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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워치’ 전자팔찌 차면 피고인도 보석 가능

    ‘스마트워치’ 전자팔찌 차면 피고인도 보석 가능

    50대 남성 김모씨가 마약류관리 법률 위반으로 구속 기소되면서 치매에 걸린 80대 노모가 홀로 남게 됐다. 다행히 김씨는 법무부가 지난해 9월부터 시범 실시한 전자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하는 전자보석 제도를 신청했고,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그는 재판부 판결이 있을 때까지 야간 외출 제한명령 등 전자보석 조건을 준수하면서 노모를 간병할 수 있게 됐다. 3일 법무부에 따르면 김씨 등 피고인 33명에게 시범 실시된 ‘전자장치 부착 조건부 보석(전자보석)’ 제도가 5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구속 기소된 피고인들은 재판부의 판결이 있을 때까지 손목시계형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조건으로 석방될 수 있다. 전자보석 허용 여부는 법원이 증거인멸 위험성 등을 따져서 판단한다. 강호성 범죄예방정책국장은 “이 제도를 통해 불구속 재판 원칙을 실현하고, 수용시설 과밀화로 인한 국가 예산 투입 문제가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보석 허가율은 3.6%로, 전자보석 제도를 운용 중인 미국(47%)과 영국(41%) 등에 비하면 매우 낮다. 강 국장은 또 “현재 교정시설에 수용자 한 명을 구금하는 데 드는 연간 비용이 2600만원 정도인 데 반해 전자보석 대상자는 약 260만원이 든다”고 설명했다. 현재 4대(성폭력, 살인, 강도, 미성년자 유괴) 중범죄 사범에 한해 전자발찌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법무부는 전자보석 제도는 유무죄를 다투는 피고인이 대상이므로 스마트워치와 유사한 형태의 손목시계형으로 만들어 최대한 선입견을 배제하도록 했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위치가 파악되고, 기기 훼손이나 배터리 충전을 요할 때 중앙관제센터에 경보가 울리는 점은 동일하다. 다만 법원이 부과한 보석 조건에 따라 보호관찰관이 감시·감독한다. 주거지 밖으로 외출이 불가한 재택구금, 특정시간 외출 제한, 피해자 접근 금지 등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시범 실시에서 고의로 보석 조건을 위반한 사례는 없었다”면서 “가족관계 단절을 예방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등 친인권적 제도”라고 말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노모 구하려다 딸·사위마저 실종… 도로 끊기고 열차도 멈췄다

    노모 구하려다 딸·사위마저 실종… 도로 끊기고 열차도 멈췄다

    2일 새벽부터 시간당 30~70㎜의 폭우가 중부 지역에 쏟아지면서 경기 남부와 충북 북부, 강원 등을 중심으로 피해가 속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틀새 사망 6명, 실종 8명 등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6시부터 이날 오후 2시까지 경기 안성 286.5㎜, 충북 단양(영천) 283.5㎜·제천 264.1㎜, 강원 영월 212.2㎜ 등 ‘물폭탄’이 쏟아졌다. 경기 지역에서는 이날 오전 7시 10분쯤 안성시 일죽면의 한 양계장 건물과 주택이 토사에 매몰되면서 50대 주민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오전 7시 50분쯤 안성시 죽산면에서도 산사태가 나면서 주택을 덮쳐 70대 여성이 실종됐다. 충북에서는 4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된 데 이어 저수지와 하천 등이 범람하면서 주민 수천명이 대피했다. 충주시 산척면 제천천변 낚시터에서는 이날 오전 5~6시쯤 산사태로 발생한 돌멩이와 토사가 60대 부부의 낚시 좌대를 덮치면서 남편이 실종됐다. 오전 10시 30분쯤 충주시 앙성면 능암리 야산에서 난 산사태가 축사를 덮치면서 가스가 폭발해 50대 여성이 숨졌다. 오전 11시쯤 음성군 감곡면 복사골 낚시터 인근에서는 남성(59)이 숨진 채 발견됐다. 오전 6시 18분쯤 제천시 금성면 한 캠핑장에서 42세 남성이 유출된 토사에 깔려 목숨을 잃었고, 충주시 엄정면 신만리에서 70대 여성이 산사태로 숨졌다. 오전 11시 55분쯤 단양군에서는 일가족 3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밭 배수로 물길을 내던 A(72·여)씨가 떠내려가자 이를 본 딸(49)과 사위(54)가 그를 구하려다가 함께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충주시 엄정면에서는 오전 5시 20분쯤 배수로가 역류하면서 원곡천 주변 주택이 침수, 80가구 주민 120여명이 인근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음성군 감곡면에서는 350여 가구·700여명, 삼성면에선 301가구·530여명의 주민이 대피했다. 집중호우로 인해 충주시 엄정면 직동마을의 소류지(저수지) 둑이 힘없이 무너져 내린 일도 있었다. 7000㎥(t)가 넘는 물이 한꺼번에 하류로 쏟아져 내려 농경지 등은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불과 몇 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저수지 바로 아래에서 3000여평의 논농사를 짓는 심재하(75)씨는 이날 누런 황토물이 논을 덮치는 상황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엄청난 양의 물이 한꺼번에 밀려들면서 파릇하게 자란 벼는 힘없이 쓰러졌고 그 위로 급류에 떠내려온 모래와 자갈 등이 수북이 쌓였다. 심씨는 “저수지 바로 아래 농경지는 물론이고 제법 멀리 떨어진 곳까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망가졌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평생 농사를 지었지만 저수지 둑이 무너지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어디부터 손을 댈지 엄두도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집중호우로 시가지가 물에 잠긴 음성군 삼성면 주민들은 하천 정비를 제때 하지 않아 3년 만에 또 물난리를 겪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에 따르면 폭우가 쏟아진 이날 오전 6시 30분 삼성면 복판의 시내버스 터미널 주변 상가 40여곳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소하천 수위가 높아지면서 하수가 역류한 탓이다. 2시간여 만인 오전 9시쯤 지대가 낮은 상가 안은 어른 무릎이 잠길 정도로 물이 급속히 불어났다. 실내에 있던 가구와 TV가 흙탕물 위에 둥둥 뜨고, 냉장고가 넘어질 정도로 침수 상황은 긴박했다. 오전 9시 30분쯤 빗줄기가 잦아들고 출동한 소방대가 양수기로 물을 빼내면서 더 큰 피해는 막았지만 이미 흙탕물을 뒤집어쓴 상가들은 아수라장이 됐다. 주민들은 이곳이 상습침수지역인데도 당국이 제때 하천 정비를 하지 않아 화를 키웠다고 주장한다. 정모(60)씨는 “2009년과 2017년에도 장마철에 비 피해가 났다”며 “지대가 낮아 적은 비에도 크고 작은 침수가 반복되는데, 하천 정비가 안 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지난 1일에는 서울에서 80대 노인이 급류에 휩쓸려 구조됐지만 사망했고, 경북에서는 오전 10시 56분쯤 영덕군 달산면 옥계계곡에서 잠수교를 건너던 피서객 A(13)군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상습침수지역인 강남역 일부가 또 물에 잠기기도 했다. 강남역 일대는 지대가 낮아 2010년과 2011년 국지성 집중호우 때도 물바다로 변한 적이 있다. 긴급 구조에 나선 소방관이 희생되기도 했다. 오전 7시 41분쯤 충주시 산척면 영덕리 하천에서 사고 현장으로 가던 충주소방서 송모(29) 소방사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송씨는 이날 오전 6시쯤 ‘명서리 가스폭발 사람 깔림’이란 통보를 받고 동료들과 소방차를 타고 앞서 달리던 중 영덕리 도로가 빗물에 잠겨 있자 차에서 내린 뒤 도로 상황을 살피다가 하천 옆길이 무너지면서 급류에 휩쓸렸다. 지난달 31일 오후 3시 7분에는 지리산 피아골에서 물에 빠진 피서객을 구하기 위해 출동한 순천소방서 김국환(28) 소방장이 폭우로 불어난 급류에 휩쓸려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토사가 유실되고 하천이 범람하면서 도로와 철길도 곳곳에서 끊겼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충북선과 태백선은 일부 구간의 선로에 토사가 흘러내려 오전 6시 첫차부터 전 노선에서 열차 운행을 멈췄다. 영동선과 중앙선에서는 동해~영주, 원주~영주 등 일부 구간에서 열차가 중단됐다. 오전 5시 27분쯤 중앙고속도로 부산 방향 제천휴게소 부근에서도 토사가 유출돼 차량 운행이 전면 통제됐다. 오전 7시 10분쯤 중부고속도로 충북 음성휴게소 부근의 비탈면 토사가 유실되면서 차량 운행이 양방향 모두 통제되고 있다. 제천~평택고속도로 평택 방향 천등산 부근에서도 토사가 비탈면으로 흘러내려 오전 5시부터 차량 운행이 통제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일 침수 피해를 당한 대전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아파트를 찾아 주민들을 위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정 총리는 “재해가 발생했을 때 그때그때 땜질식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라 미리 예방하는 게 최선”이라며 “재난을 당했더라도 임시방편이 아닌 항구적인 대책을 세우는 게 결과적으로 국민 세금을 아끼는 길”이라고 말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전국종합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노모 구하려다”...충북 단양서 급류 휩쓸려 3명 실종 (종합)

    “노모 구하려다”...충북 단양서 급류 휩쓸려 3명 실종 (종합)

    충북 단양군의 한 하천에서 주민 3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돼 소방당국이 수색에 나섰다. 2일 오전 11시 55분쯤 충북 단양군 어상천면 심곡리에서 일가족 3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구조대를 급파해 수색 중이다. 수색작업에는 소방관 41명과 경찰 8명이 참여하고 있다. 드론 2대도 실종지점을 중심으로 비행하고 있다. 실종자는 이 마을 A(72·여)씨와 딸(49세), 사위(54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양군 관계자는 “밭의 배수로 물길을 내던 A씨가 급류에 휩쓸리자 이를 본 딸과 사위가 그를 구하려다가 함께 실종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소방 관계자는 “드론 등으로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있지만, 아직 실종자를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김금숙의 만화경] 책 읽어 주는 직업

    [김금숙의 만화경] 책 읽어 주는 직업

    “작가(만화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특강을 가면 학생들에게서 빠짐없이 받는 질문이다. “책을 많이 읽어라”, “여행을 많이 다녀라”, “만화는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토리가 중요하니 인생의 경험을 많이 해라”라고 말해 주었다. 지금 생각하니 너무 뻔한 대답이다. 왜 작가가 되기를 원하는 것일까? 작가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를 떠올려 본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유명 작가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는 무엇을 해도 멋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있어도, 가만히만 있어도 멋이 뚝뚝 떨어진다. 텔레비전이 보여 주는 작가의 이미지는 누구에게나 동경의 대상이 된다. 한 명의 베스트셀러 작가와 하루 밥벌이도 버거워하는 작가 99%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한 권의 책을 내기 위해 작가가 자고 싶고 놀고 싶은 아주 기본적인 욕망과 싸운다는 것을 알까? 하룻밤 사이에 검은 머리가 백발이 되는 일은 기획하고 취재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만화작가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2015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러스트레이터 ‘난나’를 기억하는가? 나는 당시 그의 죽음을 기사를 통해 접했다. 그는 나와 비슷한 또래였다. 그림을 십몇 년 그렸는데 그림값이 더 안 좋아지는 현실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열심히 그리고 인정을 받아도 다른 지원이 있지 않고선 버티기 힘들었던 그의 이야기는 남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를 죽음으로 이르게 했던 현실의 문제는 많은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힘겨워하는 문제다. 그때 나는 그를 추모하는 그림을 그려 SNS와 블로그에 올렸었다. 만화가는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영화관 한번 갈 정신적ㆍ시간적 여유가 없다. 친구 만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일요일도 없다. 누가 만나자고 하면 또 거절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을 회피하게 되기까지 한다. 친구로서, 가족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본의 아니게 ‘나쁜 놈’이 된다. 인간다운 삶을 살 수가 없다.책이 잘 팔린다는 보장도 없다. 한 출판 관계자에 따르면 요즘엔 많이 찍어야 2000부란다. 재쇄를 찍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2000부 선인세는 10%다. 그나마 ‘착한’ 출판사는 작가에게 선인세를 더 챙겨 준다. 자료 구입과 취재 비용, 재료값으로 얼마를 지불하면 그나마도 한 달 생계비가 남을까 말까 한다. 이 때문에 ‘난나’가 그림을 그리며 논술학원에서 국어를 가르쳤듯 다수의 작가들은 다른 일을 병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작품을 만드는가? 작업을 하는 동안 나는 매일 밤 지쳐 쓰러진다. 탈고를 해서 출판사에 보내고 나면 나의 에너지는 지하 상태다. 다시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금방 다시 시작한다. 깊이 숨은 내면의 에너지를 끌어모아 다시 붓을 들 수 있는 것은 삶과 인간에 대한 탐구, 창작하는 즐거움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상처가 있다. 창작은 그 상처를 치유하는 치열한 과정이기도 하다. 얼마 전 엄마를 모시고 김포에 있는 큰 병원에 갔다. 나이가 드니 꾸준히 아픈 것도 있지만 여기저기서 비상벨이 울린다. 걷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노모를 지탱하기 위해 나는 팔에 힘을 주었다. 그러다가 마주 오는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그도 늙은 모친을 부축하고 있었다. 주위에 할머니·할아버지와 자식인 듯한 보호자뿐이었다. 백세 시대다. 종종 엄마에게 책을 읽어 준다. 엄마는 토끼처럼 귀를 쫑긋하고 내가 읽어 주는 이야기에 흠뻑 빠지곤 한다. 병원에서 돌아와 당신 시대에 태어난 김일엽의 ‘청상의 생활’을 읽어 주었다. 엄마는 “그때는 다 그랬어” 하며 소설 속 주인공의 삶에 대해 슬퍼했다. 슬픈데 재미있다고도 했다. 엄마의 말에 문득 ‘책 읽어 주는 직업’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오디오북이나 책을 읽어 주는 팟캐스트가 있지만 집에 직접 찾아가서 읽어 주는 직업은 없는 것 같다. 작가로서는 책이 읽혀 좋고, 노인들은 책을 읽어 주러 사람이 오니 덜 외로울 것이고 책을 통한 사유와 깨달음의 즐거움이 생활에 활력을 주지 않을까? ‘책 읽어 주는 직업’, 미래의 직업일 수도 있겠다.
  • [서울포토] ‘유유자적’ 여름휴가 즐기기

    [서울포토] ‘유유자적’ 여름휴가 즐기기

    25일(현지시간) 러시아 체르노모르스키 지구 올레네프카의 카라진스카야 베이에서 사람들이 보트를 타고 노를 저으며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 “생계형 해적들이 납치” 피랍 32일만에 석방 한국선원 5명

    “생계형 해적들이 납치” 피랍 32일만에 석방 한국선원 5명

    서아프리카 베냉 앞바다에서 나이지리아 해적에 납치된 지 32일 만에 지난 24일(현지시간) 무사히 풀려난 한국인 선원 5명이 소감을 밝혔다. 26일 주나이리지아 한국대사관(대사 이인태)에 따르면 석방된 선원 5명 가운데 한 명의 첫 질문은 “우리 피랍뉴스가 한국에 나갔나요”라면서 오히려 한국에 계신 팔순 노모를 걱정했다. 이들은 지난 6월 24일 참치 조업을 하던 ‘파노피 프런티어’호를 타고 있다가 납치됐다. 선장은 “석방 직후 가족과 통화에서 결혼생활 30년 만에 처음으로 아내가 울면서 감격했다. 피랍기간에 무사히 버틸 수 있었던 건 가족의 힘”이라며 눈물을 글썽글썽했다고 이인태 대사가 전했다. 이들이 같은 배에 타고 있던 가나인 한 명과 함께 스피드보트를 이용한 해적들에 끌려간 곳은 나이지리아 남동부 델타지역이며 그곳 해적 세력은 30∼4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질의 몸값을 요구하는 전형적인 생계형 해적들이었다. 선원들은 그동안 울창한 맹그로브 나무 밑에 바나나 잎으로 허름하게 지어진 숙소인 움막집에서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침 우기라 모기들이 없어 선원들은 다행히 말라리아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개미들에게 물리고 가려움증에 시달렸다. 식사는 하루 두 끼 정도 인도미 라면만 주어졌고 총을 들고 무장한 해적들의 감시를 받았다. 해적들은 마약을 해 어떤 행동을 할지 몰라 더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수 주가나 한국대사는 “해적들이 ‘선원들을 영영 못 볼 수 있다’고 협박하기도 했다”면서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라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전했다. 선원 송출회사는 부산에 있고 가나에는 법인이 있다. 석방된 한 선원도 “대사 차량기와 영사 조끼에 달린 태극기를 보는 순간 한 달 넘게 괴롭히던 긴장이 순식간에 풀려버렸다”면서 석방을 위해 노력해준 정부와 외교부, 나이지리아 대사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대사관이 마련한 안전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선원들은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증폭(PCR) 진단검사에서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함께 풀려난 가나인 동료도 병원 검진을 받고 가나 영사에게 인계됐다. 선원들이 납치된 기니만은 해적들이 자주 출몰하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바다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여기는 중국] 매일 먹는 알약이 77개?…되팔아 거액 챙긴 여성 적발

    매일 77개의 알약을 복용해야 한다며 약을 수령한 뒤 불법으로 되 판 여성이 적발됐다. 이 여성은 약을 되팔아 챙긴 수익으로 90대 노모와 30대 무직의 아들을 부양해오고 있었다. 중국 저장성(浙江省) 항저우시(杭州市) 궁수구(拱墅区) 관할 파출소는 이 일대 의료원을 돌며 지난 2019년부터 수 십여 종류의 약품을 불법 수령한 60대 여성을 붙잡아 형사 구류 조치했다고 24일 밝혔다. 항저우시 궁수구에 거주하는 무직의 송 모 씨의 주택을 급습한 파출소 관계자들은 그의 거주지에서 수 백여 상자의 불법 편취 약품을 발견했다. 관할 공안국에 인계된 용의자 송 모 씨는 은퇴한 노령 연금 수령자로 정부가 제공하는 의료보험제도를 악용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 씨는 자신이 가입돼 있는 의료보험카드를 남용해 저가 또는 무료로 지급받을 수 있는 각종 약품을 대량으로 수령한 뒤 불법 유통 및 판매를 해 온 혐의다. 송 씨는 공안 조사에서 자신이 고혈압과 지방간, 요도 결석, 관절염, 위궤양, 신경과민, 변비가 심하며 최근에는 우울증 증세로 향정신성 약품을 섭취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하루 평균 송 씨 자신이 복용해야 하는 알약의 수가 총 77개에 달한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송 씨의 일방적인 주장과 달리 그는 평소 의료원에서 수령한 해당 약품과 의료용품을 불법으로 유통해 이익을 편취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송 씨로부터 약품을 구매한 이들은 의료보험 비가입자 또는 약물 중독 증세로 다량의 향정신성 의약품을 불법적인 방식으로 구매하려는 이들이었다. 송 씨가 의약품을 몰래 팔아 번 수익은 지난 2019년 1월부터 최근까지 총 40만 위안(약 7000만원)에 달한다. 특히 공안국 수사 결과 송 씨는 자신의 명의 외에도 지난 2019년 1월부터 노모, 아들 장 씨를 포함한 총 5명의 명의로 약품을 수령해왔다. 이 시기 송 씨가 5명의 친척 명의로 수령한 의료 약품의 시가는 최대 수백만 위안에 달할 것으로 현지 공안국 관계자는 추정했다. 송 씨는 이 약품들을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의약품 불법 유통 업자에게 재판매해왔다. 관할 공안국은 송 씨가 이렇게 편취한 돈으로 거동이 불편한 90대 노모와 무직의 30대 아들을 부양해왔다고 밝혔다. 이혼 후 홀로 생활비를 마련해야 했던 송 씨가 이 같은 불법 약품 유통의 유혹에 쉽게 빠졌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송 씨의 30대 아들 장 모 씨는 과거 수차 례 마약 중독 및 유통 전과가 있는 인물로 평소 고정 수입 없이 도박을 일삼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송 씨는 “우리 가족들은 기초생활수급자에 속하는 어려운 가정환경에 놓여있다”면서 “매달 약을 팔아서 어머니와 아들의 생계를 보조해야 했었다”고 진술했다.
  • 세종시 ‘의문의 1패?’, “고위 공직자는 아파트 팔고 인구는 처음 줄었다”

    세종시 ‘의문의 1패?’, “고위 공직자는 아파트 팔고 인구는 처음 줄었다”

    세종시 ‘의문의 1패?’ 2012년 7월 출범 후 단 한번도 쪼그라든 적이 없는 세종시에서 다주택 고위 공직자 대다수가 이곳 아파트를 처분해 ‘똘똘한 한 채’에서 수도권에 밀리고, 인구마저 처음 감소해 성장에 한계가 온 게 아니냐는 소리가 나온다.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윤성원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이 서울 논현동 아파트(83.7㎡)를 남기고 세종시 소담동 아파트(59.9㎡)를 팔기로 하고 이달 초 매도 계약을 맺었다. 손명수 국토교통부 2차관은 송파구 오금동(84.9㎡), 김양수 해양수산부 차관은 용산구 이촌동(84.8㎡),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서초구 잠원동(84.9㎡) 등 서울 아파트를 남기고 모두 세종시 아파트를 매각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과천시 중앙동 아파트(167.7㎡)를,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의왕시 아파트(127.9㎡)를 유지하고 모두 세종 아파트를 판 것으로 드러나 세종시 부동산 전망이 경기지역보다도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낳았다. 정부에서 다주택 고위 공직자에게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권고한 상황이어서 일부 부처의 다주택 간부들도 세종시 아파트 처분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머잖아 서울 강남 못지 않을 것”이라는 세종시민과 공무원의 기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런 이유로 세종호수공원이 한눈에 보이는 더샵레이크파크 84㎡형 아파트가 서울 강북지역 중위매매가격(6억 5505만원)을 웃도는 7억원 안팎으로 오르는 등 분양가에 비해 2배 넘는 아파트들이 수두룩하다.세종시 부동산중개업소 주인 노모(52)씨는 “퇴직 후 실거주 등을 감안해 수도권 아파트를 선택하지 않았겠느냐”며 “세종시는 2030년 목표 인구가 50만이고 80만명까지 바라봐 여전히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앙부처가 이전한 신도시 6개 생활권 중 5와 일부 6 생활권만 남아 아파트 분양이 3분 2 넘게 끝났다. 올 상반기는 분양이 전혀 없었다. 신도시 10만 6000 가구 중 절반이 부처 공무원 등에게 특별공급된 상황에서 고위 공무원조차 이를 먼저 처분하면서 ‘먹튀’ 논란이 이는 것이다. 때 마침 시 출범 8년 만에 인구도 처음 줄었다. 세종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외국인을 뺀 인구가 34만 5341명으로 5월 말보다 32명 감소했다. 2012년 10만 3127명으로 출범한지 6년여 간 단숨에 30만명을 돌파한 기세와 비교해 성장성이 우려됐다.이희진 시 부동산관리담당은 “인구가 급감하지 않는 한 아파트 값은 유지할 것이고, 요즘도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다른 시 관계자는 “성장 동력이 좀 떨어진 것은 맞지만 세종시가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충북 청주, 충남 공주 등 값이 오르는 인근 부동산을 잡으려고 옮겨가 일시 나타난 인구 감소”라며 “수도권 인구를 끌어들여 당초 국토균형발전 목표를 이루려면 국회의사당, 청와대 집무실 등을 추가 유치해 ‘행정수도’를 완성해야 하고, 이를 위해 시에서도 온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근대광고 엿보기] 아지노모도 한국 진출 5년 광고/손성진 논설고문

    [근대광고 엿보기] 아지노모도 한국 진출 5년 광고/손성진 논설고문

    1915년 9월 13일자에 실린 이 광고를 보면 일본의 조미료 ‘아지노모도’(味の素·아지노모토)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한일병합 직후로 보인다. 거의 첫 번째 광고로 보이는데 공진회에 협찬한 광고다. 조선물산공진회는 조선총독부가 식민 통치 5주년을 기념해 일제의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마련한 문물 전시회다. 자신들이 조선의 문명화를 이뤘다고 홍보한 이 행사는 전각의 대부분을 파괴한 뒤 경복궁에서 열렸다. 광고에는 아지노모도가 발매 5년이 돼 순풍을 타고 앞으로 나아간다고 돼 있다. 아지노모도를 개발한 사람은 도쿄대 교수 이케다 기쿠나에다. 1908년 어느 날 저녁을 먹던 이케다는 “여보, 이 국물이 도대체 무슨 국물인데 이렇게 맛이 있소?”라고 부인에게 물었다. 부인은 다시마 국물이라고 대답했다. 맛을 내는 하얀 가루 아지노모도는 이렇게 탄생했다. 다시마 국물의 성분을 분석한 끝에 이케다는 ‘글루탐산나트륨’(MSGㆍmonosodium glutamate)이라는 조미료를 발견해 이를 아지노모도라고 이름 붙여 이듬해 상품으로 만들어 냈다. 아지노모도가 일본을 휩쓸고 한국 시장까지 점령해 이케다는 돈방석에 앉았다. 한국에서 처음 발매됐을 때 작은 병 하나가 40전이었는데 쌀 1㎏에 16전 하던 시절이었으니 매우 비쌌다. 처음에는 일본 본토에서도 아지노모도의 원료가 뱀이라는 소문이 나돌아 잘 팔리지 않았다고 한다. 뱀 뼈로 만들었다는 얘기는 그 후로도 국내에서도 있었고 아이들은 아지노모도를 ‘뱀가루’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인 특유의 국물 음식 문화에 맞게 현지화를 시도해 1920년대부터 아지노모도는 날개 돋친 듯 팔렸고 일제강점기 최대의 광고주가 됐다. 설렁탕집, 냉면집, 중국집 등 음식점이 생기면서 독점 납품한 화학조미료 아지노모도는 급성장을 거듭했다. “이것만 있으면 이 세상 음식은 자유자재로 모두 맛있게 할 수 있습니다.” “양(洋)의 동서를 불문하고 음식 솜씨 좋다고 칭찬받는 부인은 반드시 아지노모도의 애용가지요.” “명절 음식은 아지노모도를 쳐서 맛있게 하십시다.” 아지노모도만 치면 모든 음식의 맛이 좋아진다는 과장된 광고로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광복 후 아지노모도가 물러가고 조미료의 대명사 미원(味元)이 국내 기업에 의해 발매됐는데 원(元)의 일본식 발음이 소(素)와 같은 ‘모토’라고 한다. 미원은 한때 미풍과 사활을 건 대결을 펼쳐 이겼다. 한국 아지노모도가 2018년 기준으로 3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직도 아지노모도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혼다시’(가다랑어포로 만든 조미료)라는 제품이 가장 많이 올라 있다. sonsj@seoul.co.kr
  • 뇌경색 딸 15년 간호 후 살해한 노모…법원 “간병살인 외면하지 말아야”

    뇌경색 딸 15년 간호 후 살해한 노모…법원 “간병살인 외면하지 말아야”

    뇌경색으로 거동이 불편한 딸을 15년간 간호하다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노모가 2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가 간병 살인이라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간병인 가족의 아픔과 어려움에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10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70)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인천 계양구 소재 한 아파트에서 친딸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범행 후 인근 야산에 올라가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인근 주민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졌다. A씨는 2004년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2012년 고관절이 부러져 거동이 어려워진 딸을 15년 이상 간병해왔다. 간병으로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던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딸의 오랜 병 간호에 지쳐 힘든 것을 끝내고 싶었다”면서 “딸을 먼저 보내고 나도 따라 죽으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심에서 A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A씨도 최후진술에서 “모든 범행을 인정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가 15년 동안 거동이 어려운 피해자를 간병하면서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면서 “심신이 쇠약해져 피해자를 돌보는 것이 한계상황에 도달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환자를 적절하게 치료할 시설이나 제도적 뒷받침이 현실적으로 충분하지 못한 사회적 환경을 고려하면 이러한 비극적인 결과를 오롯이 피고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며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검찰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장기간 간병하는 모든 사람이 A씨와 같은 범행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우울증과 불면증을 앓으면서 15년간 피해자를 간병하는 것 외에는 A씨에게 선택 가능한 대안이 제시된 적이 없어 우리 재판부가 결론을 내기 매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 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김정은을 이겼다” 국군포로들, 김정은 손배소 첫 승소(종합)

    “김정은을 이겼다” 국군포로들, 김정은 손배소 첫 승소(종합)

    휴전협정에도 북한에서 강제노역 생활법원, 원고 승소 판결…청구 모두 인용북한 공탁금 20억 원에 채권 추심 계획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 포로로 잡혀 강제 노역을 했던 참전 군인들이 북한 정부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내 이겼다.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된 최초의 손해배상 소송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것이다.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김영아 판사는 국군포로 출신 한모(86)씨와 노모씨가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김 판사는 북한과 김 위원장이 공동해 한씨와 노씨에게 각 21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승소 판결이 나오자 법정에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기자회견에서 한씨는 “변호사님들이 다 협조해줘서 오늘 좋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생각한다”며 “문제는 정치권이나 사회가 국군포로 문제에 관심이 없어 섭섭하다”고 토로했다. 한씨 등의 대리인은 “앞으로도 북한이 우리 법정에 피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 판결”이라며 “향후에도 북한과 김 위원장이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우리 법정에서 직접 민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이정표적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은 우리 헌법하에서 국가가 아니지만 북한이라는 하나의 단체, 법적인 성격은 비법인사단이기 때문에 우리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 수령인 김 위원장에 대해 마찬가지로 지급하라고 한 것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액을 집행하는 과정에 대해 대리인은 법원에 공탁된 수령 주체가 북한으로 돼 있는 20억 원에 채권을 추심 해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5년 임종석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특별보좌관 주도로 만들어진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을 통해 북한과 저작권료 협약이 맺어졌고, 실제 2008년까지 저작권료가 지급됐다. 하지만 2008년 금강산 피살 사건이 터지면서 대북송금이 차단됐고, 이에 2008~2019년 원래 북한에 지급될 예정이었던 저작권료 약 20억 원이 법원에 공탁돼 있다고 한다. 공탁금의 수령 주체는 북한이다. 대리인은 “향후 계속적으로 북한과 김 위원장의 재산을 추적해 집행함으로써 북한으로의 자금 유입을 차단함과 동시에 북한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이 조금이라도 이뤄지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한씨, 탄광 노동자 생계유지…지난 2001년 탈북 한씨 등은 국군으로 1950년 6·25전쟁에 참전해 포로로 잡혀간 뒤 내무성 건설대 등 강제노역을 했다고 주장하며 2016년 10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한씨 등은 김일성 북한 주석에 대해 1953년부터 1994년 7월 사망까지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으로 각 5억1000만 원,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에 1994년 7월부터 탈북시점인 2000~2001년까지 손해배상 책임 각 9000만 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 주석과 김 전 위원장의 수령 지위를 상속한 김 위원장에 대해 지위의 상속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으며 손해배상액을 한씨와 노씨 각 2100만 원씩, 총 4200만 원으로 산정했다. 한씨는 1951년 포로로 붙잡혀 휴전협정이 맺어진 뒤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북한이 놓아주지 않았다. 한씨는 북한 사회에 편입돼 탄광 노동자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지난 2001년 50여 년 만에 탈북해 남쪽으로 돌아왔다. 노동력 착취 목적으로 자유를 억압하고 충분한 음식을 제공하지 않은 채 노예처럼 부리는 강제노동은 노예제를 금지하는 국제관습법과 강제노동 폐지를 규정하는 ‘국제노동기구 29조’ 조약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 민법 750조의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형사적으로도 반인도적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인식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해야 한다. 하지만 한씨 측 대리인은 위안부 판결과 같이 그동안 한씨 등이 권리행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같은 시효 문제가 적용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길섶에서] 유언/박록삼 논설위원

    죽음은 작은 우주의 소멸이다. 생명의 빛이 희미해지는 순간 덧없어진다. 임종(臨終)에 모든 걸 내려놓음은 필연이다. 그럼에도 내려놓기는 쉽지 않다. 한 생에 걸쳐 못다 이룬 가치와 목표에 대한 아쉬움을 어찌 부정하겠는가. 미련, 집착 따위와는 차원이 다르다. 대를 이어 언젠가 실현되길 바라는 마음 또한 당연하다. 예컨대 ‘결코 비정규직을 쓰지 마라’는 경영철학을 유언으로 남긴 훌륭한 기업이 있기도 하다. 필부의 유언은 별것 없다. 집은 첫째가 갖고 밭뙈기는 둘째가 가져라, 나는 어디어디에 묻어다오, 보증은 절대 서지 마라, 빚이 얼마 있으니 갚아라 등의 유언을 한다. 유산은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거쳐 법에 따라 상속받곤 한다. 또한 형제끼리 우애하며 지내라, 너희 노모 잘 모셔라, 죄짓지 말고 살아라 등 유언은 부모의 마지막 가르침이다. 평범하기 짝이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평생에 걸친 금과옥조가 되기도 한다. 최근 김대중·이희호 부부의 자식 사이에 유언의 법적 효력 여부를 따지는 다툼이 한창이다. 남의 집안일에 끼어들 이유는 없지만 씁쓸하다. 사회적으로 존경받은 전직 대통령 부부가 자식들에게 남긴 것이 단순한 재산만은 아닐 텐데 말이다. 드높은 이상과 가치는 어디로 간 건지. youngtan@seoul.co.kr
  • ‘불매 운동 1년’ 국내 진출 日 유통기업 직격탄

    ‘불매 운동 1년’ 국내 진출 日 유통기업 직격탄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로 국내에서 일본산 불매 운동이 일어난 지난 1년 동안 한국에 진출한 일본의 주요 유통 기업들의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식음료와 생활용품 업종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5일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일본 수출 규제 전후 한국에 진출한 일본 소비재 기업 31곳의 경영 성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이 지난해 한국에서 올린 매출액은 전년 대비 평균 6.9% 줄었고 영업이익은 71.3%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식음료 업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9.5% 줄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적자 전환했다. 아사히맥주를 국내에 들여오는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해 매출이 50.1%(624억원) 감소했고, 30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즉석 수프 ‘보노’로 알려진 한국아지노모의 매출도 전년 대비 34.2%, 영업이익은 70.6% 감소했다. 생활용품 업종 가운데 ‘유니클로’의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1.3%(4439억원) 급감했고 240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일본 의류브랜드 데상트코리아(-15.3%), 세탁세제 ‘비트’를 판매하는 라이온코리아(-12.9%), 생활용품 브랜드 ‘무지’를 운영하는 무인양품(-9.8%)의 매출도 일제히 축소됐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일본에서는 선전했다. 롯데아사히주류의 일본 본사인 아사히그룹홀딩스의 일본 현지 매출액은 2018년 대비 3.4% 증가했고, ABC마트(12.5%), 교세라(8.3%), 린나이(7.6%), 코와(6.5%), 라이온(4.4%), 미니스톱(3.8%) 등도 일본 현지 매출이 늘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조현병 앓던 50대, 귀신 쫓는다며 잠자는 노모 살해

    조현병 앓던 50대, 귀신 쫓는다며 잠자는 노모 살해

    존속살해 혐의…법원, 징역 10년 선고“반사회적 범죄 엄한 처벌 불가피해” “귀신을 쫓아내겠다”며 80대 어머니를 살해한 조현병 환자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부장 김정일)는 망상에 빠져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기소된 A(58)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28일 오전 집에서 자는 어머니(80)에게서 귀신을 쫓아내겠다며 둔기로 때리고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신장애 3급인 A씨는 조현병을 앓기도 했고, 평소에도 어머니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과 어머니에게 귀신이 들었다는 망상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피고인 범행은 용납될 수 없는 반사회적 범죄여서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지만, 조현병 등으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어린 시절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가정환경도 범행 요인으로 작용한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성 착취물 수집·판매”...10대 5명, 첫 재판서 혐의 인정

    “성 착취물 수집·판매”...10대 5명, 첫 재판서 혐의 인정

    텔레그램 ‘n번방’에서 유포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대량 수집한 뒤 등급을 나눠 입장료를 받고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0대 5명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16일 춘천지법 형사2부(진원두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음란물 제작·배포 등)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정모(16)군과 제모(16)군, 불구속기소 된 고모(16)·조모(16)·노모(16)군의 첫 번째 공판을 열었다. 정군 등의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인정했다. 다만 제군 측 변호인은 “법리적으로 조군·노군과의 공범 관계는 인정할 수 없다”며 “두 사람은 정군에 부탁해 영상물 등을 받아서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판매 과정에서 제군과 함께 판매 글을 올리거나 판매 방법을 논의하지 않는 등 관여한 바가 없고, 범행 수익금을 분배한 적도 없어 공범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중학교 동창인 정군 등 이들은 텔레그램 성 착취물 공유방의 창시자인 ‘갓갓’ 문형욱(24)의 n번방 등에서 유포되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각자 역할을 나눠 대량 수집했다. 이어 또 다른 텔레그램 대화방을 만든 뒤 성 착취 영상물의 수에 따라 ‘일반방, 고액방, 최상위방’ 등으로 등급을 나눠 입장료를 받는 방식으로 1만5천여개의 성 착취 영상물을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적게는 약 100번에서 많게는 약 1000번에 걸쳐 돈을 받고 성 착취물을 팔았다. 정군 등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 중순까지 이 같은 방식으로 챙긴 범죄 수익은 3천5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문형욱이나 조주빈의 성 착취물 판매 방식을 모방해 이와 유사한 형태로 텔레그램 성 착취물 유통방을 운영했다. 정군 등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7월 17일 오후 3시 30분에 열린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여기는 인도] 120세 노모를 침대에 눕혀 은행까지 끌고 간 70세 딸 (영상)

    [여기는 인도] 120세 노모를 침대에 눕혀 은행까지 끌고 간 70세 딸 (영상)

    인도의 70세 여성이 120세의 노모를 간이침대에 눕힌 채, 침대를 질질 끌고 어디론가 이동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안겼다. 걸프뉴스 등 해외 매체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영상 속 주인공은 인도 오디샤주의 한 마을에 거주하는 군자 데이(70)라는 여성과 올해 120세가 된 그녀의 어머니다. 인터넷 뱅킹과 모바일 뱅킹은 이미 여러 국가에서 보편화 됐지만, 인도 내에서도 매우 외진 곳에 거주하는 이들 모녀에게는 영화 속 이야기나 다름없다. 인도 현지시간으로 지난 10일, 70세의 딸은 최근 어머니에게 지급되는 연금을 인출하기 위해 현지의 한 은행을 방문했지만, 은행 직원으로부터 계좌 소유주를 확인할 수 있는 확인증을 지참해야 연금 인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딸은 인터넷 뱅킹이나 모바일 뱅킹 등에 문외한이었던데다, 어머니의 신분을 입증할 만한 서류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결국 이 여성은 어머니에게 지급되는 연금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기 위해, 120세 된 노모를 간이침대에 눕힌 채 은행까지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당시 이 여성이 인출하려고 했던 어머니의 연금은 1500루피, 한화로 약 2만 4000원 정도였다. 70세의 딸과 120세 노모의 모습을 본 은행 직원은 현장에서 곧바로 연금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건넸지만, 이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퍼지면서 인도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영상을 본 현지의 한 정치인은 “70세의 딸이 지난 3개월간 지속적으로 어머니의 연금 인출을 요청했지만, 은행 측이 이를 거절했다. 이는 은행이 인도의 모든 법과 인간의 기본 인권을 무시한 행동”이라면서 “나는 이번 일이 오디샤주 전역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결국 은행 측도 이번 일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고, 오디샤 주 정부 역시 여러 은행과 손잡고 고령의 주민을 위한 방문서비스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인도에서 하루평균 소득이 1.9달러(2300원) 이하인 극빈층은 1억 7600만 명에 이른다. 빈곤층이 많은 지역일수록 교육수준도 현저히 떨어지며, 지역에 따라 빈부 및 교육 격차가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침입자 vs 결백… 침체된 극장가에 구원투수 될까

    침입자 vs 결백… 침체된 극장가에 구원투수 될까

    코로나19 여파로 수차례 개봉을 연기한 ‘침입자’(지난 4일 개봉)와 ‘결백’(10일 개봉)이 나란히 개봉하면서 국내 상업 영화들이 물꼬를 텄다. 침체된 극장가가 살아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일본서점대상’ 손원평 감독의 ‘침입자’ ‘침입자’는 청소년 소설 ‘아몬드’로 일본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을 수상한 손원평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아내와 사별한 건축가 서진(김무열 분)에게 25년 전 실종된 동생 유진(송지효 분)이 나타난다. 유진이 돌아온 후 가족들에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이를 의심스럽게 여긴 서진이 동생의 비밀을 좇아 나선다. 킬링 포인트는 위태로움 속에서도 가족을 지키려는 서진의 내면을 살린 김무열의 연기다. 송지효는 예능 프로그램의 이미지와 달리 데뷔작인 ‘여고괴담3’(2003) 속 스산한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간다. 중반부에서 유진의 비밀이 밝혀져 두뇌싸움의 맥이 풀리는 건 흠.●신혜선·배종옥 열연, 악역 긴장감 높은 ‘결백’ ‘결백’도 박상현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유명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 정인(신혜선 분)은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일어난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엄마 화자(배종옥 분)가 지목되자 직접 변호를 맡는다. 이를 둘러싼 시장 추인회(허준호 분)와 마을 사람들의 낌새가 심상치 않다. 초반부터 떡밥을 군데군데 배치했다. 영화는 애초에 사건 전말보다 모녀의 행보에 더욱 초점을 맞춘 듯하다. 박 감독의 표현으로 ‘딕션 요정’이라 불린 신혜선은 변호사 역할을 무난히 소화하고, 치매 노모를 연기한 배종옥의 오열은 극적인 몰입을 돕는다. ‘악역 전문’ 허준호의 포스는 여전하지만 악역이 정교하지 않다는 점은 아쉬움.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침체된 극장가 구원투수 될까… ‘침입자’ VS ‘결백’

    침체된 극장가 구원투수 될까… ‘침입자’ VS ‘결백’

    재개봉작, 외화, 독립영화들이 주를 이루던 극장가에 국내 상업 영화들이 물꼬를 텄다. 코로나19 여파로 수차례 개봉을 연기한 ‘침입자’(지난 4일 개봉)와 ‘결백’(10일 개봉)이다. 때마침 영화진흥위원회도 목~일요일에 쓸 수 있는 6000원 할인권을 배포하며 지원 사격에 나서 이들 영화들이 침체된 극장가를 살릴 구원투수가 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서점대상’ 손원평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 ‘침입자’‘침입자’는 청소년 소설 ‘아몬드’로 일본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을 수상한 손원평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김무열, 송지효 주연으로 ‘미스터리 스릴러’를 표방했다. 사고로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져 있는 건축가 서진(김무열 분)에게 25년 전 실종된 동생 유진(송지효 분)이 나타난다. 처음 본 자신을 친근하게 대하는 동생이 서진은 불편하지만, 가족들은 금세 그녀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유진이 돌아온 후 가족들에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이를 의심스럽게 여긴 서진이 동생의 비밀을 쫓아 나선다. 킬링 포인트는 신경증에 걸린 가장 김무열의 연기다. 영화는 시종 서진 시점에서 전개되는데, 위태로움 속에서도 가족을 지키려는 서진의 내면을 잘 드러낸다. ‘런닝맨’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밝은 이미지로 어필해 온 송지효는 데뷔작인 ‘여고괴담3’(2003)에서 보여줬던 스산한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간다. 단, 중반부에서 유진의 비밀이 일찌감치 밝혀지는 가운데 이후부터는 관객들이 더이상 두뇌싸움을 이어갈 의지를 주지 못하는 것이 흠이다. 별점 ★★☆ ●신혜선·배종옥 콤비의 열연, 긴장감 떨어지는 악역은 글쎄… ‘결백’오는 10일 개봉하는 ‘결백’도 박상현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신혜선, 배종옥, 허준호 등 주로 브라운관 위주로 활동했던 배우들이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냈다. 유명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 정인(신혜선 분)은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이 일어났음을 알게 되는데, 뜻밖에 용의자로 엄마 화자(배종옥 분)가 지목된다. 엄마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직접 변호를 맡은 정인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아빠의 친구이자 시장인 추인회(허준호 분)을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의 낌새가 심상치 않다. 초반부터 떡밥을 군데군데 배치해 놓은 덕에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기가 어렵지 않다. 영화는 애초에 사건의 진실보다도, 이어지는 모녀의 행보에 더욱 초점을 맞춘 듯 하다. 박 감독의 표현으로 ‘딕션 요정’이라 불리운 신혜선은 ‘비밀의 숲’의 검사 역에 이어 변호사 역할을 무난히 소화하고, 분장마저 불사해 치매에 걸린 노모를 연기한 배종옥의 오열은 극으로의 몰입을 돕는다. ‘악역 전문’ 허준호의 포스는 여전하지만, 악인들의 횡포가 정교하지 않다는 데서 심리적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이 흠. 별점 ★★★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비혼 맏딸 독박 간병

    비혼 맏딸 독박 간병

    아픈 부모 돌봄 며느리서 딸의 몫 회사까지 그만두고 곁에 있지만 돌아오는 건 심술에 가까운 행동 유독 여성들만 ‘돌봄 노동’ 대물림 다른 가족 구성원은 왜 외면할까TV, 영화에 등장하는 아픈 노부모와 돌보는 자식 간의 관계는 극적이다. 갈등, 반목이 이어지다 눈물 젖은 화해로 끝맺는다. 그러나 어디 실제 삶이 이렇게 극적인가. 실은 화해는 잠깐이고 갈등은 영원하거나, 화해 없이 잠복한 갈등만이 상존할 가능성이 크다.일본 작가 시노다 세츠코의 ‘장녀들’은 중편 분량의 소설 세 작품에 초고령 사회의 사각지대를 그렸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비혼으로 사는 딸이라는 이유로 집안의 갖은 소일과 돌봄노동을 떠안은 여성들이 등장한다. 2010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21%에 달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일본에서는 이 같은 ‘개호소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개호는 돌봄노동을 가리키는 일본어다. 워킹 우먼의 고군분투를 그려 낸 ‘여자들의 지하드’로 나오키상을 수상했던 시노다는 이번엔 치매 노모를 20년 이상 개호한 자신의 경험을 소설에 녹였다. 소설 속 ‘장녀들’의 돌봄노동은 전과 다른 양상을 띤다. 이전에 일본 사회에서 노인의 돌봄노동을 담당하는 것은 주로 며느리였다. 수록작 ‘퍼스트레이디’ 속 게이코의 어머니는 골다공증으로 자리보전한 시어머니의 수발을 헌신적으로 해 왔다. 그러나 세대가 바뀌자 아픈 어머니를 돌보는 일은 1인 가구인 장녀의 몫이 됐다. 결혼한 동생들은 각자의 가정을 돌보느라 부모를 돌볼 겨를이 없고, 어머니에게 자신의 분신과 같은 장녀는 현실적으로 만만한 대상이다. 마음의 거리가 ‘0’에 가깝다는 것은 이들 장녀들의 돌봄노동을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부모들이 며느리에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심술에 가까운 행태도, 맏딸에게는 거침없이 내보이기 때문이다. ‘장녀들’ 속 여성들에게 돌봄노동은 부모와의 다툼으로 그치지 않는다. 밥벌이마저 내려놔야 하는 지독한 굴레로 작용한다. ‘집 지키는 딸’ 속 나오미는 절대 간병인은 들이지 않겠다는 어머니의 주장에 21년간 다니던 회사를 퇴직한다. 그러나 그런 부모를 오롯이 이해하는 것도 장녀들이어서 이들에게 운신의 폭은 더더욱 좁다. 지역 유지인 아버지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하며 집안의 대소사를 처리하는 게이코에게 자신의 삶이란 없다. 그러나 그는 중상류층 의사 집안에 시집 와 남편 위주의 질서에 편입되기를 거부하던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한다. 평생 자식들을 돌보았던 부모, 늙은 부모를 돌봐야 하는 자식 간의 화해는 애시당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시차를 두고 일방향적인 관계가 계속되는 탓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여성들이 육아를 책임졌듯, 돌봄노동이 비혼 여성의 몫으로 고스란히 환원되는 구조에 대해서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국가가 육아라는 노동에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듯, 부모에 대한 돌봄의 영역에도 지원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더불어 가정 내에서 대물림되는 여성의 돌봄노동에 대해 소설은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왜 돌봄의 부담이 여전히 균일하게 돌아가지 않는가. 남편과 아내, 딸과 아들까지, 가족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방기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전설’ 최동원 선수 80대 노모에 억대 사기 혐의 여성 기소

    ‘전설’ 최동원 선수 80대 노모에 억대 사기 혐의 여성 기소

    기념사업회 “독거노인 상대 사기 근절 계기 됐으면”프로야구 전설 고(故) 최동원 선수의 80대 노모를 상대로 억대 사기 행각을 벌인 여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사기 등의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최 선수 어머니 김정자(86) 여사에게 2017년 4월 접근해 친분을 쌓은 뒤 유학 사업 투자 명목으로 1억 2900만원, 아파트 분양 계약금 납입 명목으로 900만원, 차용금 명목으로 1500만원을 받은 뒤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김 여사 승낙 없이 김 여사 인터넷 뱅킹 계정에 접속해 자신의 계좌로 6300만원을 이체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동원기념사업회 한 관계자는 “A씨가 자신을 대학교수라고 소개하며 ‘앞으로는 어머니처럼 모시겠다’고 접근했던터라 김 여사 마음에 큰 상처를 줬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A씨를 2018년 10월 경찰에 고소하고 경찰은 이듬해 4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에서 사건이 1년 1개월간 머무르며 처리되지 않았다. 최근 김 여사의 사기 피해 소식을 전하는 언론 보도가 나가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윤경 인권변호사 등이 김 여사를 돕고자 나서자 사건 수사에 탄력을 받았다. 최동원 기념사업회는 “홀로 사는 노인을 상대로 한 사기 사건은 해마다 수십 건 이상 발생하지만 사건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이고, 법 조력의 사각지대에 있는 까닭에 제대로 된 피해 보상은 고사하고 오히려 피해자가 피해를 떠안는 게 다반사”라면서 “김 여사 사건이 홀로 사는 노인들을 상대로 벌어지는 사기 사건이 근절되는 중요한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해 피고인이 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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