대통령이 직접 제안했다. 청와대는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포럼을 열 계획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文대통령, 국대 유니폼 입고 한국시리즈 깜짝 시구… 대선공약 지켜

    文대통령, 국대 유니폼 입고 한국시리즈 깜짝 시구… 대선공약 지켜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BO 한국시리즈 KIA와 두산의 1차전에 시구자로 올라 힘껏 공을 뿌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 ‘2017 투표 참여 리그’란 선거 독려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투표 인증샷 1위팀에 가서 시구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는데 당시 KIA가 1위를 차지했다. 당초 1차전 시구자로는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이 낙점됐으나 문 대통령이 깜짝 등장해 공약을 수행했다. 역대 대통령의 시구로는 전두환, 김영삼,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다섯 번째다. 역대 대통령들은 어느 한쪽 팀의 유니폼이 아닌 정장이나 한국시리즈라고 새겨진 점퍼를 입었는데 이날 문 대통령도 국가대표 유니폼을 착용했다. 광주 연합뉴스
  • 靑 공부모임 ‘상춘 포럼’ 부활

    靑 공부모임 ‘상춘 포럼’ 부활

    참여정부 시절 운영됐던 전문가 초청 청와대 공부 모임인 ‘상춘포럼’이 부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2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상춘포럼에는 건축가 승효상 이로재 대표가 강사로 나섰다. 승 대표는 ‘도시의 오래된 미래, 메타시티’를 주제로 건축과 도시재생에 대한 내용을 강연했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설계하기도 한 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고 동기로, 대선 때 캠프 내의 ‘서울역사문화벨트조성 공약기획위원회’에 참여해 청와대와 광화문, 용산을 잇는 역사문화벨트 추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광화문 집무실 이전 공약 구상에도 참여한 승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청와대를 어디로 옮기느냐는 본질이 아니다”라며 “광화문 광장에서 북악산까지 사람들이 제약 없이 보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고 한다. 승 대표는 광장의 기능 복원 차원에서 청와대 관저와 국방부 청사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생각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관저는 풍수지리학적으로도 문제가 있지만, 관저 분위기도 유폐된 듯해서 옮기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이날 모임은 ‘워킹런치’(일하며 먹는 점심)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 직원 500여명이 참석했다. 상춘포럼은 참여정부 시절 운영된 공부 모임에 착안해 문 대통령이 직접 제안했다. 청와대는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포럼을 열 계획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문재인 대통령 깜짝 시구로 본 역대 대통령의 시구

    문재인 대통령 깜짝 시구로 본 역대 대통령의 시구

    대통령이 프로야구 경기에서 공을 던지는 이른바 시구는 언제부터 했을까?문재인 대통령이 25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개막전에서 시구하면서 역대 대통령들의 시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정치 현안에다 외교문제로 늘 골머리를 싸매야 하는 대통령 입장에서 국민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행사가 시구다. 대통령 신분으로서 야구장에서 공을 던진 최초의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1967년 4월 25일 제1회 대통령배 전국 고등학교 야구대회에서 시구했다. 박 전 대통령은 파란 운동모자를 쓴 채 시구 전 상의를 벗어던진 후 공을 던졌다.프로야구 시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원조다. 프로야구가 처음으로 시작된 1982년 3월 27일 MBC청룡과 삼성 라이온스간 개막전 경기에서 시구를 했다. 전 전 대통령은 군사 쿠테타로 정권을 장악한 터라 정치에 쏠린 국민적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스포츠와 스크린(영화), 섹스 등 이른바 ‘3S 정책’을 폈고, 그 연장선상에서 프로야구가 나왔다. 정권의 의도대로 당시 개막전은 2000원짜리 외야석 입장권이 6000원에 암거래될 정도 큰 인기를 끌었다.김영삼 전 대통령은 3차례나 프로야구 경기장을 찾았다. 1994년, 1995년 한국시리즈 1차전, 1995년 4월 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LG의 시즌 개막전 시구를 위해서였다. 김 전 대통령은 1994년 LG와 태평양간의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에서는 관중의 뜨거운 환호 속에 공을 던졌다. 당시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 하나회 청산, 금융실명제 등 김 전 대통령이 추진한 개혁 드라이브가 국민들의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이듬해인 1995년 10월 14일 OB와 롯데간 한국시리즈 개막전에서는 야구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비난을 받아야했다. 대구지하철 폭발사건,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 인재사건이 터진 상태였기때문이었다. 아무런 예고 없이 야구장 주차장을 폐쇄한 것도 불만의 원인이었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7월 17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시구를 했다. 멋진 투구 자세로 포수 미트에 정확히 공을 꽂아 국민들의 뜨거운 환호을 받았다.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10월 2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삼성간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태극기를 새긴 글러브를 끼고 공을 던졌다.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3년 서울시장 때 시구했으며 2008년 시즌 개막전에서는 대통령 일정이 노출되면서 시구행사가 무산됐다. 대신 이 전 대통령은 2011년 9월 3일 LG와 SK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에서 김윤옥 여사와 함께 야구를 관람했다. 4회 ‘키스 타임’ 때 김 여사와 입맞춤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내무부장관 시절 고교야구대회에서 시구한 바 있으나 프로야구 경기에서 시구한 적은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시구를 하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시론] ‘열린 혁신’과 정보공개/박수정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

    [시론] ‘열린 혁신’과 정보공개/박수정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 과제 수행을 위한 각종 위원회와 혁신 태스크포스(TF), 추진단 구성이 한창이다. 정책 수준의 민관 협치와 시민 참여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사회혁신과 정부혁신을 위한 여러 추진단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전 정부와 달리 조직화된 시민사회가 아닌 자발적 개인들의 네트워크를 시민 참여의 기반으로 한다고 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정부혁신 플랫폼 ‘광화문 1번가’를 열고 내년에는 정보공개, 기록관리 제도를 전면 개편하기로 돼 있다. 각급 행정기관들도 이제는 시민 친화적인 운영 방향과 사업 프로그램으로 탈바꿈하고 있다.이러한 시민 참여와 혁신을 위한 기본 장치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보공개제도라고 할 수 있다. 시민사회에선 김대중 정부가 처음 도입한 이래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정보공개제도를 되짚어 보기 위해 ‘정보공개 20주년 백서’를 행정안전부에 제안했고, 성과물이 곧 나올 예정이다. 그동안 정보공개제도가 시민의 삶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한마디로 공공정보 공개는 국민의 알권리·인권·자기결정권·건강권·환경권·복지권·행복추구권·민관 간 신뢰구축 등으로 통하는 문이며, 정보공개제도는 그 열쇠였다. 바로 이 같은 정보공개 유관 활동과 그 활동의 결과로 우리 사회는 조금씩 각종 개혁과 신뢰사회, 그리고 생활 속 안전 같은 것들에 다가가고 있다. 개별 시민과 집단들 또한 정보공개제도를 활용해 권리 찾기부터 민원 해소, 소비자 안전, 환경보전, 공동체 복원 관련 활동 등에 이르기까지 공적?사적 이익과 유관한 자료와 정보를 취득해 왔다. 그 결과 사회적으로 크고 작은 반향을 일으켰거나 영향력 있는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판공비 공개 운동,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항생제 남용 병·의원 정보 공개 등 그 예는 수없이 많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은 공공정보 공개 시스템, 애플리케이션 개발로 이어지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보공개 등 투명 행정을 무척 강조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봤던 만큼 정보공개제도에 대한 이해가 높다. 그런 만큼 문 대통령이 정보공개제도의 전면 개편을 강조하는 것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정부에선 사회 각 영역의 정보공개 폭을 넓히고 질을 높이되 정보공개와 공유를 통한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도 겨냥하고 있다. 그에 발맞춰 정부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보공개제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의 틀을 갖추기까지는 각계의 제도개선 노력이 주요 활동 축을 이루었다. 앞으로는 법제도 그 자체보다는 법제가 좀더 잘 작동되면서 효능감이 크고 관련되는 모든 사람들이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여건과 토대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 가야 할 것이다. 정보는 국력이고 국민의 것이기 때문이다. 공직의 가치가 과연 무엇인지 시작점에 다시 서서 되새겨 보는 일도 중요하다. 정부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고 나누며 시민에게 돌려주는 일 하나하나가 공직자의 소임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보공개 유관 지식, 정보, 업무처리 요령, 청구 유의점, 상호 대응 등과 관련되는 공공기관 구성원과 일반 국민의 인식과 행태를 개선하기 위한 교육홍보에도 더욱더 중점을 두었으면 한다. 이런 뜻에서 정보자료와 통계의 생산·축적·가공에 모든 해당 기관과 시민사회·언론이 함께 진력해 갔으면 한다. ‘열린 혁신’을 위해서다. 새로운 국민주권시대에 맞춰 지자체별, 공공기관별, 중앙부처별 정보공개제도의 운영을 위한 적정 설계도 필요하다. 물론 표준적인 가이드라인은 있겠으나 모든 기관의 조직·인력·예산이 다르고 처한 상황도 천차만별이긴 하다. 따라서 각 공공기관의 지향·역량·상황에 따라 정보공개제도의 기본 틀과 운영 모형을 적정하게 디자인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민관 간 원활한 소통과 실질적인 참여 기제의 구축·운용은 필수다. 정보관리 시스템의 통합과 연계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 간에도, 각 기관의 정보공개 관련 업무에 관한 지식과 정보의 공유가 가능하게끔 종합적 지식 관리 시스템도 마련해 갔으면 한다.
  • [데스크 시각] 조국 수석, 국감에 당당히 나가라/김성수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조국 수석, 국감에 당당히 나가라/김성수 정치부장

    “집이나 잘 지키고 있어야죠. 나가긴 어딜 나갑니까.” 이명박(MB) 정부 시절 민정수석 A씨는 이렇게 말했던 걸로 기억난다. 청와대가 국회에서 업무보고를 하는데 왜 안 나가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이명박 정부만 그랬던 건 아니다. 역대 정권의 민정수석은 늘 ‘열외’였다. 국회 업무보고 때나 국정감사 때 증인으로 불러도 항상 빠졌다. 과거에도 안 나갔으니 이번에도 안 나가도 된다는 논리다. ‘관행’이라는 한마디와 함께 뻔한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 한 장만 써 내면 됐다. 문재인 정부도 다르지 않다. 지난 8월 22일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국회에서 첫 업무보고를 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역시 불참했다. 민정수석은 국회에서 불러도 거의 안 나간다. 불문율이다. 예외는 있었다. 지금까지 다섯 번 민정수석이 국회에 나갔다. 김대중 정부 시절 신광옥 수석(2000년), 노무현 정부 때 문재인 수석(2003년 2번, 2004년 1번)과 전해철 수석(2006년) 정도다. 공교롭게 모두 진보정권 시절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등 보수정권 시절에는 없었다. 박근혜 정부 때는 김영한 민정수석이 김기춘 비서실장이 국회에 나가라고 하자 ‘항명’하며 자리까지 내던졌다. 우병우 민정수석도 국정 농단 개입 의혹이 커지면서 국회에 나오라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끝까지 버텼다. 꺼리는 게 이해는 된다. 민정수석은 검찰, 국정원 등 사정기관을 관할한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등 기밀 업무를 다룬다. 국회에서 묻는다고 선뜻 답변하기 어려운 민감한 내용이 많다. 국회 증인석에 섰다가 하루 종일 정치공세에만 시달릴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부름’을 번번이 무시하는 건 잘못이다. ‘민정수석=열외’라는 비정상적인 관행은 이번 정부부터 없애야 한다. 11월 6일과 7일 국회에서 청와대 국감이 있다. 야당은 조국 수석을 증인으로 불렀다. 고위공직자 인선 검증 문제를 묻겠다고 벼르고 있다. 청와대는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조 수석은 불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공직자 후보를 누가 추천했는지 낱낱이 공개하는 인사추천실명제까지 도입하려는 마당이다. 관련 후보자의 명예에 누를 끼치지 않는다면 어떻게 인사 검증을 했는지 밝히는 게 맞다. 문재인 정부와 걸맞지 않았던 몇몇 인사는 도대체 누구의 추천으로 이름을 올렸는지 사실 자못 궁금하다. 문재인 정부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첫 번째 공약으로 꼽고 있다. 공수처 출범 여부는 결국 국회의 손에 달렸다. 민정수석은 일부러라도 국회를 찾아가 설득을 해야 할 판이다. 국회에 나가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야당도 달라져야 한다. 조 수석의 운동권 경력이나 모친의 세금체납 의혹을 되풀이하는 등 정쟁의 기회로만 악용한다면 더 큰 역풍을 맞게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조 수석은 취임 일성으로 “민정수석은 (검찰)수사 지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전 검찰 출신 민정수석들에게서는 들을 수 없었던 참신한 선언이다. 약속처럼 조 수석은 지난 5개월간 검찰 수사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말뿐 아니라 행동도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 문 대통령도 민정수석 시절 세 번이나 국회에 나갔다. 조 수석도 못 나갈 이유가 없다. sskim@seoul.co.kr
  • 영진위 신임위원 7명 선임

    문화체육관광부가 2개월 가까이 공석이었던 영화진흥위원회 신임 위원 7명을 선임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에 따라 영진위는 조만간 신임 위원장 공모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신임 위원으로 선임된 영화인은 노무현 정부 시절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창동 감독의 동생인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를 비롯해 강원숙 프로듀서, 김영호 촬영감독, 김현정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 모지은 영화감독, 조영각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 주유신 영산대 게임영화학부 교수다. 신임 위원들은 이날 도종환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임기는 2019년 10월 22일까지 2년이며 비상임이다. 현행 규정상 영진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9인으로 구성하게 돼 있어 문체부는 1명을 추가 선임할 예정이다. 신임 위원들은 오는 31일 첫 회의를 열고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신임 위원장 공모 절차를 확정할 예정이다.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의 후보를 압축하면 이 가운데 한 명을 문체부 장관이 신임 위원장으로 임명하게 된다. 문체부는 이번 인선 과정이 영화계 추천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으며 영화 예술 및 산업 등에서의 전문성과 경험, 성과 연령 등을 균형 있게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탈원전은 대세… 친환경 ‘에너지 제로주택’ 노원 첫 입주”

    [자치단체장 25시] “탈원전은 대세… 친환경 ‘에너지 제로주택’ 노원 첫 입주”

    “탈원전 정책 기조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원구 ‘에너지 제로주택’은 큰 상징성을 갖게 될 것입니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지난 10일 서울 노원구청 사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제로주택 설립 의미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에너지 제로주택은 노원구 하계동에 건설된 친환경에너지자립 단지이다. 태양광과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전체 단지 내 필수 에너지 사용량 60%를 생산하도록 설계됐다. 에너지 제로주택은 그동안 실험용으로만 시도했을 뿐 대단위 거주용으로 조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원구와 국토교통부, 명지대가 함께 국가 연구개발로 추진해 다음달 입주를 앞두고 있다. 김 구청장은 “이제까지는 건축할 때 외부 디자인이나 실내 편의성만 생각하고 에너지를 얼마만큼 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면서 “에너지 제로주택 설립 이후에는 단열 등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에너지 제로주택은 태양광과 지열 등을 통해 에너지를 자체 생산할 뿐만 아니라 삼중유리나 단열재 등을 통해 열 손실을 최소화했다. 실제 2014년 에너지 제로주택의 실험용 주택에서 에너지 사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 일반 주택보다 전력 사용량이 획기적으로 내려갔다. 실내 온도를 25도로 설정하고 24시간 에어컨을 틀었을 때 실험용 주택에서는 233㎾로 5만원 정도 부과되는 것으로 관측됐다. 에너지 제로주택이 노원구에 유치되기까지는 김 구청장의 공이 컸다. 김 구청장은 에너지 제로주택 유치를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2014년 국토부가 발주한 ‘제로에너지 주택 실증 단지’ 공모 사업에서 노원구는 대구, 세종시와 경합했다. 김 구청장은 기초자치단체인 노원구가 광역자치단체인 대구나 세종시에 밀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서울시 이름을 빌려 체급을 맞춰 달라’고 도움을 청했다. 공모 심사를 위한 인터뷰에서는 단체장 중 유일하게 김 구청장이 직접 참석해 노원구 유치 필요성을 알렸다. 덕분에 ‘자치단체장의 의지’ 항목에서 노원구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김 구청장은 에너지 제로주택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 방향과도 맞아떨어진다고 봤다. 김 구청장은 “원자력 발전소와 대형 석탄 발전소는 이제 더는 짓지 않아야 한다”면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생산하는 분산형 에너지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에너지 제로주택은 건축 분야에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은 김 구청장의 오랜 신념이기도 하다. 김 구청장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축으로 ‘공존의 시대’라는 제목의 책 집필을 시작했다. 김 구청장은 “지구가 유한하다는 전제하에 경제 시스템을 새롭게 짜야 한다”면서 “에너지 정책뿐만 아니라 경제 정책을 근본적으로 새로 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공릉동 옛 화랑대 역사에 조성 중인 철도공원도 김 구청장이 임기 내 공을 들여 추진한 사업이다. 경춘선 기차역이 상봉역으로 옮기면서 폐선부지가 생기자 김 구청장은 박 시장에게 이곳에 철도박물관을 만들자고 건의했다. 박 시장도 이에 동의하면서 사업이 추진됐다. 올해 서울시로부터 토지 사용 허가를 받고 공사를 시작해 내년 하반기 정도에 개관한다는 목표다. 특히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철도공원 약 700m 구간에는 노면전차를 부활해 관광코스로 운영할 계획이다. 김 구청장은 최근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해 무쿠다 마사오 히로시마 전철주식회사 사장으로부터 노면전차를 무상으로 양도받기로 했다. 김 구청장은 “노면전차를 타고 온 사람들이 1950년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온 것처럼 느낄 수 있게 꾸밀 예정”이라면서 “볼거리뿐만 아니라 교육용으로도 인기 있는 테마 공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창동차량기지 이전 부지를 노원구의 ‘100년 먹거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서울시는 창동차량기지와 도봉면허시험장 이전 부지 등 도봉구 창동과 노원구 상계동 일대 약 98만㎡에 복합문화공간과 창업 관련 시설, 복합환승센터 등을 짓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창동차량기지 인근에 대규모 케이팝 공연장이 들어설 예정”이라면서 “차량기지와 도봉면허시험장 부지를 통합 개발하면서 일부분은 한류의 대표 품목인 화장품 산업을 위한 연구개발(R&D) 집적센터를 조성하고 이를 전시 판매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김 구청장은 노원구가 최근 8·2부동산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데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구청장은 “투기의 근본원인을 제거해야 하지 투기 지역을 지정하는 정책은 옳지 않다”면서 “다주택 소유자가 거주 목적이 아닌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사는 데 대한 정책을 펴는 게 맞다.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누진세를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구청장은 직원들로부터 ‘아이디어맨’으로 불린다. 서울시에서는 처음으로 전 구민을 대상으로 ‘자전거 보험’에 가입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구청 공무원 승진 시험에 필독 독서를 읽고 이에 관한 논술 시험을 보는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각종 인사청탁을 차단하고 책 읽는 문화도 확산시키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구청의 한 직원은 “필독 독서 주제가 4차 산업혁명부터 우주의 기원까지 주제가 다양하다”면서 “처음에는 일도 바쁜데 한가하게 책을 읽을 시간이 있나 싶었는데 이제는 꼭 승진시험 때문이 아니더라도 독서가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또 노원구의 이색적 풍경 중 하나는 구민 휴대전화나 차량 등에서 ‘행복은 삶의 습관입니다’라는 표어가 적힌 스티커를 종종 목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구청장은 민선 5~6기를 연이어 역임하면서 ‘마을공동체 복원’에 힘써 왔다. 이 같은 일환으로 구민들의 행복을 위한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하루 다섯 번 감사하기, 매일 나와 이웃을 한 번 이상 칭찬하기, 일주일에 3일 30분 이상 운동하기 등 10가지 방법을 실천하고 이를 주변에 전파하는 것이다. 김 구청장은 “최근에는 딸도 행복 운동을 실천하겠다며 아빠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는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며 웃었다. 김 구청장은 내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김 구청장은 이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구청장 3선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출마 뜻을 밝혔다. 김 구청장은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적당한 때에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김성환 구청장은 누구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 정책조정 비서관 역임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전남 여수 거문도 출생으로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서 같은 대학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정치에 입문해 노원구의원과 서울시의원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대통령 비서실 정책조정 비서관을 역임하면서 ‘정책통’으로 불렸다. 2010년 민선 5기에 이어 6기 노원구청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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