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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삽자루와 마린보이/박현갑 논설위원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최근 나이키와 재계약했다고 한다. 계약금액이 연간 2000만 달러(약 224억 1000만원)로 알려졌다. 나이키는 우즈가 프로골퍼로 데뷔한 1996년 5년간 스폰서십 대가로 4000만 달러를 줬다. 농구 등 다른 종목에 비해 시장 점유율이 신통찮았던 골프부문을 키우려고 유에스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3연패한 우즈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본 것이다. 이후 우즈가 마스터스 대회 등 메이저 대회에서 잇따라 우승하면서 나이키는 골프 의류나 신발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늘렸다. 스포츠 마케팅의 성공사례 가운데 하나로 회자되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은 기업이 돈이나 물품 등을 특정 팀이나 선수에게 지원하고 그 대가로 관련 사업권을 받고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경영행위다. 야구, 축구, 농구 등 인기 스포츠 종목일수록 많이 활용되고 있다. 1852년 미국 뉴잉글랜드 철도회사가 하버드대와 예일대 운동선수들에게 무료로 교통편을 제공한 게 효시라고 한다. 미 프로야구 구단인 LA다저스가 박찬호나 류현진, 노모 등 아시아 선수를 데려간 것은 이러한 스포츠 마케팅 전략이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증표다. 국내 스포츠 마케팅은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시작돼 2002년 월드컵을 거치면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최근 후원사가 끊겨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던 마린보이 박태환에게 뜻밖의 후원자가 나타나 화제다. ‘삽자루’라는 별명을 가진 대입수능 수학 강사 우형철(50) SJR 대표다. 우 대표는 2년간 10억원을 박 선수에게 지원한다. 그는 “5년 전 박 선수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학생들에게 꿈, 희망, 용기를 많이 심어줬는데 런던올림픽 이후 후원사가 안 생기더라”면서 “수영은 국가대표 끝내고 돈을 벌 수 있는 종목도 아닌데 훈련비 등을 선수가 댄다는 게 안타까웠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미국 여자골프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박인비 선수도 후원사가 없던 적이 있었다. 국내 기업들이 마케팅 효과를 낮게 보았거나 제품별로 후원하는 선수가 있었기 때문일 수 있으나 국내 기업의 스포츠 마케팅이 단기 성과 중심으로만 흐르는 것은 아닌지 재고해 볼 일이다. 삽자루는 우 대표가 가르치던 대입 재수생들이 붙여준 별명이란다. 졸다가 맞는 학생은 닿는 면적이 넓어 덜 아프고, 때리는 장면을 지켜보는 다른 학생들에게는 큰소리로 인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회초리로 삽자루가 제격이었다고 한다. 삽자루의 후원 소식이 비인기 종목에 대한 폭넓은 후원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박현갑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 행사 기록화 ‘칠태부인경수연도’ 보물 된다

    행사 기록화 ‘칠태부인경수연도’ 보물 된다

    문화재청은 ‘칠태부인경수연도’(七太夫人慶壽宴圖)와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권4∼7’ 등 유물 2건을 10일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칠태부인경수연도’는 신하 7명이 70세가 넘은 노모의 장수를 축하하고자 1691년 8월 경수연을 치른 후 기념으로 제작한 것을 1745년 이전에 새롭게 제작한 작품이다. 문화재청은 “후대에 그려진 모본(模本)이지만 유연하고 차분한 필선을 갖춘 데다 행사 내용을 압축적으로 전달해 우수한 행사 기록화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또 표암 강세황(1713~1791)이 33세 때 쓴 글이 포함돼 있어 작품의 제작 시기를 보다 분명히 추정할 수 있고 그의 30대 초반 필적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묘법연화경 권4∼7’은 조선 태종 5년(1405)에 전라도 도솔산 안심사에서 성달생(1376~1444)과 성개(?~1440) 형제가 필사한 대승경전을 새긴 목판본 전 7권 가운데 권4~7의 1책이다. 조선 초기의 불경 간행 방식을 알 수 있어 서지학과 불경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30일의 지정 예고 기간에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들을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아시아나機 美서 사고] “딸이 어깨·다리 다쳤다는데… 그 뒤로 연락 닿지 않아” 발 동동

    [아시아나機 美서 사고] “딸이 어깨·다리 다쳤다는데… 그 뒤로 연락 닿지 않아” 발 동동

    “딸 머리 위에서 불꽃이 튀고 선반이 부서져 내렸다고 하던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빨리 얘기를 해 줬으면 좋겠어요.” 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 탑승한 김지은(22·여)씨의 어머니 이춘희씨는 7일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운항동 1층에 마련된 피해자 가족 센터를 찾아 “딸이 방학을 맞아 미국 친척집으로 놀러 갔는데 도착할 때가 돼도 연락이 없어 걱정하던 차였다”면서 “딸이 어깨랑 다리를 다쳤다고 했는데 그 뒤로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오전 5시쯤 직원들을 소집해 비상대책본부를 꾸리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본사 교육훈련동에는 임시 취재본부가 마련됐고 새벽부터 국내외 언론사 기자 100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인천공항의 여객터미널 지하 1층에 대기실을 마련해 놓고 가족들에게 통보했지만 미처 연락을 받지 못해 본사를 찾아온 가족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사상자 수와 현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피해자 가족의 항의가 쏟아졌다. 이날 오후 5시 현재까지 공식 집계된 사망자 수와 사고 처리 과정에 대해서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공식 브리핑에서 “금번 사고로 인해 탑승객과 가족들, 국민들께 크게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사고 원인과 사상자 수, 부상자들의 상태 등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인천공항에 마련된 피해자 가족 대기실도 하루 종일 50여명의 취재진과 아시아나항공 관계자, 피해자 가족들로 북적였다. 오전 7시부터 항공사 측이 마련한 대기실에는 피해자 가족들의 안타까운 발길이 이어졌다. 대기실을 찾은 오모(52)씨는 “미국에 사는 부인과 아들을 만나기 위해 처형과 장모님이 비행기를 탔다”면서 “처형은 많이 다쳐 헬기로 실려 갔고 장모님은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셔 인근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데 연락이 안 돼 답답한 마음에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사 측이 기다려 달라고만 할 뿐 별다른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아 공항에서 TV를 켜 놓고 뉴스만 보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어머니와 아내가 사고 비행기에 탔다’는 50대 남성은 “여든의 노모가 사고를 당해 응급실로 갔는데 큰 외상이 없다는 이유로 항공사 측에서 자꾸 호텔로 돌려보내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이런 식으로 대처해도 되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오후 1시 33분 미국 샌프란시스코행 특별기를 마련해 피해자 가족들을 탑승시킬 계획이었지만 피해자 가족 상당수가 비자 등 출입국 절차 문제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당초 피해자 가족을 태우고 오후 4시 30분 출발할 예정이었던 샌프란시스코행 정규 노선 여객기는 현지 공항 사정으로 30분가량 지연됐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중국통신]친구 착오로 41년만에 재회한 쌍둥이

    [중국통신]친구 착오로 41년만에 재회한 쌍둥이

    서로 행방도 모른채 떨어져 살던 쌍둥이가 친구의 착오로 41년 만에 재회하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화시두스바오(華西都市報) 4일 보도에 따르면 쌍둥이는 41년 전 헤어진 뒤 형 청융(曾勇)은 쓰촨(四川)성 청두(城都)에서 양부모의 손에 길러졌고, 동생 류융강(柳勇剛)은 역시 쓰촨성의 네이장(內江)에서 자랐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입양으로 헤어진 쌍둥이는 서로의 생사조차 모른채 각자의 삶을 살기 바빴다.그러던 중 청융의 친구가 고향집에 들르기 위해 네이장에 갔다가 한 식당에서 우연히 동생 류융강을 보았고, 류융강을 청융으로 착각해 아는 체를 하면서 잃어버린 형제를 찾게 된 것. 청융의 친구는 “청두에 있어야 될 사람을 네이장에서 보아 깜짝 놀랐다.”며 “아무래도 이상해 친구(청융)에게 전화해보고 나서야 가슴아픈 가족사를 알게 됐다.”고 소개했다. 형제는 이후 1주일간 온라인으로 사진을 주고 받는 등 연락을 이어가다가 최근 노모 등 일가족과 재회했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agatha_hong@aol.com
  • [MLB] 괴물 ‘에이스 상징’ 200이닝 넘본다

    [MLB] 괴물 ‘에이스 상징’ 200이닝 넘본다

    미프로야구에서 한 시즌 200이닝 투구는 에이스의 상징이다. 시즌 내내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꾸준히 6이닝 이상 등판해야 가능한 수치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6·LA 다저스)이 데뷔 첫해부터 200이닝 돌파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필라델피아전에서 7이닝을 던진 류현진은 올 시즌 16차례 선발 등판 만에 100이닝(105이닝)을 돌파했다. 팀 내에서는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121과 3분의1이닝)에 이어 두 번째이며 내셔널리그 공동 15위다. 신인 중 100이닝 이상 던진 투수는 류현진이 유일하다. 이제 막 정규시즌 반환점을 돈 류현진은 앞으로 15차례 정도 등판이 예상된다. 현 추세라면 200이닝 가능성은 높다. 다저스에서 신인이 200이닝을 넘긴 것은 1979년 릭 서클리프(242이닝)가 마지막이다. 1981년 신인왕과 사이영상을 석권한 페르난도 발렌수엘라(192와 3분의1이닝), 1995년 신인왕 노모 히데오(191과 3분의1이닝)도 첫해 200이닝에 못 미쳤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200이닝 이상 던진 투수는 모두 30명으로 팀당 1명꼴에 불과하다. 한편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오는 6일 샌프란시스코 원정 경기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중간에 다저스의 휴식일이 하루 끼어 있어 5일 콜로라도전 원정 경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어머니 협박해 유언장 고친 美명문가 상속자 판결 3년만에…89세 나이로 ‘감옥행’

    유언장을 바꿔 유산을 상속받은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미국의 부호 애스터 가문의 상속자 앤서니 마셜(89)이 유죄 판결을 받은 지 3년 반 만에 수감됐다. 미 뉴욕 맨해튼법원은 21일(현지시간) 앤서니의 재심과 수형면제 요구를 기각하고 보석 상태에 있었던 앤서니에 대한 수감을 명령했다. 노모인 브룩 애스터를 핍박하고 유언장을 바꾼 혐의로 가족 간 소송 끝에 2009년 단기 1년, 장기 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그는 고령으로 인해 수감 생활을 할 수 없고, 재판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며 사법적 저항을 계속해 왔다. 이 재판은 뉴욕 사교계의 명사인 애스터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 둔 유일한 아들인 앤서니로부터 핍박을 당하고, 유언장마저 바뀐 사실이 앤서니의 아들 필립의 폭로로 화제가 됐다. 이 같은 학대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검찰은 앤서니가 알츠하이머에 걸린 애스터의 심신 미약 상태를 이용해 재산상 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죽음으로 되돌아가는 여행은 누구에게나 공평” 빈손과 빈 몸으로 떠나는 詩人

    “죽음으로 되돌아가는 여행은 누구에게나 공평” 빈손과 빈 몸으로 떠나는 詩人

    ‘그날 당신이 떠나던 날/당신을 만나러 조문객들이 자꾸 몰려오던 날/나는 문간에서/이리저리 흩어지고 뒤집힌 그들의 구두를 정리했다/이제 산 자의 신발을 정리하는 일과/죽은 자의 신발을 정리하는 일이/무엇이 다르랴’(신발 정리) 죽음이 바로 머리 위에 떠 있는 듯 가깝다. 하지만 그 죽음은 느닷없는 공포가 아니라 평온한 인과관계로 다가온다. 인생이라는 여행을 끝내는 ‘완성’이자 ‘되돌아감’이기 때문이다. 정호승(63) 시인이 지난해 등단 40주년을 스스로 기념해 냈다는 11번째 시집 ‘여행’ 얘기다. “우리는 누구나 여행자잖아요. 결국 떠나온 곳으로 되돌아가야 여행이 완성되지 않습니까. 죽음으로 되돌아가는 여행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피할 수 없는 여행이죠.” 시인은 우리가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기 전, 일생을 살면서 가장 깊이 탐험해야 할 곳은 인간의 마음속, 사랑의 가치라는 결론에 이른다.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아직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뿐이다’(여행) 사랑의 가치를 아는 시인은 타인에겐 한없이 맑고 순한 눈길을 건넨다. ‘나의 불행을 통하여 남이 위로받기를 원하며’(아침에 쓴 편지) 밥을 먹을 정도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더없이 가혹하고 야멸차다. 자신의 자존심의 심장에 스스로 칼을 꽂는 자객이 되고 만다. ‘칼을 들고 내 자존심의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객처럼 자존심의 심장에 칼을 꽂아도/자존심은 늘 웃으면서 산불처럼 되살아났다/(…중략)/버릴 수 있는 자존심이 너무 많아서 슬펐던 나의 일생은/이미 눈물도 다 지나가고/이제 마지막 하나 남은/죽음의 자존심은 노모처럼 성실히 섬겨야 한다’(자존심에 대한 후회) “자존심이 너무 많아서 문제였어요. 자존심이 없었다면 더 폭넓고 깊이 풍부한 삶을 살았을 텐데 이놈의 자존심이 문제예요. 이젠 다 버려야 하지만, 마지막 지켜야 할 것은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는 죽음의 자존심이죠.” 후회와 반성이 유난히 돌올한 이유에 대해 시인은 “후회할 일이 (남들보다) 더 많은 삶을 살아왔다”며 “손과 발이 모두 소중한 가치인데 깨닫지 않고 살아온 것도 그중 하나”라고 했다. ‘손에 대한 묵상’ ‘손에 대한 후회’ 등 손·발에 대한 시편들은 그가 건네는 삶에 대한 압축적인 가이드나 다름없다. ‘손에 많은 것을 쥐고 있어도 한 손은 늘 비워둘 것/내 손이 먼저 빈손이 되어 다른 사람의 손을 자주 잡을 것’(손에 대한 예의) 이렇게 시인은 ‘빈손’과 ‘빈 몸’으로 떠나는 여행자의 자리에 섰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국적기 항공료의 ‘거품’… 내국인 승객만 봉?

    국적기 항공료의 ‘거품’… 내국인 승객만 봉?

    정보기술(IT) 업체를 경영하는 노모(37)씨는 미국 출장길에 가급적 외국 항공사를 이용한다. 출장 스케줄에 따라 국적기를 타기도 하지만 왠지 ‘바가지 썼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외국 항공사보다 훨씬 비싼 항공료를 지불하지만 그렇다고 그만한 ‘값어치’의 서비스를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올여름 해외로 휴가를 떠날 계획인 전모(51)씨는 여행사 홈페이지를 찾아보다 국내 항공사와 외국 항공사의 항공료 차이에 깜짝 놀랐다. “이젠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국적기는 아예 클릭조차 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그렇다면 국적기 요금은 왜 비쌀까. 사실 항공권은 같은 일반석이라도 예약 시점이나 체류 기간, 출발 시간, 경유 여부, 마일리지 적립 등의 조건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유독 국적기 요금이 외국 항공사에 비해 턱없이 비싼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거품이 낀 것은 아닐까. 항공업계에서는 국적기와 외국 항공사의 가격 차이를 ‘시장의 논리’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내국인이 자국에서 외국으로 나갈 때 외국 항공사보다는 국내 항공사를 선호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손님이 많으니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심리적인 요인이 반영된 것으로, 항공업계에선 이를 ‘우월한 경쟁력’으로 분석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적기의 요금이 비싼 것은 전 세계 공통”이라며 “국적기가 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기준에 맞춰 가격을 책정하고 있는데 국적기라고 해서 비싸게 받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권 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주나 유럽 노선은 물론이고 동남아 노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천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오가는 항공권 요금을 비교해 보자. 체류 기간은 1년을 기준으로 하고 유류할증료와 세금이 포함된 가격이다. 대한항공을 이용해 8월 10일 인천에서 LA 구간을 이용할 경우 일반석 편도 요금은 213만 3100원이다. 이에 비해 유나이티드항공(UA)은 같은 날 인천에서 LA까지의 일반석 편도 요금이 181만 200원이다. 가격 차이가 32만 2900원이 난다. 또 8월 18일 LA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대한항공의 일반석 편도 요금은 161만 2000원, 아시아나항공은 178만 7000원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은 비행 시간이 2시간 더 소요되는 반면 요금은 67만 4000원을 받고 있다. 가격이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것은 물론이고, 자국에서 출발하는 국적기의 항공료가 더 비싸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잃는다. 아시아나항공은 자국으로 들어오는 항공권 요금이 더 비싼 경우가 많았다. 결국 시장 논리대로 손님이 많으니 눈 딱 감고 많이 받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에서 출발하는 우리 국적기가 미국에서 출발하는 미국 국적기보다 가격이 최고 400~500달러 이상 비싸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내 항공사들은 현재 요금을 내릴 기미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비성수기보다 비싸게 요금을 받을 수 있는 성수기 날짜를 늘려 잡는 데 골몰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온다. 이런 배경에는 외국 항공사보다 ‘좋은 서비스 제공’이란 항공사의 주장이 깔려 있다. 최대 무기가 승무원과의 언어 소통 편리성이다. 대한항공은 가장 많은 태평양 횡단 노선망 운영, 직항 노선에 따른 비행 시간 단축, 웰빙 메뉴 등 최고의 기내식, 타 항공사 연결편 승객에게 언어소통 서비스 제공 등을 강점으로 꼽았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다양한 기내식 제공, 비즈니스석 전용 침구세트 제공 등을 서비스의 특징으로 내세웠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항공사들은 국제항공수송협회(IATA)의 운임 기준표를 바탕으로 운임을 결정한다”며 “IATA는 민간 항공사들이 결성한 단체여서 운임에 대한 강제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국적 항공사의 항공권 요금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은 없고 국적기 인지도 등 경영 전략 차원에서 결정된다”고 전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MLB] 이치로에 솔로 홈런 허용…류, 한일 투수전 첫 패배

    류현진(26·LA 다저스)이 베테랑 일본인 투타에 판정패했다. 류현진은 20일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미프로야구(MLB) 뉴욕 양키스와의 원정경기 더블헤더 1차전에서 스즈키 이치로(40)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는 등 6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3실점(3자책)하며 시즌 3패(6승)째를 안았다. 반면 선발 맞대결을 펼쳤던 구로다 히로키(38)는 6과3분의2이닝 동안 2실점(2자책)하며 시즌 7승(5패)째를 올렸다. 이날 경기 전까지 한국 MLB 선수들은 일본인 투수와의 맞대결에서 6승 무패의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박찬호(은퇴)가 다저스에서 뛰던 2000년 이라부 히데키와 한 차례, 요시이 마사토와 두 차례 맞붙어 모두 승리를 따냈다. 2004년에는 몬트리올 소속이던 김선우(두산)가 노모 히데오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투수가 됐고 서재응(KIA)과 김병현(넥센)도 2005~06년 오카 도모카즈와 각각 한 차례 만나 승리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를 펼쳤음에도 패전의 멍에를 쓰고 말았다. 류현진은 관심을 모았던 이치로와의 대결에서도 안타와 홈런을 내줬다. 첫 대결인 2회 2루수 쪽 내야안타를 허용해 무사 1, 2루에 몰렸고 결국 두 점을 내줬다. 4회 두 번째 대결에서는 3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했으나 6회 우측 담장을 넘는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142㎞짜리 직구가 몸쪽으로 잘 들어갔으나 이치로가 노련하게 받아쳤다.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홈런을 맞은 게 가장 아쉽다. (구로다와의 한·일 맞대결은)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서부와 3시간 시차가 있는 동부 원정인 데다 우천으로 등판이 하루 연기된 탓인지 류현진의 컨디션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3㎞를 찍었으나 대부분 145㎞ 근처에서 형성됐다. 총 111개를 던졌는데 스트라이크와 볼의 비율이 67-44로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땅볼을 12차례나 유도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다저스 타선은 4회까지 매 이닝 출루했으나 득점에 실패해 류현진을 돕지 못했다. 특히 4회 무사 2, 3루 찬스에서 안드레 이디어의 타구가 투수 직선타로 잡히면서 귀루하지 못한 3루 주자가 함께 아웃되고 말았다. 류현진은 2-3으로 뒤진 7회부터 마운드를 넘겼으나 구원 투수들이 추가 실점했고 다저스는 결국 4-6으로 패했다. 다저스는 그러나 뒤이어 열린 더블헤더 2차전에서는 야시엘 푸이그 의 홈런 등에 힘입어 6-0 완승을 거두고 32년 만에 양키스타디움에서 승리를 따냈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25일 홈인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샌프란시스코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씨줄날줄] 냉면의 역설/서동철 논설위원

    냉면집에 가면 함께 자리한 이들에게 묻는다. “냉면이 어느 계절 음식인 줄 알아?” 고민스럽게 마련이다. 여름철 음식의 대명사인 냉면을 두고 어느 계절 음식이냐니…. 혹시 다른 ‘깊은 뜻’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며 섣불리 “여름”이라는 대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렇다. 정답은 ‘냉면은 겨울 음식’이다. ‘냉면은 한겨울 밤의 뜨끈한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먹는 맛이 최고’라는 어르신의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냉면이 겨울 음식인 이유는 싱겁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여름에는 만들어 먹을 수 없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조선시대 서울에는 석빙고가 있어 한여름에도 고관대작에게는 눈곱만큼씩의 얼음을 나누어 주었다는 기록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보석에 버금가게 희귀한 얼음을 국수를 헹구어 먹는 데 쓴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냉면의 역설은 또 있다. 평양냉면의 사리를 구성하는 주재료는 메밀이다. 주성분은 루틴으로, 지방과 콜레스테롤 성분을 인체 밖으로 배출시켜 주는 훌륭한 역할을 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냉면이나 일본의 메밀국수가 세계적으로 뛰어난 건강식품으로 각광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고기는 명절이나 되어야 먹을 수 있던 전통시대 메밀은 당연히 같은 이유로 ‘나쁜 식품’이었다. 문학평론가이자 소설가인 김남천(1911~1953)의 수필 ‘냉면’에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 ‘한방에서 냉면은 백해(百害)는 있을지언정 일리(一利)도 없는 식품이라고 한다’고…. 메밀은 보릿고개를 넘기 힘겨웠던 시절 건강에 좋지 않은 줄 알면서도 배고픔을 참기 위해 심었던 구황작물이었다. 그러던 것이 영양 과다에 시달리는 현대 사회에서 좋은 먹거리로 위상이 역전된 것이다. 마지막 역설은 조미료다. 이른바 ‘화학 조미료’라고 부르는 글루타민산나트륨이다. 얼마 전 조미료를 쓰지 않는 냉면집을 ‘착한 식당’으로 소개하고자 무진 애를 썼지만 결국 찾아내지 못한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냉면은 평안도가 고향이지만, 1920년대 이미 서울에 줄지어 냉면집이 생겼을 정도로 일찍부터 대중화됐고, 적지 않은 냉면집이 당시 일본에서 들어온 새롭고 값비싼 화학 조미료 ‘아지노모토’를 쓴다는 사실을 감추기는커녕 오히려 부각시켰다는 사실은 아마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진리가 어느 시대에도 똑같은 진리는 아닌 것 같다. 냉면 하나만 봐도 한때의 정설이 시간이 흐르면 역설이 되지 않는가. 어릴 적 들었던 이야기를 평생 금과옥조로 여기며 우기면 바보가 되기 십상이다. 냉면이 전해 주는 교훈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세상의 기원 밝혀내려는 프리랜서 작가의 ‘행복한 통찰’

    세상의 기원 밝혀내려는 프리랜서 작가의 ‘행복한 통찰’

    화가 고갱은 1898년 2월 동료 몽프레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자살시도를 고백한다. 자살을 시도하기 전 그렸다는 그림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꼬박 한 달간 밤낮으로 지금까지 없었던 정열을 쏟았다. 복음서와 비교할 만한 주제를 그렸다”고 털어놨다. 작품의 이름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그림은 종교적이며 철학적인 이 세 가지 물음을 쫓아간다. 고갱은 화단의 무관심과 아끼던 딸의 죽음, 질병과 심장발작에 시달리던 극심한 고통 속에서 궁극의 수수께끼에 천착했던 것이다. 110여년 뒤 미국의 프리랜서 작가인 짐 홀트는 단순히 호기심 때문에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철학의 역사에서 가장 심오하고 오래된 문제다. “세상은, 그리고 나는 왜 존재하는가?” 하이데거의 “왜 세상은 무가 아니라 유인가?”와 같은 말이다. 홀트의 궁금증은 세 갈래로 이뤄진다. 세상을 신과 같은 초월적 존재의 결과물로 볼 것이냐, 그냥 주어진 사실로만 인정할 것이냐의 ‘신’과 ‘비이성’이 양갈래를 이룬다. 그 사이에는 우주 전체의 질서를 아직 수학적으로 풀어내지 못했을 뿐이라는 담론이 놓인다. 형이상학적 수수께끼를 찾아 떠나는 여정은 사파리 여행처럼 유쾌하다. 우리 시대 최고의 철학자, 신학자, 분자물리학자, 우주철학자, 신화학자, 소설가 등이 동참한다. 저자는 파리, 런던, 옥스퍼드, 피츠버그, 텍사스 오스틴 등을 돌며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때론 유쾌하면서도 논리적으로 토론을 이어간다. 첫 대화 상대는 현존 최고의 과학 철학자인 아돌프 그륀바움 교수. 그는 의식의 다양성과 인간정신이 일으키는 문제들에는 매력을 느끼지만 존재의 이유에 대해선 철저히 무시한다. 우주의 탄생을 알리는 ‘빅뱅’ 역시 존재의 수수께끼를 풀어주지 못하는 또 하나의 수수께끼일 뿐이다. ‘자연 신학’의 창시자인 종교철학자 리처드 스윈번은 유신론적 방식을 취한다. 세상의 존재를 설명해줄 수 있는 가장 단순한 가설은 바로 모든 것의 뒤에 신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양자역학의 작동 원리를 고안한 과학사상가 데이비드 도이치는 빅뱅이 왜 일어났는지 양자이론이 설명해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존재 문제에 대해선 답해줄 수 없다고 단언한다. 소립자물리학 ‘기본 모형’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티븐 와인버그는 어떤 설명도 존재의 수수께끼를 풀 수 없다고 주장한다. 현존 최고의 수리물리학자인 로저 펜로즈 교수가 보여주는 존재의 실체는 기적처럼 스스로를 창조하고 유지하는 모습이다. 저자는 10대 소년시절, 동네 도서관에서 사르트르와 하이데거의 책을 만난 뒤 무신론의 길에 들어섰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신의 존재를 인정한 철학자 스윈번과의 만남 이후 기쁨에 들떠 거리를 정처 없이 배회하기도 한다. 또 죽음을 앞둔 노모 앞에선 평소 그의 어머니가 즐겨부르던 노래를 읊조린다. 창밖의 아름다운 세상을 찬미하면서…. 독자들은 세상의 기원을 밝히려는 홀트의 행복한 통찰 속에서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MLB] 한국인 세 번째… 다르빗슈도 못한 대기록

    [MLB] 한국인 세 번째… 다르빗슈도 못한 대기록

    박찬호와 김선우(두산)에 이어 한국인 메이저리거 세 번째로 완봉승을 거둔 류현진(LA 다저스)은 일본의 내로라하는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클리블랜드)와 다르빗슈 유(텍사스)도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을 데뷔 첫해 11번째 등판 만에 세웠다. 1996년부터 다저스에서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활약한 박찬호는 다섯 번째 시즌 만인 2000년 9월 30일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첫 완봉승을 거뒀다. 2001년 빅리그에 선 김선우도 4년 뒤인 2005년 9월 25일 콜로라도 유니폼을 입고 샌프란시스코에 처음 완봉승을 따냈다. 류현진의 페이스는 일본인 메이저리거보다도 훨씬 빠르다. 2007년부터 빅리그에서 활약한 마쓰자카는 통산 50승을 올렸지만 완봉승은 없다. 첫해 완투를 한 차례 기록한 게 전부다. 지난 시즌 텍사스 유니폼을 입은 다루빗슈는 완봉은 물론 완투도 아직 없다. 구로다 히로키(뉴욕 양키스)는 데뷔 첫해인 2008년 다저스에서 두 차례 완봉승을 올렸지만 류현진보다 늦었다. 13번째 등판에서 첫 완봉승이 나왔다. 1995년 다저스에서 ‘토네이도 돌풍’을 일으키며 신인왕을 거머쥔 노모 히데오가 류현진과 같은 11번째 등판에서 첫 완봉승을 기록했다. 29일 에인절스전에서 류현진은 13년 전 첫 완봉승을 거둔 박찬호의 모습과 여러모로 교차됐다. 당시 박찬호는 최고 154㎞의 강속구를 던졌는데 류현진도 이날 데뷔 후 가장 빠른 153㎞의 직구로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박찬호는 8회 홈런을 치는 등 투타에서 펄펄 날았고 류현진 역시 2루타를 기록하는 등 타석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박찬호는 직구에 이어 커브를 주무기로 활용한 반면 류현진은 체인지업을 눈부시게 구사했다. 박찬호는 삼진(13개)으로 가장 많은 아웃카운트를 잡았지만 류현진은 땅볼(12개) 위주의 맞춰 잡는 피칭을 선보였다. 박찬호는 볼넷 한 개를 허용했으나 류현진은 무사사구로 첫 완봉승을 장식했다. 당시 박찬호는 개인 최고 성적인 18승을 올렸는데 류현진은 그때의 박찬호보다 페이스가 좋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정한조의 짐작은 제대로 들어맞았다. 내성에 두고 온 상단들이 울진 포구로 회정하는 길인 너삼밭재에서 버려진 차인꾼의 시신을 거두었다. 십이령이라고 함은 쇠치재, 바릿재, 샛재, 너삼밭재, 너불한재, 작은한나무재, 넓재, 코치비재, 곧은재, 막고개재, 살피재, 모래재를 일컫는 것인데, 담꾼의 시신이 발견된 너삼밭재는 울진 포구 경내인 샛재와 저진터재 사이에 있었다. 그 고개가 넓재에 비하면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울진 포구 소금 상단이나 어물 상단들이 밥자리로 자주 이용하는 계곡이 자리잡고 있어 그들 사이에서는 밥자리로 불리는 곳이기도 하였다. 내왕 길손들이 손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곳에 보란 듯이 시신을 유기한 것은 소금 상단을 위협하려는 악행임을 삼척동자라도 알 만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런 참혹한 일을 대담하게 연달아 저지르는 까닭은 천봉삼을 구명한 사람들이 십이령을 넘나드는 소금 상단이었다는 것을 염탐한 결과이기도 했다. 화적들에게 대중없이 덧들이다가 칼 맞은 차인꾼은 평소에는 “그 사람 똥 안 싸면 부처”라는 별호를 들을 정도로 무골호인이었다. 언문도 모르는 판무식이었지만, 누가 시키지 않으면 이틀 사흘이 지나도 구린 입을 떼지 않을 정도로 과묵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나 불의와 마주쳤을 때는 잠시도 참지 못하는 병통이 있어 애꿎은 목숨을 속절없이 날려버린 것이었다. 울진 포구 소금 상단과 생사고락을 같이한 내력은 오래전부터였으나 태생은 안동 부중 내성 쪽 사람이었다. 내성과 울진 포구의 경계에 있는 선달산과 옥석산 중로에 있는 박달령 아래 생달이라는 궁벽한 마을이었다. 알고 보니 아직 엄지머리 미장가여서 슬하에 거두는 식솔은 없었으나, 학같이 늙은 일흔 노모를 지성껏 봉양하는 효자였다. 정한조가 앞장서서 장례비를 갹출하여 보란 듯이 장례를 치르고, 생달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박달령의 노루막이에 양지볕을 골라 묻어 주었다. 부의전은 반수 30냥, 접장 15냥, 공원들은 5냥, 일반 부상들은 3냥씩 거두었으니, 아무런 불평이 없었다. 무덤에서는 박달령을 오가는 길손들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바라다보였다. 행중에서 장례를 엄중하게 치르는 것에 불평도 없지 않았으나, 정한조의 생각은 달랐다. 명줄을 버린 차인꾼은 원상들과 달리 하잘것없는 삯전으로 연명하는 신세였지만, 소년 때부터 소금장수 상단과 비가 오나 눈이 내리나 고락을 같이한 세월이 10년이 넘었으므로 흉허물 없는 동배간이나 진배없었다. 뿐만 아니라, 소굴에 있는 놈들도 장례를 모양 있게 치르는지 섬거적에 둘둘 말아 시구문에다 버리는지 눈여겨보고 있을 것이었다. 차인꾼이 남기고 떠난 노모는 치매가 있어 아들이 저승길로 들었는지 출타 중인지 깨닫지 못했다. 가세조차 구차하여 삼순구식이 어려운 형편이라, 늙은이가 열명길에 오를 때까지 상단에서 생계를 돌보기로 하였다. 적당들이 여러 총중이 손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시신을 버려 위협으로 삼았다면, 장례를 떡 벌어지게 치른 것도 저들에게 위협일 수 있었다. 장례를 치른 뒤 정한조는 못다 한 얘기가 있어 천봉삼과 마주앉았다. “내성 임소의 반수님을 뵈러 갈 것입니다. 우리의 피가 뜨겁고 세력이 다부진들 부아통을 터뜨리고 대중없이 대처했다간 필경 작폐를 당하리다. 반수님을 뵙고 통문을 돌리는 것도 침착하게 잠행으로 조처하지 않으면 반드시 실패가 따를 것입니다. 통문을 돌리는 일은 적당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심해야 하겠지요. 형세가 고약하게 되었소만 노형이 보건대, 도대체 저들의 수효가 얼마나 되었소?” “얼추 70, 80여명이 소굴을 수시로 드나들었습니다만 수효를 딱히 가늠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눈대중일 뿐이지요. 패거리 중에는 농투성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만, 무뢰배, 타짜꾼이며 소매치기, 들치기, 날치기로 연명하던 놈들도 끼어 있고, 심지어 도부꾼 행세하던 놈들도 있어 모이면 적당이고 헤치면 양민이었지요. 함경도, 충청도, 경상도 할 것 없이 여러 고을에서 흘러든 유민들이 대부분입디다.” “와주 노릇 하는 수괴는 만나보았소?” “먼빛으로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어떤 놈이었소, 용모단자(容貌單子)를 그릴 수 있겠소?” “평소 상복 차림에 방갓을 쓴 채로 몸을 숙이고 다니다 보니, 그의 얼굴을 아는 이가 별로 없습니다. 시생은 몇 번 면대한 일이 있어서 기억은 합니다만, 적실하진 않습니다.” “안다는 얘기요, 모른다는 얘기요? 면대를 했다면 얼추 외양은 꿰고 있을 것 아니오.” “마흔 중반으로 보였는데 험상궂게 생기지도 않았고, 허우대도 그다지 훤칠하지 않았지요. 글줄 깨나 읽었는지 식견이 제법입디다. 떨거지들이 나아가고 물러나는 계략을 모두 그놈이 통섭하는 눈치였습니다.” “방갓 쓰고 다니는 놈들이 어디 한 둘이어야 말이지.”
  • 국민행복기금 시행 1개월… 빛과 그늘

    # 여든 넘은 노모와 함께 살며 집 수리일을 하던 A(62)씨. 노모가 뇌출혈로 쓰러져 장애 판정을 받은 그날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은행에서 큰돈을 빌려 병원비를 댔지만 턱없이 모자랐다. 사무실 보증금까지 빼서 병원비를 막아야 했다. 일용직을 하며 근근이 버텼지만 병 간호와 고령 탓에 일하는 날이 적어 수입이 급격히 줄었다. 얹혀 살던 동생네마저 보증을 잘못 서 집이 넘어갔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된 A씨는 여관 등을 전전했다. 그러다 국민행복기금을 알게 돼 찾아갔다. 은행 빚 870만원 중 70%가량이 면제됐고 나머지 260여만원의 채무는 10년에 걸쳐 갚는 것으로 조정됐다. 자포자기했던 A씨에게 삶의 희망이 생겼다. # 신용불량자인 B씨는 지난달 국민행복기금에 채무조정 신청을 하러 갔다가 “대상이 아니다”란 말에 허탈하게 발길을 돌렸다.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영세 대부업체에 빚을 지고 있었던 탓이다. 은행과 사채업자 등의 빚을 두루 지고 있는 C씨는 최근 은행 채무에 대해서만 국민행복기금 지원을 받았다. 그는 “은행 빚을 해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채업자들의 빚 독촉이 요즘 한층 심해졌다”며 울상을 지었다. 빚더미에 허덕이는 서민층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된 국민행복기금이 지난달 22일 접수를 시작한 지 1개월가량 지났다. 이달 15일까지 기금을 신청한 사람은 약 11만명에 이른다.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새 출발을 하게 된 사람들도 있지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채무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오히려 더 커졌다. 채무 조정에 참여하지 않는 금융회사의 채무는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게 대표적이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사채 등으로 고통받는 경우 법원의 개인파산·개인회생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대안도 제시된다. 금융위 측은 “모든 금융기관을 다 가입시키기 힘들지만 점차 기금 대상자와 협약 금융기관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열린세상] 詩가 없는 봄날이라/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詩가 없는 봄날이라/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시인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돈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고 어떻게 하면 좋은 시를 쓰느냐만 골똘히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평소 조곤조곤하게 말한다. 그런 그가 이날은 핏대를 올리면서 문학에 대한 정부 정책, 특히 ‘문학나눔’ 사업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해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학나눔 사업을 통해 문화 소외 지역 및 계층에 우수 문학 도서를 선정해 무상 보급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사업 내용에 대해 문인들, 특히 시인들의 불만이 거세다. 작년에 비해 소설은 연간 116종으로 조금 늘어났지만, 시집은 40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그리고 예산도 작년보다 2억 3000만원밖에 증가하지 않아, 종당 구입 호수도 전체적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까지 소설과 시 모두 종당 2000부를 구매해 배포했는데, 올해부터는 1200부로 줄어든 것이다. 5월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봄꽃이 만개했다. 철쭉꽃, 목련꽃, 모란꽃, 벚꽃 등이 천지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겨우내 집안에만 계시던 팔순의 노모와 시간이 날 때마다 공원을 산책한다. 공원의 모든 이들이 봄꽃의 아름다운 자태에 탄성을 발한다. 청년은 애인에게 꽃보다 자기가 더 예쁘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고, 애인은 봄 햇살 같은 환한 웃음을 터뜨린다. 향긋한 꽃 앞에서 누가 돈을 생각하고, 출세를 생각하겠는가. 꽃처럼 아름답고 가치 있는 삶, 순결한 영혼과 정신, 황홀하면서도 고귀한 사랑 등을 생각하지 않겠는가. 봄꽃은 세속에 찌든 우리의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치유해주고, 삭막한 우리네 삶을 화사한 온기로 따뜻하게 데워준다. 팔순의 노모께서 공원에 핀 꽃을 보시고는 “해마다 봄이면 꽃은 저렇게 아름답게 피는데, 사람은 늙으면 다시 젊어지지 않는구나”라고 말씀하신다. 봄꽃은 우리 모두를 시인으로 만드는 마력도 있는 듯하다. 많은 시인이 꽃을 시의 중요한 소재로 삼았다. 김소월은 시 ‘진달래꽃’에서 “영변에 약산/진달래꽃/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라고 노래했다. 임에 대한 절대적 사랑을 진달래꽃에 투사해 임이 나를 버리고 떠날지라도 임이 가시는 길에 자신의 분신인 진달래꽃을 뿌려드리겠다는 것이다. 김영랑은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이라고 노래했다. 모란과 같은 삶을 살고자 한 시인, 그래서 모란이 지면 삶의 모든 것이 끝났다고 절망하는 시인, 그런 시인에게 모란이 피고 지는 봄은 ‘찬란한 슬픔’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인이 봄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시와 봄꽃이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시는 본래적으로 갈등과 대립이 아닌 화해와 합일의 세계를, 물질적인 가치가 아닌 정신적 가치를 지향한다. 시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영혼의 교감을 이루는 세계를 강렬히 갈망한다. 그런 시를 통해 모든 존재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황홀한 세계와 만나게 되고, 동시에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이 시대에 대해 뼈아픈 반성을 하게 된다. 사회가 아무리 물질적 측면에서 풍족하다 하더라도 정신적 가치를 지향하는 문화를, 그 문화의 정수인 시를 푸대접한다면 그 사회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에 영혼을 팔아버린 아이들에게 시집을 읽도록 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시인 친구가 돈에 대한 욕심 없이 좋은 시를 쓰려고 애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앞장서서 시를 찬밥 대우하고 있는 현 상황은 그래서 한심하다 못해 기가 막힌다. 시인 친구는 “그렇지 않아도 시집이 팔리지 않아 시집 내기가 어려운 판국인데 정부가 아예 시를 말살시키고 있다”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인의 시선을 따라 창밖을 보니 진달래꽃이 지고 있다. 떨어지는 모습마저 아름다운 저 소중한 봄꽃이 없는 봄을 상상해 보다가, 불현듯 우리 사회에서 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시가 없는 사회와 봄꽃 없는 봄은 무엇이 다를까.
  • 야생대마 직접 채취·판매 인디밴드 그룹 멤버 구속

    야생 대마를 직접 따서 팔거나 흡연한 인디밴드 그룹 멤버 등 연예인과 이들에게서 대마를 산 미국 유학생 등 18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는 6일 인디밴드 멤버 신모(34)씨와 노모(30·공익근무요원)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신씨 등으로부터 대마초를 구입해 흡연한 미국 유학생 출신 대학생 손모(24·여)씨 등 16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신씨 등은 지난해 10월 강원도 정선군의 야산에서 천연 대마를 2차례 직접 채취해 가공한 뒤 나눠 피우고 손씨 등 4명에게 9차례에 걸쳐 판매했다. 이들이 판매한 대마는 약 50g으로 100회분, 150만원어치에 해당하는 양이다. 경찰은 이번 조사에서 이미 대마초 흡연 혐의로 기소된 아이돌 그룹 DMTN의 멤버 최다니엘(22)씨가 대마초를 판매한 혐의도 추가로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다. 최씨는 미국 유학생 출신 어학원 강사 서모(25)씨로부터 사들인 대마초를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의 한 클럽 주변에서 대학생 이모(여·20) 씨에게 되파는 등 3차례에 걸쳐 3명에게 대마 3.5g을 50만원에 판매하고 스스로 피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 대부분이 20대 초반 미주지역 유학생 출신으로 유학 중 파티 등을 통해 대마를 쉽게 접했으며 귀국한 뒤에도 생각이 나서 흡연하게 됐다”면서 “연예인, 유학생 대상 마약류 유통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betop@seoul.co.kr
  • [MLB] “홈런 맞은 후 더 집중… 싸이 응원에 힘 나”

    “홈런을 맞은 게 오히려 약이 됐다.” 지난달 14일 애리조나전 이후 보름 넘게 승리를 챙기지 못했던 류현진이 막강 타선의 콜로라도를 상대로 시즌 3승째를 거둔 뒤 “그 덕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1회 카를로스 곤살레스에게 홈런을 맞았는데 “체인지업을 낮게 던져 유인하려고 한 것이 실투가 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몸을 풀 때부터 직구와 커브가 좋았다. 체인지업이나 슬라이더보다 낫다고 생각해 커브를 썼던 것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싸이가 와서 응원해 줘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데뷔 이후 직구의 최고 구속이 나온 것에 대해선 “컨디션이 좋아 스피드가 힘있게 나왔다. 이 스피드를 시즌 내내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6회 심판의 애매한 볼 판정에 대해선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심판 성향에 맞춰갈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류현진은 첫 타점에 대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안타를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상대 투수가 직구를 많이 던졌고 직구를 노린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전날 참패로 지친 불펜을 쉬게 했다”며 “류현진이 1995년 노모 히데오가 뉴욕 메츠전에서 세운 13탈삼진 이후 다저스 루키로서 가장 많은 삼진을 잡아냈다”고 덧붙였다. 또 “4회초 이후 싸이의 공연에 앞서 류현진이 1타점 적시타까지 때렸다”고 전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세계 최고 英 물리학자, 아르헨티나 감옥에 갇힌 사연은

    세계 최고 英 물리학자, 아르헨티나 감옥에 갇힌 사연은

    산소의 존재를 처음으로 밝혀 낸 스웨덴 화학자 칼 셸레(1742~1786)는 모든 화합물의 맛을 확인하는 버릇이 있었다. 셸레는 결국 독극물인 비소의 맛을 보고 죽었다. 영국의 수학자인 고드프리 하디(1877~1947)는 수많은 난제를 풀어낸 당대의 꽃미남 천재였지만 거울 혐오증이 있었고 크리켓과 일광욕에 병적으로 집착했다.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들의 삶을 좇다 보면 ‘광기 어린 천재’ 또는 ‘고독한 천재’로 표현되는 불행한 인생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수많은 천재들이 ‘괴짜’의 수준을 넘어 주변과 단절되면서 자신의 시대에 제대로 업적을 인정받지 못하고 단순히 ‘미친 사람’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헨리 캐번디시(1731~1810)는 자신과 얼굴을 마주친 하녀는 곧바로 해고할 정도로 여성 기피증이 심했고 연구실 서랍에 평생 연구 결과를 쌓아놓기만 했다. 아이작 뉴턴(1643~1727)은 남들이 자신의 연구 결과에 대해 물어보는 것을 귀찮게 여겨 만유인력의 법칙을 담은 ‘프린키피아’를 일부러 어렵게 썼다. 과학사 연구자들은 근본적으로 ‘남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데 익숙하고 논리적이거나 의식적인 사고보다는 직관적이고 비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이들이 결국 인류사를 바꿀 업적을 만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사회성이 결여된 천재 과학자’의 계보는 오늘날에도 진행형이다. 러시아 수학자 야코블레비치 페렐만은 2002년 ‘100년의 난제’로 불리는 ‘푸엥카레의 추측’에 대한 해답을 인터넷 논문 공개 사이트에 올렸다. 이 문제에는 1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려 있었지만 페렐만은 상금을 거부하고 지금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노모와 함께 연금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페렐만은 2006년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 메달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역시 나타나지 않았고 ‘은둔의 수학자’로 불린다. 최근 역사에 기록될 만한 해프닝을 겪고 있는 ‘기이한 천재’ 한 사람이 과학계와 외신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폴 프램튼(왼쪽). 18세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올해 70세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물리학과 교수이자 세계 최고의 입자물리학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살아 있는 학자 중 노벨상 수상자와 3편 이상의 공동 논문을 쓴 사람은 모두 11명으로 이 중 6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프램튼은 나머지 5명 중 한 명이다. 이론적으로 프램튼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할 확률은 55%에 이른다. 프램튼은 최소한 14개의 ‘기념비적인’ 물리학 이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1년 68세의 프램튼은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 ‘메이트1닷컴’에서 체코의 비키니 모델 데니스 밀라니(오른쪽)를 만났다. 채팅창의 여성은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D컵 사이즈의 가슴을 자랑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첫 부인과 이혼한 상태였다. 강의와 연구 시간을 제외하고 둘 사이의 달콤한 인터넷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프램튼은 자신이 밀라니와 사랑에 빠졌다고 믿었다. 하지만 2007년 ‘미스 월드 비키니’인 밀라니는 “어떻게 나 같은 여자를 좋아할 수 있냐”면서 전화 통화조차 거부했다. 오랜 설득이 이어졌고 밀라니는 자신의 화보 촬영이 예정된 볼리비아의 라파스에서 만날 것을 허락했다. 2012년 1월 7일 프램튼은 라파스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프램튼은 돌아오는 길에 밀라니와 함께할 것으로 믿었고 행복한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신혼여행’은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캐나다 토론토와 칠레 산티아고를 경유하는 일정 중에 밀라니가 그에게 보낸 티켓은 취소된 상태였고 4일이나 지나 라파스에 도착했을 때 밀라니는 다음 촬영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로 떠난 뒤였다. 밀라니는 브뤼셀로 가는 새로운 티켓을 보내겠다고 약속했고 우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는 티켓이 도착했다. 밀라니는 메신저를 통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호텔에 가방을 놓고 왔다”면서 프램튼에게 가져다줄 것을 부탁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프램튼을 만난 물리학자 겸 변호사 존 딕슨은 곧바로 이상한 낌새를 챘다. 그가 프램튼에게 “그 가방에 마약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지만 프램튼은 웃어넘겼다. 다음 날 허름한 뒷골목에서 프램튼은 커다란 이민가방을 넘겨받았고 가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밀라니를 만나자마자 노스캐롤라이나로 돌아올 것이라 믿었던 프램튼은 일정이 늦어지면서 그냥 집에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곧 미국으로 밀라니를 불러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공항에서 자신과 밀라니의 가방을 부친 프램튼은 카운터에서 자신을 부르는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세계적 학자의 좌석을 승급해 주려는 항공사의 배려’라고 여겼다. 하지만 잠시 후 프램튼을 둘러싼 것은 수많은 경찰이었다. 밀라니가 맡긴 가방 바닥에는 4㎏이나 되는 코카인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프램튼은 가방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아르헨티나 법원은 지난해 11월 프램튼에게 코카인을 미국에 밀반입하려 한 혐의로 4년 8개월의 금고형에 처했다. 데보토 교도소에 수감된 프램튼의 사건이 알려지면서 언론은 밀라니를 찾아나섰다. 실제 TV 화면에 등장한 비키니 모델 밀라니는 30대의 유부녀로, 프램튼을 알지도 못했다. 프램튼은 교도소 TV를 통해 자신이 철저히 속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전화 통화조차 하지 않은 비키니 모델과 68세 노인의 사랑.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프램튼은 어떻게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었을까. 프램튼의 전처인 앤 마리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아주 훌륭한 과학자이지만 정신연령은 세 살에 불과했다”면서 “그는 다른 사람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항상 물리학 용어로 된 노래를 듣는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그가 어떻게 감옥에 들어갔는지를 들었을 때도 놀랍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프램튼의 기이함은 이혼 직후의 행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당시 64세였던 그는 자신의 아이를 낳아줄 여성을 찾겠다며 인터넷에 “18~35세의 여성을 구함”이라는 광고를 올렸고, 중국에 살고 있는 한 여성을 고르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으로 간 그는 1시간만 여성을 만난 다음 자신의 연구를 도와주는 다른 교수를 만나고 돌아왔다. 단지 “그 여자는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뿐이었다. 감옥에서도 프램튼의 기행은 계속됐다. 그는 자신이 교수직을 잃거나 연구비가 끊길 것을 끊임없이 걱정했고 이를 ‘교수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메일을 지인들에게 보냈다. 또 변호사에게 “하버드대 총장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만나면서 자신의 석방을 강력히 요청하기로 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변호사조차 하루에 서너통의 전화를 하는 프램튼의 과대망상에 지칠 정도였다. 아르헨티나 법에 따르면 그가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내년 5월 이후에나 가능하다. 프램튼은 병보석을 허가받아 이 변호사의 집에서 남은 형기를 보내고 있다. 유일한 위안은 이제 그가 현실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물리학 연구를 위한 컴퓨터와 인터넷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천재 물리학자, 비키니 모델, 그리고 코카인 가방

    천재 물리학자, 비키니 모델, 그리고 코카인 가방

    산소의 존재를 처음으로 밝혀 낸 스웨덴 화학자 칼 셸레(1742~1786)는 모든 화합물의 맛을 확인하는 버릇이 있었다. 셸레는 결국 독극물인 비소의 맛을 보고 죽었다. 영국의 수학자인 고드프리 하디(1877~1947)는 수많은 난제를 풀어낸 당대의 꽃미남 천재였지만 거울 혐오증이 있었고 크리켓과 일광욕에 병적으로 집착했다.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들의 삶을 좇다 보면 ‘광기 어린 천재’ 또는 ‘고독한 천재’로 표현되는 불행한 인생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수많은 천재들이 ‘괴짜’의 수준을 넘어 주변과 단절되면서 자신의 시대에 제대로 업적을 인정받지 못하고 단순히 ‘미친 사람’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헨리 캐번디시(1731~1810)는 자신과 얼굴을 마주친 하녀는 곧바로 해고할 정도로 여성 기피증이 심했고 연구실 서랍에 평생 연구 결과를 쌓아놓기만 했다. 아이작 뉴턴(1643~1727)은 남들이 자신의 연구 결과에 대해 물어보는 것을 귀찮게 여겨 만유인력의 법칙을 담은 ‘프린키피아’를 일부러 어렵게 썼다. 과학사 연구자들은 근본적으로 ‘남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데 익숙하고 논리적이거나 의식적인 사고보다는 직관적이고 비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이들이 결국 인류사를 바꿀 업적을 만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사회성이 결여된 천재 과학자’의 계보는 오늘날에도 진행형이다. 러시아 수학자 야코블레비치 페렐만은 2002년 ‘100년의 난제’로 불리는 ‘푸엥카레의 추측’에 대한 해답을 인터넷 논문 공개 사이트에 올렸다. 이 문제에는 1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려 있었지만 페렐만은 상금을 거부하고 지금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노모와 함께 연금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페렐만은 2006년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 메달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역시 나타나지 않았고 ‘은둔의 수학자’로 불린다. 최근 역사에 기록될 만한 해프닝을 겪고 있는 ‘기이한 천재’ 한 사람이 과학계와 외신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폴 프램튼. 18세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올해 70세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물리학과 교수이자 세계 최고의 입자물리학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살아 있는 학자 중 노벨상 수상자와 3편 이상의 공동 논문을 쓴 사람은 모두 11명으로 이 중 6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프램튼은 나머지 5명 중 한 명이다. 이론적으로 프램튼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할 확률은 55%에 이른다. 프램튼은 최소한 14개의 ‘기념비적인’ 물리학 이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1년 68세의 프램튼은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 ‘메이트1닷컴’에서 체코의 비키니 모델 데니스 밀라니를 만났다. 채팅창의 여성은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D컵 사이즈의 가슴을 자랑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첫 부인과 이혼한 상태였다. 강의와 연구 시간을 제외하고 둘 사이의 달콤한 인터넷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프램튼은 자신이 밀라니와 사랑에 빠졌다고 믿었다. 하지만 2007년 ‘미스 월드 비키니’인 밀라니는 “어떻게 나 같은 여자를 좋아할 수 있냐”면서 전화 통화조차 거부했다. 오랜 설득이 이어졌고 밀라니는 자신의 화보 촬영이 예정된 볼리비아의 라파스에서 만날 것을 허락했다. 2012년 1월 7일 프램튼은 라파스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프램튼은 돌아오는 길에 밀라니와 함께할 것으로 믿었고 행복한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신혼여행’은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캐나다 토론토와 칠레 산티아고를 경유하는 일정 중에 밀라니가 그에게 보낸 티켓은 취소된 상태였고 4일이나 지나 라파스에 도착했을 때 밀라니는 다음 촬영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로 떠난 뒤였다. 밀라니는 브뤼셀로 가는 새로운 티켓을 보내겠다고 약속했고 우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는 티켓이 도착했다. 밀라니는 메신저를 통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호텔에 가방을 놓고 왔다”면서 프램튼에게 가져다줄 것을 부탁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프램튼을 만난 물리학자 겸 변호사 존 딕슨은 곧바로 이상한 낌새를 챘다. 그가 프램튼에게 “그 가방에 마약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지만 프램튼은 웃어넘겼다. 다음 날 허름한 뒷골목에서 프램튼은 커다란 이민가방을 넘겨받았고 가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밀라니를 만나자마자 노스캐롤라이나로 돌아올 것이라 믿었던 프램튼은 일정이 늦어지면서 그냥 집에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곧 미국으로 밀라니를 불러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공항에서 자신과 밀라니의 가방을 부친 프램튼은 카운터에서 자신을 부르는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세계적 학자의 좌석을 승급해 주려는 항공사의 배려’라고 여겼다. 하지만 잠시 후 프램튼을 둘러싼 것은 수많은 경찰이었다. 밀라니가 맡긴 가방 바닥에는 4㎏이나 되는 코카인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프램튼은 가방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아르헨티나 법원은 지난해 11월 프램튼에게 코카인을 미국에 밀반입하려 한 혐의로 4년 8개월의 금고형에 처했다. 데보토 교도소에 수감된 프램튼의 사건이 알려지면서 언론은 밀라니를 찾아나섰다. 실제 TV 화면에 등장한 비키니 모델 밀라니는 30대의 유부녀로, 프램튼을 알지도 못했다. 프램튼은 교도소 TV를 통해 자신이 철저히 속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전화 통화조차 하지 않은 비키니 모델과 68세 노인의 사랑.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프램튼은 어떻게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었을까. 프램튼의 전처인 앤 마리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아주 훌륭한 과학자이지만 정신연령은 세 살에 불과했다”면서 “그는 다른 사람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항상 물리학 용어로 된 노래를 듣는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그가 어떻게 감옥에 들어갔는지를 들었을 때도 놀랍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프램튼의 기이함은 이혼 직후의 행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당시 64세였던 그는 자신의 아이를 낳아줄 여성을 찾겠다며 인터넷에 “18~35세의 여성을 구함”이라는 광고를 올렸고, 중국에 살고 있는 한 여성을 고르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으로 간 그는 1시간 뒤 여성을 만난 다음 자신의 연구를 도와주는 다른 교수를 만나고 돌아왔다. 단지 “그 여자는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뿐이었다. 감옥에서도 프램튼의 기행은 계속됐다. 그는 자신이 교수직을 잃거나 연구비가 끊길 것을 끊임없이 걱정했고 이를 ‘교수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메일을 지인들에게 보냈다. 또 변호사에게 “하버드대 총장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만나면서 자신의 석방을 강력히 요청하기로 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변호사조차 하루에 서너통의 전화를 하는 프램튼의 과대망상에 지칠 정도였다. 아르헨티나 법에 따르면 그가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내년 5월 이후에나 가능하다. 프램튼은 병보석을 허가받아 이 변호사의 집에서 남은 형기를 보내고 있다. 유일한 위안은 이제 그가 현실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물리학 연구를 위한 컴퓨터와 인터넷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14년 만의 ‘응애~’ 강원 산골 깨운 아기울음

    14년 만의 ‘응애~’ 강원 산골 깨운 아기울음

    첩첩 산골, 강원 정선군 화암면 북동리 마을에서 14년 만에 아기 울음소리가 울렸다. 10일 정선군에 따르면 아기가 태어난 화암면 북동리 마을은 전체가 잔칫집 분위기다. 주인공은 지난달 31일 태어난 유재인군으로 3년 전 서울에서 귀농한 유익열(42)씨와 베트남에서 시집 온 응엔티응안(27)씨의 첫 아들이다. 이름도 ‘어질게 살아가라’고 쌓을 재(載), 어질 인(仁)으로 지었다. 오랜만에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게 된 북동리 마을 이장 장부군(60)씨는 “북동리는 넓은 면적에 주민이 띄엄띄엄 사는 깊은 산골마을이라 젊은 사람들이 거의 없다”면서 “이런 오지마을에 새 생명이 탄생했다니 마을 전체가 잔치라도 열어야 할 것 같다”고 기뻐했다. 이 마을은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황금 노다지를 찾아온 사람과 화전민으로 북적이던 곳이었다. 하지만 금광이 문을 닫고 1979년 수해로 골짜기에 몰려 있던 수많은 집이 휩쓸려 내려가면서 급격히 쇠락했다. 현재 40여 가구에 70여명이 산골짜기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다. 대부분이 60대 이상이고 10대 이하는 갓 태어난 재인군을 포함해 5명뿐이다. 이런 마을에 오랜만에 갓난아이를 안겨준 유씨는 축하전화와 미역, 배냇저고리 등을 들고 찾아오는 마을주민들을 맞느라 바쁘다. 정선군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개나리가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하면서 북동리에 찾아온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축하의 글이 올라왔다. 귀농하면서 충북 단양에 살던 노모(83)까지 북동리 마을로 모셔 결혼도 하고 아들도 얻은 유씨는 “논이 없어 감자와 고추, 콩, 곤드레 등 밭농사를 주로 하며 생활하고 있지만 아들을 얻으면서 앞으로 농사를 더 늘려 돈을 더 벌어야 할 것 같다”면서 “내친김에 둘째도 얼른 낳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정선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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